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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21 06:19:45

척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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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척탄병 행진곡

1. 개요2. 어원과 발음3. 역사
3.1. 유럽3.2. 동아시아
4. 역할5. 기타6. 대중매체

1. 개요

척탄병(擲彈兵, Grenadier)은 폭탄을 손으로 던지는 병사를 뜻하며 근대 유럽에서 수류탄을 던지는 것을 전문으로 맡은 보병의 한 부류다.

2. 어원과 발음

병과의 명칭인 'Grenadier'는 독일어 발음으로는 '그레나디어', 영어 발음으로는 '그레너디어'로 부른다.

영어에서 수류탄을 가리키는 단어 'Grenade'가 '그레네이드'로 발음하고 사람을 가리키는 접미사가 '-er'이다 보니 착각하여 '그레네이더(Grenader)'로 잘못 읽거나 쓰기 쉽지만 영어에서 'Grenader'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이 단어는 프랑스어에서 'Grenade'(수류탄)+'-ier'(사람) 꼴로 조어한 것을 그대로 들여온 것으로[1] 프랑스어 'Granader'는 "수류탄을 던지다.", "수류탄으로 공격하다."라는 뜻이다.

3. 역사

3.1. 유럽

파일:Swedishgrenadier.jpg
스웨덴군 카롤리너 소속의 척탄병
머스킷을 사용하는 전열보병들이 주류를 이루던 17~18세기 유럽에서 존재한 병과다.

당시의 수류탄은 그냥 쇳덩이 안에 화약을 넣고 심지를 꽂아놓은 물건으로, 화약 넣은 투포환에 더 가까울 정도로 매우 크고 무거웠다. 지금과는 달리 손쉽게 쓸만한 유탄발사기총류탄도 없어서 수류탄을 던지려면 양손에 각각 수류탄과 불 붙은 심지를 들고 수류탄을 점화한 뒤에 오로지 사람의 팔 힘으로만 던져야 했으므로 불편하고 사정거리도 짧았다.
대북방전쟁을 다룬 The Sovereign's Servant(2007)에서 나오는 당시의 유탄발사기
일단 당시에도 일반 머스킷 총구에 꽂아서 총류탄 발사기로 쓸 수 있는 어댑터도 있고 수류탄 전용으로 만든 소형 구포도 있긴 했다. 그러나, 이때는 시한신관이 없어서 수류탄은 수류탄대로 불을 붙이고 나서 발사 도구는 그쪽대로 격발해야 했으니 손이 네 개는 필요했고, 자칫 타이밍을 잘못 맞추거나 장전이 잘못되면 그 자리에서 폭발했다. 거기에 수류탄 들고 다닌다고 주무장을 안 들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당연히 총도 들고 다녀야 했다.

이렇듯 제약이 많다 보니 수류탄을 던지는 병사에게는 여러 조건이 붙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수류탄을 쓰려면 적이 을 겨누고 있는 적 전열이나 방어진지 코앞까지 가야 했으므로 거의 자살에 준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따라서 키가 엄청 크고 체격이 좋으며 정신상태도 좋게 말하면 용맹하고 나쁘게 말하면 오늘만 사는 사람들을 위주로 선발해야 했다. 당연히 훈련 강도도 상당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들은 최정예 부대로 인식되었고 그래서 이들은 행군연대에서 최우열에 배치되었다. 연대 내 척탄병은 대부분 중대 규모로 배치되었으나, 이러한 배치가 획일적이지는 않았다. 예컨대 영국 웨일즈가드의 경우 척탄병이 대대 규모로 배치되어 있었다.[2]

18세기에 이르러서는 화기가 더 진일보하면서 전열보병의 사격능력에 집중하는 양상이 나타났고, 그에 따라 척탄병은 진짜 수류탄을 던지는 병과라기보다는 정예부대로서의 의미가 강해졌다.[3] 이러한 인식은 보병에만 국한되지 않고, 프랑스 대육군제국 근위대 기마척탄병연대처럼 몇몇 중기병부대에서 사용되기도 하였다.[4] 규모도 단일병과부대로서 연대급 부대가 창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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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제복은 코트자락 양쪽 끝을 서로 마주보게 접어 그걸 주머니 삼아 수류탄을 여러 개 꽂아놓은 것이었다. 모자도 특별한 것을 썼는데, 곰가죽 모자(bearskin)나 마이터캡(mitre cap)을 사용하였다.[5] 상징물은 당연히 수류탄을 기호화한 것인데, 둥근 수류탄과 불타는 심지를 형상화하였다. #다양한 도안 이러한 복장은 18세기 무렵 다른 전열보병과 비슷한 형태로 바뀌었고, 군모도 샤코로 통일된다. 물론 전통과 상징성이 강한 부대들은 여전히 독특한 복장을 고수하였는데, 가령 프랑스 제국 근위대에는 제1 도보척탄병연대기마척탄병연대를 비롯한 여러 척탄병부대들이 속해있었고, 이들은 대체로 곰가죽 모자를 사용하였다.

현대에 수류탄보병에게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무기가 되었지만, 정예부대에 척탄병이란 이름을 주는 전통은 이어졌다. 이는 주로 중보병 계통 부대 및 병과에 명명되었는데, 대표적으로 나치 독일기계화보병장갑척탄병이라고 부른 예가 있다. 더 나아가 독일 국방군은 1943년부터 보병 병과를 척탄병으로 개명했는데, 이는 지속적으로 패전하던 육군 및 슈츠슈타펠의 사기를 올려보려는 아돌프 히틀러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 또 당시 독일은 보병이 부족해지자 육군에서 장비 망실 및 보충분 부족으로 남아도는 포병, 기갑 등 비보병 전투 병과 및 비전투 병과 인원, 해공군에서 차출한 인원, 그리고 이전엔 소집 대상이 아니었으나 징집 연령을 끌어올려 모은 40대 중장년 등으로 편성한 육군 부대에 국민척탄병이란 명칭을 붙였다.

지금도 그 시절 전통을 이어온 유럽권 부대들 중에는 척탄병이라는 이름을 쓰는 부대들이 남아있다. 유명한 예로 영국군 근위대의 근위척탄병연대가 있다. 독일어에서 장갑척탄병(panzergranedier)은 제2차 세계 대전독일 연방군에서도 기계화보병을 가리키는 단어로 남았다.

3.2. 동아시아

따로 수류탄만을 다루는 병과는 존재한 적이 없으나 한때 그러한 역할도 담당했던 병과는 있었다.

고려 말기의 화통도감에는 승병들이 소속되어 있었는데 이에 대해 당시 화약 무기가 종교 수양 없이는 다룰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것이라 승병을 썼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 이게 단순한 가설이 아니라 진짜일 확률이 높은 것이, 고려의 수류탄과도 비슷한 화통이란 화기는 심지가 붙어서 불을 붙인 뒤 던지면 터지는 구조가 아니라 불을 붙여서 충분히 뜨거워지면, 즉 익으면 터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마냥 프레스로 규격품을 찍어낼 리도 만무하고 열악한 야금기술로 제작된 수공품이라 익는 시간, 터질 시간이 제각기 다르므로 얼마만큼 뜨거워져야 터지는지를 모르고 덜 구운 상태에서 던지면 불발인 병기였다. 따라서 일반병사들은 담력이 부족해서 못 썼고, 정신적인 수양이 깊고 호국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소수의 스님들이 목숨을 걸고 이 위험천만한 무기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설이다.

조선에서는 육군과 수군을 막론하고 대·중·소 크기에 따라 파편수류탄 혹은 유산탄·벌집탄의 일종인 질려포통을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4. 역할

실전에서 수류탄을 다루던 기간 동안에는 현대전의 전투공병(Combat engineer)과 어느 정도 유사했다고 할 수 있다. 폭발물과 연장을 이용해 적진에 근접해서 타격을 주는 일을 맡았기 때문이다. 저 시대 수류탄이란 게 순수 인마살상보다는 사기 저하와 목책철거 같은 효과를 노리고 쓰였다.[6]

그러나, 이후 척탄병은 역할이나 장비상으로는 전열보병과 별 차이가 없어졌고, 그러한 역할은 공병이 맡게 되었다. 비록 근대 동안에는 근위대가 왕실을 호위하는 것과 유사하게 척탄병이 영내에 상주하면서 지휘부를 경호 및 경비하는 등 몇몇 특수성이 남아있었으나, 전장에서는 더 많은 훈련과 보급이 집중되는 정예보병대로서의 정체성이 강조되었고, 제1차 세계 대전현대에 이르러서 병과 개념으로서는 완전히 소멸되었다. 그래도 정예부대라는 특성상 일반 (전열)보병에 비해 충격보병으로서 동원되는 일이 더 많았다.

5. 기타

프랑스로 돌아가고 있었던 두명의 척탄병,
Die waren in Russland gefangen;
그들은 러시아의 포로였다;
Und als sie kamen ins deutsche Quartier,
그리고 그들이 독일 땅에 왔을 때,
Sie liessen die Köpfe hangen.
그들은 고개를 숙였다.

Da hörten sie beide die traurige Mär’:
슬픈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Dass Frankreich verloren gegangen,
프랑스 제국이 망하였고,
Besiegt und geschlagen das tapfere Heer.
정복당하고 무너졌다. 그 용감한 군대가
Und der Kaiser, der Kaiser gefangen.
그리고 황제는, 황제는 포로가 되었다는 것이다.

Da weinten zusammen die Grenadier’
그래서 척탄병들은 눈물흘렸다.
Wohl ob der kläglichen Kunde.
비참한 소식을 듣고.
Der eine sprach: “Wie weh wird mir,
한 사람이 말했다:"너무나 슬프다,
Wie brennt meine alte Wunde!”
마구 쑤셔대는 예전의 상처!"

Der andre sprach: “Das Lied ist aus,
다른 사람이 말했다:"노래는 끝났다,
Auch ich möcht’ mit dir sterben;
나 또한 자네와 함께 죽고싶네;
Doch hab’ ich Weib und Kind zu Haus,
그러나 나는 처자식이 있거든,
Die ohne mich verderben.”
그들은 내가 없으면 살 수가 없어."

“Was schert mich Weib, was schert mich Kind,
마누라가 무슨 소용인가 아이가 무슨 소용인가,
Ich trage weit besser Verlangen;
그보다 나은 것을 갈망한다;
Lass sie betteln gehn, wenn sie hungrig sind-
배고프면 구걸이라도 하라고 해
Mein Kaiser, mein Kaiser gefangen!
우리 황제 폐하가 포로가 되었단 말이네!

Gewähr mir, Bruder, eine Bitt’:
전우여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게:
v Wenn ich jetzt sterben werde,
내가 지금 죽거들랑,
So nimm meine Leiche nach Frankreich mit,
내 시체를 프랑스로 옮겨주게,
Begrab mich in frankreichs Erde.
프랑스 땅에 묻어주게.

Das Ehrenkreuz am roten Band
명예로운 십자가와 붉은 띠를
Sollst du aufs Herz mir legen;
자네가 내 가슴에 달아주게;
Die Flinte gib mir in die Hand,
손에 총을 쥐어주고,
Und gürt mir um den Degen.
대검은 끈으로 묶어주게.

So will ich liegen und horchen still,
그렇게 나는 누워서 조용히 귀기울일것일세,
Wie eine Schildwach’, im Grabe,
마치 보초처럼. 무덤 안에서,
Bis einst ich höre Kanonengebrüll
내가 대포의 포격 소리를 들을 때까지
Und wiehernder Rosse Getrabe.
그리고 말들의 발굽소리를 들을 때까지.

Dann reitet mein Kaiser wohl über mein Grab,
폐하는 내 무덤 위로 말을 몰고 가시겠지.
Viel Schwerter klirren und blitzen;
칼들이 부딪히고 번쩍일 때에
Dann steig’ich gewaffnet hervor aus dem Grab-
나는 무덤 밖으로 나와서
Den Kaiser, den Kaiser zu schützen!”
황제 폐하를 지키리라!"||

중반까지 슬프며, 긴장감 있는 멜로디이지만 후반의 멜로디는 밝아지는데, 가사는 계속 어두운 것이 이 곡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바리톤 올라프 베어의 가창)

6. 대중매체

6.1.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

주로 타이베리움 사가에서 GDI의 보병으로 등장한다.

6.2.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시리즈


[1] 두 접미사가 뜻이 같고 형태가 비슷해 같은 말처럼 보여도 영어의 '-er'는 게르만어 계통 고유어고 프랑스어의 '-ier'는 로망스어 계열로 라틴어에서 비롯한 말이다.[2] 대대에 척탄병 중대를 따로 빼서 대대로 편성하여 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3] 비슷한 과정을 거친 단어로는 경보병을 가리키던 여러 단어(레인저, 샤쇠르, 예거 등)가 있다. 이는 경보병 역시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수색정찰과 엄호, 견제 등 다방면에서 활약해야 하므로 보통 병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들 경보병들은 17세기에는 척탄병과 마찬가지로 연대마다 중대급으로 배속되는 특수병과였고, 이후로도 정예병으로 인식되었다.[4] 이들 기마척탄병(Grenadiers à Cheval)은 원래 척탄병의 기마보병판으로, 등장 당시에는 이동은 말을 사용하되 전투는 하마하여 수행하였고, 그밖에 제한적으로 기마전투를 수행했었다. #근위 기마 척탄병 #루이14세의 군대 일러스트 그것이 보병 척탄병과 같은 이유로 비슷한 시기에 평범한 중기병으로 전환된 것이다.[5] 마이터캡은 그 형태가 주교가 쓰는 주교관(mitre)을 닮았다 하여 그렇게 부른다.[6] 공병 중에서도 Sapper에 해당한다. Sapper는 직역하면 "무너뜨리는 사람"을 뜻하는데, 적의 각종 시설물을 파괴하는 병과로서 현재는 폭파공병 정도로 번역된다. 영어에서는 Miner(굴 파는 사람)가 Sapper의 동의어로도 쓰인다. 반면 Engineer는 투석기나 공성탑, 공성추를 비롯한 공성 병기(Siege engine)를 만들고 다루는 사람에서 비롯한 표현으로, 오늘날에는 시설공병을 가리키는 말이다.[7] 공세 때는 척탄병이 유리한 사거리 끝지점에서 교전을 시작해 적이 출혈을 각오하며 스스로 접근해 주거나 도망치는 걸 강요하는 플레이를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