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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人中 / philtrum[1]코와 윗입술 사이를 정중앙으로 관통하는 홈과 같은 부위. 본래는 포유류의 후각을 보조하기 위한 기관이지만, 인간에게는 이미 흔적기관화되어 인중 자체는 이렇다 할 역할이 없다. 오히려 한의학이나 격투기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부위다. 한의학에서는 음양의 기운이 교차하는 부위라고 보며, 갑자기 사람이 기절했을 때 침을 놓아 다스리는 구급혈로 취급해 왔다.[2] 격투기에서는 급소로서의 역할이 잘 알려져 있는데, 신경이 많이 분포하여 촉각이 예민한 곳이기 때문이다. 여드름이 여기에 나기라도 했다간 다른 부위보다 더 아프다. 게다가 인중 바로 뒤에는 치아가 있기 때문에, 잘못 맞았다간 앞니가 말 그대로 옥수수알처럼 털리게 된다.
태아 때 얼굴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3개의 다른 판이 얼굴 가운데 모이면서 인중이 형성된다고 한다.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구순구개열이 된다.
2. 이미지
팔자주름과 동시에 아무리 미남 미인이라도 얼굴을 볼때 인중부터 보고 얼굴을 보면 평범해 보일정도로 얼굴을 좌지우지하는 부위다. 인중이 심하게 길고 두터우면 원숭이를 넘어 낙타와 비슷한 이미지가 되기도 해서 한국인 중에서는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단, 문화권에 따라 인중에 대한 취급도 미묘하게 다른데, 인도의 베다 철학에 따른 관상학에서는 인중이 길고 깊을수록 정이 많은 성격이며 성적 매력도 크다고 본다.만약 본인이 인중이 길어서 고민이라면, 하관 위의 얼굴이 짧으면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3] 다만 인중이 긴데 하관 윗 쪽의 얼굴까지 길면 외모적으로 콤플렉스가 생길 수 있다. 남자의 경우 수염으로 이 영역을 커버할 수도 있으나, 간혹 인중 부분에만 수염이 안나는 체질도 있는 데다 현대 한국이 수염에 관대한 문화는 아니다 보니 누구나 쉽게 쓸만한 방법은 아니다.
만화 등의 2차원 매체에서는 얼굴개그를 할 때가 아닐 시에는 웬만하면 표현하지 않는 부위로,[4] 심지어 콧구멍을 큼지막하게 그려넣어도 인중만은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이게 있고 없고에 따라 캐릭터 이미지가 확 달라지기 때문. 굳이 표현할 땐 윗입술 가까이에 살짝 "u" 비슷하게 윤곽만 넣거나 선 없이 명암만 진하게 해주는 정도. 단, 예외적으로 노안이나 우락부락한 인상을 표현할 때에는 거꾸로 주름살[5]과 함께 필수요소다.
현실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있기 때문에 왜 이걸 굳이 생략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한데, 아무래도 인중이 뚜렷하면 원숭이와 닮아보이기 때문인 듯 하다. 실제로 원숭이 또는 유인원과 닮은 컨셉의 캐릭터에는 99.9% 확률로 인중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여기에 돌출입까지 갖추었다면 금상첨화. 이런 이유로 거대한 눈깔과 함께 미소녀와 현실의 여자 이미지 사이를 크게 괴리시키는 절대 요소 중 하나.
인중 바로 옆, 그러니까 코 밑에 점이라도 박혀있으면 엄청나게 튀어보이는 효과가 있다. 그 존재만으로도 미소년, 미소녀를 순식간에 범인 이하의 외모로 몰락시키는 마법의 포인트. 그 효과를 느껴보고 싶다면 어떤 샘플에든 시험삼아 한번 그려넣어 보자.
만화가 박무직은 그리는 캐릭터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중을 뚜렷이 그려넣는 독특한 그림체로 유명한데, 눈깔괴물 + 인중이라는 극도의 언밸런스함으로 인해 단순히 그림체 때문에 안티들이 있을 정도. 다만 최신작인 닥터 스톤에서는 인중이 거의 빠져있어 인기몰이중이다.[6]
미티도 인중을 뚜렷하게 그려넣어서 상당히 안티가 많은 편
왠지 이 부위가 크게 묘사될 때는 콧물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3. 급소
정확히는 위험한 삼각형(danger triangle of face)이라고 불리는 부위이다. 그림에 표시되어 있는 코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얼굴의 삼각형 부위인데, 이 부분은 삼각형을 주변으로 분포되어 있는 안면 정맥(facial vein)이 저 삼각형 꼭지점 부분에서 해면정맥동(Cavernous sinus)과 서로 문합[7]을 이루게 되는데, 저 해면정맥동이라는 것은 뇌 안쪽에 위치해 있는 뇌의 정맥들이 한데 모이는 공간 중 하나이며, 중요한 뇌신경들이 그 벽을 타고 지나가고 있다.[8] 쉽게 말하자면 얼굴 표면의 정맥과 뇌 안쪽의 정맥이 연결되는 부위인 것이다. 실제로 이 부분이 인간의 얼굴 중에는 급소, 즉 통점이 가장 집중된 부위인데 그만큼 이 부위가 중요한 부위이기 때문에 가급적 자극을 주지 않게 진화했다는 소리다. 그러므로 이 부분에 상처를 입힌다면 치명적인 대미지가 될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그렇지만 이건 관통상에 준하는 피해를 입었을 때 이야기고 겉에서 주먹으로 한두번 맞은 수준으로는 유의미한 피해를 입히기 어렵다. 사실 인중의 바로 뒤쪽은 정맥동이 아니라 앞니고 파열되면 다소간 생활에 지장은 생기겠으나 생명에 지장이 있는 부위는 아니다. 두부 중에서는 차라리 두개골 뼈가 가장 얇은 관자놀이나 미간이 더 위험한 급소다.
4. 기타
- 윗입술을 코에다가 갖다 대면 냄새가 느껴질 것이다. 네이버에선 아예 자동완성까지 뜨며 지식iN에도 인중 냄새 관련 질문글이 많다. 특히 우유라도 마신 뒤에는 냄새가 아주 극강이다. 가수 이특이 한때 이 냄새를 유행어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인중을 쭉 펴고 냄새를 맡으면 꼬리한 냄새가 나는 이유는 인중을 펼 때 코 속의 점막도 함께 펴지면서 표면적이 넓어져 후세포가 더욱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마침 콧구멍 바로 아래에는 피지선이 밀집되어 있어 이 피지 냄새를 맡게 되는 것이다.[9]
- 코끼리의 코가 인간의 이 부위에 해당한다. 그래서 코끼리의 코는 특히 통증에 민감한 부분이다.
[1] 고대 그리스어로 '매력 포인트(love charm)'라는 뜻의 단어에서 유래했다. 이렇게 단어가 있긴 하지만, 구순구개열과 관련해서나 자주 언급되는 의학용어일 뿐 서구권에서 일상대화에 쓰이는 일은 거의 없다. '인간에게는 왜 코 밑에 이런 이상한 홈이 생겼을까?'류의 동화나 설화 종류가 아니면 정말 들을 일이 전무하다. 고대 그리스였다면 모를까, 현대 서구권에서는 미적으로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부위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을 방문했던 한 미국인은 한국인이 인중이란 단어를 자주 쓰는 것 자체를 신기하게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쌍꺼풀과 비슷한 경우인 듯.[2] 이런 이유로 뇌졸중으로 쓰러진 사람에게까지 인중에 침을 놓거나 피를 빼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응급처치가 되지 않으므로 대단히 위험한 행위다. 차라리 심폐소생술을 발빠르게 실시하는 편이 훨씬 낫다.[3] 대표적으로 박보검.[4] 특히 미국 등의 서양권 만화보다는 동아시아권 만화가 더 심한데, 원래 동아시아권 만화는 절제와 생략을 거친 위상기하학적인미형 캐릭터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5] 특히 팔자주름(콧방울과 뺨 사이의 경계선).[6] 가끔씩 얼굴개그를 할 때는 인중이 그려지기도 한다.[7] anastomosis. 혈관끼리 연결되는 것이다.[8] 안구 운동신경(Ⅲ), 활차신경(Ⅳ), 삼차신경(V), 외전신경(Ⅵ) 외에도 중요한 신경들이 많다.[9] 실제로 피지를 짜내고 나서 냄새가 사라졌다는 경험담도 있다. #약혐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