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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의 방송 내용[1] |
폴의 사망에 대해 제시되는 대다수의 '근거'는 비틀즈의 많은 음반들 가운데서 떡밥을 추려내 적절히 음모론을 덧입힌 형식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비틀즈나 관련 인물들에 의해 고의적으로 설치된 일종의 퍼즐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폴 매카트니의 죽음을 팬들이 흔적을 찾아 풀어나가는 수수께끼라는 것이다.
음모론자들은 노래의 백워드 매스킹, 몬더그린으로 인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가사, 앨범 아트에 있는 이러저러한 사진들에 주목하여 그 떡밥을 찾아내는 식으로 사망설의 근거를 찾아내곤 했다.
2. 발단
폴 매카트니를 둘러싼 이 루머가 처음 대중에게 등장한 것은 1969년 10월 12일로 추정된다.당시 미국 미시간의 라디오 방송국 WKNR-FM의 DJ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는데, 그 사람은 자신을 "톰"이라 밝혔으며, "폴 매카트니가 죽었다"고 말했다.
이후, 미시간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프레드 레이버가 미시간 데일리지에 "매카트니의 죽음; 새로운 증거 등장하다"라는 앨범 Abbey Road의 리뷰를 기고하였고, 이는 매카트니 죽음의 근거를 비틀즈 앨범 커버에서 찾아낸 효시라 여겨진다.
또한, 디트로이트에서 DJ 및 가수로 활동하던 테리 나이트는 "세인트 폴"(Saint Paul)이라는 어두운 노래를 발표했으며, 이후 음모론을 처음 다뤘던 DJ인 러스 깁은 폴 매카트니 사망설 루머를 다룬 1시간짜리 방송을 진행한다. 이 방송은 1969년 말 디트로이트의 라디오 방송을 타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단순한 루머나 떡밥에 그쳤던 사망설은 무시 못 할 수준의 도시전설로 성장하게 된다.
이후, 세계 각지의 여러 언론사들은 "새로운 비틀즈 관련 루머"인 폴 매카트니 사망설을 다루기 시작했고, 이는 어느새 거대한 음모론으로 성장했다.
3. 근거 및 사실
- Rubber Soul의 제목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앨범 커버
- 잘 보면 폴의 머리 위에 손이 올라가있는데, 머리 위에 손이 있는 것은 어떤 나라에선 죽음을 상징한다고도 한다.
도시전설 답게 국명은 언급하지 않는다
물론 머리 위에 손을 올리는 걸 불경하다고 생각하거나 종교적으로 터부시하는 곳이 있다. 대표적으로 동아시아의 소수민족인 몽족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저렇게 머리 뒤에 손이 보이도록 올리는게 아니라 머리 자체를 두드리거나 정수리 같은 곳에 손을 올리는 행위를 싫어하는 거지, 죽음을 뜻한다거나 하진 않는다.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LP와 CD를 열면 나오는 큰 사진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Reprise)
- 곡의 후반부 (정확히는 1:08쯤)에 "Paul is really dead, truly truly dead" (폴은 정말로 죽었어, 정말로 정말로 죽었어)라는 문장이 들린다
사실 그냥 잡음이거나 몬대그린일 확률이 아주 높다. 당시에는 녹음시설이 지금같이 좋지 못해서 녹음 중 세는 소리나 잡음 등이 그대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으며 LP판 자체도 외부의 손상에 극도로 취약해서 모두 같은 엘범이라도 중간에 이상한 잡음이 생기기도 하고 중간에 먹는 소리도 많다. 그 외에도 그냥 녹음중에 서로 대화하던 것이 걸리지지 못했거나 했을 확률이 더 높다. 애초에 저것도 확실하게 들리는게 아니라 억지로 짜맞춘 수준.
- Magical Mystery Tour의 부클릿
- 'Strawberry Fields Forever' 종결부 존 레논의 육성이 'I buried Paul(나는 폴을 묻었다)'로 들리는 점
사실은 'Cranberry Sauce'라고 한 것이다. 몬더그린 때문에 엉뚱한 단어로 들린 것.
- The Beatles
-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후반부에서 조지 해리슨이 흐느끼는 부분이 'Paul'로 들린다는 점
- 'Revolution 9'의 'Number Nine' 부분을 거꾸로 들으면 'Turn me on, dead man.'으로 들리며 이는 폴의 죽음을 의미
사실 'Revolution 9'의 역재생 버전이 마치 엑소시즘을 연상케 하긴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도 비명 소리나 시위하는 소리, 전쟁 소리 등을 역재생하면 상당히 괴의하게 들린다. 대표적으로 하프라이프 2의 레이븐홈챕터에서 나오는 좀비들은 살려달라고 소리지르는 사운드를 역제생 시킨 것이다. 물론 듣다보면 '이거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거 아냐?'라고 생각할 만하다. 몬더그린치고는 굉장히 또박또박하게 들리는 몇몇 가사가 있으나 왠지 그럴듯 하다. 그러나 저 단어 자체가 폴이 죽었다는 걸 의미하기에는 너무나 부실하다. 사실상 몬더그린으로 인해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 케이스. 한국에서도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이데아가 비슷한 일을 겪은 바 있을 정도로 음악계에선 유명음반들에 자주 있는 음모론이다.
몬더그린도 뭐도 아니고 순 억지에 가깝다. 곡의 분위기가 정점에 달하는 후반부에서 흐느끼는 감탄사가 'Oh'가 아니라 'Paul'일리가...
- Abbey Road의 앨범 커버 사진
- 폴은 혼자 맨발이고, 다른 멤버들과 발이 맞지 않으며, 혼자 눈을 감고 있다. 또한 왼손잡이인 폴이 오른손으로 담배를 들고 있다.
- 뒤에 보이는 폭스바겐 비틀의 번호판에 적혀있는 "LMW 281F"는 "Linda McCartney Weeps"(린다 매카트니가 운다), 28if(만약 살아있었다면 폴의 나이는 28세다)를 의미한다.
아마도 폴 매카트니 사망설 중 가장 유명한 사망설일 것이다. 그러나 우선 1964년에 발매된 Beatles for Sale의 속 표지를 보면 폴이 이때도 오른손으로 담배를 들고있다. 오른쪽사진. 또한 폴은 그때 (1969년) 27세 였으며, 린다 매카트니는 1969년 3월에 폴과 결혼했다. 음모론자들이 말하는 사망시기가 1966년도인데 만약 이때 죽었다면 린다 매카트니는 당연히 대역과 결혼한 것임으로 슬퍼할 이유가 없다.하기야 왜 결혼하지도 않은 사람이 죽은 걸 가지고 슬퍼하겠어폴 매카트니 니까 슬퍼할 수도 있잖아
4. 허점
사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수많은 허점을 발견할 수 있는 음모론이다. 다양한 부분을 예로 들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이 황당한 음모론이 놓치고 있는 가장 큰 부분은, 만약 사망설이 맞다고 가정하면 폴 매카트니의 명곡은 가짜 폴 매카트니로부터 더 많이 나왔다. 진짜와 외모도 똑같고 음악 스타일도 똑같이 성장해온 가짜를 도대체 어디서 비밀리에 구했을까? 폴 매카트니의 음악 커리어에 있어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곡들은 비틀즈 초중반에도 어느정도 있지만[3] 후반부, 그리고 윙스와 솔로 시절에 더더욱 많이 나왔음을 상기한다면 이 주장이 얼마나 황당한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Penny Lane, Hello, Goodbye, Helter Skelter, I Will, Blackbird, Hey Jude, Golden Slumbers-Carry That Weight-The End 메들리, The Long and Winding Road, Get Back, Let It Be와 같은 비틀즈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명곡들이 죄다 가짜한테서 나온 셈. 이 정도 실력을 가졌다면 굳이 자기가 폴 매카트니인 척 할 필요가 있을까?실제로 폴 매카트니는 내한공연 직전 간장 두 종지 사설, 문희준 락 자격증 기사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조선일보 한현우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가 농담조로 사망설에 대해 질문하자, "사실 난 가짜예요.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죠. 폴 대신 그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나마 다행인 건 대역이고 가짜인데도 아주 잘하고 있다는 거죠. 자, 한국에서 만나요!"라 응수하기도 했다.
게다가 정말로 어찌어찌 완벽한 가짜를 구해서 합류시켰다고 쳐도 "왜 굳이 폴이 죽었다는 것에 대한 힌트를 남겼는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그리고 비틀즈 멤버들이 서로 간의 관계가 파탄난 시점까지 그런 사실을 계속 숨길 이유도 없다. 실제로 존 레논은 폴과의 사이가 극도로 나빠졌을 때 폴을 디스하는 곡인 'How Do You Sleep?'을 만들었는데, 해당 곡의 가사에 "네가 죽었다고 말했던 그 허풍쟁이(freak)들은 옳았어."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좀 더 원어의 뉘앙스에 가깝게 번역하자면 '괴짜', '비정상'. 어쨌거나 저쨌거나 사망설이 사실이 아님을 존 본인도 인정한 셈(...).
5. 후일담
폴 매카트니는 이 음모론 때문에 꽤나 마음고생을 했다고 한다. 멀쩡히 평생동안 활동하고 있는 사람을 자꾸 가짜라고 하니 본인도 나중에는 멘붕이 온 듯 하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비틀즈 해체 직후 폴과 사이가 안 좋았던 존 레논은 폴 매카트니를 디스하는 곡인 'How Do You Sleep?'에서 "네가 죽었다고 말했을 때만큼은 그 허풍쟁이들이 옳았어!"라며 아픈 기억을 건드렸다.1993년 발매된 라이브 음반 이름은 아예 이것을 의식해서 음모론의 증거로 주구장창 제시되었던 Abbey Road의 자켓을 패러디하고 타이틀도 'Paul Is Live' 로 지었다. 게다가 신발도 신고 있고, 왼발이 앞으로 나와있으며, 왼손으로 목줄을 잡고, 눈도 뜨고 있다(...). 다만, 실제로 애비 로드에서 다시 찍은건 아니고, Abbey Road 자켓 촬영 당시 찍었던 B컷과 스튜디오에서 폴과 애로우가 포즈를 잡은 사진을 합성했다. 배경과 인물이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 커버에 등장한 개가 폴의 애견이자 화이트 앨범 수록곡인 "Martha, My Dear"로 유명한 "마사(Martha)"라는 소문이 돌면서 "마사는 사실 살아있다!"는 농담반 음모론이 유행하기도 했다(마사는 실제로는 1981년에 사망). 마사는 1966년생이므로, 저 개가 마사 본견(?)이라면 27살인 셈인데, 개가 그렇게 오래 살기는 힘드니 당연히 이는 허구이다. 저 개가 마사를 닮은 것은 저 개가 마사의 친딸인 "애로우(Arrow)"이기 때문.
2010년 만우절에 한겨레에서는 이 사망설이 사실로 밝혀졌다는 낚시 기사가 올라오기도 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는 이러한 짤방이 생성되기도 하였다.
아랍어로 미트볼을 음역한 것을 영어로 바꾸면 Paul is dead로 보이는 오역이 이라크 호텔의 메뉴에 나왔다. 기사. ميت(mayt)는 아랍어로 죽다를 뜻하는 مات(mat)에서 왔고, بول(bul)은 영미권 이름 폴(Paul)을 아랍어화한 것과 비슷하다. 링크
[1] 서프라이즈는 이 외에도 폴과 존의 사이가 원래부터 극악이었다는둥, Yesterday가 존을 비난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라는 둥 비틀즈 관련된 루머를 워낙 많이 퍼트려서 한국의 비틀매니아들에게는 거의 원수와도 다름 없는(...) 취급을 받고있다.[2] 영미권에서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그리스어에 대한 기본 지식은 있는 이들이 많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영어의 많은 단어가 그리스어를 어원으로 한다. 다만 한국어 화자라고 해서 모두가 한자어 어근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아니듯이, 영어 화자들 중에도 그리스어-라틴어 어근을 잘 모르는 이들은 흔하다. 한편 Walris는 고대 북유럽어 출신 단어.[3] 대표적으로 Love Me Do, From Me to You, All My Loving, Can't Buy Me Love, Yesterday, We Can Work It Out, Eleanor Rigby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