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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7:08:13

소비에슈 트로비 빅트/작중 행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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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본편
2.1. 초반 (1~ 36화)2.2. 라스타의 임신 및 나비에와의 이혼 계획 실행(37 ~ 83화)2.3. 이혼 후 나비에에 대한 집착(84 ~ 105화)2.4. 라스타와의 재혼, 그리고 아이의 출산 (106 ~ 178화)2.5. 친자 검사 이후(179화 ~ 195화)2.6. 라스타의 재판 및 폐위(196화 ~ 204화)2.7. 재판 이후, 그동안의 죄를 후회하다2.8. 재혼을 거부하다2.9. 라스타의 자살2.10. 에르기 공작의 질문2.11. 글로리엠의 실종2.12. 이중 인격화 및 나비에에 대한 집착(205화 ~ 262화)
3. 외전
3.1. 알레이시아와의 악연3.2. 나비에의 실종 소식을 듣다3.3. 후사를 포기하다3.4. 보석을 준비하다3.5. 시시를 만나다3.6. 모테를 만나다3.7. 릴테앙 대공의 악행3.8. 모테의 정체를 알게되다3.9. 모테와 이별하다3.10. 시시가 떠나다3.11. 공주를 찾지말라3.12. 광증인 척 하다3.13. 라스타의 외전3.14. 회귀하다
4. 같이 보기

1. 개요

2. 본편

2.1. 초반 (1~ 36화)

나비에와는 어린 시절부터 약혼 관계로 맺어진 부부 사이였다. 황제로 즉위한 뒤에도 서로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좋은 동료이자 친구로서 3년[1]을 지낸다.

1화에서 나비에가 '이혼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하자 미안하면서도 안도한 얼굴로 나비에를 쳐다보다가 그녀가 '하인리 왕과 재혼하겠다'고 말하자 놀라는 것으로 등장한다.

시간은 몇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로테슈 자작의 영지와 이어진 사냥터에 갔다가 그 곳에서 라스타를 만나게 되고, 덫에 걸려 다리를 다친 라스타를 궁에 데려와 나비에의 시녀들을 시켜 목욕 시중을 시킨다.[2] 나비에의 시녀들의 언급에 의하면 라스타와 체형이 비슷한 시녀의 옷을 입혀서 나갔는데 라스타를 보자마자 감탄하더니 지극정성으로 대했다고 한다.

다음 날이 되자 라스타에 대한 소문이 커져간다. 나비에의 시녀들의 언급에 의하면 라스타가 도망 노예가 맞았다고 한다. 사실 도망 노예는 돌려보내야함에도, 소비에슈는 오히려 가엾다면서 라스타를 돌볼 하녀를 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편 시녀들로부터 그 소식을 들은 나비에는 자신과의 저녁식사에서 사냥터에 갔다가 도망 노예를 데려온 게 정말이냐며, 도망 노예를 데려온 일에 대해 묻는다.

나비에가 라스타를 데려온 일을 언급하자 미간을 구기고서 그 이야기는 어디서 들었냐고 대번에 불쾌감을 드러낸다. 이에 나비에가 여기저기서 다들 이야기하고 있었고 소란스러웠다며 이야기의 출처를 이야기하자, 나비에의 시녀들이 말했을거라고 딱 잘라 말한다. 나비에가 누구에게 들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며, 정말이냐고 재차 묻자 '재촉하지 말라. 뭐라고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많이 다친 여자를 발견해서 치료해준 것 뿐이다'라고 딱 잘라 말해 재차 불쾌감을 드러낸다. 이에 나비에가 지금 어디에 있냐고 질문하자 그녀의 말을 끊는 태도로 굴어 여전히 불쾌감을 드러내고는 '일주일에 두 번 함께 하는 식사 자리이고, 이야기할 이야깃거리는 수도 없이 많은데 꼭 그런 이야기를 해야겠냐'고 재차 말을 끊어서 "이 일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말라"는 무언의 경고를 준다. 나비에는 그런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냐며, 이상한 화제를 꺼낸 게 아니라 황궁의 주인으로서 다친 여자를 데려왔다고 하니 물어보는 것 뿐이고, 처음 있는 일이라고 태연하게 대답한다. 여전히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내며 미심쩍다는 듯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보는거냐고 묻는다. 이에 나비에는 안 궁금한데 묻는 건 아니라고 응수하지만, 오히려 '실수로 내가 친 덫에 걸린 여자라 도리상 데려와서 치료해준 것이고, 아직 부상이 심하지 않아서 잠시 내 방 곁에 두고 하녀를 붙여 보호해주고 있다'고 발뺌한다. 나비에가 이를 수긍하자 나비에의 시녀들을 다시 부르는 일은 없을테니 걱정들 말라고 전하라며 끝까지 말을 끊어버려 대화를 파해버린다. 이후 이야깃거리가 수도없이 많다는 본인 말과는 다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3]

며칠 후 자신이 라스타를 궁에 데려와서 대한 태도에 대해 사람들이 라스타에 대한 자신의 총애가 높다고 수근거리게 된다.

이후 나비에의 언급에 의하면 나비에가 일부로 도망 노예 이야기를 꺼내지 않은 것에, 아무런 일도 없는 것처럼 평소처럼 신년제 이야기나 알현 이야기만 꺼냈다고 한다.

나비에의 시녀 로라가 라스타에게 '더럽다'고 말하는 모습을 목격한다.[4]

로라를 비롯한 시녀들은 자신에게 인사를 하지만 시녀들의 인사를 무시함과 동시에 로라를 쏘아보자마자 나비에에게로 시선을 던진다. 나비에가 자신을 가만히 쳐다보자 라스타에게 시선을 던지지자마자 탄식한다. 이에 놀란 라스타가 울자, 울지 말라고 라스타를 달래주지만, 라스타가 계속 울자 그런 라스타를 재차 달래준다.그러나 라스타는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품 안에서 금사가 수놓인 손수건을 꺼내 라스타에게 건내고, 손수건을 받아든 라스타가 계속 울자 한숨을 쉬고서 라스타의 얼굴을 닦아주며 '넌 정말 손이 많이 간다'고 다정히 대한다.

이 모습을 목격한 나비에는 불편해해 가려고 하지만 멈추라고 말한다. 황당해한 나비에가 미간을 찡그리고 쳐다보자 로라를 가리키며 '저 시녀는 두고 가라'고 명령한다. 나비에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설명을 무시하고서 두고 가라고 일방적으로 명령한다. 자신의 태도에 나비에는 본인의 시녀라며, 무슨 일인지 먼저 말하라고 응수하고, 로라는 기겁해한다. 라스타더러 '더럽다'고 말했다고 로라에게 벌을 주겠다는 자신의 행동에[5] 당연히 매우 기가 막혀한 나비에는 자신을 쳐다보지만, '황후의 시녀이지만 내 국민이기도 하다. 감히 사람을 대함에 있어 말버릇이 고약하다.'라며 트집을 잡는다. 이에 나비에가 잘 꾸짖겠다고 응수하자 '사람에게 더럽다고 말하는 사상이, 꾸짖는다고 고쳐지겠냐'며 재차 트집을 잡고서 로라에게 라스타를 '더럽다'고 말한 죄로 3일 간 감금하고 딱딱한 빵과 물만 주는 벌을 내린다.

당연히 당사자인 로라와 나비에의 시녀들은 매우 경악해하고, 나비에 역시 매우 경악해해 '과한 처사'라고 말리지만, 오히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사람의 휠체어를 밀며 더럽다느니 하는 말을 했는데 이게 과하냐. 하긴 황후는 그 모습을 그냥 보고 있었으니 황후의 입장에서는 과한 처사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라며 여전히 트집을 잡는다. 자신의 태도에 나비에가 '저 여자가 자꾸 제 드레스를 붙잡으려 하기에 시녀들이 막아준 것'이라고 응수하자, 도리어 매서운 표정으로 '사람을 앞에 두고 저 여자라고 칭하냐'며 계속해서 트집을 잡는다. "드레스를 붙잡는 게 어때서 그러냐. 황후의 드레스가 사람의 손보다 더 고귀하냐?"라고 억지를 부리는 건 덤.

이에 나비에도 지지 않고 하인을 시켜 소비에슈의 망토를 잡아당기라고 지시하며 '폐하의 망토를 잡아당기라 해도 망토가 사람의 손보다 고귀하지 않으니 괜찮다'며 응수하지만, '정말 한 마디도 지지 않는다. 그게 이 상황과 같다 생각하냐.'라며 여전히 트집을 잡는다. 나비에가 다르냐고 응수하자 다르다고 딱 잘라 말한다. 나비에가 무엇이냐고 묻지만 '라스타는 하인이 아니니 상황이 같지 않다'고 억지를 부리고서 로라에 대한 벌을 5일로 늘려버린다.[6]

자신의 태도에 라스타는 자신을 '위대한 영웅' 보듯이 바라본다. 반면, 나비에는 황제가 도망 노예의 앞에서 황후의 시녀를 모욕하는 것도 모자라 매우 가혹한 벌을 내려서 대놓고 망신시킨 행동에 매우 기가 막혀한다. 로라는 수치심을 느꼈으나, 나비에와 자신이 척을 질 것을 염려해 벌을 받겠다고 자청하지만, 한 술 더 떠서 아예 나비에에게 축객령을 내린다.

이후 언급된 바에 의하면 사건이 퍼진 후 사람들 사이에서 "황제가 황후의 시녀에게 벌을 내린 건, 대놓고 예비 정부에 대한 총애를 드러낸거다.", "황후와 예비 정부 사이의 첫번째 비공식적 경쟁에서 예비 정부가 1승을 거둔거다."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7]

이후 나비에의 언급에 의하면, 본궁에서 마주칠 때는 서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굴었다고 한다.

며칠 뒤, 나비에는 로라의 벌이 끝나 직접 탑에 올라가 로라를 데리고 오고, 이 사실을 듣고서 비서를 보내 나비에를 불러오라고 명한다.

나비에가 자신을 찾아오자, 말을 하지 않다가 나비에가 먼저 말을 하라고 권하자, 로라에 대해 언급한다. 나비에가 로라가 동대제국의 고위 귀족 탈리탈 후작가의 영애라고 알려주자, 나비에가 직접 로라를 데려간 일을 따진다. 나비에는 로라는 본인의 시녀이고, 그녀는 5일이나 고생했다고 지적하자 굳이 그래야했냐고 불만을 표출한다. 자신의 반응에 나비에는 '폐하께서 벌을 내린 시녀를 챙겨야 하는 이유를 묻는 것이 아니냐'고 응수하고, '참으로 영민하다'고 빈정거리고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걸 안다는 건, 내가 불쾌해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직접 그 시녀를 데려간 것'이라며 트집을 잡는다. 이에 나비에가 불쾌할 수도 있단 생각은 했다고 태연하게 대꾸하자, '그런데도 그녀를 챙기는거냐. 황후가 날 생각한다면 당장 쫒아보냈어야했다. 황후가 내가 벌한 사람을 챙기면 내가 뭐가 되냐.'라며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로라를 해고하라고 요구한다. 이에 나비에가 자신을 위하다 벌을 받은 로라를 쫓아 보내는건 옳지 않다며, 로라가 보인 행동은 충분히 상식선에 있었다고 받아치자 사람을 더럽다고 말하는 게 상식선이냐고 또 트집을 잡는다. 나비에는 곤혹스러울 정도로 옷을 잡은 이를 떨쳐버리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고, 꾸짖으면 될 일이라고 재차 받아친다.

나비에의 반응에 '그래서 끝까지 그 시녀를 데리고 있겠단거냐'고 계속 트집을 잡으며 재차 로라를 해고하라고 요구한다. 이에 나비에가 '내 시녀를 누구로 임명할지는 온전히 내 관할이다'라고 받아치자[8] 이에 "황후와 말싸움을 하자니 피곤하다. 한 번이라도 내 말에 고분고분하게 굴 순 없냐."[9]라며 트집을 잡지만 나비에는 "황후는 황제의 말에 고분고분 따라야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받아친다. 이에 "황후가 이런 식이니 자꾸 (라스타와)비교가 되는 것이 아니냐?"며 나비에를 라스타와 비교한다. 나비에의 앞에서 대놓고 라스타와 비교하는 태도에 충격을 받은 나비에가 쳐다보자, 그제야 아차 싶은 얼굴로 '돌아가서 그 버르장머리 없는 망아지나 챙겨라'라고 말하며 자신에게 축객령을 내린다.

나비에가 돌아간 뒤 시종을 부르지만 시종 대신 라스타가 나타나자 언제부터 시종 일을 하게 된 거냐고 당황해한다. 라스타가 '계속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으려니 부담스럽다'고 말하자, 그래서 시종 일을 하겠단거냐며 헛웃음을 짓는다.[10] 혼자 걸어다니지도 못하면서 시종 일은 무슨이라고 중얼거리면서도 자신에게 있어 여자는 선대 황후인 어머니와 현 황후인 나비에 뿐이였던 탓에 그런 라스타를 특이하게 여긴다.

시종을 불러 간식으로 호박파이와 포도주를 가져오게 해 라스타에게 간식으로 호박파이를 준다. 이에 라스타가 손뼉을 치며 크게 기뻐하자 고작 음식 가지고 그렇게 좋아하냐고 묻지만 라스타는 고작이냐며, 호박파이 한 입조차 평생 먹어보지 못한 사람이 매우 많다고 좋아한다. 라스타의 반응에 '황후는 값비싼 보석을 줘도 반응이 없는데 너는 사소한 것에도 이렇게 기뻐하니 신기하다'며 나비에와 비교한다.[11] 이에 라스타가 '황후께서는 보석을 받아도 안 좋아하시냐'고 묻자 좋아하긴 하지만 고맙기도 하다고 대답하고서 "하지만 황후는 원래 감정 기복이 크지 않아서 무슨 감정이든 작게 표현한다"[12]라는 개소리를 지껄이고, 라스타로부터 "황후 폐하는 곱게 자라 험한 세상을 모르셔서, 어떤 보석을 받아도 당연하게 여기시는거다"라는 말을 듣는다.끼리끼리 논다

뜻밖의 말에 흥미를 가지지만, 라스타는 "황후 폐하께서 잘못됫다는 게 아니다. 그냥 많이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냐. 당장 폐하만 하더라도 커다란 보석을 받아도 무감동하실거다."라고 설명하고, 이에 '내 사냥감은 생각보다 영리하다'고 칭찬한다. 라스타가 '맨날 사냥감이라고 한다'며 투덜대자 '내 덫에 걸렸으니 내 사냥감'이라고 대꾸한다.

잠시 머뭇거리던 라스타는 '날 폐하의 정부로 삼아주실거라 했잖냐'고 묻는다. 수긍하지만 라스타가 나비에는 모르는 것 같다고 칭얼거리자 가볍게 웃으면서 급하지 않으니 천천히 하자며, 아직 다리도 다 낫지 않았다 달랜다. 라스타는 급한 건 아니지만 전에 나에를 만났을 때 난감했다며, 본인을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도 좀 그렇다며, 앞으로 계속 그런 일이 있을 것 같다고 칭얼거린다.

이후 정식으로 라스타를 정부로 들인다.[13]

하지만 신년제를 앞두고 커다란 연회를 연달아 여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기 때문에 라스타의 정부 계약식 연회를 생략하는 것으로 결정해 나비에에게 비서를 보내 시간이 촉박하고 다른 커다란 행사가 잡혀 있으니 무조건 간소하게 치르기를 원하고, 기간을 짧게 두고 손님들을 계속 초대하긴 어려우니 연회는 생략하기로 했다고 전한다.[14]

한편 이 사실을 모른채 찾아온 라스타는 정부 계약식 연회를 얼마나 크게 할지, 친구들을 초대할지를 물어보러 왔다가 사실을 듣고는, 랑트 남작 말로는 큰 연회를 열 거라고 했다고 시무룩해한다. 이에 자신이 말했듯 곧 신년제이고, 급히 할 필요가 없는데 최대한 빨리 계약식을 하고 싶다고 한 건 라스타였다고 지적한다. 어리둥절해한 라스타가 자신을 쳐다보자, 그제야 자신이 라스타의 상식 수준을 너무 높게 생각하고 있었단 걸 알아차리고,[15] 자신의 실수라고 사과하고는, 연회에 참석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 준비해야할 게 많은데다 시간적으로도 부담스러워서 커다란 연회를 여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설명에 라스타는 그제야 정부 계약식을 치르는 날과 비슷한 날짜에 연회가 잡혀있음을 알아채고, 곧 신년제라고 설명해준다.

이후 라스타의 언급에 의하면 라스타의 정부 계약식에 참석했지만 일이 덜 끝났으니 나중에 보자며 입을 맞추고는 가버렸다고 한다.

정부 계약식을 치른 라스타는 계약식에서 받은 대우에 대한불만과 나비에가 선물을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으로 우울해하고, 라스타를 찾아왔다가 이를 알게 된다. '내 사냥감은 오늘처럼 뜻깊은 날에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하지만 라스타는 뜻깊은 날이면 뭐하냐며, 아무에게도 축하받지 못했다고 재차 우울해한다. 라스타의 반응에 의아해하면서도 재상도 축하 인사를 보냈고, 하녀들도 축하 인사를 올리지 않았냐고 지적하지만, 내심 콧대 높은 귀족들의 축하 인사를 바랬던 라스타는 '역시 난 황후 폐하께 미움받은 게 틀림없다'며 불만을 표출한다. 이에 나비에가 라스타를 미워해서 연회도 선물도 준비하지 않은 게 아니라며, 자신이 여건이 안 되니까 연회를 열지 말자고 했다고 해명하지만 라스타는 고개는 끄덕여도 끝까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태도로 군다.

이후 자신의 비서를 시켜 선물을 준비시켜서 나비에의 이름으로 라스타에게 선물을 보낸다.[16]

그로 인해 라스타는 선물에 대한 감사 인사와 정부가 된 걸 기념한다는 명목으로 나비에를 찾아가 어그로[17]를 끌지만 당연히 거부당하고, 그 일을 계기로 라스타에게 예절을 알려줄 시녀[18]가 없음을 랑트 남작에게 보고받는다. 랑트 남작은 이제 라스타도 정부가 되었고, 그녀는 귀족 사회에 무지하니 하녀들 이외에도 시녀들도 필요하다고 간청하지만 다른 비서는 '시녀들은 귀족인데 평민인 라스타를 보필하려고 하겠냐'고 지적한다. 이에 랑트 남작은 자기가 모욕당한 듯 지적을 한 비서에게 평민 출신 정부가 라스타 뿐만인 것은 아니지 않냐고 쏘아보고서 재차 한 명이라도 시녀를 붙여서, 라스타가 자연스럽게 귀족 사회에 대해 알게 해야한다고 간청하고, 마침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지라 랑트 남작에게 그렇지 않아도 고민하고 있었으니 책임지고 라스타에게 도움이 될 시녀를 구하라고 지시한다.

이후 나비에의 시녀들의 언급에 의하면 소비에슈의 비서들이 라스타의 시녀를 구하고 있는데 잘 안 되고 있다고 한다.

생각보다 라스타의 시녀를 구하는 일이 어렵게 되자 나비에를 부른다. 차를 내주자마자 황후만큼은 아니지만 정부에게도 시중을 들어주는 시녀 한 명쯤은 붙여두니, 라스타에게도 시녀를 하나 둘 쯤은 붙여주겠다고 본론을 꺼낸다. 이에 나비에는 들었다며, 그 일로 자신의 비서들이 돌아다닌다고 대꾸한다. 그렇긴 한데 며칠이 지났는데도 이상하게 귀족들이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서 '내 생각엔 궁의 주인인 황후가 나서지 않으니 다들 몸을 사리는 것 같다'고 억지를 부리고는, 막무가내로 나비에가 직접 라스타의 시녀를 구하라고 요구한다.[19]

결국 나비에는 어쩔수 없이 수도 내 귀부인과 영애 모두에게 초대장을 돌려 티파티를 열지만 라스타와 그녀의 하녀는 '황후가 일부러 신년제를 빌미로 라스타의 연회를 생략하더니 이번에는 라스타만 빼고 파티를 열었다'고 오해한다.

그 때문에 라스타의 기분이 상하자 나비에와의 저녁 식사 때 일부러 상을 차리지 않도록 명한 뒤 나비에를 기다린다. 빈 상을 본 나비에가 황당해해 쳐다보자 "황후가 (라스타를 빼고)귀부인들을 불러놓고 '모두' 불러놓고 몇 시간이나 간식을 먹었다 들었다. 배가 부를 것 같으니 오늘은 상을 차리지 말라 했다."라며 나비에가 귀부인들과 티파티를 비꼬고는 자신은 라스타와 함께 먹으면 되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윽고 라스타의 시녀는 알아보고 있냐고 묻고, 나비에가 귀부인과 영애들을 불러 물었지만 시녀 직을 하겠다고 한 이가 없었다고 대답하자, 미간을 찡그리서 그게 다냐며 트집을 잡는다. 이에 나비에가 황당해하자, 못한다고 나서면 이유가 있을게 아니냐고 말한다. 시녀 직은 돈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고, 신년제 준비로도 바빠 굳이 남의 시중을 들고 싶지 않은 듯 하다는 지적에 '황후가 귀족들을 불러 이상한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냐'고 말하며 나비에의 자존심을 구긴다. 뜻밖의 말에 황당해한 나비에가 '난 폐하의 정부에 대해 아는 게 없는데 이상한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고 응수하자, 아는 게 없어도 사람들은 늘 말을 한다고 말한다. 이에 나비에는 "들은 것도 본 것도 없이, 상대를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고 팩폭을 날리고, 이에 흠칫해 나비에를 쳐다본다. 서로 말없이 바라보다가 먼저 물러나 '내게 한 말이라면 황후를 의심한 게 아니다'라고 발뺌하고, 나비에 역시 한 걸음 물러나 '나 역시 폐하를 두고 한 말이 아니다'라며 받아친다. 이에 웃으면서 그저 물어본 것뿐이니 기분 나빠하지 말라고 달래려하지만, 이미 자신에 의해 자존심이 구겨졌다는 것에 황당해한 나비에는 기계적으로 웃고서 그 자리를 떠난다.

나비에가 나간 후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해 자신의 시종들과 비서들을 모두 모아놓고 임시로라도 라스타의 시중을 들 시녀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도 그들에게도 친인척이 있을테니 사정을 설명하고 두 명을 추천해 데려오라고 지시한다. 라스타가 가진 '황제의 정부'의 현실[20]에 자신이 라스타를 평민 출신이라고 한 게 귀족들의 같잖은 자존심을 구긴게 분명하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역대 황제들이 일부로 귀족 출신이 아닌 정부들을 귀족과 가짜 결혼시켜 신분세탁을 시켰다는 걸 상기한다. 이내, 신분세탁을 하기엔 라스타의 출신에 관한 이야기가 너무 많이 퍼져 있다는 걸 상기하고, 어차피 귀족들은 자신이 라스타를 계속 아껴주기만 한다면 한 달만 지나도 다들 라스타 곁에 모여들어 친한 척을 해댈거라고 여긴다. 자발적으로 시녀를 구할 수 없다면 당장은 명령을 내려서 구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이후 나비에의 시녀들이 언급한 바에 의하면 소비에슈의 비서들인 피르누 백작은 딸 헬렌을, 랑트 남작은 먼 친척 뻘 소녀를 라스타의 시녀로 보냈다고 한다.

그 뒤에도 계속 나비에가 소문을 퍼트린 근원이라고 의심하여 얼마 후 신년제를 기념해 열 복지 행사 때문에 퇴근 시간을 넘긴 후까지 일을 하고 있던 나비에를 찾아가 라스타에 관해 물어볼게 있어서 왔다고 말하고는 재무부 장관에게 눈짓을 보내 재무부 장관과 관리들을 내보낸다. 당연히 나비에는 매우 어이없어하지만, 말했다시피 라스타의 일이라고 대꾸라고는 귀족들에게 '라스타는 도망 노예'라는 소문을 퍼트렸냐고 여전히 트집을 잡는다. 이에 나비에는 또 그 이야기냐고 대꾸하며 자신을 쳐다보지만, 라스타의 시녀들이 라스타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으며 시녀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재차 트집을 잡는다. 이에 황당해한 나비에가 '난 폐하의 정부와 엮이고 싶지 않다'고 딱 잘라 말하자 그럼 왜 시녀들이 사사건건 라스타를 나비에와 비교하고 무시하냐며, 가엾은 라스타는 그걸 꾹 눌러 참으며 자신에게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자신이 우연히 현장을 보지 않았으면 그런 일이 벌어지는 줄도 몰랐다고 트집을 잡는다. 이에 나비에가 그건 그 시녀들에게 물어봐야하지 않냐고 지적하자 물어보니 '도망 노예의 시중은 들고 싶지 않다[21]'고 했다며 트집을 잡는다. 결국 이를 견디다 못한 나비에는 너무하다며 울분을 터트리고, 놀라 나비에를 쳐다본다. 나비에는 '시녀들이 내가 시켰다고 말한 것도 아니고 그런 소문이 돌고 있는데, 단지 출처 모를 소문이 돈다는 이유로 나를 탓하는 것이냐'고 따지지만 심지어 내내 생각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소문을 퍼트려서 이득을 볼 사람은 황후인 나비에 외엔 떠오르지 않는다[22]는 매우 터무니없는 트집을 잡는다. 터무니 없는 트집에 황당해한 나비에는 '내가 무슨 이득을 보냐'고 따지지만 아예 "라스타는 황후에게 있어선 연적이나 다름없다"는 매우 터무니 없는 트집을 잡는다. 한 술 떠서 라스타가 도망 노예 출신이라는 이야기는 나비에가 자신에게 했다는 이유를 들어, 당시 나비에는 소문의 출처를 밝히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으나, 사실은 나비에 본인이 낸 소문이니까 출처를 말하지 못한 것이라며 대놓고 나비에가 배후라고 의심하기까지 한다.

당연히 매우 기가 막혀한 나비에는 최대한 태연한 모습을 보이지만, 오히려 나비에가 태연하게 굴려하면 할수록 더욱 미심쩍어하는 태도를 보인다. 결국 한참만에야 나비에는 "폐하는 내 연인이 아닌데, 어떻게 라스타가 내 연적이냐. 폐하에게는 소중한 정부지만 내겐 생판 남이다." "피곤하게 신경 쓰고 싶지 않으니 폐하와 정부의 일에 끌어들이지 말라."라고 팩폭을 날리지만,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가버린다.

다음 날 업무를 끝내고 라스타를 찾아가지만, 라스타는 멋대로 서궁에 들어와 나비에의 물건들을 함부로 사용한 일[23] 때문에 나비에가 라스타에게 그녀가 한 말을 그대로 되돌려준 일로[24] 우울해해 있었다.

라스타에게 왜 우냐며, 그 시녀들이 또 모욕했냐고 물어본다. 라스타는 "폐하께서는 내게 질리면 다른 여자를 또 정부로 데려올거냐"고 울먹인다. 이에 누가 그딴 소리를 한 거냐고 묻지만 라스타는 엉엉 울면서 "황후가요!"라고 외친다. 나비에의 이름이 거론된 것에 그럴리가 없다는 듯 미간을 찡그리고서 나비에가 갑자기 그런 말을 왜 하냐고 묻자마자 나비에와는어디에서 만난거냐고 추궁한다. 라스타는 본인이 황후의 영역인 서궁에 있는 물건들은 당연히 나비에의 물건일 것이 분명한데도 그 곳에 있던 물건들을 허락 없이 마음대로 사용해놓고서, 자신에게는 서궁 정원의 외진 곳에 버려진 의자가 있었고 어차피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 의자에서 놀고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라스타가 "서궁에 가지 말라"는 자신의 조언 겸 충고를 무시하고 서궁에 갔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추궁한다. 라스타는 엉엉 울면서 이번에는 나비에가 없을 때를 골라 갔다며, 게다가 건물 근처도 아니라 외진 정원이였다고 변명한다. 한숨을 내쉬고서 소맷자락으로 눈가를 닦아주면서 안 쓰는 의자에 앉아 있었고 나비에를 피해 갔다는 라스타의 말을 상기시켜주자마자 왜냐고 묻는다. 라스타는 나비에가 어떻게 알았는지 그곳에 갑자기 와서는 무섭게 봤다며, 자신은 나비에가 친해지고 싶다고 말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그랬더니 나비에는 "폐하는 라스타에게 질리면 또 정부를 데려올 것"이라고 모욕했냐고 맞장구쳐준다. 라스타는 '꼭 그렇게 말한 건 아니지만 그런 뉘앙스였다'고 주장하고서 "폐하께서는 나 말고 다른 여자도 사랑하실거냐? 날 두고 바람피우실거냐?"라고 칭얼거린다. 이에 그럴리가 없지 않냐고 달래지만 라스타가 커다란 눈으로 바라보면서 '폐하는 바람피우는 남자가 아니신거냐'고 재차 칭얼거린다. 라스타를 꼭 끌어안고서 거듭 절대 아니라고 말한다. 그제야 라스타가 진정하자 라스타의 등을 토닥이며 미간을 찌푸린다.

밤중 예고도 없이 멋대로 나비에의 방에 쳐들어가자마자 다짜고짜 "사람이 왜 이렇게 변한거냐"며 트집부터 잡는다.

당연히 나비에는 기가 막혀하다 못해 매우 끔찍해했으나, 이내 침착하게 대응하지만, "라스타에게 퍼부은 악담을 다 들었다"며 트집을 잡는다. 이를 황당해한 나비에가 '내가 무슨 악담을 했단거냐'며 따지지만 나비에가 라스타에게 '폐하는 라스타 말고 다른 정부를 들일거라고 말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나비에는 친해지고 싶다길래 다른 정부가 오거든 그 정부와 친해지라고 말했다며 틀린 말을 한 거냐고 대꾸한다. 그러나 계속해서 "악의 없이 한 말인데 꼭 그렇게 비꼬아야했냐"고 트집을 잡는다. 결국 참다못한 나비에는 "내가 변했다고 말했지만, 변한 건 폐하시다."라고 팩폭을 날리지만 도리어 나비에를 질책하듯이 소리친다. 나비에는 "폐하와 라스타의 일에 대해 얽히고 싶지 않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하냐. 계속 그 일에 대해 듣게 하는 것은 폐하시고, 폐하와 라스타 양이 날 찾아오지 않는다면 내가 비꼴 일도 없었을거다."라고 말하며 '가만히 있는 날 먼저 건드린 것은 라스타와 소비에슈이다'라고 지적하지만 도리어 꼭 필요한 일이였으니 어쩔 수 없었지 않냐며, 이번에도 나비에가 먼저 라스타를 건드리지만 않았다면 자신이 찾아올 일도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린다. 결국 매우 화가 나다 못해 분노한 나비에는 "선대 황제 폐하도 선대 황후 폐하에게 소피아 백작부인의 이야기를 수시로 하셨느냐"[25]고 비꼬면서 응수한다. 도리어 "황후가 이렇게 악담을 잘 하는 사람일 줄은 몰랐다"며 막말을 지껄이고서 방 안을 둘러본 후 재차 "방 안에는 화려한 가구가 가득 있고 원한다면 무엇이든 살 수 있으면서 쓰지도 않는 의자 하나 가지고 평생을 불쌍하게 살아온 라스타를 그렇게 구박하냐"는 망언을 지껄인다. 아예 대놓고 "정부이기 전에 황후의 백성인데 가엾게 여기는 것이 그렇게도 마음에 안 드냐?"며 [26] 트집을 잡는 건 덤.

자신의 계속된 억지와 트집, 망언에 참다못한 나비에는 단답을 하지만, 되려 나가버린다.

라스타의 하녀인 키스에의 언급에 의하면 "라스타가 도망 노예 출신이란 헛소문을 꺼내는 사람들은 전부 엄벌을 내릴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고 한다.

그 뒤 돌아가 하인을 시켜 라스타에게 금과 은, 보석으로 장식된 그네 의자를 선물한다. 하인의 언급에 의하면 서궁에 갈 필요도 없이 자신이 선물한 의자에 앉으라고 전했다고.

신년제 당일 라스타를 참석시킨다.[27] 이후 나비에와 같이 입장하기 위해[28] 대연회장 앞에서 나비에를 기다리고, 나비에가 오자 가볍게 미소를 짓고서 에스코트를 해주기 위해 팔을 내민다. 나비에가 자신의 팔을 잡자 대연회장으로 걸어간다. 대연회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자신이 팔을 들어올리자 절을 한다. 라스타는 드레스를 들며 입모양으로 '이거 어려워요'라고 말하거나, 나비에를 보고서 '언니'라고 부르지만, 자신이 흠칫한 것에 놀란 표정을 짓고서 입을 두드려 미안하다는 듯 귀엽게 웃는다. 이런 라스타의 모습을 보고 그녀가 사랑스럽다는 듯이, 하여튼 맹하다며 웃는다.

하지만 황제가 신년제에 정부를 참석시켰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자신과 라스타를 보며 수군거린다. 라스타가 겁을 먹은 걸 보고는 라스타를 챙기기 위해 나비에에게 혼자 내려갈 수 있냐고 묻는다. 사실 입장은 나란히 했으니 의무는 끝났고 혼자 내려가도 되긴 하지만, 함께 계단을 내려가는 게 자연스러운데다, 여기서 뚝 반으로 갈라서 가면 '우리는 억지서 붙어서 왔다'는 걸 보여주는 행동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나비에는 이를 거부한다. 라스타에게 가려고 몸을 틀었던 찰나 나비에의 말에 의외라는 듯이 쳐다본다. 나비에는 함께 내려가야한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하지만[29] 나비에의 말을 변명으로 받아들인다. 안타깝다는 듯이 웃으면서 계단 발치까지만 에스코트하자마자 손을 치우고서 나비에에게 이 정도면 됐냐고 묻고, 나비에가 대답하자마자 의무가 끝났다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쏜살같이 라스타에게 가버린다.[30]

직후 라스타와 첫 춤을 추게 된다. 라스타는 미안하단 표정으로 나비에를 쳐다보고, 자신도 나비에를 쳐다보지만 재상과 대화하다가 라스타와 춤을 춘다.

혼자가 된 나비에는[31] 곧 하인리의 춤 신청을 수락해 첫 춤을 추고 신경쓰인다는 듯이 군다. 이윽고 나비에와 하인리의 춤이 끝나자마자, 춤을 신청한다.

한편 라스타는 하인리에게 춤을 두 번이나 신청했지만 두 번 다 대놓고 거부당하고, 거절당할 줄 몰랐던 듯 민망한 얼굴로 머리카락을 만지다가 고개를 돌리고 나비에와 눈이 마주치자 자신에게로 시선을 돌려 사람들 앞에서 "난 같이 춤을 출 사람이 없다"고 대놓고 큰 소리로 말한다. 라스타에게 한 번만 쉬고 있으라고 달래고는, 한 번 춤을 춘 파트너와는 두 번 연속 춤을 출 수 없다는 규칙을 알려준다. 라스타가 칭얼거리자 당장 라스타에게 달려가고 싶어하지만 음악이 울리면서 가지 못하고 나비에와 춤을 추게 된다.

나비에와 춤을 추던 중 하인리 왕자와 무슨 대화를 나눴었냐고 묻는다. 나비에가 평범한 대화를 나눴다고 대꾸하자 '하인리 왕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이 없냐'고 억지를 부린다. 나비에가 황당해하자 미간을 찡그리고서 소문이 무성한 남자와 '평범하게' 대화를 나눌 일이 뭐가 있냐고 트집을 잡는다. 이에 나비에가 '무척 재미있는 사람이였다'고 대꾸하자 바람둥이로 유명하니 말은 재미있게 할 거고, 사람들은 유머스러운 남자를 좋아한다고 하인리를 깎아내린다. 직후 "라스타를 정부로 두었으니 황후에게 다른 남자를 정부로 두라는 말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하인리 왕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인리 왕자와 어울렸다가는 하인리 왕자가 황후의 정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황후가 하인리의 정부가 되어버릴텐데 동대제국의 황후로서 그런 일은 없어야하지 않겠냐?"라는 트집을 잡는다. 이에 나비에가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인리와는 그렇고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받아치자 "여자라면 다 건드리고 다니는 불한당 같은 작자의 불장난 상대가 되지 말라"고 재차 트집을 잡는다.

그러던 중 갑자기 춤을 멈추더니 함께 춤을 추던 나비에를 버리고 갑자기 눈물을 터뜨린 라스타를 안고 자리를 빠져나가 나비에가 타국의 귀족들도 와 있는 자리에서 웃음거리가 돼버리게 만든다.[32]

며칠 후 외국 귀빈들과 식사를 하던 중 나비에가 웃음을 터트리자 나비에에게로 시선을 준다. 이후 라스타, 하인리를 쳐다보다가 식사를 한다.

그때 라스타가 하인리를 상대로 자기가 편지 상대라고 사기친 것이 들통나게 된다. 하인리와 말다툼을 하다 무례하다고 하인리를 질책한다. 하인리가 뭐가 무례한거냐고 받아치고서 '나와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분이 편지 내용에 대해 이상하게 알고 있기에 이걸 지적한 게 무례인거냐. 라스타가 날 속이건 말건 참아주고 있다가 나중에야 귀띰이라도 해야 무례하지 않다는거냐.'며 따지자 말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이에 하인리는 '말은 폐하의 정부더러 좀 조심하라고 하라'고 대꾸하고는 몹시 불쾌하다며 하녀도, 하녀의 주인인 라스타도 서왕국을 무시한다며, 나를 무시하는거냐 약속을 무시하는거냐고 질책하고는 등받이에 앉은 채 노려보며 '혹시 폐하께서 레이디 라스타에게 날 이용하라고 시키기라도 했냐'고 빈정거린다. 결국 분노를 표출하며 '라스타가 분명 잠시 헷갈렸다 말했고, 편지 내용 따위 헷갈릴 수도 있다'고 질책하지만 하인리는 '하인리도 분명 편지 내용의 반이나 헷갈리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고 받아침과 동시에 라스타의 3인칭화 말투를 따라하고는 '레이디 라스타가 열 개를 들으면 반을 까먹을 정도로 몹시 머리가 나쁘다면 내 실례를 인정하겠다'고 빈정거린다.

이윽고 하인리는 사람들에게 '내가 이상한거냐'고 질문하고는 라스타는 스스로 편지 상대라 칭했고, 라스타처럼 이름난 사람이 거짓말을 하지 않을거라고 여겨 순순히 믿어서 친애하는 친우에 대한 존경을 하루동안 보냈으며 서즈 공주의 말처럼 '인간 슈크림'처럼 얼마나 부드럽게 대했는지 모른다고 말해 사람들을 설득한다. 이에 서즈 공주가 하인리 편을 들자, 하인리는 대화하는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는데 주고받은 편지 내용 중 절반을 몰랐고 그것도 어느 지점부터였으며, 오래 전 한 두 이야기도 아니고 내용의 반을 모르는 게 이상했는데 하필 그 부분이 라스타의 하녀가 모르는 부분과 딱 같은 부분이라고 사람들을 설득한다. 하인리를 노려보다 그만하라고 일갈하지만, 하인리는 '조용하게 해결할 문제였는데 사람들을 주목시킨 건 동대제국의 황제 폐하시다'라고 대꾸한다.[33] 이에 '레이디가 억울하게 곤경에 처하면 보호해야하는 게 기사도 아니냐'고 트집을 잡고서, '시덥지 않은 꼬투리를 잡고 사람 하나를 매도하는 게 서왕국의 기사도라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겠다'고 하인리를 모욕하지만 하인리는 '나 역시, 내 레이디가 억울하게 사칭을 당했으니 보호하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받아치고서 미소를 지은채 나비에에게 시선을 주며 물론 사칭당한 분이니 레이디가 아니라 남자일지도 모르겠다며 능청스럽게 말한다.

그러나 라스타는 마치 연극 속 가련한 주인공처럼 울면서 되려 '너무하시다'고 하인리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하인리는 그런 라스타의 태도에 어이없다는 듯 '하녀와 짜고서 날 속이려한 당신이 내게 너무하다고 하는거냐'고 질책하지만 라스타는 '난 편지 내용에 대해 제대로 말했는데, 자꾸 하인리 전하께서 거짓말이라 우기고 있으시다'며 우기는 것도 모자라 가련한 주인공처럼 울면서 "내가 전하께서 원하는 '신분 높고 교양있는 여자'가 아니니까 일부로 선을 긋는거다. 내게 보내주시던 우정은 다 거짓이였냐."라고 재차 하인리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라스타의 연기에 이를 갈며 하인리를 노려보면서 그런거냐고 질책한다. 이에 하인리는 어이없어해 웃다가 한숨을 쉬고서 고개를 저으며 미치겠다고 중얼거리지만, 라스타는 '폐하의 눈치가 보이니까 날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것'이냐고 여전히 하인리게 책임을 전가한다. 라스타의 뻔뻔하기 짝이 없는 태도에 기가 막혀한 하인리는 "내가 본 모든 사람을 통틀어 가장 뻔뻔한 사람"이라고 팩폭을 날리지만 라스타는 아예 '우리의 우정을 생각해서라도, 내게 상처가 될 말을 하지 말아달라'며 억지까지 부린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나비에는 가만히 있고 싶었지만 오해가 생긴 듯하니 바로잡아야할 것 같다며, 자신은 하인리 왕자의 편지 상대를 알고 있고, 그 상대는 라스타가 아니라고 말해 하인리를 편 들어준다.

나비에가 하인리를 편 들어주자, 나설 필요가 없다고 우기고는 황후가 라스타를 싫어한다고 해서, 괜히 하인리 왕자의 편을 들 필요는 없다"는 트집을 잡으며 나비에를 타박한다. 나비에가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고 대꾸하자마자, 하인리는 소비에슈에게 "폐하의 사실과 진실은 모두 레이디 라스타의 입에서 나오는 말 뿐이라 황후 폐하께서 답답해하시겠다"며 빈정거린다. 결국 열받아 하인리에게 장식용 예검을 빼들어 '내 여자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답이 없다|'결투를 신청한다!!!''']][34][35]

이에 대해 하인리는 "내가 여기서 폐하를 죽일 수 있다면 받아들이겠다"는 막말로 받아치지만, 다행히도 나비에의 중재로 결투는 취소된다.[36] 이후 식사는 어중간하게 끝나게 되고 나비에가 손님들을 배웅하는 것을 라스타가 따라다니며 나비에의 흉내를 낸 탓에 나비에가 라스타와 대화를 하게 되는데[37] 자신과 하인리가 식당에서 나오자마자 라스타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자 라스타를 달래며 나비에에게 라스타가 왜 우느냐고 묻는다. 나비에가 자신이 질문했다며 '난 라스타에게 선물을 보낸 적이 없는데 왜 거짓말을 했냐'고 추궁하자, 이에 표정을 굳히며 '그것을 라스타에게 물었냐'며 트집을 잡는다. 나비에가 '라스타가 말하고 다닌 일이니 당연히 본인에게 물어야 되지 않겠냐'고 따지자, 입술을 꾹 다문채 나비에와 라스타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한숨을 쉬고서 "라스타가 잘못 알고 있으면 좀 그러려니 넘어갈 수 없냐"[38]며 트집을 잡지만, '내 이름이 엉뚱한 데에서 팔리는데,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지적당한다. 그러자 자신이 나비에의 이름을 도용했음을 밝힌다. 이로 인해 나비에는 자신이 나비에의 이름으로 라스타에게 환영 선물을 보냈음을 알게 된다. 라스타에게 '나 때문에 괜한 오해를 받았다'며 미안해하고 라스타는 소비에슈에게 '날 위해 그런 행동을 했다니 감격이다'며 피해자인 나비에의 앞에서 둘만의 핑크빛 분위기를 만든다.

결국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나비에는 '이 일이 폐하의 잘못이였냐'고 따지고, 라스타와 둘만의 핑크빛 분위기를 만들다가 놀라 '이대로 사건이 끝난 줄 알았는데, 네가 말을 이어가는 게 의외다'라는 태도로 군다. 나비에가 '이 일이 폐하의 잘못이라면 폐하께 따져야겠다. 스스로 책임도 인정했잖냐'고 따지며 분노를 표출하고는 "아무리 황제라 한들 다른 사람의 이름을 함부로 사칭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하자, '꼭 그걸 여기서 따져야겠냐'며 또 트집을 잡는다. 이에 나비에가 혐의를 인정했으니 추궁을 해야하지 않냐고 따지자 라스타와 하인리의 눈치를 살피다가 "그래서 뭘 원하는거냐? 나도 라스타처럼 울었으면 좋겠냐?"며 트집을 잡는다. 나비에가 "내 이름을 도용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따지자 매우 건성으로 사과한다. 당연히 어이없어한 나비에는 '라스타가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고 다녔으니, 폐하께서는 그 일에 책임지시고 제대로 정정해주시라'고 재차 따지지만 '진짜 이래야 되겠냐'며 여전히 트집을 잡는다. 이에 나비에가 "폐하의 체면이 구겨지는 것이 걱정이냐? 내 체면은 이미 구겨졌다"라고 다시 따지자 "라스타에게 선물 좀 보냈다고 구겨질 체면이면, 황후의 처음부터 빈약하고 얄팍한 체면이였다"라고 모욕을 가한다. 당연히 매우 어이없어한 나비에가 '그렇다면 그 일을 정정하는 것 역시 빈약하고 얄팍하게 가능할테니, 빨리 처리해달라'고 요구하자 '원래는 황후가 해야 할 일인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이름만 빌려준 것이 그렇게 질색할 일이냐'며 트집을 잡고서 "왜 이렇게 속이 좁지? 전에는 안 그랬잖아?"라고 아예 반말까지 깐다. 결국 빡친 나비에는 "내가 할 말이야. 그리고 반말하지 마. 소비에슈."라고 일갈한다.[39] 그러나 "라스타를 질투하는 것"이라며 대놓고 나비에를 모욕하기까지 한다.이러니 뇌비었슈라고 욕을 먹지

결국 나비에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하인리로부터 "동대제국의 황제 폐하께서는 안목이 없으시다"는 말을 듣게 된다. 하인리가 참견할 일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했으나, 하인리는 본인이 증인인데, 어떻게 참견을 안 하겠냐고 대꾸하고는, 나비에의 옆에 서서 '이 일의 진위는 내가 여기저기 소문을 내겠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함과 동시에 "황후 폐하의 명성이 황제 폐하의 '잘못'으로 깎여나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여 이 일은 소비에슈의 잘못이라고 강조한다.

방으로 돌아와 하인리의 편지 상대를 사칭했다가 들통이 나 창피를 당한 라스타가 우울해하자 머리를 쓸어주며 "하인리 왕자는 원래 바람둥이인데다 잔인하기 짝이 없는 사람으로 유명하니 함부로 믿지 말라.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으니 앞으로 실수하지 않으면 된다."라고 달랜다. 자신의 말에 라스타가 '나만의 실수는 아니다'라고 하자 '하인리 왕자가 작정하고 발뺌을 한 것'이라고 맞장구쳐준다.-끼리끼리 논다.-

기분이 풀린 라스타는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대고서 '그래도 폐하께서 날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자 '나도 네가 기분이 풀려서 다행이다'고 화답하고, 라스타는 내일은 특별 연회이니 얼른 기분을 풀어버리고 사람들과 놀아야한다며, 서즈 공주와 친해지고 싶다고 말한다. 그 말에 표정이 굳어서 라스타는 특별 연회에 참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에 라스타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얼굴로 놀라하자, 안 되는 건 안 되는거라고 판단한다. 라스타가 왜 안 되냐며 울먹이자 특별 연회는 딱 스무 명만 참석 가능하다고 알려준다. 그에 대해 라스타가 '스무 명이나 되는데 그 중 하나로 내가 들어갈 순 없냐'고 주장하자 자신과 나비에가 각각 10명씩 초대할 수 있는데 이미 손님들에게 다 초대장을 보냈다고 알려준다. 그러나 라스타는 "한 명만 더 추가하면 되시고, 그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문제다"라고 주장한다. 융통성을 발휘하는 순간 특별 연회는 특별하지 않게 된다고 단호히 거부한다.

처음으로 자신이 라스타의 요구를 거부한 것에 라스타는 충격받는다. 미안한 마음에 '내가 말했듯 초대받은 사람만 갈 수 있는 자리인데, 넌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달래지만 라스타는 "난 폐하의 여자이니 초대 받지 않아도 당연히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도 초대받는거였냐"고 울먹인다.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면서 그렇게 가고 싶었냐고 묻는다. 라스타가 본인은 사람들에게 이미 특별 연회에 간다고 이야기했다고 털어놓자 자신에게 이야기했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라스타는 '당연한건데 묻는 게 이상하다. 특별 연회의 초대 손님이 모여 식사하는 저녁식사에도 날 데려가주셔서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고 말하자 이에 자신의 실수라고 사과하면서 어깨를 토닥여준다. 하지만 라스타는 자신이 말을 바꾸지 않자 아예 엉엉 울어대면서 끝까지 데려가준단 말을 안 해주신다고 고집을 부린다. 그 모습을 귀엽게 여겨 울지 말라고 달래주지만 라스타는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셨지 않냐. 딱 그 손님 그대로 올 건데 내가 가지 않으면 하인리 왕자가 귀빈들에게 뭐라고 떠들겠냐.하인리 왕자는 소문을 다 퍼트릴거라며 벼르고 갔다."라며 눈물을 흘린다. 라스타의 말도 일리가 있다 생각하면서도 특별 연회에 초대한 사람들은 한해에 가장 중요하리라 여겨지는 사람들이고, 자신이 초대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외국 왕족들이나 실권자인데 정부를 들여보내기 위해 그 귀한 손님을 내쳤다가는 국제문제로 번질지도 모른다며 한숨을 쉬고서 자신이 함께 있을테니 걱정말라며, 하인리 왕자가 이상한 말을 꺼내지 않게 하겠다며 달랜다. 그제서야 라스타는 수긍하지만, 라스타의 얼굴이 어둡자 잠시 생각하다가 나비에에게 한 자리를 비워줄 수 없겠냐고 묻겠다고 한 후, 나비에가 초대한 귀빈들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국내 사람들이 많으니 국제문제로 번질 염려는 없을거라고 달랜다.

다음 날 나비에를 불러 신년제 특별 연회에 참석할 이들 중 한 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냐고 묻는다. 이에 나비에가 혹시 대신관이나 마법 청장이 참석하는 것이냐고 묻자 라스타를 데려가고 싶다며, 나비에가 자신의 말에 자리를 만들려고 한 것을 보면 안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고 본심을 드러낸다. 초대할 사람이 고작 라스타임에 어이없어한 나비에가 단호하게 거부하자[40] 한 자리 정도는 괜찮지 않냐며, 나비에가 초대한 이들 중 양해를 구하면 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라고 억지를 부린다. 이에 나비에는 대신관이나 마법청장이 온다고 해도 갑자기 초대가 취소되는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텐데 그것이 황제의 정부라면 어떻겠냐고 일갈을 날리지만, 어감이 좀 그렇다고 트집을 잡는다. 나비에는 상대가 라스타가 아닌 다른 정부였어도, 본인의 애인이였더라도 대답은 마찬가지라고 팩폭을 날리지만, 이에 대해 정색을 하며 "투아니아 공작부인 같은 경우는 빼도 되지 않겠냐"[41]고 억지를 부리며 투아니아 공작부인 대신 라스타를 참가시키라는 매우 어처구니 없는 요구를 하기까지 한다.[42] 당연히 어이없어한 나비에는 "폐하의 소중한 사람을 위해 내가 소중히 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진 않다"고 거부하지만 "매정하다"며 트집을 잡는다. 나비에는 바로 자신의 속내[43]와 본인도 지키고, 라스타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나비에게 인간미니, 정이니 하는 걸 강요하고 있음을 간파해 "매정한 것은 폐하시다. 라스타는 폐하의 애인인데, 폐하도 못하는 일을 왜 내게 강요하시냐."라고 지적하고는 인사한 후 방에서 나간다.

이후 특별 연회가 열리는 시간이 되어 붉은 장미의 방으로 간다. 라스타에게 단언한 대로 하인리가 라스타에 대해 이상한 말을 하는 걸 막기 위한답시고 대기했으나, 별 탈 없이 지나간다.

한편 대연회장에서는 라스타의 전 주인인 로테슈 자작이 라스타와 마주치고, 로테슈 자작이 라스타가 자신의 영지 내 노예라고 증언하여 라스타가 도망 노예였음이 폭로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를 전하기 위해 기사단장은 자신을 찾아와 잠시 대연회장으로 가보셔야할 것 같다고 권하고, 사람들의 시선이 기사단장에게로 몰린다. 왜 그러냐고 묻지만 기사단장이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자 말하기 어려운 일임을 눈치채 기사단장을 따라간다.

라스타가 로테슈 자작과 마주쳐 도망 노예였다는 것이 들통나 쓰러지자 나비에를 불러낸다. 라스타가 누운 침대 앞에서 앉아있다가 나비에가 오자마자 노려보더니, 근위기사단장이 나가자마자 다짜고짜 '내게 할 말 없냐'며 트집을 잡아댄다. 이에 나비에가 대꾸하자 '사태가 이렇게 됐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며 또 트집을 잡고는 다짜고짜 "라스타가 도망 노예라는 것이 들통난 게 그리도 좋냐?"며 나비에의 탓으로 몰아간다.[44] 이에 나비에가 '내게 화풀이하면 화가 풀리냐'고 대꾸하자 도리어 나비에를 질책한다. 나비에는 '라스타에 대한 일은 들었고, 기분상할 일일 줄은 알지만 내게 화풀이할 일이 아니다'고 지적하지만 '내가 지금 화풀이하려고 부른 것 같냐'며 억지를 부린다. 결국 나비에는 왜 불렀냐고 재차 대꾸한다.

잠든 라스타를 바라보다가 한참 후 "라스타가 도망 노예라는 걸 그렇게 증명하고 싶었냐"며 처음 한 트집을 또 잡는다. 당연히 어이없어한 나비에는 또 그 이야기냐고 대꾸하지만 "황후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 걸 다 가지고 황후의 자리까지 올랐는데[45] 비해 라스타는 기억에도 없는 부모 때문에 노예가 되고,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다가 이제야 나를 만나 처음으로 자신의 것을 가지게 되었다"[46]고 트집을 잡는다. 당연히 어이없어한 나비에는 자신을 말없이 쳐다보지만 "곱게 자란 황후가 라스타를 이해하는 것까진 바라진 않지만, 그래도 일말의 동정심이 있다면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몌 계속해서 트집을 잡는다. 나비에는 재차 어이없어하지만 "황후가 여기저기서 그렇게 발휘하는 동정심을 왜 라스타에게는 발휘하지 않는거냐!"고[47] 함을 치며 씩씩거리고서 의자에 앉는다.

바로 그 때 라스타는 앓는 소리를 내고, 직전까지 나비에를 모욕해놓고서 라스타의 손을 잡아준다. 분노한 나비에는 "라스타는 내 관할이 아니니 챙기지 않았을 뿐이다. 연인인 폐하께서 챙겨라."라고 대꾸하지만 되려 누가 챙기라 했냐. 챙기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 제발 라스타를 좀 내버려두라[48]고 억지를 부린다. 더욱 어이없어한 나비에는 라스타를 건드린 적이 있냐고 따지지만 전 날도 생판 남인 하인리 왕자 앞에서 라스타를 모욕했는데 당연히 라스타를 편 들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모른다면 당연히 라스타의 편을 들어줘야했다[49]는 트집을 잡는다. 나비에는 말했다시피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알고 있고, 그래서 하인리 왕자의 편을 들어줬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라스타가 거짓말이라도 했단 거냐'고 억지를 부린다. 이에 나비에가 "라스타 양의 결백한 성품을 믿는 건 폐하이지 내가 아니다"라고 대꾸하자 라스타와 로테슈 자작의 만남 건을 트집 잡으려 한다. 나비에는 라스타와 한 마디 말도 나눈 적이 없다고 지적하지만 되려 라스타와 말은 나눈 적이 없지만, 뒤에서 로테슈 자작을 불러왔다고 나비에를 모함한다.

당연히 매우 분노한 나비에는 자신을 노려보지만, '라스타가 도망 노예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 로테슈 자작을 불러온 걸 탓하는 것'이라고 재차 나비에를 모함한다. 당연히 나비에는 매우 기가 막혀하지만 "내가 라스타가 도망 노예가 아니라고 하니까 그렇게 라스타가 도망 노예가 맞다는 걸 알리고 싶었냐? 사람들이 라스타를 좋아해주고 사랑해주는 게 그렇게도 아니꼬왔냐?"라고 모욕하는 건 덤. 재차 기가막혀한 나비에는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질책하지만, 한 술 더 떠서 '신년제 손님들을 초대하는 것은 황후의 역할이니 일부러 로테슈 자작을 초대한 것'이라는 억지까지 부린다. 이에 나비에가 신년제 손님들에게 초대장을 보낸 건 라스타가 황궁에 오기 몆 주 전이였다고 지적하자, 아예 '로테슈 자작은 중요한 귀빈도 아니니, 황후가 생각이 있었다면 못 오게 할 수 있지 않았냐?'[50][51]고 매우 어이없는 생트집을 잡기까지 한다.

결국 나비에는 폭발해 "전에도 말했듯이 난 라스타에 대해서 하나하나 챙길만큼 관심이 없고, 폐하도 라스타가 도망 노예가 아니라고 신신당부하지 않았냐. 이런 상황에서 내가 로테슈 자작에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황궁에 오지 말라'[52]고 편지를 보냈어한단거냐"고 대놓고 지적한다. 아예 '배려심이 있다면 그랬어야했다'는 매우 말도 안 되는 생트집까지 잡는다. 당연히 매우 분노한 나비에는 "폐하께서 직접 했으면 되는 일이었고, 라스타를 지극히 아끼시던 폐하께서도 생각못한 일을 로테슈 자작의 노예인지도 몰랐던 내가 그런 것을 챙길 거라고 기대하냐"고 팩폭을 날린다. 그럼에도 "매정하다"고 모욕하며 끝까지 나비에가 로테슈 자작을 불렀다고 의심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한 술 더 떠서 나비에를 "평생을 가엾게 살아온 라스타가 어깨를 펴는 꼴은 보기 싫고 자기 손을 더럽히는 것도 싫어 남의 손을 빌린 무서운 여자"라며 매도하기까지 한다!

그 후 동궁 내 빈방에서 근위기사단장에 의해 끌려온 로테슈 자작을 노려보다 한참 후 '오늘 일에 대해 설명해보라'고 호통쳐 "없던 일로 되돌려라"는 무언의 협박을 준다. 자신의 말을 알아들은 로테슈 자작은 본인은 이전부터 사람들의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해 여러가지 실수를 저지르곤 했고, 머리카락 색과 눈 색만 비슷해도 통 분간이 안 갔다며, 영지에서 도망친 노예가 아름다운 은발과 검은색 눈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만 보고 라스타가 자기 노예라고 착각하고 말았다고 변명하고는, 이 일로 자신의 정부인 라스타에게 큰 피해를 끼쳤다며 노신의 실수라 여기고 부디 용서해달라고 말한다. 이에 만족해해 "그렇게 계속 입을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입막음을 시킨다.

혼자 산책하고 있던 중 산책하던 나비에, 하인리와 마주치게 된다. 하인리를 보자마자 나비에에게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낸다. 나비에도 단답으로 불쾌감을 드러내지만, 하인리가 동대제국에 오래 머무는 것도 못마땅해하며, 하인리에게 언제까지 동대제국에 머물 셈이냐고 따진다. 이에 하인리는 우선 2주~3주 생각하고 있다고 태연하게 대꾸하자,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는 거 아니냐며, 서왕국 왕의 건강이 좋지 않다고 알고 있는데 곁에 가서 자리를 지켜주는 게 좋지 않겠냐고 서왕국으로 돌아가라라고 쓰고 하인리가 나비에에게 찝쩍대는 게 싫으니 얼른 자기 나라로 꺼지라는 뜻이다고 돌려 말하고서 불쾌한 시선으로 하인리를 쳐다본다. 나비에가 먼저 가겠다고 딱 잘라 말하고서, 자리를 피하려고 하자 되려 미간을 찌푸리며 불만을 표출한다. 하인리에게 나비에와 둘이서 할 이야기이니 먼저 가던 길 가는 게 낫겠다며 하먼저 가라고 재촉하지만 하인리가 나비에와 산책 중이였다고 딱 잘라 거부하자, 아예 하인리를 밀어내며 자신은 나비에와 할 이야기가 있다고 차단해버리고서 에스코트하겠다는 듯 나비에에게 팔을 내민다. 자신의 태도에 하인리는 입을 다물고서 '소비에슈를 따라가지 않았으면 한다'는 태도로 굴자, 하인리에게까지 왜 나비에를 그렇게 처량하게 쳐다보는거냐고 트집을 잡는다. 하인리가 나비에가 안내자를 해주고 있는데 소비에슈가 그 안내자인 나비에를 뺏어가려한다고 대꾸하자, '황후는 왕자의 안내자가 아니라 내 아내다'라고 딱 잘라 끊은 후 아예 나비에의 어깨를 감싸 나비에를 데려간다.

하인리가 보이지 않는 구간에 오자마자 '왜 저 바람둥이의 안내자를 해주고 있었냐'며 트집부터 잡는다. 이에 나비에가 일을 마치고 나오던 도중 마주쳤을 뿐이라고 대꾸하자 '앞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시키고, 황궁 안에 사람이 몇 인데 왜 황후가 안내를 해주어야하냐'고 재차 트집을 잡는다. 나비에가 하인리 왕자는 강대국인 서왕국의 왕위계승권자이고, 서왕국은 칭제하진 않았다지만 이미 동대제국과 대등할만큼의 국력과 부를 가지고 있으니, 하인리 왕자와 굳이 사이 나쁜 길을 갈 필요 없다고 팩폭을 날리자 근위기사단장에게 눈짓을 해 물러나란 신호를 보낸다.

근위기사단장이 물러나자마자 기둥에 팔을 댄 채 '라스타와 사이 나쁜 하인리 왕자를 황후가 챙겨주는 게 싫다'는 마냥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내고는 '솔직히 말하면 하인리 왕자를 챙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또 트집부터 잡는다. 이에 나비에가 말없이 미소를 짓자 "얼굴도 반반한데 앞에서는 살랑 꼬리치는 개처럼 구니 귀엽겠지만 추문 외에는 날 게 없는 자다"[53][54]라고 계속 트집을 잡는다. 나비에가 되묻자 "다른 영애나 귀부인이야 바람둥이와 어울린다고 한들 다들 '연애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황후는 동대제국을 대표하는 여성이자 가장 존귀한 여인인데, 황후가 서왕국의 바람둥이에게 휘둘린다면 황실의 체면이 뭐가 되겠냐?"고 억지를 부리며 여전히 바람둥이인 하인리와 어울리지 말라고 요구한다. 자신의 억지에 나비에는 '일반적인 친분을 교류한다고 해서 체면이 상하진 않고, 다른 귀족들에게 보이는 만큼의 우정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서왕국에서는 오히려 기분 나빠할 것'이라고 답하지만 '끝까지 말을 안 듣는다'는 트집을 잡는다. 하인리를 싫어하게 된 계기가 라스타가 하인리의 편지 상대를 사칭한 사건 때문이라고 생각한 나비에는 라스타 때문에 그러는 것이냐고 묻지만, 여기서 라스타의 이름이 왜 나오냐며 되려 짜증을 낸다. 어이없어한 나비에가 쳐다보자 '황후는 정말 라스타를 싫어한다'고 적반하장의 태도로 군다. 나비에가 하인리를 배척하는 게 라스타 때문이니까 그 이름을 말했을 뿐이라고 팩폭을 날리자 '황후가 라스타를 싫어하니 온갖 일에 라스타를 방패막이로 삼는 것 아니냐?'는 망언까지 지껄인다.

결국 지친 나비에는 '계속 말해봐야 반복될테니 그만하자'고 말하며 대화를 끝내버리려한다. 헛기침을 하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로테슈 자작이 나타났을 때 황후의 잘못이 아닌데 화를 내서 미안하다'며 로테슈 자작이 나타났을 때 나비에의 탓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이 말에 나비에는 라스타의 일에 관해서는 따지고 나서 3일 후에 정신차리냐고 어이없어했다.) 나비에 생일이 가까워졌는데 요즘 사이가 소원해졌으니 화해할 겸 둘이서만 별궁으로 놀러가자고 권한다. 그러나 나비에는 대답하지 않은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의아해하지만 나비에는 결국 억지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기대된다고 말해 마지못해 승락하고, 그제서야 웃으면서 나비에에게 팔을 내밀어 산책을 권한다.

나비에가 수락하자 카프멘 대공이 황궁에 아직 머물고 있는 사실을 아냐고 묻고는, 그가 '륍트에서 월대륙과의 국교를 트고 싶다'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카프멘의 제의에 대해 관리들은 이득이 될지 아닐지 여러모로 의견이 분분하고, 륍트가 있는 화대륙은 이국적이고 매력적인 면모가 많지만 월대륙과 기후가 완전히 다르고 서로에게 강한 영향력을 줄 수 없을 정도로 거리가 멀다며 회의적인 의견을 표한다. 이에 나비에가 국가적인 무역을 주도하는 게 오히려 국고를 낭비하는 일이냐고 반문하자 그래서 여러가지로 말이 많다고 수긍하며 나비에의 의견을 묻는다. 나비에는 카프멘이 졸업한 마법 아카데미가 있는 윌월은 동대제국의 영지이며, 국교를 하게 될 때 기후와 풍토가 다르다는 이유로 손해가 난다면 륍트도 비슷한 이유로 손해를 보겠지만 동대제국에서 몇 년을 지낸 카프멘이 직접 국교에 대해 언급한다면 그 점에서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실정을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하며, 동대제국은 상대적으로 먼저 국교를 트기에 유리한 입장이니 이 기회를 놓칠 건 없다는 의견을 표한다.

나비에의 의견에 동의하고서 잠시 생각에 잠겨 걸어가다가 혹시 카프멘과 따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냐고 질문한다. 나비에는 아주 잠시였다고 대답하고, 카프멘이 륍트와의 무역을 나비에와 추진하고 싶다고 요청했음을 알려주면서도, 본인도 이를 궁금해한다. 다음 회의 때는 나비에도 같이 참여하는 걸로 하자고 결정한다. 이후 동궁으로 돌아간다.

륍트와의 국교에 대한 회의 날 자신과 나비에, 재무부 장관, 외무부 장관, 각 부서의 중요 실무자들, 카프멘 대공 등 소수의 참여자가 참석한 가운데 륍트와의 국교 가능성, 국교로 인해 발생할 여러 방면의 이득과 손해, 국교의 실현 가능성을 주제로 회의를 진행하지만 쉽게 결론이 나지 않지만, 이 와중에 본인 혼자만 표정을 구기고 회의 내내 칼같이 구는 바람에 관리들은 자신의 눈치를 보게 된다.

륍트와의 국교를 책임질 책임자로 나비에가 정해지고, 회의가 끝난 후 나비에가 카프멘과 대화하고 돌아오자 여전히 표정을 굳힌채 불만을 표출한다.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온 나비에가 안부를 묻자 '혹시 황후의 취향은 외국인이냐'는 개소리를 지껄인다. 자신의 매우 어이없는 개소리에 황당해한 나비에는 바로 일전 하인리 때처럼 카프멘 대공과 대화한 것 때문이란 걸 알아채 어이없어한다. '황후가 다른 남자에게 관심을 두는 건 막진 않겠지만 웬만하면 상대가 외국인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며 방금 전 나비에가 잠시 카프멘과 대화한 걸로 억지를 부린다. 나비에는 자신이 신경쓸 부분이 아니라고 딱 잘라 거부하지만 '내가 어떻게 신경을 안 쓸 수 있단거고, 그대는 내 부인이다'[55]고 여전히 트집을 잡는다. 결국 나비에는 어이없어해 한숨을 쉬지만, 이를 '한숨을 내쉴 정도로 카프멘 대공이 그렇게 마음에 드는거냐'고 오해해 또 개소리를 지껄인다. 지친 나비에가 이상한 오해 하지 말고 이번 륍트 건으로 잠깐 대화한 것 뿐이라고 해명하자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신경을 좀 써달라'고 질척대기까지 한다.

륍트와의 국교에 대한 사전 준비로 바쁘게 지내던 나비에가 형식적인 황실 예산 보고서를 내밀자 승인을 마치고서 그녀의 생일 일자가 다가왔다는 걸 알려줌과 동시에 별궁에는 언제 갈지를 묻는다. 이에 나비에가 당황하자 '일에 빠지면 아무 생각도 안 한다'며 그런 나비에를 놀리면서도 자기 생일은 기억하라고 말한다. 그제야 나비에는 생일이 가까워졌단 걸 기억하자, 출발 일정을 맞추자고 제안하고는 별궁에 심은 소원 나무를 기억하냐고 물으면서도 그 때 나비에가 소원나무에 빈 소원[56]이 효과가 있었다고 말해 당시를 추억한다.[57]

나비에의 생일 날이 되자 급한 안건이 생긴 탓에 미안해하며 먼저 출발할 것을 권한다. 그렇게 저녁이 되고서야 출발할 준비를 하던 중 라스타가 에르기로부터 받은 블루 보헤안의 문장이 새겨진 펜던트를 자랑하러 왔다가[58] 예복을 차려입은 자신을 보고 감탄하자 미소를 짓는다. 라스타는 자신에게 다가와 예복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여기서 봐도 멋지고 저기서 봐도 멋지다. 폐하가 이렇게 멋지기까지 하면 너무 치사한 거 아니냐."라며 재차 감탄하고, 말은 잘 한다고 칭찬한다. 라스타가 블루 보헤안의 문장이 새겨진 펜던트를 내밀자 바로 알아본다.

도중 라스타는 왜 갑자기 그런 옷을 입었는지 묻고, 일전 별궁에 갈 일이 있다고 말했던 것을 상기시켜준다. 그제야 라스타가 기억하자 라스타의 뺨에 입을 맞춰주고서 마차로 향한다. 배웅하러온 라스타가 수다를 떠드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러던 중 라스타가 나비에에게 주기 위하여 마차 안쪽에 두었던 보물 상자를 발견하자 나비에에게 줄 선물이며, 나비에의 생일로 별궁에 간다는 걸 알려준다. 그제야 라스타는 당황해해 누구가 가냐고 묻지만 자신이나 나비에나 시종, 시녀, 기사들을 데려가며 궁정인은 데려가지 않는다고 알려준다. 놀란 라스타가 자긴 나비에의 생일인지도 몰랐다며 다들 아무 얘기도 해주지 않았다고 시무룩해하자, 나비에는 본인의 생일을 최대한 조용히 치르고 싶어하며, 따로 파티라도 여는 것도 아니라서, 친하게 지낸 사람이나 친척들이 아니면 나비에의 생일을 알기 어렵다고 설명해준다. 이에 라스타가 베르디 자작부인이 얘기해줘도 됐었다며 그녀라면 알았을거라고 불만을 표출하자 나비에의 생일을 늦게 안 게 불만이냐고 묻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족이니 나도 뭘 챙겨드렸으면 좋겠다'는 말에 라스타가 착하다고 여긴다.

그러던 중 마부가 자신과 라스타의 눈치를 보는 걸 보고 나중에 얘기하자며, 너무 늦게 출발하면 마부가 말을 몰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하고는 마차 문을 열고서 마차에 오르려한다. 이에 라스타는 손을 뻗어 자신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나도 데려가주시면 안 되냐'고 조르고. 떨떠름해한다. 라스타는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생일도 축하하지 않으면 황후께서 섭섭해하실 것이다. 나도 가족인데 별궁에 따라가고 싶다."라혀 조르자 나비에가 라스타를 싫어한다는 생각에 섭섭해하지 않을 것 같다고 여기면서도, 그렇다고 본인 앞에서 '널 데려가면 나비에가 안 좋아할 것 같다'고 말하기에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라스타는 자기도 데려가라며, 분위기를 확실하게 띄울 수 있다고 술을 원샷하는 시늉을 보이고, 그렇게까지 띄울 필요 없다고 웃는다. 라스타가 '나도 가족이니, 가족 파티에 가고 싶다'고 계속 조르자 이번 생일은 나비에와 둘이서 지내기로 했다며 거절한다. 이에 라스타는 삐져서 대놓고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팔짱을 끼고서 토라지자, 삐졌냐며 볼을 꼬집고는 그렇게 가고 싶냐고 달랜다. 라스타는 '연인이 다른 여자와 단 둘이서 밤을 새고 온다는데 좋아할 여자는 없다'며[59] 재차 삐진다. 며칠 전에 이야기를 했을 때는 가만히 있었다고 말해주지만 라스타는 자신 혼자 가거나, 아니면 일 때문에 단체로 가는 줄 알았다고 여전히 삐진다.

시계를 본 후 라스타를 달래듯 어깨를 토닥거리며 '나중에 둘이서만 놀러가자'는 약속을 한다. 이에 라스타가 '내 생일이냐'고 묻자 수긍해준다. 라스타는 '난 여럿이서 놀아도 좋지만 폐하랑 둘이서만 노는 것도 좋다'고 애교를 부리고, 이를 들으며 수긍해주다가 마지막 말에 욕심쟁이라며 반응한다. 라스타는 얼른 팔짱을 끼고서 '생일 파티는 사람들을 다 모아서 여럿이 하고, 나중에 따로 나랑 놀아달라'고 재차 애교부리자, 수긍해주고서 재차 입을 맞준 후 마차에 올라탄다.

다음 날 아침 도착해 나비에에게 아 별궁에 와서도 책을 읽냐고 묻는다. 나비에가 자리를 비켜주자 소파에 앉는다. 그에게서 미열이 있는 것을 확인해 열이 있다고 알려주고 의원을 부르던 나비에에게 생일 선물로 은색의 목걸이와 귀걸이를 선물하며 목걸이를 해주겠다고 말한다. 목걸이를 해주다가 나비에의 목과 귀에 키스를 한 뒤 입술에 키스를 하지만 나비에가 입을 열지 않은 채 뒤로 물러서자[60] 머쓱해한다. 어색해 하던 중 나비에에게 '황후는 이따금 배우자가 아닌 동료 같다'고 말한다. '배우자는 인생을 함께 걸어갈 동료'라고 답하는 나비에에게 "배우자와 동료가 같은 거라면 굳이 결혼할 필요가 없지 않냐?"는 억지를 부린 뒤 피곤하다며 밖으로 나가버리지만 전 날부터 열이 있던 탓에 결국 과로로 쓰러진다.

나비에로부터 간호를 받게 되고 나비에가 부른 궁의가 도착하여 그의 상태를 진찰한 후 열이 내려갔다고 진단하는 걸 듣고 있는다. 나비에가 물수건을 다시 이마에 대려던 순간 반응한다. 궁의 말론 과로라고 대답하는 나비에에게 듣고 있었다고 대답하나 나비에가 역시 별궁엔 괜히 왔다고 대답하자 이참에 쉬고 오는 것도 괜찮지 않냐고 말한다. 이에 나비에가 다시 수건을 자신의 이마에 얹어주자 생일을 망쳤다고 사과한다. 매년 돌아오는 날이니 신경쓰지 말라고 대답하는 나비에에게 신경을 안 쓸 수 없지 않냐고 말하지만 나비에는 내년 생일도 있다고 말한다. 이에 '올해 생일은 올해 한 번 뿐'이라고 말한 후 이어 '황후는 이따끔씩'라고 말하던 찰나 나비에는 '동료 같냐'며 자신이 한 말을 그대로 돌려주면서 비꼰다. 비꼬는 것 같다고 말하지만 나비에는 궁의 말론 며칠 더 머물러야한다는데 라스타를 불러오냐고 묻는다. 이번에도 비꼰거냐고 묻지만, 그렇게 들리냐고 묻는 나비에에게 되묻는다. 아니라는 대답을 듣고 라스타를 불러올 필요는 없다고 거부한다. 라스타가 섭섭해할거라는 말에 '라스타가 섭섭해하면 황후에겐 좋은 일이 아니냐'고 묻지만 나비에는 대답대신 완전히 수건을 차게 한 후 목덜미에 얹어준다. 펄쩍 뛰면서 나비에의 손을 잡고 화풀이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대답함에도 대답이 없자 나비에는 정말이라고 대답하며 자신을 노려보는 눈으로 쳐다본다. 이에 나비에에게 알았으니 그만 노려보라고 대답하며 재차 라스타는 부르지 말라고 말한다. 이어 "(라스타는)말하는 게 신기하지만 옆에 두어서 편하진 않다. 머리가 아파서 좀 조용히 쉬고 싶다."라고 대답해 계속 나비에에게 간호를 받는다.

궁으로 돌아와 마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가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반기면서도, 자신과 딱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하는 등 라스타의 환대를 받는다. 궁의의 조언에 따라 야근을 줄이고, 밤에는 라스타에게서 간호를 받는다. 이후 나비에에게 라스타에 관해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하는 걸 줄여간다.

산책을 하던 나비에가 에르기 공작[61]와 마주하여 대화를 하는 모습을 목격하자 "또 외국인이군. 또 외국인이야."라는 트집을 잡는다. 이어서 "한 명은 서왕국, 한 명은 륍트, 한 명은 블루 보헤안. 이쯤되면 황후의 취향은 외국인이 확실해."라는 트집을 잡으며 '황후가 나 이외의 남자를 만나본 적이 없어서 남자 보는 눈이 없다'는 억지를 부린다. 그에 대해 나비에가 '어떤 남자가 좋은 남자냐?'고 묻자 '나'라는 양심없는 대답을 한다. '행동을 좀 조심하면 좋겠다'는 억지를 부리는 건 덤. 이에 나비에는 '나도 아름다운 내국인 청년으로 알아보겠다'고 응수하고, 삐져서 돌아간다.

이후 딴 생각에 빠진 채 라스타에게 안마를 받던 중 자신이 딴 생각에 빠진 걸 알아차린 라스타는 안마를 멈추고서 자신에게 고개를 내밀고 그제야 놀라 고개를 돌린다. 라스타가 자신의 볼에 입을 맞춘 후 '무슨 생각을 하기에 내 말을 하나도 안 들으시냐'고 뾰로통해하자,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라스타가 탁자 옆에 앉아 나랏일 때문에 그러는 말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하자 나랏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직후 라스타에게 에르기 공작과 친하냐고 물어본다. 이에 라스타가 수긍하자 에르기 공작이 나비에와도 친한지 물어본다. '왜 그런 질문을 하시냐?'고 묻는 라스타에게 낮에 보니 두 사람이 다정하게 대화하고 있었다고 알려준다. '황후는 에르기 공작과 친하지 않고, 에르기 공작은 내 친구다'라는 라스타의 말에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넌 순하고 착하다. 내가 나비에를 오해할까봐 두둔해주는거냐.'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라스타는 뻔뻔하게 '티가 났냐?'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웃는다.

그러던 중 라스타의 손에 자신이 선물했던 반지가 없는 것을 보고 요즘 안 끼고 다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라스타가 손을 내리자 라스타의 거친 손을 떠올려 마음 아파해 그 반지에 박혀있던 빨간 보석은 '홍염의 별'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라스타가 당황해하자 부담스러울까봐 말하지 않았지만 착용하고 있으면 조금씩 흉터가 사라지는 마법이 걸려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마음에 안 들더라도 착용하라고 다니라고 말한다.

그 순간 라스타는 앓는 소리를 내며 탁자에 이마를 박고, 어리둥절해해 라스타를 쳐다보지만 라스타는 '가엾은 하녀를 발견해서 그 하녀에게 주었는데 그런 반지인 줄 몰랐다'는 거짓말을 한다. 잠시 놀랐다가 웃음을 터트리지만 라스타가 그런 효능의 반지가 또 없냐고 물어보자 있기는 하다고 대답한다. '내가 그 반지를 또 달라고 그러면 염치없겠냐'는 말에 나중에 비슷한 걸 구한다면 다시 주겠다며, 다른 하나는 나비에에게 있다고 말한다.

라스타를 위해 나비에가 소유한 '사막의 꽃'이라는 반지를 빌려달라'는 억지를 부리지만[62] 자신이 반지를 빌려주고 싶어하는 상대가 라스타라는 사실을 알아 챈 나비에는 빌려줄 순 있지만 조건을 대며 '폐하께서 가지고 있는 마법 물품을 담보로 빌려달라'고 일갈하고누 전 날 자신이 나비에에게 했던 억지에 대한 말을 그대로 돌려주며 '내국인 청년에게 빌려주겠다'고 응수한다. 이에 기분이 상해 빌려주기 싫으면 핑계 대지 말라며 없던 일로 하자며 말을 끊어버린다.[63]

이후 피르누 백작이 '홍염의 별'을 찾아오자, 반지를 들고서 신기한 듯이 쳐다본다. 마침 나비에가 후원하던 고아원에서 최초로 에벨리라는 원생이 마법 아카데미에 입학했다는 경사가 들어와 에벨리에 대한 장학금을 전달할 사람으로 결정된 나비에가 마법 아카데미에 가기 위한 일정을 점검하기 위해 자신과 상의하려 집무실에 왔다가 이를 보게 되고 잃어버렸다고 했지 않냐고 묻는다. 자신 역시 신기해하면서도 찾았다고 해야하기엔 모르겠다며 라스타에게 주었으나, 라스타는 가엾은 하녀에게 주었다고 했다고 설명하면서도 효능을 몰랐는지, 효능을 알려주자 아쉬워하는 눈치였다고 중얼거리다가 흐뭇한 표정으로 피르누 백작에게 비슷한 효능을 가진 반지를 찾으라고 명한 건 기억나냐고 묻는다. 나비에가 기억난다고 대답하자 피르누 백작 역시 반지를 찾아보다가 어젯 밤 경매장에서 홍염의 반지를 사서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참으로 신기하지 않냐고 묻는다. 이에 나비에는 덤덤하게 대답하면서도 집안 환경이 어렵다면 보석 반지보다도 현금이 필요한 것 같으니 판 모양이라고 말하고,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특히 마법이 걸린 보석 반지는 무척 귀하고 정보가 없는데 평범한 사람이 온전히 제 값을 받고 팔았을까 싶어서 피르누 백작에게 반지를 판 여자에게 얼마를 받아갔는지 알아오라 했다고 설명하면서도 '라스타가 모처럼 베푼 선의인데, 제대로 챙겨주고 싶다'고 말한다.

이후 서류를 처리하다가 피르누 백작이 찾아오자 하녀가 얼마를 받고 팔았는지에 대해 지시한 걸 묻는다. 피르누 백작이 제대로 값을 받았다고 대답하면서도 이상한 점이 있다고 말하자 되묻는데 상인의 말론 반지를 판 사람이 하녀가 아니라 로테슈 자작이였다는 보고를 듣는다.

그대로 라스타를 찾아간다. 자신을 반기는 라스타를 안아주지만, 이내 라스타를 밀어내곤 '홍염의 반지'에 대해 넌지시 떠보고는 하녀에게 주었다고 말하지 않았냐고 묻는다. 보석 반지를 나누어준게 하녀 뿐만이 아니었으며, 하녀와 로테슈 자작에게 주었다는 말에 미간을 찡그린다. 그런 자신을 보던 라스타가 한숨을 쉬며 '내 눈엔 다 비슷비슷해보였고, 사실 반지를 준게 하녀인지 로테슈 자작인지 모른다'고 말하자 왜 하녀에게 준 거라 말했냐고 묻는다. 이에 라스타가 '로테슈 자작이라고 하면 페하가 언짢아하실까봐 그랬다'고 둘러대자 언짢다고 대답한다. 그런 자신을 끌어안으며 라스타가 '날 위해서 거짓말을 해준게 고마워서 보답하고 싶었다'고 대답하자, 라스타를 위해서 거짓말한 게 아니라 자기가 입을 놀린 걸 책임질 필요 없다며, 그러니 고마워할 필요 없다고 대답한다. 그러면서도 이를 미심쩍어해 '혹시 로테슈 자작에게 협박을 당해서 준 게 아니냐'고 묻는다. 이에 라스타가 노예 신분인건 이미 로테슈 자작이 터트려버렸는데 더 협박당할 일이 뭐가 있겠냐며 부정하자 그렇게 말한다면 믿어주겠다고 말하면서도, 혹시 로테슈 자작이 협박을 하고 있는거라면 절대로 물질적인 걸 주지 말고 자신에게 알리라고 당부한다. 이에 라스타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거라고 말하자 이건 명령이라며, 당분간은 자신이 확인하는 게 낫겠다고 말한다. 그 말에 라스타가 놀라하자 이후에 품위 유지비가 들어오면 재무관리는 랑트 남작에게 맡기도록 하겠다며 혼자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로테슈 자작이 떨어질때까진 관리를 받도록 하라고 말한다.

대중 무도회에 예복을 입고 참석한다. 이때 나비에의 드레스를 따라입고 가면까지 똑같이 착용한 라스타가 나비에가 늦게 왔다는 이유로 "황후가 나를 따라했다"고 우기며 무례하게 나비에를 모욕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게다가 평민들 사이에서 둘 중 누가 드레스를 따라입었는지에 대해 온갖 말이 나오고 급기야 대놓고 둘을 비교하기까지 한다.[64] 게다가 릴테앙 대공이 "사실 라스타가 '먼저' 입고 온 후 황후 폐하께서 나타나신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놓고 라스타의 주장에 맞장구치고, 릴테앙 대공의 발언으로 인해 평민들의 여론이 라스타의 쪽으로 기울게 된다. 이로 인해 라스타를 따라온 사람들 사이에서 나비에에 대한 비난이 나오는 상황이 되던 찰나 "황후에게 붉은 드레스를 입고 와달라고 한 건 나"라고 말하며 나비에를 편 들고서 '상상 이상으로 아름답고, 부탁을 들어줘서 고맙다'고 나비에를 칭찬하며 뺨에 입을 맞춘다. 자신의 태도에 황당해하던 나비에는 웃으면서 '무슨 색이든 말만 하라'며 말을 맞춰준다. 이에 직전까지 앞장서서 라스타를 편 들고 나비에를 비난하던 릴테앙 대공이 잽싸게 아부하면서 소란이 잠잠해진다.

소란이 잠잠해진 후 사람들과 라스타를 지켜보던 나비에에게 다가와 누가 따라 입은거냐고 묻는다. 누가 따라 입었다고 생각하냐고 반문하는 나비에에게 누가 따라 입었는지는 상관없다고 속삭인다. 그런데도 자신을 편 들었냐고 반문하는 나비에에게 싫냐고 묻는다. 안 싫지만 나중에 라스타가 섭섭해할거라는 나비에의 대답에 그렇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 않냐고 대답한다. 나비에가 반문하자 "황후는 동대제국의 얼굴이고, 황후의 체면이 황실의 체면인데, 누구의 위신을 들어주어야 할지는 답이 뻔하다"고 대답한다.[65]

이후 자신의 태도에 어두운 표정을 짓던 라스타는 무대로 가 춤을 추며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는다. 그런 라스타를 흐뭇하게 바라보지만 나비에에게서 함께 가서 추을 추라는 말을 듣는다. 어이없단 표정으로 반문하지만 가고 싶어하는 눈치였다는 말에 묘한 눈길로 바라보다 혹시 질투하냐고 묻는다. 이에 나비에가 황당해하자, 아니면 왜 빈정거리냐며 반말하지만 나비에는 '누가 빈정거렸단 거냐'고 응수한다. 이에 나비에에게 '화나면 반말하는 버릇은 언제 고칠거냐'고 빈정거리지만 나비에는 '너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응수한다. 이에 혹시 어머니가 나비에를 데리고 다니실 적에 말싸움을 가르쳐 주셨냐며, 왜 항상 한 마디도 안 지냐고 힐난한다. 궁금하냐고 묻는 나비에에게 솔직히 좀 궁금하다고 대꾸한다. '30분만 황관을 내려놓고 무법지대에서 격의 없는 소통을 해 보면 알려주겠다'고 응수하는 나비에에게 '내가 황태자이고 네가 황태자비일 때, 이런 제안을 했고 이후에 어떻게 했는지 기억나냐'고 대꾸한다. 이 말에 나비에가 놀라하자 또 넘어가진 않는다며 속이 보이니 싫다고 빈정거린다.

헛소리에 지친 나비에가 손을 내젓곤 하인에게 케이크를 가져오게 해 케이크를 먹으려하자, 하인을 불러 와인을 가져오게 한다. 같이 마시자고 제안하지만 케이크나 먹겠다며 거절당한다. 살찔거라며 빈정거리지만 나비에는 '국민들 앞에서 취해서 헤롱거리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며 응수한다. 취할 때까지 마시지 않는다며 이 시간에 먹으면 무조건 살찔거라고 재차 빈정거려보지만 나비에가 '난 체중이 조금 늘더라도 수선사가 대기 중이다'라고 재차 응수하자 코웃음을 치며 와인을 마신다. 이내 권태롭단 표정으로 무도회장을 둘러보다가 라스타를 보고 웃음을 짓는다. 도중 화려한 금색의 가면을 착용하고 나비에에게 다가온 하인리가 함께 있어도 되냐며, 춤을 잘 못 춘다고 말하자 '잘만 날아다녔다'며 면박을 준다.

2.2. 라스타의 임신 및 나비에와의 이혼 계획 실행(37 ~ 83화)

투아니아 공작부인이 온갖 루머에 휩싸이고 결국은 남편 투아니아 공작에게 이혼당하게 되자, 그녀를 사모하던 랑드레 자작이 이를 조사하다가 배후가 라스타임을 알게 되어[66] 라스타에게 가 이를 추궁하지만 라스타가 태연하게 모르는 척 하자 분노해 라스타를 찌른다. 궁의가 라스타의 상태를 확인하는 사이 라스타를 구해준 에르기에게 감사를 표하지만 궁의가 뜸을 들이자 재촉하나 라스타가 임신했음을 알게 되고 미묘한 반응을 보인다.

사건을 듣고 본궁에 갈 채비를 하러가던 나비에를 찾아와 라스타가 임신했음을 전한다. 덤덤하게 축하한단 말은 못하겠다고 대꾸하는 나비에에게 황족으로 인정받을 순 없지만 자신의 첫 아기라고 대답한다. 직후 나비에에게 라스타가 임신했으니 라스타의 품위유지비를 황제의 아기를 낳은 정부들에게 주어지는 만큼의 액수로 늘리라고 요구한다. 이를 수긍하면서도 라스타의 상태에 대해 묻는 나비에에게 아직 깨어나지 않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답한 뒤 여러 정보를 알려주지만 나비에가 대답을 하지 않은채 묵묵히 듣고만 있자 방에서 나가버린다.

랑드레 자작의 사건을 황족의 아기를 시해하려한 사건으로 규정해 '황족 시해죄'[67]를 적용한다. 랑드레 자작을 친국하지만 랑드레 자작이 라스타가 로테슈 자작에게 사람들을 매수해 투아니아 공작부인을 음해하게 한 사실을 털어놓음에도 이를 무시한채 사형 선고를 내림과 동시에 재판을 무시하고 처형하려한다.

그러나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구조요청을 받은 나비에가 랑드레 자작을 찾아가 그에게서 라스타가 로테슈 자작에게 사람을 매수해 전 투아니아 후작 마리안 경이 자살한 장소인 신전 근처의 마을에서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소문을 조작해서 퍼트려 그녀를 음해하게 한 사실과 이에 대한 사실이 적혀 있는 보고서를 알게 되어 랑드레 자작의 형량을 추방형으로 낮추기 위해 자신의 집무실에 찾아온다.

나비에에게 무슨 일로 왓냐고 묻지만 나비에가 랑드레 자작의 처분을 추방형으로 바꾸라고 요구하자 그 일은 나비에가 간섭할 일이 아니니, 그 이야기를 하러 온거면 나가라며, 자신도 여러모로 심란하지만 라스타는 자신의 아기를 임신했고, 랑드레 자작은 의도한 게 아니지만 자신의 아기를 죽일 뻔 했다고 대꾸하며 랑드레 자작을 사형시킬 것이고, 나비에는 이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다. 랑드레 자작이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는 중요하지 않냐고 묻는 나비에에게 그렇다고 단언하며 자신에게 중요한 건 아기가 죽을 뻔 한 일이지, 랑드레 자작이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가 아니라며, 그 일에 관해 싸우러 온 거라면 돌아가라'고 엄포를 놓는다.

나비에는 그렇다면 랑드레 자작이 조사한 건 별개로 처리해야겠다고 응수하고 집무실에서 나가려하고, 놀라서 되묻는다. 라스타가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음해 사건의 진범임을 알려주며 라스타가 벌인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음해 사건은 랑드레 자작의 사건과는 별개로 처리하겠다고 재차 응수하는 나비에에게 '지금 그 말은, 랑드레 자작을 추방형으로 바꾸지 않으면, 라스타에 대한 소문을 안 좋게 퍼트리겠다는 말이냐'고 억지를 부린다. 소문을 퍼트리는 것이 아니라 보고서를 공식화하는 것 뿐이라고 대꾸하며 랑드레 자작의 보고서를 언급하는 나비에에게 내가 거기에 넘어갈 것 같냐'고 재차 억지를 부린다. 이에 나비에가 넘어오든 아니든 상관없으니 랑드레 자작을 법대로 처리하라며, 본인도 라스타를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일갈하자 되묻는다. 나비에는 라스타가 고의로 가짜 정보를 조작해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명예를 실추시켰고, 투아니아 공작과의 이혼을 조장했으며, 사교계의 평판을 떨어트린데다 이를 사람들을 매수했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했기 때문에 라스타에게 법적인 처벌을 하겠다고 선언한다.[68] 나비에의 선언에도 도리어 어이없단 표정으로 '아무리 라스타가 싫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살인을 저지르려던 자를 두둔하냐'는 억지를 부린다. 이에 나비에가 '폐하께서 거짓 정보로 한 사람을 망치려한 사람을 두둔한 것과 같다'고 응수하지만 두 사건이 같냐며, 라스타가 한 일은 사교계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이라고 재차 억지를 부리지만 나비에는 "이 일이 터져도, 모두가 사교계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고 이해할 것"이라고 응수한다.

결국 나비에의 반 협박에 가까운 협상에 못 이겨 랑드레 자작의 형량을 추방형으로 낮추게 되지만 조건으로 보고서를 달라고 요구한다. 나비에가 먼저 추방형부터 내리라며 보고서는 랑드레 자작이 간 다음에 주겠다고 응수하자 어이없어하며 "라스타에게 동정심도 없냐?"고 억지를 부리지만 나비에가 그래서 랑드레 자작을 구하려 하는 것이라고 대꾸하는 동시에 "나도 하나만 물어봐도 되냐? 라스타 양에게 가진 마음이 동정심밖에 없으시냐? 항상 내게 라스타가 가엾지 않냐고 묻지 않으셨냐?"라고 응수하자 대답을 하지 못한다. 랑드레 자작의 처분을 추방형으로 바꾸겠다고 지시한 후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이제 됐냐'고 말하는 듯이 나비에를 쳐다본다.

랑드레 자작의 목숨을 구한 걸 확인한 나비에가 집무실에서 나가고 난 후 보고서를 받는다. 보고서를 보면서 시름에 잠기지만 곁에 있던 카를 후작이 라스타에게 내릴 처벌에 대해 묻자 임신한 사람을 벌할 수는 없다고 대답하고 다시 시름에 잠긴다. 카를 후작에게서 의외이긴 하지만 신분이 낮은 정부에겐 사교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정도의 방어 능력은 있어야한다는 말을 듣는다.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티파티 당시 투아니아 공작부인과 충돌한 사건 때문에 일으킨 일이 아니냐고 묻는 카를 후작에게 되묻는다. 카를 후작이 이 일이 염려되는 거라면 앞으론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라스타를 따끔히 혼내보겠다고 대답하자 '집안일'이라고 일축한다. 직후 카를 후작에게 보고서를 내밀지만 보고서를 건내받은 카를 후작이 '보고서를 파기할 것이냐?'고 묻는 것에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해 보고서를 파기하지 않고 보관한다.

깨어난 라스타에게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두 손으로 배를 감싸며 임신 사실에 떨떠름해하는 라스타에게 첫 임신이라 무섭겠지만 고맙다고 말해주면서 끌어안아주곤 토닥여준다. 속으로 자신의 소원은 아버지였고 단순히 황위를 이을 후계자가 필요한 걸 떠나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게 자신이 바래온 이상적인 소원이였는데, 그 꿈을 황후인 나비에가 아닌 맞이한지 몇 달밖에 안 된 정부인 라스타가 이루어준 것이라는 것에 기뻐하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은 황후인 나비에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지만 첫 아이가 정부 소생의 서자[69]인 것에 정부의 소생은 후계자가 될 순 없지만 부모 자식 간의 사이가 그렇게 쉽게 끊어질 수도 없거니와 영리한 서자들은 여러 다툼의 씨앗이 되기에 자신의 대에서 절대로 그런 일이 없게 하고 싶었으나 첫 아기가 정부 소생의 서자라는 사실에 불안해한다. 기쁨을 표하며 이 안에 우리의 아기가 들어있다고 중얼거리는 라스타를 보고서 임신한 사람에게 내색을 할 수 없다 여겨 웃는 낯을 띠고 라스타의 배에 손을 올려 그리 신기하냐고 묻는다. 자신의 대답에 라스타가 아무 느낌도 없는데 너무 신기하다고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궁의가 라스타에게 혹시 월경 주기가 불규칙하냐고 묻고 그 말에 라스타가 얼굴이 벌개져서 그래서 임신은 생각도 못 했다고 대답하고 궁의가 몸에 좋은 음식과 약을 처방해줄테니 당분간은 처방받은 약을 먹으라고 말해주고서 나가는 걸 본다.

궁의가 나가자마자 라스타에게 먹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 등 무엇이든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하라고 속삭여준다. 놀라서 다냐고 묻는 라스타에게 산모가 행복해야 태어날 아기도 행복하다고 대답한다. 자신의 말에 라스타가 울음을 터트리지자 놀라 라스타를 살펴보다 어디 아픈 거 아니냐며, 궁의를 부르겠다고 말하지만 라스타에게서 '너무 들어보고 싶은 말이였다'는 대답을 듣는다. 펑펑 울다가 곧 자신에게 안긴 라스타에게서 "폐하는 라스타의 구원자이세요.", "폐하는 라스타가 얼마나 폐하를 사랑하는지 모를거예요."라는 대답을 듣는다. 이후 라스타에게 임신을 기념해 안락의자를 선물한다.

카프멘이 나비에와 함께 있다는 걸 알고 나비에를 찾아갔다가 카프멘이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리고 있는 카프멘을 보고서 인상을 찡그린다.

카프멘이 계속 등을 돌리고 있는 것에 불쾌해해 그에게 다가오지만 카프멘이 여전히 등을 돌린채 인사하자 더욱 불쾌해해 카프멘에게 어딜 보고 인사하는거냐며, 자신은 여기 있다고 대답하지만 카프멘이 사정이 있다고 대답하면서도 필사적으로 자신을 쳐다보지 않으려하는 카프멘을 보고 참다못해 카프멘에게 여기 보라고 말한다. 이를 보고 있던 나비에가 무슨 일로 왔냐고 묻자 나비에의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나비에가 들고 있는 파일을 가리키며 그걸 전해주려 온 거냐고 묻자 나비에가 카프멘을 감싸기 위해 나선 것임을 바로 눈치채고 헛웃음을 지으면서 뭘 하고 있었길래 하나는 얼굴을 안 보이고, 하나는 그걸 또 감춰주고 있냐는 억지를 부린다. 나비에와 카프멘을 쳐다보며 뒤틀린 미소를 지으며 "혹시 입이라도 맞추고 있었냐?", "저 자의 입술이 부풀려 있기라도 하냐?"라고 재차 억지를 부리곤 바로 카프멘의 어깨를 잡고 강제로 시선을 돌려서 보게 한다.

그 순간 카프멘이 신음을 내면서, 손을 거두고 카프멘을 쳐다본다. 카프멘이 얼굴이 벌개진채 눈이 글썽글썽한채 자신을 쳐다보는 것에 기겁해해 뒤로 물러나 나비에에게 카프멘이 왜 저러냐고 묻는다. 카프멘이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가 입가에 미소를 띈채 "이렇게 보니 좋다. 항상 그렇지만 오늘도 아름다우시다."라고 말하자, 카프멘의 태도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무슨 장난질인지 모르겠지만 적당히 하라며 카프멘에게 들고 있던 서류를 건내주고 나가버린다.

알현이 끝난 후 나비에가 옥좌에서 일어나자마자 '그 자의 장난질은 끝났냐'고 묻는다. 황당해해 다시 옥좌에 앉은 나비에에게 차가운 눈으로 '뒤늦게 생각해보니 내가 깜빡 속아넘어간 것 같다'고 말한다. 황당해해 되묻는 나비에에게 '카프멘 대공의 얼굴이 새빨간 거 황후를 보고 그런 거 아니냐'고 묻지만 '내 눈엔 폐하를 보고 그런거 같은데 아니냐?'는 응수를 듣한다. 놀라하는 자신을 보고서 알현실에서 나가는 나비에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나비에와 하인리의 산책, 카프멘과 하인리가 나비에 사이에 두고 벌이던 신경전을 지켜보고 있다가 서늘한 표정으로 나비에와 카프멘에게 다가온다. 얼음장 같은 표정으로 둘을 보다가 시종과 기사들을 물리고서 나비에를 빤히 쳐다보며 '어느 쪽이냐'고 생트집을 잡는다. 황당해해 무슨 말이냐고 쏘아붙이는 나비에에게 "카프멘 대공과 하인리 왕자, 어느 쪽이냐?"고 재차 생트집을 잡는다.나비에는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받아치자 카프멘을 쳐다보곤 "황후를 두고 외국인 둘이서 아주 가관이다"라고 여전히 트집을 잡는다. 오기는 지금 왔지만 하인리와 있을 때부터 지켜본 것임을 눈치챈 나비에가 오해라고 딱 잘라서 대답하지만 이를 못 믿겠다는 듯 이런 시기에 행동을 좀 조심해주면 안 되냐고 트집을 잡는다. 되묻는 나비에에게 '황가의 첫 아기가 이제 막 임신된 상황에 황후가 외국인과 추문을 뿌려서야 되겠냐'고 재차 트집을 잡는다. 황당해한 나비에가 안 될 이유가 뭐냐고 응수하자 도리어 그걸 모르겠냐는 표정으로 나비에를 쳐다보며 미간을 찡그리고서 되묻는다. 이를 불쾌해한 나비에가 '황제의 첫 아기를 위해 내가 행동을 조심하란거냐?'고 응수하자 "라스타의 아이는 황가의 첫 아기이다. 황실의 아이라는 건, 황후인 나비에의 아이라는 뜻도 된다"[70]라는 매우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린다. 더욱 황당해한 나비에가 "백 명을 낳든 천 명을 낳든, 정부가 낳은 아기는 내 아기가 아니다"라고 일갈하자 도리어 소리치며 나비에를 질책한다. 어차피 라스타가 낳은 아기는 황자도 황녀도 될 수 없단 걸 잘 알지 않냐고 응수하는 나비에에게 황자도 황녀도 아니니 황가의 아기가 아니냐고 질책하지만 나비에가 "그게 법이고, 폐하의 마음이 어떠하든 100년, 아니 50년만 지나도 사람들은 그 아기의 존재조차 모르게 될 것"이라고 응수하자 어이없다는듯 헛웃음을 짓고서 "황후는 정말 이기적이다. 아무리 라스타가 싫어도 그렇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죄없는 아기를 벌써부터 경계하는 거냐?"라는 망언을 지껄이며, "궁금하군. 황후가 날 남편이라고 여긴다면."라는 헛소리까지 추가로 지껄인다.

그러나 이를 듣고 있던 카프멘 대공이 분노해 주먹을 날리면서 얼굴을 맞게 된다. 잠시 휘청거리다가 반동을 이용해 카프멘을 주먹으로 내리친다. 카프멘도 손으로 주먹을 막았으나 미간을 찡그린다. 이를 본 나비에가 누가 이기던지간에 이 일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것임을[71] 눈치채고 경악해해 자신과 카프멘의 사이에 끼어들어 말리자 물러난다.

서로를 노려보던 그 순간 자신이 물렸던 시종들과 기사들이 달려와 일부는 자신에게 다가갔고 일부는 카프멘을 거칠게 둘러싸고서 카프멘에게 검을 겨눈다. 검이 겨눠졌음에도 카프멘이 태연하게 자신을 노려보고 이를 본 나비에는 기사들을 향해 검을 내려놓으라고 명령한다. 기사들이 검을 내려놓지 않자 재차 내려놓으라고 명령한다. 그럼에도 기사들이 검을 내려놓지 않고서 자신의 눈치를 살피자 기사들에게 검을 내려놓으라고 명령한다.

그제서야 기사들이 검을 내려놓지만 검을 검집에 넣지 않고서 카프멘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카프멘이 그런 기사들을 보고선 무뚝뚝한 태도로 여유롭게 손바닥을 펼쳐보이며 '내 전공은 마법이라 이 거리에서도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한다. 카프멘의 위협에 놀란 기사들이 더욱 격차를 좁히지만 카프멘이 기사들의 발밑에 전기를 흘려보내고 놀란 기사들이 검을 세우지만 카프멘은 그런 기사들을 바라보면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하며 마법을 쓰려한다.

이 모습을 보고 혀를 차다가 기사들에게 재차 검을 내려놓으라고 명령하며 손을 젓는다. 그제서야 기사들이 검을 아래로 내려놓자 겁을 먹지도 않은 듯, 오히려 날카로운 시선으로 카프멘을 쳐다보고서 비웃는 투로 '이렇게 나오는걸 보니, 최소한 대공은 황후에게 마음이 있나보다'고 말한다. 카프멘이 '사람의 마음이 있는 것'아나고 받아치자 이를 어이없어하지만 카프멘이 "불륜 상대와 가진 아기를 자기 반려자에게 곱게 보아달라는 게 사람의 상식이냐"고 지적하자 험악한 표정으로 라스타는 공식적인 정부라는걸 모르냐고 받아치지만, 카프멘이 라스타를 공식적인 정부로 승인해준 건 나비에가 아니라고 재차 받아치자 그를 비웃듯 "륍트의 황제는 정략결혼이라하더라도 한 여자만을 지고지순하게 사랑하나? 그런거라면 문화 차이라 생각하고 내가 이해하겠다."라고 조롱한다.

자신이 륍트의 하렘 제도[72]를 언급하면서 조롱한 것임을 눈치챈 카프멘이 자신의 조롱에 미간을 찌푸린채 대답하지 못하자, 그런 카프멘을 바라보며 마치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네?'라고 조롱하는 표정으로 뒤틀린 미소를 짓는다. 카프멘에게 어떤 감정에서 이런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감정에 휘둘려 사고를 치고 다니는 사람인 듯 하니 영 신뢰가 가진 않는다며 체면이 있을테니 감옥에 가두진 않겠다고 지적함과 동시에 륍트와의 거래는 다시 생각해봐야겠다고 일갈해 교역을 무산시켜버린 후 시종들과 기사들을 이끌고 가버린다.

다음날 아침, 의복을 차려입고 있던 중 나비에가 찾아오자 덤덤한 말투로 이 시간에 오다니 의외라고 대답한다. 의복을 입다가 거울 너머로 나비에와 눈이 마주치자 웃는다. 자신을 보고서 안심한 나비에가 할 말이 있어서 왔다고 말하자 '꼭 할 말이 있을 때만 찾아온다'고 대답한다. 시종들을 물린 후 나비에에게 무슨 일이 왔냐고 묻는다. 나비에가 륍트와의 거래를 다시 생각해볼거란 말이 정말이냐고 묻자 거울을 보다말고 고개를 돌려 전 날 일 말이냐고 묻는다. 맞다고 대답하는 나비에에게 왜 그러냐고 묻지만 나비에가 륍트와의 교역은 자신이 맡아서 진행하는 사안이니 당연히 물어볼만하다고 대답하자 그래서 거래를 계속 진행해야한다고 설득하러 온 거냐고 묻는다. 나비에가 맞다고 대답하자 빗을 집고 머리를 정돈하려 하다가도 잘 안 되는 모양인지 미간을 찌푸리고선 빗을 내팽개치듯 탁자에 내려놓다가 나비에를 쳐다본다. 나비에가 륍트와의 교역으로 동대제국이 얻을 이익을 생각하라고 설득하자 머리를 마구잡이로 헝클어놓고선 나비에를 바라본다. 륍트와의 교역으로 이득을 얻을지 손해를 얻을지 어떻게 알고서 그렇게 말하는거냐고 묻지만 나비에가 '계속 조사하고 있었고, 화대륙과의 거래는 귀족과 평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요소가 있다'고 설득하자 호기심만 가지고서 돈을 쓰지 않을 수도 있다고 대답한다. '귀족들은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돈을 쓰는 걸 아까워하지 않으니, 거기서 흐름을 잡으면 평민들이 륍트의 이국적인 물건을 구매하도록 하는 게 수월하다'고 반박하는 나비에에게 거리가 어마어마한데 수익액이 그 거리에서 오는 손실액을 메꿀 수 있겠냐고 재차 반박한다. 나비에가 그렇게 만들어야한다고 대답하진 그러니까 결국 모호한거라고 반박한다.

말을 마치곤 다시 고개를 돌리곤 거울만을 쳐다보며 나비에를 응시한다. 이에 나비에도 가만히 자신을 응시하고, 그렇게 서로를 응시하던 중 표정을 일그러뜨리고서 나비에에게 전 날 자신시 주먹질을 당했는데도 괜찮냐고 묻지도 않냐고 말한다. 나비에가 덤덤하게 괜찮냐고 묻자 빨리도 묻는다는 듯 코웃음을 치고서 잘 모르겠다고 중얼거리지만 나비에가 겉으론 보기엔 멀쩡하다고 대답하자 그쪽이 아니라 륍트와의 거래라고 대답한다. 손실이 불안한거라면 예산표를 만들자고 대답하는 나비에에게 그쪽도 아니라고 대답한다. 이에 나비에가 어리둥절해하며 자신을 쳐다보자 그녀가 륍트와의 교역을 신경쓰는 것을 나비에가 말한 이득이 동대제국이 얻을 이득인지, 카프멘과의 사랑인지 의심한다. 이를 어이없어한 나비에가 자신을 부르자 무덤덤한 표정으로 돌아선다. 나비에의 앞에 있는 탁자를 빙 둘러서 걸어와 자신의 앞으로 다가와 시선을 마주한다. 나비에에게 어느 쪽이냐고 물으며 여전히 의심하면서도 나비에의 머리카락을 넘겨주지만 나비에가 "설령 내가 사랑을 원하는거라 해도 참 우습다'고 응수하자 이를 되묻는다. 나비에가 "당당히 정부를 데려와 파티 내내 정부와 함께 있던 폐하께서, 도대체 내 연애사에는 왜 이렇게 집요하게 방해하려 드는지 모르겠다"고 재차 응수하자 도리어 어이없단듯 헛웃음을 짓는다. 결국 나비에가 '이런 건 내가 아니라 네 애인에게나 하라'고 지적하지만 탁자를 내려치고서 어떻게 그럴수가 있겠냐고 되려 화를 내며 "정부는 정부일 뿐이고 황후는 너다"[73]라는 억지를 부린다.

하인리로부터 서왕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듣는다. 하인리가 서왕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에 의아해하다가 '역시 카프멘 대공 쪽인건가'라고 작게 중얼거린다. 이내 하인리에게 웃으면서 조심해서 돌아가라고 말한다.

첫 아기의 출생을 기념해 성대한 연회를 열겠다고 공표하고, 나비에에게 자신의 비서를 보내서 라스타의 임신 축하 파티를 준비할 것을 지시하고 시찰을 나간다.

시찰에서 돌아와 나비에를 찾아간다. 마침 본궁 벤치에 앉아있던 나비에와 눈이 마주치게 되지만 곧 미간을 찡그리고서 몸이 안 좋냐고 묻고, 이에 나비에가 괜찮다며 방금 도착한 게 맞냐'고 대답하자 그렇다며, 정말 괜찮은 게 맞냐고 묻는다. 괜찮다고 대답한 나비에가 벤치에서 일어나 치맛자락을 털고서 피로할텐데 오늘은 이만 들어가서 쉬라고 적당히 인사치례를 하고 웃어보인후 돌아서자 재차 정말로 괜찮냐고 묻는다. 이에 나비에가 돌아보자마자 모른 척 괜찮다고 대답하고서 웃어보이자 "혹시 내가 아기를 환영하는 연회를 여는 게 마음에 차지 않냐?"고 대놓고 속내를 꺼내면서도 나비에의 눈치를 살핀다. 이에 나비에가 "참석하기도 싫은데 주최해야 한다면 싫은 게 당연하다"고 응수하자 여전히 "황후는 여전히 냉랭하다. 차갑고 정이 없다."고 트집을 잡는다. 이에 나비에는 상대가 싫어할걸 알면서도 연회를 열라 지시한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일갈한다.

나비에의 대답에 한숨을 쉬고서 관자놀이를 누르다가 왜 이 연회를 열었는지 모르냐고 말한다. 이에 나비에가 알아야하냐고 대꾸하자 라스타가 낳은 아기는 황제의 자식이 아니라는 나비에의 말에 대해 언젠가는 그럴지도 모른다고 수긍하면서도 하지만 최소한 살아있을 때는, 사람들은 태어날 아기를 황제의 첫 아기라고 생각할거라고 말한다. 나비에가 그걸 인정하라고 연회를 열라 한 거냐고 응수하자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말에 나비에가 입술을 다물고서 옆을 쳐다보면서도 고개를 돌려 목을 쭉 펴고서 턱에 힘을 주고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자 "그 아기는 어쩌면 황후의 아기가 될 수도 있으니, 태어나기도 전부터 너무 미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나비에가 미간을 찡그리고서 고개를 돌리다가 자신을 쳐다보자 그늘진 표정으로 나비에를 응시하다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냐고 말하지만 나비에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단 건 잘 알겠다고 딱 잘라 대답한다.

몇 걸음을 걷다가 조심스럽게 '우리는 오래전부터 부부였지만, 우리 사이엔 아직 아기가 없고, 우리 둘 다 아직 젊은 나이이니 생길수도 있다'고 말하다가 표정이 어두워진채로 '생기지 않을지도 모르고, 지금보다 더 젊고 건강할 때도 생기지 않았다'고 단정짓는다. 자신의 말에 충격을 받은 나비에가 자신을 쳐다보자 자신 역시 자기가 말해놓고서 불편한 기색을 보인다. 나비에가 최대한 침착하게 말하려 하면서도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지 않으면 라스타의 아기가 황족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거냐?고 대답하자 미간을 찡그리며 최악의 경우를 말한 것이라며 만일이긴 해도 그럴 가능성이 있으니, 벌써부터 태어나지 않은 아기를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나비에가 '폐하께서 그런 말을 하면 할수록, 더욱 미워지고 있다'고 응수하자 착한 아이일수도 있지 않냐고 말한다. 그러나 나비에는 '누굴 닮아서냐'고 반문하고, '나와 라스타의 성격이 다 나쁘단 뜻이냐'고 대답한다. 나비에가 "둘 중 누구를 닮든 그 아기는 날 좋아하진 않을 것이고, 둘 중 누구를 닮든 나도 그 아기를 좋아할 순 없을 것"이라고 응수하자마자 서둘러 인사를 하고서 그 자리를 벗어나버리는 걸 목격하고, 나비에를 한 번 더 부르지만 나비에가 그 자리를 떠나버리는 걸 목격한다.

집무실에 돌아와 서류를 바라보다가 책상에 턱을 괸채 삐딱하게 앉아 있는채로 작게 걱정이라고 중얼거린다. 불온서적 유통에 대한 보고서를 들고 있던 피르누 백작이 당황해해 괜찮으시냐고 묻자 고민하다 "황후가 태어날 아기에게 적대감을 보이는 게 걱정스럽다"고 털어놓는다. 많이 싫어하시냐고 묻는 피르누 백작에게 자신이 보기엔 그렇다고 대답한다. 수긍하던 피르누 백작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총애받는 서자가 후계자에게 위협이 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대답하자 그건 후계자가 있을 때 해야 하는 걱정이고, 벌써 하기엔 이르다고 대답한다. 이에 피르누 백작이 물론 그것도 그렇다고 말하자 차갑고 칼 같은 성정이지만, 황후로서는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대답하지만 이내 무거운 한숨을 내쉬고 눈을 감고서 "아기가 자신에게 거슬린다 여겨지면, 그 차갑고 칼 같은 성정으로 어떻게 처리할까봐 겁이 난다"고 대답해버린다. 자신의 말에 수긍하는 피르누 백작에게 이에 대한 생각을 묻는다.

그녀나 피르누 백작이 코샤르가 더 걱정이라고 대답한다. 이에 당황해해 코샤르는 지금 파르메 지방에 있지 않았냐고 묻는다. 트로비 공작이 이제 올라와도 좋다고 허락했다는 대답에 표정이 어두워진다. 나비에가 자신의 약혼녀이던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터라 코샤르에 대해서 매우 잘 알고 있었기에[74] 미간을 찌푸린다. 어색하게 웃던 피르누 백작이 동생이 황후 자리에 올라왔는데 예전보단 좀 나아졌을거고, 너무 염려하지 말라고 위로하자 아까까진 염려하지 않고 있었는데 코샤르의 얘기를 꺼내고 나니 더욱 염려가 된다고 대답한다. 이에 피르누 백작이 죄송하다고 대답하자, 못마땅하다는 듯 피르누 백작을 한 번 흘겨보곤 다시 서류에 집중하지만, 이내 피르누 백작이 남긴 말을 신경쓴다. 결국 "동생을 끔찍히 아끼던 코샤르가 여동생의 연적이나 다름없는 라스타를 가만두려 할까?"라고 생각하며 불안해하다[75] 두통을 느끼고 궁의를 부른다.

며칠 후 라스타의 임신 축하 파티가 열리고, 연회장 중앙 쪽 소파에 앉아 귀족들의 축하 선물을 받는 라스타의 옆에 서 있는다. 라스타가 선물을 받던 도중 연회에 참석한 나비에가 라스타에게 다가와 선물을 내밀자 나비에가 건낸 선물을 쳐다본다.

나비에에게서 장식용 보검을 선물로 받은 라스타는 기뻐하며, 나비에 정말 감사하다며 예쁘다고 외치고, 이에 나비에는 라스타에게 마음에 드냐고 묻는다. 정말로 아름답다고 대답하고서 나비에가 준 장식용 보검을 살펴보곤 환하게 웃으면서 이렇게 예쁜 검이 있냐고 감탄하던 라스타에게 나비에는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라고 빈말을 건내고서 돌아서지만, 라스타는 나비에의 선물을 소파에 두고서 배에 손을 올린채 나비에에게 다가와 배를 문지르면서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로 감사하다며, 꼭 좋은 사이로 지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를 뒤에서 보면서, 라스타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나비에는 돌아가려하고, 라스타는 그런 나비에에게 괜찮으시면 부탁을 하나 더 해도 되겠냐는 말을 꺼내곤, 태어날 아이를 축복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한다. 이에 나비에는 그 부탁은 거절해야겠다고 딱 잘라 말하지만, 라스타는 나비에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거절할 줄은 몰랐던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나비에는 라스타에게 마음에 없는 축복을 받는 아기가 행복해지겠냐고 솔직하게 말하고, 라스타의 얼굴이 빨개지자 그래도 원한다면 해주겠다고 덧붙인다. 나비에의 대답에 라스타는 귀까지 빨개져 시선을 내리깔고, 몹시 민망해한다.

그런 라스타의 모습은 퍽 가엾어 보였고, 라스타의 가엾은 모습에 자극을 받는다. 어이없다는듯 나비에를 쳐다보고 있다가, 그녀에게 다가와 꼭 이렇게 해야겠냐고 트집을 잡는다. 이에 나비에가 자신을 쳐다보자, 주위를 살피곤, 목소리를 낮춰 사람들 앞에서 굳이 망신을 줘야하냐고 재차 트집을 잡는다. 이에 나비에가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하고 싶지 않았다고 응수하자 "뱃 속의 아기를 축복해주는건 황후가 거의 매일같이 하는 일인데, 한 마디 더 해주는 게 그리 어렵냐?"[76]라고 여전히 트집을 잡는다. 이에 나비에는 한 마디 말이 천금보다 무거울 때도 있는 법이라고 재차 응수하고,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라고 계속 트집을 잡는다. 결국 나비에가 이럴 때 듣기 싫은 말이라고 마지막까지 응수하자, 짜증나 죽겠단 표정으로 나비에를 쳐다본다. 나비에가 무표정을 유지한 채 자신에게 치정연극을 찍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만 붙잡으라고 딱 잘라 말하자 질렸다는 듯 돌아서서 라스타에게로 간다.

이를 보던 나비에는 자리를 피하는 대신 자신와 라스타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흠칫해해 '무슨 말을 하려고?'라는 노골적인 표정으로 나비에를 쳐다본다. 나비에는 그런 자신을 모른 척한채 자신과 라스타의 사이로 다가가, 라스타에게 아직도 축복을 아직도 원한다면 해주겠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을 힐긋 쳐다본다. 이에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나비에가 축복을 해주겠다고 말하자마자 라스타는 활짝 웃고서 얼른 대답하고, 손으로 배를 쓸어내린다. 이에 나비에는 라스타의 배를 가만히 내려보다가 "아가야, 내가 선물한 검처럼 살거라. 화려하고 아름답게."라고 말한다. 나비에의 말에 라스타는 기쁜 낯을 띄고서 자신을 올려다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이에 묘한 표정으로 나비에를 지그시 바라보고, 나비에가 시선을 피하지 않자 라스타를 소파로 데려간다.

그러나 에르기로부터 장식용 보검의 의미[77]를 알게 된 라스타는 에르기에게 "황후가 나를 모욕했다"고 주장하고서 눈물을 흘린다.

이를 보고 있다가 라스타에게 다가가 왜 그러냐며, 무슨 일이냐고 묻고서 '혹시 그 쪽이 (라스타를)울렸냐'는 표정으로 에르기를 차갑게 쳐다본다. 이에 에르기는 대답 우아하게 인사하고서 자리를 피하고, 이를 무시한채 라스타에게 좋은 날에 왜 우는거냐고 달랜다.

라스타가 쉽게 울음을 그치지 못하자 어깨를 두드리곤 주위에 있던 귀족들을 쳐다보며 눈빛으로 설명하라고 지시한다. 이에 귀족들은 라스타와 에르기과 나눈 대화를 보고하고, 한숨을 쉬면서 에르기 공작은 입이 가볍다고 중얼거린다. 라스타는 에르기가 본인이 바보가 되지 않도록 도와주었다고 말하자 울지 말라며, 오늘의 주인공이 울보가 되어서야 쓰겠냐고 대답하며 재차 라스타를 달랜다. 그러나 라스타는 너무 슬프다고 말하고는 "폐하께선 왜 내게 그런 걸 알려주지 않으셨냐?", "폐하도 황후께서 무슨 뜻으로 한 말씀인지 아셨냐?"라고 울어대혀 서러워한다. 대답대신 라스타의 어깨를 토닥여준다.자신이 대답을 하지 않는 것에 입술을 오물거리고 속눈썹을 떠는 라스타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곤 '넌 정말로 마음이 약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말에 배를 두 손으로 감싼 라스타는 고개를 숙이고서 겁이 난다고 중얼거린다. 이에 되묻지만 라스타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황후께선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나와 아기를 무시했다. 이렇게 거침없는 분이시니 황자녀를 나중에 괴롭힐 것이다."라고 웅얼거려 나비에를 모함하는 동시에 본인의 아이를 황자녀로 호칭한다.[78]

라스타의 발언에 놀라서, 베르디 자작부인에게 '이런 것조차 가르치지 않고 무얼 했냐'는 표정으로 째려본다. 사람들 앞에서 일을 공론화하고 싶지 않아해 자작부인을 탓하는대신 자리에서 일어난다. 라스타에게 일어서라고 말하곤 들어가자고 제안하지만, 라스타는 참을 수 있다며, 피하지 않고 싶고 이겨낼 수 있다고 고집을 부린다. 고집을 부리는 라스타의 모습에 난처해하다가,[79] 라스타에게 단호하게 따라오란 눈짓을 한 뒤 침실로 데리고 간다.

라스타에게 그녀의 아기는 황자녀가 될 수 없다고 알려준다. 이에 놀란 라스타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 그게 무슨 소리냐며, 어째서냐고 묻자 정부 소생의 아이들에게는 황자/황녀 직위를 주지 않는다고 알려준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황제의 아기는 모두 황자녀가 되는 게 아니냐고 묻는 라스타에게 황자/황녀 직위를 받는 건 황후 소생이라고 대답해준다. 자신의 설명을 듣고서도 아기가 황족이 되지 못한다는 진실을 이해하지 못한 라스타가 그럼 본인의 아이들은 뭐라고 부르는거냐고 묻자 난처해한다. 황족과 귀족의 일에 대해 무지한 라스타에게 이것저것 알려주는걸 재미있어했으나 이번만은 그럴수 없다며, '네 자녀가 혹시라도 황후의 자녀에게 해가 될까봐 그렇다'는 말을 본인 앞에서 하긴 어렵다고 생각하고, 라스타의 아기들은 고위 귀족이 되지만 황자녀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러나 라스타는 아기가 황족이 되지 못한다는 진실에 억울해해 이건 이상하다고 말하며, 자신의 아기도 황후의 아기도 모두 황제의 핏줄이고, 나비에가 황후가 된 건 황제와 결혼했기 때문이지 황제가 아닌데, 왜 황후의 소생만 황자/황녀 직위를 받는 거냐고 주장하며 자신의 아기는 왜 황족이 되지 못하냐고 억울해한다. 그게 법이라고 설명함에도 라스타는 "그건 엉터리 법이니 바꾸면 된다. 폐하가 법이시고, 폐하는 모든걸 할 수 있는 분이다."라고 억지를 부린다.

결국 라스타에게 그 법이 제정되게 된 원인과 역사를 장장 두 시간동안 설명해주지만 라스타는 "태어나지도 않았고, 태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아기 때문에 우리 아기가 신분을 빼앗긴다니, 난 절대로 이해할 수 없고 말이 안 된다"고 떼를 쓴다. 라스타의 떼쓰기에도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대신전에서 명문화된 법이고, 아무리 황제라도 혼자서는 바꿀 수 없고, 앞으로 어디 가서 황자녀란 말은 하지 말라고 딱 잘라 말한다. 충격을 받은 라스타가 황제의 아기라고 주장하자 사랑하고 아껴주고 막대한 부와 권력을 줄거고, 황자녀 소리를 듣지는 못해도 황제의 아기란 걸 다들 알거고, 아기가 가지지 못한 건 법적인 지위와 계승권뿐이니, 실망할 필요도 없고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고 달랜다. 그러나 라스타는 여전히 억울해해 입술을 다물고서 대답하지 않은채 고개를 돌려버리고, 그런 라스타를 보고서 한숨을 쉰다. 이때 "만약 황후가 불임이여서 아기를 가지지 못한다면, 그때는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라는 말을 내뱉는다. 이 말에 솔깃해한 라스타에게 '라스타의 아기를 나비에가 입양하게 되면 라스타의 아이는 황자녀가 될 것'이라 주장하면서 나비에가 불임이라고 라스타에게 불어버린다!!![80][81][82]

연회를 오래 비울 수 없는 자신의 입장이 있기에, 라스타를 두고서 침실에서 나가버린다.

하지만, 다음 날 코샤르, 파르앙 후작과 산책하던 나비에와 마주친 라스타가 전 날의 일에 대해 '내게 검을 준 게 나쁜 의미였다고 들었다'고 대놓고 억지를 부리면서, 나비에의 잘못으로 몰아가고, 당연히 황당해한 나비에는 라스타와 말싸움을 벌이지만, 이때 라스타는 "황후 폐하께서는 불임일 가능성이 크니 내가 낳은 아이의 양어머니가 되어주실거라고 폐하께서 말씀하셨다"고 자신이 한 말과 똑같은 개소리를 내뱉는다.[83] 당연히 나비에는 어이없어하다 못해 기막혀하고, 아예 코샤르는 매우 노발대발해서 동생을 대놓고 모욕한 라스타를 위협한다. 라스타는 놀라서 제풀에 넘어지는데 복통을 느끼고 비명을 지르고, 라스타의 비명을 듣고 놀란 사람들은 라스타를 부축하면서도 호위병들은 코샤르를 끌고 간다. 라스타는 궁정인들에게 부축을 받는 도중 나비에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나비에는 무시한채 코샤르에게 가버리고, 방으로 옮겨진다.

이 소식을 듣고서 궁의와 함께 라스타를 찾아온다. 궁의에게 라스타의 상태를 묻지만 라스타는 눈물을 글썽이며 아기의 상태부터 묻는다. 라스타의 태도에 이 와중에 아기가 문제냐고 혀를 차지만, 라스타는 아이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보단 라스타가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이에 흥분한 라스타가 반박하려하자 흥분하지 말라고 일축한다. 물수건으로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주면서 궁의에게 대답을 재촉하고, 궁의는 라스타는 반드시 안정을 취해야한다고 보고한다. 궁의에게 라스타가 다친거냐고 따지지만 궁의는 그건 아니라고 말해 임신 초기엔 아주 조심하고 주의해야하는데, 라스타는 원래도 몸이 튼튼한 편은 아니라, 잘못하면 유산할 수도 있으니 앞으로 이런 일은 없어야한다고 당부한다.

궁의가 나가자마자 화를 내며 소파를 걷어차다, 이내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후 가까스로 라스타에게 코샤르 앞에선 말을 조심하라며, 성정이 불같고 쉽게 흥분한다고 알려주는 동시에 코샤르에게 접근 금지령을 내려두겠지만, 눈이 돌면 어떻게 행동할지 모른다고 침착하게 충고한다. 자신의 말에 놀란 라스타가 말을 조심하라는거냐고 되묻자 '사람들에게 듣자하니 너도 황후에게 불임이라는 등 불쾌한 말을 했다'고 추궁한다. 라스타는 잡아때고서 고개를 젓지만, 라스타의 말을 믿지 않는다. 이에 라스타는 진짜 아니라고 중얼거리다 "황후가 먼저 내가 무가치한 인간이라고 했다"고 반박하지만, '황후는 과할 정도로 자기 이미지 관리에 투철한 사람인데, 설마 그러겠냐'고 나비에를 두둔한다. 자신의 반응에 얼굴이 벌게진 라스타는 억울해하다 입술을 깨물지만 복통을 호소하고, 그런 라스타를 달래주지만 라스타는 여전히 입술을 다문채 섭섭해하다 "난 황후에게 불임이라 하지 않았고, 설령 내 말이 오해를 샀다고 해도 난 폐하의 아기를 가지고 있는데 함부로 떠밀어버리면 안 되지 않냐"고 거짓말을 하는 동시에 코샤르가 자길 떠밀었다고 모함한다. 그 말에 인상을 찡그리고 묻지만, 라스타는 '세게 민 건 아니지만, 분명 떠밀었다'고 재차 코샤르를 모함한다. 그러자 라스타의 말을 믿고 분노를 표출하는 동시에 속으로 그러지 않아도 궁의가 라스타를 진맥하는 동안 목격자들에게 일의 전후를 보고받았으나, 아무도 라스타가 넘어진 원인을 몰랐고 사람들이 도착했을 땐 이미 라스타는 쓰러져 있고, 나비에와 파르앙 후작이 화가 난 코샤르를 말리고 있었으므로 정확한 사정을 아는 이가 없었다며 분노한다. 이어서 라스타가 자신을 떠민게 나비에라고 말했다면 라스타의 말을 믿지 않았을테지만, 코샤르는 충분히 그럴 짓을 할만한 작자였고 화려한 경력이 있었다며 라스타의 말을 철석같이 믿는 건 덤. 라스타에게 일단 쉬라고 말하고서 이불을 덮어준다.

침착함을 유지한채 방에서 나가지만, 자신의 침실에 돌아오자마자 카를 후작을 불러 코샤르의 황궁 출입을 전면 금지하라고 지시한다. 놀란 카를 후작이 아까는 접근 금지령이라고 하지 않았냐고 묻자 접근 금지만으론 부족하다고 일축한다. 이에 카를 후작이 코샤르는 나비에의 친오빠이고, 트로비 공작가의 후계자라고 반문하자 그러니 이 정도 수준에서 멈춘게 아니냐며, 본인도 이 정도 각오는 하고서 라스타를 떠밀었을거라고 딱 잘라 말한다.[84] 코샤르가 라스타를 밀었냐는 카를 후작의 질문에 '라스타 말로는 그랬다'고 애매하게 대답한다.

그러나 코샤르는 자신이 내린 황궁 출입 금지 명령에 매우 분노해 라스타의 식사에 낙태약을 몰래 넣는 사건을 벌이고, 이를 보고받는다.

저녁식사 때까지도 나비에를 부르지 않는다. 이에 나비에는 직접 동궁 내 자신의 침실로 오고, 시종에게 자기가 왔다고 고하라고 지시한다. 시종이 이를 보고하자 무시한다. 이에 나비에가 한 번 더 시종을 들여보내자 재차 무시해 대놓고 나비에 탓을 한다. 카를 후작이 파르앙 후작이 낙태약을 구입하긴 했지만, 그걸 꼭 나비에와 연관지을 필요는 없지 않냐고 반문하자 파르앙 후작은 코샤르와 절친한 친구고, 코샤르는 망나니 같지만 동생의 일에는 난리법석인데 이래도 연결지을 필요가 없냐고 받아친다. 심지어 그래도 나비에가 이 일에 직접 나서진 않았을거라는 카를 후작의 말에 그건 그렇다고 대꾸하고 문 쪽을 쳐다보며 나비에는 직접 나선게 아니라 라스타에 대한 언질을 나쁘게 했을거고, 자기 말 한 마디에 멍청한 코샤르가 어떻게 나올지 과연 짐작하지 못했겠냐며 아예 대놓고 나비에가 사건의 배후라고 의심하는 건 덤.

자신의 말에 카를 후작이 대답을 못하자 지금 당장 코샤르를 끌고 가 사실을 밝히라 고문하지 않는 것만 해도 충분히 참아주고 있는거라고 묵살한다.[85] 카를 후작은 신경쓰이면 지금이라도 나비에에게 들어오라 하라며 급한 안건이 아니니 나중에 다시 와도 된다고 권하지만 벌써 갔을거라고 대답한다. 가는걸 직접 봤냐는 질문에 나비에는 자존심 상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댄다. 그러면 자신이 서궁으로 가보면 어떠냐는 카를 후작의 권유에 그러기엔 화가 난다고 묵살한다. 파르앙 후작이 낙태약을 구한 건 확실한거냐는 질문에는 자신의 수사관은 유능하다고 대답한다. 자리에서 일어나 카를 후작에게 피곤하니 잠시 좀 걷겠냐고 권유하고, 응접실에서 나온다.

그러나, 복도로 온 순간 계속 대기하고 있던 나비에와 마주친다. 간 줄 알았다고 중얼거리다 이내 표정을 구기고 퉁명스럽게 묻는다. 나비에가 최대한 싸늘하게 웃으면서 응수하자 나비에는 늘 자신을 놀라게 한다고 빈정거린다. 이에 나비에가 '폐하는 늘 진부하시고, 라스타 양에 대해서 지금도 그렇다'고 응수하자 나비에에 가까이 다가가 그녀에게 들릴만한 목소리로 '내게 이럴 처지가 아닐텐데, 가끔은 그 자존심을 눌러보는 게 어떻냐'고 경고한다. 자신의 경고에 나비에는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되묻고, 이에 자신이 나비에를 위해 코샤르의 중죄를 덮어주고 있는거라고 일갈한다. 라스타에게 낙태약을 먹인 게 코샤르인거냐고 묻는 나비에에게 아닐거라고 생각하냐고 빈정거리지만 나비에는 아니라고 대답하고, 나비에의 대답에 코웃음을 치고서 '팔은 안으로 굽는다'며 나비에의 안목이 흐려진건 아니라고 생각하겠다고 나비에가 확신을 갖지 못하고서 코샤르를 편 든 걸 비웃는다. 자신의 말을 알아들은 나비에는 자신을 노려보며 그런 생각으로 무시하고, 방에 들여보내지 않은거냐고 대꾸하고, 이에 화를 참는 중인데 나비에를 보면 그게 안 된다고 대꾸하고서 나비에를 휙 지나쳐 가버린다.

그러나 화를 참지 못해 멈춰서고, 이내 나비에 쪽으로 다가와 주위 사람들을 다 물리고서 넘어가려했는데 화가 나서 안 되겠다며, 코샤르가 범인이 아니라고 말하는거냐고 윽박지른다. 이에 나비에가 놀라자 라스타에게 낙태약을 먹인 범인이 누구인지 직접 조사해보라고 명령한다. 나비에가 자신이 해야할 일이 아니냐고 반문하자 자신이 할 일이 맞지만, 자신이 직접 조사하면 나비에에게 해가 간다고 일갈한다. 이에 나비에가 당황해하자 자신의 사람들은 자신의 사람들이고, 코샤르가 범인이라면 그들은 자신의 아이를 해치려한 코샤르에게 화가 날 것이며 자신이 아무리 입조심시켜도 말을 흘릴 수 있다고 윽박지른다. 하지만 나비에는 "날 생각해주는 척 하지 말라"[86]고 응수하고, 이에 분노해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나비에에게 재차 조사하라고 명령함과 동시에, 코샤르가 한 짓이 맞다면 자신에게 사과하라고 경고한다.

며칠 후 흰 장미의 방에서 하인리의 대관식 건으로 온 서왕국의 사절단을 알현한다. 나비에를 유심히 살펴보다 이내 사절단을 쳐다보고, 서왕국의 사절단이 긴 인사를 끝난 후 하인리의 뜻을 전하자마자 사절단 뒤에 있던 귀족이 길쭉한 금상자를 가져오고, 카를 후작이 금상자에서 두루마리를 꺼내 건내자, 두루마리를 펼쳐 안의 내용을 훑고는 고개를 끄덕여 다시 두루마리를 카를 후작에게 건낸다. 사절단의 얼굴을 살펴보던 나비에가 무표정을 꾸며내자 그녀를 차갑게 쳐다본다. 나비에가 고개를 돌리자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사절단에게 '뜻은 알겠지만 동대제국의 황후는 업무에 바쁜데다 귀한 몸이라 그 먼 곳까지 친히 갈 수는 없다'고 하인리에게 전하라고 지시함과 동시에 코샤르의 낙태약 사건을 빌미로 하인리의 대관식에 나비에가 참석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직후 사절단 대표로는 릴테앙 대공을 보내겠다고 지시하고, 나비에를 쳐다보며 아직 조사 중이냐고 속삭인다.

그날 밤 사과하기로 결정을 내린 나비에가 자신의 침실에 오자, 바로 들여보내주고서, '조사는 끝냈냐'며 훤히 다 아는 투로 말한다. 이에 나비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을 기다리듯 눈썹을 치켜올린다. 자신을 본 나비에가 속으로 억울해하지만, 이내 자신의 말이 맞다고 말하려하자, 손가락을 뻗어 나비에의 입술에 댄다. 나비에가 멈칫하자 여기까지만 말해도 된다고 말을 자른다. 무슨 뜻이냐고 묻는 나비에에게 하려는 말은 짐작하고 있으니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딱 잘라 말하고, 나비에가 사과를 원하는 게 아니었냐고 대꾸하자 홧김에 한 말이였다고 대답한다. 이를 나비에가 라스타가 아파서냐고 생각하자 '여기서 라스타 이야기는 왜 나오냐'고 불쾌해한다. 이내 라스타에 대해 뭐라 더 말하는 대신 사과는 됐으니 이것만 기억해두라고 말하고서 "이번엔 황후를 지키기 위해 코샤르가 내 아이를 해치려한 걸 묻어주겠지만, 다음에도 같은 일이 생긴다면 그땐 내 아이를 지키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에 나비에가 침묵하자 알아들었냐고 추궁하고, 나비에가 최대한 무덤덤한 표정으로 명심하겠다고 대답하자, 더욱 심각해진 표정을 짓고서 나비에는 현명한 사람이니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을거라며, 믿겠다고 충고한다.

창가에 서서 회랑을 쳐다보며 나비에가 서궁으로 돌아가는 걸 지켜본다. 나비에가 완전히 서궁으로 돌아간 걸 확인한 후 침실에서 나와 라스타의 방으로 간다. 응접실 벽에 기대어 졸고 있었던 하녀가 라스타가 잠들었다고 알려주자, 고개를 끄덕이고서 침실 안으로 들어간다. 침대 가까이에 다가가 라스타를 내려다보고서, 라스타의 볼애서 머리카락을 떼준 뒤 라스타의 배를 가민히 바라보다가 배에 귀를 댄다.

그 순간 깨어난 라스타는 자신을 부르자, 달랜다. 라스타가 애교를 부리자, 라스타의 배에서 귀를 뗀다. 그런 자신을 본 라스타는 쑥스러워하며 아무 소리도 안 들릴거라며, 아직 태동도 없다고 웃는다. 이에 라스타에게 몸은 괜찮냐며, 아프진 않냐고 묻지만, 라스타는 요 며칠 심장이 욱신거리고 배가 아프고 허리도 아렸던 게 임신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낙태약을 먹어서 그런 것 같다며, 아직도 배가 좀 아픈걸 보니 아주 독한 약이였던게 분명하다고 하소연한다. 잠시 멈칫하지만 이내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배를 쓸어주면서 빨리 나아야한다며 이젠 그런 일은 없을테니 안심하라고 다독여준다. 라스타가 범인은 잡혔냐고 묻자 잡아야한다고 둘러대면서도 어쨋든 이 일로 주방장과 하녀들을 내보냈지만, 새로 온 이들은 아주 조심할거라고 다독여준다. 라스타는 자신을 쳐다보며 '난 누가 나와 내 아기를 죽이려한 건지 알 것 같다'고 애원하며, 누구라고 생각하냐고 묻는다. 누구인지는 말 안 할거라며, 궁지에 몰려서 그랬을거라고 나비에가 배후임을 의심하는 라스타의 발언에 맞장구쳐준다. 이에 라스타가 말 안 할거라며, 확실한 건 아니라고 말하자 대답하지 않던 찰나 '범인이 어떤 사람이였든, 아기는 꼭 지켜주셔야한다'는 부탁을 듣는다.

낙태약 사건이 지나간 후, 위로 차원에서 라스타를 위해 작은 규모의 파티를 열어준다. 그러나 이 파티에서 라스타는 알리슈테의 소개로 로테슈 자작의 딸과 대면했고,[87]아들과도 마주치게 된다. 이 사건을 피르누 백작으로부터 보고받는다.

라스타가 전 주인인 로테슈 자작의 딸과 대면했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한다. 피르누 백작이 소문이 완전히 없어지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나마 로테슈 자작의 아들이 사건이 커지기 전에 르베티를 데려가서 다행이라고 위로하지만, 여전히 어두운 표정으로 그 문제가 아니라며 귀족들이 라스타를 너무 무시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이에 피르누 백작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라스타가 평민 출신이란 걸 무시하는 이들도 있긴 하지만, 훨씬 더 많은 이들이 사랑스럽고 귀여운 정부라고 생각하고 있고, 라스타의 순수한 성격은 사교계에서 보기 힘들다고 대답하자, 만만하게 여기고 있는거라며 사랑스럽고 귀여운 건 첫 인상이나 호감으로 좋지만, 그게 전부라고 대꾸한다. 그제세야 피르누 백작이 납득하자, 평범한 귀족들에게는 칭찬이지만, 라스타는 곧 황제의 아기의 어머니가 될 사람이라 귀족들이 어느 정도는 라스타를 어렵게 여겨야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피르누 백작은 어렵게 여겼더라면 애초에 그런 장난은 치지 않았다고 대답하면서도 잠시 우려하다 로테슈 자작의 건을 보고한다. 전부터 이미 주시하고 있었던 이름이 거론되자,[88] 드디어 말을 꺼내는거라 판단하고 말해보라고 대답한다. 로테슈 자작의 영지에 부쩍 수상한 이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는 보고에 로테슈의 사람들이냐고 묻는다. 그들이 라스타에 대해 캐묻고 다닌다는 보고에 그들이 라스타가 정말로 노예인지 평민인지 알고 싶어함을 바로 간파한다. 이에 피르누 백작이 수긍하자 인상을 찡그리고서 배후가 누구인지 확인해보라고 지시한다.

라스타에 대한 건이 거의 끝나갈무렵 대화를 듣고 있던 랑트 남작이 다가와 부르자 왜 그러냐고 묻는다. 이에 랑트 남작이 그렇지 않아도 라스타가 부탁을 해왔다며 궁정 생활에 도움이 되는 예법을 배우고 싶다고 했고 피르누 백작이 말한 귀족들 사이에서 놀림거리가 된 일이 동기가 된 것 같다고 보고하자, 최고의 선생을 라스타에게 붙이라고 지시해 교육을 받도록 허락해주면서도,[89] "라스타만의 매력이 사라질까봐 걱정이다"라며 살짝 불평한다. 이에 랑트 남작이 좀 더 격식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있게 된 것 뿐이라고 지적하자 아예 "열 살짜리 어린애도 귀족식 예법 수업을 받고나면 성인 귀족들과 행동이 비슷해지는데 라스타도 지금의 신선하고 새로운 면이 사라지고, 다른 귀족들과 똑같아질게 아니냐"[90]고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한 술 더 떠서 속으로 라스타가 남들과 다 모습이 같아지면 재미가 없겠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아기를 임신했는데 성격 때문에 무시받게 둘 순 없다고 생각하기까지한다. 결국 한숨을 내쉬고서 손을 내저어 두 비서들을 물린다.

결국 릴테앙 대공이 사절단 대표로 결정된다. 자신의 격려를 듣는 동안 히죽거리고 있던 릴테앙 대공은 나비에가 배웅 인사를 해주마자 대놓고 정색해 무심한 척 시선을 아래로 내려버리고, 둘을 쳐다본다.

나비에와 저녁식사를 하던 중 오늘 재밌는 일이라도 있었냐고 묻고서 영애들을 초대해 놀은 일을 언급한다. 잠시 자신의 표정을 살펴보던 나비에는 활기 넘치는 영애들이다보니 기분이 좋아졌다고 대답하고, 이에 고개를 끄덕이고서 마음 맞는 이들을 불러서 노는건 좋고, 나비에는 일에 너무 몰두하는 편이니 가끔은 숨을 돌리면서 지내라고 말한다. 나비에가 수긍하자 '그대의 건강이 나라의 안녕이란 사실을 잊지 말라'고 말한다. 자신의 반응에 황당해하던 나비에는 마법청에서 대학자를 보내달라 요청한 일을 언급하고, 제대로 들었다고 대답한다. 무거운 얼굴로 이마를 찡그린채로 지금까지는 태어나는 마법사의 숫자가 줄어든다고만 알려졌는데, 마법사였던 사람이 평범하게 돌아가기도 한다는 보고가 올라왔다고 언급하고, 나비에가 정말이냐고 묻자 사실인지 확인해봐야겠다고 대답한다.

생각에 잠겨있던 나비에를 부른다. 나비에가 쳐다보자 한 번만 웃어보라고 말한다. 황당해한 나비에는 일단은 자신이 원하는대로 웃어주지만 불만인듯 그런 웃음이 아니라고 말하자마자, 거울 보며 연습한 미소 말고 진짜 미소를 보여달라는 부탁을 한다. 이에 어이없어한 나비에가 인상을 찡그리자, 손을 뻗어 나비에의 입꼬리를 올리려는 시늉을 해 예전에는 잘 웃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황당해한 나비에가 쳐다보자 '옛날엔 날 보면서 진심으로 잘 웃었지 않냐'고 말한다. 나비에가 지금도 진심으로 웃고 있다고 대꾸하자 되묻는다. 웃어보겠다는 건 진심이라고 대꾸하는 나비에에게 기쁘다거나 행복하다거나, 그럴 때 나오는 진심을 말한거라고 대답한다. 나비에가 그렇다면 먼저 기쁜 일, 행복한 일이 있어야하지 않겠냐고 지적하자 고개를 끄덕이고서 수긍한다.

테이블 위에 있는 종을 흔들어 시종을 부른다. 시종이 손수레를 끌고 오자, 시종을 물리고는 열어보라고 말하한다. 안에서 나온 은색의 반지에 슬쩍 나비에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어떻냐고 묻지만 나비에는 선물이냐고 묻는다. 도리어 약간 실망한 투로 선물이 맞긴 한데 더 할 말은 없냐고 묻는다. 나비에가 고맙다고 대꾸하자, 계속 나비에를 뚫어져라 본다. 황당해하던 나비에는 웃어달라 했던 걸 떠올리고 미약하게 웃으면서 고맙다고 대답하고, 이에 더 할 말이 없냐고 여전히 불만스러워한다. 나비에가 더 말해야하냐고 대꾸하자 이 반지를 보고 할 말이 없냐고 대꾸한다. 나비에가 반지의 정보[91]를 언급하고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나비에의 반응에 삐져서 음식을 가리키며 그냥 먹으라는 말을 한다.[92]

라스타가 자신의 티파티에는 에르기 외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고, 모든 영애들이 나비에의 티파티에 갔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자, 다른 날로 했어야했다며 참 이상한 짓을 한다는 듯 말하면서도, 가엾다는 듯 라스타를 끌어안고 등을 보듬어준다. 라스타가 설마 아무도 오지 않을줄은 몰랐다고 우울해하자, 나비에와 라스타가 같이 부르면 당연히 나비에에게 간다고 대답한다. 라스타가 나비에가 모든 영애들을 전부 다 부른건 아닐거지 않냐고 투덜대자 너무 신경쓰지 말라며 에르기 공작이 열 사람 분은 될 거라고 위로한다. 이어 라스타가 "황후는 내가 많이 미운거냐"고 투덜대자 "황후는 목석 같고, 자기 감정에도 무심한데 남의 감정까지 신경 쓰겠냐"고 말한다.

라스타의 방에 가던 중 로테슈 자작과 마주치게 되고 매우 불쾌해한다. 자신을 본 로테슈 자작이 고개를 숙이고서 '이런 곳에서 뵙게 줄은 몰랐다'고 말하자, 속으로 그 말은 자신이 할 말이라고 매우 불쾌해한다. 라스타의 손과 발이 거칠스럽고 상처투성이였던 것, 그게 노예 시절 생긴 상처라는 것, 로테슈 자작은 라스타가 노예 시절 주인이라는 것, 그가 라스타의 본래 신분을 폭로했다는 걸 상기하고, 라스타를 사교계에서 묻히게 할 뻔한 작자가 이제와서 보러 오가는 게 좋지 않게 보인다고 재차 불쾌해한다. 로테슈 자작에게 너무 자주 보인다고 대놓고 불쾌감을 표출하지만, 로테슈 자작이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자 너무 자주 보인다고 재차 불쾌감을 표출한다. 자신의 기분을 눈치챈 로테슈 자작이 머뭇거리자 '네가 라스타를 찾아올 일이 뭐가 있다고 이리 자주 보이냐'고 여전히 불쾌감을 표출한다. 로테슈 자작이 자주 보이진 않았다고 변명하자 '내 말에 반박하지 말라'고 자작의 변명을 묵살한다. 자신의 명령에 태도를 바꾼 로테슈 자작이 용서해달라고 말하면서도 '전에 오해한 일이 계기, 아니 인연이 되어서 지금 라스타를 돕고 있는 중이고, 그 때문에 찾아오는 것'이라고 변명하자 '너 같은 자가 라스타를 돕냐'고 재차 자작의 변명을 묵살한다. 로테슈 자작이 납득하자 라스타는 자신이 알아서 챙길테니 방해나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로테슈 자작이 물론이라고 수긍하자, 자작을 더러운 것 보는듯이 지나쳐버린다. 로테슈 자작이 자주 황궁에 들락날락거리며 라스타를 찾는 것에 불쾌해 곧장 라스타의 방으로 들어간다.

안락의자에 편하게 앉아 수첩을 보고 있는 라스타와 약간 불러 있는 배을 보고 저 안의 자신의 아이가 들어있단 생각만으로도 감격해하면서도 아기를 가진 게 나비에였다면 좋았을거라고 헛된 기대를 한다. 나비에는 불임이라고 재차 확신하는 건 덤.

자신의 시선을 느낀 라스타가 고개를 돌려 웃자, 몸은 좀 어떠냐고 묻는다. 들고 있던 수첩을 뒤집어 책상에 놓은 라스타가 두 팔로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고 배어 자신의 뺨을 기대 '폐하를 뵈니 그저 좋다'고 대답하자, 그녀의 말투가 달라졌음을 눈치챈다. 라스타가 예법을 배우는 중이고, 앞으로 더 변해가야한다고 대답하자 '예전에 쓰던 말투도 귀여웠다'고 투덜댄다.[93] 라스타가 "말투가 바뀌어도, 나는 나다"라고 대답하자 그럴거라고 말을 맞춰준다. 빙그레 웃고서 라스타에게 안락의자에 앉으라고 권한 후, 맞은편에 앉아 공부는 어떻냐고 묻는다. 이제 시작이고, 아주 재밌다고 말한 라스타가 배시시 웃으면서 공부의 흔적이 남아있는 책상을 가리키고서 '나는 폐하의 자랑스러운 연인이 될 것'이라고 대답하자 '넌 이미 자랑스럽다'고 대답한다. 자랑스럽고 싶다는 말에 '황제인 내가 굳이 널 누구에게 자랑해야하냐'고 말한다. 라스타의 말에 표정이 어두워지고, 자신의 표정이 어두워진 걸 눈치챈 라스타가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고 묻자, 한참만에야 누군가가 라스타와 로테슈 자작의 뒤를 캐고 다닌다고 알려준다. 당황해한 라스타가 누구냐고 묻자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쨋든 로테슈 자작을 자주 부르진 말라고 충고함과 동시에 혹시 자작이 뭔가 협박하고 있다면 자신에게 말하라며, 적당한 죄목을 붙여 죽이거나 추방시켜 줄 수 있다누 제안을 한다.[94] 이어서 혹시라도 자신에게 감추는 게 있고 자작이 그걸로 라스타를 협박하는거라면 자신에게 말하라며, 협박에 끌려다니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고 지적한다.[95]

라스타는 순간 자신의 제안에 혹했으나,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해서 '난 감추는 게 없다'고 거짓말한다. 정말이냐고 묻지만 라스타는 웃으면서 당연하다고 대답한다. 여전히 굳은 얼굴로 손가락으로 라스타의 머리카락을 쓸어주지만 '난 정말로 괜찮고, 떳떳하다'는 대답을 듣는다. 이어 라스타는 두 손을 모으고서 입가에 가져다대며 눈을 크게 뜨곤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로테슈 자작님께 해코치하지 말아달라며, 혹시라도 자작이 자신 때문에 이유 없이 미움을 받는다면, 죄책감을 견딜 수가 없을거라고 말하고, 그제야 안도해 웃으면서 알았으니 안심하라고 말한뒤 라스타의 어깨를 토닥이고서 몸을 돌린다. 자신을 부른 라스타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서 재워주시면 안 되냐고 부탁하자, 바쁜 일이 있어서 안 되겠다고 거절한다. 라스타를 달래주곤 라스타를 안락의자에 도로 데려다준 후 의자 등받이에서 담요를 꺼내 덮어주고서 놀고 있으라고 말하고 방에서 나온다.

집무실에 돌아와 카를 후작에게 조사를 묻는다. 조사해보았지만 아직 이렇다할만한 게 없다는 말을 듣는다. 분명 뭔가가 있다고 중얼거리는데, 여기서 소비에슈가 카를 후작에게 조사를 지시한 이유가 로테슈 자작이 무언가를 미끼로 라스타를 흔드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에서 비롯된 것임이 드러난다.[96] 카를 후작이 라스타가 뭐라 했냐고 묻자 그런 건 없다고 대답한다. 자신이 해결해주겠다고 하는데도 말이냐는 질문에,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서 자신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거라고 대답한다. 적당한 핑계를 만들어 로테슈 자작을 멀리 보내는 건 어떻냐는 제안에 누가 봐도 자신이 한 것처럼 보일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97] 카를 후작 역시 수긍한다. 그를 이유없이 쫒아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꼬투리를 잡아 쫒아내기엔 '로테슈 자작을 건드리지 말라'는 라스타의 간절한 청이 걸린다고 판단한다. 한숨을 쉬고서 일단 로테슈 자작의 건은 두고 보겠다고 말한 후 나가보라고 지시한다.

서랍에서 종이 묶음을 꺼내려던 찰나 카를 후작은 나가는 대신 주저하며 자신을 부르고, 서랍을 닫고서 왜 그러냐고 묻는다. 로테슈 자작을 조사하던 중, 자작의 뒤를 캐던 이들이 또 있었다는 보고를 듣는다. 불쾌해해 정말이냐며 누구인지 묻지만 카를 후작이 대답을 다물자 재차 누구냐고 묻는다. 잠시 대답을 머뭇거리던 카를 후작이 코샤르 같다고 보고하자 또 코샤르이냐며 기가 막혀한다. 카를 후작이 엘리자 백작부인 쪽에서도 로테슈 자작 쪽을 주시하는 것으로 보아 나비에의 명령도 따로 있었던 것 같다고 보고하자, 라스타에겐 전혀 관심없다더니, 나비에는 물론 나비에의 가문까지 달라붙어 라스타를 뒷조사한다고 혀를 찬다. 로테슈 자작이 하도 철두철미한지라 그쪽도 아직 별다른 정보는 알아내진 못한 눈치였다는 보고에 곤란하다고 중얼거린다. 나비에는 황실의 대외적인 이미지와 자신의 이미지는 신경쓰기에 로테슈 자작을 통해서 라스타가 노예란 점 이외에는 약점을 캐내더라도 경우에 어긋난 행동을 하진 않을거지만 코샤르는 나비에와는 달라서, 라스타가 노예라는 확실한 증거를 얻는 즉시 귀족들에게 전단지를 만들어 뿌릴 인간이고, 무슨 수를 써서든 라스타가 도망 노예가 맞다고 공론화할 것인데다가, 그 외에 다른 비밀이 있다면 그 비밀까지도 전부 까발릴 인간이라고 우려한다.[98] 치밀어오르는 불안감에 카를 후작에게 나가보라고 말한다.

카를 후작이 나간 후 창가에 서서 눈을 반쯤 감는다. 도망 노예 출신이란 건 사교계에서 매우 크나큰 치부인데다가 라스타 본인 뿐만이 아닌, 후에 태어날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 이어 그나마 라스타 본인은 정부일 뿐이니 문제가 생기면 사교계에 안 나가면 그만이지만 아이는 절대 다르다고 걱정함과 동시에 '아기가 노예 출신인 어머니를 두었다'는 말이 나올 것을 우려한다.

알현이 끝난 후 투아니아 공작이 보낸 서류[99]를 처리하러가려던 나비에에게 바쁘지 않다면 할 말이 있다고 말을 건다.

옥좌에서 일어나 다가온 후 코샤르는 도대체 이성이란 게 있긴 한 거냐고 대놓고 짜증을 내고서, 이내 목소리를 낮춰 코샤르가 낙태약 사건을 일으킨지 얼마나 됐다고 다른 일을 벌이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한다. 나비에가 되묻자 모르냐고 빈정거린다. 나비에가 아는지 모르는지는, 일단 무슨 일인지 알려줘야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하자 나비에 본인도 모른다며, 똑같은 일은 안 하고 있을거라고 비아냥거린다. 나비에가 무표정을 짓자, 그 표정을 보고 불만스러워해 정확히는 라스타를 뒷조사한다고 지적한다. 나비에가 그러냐고 대꾸하자, 나비에와 마찬가지라고 지적하고서 나비에를 빤히 쳐다보다가 몸을 돌린 후 "황후로서의 위엄을 지키라"고 트집을 잡는다.[100] 나비에가 그러겠다며, 늘 그랬듯이라고 말하자, "도대체 (라스타의)뭐가 그렇게 불만이냐? 라스타에겐 아무 것도 가진 것도 없고, 황후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101]고 트집을 잡는다. 이에 나비에가 '폐하를 가져갔지 않냐'고 응수하자, "나도 황후가 가진 것들 중 하나다"라고 주장하며 말도 안 된다는 소리 하지 말라고 트집을 잡는다. 당연히 어이없어한 나비에는 '내가 폐하를 라스타 양에게 대여라도 해주었단거냐'고 받아치지만, 도리어 본인이 어이없어한다. 이어서 나비에가 "폐하는 내가 가진 것이 아니다"라고 재차 응수하자 "역시 황후는 라스타를 질투하는 것 같다"고 여전히 트집을 잡는다. 나비에가 "내가 폐하를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우리는 법적으로 이미 부부이다"라고 지적하자 차라리 자신을 사랑해서 질투를 한다는 소리를 하라며, 그러면 듣기 좋을거라고 말함과 동시에, 나비에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말은 하지 않는다고 말하자마자, 본인이 한 말에 도리어 본인이 상처받은 표정을 짓는다.

당연히 매우 기가 막혀한 나비에는 더 할 말이 없다면 이만 가겠다고 대화를 끝내려하고, 마법 능력을 잃은 마법사에 대해 조사하러 이틀 정도 자리를 비워야한다고 말한다. 나비에가 직접 갈 거냐고 묻자 아무래도 진짜인 것 같다고 대답한다. 나비에가 조심해서 잘 살펴보고 오라고 말하자, 대답하지 않다가 같이 가겠냐고 제안한다. 나비에가 조사냐고 묻자 내내 일만 했으니, 다녀오는 김에 숨도 돌리자며, 관광과 휴양으로 이름난 휴양지들을 언급해 같이 놀고 오자고 꼬신다. 그러나 나비에는 안 되겠다고 단칼에 거절해버리고, 이에 안 되냐고 실망을 표출한다. 나비에가 생일에 며칠 간 자리를 비웠는데, 그때 알현을 며칠씩 하지 못 했고, 둘 다 자리를 비우면 알현을 하지 못 할텐데 그 후로도 며칠이나 지났다고 또 알현을 생략하겠냐고 지적하자, 고작 이틀이라고 억지를 부린다. 나비에는 알현을 청한 사람들은 궁전 근처에서 하루를 쪼개가며 기다리고 있다고 거부하고, 이에 매우 삐진다.

라스타를 찾아가 '황후가 같이 시찰 나가자는 제안을 거부했다'고 불만을 표출하고서 눈을 감는다. 라스타가 자신의 손가락을 잡았다 떼기를 반복하고서 "황후는 폐하보다 일이 먼저인가보다. 황후는 어떻게 폐하를 두고 그럴 수 있냐."라고 자신을 위로하고서, 자신의 볼에 입을 맞췄다 떼며 '내겐 폐하가 항상 먼저인데 속상하다'고 속삭이자, 나비에는 바쁘다고 대답한다. 이에 라스타가 나비에를 대신할 수는 없겠다고 말하고서 말끝을 흐리자 그제야 눈을 뜨고 라스타를 쳐다본다.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라스타가 괜찮다면 함께 가도 되겠냐고 묻자 의아해해 묻는다. 라스타가 업무에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자신에게 도움이 될 거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게 결국 나라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하자 재미있는 여정이 아닐거라고 말한다. 욕심없는 미소를 지은 라스타는 자신을 올려다보고서 활짝 웃으며 자신과 함께 가는 게 중요하다고 대답하고ㅅ니, 한 손으로 배를 쓸며 '폐하가 안 계신 동안 궁전에 혼자 남아있을 때, 누군가가 우리 아기를 해칠지도 몰라서 무섭다'고 칭얼거린다. 바로 낙태약 사건을 떠올려 고개를 끄덕이고, 생각해보자고 대답한다.

그러나 생각해보자는 본인의 말과는 달리 라스타를 시찰에 데려가지 않는다.

결국 동행을 거부당한 라스타는 다음 날 자신을 마중하는 자리에서 나비에를 노려보고, 그런 라스타를 신경쓰인단 표정으로 라스타를 곁눈질한다. 이내 마차에 올라타 시찰을 나간다.

마법청 수장에게 들은 마법사 감소 현상의 현황[102]에 대해 상기하고 시름에 잠긴다. 안 그래도 귀한 마법사의 숫자가 줄어든다는 것에 동대제국의 국력이 약해지는 틈을 노려 다른 나라들이 동대제국과 맞먹으려들거라고 판단해[103] 군대를 정비하고 예산을 증액하기로 결정한다.

군비 증액 지시서를 작성하던 중 카를 후작의 심부름꾼이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는다. 시찰을 나간 자신에게 보낼 정도라면 무척 바쁜 일이라고 판단해 심부름꾼을 들여보낸다. 심부름꾼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지만 심부름꾼은 패와 서신을 내밀며 카를 후작이 자신에게 바치라고 했다고 보고한다.

카를 후작이 보낸 서신[104]을 읽자마자 우선 로테슈 자작을 구하고, 코샤르를 트로비 공작가 저택에 감금하라는 명을 내린다.

시찰을 끝낸 후 마차에 타 궁전으로 돌아가지만, 마차 안에서 라스타에 관련해 생각한다. 라스타에게 아기가 있었단건 놀라웠으나, 라스타에게 사랑하던 남자가 있단 점은 이 정도로 신경쓰일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이내 자신에게 가장 찝찝한 건 그녀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단 것과 아기를 버려두고 도망간 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렇다고 라스타를 완전히 비난할 수도 없다며, 지금도 구조 당시 라스타의 처연하고 가련한 모습이 눈앞에 생생한데 아기를 뺏긴건지, 버린건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건지 모르면서 마음대로 판단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음 날 궁으로 돌아오자마자 라스타를 찾아간다. 라스타는 잠들었으니 깨우겠다는 하녀의 말을 만류하고, 침대로 걸어간다. 자고 있는 라스타를 보고서 한숨을 쉬지만, 책상 위에 놓여있는 머리카락을 발견한다. 라스타의 머리카락이라 생각해 만져보지만 곧 아기의 머리카락임을 알아챈다.

그 순간 잠에서 깬 라스타는 자신을 보고서 언제 오셨냐고 묻는다. 라스타를 쳐다보지만 밝은 얼굴로 자신을 보던 라스타는 자신이 만진 머리카락을 보자마자 사색이 되어 '아까 머리 끝을 조금 다듬었는데 실수로 놔뒀다'고 둘러대며 머리카락을 챙겨 침대로 가져간다.

방을 나오지만 라스타가 보인 반응에 아기를 버린 건 아니라고 판단해 속으로 혀를 찬다. 어쩔 수 없이 아기와 생이별한 라스타가 아기를 그리워하며 머리카락이나마 몰래 간직하는거라고 생각해 라스타를 가엾게 여긴다. 아직도 거짓말 문제는 해결되진 않았지만 자신의 마음이 떠나갈까봐 말하지 못한거라고 여겨 이 일은 아는 척하지 않겠다고 판단한다. 이후 동궁 내 정원을 산책한다.

침실로 돌아가 카를 후작을 불러 코샤르에 대해서 묻는다. 얌전히 저택에 있다는 말에 대답하지 않다가, 라스타의 문제는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에 이혼을 언급한다. 이에 카를 후작이 라스타와 정부 관계를 끝내는거라고 해석하자 나비에와의 이혼을 하겠다고 확인사살한다. 뜻밖의 말에 기겁해한 카를 후작이 나비에는 왜냐고 묻자 코샤르는 나비에도 통제할 수 없다고 지한다. 이에 카를 후작이 납득하자 코샤르가 사고친게 벌써 두번째이고, 심지어 낙태약 사건이 벌어진지 얼마 안 됐다고 대답한다. 이에 카를 후작이 라스타를 언급하자 라스타에게 실망하고 말고를 떠나서 라스타는 이미 자신의 아기를 임신 중이고, 지금 라스타를 공격하는건 자신의 아기를 공격하는 것과 같다고 대답한다. 망연자실해한 카를 후작이 아무리 그래도 이혼은 안 된다고 말리고,[105] 이런 말을 하는 게 주제넘을지도 모르지만 다시 재고해달라며, 코샤르가 문제라면 코샤르 본인에게만 벌을 내리면 된다고 주장하며 재차 나비에와의 이혼을 말리려하자, 코샤르는 나비에의 친오빠이자 트로비 가문의 후계자라고 대답한다. 이에 카를 후작이 그렇다고 코샤르의 죄를 나비에에까지 미루는건 절대로 안 된다고 여전히 말리자 한숨을 쉬고서 유일한 후계자인 코샤르가 처벌을 받으면 트로비 가문의 입지는 흔들릴거고, 그렇게 되면 나비에의 입지가 난처해질 것이며, 나비에의 입지가 난처해지면 그녀가 아무리 잘하려고 노력해도 독하다고 치를 떨 자들이 나올거라고 반박한다.

나비에와 이혼한다면서도 그녀를 지키겠다는 뉘앙스에 카를 후작이 어리둥절해하자, 코샤르에게서 자신의 아기를 지키고, 그 여파에서 나비에를 지키려면 이 방법뿐이고,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았으나 이 방법이 낫다고 대답한다. 여전히 어리둥절해한 카를 후작이 나비에를 지키기 위해 이혼을 하겠다는거냐고 묻자 자신은 무조건 코샤르를 처벌할거지만, 코샤르를 처벌하면서 나비에를 가만히 두면 나비에에게도 피해가 간다고 말하며반대로 생각해보면 코샤르를 처벌하면서 나비에와도 이혼할 경우 사람들은 다들 '황제가 너무 심한 벌을 내렸다'고 자신을 손가락질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카를 후작이 수긍하는 듯하자 이혼을 하더라도 황후는 관례상 재혼을 하지 않았으니 나비에도 재혼을 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나비에를 동정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그 사이에 라스타를 황후로 올릴거라고 말한다.

직후 "라스타를 1년간 황후 자리에 두어서 태어날 아기에게 적통성을 부여해 적자로 만든 후 라스타와 이혼하고 친정 빽에 업무능력도 뛰어난 나비에와 재결합한다"는 계획을 밝힌다.[106][107][108][109]

당연히 이 매우 말도 안 되는 계획에 매우 기겁하는 걸 넘어 경악해한 카를 후작은 라스타는 황후 역할을 할 재목이 못 된다고 지적하지만, 아기를 낳은지 얼마 안 된 산모가 무슨 일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겠냐며, 그저 기본적인 일만 하면서 자리만 지켜주면 된다고 씹는다. 이에 카를 후작이 라스타가 사랑스럽고 아름답긴 하지만 국정을 보는 건 얼굴로 하는 게 아니라며 재차 반대하자 다들 그렇게 생각할거라고 대답하며, 라스타가 아무리 일을 '괜찮게' 하더라도 다들 나비에와 비교하면서 나비에를 그리워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나비에 황후를 복권하라'는 여론이 생길테니 그때 나비에를 복위시키겠다고 말한다.[110] 괴로워하는 표정을 짓고서 이혼에는 2년 정도 걸릴거라며, 나비에가 이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재판 때문에 더 길어질거라고 대답하지만, 여전히 기겁해한 카를 후작이 나비에가 나중에 아기를 가질수도 있지 않냐고 설득하자, '나비에가 불임'이라는 이유를 내세운다. 동시에 자신의 아기를 지킬거라고 말을 끊고는 코샤르를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고 묵살한다.

자신이 결정을 번복할 마음도 없단 걸 알아챈 카를 후작이 라스타의 과거를 묻어둘거냐고 묻자 라스타의 숨겨진 아이는 자신과는 관련이 없으니, 예전에 낳은 아기를 길러줄 마음은 없지만 굳이 찾아내서 죽일 마음도 없다고 대꾸한다.[111] 이에 카를 후작이 평민 출신 정부를 황후 자리에 올리려 하면 반대가 클 거고, 아기 때문이라면 차라리 고위 귀족 가문의 영애와 재혼하는 게 낫지 않냐고 제안하자 고위 귀족 가문의 영애가 황후 자리에 오르면 나비에를 찾는 여론이 강하지 않아서 나비에를 복권시키기가 힘들다고 묵살해버린다. 이에 카를 후작이 놀라자 반대가 힘들겠지만 라스타가 자신의 아기를 가지고 있으니 누를 수 있고, 선례가 없던 건 아니라고[112][113] 대꾸하고서 그래도 정 안 된다면 라스타를 적당한 가문에 편입시켜 신분세탁을 하라고 지시한다.

여전히 기겁해한 카를 후작이 황후가 된 라스타가 그 자리를 쉽게 양보하려하겠냐고 지적하자 욕심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도를 알고, 적당히 착하고 영리하며, 본인이 감당할 자리가 아니란 것도 알 거라고 묵살한다.[114] 이에 카를 후작이 황후 자리에 있는 동안 욕심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지적하자 내려가고 싶지 않다면 내려가게 만드면 될 일이라며,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음해사건을 빌미로 라스타를 도로 황후 자리에서 내려보내겠다고 말해 그동안 랑드레 자작의 보고서를 파기하지 않고 줄곧 보관하고 있었던 이유를 드러낸다.[115]

나비에가 자신을 찾아오자 웃으면서 맞이하며 서류를 내려놓고서 식사는 했냐고 묻는다. 나비에는 대답하는 대신 다가와 책상 위에서 마법사 감소 현상에 관련된 서류와 군대를 늘리라는 지시서를 발견해 식사는 했다고 대답하고, 이에 건강이 우선이니 잘 챙겨 먹으라고 충고한다. 나비에가 떨떠름해하며 웃자 그녀의 반응이 웃긴다는 듯 웃으면서 건강을 챙기란 말이 그렇게 이상하냐고 말한다. 이에 나비에가 이 상황에 할 말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고 대답하자 심란한 눈으로 '난 항상 황흔가 건강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나비에가 어색해해 자신을 쳐다보자 마법청 수장인 칼렌잘로와 만났다며 마법청에 다녀온 이야기를 꺼낸다. 이에 나비에가 얼른 말을 받아 마법 능력이 사라진 사람이 정말로 마법사가 맞냐고 물어보자 안타깝게도 그렇다고 알려준다. 원인을 물어보는 나비에에게 그 마법사의 능력이 사라진 이유도, 마법사가 줄어드는 현상의 이유도 아직 모른다고 알려주며, 신경쓰이는 말을 들었다고 말한다. 이 말에 의아해한 나비에가 무엇이냐고 묻자 마법청 수장이 말하길 마법사 감소 현상은 근 20년 전부터 계속된 현상이였다고 말한다. 이에 나비에가 들은 적이 없는 이야기라고 의아해하고, 그때는 학자들이나 마법사들 정도나 눈여겨볼 수치였지만, 최근 들어서 급격하게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알려준다.

예상밖의 말을 들은 나비에는 그건 확실히 이상하다고 대답하면서도 억지로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전에 나비에가 후원하는 국립 고아원의 원생들 중 마법 아카데미에 입학한 아이가 있지 않냐며 그 아이를 기억하냐고 묻는다. 이에 나비에는 에벨리라고 알려주자마자 물으면서도 불안해한다. 에벨리가 아카데미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고 말했으나, 나비에는 환경이 변해서 그럴거라고 대답한다. 단순히 그런 수준이 아니었으며, 또래 문제나 성격 문제, 환경적 문제라면 마법청 수장 칼렌잘로가 말했을리 없다고 설명한다.

이 말에 나비에는 직감적으로 에벨리가 마력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처음엔 마력이 풍부한데다 에벨리 본인도 의욕적이라 수업에 열심히 참여했고, 제법 잘 따라와서 교수들도 에벨리를 예뻐했지만, 점차 마력의 양이 줄어들면서 에벨리가 수업에 못 따라갔고 에벨리가 의기소침하긴 했지만 다들 노력의 문제나 환경의 문제 정도로만 여겼었으나, 이번에 마법사에게서 마법 능력이 사라기도 한다는 게 알려지면서 다들 에벨리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설명한다. 에벨리의 마력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나비에가 씁쓸해하자 그녀를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지만 나비에는 자신이 후원하고 있으니 자신의 쪽에서도 신경을 쓰겠다고 대답하고서 괜찮다면 코샤르를 언제까지 감금시킬건지 물어보고 싶다며 코샤르의 건을 언급한다.

나비에가 코샤르의 건을 언급하자 방금 전까지 그녀를 다정하게 바라보던 걸 지우고서 차갑게 '곧 풀려날 것'이라고 대꾸해 불만을 표출한다. 나비에가 어디로 풀려나는지가 중요한 거 같다고 대답하자 자신을 부르자 눈도 안 마주치려하는 태도로 일관해 그녀를 무시하다 이내 코샤르의 입도, 행동도 믿을 수 없다고 재차 불만을 표출하며, "내가 믿는 건 나비에는 코샤르를 통제할 수 없고 코샤르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고, 설령 코샤르가 변한다고 해도 내 아기가 태어나기 전은 절대 아니다"라고 팩트를 때려박는다.[116] 이윽고 나비에는 이미 코샤르가 감금당한 걸 알고 온 듯 하니 말해주겠다고 단호히 말하고서 의자에 일어나자마자 나비에에게 다가와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코샤르를 추방하겠다"고 선포한다.

자신이 코샤르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가 완전히 추방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걸 간파한 나비에는 입술을 깨물고, 손가락을 입술 근처에 가져다대고서 물론 영원히 추방시키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한다. 나비에가 몸을 돌려버리자 '비공식적인' 추방이고 코샤르가 '반성한다면'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해주겠다고 덧붙이지만 나비에는 대답하지 않는다. 나비에의 어깨를 돌려세우지만 나비에는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질린단 표정으로 나비에를 쳐다본다. 나비에가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대꾸하자 그 질문은 자신이 코샤르에게 똑같이 하고 싶다고 묵살한다. 이에 나비에가 정확히 코샤르를 무슨 죄를 추방시키겠단거냐고 묻자 '코샤르가 갇힌 이야기만 듣고, 사람 하나를 넝마로 만들었단 이야기는 못 들었냐'고 불만을 표출한다. 나비에가 '그 넝마가 내 오빠를 먼저 습격했단 일은 못 들었냐'고 응수하자 '못 들었다'고 묵살한다. 자신의 태도에 나비에는 놀라고, 먼저 습격을 당했단 건 코샤르의 주장일 뿐이지만, 로테슈 자작이 넝마가 된 건 사실이라고 대꾸하고서 코샤르가 로테슈 자작을 넝마로 만든 건 전부 다 라스타와, 라스타의 배 속에 있는 자신의 아이를 해치기 위해서였다고[117] 주장하며 분노를 표출한다. 돌아서서 책상에 거칠게 앉은 후 나비에가 뭐라고 자신을 설득해도 코샤르를 또 용서할 수는 없다며, 코샤르를 용서해달라고 청하는거라면 그만두라고 불만을 표출한다.

라스타를 찾아오지만 응접실에서 기다린다. 자신이 왔음을 하녀로부터 들은 라스타는 응접실에 자신을 부르고, 그제야 라스타를 본다. 자신의 앞에 다가와 '난 하루종일 폐하를 기다렸다'고 사랑스럽게 투덜댄 라스타가 웃으면서 맞은 편에 앉아 한 잔 따라드리겠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인다. 라스타가 샴페인 잔에 샴페인을 따른 후 잔을 건네주자 손 안에서 샴페인 잔을 굴릴 뿐 입에 가져가지 않는의아해한 라스타가 연이어 자신을 불러서야 반응한다. 라스타가 집중하고 있다고 말하자 잠시 대답하지 않다가 1년의 황후 자리를 약속한다.

뜻밖의 말에 당황해한 라스타가 얼어붙자, 한숨을 내쉬고서 부담스러운 자리일거라고 말한다. 재차 당황해한 라스타가 그게 무슨 소리냐며, 나비에는 어쩌냐고 묻지만 나비에와의 이혼을 약속한다.[118]

자신의 입에서 나비에와의 이혼이 거론된 것에 매우 기뻐한 라스타는 입을 뻐끔거리다가 두 손으로 뺨을 감싸고, 이런 라스타의 반응을 '라스타가 황후 자리에 큰 욕심이 없어보이니 다행이다'라고 생각해 1년 간이니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여전히 당황해한 라스타가 왜 1년이냐며, 그런 막중한 자리를 주냐고 묻자 1년이면 라스타의 아기가 정식으로 황자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라스타가 납득하자 잠시 바라보다가 손을 내밀어 라스타의 손에 덮고서 "네가 1년간 황후 자리에서 버텨준다면, 난 평생 널 버리지 않고 책임져주겠다"고 약속한다. 여전히 기뻐하면서도 이혼에 대해 나비에의 가문이 반대하지 않겠냐고 묻는 라스타에게 당연히 반대할거라고 대꾸한다. 이에 라스타가 어떻게 하시려냐고 묻지만 '내가 알아서 할 문제이니 너는 신경쓰지 말라'고 대답한다. 라스타가 자신의 손을 꼭 잡고서 눈을 내리뜨자 라스타를 불러 그저 열심히 배우고 몸을 건강하게 하라고 말한다. 이에 라스타가 수긍하자 손을 쓸면서 "이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라스타가 재차 수긍하자 등을 쓸면서 먹고 싶은거나 가지고 싶은 건 없냐고 묻지만 없다는 대답에 '이렇게 욕심이 없냐'고 흐뭇해해한다. 라스타가 '난 폐하만 있으면 된다'고 대답해 자신의 어깨에 기대자 한 팔로 라스타를 감싸준다.

한 시간 후 라스타가 잠들자 하녀를 시켜 커다란 쿠션을 가져오게 한 후 라스타의 머리에 받쳐준다. 방에서 나오면서 평소라면 안아서 침대로 옮겨주고 싶지만 그러고 싶진 않다며, 아기와 생이별을 한 처지는 가엾지만 감쪽같이 과거를 속였다고 꺼림찍해한다.

그러나 방에서 나오자마자 익숙한 장미 입욕제 향기를 맡게 된다.[119] 의아해해 베르디 자작부인과 하녀를 불러 혹시 나비에가 다녀갔냐고 묻지만 본 적이 없다는 대답을 듣는다. 고개를 갸웃하지만 설마 나비에가 이 시간에 여길 다녀갔으리라 생각하지 않은채 그 자리를 떠난다.

복도를 걸어가면서 계획을 나비에에게 미리 알려주라며, 아무리 후에 복권시킬 계획이라고 해도, 당사자인 나비에는 많이 놀라고 상처받을거라는[120] 카를 후작의 충언을 상기하지만 그럴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거라고 무시해버린다. 이어서 자신은 나비에의 단단한 자존심을 잘 알고 있고, 나비에가 자신과 라스타 사이에서 태어날 아기에게 어떤 애정도, 호의도 없단 걸 잘 알고 있다며 재차 무시해버린다. 아예 좋아하지도 않는 아기를 위해서 황후 자리를 떠나있으라는 말을 나비에가 과연 받아들일리가 없다고 완전히 무시해버리는 건 덤.[121]

다음 날 나비에가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알현실에 오자 전 날의 뻔뻔한 태도와는 정반대로 '밝은 색상도 잘 어울린다'고 반응한다. 당연히 어이없어한 나비에가 웃으면서 고맙다 인사하자, 손을 내밀지만 재차 어이없어한 나비에는 못 본 척 한 채 자신을 스쳐지나가 옥좌로 다가간다. 이에 '내 손 못 보았냐'고 따지지만 나비에가 '못 본 척 한거니 못 본 척 해달라'고 응수하자 코샤르 때문에 화가 나서 이러는거냐고 트집을 잡는다. 이에 나비에는 바람을 쐬고 싶다고 무시해버리지만 같이 산책이라도 하겠냐고 질척거린다. 나비에가 에벨리도 볼 겸 윌월에 다녀오려한다고 대답하자 언제냐고 물으면서도 '지금은 내가 시간을 빼기 어렵다'고 재차 질척거리지만 혼자 다녀올 생각이라고 단칼에 거부당한다.

나비에에게 거부당한 것에 속상해하지만 이내 로테슈 자작의 위치부터 묻는다. 자작이 남궁에서 치료받고 있다는 말에 못 움직일 정도냐고 묻지만 그건 아니라는 말을 듣고 그정도면 됐으니 자작을 데려오라고 지시한다.

로테슈 자작을 부르자마자 라스타와의 일부터 추궁한다. 로테슈 자작이 엉엉 울면서 코샤르에게 들은 말을 전부 털어놓자 라스타의 아기를 감춰주는 대가로, 라스타를 협박하고 있었냐고 불쾌감을 표출한다. 이에 로테슈 자작이 아니라고 말하자 그게 아니라면 라스타가 영지에서 도망칠 정도로 싫은 자기 주인을 계속 챙겨야 할 이유가 있겠냐고 묵살한다. 하지만 로테슈 자작은 고개를 숙이며 라스타와 계속 연락을 주고 받고 있는 이유는 라스타의 아기를 키워주고 있기 때문이고, 라스타가 약간 편의를 봐주긴 했지만 그건 아기를 잘 길러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라 협박은 말도 안 된다며, 라스타의 사이는 거래에 가깝다고 변명한다. 이런 로테슈 자작의 변명에 그를 내려다보면서 자작의 말은 앞뒤가 맞다고 여긴다. 라스타는 자작을 늘 감싼데다, 며칠 전 본 라스타의 아기의 머리카락을 떠올려 그럴듯하게 들린다고 생각하고는 라스타의 노예 매매문서의 위치부터 추궁한다. 로테슈 자작이 놀라자 코샤르가 노예 매매문서 이야기도 했다고 알려준다. 로테슈에게서 베어 상회 회장에게 맡겨두었는데 아마 코샤르가 가져갔을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코샤르가 가져갔다는 라스타의 노예 매매문서를 찾기 위해 트로비 공작가 저택에 찾아가 코샤르에게 다짜고짜 추방하겠다고 선포한다. 이에 코샤르가 라스타가 어떤 사람인지는 안 거냐고 빈정거리자 들을 건 다 전해들었다며, 수고했다고 조롱한다. 자신의 말에 코샤르가 놀라자 라스타가 과거에 뭘 하던 사람이였는지 대신 나서서 알아봐주지 않았냐고 재차 조롱하자마자 방을 둘러보며 라스타의 노예 매매문서의 위치를 추궁한다. 코샤르가 '귀 반쪽에 입이 나풀거릴 때부터 짐작은 했지만 정말로 입이 가벼운 작자'라고 자작을 조롱하자 웃으면서 '주먹과 뇌가 가벼운 너보다는 낫다'고 코샤르를 조롱한다. 그러나 코샤르는 태연하게 웃으면서 순순히 수긍하고 이를 의아해하던 찰나, 코샤르는 라스타의 노예 매매 문서를 베어 상회에서 가져온 건 맞지만 자신의 기사 중 하나가 압수해갔다고 빈정거린다. '무슨 헛소리냐'는 듯 코샤르를 쳐다보지만 코샤르는 '난 당연히 폐하께서 명령하신 일이라 여겼는데 지금 보니 아닌 모양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을 조롱한다. 뭐라 말하려했으나, 코샤르는 자신만만하게 두 팔을 벌리며 웃으면서 얼마든지 뒤져도 된다며, 본인에게는 없다고 대꾸한다. 결국 트로비 저택을 수색하라고 지시한다.[122]

그러나, 라스타의 노예 매매 문서는 나오지 않는다. 이에 베어 상회에도 사람을 보내 수색을 지시하지만, 베어 상회에서는 '코샤르가 라스타의 노예 매매문서를 가져갔다'는 말을 듣는다. 다시 트로비 저택과 베어 상회를 수색할 것을 지시한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도 라스타의 노예 매매문서는 나오지 않는다. 라스타의 노예 문서가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노예 매매문서가 사라져버렸으니, 나중에라도 라스타는 관련 의혹에 휩싸일거라고 분노를 표출한다. 이때 자신이 코샤르를 감금시킨 일을 나비에가 몇 시간만에 알았다는 걸 떠올려 노예 매매문서가 나비에에게 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심지어 기사들 중에는 나비에를 숭배하는 이들이 많으니 기사들이 라스타의 노예 매매문서를 나비에에게 전달했을 것이고, 라스타를 싫어하는 나비에는 라스타의 노예 매매문서를 입수하면 절대 건네주지 않을 것이라고 의심하기까지 한다. 아예 나비에가 없는 사이에 나비에의 방을 수색하겠다는 매우 정신나간 생각을 하는 건 덤.

트로비 공작부부에게 '코샤르가 내 아이를 해치려 했으니 추방한다'고 선포한다. 이어 나비에의 얼굴을 봐서 '공식적'인 추방은 하지 않지만 지금 당장 동대제국에서 추방이라고 으름장을 놓는다.트로비 공작은 휘청거리고, 트로비 공작부인은 공작을 부축하며 싸늘한 표정으로 노려본다. 그 모습에 나비에가 떠올라 잠시 주춤하지만 "코샤르는 추방되는 동안 동대제국에서 어떤 법적 권한도 행사할 수 없고, 동대제국에 들어오는 즉시 감옥에 갇힐 것"이라고 선포하자마자 바로 나가버린다.

나비에가 에벨리를 위로하기 위해서 윌월에 방문하려 서궁을 비우고, 그녀의 시녀들도 휴가를 받아 본가로 돌아가면서 서궁이 비워진 틈을 타 나비에의 방을 뒤진다.[스포일러]

수색 도중 나비에와 하인리가 주고 받은 편지들을 발견하고, 둘이 전서조를 통해 편지를 주고 받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윌월에서 돌아온 나비에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동궁에 오자 평소처럼 웃으면서 윌월에 다녀온 소감을 묻는다. 나비에도 아카데미에서 에벨리와 학장을 만났다고 평소처럼 웃으면서 반응하자 에벨리의 안부를 묻는다. 나비에가 마력이 사라지는 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털어놓자 에벨리의 마력이 아직도 줄어들고 있냐고 질문한다. 나비에는 자기가 갔을 때는 에벨리의 마력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고 털어놓고, 이 말에 놀라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많이 속상해하겠다고 말한다. 나비에는 에벨리 본인은 자신이 쓸모없어진 기분이라고 말했다고 털어놓은 후 곧 마력을 잃은 에벨리의 진학 문제로 충돌한다.[124]

이윽고 나비에는 방을 뒤졌냐고 대놓고 따지고, 이에 자신에게 감추는 게 없냐고 대놓고 트집을 잡는다. 이에 나비에가 없다고 태연하게 대꾸하자 코웃음을 치며 나비에와 하인리가 주고받던 편지들를 전부 가져와선 이래도 자신에게 감추는 게 없냐고 트집을 잡는다. 나비에가 단답으로 대꾸하고서 말할 필요가 없어서 하지 않은 것 뿐이였다고 묵살하자 그녀를 힐난하듯 되묻지만 나비에가 식사예절이 형편없다고 디스하자 "그 바람둥이 왕과 사적으로 편지를 주고받았으면서 남편인 내게 말할 필요가 없었냐"고 재차 트집을 잡는다. 이에 나비에가 라스타가 예절 교육을 받을 때 같이 나란히 앉아 받으면 되겠다고 재차 디스하자 물을 마시며 도리어 화를 표출한다.

그 사이에 나비에가 편지들을 주우려하자, 편지를 빼앗자마자 자신이 보는 앞에서 불태우며 하인리의 편지 상대가 나비에였냐고 따진다. 나비에는 대답을 알면서 질문하는 건 무슨 의미냐고 받아치고 이에 '하인리와 둘이서 짜고, 라스타를 '거짓말쟁이', '우스갯거리'로 만드는 게 재밌었냐'고 매도한다. 당연히 어이없어한 나비에가 라스타가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알게 된 감상이 그거냐고 지적하자 "라스타의 행동이 나쁜 것과는 별개의 문제고, 라스타를 비웃으며 감상해선 안 됐다"[125]고 일방적으로 나비에를 모욕한다. 이에 나비에가 라스타가 하인리 왕자의 편지 상대가 아니란 걸 말했다고 일갈하자 그걸 사람들 앞에서 조롱하듯이 말했다고 재차 모욕한다. 아예 "정말로 배려심이 있었다면 내게 조용히 와서 진실을 밝혀주거나, 라스타에게 '다른 사람이 편지 상대란 걸 알고 있으니 나서지 말라'고 했어야했다"고 일방적으로 나비에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기까지 하는 건 덤.

결국 완전히 지쳐버린 나비에는 식사를 끝내버리고서 일어서지만, 말 아직 안 끝났다고 트집을 잡는다. 이에 나비에가 어차피 "모든 건 다 나비에 탓이고, 나비에의 잘못이다"라는 트집을 잡을게 아니냐고 팩폭을 날리자 끝까지 따라와 "황후의 방에 날아오는 전서조들은 죄다 화살로 쏠 것"이란 명령을 내릴 것이니, 앞으론 전서조로 편지를 주고받을 수 없을거라며 적반하장으로 군다. 이에 어이없어한 나비에는 '내가 누구와 편지를 주고받는 게 폐하와 무슨 상관이라고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묵살하지만, 여전히 '난 그대의 남편이다'라는 개소리를 지껄인다. 이 말에 나비에가 애인은 아니라고 응수하자 황당하단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이 명령을 정말로 실행한 탓에, 때마침 파란 새로 변신해 편지를 배달하러 왔던 맥켄나가 화살을 맞는다. 그리고 맥켄나의 파란 깃털로 장식한 새구이를 나비에에게 보낸다!!![126][127]

나비에는 파란 새가 죽었다고 생각해 충격을 받고 기절했고, 이에 놀라 깨어난 나비에에게 뻔뻔하게 자신의 얼굴을 들이댄다. 당연히 나비에는 자신을 거부하지만 그녀에게 질척거리고, 나비에는 고개를 돌려버리며 재차 자신을 거부한다. 그럼에도 "놀래킬 생각은 없었다"고 뻔뻔하게 나오지만, 나비에가 놀래라고 보낸거라고 묵살하며 자신에 대한 불신을 표출하자 고기는 다른 새라고 매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한다. 당연히 나비에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이에 대해 "파란 새를 쏜 것도, 깃털을 주워서 쓴 것도 사실이지만, 보낸 새구이는 파란 새가 아니다"라고 재차 말이 안 되는 변명을 한다. 당연히 나비에는 말이 되는 거짓말을 하라고 묵살해버리고는 매우 분노해 축객령을 내리지만 오히려 본인이 상처받은 얼굴을 하는 등, 본인이 얼마나 잔인한 짓을 했는지 전혀 자각 없이 일관한다. 한 술 더 떠서 나비에가 거듭해서 축객령을 내리자 도리어 자신이 상처받은 얼굴로 나가며 피해자 행세를 하여 해당 회차를 보는 독자들의 분노를 샀다. 이 일로 나비에가 소비에슈에게 갖고 있던 일말의 정도 다 떨어진다.

이 사건을 만회하고자 나비에에게 똑같이 생긴 파란 새를 선물로 보내지만 나비에는 당연히 거부하고 도로 돌려보낸다.

몇 시간 후 라스타를 찾아오지만 라스타가 울고 있자 왜 우냐고 물은 찰나 라스타가 새장을 가리키자 그제서야 깃털이 뽑혀진 파란새를 발견한다.[128] 놀라서 새가 왜 이렇게 됐냐며, 왜 라스타가 가지고 있냐고 묻지만 라스타는 '황후가 돌려보낸 걸 델리스가 전해줬고, 내가 가지고 오라고 했다'고 말한다. 깃털이 왜 이리 된 거냐고 묻지만 라스타는 모르겠다고 말하면서도 나비에에게 누명을 씌운다. 두 손을 모으고서 나비에가 파란 새를 버렸으니 자기가 기르고 싶다고 간청하는 라스타의 모습에 새를 노려보며 라스타의 말을 그대로 믿고 자신이 보낸 새를 나비에가 이 꼴로 만들었다며 분노한다. 라스타는 '이 새가 가엾어서, 내가 보살펴주고 싶다'고 간청하지만 굳이 남이 버린 새를 왜 기르냐고 대꾸하고서 새로 사주겠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이에 라스타가 '이 새도 생명인데 왜 버리냐'고 말하자 누가 버린다고 했냐고 대꾸하지만 라스타가 안 버리는거냐고 당황하자 자신이 기를거라고 말한다. 자신의 말에 어리둥절해한 라스타는 나비에가 버린 새를 왜 자신이 기르냐고 대꾸하지만 속으로 '하인리의 새가 죽었단 이유로 기절까지 했으면서, 내가 보낸 새는 깃털을 생으로 뽑아버리는거냐'고 화를 표출한다.끼리끼리 논다 나비에에게 따지고 싶어하면서도, 나비에가 기절했던 걸 떠올리고 따졌다간 나비에가 기절할거라는 생각에 결국 새장을 들고 라스타의 방에서 나가버린다.

다음 날에도 여전히 분노에 휩싸이지만 하필 카를 후작이 '마력을 잃은 마법사'에 관한 서류를 들고 왔던 탓에 그에게까지 불똥이 튀게 된다. 카를 후작이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고 묻자 아무 일도 없다며 아닌 척 한다. 카를 후작이 '마력을 잃은 마법사'에 관한 서류를 내밀자 서류를 확인한 후 나가려던 카를 후작에게 아직도 노예 매매문서는 찾지 못했냐고 묻는다. 그제야 카를 후작이 반응하자 잊어버리고 있던 건 아니냐고 핀잔을 주지만 카를 후작은 그럴리가 있겠냐고서 말하고서 트로비 공작가 저택과 베어 상회에서는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래서 손을 놓고 있었냐고 트집을 잡지만 카를 후작은 '황제의 기사들 중 한 명이 압수해갔다'는 코샤르의 말을 떠올려 기사들의 숙소를 수색했으나 여전히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한다. 라스타의 노예 매매문서가 아직까지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애초에 나비에와 이혼하려는 계획까지 세운 게 라스타를 황후로 올리기 위해서인데 정작 라스타가 노예 출신임을 증명하는 노예 문서를 완전히 파기하지 못하는 한 불안요소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거라며 분노한다. 물론 황명으로 모든 국민들의 집을 수색할 수는 있지만 그건 스스로 라스타의 노예 매매문서의 존재를 홍보하는 꼴이라며 재차 분노한다.

한참을 분노하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미치겠다고 중얼거린다. 라스타가 아기를 낳기 전에 이혼과 재혼을 끝마쳐야하는데 나비에는 순순히 이혼해주지 않을 것이니, 빨리 찾아서 파기해야한다며 한참을 초조해하다, 너무 눈 가리고 아웅이라 이 방법을 쓰고 싶진 않았지만 라스타의 노예 매매문서를 당장 파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으니 선대 황제들이 자기 정부들에게 자주 하던 방법을 써야겠다고 말하며 라스타의 신분을 세탁하기로 결정한다. 카를 후작이 대번에 자신의 말을 알아듣자, 노예 매매문서가 나타나더라도 어떻게든 반박해보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며 몰락 귀족들 중 적당한 이를 찾아오되 최대한 빨리 물색하라고 재촉한다. 여전히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이혼을 하자고 하면 나비에는 더욱 놀랄거라고 고민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국정회의 날 나비에가 참석하자, 아는 척도 하지도 않은채 고개를 돌려버린다. 나비에도 자신의 태도에 매우 어이없어하고, 휴식 시간 동안 서로를 무시한다.

하지만 두번째 회의에서 파르메 지방의 영주의 심부름꾼이 '코샤르가 수도로 돌아간 후로 상시천이 다시 들끓고 있고, 상시천이 어디로 들끓을지 몰라 상인들조차 파르메 지방에 오지 않으니 폐하의 아량으로 상시천을 소탕해달라'는 영주의 청을 전하는 바람에 단번에 표정이 굳지만, 검토해보겠다는 의례적인 말로 대꾸해버린다.

직후 랑트 남작이 캐런 가문[129]의 부부가 자기들이 라스타의 부모라고 주장했다고 전하고, 회의장 내는 술렁인다. 본인이 라스타의 신분 세탁을 시켰음에도 민망해하던 찰나[130] 랑트 남작은 그들을 데려오겠다고 물러난 후, 뒤에 있던 블루 보헤안의 링얼 대사가 어떤 귀족 부부가 '동대제국 황제의 정부 라스타가 우리가 잃어버린 딸인 것 같다'[131]고 말했다고 전한 바람에 라스타의 신분을 세탁하려는 자신의 계획이 들통나게 되고, 나비에는 '라스타는 부모가 여섯 명이냐'[132]고 자신의 행동을 까면서 망신을 당한다. 이에 두 부부 중 하나가 사기꾼이거나 두 부부 모두 사기꾼일 수 있다고 소리치고서 사기꾼이면 용서하지 않겠다며 '두 부부 모두 가두라'고 화를 표출한다.

회의가 끝난 후 사람들은 랑트 남작이 데려온 부부가 가짜라고 생각하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블루 보헤안의 부부는 진짜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겠고, '황제의 정부를 등쳐먹은 사기꾼'보다는 '극적으로 부모와 재회한 귀족 소녀'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여길테니 앞뒤 이야기만 잘만 맞춘다면 다들 열광할지도 모른다고 안도하면서도, 자신이 그토록 "웃긴 짓"이라고 여겼던 아버지의 전철을 그대로 했는데다 더욱 나쁘게 밟았다는 사실에 꺼림찍해해 나비에가 자신을 비웃을만도 하다고 여긴다. 랑트 남작이 자신을 걱정하자 그를 안심시킨 뒤 한참을 생각하다가 캐런 부부를 어디에 가둬두었냐고 묻고, 확실하게 죄인이 된 건 아니기에 서쪽 탑 1층에 두 부부 모두 가둬놓았다고 보고한다. 랑트 남작과 카를 후작을 대동하고 서쪽 탑[133]으로 간다.

캐런 부부가 자신을 보자마자 '우리들도 몰랐고, 랑트 남작이 '폐하의 뜻이다'라고 말해서 믿었다', '절대로 폐하께 사기를 치려던 건 아니었다'라며 필사적으로 호소하자 캐런 부부에게 '코샤르가 우리를 고용했다'고 주장하게끔 협박한 후 부부를 매수한 뒤 코샤르에게 '라스타의 가짜 부모를 매수했다'는 누명을 씌워버린다.[134][135] 이를 이혼 사유로 삼고 카를 후작에게 이혼 신청서를 가져오라고 시킨다.

카를 후작은 정말로 이혼을 하려하냐며 말리려하지만 한다고 대답해 씹는다. 미리 종이에 이혼 사유를 적어놓은 후 15분 후 카를 후작이 이혼 신청서를 가져오자 자신이 주장하는 이혼 사유[136]로 이혼 신청서를 작성한다. 그러면서도 기절한 나비에의 얼굴을 떠올려 정말 이게 옳은 생각인거냐고 불안해한 것도 잠시 카를 후작이 자신을 부르자 불안감을 버린다. 이혼 신청서를 봉투 안에 넣고서 황제의 인장을 찍은 뒤 이혼 신청서를 카를 후작에 건낸다.

카를 후작이 쉽게 가지 못하고 우물쭈물리는 것에, 직접 대신관에게 가서 전달하라고 지시한다. 카를 후작은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냐며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하라며 반대하지만 그 시간이 없으니 이러는거라고 재차 씹는다. 카를 후작은 나비에는 아직 젊으니 얼마든지 임신할 수 있다고 계속 반대하지만 젊은데도 계속 아이가 안 생겼다고 여전히 씹는다. 자신의 아이가 없을 경우 유력한 황위계승권자 후보인 릴테앙 대공의 아들 셰를이 황제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137] "나비에가 임신한다고 해도 라스타의 소생을 두고, 나비에의 소생을 후계자로 삼으면 라스타의 아이가 받을 상처는 어떻겠냐?"[138][139]라는 말도 안 되는 억지 논리까지 추가로 내세우는 건 덤. 아예 '나비에가 불임'이라는 매우 어이가 출타하는 논리를 날리면서 카를 후작의 반대를 씹어버린다. 이에 대해 카를 후작이 왜 나비에의 불임을 확신하냐고 묻자, 편지나 보내라고 재촉하고는 어차피 대신관에게는 따로 이유를 말해야한다고 대꾸하며, 마지막까지 반대를 씹어버린다.

라스타를 서쪽 탑으로 데려가 이스쿠아 자작부부와 대면시킨 후 자작부부가 라스타의 부모라고 주장하는 이들이라고 말한다. 라스타가 이스쿠아 자작부부와 신중하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자작부부가 라스타의 친부모인지 아닌지는 자신도 모르며, 심문 결과 라스타를 친딸로 생각할 만한 몇 가지 사안이 있었고 블루 보헤안의 링얼 대사도 이 점을 확인하느라 부부가 찾아오고 나서도 며칠 걸려서야 보고했다는 걸 상기하며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친부모가 맞든 아니든 캐런 부부는 자기들이 가짜라고 실토할 것이기에, 둘 다 친부모가 아니었다는 결론이 나오면 그 다음 부부를 데려오면 그만인데다, 이번 일이 신문에 실렸으니 라스타에 관한 일은 신문을 보고 왔다고 주장하게 하면 된다고 판단한다.

그때 라스타는 문 앞에서 흐느끼며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자신이 부모님이 맞는 것 같다고 말하고, 이스쿠아 자작부부 역시 라스타가 자신들이 잃어버린 딸이 맞다는 반응을 보인다. 곧 라스타와 이스쿠아 자작부부는 "잃어버린 딸과 친부모의 감동의 재회"를 연출하고, 이 모습을 본 기자들과 귀족들은 감동해 눈물을 흘린다. 혈육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되냐고 묻는 사람들이 없는 걸 보며 혈육 검사를 꼭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며, 서로의 주장이 상반된다면 해봐야겠지만 서로가 부모와 자식이라 주장하는데 억지로 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스쿠아 자작부부를 풀어준 후, 감옥에서 나온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훌쩍이자 혹시라도 부부가 사기꾼이라면 처형대에 목이 날아갈 것이라는 걸 명심하라며 경고를 준다.

본격적으로 라스타에게 황후 교육을 시키려한다. 하지만 1주의 시간을 주고 반 뼘 쯤 되는 책을 전부 외우라고 시키며 라스타에게는 매우 무리한 요구를 한다.

그러다 나흘 째 중간점검으로 찾아와 다짜고짜 라스타에게 노트를 주고 그동안 외운 것을 쓰라고 시킨다. 라스타의 언급에 의하면 책의 1페이지부터 다 써보라고 했다고. 당연히 라스타는 일부분밖에 못 쓰게 되지만, 라스타의 교과서를 한 손에 든채 불만족스러운 눈으로 노트를 내려본다. 라스타는 긴장한 채 손을 움직이다가, 슬쩍 자신의 눈치를 살피며 빤히 바라보지만 이를 무시한채 계속 쓰라고 말한다. 이에 라스타는 울상을 짓지만, 미간을 찡그리며 아직 1/3밖에 못 썼으니, 더 쓰라고 닼달한다.

결국 라스타는 펜을내려놓고서 슬픈 눈으로 자신을 원망스레 바라보며, 자신은 모르겠고, 아직 덜 외웠기에 더 외워야한다고 애원한다. 이에 국가에 소속된 관직 이름과 담당자 이름, 직위, 가문, 특징, 부서 소속, 인원수, 업무를 외우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대꾸하며 라스타의 애원을 묵살해버린다. 라스타는 알긴 아는데, 자신은 책을 받은지 아직 나흘밖에 안 됐다고 애원한다. 이 말에 더욱 놀라 나흘씩이나 줬다고 대꾸한다. 하루, 길어도 이틀 안에 외울 수 있는 분량이라고 주장하는 건 덤. 이 말에 놀란 라스타는 자신은 그게 가능하냐고 질문하지만, 본인은 하루만에 외웠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이에 라스타는 '폐하는 폐하시고, 다른 사람은 못 한다'고 소리치지만, 진심으로 당혹스러워해 '정말로 어떻게 이걸 못 외우지?'라는 표정으로 나비에도 하루 안에 외웠다고 말하며라스타를 나비에와 비교한다.[140] 민망해한 라스타는 자신도 지금 빨리 배우고 있다고 말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느긋하게 가도 괜찮겠지만 지금은 예외라며, 높은 수준을 바라진 않겠지만 기본은 해주어야한다고 묵살한다. 라스타에게 하루에 책을 한 권씩만 외우라고 시키며, 그러면 황후 자리에 올랐을 때 기본적인 건 할 수 있을거라고 말하는 건 덤.

하루에 책을 한 권씩 외우라는 요구에 라스타는 매우 기겁해하지만, 하루종일 외우면 가능할거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자신의 모습에 당연히 라스타는 매우 억울해해 눈가에 눈물이 차오르고, 당황해해 라스타를 쳐다본다. 결국 라스타는 울음을 터트리며 자신은 글을 뗀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 어릴 때부터 넉넉하게 공부한 나비에와는 경우가 전혀 다르다고 팩폭을 날린다. 한숨을 내쉬며 라스타를 단순한 정부로 둘거라면, 굳이 이런 것들을 강요하지는 않았을테지만 라스타는 1년 간이긴 해도 황후 역할을 해야했는데,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으니 그 역할을 잘 해내려면, 기대는 하지 않아도 기본은 해야한다고 판단한다. 내일 물어볼테니 울지 말라며 라스타를 달래보지만, 라스타는 '내일'이란 말에 더욱 울어댄다. 이에 곁에 서 있던 라스타의 하녀 델리스는 얼른 라스타에게 손수건을 내밀고, 손수건을 대신 받아 눈물을 닦아준다. 라스타가 울음을 그치자 손수건을 내려놓고 '이번 하녀는 배려심이 좋다'며 델리스를 칭찬한다.

복잡한 듯한 눈으로 빈 노트를 내려보고 있던 중, 부하로부터 나비에가 서쪽 탑에 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미간을 찌푸리며, 코샤르가 가짜 부모를 데려온거란 이야기를 나비에가 전해들었음을 바로 눈치챔과 동시에 나비에라면 일의 전후 사정을 끼워맞춰서 그게 거짓이라는 것과, 대화가 길어지면 자신이 배후에 있단 사실을 알아차릴 것이라고 판단해 다급히 책을 내려놓고 방에서 나온다.

서쪽 탑 내, 캐런 부부가 임시 감금된 방으로 가, 자신이 협박한 캐런 부부를 나비에가 유도심문[141]을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표정관리를 한채 이를 지켜보면서 무표정으로 나비에를 쳐다보고 있는다. 유도심문을 하는 내내 캐런 부부는 연거푸 거짓말을 해대고, 매우 분노한 나비에는 자신을 쳐다보며 들었지 않냐며, 캐런 부부는 코샤르를 제대로 본 적조차 없다고 따진다. 이에 나비에가 협박을 하니, 그들도 헛소리를 하는 것이라며 나비에에게 책임전가를 한다. 이 말에 어이없어한 나비에는 되묻지만, 나비에가 앞장서서 머리 색과 눈 색을 엉망으로 말하라고 하니, 캐런 부부가 말을 맞춘거라며 나비에에게 책임전가를 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캐런 부부는 그제야 자신이 와 있음을 눈치채고 사색이 되어 떤다. 이에 나비에는 자신을 노려보며 "내 오빠가 적발에 적안인데, 내가 거짓말을 해서 저들이 내 말에 맞춰주었단거냐?"고 받아치며 자신의 억지 주장을 묵살한다. 이에 캐런 부부는 나비에의 말이 맞다며, '황후 폐하가 무서워서 거짓말을 했고, 코샤르는 적발에 적안이 맞다'고 주장한다. 이에 나비에는 자신을 보며 눈썹을 치켜뜨고 '이래도 캐런 부부가 내 오빠를 만난게 맞는거냐?'는 듯 묻는다. 이 말에 표정이 굳어진다. 하지만 '네가 콩을 두고 팥이라 우기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덩달아 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는 생트집을 잡는다. 이 말에 나비에는 캐런 부부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소비에슈에게는 그건 중요하지 않으며, 소비에슈는 이 일을 빌미로 '황제의 아기에게 해코치를 하려다가 추방당한 황후의 오빠가 그 새를 못 참고 또다시 황제의 아기를 공격하려했다'는 명분을 내세워 나비에와 이혼을 하려는 것임을 바로 간파하고, 더 싸우는 대신 서쪽 탑에서 나온다.

본격적으로 이혼 서류를 제출하여 이혼 재판을 시작하려한다. 이혼 재판을 앞두고 황궁에 방문한 대신관은 소비에슈와 나비에의 과거[142]를 알고 있기에 소비에슈와 나비에가 이혼을 하게 된 상황에 경악해해 황궁에 방문하자마자 소비에슈를 찾아간다. 문이 닫히고 단둘이 남게 되자마자 대신관은 이혼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질문하고서 맞은 편 의자에 앉으며 잘못 보았다고 말해달라고 말한다. 사실이라며, 자신은 나비에와 이혼할 생각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대신관은 소리치지만, 이혼 신청서는 읽어보았냐고 묻는다. 대신관이 이혼 신청서는 읽었지만, 그건 나비에의 잘못이 아니라고 따지자, 나비에의 잘못은 아니지만, 나비에를 위해 벌어지는 일이라고 대꾸한다. 이 말에 대신관이 말을 하려던 찰나 코샤르를 통제할 수가 없다고 설명한다. 여전히 경악해한 대신관은 이혼 신청서에 써진 불임 이야기는 도대체 뭐냐고 따지고, 이에 표정이 어두워진다. 대신관은 나비에를 불임이라 주장한다면, 확실한 이유가 있어야할거라고 추궁한다. 결국, 대신관에게 이에 대한 건 비밀로 해주어야한다고 부탁한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자신이 아직 황태자일 때의 일이라고 말하며, 과거의 일을 털어놓는다.[143]

과거의 일을 털어놓은 후(이때 나비에도 같이 쿠키를 먹었다는 사실만 설명하지 않는다) 관자놀이를 누르며 부작용이 모든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건 아니라고 했으나,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딱 한 번 먹었을 뿐이니 아무 지장이 없을거라고 생각했고, 선대 황후가 양을 많이 썻긴 하지만 당시, 자신과 나비에 둘 다 건강하고 어렸으며, 그 후로 나비에와 자신의 식단은 약효를 중화시킬만한 재료로 바뀌었고 몸에 좋다는 약도 같이 먹었으나 아기는 생기지 않았다고 설명하며, 이로 인해 성인이 된 후 부작용이 나타난 건 나비에인지, 자신인지, 아니면 둘 다 나타난건지 고민해왔고, 나비에, 자신 혹은 둘 다 불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정부로 들인지 얼마 안 된 라스타가 임신했고, 그래서 '부작용은 나비에에게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나비에가 불임이라고 확신했다고 털어놓음과 동시에 자신으로서는 간신히 생긴 자신의 핏줄을 포기할 수 없음을 이유로 내세운다.[144][145]

퀸의 모습인 하인리를 쏜 궁수에게서 나비에의 방에 금빛 새가 전서조가 들어갔다는 보고를 듣는다. '분명 대신관에게서 이혼 선언을 들었을텐데 그 와중에 그 바람둥이 왕과 편지를 주고받냐'고 불쾌해하며 나비에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심지어 '새 한 두 마리 죽어도 상관없을만큼 연락을 주고 받고 싶어하는거냐?'라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자신이 준비한 새구이를 보고 기절한 나비에를 떠올려 궁수에게 더는 새를 쏠 필요 없다고 명령한 뒤 시종에게 독한 술을 가져오라 명해 연거푸 독한 술을 마신다.

이후 나비에와의 이혼 선언을 위해 긴급 국정 회의를 열고 나비에에게 참석을 통보한다. 장식을 뺀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국정 회의에 참석한 나비에를 보고, 나비에에게 이혼에 대해 사과하려하지만 거부당한다. 국정회의에서 나비에가 보는 앞에서 대신들에게 나비에와 이혼하겠다고 선포하며, 카를 후작 때처럼 대신들의 반대를 씹는다.

이혼을 멋대로 감행해 놓고 이혼을 하루 앞두고 시녀들과 함께 서궁에 갇혀 지내는[146] 나비에를 찾아와서는 "이혼하는 기간은 길지 않고, 잠시 이별할 뿐이다. 우리는 남이 아니니 이혼 후에도 내 곁에 남아달라."라는 헛소리를 나비에의 면전 앞에서 대놓고 지껄인다.[147] 당연히 나비에는 이 소리를 듣고 '뻔뻔하다'고 생각해 매우 불쾌해해 이혼을 하는 순간 남남이 된다고 팩폭을 날렸으나, "잠시 이혼한다고 해서 남남이 되지 않는다"는 헛소리까지 추가로 지껄여 나비에를 분노하게 만든다.

이혼 법정 날 나비에가 순순히 이혼을 받아들이자 안도한다. 하지만 나비에는 곧바로 하인리와의 재혼 승인을 요구하고, 바로 하인리가 그 자리에서 나타난다. 이 광경에 경악한다.

이 상황에 놀란 대신관이 나비에와 하인리에게 재혼 승인 요구가 진심인거냐고 묻고, 하인리는 나비에보다도 먼저 나서서 대신관에게 나비에를 자신의 왕비로 맞이하고 싶다고 말한다. 황당해해 하인리에게 "남의 나라에서 지금 뭘 하자는거지?"라고 따졌으나, 이에 하인리는 "청혼이요."라고 대꾸했다. 대신관이 경고하는듯이 하인리를 부르자마자, 하인리는 대신관에게 재혼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하고, 이에 대해 대신관에게 '하인리 왕이 허락없이 법정에 참가한 건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재혼 승인을 무마하려고 했으나, 대신관은 재혼 승인 요구가 나비에의 뜻을 알아채 재혼을 승인한다. 이에 충격을 받는다.-모든 게 자기 뜻대로 된다고 단정하면 큰 오산이다.-

2.3. 이혼 후 나비에에 대한 집착(84 ~ 105화)

나비에가 공식적으로 서왕국의 왕비가 되자 충격을 받고는 남편이 아니라면 동대제국 황제로서 나비에의 재혼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억지를 썼다가 법정에 참석한 사람에게 비웃음을 사는 등 되려 망신만 산다[148] 침실로 들어가 분노를 표출하던 중 자신을 찾아온 라스타가 자신을 위로하겠답시고 '폐후(나비에)는 하인리 왕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오래전부터 그와 바람을 피웠다. 난 그런 폐후를 지켜주기 위해 편지 상대를 자처했다.'며 이간질하는 것을 듣게된다. 물론 그것이 거짓말인 것을 알고있기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넘어가버린다.
이후 나비에가 서왕국으로 떠나지 못하게 하려고 트로비 공작가 저택을 기사들로 포위해 나비에와 하인리를 감금한다.

이웃나라인 서왕국의 국왕과 서류상 정식 왕비가 된 나비에를 단지 재혼을 막겠단 감정적인 이유로 일방적으로 감금했으니, 매우 중대한 외교 문제를 저질러 놓은 주제에 하인리가 이에 대해 질책하자 '국가문제로 번질 걸 신경쓰면서 남의 아내를 빼앗느냐'고 받아치면서 본인의 행위를 합리화한다.[149] 또한 나비에가 재혼한 일을 가지고 순진한 나비에가 하인리 왕에게 유혹당하고, 자신에 대한 복수심리로 하인리와 재혼한 것이라고 정신승리를 한다. 급기야 이혼은 잠시 이별하는 것일 뿐, 같이 가고 싶은 것은 너다라는 헛소릴 지껄여 나비에의 어이를 승천하게 만든다. 결국 나비에한테 애시당초 이혼법정을 연 것은 본인이라고 지적을 당하고 하인리로부터는 "당신의 전 부인과는 앞으로 서로 알아갈 시간이 많다"는 투로 눈 앞에서 대놓고 속을 긁혔다.

그 뒤로도 감금을 풀어주지 않아 결국 트로비 공작부부가 알현을 신청했음에도 대놓고 거부하는 걸로 응수한다[150]. 그러나 그게 나흘에 이르자 슬슬 서왕국과의 외교 관계를이제야 걱정하기 시작한다. 카를 후작 역시 이것이 국가 문제로 비화할 것을 우려해 나비에와 함께 감금된 하인리 왕을 서왕국으로 돌려보내자는 지적을 듣는다. 이때 차라리 나비에의 재혼을 국가 간의 혼인으로 간주하고 대인배답게 축의금을 보내자고 요청하자 "네 아내가 재혼하면, 그때 대인배답게 축의금을 보내라"고 대꾸하며 씹어버린다.

또한 "나와 나비에는 어린 시절부터 부부였고, 잠시만 이별할 뿐 다시 만나야하는데, 망할 하인리가 내 계획을 망쳤다"며 또 하인리 탓을 한다. 결국 에르기를 불러 하인리만 빼내 서왕국으로 돌려보내라 명령한다.[151] 궁의 인력을 동원해 어떻게든 재혼을 취소할 방법을 찾으려고 애를 쓰지만 소용없다는 것만 깨닫게 된다.[152] 하지만 만일 소비에슈가 이혼을 취소하면 나비에와 하인리의 결혼은 자연스레 취소되는(중혼이 되니까) 방법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본인의 후계자 문제로 이 모든 일을 저질렀던지라 그것은 바로 포기해버린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 나비에도 볼 겸 트로비 공작가에 찾아갔지만 나비에는 부재중이고 트로비 공작부부가 모른다고 잡아떼는 것을 보고는 곧 나비에가 탈출했음을 알 게 된다. 이에 에르기가 하인리만 빼온 것이 아님을 깨닫고 나비에를 수색하라 명령을 내린다.[153] 이후로도 나비에의 일에 전전긍긍해서 그걸 안쓰러워하던 라스타로부터 나비에가 떠난 일에 대해 평민들이 수군거리며 소비에슈의 편을 들고있다는 위로를 듣는다. 다만 그 이야기의 출처가 다름 아닌 에르기 공작이란 점을 알고는 불쾌해하며 '에르기 공작은 어울릴만한 자가 아니니 가까히 하지 말라'고 충고하지만 정작 라스타는 그걸 질투라고 이해하는 바람에 '그저 친구일 뿐이고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라는 대답만 듣는다.

나비에가 서왕국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허탈해하며 트로비 공작가는 황후를 가장 많이 배출한 가문이고 자신과 어릴적부터 함께 했으면서 자신을 배신했다며 치를 떤다. 정작 본인이 트로비 공작가의 아들인 코샤르는 누명까지 씌워 추방시켰고 딸인 나비에는 홀대하고 이혼시켰다는 것은 생각도 안하고 말이다. 게다가 본인 스스로 치졸한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결혼식을 화려하게 올려서 나비에가 후회하게 하겠다"는 적반하장 격인 생각을 하기까지 한다.[154] 겨우 분노를 가라앉힌 후 카를 후작에게서 이번 일에 대한 여파로 라스타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우호적이라는 것[155]을 듣는다. 그것은 라스타의 뒤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며, 그 여론이 한시적일것이라 간파하고 라스타의 가짜 아버지인 이스쿠아 자작에게 체면치레로 영무대신이란 명예직을 내린다.

서왕국에서 자신이 라스타에게 이혼을 약속하는 것을 당시 나비에가 들었다는 내용이 실린 신문이 발간된 것을 알고 나비에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으리라 생각하며 가슴아파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1년의 기한을 제시했다는 것을 몰랐으니 나비에가 오해한 것이고, 그 때문에 충격을 받아 하인리와 손을 잡았을 것이라며 멋대로 지레짐작한다. 그래서 그 계획에 대한 편지를 써서 서왕국에 있는 나비에한테 보내고, 나비에가 그 진실을 알면 버림받은 것이 아님을 깨닫고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란 착각에 빠진다. 이 와중에 나비에가 바람둥이인 하인리에게 분명 상처를 받게 될 것이라 단정짓는데 정작 본인이 바람을 피우고 상처를 줬다는 건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그 와중에 나비에의 방에 들어가고 싶다는 라스타의 요구에 어이없어 하면서도 열쇠를 내준다.

그렇게 심란한 상태에서 알현을 청한 이들이 유독 결혼을 축복해달라는 청을 많이 하자 속으로 짜증을 내며 진심없는 축복을 건넨다. 그러다 마지막에 입양된 아이를 축복해달라는 부부만큼은 진심으로 축복해주며 나비에가 후원하던 에벨리를 떠올리고 그를 수도에서 잘 보살피면 나비에가 돌아왔을 때 점수를 딸 수 있을거라 여긴다. 예전에 나비에는 마력을 상실한 에벨리의 거취에 대해 이야기할 때 괴롭더라도 아이가 원하는 길을 걷게 하라면서 에벨리를 존중해 내버려두라고 했음에도, 나비에한테 환심을 사겠다는 자기중심적 마인드로 제멋대로 부른 것.[156]

"편지가 잘 전달되기만 하면 나와 나비에의 사이는 원 위치로 돌아갈 것"이라 여기고 당연히 나비에가 답장을 해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미 정나미가 떨어질대로 떨어진 나비에가 답장을 보낼 리 만무했고, 그냥 돌려보냈음을 보고받자 내 진심을 무시했다.며 화를 낸다. 자긴 계획을 위해서라면 아무것도 모르는 나비에한테 상처를 줘도 되지만, 나비에는 자신에게 화를 내면 안된다고 여기는 것이 그야말로 내로남불적 태도.

불난집에 기름 끼얹듯 뒤이어 니안과 랑드레 자작의 소식을 들은 투아니아 공작이 들이닥쳐 하소연하자 "네 아내를 못 믿어서 이혼한 것"이라는 화풀이를 한다. 게다가 카프멘 대공까지 서왕국에 갔다는 소식에 "나를 버린 나비에를 반드시 후회하게 해주겠다"며 결혼식을 최대한 앞당기고 서왕국에 초대장을 보내 나비에가 참석하게 만들려고 한다. 트로비 공작부부를 보기 위해서라도 나비에가 반드시 참석할 것이라는 계산은 덤. 결혼식 준비를 의논하면서 라스타가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것을 보고 수수한 옷을 입으라고 설득하지만 라스타가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억지를 부리자 괜히 자극했다가 뱃속의 태아에게 해가 갈까 싶어 어쩔 수 없이 허락한다[157]

결혼식을 눈앞에 두고 서왕국의 왕비로 방문한 나비에와 재회한다. 처음에는 무표정으로 에의적 인사만 건넸지만 이후 나비에 부부가 산책하는 것을 보고 말을 걸었다가 하인리에겐 나비에는 내 아내라고 못박는 소리를 듣고, 나비에한테는 정말 중요한 말이 아니라면 나는 내 남편과 있겠다.며 이중으로 퇴짜를 맞는다.업보다

2.4. 라스타와의 재혼, 그리고 아이의 출산 (106 ~ 178화)

결혼식장에 당당하게 나타났으나 라스타가 나비에와 겨루겠다며 지나치게 화려한 드레스에 갖은 장신구를 주렁주렁 달아 우스운 꼴로 나타난 걸 보고 경악한다. 하지만 화를 참으며 결혼 서약서를 쓰고 라스타를 두번째 황후로 맞이한다.

그 와중에도 나비에를 의식해 그쪽을 보다가 나비에와 하인리가 손을 잡은 것을 보고 표정을 찡그린다. 기념 퍼레이드[158]를 하기 전 라스타에게 '드레스가 옷걸이 같으니 장신구라도 떼고 오라'며 지적하고 가장 앞의 마차에서 라스타와 함께 행진한다.

피로연에서 나비에가 에르기와의 춤이 끝나자마자 끼어든다. 나비에에게 "편지에 대한 답장이 없었냐? 내게 할 말 없냐?, 나는 너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라고 쏘아붙였으나, 나비에는 소비에슈 본인의 결혼식이라고 일갈하고는 "편지를 받으면 화가 풀릴거라고 생각했냐? 만약 계약기간이 연장된다면 난 어찌 되냐?' 만약 약속을 지킨다고 한들 난 소비에슈와 라스타의 아기의 어머니가 되어 내가 기른 아이에게 '어머니의 원수' 취급을 받으며 내가 기른 아이에게 내쳐지고 싶지 않다."라며 쐐기를 박는다. 이에 대해 생각을 못 했는지 매우 놀란 표정을 짓는다.

가면무도회 때 나비에와 라스타가 춤을 추다 라스타가 배가 아프다고 하자 라스타를 데리고 돌아간다. 궁의에게서 라스타가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고 듣고 '황후가 날 협박했다'는 라스타의 말에 '황후가 무엇으로 협박했냐?'고 반박하며 무의식적으로 나비에를 '황후'라고 호칭한다. 이후 쉬라며 라스타를 토닥거린 후 밖으로 나간다.[159]

피로연 마지막 날 남궁 내 하인리의 방 앞에서 기다리다 나비에와 마주친다. 나비에에게 말을 걸었지만 그동안 자신의 몰상식한 태도를 뼈저리게 겪은 나비에는 당연히 라스타에게 한 행동에 대해 따지러 온 것이라고 여겨 '난 아무 것도 안 했다'고 반박하였고, 이에 '그럴리가 없다'고 소리친다. 이때 본인도 본인이 나비에에게 한 망언들과 과거 일이 생각나서 움찔하는 모습이 나오나, 곧 경계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그럼 무슨 일로 왔냐?'고 쏘아붙이는 나비에에게 "돌아와줘. 나는 네가 다른 남자의 아내가 아니었으면 좋겠어. 우리가 부부잖아. 나비에."라는 헛소리를 대놓고 지껄인다.[160][161]

하인리가 보내온 결혼식 초대장을 보고 열받아서 바로 초대장에 화풀이한다. 당연히 이 어이없는 광경을 목격한 카를 후작은 매우 놀라서 말렸으나, 듣지조차 않는다.[162] 하인리의 회상으로 나비에의 말이 작아서 안 들렸지만 "나비에!"라고 소리쳤다고 했는데 "싫어!"라고 단답하며 단호하게 거부했다고 한다. 여기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일이 잘못된 거 같지만, 바로잡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나비에를 찾아간 것이였다고 한다. 나비에에게 거부당한 것을 "나비에가 일부러 나를 자극하려 한 것"이라고 망상한다.

이윽고 카를 후작이 '황후 폐하'라고 말하자, 나비에라고 대꾸한다. 이 말에 카를 후작이 라스타라고 정정해주자,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라스타가 결혼식 때 뿌린 후원금의 출처가 나비에의 어음이냐고 묻는 카를 후작에게 맞을거라고 대답한다. 당연히 카를 후작은 아연실색해해 빨리 어음을 회수해야한다고 요청하지만, 신고하지만 않으면 문제가 없고, 그래야 라스타에 대한 비난이 그나마 줄어든다는 논리로 무시해버린다.[163]

랑트 남작으로부터 라스타가 황궁 예산 관리 권한을 돌려달라고 요구를 했다고 보고받고, 라스타를 찾아온다. 라스타는 황궁 예산 관리는 황후의 권한이니 자신에게 돌려달라고 요구하며 좋은 황후가 되고 싶다는 이유를 들고, 1년만 황후 자리에 있는 것이라며 무시한다. 라스타는 일 년이라도 좋은 영향력을 남기고 싶다는 핑계를 들어 떼를 쓰며 랑트 남작에게 자신의 돈을 관리하게 한 것은 로테슈 자작의 협박 때문이였으니 동대제국의 황후가 되었기에 로테슈 자작의 협박에 시달릴 일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재차 황궁 예산 관리 권한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공부를 덜 배웠으니 알현부터 시작하라며 대놓고 무시한다. 그러나 라스타는 허수아비 황후는 되고 싶지 않다며 대놓고 불만을 표출한다.

이윽고 라스타는 티파티에서의 일을 거론하며 '파르앙 후작이 날 무시하고 모욕했다'고 말하고 파르앙 후작은 코샤르의 친구이자 트로비 공작가와 친한 집안이라 애초에 친해질 수 없으니 무시하라고 지적한다. '황후는 무시당하면 안 된다'며 파르앙 후작에게 벌을 주고 싶다는 요구에 그에 관해선 보고를 들었다며, 모욕죄가 아니니 벌을 줄 수 없다고 무시한다. 라스타가 초조해하고 있음을 눈치채 추궁했으나, 라스타는 화제를 돌려 나비에의 새 출발을 축하해주고 싶다는 이유를 들어 서왕국의 결혼식에 가자고 권한다.

라스타가 측근 하녀 델리스에게 벌을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서 라스타를 찾아와 전에는 나비에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고 지적하지만 라스타는 당시에는 나비에의 소행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보니 델리스가 나비에의 끄나풀인 것 같다고 변명한다. 라스타의 말을 믿지 않았기에 별다른 조치를 취해주지 않고 나가며 누가 거짓말을 했는지 알기 위해 '새장을 가져오라'고 지시한 뒤 서왕국의 결혼식에 라스타와 함께 참석한다.

하인리에게 식사 제안을 받지만 하인리가 왜 자신을 초대했는지 어리둥절해하며 하인리와 식사를 한다. 식사 자리에서 "당신이 나비에와 이혼해주었기에 나와 나비에와 결혼할 수 있었다. 나와 나비에의 결혼을 주선해주어서 고맙다."라고 하인리에게 속긁기를 당하자, 하인리더러 "치졸하다"고 모욕하며, 이 사실을 나비에가 알았어야했다고 빈정거린다. 이에 하인리는 '내가 치졸한 사람이라는 걸 절대로 나비에에게 들킬 리 없다'고 응수한다. 하인리가 자신을 놀리려고 초대를 했다는 걸 알아채 '나는 그저 계산 착오로 나비에를 잃었을 뿐, 다시 되찾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낸다. 이에 하인리가 "나비에는 물건이 아니니, 되찾고 싶다고 해서 되찾아지진 않는다"고 대놓고 비웃자, "나비에는 물건이 아니니까 언제든지 되찾을 수 있다"는 망언을 지껄인다. "넌(하인리) 이중적이니, 나비에는 그런 네게 실망해서 다시 내게 돌아올 것이다."라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도 모자라, 그래서 동대제국에 에르기 공작을 심은 것이라며 하인리를 떠보는 건 덤.[164]

결혼식 날 하인리의 칭제 선언에 창백해하지만 무표정을 유지한다. 사람들과 완전히 떨어진 곳에서 다가오는 사람들을 물리고 혼자서 술을 마신다.

피로연이 끝난 후 숙소로 돌아와서도 술을 마신다. 하인리와 나비에, 둘의 첫날밤에 대해 생각하던 중 '서왕국의 칭제보다도 나비에가 망할 하인리와 손 잡고 웃던 모습이 더 싫다'고 여기다가 코피를 흘린다. 라스타를 데려왔을 때를 떠올리며 나비에도 이런 감정이였냐고 생각하지만, 이내 "반응이 없었고 아무런 표정도 없었으니 아니다"라고 단정한다.[165] 술을 마시던 도중 대관식 때로 추정되는 환상을 본다. 바로 환상임을 깨닫지만 환상 속의 나비에가 가버리자 카를 후작에게 '나비에를 데려오라'고 소리지른다.

다음 날에도 여전히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비서들과 자신에게 오는 사람들을 물리면서 와인을 마신다. 이후 테라스에서 라스타가 자신이 보는 앞에서 카프멘에게 대놓고 치근거리는 모습을 목격해 '라스타는 황후의 재목이 아니기에, 황후 자리에 오래 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

라스타가 피로연에서 불임 소문을 퍼뜨려 외교문제를 일으키고 나라망신까지 시킨 것을 꾸짖기 위해 라스타를 호출해 '황후라면 행동에 주의하라'고 질책한다. 이에 대해 라스타가 나비에가 불임인 건 사실이고 그건 소비에슈가 말해줬던거라고 억지를 부리자 더욱 혼을 낸다. 그럴만한 것이 소비에슈의 경우 불임문제를 라스타에게 불어버린 잘못이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다 있는 장소에서 불임이라고 떠들지는 않았기 때문.[166] 게다가 '경력 차이가 있으니 나비에 수준은 바라지 않겠지만, 최소한 부족한 점이 눈에 띄진 않게 해야할 게 아니냐'라며 나비에와 비교하기까지 한다. 그러면서도 나비에는 동대제국을 사랑하니까, 라스타의 불임 발언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며 넘겨버리는 건 덤.[167]

하지만 라스타는 나비에와 비교당했다는 것에 분노해서 나비에가 새 정부가 오면 언니 동생하라고 했다며 나비에를 험담하고, 코샤르는 날 협박했다며 불만을 표출한다. 놀라서 코샤르의 협박에 대해 물어보지만, 라스타는 본인의 약점인 과 노예 문서 중 안을 숨기고 노예 문서만 실토한다. 황궁과 트로비 공작저를 뒤졌지만 노예 문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알려준다.

동대제국으로 돌아가는 날 나비에와 마주친다. 나비에에게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고 변명하며 자신의 모든 만행을 실수(...)로 치부하고 '어떻게 하면 돌이킬 수 있나?'는 개소리까지 덤으로 말하지만 '내 모국을 잘 다스려라'라는 예의적인 대답만 듣는다. 이어서 "사랑해"라고 고백해보지만 나비에는 이제와서 이런 말을 하는 의도가 뭐냐며, 그런다고 돌아갈 것 같냐고 일갈하며 자신의 뻔뻔한 태도에 대해 분노를 표출한다. 자신과 함께 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다가, 그 모든 추억을 망친 자신에 대한 서러움으로 우는 나비에에게 "우리 일을 기억할 때 지금 이 순간으로 기억해줘. 내가 준 상처에 아파하지 말고, 너한테 매달리던 구질구질한 전 남편을 떠올리며 비웃어."라며 "나를 기억해달라"는 뉘앙스로 말한다.

동대제국으로 돌아가던 중, 나비에와 비교당한 일로 라스타가 '나를 나비에와 비교하지 말라'며 불만을 표출하자, 적당히 달래서 조용히 시킨 후 동대제국으로 돌아간다. 돌아오자마자 카를 후작에게 라스타의 노예 문서를 은밀하게 찾아내라는 지시를 내린다.

에벨리가 황궁에 도착하자마자 랑트 남작을 시켜 에벨리를 부른다. 에벨리는 당돌하게 자신이 나비에 황후의 후원을 받아서 소비에슈 황제의 진노를 받았다거나, 소비에슈 황제의 새 정부가 될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한다. 이에 전부 아니라며 나비에를 미워한 적도 없고, 설령 나비에를 미워한다고 한들 에벨리까지 미워하는 건 부조리하다고 대꾸한다. 본인의 정부가 되기에는 너무 어리다고 덧붙이는 건 덤. 이 말에 의아해한 에벨리가 왜 부른거냐고 묻자, 영리하고 재능도 있는데 마력 감소 현상에 휘말려 마력을 잃었다고 들었다고 알려주며 마력이 사라졌다고 해서 그 영리함과 재능이 같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 그 재능을 살릴 수 있도록 후원을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에벨리를 궁정 마법사의 조수로 들여주며, 예법을 가르쳐줄 귀부인까지 붙여준다. 남궁에 머무르게 해달라며 남는 시간에는 하녀 일을 하게 해달라는 요청에 헛된 소문이 돌 텐데 상관없는거냐고 묻는다. 이에 에벨리는 그래도 상관없다고 대답하며 아무렇지도 않아하고, 에벨리의 요청을 승락한다.

라스타와 함께 알현을 하며 알현에서 알렌이 데리고 온 라스타의 아들 안을 마주한다. 안을 '귀엽다'고 한 뒤 안을 알렌에게 들려보낸다. 안을 안고 덜덜 떨고 있던 라스타의 반응에 대해 라스타는 평소 자신의 아기를 그리워하며 사랑하고 있었기에, 처음으로 자신의 아기를 보고 그리움과 애정이 북받쳐서 저런 표정을 지은거라고 여기며 라스타가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이윽고 알현실을 찾아온 기자 조앤슨이 라스타가 누명을 씌워서 처리한 델리스의 오빠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앤슨은 델리스의 행방에 대해 하소연을 하지만, 라스타는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하며 태연하게 모른 척한다. 조앤슨은 대놓고 델리스의 행방을 물어보지만, 라스타는 자신의 측근 하녀가 둘 뿐이다보니 하녀들이 하는 일이 많은데 델리스는 하녀의 일이 힘들다며 그만두었고, 이후로는 자신도 델리스의 행방을 모른다고 말하며 뻔뻔하게 거짓말을 한다. 조앤슨은 델리스가 황궁 하녀 직을 그만두었다면 집으로 왔을거라고 지적하지만, 라스타는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고 말하며, 끝까지 뻔뻔하게 모른 척한다. 이를 지켜보고 있다가 델리스의 행방에 대해 조사해주겠다고 말한다.

알현을 마치자마자 라스타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정말 조앤슨에게 사실대로 말할 것이냐고 묻자, 이렇게 될 줄 몰랐던거냐고 꾸짖지만, 라스타는 델리스가 잘못한거다. 황후는 마음대로 하는 자리인 줄 알았다. 이럴 때 쓰라고 황실모욕죄가 있는거다.라는 등의 어이없는 억지를 부리며 떼를 쓴다. 처벌은 할 수는 있어도 비난을 받을 것이고, 라스타가 한 말을 델리스의 가족에게도 해줄 수 있어야 했다고 꾸짖었으나, 라스타는 "난 잘못 한 게 없다"는 억지를 대놓고 부린다. 정작 라스타는 결백을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파랑새가 있는 자신의 방에는 오지도 않고 있기에 라스타를 의심해 대답하지 않고 나가버린다.

카를 후작에게 에르기와 해적이 관련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작게 비웃으며[168] 에르기에게 치정 사건이 많았다는 보고에는 별탈없이 넘어간다. 이윽고 카를 후작으로부터 치정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심각한 일이면 항상 에르기 공작이 피해자인 것처럼 되어서 치정 상대는 대가를 크게 치러야했다는 사실을 보고받음과 동시에 에르기 공작은 질이 나쁜 자라, 라스타가 그를 더욱 가까이할 경우 염문설이 돌지도 모르니 황궁에서 내보낼 것을 건의받는다.

이후 라스타가 티파티에 남자 귀족들만 초대해 그들을 노골적으로 유혹한 일로 인해 사교계에 라스타에 대한 나쁜 소문이 돌자, 라스타를 불러 '요즘 소문이 좋지 못하니 행동에 주의하라'는 핀잔만 하고 내보낸다.

카를 후작의 보고가 신경쓰였는지 티파티를 열어 에르기를 주시한다. 에르기를 주시하던 도중 르베티의 돌발행동에 당황하지만 르베티를 도와주라는 지시만 내리고 바로 다시 에르기를 주시한다.

라스타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라스타를 찾아가 자신에게 하소연하는 라스타를 달랜 뒤 신입 하녀가 잡혀 있는 방에서 사건의 전말을 추궁한다. 신입 하녀는 라스타가 자기 아버지를 사형하라고 명령했다고 소리치며, 절대로 고의적으로 라스타의 아기를 해치려 한 게 아니었다고 하소연한다. 이에 대해 '최근 사형된 사형수는 없었다'고 밝힌다.[169] 자신을 찾아온 라스타가 변명하자 라스타가 황후의 권력을 남용해 부당한 처벌을 내렸음을 눈치챈다. 신입 하녀의 사정은 딱하다고 말하면서도 명백히 죄임을 지적하고는 신입 하녀를 옥에 가두라고 명한다.

하녀가 끌려나간 후 사람들을 물리고 둘만 남자마자 '아무리 황후라고 해도 황족 시해에 관련된 일이 아닌 이상 멋대로 사형시킬 수 없다'고 라스타를 꾸짖는다.[170] 이에 라스타가 '저 하녀가 일부로 내 체면을 구겼다'고 변명하자 바로 사형시킬 수는 없다고 꾸짖는다. 하지만, 라스타는 랑드레 자작은 바로 사형시키려했다는 것을 근거로 떼를 쓰고, 랑드레 자작은 실제로 라스타를 해치려했고 현장에서 포박됐음을 근거로 반박한다. 그러나 라스타는 자신은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왜 다짜고짜 꾸짖기만 하냐고 떼를 쓴다. '그 하녀도 바로 사형시킬 수 없는데 넌 하녀의 부모를 멋대로 사형하려 했다'고 꾸짖었으나 라스타는 말은 그렇게 했어도 사형 안 시켰으니 난 잘못 없다는 태도로 끝까지 말대꾸를 하며 떼쓴다.

결국 질려서 '힘이 있는 자가 그렇게 말했으니 사람들은 그대로 믿을 것'이라고 꾸짖은 후 '넌 그 자리를 감당하기엔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171]며 라스타가 황후의 자리에 걸맞지 않음을 지적하고, 밖으로 나가 '앞으로 라스타가 황후로서 남을 해치는 명령을 내릴시, 나에게 보고하라'는 명령을 내리며 라스타에게서 황후의 처벌 권한을 봉인함과 동시에 라스타가 가진 황후의 권한을 제한한다.[172]

'요양을 할 겸 르아르라는 마을에 가고 싶다'는 라스타의 요청을 허락하며, 라스타에게 호위를 붙여준다.

카를 후작에게서 '라스타가 남궁에서 에르기 공작을 붙잡고 울고불고했다'는 보고를 듣자 어이없어하며 한숨을 쉰다. '이대로 라스타를 내버려뒀다간 황실의 체면이 우스갯거리가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카를 후작에게 '황실의 체면은 결혼식 날 라스타의 결혼식 드레스로 이미 우스워졌다'고 답하며 라스타의 뱃속 아기가 중요하다는 핑계를 들어 무시한다.[173] 이윽고 하인리와 크리스타의 스캔들에 대해 보고받는다. 카프멘이나 나비에가 하인리를 도와줬을거라고 판단해 카를 후작을 내보낸다. "나비에는 이제야말로 자신만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서 행복해하고 있는데, 그런 나비에를 두고 감히 결혼한지 하루만에 바람을 피우냐?"며[174] 하인리에게 분풀이를 하면서도, 나비에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겨 에벨리를 불러 나비에에게 선물을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황궁 도서관에서 라스타의 직속 하녀인 아리언과 접선한다. 이때, 미리 아리언을 자신의 첩자로 삼고 아리언을 통해 조앤슨이 라스타에 대한 비판 기사를 쓰도록 유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결국 조앤슨에 의해 '라스타 황후와 하녀들의 관계'라는 제목으로 라스타에 대한 비판 기사가 나오게 된다. 이 기사는 자주 교체되는 라스타 휘하의 하녀들의 상황과 나비에 휘하의 하녀들의 상황을 비교한 것이였고,[175] 기사 말미에 '사실 라스타 황후의 성격이 문제여서 하녀들이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 게 아니냐'고 대놓고 라스타를 조롱한 내용이였다. 이 기사를 쓴 기자가 조앤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호들갑을 떨며 두려워하는 라스타와는 달리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아한다. 이런 기사가 나오지 못하도록 막아달라는 라스타의 요구에 증거가 없는 소문이니 놔두면 알아서 사그라질 소문이라며 적당히 달래서 조용히 시키고 나가버린다.

그러나 20분 뒤 기사에게서 '라스타가 에르기 공작을 찾아갔다'는 보고를 듣게 된다. 헛웃음을 지으면서도 라스타의 행실을 단순 '취미생활'로 취급한다.[176][177]

잠행 중 한 가게에서 발견한 나비에와 자신이 그려진 초상화를 사서 침실에 걸어놓는다.[178][179] 초상화를 보며 나비에와의 추억[180]을 회상하다가 초상화에 대고 흐느낀다. 울면서 돌아와달라고 중얼거리던 중 초상화에 그려진 나비에의 모습을 불만스럽게 여겨 궁정 화가를 시켜 초상화 속 나비에가 초상화 속 자신을 내려다보도록 그림을 고쳐 그리게 시킨다. 그 뒤 만족한 표정으로 초상화를 바라본다.

라스타가 르베티를 노예로 팔아버리려했다는 사실을 알아내, 근위기사단 소속인 오로레오에게 르베티의 구출을 지시한다.[181] 이후 오로에오에게 보고를 받고는[182] 라스타가 자신의 호출을 '배가 아프다'는 핑계로 거부한 것에 대해 직접 라스타의 방에 찾아간다. 라스타는 바로 변명을 하며 자장가를 불러달라고 부탁하고, 흔쾌히 자장가를 불러준 후 뭔가를 추궁하는 듯한 말을 한다. 이에 라스타는 바로 '폐하야말로 나한테 할 말이 없으시냐?'고 따지고는 에벨리의 목걸이를 내밀며 예비 정부 에벨리에 대한 선물이 아니냐며 억지를 부리고, '내 안목을 밑바닥으로 본다'며 매우 황당해하다가, 라스타가 에벨리의 목걸이를 훔쳤다는 걸 알아채 에벨리의 목걸이를 가져간다.

에벨리의 마력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하며 에벨리의 목걸이를 찾을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한 궁정 마법사에게 에벨리의 목걸이를 건낸다. 이후 궁정 마법사로부터 에벨리의 목걸이를 만진 조수가 마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보고를 받고, 당황해하다가 조수를 위로한다. 이후 궁정 마법사와 에벨리, 다른 조수들 등 관련자들을 불러 이야기를 듣고, 모든 궁정 마법사를 불러 회의를 한 결과, 궁정 마법사의 조수의 마력이 완전히 사라진 일이 마력 감소 현상과 관련이 있을거라고 판단한다. 에벨리에게 목걸이를 받은 출처를 물어보며 에벨리가 나가자마자 비서에게 윌월에 가 마법 아카데미 학장에게 에벨리의 목걸이에 대한 출처를 추궁할 것을 명한다.

'학장이 후원자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는 비서의 보고에 학장이 뭔가를 알고 있음을 눈치챈다. 윌월에 가기 위해 일정을 확인하던 중[183] 베어 상회에서 어음의 위조 의혹을 이유로 들어 어음 교환을 요청하자 수락한다.

여전히 라스타가 자신의 호출을 거부하자 '시도 때도 없이 아기를 방패로 삼는다'고 비난한다. 범인이 라스타였음을 눈치채고 라스타에게 실망한다.[184] 라스타가 아이를 출산하면, 그 즉시 라스타에게서 아이를 떼어놓고 본인이 양육을 할 생각을 하다가, 비서에게 라스타의 노예 문서를 하루빨리 찾으라고 닼달한다. 카를 후작에게 라스타의 조산 소식을 듣고 놀라서 라스타의 방으로 가 아이를 안는다. 본인도 아이를 처음 안기에 허둥거렸으나, 곧 아이가 사랑스럽다고 여긴다. 이 와중에도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가장 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졌다'는 합리화를 시전하는 건 덤.

아이를 안고 기뻐한다. 카를 후작이 라스타에게서 둘째를 볼 것이냐고 질문하자, 이를 거부한다. 이에 카를 후작은 새 황후를 맞이해서 황자를 보라고 권했으나, 그마저도 거부한다. 이 말에 카를 후작은 나비에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고, 만약 나비에가 돌아온다면 여전히 복위시키고 싶어한다는 걸 단번에 알아챈다. 나비에가 돌아오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나비에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새 황후를 들이지 않은채 글로리엠을 후계자로 삼아 동대제국 최초의 여제로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카를 후작은 '동대제국 역사상 황제가 될 수 있었던 건 황후 소생의 황자뿐이였다'는 이유를 들어 반발했으나, 관례였다는 이유로 씹는다. 공주 작위에 봉해진 황녀에게 "글로리엠"[185]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황위에 올리기 위한 준비를 하려 한다. 라스타에게는 알리지 않을거냐고 질문하는 카를 후작에게 절대로 알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이후 글로리엠을 의례적으로 안긴 후 라스타에게서 떼어놓는다. 라스타의 언급에 의하면 글로리엠을 안은 횟수가 딱 세 번 뿐이였다고 한다.[186]

글로리엠의 탄생 연회를 열며 글로리엠을 안은 채 사람들에게 자랑한다.

글로리엠의 탄생 연회에서 라스타의 비참한 신세를 본 랑트 남작이 자신을 찾아와 라스타를 좀 더 신경써달라고 요청하자, 라스타에게 최고의 의료진과 간병인을 붙였고, 산모에게 좋다는 음식과 물건, 선물을 가득 보내놨는데 여기서 뭘 더 신경쓰란거냐며 무시해버린다. 이에 랑트 남작이 글로리엠을 라스타에게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자, 라스타가 파랑새에게서 깃털을 마구잡이로 뽑아놓고서 나비에에게 누명을 씌운 일을 언급하며 그런 라스타가 글로리엠을 잘 돌볼 수 있겠냐고 지적한다. 이에 랑트 남작은 '새와 아기는 다르다. 사냥을 잘 한다고 해서 흉폭한 사람은 아니다.'라며 억지를 부리자, 하나를 알면 열은 안다며, 어차피 정을 떼야하는데 계속 만나봤자 미련만 생길거라고 묵살한다. 그러나 랑트 남작은 글로리엠을 위해서라도 어머니인 라스타에게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며, 글로리엠도 라스타를 그리워할거라고 말한다. 거듭된 요청에 글로리엠을 라스타에게 돌려보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을 찾아온 베르디 자작부인으로부터 라스타가 글로리엠바닥에 내동댕이쳤다는 사실을 보고받게 된다.[187] 이에 당황하여 베르디 자작부인에게 재차 물은 후 궁의를 부르려했지만 베르디 자작부인을 뒤쫒아온 라스타는 그녀에게 공주를 납치한건 자작부인이라며 누명을 뒤집어씌우고 사형시켜야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베르디 자작부인도 라스타가 글로리엠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고 재차 읍소한다.

이 황당한 상황에 당황하던 중 침실에서 파랑새의 매서운 울음소리가 들리자 마침 온 궁의에게 글로리엠을 맡긴 채 새장을 가져온다. 파랑새가 라스타를 보자마자 더욱 매섭게 울어대자, 의심이 확신으로 변함과 동시에 라스타가 글로리엠을 내동댕이쳤다고 확신해 분노해서 라스타를 내쫒는다. 라스타를 내쫒은 후 베르디 자작부인에게 공주의 유모 자리를 제안한다. 궁의에게 글로리엠의 상태를 물어본다. 많이 놀라긴 했지만 다친 곳은 없다며,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게 맞다면 정말로 위험했다[188]는 궁의의 경고에, 파랑새 사건 때부터 싹수가 보였다며, 이젠 자기 딸마저 바닥에 내동댕이쳤다고 분노를 표출한다. 당장 라스타를 황후 자리에서 폐위시키고 싶어했으나, 라스타는 출산한지 얼마 안 된 산모라는 이유로 동정 여론이 생길 것이고, 성장한 글로리엠이 충격을 받을거라는 생각에 가만히 둔다. 얌전히만 있었으면 합의이혼 후 전 황후로서 평생 호화롭게 살 수 있었다며 라스타를 비웃고는 글로리엠을 안아주면서 글로리엠을 바닥에 내동댕이친 라스타에게 매우 분노해 속으로 '절대로 그냥 이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라스타를 황후 자리에서 강제로 끌어내려야겠다고 다짐한다.

글로리엠의 재롱에 감격해하던 중 카를 후작이 조앤슨이 쓴 라스타의 친부의 인터뷰에 대한 기사가 실린 신문을 건내주자 당황한다. 사실확인을 위해 라스타를 찾아가 이에 대해 추궁하였지만, 라스타가 이를 잡아때며 친부를 부정하자 방에서 나가 한숨을 쉬면서 또 거짓말이라고 말한다. 이에 카를 후작도 수긍하면서도 이번만큼은 라스타의 처지가 가엾다고 말함과 동시에 애초에 라스타가 노예가 된 것은 친부의 죄로 인한 연좌제였다고 지적하며 딸을 노예로 전락시켜놓고, 딸이 동대제국의 황후가 되자 뻔뻔하게 동대제국 황후의 친아버지 행세를 하고 있는 라스타의 친부의 행실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다. 이에 수긍하면서도 라스타의 친부는 글로리엠에게 해악만 끼칠 존재이니, 사람들의 이목이 잠잠해졌을 때, 조용히 처리하라고 지시한다.

윌월에서 나비에와 마주치자, 나비에와 자신 뒤에 있는 측근들을 물린다. 의례적으로 축하 인사를 건내며 임신 축하 선물로 준 장식용 보검을 언급하는 나비에에게 라스타가 가져가서 본인은 모르겠다고 말한다. 예의적인 인사만 하고 가려는 나비에를 붙잡으며 "잘 살 줄 알았는데 왜 살이 빠졌어? 네 남편 때문에 그래?"라는 헛소리를 지껄인다. 당연히 나비에는 어이없어해 이를 부정했으나, "억지로 자존심을 세울 필요는 없다"는 망언을 지껄인다. 나비에가 "난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고 응수하며 '전 남편은 이혼을 한 순간부터, 전 아내의 일에 관여할 수 없다'고 정곡을 찌름에도, "나와 있었을 때보다 행복했단거냐?"며 계속해서 질척거린다. 어린 시절에는 행복했다는 말에 표정이 환해지는 등 뻔뻔한 태도를 보여 나비에를 분노하게 만들기까지 하는 건 덤. 자신의 뻔뻔한 태도에 나비에는 매우 분노해 "어린 시절에는 행복했으나, 그건 소비에슈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 추억들에서 소비에슈를 오려낼 수만 있다면 오려냈을거다"라고 일갈하며 추억까지 이용해서, 나비에의 마음을 흔들려는 자신의 이기적인 태도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지만,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하인리와 크리스타의 스캔들까지 언급하며 재차 나비에의 마음을 흔들려 한다. 당연히 매우 어이없어한 나비에는 헛소문이라며, 사실이라고 한들 소비에슈가 상관할 일이 아니라며 선을 긋는다. 여전히 나비에에게 질척거린 건 덤.

도중, 윌월에 온 이유를 추궁하며, 나비에가 서대제국 황후인 이상 자신이 알아야할 일이라고 주장한다. 나비에가 마법 아카데미 학장을 만나기 위해 윌월에 왔다는 걸 알게 되자, "하인리 황제를 경계하라"며 하인리가 마력 감소 현상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흘린다.

동대제국에 돌아와 글로리엠과 놀아주고 있던 찰나 카를 후작에게서 나비에의 임신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카를 후작에게 되묻지만 나비에가 행사장에서 임신 사실을 직접 밝혔다는 걸 듣는다. 카를 후작이 나간 후 글로리엠을 안아주지만 나비에의 임신 소식에 혼란스러워한다. 그제서야 계획이 헛짓임을 깨닫지만 나비에의 초상화를 보며 이를 부정하려하던 찰나 글로리엠의 머리색을 보고[189] 자신의 불임 가능성을 떠올려 "혹시 불임이 나비에가 아니라 나였으면?"라고 중얼거리며 공포에 질린다.표정이 압권이다.[190][191][192]

에벨리의 목걸이가 없어졌다는 궁정 마법사의 보고에 나비에와 하인리가 전서조를 통해 편지를 주고받던 걸 떠올려 바로 하인리를 의심한다. 바로 연구를 잇는 건 힘들거라고 지적하며 당장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질문한다. 당분간 마력석을 멀리해야한다는 궁정 마법사의 조언에 마력석은 마법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물건이라고 반박한다. 궁정 마법사는 에벨리는 마력석 목걸이 덕분에 마력이 돌아왔지만, 조수는 마력석 목걸이를 만진 후로 마력을 완전히 상실했고, 이후로도 마력석 목걸이를 대보았지만 조수는 마력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설명하며, 어떤 조건에서 마력이 사라지거나 돌아오는지는 모르기에, 아예 마력석을 멀리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이에 수긍하고, 마법 아카데미에 연락을 넣어 학생들에게 마력석의 사용을 자제할 것을 명한다.

아기방으로 가 글로리엠을 안으면서 글로리엠에게서 자신과 닮은 점을 찾으려고 애썼으나 어디에도 자신을 닮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기사에게 로테슈 자작의 저택에 가서 안과 로테슈 자작을 데려올 것을 명한다.

로테슈 자작이 오기를 기다렸으나 로테슈 자작의 아들인 알렌이 온 것에 잠시 당황한다.[193] 안을 안고 온 알렌이 자신을 두려워하자 의아해하면서 안을 보이라고 요구한다. 안을 본 순간 안과 글로리엠의 외모가 너무나도 똑 닮았음에 소름돋아하며 글로리엠의 친부가 알렌이 아닐까 하는 의심에 휩싸였으나 최대한 부정한다. 침실에서 글로리엠을 데리고 온 후 알렌에게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냐?'고 질문하지만 알렌이 모른다고 대답하자 황당해해 '아이를 축복해달라며 알현을 할 정도면 정성이 지극할 텐데 모른다?'라고 묻는다. 알렌이 '아이의 아버지는 모르지만 키우다보니 정이 들었다'고 답하자 알렌을 내보낸다.

하인리가 보낸 나비에의 임신 축하 파티의 초대장을 받았지만 그 초대장의 내용이 "내 아내가 임신했으니 꼭 와서 축하해 주었으면 좋겠다. 과거의 인연이 있으니 이 정도 걸음은 해 줄 수 있을거라 믿는다. 먼저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선배 아버지로서 조언해 줄게 없나?"라는 등, 하나같이 나비에에게 집착하는 자신을 비웃고 도발하는 내용이였다. 초대장을 읽자마자 욕을 내뱉으며 초대장을 마구 구겨 던져버릴 정도로 분노한다.

급히 찾아온 카를 후작이 '라스타가 에르기 공작을 끌어안고 울었다'고 보고하자 라스타의 행보에 황당해하며 헛웃음을 터트린다. "라스타 그 애는 자기가 황후 껍데기를 쓰고 있단 자각이 아예 없는거냐?"며[194] 어이없어하다가 글로리엠의 친부에 대한 의심이 떠올라 더욱 심란해한다. 알렌이 자신을 만난 이후 바로 라스타를 만나러 갔다는 사실과 지속적으로 에르기를 만난 사실로 '라스타의 첫째 아이의 친부는 알렌이고, 글로리엠의 친부는 에르기 공작'이라고 의심하지만 이내 '시기적으로 에르기 공작과 알렌 모두 글로리엠의 친부일 수는 없다'며 부정한다. 하지만 라스타가 귀족 남자들만을 불러 티파티를 열었던 일이 생각났기에 '또 다른 제 삼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까지 들게 되어 '정말 하나 하나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라스타의 문란한 사생활에 불만을 표출한다. '괜찮으시냐?'는 카를 후작에게 '일 년이 이렇게나 길 줄은 몰랐다'고 대답한다.[195] 카를 후작이 '행동을 조심해달라고 말씀드려보겠다'고 했으나 '그 금붕어(...)가 말한다고 듣기나 하겠냐?'며 거부하고, '라스타의 타고난 머리는 나쁘지 않다'는 카를 후작의 말에 '라스타의 머리가 나쁘지 않단 걸 분명 아는데 계속 사고만 쳐대니 미치겠다'며 화를 낸다. 카를 후작이 나간 후 나비에에게 보낼 임신 축하 선물에 대해 고민하다가 고쳐 그린 나비에의 초상화를 보고 어쩌면 자신과의 아이가 되었을지도 모를 나비에의 아이(...)를 생각하며 '차라리 그 아이가 절대 나비에를 닮지 않고 하인리 황제만을 닮았기를 바란다'며 괴로워한다.

라스타가 나비에의 임신 축하 파티에 가는 것에 대한 허락을 구하자 흔쾌히 허락해준다. 그 와중에 "이왕 간 김에 나비에를 보고 황후의 태도를 잘 배워오도록 해라."라고 라스타를 나비에와 비교하는 건 덤.[196]

라스타와 사절단 대표인 릴테앙 대공이 서대제국으로 떠나자마자 바로 에벨리에게 나비에의 임신 축하 파티에 대한 선물[197]을 맡긴 채 서대제국으로 보낸다. 이후 사람들의 이목이 서대제국에게 쏠린 틈을 타 기사를 시켜 라스타의 하녀들을 잡아들인다.

안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면서 라스타와 알렌, 안과 글로리엠의 관계에 대해[198] 각종 논란거리가 생기는 와중에도 침묵한다. 하지만 "공주의 친자검사를 해야한다"는 여론까지 생기게 되고, 이에 대해 '공주와 황후의 명예를 위해 친자검사를 받아들이겠다'며 친자검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표한다.[199]

글로리엠의 재롱을 받아주며 여전히 글로리엠에게서 자신과 닮은 부분을 찾으려 애썼지만 닮은 점을 찾지 못해 결국 눈물을 보인다. 눈물을 그친 후 알렌의 뻘짓으로 인해 친자검사에 대한 명분이 생긴 것에 속으로 알렌의 행동을 비웃는다.[200] 아기방에서 나와 자신이 알던 순수하던 시절의 라스타를 믿고 싶어하는 동시에 글로리엠이 자신의 딸이라고 믿으려한다.

라스타가 친부를 살해하기 위해 친부를 직접 궁으로 부르자 기사를 시켜 라스타의 친부의 얼굴을 망가뜨린 채로 지하 감옥에 가둘 것을 지시한다. 이후 기사에게 보고를 받으며 라스타의 행동에 대해 비웃고는[201] 여차하면 라스타에게 독박을 씌울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스쿠아 자작부부에 대해선 '친자검사를 받을 수 있다면 궁에 남게 하고, 받을 수 없다면 궁을 떠나게 하라'고 지시한다.

라스타가 자신을 찾아오자 침실에서 맞아주지만, '날 사랑하신 게 맞냐?'고 묻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라스타가 대답을 재촉하면서 '만약 그 때 덫에 걸린 사람이 다른 사람이였어도 구해주셨을 것이냐?'고 질문할 때는 아예 "내겐 다친 사람을 수집하는 괴상한 취향 따윈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내며 다른 사람이였어도 구해줬을거라고 묵살하고서 무시하기까지 한다. '그 사람을 정부로 삼았을 것이냐?'고 물을 때는 아예 침묵하는 건 덤. 자신의 반응에 소비에슈의 마음 속에는 나비에만이 남아 있을뿐, 라스타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망한 라스타로부터 '친자 검사를 받겠다'는 말을 듣는다

서대제국에 다녀온 에벨리가 자신을 독대하자 바로 나비에의 반응부터 묻지만 이에 우물쭈물해하는 에벨리의 반응을 보곤 나비에가 '요정의 눈물'을 보고서 냉담한 반응을 보였음을 직감하고 씁쓸해하는 표정으로 "나비에는 뭘 줘도 덤덤해할 것"이라는 발언을 하며[202] 에벨리를 내보낸다. 에벨리가 나가자마자 나비에의 초상화를 보며 "달라고 했을 때 진작 줘야 했다. 약속을 지켰으니 된 것이다."라고 독백하여 스스로 기분을 달래는 건 덤.

그러나 2시간 후 서대제국에서 보낸 사신으로부터 나비에와 하인리가 보낸 편지를 받으면서 들떴던 기분이 깨지게 된다.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사람을 시켜 에벨리가 탄 마차를 망가뜨리라고 사주했다는 사실에 매우 어이없어한다. 심지어 하인리가 보낸 편지의 내용은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범죄를 언급하며 "서대제국에서 처벌할 수는 있지만 동대제국을 대표하여 온 사람이 아닙니까? 서대제국에서 일방적으로 처벌한다면 소비에슈 황제의 체면이 상하니 처벌은 동대제국에 위임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였고 추신이 "관대한 처벌은 안 내려도 됩니다."였기에 하인리가 자신을 조롱하며 약올리고 있음을 눈치챘고 열받아서 나비에의 편지는 놔두고 하인리의 편지를 구긴다.

잠시 화를 누른 후 이스쿠아 자작부부를 부를 것을 지시하며 불려온 이스쿠아 자작부부에게 다짜고짜 라스타가 에벨리를 해치라고 시켰냐고 추궁한다. 이에 놀라 라스타가 시킨 것이 아니라며 범죄를 부인하는 이스쿠아 자작부부에게 노한 표정으로 자작부부가 사람을 시켜 에벨리를 해치려했다는 사실을 서대제국의 황제인 하인리가 알고 있다고 묵살하며 "동대제국 사람도 아닌 너희 부부 때문에, 동대제국이 서왕국 따위에 놀림을 당했다 이 말이다!"[203][204]라고 분노를 표출하고서 의자에서 일어나 하인리가 지목한 사람을 데려오라고 명령한다. 이에 겁에 질린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우린 절대로 에벨리를 해치려한 게 아니었고, 그저 겁을 주어 황궁에서 쫓아내려고 했을 뿐이였다'고 실토하자 매우 어이없어한다. 불려온 관리와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말싸움을 하는 모습에 화를 억누르며 "셋 다 닥치라!"라고 호통치며 묵살한 뒤 관리는 투옥시키고, 이스쿠아 자작부부는 풀어주되 사람을 붙여 감시를 시킨다.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황당한 범죄에 어이없어하면서도[205] 랑트 남작을 호출하여 "쓸모도 없고 장식도 되지 못할 머리는 도대체 왜 달고 다니는거냐?"라고 호통친다. 이에 당황해하는 랑트 남작에게 "라스타를 잘 보살피란 명령이 살아있나 확인하란 말로 들렸느냐? 그 애야 아는 것이 없고 배운 것이 없다지만, 너는 대체 뭘 하길래 그 애가 하는 짓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거냐?"라고 랑트 남작의 무능함을 꾸짖는다.

랑트 남작에게 라스타의 노예 문서의 행방에 대해 추궁한 그 순간, 급히 들어온 카를 후작으로부터 라스타의 노예 문서가 남궁 내 에르기의 방에 숨겨져 있었다는 보고를 듣는다. 에르기의 행보에 황당해하면서도 노예 문서가 발견된 것에 다행으로 여기고 노예 문서가 진품임을 확인한다. 노예 문서를 태운 뒤 카를 후작과 랑트 남작에게 에르기의 행동을 빌미로 에르기가 돌아오는대로 블루 보헤안으로 돌려보낼 것과 신전에 연락을 넣어 친자검사를 요청하되 날짜는 하인리의 생일 연회에 보낸 사절단이 돌아온 후에 잡을 것을 지시한다.

두 비서가 나간 후 아기방에 들어가 글로리엠을 쓰다듬으면서 노예 문서가 해결된 것에 안심하면서도 친자검사에 대해 "사랑스러운 내 딸을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내 피를 이었으니 반쪽의 피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생각하며[206] 글로리엠에게 '넌 내 딸일 것'이라고 속삭인다.

이후 알렌이 '안이 사라졌다'며 황궁에 와 소란을 피워대는 것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라스타가 알렌을 감옥에 가두라는 명령을 내리자 기사를 시켜 라스타의 명령대로 해준 후 '어차피 잡아올 생각이였는데 잘 됐다'고 알렌의 멍청한 행동을 비웃는다.

그러나 하인리의 생일 연회에 사절단으로 갔던 피르누 백작에게서 '하인리 황제가 '요정의 눈물'을 착용하고 있었다'는 보고를 듣게 된다. 이에 대해 황당해하며 하인리에게 분노를 표출한다. 피르누 백작이 분명 나비에가 준 것이라고 설명하자 나비에의 행동에 '그 자존심 높은 나비에가 그런 행동을 했냐?'고 황당해한다.[207] 이윽고 사절단 대표로 서대제국에 간 릴테앙 대공이 즈멘시아 노공작의 손자를 연못에 빠뜨리는 대형 사고를 쳤다는 보고까지 듣게 되면서 릴테앙 대공의 생각없는 행동에 매우 황당해한다. 즈멘시아 노공작의 손자가 무사하다는 보고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그 자리에 하인리가 즈멘시아 공작과 같이 있었다는 보고에는 미심쩍어하며 하인리가 릴테앙 대공을 붉은 탑에 5년 간 감금시켰다는 보고를 받고 "남의 나라에 가서 그딴 짓을 저지르는 건 나라의 수치이니, 그 욱하는 성격도 잠재울 겸 내버려두어라"라고 말하며 하인리의 제안을 수락한 뒤[208][209][210] 그 자리에서 편지를 쓴 후 하인리에게 편지를 전달하라고 지시한다.

피르누 백작을 통해 하인리에게 "자기 걸 유난히 탐낸다. 아내도 보석도, 다 자기 걸 가지고 싶어한다."라는 매우 적반하장인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211][212]

2.5. 친자 검사 이후(179화 ~ 195화)

글로리엠의 친자 검사 당일 신전에서 라스타와 함께 글로리엠의 친자 검사를 받지만 친자 검사 결과, 글로리엠은 자신의 친딸이 아니라고 판명난다.[213]

글로리엠이 자신의 친딸이 아니라는 검사 결과에 멘탈이 붕괴된다. 덩달아 멘탈이 붕괴된 라스타가 이건 말도 안 된다고 소리치자 "말이 안 된다? 그래. 네 말처럼 이건 정말 말이 안 되지."라고 허무하게 중얼거린다. 친자검사의 결과에 화가 나면서도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글로리엠이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에도 만만치않게 괴로워 하다가, 결국 한참만에 무뚝뚝한 목소리로 카를 후작에게 '내가 이 와중에 무슨 말을 해야하냐'고 힘없이 중얼거린다. 이내 단호한 목소리로 바로 알렌을 불러와 혹시 글로리엠이 알렌의 아이가 아닌지 다시 검사해보라며, 라스타와 알렌에게 글로리엠의 친자검사를 받을 것을 명령한다. 이 말에 라스타는 경악해 차라리 우리가 친자검사를 다시 하자고 주장하자 황당해하고, 속으로 또다시 글로리엠이 자기 딸이 아니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며, 본인도 친자검사를 다시 해보고 싶은 건 마찬가지라서 알렌을 데려오라고 한 건데 라스타가 직접 자신에게 피를 다시 달라고 조르고 있다고 더욱 분노한다.

누군가 조작을 했을거라며 글로리엠의 피를 더 많이 빼면 결과가 제대로 나올거라는 주장을 해대는 라스타의 태도에 질려 얼굴이 더욱 굳어진다. 어서 라스타와 알렌의 친자검사를 진행하라고 신관에게 차갑게 명령을 내리지만, 라스타가 자신의 신분을 내세워 격렬히 거부하고 알렌도 글로리엠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부인하다가 라스타에게 정강이를 맞는다. 그 광경을 한심하다는 듯 보다가 주변의 기사들을 시켜서 강제로 라스타의 피를 다시 뽑게 한다. 이에 분노한 라스타가 기사들을 폭행하는 걸 보고 "시간을 너무 지체한다"고 차갑게 말하며 알렌의 피도 뽑아 친자검사를 진행한다.

두번째 친자검사 결과, 글로리엠은 알렌의 딸이라고 밝혀지고, 충격에 빠져 눈가를 가린채 눈물을 흘린다. 연이은 충격적인 결과에 라스타는 비명을 지르며 알렌은 얼굴도 마주하기 싫을 정도로 증오스러운 존재인데, 소비에슈를 두고 그런 알렌에게서 공주를 가졌겠냐며 글로리엠은 소비에슈의 친딸이라 주장하지만, 이를 듣지 않는다. 알렌마저 자신에게 매달리며 "난 정말로 '저 공주'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애원했으나, 오히려 글로리엠을 '저 공주'라고 지칭하는 알렌에게 분노해 가차없이 그를 밀어낸다.

그러던 와중 라스타의 아들 안을 데리고 신전에 나타난 에르기를 보게 된다. 에르기의 등장에 황당해해 신전에 온 이유를 묻지만 '어쩌다가 아이를 맡게 되었는데, 아이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아이를 돌려주려 왔다'는 답에 의문을 갖는다. 마찬가지로 에르기에게 의문을 품은 라스타가 '공주는 정말로 폐하의 딸이다'라고 주장하며 자신을 믿어달라고 애원하자 '라스타가 정말로 순수하다고 생각했고, 궁정 생활과 귀족들의 무시로 인해 변한 것이라 생각했다'며 라스타가 자신을 처음부터 속이고 있었을거라고 멋대로 판단해버리고는 라스타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어하며 라스타의 요청을 무시한다.

안을 본 귀족들이 라스타가 과거를 속이고 자신과 재혼했다는 소문이 맞는지 확인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안의 친자검사를 해야한다는 요청에 수긍한다. 귀족들의 요청에 분노해 알렌을 노려보던 라스타가 '공주는 정말로 폐하의 딸이니, 친자검사를 다시 하자'고 주장하자 이미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밝혀졌고, 알렌의 아이였다고 밝혀졌다고 묵살한 후 자신을 얼마나 더 치욕스럽게 할 셈이냐고 분노를 표출한다. 신관에게 안의 친자검사를 명령한 후 라스타를 두고 먼저 신전에서 나가버린다.

황궁에 돌아오자마자 글로리엠을 어떻게 할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집무실에 가서 닥치는대로 업무를 하면서 글로리엠에 대한 생각을 떨쳐내려고 한다.[214]

2시간 후 랑트 남작에게 안 역시 라스타와 알렌의 아이가 맞다는 보고를 듣는다. 그제서야 펜을 내려놓고 눈을 감다가 한참만에야 무너진 얼굴로 "내 핏줄도 아닌 아이를 공주로 둘 수 없다. 그 아이는 서출조차 아니니, 글로리엠을 공주 자리에서 폐하라."라는 명령을 내린다.[215] 그나마 글로리엠을 옆에 둘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양녀로 들이는 것 뿐이였지만, 분노로 잠식돼 그럴 마음조차 전혀 들지 않는다.[216] 아예 라스타와 똑같이 생긴 글로리엠의 얼굴조차 보고싶지 않다며 베르디 자작부인이 빈방에서 데리고 지내도록 조치한건 덤.

그러나 글로리엠을 폐위시킨 후, 오히려 자신이 진심으로 글로리엠에게 쏟은 마음과 사랑, 시간을 생각하며 그런 아이를 직접 내쫒았다는 사실에 더욱 괴로워한다. 심지어 이런 고통스러운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자신을 위로해 줄 사람도 없다는 현실에[217] 하루 종일 고통스러워 하다가, 뒤늦게 나비에의 초상화에 이마를 기댄채 "나비에... 이젠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다"고 독백한다. 그렇게 시름에 잠기던 도중 문득 라스타를 궁에 데려온 직후 나비에와 함께 저녁식사를 했을 때를 떠올린다. 그때 당시의 나비에는 무언가 이야기를 하려 했지만 자신이 먼저 화제가 라스타란 이유만으로 대화를 끊어버렸음을 떠올리고, 당시 나비에의 표정을 생생히 떠올리면서 "그 때 나비에의 이야기를 들어봤어야 했을까."라고 중얼거리며 후회한다.

에르기가 자신을 찾아왔다는 말에 잠시 인상을 찌푸리다가 자기도 에르기와 대화하고 싶었던 참이었기에 그를 들여보낸다. 자신에게 인사하는 에르기를 보며 적개심과 혐오감을 드러낸다. 에르기가 대체 뭘 하고 있던 건지 궁금해하며 처음엔 자신에게 원한이 있었나 생각했지만, 굳이 라스타의 첫째인 안을 신전에 데리고 온 걸 보면 자신이 아니라 라스타에게 원한이 있던 것 같기도 하다고 생각하다가도, 그렇다고 부귀영화를 노리고 라스타에게 접근했다기엔 이미 에르기는 가진 게 많은 인물이었기에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에르기가 무엇이든 요구한다면 그 요구 속에 깃든 속내를 알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생각을 마친 후, 경멸하는 기색을 감추며 에르기에게 왜 친자 검사날 신전에 왔다고 묻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가엾은 아이' 때문이였다며 안을 핑계로 대는 에르기의 말에 "유감이지만, 그런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단 건 그대도, 나도 알고 있다"고 말하며 대번에 거짓말임을 간파한다. 이에 에르기도 순순히 인정하고 라스타의 차용증과 항구 양도 서류를 보여주자 이게 뭔가 싶어서 서류를 내려다보다가 경악한다. 심지어 에르기에게 빌려 간 돈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항구는 받아갔으면 싶다는 말을 듣는다.

에르기가 떠난 후 혼자 소파에 앉아서 상념에 젖는다. 에르기가 두고 간 라스타의 차용증과 항구 양도 서류를 보며 커다란 액수의 차용증도 보자마자 욕이 나올 정도인데 항구 양도 서류까지 겹치면서 무거운 한숨을 내쉰다.[218] 항구 문제를 월대륙 연합에 중재를 요청해야한다는 현실과 향후 벌어질 일[219]을 눈치채고 더욱 골치 아파한다.

이제는 매국죄까지 저지른 라스타에 대해 "황후로서 일을 못하는 거야 자라온 환경이라고 쳐도 사고는 안 쳐야 하는 거 아닌가? 일 년 동안 놀고 먹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일 년만 놀고 먹으면 평생 부귀를 누리며 호화롭게 살 수 있게 해준다 했는데, 그걸 지키는 게 그렇게 어려운건가?"라고 중얼거리며 어이없어한다.[220] 자국의 영토를 다른 나라 왕족에게 주겠다는 서약을 세상에 어떤 미친 황후가 쓰냐며, 황후가 아니라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 물어도 그런 서류는 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라스타의 행동에 대해 분노하다가 결국 "미치겠군."이라고 말한다. 이제 남은 건 항구를 뺏기거나 명예를 뺏기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221]

한참동안 고민한 뒤 카를 후작에게 차갑게 로테슈 자작을 찾아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불려온 로테슈 자작을 차갑게 내려다보면서 자신이 그토록 아꼈던 글로리엠은 사실 로테슈 자작의 핏줄이였다, 라스타는 로테슈 자작의 며느리로만 보인다, 저 집안이 작정하고 황실을 말아먹으려 했다.라는 등의 적반하장 격인 생각을 하며 적의를 내비치다가, 르베티의 위치를 알려주겠다고 제안한다. 이 말에 어리둥절해한 로테슈가 자신을 쳐다보자 라스타가 르베티를 납치해 노예로 팔려했다는 것과 자신이 르베티를 보호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로테슈는 자기 딸을 해치려 했던 범인이 라스타임을 깨닫고 속으로 분개하다가 왜 이런 걸 제게 알려주시냐고 묻자[222] "어차피 너와 네 아들은 황실을 기만한 대가로 죽을테니까."라는 말을 하며 두 사람에게 사실상 사형 선고를 내린다. 그와 동시에 무정한 미소를 지으며 "남은 둘이라도 구하고 싶냐?"고 말하면서 로테슈를 회유한다.

이후 이 회유는 라스타를 빨리 치워버리기 위해 로테슈에게 "라스타를 데려가라"고 물귀신 작전을 명령하는 대신 그 대가로 "'두 명'은 살려주겠다"고 제안한 거라는 사실이 밝혀진다.[223]

친자 검사가 마무리 된 이후 돌연 나타난 이스쿠아 자작부부를 '황궁에 소속된 마법사의 조수 에벨리를 암살 시도한 죄'로 체포해 감옥에 가둔다. 소비에슈가 에벨리를 정부로 삼으려고 데려왔다는 소문을 기억한 사람들이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딸이자 황후인 라스타를 위해 그런 짓을 벌였거나, 라스타가 자신의 부모에게 에벨리를 처리해달라고 부탁한거라고 떠들어댄다. 소문에 대해 듣고 차갑게 웃으며 '그들은 라스타의 친부모도 아니고, 기른 정도 없으니, 자기들이 궁지에 몰리면 이 일의 배후가 라스타라고 물어뜯을 것'이라고 말한다. 카를 후작은 일의 배후가 정말 라스타냐고 질문하진 "그게 중요한가?"라고 말하며, 정말 라스타가 저지른 짓인지에 대해선 상관하지 않고 오로지 라스타를 궁지로 몰기 위해 이스쿠아 자작부부까지 이용한 심산을 드러낸다.

이미 친자 검사 이후 분노가 머리 끝까지 달했는데 항구 사건과 에르기 공작으로 인해 더욱 분노하게 된다. 에르기 공작이 다녀간 후 어떻게든 그를 다시 설득해보고 설득이 안 되면 협박이라도 해볼 생각이였으나, 에르기는 보란듯이 곧장 다음 날 항구와 차용증 이야기를 언론에 터트린다. 당연히 이 이야기로 신문이 뒤덥히고 라스타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나빠진 건 물론, 동정표만 받던 소비에슈도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라스타를 추스르지 못했다는 질책을 당하다가, 급기야 "현명하지 못하다"는 비난까지 듣기 시작했다.[224][225] 이후 글로리엠을 위해 빼돌려두었던 이스쿠아 자작 부부를 불러온 것.

이스쿠아 자작 부부는 준비되는 대로, 바로 에벨리 암살 사건 재판을 진행하라고 명령하며, 조사 결과가 다 나와 있으니, 벌을 피할 길은 없다고 말하고서 검을 꺼내 마른 수건으로 날을 닦기 시작한다. 카를 후작이 눈치를 보며 베르디 자작부인이 글로리엠이 아프다고 전했다며 글로리엠의 소식을 전하자 잠시 멈칫하지만, 이내 무뚝뚝하게 "누가 공주란 거지?"라고 말하며 글로리엠이 자신의 딸이자 공주임을 부정한다. 이 말에 소비에슈의 진노를 거슬를 생각은 없었던 카를 후작이 그러면 무시하겠다고 말하고 나가자 검을 닦다가 시선을 방황하는 바람에 손가락을 베여 피를 흘린다. 결국 눈을 질끈 감은채 자신의 비밀 호위에게 "글로리엠이 왜 아픈지, 어디가 아픈지, 얼마나 아픈지 알아보라"고 명령한다. 호위가 나가고 검을 내려놓은 뒤 자신이 아닌 증오스러운 알렌의 딸인 글로리엠에게 아직도 휘둘리는 스스로에게 화를 낸다.

그러나 다음날, 이스쿠아 자작 부부가 재판에서 라스타를 감쌌다는 보고를 듣게 되고, 또다시 분노한다. 여기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애초부터 소비에슈도 라스타가 도망 노예 출신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스쿠아 자작부부 역시 라스타의 친부모가 아니라고 확신했고, 그만큼 라스타에게 기른 정도 없는 이스쿠아 자작 부부가 궁지에 몰리면 라스타가 정말로 에벨리 암살 시도에 관여를 했든 안 했든 라스타의 이름을 댈 거라고 단정지었다고 한다.[226] 하지만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보란듯이 공개재판에서 라스타는 이 일에 관련이 없다고 딱 잘라 부정하자 계획이 어그러진다. 게다가 이때문에 다른 사람들마저도 가짜 딸이라면 이렇게까지 해주지 않을 거라며, 라스타가 정말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친딸이 맞는 것 같다고 믿게 된다.

결국 이 상황에 "기도 차지 않는군."라고 말하며 헛웃음을 짓는다. 카를 후작이 정말로 라스타는 이 일에 관련이 없는거냐고 추궁하며, 이 일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거냐고 묻자 한참만에야 가까스로 화를 가라앉히며 '짜증나지만 없던 죄를 더할 수는 없다'고 차갑게 대답하며 이스쿠아 자작부부를 시작으로 하나하나 라스타가 스스로를 변호할 여지를 없애려고 했으나, 어차피 이 일이 아니여도 라스타를 황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방도는 많다고 단정짓는다.[227] 굳이 라스타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시도하다가 다른 죄들도 누명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을 만들 바에야 그냥 없는 죄는 내버려 두자고 생각한다. 이후 자신의 그림자 호위를 통해 로테슈 자작이 일부러 이스쿠아 자작부부에게 에벨리에 관한 진실을 말해주며 라스타를 배신할 것을 종용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라스타에 관한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한다. 마음이 갑갑해 자리에 앉지도 못한 채 한참을 방 안을 거닐다가, 지친 목소리로 '차용증은 그렇다 쳐도 항구 건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중얼거린다. 그런 자신을 보고 안쓰러워한 카를 후작이 면책 특권 때문에 그러냐고 묻자 한숨을 내쉬며 수긍한다. 결혼 자체를 무효로 만든다면 라스타가 황후였던 게 아예 없던 일이 되니 엄벌을 내릴 수 있지만, 이혼이나 폐위시키는 방향으로 가면 외딴 성이나 섬, 탑에 가두어 두는 게 가장 큰 벌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속아서 결혼을 한 거란 사실을 강조해 결혼을 아예 무효로 만들어야한다며 혼인 무효화를 권함과 동시에, 혼인 무효화가 되면 나중에 월대륙 연합에 제소할 때 유리한 입장을 점유할 수 있고, 결혼이 무효가 되면 라스타가 에르기에게 약속한 항구 관련 문서가 종잇조각이 된다고 조언하는 카를 후작에게 자신도 그걸 알지만 혼인 무효 소송 과정은 매우 길고 까다롭다고 말한다.[228] 카를 후작은 라스타가 같이 죽자는 태도로 '내가 도망 노예였다는 걸 폐하는 알고도 받아주었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고 하자, 글로리엠에 대한 애정이 한 톨도 없다면 그럴거라고 대꾸한다.[229] 그러면서도 라스타는 이미 글로리엠을 집어 던진 전적이 있으니 그렇게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쓸쓸히 중얼거린다.

카를 후작을 내보낸 후 집무실에 가서 업무에 매달린다. 최대한 골치 아픈 안건을 찾아보던 중 수도 한구석에서 고리 대금업자가 세를 불리고 있다는 안건을 보고 그 안건에 온 정신에 집중한다. 가까스로 라스타에 대한 일을 떨쳐버렸을 찰나 자신을 부르며 급히 집무실에 들어온 피르누 백작의 모습에, 한눈에 평범한 일로 뛰어들어온 게 아니라고 직감하며 또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피르누 백작이 라스타가 나비에가 이혼한 사유가 불임이기 때문이라는 편지를 서대제국의 리버티 공작에게 보냈다고 보고하자 "뭐? 그건 또 언제?"라고 말하며 경악한다. 이젠 외교적 무례까지 저지른 라스타에 대해 '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트집 잡힐 일은 뭐 그리 열심히 하고 다녔냐'며 기가 막혀한다. 서대제국 측에서 몹시 화가 나서 "라스타의 무례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는 보고까지 듣는다.

라스타가 본인을 감시하고 있던 기사에게 자신을 보고 싶다고 부탁하자 이를 수락해 데려오라고 한다. 정작 그렇게 해서 만난 라스타를 얼음장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빨리 볼일을 보고 가라는 식으로 쳐다본다. 자신을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묻는 라스타에게 '네가 저지른 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대답한다. 아무 죄도 저지르지 않았다며 죄를 부인하는 라스타에게 이제와서 발뺌하기엔 드러난 것만 해도 너무 많다고 차갑게 대답한다. 라스타가 "내가 도망 노예인 걸 알면서도 받아준 건 폐하시다"라며 떼를 쓰자 "난 네가 도망 노예란 걸 알던거지, 이런 사람이라는 걸 알던 건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그래도 라스타가 "폐하께서 처음 보았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이다"라며 여전히 고집을 부리자, "네가 사랑했던 나와 네가 배신했던 나도 같은 사람이다"라고 맞받아친다.

아예 라스타가 상처받은 얼굴로 오해가 있다면 다 설명하겠다고 해명하려 하지만, 그런 라스타의 말을 들으려는 태도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어서 라스타에게 무슨 오해가 있냐며, 글로리엠이 알고 보니 내 딸이 아닌 데에 오해가 있냐, 에르기가 들고 온 라스타의 차용증과 항구 양도 서류에 오해가 있냐며, 라스타가 그동안 저지른 악행을 언급한다. 그러다가 잠시 말을 멈춘 뒤 지독한 시선으로 라스타를 바라보며, 자신과 나비에가 이혼한 원인이 나비에의 불임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서대제국의 리버티 공작에게 보낸 일을 언급하며 추궁한다. 이 말에 라스타가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고 소리치자, 코웃음을 치며 그런 적이 없는거냐, 없길 바라는거냐고 추궁하고서 라스타의 변명을 묵살함과 동시에 서대제국에서 공식적으로 항의해 라스타보고 편지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항의가 왔음을 전한다. 이에 라스타가 아직은 자신이 동대제국의 황후인데, 그런 자신이 사과하는 건 동대제국을 망신시키는 것이라는 되도 않는 억지를 부리자, "그렇지. 넌 사과할 필요 없다. 네가 동대제국을 대표할 일은 이제 없을 테니."라고 차갑게 일갈한다.

이런 자신의 모습에 충격에 빠져 울음을 터트린 라스타가 "날 이제 전혀 못 믿는거냐? 내가 가엾다고 하지 않았냐? 날 지켜주겠다고 하셨지 않냐? 그런데 내가 하지도 않은 일로 이젠 날 구박하시냐?"라고 뻔뻔하게 죄를 부인하자, 잠시 기가 막혀 라스타를 쳐다본다. 라스타에게 자신이 말한 것 중 네가 하지 않은 일이 뭐냐고 묻지만, "다요!"라고 말하며 여전히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 라스타의 태도에 진심으로 기가 막혀 입을 벌려 '도대체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탄하며 말문을 못 잇는다. 라스타는 계속 "난 나비에가 불임이라고 하지 않았고, 불임이라 이혼했단 소문이 돈다고 말했을 뿐이다. 폐하도 나비에가 불임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라며 본인이 자지른 짓을 부정함과 동시에 자신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억지 주장을 펼치고, 더욱 기가 막혀한다. "설령 그런 소문이 돈다고 해도 일국의 황후가 타국의 귀족에게 그런걸 편지로 알린 자체가 문제인 걸 모르는 건가?"라며 라스타를 이해하지 못해 반박조차 하지 않는다.[230]

결국 라스타의 태도에 완전히 지쳐서 손을 내저으며 "혹시 모르니 이번엔 제대로 한번 얘기해보려 한 짐이 미쳤지."라고 독설을 내뱉으며 라스타보고 물러가라고 명령한다. 이에 라스타가 '절 어떻게 하실 생각이시냐?'고 처음 했던 질문을 다시 묻지만, "재판을 받으면 답이 나올것이니, 대답은 재판관에게 구해라"라고 차갑게 말한다. 그 순간 라스타는 울먹이며 "살려주세요"라고 말하고, 놀라서 쳐다본다. 라스타가 처량하고 가엾은 척을 하며 "날 너무 크게 벌하지 말아달라. 난 정말로 큰 죄를 지은 적이 없다. 내 죄가 황후 자리에 앉은거라면 그건 우리의 죄지 내 죄가 아니다. 그 외엔 정말로 잘못한 게 없다."라고 애원하자 입을 굳게 다문다. 차라리 라스타가 악독하게 나오면 오만 정이 떨어질 때까지 싸워대다가 큰 벌을 받게 내버려 둘 텐데, 지금처럼 라스타가 약하게 나오니 되레 기분이 안 좋아지고 찝찝해진다. 이러니저러니해도 라스타는 '자신이 직접 다친 걸 주워와 보살핀 애정을 주고 보살핀 가엾은 존재'이기에 더욱 그렇게 느낀다.[231]

결국 화가 나서 라스타를 노려보다가 재차 나가라고 명령한다. 힘없이 나가려는 라스타를 불러 쳐다보지도 않은 채 로테슈 자작과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재판이 모두 열리니, 원한다면 재판에 참관해도 좋다고 지시한다. 이후 재판에 참관하겠다는 라스타에게 피르누 백작을 비서로서 동행시킨다.

이후 라스타는 림웰 부자와 이스쿠아 부부의 재판을 보고 자신도 그들처럼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질려 그동안 거절했던 야반 도주를 받아들이고 만다. 라스타는 랑트 남작을 급히 불러와 도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애원하고, 머뭇거리던 랑트 남작도 결국 라스타의 도주를 도와주기로 한다. 라스타는 방에 남아있는 보석들이나 패물들을 챙겨 완전히 동대제국에서 도망치려하지만 이 장면을 고참 하녀인 아리언에게 들켜서 죗값을 받지 않고 도망친다고 지적받는다. 그러나 라스타가 제발 모른 척 해달라고 애원하자 의외로 아리언은 평소와는 다르게 라스타의 도주를 묵인해준다. 이에 라스타는 고마워하지만 금세 태도를 바꿔 아리언이 소비에슈에게 자신의 도주를 밀고할거라는 망상에 빠져 그녀를 칼로 찌르고 도주한다.

이 사태를 보고받아 아리언을 구조하여 궁의에게 아리언을 치료하게 한다. 궁의에게 아리언의 상태를 묻지만 폐를 찔려서 목숨이 위태롭다는 진단을 듣고 치유 마법을 쓸 수 있는 에벨리를 불러 아리언을 치료할 것을 명한다.

궁의에게 아리언을 맡기고 카를 후작과 궁전 옆에 있는 탑에 간다. 탑 중간 쯤을 올라가던 중에 카를 후작이 미리 랑트 남작을 주시하고 있었던 게 다행이였다는 안도섞인 말을 하자 수긍하며, 설마 아리언이 마지막에 라스타를 살려주고 싶어할 줄은 몰랐다는 말을 듣는다. 탑 중간쯤에 멈춰서서 철문을 두드린다. 안에서 나온 델리스에게 고생했다고 위로한 뒤 기사에게 눈짓해 델리스에게 금화가 가득 담긴 주머니를 건네준다. 주머니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 델리스에게 이젠 라스타가 해코치를 가할 순 없을 것이니 집에 돌아가도 좋다고 말한다. 어색하게 '구해주고 숨겨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는 델리스에게 거듭 기사를 붙여주겠다고 제안하지만 델리스가 만류하고 혼자 가자 델리스를 호위하던 기사에게 지금쯤 소동이 벌어졌을테니 거리를 두고 뒤따라가 델리스를 호위하라고 명한다.

탑에서 나와 집무실으로 돌아간다. 집무실에 도착해서야 카를 후작은 소비에슈에게 왜 굳이 투아니아 공작에게 라스타의 도주를 알려주었냐며, 투아니아 공작은 재판 전에 라스타에게 해코치를 가하려들지도 모른다고 질문한다. 즉, 투아니아 공작에게 일부러 라스타의 도주 사실을 알려줘 원한에 찬 공작이 라스타를 검거하게 만든 사람이 바로 소비에슈였다는 것. 랑트 남작이 있으니 투아니아 공작은 아무리 화가 나도 대놓고 라스타를 해코치할 수 없다고 대답한다. 차라리 피르누 백작을 보내는 게 낫지 않았냐고 묻는 카를 후작에게 "투아니아 공작이 멍청하니까"라고 말한 뒤 속으로만 "멍청하지, 나만큼."라고 생각한다. 당황해하는 카를 후작을 보며 신전에선 절대로 자신과 라스타의 결혼을 무효화해주지 않을 것이며, 설사 라스타와의 결혼을 무효로 만든다 한들 나비에와의 이혼까지 무효로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상기한다. 또한 나비에는 이미 하인리와 재혼하여 서대제국으로 떠나 서대제국의 황후가 되었고, 하인리의 후계자를 임신 중인 상태이기에 자신에게 돌아올 길은 없어진거나 마찬가지인 것도 깨닫는다. 자신이 아무리 그리워하고 애태워하며 울고 애원해도, 설령 나비에의 마음이 바뀐다 해도 이제 그녀는 자신의 아내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비에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황제 남편을 버리고 황제 남편을 가진 첫번째 재혼에는 놀라워하면서도 감탄했으나, 두번째 황제 남편을 버리고 첫번째 황제 남편에게 돌아간다면 나비에의 평판도 깎일 것"이라고 생각하며,[232] "이런 상황이기에 차마 나비에가 그런 모욕을 받으면서까지 내게 돌아오길 바랄 수 없다"고 여기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따금은 나비에의 마음이 바뀌어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원했지만 요원한 일이란 걸 스스로가 더욱 잘 알게 된다. 여기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투아니아 공작에게 라스타의 도주를 알려준 이유도 아내를 사랑하면서도 멍청한 짓거리로 아내를 떠나보낸 그가[233]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였다. 그런 투아니아 공작을 두고 자신을 보는 것 같아 몹시 화가 나서 딱 한 번 그를 떠밀어 준 것뿐이며, 그 외엔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속내를 드러낸다.[234]

업무를 보던 중 피르누 백작에게서 라스타가 기절한채로 끌려왔다는 보고를 듣는다. 라스타가 사람들에 의해 다친 채로 끌려왔냐고 물으면서도, 항상 평민들에게 환호를 받던 라스타가 이번엔 그들에게 온갖 욕설과 손가락질을 받으며 끌려왔다는 걸 눈치챈다. 그건 아닌 듯 했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피르누 백작을 보고 바로 델리스를 떠올려 델리스와 라스타가 마주쳤다는 걸 눈치챈다. 라스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는 보고에 라스타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하며 라스타에게 치료는 해주라고 명하지만, 이내 마음을 바꿔 약을 내어오라고 명한 후 직접 라스타의 방에 간다.

궁의에게 라스타의 상태를 묻는다. 마차가 넘어질 때 타박상을 입은 것 외에는 괜찮으며 많이 놀란 것 같다는 궁의의 진단에 궁의와 하녀들, 기사들을 모두 내보낸다. 이후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자는 척은 그만하라며, 깨어있는 거 안다고 중얼거린다. 이에 눈을 뜬 라스타가 눈물을 머금은 채 원망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도망치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고 그녀를 비웃는다. 이에 라스타가 '내가 도망칠 수 밖에 없도록 몰아간 건 폐하시다'라고 따지며 자신을 원망하자 전부 라스타 본인의 선택이였다고 일축한다. 라스타는 림웰 부자와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재판을 보게 하지 않았다면 도망치려 하지 않았을거라고 변명하다가, 그 순간 소비에슈가 일부러 자신이 재판을 보고 무서워서 도망치게 만들어 자신의 죄를 가중시키려고 했다는 걸 눈치채고 경악한다.

그런 라스타의 반응에 빈정거리며 부인한다. 거짓말이라며, 그게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소리치는 라스타에게 "넌 항상 남 탓이고, 남 탓 할 것도 있겠지만 적어도 네가 한 짓에 대한 책임은 져라"라고 일갈한다. 라스타도 지지 않고 '폐하도 내 탓을 하고 있다'고 따지고, 이에 황당해해 되묻는다. 라스타가 나비에의 결혼식 날, 자신이 울면서 나비에의 이름을 부르는 걸 봤고, 지금 본인을 몰아붙이는 것도 사실 나비에와 헤어진 것에 대한 분풀이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따지자 한숨을 내쉬며 일어선다. 라스타가 황후가 된 것도, 나비에와 헤어진 것도, 라스타를 믿은 것조차도 오로지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하며, 적어도 나비에에 관한 일만큼은 라스타가 아닌 자신의 잘못임을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네가 벌을 받는 것 역시 네가 저지른 그 모든 일 때문인데, 언제 그걸 인정할거냐?"고 일갈한다. 라스타가 '내가 뭘 했냐'고 따지며 죄를 부인하자 사실은 알 거 아니냐고 말한다. 이에 모른다고 말하며 여전히 본인의 죄를 부인하는 라스타에게 "모르면 되었다. 네가 가려는 길에 답안지는 필요없으니."라고 대꾸하며 라스타의 방에서 나가려 한다.

그 모습에 겁에 질린 라스타는 황급히 달려가 무릎을 꿇고 자신의 허리를 붙잡고서 순순히 폐위되고 이혼도 바로 해주겠다며, 본인과 글로리엠만은 조용한 시골에서라도 살게 해달라고 애원하며, 재판은 받고 싶지 않다며 사람들이 무섭다고 말한다. 이에 코웃음을 치며 "네가 가지지 못한 것을 두고서 거래를 요청하는 건 말도 안 되지. 라스타."라고 냉담하게 말하고서 라스타의 손을 뿌리친다.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은 라스타는 바로 태도를 바꿔 "폐하는 죄를 지어도 벌을 받지 않는데[235]소비에슈 본인이 자의로 한 짓이다. 이로 인해 동대제국은 나라의 위신이 매우 추락하고 엄청난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즉, 소비에슈는 라스타보다도 더한 죄를 저지른 동대제국을 혼란에 빠트린 장본인이다. 당연히 소비에슈야말로 본인이 저지른 죄에 대한 벌을 가장 철저하게 치러야할 사람이나, 정작 동대제국을 혼란에 빠트린 장본인인 소비에슈는 국민들에게 비난을 듣기는 커녕 아예 벌조차 받지 않고 있고, 오로지 라스타에게로만 비난의 화살이 쏠리면서 라스타는 모든 오명을 뒤집어쓴 채 혼자 벌을 받게 된 상황이다. 당연히 소비에슈도 이미 진작에 "나라를 망친 원흉"으로 낙인찍히고 폐위되었어야 정상이다.] 난 왜 죄도 없이 벌을 받아요?"라고 소리치며 악을 쓰자 '네 죄는 법정에서 하나하나 들어보라'고 일갈한다. 라스타는 마지막 발악으로 "폐하가 내가 도망 노예란 걸 알면서 모두를 속인 걸 다 말할거다. 어차피 죽게 된 와중이라면 내가 왜 말을 안 하냐? 다 말할 거다!"라며 라스타가 도망 노예 신분이란 것도, 라스타의 과거를 알면서도, 그걸 묵인하고 라스타를 황후 자리에 올렸다는 사실을 폭로할 것이라고 협박하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하라고 대꾸한다. 이에 충격받은 라스타를 보며 라스타가 사실을 말해봤자 증거도 없고, 설령 사람들이 믿는다고 한들 자신을 '사랑에 눈이 먼 황제' 정도로 여기며 얼빠졌다고 할 것이지만, 그게 끝이고 그것도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비웃으며, 자신은 라스타와는 달리 별다른 피해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236] 이와 동시에 오히려 글로리엠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하며, 안은 라스타가 노예 건을 터트리던 말던 어차피 노예가 될거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그 말에 경악해한 라스타가 안이 뭘 했길래 노예가 되냐고 따지자, 친부모인 알렌과 라스타 모두 중죄인이여서, 안에게도 연좌제가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자식들까지 이용해가며 궁지에 몰아넣는 소비에슈의 태도에 눈이 돌아간 라스타가 "너 뭐야! 너 뭐냐고! 에르기보다 당신이 더 나빠! 빌어먹을 놈, 황제면 다야? 다냐고!"라고 소리치며 자신에게 달려들자, 간단하게 피해버리고서 라스타를 무시한채 그대로 문을 열고 방에서 나가버린다.

2.6. 라스타의 재판 및 폐위(196화 ~ 204화)

라스타의 재판 당일 재판을 기록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피르누 백작에게 나비에는 도착했냐고 묻는다. 피르누 백작이 대답을 망설이던 그 순간 들어온 카를 후작에게서 나비에는 하인리와 트로비 공작부인과 트로비 공작가 저택에 머무르고 있으며 트로비 공작은 영지로 내려갔다는 보고를 듣고 얼굴을 굳힌다. 나비에가 법정에는 온다고 했냐며 묻지만 미리 전한대로 조용히 참관만 하는 것이며, 참관 역시도 개인적으로 조용히 보고 갈 생각이니 찾지 말라고 했다는 카를 후작의 보고를 듣는다. 이에 일반 관중석과 귀족석, 둘 중에 어디서 보겠다는 뜻이냐고 계속 물어본다. 결국 카를 후작이 서대제국 황후로서가 아닌 전 부인으로서 참관하는 것이니 자세한 건 묻지 말라고 했다는 나비에의 말을 전해주자 그대로 얼어붙는다.

이내, 굳은 얼굴로 카를 후작에게 에르기 공작이 아직도 수도에 머무르냐고 묻는다. 베르디 자작부인을 만난 후로 조용하다는 보고를 듣고 에르기에게 붙인 사람을 통해 들은 에르기가 베르디 자작부인에게 한 제안[237]을 상기한다. 에르기를 믿진 않았지만 그의 제안에는 관심이 갖기에 우선 그들을 내버려둔다. 에르기가 글로리엠과 베르디 자작부인의 탈출을 도우면 중간에 에르기가 준비한 사람을 자신이 준비한 사람으로 바꿔치기해서 적당한 곳에 데려가게 할 생각을 한다.

글로리엠을 떠올리며 라스타를 너무 많이 닮아 동대제국의 귀족이나 평민으로도 살 수가 없다는 것을 상기한다. 그렇다고 자신이 입양하기에는 그 얼굴이 라스타로 변해가는 걸 보면서 견딜 자신도, 이전만큼 사랑할 자신도 없다며 글로리엠을 보고싶어하지도 않아하면서도 완전히 버려두기에는 자신이 진심으로 글로리엠을 사랑했고 함께한 시간이 마음에 걸려한다. 이성적으로는 아니란 걸 알지만 자신의 딸이라고 여겼던 글로리엠이 연좌제로 인해 노예가 되는 건[238] 차마 볼 수가 없어, 외국에 있는 작은 귀족 가문의 영애가 될 수 있는 신분과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주고 그간의 정을 끊으려고 다짐한다. 카를 후작에게 재판이 열리기까지의 시간을 물은 후 침실로 가 나비에와 자신의 초상화, 글로리엠의 초상화를 보며 눈을 감고 한 방울의 눈물을 흘린다.

재판이 열리는 시각이 되자 대법원에 들어온다. 자신을 보고 일어선 사람들에게 손을 든 후 황가 전용 좌석에 앉는다. 뒤이어 두 기사들을 대동하고 나타난 라스타가 자신의 옆 자리에 앉은 후 대법관의 선언으로 라스타의 재판이 시작되는 모습을 지켜본다. 로테슈 자작과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진술 직후 알렌이 아버지와 라스타가 계획한 일이지 자신은 가짜 공주 사건과 무관하다고 악을 쓰고, 라스타의 하녀인 델리스가 라스타가 자신이 나비에에게 보낸 파랑새를 빼돌린 후 깃털을 산 채로 뽑았던 걸 발견했다는 이유로 억울한 누명을 씌워 잔인한 형벌을 내렸음을 증언하고, 에벨리가 라스타가 평소 자신을 모욕하고 무시한 것은 물론 이스쿠아 자작부부와 함께 계속 모욕하고 무시했던 일, 마차 사고를 내어 자신을 죽이려한 일을 증언하고, 랑드레 자작이 니안의 무고 사건과 보고서에 대해 증언하며 당시 소비에슈가 라스타를 너무 사랑해 보고서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고 일을 덮으려했다며 자신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239], 카를 후작이 라스타가 평소 에르기에게 사사로이 돈을 빌렸고 이렇게 빌린 돈의 지출이 전 연인이었던 알렌과 아들 안이였다는 것, 항구 사건과 라스타와 에르기의 스캔들에 대해 증언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러던 와중에 델리스의 오빠인 기자 조앤슨이 대법관에게 공개하고 싶은 서류가 있다고 외치자 사람들을 대신해 무엇이냐고 묻는다. 조수를 통해 조앤슨에게서 라스타의 친부의 노예 문서를 건네받은 대법관이 서류를 공개하면서 라스타가 노예 신분이였음이 탄로난다. 이때 재판에서 라스타가 도망 노예라는 것까지 폭로될 줄은 몰랐던건지 겉으로는 무표정해보이지만 속으로는 매우 분노한다. 라스타가 평민도 아닌 노예란 사실에 매우 분노한 평민들이 라스타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자, 이를 참지 못한 라스타가 자리에서 일어나 조앤슨을 밀치고 증언석에 나와 "황제 폐하는 고자입니다!!!"라고 소리치며 자신을 고자라고 모함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라스타의 폭탄 발언에 법정은 정적에 휩싸이고, 얼음장 같은 표정으로 라스타를 바라본다. 심지어 라스타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폐하는 자신이 고자임을 감추기 위해 나비에 황후를 불임으로 몰고, 내게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지도록 하게 했다'고 소리치며 전부 자신이 시켜서 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라스타의 고자 발언에 분노한 대법관이 닥치라고 소리치고, 사람들 역시 라스타에게 닥치라고 소리친다. 이에 질세라 라스타도 구두를 벗어 난간을 두드리다가 아예 구두를 관중석으로 던진 후 놀란 평민들에게 삿대질하면서, "니들이나 닥쳐! 발언권을 가진 건 여기 있는 나지, 니들이 아니야!"라고 윽박지른다. 그런 라스타를 보며 매우 황당해한다.

분노한 대법관이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궁지에 몰리니 황제 폐하를 잡고 늘어지시는거냐'고 추궁하고, 이에 라스타는 "당연히!" 라고 소리친 후 "혼자 잘못한 것도 아닌데 혼자 죄를 덮어쓰게 생겼으면 당연히 공범을 잡고 늘어져야지, 여기 있는 사람들은 억울해도 혼자 죽을건가보지?" 라고 빈정거린다. "폐하와 나비에 황후와의 사이에선 내내 아이가 없었는데, 나비에 황후는 옆 나라 남자와 결혼하자마자 아이를 가졌고, 난 알다시피 아이를 낳았으니, 그럼 누가 문제냐" 라고 주장하며 소비에슈가 불임이라고 몰아세운다. 의외로 앞뒤가 맞는 주장에 사람들은 라스타에게 씩씩거리면서도 자신을 흘끔 쳐다본다. 무표정으로 라스타를 쳐다보던 중 델리스가 조앤슨에게 뭔가 언질을 주고, 조앤슨이 라스타에게 다가와 '지금은 제가 발언할 시간이니 망상을 펼치는 건 나중에 하시라'고 비꼰다. 라스타는 무엄하다고 말했으나, 조앤슨은 오히려 '황제 폐하를 두고 가장 무례한 언동을 보인게 누구였는지는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잘 알고 있을텐데 제게 무엄하다고 말하시냐'는 팩폭을 날리며 라스타를 조롱한다. 평민들마저 꺼지라고 소리치자 라스타는 표정이 무너지고 충격을 받는다.

이후 조앤슨은 대법관에게 발언을 계속하겠다고 말하며, 라스타 황후의 친부 논란으로 세기의 논란을 받았고, 사기형으로 노예형을 받은 기록이 남은 남자가, 라스타의 부름으로 집을 나와 황궁에 오다 실종된 건 알고 있냐고 묻는다. 이에 라스타는 그런 적이 없다고 버럭 소리지르지만 카를 후작이 라스타의 친부를 증인으로 세운다. 사실상 자신의 암묵적인 동의로[240] 병사들에게 잡힌채 끌려와 증언석에 선 라스타의 친부가 라스타의 부름을 받고 궁전에 가던 길에 정체 모를 이들에게 끌려가 죽을 뻔했던 자신을 근위기사들이 구해주었다고 증언하며 본인을 위해 딸을 배신한다. 내내 날뛰던 라스타는 친부가 마지막까지 본인을 위해 딸을 배신하는 모습에 절망해 그 전까지 뻔뻔하게 자신의 악행을 부정하던 태도마저 버린 채 고통스런 표정으로 친부를 바라본다. 그 뒤 궁의와 서궁의 하녀들, 기사들이 라스타가 도주극을 성공시키기 위해 측근 하녀 아리언을 살해하려한 일을 증언하고, 라스타에게 고용되었던 암살자가 트로비 공작부부의 암살을 사주했으며, 황후의 권력으로 협박한 탓에 어쩔 수 없이 의뢰를 받았지만 동의하지 않았고 의뢰를 실행하려 한 적이 없다고 자백한다. 하지만 라스타는 비명을 지르며 여전히 죄를 전부 부인한다.

라스타의 발악에 잠시 밀려났던 대법관이 라스타가 황후로서 가진 면책 특권을 발휘할건지 묻자 "죄인으로 판결하라"고 딱 잘라 말하면서 라스타를 황후 자리에서 폐위한다. 이 말에 라스타는 단번에 "이번에 나올 판결을 근거로 라스타를 폐위시키겠다"는 자신의 의도를 알아채고 마지막까지 발악하면서 "날 이용하고 버리시는거냐? 폐하가 고자란 것도, 고자란 걸 감추려고 나비에 황후를 버리는 것도 감춰드렸는데 이대로 날 이용하고 버리시냐?"라고 소리치며 자신을 공범으로 몰아간다. 라스타의 발악을 지켜보던 대법관이 라스타의 죄목을 읊으며 라스타에게 죄를 인정하냐고 추궁하고, 라스타는 끝까지 죄를 전부 부인한다. 대법관에 의해 사실상의 사형 선고인 영구유폐형을 선고받은 라스타가 기사들에게 두 팔을 붙잡힌 채로 재판정에서 끌려나가고, 라스타가 끌려나간 자리를 잠시 본 후 황제 부부가 들어오는 문으로 재판정에서 나간다.

2.7. 재판 이후, 그동안의 죄를 후회하다

재판 이후 랑드레 자작과 트로비 공작부인을 불러, 랑드레 자작과 코샤르의 추방령을 해제하겠다고 말한다.[241] 랑드레 자작에게 고생이 많았다고 위로를 해보지만 오히려 그는 자신에게 "소비에슈와 라스타의 차이는 권력이 있고 없고이고, 소비에슈와 라스타는 똑같아 보이기에 위로받고 싶지 않다"고 일갈한다.[242] 이 말을 듣고 속으로 화가 나면서도 겉으론 가만히 듣고만 있는다.[243]

이후 밤중에 '리드뢰 경'이란 가명으로[244] 트로비 공작가에 찾아와 나비에를 보고 싶다고 집사에게 얘기하지만 자신임을 눈치챈 나비에에게 거부당한다.

2시간 정도 지났을 때 복도 쪽의 창문으로 바라본 나비에에게 여전히 트로비 공작가에서 기다리면서, 얼굴을 로브로 가린 채 담벼락에 기대어 소리없이 우는 모습으로 발견된다. 나비에도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지만 그대로 무시하고 자기 방으로 돌아간다.

다음 날에도 담벼락에 그대로 서 있다가 트로비 공작가의 문장이 새겨진 마차에 올라 서대제국으로 향하던 나비에와 마주친다. 시선이 마주친 짧은 순간에 절망적인 표정으로 도와달라는듯이 나비에를 쳐다보지만 재차 무시당한다.

그러나 서대제국에 돌아간 나비에는 크리스타의 죽음을 복수하려는 즈멘시아 공작에 의해 습격당해 혼수 상태에 빠지고 만다. 하인리는 나비에가 후원하던 치유 마법사인 에벨리를 떠올리고 동대제국에 가장 빠른 전서조를 보내 트로비 공작부인에게 소식을 전한 것은 물론 소비에슈에게 크로우를 보내 에벨리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한다. 하인리의 언급으론 편지 건이 있으니 거절할 수 없을 것이라고.

기사에게서 베르디 자작부인이 글로리엠을 데리고 도망쳤다는 보고를 받고, 몰래 탈출을 도와줄 것과, 에르기의 사람인 척 따라가다가 남왕국 변경 지대에서 엘리아도 백작을 찾으라는 명령을 내린다. 기사가 나간 후 한숨을 내쉬며 억지로 글로리엠을 마음 속에서 밀어내려한다. 글로리엠의 친부모는 자신에게 매우 싫은 사람들이기에 이 정도면 정말 많은 것을 해주는 것이라 여기면서도 어찌보면 공주에서 가짜 귀족으로 변경되는 것이지만 애초에 노예나 사생아로 살아야할 글로리엠의 인생을 바꿔주는 것이니 글로리엠에게 최대한의 자비를 베푸는 것이라 생각한다. 침실로 가 파랑새에게 모이를 주다가 멍하니 파란 새를 바라본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서궁으로 가본다.

라스타를 위해 한껏 꾸며져 아름다웠으나 이제는 텅 빈 방[245]을 허망하게 둘러본다. 한 때는 자신의 어머니가 사용했고, 나비에가 사용했던 방이였기에 나비에를 떠올리다가 그녀가 이 방의 주인이 되었을 때의 추억을[246] 회상하며 나비에를 그리워한다. 대부분 나비에가 차가웠지만 가끔은 엉뚱한 소리를 했고 그녀와의 좋은 추억들도 있었는데 왜 나비에를 차갑게만 대했는지 후회한다. 멍하니 방을 둘러보다가 한 때 나비에가 사용했던 책상이 있던 자리로 갔지만[247] 그 자리 역시 비어있음에 괴로워한다. 최소한에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둘이서 꼭 식사를 같이 하며 온갖 대화를 나눴고, 낭만 소설 주인공들만큼 알콩달콩하지 않지만 좋은 친구였고, 오랜 세월을 함께 지냈고 진심으로 싸운 적이 없었음을 상기한다. 그러면서도 황태자와 황태자비 시절의 자신과 나비에를 보던 귀족들이 한 쌍의 새끼 꾀꼬리 같다고 여기며 귀여워했던 것을 떠올리고 괴로워한다.

고통에 차 나비에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멍청한 셰를을 후계자로 삼을 걸 그랬다. 좀 더 지켜보다가 두 사람 사이에 정 아이가 없을 거 같거든 그냥 그 멍청한 셰를을 후계자로 삼아버릴 걸 그랬다. 무엇을 위해 어린 시절의 친구를, 아내를 버린건가? 이걸 보자고?"라고 중얼거리며 그제서야 나비에를 버린 것을 후회한다. 바닥을 주먹으로 연거푸 찍으면서 라스타의 재판이 끝난 후 한밤중에 트로비 공작가를 찾아온 자신을 대놓고 외면한 나비에를 떠올린다. 그때의 상황을 지금의 상황과 겹쳐보며 혼란스러워 하다가 "외롭다, 괴로워, 힘들어, 나비에", "한 번만 여길 봐봐, 나비에. 날 봤잖아, 날 보는 걸 봤는데. 커튼 뒤에 숨어있는 걸 봤는데 왜 보질 않아. 나비에, 제발 한 번만..."이라고 절규한다. 하지만 자신이 트로비 공작가에 찾아갔던 당시 나비에의 옆 창가에서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던 하인리가 나비에는 이젠 소비에슈가 아닌 본인의 아내이며, 이제 그녀와 함께 사는 것도, 웃는 것도, 손을 잡는 것도 본인이라고 말하던 눈빛을 떠올린다. 그리고 아침에 자신을 외면하며 마차를 타고 떠나가던 나비에의 냉정한 눈빛도 함께 떠올린다. 그순간 진심으로 자살을 고민하면서 "내가 여기서 죽어버리면, 그러면 넌 날 돌아봐줄까?", "내가 죽어가며 미안하다 사과하면, 그땐 넌 날 한 번 바라봐줄까?"라고 중얼거리다가, "지금 너무 힘들다. 딱 한 번만 힘내달란 말을 듣고 싶다. 한 마디만 해주면 좋겠다. 제발 눈이라도 맞춰주면 좋겠다."라고 중얼거리며 나비에를 찾는다. 심지어 순간적인 고통과 괴로움에 "내가 여기서 죽으면 네게 동정이라도 받게 될까?"라고 중얼거리기까지 한다.

결국 고통에 차 허망하게 웃으며 "나비에... 나의 아내"라고 중얼거리다가 일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를 생각한다. 문득 재판 전 자신이 라스타에게 한 말을 떠올리고 라스타가 배 속의 아이를 자신의 아이라고 속이지 않았을 경우를 생각해보지만, 고개를 젓다가 그것이 근원적인 문제가 아니었음을 그제서야 눈치챈다. "라스타를 데려온게 문제였다", "그 날 사냥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 "라스타를 데려와 치료한 후 동정하지 말았어야 했다", "라스타를 동정한 후 나비에에게 사정을 말해 차라리 서궁의 하녀로 데리고 있으면 어떨지 부탁했어야 했다", "라스타를 정부로 들이지 말았어야 했다"라고 생각한다. 라스타를 데려온 첫 날 나비에가 했던 질문과 자신이 저지른 만행들을 상기하면서[248] 그제서야 모든 일이 자신이 저지른 만행들과 잘못들로 인해 벌어진 일이였음을 깨닫는다. 결정적으로 다른 걸 다 떠나서 나비에에게 이혼을 청하지 않았더라면 모든 것을 돌이킬 수 있었다는 사실에 더욱 후회하며 고통스러워한다. 이를 버티지 못해 호위에게 술을 가져오라 명한 후 계속 술을 마시다가 잔에 비친 나비에의 환상을 보게 된다. 나비에의 환상이 '술 좀 그만 마시지?'라고 중얼거리자 절규하다가 결국 힘없이 술잔을 떨어뜨리고 만다. 자신의 손으로 모든 것을 망쳤다는 것을 깨닫고 절망해 그 자리에 주저앉아 흐느끼고 만다.

이후 라스타가 폐위되는 자리에는 아예 나오지도 않을 정도로 그녀에 대해 진저리를 친다.[249]

2.8. 재혼을 거부하다

라스타가 폐위된 지 며칠만에 각국에서 보내온 새 황후를 맞이하라는 내용의 편지들을 보고 한숨을 내쉬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그나마 자신의 눈치를 보기에 이 정도일 뿐 시일이 지나면 지날수록 의견이 거세질 것이란 사실에 다시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연달아 이어진 이혼과 폐위, 그리고 라스타의 저주 때문에 당분간 옆 자리에 누군가를 두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라스타가 법정에서 자신을 고자라고 모함하며 고래고래 소리쳐댔던 걸 떠올리면서 사람들은 그 악담을 라스타의 마지막 발악이라고 여기며 완전히 믿지 않을 거라고 추측한다. 설령 믿는 사람이 있더라도 혹시, 설마 하는 정도로만 여길 것이였으나, 자신이 세번째 황후를 들인다면 라스타의 거짓말이라고 여기던 사람들조차도 자신과 세번째 황후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길지를 주의깊게 지켜볼거라고 예상한다. 생각만으로도 피곤해지고 생각할수록 배 한 쪽이 아파오자 궁의를 부르고, 궁의에게 약을 받아 단숨에 들이키고서 집무실에서 나온다.

본궁 주위를 느리게 맴돌며 넘치려는 마음을 누르려 애쓴다. 그러나 어디를 가든 자꾸만 옛일이 떠오르고 초조한 기분이 들어서 견디기를 힘들어한다. 나비에의 재혼을 떠올리며 나비에가 자신의 눈 앞에서 하인리와 재혼하는 걸 본 이후에도 몹시 힘들었으나, 그나마 글로리엠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던 과거를 회상한다. 언젠가 태어날 글로리엠을 기다리면서 모든 정신을 아이에게 집중했으나, 글로리엠마저 먼 곳으로 가버리자, 이젠 정말로 마음을 둘 곳이 없다는 사실에 바람이 거세게 부는 지붕 한 가운데 홀로 서 있는 기분을 느낀다. 속으로 베르디 자작부인은 잘 달아나고 있을거라고 여기며 베르디 자작부인과 글로리엠의 탈출을 생각한다.[250] 이제 평생 만날 일이 없는 글로리엠을 떠올리며 잠시 멍하게 서있다가 고개를 젓고 회랑을 걷는다. 하는 일 없이 돌아다니게 되자 더욱 마음이 번잡해져서 다시 집무실로 돌아간다.

그러나 집무실 앞에 카를 후작이 몹시 난처한 얼굴로 서 있고, 카를 후작의 옆에 새카만 머리의 남자를 보게 된다. 카를 후작에게 다가가 무슨 일이냐고 묻고 카를 후작이 옆의 남자를 가리키며 서대제국에서 급보를 가지고 온 사신이라고 소개한다. 자신을 크로우로 소개한 남자를 보며 사신이라기엔 복장도 일행도 너무 소박한 모습에 잠시 의아해하나 가짜 사신이면 카를 후작이 데리고 있을리 없다고 생각한다. 불안감에 크로우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서도 다른 나라에서도 연달아 사절과 편지를 보내오고 있으니, 이상하지 않다고 여기지만 이내 단순 위로 사절이라면 급보를 가지고 올리 없다고 여겨 찝찝해하던 찰나, 크로우로부터 나비에가 피습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놀라 크로우에게 되묻지만, 크로우에게서 '하인리 황제에게 원한을 가진 자가 지붕 위에서 떨어졌는데 나비에 황후의 위로 떨어졌다'고 설명을 듣는다. 반사적으로 속으로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저으면서도 바로 에벨리를 떠올린다. 에벨리가 몹시 드물고 희귀한 치유 마법사임을 상기하면서도 급보라는 사실에 순간적으로 나비에의 상태가 어떤지에 대해 불안감이 든다. 떨리는 목소리로 크로우에게 '죽었냐'고 물었으나, 살아있으나 혼수 상태라는 대답을 듣는다. 이에 크로우에게 돗대제국에는 치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가 있고, 그 아이는 나비에 황후가 후원해왔으니, 서대제국으로 가 나비에 황후를 도울 수 있을거라고 대답해 에벨리를 서대제국에 보낼 것을 지시한다.

카를 후작에게 에벨리를 데려올 것과 에벨리에게 나비에의 소식을 전하라고 지시하고, 집무실 안에 있는 피르누 백작에게도 가장 빠른 말과 마차를 준비하라고 지시한다. 세 시간만에 에벨리를 포함한 서대제국에 갈 인행이 꾸려지고, 일행이 탄 마차가 출발해 서대제국으로 간다. 창문으로 멀어져가는 마차를 보며 고통스럽게 나비에의 이름을 부른다. 갑자기 듣게 된 나비에의 피습 소식에 매우 당황해하면서도 고통스러워해 주먹을 쥐고 창틀에 머리를 기댄다.

2.9. 라스타의 자살

그러나 나비에의 피습 소식을 들은지 몇 일만에 간수에게서 라스타가 며칠째 음식도 물도 먹지 않는데다, 너무 조용하기에 음식 구멍을 열고 안을 보았는데 피에 젖은 은발에 머리 부분은 움직임이 없고, 좋지 못한 냄새가 난다는 걸 보고받으면서 라스타가 자살한 소식까지 듣게 된다. 간수에게 자신이 직접 가보겠다며 라스타가 유폐된 탑으로 향한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본 라스타는 굳은 마음을 먹고 끝까지 살아남을 사람이었음을 상기한다. 비록 오래 홀로 갇혀있으면 결국은 미치겠지만 몇 년은 버틸거라고 생각했는데, 유폐된지 얼마 안 되어 자살한 라스타에게 의문을 가진다.

탑 내 라스타가 감금된 방에 도착해 문을 열어보지만 이미 부패가 진행되어 처참한 모습인 라스타의 시체를 발견한다. 이를 본 간수가 먼저 탑의 계단을 내려가지만, 움직이지 않은채 라스타를 내려다본다. 마지막까지 서로 죽자 사자 싸워댔고 결국 라스타가 폐위되고 유폐될 탑으로 가는 자리에 얼굴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진저리를 쳤으나, 이렇게 눈도 감지 못한 채 비참하게 죽어있는 모습을 보자 마냥 통쾌하지만은 않아한다. 머릿 속에서 과거 라스타가 웃으면서 "폐하는 왜 라스타를 사랑한단 말을 안 해주세요?"라고 묻는 것이 떠올라 귓가를 맴돈다.

결국 몸을 돌려 탑의 계단을 내려가면서 라스타를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한다. 쓸데없는 질문이라 생각했던 것을 떠올리면서도 라스타가 동대제국 역사상 가장 악한 황후로 기록되었음을 상기한다. 라스타에 대해 "동대제국 역사상 가장 악한 황후로 기록된 그녀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을까? 애초에 라스타의 천사 같은 외모에 홀려 사람을 잘못 본 걸까? 아니면 원래는 평범하게 선했던 그녀를 궁전이, 권력이, 귀족들이, 그리고 자신이 변하게 만들게 한 걸까?"라고 생각하며 의문을 품는다.[251] 이내 '아무도 대답해줄 수 없겠지'라고 중얼거린다. 옆에 있던 카를 후작이 무슨 말이냐고 묻자, 잠시 생각하다가 라스타의 시신을 황후로서 묻지 말고 화장해서 넓은 평원에 뿌려주라고 명한다.

연속으로 좋지 못한 소식이 듣게 되자 허망해한다. 머리를 굴리다가 평생을 함께할 아내가 떠나갔고 그토록 바라던 딸은 자신의 친딸이 아니었는데다, 그 딸조차 먼 곳으로 보냈으며 막판까지 싸우던 라스타는 홀로 죽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해하며 사는 게 참으로 덧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꿈은 아내와 아이가 있는 행복한 가정에서 사는 것이었으며 "아버지가 주지 못한 그 가정을, 자신의 아이에게 주고 싶었는데 그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였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아예 "수많은 평민들조차도 당연히 가지는 단란한 그 가정을, 황제인 내가 가지지 못해 이렇게 발악하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라고 자기합리화를 하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기까지에 이른다. 자신과는 달리 진짜 행복을 찾을거라 여겼던 나비에는 습격을 당해 위급한 상황에 처해있음을 떠올려 심장이 타들어가는듯한 고통에 다시 위의 통증을 느끼게 된다. 결국 통증에 배를 잡고 고개를 숙이고 만다. 우울한 기분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눈을 누르면서 나비에가 무사하단 소식을 받기 전까지는 이 기분이 가시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2.10. 에르기 공작의 질문

침실에 돌아가 나비에의 초상화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말을 중얼거리던 중 에르기가 떠나기 전에 잠시 인사를 드리고 싶다며 자신을 찾아왔다는 보고를 듣자 원치 않는 사람의 방문에 인상을 찡그린다. 이내 '에르기 공작은 라스타의 추문에 일조했음에도 상대적으로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아서 싫었다'고 여긴다. 게다가 윌대륙 연합의 결정에 따라 에르기가 동대제국에 있는 큰 항구를 차지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더욱 불쾌해한다. 물론 자신이 윌대륙 연합을 신경쓰는 것처럼 윌대륙 연합도 동대제국을 신경쓰는 만큼, 자신과 에르기가 정면으로 맞부딪치게 된다면 윌대륙 연합에서는 결국 마지못해서라도 자신의 손을 들어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상기한다.[252]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얼굴도 보기 싫은 놈이었으나 에르기의 행적에는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이 많고, 도대체 왜 그가 이런 짓을 한건지 궁금해서 에르기를 만나보겠다고 허락한다. 에르기는 하인리의 친구로 유명하면서도 라스타와 친하게 지냈고 그러면서도 자신이 감금시킨 나비에가 저택을 탈출하는 걸 도왔고, 라스타와 스캔들을 일으키면서 그녀와 가까운 사이인 듯 싶었지만 최후의 순간에 라스타에게 두 가지의 죄를 떠밀었던 것을 상기한다. 게다가 에르기도 항구 사건으로 인해 기존의 바람둥이 이미지가 더욱 나빠져 이제는 사람들이 그에 관해 나쁘게 수근거리고 있다는 것 또한 떠올린다. 그렇기에 더욱 에르기가 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건지 궁금해한다.

자신의 방에 들어온 에르기가 침착한 미소를 띤 채 "이제 떠나려한다. 그동안 여러모로 신경써주셔서 감사했다. 다음에는 연합 법정에서 뵙게 될 수도 있겠다."라고 말하며 인사를 올리자 대답하지 않는다. 팔을 괴고 앉은채 에르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라스타가 죽은 건 알고 있냐고 묻는다. 이 말에 잠시 움찔하는 에르기의 태도에서 대답을 듣고 "라스타가 이상하게 된 데는 그대의 탓도 있다고 보는데,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어서 이런 짓을 한 거지?"라고 질책한다.[253] 이에 뒤틀린 표정을 짓다가 가볍게 웃은 에르기로부터 '그러는 폐하는 무슨 원한이 있어서 그런 일을 하셨습니까?'라는 의문의 질문을 듣는다.

의문의 질문에 되물었으나, 에르기는 알레이시아를 언급하고, 순간적으로 에르기가 알레이시아의 아들인가 하는 생각에 '혹시......'라고 중얼거린다. 자신의 표정을 본 에르기는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아니라고 대답하고서 "제 어머니는 남의 가정을 차지하려고 파고드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이 아니신데, 안타깝게도 제 아버지는 그런 벌레와 딱 맞는 벌레 한 쌍이였다."라고 대답하자 놀란다. 알레이시아에 대해서 돌던 소문[254]을 떠올리면서도 알레이시아가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 이유에 대해 낙태약 쿠키 사건이라 생각하고, 그 때의 단편적인 기억을 잠시 떠올려본다. 낙태약 쿠키 사건의 정황에 대해서는 자신과 어머니, 알레이시아만이 알고 있는데 에르기가 왜 알레이시아를 언급하는지 의아해한다. 여전히 자신이 에르기를 알레이시아의 아들이라고 생각한다고 여긴 에르기는 웃다가도 몹시 불쾌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정말 아니라니까 이상한 오해를 하시네."라고 말하고, 더욱 이해를 하지 못한다.

에르기가 선물이라며 작은 상자 두 개를 꺼내어 바닥에 내려놓은 후 인사를 하고 물러가자 에르기가 주고 간 파란 상자와 붉은 상자를 번갈아 살펴본다. 잠시 주먹을 쥐었다 폈다하며 상자들을 내려다보다가 에르기가 라스타에게 적의가 없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도 적의가 있다고 여기면서 절대 좋은 뜻으로 준 선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에 독이 들어있진 않을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글로리엠은 떠났고, 나비에는 생사조차 알 수 없으니 독이라 해도 상관없을거라고 생각한다. '독을 맡고 죽는다한들 뭐가 그리 대수냐'고 생각하기까지 하는 건 덤.

고민 끝에 상자 쪽으로 다가가 먼저 파란 상자를 열어보는데 상자 안에서 파란 보석이 박힌 열쇠를 발견한다. 이어 붉은 상자도 열어보지만 붉은 보석이 박힌 열쇠를 발견한다. 두 개의 열쇠를 손 안에서 굴려보다가 카를 후작에게 에르기가 머물던 방에 대해 묻는다. 카를 후작이 남궁에서 세번째로 큰 방이였다고 대답하자 방 안을 뒤져보라고 지시한다. 카를 후작은 당황해하며 에르기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바로 깨끗히 청소한 걸로 알고 있다고 대답하고, 그때 나온 물건이 없냐고 묻는다. 카를 후작은 당시 청소를 맡았던 하인을 불러 묻고, 하인이 단단하게 잠긴 금고를 두고 갔기에 에르기가 수도에서 나와 지내던 여관으로 금고를 보냈다고 보고하자 기사들에게 금고를 찾아오라고 지시한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중 기사들이 금고를 가져오자 이것 뿐이냐고 묻는다. 기사들에게서 금고가 하나 뿐이였으며 여관 주인이 손님이 다시 금고를 찾아올거라 생각해 보관하고 있었다는 보고를 듣는다. 열쇠는 두 개지만, 금고는 하나뿐이기에 에르기가 실수로 하나만 놔두고 간건지, 아니면 누군가 하나를 훔쳐갔다고 생각한다.

2.11. 글로리엠의 실종

우선 사람들을 내보내고 먼저 파란 보석이 박힌 열쇠로 금고의 자물쇠를 열어본다. 자물쇠가 열리자 안에서 뭐가 나올지 궁금해하던 중 안에서 금고가 나오자 황당해해 붉은 보석이 박힌 열쇠를 집는다. 이중으로 잠금장치를 해둔 금고 안에 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해하면서도 우선 안에 있는 금고를 꺼낸다. 안쪽 금고에 붙어있던 작은 종이가 나오자 종이를 집어들지만 '약'이라는 글씨가 써진 종이에 의문을 품는다. 잠시 고민하다가 붉은 보석이 박힌 열쇠로 금고를 열어보지만 안에서 나온 한 장의 편지를 보게 된다. 편지를 집어들지만 "공주님은 폐하의 친딸이 맞다"는 내용에 충격에 빠져 종이를 떨어뜨리고 만다. 고개를 저으며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친자검사 날 친자검사를 행했던 방법을 떠올린다. 머리를 짚으며 당시 에르기가 신전에 나타났다는 것을 상기하고 에르기가 친자검사 결과를 조작했을거라고 생각하다가, 에르기가 아무리 외국의 왕족이라지만 친자검사를 그렇게 쉽게 조작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해 혼란스러워한다. 게다가 신관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에 더욱 혼란스러워한다.

결국 급히 카를 후작을 불러 카를 후작에게 베르디 자작부인과 글로리엠을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당황해하던 카를 후작이 밖에 나가 베르디 자작부인을 찾으라는 명령을 내리자 에르기가 두고 간 종이를 꽉 쥐고 손을 떨면서 "그럴 리가 없다. 분명 검사 결과가 아니었다. 이 자가 거짓말을 한 거다."라고 중얼거리며 에르기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고, 베르디 자작부인을 돕는 이유도 종이를 보고서 자신이 다시 친자검사를 하려들까봐 공주를 빼돌렸다고 여긴다. 에르기가 이런 말을 한 것만으로도 평생 자신은 의구심 속에서 살 것이라고 여기며 굳이 열쇠를 이용해 금고를 열게 한 것도, 금고를 성 밖에 둔 것도 자신의 분노를 피해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다가도, '만약 에르기 공작이 죄책감 때문에 공주가 탈출하게 도운 것이라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혼란스러워해 침실에 가 텅 빈 눈으로 글로리엠의 초상화를 바라보며 "그럴리가 없다. 그럴리가 없어."라고 중얼거린다.

그러나 베르디 자작부인의 마차는 이미 상시천에게 습격을 당해 글로리엠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베르디 자작부인만 부상을 입은 채로 발견된다. 며칠째 잠조차 못 이루던 중 기사에게 이를 보고받는다. 근처를 샅샅히 수색해보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베르디 자작부인이 발견된 곳을 보고하는 기사를 가라앉은 눈으로 쳐다보다가 베르디 자작부인이 발견된 장소를 묻는다. 인근에 숲이 있고, 마을은 없는 국경 밖이였으며, 마차는 뒤집어있었고 베르디 자작부인은 다친채 발견됐다는 보고에 눈을 감는다. 그런 소비에슈를 대신해 카를 후작이 기사에게 마차가 뒤집힌 이유를 묻고, 마차가 뒤집히면서 마부는 죽고, 베르디 자작부인은 다쳤다는 보고를 듣는다. 강도가 마차를 턴 것 같다는 기사의 보고에 카를 후작이 베르디 자작부인에게는 물어보았냐고 묻지만 기사는 치료하면서 물어보니 강도 한 명이 아이를 내다버리라고 했다고 보고한다. 이를 들으면서 점점 안색이 창백해지다가 기사에게 사람들을 풀어 근처 마을과 숲을 찾을 것과, 혹시 어린아이를 주운 집은 없는지, 갑자기 아이가 생긴 집은 없는지, 아이를 데리고 간 여행자는 없는지를 조사하라고 지시한다.

기사가 나가자 카를 후작이 베르디 자작부인을 어찌하실거냐고 묻는다. 베르디 자작부인이 데리고 갔다 잃어버린 글로리엠이 공주라면 큰 죄이긴 하지만 공식적으로 글로리엠의 지위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기에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공식적으론 글로리엠 역시 탑에 유폐되어야하기에 죄인을 몰래 탈출시키는 것도 죄지만 글로리엠과 베르디 자작부인의 탈출을 자신이 눈 감아주고, 검문을 약하게 해준 것이라 이는 원칙적으로 처리하기 애매한 구석이 있기에 베르디 자작부인에 대한 건 나중으로 미루겠다고 대답한다. 머릿속에 에르기가 남긴 말과 글로리엠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서 그외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한다.

기사가 나간 후 의자에 앉아 말없이 카펫을 내려다보다가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고통에 차 숨을 몰아내쉰다. "아기는 어디로 간 걸까? 혼자서 기어갔나? 글로리엠이 기어갈 줄 알았던가?"라고 생각하면서도 글로리엠을 데리고 있을 땐 기지 못했던 걸 떠올리지만 지금은 기억나는 게 없어 괴로워한다. 이어서 "도적들이 보물들을 털어가면서 아이를 데려간 게 아닐까? 아이를 데려가서 어쩌려는거지? 아이를 노예로 팔려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법적으론 죄인과 죄인의 후손만 노예가 되지만, 불법적으로 노예를 만드는 일이 없지는 않았기에[255] 혹시 도적들이 글로리엠을 노예로 팔려는 건 아닌지 걱정한다.

글로리엠의 이름을 부르다가도 "아이가 짐승에게 물리진 않았을까?", "커다란 새가 아이를 물고 가다 떨어뜨리면 어쩌지?", "도적들이 아이를 데리고 가다 시끄럽다고 죽이면 어쩌나?", "도적들이 아이를 팔아치우면 어쩌나?"라는 등 머리속에 온갖 끔찍한 생각으로 가득차면서 두려움에 견디지 못한다. 결국 손을 덜덜 떨게 되고, 배가 아파오자 맨정신으로 버틸 수 없어 종을 쳐서 시종에게 독한 술을 가져오라 명한 후 아예 술잔도 쓰지 않고 술병을 입에 댄채 연거푸 술을 마셔댄다. 그렇게 술을 마셔대다가 시종에게 다섯 병을 가져오라고 명했을 때 응접실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카를 후작이 참지 못하고 방에 들어와 자신을 말린다.

카를 후작에게 누가 들어오라고 했냐고 묻지만 카를 후작은 더 이상 마시는 건 몸에 해롭다고 간언하며 자신이 술을 마시려하는 걸 말리고, 알지만 맨정신으론 버틸 수 없다고 대답한다. 카를 후작이 다가와 자신이 마시려던 술병을 쟁반 위에 내려놓자 더 마시지 않을테니 나가라고 명한다. 그럼에도 카를 후작이 나가지 않자 이마를 짚으며 더 마시지 않겠다고 재차 명한다. 카를 후작은 그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검사를 했는데 결과가 바뀔리가 없고, 모두가 글로리엠의 피를 뽑아 검사하는 걸 보았다고 말하며 자신을 설득하는 걸 듣기만 한다. 이어서 설령 에르기 공작이 신에게 버림받는걸 각오하고서 신전의 검사 결과를 바꾸는 일을 했고, 바꾸는데 성공했다해도 이는 마찬가지라며, 검사를 하지 않았으니 진짜 결과는 에르기 공작도 모르는 일이고, 그가 무슨 수로 검사 결과를 알겠냐고 설득하며 글로리엠을 찾아온다 한들 라스타가 죽은 시점에서 다시 친자 검사를 할 수 없다고 지적하자 이마에서 천천히 손을 내린 후 계속 듣는다. 카를 후작은 "에르기 공작이 그 말을 한 건 글로리엠이 소비에슈의 친딸이란 걸 확신해서가 아니라, 소비에슈를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서이고, 본인도 알 수 없는 결과를, 확정인 듯 편지로 남기고 갔다는 것부터가 나쁜 의도로 보인다"며, 에르기 공작은 자신에게 원한을 품고 있으니, 절대로 거기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설득한다.

실제로 에르기가 열쇠만 남기고, 금고는 수도 밖에 여관에 보관해두는 조치를 취해 시간을 벌었고, 그 사이에 바로 수도를 빠져나가 근처의 항구로 가버렸고 베르디 자작부인을 찾아오라는 명령과 함께 에르기도 잡아오라고 지시했으나 지시를 내린 시점엔 에르기는 이미 승선한 후였기에 카를 후작의 말이 옳다고 여긴다.

그러나 카를 후작의 말이 옳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내 아이인지 아닌지 알 수도 없단건, 내 아이일 확률도 있다는 말이 아니냐! 그 아이가 진정 내 딸이라면, 그러면 난 내 손으로 내 아이를 죽인 게 되는 건데 진정하라고?"라고 울부짖는다. 카를 후작이 죽지 않았으니 꼭 찾아올거라고 위로해주는 데도 불구하고 그의 말을 듣지도 않을뿐더러 거의 들리지도 않게 된다. 그토록 원하던 자식을 제 손으로 버렸단 가능성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공포감에 휩싸여 결국 오열하고 만다.

그러나 자신의 간절한 소원에도 근처 마을과 숲을 샅샅히 뒤지고, 심지어 옆 나라에 양해를 구한 후 근처 국경 마을을 죄다 뒤졌지만 글로리엠은 발견되지 않는다. 나비에를 버려가면서까지 그토록 원했던 친딸을 자기 손으로 부정했다는 사실에 더해 나비에까지 즈멘시아 공작의 자살 테러로 혼수 상태란 소식을 들었던지라 이중으로 고통받아, 이 고통을 잊기 위해 잠을 자기 시작한다. 결국, 낮에는 업무와 알현을 완벽하게 해내지만, 밤에는 독한 술을 대여섯 병씩 마실 정도로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되고 침실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까지 들리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이런 참상을 보다못한 궁의가 필사적으로 카를 후작에게 소비에슈를 말려달라고 애원하고, 카를 후작을 위시한 비서들 전체도 소비에슈의 건강상태를 매우 걱정하며 나비에의 소식을 기다릴 정도.

그러나 나비에의 소식을 듣기도 전에 글로리엠에 대한 절망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병사들이 필사적으로 수색하다가 동굴에서 글로리엠의 피묻은 아기 옷을 발견한 것. 병사들에게서 글로리엠의 피묻은 아기 옷을 받고, 피묻은 아기 옷을 붙들고 완전히 눈이 돌아가 글로리엠이 죽었다고 생각해 절망하고 만다.[256] 아기옷을 보며 눈물을 흘리다가 침실로 달려가 글로리엠의 초상화 앞에 선다. 피묻은 아기옷을 가슴에 안고 울면서 글로리엠과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린다. 자신의 딸을 자신의 손으로 내쫒았다며 글로리엠을 자신이 죽인거라고 생각해 결국 괴로운 숨을 내뱉으면서도 몸을 비틀고 만다. 친자검사 당시 라스타가 '날 믿어달라', '공주는 폐하의 딸이다'라고 울면서 주장했던 것을 떠올린다. 결국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멘붕해 "아가, 아빠도 데려가라. 아가, 아빠를 데려가!"라고 소리지르며 벽에 머리를 찍으며 자해를 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나비에도 죽었고, 글로리엠도 죽었다'고 생각해[257] 치밀어오르는 상실감과 분노, 죄책감에 연속으로 벽에 머리를 찍는다.이에 놀란 비서들이 몰려들어 그를 붙잡았으나 비서들을 뿌리치고 계속 벽에 머리를 찍는다. 이내 "글로리엠! 글로리엠! 내 아기!', '내 아기를 데려와라! 내 아기를 찾아와다오!' 아기를 찾아와, 카를 후작!"라고 흐느끼며 카를 후작에게 글로리엠을 찾아오라고 할 정도로 정신붕괴가 심각해지기까지 한다. 이를 보다못한 근위기사가 큰 벌을 받을 것을 각오하고서 그를 기절시켜 침대에 눕힌다.

깨어났지만 평소와는 달리 가장 차가운 감촉이 느껴지는 이불을 걷어내고 "우리 딸. 아빠가 미안해. 아빠가 먼저 보내서 미안해. 우리 딸 아빠가 못 믿어서 미안해."라고 중얼거린 후 비틀거리며 액자 앞으로 다가가 나비에와 자신의 초상화, 글로리엠의 초상화를 보며 운다. 이내 흐릿해진 눈물 속에서 두 초상화가 합쳐지고 초상화 속 나비에와 자신, 글로리엠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완벽한 가정의 환상을 본다. 결국 울면서 심장을 두드리다가 나비에와 글로리엠의 이름을 번갈아 부르다가도 "나비에...... 도와줘 나비에. 괴로워. 나비에. 제발 날 좀 도와줘."라고 울부짖으면서도 나비에를 찾으며 손을 허우적거린다. 나비에가 죽어간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헛웃음을 지으며 '애초에 그 빌어먹을 나라로 나비에를 보내선 안 됐다'고 중얼거리면서 자신의 멍청하고 이기적이였던 선택에 고통스러워하며 후회한다. 유독 초상화가 창백해보인다고 여기며 나비에가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글로리엠 역시 죽었다고 생각한다.

이내 나비에의 초상화 옆에 있는 글로리엠의 초상화를 보다가 "글로리엠. 어디 있어?", "글로리엠. 아빠 여기 있는데, 아가. 아가 어디 있어?"라고 중얼거린다. 심지어 "아빠가 옆에 없으면 보채는 딸이, 혼자서 얼마나 무서울까? 옆에서 손을 꼭 잡아주지 않으면 딸은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할거다."라고 생각하며 겁을 먹는다. 글로리엠을 보살펴주던 베르디 자작부인조차도 지금은 떨어져 있기에 분명 겁이 날거라 생각하면서도 '천사 같은 아이니 천국으로 가야하는데, 그 길도 찾지 못한채 울면서 아빠를 부를 것만 같다'고 여기기까지 한다.

결국 흐느끼다가 하인에게 술을 가져오라 명해 다시 연거푸 술을 마셔댄다. 계속해서 술을 마셔대다가 나비에의 환상을 보게 되고, 울면서 나비에의 환상에게 말을 건다.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나비에의 환상에게 "넌 잘할거다. 잘못한 건 나 뿐이다."라고 말한다. '술 좀 그만 마셔'라고 말하는 나비에의 환상에게 "나비에...... 나비에...... 살아줘. 살아 있단 소식을 들려줘. 너라도 행복하단 이야기를 들려줘. 제발."라고 중얼거리지만 나비에의 환상은 사라진다. 두리번거리다가 나비에가 창문 쪽으로 걸어가는 것으로 보여 창틀로 다가간다. 울면서 나비에에게 사과를 해보지만 그 순간 라스타를 본다. 피에 젖은 은발을 나부낀채 나비에를 보던 라스타의 모습에 환상임을 눈치챈다. 입 주변이 피에 젖은채 히죽 웃으며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키는 라스타를 보고 고개를 저으며 라스타에게 그러지 말라고 중얼거려보지만, 라스타가 나비에의 위로 떨어지자 놀라 "안 돼!"라고 고함을 지른다.

두 액자를 꺼내 바닥에 둔 후 두 초상화들을 나란히 품 안에 안고 울다가 그림 속의 나비에와 글로리엠이 자신을 안아주는 것 같은 느낌을 느끼고 머릿속에서 어린 시절 자신과 나비에의 대화를 떠올린다. 희미하게 웃으며 "우리 가족......"라고 중얼거리던 중 아이의 환상이 울다가 자신을 보고 왜 이제 왔냐고 달려오자 아이를 바라본다. 아이에게 가려던 찰나 나비에의 환상이 자신을 붙잡으며 가지 말라고 말한다. 나비에와 글로리엠을 번갈아보고는 그대로 아이를 따라간다면 자신이 죽게 될 것임을 직감한다. 라스타의 재판 날 밤 담벼락에서 나비에를 기다리던 때, 서대제국으로 떠나던 마차에서 나비에와 시선이 마주치던 때, 나비에와 자신의 결혼식을 떠올린다.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아이와 여전히 가지 말라고 말하며 자신을 붙잡는 나비에의 모습에 둘을 번갈아보다가 힘없이 웃은 후 나비에의 손을 빼내 나비에에게 "네가 남아. 넌 살아 행복하게."라고 말한다. 아이는 죽었고, 나비에는 죽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비에와는 함께 하고 싶지만, 이번에야말로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지만, 이번에야말로 나비에를 놓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비에의 환상에게 "이쪽으로 빨리 오지 말고, 천천히 오랫동안 살다가 와. 우리는 같은 곳에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이라고 말한 뒤 겁먹은 아이를 다독이며 천천히 걸어간다 창문에서 투신한다. 자신이 떨어진 자리에 있던 사람들과, 불안해하며 초조하게 복도를 서성거리던 카를 후작에게 발견된다.

한편 에벨리의 치료를 받은 나비에는 무사히 깨어나고 나비에를 보호하려다 다친 카프멘 역시 무사히 깨어난다.

간신히 목숨은 건졌으나 부상을 입게 되고 이 소식은 나비에를 치료하러 서대제국에 간 에벨리에게 전해진다. '소비에슈가 다쳤으니 나비에의 상태가 괜찮아지면 빨리 돌아와달라'는 급보를 받은 에벨리는 전에 자신이 나비에의 임신 축하 선물로 보낸 경주용 마차에 타 동대제국으로 돌아온다.

2.12. 이중 인격화 및 나비에에 대한 집착(205화 ~ 262화)

그렇게 잠들어있던 중 사흘째 되는 날 깨어난다. 자신이 계속 잠들어있자 궁정인들이 '라스타의 유령을 보신게 아니냐'고 수근거릴 때 '라스타가 누구냐'고 말하며 휘장을 거칠게 걷으며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쥔 채 머리가 아프다고 중얼거린다. 이에 놀란 시종들이 자신에게 다가와 상태를 살피며 괜찮으시냐고 묻자, 요란들 떨지 말라며 머리가 더 울린다고 대답하곤 그제야 살겠다는 듯 나비에는 괜찮냐고 묻는다. 아직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말에 직접 가보겠다고 말하며 일어선다. 당연히 시종들은 아연실색해하고 이내 얼마 걷지도 못하고 몸이 고꾸라진다. 이에 시종들이 그를 부축하고 자신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카를 후작과 궁의가 들어온다.

그러나 그런 둘을 어딘가 이상하단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카를 후작? 수염이 하루 사이에...... 풍성해졌네?"라고 말한다. 이에 당황해하는 카를 후작을 보며 손가락으로 그의 수염을 정확히 가리킨다. 이에 카를 후작이 '전 5년 전부터 계속 이 수염이였다'고 대답하자 당황해해 마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듣는듯한 표정으로 되물으며 "무슨 소리야? 자넨 수염 안 난다고 맨날 턱에 이상한 약물 바르고 다녔잖아. 하루 사이에 효과가 나타나기라도 했단거야?"라는 말을 내뱉는다. 이 말에 시종들, 궁의, 카를 후작이 당황해하자 되려 그들을 이상하단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카를 후작에게 "왜 내 침실에 저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 있는거지? 왜 다들 내 침실에 멋대로 뛰어들어와? 아니, 왜 나한테 폐하라고 부르는거야?"라고 묻는다.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을 미친 사람들로 취급한 채 문으로 걸어가며 일단 나비에부터 봐야겠다고 말하며, 떨어지기 전에 분명 복숭아가 나비에에게 떨어지는 걸 봤는데 분명 정통으로 맞을 위치였다고 중얼거리다가 비틀거리며 방에서 나간다. 호위들은 뒤를 따르며 근위기사단장이 자신을 부축하고, 기사단장의 부축을 받으며 서궁으로 간다.

이 상황에 황당해하던 카를 후작이 나비에는 서대제국에 있다고 지적하지 오히려 당황해하며 "나비에가 무슨 서대제국에 있어? 바로 어제 나랑 같이 몰래 복숭아 따 먹으러 나갔잖아."라고 말한다. 이 상황에 당황해하던 카를 후작은 수염을 기르기 전 일이나, 복숭아 이야기[258]를 하는 걸로 소비에슈의 기억이 황태자 시절인 18~19세 시절에 머물러있다고 판단한다.

카를 후작이 무거운 표정으로 자신을 부르자 꺼림칙하단 표정으로 그에게 왜 다들 좀 이상하게 구냐고 묻는다. 이어서 카를 후작의 수염부터 전부 다 이상하다고 말며 '왜 나를 폐하라 부르는거냐? 왜 내가 부황의 침실을 사용하고 있던거냐?'라고 묻다가 '분명 복숭아가 떨어졌다'라고 중얼거린다. 나비에를 부르면서 나비에부터 확인하자고 대답하며 서둘러 나비에에게 가려하지만, 카를 후작이 그런 자신을 말리진 일단 나비에부터 보자며 말하며 '오늘 또 베개에 얻어맞게 생겼다. 나비에가 베개에 복숭아를 넣어서 휘두를지도 모른다.'라고 대답하지만 자신은 나무가 아니라 2층 창문에서 떨어졌다는 말을 듣는다. 무슨 소리냐고 묻지만 카를 후작은 나비에는 이 곳에 없다고 알려준다. 이에 멈칫하더니 화나서 여행이라도 간 거야? 복숭아가 혹시...... 여러 개 떨어졌어?'라고 묻지만 나비에는 다른 남자와 결혼하셨다는 대답을 듣는다. 이에 영 말도 안 된다는, 마치 들을 가치가 없는 말을 들은 표정으로 인상을 찡그리며 '나비에는 나랑 결혼했지 않냐?'고 묻지만 카를 후작은 나비에는 자신과 이혼한 후 재혼했다고 알려준다.

카를 후작의 말을 믿지 않으려 했으나, 카를 후작은 직접 본인의 수염을 잡아당기며 가짜가 아님을 확인시켜준다. 그제서야 혼란스러워하며, "내가 왜 나비에랑 이혼을 해? 나비에가...... 바람났어? 내가 싫어서 그래? 복숭아에 맞아서?"라고 묻는다. 이에 카를 후작이 자신이 다른 여자를 정부로 들였고, 그걸로도 모자라 그 여자를 황후로 올렸으며, 나비에에게 이혼하자고 말했다고 알려주자 놀라서 말도 안 된다며 되묻는다. 카를 후작이 그래서 나비에는 서대제국에 갔으며 그 곳에서 재혼을 했다고 알려주자, 눈을 커다랗게 뜨고 고개를 저으며 말도 안 된다고 소리치며, '내가 다른 여자에게 빠져서 나비에에게 이혼하자고 했다니, 그럴 리가 없다'며 부정해보지만 카를 후작은 자신이 그런 일을 했다고 단언한다. 고개를 빠르게 젓다가 멈칫하다니 혹시 그 여자 이름이 라스타이냐고 묻는다. 카를 후작이 기억이 나는거냐고 대답하자 깨기 전에 사람들이 수근거리는 소릴 들었고, 계속 그 이름을 말했다고 중얼거리다가 잠시 생각해본 후 '혹시 그 여자가 빨강머리인거냐?'고 묻는다. 카를 후작이 전혀 다르다고 딱 잘라 말하자 덩달아 믿을 수 없다며, 자신이 나비에 외의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고, 자신이 먼저 나비에에게 이혼하자고 했다는 건 절대로 말도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한다. 이에 카를 후작이 자신을 부르자 "이상한 장난들 치지 마라. 제발!"라고 소리친다.

그대로 발걸음을 빨리 하며 서둘러 서궁으로 가고 근위기사단장의 부축을 받으면서 서궁에 도착한다. 서궁 내 나비에의 방에 가보았으나 나비에의 방이 완전히 비어있는 것에 황후의 방까지 확인하기 위해 가본다. 하지만 황후의 방 역시 텅 비어있자 순간 다리가 풀려 쓰러질 뻔 하지만 다행히도 근위기사단장의 부축으로 쓰러지진 않는다. 굳은 눈길로 카를 후작을 쳐다보다가 다시 동궁 침실로 돌아간다. 궁의의 진찰을 받다가 카를 후작에게 나비에가 자신 때문에 많이 아파했냐고 묻는다. 카를 후작은 자신이 저지른 악행 때문에 나비에는 많이 힘들어했다고 일갈하지만, "나비에를 되찾아올 수 있을까?"라고 중얼거린다. 이 돌발 질문에 깜짝 놀란 카를 후작과 궁의가 자신을 쳐다보자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이 황제이니 직접 알아보겠다고 말한다.

이어서 나비에의 재혼 상대를 물어본다. 카를 후작시 나비에의 재혼 상대가 서왕국의 하인리 왕자라고 알려주자,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며 "젠장. 거짓말이라고 해줘. 제발! '맨날 가출하다가 잡혀 들어간단 그 어린애'랑 결혼했단 말야? 나비에가?"라고 소리친다. 손을 들어 올려 머리를 감싸며 "이건 말도 안돼. 나비에가...... 아무리 충격을 받아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어린애랑......"라고 중얼거린다. 카를 후작은 하인리는 이제 어린 아이가 아니라고 알려주고, 그 말에 수긍하며 지금은 하인리도 크긴 컸겠다고 말한다. 카를 후작은 서왕국의 칭제로 하인리는 서대제국의 황제로 즉위했다고 알려준다. 서왕국의 칭제 소식에 더 놀라서 '가진 건 보석밖에 없는 졸부 나라가, 칭제를 한 거냐'고 되묻는다.

이 황당한 상황에 놀란 카를 후작은 괴로워하면서도 궁의에게 상태를 묻고 궁의는 타박상과 염좌가 있고, 뼈에도 약간 문제가 생겼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며, 몸은 잘 치료하면 회복할 수 있다고 대답한다. 이어서 카를 후작이 작게 '머리는?'라고 중얼거리자 그 질문을 들으면서도 자신의 상태가 이상하단 건 알기에 궁의의 대답을 기다린다. 그러나 궁의는 자신없이 고개를 저으며 "머리엔 별다른 외상이 없어서...... 제 생각엔......"라고 중얼거리면서도 대답을 못하자 먼저 미쳤난고 대답한다. 이에 궁의가 서둘러 고개를 젓자 침대에 완전히 몸을 뉘운 후 일단 한숨 좀 자고 일어나겠다고 말하면서도 팔다리가 아프고 잠이 왜 이렇게 오는건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린다. 궁의가 다친 부위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갈아주자 그 사이에 잠든다.

밤이 되어 깨어나 몸을 일으킨다. 이를 본 놀란 기사가 가까스로 표정을 관리하고 자신의 상태를 묻자 두리번거리다가 창문 쪽으로 다가간다. 이에 기겁한 기사가 자신의 팔을 붙잡자 창틀을 잡고 회랑 쪽을 쳐다보다가 기사에게 다급히 나비에의 상태를 묻는다. 당황해하는 기사에게 재차 나비에의 상태를 묻지만 기사가 나비에는 서대제국에 있다고 대답하자, 벽을 바라보다가 나비에와 글로리엠의 초상화가 사라져있음을 눈치챈다. 기사가 조심스럽게 '왜 그러시냐'고 묻자 그림의 위치를 묻는다. 이 말에 놀란 기사에게 초상화는 어디로 갔냐고 재차 묻는다. 자신의 기억이 돌아왔다고 생각한 기사가 카를 후작이 두 초상화가 자신의 심기를 어지럽히니 잠시 다른 곳에 걸어두라고 했다고 알려주자,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중얼거린다. 이내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다가 붕대가 감긴 손을 쳐다본 후 "그래. 나비에가 여기 있을리가......"라고 중얼거리면서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눈을 감지만 눈물을 보인다.

다음 날 아침 기사에게서 자신이 기억을 찾았다는 말을 들은 카를 후작이 침실 앞에서 자신을 부르자 들여보낸다. 이내 침대에서 일어나 카를 후작에게 "어제는 못 물어봤는데, 자네가 내 비서인거지? 내 집무실은 어디야? 부황이 쓰시던 거기, 그대로? 그쪽으로 가자. 자네가 날 많이 도와줘야해."라고 말한 직후 침대 옆에 있는 종을 흔들 시종들을 부른다. 시종들이 자신의 시중을 들어주며 황제의 복장으로 갈아입혀주자 이를 신기해해 이리저리 살피다가 카를 후작에게 "가지. 미래의 나에게 확인해볼 것도 따져볼 것도 아주 많거든."라고 대답한다. 이 말을 들은 카를 후작은 경악해 입을 벌리며 "폐하의 인격이 두 개가 된 건가?"라고 중얼거렸다. 즉, 황태자 시절의 어린 소비에슈와 황제 시절의 소비에슈의 인격이 공존하는 상태가 된 것.

카를 후작의 안내를 받아 자신의 집무실에 도착한다. 자고 일어났더니 하루아침에 아버지, 어머니, 아내 모두가 사라진 상황이지만 잃어버린 기억부터 되찾기로 다짐해 일단 카를 후작에게 안내해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다행히도 황제의 일거수일투족은 기록으로 남았고, 본인에겐 중요한 정보, 당시의 생각, 중요한 일을 기록해두는 습관이 있었기에 갑자기 습관이 사라지지 않았을거라 생각해 기록부터 살펴보려하며 카를 후작에게 자신의 비서들에 대해 묻는다. 카를 후작이 본인과 피르누 백작, 노레이유 백작까지 총 셋이였다고 알려주자 의아해해 "셋, 셋 뿐인가? 내가 그렇게 검소했어? 내가?"라고 물으면서도 '그럴리가 없다'고 중얼거린다. 카를 후작은 '한 명이 더 있었지만, 폐하의 명령으로 그만두었다'[259]고 알려준다.

자신의 책상을 한 번 손으로 쓸어보다가 책상 의자를 빼서 앉는다. 금박이 박혀있는 책상을 보고 나비에가 자신의 책상을 골라준 것임을 눈치채 만족스레 웃으며 손으로 책상을 쓸어보다가 집무실에 오던 중 카를 후작과 날짜를 맞춰본다. 카를 후작이 자신의 기억이 6년 전으로 돌아갔다고 확신한 걸 떠올려 카를 후작에게 현재는 자신의 기억하는 시기부터 6년이 지난 후이냐고 묻는다. 이에 수긍하는 카를 후작에게 6년 정도면 괜찮다며,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역시 수긍하는 카를 후작에게 다음 날 아침 자신의 비서들을 전부 다 불러줄 것과 지난 6년간의 신문, 기록들을 구할 수 있는대로 구해올 것, 자신과 가까웠던 사람들에게도 6년간의 일을 기록해서 가져다달라고 지시한다. 이에 되묻는 카를 후작에게 순서대로 아니어도 되고, 불확실해도 되고, 개인감정 잔뜩 들어가 있는 거라도 괜찮다며, 다양한 방면에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고 한 쪽에서만 들으면 치우친 정보가 생긴다고 말한다.

카를 후작이 나간 후 손을 쫙 펴서 문지르다가 주위를 둘러본다. 책상 뿐만이 아니라, 아이보리색과 금색이 합쳐진 커튼, 붉은색과 금색을 섞어 깔아둔 카펫, 금박을 박아둔 의자, 기둥에 새겨진 조각 등 전체적으로 나비에가 손을 쓴 흔적들이 보이는 방을 보면서도 이를 이상하게 여겨 '즉위한 후에도 사이가 바로 나빠지진 않았던 것 같다'고 중얼거리고 책상 서랍을 열어본다. 언젠가 사용할법한 자료, 본인이 생각한 것, 기억해두어야 할 것을 기록해두는 습관[260]이 있음을 상기하고 분명 방 어딘가에 기록이 남아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예상대로 서랍 안에서 자료들을 발견하자 서랍 안에 있는 수북한 자료들을 모두 빼낸 후 그 안쪽에 있는 위장 공간을 조작해 그 안에서 나온 커다란 종이봉투와 편지봉투, 자신이 적어서 모아둔 기록들을 전부 꺼내 책상에 늘어놓는다. 편지봉투 안의 내용물을 대충 훑어본 후 가장 위쪽의 노트를 펼쳐본다.

작년의 기록이 기록된 노트를 보고 이때는 아직 이혼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해 올해의 기록 부분을 펼친다. 중간 쯤에서 라스타의 이름을 발견하고 다시 첫 장 부분을 펼치지만 첫 장에서도 라스타의 이름을 확인한다. 한 쪽에 치워둔 작년의 기록을 펼치고 그 해 겨울, 해가 바뀌기 전 몇 주쯤에서 라스타의 이름이 등장하고 있음을 본다. 라스타를 처음 발견한 기록에서 "덫에 사람이 걸렸다."는 문구를 보고 의아해하면서도 계속 본다. "지금까지 본 사람 중에 가장 가엾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제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사람이였다.", "그렇게 모든 걸 내려놓고 우는 사람은 처음 봤다."라는 등 라스타에 대해 평가한 문장을 보다가 "버려진 천사처럼 보였다"는 부분을 보고 눈을 치켜뜬다. 카를 후작에게서 자신이 라스타란 여자에게 빠져 나비에와 이혼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를 떠올려 카를 후작이 거짓말을 하진 않는거라 생각하면서도 못 미더워했으나 기록을 보니 자신은 '라스타'라는 여자에게 큰 감명을 받은 듯 하다고 판단한다.

다음 장을 넘긴다. "나비에가 그 여자는 누구냐고 물었다. 좋은 일을 했다 여겼는데. 문득 내가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여겨 불쾌해졌다.",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서 가보니, 나비에의 시녀가 휠체어에 탄 라스타를 밀치며 더럽다 외치고 있었다.", "라스타는 겁이 나서 제대로 대응조차 못 하고 있었다.", "나비에가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기만 하는 데 충격을 받았다."라는 문장들을 보고 다음 장을 넘긴다. "라스타는 작고 사소한 데 감탄하고 놀라워한다. 파이를 주었는데 감동한다. 아무리 노예라지만 심한 것 아닌가? 대체 뭘 어떻게 살아온거지?", "피르누 백작에게 노예들의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오라 해야겠다.", "나비에에게 해선 안 될 말을 해버렸다. 아무리 화가 나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말을 해선 안 됐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해 사소한 것에 감동 받는 사람도 있는데 나비에는 모든 걸 가지고도 작은 일조차 가볍게 넘어가지 않는다. 우리가 참 구름 속에서 살았단 생각이 든다."[261], "배운 것도 아는 것도 없는 사람에게, 우리와 같은 수준의 예의범절을 기대해야 하나? 이 정도는 아량으로 넘어가 줄 수 없나?", "나비에는 라스타를 대체 뭘로 여기는걸까? 오물 덩어리? 다른 사람들도 다 앉는 의자인데 라스타가 앉았단 이유만으로 그렇게 모욕을 주었어야 했나?", "입단속을 하는데도 라스타가 노예가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사람들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일부로 그녀에게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잘해주었다."라는 문장들을 본다.

그러다 그 다음 기록인 "춤추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더니? 나비에가 서왕국의 바람둥이 왕자와 춤을 추면서 즐거워한다."라는 문장을 보게 되고, 인상을 찡그리며 '바람둥이 왕자는 또 누구야?'라고 중얼거리고 기록을 덮어버린다. 관자놀이를 누르면서 "미래의 소비에슈...... 미친 놈아."라고 중얼거리곤 철저히 자신의 입장에서 작성된 기록들만 봐도 이미 자신과 나비에가 점점 감정적으로 멀어지고 있었음을 눈치챈다. 기록에 적혀있던 '해선 안 될 말을 해버렸다'는 문장을 떠올리고 "무슨 말을 한 거야, 미친 놈아."라고 재차 중얼거린다.

종이봉투 속 내용물을 살펴본다. 상당히 최근에 모은 기록의 첫 장을 넘기던 순간 최근 몇 년간 갑자기 마력 감소 현상이 심각해졌단 것과 그에 대해 조사한 기록을 보고 멈춘다. 기록에 따르면 자신이 범인으로 의심한 상대가 하인리임에 "하인리. 내 아내와 결혼한 남자."라고 중얼거린다. 자신이 하인리 황제를 범인으로 의심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지만 곧 기록에서 이유를 찾는다. 마법 아카데미 학장이 말하길 에벨리에게 마법 목걸이를 준 사람이 서대제국 사람이라는 게 첫번째 이유임에 에벨리가 누구냐고 생각하다 다른 이유를 찾아본다.

마력 감소 현상의 조사에 큰 역할을 한 에벨리의 목걸이를 새가 훔쳐갔다는 게 두번째 이유임에 전서조로 가장 유명한 나라는 다른 나라일거라고 생각하며 의문을 품지만 기록에 따르면 자신은 새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서대제국을 의심했다는 걸 본다. 또한 세간엔 알려지진 않았으나, 학장이 말하길 하인리 황제가 실력이 뛰어난 마법사라고 했다는 게 마지막 이유였다는 걸 본다. 결국 시름에 잠겨 '미치겠다'고 중얼거리다가 이내 종이를 봉투 안에 넣고 헛웃음을 짓는다. 하인리 황제가 뛰어난 마법사란 사실보다, 조사를 하다가 중간에 흐지부지되었다는 사실에 어이없어해 "미래의 나는 돌머리가 된 건가?"라고 중얼거린다. 마법사의 수와 마력 감소 현상의 조사를 중간에 멈춘 것에 대해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조사는 계속 진행했어야했는데 중간에 멈춘게 이상하다고 여기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262] 마력 감소 현상에 대한 정보도 봉투 안에 넣고, 다시 틈틈히 적은 다른 기록 노트를 펼친다.

노트에 적힌 기록이 전부 즉위 후 기록들뿐이라는 것과 자신의 기억은 19세 기준으로 6년간의 기억이 사라져있지만, 노트에는 즉위 후 3년간의 기록만 있을 뿐 즉위 전 3년간의 기록이 비어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비어진 3년 간의 기록에 대한 노트에 대해 그 노트도 어디 있긴 할 거라고 중얼거리며 노트를 찾으려하면서도 지금까지 확인한 것들을 노트에 정리하는 동시에 '나비에도 무조건 만나야한다'고 중얼거려 서대제국에 가겠다는 생각을 품는다. 그렇게 한창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을무렵, 도중 잠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눈을 비비고 억지로 정신을 깨우려했으나 쏟아지는 잠을 감당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책상에서 일어나려한다. 그러나 다 일어나기도 전에 도로 의자에 앉게 되고, 결국 책상에 고꾸라진째 잠에 빠진다.

밤이 되어 황제 소비에슈의 인격인 상태로 깨어난다. 자신을 찾아온 카를 후작을 바라보다가 "해가 뜨지 않아. 내 세상이 어두워졌다."라고 중얼거리다 '내가 미쳤느냐?'라고 묻는다. 카를 후작이 난감해하며 대답을 못하는 사이에 다시 자고 일어나니 밤이였다며, 자는 거야 하루 종일 자서 그렇다쳐도 이 복장은 또 뭐고, 자신이 있는 곳이 동궁 집무실도 아니고 본궁 집무실이였다고 말하곤 책상 위 온갖 기록물들이 꺼내져 있는걸 가리킨다. "미래의 나는 미쳤나?"라는 문장이 써있는 걸 본 카를 후작이 대답을 못하자 괜찮으니 말해도 된다고 그를 재촉한다. 결국 카를 후작이 아는 바를 전부 털어놓으며 낮과 밤의 자신이 다르다고 알려주자 욕을 한다. 그러나 욕을 했던것과 다른게 쉽게 반응하지 못하고, 이내 생각해보다가 나비에의 소식을 묻는다. 카를 후작이 나비에가 무사히 깨어났고, 에벨리 역시 큰 도움이 되었다고 알려자 안심해 다행이라고 중얼거린다. 라스타가 나비에 위로 떨어지는 환상을 본 후 내내 찜찜해해 순간적으로 나비에가 이미 죽었을거라고 생각했기에 무사하다니 다행이라고 여긴한다.

그렇게 나비에가 무사히 깨어났다는 것에 안도해하던 중 카를 후작은 낮에는 황태자 시절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고, 최근 몇 가지를 명령을 내리셨다고 알려주며 황태자 인격 때의 자신이 한 질문들을 전해주자 좀 더 생각해보다가 '미친 짓이 아니라면 또다른 인격의 명령을 따르라'고 지시하면서도 "난 지금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 자꾸만 눈이 감기니, 네가 내가 엇나가지 않게 따라다오."라고 말한다. 정말로 바로 잠들어버릴 것처럼 눈을 반쯤 감았으나 참지 못하고 카를 후작에게 급한 안건만 가지고 오라고 지시해 기계처럼 일을 하다가 책상에 고꾸라져 잠든다.

다음 날 아침 다시 황태자 인격의 상태가 된다. 자신의 곁에 있는 카를 후작에게 의아해 왜 집에 안 가고 여기 있냐고 묻는다. 이에 카를 후작이 자신이 잠시 기억을 찾았다고 대답하며 기억나냐고 묻자 반문한다. 카를 후작이 수긍하자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하지만 카를 후작은 기억을 잠시 찾았다고 말해준다. 그 말에 인상을 찡그리며 '전혀 기억이 없다'고 중얼거리고는 속으로 '기억을 찾으면 지금의 기억에 더해질거라고 여겼다'며 의문을 품지만, 이내 '기억을 찾았을 때도 난 아무 것도 몰랐으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도 아닐 것'이라고 여겨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감정을 내색하는 대신 잠들기 전 고민하던 이야기를 털어놓기로 해 어제 내내 고민해봤고 서대제국에 직접 자신이 가겠다고 말한다.

동대제국에 돌아온 에벨리에게 치유 마법을 받는다. 에벨리가 잠시 물러나고 카를 후작이 자신을 부르자 눈을 뜨고 단호히 "소용없다"고 대답한다. 옆에 놓인 커피를 마신 후 '정신적인 문제라고 하지 않았냐'고 대답해 궁의에게 "내 정신은 나비에를 봐야 나아. 그게 수야. 안 그래?"라고 말한다. 이에 궁의가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전 그게 수란 말은 안 드렸다'고 대답하자 의아해 궁의를 부르지만 '하지만 폐하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폐하께 가장 큰 영향을 준 분을 찾아가보는 게 낫겠다'는 대답을 듣는다.

이후 서대제국에 요양을 이유로 들어 보름간 서대제국에서 지내고 싶다는 요청을 하고, 자신의 요청을 듣고 황당해하던 나비에와 하인리가 수락하면서 서신을 보낸다. 서신을 읽은 사신이 집무실에서 나가자 시큰둥한 반응으로 '서대제국은 좋은 곳이다'라는 말은 '뭐하러 여기까지 오냐'는 뜻일 테고, 보름 이상 머물다 가란 건 빈말일테고, '괜찮다면 마법사를 빌려달라'는 뜻은 '마법사를 안 빌려줄거면 왔을 때 재미없을 것'이란 협박인거냐고 투덜댄다. 헛기침을 하다 슬쩍 고개를 끄덕이던 카를 후작이 조금 거칠게 표현했지만 아마도 그런 뜻이라고 생각한고 대답하자 서신의 내용을 떠올리고 코웃음을 치며 "광산 가득한 나라 공기가 맑기는 뭐가 맑아? 허풍을 쳐도 작작 칠 것을."라고 중얼거리면서 투덜거리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늘 붙어 있던 아내를 만나지 못하게 된 지 벌써 며칠 째이지만, 이제 내 아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웃음을 짓는다.

서신을 건성으로 접어 카를 후작에게 건낸 후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가지만 창가에 트라우마가 생긴 카를 후작과 근위기사단장이 얼른 자신에게 다가와 곁에 오자 안 뛰어내릴테니 그러지 마말고 말해보지만 전에도 뛰어내리려고 해서 뛰어내리신 건 아니었다는 말에 그건 술에 취해서 그런거였다며, 지금은 술 안 마신다라고 말한다. '염려가 되는 마음을 헤아려달라'는 말에 카를 후작과 근위기사단장을 물리지 않은채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채 "여기서 보는 풍경은 이렇게 익숙한데, 그 안에 가장 익숙한 사람이 없으니 쓸쓸하군. 나비에가 베개를 들고서 휘두르는 게 가장 무섭다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 무서운게 있을 줄은 몰랐어."라는 말을 중얼거린다. 이에 대해 카를 후작이 '그렇게 몰아가신 건 폐하시다'라고 지적하자, 그 말에 "그러니까, 내 멍청한 머리가 이렇게 제일 무서운 줄은 몰랐다고."라고 중얼거리다가 이내 이를 갈며 "이게 다 부황이 내 뒤통수를 때려서 그래. 그래서 부작용이 늦게 나타난거야.아니면 역시 나비에가 복숭아를 베개에 넣어서 때린거야?"라고 중얼거린다.

그러나 카를 후작이 대답을 회피하자 흠칫해 혹시 사실이냐고 되묻는다. 복숭아는 아니었다는 대답에 복숭아가 아니란건 뭔가 내리치긴 했단거냐고 묻지만 카를 후작이 선뜻 대답을 못하자 솔직히 말해보라며, 어차피 6년 전 일이라고 대답하며 대답을 재촉한다. 대답을 머뭇거리던 카를 후작은 사실 본인도 모른다며, 나비에가 자신이 떨어뜨린 복숭아에 맞아 머리에 혹이 났고, 사과하러 들어간 자신이 방에서 나올 때 이마에 비슷한 혹이 났다는 것 외엔 모른다고 말한다. 그 말에 뭘 넣어서 내려치긴 했다고 생각하다가 입을 약간 벌린채 카를 후작을 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이래봐야 무슨 소용이냐며, 6년 전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은 6년 전에 머물러있지만, 나비에는 자신의 기억을 넘어 6년을 더 지냈다고 여기며 '남의 아내가 된 내 아내를 찾아와야 하는 판국에 복숭아는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생각해 카를 후작에게 나비에는 어떻게 성장했냐고 묻는다. 이 시기에 키가 많이 컸는 대답에 흥미로워하다 아주 위엄 있는 분이 되셨다는 말에 웃으려다 입술을 깨물고 숨을 들이쉰다. 속으로 웃으면 안 되지만, 위엄 있는 나비에의 모습이 잘 짐작이 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나, 카를 후작이 자신도, 나비에도 누가 봐도 감탄할만한 황제와 황후의 모습이였다고 대답하자 "밤이 되면, 내가 6년의 기억을 되찾는다 했지? 멱살 잡고 한 대 때려."라는 말을 한다.

시름과 기대에 잠긴 얼굴로 창가를 바라보다가,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카를 후작에게 창문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채로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하라고 중얼거린다. 우물쭈물하던 카를 후작이 서대제국에 가기 전에 미리 알아두어야 할 게 있다고 대답하자 나비에는 다른 남자의 아내이니 조심해서 행동하란거냐고 말한다. 카를 후작은 말을 하다가 머뭇거리고는 나비에의 임신 소식을 알려준다. 고개를 돌리고 기쁜 듯한 표정으로 카를 후작을 쳐다보지만, 이내 나비에가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임신을 했다는 사실에 불쾌해해 잠시 인상을 찡그리다가 애매한 표정으로 몸을 돌린다. 자신과 나비에는 좋지 못하게 헤어졌고, 나비에는 자신의 상태를 모르며, 알게 되더라도 냉랭하게 대할거라는 건 염두에 두어야한다고 당부하는 카를 후작에게 알았다고 대답하지만, 나비에에게 지금의 자신은 낯선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충고하자 재차 알았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그래도 가야돼. 나비에를 보려면 가야지."라고 중얼거리곤 '나라를 위해서'라는 말을 덧붙인다.

서대제국에 와 하인리와 독대한다. 하인리와 의례적인 인사를 나눈 후 몸이 좋지 않아 길게 대화할 수 없다고 둘러대 독대를 끝낸다.

욜른에 마법사를 보내는 일에 대한 회의에서 계획을 세운 사람이 나비에임을 들었다는 이유를 들어 나비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자신의 요구를 들은 나비에가 밤의 방 내 회의실에 오면서 나비에와 만나게 된다. 나비에를 보자마자 넋이 나간듯이 쳐다보다가 이를 의아해한 나비에가 자신을 부르자 그제야 정신차린다. 나비에를 보고 감탄해 "정말, 정말 멋지게 자랐잖아? 높아진 눈높이도, 자신있는 눈동자도 다 멋있어."라고 중얼거리지만 이를 황당해한 나비에가 차가운 목소리로 앉으라고 딱 잘라 말하자 그제야 의자에 앉는다.

회의가 재개되었으나 "미리 합의된 것처럼 당연히 동대제국에선 마법사를 빌려줄것이지만, 그건 동대제국의 입장이다. 마법사들에 대한 개별적인 보상은 당연히 빌려가는 측에서 해야하는데 이게 싫다면 진짜 이기적인거다."라는 주장을 해 마법사는 빌려줄 수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이에 하인리가 그 개별적인 보상 액수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반박하자 "서왕국, 아 실례. 익숙하지 않아서."라고 말하며 서대제국을 "서왕국"으로 호칭한다.[263] 서대제국의 재력으론 마법사들을 빌리는 비용을 충분히 지불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하인리는 라스타의 차용증과 항구 양도 서류를 언급하면서 동대제국의 재정 상황에 대해 빈정거린다. 이에 대해 "사정을 그렇게 자세히 알고 이해해준다니 고맙다. 그러면좀 더 금액을 올려도 되겠다."라는 논리를 대며 마법사들에 대한 개별적인 보상을 높은 금액으로 지불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면서도 말을 바꿔 나비에를 쳐다보고며 '하지만 우리 사이에 너무 딱딱 잘라 계산할 필욘 없다'고 말을 끝낸다.

회의가 끝난 후 계단에서 나비에, 하인리와 마주치고 나비에를 부른다. 나비에가 고개를 끄덕여 들었다는 표시를 하자 태연하게 '서대제국의 황후께 전할 말이 있는데, 시간을 좀 내어 주시겠냐?'고 말하며 일부로 '서대제국 황후'란 말을 강조한다. 자신의 속셈을 알아챈 나비에가 황당해해 인상을 찡그리자 손을 들어 자신의 눈가를 누르고, 이를 본 나비에가 인상을 찡그리자 재차 자신의 눈가를 누른다. 자신의 행동이 황태자 시절에 하던 행동[264]임을 눈치챈 나비에가 어이없어하는 사이 하인리가 나서서 여기서 말하라고 반박하자 '서대제국의 황제께서 들을 말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전과 마찬가지로 '서대제국 황제'란 말을 강조한다. '내가 듣지 못할 말을 아내에게 한다니 이상하다'고 응수하는 하인리에게 웃으면서 '아내'란 말을 중얼거린다. 이어서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황후끼리 해야 할 이야기이다'라고 주장하며 나비에하고만 대화하겠다고 요구한다. 황당해해 뭐라고 말했냐고 되묻는 하인리에게 "내게도 아내가 있었다면 당연히 내 황후에게 이 일을 맡겼겠지만, 알다시피 나는 지금 홀몸이다. 내가 황제와 황후 몫을 다 하는 중이라 황후 대 황후로서 면담을 요청하는 것이니, 서대제국의 황제께서는 물러나주셨으면 한다."라는 억지 논리를 시전하여 재차 나비에하고만 대화하겠다고 요구한다. 나비에를 보며 뻔뻔하게 "그런 사유로 서대제국의 황후님. 저와 잠시 대화할 시간을 내주실 수 있는지?"라고 말하는 건 덤.

그러나 나비에는 자신의 속셈을 눈치채고 수긍하는 동시에 '난 몸이 좋지 않으니, 황후 역할은 잠시 내 남편에게 위임하도록 하겠다'고 응수하곤 서대제국 황후 역할을 하인리에게 맡기는 동시에 자신의 논리를 그대로 되돌려준다. 이에 하인리는 나비에에게 '좋은 황후가 되겠다'고 말하고, 하인리의 대답을 들은 나비에는 돌아서서 계단을 올라가버린다. 직후 하인리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그럼 소비에슈 황후 폐하. 황후 대 황후로서 해야 할 말이 무엇인지?"라고 응수하면서 하인리와 면담하게 된다.

15분간의 면담이 끝난 후 '황후 대 황후로서, 이야기는 잘 하셨냐?'고 묻는 카를 후작을 '그걸 말이라고 하냐'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면담이 좋게 진행되지 않았음을 눈치채고 인자하게 웃은 카를 후작이 '서대제국 임시 황후께서 성격이 좋진 않으시다'고 대답하자 "제 아버지 피해 도망 다니기 바쁘다더니, 참 소문 그대로 자랐어. 말을 하는데 어찌나 깐죽거리는지."라고 중얼거리며 하인리의 뒷담을 한다. 이를 알아들은 카를 후작이 '지금 폐하의 정신 연령과 하인리 황제의 정신 연령이 얼추 비슷한 나이고, 또래끼리 통하는 그런 게 있는 것 같다'고 대답하자 황당해한다. 카를 후작은 정신 연령이라고 얼버무리고, 어이없어해 '지금 내가 하인리 황제를 칭찬하는 거 같냐?'고 지적하지만 카를 후작은 그건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럼 왜 결론이 그리 나냐?'고 지적하지만 '평소에는 그보다도 좀 더 하인리 황제를 무시했다'는 말을 듣는다.[265]

방에 돌아와 카를 후작이 한 말을 떠올린다. "또래라니!"라고 소리치지만 이내 옷에서 올해의 기록이 적혀진 기록물을 꺼낸 후 침대에 누워 노트를 살펴본다. 노트를 반으로 접어 라스타를 데려온 후의 일에 대한 기록을 보면서 "나와 나비에 사이의 시간과, 믿음을 믿는다. 이걸 믿고 용서를 빌 생각이다. 용서를 빌기 위해서, 과거를 짚어가며 그녀의 상처에 하나하나 약을 바를 생각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이 상처가 아물면 그녀가 자신을 용서할 수 있도록."라고 중얼거리며 '나비에에게 내가 저지른 짓에 대한 용서를 받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한다'고 중얼거린 후 자신이 저지른 만행[266]들이 적힌 부분들을 살펴본다.

나비에를 찾아가지만, 시녀들이 나가자마자 나비에는 '지금 뭘 하는거냐?', '요양을 하러 왔으면 요양하다 갈 것이지,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왜 이러는거냐?'고 따지고, '널 봐야 편해져'라고 반말한다. 이를 어이없어한 나비에가 "난 안 편합니다. 그리고 반말하지 말라 했어, 소비에슈."라고 일갈하자 '난 네가 반말해도 상관없다'고 대답한다. 재차 어이없어한 나비에가 지금 뭐 하잔거냐며, 미쳤냐고 지적하자 태연하게 '나 미쳤다'고 대답한다. 이어 황당해하며 자신을 보는 나비에에게 '나 진짜로 미쳤다'고 대답한다.

이 매우 황당한 상황에 어이없어한 나비에가 최대한 차가운 목소리로 거짓말하지 말라고 딱 잘라 말하자 손으로 관자놀이를 짚고선 오른쪽 관자놀이까지 움직이며 '여기부터 여기까지 기억이 없다'고 대답한다. 무슨 소리냐고 묻는 나비에에게 '내 마지막 기억은 나무에 올라가 네게 복숭아를 따다주려 한 데서 멈춰 있다'고 대답한다. 자신의 말에 당시의 추억[267]을 떠올린 나비에가 그 행복했던 추억을 깨버리고 상처준 것에 대한 분노로 입을 다물고 자신을 노려보자 눈가를 쓸어주지만 나비에는 뒤로 물러나 냉랭한 목소리로 거짓말하지 말라고 딱 잘라 일축한다. 그럼에도 희미하게 웃으며 "내가 여기 오겠다고 하면 좋은 소리 할 사람 없단 건 아는데. 그래도 와야했어. 복숭아가 네 쪽으로 떨어졌거든. 네가 괜찮은지 한 번 봐야했어."라고 중얼거리며 눈치없는 태도로 굴어 결국 참다못한 나비에가 그만하라고 소리지르게 만든다. 나비에는 주먹을 쥐고서 손으로 문을 가리키고서 나가라고 소리지르며 축객령을 내리고, 순순히 나가겠다고 대답하고선 "고분고분하게 네 말을 듣을게."라는 변명을 하고 나간다.

다음 날 나비에의 부관을 통해 나비에에게 '공식적으로' 할 말이 있다고 전해 나비에의 집무실에 찾아간다. 집무실에 들어오는 걸 기다린 나비에가 일부로 차갑고 딱딱한 목소리로 무슨 일이냐고 묻자 책상 앞까지 다가온 후 책상 위에 손을 얹고 나비에에거 마법사로 발현했다는 걸 들었다고 말한다. 맞다고 대답하는 나비에에게 우선 축하한단 말부터 한다고 대답하지만 나비에는 그 말을 하러 온 거냐고 딱 잘라 말하고, 이에 '공식적으로' 제안을 하러 왔다며 반말한다. 이에 대해 나비에가 "반말하지 말라고 했어."라고 일갈하자 태연하게 "같이 반말해. 상관없으니."라고 말한다. 가볍게 웃고서 '원한다면 아카데미에 와 있어도 된다'고 제안하지만 더욱 황당해한 나비에가 '나한테 아카데미의 학생이 되라고 말하는거냐'고 대꾸하자 '학생들과 같이 공부하기 싫다면 도움이 될 교육 담당을 그대로 불러줄 수 있지만, 물론 동대제국에 와야한다'고 말하며 동대제국으로 오라고 꼬신다. 자신의 제안에 혹해하면서도 이를 불쾌해한 나비에가 그럴 필요 없다고 딱 잘라 말하자 혼자서는 힘들거라고 대답하지만 나비에가 괜찮다고 재차 딱 잘라 말하자 '내 도움은 싫냐'고 묻는다. 이에 대해 나비에가 잘 안다고 대답하며 대화를 일축해버리고 손을 휘저어 나가란 표시를 취하자, 집무실에서 나가지 않고 서있는다.

결국 나비에는 참다못해 인상을 찡그리고서 자신을 쳐다보고 그런 나비에를 재밌다는듯 물끄러미 바라본다. 불쾌감을 느끼고 더욱 인상을 찡그리고서 왜 그렇게 쳐다보냐고 따지는 나비에에게 신기해서라고 대답한다. 황당해해 되묻는 나비에에게 "넌 어떻게 이렇게 멋지게 자랐을까. 키가 클 거라는 이상한 주술을 사용해대더니, 그 중 하나가 효과가 있었을까. 지금은 먹고 싶은 것들 마음껏 먹고 있을까 궁금해서. 도대체 나에게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이렇게 멋지게 자란 널 두고......"라고 중얼거리다가 뒷말을 하지 않는다. 정말로 기억이 없는거냐고 묻는 나비에에게 '네가 믿지 않더라도 그렇다'고 대답한다. 이를 신경쓰던 나비에가 펜 끝으로 서류를 찍어대다가 "만약 정말로 기억을 잃은거라면 언젠간 기억이 돌아올거다. 하지만 우리가 네 기억 속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고, 너는 내 시간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나는 네가 있는 시간으로 갈 수 없다. 난 네게 너무 상처받았고, 너도 다른 사람과 결혼했고, 나도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난 지금 남편을 사랑한다."라는 말로 덤덤하게 대꾸하자 표정이 흐려지고 웃고 있지만 웃지 않는 오묘한 표정이 된다. 그런 자신을 보고서 서류를 내려다보던 나비에가 "절대 잘 살지 말라고 네게 저주를 한 적도 있지만, 이젠 아니다. 너도 다른 사람과 잘 살았으면 좋겠고, 진심이다. 가끔 화나면 진심이 아닐 때도 있긴 한데 최소한 지금은 진심이다."라고 단언하자 "내가 잘 살길 바래? 내가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기를 바래? 하지만 내게 돌아올 순 없는거지?"라고 묻는다. 나비에가 전부 그렇다고 대답해주자 "그러면 내가, 네 정부가 되면 안 될까? 그러면 난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잘 살 수 있고, 너도 내게 돌아오란 말을 하지 않아도 되잖아."라는 폭탄 발언을 내뱉어 나비에의 면전에서 정부가 되겠다는 막무가내식 요구를 대놓고 한다.[268][269]

이 상황에 매우 황당해한 나비에는 '나 미쳤다'는 자신의 발언을 인정하고 제대로 미쳤다는 말 외엔 할 말이 없다고 중얼거린다. 싫냐고 묻지만 나비에가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일축하자. "말이 안 될 정도야? 내가 황제라서?"라고 묻는다. 나비에가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자 이를 의아해하던 찰나 나비에가 "네가 소비에슈라서다. 난 소비에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일갈하자 '그렇지 않다'고 억지를 부리며 부정한다. 이에 황당해한 나비에가 '난 소비에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재차 일갈함에도 아닌 걸 안다고 대답해 재차 억지를 부리는 매우 당당한 태도로 나온다. 심지어 자신의 기억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태도에 화가 난 나비에가 "기억부터 찾아. 그러면 알게 되겠지. 내가 왜 널 싫어하는지."라고 일갈하자, 아예 대놓고 "잘못을 빌고 싶어. 사과를 하고 싶어. 그래서 네게 용서를 받고 싶어."라고 말하며 억지를 부리기까지 하는 건 덤.

결국 자신의 당당하다 못해 매우 뻔뻔한 태도에 참다 못한 나비에에가 "기억부터 찾아. 기억도 없으면서 진심으로 용서를 구할 수는 있겠어?"라고 일갈하며 화를 표출하지만 이 와중에 나비에의 집무실에서 나가지 않기까지 한다. 그런 자신의 태도에 화가 폭발한 나비에가 손으로 문을 가리키고 고분고분하게 굴겠다던 자신의 말을 되돌려주면서도 나가라고 소리치며 축객령을 내리자 그제서야 집무실에서 나간다.

한편 자신이 데려온 '궁정인'들이 계속 서대제국의 궁정인들과 충돌하며 트러블을 일으키는 사건이 생기자 그들이 있는 방에 찾아간다. 자신을 보고 놀란 궁정인들이 인사하자 무표정한 얼굴로 '내가 왜 왔는지는 짐작은 가나?'고 묻는다. 사색이 된 궁정인들이 서로 다른 대답을 하자 웃은 후 궁정인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한 명씩 일으켜주고 "내 소중한 인재들. 이러지 말라니까 왜 이렇게 긴장해?"라고 말한다. 궁정인들이 고개를 숙이자 일단은 한숨을 쉬곤 "이러지 마라. 그저 너희들 얘기가 여러 군데에서 들려서 온 것뿐이니."라고 대답해 질책하는 척한다. 이 말에 궁정인들이 더욱 시선을 떨구자 마지막으로 일으켜세운 궁정인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웃으면서 "안 하던 일을 하니 자존심이 상하겠지만, 이건 우리 동대제국을 위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렇지?"라고 말하며 다독인다. 자신에게 잡힌 궁정인이 마지못해 대답하자 "이왕 자존심을 누르는 김에 조금만 더 눌러야지.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잖아?"라고 말하며 재차 다독인다. 자신이 머무는 방으로 가던 중 옆에 있던 카를 후작이 안도한 목소리로 자신이 꼭 서대제국에 가셔야한다고 말했을 때 좀 불안했다고 말하고는 '그 시절'에 나비에와 사이가 아주 좋았고, 이제는 좀 안심이라고 대답하면서도 '이 일'이 메인이고 나비에는 겸사겸사 보러 온 줄 알았다고 털어놓진 나비에가 '메인'이라며, 나비에가 여기 없었으면 카를 후작이나 다른 비서들만 보냈을거라고 말한다.

한편 자신이 데려온 '궁정인'들이 하루에도 두 세번씩 서대제국 궁정인들과 잦은 충돌을 벌이면서 이를 시녀들로부터 듣게 된 나비에는 자신이 데려온 궁정인들의 정체가 마법사임을, 자신이 서대제국에 요양을 핑계로 대고 마법사들을 궁정인들로 위장시켜서 데려와 마력 감소 현상을 조사하러 왔다는걸 눈치채 맥켄나에게 말한 뒤, 하인리와 상의해 자신과 카를 후작, 기사들, 자신이 궁정인으로 위장시켜서 데려온 마법사들을 밀착 감시할 계획을 세운다.

다음날 카를 후작과 카를 후작을 담당한 맥켄나, 하인리에 이어 나비에까지 옆에 있게 된 바람에 5명이서 함께 있게 되자 이 상황에 웃다가 인상 썼다가 웃다가 인상 썼다가 하는 등 표정을 바꿔댄다. 자신의 옆에서 굉장히 불편해하는 얼굴로 입을 오므렸다 펴는 카를 후작, 나비에의 옆에서 다정하게 웃고 있지만 턱에 힘을 주고 있는 하인리, 나비에의 반대편에서 카를 후작이 목에 걸고 있는 실크 스카프를 쳐다보고 있는 맥켄나 등 어색한 분위기가 된 것에 한숨을 짓는 나비에를 보고서 웃는 얼굴로 나비에의 이름을 부르지만 나비에가 덤덤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하인리가 끼어들어 나비에의 이름을 부르고, 이에 나비에가 하인리의 이름을 부르자 불쾌해하며 하인리를 쳐다보지만 하인리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등 의미 없는 도돌이표 이름 부르기가 지속된다.

이 상황을 못마땅해하며 서로 이름 좀 그만 부르라고 말하는듯 비스킷을 씹어먹는 카를 후작과 서로를 노려보는 자신과 하인리의 대치에 나오려는 한숨을 참고서 차를 마시는 나비에에게 하인리는 '부인'이라고 말하곤 손을 뻗어 나비에의 입가에서 뭔가를 닦아주는 시늉을 하면서 '여기에 뭐가 묻었다'고 말하고, 이에 되묻는 나비에에게 '내 사랑'이라고 말하며 애정 행각을 벌인다. 하인리의 애정 행각를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지만 하인리를 노려보면서 포크를 쥐었다 놓으며 포크로 하인리를 공격하고 싶어한다. 갑자기 하인리가 웃으면서 덥다고 말하곤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면서 하인리가 목에 걸고 있는 '요정의 눈물'을 발견해 충격을 받은 듯 머리를 잡고 괴로워한다. 이 상황에 놀란 카를 후작이 자신을 붙들고, 하인리도 다급히 궁의를 부르라고 소리치는 등 현장이 아수라장이 된다. 충혈된 눈으로 '요정의 눈물'만을 노려보지만 이내 눈이 감긴채 풀썩 쓰러지고 그대로 방으로 옮겨진다. 궁의의 진찰으로 신체적으론 아무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다가 두 시간이 지나서야 깨어나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말하고는 방에 머물며 혼자 있는다.

다음 날 커다란 모자만을 쓴 채 평범해보이는 마차에 타 외출하던 중, 우연히 서대제국 황궁 근처의 카페 내부 3층에서 카프멘의 친구인 돌시와 만나기 위해 온 나비에와 마주친다. 자신을 본 나비에가 계단을 내려가려하자 나비에를 보지만, 나비에는 계단을 내려가 카페를 나가자 따라가 마차에 타려던 나비에를 붙잡고는 부르지만 나비에는 마차에 올라타 문을 닫으려하고, 이에 마차 문을 잡고는 활짝 웃으면서 놀러 나왔냐고 묻는다. 이에 나비에가 알면 모른 척해달라고 응수하자 같이 다녀도 되냐며 질척거린다. 될 거라고 생각하냐고 재차 응수하는 나비에에게 됐으면 좋겠다며 계속 질척거리지만 이를 보다못한 나비에가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하고 주먹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치자 그제서야 나비에에게서 떨어진다. 마치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단 얼굴로 나비에를 바라보지만 나비에가 얼른 마차 문을 닫고서 마차 앞쪽 문을 두드려 마부에게 출발하라고 지시하면서 잠깐의 만남은 끝나게 된다. 이후 서대제국 수도를 돌아다니다가 허름한 식당에서 한 주정뱅이가 술에 취해 '피를 부르는 황후는 좋지 않다'는 식으로 나비에의 욕을 하는 걸 듣고 주정뱅이와 말다툼을 벌인다.

서대제국 황궁에 돌아오지만 황궁 내 도는 이상한 소문[270]을 듣고 이를 조사하기 위해 밤에 깨어난다는 자신을 떠올려 "어딜 좀 다녀와줘. 위치는...... 야. 밤에 가야 하는데 내가 갈 수가 없어."라는 내용의 쪽지를 남긴다.

밤중 다시 원래 인격이 되지만 이불 위에 놓인 6년 전 인격의 자신이 남긴 쪽지를 보고 인상을 찡그리며 쪽지를 집어든다. 다른 사람이 썼다면 아랫사람들 중 누군가가 당연히 치웠겠지만 필체의 주인이 다름아닌 자신이기에 치우지 못했기에 쪽지를 읽는다. 카를 후작에게서 낮에 깨어난다는 또다른 인격의 자신에 대해 들었지만 대화를 해본 적이 없기에 당황해한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또다른 인격의 자신 쪽에서 부탁해온 것에 한숨을 쉬고 쪽지를 구겨서 치워버리곤 팔로 이마를 짚는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은색 조끼를 입고 있던 하인리, 하인리가 착용하고 있던 빛을 받아 반짝이던 '요정의 눈물'과 하인리의 옆에 있던 나비에를 떠올린다. 이불을 치우고 창가로 가지만 멀지 않은 곳에 나비에가 있다는 사실에 고통과 위안을 동시에 느껴 "세상에 이토록 끔찍한 희망이 어디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눈을 감고 창가에 이마를 대고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위치를 확인하고 쪽지를 접은 후 기사단장만을 대동한채 밖으로 나간다. 단순한 부탁이라면 신경쓰지 않았으나 부탁을 하면서 작게 '마력'이란 글씨를 남겨놨기에 혹시 또다른 인격의 자신이 마력 감소 현상에 대해 조사하고 있단 걸 카를 후작에게 보고받고서 뭔가 알아낸건가 싶은 생각에 기척을 죽이고 은밀히 쪽지에 적혀있는 위치로 간다.

황궁 내 어느 빈 방에 도착해 기사단장에게 문 앞을 지키라고 지시한 후 방에 들어가 무심한 얼굴로 안을 살펴보지만 커튼조차 없이 텅 비어있는 방을 보고서 대체 이 안에 뭐가 있단 거냐고 생각한다. 그러던 찰나 미리 자신의 뒤에 서있었던 나비에로부터 "역시 목적은 사과가 아니었군요."라는 말을 듣는다.

나비에의 목소리에 움찔하지만 그녀에게 다가가 '대체 네가 여기서 왜 나와?'라는 질문을 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나비에의 이름을 부를려고 하지만 일부로 자신의 말을 끊은 나비에가 "미안해서 왔다?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어서 왔다? 거짓말도 잘하는군요."라고 일갈하자 나비에의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젓는다. 그라나 나비에는 이를 무시하고 몸을 돌려 문고리를 잡으려 하고 나비에에게 다가온다.

나비에가 문을 열기 직전 손을 뻗어 문을 잡고서 재차 나비에를 부르며 잠시만이라고 말하지만 나비에가 무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표정이 일그러지고 손을 떤다. 그런 자신을 보고서 뭐하는거냐고 묻는 나비에에게 자신이 온 이유를 말하려던 찰나 말을 끊은 나비에가 마력 감소를 조사하기 위해서이고, 이전부터 그 일로 서대제국을 의심하고 있었다고 딱 잘라 말하자 애원한다. 손가락에 힘을 줘서 손톱과 문이 부딫히면서 기이한 소리가 나자 나비에가 여전히 자신을 쳐다보는 걸 본다. 꽉 눌러 손톱이 하얗게 변한 손가락이 아까 본 창백해진 얼굴보다 더 떨리는 걸 보고서야 자신에게 "솔직히 말하겠다. 말하지 않았냐? 사과하러 왔다고. 그래서 조금이나마 기대했다. 돌아갈 마음은 없지만 용서할 마음은 있다."라며 일부러 거짓말을 한 나비에가 품 안에서 손수건을 꺼내 자신의 손 위에 덮고 힘을 주어 누르자 저절로 자신의 손이 힘없이 내려간다. 고개를 돌린 나비에가 "열 아홉살의 소비에슈는 다를거라 생각했는데 그것조차 아니었나보다."라고 자신의 이기적인 행태에 대해 지적하자 '내가 마력 감소 현상을 신경 쓴다고 해서 그대를 향한 죄책감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나비에는 자신의 대답에 대꾸하지 않은채 문을 열고 나간다.

문 밖에서 나비에를 목격한 근위 기사단장도 놀라서 '황후 폐하께서 왜 여기서 나오시냐?'는 듯이 나비에를 쳐다보고, 뒤에서 다급히 "그대도 알잖냐? 내가 동대제국을 사랑한다고 해서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건 아니다. 마력 감소 현상을 걱정한다고 해서 그대를 걱정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라고 대답하며 애원한다. 하지만 나비에에게 "알지요. 라스타 양을 걱정하면서도 나를 걱정해주는 그대인데 내가 그걸 모를까?"라는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악행에 대한 비아냥만 듣는다. 나비에는 "목적이 있어서 왔으면 목적이 있어서 왔다고 확실하게 말해요. 미안한 척 괴로워하는 척 후회하는 척 하며 이득을 챙기지 말고."라고 일갈하며 실망감을 표출하고, 이에 대해 "그런게 아니다. 나에 대해 알지 않냐?"라고 애원하지만 오히려 나비에는 "난 소비에슈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 내가 알던 소비에슈는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날 쫓아낼 계획을 세우진 않는다."라고 정곡을 찌르고, 이어서 "하지만 소비에슈는 예상하지 못한 일을 했고, 그날 난 소비에슈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단 걸 알게 됐다."라고 일갈하곤 몸을 돌려 나가버리고, 그녀를 잡지도 못하고 허망하게 바라본다.

임시 거처로 돌아와 방 문을 닫자마자 눈을 감고서 벽에 머리를 찍는다. '술을 마시면 나비에의 환청이 다시 나타나진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술을 마시고 싶어한다. 가슴을 손으로 짚고서 허리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곤 이내 턱에 힘을 주어 소리를 죽여 고통을 호소하지만 벽을 따라 미끄러지고 만다. 바닥에 앉아 소리를 죽여 눈물을 흘리면서 "시간을 돌리고 싶었다. 이 년, 아니 딱 일 년만, 일 년만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한다. 직전의 상황에 대해 자신의 의지로 서대제국에 온 것이 아니고 나비에에게 사과하러 온 척 마력 감소 현상을 조사하러 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비에가 퍼부었던 말 모두가 억울하다고 여긴다. 그와 동시에 '그래서 미안했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코샤르에게 누명을 씌우고 추방했을 때, 라스타에 대해 이상한 소문을 낸 게 아니냐고 의심할 때, 자신이 나비에의 이름을 빌어 라스타에게 선물을 보냈을 때, 사람들이 그 일을 두고 수근거릴 때, 나비에가 얼마나 억울했는지 짐작이 간다고 생각하면서 그제서야 자신이 나비에에게 만행을 저질렀을 당시에 나비에의 심정을 헤아리게 된다. 이를 악문채 심장을 두드리다 눈을 뜨고, 침대에 걸터앉은 나비에의 환상을 보게 된다. 편안한 자세로 웃은채 '뭐해?'라고 말하는 듯이 쳐다보는 나비에의 환상을 향해 손을 뻗지만, 손을 뻗자마자 나비에의 환상이 픽 웃고서 사라져버리자 벽을 잡고 일어나 비틀거리며 침대로 걸어간다.

침대에 앉자마자 눈을 감고 이불에 몸을 파묻지만 이불을 움켜쥔채 무겁게 숨을 몰아쉰다. 이내 분노를 6년 전 인격의 자신에게 돌리고서 '비겁하게도 나쁜 기억을 하나도 가지지 않은채 사고만 치는 열 아홉살의 자신'이라며 분노를 표출한다. '망할 자식'이라고 욕을 하자마자 책상으로 가 빈 종이를 뜯는다, 만년필을 쥐고서 잉크병 뚜껑을 열어 종이에 "지금 뭐하자는 거야? 안 그래도 같이 미움받는 처지에 다 같이 죽잔 거야? 미쳤어?"라고 적은뒤 편지를 책상 위에 두고서 복도로 나가 카를 후작을 불러오라고 지시한다. 시종이 카를 후작을 데려오자 손가락으로 자신이 쓴 편지를 가리키며 다짜고짜 없애라고 지시한다. 자신의 지시에 당황해한 카를 후작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책상으로 다가가 편지를 집어들고 망설이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자 그에게서 편지를 빼앗고는, 6년 전 인격의 자신을 없앨 방법을 찾으라고 지시한다.

다음 날 6년 전 인격인 상태로 외출한다. 외출 도중 복숭아를 사서 금박이 입힌 상자에 넣어 "팔고 있더라고. 네 생각이 나서 샀어."라는 내용의 쪽지와 함께 나비에에게 보낸다. 이로 인해 나비에의 화를 사게 되고, 의례적으로 거절하는 말과 함께 상자를 그대로 돌려받게 된다. 나비에의 부관이 나가자마자 "순순히 받지 않을거란 생각은 했다. 그래도 이웃 나라의 체면이 있으니 모른 척 받아줄 수도 있을거라 여겼는데 받자마자 돌려보내니 좀 서운했다."라고 변명한다. 나비에가 자신을 거부해대는 것에 대해 어린 시절부터 나비에와 잘 티격태격하긴 했지만 그게 큰 싸움으로 번진 적은 한 번도 없었보니 갑자기 나비에의 미움을, 그것도 거대한 미움을 받게 된 상황에 어떻게 사과해야하는지 먹먹했다. 상대는 아예 말을 섞을 마음조차 없다고 답답해한다.

상자에 들어있던 "잘 알아듣게 말한지 몇 시간이나 지났다고 이러는거지? 약간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으면 돌아가야지. 정말로 뻔뻔하군요."라는 내용의 쪽지를 보고 '몇 시간 전'의 상황에 의아해한다. 일어나보니 현재의 인격인 자신이 남긴 쪽지를 보았지만 그게 나비에를 만난 이야기라곤 생각하진 못했기에 황당해한다. 현재의 인격인 자신이 남긴 쪽지를 다시 펼쳐보지만 이내 쪽지를 구겨버린다. "다 같이 죽자고 나오는 건 지금 그 쪽 아니냐? 보아하니 중요한 대화가 오간듯 한데, 그렇다면 무슨 말을 했다고 언질이라도 줘야하지 않나? 애초에 뭘 어떻게 했기에 나비에가 이렇게 더 차갑게 나온단 거냐? 멀쩡히 부부로 잘 살고 있던 나비에와 멋대로 이혼을 한 게 누구인데?"라며 책임을 돌려버리고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여긴다.

연못을 구경하며 서있던 중 이를 본 나비에가 랑드레 자작에게 자신을 붙잡아달라고 부탁하면서 랑드레 자작이 자신을 안아서 뒤로 끌어낸다. 얼떨결에 허리를 붙잡힌 것에 기가 막혀하다가 곧 화가 난 얼굴로 랑드레 자작에게 뭐하는거냐고 묻지만 나비에가 다가와 '내가 잡으라고 했다'고 대답하자 얼굴을 펴고 그런거라면 상관없다는듯 웃고서 친근한 척 나비에를 부른다. 이에 불쾌해한 나비에는 예의를 갖춰주었으면 한다고 딱 잘라 대답하고서 몸을 돌려 걸어가자 뒤따라오려하지만 그녀가 가버리는걸 보게 된다.

이후 임시 거처로 돌아오고, 연못가에서 벌어진 소동을 봤던 카를 후작이 이를 염려하며 혹시나 싶어서 물으려하는거라고 말하려하자 절대로 뛰어들려던 게 아니라고 대답한다. 카를 후작이 마지못해 수긍하자 혹시 요즘 고민 있냐고 묻는다. 이에 카를 후작이 놀라하자 아니냐고 묻지만 카를 후작이 웃으면서 '당연히 없다'고 대답하자 픽 웃으며 보다가 고개를 돌려버린다. 가라앉은 표정으로 '내가 생각하는걸 그 놈이 생각하지 못할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분홍색 실타래를 손에 쥐고 주물거리며 눈을 가늘게 뜬다. 며칠 전 알게 된 '밤의 소비에슈'의 쓸모에 대한 의혹을 가지게 되어서 ''밤의 소비에슈'는 본인야말로 모든 일의 원흉이자 계기이면서도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니 참으로 쓸모없다'고 여겨 현재의 인격인 자신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긴다.

연못을 구경하고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현재의 인격인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던 중 연못을 보고서 한 번 더 충격을 주면 현재의 인격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음을 상기한다. 손 안의 실타래가 형태를 알 수 없게 꼬여가자 실타래를 내려놓고 거울로 카를 후작이 슬픈 표정으로 바닥을 내려다보는걸 본다. 속으로 "밤의 소비에슈는 기억이 온전하고 아는 게 많으니, 카를 후작부터 시작해 다들 그 소비에슈를 '진짜'라고 생각한다. 카를 후작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그는 지금의 나보다 밤에 나타나는 나를 더 신뢰할 텐데 과연 내가 카를 후작을 믿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보지만, '결론은 아니다'라고 단정짓는다.

하인리와 약속을 잡고서 한 식당에서 식사한다. 하인리가 가식적으로 웃으며 '음식이 입에 맞기를 바란다'고 의례적인 말을 꺼내며 먼저 권하고, 요리사가 음식을 세팅해주고 물러나자마자 먼저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묻는다. 자신의 말에 대한 뜻을 알아들은 하인리가 '릴테앙 대공이 우리나라의 어린 귀족 아이를 죽일뻔한 일 기억나냐'고 대답하자 아직 그 일에 대해서는 일기장을 확인하지 못했고, 카를 후작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준다고는 하지만 전부 세세하게 알려주지는 못했으며, '앞으로 우선' 처리해야할 일만 알려주었기에 릴테앙 대공 건은 카를 후작이 말한 '앞으로 우선'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대답하지 않은채 표정을 굳히지만 하인리는 릴테앙 대공의 탈옥 사건을 알려주며, '릴테앙 대공을 먼저 발견하면 5년을 아직 못 채웠으니 이쪽으로 돌려달라'고 요구한다. 입으로 애매한 대답을 꺼내지만 속으로는 릴테앙 대공이 죄를 저질렀던 말 다음에 탈출했단 이야기를 꺼냈단건 몰래 가두어둔게 아니란거고, 릴테앙 대공을 서대제국에 감금한 건 '자신'이 벌을 허락한 것이며, 약속된 기한이 5년임을 간파함과 동시에 문제가 터진 후에 이런 사실을 굳이 굳이 되짚어 알려주는건, 혹시 릴테앙 대공이 잘못 되더라도 자기들에겐 문제가 없다는걸 한 번 짚고 싶은거냐고 판단한다.

판단을 끝내자마자 '대체 대우를 어떻게 했길래 릴테앙 대공이 탈옥까지 한 건지 모르겠다'고 비난하지만, 하인리는 눈 깜짝하지 않고 '릴테앙 대공이 너무 곱게 큰 모양이다'라고 대꾸하고, 이에 대해 "릴테앙 대공 같은 사람이 탈옥할 정도면, 서대제국은 감옥은 좀 정비할 필요가 있겠다. 경비 숫자를 늘리는 게 어떠냐?"라고 비꼰다. 웃는 낯으로 경비 숫자는 충분했다고 재차 대꾸하던 하인리가 어색하게 자신의 시중을 들고 있는 하인을 보고서 '릴테앙 대공을 가둬둔 붉은 탑의 경비를 뚫을 사람은 소비에슈의 마법사나, 초국적 기사단 정도가 아닐까 싶다'고 응수하며, 뜬금없이 초국적 기사단이 나올리 없다[271]고 덧붙인다. 변명을 찾는 것처럼 들린다고 대답하지만 "밤중에 남의 궁전을 함부로 뒤지고 다니는 사람이니, 합리적인 의심을 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듣는다. 하인리의 대답에 빙그레 웃는다.(이때 속으로 서로를 '능구렁이 같으니', '여우 새끼'라고 욕한다.)

나비에에게 은색 상자를 보내지만 당연히 나비에가 거부하면서 상자 그대로 돌려받게 된다. 편지를 보내지만 마찬가지로 나비에가 거부하고 편지를 돌려보내자 아예 "이것도 돌려보낼 수 있겠어?"라는 내용의 편지를 쓰고서, 편지 겉봉에 동대제국 황제의 사인을 해 공식 서신처럼 포장해 돌려보내지 못하게 한다. 심지어 한 술 더 떠서 나비에가 집무실 밖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꽃다발을 내밀기까지 한다.[272]아오 진짜 가지가지한다.

나비에에게 선물이라고 말하지만 '내 꽃다발은 남편이 챙겨주니, 옆나라의 황제가 주지 않아도 된다'고 응수당한다. 대답하려던 찰나 랑드레 자작이 보낸 심부름꾼이 오면서 중단된다. 심부름꾼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던 나비에가 심부름꾼이 랑드레 자작이 당장 전하라고, 무조건이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걸 보고서 나비에가 꽃다발을 자신에게 도로 안겨버리고, 심부름꾼과 함께 집무실로 들어가는걸 보게 된다.

이후 방으로 돌아온다. 방 안을 서성거리다가 하인리와의 식사 때 하인리가 한 말에 대해 자신이 허락한 일이라면서, 굳이 자신을 찾아와 릴테앙 대공 이야기를 한 건 분명 걸리는 게 있어서라고 추측한다. 이에 카를 후작이 동의하자 감금 과정에서 분명 릴테앙 대공이 다친 것이고, 그 과정에서 고의나, 실수, 사고로 일어난 일이라고 판단한다. 이내 멈춰서서 한 번 더 생각을 점검한다. 차갑게 웃으며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은 없고, 릴테앙 대공을 찾아서 말을 맞추면 된다고 대답한다. 이에 카를 후작이 동의하자 종을 흔들어 자신의 '궁정인'들을 불러모으고, '궁정인'들에게 우선 순위를 바꿔서 마력 감소 현상의 흔적 조사보다 릴테앙 대공을 찾는 일에 더 주력하라고 지시한다. 한 '궁정인'이 괜찮겠냐고 묻자, 자신이 하인리 황제라면 릴테앙 대공보다는 마력 감소 현상에 대한 증거를 꼭꼭 숨길 것이고 그게 위험할 것이라고 대답하고서 그러니 반대로 생각하자며, 마력 감소 현상의 증거는 아마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인데다, 서대제국 쪽에서 그와 관련해 함정을 팔 만큼 우리의 의도도 이미 알고 있으니, 반대로 대외적으론 마력 감소 현상의 증거를 찾지만 실제로는 릴테앙 대공을 추적하라고 지시한다.

이후 자신의 '궁정인'들을 대거 데리고 외출한다. 최소한의 호위들만 남겨두고 마법사들을 곳곳에 풀어 명령을 시행시킴과 동시에 자신은 평민들이 자주 드나든다는 술집에 들어가 마시지도 않을 술을 시킨다. 점원이 술과 과자를 가져다주자 술을 카를 후작에게 밀어주곤, 과자는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기고서 만족스럽게 웃으며 오늘은 꼭 좋은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앞에 놓인 술잔을 빤히 보던 카를 후작이 중얼거리자 술은 못 마시냐고 묻는다. 왜 이걸 전부 주냐는 카를 후작의 질문에 과자는 달고 술은 쓰다고 대답한다.

과자를 먹으면서 주위를 둘러보던 중 평민들이 하인리에 대해 "황제 폐하가 좀 가벼워서 그렇지, 원래 잔인한 분은 아니었다.", "잔인하단 소문은 좀 돌긴 했고, 해적과 관련되어있단 이야기가 있다. 에르기 공작과 친구인데 어련하시겠냐", "소문만 그렇지 실제로 잔인하진 않으셨지만, 지금은 봐라. 자기 형수를 가두어 죽이고, 손꼽히는 명문가를 멸문시켰다.", "폐하께서 뭐 가만히 있던 사람들 잡아 죽이셨냐."라는 등 수근거리면서도 하인리의 잔인한 처벌에 대해 "폐하가 어떤 사람이든, 나비에 황후가 오고 난 뒤로 냉정하고 잔인해지신 건 맞다", "너무 매력적인 사람은 이지를 흐리게 한다. 나비에 황후께서 그런 사람이면 어쩌냐, 좀 걱정이다."라는 등 나비에에게로 돌리면서, 나비에의 험담을 하는걸 듣게 된다.

이를 보고 있던 카를 후작이 급히 점원을 부르자마자, 점원에게 동전을 두둑히 쥐어주고 음식을 추가로 주문하고서, 점원이 가져다 준 과자를 자신에게 대령하자 과자를 씹어먹는다. 그런 자신의 눈치를 보던 카를 후작이 저런 헛소문에는 일일이 신경쓸 필요 없다며, 나비에가 동대제국 황후이던 시절, 완벽하게 황후로서의 일을 해낼 때에도 '인간미가 없다'고 수근거렸던게 저런 자들이였다고 자신을 달램에도 과자를 씹어먹다가 하인리가 마음에 안 든다고 불만을 표출한다. 카를 후작이 과자가 든 접시를 자신과 가까운 위치로 밀어주자 과자를 먹으면서 '나비에가 왜 그런 놈이랑 결혼한거냐'며 나비에의 재혼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다. 이어서 마력 조사 결과가 나오면 서대제국은 궁지에 몰릴텐데, 그런 취급을 받으면서 서대제국에 있을 필요가 있겠냐고 단정짓는다. 확신에 차듯 '나비에가 지금 하인리 같은 놈한테 빠진 건 화가 나서 그렇다'고 덧붙이는 건 덤. 카를 후작이 얼굴이 낫다고 중얼거리자 '내가 더 낫다'는 말을 내뱉는다. 이에 카를 후작이 자신을 편들자 "다른 남자들도 다 안 되지만, 하인리 그 자는 특히 안 된다. 나비에는 무조건 내가 되찾아와야한다."라고 중얼거린다.[273]

술집을 나와 서대제국 궁전으로 가면서 나비에가 '피의 황후'라고 수근거리던 서대제국 평민들, 하인리를 생각하다가 이내 돌아선다. 카를 후작에게 즈멘시아 공작과 친했던 이들에 대해 조사할 것과 살아남은 친인척들, 한때 친했다가 돌아선 이들까지 모두 포함해서 조사할 것을 지시한다.

서대제국 황궁에 돌아와 나비에와 마주친다. 나비에가 간단히 인사를 하고서 돌아서자 그녀를 따라온다. 나비에가 반대 방향으로 돌아 걸어가도 같이 돌아서 나란히 걸어가고, 자신을 보고 서도 박자까지 맞춰서서 같이 돌아서기까지 한다. 자신의 행동에 나비에가 어이없어하자 "넌 속았다"는 말을 내뱉는다. 당연히 어이없어한 나비에가 자신의 말을 그대로 받아치자마자 돌아서서 걷자, 옆에 붙어서 나란히 걷는다. 나비에가 발걸음을 빨리해도 속도를 맞춰서 걷는 건 덤. '하인리 황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아냐'고 묻지만 나비에가 '소비에슈보다 내가 더 하인리를 잘 안다'고 응수하자 아직 모른다고 억지를 부린다. 자신의 억지에 헛소리라고 딱 잘라 말하는 나비에에게 "하인리의 실체를 알게 되면 정 떨어질 것"이라고 재차 억지를 부린다. 자신의 태도에 어이없어하던 나비에가 헛소리 그만하고 가라고 딱 잘라 말하다가 자신을 쏘아보자 "눈이 정말 예쁘다. 원래부터 예뻤는데 더 예뻐졌다."라는 헛소리를 지껄인다. 심지어 "생각해봐. 너와 평생을 사랑하고 지낸 나도 잘못을 했어. 그런데 그 자는 너와 만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혼을 했잖아. 그게 무슨 뜻 같아? 그 자는 네 껍데기에 반한거야. 넌 그런 사랑, 만난지 얼마 안 된 사람의 사랑이 영원할거라고 생각해?"라는 역대급 망언을 지껄이기까지 한다!!![274][275]

자신의 적반하장을 넘어선 매우 뻔뻔하기 짝이 없는 태도에 당연히 어이없어한 나비에는 홧김에 발을 자신의 발치에 내리쳐 얼음 마법을 사용하지만, 도리어 '능력이 널 닮았다'는 헛소리를 내뱉는다. 나비에가 "설령 사랑이 식는다해도 너한테 갈 일은 없다"고 응수하자 슬플거라는 억지를 부린다. '내 배 속에 누가 있는지 그것도 잊은 모양인데. 알려주겠냐?'고 재차 응수하는 나비에에게 '들었다. 널 닮았으면 좋겠다'고 대답하며 계속 질척거린다. 당연히 나비에는 "하인리와 내 사이가 나빠져도, 내가 네게 갈 일은 없다"고 재차 응수한 직후 돌아서서 알아들었으면 가라고 딱 잘라 말하고서 걸어가지만, 여전히 따라붙어서 "난 네 아이도 내 아이로 받아들일 수 있어. 아기도 날 받아들일 수 있고, 아직 누가 아빠인지, 애는 모르고 있잖아."라는 헛소리를 지껄이기까지 한다!!![276]

더더욱 황당해한 나비에가 자신을 쳐다보자 당당하게 웃는다. 이를 어이없어한 나비에가 언성을 높이고 말을 낮춰서 좀 포기하나 싶더니 또 왜 이러냐고 따지자 "네 남편이 좋은 사람이 아니란 걸 알게 돼서 그래. 그리고 포기하다니? 포기했단 건 내가 아니야."라고 여전히 억지를 부린다. 이에 나비에가 "포기했던 사람도 너고, 하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든 너보단 낫다"고 응수하자 "정신차려. 나한테 화났다고 해서 내 말 흘려듣지 말고."라고 대놓고 나비에 탓을 하는 건 덤.

서대제국 사람들이 나비에에 대한 험담을 말하려다가 만다. 이를 의아해한 나비에가 묻자 말을 피하고, 이에 나비에가 계속 말해보라며 서대제국 사람이 한 말에 대해 묻자 재차 말을 피한다. 자신을 째려보던 나비에가 헛소리하지 말고, 요양이 끝났으면 얼른 동대제국으로 돌아가서 항구 뺏기지 않을 궁리부터 하라고 딱 잘라 말하자마자 나비에의 부관이 급히 달려와 초국적 기사단이 왔다고 보고한다. 나비에가 부관에게 랑드레 자작이냐고 묻는 것에 놀라 랑드레 자작이 초국적 기사단이냐고 묻는다.

릴테앙 대공이 밤중에 동대제국 대사관에서 발견되면서 대사관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이후 릴테앙 대공이 심하게 다친 일로 하인리를 비난한다.[277]

편지가 가득한 바구니를[278] 들고서 나비에를 찾아간다. 이에 대해 나비에가 무슨 일로 온 거냐고 싸늘하게 묻자, 나비에의 시녀들을 힐끗 바라보고는 나비에에게 바구니를 건내며 선물이라고 대답하지만, 나비에는 필요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바구니를 음식 옆에 두고서 문가로 돌아와 나비에에게 이따 보라고 말하지만, 나비에는 갖다 버릴거라고 대꾸한다. 쓰게 웃고서 "네가 그렇게 말해도 난 네게 매달릴수밖에 없다. 내겐 네가 한 쌍이라, 네가 아니라고 해도 난 널 쫓아갈수밖에 없고, 내겐 네가 폐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하고서 할 말이 가득한 눈으로 나비에를 바라보다가 입술을 달싹이며 시선을 떨구고, 다시 고개를 들어 나비에를 천천히 훑어보다가 '네가 좋다'고 말하지만 나비에는 '난 좋지 않다'고 받아친다. 그럼에도 "그래도 난 네가 좋다. 네가 돌아오지 않을거라 말해도, 네가 좋아하지 말라 말해도, 네가 날 싫어해도 어쩔 수 없다. 난 평생 널 아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이제와서 아니라고 말한들 그걸 어떻게 돌이키겠냐?"라고 말하지만, 나비에가 '날 아내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그땐 남이라고 생각되겠냐'고 대꾸하자 그만큼의 그리움이 쌓일텐데 가능하겠냐고 반문하지만 천사처럼 생긴 은발 여자를 찾아보라는 대답을 듣는다. 본인도 기억나는지 '은발'이라고 중얼거리다가 초국적 기사단 4기사단장이 나비에를 찾아왔던 일을 언급하면서 혹시 항구 때문에 왔을지도 모르기에, 아직 보름이 안 됐지만 돌아가보려고 한다고 말하고서 머뭇거린다. 나비에는 잘 가라며 단호하게 대꾸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편지 하겠다고 속삭이고는 그제서야 응접실에서 나간다.

동대제국 대사관에 있던 릴테앙 대공을 동대제국으로 다시 데려가려하고, 이에 하인리가 릴테앙 대공을 순순히 보내주면서 릴테앙 대공을 데리고 간다.

동대제국에 돌아와 궁의를 릴테앙 대공의 저택에 보내 릴테앙 대공을 치료하게 하지만, 릴테앙 대공은 하인리의 고문과 식사조차 못한채로 탈주해 폭우를 맞았기에 건강을 잃어버린터라 소용이 없었고, 이에 에벨리를 보낸다. 그러나 릴테앙 대공은 에벨리의 치유 마법을 받아도 외상은 나았으나, 열이 올랐다 내려가기를 반복한채 병이 사라지지 않는다.

릴테앙 대공의 부상으로 인해 대공의 아들인 셰를이 유력한 황위계승자로 급부상하면서, 혹시 모르니 유력한 황위계승자인 황궁에 셰를을 데려와야한다는 의견이 올라오는 가운데 나흘이 지나고, 초국적 기사단의 4기사단이 동대제국에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초국적 기사단이 온다는 사실에 대신들은 당황해하지만, 동대제국으로 오는 도중과, 동대제국에 도착해서도 항구 건에 관련된 일기와 기록을 살피고, 여러가지 준비를 했기에 6년 전 인격인 상태로 의연하게 4기사단장인 에인젤을 맞이한다. 에인젤은 항구 건에 관한 일은 들었다며, 입장이 참으로 난처하게 되었다는 말과 함께 연합수장이 제안을 했다고 알려준다. 이에 되묻지만 에인젤은 '세계적으로 일어난 마력 감소 현상이 서대제국과 얽혀있고, 동대제국의 황제께서는 그 실마리를 잡으셨다고 들었는데 맞냐'는 말과 함께 '마력 감소 현상이 서대제국과 관련이 있다는 실마리를 우리에게 귀띔해준다면, 연합에서는 이번 항구 건에서 무조건 소비에슈 황제의 편을 들어주겠다'는 연합수장의 말을 전한다.

에인젤의 제안을 거절한다. 소비에슈가 이 제안을 당연히 받아들일거라고 여기고 자신만만하게 웃었던 에인젤은 의아해해 정말이냐고 묻고, 이에 경멸 어린 미소를 지으며 '제 발등을 찍는건 좋아하지 않는다'고 대답하며, 뚜렷한 물증이 아직 없지만, 설령 그렇다해도 초국적 기사단에는 알려줄 수 없고, 마법사는 동대제국의 힘인데다, 초국적 기사단은 마력 감소 현상에 대한 증거를 잡으면 처음에는 그 정보로 서대제국을 몰아붙일테지만, 그 화살을 동대제국으로 돌릴거라 확신하는 동시에 항구 역시 소중했지만 마법사가 있으면 항구를 뺏기더라도 무력으로든, 정치적인 방법으로든 되찾아올 방법은 많았지만 마법사는 아니기 때문에, 잠시 서대제국을 물먹이기 위해서 국력의 약점을 다른 이에게 넘길 마음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쉽게 되었다고 대답한 에인젤이 자신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나간 후, 카를 후작을 부른 뒤 에르기 공작과 라스타에 관한 보고서를 펼쳐놓는다. 잠시 후 카를 후작이 먼저 자신을 부르자, 여전히 시선을 보고서에 고정한채 블루 보헤안의 왕에게 '두 나라의 친교를 위해서, 지금 어떤 행동이 필요할지 생각해보라'는 말을 전하라고 지시한다.

한 편 나비에는 안을 찾는걸 도와줄 수 있겠냐는 르베티의 부탁을 수락하는데, 이때 나비에의 언급에 의하면 나비에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279]

한밤 중 카를 후작이 부르자, 일어나 시간을 확인하한다. 계속 기다렸지만 자신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카를 후작의 말에 잘했다고 대답한다. 다시 한 번 시계를 쳐다보고, 이내 인상을 찌푸리고서 예전에는 해가 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깨어났지만 한참이나 지났고, 요 며칠 이런 상태였는데다 심지어 깨어나지 않고 지나간 날도 있었기에 불안감을 느끼고 냉수를 가져오라고 지시한다.

자신이 명령한 부분에 대해, 여러 가지로 조사해보았다는 카를 후작의 보고에 인격을 합치는 일임을 상기한다. 이를 수긍한 카를 후작이 궁의도, 본인도 자신이 큰 충격을 받아서 인격이 나누어진것이니, 그 충격과 관련된 사람을 만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거라 여겼지 않냐고 말하자 처음엔 그랬고, 효과가 없었다고 대답한다. 카를 후작 역시 수긍하며 나비에를 만나도 아무 효과가 없었고, 나비에를 만난 후로 6년 전 인격인 자신은 점차 황제로서의 업무에 적응해가면서 자신과는 약간 다른 형태의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보고하고, 이를 듣고는 두 인격의 차이가 뚜렷해지고 있단 걸 간파한다. 놀란 자신의 마음을 또다른 놀라움으로 진정시킬게 아니라, 상처라고 생각하고 봉합할 방도를 찾아야할거 같다는 말을 듣는다.

자신의 눈치를 보다가 자신이 침실 창문에서 떨어진 날의 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해달라고 부탁하는 카를 후작에게 라스타가 나비에를 노리던 환영을 봤고, 구하려고 뛰어내려갔다가 꿈에서 희미하게 자신이 '붉은 아이'를 따라가려 했단 건 기억난다며, 아마 글로리엠일거라고 설명한다. 그 이후에 대해 묻는 카를 후작에게 이후에 깨어나보니 계속 이 상태였다고 대답한다. 한숨을 내쉬고서 침대에서 일어나지만 어지러움에 휘청일 뻔하고, 이내 균형을 잡고서 거기에 열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중얼거린다. 그 부분을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한 카를 후작이 몇 가지 안건들을 보고하자, 침대로 걸어가 안건들에 도장을 찍거나 반려 표시를 한다.

급한 일을 처리한 후 평소처럼 침대로 걸어가려던 찰나 카를 후작으로부터 초국적 기사단의 4기사단 단장 에인젤이 다녀갔고, 에인젤과 그의 거래 요구, 6년 전 인격의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 보고받고는 월대륙 연합이 동대제국과 서대제국의 갈등을 이용해 이득을 얻으려한다는 걸 간파한다. 잠시 생각해보다가 에르기 공작이 신전에서 친자 검사를 할 때 안을 데리고 나타났던 일, 라스타가 노예 출신이란 소문이 퍼졌을 때 홀로 두둔했던 일, 몹시 가깝게 지내서 몇 번이나 스캔들이 벌어졌던 일과 이에 대한 증언, 이를 보증하는 귀족, 관리들의 서명을 받아 제출하게 할 것을 지시한다.[280] 카를 후작은 하인리가 안의 위치를 알려달라고 했다고 보고한다. 하인리의 부탁은 받아주지 말라고 일축하지만 나비에가 궁금해한다는 말에 6년 전 인격인 자신에게 찾으라고 지시하고서 그 정도는 찾을 수 있을거라고 딱 잘라 말한다.

다시 6년 전의 인격으로 깨어나고, 아침 식사를 가져오게 한다. 책상에 앉아 아침 식사를 먹으면서 밤의 자신이 처리한 업무들을 살펴보며 지금은 자신이 좀 더 부족하단 걸 알고 있어서 미루어 두지만 언젠가는 직접 해치울 생각에 미리미리 공부해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하인을 불러 그릇을 치우게 한 후, 부하에게 안의 위치를 파악했는지를 묻는다 안이 커다란 사건에 연루되어 노예로 팔려갔고, 다행히 전부 다 기록이 남아있었으며, 시일이 오래 지나지 않아 다른데 팔려가진 않았다는 보고에, 이쪽으로 데려오라고 지시하면서도 '그 안이란 아이는 라스타란 여자가 낳은 첫째 아이라던데 왜 나비에는 그런 아이를 굳이 찾으려는거냐'고 이해하지 못한다. 이내 안을 돌려주는 핑계로 다시 나비에와 연락을 할 수 있으니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예 연락에 대해선 얼마 전 받은 하인리의 편지를 떠올리고 속상해하는 건 덤.

서궁 내 나비에의 방으로 간다. 바닥에 움푹 패인 부분을 눌러보다가 자신과 나비에가 나눴을 대화를 상상히며 질투를 누르던 순간 나비에를 만나고 온 후부터 생긴 두통이 다시 재발하면서 머리를 감싼다.

한참만에야 머리에서 손을 내리지만, 두려움을 느낀다. 이전이라면 진통제를 달라 해서 먹었겠지만, 자신의 본래 나이가 19세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진통제를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더욱 몰려오는 두려움에 "이러다가 자연스럽게 나는 깨어나지 않고, 원래의 내가 낮과 밤 모두를 차지하게 될지 모르는데, 난 어디로 사라지는거냐?"고 불안해한다. 더욱 불안한 점은 카를 후작은 물론 지금의 비서진들은 전부 현재의 인격인 자신의 사람들이기에 이런 상담은 할 수 없다고 여기며, 그들은 자신이 이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기뻐하면서 얼른 자신을 없앨 방법을 생각할거라고 판단해 비서진들 역시 믿지 못한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창가로 가 '내 명령만을 수행하고 내 상태에 대해 함구할 수 있는 측근'과, 밤중에 절대로 깨어나지 않고 잠들어있을 수 있는 수면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함과 동시에 치료를 하면 자신이 사라질 확률이 높으니 차라리 재워버려야한다며, 계속 잠들어서 깨어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현재의 인격이 흐려지고 약해질거라고 생각한다.

나비에에게 답서를 보낸다. 나비에의 언급에 의하면 답서에는 안을 찾았다는 주된 내용과 더불어 이런저런 헛소리가 붙어있었다고.

무표정으로 서류 내 글씨를 바라보다 눈을 감는다. 측근을 구하는 일을 인식하고 난 후 요즘들어 사방이 적으로 느껴졌고, 밤의 자신을 따르는 이들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가 어떤 정보를 캐내 전달할지를 신경쓴다. 두통도 점점 심해지고 있던 상황인데다, 궁의는 너무 많이 진통제를 먹으면 몸에 좋지 않다고 당부했고, 에벨리의 치료 마법을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기에 이 두통은 정신적인 두통아나고 생각한다. 수면제를 떠올리지만 구하는 일도 쉽지 않고, 그 이야기가 현재의 인격인 자신에게 흘러들어갈거라고 단정짓는다. 답서를 상기하고, 안을 직접 데리러 오진 않겠냐고 기대를 걸면서도,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해도 나비에가 직접 데리러 올 것 같진 않다고 판단한다.

한창 펜을 굴리고 있던 중 굉장히 신경쓰이는 서류를 발견한다. 앞에 놓인 서류를 치우고 그 서류를 꺼내 읽지만, 그 서류가 진정서[281]임을 알게 된다.

테라스에 테이블을 가져다두게 한 후 일기장을 들고서 의자에 앉는다. 한 손으로는 하인이 세팅한 요리를 스푼으로 뜨면서도 한 손으로는 일기장을 읽지만 이내 입맛이 떨어져 일기장을 덮는다. 결혼을 하거나 셰를을 데려와야한다는 진정서가 올라온 이후 비슷한 진정서들이 올라온 것에 그럴만하다고 생각하며,[282] 잘 생각해보니 자신의 입장에서도 셰를을 데리고 와서 나쁠 건 없고, 오히려 나비에 외에는 다른 여자와 결혼할 마음이 없는데다, 자신의 몸 상태 때문에 셰를은 훌륭한 방패가 되어줄 것이며, 데려온다면 셰를이 다른 사람 손을 타기 전에 데려오는 게 낫다고 판단한다. 생각을 마치자마자 카를 후작을 셰를을 데려오라며,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고 지시한다. 잠시 놀란 카를 후작은 현재의 인격인 자신 역시 셰를을 데려오는데는 동의했기에 납득한다.

즈멘시아 공작가 조사 건에 대해 즈멘시아 공작가와 친분이 높던 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고, 한때 가장 권력 있던 명문가였다고 보고하는 카를 후작에게 그래도 더 가까운 이들은 있을거라고 질문한다. 즈멘시아 공작의 사촌인 케트런 후작과 전 왕비 크리스타의 측근이였던 리버티 공작이 특히 가까웠다는 보고를 듣고, 그 자들은 지금 뭘 하냐고 질문한다. 케트런 후작은 전 왕비 크리스타가 일찍 죽은 후 친황후파로 갈아탄 덕분에 '즈멘시아 공작 사건'에서 목숨은 부지했지만, 눈치가 보여서인지 요즘은 계속 칩거 중이라는 보고를 듣는다. 리버티 공작 쪽을 묻지만 리버티 공작 역시 '즈멘시아 공작 사건'이 벌어나기 전에 이미 친황후파로 돌아섰고, 혈족이 아니여서인지 사건 후에도 잘 활동하고 있지만 전성기 때보다는 조용히 지내고 있다는 보고를 듣는다. 잠시 말을 멈추고서, 생각을 정리하는데 여기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나비에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하인리만을 쳐내는 것"이라고 한다. 외국 귀족과의 결탁은 여러가지 신경쓸게 많은데다, 자신이 원하는건 나비에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하인리만을 쳐내는 것이기에, 손을 잡은 이가 일을 그르칠 경우 원망을 하게 되거나, 이 일을 발판 삼아 다시 하인리의 충복이 되고 싶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카를 후작이 어떻게 할 거냐고 먼저 묻자 그 둘을 몰래 떠보라고 지시한다.

카를 후작이 나간 후 그릇을 치우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카를 후작이 돌아오고 이에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안을 데려가겠다고 서대제국에서 사람이 도착했다는 보고에 지금 어디에 있냐고 묻자마자 고개를 젓고서 말을 바꿔 자신이 직접 가겠다고 대답한다. 하인리 황제의 손을 빌려 전했으나, 이 일은 나비에의 사적인 부탁이니 공식 사절단을 보내진 않았을테고, 개인적으로 보낸 사람일테지만, 그 사람은 이런 개인적인 일을 해줄 정도로 나비에와 가까울테니 잘 챙겨주면 나비에에게 좋은 말을 전해줄거라고 기대한다.

흰 장미의 방 근처의 작은 방에서 르베티와 대면한다. 자신을 본 르베티는 놀라 직접 와주셔서 영광이라고 말하며, 이름을 말한다. 르베티의 인사를 받아주면서도 그 이름이 어쩐지 낯익다고 생각하던 찰나 르베티는 기억나지는 않지만 잠시 봤었고, 본인이 안의 고모이며 자신이 구해주었다고 말한다. 그녀가 법정 문서에 기록되어있던 라스타와 한 패라고 판명나 처형당한 로테슈 림웰의 딸임을 기억해 당사자인 로테슈 림웰과 알렌 림웰만이 처벌을 받았고, 로테슈 림웰의 딸인 르베티와 부인인 림웰 자작부인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것에 의문을 가진다.[283] 동시에 그 부분을 살펴보았는데도 일기장에 없었던 것에 의아해하면서도 이내 일기장에 없는 것은 일기로도 기록할 수 없단 뜻이고, 아마 '자신'이 로테슈 자작과 거래를 했을거라고 추측한다. 그 당사자가 여기에 나타났고, 나비에가 보내서 왔다는 사실에 굉장히 꼬인 관계라고 여겨 미간을 찌푸린다. 영애가 아니라 이제는 영주라는 것에 르베티가 아버지의 영지를 잇겠다는 서류를 보내왔던걸 현재의 인격인 자신이 승인했던 것을 기억한다. 당시에도 의문을 품었으나, 기억할 수 없는 일이라 넘어갔음을 상기해 새로운 림웰 자작과 나비에, 라스타 세 사람 사이를 파고들어가면 잃어버린 기억에 새로운 실마리가 나타나지 않겠냐고 생각한다.

오후에 안을 데리고 마차로 떠날 예정인 르베티를 만나러 가지만, 르베티가 머무는 작은 방 앞에서 릴테앙 대공의 장남 셰를과 대면하게 된다. 돌아보지만 바로 셰를을 알아보지 못하던 찰나 카를 후작이 셰를이라고 알려주어서야 알아본다. 저 아이가 셰를이냐고 묻지만 모레까지 셰를을 황궁에 보내라고 명령했더니 릴테앙 대공가에서 벌써 셰를을 보냈다는 말을 듣는다.

두 손을 모으고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셰를의 모습에 속으로 저런 애를 다음 황제로 교육시키란거냐며, 결혼을 하기 전까지 임시일뿐이지만 임시로라도 황위계승권자로 올려선 안 될 게 분명한 저런 애를 교육시키란거냐고 황당해한다. 이내 속마음을 감추고 미소를 짓고서 셰를의 어깨를 두드리며 갑자기 쑥 커버려서 알아보지 못했고, 그동안 잘 지냈냐고 인사를 건낸다. 미소를 잃지 않은채 셰를의 어깨를 꽉 잡아준 후 놓아준다.

르베티와 안이 기다리던 장소에 가 르베티와 안을 만난다.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같은 옷차림을 한 르베티는 자신이 오자마자 벌떡 일어나고, 안을 보자마자 인상을 찡그리다가 휘청한다. 카를 후작의 부축을 받아 소파에 앉지만, 돌연 눈물을 터트린다. '아가. 아가'라고 중얼거리지만 눈물을 그치고서 손을 내리고 얼음장 같은 표정을 짓지만 이내 쓰러진다.

몇 시간 후 정신을 차리지만, 기억이 사라졌다며 공포에 빠진다. 안을 보았을 때를 떠올리고, 아침 요정처럼 생긴 어린 아이를 보는 순간 고통이 몰려왔고, 자신은 안보다 더 어린 아이를 본 기억이 났기에 안의 얼굴이 익숙하다고 생각해 글로리엠을 떠올린다. 글로리엠에 관한 기록[284]을 봤을 때를 상기하지만 그 때도 별 감흥이 들지 않았고, '내 아이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고, 라스타라는 여자가 날 속여서 밀어넣은 뻐꾸기 아이'라고 생각했기에 대수롭지 않아한다. 하지만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기억이 끊어졌고, 정신이 들었을 땐 침실에 누워있었으며, 기억이 몇 시간이나 사라졌고, 울기라도 한 건지 눈 주위가 부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밀려오는 공포심에 얼굴을 감싸고서 안이라는 아이를 봐선 안 됐고, 공주는 자기 오빠와 많이 닮았을테니, 자기 자식과 흡사한 아이를 보고 현재의 인격인 자신이 자극을 받은 게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 누군가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떨면서 고개를 돌린다. 유리창 너머로 '붉은 아이'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고, 눈이 마주치자마자 '붉은 아이'가 웃으면서 입을 여는 모습을 목격한다. 다시 들린 소리에 고개를 돌리지만, 문에서 난 소리에 안도하던 찰나 밖에서 르베티가 자신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고하자, 다시 창문을 쳐다본다. 창문 너머에 보인 '붉은 아이'가 보이지 않자 르베티를 들여보내라고 지시한다.

자신을 찾아온 셰를이 다짜고자 '집에 돌려보내달라'고 요청하자 무심한 눈으로 셰를을 쳐다본다. 자신을 두려워하는 셰를의 반응에 순간 기분이 상하지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 셰를이 대답을 못 하고, 쩔쩔매자 "어디로 가는거냐?", "릴테앙 대공이 앓는 그 집으로 가는거냐?", "대공은 아직 정신도 제대로 차리지 못하지 않냐?", "직접 간호라도 해주려는거냐?"라는 등 질문을 퍼붓는다. 스스로도 놀라하지만, 최근에 이상한 환상을 보았고, 낮인데도 기억이 사라진 상황인데다, 르베티의 전언[285]을 들어서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일이 많은데도, 이 와중에 계승서열이 가장 높은 셰를이 저런 행동을 하고 있다며 불쾌해한다.

한참 대답을 머뭇거리던 셰를이 '아버지도 보고 싶고, 어머니도 보고 싶다'고 대답하자 그런거라면 당일, 당일이 모자라다면 하루 이틀 내로 다녀오면 되고 집도 먼 게 아니라고 말한다.[286] 그럼에도 셰를이 여전히 대답을 못한 채 곤란한 표정을 짓자 다정한 목소리로 자신도 보내주고 싶지만 그랬다간 귀족들이며 관리들까지 전부 난리가 나고, 현재 계승 서열이 가장 높은 셰를이 아무데나 돌아다니다가 암살당하기라도 하면 안 된다고 설득한다.

그라나 셰를은 울먹이면서 "그러면 계승권을 포기하겠다"는 폭탄 발언을 던지고, 예상치 못한 발언에 집무실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정적에 휩싸인다. 자신도 놀라서 진심이냐고 묻지만 셰를은 수긍한다.[287]

늦은 밤 카를 후작으로부터 셰를이 '황위계승을 영구적으로 포기할테니,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을 했음을 보고받는다.[288] 셰를의 태도를 이상하게 여기며 릴테앙 대공은 자기가 황제가 될 마음이 없을 뿐이지, 아들을 황제로 만들 마음이 가득할거라고 말한다. 카를 후작은 릴테앙 대공이 서대제국에 다녀온 후 시름시름 앓고 있고, 셰를은 유약한 사람인데 혼자 뚝 떨어져 황궁에 와 있는 게 무서운 것 같다고 추측하자 수긍하면서도 이유가 과연 그 뿐이겠냐고 의문을 품는다.

그렇게 깊은 생각에 빠지는 사이 카를 후작이 한숨을 내쉬자 왜 저러는가 싶어서 쳐다보지만, 이렇게 되었으니 자신이 재혼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듣는다. 눈을 감고서 이제 나비에가 자신에게 돌아올 가능성은 아예 없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카를 후작이 나라와 국민들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빨리 다음 황후를 맞이해야한다고 계속 조언함에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새 황후를 들인다면 정략결혼일텐데 그 상대가 낮과 밤에는 인격이 다른 자신을 보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해 우려하며 단순히 자신을 이상하게 여겨 멀리한다면 차라리 낫지만 오히려 그걸 이용하려 들 수도 있고, 황후 본인이 그러지 않더라도 새 황후의 친정 가문에서 나쁜 마음을 먹을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마음을 정리하려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카를 후작이 자신을 부른다. 왜 그러냐고 묻지만 많이 흥분할 듯 해서 낮에는 말하지 못했다는 말에 괜찮으니 말하라고 재촉한다. 그제서야 카를 후작은 나비에가 쌍둥이를 출산했다는 소식을 보고하고, 대번에 얼굴이 굳어진다. 카를 후작이 월대륙 연합에서 동대제국을 노리고 있으니 서대제국과 척을 질 필요는 없고, 서대제국도 월대륙 연합에 약점을 잡힌 상황에니 굳이 동대제국과 척을 지고 싶지 않을거라고 보고한다. 계속해서 카를 후작은 마력 감소 현상 때문에 서대제국과의 감정이 좋지 않을테지만 나비에가 서대제국에 거주하고 있으니, 황손 탄생 축하 선물을 보내 우호적인 신호를 전하자고 제안해보지만, 대답하지 않다가 나비에의 이름을 중얼거린다.

카를 후작이 나가고 난 후 혼자 남게 되자, 의자 등받이에 몸을 걸어 늘어지고 만다. 이혼하기 전 나비에와 매주 함께 하던 식사를 상기하며 나비에의 똑바로 쳐다보던 눈동자도, 화내던 얼굴조차도 그립다고 생각한다. 나비에의 아이는 어떤 얼굴일지, 나비에를 닮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다가, 알고 싶지도 않고 보고 싶지도 않다고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만나고 싶다고 모순적인 생각을 한다. 응접실로 나와 카를 후작을 불러서 산모에게 좋다는 물건을 다 모아서 트로비 공작부인에게 보내고, 자신이 주었단 이야기는 하지 말고 나비에에게 전해주라고 지시한다. 이후 침실로 돌아와 무릎에 머리를 뭍는다.

황후 후보자들의 명단과 초상화가 실린 책을 넘겨보지만 반 정도에서 덮어버린다. 카를 후작이 더 보라고 권함에도 더 봐서 뭐하려냐고 씹는다. 새로운 황후를 맞이해야한다는 말에 요즘은 카를 후작이 무슨 말을 하건 기껍지 않게 들리고, 르베티에게 그에 대해 들은 후론 그렇게 들린다며 짜증을 낸다. 어쩌면 셰를 때문에 그런걸지도 모른다며, 원래는 셰를을 궁전에 데려오면서 시간을 벌 수 있었는데 돌연 셰를이 계승권 포기 서약까지 하고 나가버렸다고 짜증을 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릴테앙 대공비가 항의했으나[289] 셰를 본인은 사람들 앞에서 선서까지 하고 갔다는 걸 상기해 이 사실을 안 릴테앙 대공 부부와 그 지지자들은 지금 몹시 화가 나서 잠이 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290]

결국 황후 후보자들의 명단과 초상화가 실린 책을 책상 끝으로 밀어버린다. 이에 대해 카를 후작이 '이렇게 해도 나비에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쌍둥이가 태어났다고 씹는다. 카를 후작은 싫으겠지만 나라를 위해서 결혼한다 생각하고 골라달라며, 현명하고 영민한 영애들은 많다고 설득함에도 아예 반응조차 보이지 않는다.

결국 카를 후작은 지쳐서 한숨을 쉬고서 책을 들고 나가버리고, 그제야 머리를 감싸고서 창문을 본다. 여전히 보이는 '붉은 아이'의 모습에 처음에 봤을 때는 놀라웠지만 창문에 붙어 있을 뿐 아무런 해악도 끼치지 않다는 것에 지금은 그저 보기 싫고 지겹다고 생각했고, 영 꺼림찍해서 참다못해 현재의 인격의 자신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내 눈에는 그런게 보이지 않는다'는 답장을 받은 것을 상기해 어째서 모든 기억을 가진 현재의 인격인 자신이 아닌 기억을 잃은 자신에게만 보이는 일인지 알 수 없다며 의문을 품는다.

환영을 무시하려하지만 이내 일어서서 창문으로 다가가면서도 내내 카를 후작과 귀족들의 결혼 요구에 시달렸기에 홧김에 한 행동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창문으로 가지만 환영이 사라지지 않는 것에 다가가면 바로 사라질 줄 알았다고 생각한 찰나 '붉은 아이'의 환영은 달아나지 않고서 입 모양을 뻐끔거리고, "정말로 다 내 탓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읽는다. 환영이 내뱉는 말을 읽으면서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긴 어렵지만 입 모양을 읽으면 이런 질문이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해석한거냐고 의문을 품는다.

그 순간 '붉은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눈물 방울을 따라 붉은 자국이 사라진다. '붉은 아이'는 다시 입 모양을 뻐끔거려 "정말로 다 내 탓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하고, 이번에도 같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이에 붉은 아이는 눈물을 흘려대고 그 모습을 보고서 소름돋는데 괴롭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 두통을 느끼게 된다. "황후는 동정심이란 게 없소?"라는 자신의 목소리에 이어 살려주세요라는 목소리와, 다리에 덫이 걸린채 울부짓던 라스타의 모습과 라스타와 만났을 때와, "그건 우리의 죄지 (라스타의) 죄가 아니잖아요", "폐하는 (라스타의) 구원자세요"라는 등의 라스타의 말을 기억해낸다. 귀를 막아 듣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책상 안쪽에 보관되는 소리와 (보고서를) 보관해두라는 말을 기억해낸다. 기겁해해 뒤로 물러나지만 "폐하께서는 라스타 양에게 가진 게 동정심뿐인가요?"라는 나비에의 말을 기억해낸다. 라스타의 이름이 거론된 것에 머리를 감싼 손을 풀고서 고개를 들어 환영을 본다.

그 순간 환영에게서 피가 씻겨나가면서 은발로 변하는 것을 목격한다. 하지만 입가와 머리카락에 엉겨붙은 피는 사라지지 않았고 아이의 모습인 것에 속으로 '저 사람이 라스타인거냐'고 생각하면서도 듣기론 성인의 모습이였다고 의문을 품는다. 긴가민가해 라스타의 이름을 부르며 창가로 달려가지만 라스타의 환영은 아래로 떨어지고, 놀라 창틀을 쥐고서 아래를 내려다보지만 라스타의 환영이 보이지 않는 것에 의문을 품는다.

그 순간 자신의 뒤에서 나비에의 환영이 나타나 차가운 목소리로 "그렇게 가엾다면서 노래를 부르시더니. 폐하의 손으로 죽이셨군요."라고 비웃으면서 자신의 악행에 대해 일갈한다. 다시 느낀 고통에 시달려 카를 후작을 부르지만 카를 후작이 달려오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환청인지 진짜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아니야 나비에. 그런게 아니야.", "동정심이 아니오.", "불쌍하지 않소?"라고 중얼거리다가 쓰러진다.

나뉘었던 인격이 합쳐지지만 그 부작용으로 가끔 환각을 보거나 허공을 보며 혼잣말을 하게 된다. 피르누 백작의 언급에 의하면 중간중간 갑자기 헛소리를 해대니, 이를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결국 일상생활이나 서류 업무엔 지장이 없지만 대외 업무인 알현과 외교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서 비서들 사이에서 대외 업무를 대신할 사람을 찾아야한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이젤 앞에서 붓을 쥐고서 밑그림을 그리려고 하지만 원하는 그림은 그리지 못해 붓을 내려놓고서 눈을 감는다. 고개를 들고 심호흡을 하면서 얼굴은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지는데, 그걸 그림으로 표현하려고 하면 수많은 얼굴들이 겹쳐져서 오히려 아무것도 그리지 못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비에가 르베티를 보낸 일에 대해 라스타의 첫째를 데려가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냐고 의문을 품는다. 물론 나비에가 싫어하는 건 라스타와 그 둘째인 글로리엠 뿐이였고, 라스타의 첫째인 안과는 거의 얽힌 적이 없다는 걸 상기한다. 굳이 안을 찾아내서 데려간 일에 대해선 의아해하지만 "어느새 자신과 나비에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만큼 멀어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또한 나비에를 버리고 되찾을 계획을 세웠을 당시의 자신은 세상 그 누구보다 나비에를 잘 안다고 확신했었는데 그 자만심은 이미 바닥에 떨어져 짓밟히고 으스러졌다고 생각한다.

이젤에서 일어나 "사람은 어쩌면 자신이 생각하는대로만 자신을 생각하게 되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함과 동시에 나비에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라스타의 일을 최대한 잘 처리했다고 생각했으나 속으로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제정신일 때는 자신이 라스타에게 죄책감이 있는지 없는지 구분조차 가질 않으니 그것도 우습다고 여긴다. 이따끔씩 정신이 가물가물해지거나 술에 취한 기분이 들고 몽롱해질 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때는 라스타에 대한 죄책감이 갑자기 부피를 키웠고, 라스타를 감싼답시고 "라스타가 불쌍하지 않냐"고 나비에를 타박했던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다는 걸 상기한다.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가 이성을 유지하기가 쉬운 건 오히려 지금 같은 때이고, 지금 나타나는 건 전부 다 환상이라는 걸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종을 흔들어 시종에게 이젤과 화구를 치우라고 지시한 시종이 나가자 책상 앞으로 가 서류를 펼친다. 업무를 하면서 차라리 일을 하고 있을 때가 나았으니,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서 머리를 비우겠다고 판단한다.

서대제국에 갔던 동대제국 대사로부터 동대제국과 서대제국이 동시에 월대륙 연합에서 탈퇴하자는 나비에의 제안을 보고받고 비서진들과 함께 토론한다. 한 비서는 '폐하께서 제대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나쁘지 않은 제안이고, 동대제국과 서대제국 이 모두 연합에서 탈퇴한다면 동대제국, 서대제국, 연합이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며 나비에의 제안에 동의하지만 자신의 건강 상태로 직면되고, 비서들은 자신의 눈치를 살핀다. 이에 대해 괜찮으니 계속 말하라며 자신의 상태는 잘 안다고 대답하고서 신경쓰지 말고 토론이나 진행하라고 지시한다. 자신도 스스로 종종 환청이나 환상에 휩쓸린다는 걸 알고 있고, 그 사실을 떠올리면 체면이 상하지만,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나라를 말아먹을 수 없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병을 당장 고칠 수 없다면 차라리 인정하고서 대안을 찾는 게 낫다고 판단한다.

이윽고 토론이 재개되고, '서대제국은 이미 동대제국을 노린 전적이 있으니, 이리를 피하려다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상황이 될 수 있기에 주의해야한다'는 반대의 의견과 '월대륙 연합은 서대제국에 손을 잡자는 제안을 했지만 사실 어느 쪽과 손을 잡아도 상관없을거고, 이미 동대제국에 먼저 손을 잡자고 제안했다'는 찬성의 의견이 엇갈린다. 한 비서는 카를 후작에게 서대제국과 손을 잡아선 안 된다고 생각하냐고 묻지만 카를 후작은 그렇기 때문에 월대륙 연합을 경계해야하고, 나비에의 말처럼 장기적으론 두 나라 모두 월대륙 연합의 목표일거라고 설명해 찬성의 의견을 낸다.

하지만 '월대륙 연합이나 서대제국이나 똑같은 승냥이들이지만, 마력 감소 현상에 대해 알아내려했던 월대륙 연합보다 실제로 그 방법을 알고 실행시키려했던 서대제국 쪽이 당연히 더 위험한데 그들과 손을 잡자는거냐'는 반대 의견에 이어 아예 '월대륙 연합과 손을 잡아 서대제국을 누르고, 비밀을 알아내기 전에 월대륙 연합을 치는 게 어떻냐'는 의견까지 나온다. 그러나 또다시 자신의 건강 상태로 직면되고, 비서들은 차마 '황제 폐하가 약간 미쳤다'는 말은 하지 못한 채 얼버무린다.

아무리 자신이 귀를 기울이고 의견을 들어도, 비서들이 열심히 의견을 내밀어도 결론을 내리고 보면 도돌이표가 되고, 결국 돌고돌아 자신의 건강 상태로 직면되는 현실에 눈을 감는다. 괜찮으니 마음대로 말하라고 권해도 비서들이 토론 내내 자신의 눈치를 살폈기에 한참을 고민한 후 서대제국에 제안은 받아들이겠다고 전하라고 지시함과 동시에 조건을 건다.

이후 에인젤의 언급에 의하면 신년제에 참가할 수 없다고 알렸다고 한다.

이후 나비에에게 답서를 보내는데 여기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동대제국과 서대제국이 동시에 월대륙 연합에서 탈퇴하자'는 나비에의 제안에 자신도 '월대륙 연합이 동시에 두 나라를 노리고 있다'는 나비에의 의견에 동의하며, 이 일로 월대륙 연합과 연합을 지지하는 나라들에게 경종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몸이 좋지 않아서 대외적인 활동을 하기 어려운 탓에 황제 대리가 필요하다고 조건을 걸었다. 물론 최종승인은 자신이 내리겠지만 그 과정에서의 일은 대리인이 대신해 처리할 것이고, 트로비 공작을 황제 대리[291]로 삼을 것이라고.

트로비 공작을 황제 대리로 삼은 이유에 대해 트로비 공작 외에 다른 방계 황족 4명은 한 명은 나이가 너무 많고, 다른 두 명은 다른 나라 왕족, 귀족과 결혼을 해서 그 나라에서 살고 있고, 나머지 한 명은 아예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동대제국의 관습조차 모른다고 설명한다. 이에 트로비 공작이 나비에는 서대제국 황족과 결혼했다고 반박하자 트로비 공작이 결혼한 건 아니라고 대꾸한다. 트로비 공작이 그건 그렇다고 수긍하는 듯 보이자 자신은 사적으로는 좋은 사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곁에 남아주었고, 동대제국 귀족으로서나 방계 황족으로서 늘 한결같은 충성심을 보여주었다며 트로비 공작의 충심을 칭찬한다. 그와 동시에 트로비 공작은 몇 번이고 자신을 떠날 기회가 있었다며 그간 트로비 공작가와 나비에에게 저지른 만행을 인정한다.

서랍에서 트로비 공작의 평판이 적힌 두루마리를 꺼내 펼치면서 막무가내로 결정한 게 아니라 비서들과 의논을 한 거고, 트로비 공작가의 영지민들의 평판, 가신들의 충성심, 그간의 행적들까지 파악한 결과 가문, 순서, 평판, 능력, 충성심 등 트로비 공작 외에 적임자가 없으며, 대신들도 트로비 공작과 나비에의 사이를 염려한 것 외에는 다들 동의했다고 설명한다. 이어서 하루동안 자신이 트로비 공작을 옆에 데리고 다녔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하루동안 옆에서 자신을 계속 지켜보았으니 지금 자신은 대외적인 활동을 할 처지가 아닌 상태임을 알 거라고 쐐기를 박는다.

여기서 소비에슈가 트로비 공작을 황제 대리로 내세운 이유가 드러난다. 소비에슈는 젊으니 상태가 호전되면 다시 결혼을 해서 후사를 보면 되고, 그러면 황실은 문제가 없어지니 트로비 공작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만약 소비에슈의 상태가 호전되지 못하거나 결혼을 해도 후사를 보지 못할 경우, 차기 황제는 트로비 공작가에서 나오게 되는 것. 물론 소비에슈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트로비 공작은 당연히 황제가 될 수 없기에 제외되었고, 나비에 역시 서대제국 황후이니 제외되었으며, 코샤르는 소비에슈와 동년배이니 릴테앙 대공과 비슷한 이유로 제외되었기 때문에, 코샤르나 나비에의 자식들에게 후계권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실상 나비에의 쌍둥이 자식들인 카이사와 라르스가 현재 동대제국의 유력한 황위계승권자인 셈. 즉, 트로비 공작을 황제 대리로 내세워 입지를 다지게 해 나비에의 쌍둥이 자식들 중 한 명에게 황위를 계승시키겠다는 목적이였다.[292] 이후 트로비 공작을 황제 대리로 내세운다.

트로비 공작으로부터 나비에가 제안한 제국 연합에 대해 전해듣고 괜찮겠다고 수긍한다. 두 강대국이 의견을 조율해 나가려면 앞으로 좀 시끄럽겠지만 서대제국에는 나비에가, 동대제국에는 트로비 공작이 있으니 잘 맞춰나갈 수 있을 것이고, 당장은 골치 아프겠지만 제대로 합의가 이루어지면 장기적으로 좋을 것이라고 납득한다.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카를 후작은 그러면 연합에는 동대제국 서대제국만 들어가는거냐고 질문하고, 트로비 공작은 나비에 말로는 화이트 몬드 측에서도 연합에 들어오고 싶어한다고 전한다. 카를 후작이 그렇다면 새 연합을 출범시키기 전에 다른 나라들 쪽에도 새 연합에 들어올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는 게 낫지 않겠냐고 질문하자, 품 안의 적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법이니 그 부분은 좀 더 생각해보자고 반박한다.

의견이 마무리지어진 후 시선을 허공에 돌리며 나비에의 아이들에 대해 물으면서도 아이들 중 하나가 나비에를 많이 닮았다고 들었다고 중얼거린다. 트로비 공작이 본인도 아직 나비에의 아이들을 보지 못해서 잘 모른다고 대답하자 못 봤냐고 묻는다. 트로비 공작윽 서대제국으로 가던 도중 불려왔다고 설명하고, 딸 하나 아들 하나인거냐고 묻자마자 나비에를 닮았으면 영리할거라고 힘없이 말한다. 트로비 공작으로부터 나비에를 닮았으면 사고도 치지 않고 아주 사랑스러울거라는 말을 듣는다.

이후 언급된 바에 의하면 제국 연합의 발표에 대해 동대제국 측에서 '소비에슈 황제께서 멀리 갈 수 없는 상태이니 양해를 구한다'고 서대제국에 요청했다고 한다. 덕분에 나비에와 하인리는 라르스와 카이사, 서대제국의 대신들 몇 명을 동행하고 직접 동대제국에 오게 된다.

카이사 라르스 남매를 안고 있는 나비에를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몰래 빠져나와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걸어간다. 그제서야 모자를 벗고서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다. 본인과 닮은 아기를 안고 행복해하던 나비에를 떠올리며 자신이 그토록 원했고 꿈꿔왔던 광경에 '하인리 황제가 죽도록 밉다'고 하인리를 원망하다가도,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리다가 울음을 터트린다. 언젠간 이 상처도 아물 날이 오겠냐며, 언젠가는 나비에를 생각할 때 '너는 잘 사니 그걸로 다행이야'라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겠냐고 한탄하면서도 나비에가 잘 사는 것에 대해 '너는 잘 살고 행복해서 다행이다'라고 안도한다. 울음을 멈추지 않은채 제발 시간을 돌리고 싶다고 절규한다.

제국 연합의 발표를 축하하는 연회에 참석하지 않는다. 카를 후작의 언급에 의하면 몰래 나비에 일행을 구경하러 갔다 온 후로 상태가 더 심해졌다고.

분수대에서 라르스를 안고 있는 나비에와 마주치게 된다. 이 상황에 당황해한 나비에는 자신을 쳐다보고, 자신도 나비에를 쳐다본다. 잠시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다가 나비에와 라르스를 번갈아 바라보다 입술을 깨문다. 나비에는 먼저 질문하지만 자신도 동시에 질문하게 되고, 동시에 입을 다문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많이 괜찮아졌다며 먼저 대답한다. 나비에가 자신이 들은 상태와는 좀 다르다고 말하자 괜찮은 걸로 하자며, 그 편이 서로 신경쓰지 않을거라고 대답한다. 이 말에 나비에는 그래도 기억이 돌아와 다행이라고 말을 걸고서 라르스를 올려 안는다. 나비에의 말에 순간 흠칫해 '그걸 어떻게 알았어?'라는 표정으로 나비에를 쳐다본다. 나비에가 말투라고 대답하자 쓰게 웃으며 "서대제국의 황녀는 내가 사랑한 여자와 닮았군. 그 아이에겐 늘 웃을 일만 가득하기를."라고 말하며 라르스를 축복해준다.

나비에는 자신을 힐긋거리는 라르스를 안고서 돌아선다. 더 있다가 가라고 권함과 동시에 자리는 자신이 피해주겠다며, 자신은 언제든 분수대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말에 나비에가 납득해 고개를 끄덕이자, 바로 자리를 피해준다.

트로비 공작에게 나비에의 편지[293]를 받는다. 의아해하지만 편지 봉투에서 편지를 꺼내 읽는다. 편지를 다 읽은 후 한참동안 허공을 바라보다 밖으로 나가 분수대로 걸어간다.

분수대를 바라보며 뒷짐을 쥐고 눈을 감는다. 그제서야 자신의 오만자신이 나라를 통치하듯 나비에의 인생까지 통치할 수는 없다는 사실, 이혼을 요청했을 때부터 나비에를 되찾을 길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여기서 소비에슈는 이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미련을 놓치 못했다[294]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와 동시에 놓지 못한 미련으로 제 살을 갉아먹었다는 걸 인정하며, 후회한답시고 더욱 후회할 일을 만들어갔지만, 그래서는 안 됐다고 자책한다.

자신을 걱정해 따라온 카를 후작이 자신을 부르자, 돌아보지 않은채 분수대에 시선을 고정하며 자신이 멍청했다는 사실과, 나비에를 되찾을 길은 예전에 사라졌지만 상황을 이렇게 악화시키지 않을 기회는 계속 있었는데, 일 년 전부터 늘 최악의 선택지만 고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함과 동시에 마침내 나비에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완전히 버린다. 돌아서며 이 사실에 절망하진 않겠다고 선언함과 동시에 그것 역시 최악의 선택지일거라고 말한다. 아무리 후회하고 후회해도 이 후회를 버릴 수 없다면 안고서 앞으로 나아가야하며, 그래야 훗날에는 이 순간을 떠올리고서 후회하지 않을거라고 다짐하며 걸음을 내딛는다.

3. 외전

3.1. 알레이시아와의 악연

선대 황후의 초상화를 바라보다가 과거 시점의 환상을 본다. 사람들에게 동정받는 선대 황후와 오시스 3세의 정부인 소피아 백작부인, 알레이시아의 모습을 보며 이를 간다. 직후 과거를 회상한다.

이 회상에서 소비에슈와 알레이시아의 악연, 알레이시아가 동대제국에서 추방당한 이유가 밝혀지게 된다. 소비에슈는 과거 아버지 오시스 3세와 그의 수많은 정부들로 인해, 어머니인 동대제국의 선대 황후가 마음고생을 하는 걸 보며 아버지와 그 정부들을 혐오했다. 알레이시아의 경우에도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오시스 3세가 알레이시아를 안고 알레이시아의 방으로 데려갔기에 알레이시아 역시 혐오했다.[295] 여기서 라스타 사후 에르기와의 독대 당시 소비에슈의 회상에서 나온 '폐하의 품은 다정하네요'라는 말은 알레이시아가 중얼거린 말임이 밝혀진다. 당시 소비에슈는 남편의 불륜에 슬퍼하는 선대 황후에게 울지 말라고 위로하면서도 자신이 황제가 되면 아버지를 포함한 어머니를 아프게 하는 모든 사람들을 전부 다 용서하지 않을거고, 자신이 즉위하면 아버지의 정부들을 감옥에 가둬놓고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하겠다고 어머니에게 약속하면서 오시스 3세의 정부들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다.[296][297]

그러나 알레이시아는 소비에슈가 선대 황후를 위로하면서도 오시스 3세의 정부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말을 엿듣고, 되려 불만을 품어 적반하장격으로 소비에슈에게 따지기 위해 다가가려 한다. 하지만 선대 황후가 그 이상 다가오면 위협으로 간주하고 감옥에 가두겠다며 알레이시아의 접근을 막아버리고, 소비에슈 역시 그런 알레이시아를 혐오스럽게 쳐다보다가 꼴도 보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돌려버린다. 이에 알레이시아는 소비에슈와 선대 황후에게 한방 먹인답시고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소비에슈에게 "예쁜 황태자님, 내가 네 동생을 만들어줄게."라는 악담을 지껄였다. 이 말을 들은 소비에슈는 미쳤냐는 듯한 눈으로 알레이시아를 보며 어이없어했다.[298] 또한 알레이시아는 선대 황후에게까지 "그거 아세요, 황후 폐하? 어린 아이는 빨리 죽는대요.", "황제 폐하께도 황태자 전하의 동생이 서넛쯤 더 있는 게 좋을거예요."라는 폭언을 지껄인다. 이렇게 알레이시아는 오시스 3세의 총애만 믿고 황제의 일개 정부 신분으로 감히 황태자인 소비에슈와 소비에슈의 모후인 선대 황후를 능멸하는 황실능멸죄를 저지른다!!!

이 사건 다음 날 소비에슈는 오시스 3세에게 알레이시아의 방을 가리키며, 울면서 "저 여자예요! 저 여자가 어머니에게 낙태약이 든 쿠키를 선물했어요! 실수로 제가 그걸 먹었어요, 아버지."라고 거짓말을 했다. 이로 인해 알레이시아는 낙태약 쿠키 사건의 누명을 쓰고 오시스 3세에게 버림받은채 동대제국에서 추방당하게 된 것.

3.2. 나비에의 실종 소식을 듣다

회상을 마친다. 자신을 부른 카를 후작은 환상을 봤냐고 질문한다. 잠시 봤지만 불쾌했다고 대답한다. 이 시간에 웬일이냐고 질문하지만 좋지 못한 소식이라는 말에 되묻는다. 시계를 본 후 침실로 돌아가려던 찰나 나비에의 실종 소식을 듣게 된다.

이후 한참동안 언급되지 않다가, 서대제국에 갔던 에벨리가 동대제국으로 돌아가면서 근황이 언급되었는데, 환상을 보다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고 한다.

서대제국에서 휴가를 보낸 에벨리는 두 손을 모으고서 공손하게 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이런 말씀을 드려서 죄송하다고 말하려한다. 에벨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다녀오라고 대답한다. 이에 에벨리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다고 중얼거린다. 나비에로부터 받은 편지[299]를 에벨리에게 보여준다. 이미 나비에로부터 편지를 받은 에벨리는 그제야 자신이 같은 편지를 받았다는 걸 알아챈다. 에벨리는 정말 다녀와도 괜찮겠냐며,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모른다고 묻는다. 무표정으로 "다녀오라. 계단 근처엔 안 가고 있을테니."라고 대꾸한다.

정원에서 서럽게 울고 있는 에벨리에게 다가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에벨리를 내려다본다. 에벨리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주먹으로 가슴을 내려치면서, "여기가. 심장 아래가 너무 아파요. 비수로 찌르는 거 같아요. 폐하는 어떻게, 어떻게 견디셨어요?"라고 묻는다. 이에 씁쓸하게 웃는다. 그저 에벨리가 서럽게 울고 있길래 온 것 뿐인데, 뜬금없이 저렇게 말하니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렵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마 소중한 누군가를 잃어버린 모양이고, 거기에 자신의 선택이 나쁘게 개입한 것이라고 짐작한다. 에벨리에게 손수건을 건내주며, 자신도 어떻게 견디고 있었던거냐고 생각한다.

3.3. 후사를 포기하다

에벨리가 서럽게 울고 있던 정원을 내려다보다가 트로비 공작에게 자신은 아마 자식 보기 힘들거라고 말하며 후사를 보는 것을 포기한다. 이에 카를 후작이 나서서 자신은 아직 젊은데 왜 그런 말을 하냐고 묻는다. 자신 때문에 " 황후가 울면서 떠나갔는데 같은 일은 반복하지 싶지 않다" 라며 그간 나비에와 라스타에게 저지른 짓을 인정한다. 게다가 환각까지 보고 있다고 중얼거린다. 이에 카를 후작은 그래도 단정하기엔 자신은 너무 젊다고 말한다. 새 황후를 들여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글로리엠이 눈에 밟혀서 견딜 자신이 없다며, 글로리엠에 대한 죄책감을 내비친다.

결국 후사를 보는 것 자체를 완전히 포기하고, 방계 황족에 해당되는 나비에의 자식 둘 중 한 명에게 황위를 계승할 뜻을 드러낸다. 이에 트로비 공작마저 놀라 반문하려하지만 고개를 저으며 공식적인 발표는 아니니 벌써 소란 부리지 말라며, 남들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말린다. 그러면서도 사람 일은 모르니 확신할 수도 없고 카이사, 라르스 남매가 황위 계승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서 하인리의 후계자가 되지 않은 아이에게도 제왕학 교육을 시켜두라고 지시한다.

3.4. 보석을 준비하다

이후 언급된 바에 의하면 트로비 공작부부를 통해 카이사와 라르스에게 동대제국의 후계자 자리에 관심이 있는지 물어봐달라고 나비에에게 계속 요청했다고 한다. 또한 주기적으로 카이사, 라르스의 생일 연회를 열었다고 한다. 세월이 흐른 후에는 직접 서신을 보냈으며, 생일 선물로 세상에서 가장 비싼 보석 한 쌍을 준비했으나, 보석을 도둑맞았다고 한다. 이에 상시천 천주 켈트렉에게 보석을 회수해달라는 의뢰를 했다고.

켈트렉은 보석을 회수한 후 동대제국으로 오고, 그와 동행한 모테는 황궁 입구에서 검문을 하던 경비가 수상한 짓을 하는 걸 목격해 추격하지만, 기사들에게 도둑으로 오해받게 된다. 이를 보고 무슨 일이냐며 기사들을 타박한다. 자신이 동대제국의 황제임을 알게 된 모테는, 자신의 명령으로 보석을 운반한 켈트렉과 동행했다고 설명한다. 그 말을 알아듣고 모테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기사에게 눈짓을 한다. 기사는 모테를 놓고 얼른 물러나고, 모테는 진짜 도둑이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목격한 걸 설명함과 동시에 정확히는 보지 못했지만 자신이 카이사, 라르스 남매의 생일 선물로 준비한 보석일거라고 설명한다. 이에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잠시 후 기사들은 주머니를 가지고 와 건네준다. 주머니에서 보석을 빼내 살펴보다가 다시 보석을 주머니 안에 넣고 묶은 후 모테가 목격한 게 맞다고 말한 후, 보석을 훔친 도둑에 대해 묻는다. 모테는 황궁 입구에서 마차를 검문하던 두 경비들 중 한 명이였고 키가 좀 더 큰 쪽이였다고 설명한다. 이름과 주소를 묻는 자신에게 모테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샐비어 여관에서 머무르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때, 소란을 듣고 온 라르스는 자신과 모테를 번갈아보며 소란이 났는데 무슨 일인거냐고 묻는다. 자신이 방해가 된 거냐고 묻고서 생일 선물로 준비한 보석에 문제가 생겼으나, 일이 해결되었다고 설명한다. 카이사와 함께 식사를 하자며 재촉하는 라르스를 데리고 간다.

이후 자신을 만나러 온 켈트렉에게 모테와 함께 온 것이냐고 추궁하고서 검문을 하던 경비들 중 한 명이 보석을 훔쳐 황궁 안 어느 나무 아래에 묻었고, 모테가 이를 목격했다고 사정을 설명하며 도중 '저주 걸린 보석'으로 바꿔치기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식사를 마친 후 라르스는 방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빛의 야시장[300]에 가자고 재촉한다. 한 발 늦게 식당에서 나와 카이사와 라르스를 보며 똑똑하고 영리한 아이들이니 둘 중 누가 동대제국의 황제가 되어도 안심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흐뭇해하면서도, 릴테앙 대공의 차남인 레일에 대해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완벽한 폭정의 씨앗'이라고 중얼거린다.[301] 카이사와 라르스 남매가 동대제국에 왔는데 트로비 공작이 보이지 않는다고 묻는다. 어렵게 구한 생일 선물이 운반 도중에 깨지는 바람에 전날부터 보이지 않고 있다는 말에 황당해하며 고작 어린 아이들의 생일 선물이라고 중얼거린다. 그 때 카를 후작으로부터 베르디 자작부인이 은발의 아이를 수도로 데리고 왔다는 소식을 전해듣는다.

3.5. 시시를 만나다

베르디 자작부인에게 편지를 보내 '은발의 아이를 찾아서 데리고 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한 번만 얼굴을 보여줄 수는 없겠냐'는 부탁을 한다. 이후 베르디 자작부인은 황궁으로 시시를 데리고 오고, 시시를 보고 놀란다. 자신의 반응에 친아버지가 맞다고 생각한 시시는 자신을 '아버지' 라고 부르며 끌어안는다. 시시를 '내 딸'이라고 부르며 살아 있었냐고 묻는다.

3.6. 모테를 만나다

이후 시시는 친구인 모테를 황궁으로 데리고 오고, 모자를 눌러써 얼굴을 가리고 있는 모테의 모습에 의아해해 왜 저렇게 얼굴을 가리고 있는거냐며, 혹시 수상하거나 위험한 사람이냐고 묻는다. 시시가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하라고 말해서야 모테는 모자를 벗고, 모테의 맨 얼굴을 목격한다. 라스타를 빼다박은 외모를 본 순간 글로리엠이라고 여겼으나, 남장을 한 모테를 보고 안이 떠올라 모테에게 나이를 묻는다. 모테는 자긴 16살이라고 주장하고, 이에 안이라고 착각한다. 모테는 또래의 소년들보다 체구와 키가 작지만, 그건 제대로 못 먹고 자라서 그런 것이라고 애써 납득해 시시와 모테를 바라본다. 여기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소비에슈는 이미 베르디 자작부인으로부터 편지를 받아 '시시가 글로리엠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시가 글로리엠일 수도 있다고 여겨서 그것만으로도 시시에게 잘 대해주었다고.

모테의 맨 얼굴을 보고 나서야 시시가 글로리엠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어 허망해한다. 시시는 모테에게 자기가 공주였다는 게 놀랐을 거라고 말하고, 이를 들으며 눈을 감고 손으로 눈가를 가리고서 정말로 시시가 글로리엠이 아니라면 울 것 같다며 절규한다.

시시와 놀아주던 중, 카이사가 찾아오자 편하게 부르라고 말했으나, 카이사는 동대제국의 황제인데 어떻게 편하게 부르겠냐고 지적한다. 하인리를 빼닮은 외모로, 나비에의 말투를 쓰는 모습에 '하인리가 낳아서 나비에가 키웠다' 라고 생각한다. 하인에게 신호를 보내 내보낸 후, 카이사로부터 호위를 따돌리고 라르스와 빛의 야시장에 갔다가 암살당할 뻔했으며, 암살 미수 사건의 배후가 릴테앙 대공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3.7. 릴테앙 대공의 악행

카이사가 돌아가자마자 릴테앙 대공을 부른다. 릴테앙 대공도 찔리는 게 있어서인지 소비에슈에게 공손히 인사를 올린다. 반역에 가까운 짓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잘도 웃고 있는 릴테앙 대공의 모습을 보며 약 10년 전 서대제국에서의 수감으로 건강이 매우 악화되었고, 현재까지도 회복되지 못한 릴테앙 대공이 사고를 안 칠거라고 여겼다며 이마를 구기고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낸다. 이내 릴테앙 대공에게 "셰를을 봐서 지금은 넘어가주겠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수상한 기색이 보일 시, 셰를과 레일, 릴테앙 대공 본인, 릴테앙 대공비, 네 명 모두 각기 다른 나라로 찢어 보낼 수 있단 걸 기억해두게." 라고 경고한다. 이에 릴테앙 대공은 긴 설명이 없는 소비에슈의 경고에 웃는 얼굴 아래로,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하하, 대체 무슨 말씀이시진 신은 잘..." 라고 말하며 발뺌한다. 이에 그만 가보라며 릴테앙 대공에게 그대로 축객령을 내린다. 릴테앙 대공은 분에 차 소비에슈를 노려보지만 여전히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는 그를[302] 매우 유약해진 자신이 이기기엔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결국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으나, 폐하의 조언은 마음에 깊이 명심하겠습니다."라고 끝까지 발뺌하며 나간다.

여기서 소비에슈가 외교적 결례에 이어 반역죄까지 저지른 릴테앙 대공 일가를[303] 여태껏 살려둔 이유가 나오는데, 릴테앙 대공과 레일이 계속 스스로 자기 평판을 깎아먹어야지만 카이사나 라르스를 후계자로 삼는데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소비에슈의 의중이 카이사와 라르스에게 기울었다고 해도 핏줄만 따지자면 셰를과 레일이 계승 순위에서 우선인 건 사실이기에[304], 소비에슈가 릴테앙 대공 일가를 쳐낸다면 사람들은 "서대제국의 황자와 황녀를 후계자로 삼고 싶어서 괜히 삼촌과 조카를 쳐버린 게 아니냐"라고 수군거릴 지도 모른다고 한다. 소비에슈도 레일이 저지르는 온갖 만행에 대해 기가 막혀하면서도 정작 레일이 그렇게 패악을 부리면서 스스로의 평판을 깍아내리고 있는 터라, 카이사나 라르스가 잡음없이 후계자가 되려면 릴테앙 대공 일가가 무사히 살아있어 끊임없이 나쁜 비교 대상이 되어주어야 하기에 그들을 가만히 두고 있었다. 물론 릴테앙 대공은 차남 레일이 카이사와 라르스에게 있어 나쁜 대조군이 될 수록 황위계승에서 멀어진다는 것도 모를만큼 멍청했지만, 적어도 자신들을 건드릴 경우 카이사와 라르스에게도 불똥이 튈 거란 것 정도는 눈치챌만큼 머리를 굴릴 줄 아는 사람이기에 대놓고 뻔뻔하게 나온 것.

이에 카이사나 라르스가 황위에 오른 후에도 당분간은 릴테앙 대공 일가를 안고 가며 여론을 잡는 게 낫다고 판단한다. 또한 라르스가 동대제국의 황위계승자로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순한 양처럼 굴고 뒤에서는 칼을 갈던 라르스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비에의 탈을 쓴 하인리' 라고 여기고 씁쓸하게 웃는다. 이내 과거 요람에 누워 방긋방긋 웃어대던 글로리엠이 떠올라 속으로 "내 딸, 제발 어디서든, 어디에서든 행복하기만 해라. 너만 행복하다면 아버지는 평생 널 그리워하다 죽어가도 좋다. 내 그리움이 네 행복에 양분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다." 라며 절규하고 만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릴테앙 대공은 카이사와 라르스의 생일 연회 날에 연회장을 빠져나간 카이사를 기다리는 라르스에게 "이런, 우리 황녀님 아니십니까!"라고 소리치며 다가가더니 셰를과 레일을 데려와 라르스에게 소개시켜준다. 이런 릴테앙 대공의 행태에 라르스도 처음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릴테앙 대공의 인사를 형식적으로나마 받아줬으나, 그가 뻔뻔스럽게도 자신에게 아들들을 소개하기까지 하자 미소를 유지하기 힘들어한다. 불과 얼마 전에 자신의 오빠인 카이사에게 암살자를 보내 놓고서, 이번에는 자기 앞에 아들들을 들이밀다니 어떻게 이리 속이 빤히 보이냐며 릴테앙 대공을 경멸한다. 심지어 아들 레일마저 라르스에게 "오랜만에 뵙습니다, 황녀. 하지만 앞으론 좀 더 자주 오도록 해요. 우리 둘이 결혼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지금부터라도 서로에게 익숙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라고 친밀한 척 건방진 말을 내뱉으며, 벌써부터 본인과 라르스의 결혼이 확정된 것처럼 오만방자하게 행동한다.[305]

결국 억지로 표정관리를 하던 라르스도 이 말에 폭발해서 완전히 정색한 채로, 레일에게 "유감이지만 레일. 난 눈이 높아." 라고 일갈한다. 대놓고 모욕하는 라르스의 말에 레일이 표정을 굳히자, 그의 옆구리를 찌르며 재수없어도 표정관리를 하라고 소리 없이 지시한다. 하지만 거만한 레일은 자신보다 더 거만한 상대에게 저런 모욕을 듣는 걸 감당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떤다. 그 모습에 라르스는 화사하게 웃으며 "눈이 높다는 게 화내는 걸 보니, 너도 아나 보구나. 네가 내 눈에 안 찬다는 걸. 넌 높은 곳만 바라보고 분수를 잘 아니, 별 관측 학자가 적성이네."라고 대놓고 비꼬고, 이에 레일은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어 "이... 야!"라고 소리치며 황녀인 라르스에게 반말을 하는 지경에 이른다.

릴테앙 대공은 셰를과 레일을 데리고 얼른 자리를 피했으나 본인도 정신을 못 차리고 "젠장, 저 재수 없는 건 볼 때마다 하인리 황제 그놈이 생각나."라고 내뱉으며, 서대제국의 황녀인 라르스를 재수 없다고 비하하는 건 물론 황제인 하인리까지 "그 놈"이라고 지칭하며 모욕한다.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레일이 "아버지, 저 못된 애가 저더러..."라고 투정을 부리자 이를 달랜답시고, 아들에게 "뚝! 울지마! 사람들 앞에서 울지 마라! 황제는 우는 거 아니다!"라는 거의 반역이나 다름없는 발언을 내뱉는 건 덤.[306]

하지만 레일은 말을 하다 말고서 울먹거리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별 관측은 대단히 머리가 좋아야 할 수 있는 연구이니, 그 사이에 끼워 넣은 뉘앙스가 나쁠 뿐 남들이 들으면 욕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답시고 "황녀가 저더러 똑똑하다고 칭찬한 건가요?"라고 묻는다. 이에 기가 막혀서 입을 벌리고 씩씩거리며 "이... 이 머리 나쁜 놈! 학자는 무슨! 넌 깡통이야!"라고 소리친다. 이에 레일이 아버지가 자기더러 깡통이라고 했다며 울자, 창피하니 울지 말라고 호통을 친다. 그 난리를 보던 릴테앙 대공의 장남 셰를마저 부끄러워져서 자리를 피한다.

베란다 난관에서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며 가관도 아니라고 비웃는다. 또한 라르스의 부모인 나비에와 하인리도 릴테앙 대공의 계획을 절대로 허락할 리가 없다고 여긴다.[307] 카이사와 라르스 남매를 보기 위해 연회에 참석했으나, 나비에를 배신한 일 때문인지 카이사, 라르스 남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베르디 자작부인을 목격한다. 베르디 자작부인을 불러서 몇 달 전, 안을 보러 림웰 영지로 간 일을 언급하며, 안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묻는다. 베르디 자작부인은 안이 알렌의 얼굴을 닮아가고 있고, 림웰 자작이 된 르베티가 신분을 사주어서 평민이 되었다고 알려준다. 그제서야 모테가 "글로리엠"이였다는 진실을 알게 된다.

모테가 글로리엠이였다는 진실에 충격을 받는다. 옆에 있던 근위 기사단장은 자신을 걱정해 부축해주려하고, 이를 만류한채 베르디 자작부인에게 빨리 시시를 데려오라고 명령하며 오로레오를 동행시킨다.

한참 후 베르디 자작부인은 시시를 데리고 온다. 이에 다짜고짜 시시에게 모테가 정말로 남자가 맞는거냐며, 두 눈으로 남자라는 게 확실한 증거를 확인한거냐고 묻는다. 그 말에 시시는 아무리 소꿉친구라도 그런 걸 확인하는 건 좀 그렇다며 부끄러워하고, 이에 수긍해 목욕이라도 같이 하지 않는 이상 알몸을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시시는 모테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냐고 묻는다. 모테가 보석을 되찾아준 아이임을 알아채 시시에게 상시천에서 자랐냐고 묻는다. 이 말에 곤혹스러워하던 시시는 상시천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시인한다.

3.8. 모테의 정체를 알게되다

시시가 돌아가자마자 근위기사단장에게 빨리 켈트렉을 데려오라고 지시한다. 켈트렉을 부르자마자 다짜고짜 모테가 여자였냐고 묻는다. 자신이 울고 있는 걸 본 켈트렉은 당황해하다가 모테는 남자라고 거짓말을 하며, 보석을 찾아준 일을 치하할 때 모테를 두고와서 그런거냐고 묻는다. 켈트렉이 거짓말을 한 걸 간파해 이미 시시에게서 모테가 여자라는 사실을 들었는데 거짓말을 자연스럽게 한다고 빈정거린다. 그제서야 황제 기만죄를 저지른 걸 안 켈트렉은 두려움에 떤다.[308] 그런 켈트렉의 반응을 보고 속으로 두 번이나 딸을 만났는데도 전부 놓쳤다고 허망해한다. 그때 켈트렉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용기있게 모테를 잡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한다. 위압적으로 켈트렉을 내려다보았으나, 켈트렉은 모테가 먼저 진실을 알고 떠났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 말에 놀라서 진실을 알면서도 떠난거냐고 반문한다. 켈트렉은 모테의 친부도 양부도 아니라서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모테를 위해서라면 모른 척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이에 켈트렉의 말이 맞다며 모테의 친부도 양부도 아닌 켈트렉이 나설 일이 아니라고 받아치고서, 물어볼 건 다 물어봤으니 가도 좋다고 말한다. 이에 켈트렉이 비틀거리며 일어서자 당분간은 동대제국에 남아있었으면 한다며 때가 되면 떠나도 좋다고 당부한다.

켈트렉이 떠난 후, 사람을 시켜 켈트렉을 잘 지켜보며 동대제국 수도를 떠나지 못하게 하라고 당부하면서도 숨어서 지켜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옆에서 모든 사실을 들었던 근위 기사단장은 자신을 걱정해 정말로 글로리엠을 찾아가려는거냐고 묻는다. 한 번만 웃는 얼굴을 제대로 보고 싶다며, 자신의 곁에 올 수 없더라도 멀리서라도 잘 살게 돕고 싶다고 절규한다.

모테를 안이라고 착각했을 때부터 이미 모테에게 은밀히 사람을 붙여두었기에 옷을 갈아입고 모테를 뒤쫓아가 림웰 영지 근처의 사냥터에서 재회한다. 그러나 말이 덫에 걸리는 바람에 튕겨나가면서 본인도 덫에 걸리고 만다. 비명을 지르고 있던 중, 덫에 걸린 채로 모테와 시선을 마주하게 된다.[309]

부녀상봉을 한 것에 모테를 "글로리엠"이라고 부르고 싶어했으나, 모테 본인이 모든 진실을 알면서도 묻기를 원했다는 켈트렉의 말이 떠올라 "모테"라고 부르고 만다. 이에 슬퍼져서 연거푸 "모테"라고 부른다.

3.9. 모테와 이별하다

모테가 멀어지려고 하자 도둑맞은 보석을 찾아준 것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둘러대고서 흙을 움켜쥐며 억지로 눈물을 참으려했으나, 결국 참지 못하고 만다. 모테가 겨우 그런 걸로 인사를 하러 오지 않아도 된다고 대꾸하자, 정말로 소중한 보석이였다고 말한다. 다행이라고 말한 모테가 눈물을 보이자 울지 말라고 위로한다. 결국, 자신이 모테의 아버지라는 말을 못하고, 모테를 보내주게 된다.(그러나 모테도 소비에슈가 아버지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모테가 완전히 멀어지고 나서야, 모테를 "글로리엠"이라고 부른다. 뒤늦게 기사들을 대동하고 달려온 근위 기사단장은 기겁해해 다리에서 덫을 빼낸 후 자신을 부축하고, 기사들은 근처의 성으로 가서 에벨리에게 치료를 받으라고 권한다. 모테가 멀어졌던 방향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서 오로레오에게 모테가 간 곳을 가리키며 모테를 은밀히 뒤쫒는 걸 최우선으로 하되, 모테를 만날 때까지는 보고를 할 필요 없으니, 모테가 사는 곳을 파악한 후에는 어떻게 사는지, 뭘 하는지, 사는데 부족한 것 등을 철저하게 분석한 후 자신에게 알리라고 지시함과 동시에 이 일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야한다고 당부한다.

3.10. 시시가 떠나다

에벨리에게 치료를 받고 황궁으로 돌아온 후로, 며칠 내내 방에 틀어박히며 모테와 만났던 정원에만 나간다. 모테가 글로리엠이였다는 걸 알아보지 못한 것을 마음 아파한다. 그러던 중 기사에게서 베르디 자작부인이 자신을 찾아왔다고 전해듣는다. 바쁘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했으나, 그녀가 몹시 다급해보였다는 말에 의아해하면서도 이를 허락한다.

베르디 자작부인에게서 시시가 가출을 했다는 말을 전해듣게 된다. 베르디 자작부인은 원망하듯 혹시 자신이 시시를 데려간거냐고 추궁한다. 이에 자신이 왜 그러겠냐고 반문하며 황당해했으나, 문득 시시가 말없이 베르디 자작부인의 저택을 나갔을거라는 걸 알아챈다. 베르디 자작부인으로부터 시시가 편지로 '상황이 맞는 것 같아서 내가 공주라고 생각했는데, 황제 폐하의 반응을 보고서야 나는 공주가 아니란 걸 알았다' 라고 남겨놓고 갔다는 사실을 전해듣는다.

그 후 기사들을 풀어 시시를 찾게 하는 걸 돕던 중, 시시로 추정되는 아이가 릴테앙 대공의 마차가 물웅덩이에 미끄러지면서 충돌 사고가 났고 릴테앙 대공의 저택으로 실려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릴테앙 대공이 한 짓임을 알아채 곧바로 릴테앙 대공의 저택에 기사들을 보내 시시를 찾아오라고 지시한다. 릴테앙 대공이 순순히 시시를 보내주면서 시시와 다시 만나게 되었으나, 시시는 이전과는 다르게 어색하고 힘없이 인사한다. 그렇게 어색하게 대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으나 시시는 힘없이 웃기만 한다. 친부모를 찾고 싶어했으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시시를 어떻게 해주어야할지 짐작할 수가 없다고 여긴다. 시시는 괜히 헷갈리게 해서 죄송하다며, 곧 진짜로 글로리엠을 찾을거라고 말하고서 릴테앙 대공이 글로리엠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에 놀라서 린테앙 대공이 누굴 찾는다는거냐고 반문한다. 시시는 이를 알아채고 릴테앙 대공이 모테를 찾으면 안 되는거냐고 묻는다. 그 말을 듣자마자 생일 연회에서 릴테앙 대공과 레일이 라르스에게 접근하던 걸 떠올려 릴테앙 대공이 본인을 무시하는 라르스가 아닌, 글로리엠인 모테를 결혼시키려고 한다는 걸 알아챈다. 시시에게 알려줘서 고맙다고 말하며 등을 두드려주고는 마차에 태워 베르디 자작부인에게로 보낸다.

시시를 보내자마자 릴테앙 대공을 소환한다. 레일이 모테와 결혼시킬만한 인물이 아니란 것도 문제지만, 모테는 공주로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게 더 문제라고 여긴다. 그래서 자신조차도 사냥터에서 모테를 붙잡지 못하고 보내야했는데, 정작 릴테앙 대공이 레일과 결혼을 시킬 목적으로 모테를 찾고 있다며 분노한다. 릴테앙 대공은 모테가 글로리엠이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릴 것이 뻔하기에 말려야한다고 판단한다.

3.11. 공주를 찾지말라

릴테앙 대공은 전과 마찬가지로 웃는 낯으로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저택에 기사들을 보내 시시를 대면한 직후, 부른 것이라 자신이 왜 불렀는지 짐작할만한데도, 본인은 무엇 하나 거리낄게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릴테앙 대공의 태도에 어이없어해 다짜고짜 공주를 찾지 말라고 대놓고 명령한다. 이에 놀란 릴테앙 대공은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공주를 찾으려 했다가 엉뚱한 사람을 딸로 취급한 건 소비에슈였는데, 정작 본인에게는 공주를 찾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변명을 함과 동시에 비록 다른 핏줄이긴 했지만, 한때는 조카였다는 핑계를 댄다. 자신이 글로리엠을 찾으려고 한 건 잘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려고 해서였지, 공주라는 걸 홍보해 세간의 관심을 부르려는 게 아니었다고 일갈함과 동시에 릴테앙 대공이 글로리엠을 찾으려는 목적에 대해 지적한다. 그러나 릴테앙 대공은 사람들이 글로리엠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핑계를 대며, 글로리엠을 찾는다면 당연히 공주라는 사실을 알려서 사람들을 안심시켜주어야한다는 변명을 한다. 보이지 않을 때는 동정하지만 실제로 나타나면 공주가 아니라 죄수로 만들 것이라고 지적함과 동시에, 이로 인해 글로리엠은 어딜가든 구경거리가 될 것이라고 일갈하고서 정말로 한때나마 조카라고 여겼다면 글로리엠을 찾지 말라고 명령한다. 릴테앙 대공은 웃으면서 자신의 뜻대로 하겠다는 거짓말한다.

릴테앙 대공은 필요하다면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였기에 거짓말임을 눈치챈다. 멀쩡한 아이를 상대로 마차 사고를 내서 저택으로 데려간 릴테앙 대공이 순순히 포기할리가 없다고 여기고 이대로 릴테앙 대공을 보내줘봤자 아무런 효과가 없을거라고 판단한다. 릴테앙 대공을 황궁에 감금시키고, 릴테앙 대공가의 저택에는 글로리엠을 찾는 일은 그만두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러면서도 불안함을 느껴 초조해한다.

아니나다를까 며칠도 지나지 않아 동대제국 내에 글로리엠에 대한 소문이 퍼지게 된다. 이 사실을 카를 후작으로부터 전해듣는다. 액자틀을 닦고 있다가 놀라서 누가 한 짓이냐고 묻는다. 릴테앙 대공가에서 퍼진 것 같다는 보고를 듣고 헛웃음을 터트린다. 이미 릴테앙 대공가의 사람들 중 누군가가 글로리엠에 대한 소문을 퍼트릴까봐 불안했는데, 릴테앙 대공이 황궁에 감금된지 얼마나 됐다고 소문이 퍼지냐고 어이없어한다. 카를 후작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며 초조해한다. 릴테앙 대공에게 한 말처럼 지금 모테를 찾으면, 모테는 구경거리로 전락할 확률이 높기에 주먹을 세게 쥔다. 모테를 동정하는 사람들은 그 처지를 불쌍하게 여기긴 하겠지만, 동정과 존경은 명백히 다르다고 여긴다. 카를 후작은 한 군데서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게 아니라서 일일이 입을 막기가 힘들다고 말하며 초조해한다. 화를 누르고서 릴테앙 대공비가 배후였으며, 자신에게 릴테앙 대공을 풀어주라는 압박을 가하기 위해 글로리엠에 대한 소문을 퍼트린거라고 말한다. 카를 후작은 재차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 말없이 뒷짐을 지고 창가로 걸어가 창가를 내려다보다가 창틀을 꽉 쥔다.

이미 카이사와 라르스의 생일 선물로 주려했던 보석을 '저주 걸린 보석'으로 바꿔치기한 사람이 릴테앙 대공 측일거라는 의심을 하던 와중에, 릴테앙 대공이 카이사 암살 미수를 저지르자 의심이 굳혀져 그가 범인이였음를 완전히 확신한다. 게다가 릴테앙 대공은 카이사를 암살하려고 해놓고서 뻔뻔하게 생일 연회에서 라르스에게 두 아들들을 소개시켰고, 이제는 라르스로도 모자라서 글로리엠마저 이용해 황위를 차지하려는 계획을 세우자 완전히 분노한다. 레일이 장성하면 저 만행의 정도가 더욱 심해질 것을 예상하며, 더이상 릴테앙 대공을 눈 감아줄 수 없다고 판단해 결단을 내린다.

3.12. 광증인 척 하다

이후 모테의 안전을 위해 공주 이야기만 나오면 광증이 재발하는 척하며 이야기조차 못 꺼내게 만들면서, 화제를 자신에게 집중시켜 글로리엠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키고 릴테앙 대공도 광증을 구실로 처형시킨다.[310] 또한 릴테앙 대공비와 셰를과 레일마저 황족 지위를 박탈시키고, 동대제국에서 추방시키면서 일가 전체를 완전히 풍비박산내버린다. 그나마 마지막 자비로 선량했던 셰를에게 호의를 베풀어 재산은 보존한 채로 떠날 수 있게 해준다.

3.13. 라스타의 외전

마지막 외전인 「만일 라스타가 나비에에게 보내졌다면」은 비록 if가 아닌 라스타의 원혼이 꾼 꿈이긴 했지만, 여기서도 '가리누엘라'라는 라스타의 안 좋은 점을 다 씌운 가공의 인물에게 빠져 정부로 삼고, 종국엔 그녀가 임신하자 황후로 삼으려고 해 나비에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단, 라스타의 꿈인 만큼 라스타의 사견이 반영된 것이기에 적당히 걸러보는 것이 좋으나, 라스타도 소비에슈는 "2세에 집착해서 정실 부인에게 상처를 줄 인간"으로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결말부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라르스가 대관식을 준비하는 것을 보아 아직 생존해있는 것 같다. 은밀히 사람을 붙여 모테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지켜보게 했기 때문에 딸이 기사로 입신양명하는 것도 다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3.14. 회귀하다

본편에서 수십년 후 시점인 또 다른 외전 '소비에슈 회귀'에서 친한 사이였던 마법 아카데미 학장의 유품으로 나비에와 이혼하기 직전으로 회귀해 이혼을 무마시킨다. 하지만 그 시점이 하필이면 무표정한 나비에와 웃는 라스타, 그리고 분노한 대신관이 있는 그 자리였던 탓에 이미 주변 사람들에게 인망이 바닥난 상황이라 이를 어떻게든 이겨내고 그에게 실망한 나비에와의 관계를 회복해야 하는 난관에 부딪친다.

회귀하기 전 까진 해도 나비에의 초상화 앞에서 진짜 그녀에게 말하는 것 마냥 하룻 동안 있었던 일들을 전부 읊는 것이 일상인 모습인데, 나비에와 라스타와 관련하여 어리석은 결정을 너무나도 많이 하는 바람에 인망이 없어져 그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곁에 있어주는 사람은 카를 후작 밖에 남지 않았다는 모양. 그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기에 본래의 현실이 아닌 회귀한 이 세상에 남고 싶어한다.

4. 같이 보기



[1] 황제 대 황후로 지낸 시간만 따지면 약 3년이지만, 약혼36부터 따지자면 거의 20년, 면식이 있던 시절을 생각하면 거의 일평생 수준이다.[2] 이런 행동에 당사자인 나비에의 시녀들은 물론 이들의 상전인 나비에 역시 황당해했다. 그도 그럴게 나비에의 시녀들은 대부분 고위 귀족 가문의 귀부인이나 영애였기 때문. 당연히 나비에의 시녀들 입장에선 '하인' 취급을 당한거나 다름없는데다, 라스타는 도망 노예였기에 치욕 그 자체였고, 이들의 상전인 나비에마저 망신시킨 짓이였다. 한 마디로 고위 귀족이자 황후의 시녀 신분인 나비에의 시녀들, 이들의 상전인 황후 나비에까지 도망 노예만도 못하다며 매우 치욕스러운 굴욕을 준 것. 당연히 매우 정신나간 미친 짓인 것이, 이 사건은 자칫 잘못하면 나비에의 시녀들 가문과 척을 지게 되는 것은 물론, 귀족들에게 '황제가 도망 노예에게 홀려서 귀족을 핍박한다'는 인식이 심어질 수도 있었던 일이였다. 이 작자가 제국의 황제라는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들 지경.[3] 이런 소비에슈의 반응에 로라는 대번에 소비에슈가 바람을 피웠다고 확신하고서, '찔리면 딱 잘라서 적반하장으로 언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로라 왈 아버지 탈리탈 후작이 바람 피웠을 때의 초기 증상이라고.[4] 사실 라스타가 본궁의 정원에서 나비에와 마주하자 무례를 일삼은 탓에 화가 난 로라가 라스타를 하대한 것이다.[5] 라스타는 '예비 정부'라는 소문이 돌 뿐 궁에 임시로 머무는 손님에 불과한데다 도망 노예 신분인 반면 로라는 고위 귀족인 탈리탈 후작 영애 신분이자 황후의 시녀이므로 로라의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치욕 그 자체다. 심지어 이걸 로라의 상전이자 황후인 나비에가 보는 앞에서 했으니 나비에 입장에서도 말 그대로 치욕 그 자체다. 이것은 황후와, 후작 영애이자 황후의 시녀를 도망 노예만도 못한 취급을 했다는 뜻이다. 당연하지만 이딴 짓을 하는 군주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이 작자가 정말로 동대제국의 황제가 맞긴 한 건지 의심되는 수준. 막말로 나비에 입장에서는 당장 탈리탈 후작가를 비롯한 동대제국의 모든 귀족들과 함께 반란을 일으켜 소비에슈를 폐위시켜도 할 말 없는 일이였다.[6] 이는 '나비에가 반박할수록 로라의 벌을 늘리겠다'는 사실상 무언의 협박이였다.[7] 사실 이런 반응은 나올리 만무한 것이, '황제가 예비 정부에게 홀려서 황후와, 후작 영애이자 황후의 시녀를 망신주었다'며 뒷말이 나왔어야 정상이다. 또한 라스타는 초창부터 '황제를 홀린 요부' 취급 받았어야 맞다.[8] 나비에 왈 '도망 노예 출신이란 말이 도는 예비 정부 때문에 벌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사교계에서 웃음거리가 되기 충분한데, 여기서 당장 로라를 내보냈다가는 '황제는 물론 황후의 보호조차 받지 못한다'고 여겨져서 완전히 비웃음거리가 될 거라고. 이는 명백히 나비에를 무시한 것이다. 소비에슈의 극한의 이기주의적인 태도가 드러난 장면이기도 하다.[9] 당연히 말이 안 되는 개소리다. 황후는 황제와 더불어 나라의 통치자이자, 제국의 국모인 사람이다. 당연히 아무리 황제라 할지라도 황후더러 자신의 말에 고분고분하게 굴라는 등 대놓고 하대할 수 없다. 소비에슈가 나비에를 대놓고 호구 취급하고 있음이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난 장면.[10] 사실 황제를 모시는 시종 일은 귀족들 사이에서도 굉장한 명예로 취급되기 때문에 직함 없는 고위 귀족들도 꼭 하고 싶어 하는 일로, 만약 그 자리를 노리는 다른 귀족들이 들었더라면 목덜미를 잡고 넘어갈만한 발언이다.[11] 사실 개소리인 것이 라스타야 인생의 대부분이 노예였고 매우 힘든 생활을 살아서 작은 것에도 기뻐할 수밖에 없기에 당연한 반응이다. 거기다 나비에를 라스타와 비교한 자체가 몰상식한 짓이다.[12] 나비에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황후의 교육을 받아왔고, 본인도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명백한 헛소리.[13] 이에 대해 나비에의 시녀들은 분통을 터트렸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신년제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나비에는 신년제 준비 및 각종 업무로 바쁜데 소비에슈는 일을 하기는커녕, 정부를 들였기 때문.[14] 이런 소비에슈의 결정에 나비에는 의문을 품는데, 이유는 황제의 정부는 어디까지나 내연관계일 뿐이고,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정부의 소생은 황자나 황녀가 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의 소생에게 가장 잘 풀리는 인생은 총애를 받아 승계권이 없는 대공이나 공작 작위에 오르는 것이라고. 하지만 정부가 아이를 낳았다거나 낳을 가능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여서 정부가 될 때는 결혼식은 올리지 않지만 작은 연회를 열어주는 게 관례라고 한다.[15] 당연하지만 라스타는 인생의 거의 대부분을 노예로 살아온지라 상식은 부족할 수 밖에 없다.[16] 이것은 나비에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행동으로 원래 황후가 정부에게 선물을 보내는 경우는 다 나름의 이유(여러 정부 중 기존의 정부가 지나친 권력을 갖는 것을 견제하거나, 황후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거나, 황후와 같은 가문이거나 계파인 경우 등)가 있을 때 뿐이기 때문에 나비에가 라스타에게 선물을 보내는 것은 '내 남편을 잘 부탁해'라고 먼저 고개를 숙이는 것과 다름이 없다.[17] "이제 나와 황후 폐하는 같은 남편을 두었으니 자매 사이가 된 것이고, 식구다", "언니라고 불러도 되냐"는 말.[18] 라스타는 임시로 황궁에 머물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예절교육을 받은 귀족 출신의 시녀가 아닌 평민 출신의 하녀들이 라스타를 챙기고 있었다.[19] 당연히 매우 정신나간 미친 짓이다. 라스타는 고작 일개 정부에 불과한데다 심지어 도망 노예 출신이다. 황제가 황후더러 도망 노예 출신 정부의 시녀를 직접 구하라고 요구하는 건 황후의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치욕 그 자체다. 거기다 나비에를 라스타의 아랫사람 취급한 것이나 다름없다.[20] '황제의 정부'는 묘한 지위여서 관심과 선망의 대상이 되다가도, 비난과 경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21] 당연하다면 당연한 게, 도망 노예의 시녀를 한다는 자체가 귀족들 입장에서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다. 괜히 귀족들이 '황제의 정부 라스타가 도망 노예일지도 모른다'는 소문만 돌았는데도 단체로 라스타의 시녀를 거부한 게 아니다. 거기다 이런 태도는 노예 출신인 라스타를 귀족 출신인 시녀들보다 높은 사람으로서 대우하라는 뜻이다. 당연히 시녀들 입장에선 목덜미를 붙잡고 넘어갈 발언인 것.[22] 이것은 소비에슈의 일방적인 오해로 나비에는 라스타가 도망 노예라는 소문을 소비에슈의 명으로 라스타를 씻겼던 나비에의 시녀들에게 들었다.[23] 나비에가 아끼던 둥지 의자에 평소 나비에가 들고 다니던 손수건을 깔고 앉은 체 놀다가 들키자 언니라고 부르며 멋대로 사용해서 미안하다는 사과 대신 대뜸 황후의 물건이 '고물'이 아니라고 한 다음, '왜 무서운 표정을 지으시냐?고 묻는다.[24] 나비에가 화를 억누르며 "되도록 서궁에 오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그에 대해 라스타는 '난 그저 황후 폐하와 친해지고 싶다'며 울먹이며 불쌍한 척을 하자, 나비에는 '네 다음의 정부가 오면 그때 그 정부와 친해지라'고 말한다.[25] 선대 황제 오시스 3세는 수많은 정부를 두어 선대 황후의 속을 썩혔다고 한다. 그 중에서 가장 총애한 정부는 소피아 백작부인이였다고.[26] 그렇게 따지면 나비에 또한 소비에슈의 백성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에슈는 나비에와 라스타를 차별하고 있다.[27] 원래 정부가 신년제에 참석하는 경우는 정부가 아니더라도 신년제에 참석할 수 있는 위치일 때가 대다수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신분이 낮은 정부를 둔 황제들도 자신의 정부를 다른 귀족과 위장 결혼시켜 신분을 높여주곤 했다고 한다. 그런데 소비에슈는 그런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조치조차 취하지 않고 라스타를 부른 것.[28] 나비에의 언급에 의하면 원래 신년제 같은 큰 연회의 첫 날은 반드시 황제와 황후가 같이 입장해야한다고 한다.[29] 외국의 귀빈들이 모여있는데 서로 떨어져서 가는 건 황제 부부의 불화로 보이기 때문. 황제 부부의 불화는 이웃 나라의 우스갯거리이고 적국에는 노리기 쉬운 틈으로 보이게 되기에 사이 좋은 부부를 연출하진 않더라도 사이가 나쁘게 보여선 안 된다고 한다.[30] 대단히 몰상식한 짓이다. 아무리 정부를 매우 총애한다고 해도 황후를 먼저 챙기는 것이 기본 상식이다. 그럼에도 소비에슈는 자국 귀족들은 물론 외국 귀빈들까지 와 있는 자리에서 황후보다 정부를 우선시한다는 걸 대놓고 광고한 것이나 다름없는 짓을 저지른 것. 당연히 나비에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치욕이나 다름없다. 후에 나비에는 이 일을 언급했을 정도로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었을 정도였다.[31] 황후인 나비에에게 첫 춤을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황제인 소비에슈 뿐이고, 소비에슈는 라스타와 첫 춤을 추니, 나비에는 자연스럽게 첫 곡에 춤을 출 수 없게 된다.[32] 매우 몰상식한 짓이다. 춤을 추던 상대를 도중에 내팽개치고 가버리는 것은 예법에 어긋나는 일이다. 하물며 그 상대인 나비에는 소비에슈에겐 자신의 아내이자 동대제국의 황후다. 소비에슈가 나비에를 대놓고 무시하고 있음이 우 적나라하게 드러난 장면.[33]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에슈의 말이 맞다고 할 수 있는데, 애초에 편지 상대 사칭 사건이 일어나게 된 건 라스타의 거짓말에 스스로 두 번씩이나 속아준 하인리의 책임이다. 거기다가 이 사건은 단순한 막장 치정극에 불과한데다, 하인리/비판 문서에도 나왔듯 이런 사건이 있을 경우 외교문제로 규정해 외교적 책임을 물어서 조용하게 해결해야하는 게 맞는데도, 도리어 사람들 앞에서 사기를 친 당사자를 공개적으로 망신시키고서 공개적으로 밝혀서 해결하기를 요구한 것이다.[34] 대단히 몰상식한 짓이다. 지금 소비에슈는 자기 정부를 모욕했답시고 최고위 귀빈인 강대국의 왕자에게 검을 빼들어 결투를 신청한 것이다. 물론 일부로 사태를 키운 것도 모자라 대놓고 황제에게 무례하게 군 하인리의 책임이 더 크기에, 하인리 입장에선 할 말이 없다.[35] 이것은 나비에가 하인리와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하인리 왕자와 어울리면 하인리 왕자가 황후의 정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황후가 하인리 왕자의 정부가 된다'라고 나비에에게 트집을 잡으며 동대제국의 체면을 생각하라고 한 말과 대조된다.[36] 동대제국의 황제가 서왕국의 왕위 계승자를 손님으로 초빙해 놓고 정부 때문에 결투를 했다는 것이 국민에게 알려지면 우스갯거리가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였다.[37] 나비에가 라스타에게 왜 자신이 선물을 보냈다고 거짓말했는지 물은 것에 대해 '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떼를 쓰며 "혹시 편지 상대가 나라고 해서 화가 난 것이시냐? 베르디 자작부인이 황후 폐하는 절대 나서지 않을테고, 오히려 이 일로 곤욕스러워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별 뜻 없었다. 나는 황후 폐하를 도와드린 건데 왜 늘 제게 무섭게 구시냐?"라고 억지를 부린다.[38] 정작 소비에슈는 나비에가 라스타더러 도망 노예라고 하자 산통을 깨놓으면서까지 아니라고 우겼다. 남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면서도, 자기 편의 사람이 무언가를 잘못 알고 있었다고 욕을 먹는 것은 절대 볼 수 없다는 그의 태도가 아이러니하다. 애초에 라스타는 평민이 아니라 도망 노예다[39] 그도 그럴 것이, 분명 이 상황에서 손해를 본 것은 명백히 나비에 본인 뿐인데, 한 명은 자기가 이 사건의 피해자인 양 굴고 있고, 이 사건의 원흉은 그런 피해자 코스플레이어에게 사과를 하고 앉아있으니, 충분히 어이없고 화가 날 만 하다. 이때 나비에는 소비에슈를 상대로 작중 최초로 반말을 하는데, 나비에가 얼마나 대외적으로 황후로서의 이미지를 철저히 지키는지를 생각한다면 정말 화가 많이 난 듯 하다.[40] 신년제 특별 연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황제 혹은 황후의 초대를 받아야만 참석할 수 있는데, 총 참석 인원이 22명에 불과하고 황제와 황후가 각각 10명 씩 초대할 수 있다. 때문에 신년제 특별 연회에 참가하는 이들은 대단히 중요한 사람들이다. 작중 나온 특별 연회 참석자들의 스펙을 읊자면 동대제국에 맞먹는 왕국의 왕위 계승 서열 1위 왕자, 자신의 데뷔탕트 이래 현재까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사교계의 최정상에 군림해온 사교계의 나비, 무역 요충지의 대공이자 마법 아카데미 수석 졸업생 등 나비에와의 사적인 관계를 빼놓고 봐도 동대제국에서 한 가닥 하는 사람들 뿐이다. 여기에 고작 황제의 정부일 뿐인 라스타가 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더군다나 라스타의 실제 신분이 한낱 도망 노예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41] 투아니아 공작부인은 나비에의 절친이다. 즉 소비에슈는 자신의 애인을 초대하려고 아내인 나비에 보고 절친을 빼라고 한 것.[42] 소비에슈투아니아 공작부인이 나비에와의 친분 때문에 나비에가 사적으로 초대했다고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상술했듯 투아니아 공작부인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동대제국 사교계의 최정상에 군림해 온, 동대제국의 사교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소비에슈가 사적인 이유로 글도 제대로 못 읽는 도망 노예를 주요 인사들만 참석하는 곳에 억지로 끼워넣으려고 하고 있다.[43] 소비에슈가 라스타를 위해 자기 손님 명단 중 한 자리 빼고 라스타를 넣으면 황제가 정부에게 빠져 귀빈들을 홀대한다고 생각할 것이고 그것은 국제 정세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책임과 비난은 오롯이 소비에슈가 지게 되지만 나비에가 자기 손님을 빼고 라스타를 참가시키면 사람들은 나비에가 라스타와 소비에슈에게 잘 보이기 위해 눈치를 보고 있다며 나비에를 비난할 것이다. 소비에슈는 그것을 계산하고 나비에에게 네 손님 명단에서 한 사람 빼고 라스타를 넣으라는 강요를 한 것. 즉, 본인이 욕 먹기는 싫으니 나비에에게 본인 대신 욕을 먹으라고 강요한 꼴이다.[44] 신년제의 초대장은 소비에슈라스타를 황궁에 데려오기 몇 주 전에 이미 전부 배송된 상태여서 이미 배송된 초대장을 무효로 할 수는 없었고, 무엇보다도 라스타의 대외적인 신분이 평민이고, 그녀가 도망 노예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도는 상황에서 로테슈 자작더러 돌연 신년제에 참석하지 말라고 하면 이는 라스타가 림웰 영지의 도망 노예였음을 자폭하는 상황이다.[45] 소비에슈가 나비에의 입장에서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주장에 힘이 되어주는 근거. 나비에는 아주 어릴 때부터 차기 황후로 낙점되었기에, 10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 나이부터 각종 기본적인 귀족 사회의 교육은 물론, 차기 황후로서의 교육까지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나비에는 또래라면 당연히 누리는 것들을 (마음껏 뛰어 놀거나, 음식을 마음껏 먹는 일 등) 포기해야만 했고, 나비에 본인은 자신의 욕구를 억누를 때 '나는 황후가 되어야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라며 스스로를 위로해왔다. 물론 나비에가 여태껏 부족함 없이 살아온 것은 맞지만, 어린시절 포기해야만 했던 것이 너무나 많기에 고생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46] 정작 이 말을 한 소비에슈 본인은 날 때부터 황실의 적장자로 태어나 황태자-황제 코스를 탓기에 그야말로 "극강의 호의호식을 누리고 산 사람"인 걸 따져보면 애초에 이딴 막말을 내뱉을 자격 자체가 없다. 말 그대로 적반하장.[47] 당연하지만 일개 정부를 황후가 동정심을 가져주어야 할 이유 따윈 전혀 없다. 거기다 라스타는 나비에에게 계속 무례를 저질렀으니, 당연히 나비에 입장에선 지속적으로 일국의 국모에게 무례하게 구는 라스타를 잘 대해주어야 할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런 태도는 엄연히 모욕이다.[48] 당연하지만 나비에는 라스타의 일에 얽히는 것조차 극도로 꺼려 아예 대놓고 신경을 끄고 있었다. 도리어 라스타의 일을 핑계로 나비에를 시도때도 없이 핍박하는 건 소비에슈 본인이다.[49] 개소리. 하인리는 동대제국과 더불어 월대륙 내에서 단 둘 뿐인 강대국인 서왕국의 왕위 계승자이자 최고위 귀빈이고 라스타는 황제의 정부라곤 하나 도망 노예다. 그리고 라스타는 명백하게 악의적인 목적으로 하인리에게 접근한 것은 물론 작정하고 속이려했다.[50] 애초에 나비에는 시녀들에게 '라스타가 발견된 사냥터가 로테슈 자작의 영지 근처였다'며 지나가듯 들은 것이 전부였고, 소비에슈는 라스타를 평민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 말이 사실이라면 로테슈 자작이 오더라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결국 소비에슈의 불찰로 생긴 일인데도 나비에 탓이라며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51] 랑트 남작의 언급에 의하면 신년제에는 중요한 귀빈외에도 시골 영주나 작은 영지를 가진 귀족도 초대하며, 몇 년째 초대받지 못할 경우 고립되는 걸 막기 위해 초대장을 보낸다고 한다.[52] 나비에의 말대로 이미 소비에슈는 '라스타는 도망 노예가 아니다'고 몇 번이고 신신당부했고, 아예 대놓고 라스타의 출신에 대한 함구령까지 내린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 로테슈 자작을 억지로 못 오게 한다는 건 소비에슈 본인 스스로가 '라스타가 도망 노예가 맞다'고 인정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53] 이 발언 자체가 정신나간 짓이다. 하인리는 엄연히 타국의 귀빈이자 월대륙의 두 강대국 중 하나인 서왕국의 왕위 후계자로, 동대제국에서는 황자의 대우를 받고 있을 정도인 최고위 귀빈인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얼굴만 반반하다"는 등 대놓고 모욕한 것. 아무리 상대가 싫다고 해도, 외교적으로 대하는 게 기본 상식이다. 그럼에도 소비에슈는 개인적인 감정으로 최고위 귀빈을 "얼굴만 반반하다"는 등 대놓고 모욕한 것. 당연히 동대제국의 황제라는 작자가 할 짓이 절대 아니다. 거기다 외교적으로 매우 문제가 되는 발언이기도 하다.[54] 공교롭게도 하인리 역시 나비에 앞에서 소비에슈를 대놓고 "소비에슈 개새끼"라고 모욕했다.끼리끼리 논다[55] 정작 소비에슈는 라스타를 데리고 온 이후부터 단 한 번도 나비에를 위해준 적도 없으며, 심지어 라스타의 일이면 무언가를 의논한 적조차도 없고 항상 나비에에게 명령하거나 강요하기 일쑤였다.[56] '키가 크게 해주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이유는 나비에가 선대 황후를 따라다니면 칸막이가 있는 곳 안에 들어갈 일이 많았는데 칸막이가 당시 나비에의 키보다 높았기에 나비에는 앞이 잘 안 보였다고.[57] 아이러니하게도 나비에의 진짜 소원은 '이대로 소비에슈와 평생 사이가 좋게 해달라'는 것이였다. 그래서 소원 나무 에피소드는 후에 소비에슈와 나비에가 갈라설 것이란 복선이 되었는데, 소원 나무에는 소원을 가진 자가 나무를 심어야만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나비에가 나무를 심다 지쳐 잠들자 '우리는 부부이니 한 몸이나 다름없다'며 나비에 대신 나무를 심었다. 이로 인해 나비에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58] 사실 에르기로부터 받은 펜던트를 보고 소비에슈가 질투하길 바래서 자랑하러 온 것이다.[59] 앞서 '황후와 자신은 가족이니 따라가야 된다'고 말했던 것과 대조되는 발언이다. 겉으로는 나비에를 언니라고 부르며 가족이라고 말하고 다니지만 사실 속으로는 '자기 연인을 뺏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60] 나비에가 키스를 거부한 이유는 라스타와 키스한 입술로 자신에게 키스를 하려 한 것이 기분이 나빴기 때문이다.[61] 무려 세 시간이나 기다렸다고 한다.[62] '사막의 꽃'은 사막 부족의 가장 뛰어난 전사들이 대대로 물려 받았다는 반지로 강력한 치료 마법이 걸려 있으며 륍트를 다녀온 무역상이 나비에에게 바친 반지이다.[63] 나비에도 나중에 임신하고 소비에슈에게 받은 '요정의 눈물'을 돌려주려다 하인리가 '요정의 눈물'을 생일 선물로 갖고 싶다고 요청하자 처음에 난감해하다, 이때 있었던 일을 생각하고 양도한다.[64] 당연하지만 이런 개막장 같은 일은 결코 일어날 리가 없다. 원래라면 라스타는 평민들에게 일개 정부 주제에 감히 황후를 능멸했다며 적대를 받으며 '황제의 총애만 믿고 감히 황후에게 대드는 오만방자한 정부'라며 거센 비난을 듣고, 나비에는 지지를 받았어야 정상이다. 또한 소비에슈는 '정부를 통제하지 못해 일개 정부 따위가 감히 황후에게 대들게 만든 무능한 암군'이라고 비난을 받았어야 맞다. 게다가 이 평민들은 무려 황후가 보는 앞에서 황후를 정부와 비교하며 가십거리로 삼은 매우 정신나간 짓을 저지른 것이다. 당연히 황족 모독죄 겸 황실 능멸죄 그 자체로 당장 사형되고도 남을 중죄다. 동대제국이 얼마나 막장인지가 드러난 단편적인 예.[65] 일단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소비에슈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독자는 아무도 없다. 정작 이 말한 본인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나비에의 위신과 체면을 서슴없이 추락시켰으므로 이 말대로라면 동대제국의 얼굴과 황실의 체면이 추락한 것이 된다. 자기가 한 만행을 스스로 인정한 셈.[66] 당시 소문이 퍼진 마을로 가서 사람들의 말을 조사했는데 무려 수십 년 전의 일에 대한 소문인데 사람들이 전부 한 글자 틀린 것 없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소문의 근원지가 바로 라스타의 전 주인인 로테슈 자작이라는 걸 발견했다고 한다.[67]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 라스타는 정부이므로, 당연히 라스타의 아기는 황족이 아니다. 그렇기에 죄를 적용한다면 살인미수이지 황족 시해죄는 적용되지 않는다. 즉, 라스타가 임신했다는 이유로 랑드레 자작의 죄를 부풀린 것.[68] 고의적으로 타인을 음해한 경우 처벌로는 채찍질을 하거나 감옥에 보낸다고 한다.[69] 정부의 소생은 사생아이다. 호칭 오류.[70] 라스타의 아이는 정부 소생 사생아에 불과하기에, 결코 황실 족보에 오를 수 없다는 걸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게다가 나비에 입장에서는 모욕이나 다름없는 매우 엄청난 망언이다.[71] 제국의 황제에게 주먹을 휘두른 것만 해도 중죄에 해당하는 행위인데다가, 하물며 타국의 왕족이 귀빈 자격으로 와서 황제에게 주먹을 휘둘렀다는 건 매우 중대한 외교 문제다.[72] 륍트의 왕족과 대귀족들이 만든 제도로, 하렘 안에 자신들의 취향인 미남미녀들을 수집한다고 한다.[73] 정작 황제의 정부와 황후 간의 위계질서를 붕괴시킨 건 소비에슈 본인이다.[74] 나비에를 닮은 외모는 매우 수렴했고, 무술 솜씨 역시 대단했지만, 얼음 같은 나비에와는 달리 수시로 분화하는 화산 같을 정도로, 매우 욱하는 성질이 있었다. 그 성질이 좋은 쪽으로 발휘될 때, 예를 들면 적을 상대할 때는 좋게 발휘되었지만, 나쁜 쪽으로 발휘되면 폭력 사태, 심할 때는 생명을 건 결투를 벌이기 일쑤였다고 한다.[75] 소비에슈가 우려한대로 코샤르는 라스타가 정부가 된 것과, 라스타가 나비에보다 먼저 임신했다는 사실을 듣고서 나비에를 찾아와 라스타를 '그 여자'라고 칭하며, 라스타의 아이를 죽여버리겠다고 날뛰었다.[76] 적반하장을 넘어선 수준의 망언이다. 황제의 정부에 불과한 라스타가 황후인 나비에를 제치고 먼저 임신을 하였기에 가뜩이나 황제가 총애하는 정부가 생긴 상황이라 심히 언짢을 나비에가 정부의 임신 축하 파티에 와줬다는 것 만으로도 고마워해야할 판국에, 지금 소비에슈는 고작 총애하는 정부의 아이를 축복해주지 않았다는 것으로 대놓고 나비에를 악녀 취급한 꼴이다. 아예 한 명의 인간으로서 실격인 소비에슈의 극한의 이기주의적인 사고관과 자기중심적인 태도, 악마같은 성격을 상징하는 대사.[77] 나비에가 라스타에게 준 보검은 장식용 보검이었으며, 실제 전투에서는 쓸 수 없다. 즉, 나비에가 라스타의 아이에게 보검을 준 것은 아이더러 화려하지만 하는 일은 없는, 놀고 먹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었다. 라스타의 아이는 황제의 사생아이기에 황족이 되거나 권력을 쥘 수 없고, 기껏해야 고위 귀족으로써 살아가야하는 것을 생각하면 라스타의 아이에게는 화려하게 탱자탱자 놀며 살다가 죽는 것이 최선의 인생이다. 즉, 나비에는 라스타의 아기에게 최대한의 축복을 해준 셈이다.[78] 이것은 명백한 소비에슈의 잘못인데, 소비에슈는 황제의 사생아라는 특수한 신분에 놓인 라스타의 아이가 태어난 후 부딪히게 될 여러가지 일들, 예컨대 황실 족보에 올라갈 수 없고 황자/황녀의 직위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단 한 번도 라스타에게 알려준 적이 없다. 오히려 임신한 라스타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며 어화둥둥 무엇이든 들어주기만 하였으니, 라스타도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자신의 아이가 황자/황녀가 될 것이고 차기 황제가 될 것이라는 헛되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생각에 젖어있었다. 라스타의 백치미를 매력이라고 여긴 소비에슈가 라스타에게 최소한의 상식도 알려주지 않으려들어서 벌어진 대참사.[79] 사교계에 데뷔한 어린 귀족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건 자존심을 굽히고 참고 물러나는 법이였는데, 자신들의 집안과 영지에서는 신분제의 가장 위쪽에 있는데, 사교계에 들어가자마자 더욱 부유하고 더욱 신분이 높고 더욱 권세가 대단한 이들 속에 던져지기 때문이다. 이는 남작의 자식이든 공작의 자식이든 마찬가지였고, 황족인 소비에슈는 먹이사슬에서 예외적인 존재였으나, 소비에슈 역시 귀족들의 사정을 모르지는 않았다. 그런 상황에 라스타는 고집을 부리고 있으니 소비에슈로서는 난감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는 것.[80] 문자 그대로 정신나간 미친 짓거리다! 지금 소비에슈는 황제라는 작자가 황후의 치부를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정부에게 불어버린 것이다. 그야말로 한 나라의 군주로서의 책임감 따윈 없는 매우 몰상식한 짓. 게다가 이런 행위는 나비에 입장에선 엄연히 모욕이며, 그야말로 아예 황후로서는 커녕 아내로서도 존중조차 안 한 꼴이다.[81]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일로 인해 동대제국은 황제의 정부와 황후 간의 위계질서가 완전히 무너진 꼴이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라스타의 하녀인 샌드리가 대놓고 라스타의 앞에서 나비에의 불임을 입에 담았으며, 소비에슈가 한 개소리를 똑같이 지껄였다. 황제의 정부도 모자라 일개 황궁 하녀 따위가 감히 황후의 치부를 입에 담고, "황후가 불임이니 정부의 아이를 입양할 것"이라는 망언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이는 등 황족 능멸죄 겸 황실 능멸죄를 대놓고 저질렀으니 사태의 심각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쯤되면 이 작자가 정말로 제국 황제라는 사람이 맞는지 심히 의심될 정도다!!![82] 이 작자가 내뱉은 발언이 나비에에게 미친 후폭풍을 따져보면 비난받아도 모자란데 이후 라스타는 나비에에게 대놓고 안하무인으로 군 것도 모자라, 아예 서대제국에 나비에의 불임 소문을 퍼트리면서 나비에는 정식으로 임신 사실을 공표하기 전까지는 한동안 서대제국에서 불임 소문에 시달려야만 했다. 게다가 동대제국 내에서도 '나비에가 불임이여서 이혼당한 것이 아니냐'는 헛소문이 돌 정도였다.[83] 자신의 아기는 황자녀가 될 수 없다는 진실에 억울해하던 라스타가 '성인이 된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나비에는 소비에슈와의 사이에서 아기를 가지지 못했는데, 라스타는 소비에슈와의 사이에서 아기를 가졌기에 소비에슈는 아무 문제가 없단게 증명이 되었으니 나비에가 불임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고, 결국 소비에슈의 말처럼 라스타의 아기가 나비에에게 입양될 것'라는 샌드리의 위로에 나비에가 불임이라는 소비에슈의 말을 철석같이 믿게 된 것.[84] 코샤르가 순간 성질을 못 이기고 라스타에게 위협적이게 다가갔을뿐 민 적도 없을 뿐더러, 일부로 민 것조차도 아니라는 것을 따져보면 헛소리에 불과하지만 코샤르 본인의 부주의함도 어느 정도 작용한데다 코샤르의 불같은 성정과 그의 경력 때문에 의심은 할 순 있었다. 그러나 상황 파악조차 하지 않은채 라스타의 말만 믿고서 명령을 내린 것. 즉, 소비에슈의 잘못이라고 볼 수 있다.[85] 당연하지만 코샤르는 유일한 황제의 핏줄을 죽이려했고, 이는 반역죄에 해당하는 중죄라 사형에 해당했다. 소비에슈로써는 비록 쉽진 않다고해도 얼마든지 트로비 가문을 반역죄로 멸문시킬 수 있었고, 나비에 역시 코샤르의 낙태약 사건을 빌미로 폐위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그런 상황에 코샤르를 당장 고문하지 않는 건 소비에슈가 정말 최대한으로 참아준게 맞고, 가히 자비에 가깝다.[86] 코샤르가 벌인 낙태약 사건은 엄밀히 따지자면, 나비에도 자칫 잘못하면 폐위될 뻔했을 반역죄에 해당하는 중죄이기에 사실 소비에슈 입장에선 나비에를 생각해준게 맞지만, 그간 소비에슈의 만행 및 악행 때문에 나비에는 소비에슈의 말에 의심을 품은 것. 하지만 이 사건은 명백히 코샤르와 파르앙 후작을 통제하지 못한 나비에의 실책이 맞다.[87] 사실 이는 나비에가 로라에게 지시한 것으로, 라스타를 견제하기 위함이였다.[88] 이미 소비에슈는 홍염의 반지 사건 때부터 로테슈 자작을 눈여겨보고 있었고, 투아니아 공작부인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주시하기 시작해 로테슈의 고향인 림웰과 새롭게 구입한 저택은 물론 로테슈가 이동할 때마다 이동 행렬을 철저히 확인하고 있었다.[89] 하필 소비에슈가 라스타에게 붙여준 최고의 선생들이 나비에가 트로비 공작가에 있던 시절의 선생들이였던지라, 나비에는 '어디부터 어디까지 날 따라할 셈인거냐'고 매우 황당해했고, 그녀의 시녀장인 엘리자 백작부인마저도 매우 황당해했다.[90] 라스타를 덜컥 정부로 삼은 이유가 드러난 것이자 대놓고 라스타를 단순히 귀여운 애완동물로 취급하고 있음을 드러낸 대사.[91] 소덴부른에서 나온 반지로, 알리트 공방의 3대 장인이 만든 물품이라고 한다. 156년 전 칼 마이른 황제가 전쟁에 나가며 주문제작을 했다고. 이후 행방이 묘연했다고 한다.[92] 매우 의미심장한 게 생일 선물로 준 것 역시 은색이다. 하지만, 나비에가 좋아하는 색은 금색이였다. 이 사실을 편지를 통해 알게 된 하인리는 나비에의 방 전체를 금색 톤으로 꾸며주었고 나비에에게 사전에 미리 통보했기에 결혼식 후 방을 둘러본 나비에는 매우 감탄했다. 또한 나비에가 집무실과 부관을 원하자 직접 구해준 후 나비에에게 집무실을 보여주고 후보들 중 부관을 직접 고르게 해주었는데 이 때 나비에는 진심으로 매우 기뻐했다. 즉, 나비에에게 선물을 줄 때의 태도가 달랐기에 나비에의 반응 역시 달랐던 것.[93] 사실상 라스타 본인 앞에서 라스타를 '귀여운 애완동물' 취급하고 있음을 대놓고 드러낸 것.[94] 정작 나비에에게는 "라스타도 황후의 백성이다"라는 트집을 잡아댔다. 내로남불.[95] 매우 의미심장하게도 이 제안은 당시 라스타의 상황을 매우 정확하게 지적했는데, 라스타는 로테슈 자작의 아들 알렌과의 사이에서 사생아인 안을 낳았고, 이 안의 존재 때문에 로테슈 자작에게 약점을 잡힌 바람에 지속적으로 협박을 당하고 있었는데다, 안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날 것을 두려워해 자작의 협박에 끌려다니고 있었다.[96] 라스타와 로테슈 자작은 도망 노예와 주인 관계이기에, 당연히 절대로 좋을 수가 없는 관계다. 그럼에도 로테슈 자작이 라스타를 찾는 횟수가 지나치게 잦았고, 그럴수록 '라스타는 내 노예가 아니었다'는 로테슈 자작의 주장이 그럴듯하게 보여서 소비에슈도 두 사람이 억지로 못 만나게 하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진실을 알고 있는 소비에슈의 입장에선 자작의 잦은 만남이 이상하게 보였다고.[97] 실제로 로테슈 자작의 폭탄 발언 이후 몇 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도, 자작의 발언이 온전히 잊힌 건 아니여서 귀족들 사이에서 라스타의 출신에 대한 의혹이 아직 존재했고, 그 중 일부는 라스타가 정말로 로테슈 자작의 노예일거라는 확신을 품고 있었다. 이 상황에 로테슈 자작이 이유 없이 쫒겨난다면, 바로 귀족들은 소비에슈가 한 짓임을 눈치챌 것인데다 '라스타가 로테슈 자작의 노예가 맞다'고 확신할 게 뻔했다.[98] 사실 소비에슈가 우려한 게 틀린 것이 아닌 것이, 코샤르의 붙같은 성격과 정신나간 사고방식상, 라스타의 약점을 알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개할게 뻔한데다가, 이미 코샤르는 '라스타의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가 나비에를 잡아먹을 것'이라는 정신나간 생각을 해 라스타의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죽이기 위해 라스타에게 낙태약을 먹인 전적이 있다. 거기다가 저 당시 코샤르는 아예 한 술 더 떠서 '라스타가 사라진다고 해도 소비에슈가 다른 정부를 들일 때마다, 그 정부를 치워버린다'는 정신나간 생각을 하고 있었다.[99] 투아니아 공작부인과의 이혼을 취소하고, 재결합하고 싶다는 요청이였다.[100] 나비에는 황후로서의 위엄을 지키면서 행동해왔고, 그런 나비에의 황후로서의 위엄을 무시한 건 소비에슈 본인이다.[101] 참고로 이 말은 로테슈 자작이 라스타의 본래 신분을 밝혔을 때 나비에에게 한 트집과 똑같다.[102] 20년 가까이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였으나 최근 몇 년 간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후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주범은 하인리였다.[103] 마법사를 제외하더라도 동대제국의 국력은 가장 탄탄했고 군대는 가장 강력했다고 한다. 물론 마법사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가장 컸기에 마법사의 존재로 인해 동대제국은 가장 압도적인 국력을 자랑할 수 있었다.[104] 코샤르가 로테슈 자작을 폭행해 라스타에게 숨겨진 아기가 있고, 라스타가 도망 노예가 맞다는 사실과 라스타의 신분을 증명하는 증거인 라스타의 노예 매매문서가 있다는 걸 알아냈다는 것.[105] 나비에 황후는 보편적으로 '좋은 황후'라 일컬어지는 자상하고 인자한 황후는 아니었으나, 칼 같은 일 처리와 그럴듯한 황후의 이미지로 국민들의 동경을 받아왔다고 한다.[106] 이 계획으로 인해 독자들로부터 "나비에가 자존심이 강한 걸 알면서도 일방적으로 이혼당한 뒤 재혼하자고 하면 잘도 고맙다고 받아주겠냐?"며 분노를 샀다. 게다가 나비에는 훌륭한 황후가 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걸고 필사적으로 노력해왔는데 그것을 한 순간에 잃어버리게 함으로서 그녀가 받을 상처는 아예 고려조차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나비에를 대놓고 능멸하는 행위이기도 했는데, 황위계승권을 가진 방계 황족 출신인 황후가 황제에 의해 황제의 일개 정부, 그것도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는 도망 노예에게 황후 자리를 빼앗긴다는 것은 치욕 그 자체다.[107] 가장 문제점은 나비에뿐만이 아닌 라스타의 아이와 라스타의 심정마저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선 라스타의 아이 입장에서는 생모는 자신을 출산했지만 자신이 적자가 되자마자 황후 자리에서 쫓겨나고, 아버지의 전 아내가 복위하는 매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지켜봐야했을 것이고, 당연히 생모가 황후 자리에서 쫓겨난 원인을 나비에에게로만 돌려 원망만 했을 것이다. 나비에 입장에서는 라스타의 아이가 자신이 황후 자리에서 쫓겨나게 된 원흉이라고 여길 수 밖에 없기에 서로 관계가 좋지 못했을 것이 뻔한데다, 라스타의 아이에게 '어머니의 원수' 취급을 받게 됐을 것이니 그야말로 기가막힐 지경이였을 것이다. 그야말로 나비에의 입장에서도, 라스타의 아이 입장에서도 뒷목을 잡고도 남을 계획. 실제로 후에 나비에가 이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게다가 라스타 입장에서도 황후 자리에 올라갔다가 아이가 적자가 되자마자 도로 쫓겨나게 되는 비참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니 매우 기가 막힐 지경이다.[108] 이거 정신나간 짓이 맞다. 정부의 아이를 사생아가 아닌 적자로 만들기 위해 죄없는 황후를 강제로 내치고 정부를 황후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나라의 국격을 붕괴시키는 일이며, 황후와 황후의 친정을 대놓고 적으로 돌리겠다는 뜻이다. 당연히 현실이였다면 황후와 황후의 친정이 반란을 일으켜 황제를 폐위하고도 남았다. 아이가 적자가 되면, 황후가 된 정부를 내치고 전 황후를 다시 복위시킨 후 전 황후의 소생으로 입적시켜서 후계자로 삼겠다는 것 역시 나라의 국격을 붕괴시키는 일이며, 아예 모든 귀족들을 적으로 돌리는 행위다. 당연히 현실이였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귀족들이 반란을 일으켜 황제를 폐위하고도 남았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 처형되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후계자의 혈통은 아버지의 혈통뿐만이 아닌 어머니의 혈통도 매우 중요하다. 즉, 소비에슈의 계획대로 된다고 한들 라스타의 아이는 아버지가 황제이지만, 어머니가 노예 출신이기에 정통성에 문제가 생겨 평생을 정통성 콤플렉스에 시달려야한다.[109] 실제 역사에서는 왕비 소생의 자식이 없고 정부 소생의 자식만 있는 경우, 왕의 직계가족 (친동생 등)이나 최대한 가까운 방계 왕족에게 왕위가 계승되었다. 이런 사례가 바로 잉글랜드의 찰스 2세로, 자식들이 전부 정부 소생의 사생아였기에 왕위는 찰스 2세의 친동생 제임스 2세에게 계승되었다. 작중 하인리가 왕위를 계승해 서왕국의 국왕으로 즉위했던 것도 하인리의 형 워턴 3세가 왕비 소생의 자식이 없는채 사망해서였다.[110] 즉, 나비에는 여론 때문에 복위해야한다는 뜻이다. 이는 소비에슈가 나비에의 심정을 생각조차 않은 것으로 아무리 나비에의 불임과 코샤르의 악행을 이혼의 명분으로 내세우고는 '최대한 나비에의 명예를 지키며 이혼한다'고 하지만, 나비에에게는 황후 자리가 '자신의 인생이자 가치'이기에 이혼 당한다는 자체가 명예가 뿌리채 추락하는 것이다. 또한 작중 내내 소비에슈가 나비에의 명예와 자존심 및 체면을 서슴없이 짓밟아댔던 것을 생각해보면 나비에의 입장에선 말 그대로 "병 주고 약 주기"이다.[111] 소비에슈가 라스타를 사랑하는 게 아님을 드러낸 매우 단적인 대사.[112] 이후 역사책을 본 나비에의 언급에 의하면 동대제국에서는 황제가 처음부터 평민 출신 정부와 처음부터 결혼한 사례가 없었으나, 황후가 죽거나 쫒겨난 후 평민 출신 정부와 결혼한 사례가 있었으며,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희귀한 사례는 아니라고 한다.[113] 사실 원래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왕비는 단순히 왕의 배우자가 아닌, 나라의 국모인 존재로, 동서양 왕실에서 왕비가 죽거나 쫓겨나면 왕이 새로 재혼을 해서 배우자를 맞이한 것도 이 때문이였다. 그러나, 정부는 명백히 부도덕한 유부녀였으며, 작위를 주기 위한 술책으로 왕이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한 것에 불과했다. 즉, 정부를 새로운 황후로 맞이한다는 건 나라의 품위와 국격이 뿌리채로 무너지는 일이다. 당연히 현실이였다면 이미 진작에 분노한 귀족들과 국민들에 의해 반란이 일어나 황제 작위에서 폐위되고 정부와 함께 처형되었을 것이다. 설사 정식으로 혼인을 했다고 한들, 명백한 귀천상혼에 해당했다. 즉, '황후가 죽거나 쫓겨나면, 황제는 평민 출신 정부와 재혼을 해서 정식으로 새로운 황후로 맞이한다'는 동대제국의 관습은 원래라면 애당초 실현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였으며, 명백한 귀천상혼에 해당하는데도 불구하고, 동대제국은 이딴 개막장짓을 황제가 권력을 남용해서 실행되게 만드는 폭정을 저지르는데도, 반란이 일어나기는 커녕 아예 반대파조차도 생기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동대제국이 얼마나 막장인지가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난 장면.[114] 그러나 소비에슈의 말과는 달리 후에 황후가 된 라스타는 황후 자리를 지키려했고, 기간을 늘리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소비에슈가 라스타에 대해 제대로 알려하지 않았음이 드러난 부분.[115] 이 말를 들은 카를 후작은 속으로 '앞으로 큰 태풍이 황궁을 휩쓸겠다'며 앞으로 일어날 일을 우려했다. 실제로 해당 회차 제목은 <태풍이 불겠구나>다.[116] 사실 소비에슈의 말이 결코 틀리지 않은 것이 코샤르는 라스타와의 충돌 사건 직후 나비에가 몇 번이고 "라스타와 라스타의 아기를 건드리면 처벌이 더 무거워진다"고 경고했음에도 기어코 낙태약 사건을 벌였고, 낙태약 사건을 벌인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먼저 건달을 고용한 로테슈 자작을 일방적으로 폭행하는 역대급 민폐를 저질렀으며, 실제로 코샤르가 자신의 성격을 죽이고 행동할 정도로 변한 것은 나비에의 이혼 후였다.[117] 코샤르 입장에선 일종의 정당행위라고 볼 수 있는데, 먼저 코샤르의 납치를 시도한 건 로테슈 자작이다. 하물며 코샤르가 라스타의 약점을 찾으려고 한 것 역시 라스타가 나비에를 불임이라며 대놓고 모욕하면서 '내 아이의 양어머니가 되시라'는 망언까지 꺼냈기 때문이였으므로 당연히 코샤르의 입장에선 감히 도망 노예 출신 정부 따위가 임신했다고 황후인 나비에에게 도전하려는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 거기다가 코샤르는 나비에를 매우 끔찍히 아끼기 때문에 당연히 대놓고 나비에를 모욕한 라스타를 절대 가만히 둘 리 없다.[118] 그러나 하필 이걸 나비에가 라스타의 방 앞에서 듣고 있었고, 눈 앞에서 도망 노예 출신 정부에게 황후 자리를 빼앗기게 된 상황에 나비에는 매우 충격에 빠지고 만다. 결국 나비에는 소비에슈에게 완전히 분노해 자립하기로 결심한다. 이후 마력을 잃은 에벨리를 위로해주기 위해 윌월 마법 아카데미에 갔다가 '내겐 마법 능력은 나라는 사람의 가치다'라는 에벨리의 절규를 듣게 되고, 에벨리와 본인의 처지가 똑같은 상황에 절망해 자신의 왕비가 되어달라는 하인리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하인리에게 서왕국의 왕비가 되어주겠다고 청혼한다.[119] 나비에는 장미 입욕제를 평소 즐겨 쓴다고 한다.[120] 사실 이 말이 틀리지 않은 것이 정말로 순수하게 후사가 목적이였다면 당사자인 나비에에게 말했어야했음에도, 나비에에게는 기어이 입도 뻥끗하지 않은채 이혼을 실행해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후에 이 일을 안 나비에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 온 남편에게 배신당한 것에 상처를 받은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절망해 소비에슈를 원망했다.[121] 즉, 소비에슈 본인도 나비에가 자신의 계획을 받아들일 리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이 말도 안 되는 계획을 기어코 독단으로 감행했고, 나비에에게는 이혼 전까지는 아예 일절 상의도, 언급조차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후에 나비에가 이를 지적하자 되려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 당황해하는 태도를 보였다. 따지고 보면 나비에의 입장도 심정도 무시한채 자신의 추악한 욕심을 위해 계획을 실행한거나 다름없다. 소비에슈의 극한의 이기주의적인 태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장면.[122] 황제라는 작자가 한낱 도망 노예 출신 정부의 노예 문서를 없애겠답시고 황후의 친정을 멋대로 수색하는 개막장짓을 대놓고 저지른 것인데 이는 황후의 친정을 대놓고 핍박하는 행위이다. 당연하지만, 이딴 개막장짓을 하는 군주 따위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원래라면 당장 트로비 공작부부가 반란을 일으켜 소비에슈를 황제 작위에서 폐위시키고 라스타와 함께 처형시켰을 것이다. 게다가 라스타가 도망 노예라고 대놓고 자폭한 꼴밖에 되지 않는다. 이 작자가 동대제국의 황제라는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가는 수준.[스포일러] 공교롭게도 이 막장 짓은 후에 라스타가 황후가 된 후 서궁을 비웠을 때 비슷한 일로 재현했다.[124] 소비에슈는 마력을 잃었으니 마법 아카데미 대신 일반 아카데미로 옮겨서 후원해주라고 말하는데, 일반 아카데미는 전액 무료인 아카데미와 달리 학비도 숙비도 비싸 귀족들도 무시 못 할 부유한 평민이나 장학금을 받을 만큼 대단히 영리한 평민들과 일정 시험만 누구도 통과할 수 있는 귀족들이 다녀 평민과 귀족들 기 싸움도 상당해 나비에는 고아인데다 마법사가 될 뻔한 에벨리를 그 곳에 넣고 싶어하지 않는다. 일단 이론 수업 위주로 받고 학자들과 마력을 찾을 방법을 연구한다고 말했다. 소비에슈는 아이를 연구대상으로 삼냐고 질책한 뒤 자신의 길이 아니면 포기하게 만들라고 주장하고, 나비에는 정신적으로 일으키려면 그 방법이 제일이고, 자신의 길이 아닌지 정하는 건 에벨리라며, 에벨리의 뜻을 존중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후에 나비에와 이혼한 소비에슈가 나비에의 환심을 잡으려고 에벨리를 궁으로 불러들인다. 나비에가 괴롭더라도 원하는 길을 걷게 하고 싶다는 뜻을 무시하고 "도구" 취급한 것.[125] 편지 상대 사칭 사건은 자칫하면 동대제국과 서왕국 간의 외교문제로 번질 수도 있었던 사건이였음에도 그것을 단순히 '나쁜 행동' 따위로 취급한 것. 이쯤되면 이 작자가 정말로 동대제국의 황제라는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126] 나비에는 소비에슈의 아내라는 걸 생각하면 지금 소비에슈는 자신의 아내에게 정신적인 학대를 가한, 도를 넘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이는 애초에 나비에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조차도 존중조차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게다가 황궁에서는 사냥이 금지되어 있었으니, 제국의 황제라는 작자가 황궁에서 금지하는 일을 벌인 것이기도 하다. 이쯤되면 남편으로서도, 한 명의 인간으로서도 실격인 걸 넘어서, 사이코패스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127] 새구이가 된 새는 다른 새다. 맥켄나는 창 아래 떨어져 있던 것을 라스타가 발견해 에르기에게 알려줌으로써 목숨을 건졌다.[128] 사실 라스타가 소비에슈가 나비에에게 보낸 파랑새를 중간에 가로채 산 채로 깃털을 뽑아버린 것이였다.[129] 두 세대 전 황자들 간의 싸움에 줄을 잘못 선 바람에 몰락한 가문이라고 한다.[130] 나비에의 언급에 의하면 소비에슈는 선대 황제 오시스 3세가 정부들의 신분을 세탁할 때마다 나비에에게 이를 얘기하면서 분노를 표출했다고 한다. 정작, 소비에슈 본인이 그렇게 싫어했던 아버지가 했던 일을 그대로 한 것.[131] 에르기가 라스타의 신분세탁을 위해 자국인 블루 보헤안의 몰락 귀족 부부를 주선해준 것이였다.[132] 친부모 두 명, 이스쿠아 자작부부, 캐런 부부.[133] 서쪽 탑은 이름과는 달리 서쪽에 있는 탑은 아니었는데, 원래는 서쪽에 있는 게 맞았으나 본궁을 새로 증축하면서 서쪽이 아니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로는 용도가 변경되어서 주로 정치싸움에서 밀린 황족이나 죄를 지은 황족을 가두는데 쓰이고 있었고, 특히 1층은 죄수가 없을 땐 '죄는 확실하진 않지만 심문해 볼 여지가 있는' 귀족 죄수를 가두는 심문실 용도로 사용된다고 한다.[134] 당시 코샤르는 낙태약을 먹여 라스타를 낙태시키려고 시도한 후에도 라스타의 후원자나 다름없던 로테슈 자작을 고문에 가까운 폭행을 해 라스타의 약점을 알아내자 대놓고 공개적으로 퍼트릴 생각을 하는 등 지속적으로 라스타와 그녀의 뱃속 아이를 해치려고 시도했다. 이런 상황에 소비에슈가 '코샤르가 라스타의 가짜 부모를 매수했다'는 누명을 씌우면 코샤르는 "황후의 오빠이자 대귀족 가의 차기 가주임에도 황제의 유일한 핏줄을 임신한 정부를 지속적으로 해치려한 대역죄인"이 되며, 이혼에 대한 명분이 되는 셈이다. 애초에 이혼은 명분 싸움임을 따져보면 매우 의미심장하다.[135] 후에 나비에의 언급에서 드러나듯이 이 사건은 명백히 소비에슈의 악행이 맞다. 그러나 여태까지 코샤르가 저지른 대역죄 수준의 악행을 따져보면 소비에슈의 행동은 어찌보면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상술했듯 오히려 추방 선에서 끝낸 건 가히 자비에 가깝다.[136] 코샤르가 황제의 아기를 가진 라스타를 떠민 것, 라스타의 약점을 캐기 위해 로테슈 자작을 납치 및 감금, 폭행한 것, 라스타에게 사기를 치기 위해 가짜 부모를 매수한 것, 자신은 코샤르를 추방하는 선에서 끝내려 했으나 코샤르는 추방된 후에도 계속 라스타와 그녀의 뱃속 아이를 노린다는 것, 마지막에는 결혼한지 오래도록 아이를 보지 못했기에 라스타의 뱃속 아이를 지켜야한다는 이유를 댔다.[137] 이 말에 셰를이 마음이 약해 늘 남들에게 휘둘릴 정도로 매우 우유부단한 성격임을 아는 카를 후작은 잠시 납득한다. 사실 그도 그럴게 만약 셰를이 황위에 올랐을 경우 릴테앙 대공은 당연히 섭정을 하려들게 뻔했다. 그렇게 되면 셰를은 역대 가장 우유부단한 황제가 될 것이고, 섭정인 릴테앙 대공에게 휘둘릴 것이 뻔했는데다 릴테앙 대공의 성격과 행실상 동대제국에는 온갖 부정부패가 판쳤을 것이다.[138] 이전에 라스타가 소비에슈에게 자신의 아이를 황자녀로 대우해달라며 이 무논리를 지껄였다는 걸 생각하면 매우 의미심장하다. 후에 알렌 역시도 라스타에게 같은 무논리를 지껄이며 안을 준황자로 대우해달라는 매우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했다.[139] 매우 미친 짓인 것이 소비에슈는 자기 소원을 이루기 위해 계획을 실행하지만 정작 이로 인해 나비에가 받을 상처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라스타의 아이가 받을 상처'라는 핑계를 댄 것이다. 설령 셰를이 절대로 황제가 되면 안 된다고 해도 멀쩡한 황후를 강제로 이혼시키고, 도망 노예 출신 정부를 황후로 삼아 그 소생을 적자로 만들어 황위에 올리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자체가 매우 정신나간 짓이다. 정말 진정으로 후사를 원했다면 나비에에게서 자식을 보려고 노력했어야 했고, 그래도 안 되면 차라리 라스타를 적당히 처리한 후 라스타의 아이를 나비에의 소생으로 입적시켜서 서류 조작을 하는 것이 나았다. 만약 그조차도 안 된다면 타국의 왕녀 혹은 미혼 왕족 여성을 새 황후로 삼는 것이 최선이였다.[140] 애초에 라스타는 매우 어린 시절에 친부의 죄로 인해 연좌제로 노예가 되어 아예 글조차도 배우지 못했고, 황제의 정부가 되어서야 겨우 글을 배웠기에, 겨우 책을 읽을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 라스타에게 다짜고짜 책을 주고는 기간조차 충분히 주지조차 않고 책을 전부 외우라고 하는 건 당연히 라스타 입장에서는 매우 무리한 요구가 맞다. 그럼에도 소비에슈는 도리어 '정말로 어떻게 이걸 못 외우지?'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정작 소비에슈는 라스타가 지식을 쌓고 예법을 배우고 싶어할 때는, 도리어 '라스타만의 매력이 사라진다'며 일부로 라스타를 무지한 상태로 남기고 싶어했다. 즉, 소비에슈는 애초에 처음부터 라스타에 대해 제멋대로 판단하고, 라스타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아예 존중조차 하지 않았던 것.[141] 캐런 부부가 코샤르를 본 적도 없음을 이용해, 금발에 녹안인 코샤르를 "캐런 부부의 말에 따르면" 흑발에 벽안으로 바꿔버리고, 거기다 적발에 적안으로 바꿔버리기까지 했다.[142] 황족이나 왕족들은 계승서열이 높을수록 어린 나이에 결혼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비에슈와 나비에는 그 중에서도 유독 어린 축에 속했다. 둘 다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대신관은 어린 시절의 소비에슈와 나비에가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고. 대신관은 결혼 서약을 써주면서도 나비에와 소비에슈를 두고 '병아리 부부'라고 내내 놀려댔는데, 소비에슈와 나비에는 자기들끼리 '쟤가 병아리고 나는 독수리', '쟤가 독수리고 나는 병아리'라며 투닥거렸다. 한편 소비에슈와 나비에는 피로연 내내 서로 붙어다녔는데, 나비에가 구두를 오래 신어 발이 까지자, 소비에슈는 나비에를 업고 다녀 사람들의 웃음을 샀었다. 당시 대신관은 나비에-소비에슈 부부의 앞날은 행복으로 가득 찰 거라고 확신했었다고.[143] 일명 '낙태약 쿠키 사건'. 소비에슈와 나비에가 어렸을 적, 행사 때문에 나비에가 체중 관리를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을 가엾게 여긴 소비에슈가 어머니인 선대 황후의 방에 들어가 그 곳에 있던 쿠키를 가져와 둘이 나눠먹었으나 그 쿠키는 선대 황후가 당시 임신 중이였던 소피아 백작부인에게 주려 했던 쿠키였고, 쿠키엔 부작용으로 불임을 유발할 수 있는 낙태약이 가득 들어가 있었다.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된 선대 황후는 기겁해해 나비에도 먹었냐고 추궁했지만 소비에슈는 자신만 먹었고 나비에는 안 먹었다고 거짓말을 했다.[144] 이 말에 대신관도 납득하는데 사실 사건이 알려졌을 경우, 선대 황후는 임신한 정부를 낙태 및 불임으로 만들려한 죄로 폐위되었을 것이다. 거기다가 나비에는 차기 황후가 불임이여서 후사를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파혼당했을 게 뻔했다. 그렇기에 소비에슈로서는 어머니와 나비에를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145] 하지만 아무리 사정이 있다고 한들 나비에가 불임이 된 데는 엄연히 소비에슈의 책임이다. 그러나 작중 묘사된 바에 의하면 소비에슈는 사건에 대해선 아예 나비에에게 일의 진상을 알려주거나 불임을 치료하려는 시도는 커녕, 합방조차도 자주 하지도 않는[311] 등 책임조차도 안 지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죄책감마저도 아예 없었다. 그래놓고 정부가 된 지 얼마 안 된 라스타가 임신하자, 이제와서 후사를 이유로 나비에의 불임을 이혼 사유로 내세워 강제로 이혼하겠다는 것. 나비에 입장에서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갑자기 불임이 된 것도 모자라 이혼 사유가 되어 매우 일방적으로 이혼당하게 된 것이니 말 그대로 어이가 출타할 지경이다.[146] 150년 전 이혼을 앞둔 황후가 황제를 시해 시도하려한 적이 있어 이혼 통보를 받은 황후는 이혼 통보 받은 날부터 이혼 날까지 시녀들과 서궁에서 나갈 수 없고 외부 사람도 서궁에 들어 올 수 없었다.[147] 사실 따지고 보면 소비에슈와 나비에가 남이 아닌 건 맞다. 역대 동대제국 황후들 중 대부분의 황후가 나비에의 가문인 트로비 공작가 출신이기에,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소비에슈와 나비에는 촌수가 먼 친척이기 때문. 그러나, 소비에슈 본인이 나비에를 배신하여 그녀와 강제로 이혼을 해버린 이 상황에 뚫린 입이라고 지껄일 소리는 아니다.[148] 오죽하면 그걸 지켜보는 대신관이 그건 내 권한입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149] 결국 이 일로 나비에는 서왕국에 도착했을 때 여자 하나 때문에 하인리가 위험을 감수한 것이라며 비난을 들어야 했다. 무모하게 행동한 것은 하인리고 몰상식한 짓을 저지른 것은 소비에슈임에도![150] 사실 나비에의 부모인만큼 그들의 아끼는 딸인 나비에와 강제 이혼을 했으면 미안한 마음이라도 가져야 정상이고, 정치적으로는 명문 공작가를 상대로 명분도 없는 감금짓을 해서 척을 지게 생겼는데 그걸 수습할 생각은 안하고 그냥 자기 좋을대로 무시한 것이다. 그나마 트로비 공작부부가 나라를 생각해서 참았으니 망정이지 이거 따지고 나왔으면 정말 답이 없었다.노답[151] 여기서 소비에슈의 의도가 드러나는데 소비에슈가 하인리를 탈출시키면 '소비에슈 황제가 자신이 감금한 하인리 왕을 돌려보낸다'고 인식되지만 에르기가 하인리를 탈출시키면 '에르기 공작이 친구인 하인리 왕을 탈출시킨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즉, 소비에슈는 자기가 벌인 일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 커녕, 되려 타인에게 떠넘긴 것.[152] 설마 재혼을 한 사례가 없으리라고 싶어 전례를 뒤진 것이지만 황후가 재혼한 사례는 나비에가 최초였다고 한다. 다만 20년 전 쯤 남왕국에서 결혼한지 3일만에 대신관에게 결혼을 취소해달라 요청했지만 당연히 그걸 어떻게 취소하냐며 대신관이 거부한 사례가 있었다고.[153] 이 때 법적으로 나비에와 이미 남남인데도 나비에를 황후로 호칭한다. 미련이 얼마나 철철 넘치는지 알 수 있는 부분.[154] 정작 나비에는 후회는 커녕 화려하게 치장된 결혼식장을 보고 이렇게 라스타에게 정성을 들여놓고 1년 뒤에 자신과 재결합하겠다고 주장했느냐며 어이없어했다.[155] 나비에가 이혼하자마자 바로 타국의 왕과 재혼한 일에 대한 반발심이 일었다고 한다. 애시당초 정부 하나에 빠져서 훌륭하게 나랏일을 같이하던 황후를 내친 소비에슈가 제일 문제지만 자국의 황제를 비난하긴 그러니 나비에한테 화살을 돌린 모양. 사실 이런 상황이라면 황제와 정부에게 비난의 화살이 가는 게 정상이다. 훗날 베어상회 사람은 그동안 나비에가 펼친 복지정책은 잊어먹고 손바닥을 뒤집어 라스타를 떠받든다며 국민들의 이중적인 면모를 까기도 했다.[156] 이 때 나비에의 부관이었던 이들은 나비에가 예뻐하던 에벨리를 소비에슈가 챙겨줄거라곤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불안해했다.[157] 이후의 태도를 보면 라스타의 체면은 안중에도 없고 그저 뱃속의 아이만 걱정했다는 것이 드러난다.[158] 동대제국이 최강대국임을 과시하기 위한 행사라고 한다. 황제 부부가 가장 앞 마차에 타고 귀빈들은 의전 서열 순으로 뒷 마차에 타 수도를 행진한다고.[159] 여기서 소비에슈는 여전히 라스타를 하대하며 반말로 대한다. 당시 라스타는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동대제국의 황후로 즉위한 상태임을 따져보면 라스타를 동대제국의 황후는 커녕, 아내로서조차도 아예 대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160] 먼저 바람 피운 것도 모자라 온갖 누명 씌우기에 내로남불이나 다름 없는 추태를 다 벌인데다가 불임 쿠키 사건으로 나비에를 불임(설령 정말로 그렇다 해도 전적으로 소비에슈 본인 책임이다)으로 몰아세우며 멋대로 이혼을 감행한 건 소비에슈 본인이다. 그런데 이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본인도 재혼한 지 몇 주도 아닌 며칠 되지도 않았고 본인이 나비에와의 부부관계를 처참하게 파탄내놓고서 '나와 나비에는 부부다'라는 헛소리를 대놓고 지껄인 것. 자신이 그동안 벌인 만행과 추태는 1도 생각도 안 하는 꼴이다.[161] 문제는 나비에는 단순히 소비에슈의 전처가 아니라 서왕국의 왕비이고, 결혼식에 초대받은 귀빈이라는 것이다. 즉 소비에슈는 황제라는 작자가 엄연히 아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결혼식에 초대한 귀빈이자 타국 왕비인 사람에게 수작을 부린 것. 이딴 짓을 저질렀다는 자체가 나라 망신이며, 명백한 외교 문제다. 이 작자가 정말로 한 나라의 황제라는 사람이 맞는지 심히 의심되는 수준.[162] 이웃 나라의 왕이 보낸 편지나 초대장이나 편지는 후세들이 볼 수 있도록 고히 보관해둔다고 한다. 후세들이 보기엔 매우 민망할 지경.[163] 라스타가 한 짓은 명백한 횡령죄였으며, 본인의 평판을 올리는데 이용하기까지 한 걸 따져보면, 이는 나비에와 그녀의 어음을 발행했던 베어 상회를 대놓고 능멸한 행위였다. 게다가 동대제국 황실의 위신을 추락시킨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정작, 소비에슈는 이런 중범죄를 저지른 라스타를 처벌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되려 신고하지만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핑계로 그냥 방관한 것이다. 당연하지만 제국의 황제라는 작자가 할 짓이 절대 아니다. 소비에슈의 극한의 이기주의적인 태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장면.[164] 대단히 몰상식하고도 매우 정신나간 미친 짓거리다! 소비에슈는 명백히 결혼식에 초대받은 손님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자신을 결혼식에 초대한 사람의 면전에서 대놓고 모욕한 것도 모자라 반말까지 깐 것. 아무리 싫어도 예를 갖춰 대하는 것이 당연하고도 당연한 철칙이다. 더욱이 서왕국은 동대제국과 맞먹는 국력을 가진 월대륙의 두 강대국이며, 하인리는 그 서왕국의 국왕이다. 심지어 엄연히 하인리의 아내이자 서왕국의 왕비인 나비에를 자신의 전처라며 대놓고 찝적댄 건 덤. 당연히 이 모든 행동은 매우 중대한 외교 결례로, 외교 문제로까지 번질 일이다. 이 작자가 과연 제국의 황제라는 위치를 자각이나 하는지 심히 의심되는 수준.[165] 나비에는 황후로써 표정관리를 해서 티를 안낼 뿐 속으로 소비에슈와 라스타로 인해 상처받아 남몰래 울었다.[166] 물론 라스타가 한 짓은 자칫하면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었던 일이 맞기에 소비에슈의 말이 맞지만, 정작 아무런 근거도 없이 나비에의 불임 소문을 처음 언급한 사람은 소비에슈 본인이다. 즉, 소비에슈는 본인이 원인 제공을 한 것이기 때문에 마냥 일방적으로 질책할 처지가 아니다.[167] 당연히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라스타가 한 짓은 동대제국 황후 신분으로 서대제국 황후를 불임이라고 대놓고 공개적으로 모욕하며 음해한 행위로, 매우 중대한 외교 문제다. 그럼에도 소비에슈는 나비에는 모국을 사랑한다는 말이 안 되는 핑계를 대며 나비에가 라스타의 불임 발언을 문제 삼진 않을 것이라고 매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소비에슈가 나비에를 대놓고 호구 취급하고 있음이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난 단적인 예.[168] 해상국가의 왕족들이 해적들과 한통속이라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고 한다. 에르기가 해상국가인 블루 보헤안의 왕족 신분임을 비꼰 것.[169] 사형이 집행되는 사형수에 대한 보고는 반드시 황제에게 보고되며 설령 황후의 명령으로 집행됐다고 해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170] 물론 라스타가 한 짓은 명백한 직권 남용이지만, 정작 소비에슈도 이딴 말을 할 처지가 아니다. 랑드레 자작의 사건 당시 라스타가 임신했다는 이유로 죄를 부풀려 황족 시해와는 전혀 관련되지 않음에도, 황족 시해미수죄라는 얼토당토 없는 혐의를 뒤집어씌워서 재판마저 무시해버리고 멋대로 사형을 집행하려 했기에 내로남불 격이기 때문.[171] 비록 라스타가 황후로서의 책임이나 의무를 알려고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간 라스타를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켜줄 존재'로 취급해 백지 상태로 남기려했던 소비에슈라고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172] 그러나 라스타는 사람을 세 명이나 독살한 흉악범이였던 신입 하녀를 밀고한 하녀의 어머니를 황후의 면책특권으로 출소시키며 소비에슈의 명령을 대놓고 무시해버린다.[173] '다시 말해 라스타에 대한 소비에슈의 마음은 라스타와 결혼하자마자 없어진거나 다름없다'는 평이 쓰여 있었으나, 결혼하자마자 마음이 사라졌다기보다는 작중 라스타의 악행들, 델리스의 혀를 자른 것이나, 하녀의 부모인 사형수의 사형을 집행하라 한 일들로 차가워진 것으로 보인다. "라스타가 정말 순수하다고 믿었고 그 순수함은 보호받아 마땅하다고 여겼는데, 깨끗한 사람일수록 쉽게 어두워지는가"란 내용의 독백과 라스타가 델리스의 혀를 자른 일에 소름끼쳐하는 모습이 있었다.[174] 적반하장을 넘어선 수준의 망언. 본인이 나비에를 두고 라스타와 바람피운 건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단지 스캔들만으로 바람을 피웠다고 우긴 것이다. 애초에 나비에가 사랑을 믿지 못하게 된 것은 소비에슈가 저지른 만행 및 악행들 때문이였다는 걸 따져보면 소비에슈는 이딴 발언을 내뱉을 자격 자체가 없다. 소비에슈의 극한의 이기주의적인 사고관과 뻔뻔한 태도가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사.[175] 라스타의 휘하 하녀들은 라스타의 정부 시절부터 6개월을 넘긴 사람이 없으며, 각기 낙태약, 사기, 습격 등으로 온갖 이유가 붙어 벌을 받고 쫓겨났고, 반면 나비에의 휘하 하녀들은 몇 년 동안 그만 둔 사람이 두 명에 불과하고, 그 이유도 결혼과 임신으로 그만둔 것이지, 벌을 받고 쫓겨난 것이 아니며, 그 중 임신해 그만 둔 하녀도 출산 후 복귀하였고 그 후에 교체가 없었다고 한다.[176] 나비에를 대했던 태도와 대조되는데 업무상으로 매우 조금만 이야기만 해도 '외국인이 취향이냐?'고 몰아갔던 나비에와 달리 라스타는 아예 내버려둔 것이다. 소비에슈에게 중요한 건 라스타나 그녀의 명예 따위가 아닌, 오로지 라스타가 임신하고 있던 자신의 아이였기 때문.[177] 소비에슈의 계획을 생각해본다면 매우 안일한 행동이다. 에르기는 타국의 왕족인데다, 평판이 매우 좋지 않기 때문에 라스타가 에르기와 지속적인 만남을 가진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추문이다. 모후의 평판이 황손의 평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걸 따져보면 라스타의 아이는 태어나기도 전에 평판이 추락하게 된다.[178] 가게 주인은 초상화를 가게의 상징으로 계속 둘 생각이라 팔고 싶지 않았지만 소비에슈의 위압감이 커서 결국 고가의 가격을 제시하고 판다. 나비에가 이혼하고 하인리과 바로 재혼해서 그녀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았지만 여전히 존경하는 국민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179] 문제점은 소비에슈는 본인의 추악한 욕심을 위해 나비에를 강제로 내치고, 라스타를 새로운 황후로 맞이했다는 것이다. 정작, 본인이 강제로 내친 전 아내의 초상화를, 본인의 방에 대놓고 걸어놓은 것. 이는 라스타를 동대제국 황후는 커녕, 자신의 아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광고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이쯤되면 남편으로서도, 한 명의 인간으로도 실격인 걸 넘어서 사이코패스라고 해도 무방할 지경.[180] 둘이 소풍을 나갔었을 때 소비에슈는 나비에의 무릎에 머리를 뉘였고, 이에 나비에는 장난인 척 소비에슈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으며 소비에슈는 나비에의 발을 간지럽혔다. 사이가 걷잡을 수 없이 파탄나고, 종국에는 파국까지 맞게 된 현 시점에선 매우 씁쓸한 이야기.[181] 제 때 르베티를 구출한 것으로 보아, 정황상 라스타에게 붙인 호위를 통해 라스타를 은밀히 감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182] 이때 서랍에 그동안 라스타가 저른 짓에 대해 증거로 서류들을 모아 보관해놓았던 게 드러난다.[183] 원래 황제 업무가 매우 많은데다 그의 업무를 분담해주던 나비에가 떠나면서 업무가 가중되었다. 유능한 황후 나비에를 내친 대가다.사이다 실제로 서대제국에서 나비에의 일처리 솜씨를 본 마스타스와 로즈는 경악하지만 로라와 주베르 백작부인은 '라스타가 나비에만큼이나 할 수 있겠느냐?', '소비에슈가 고생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고소해했다. 맥켄나도 나비에의 일처리 솜씨에 기뻐했다.[184] 정작 파랑새 사건의 주범이 소비에슈 본인이다는 걸 따져보면, 소비에슈도 이런 태도를 보일 처지가 결코 아니다.[185] 영광이라는 뜻.[186] 이미 라스타는 안을 출산하자마자 로테슈 자작에게 빼앗겼던 과거가 있음을 생각하면, 지금 소비에슈는 라스타에게 출산하자마자 아이를 빼앗기는 고통을 다시 겪게 한 것이다. 거기다가 라스타에게는 글로리엠을 떼어놓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이미 라스타의 과거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는 명백히 비판받을 부분. 그러나 라스타는 이미 여러 차례의 권력 남용, 권력을 남용한 아랫 사람들에 대한 갑질 등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소비에슈의 행동에는 어느 정도 정상참작이 가능하다. 당연히 소비에슈의 입장에서는 나비에를 가장 최악의 방법으로 내치면서까지 얻고 싶었던 소중한 자식을 아무리 친모라고 할지언정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는 라스타에게 맡길리가 없다.[187] 라스타는 로테슈 자작이 안 대신 아기 시체를 안긴 것 때문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다. 이 트라우마가 재발하면서 무의식적으로 공포에 휩싸여 글로리엠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만 것.[188] 갓 태어난 신생아는 조금만 흔들려도 목숨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라스타는 아예 글로리엠을 바닥에 내동댕이쳤으니 그 자리에서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였다.[189] 소비에슈는 일전에 안의 머리카락을 만진 적이 있었고 알렌의 황후 알현에서 안을 봤었다. 그때 안도 글로리엠처럼 은발을 가지고 있었으니...[190]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이건 나비에와 소비에슈 둘 다 문제가 없었으나 타이밍이 안 맞았거나, 나비에만 불임/난임이였으나 마석 침대가 효능을 발휘했거나, 소비에슈만 불임이며 라스타가 이미 임신했다는 이 세 가지의 상황 중 하나거나 이중 두 개의 상황이 복합적으로 나타났을 확률이 높다.[191] 가장 가능성이 있는 추측은 라스타가 알렌의 아이를 임신한 걸 모르는 상태에서 도망쳤고, 나중에 소비에슈의 정부가 된 후에야 임신한 것이 밝혀져서 소비에슈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오해가 생겼다는 것이다. 라스타는 작중에서 조산으로 출산을 했다. 하지만 이 추측이 맞다면 조산이 아니라 임기를 다 마치고 출산을 한 것이기 때문에 가장 현실성이 크다.[192] 사실 아무 문제가 없는 부부 사이에도 오랜 기간 아이가 생기지 않는 건 그렇게 드물지는 않다. 만약 낙태약 쿠키 사건이 없었다면 소비에슈는 딱히 이를 문제삼지 않고 나비에와의 사이에서 후계를 만드는 데 집중했을 것이다. 결국 과거 사건으로 내내 발목을 잡은 불안감이 이번 사태를 키웠으니 사실상 소비에슈의 자업자득이다.[193] 이 당시 로테슈 자작은 딸 르베티의 행방불명으로 인해 르베티를 찾아다니느라 장기간 저택을 비운 상황이였다.[194] 물론 라스타가 자국의 남자 귀족들을 은근슬쩍 유혹하고, 외국의 공작과 지속적으로 스캔들을 만드는 등 황후로서의 처신을 등한시한 것은 맞지만, 정작 본인의 욕망을 앞세워 라스타에게 기본적인 교육조차 시키지 않아 백치미 상태로 만든 게 소비에슈임을 따져보면, 마냥 일방적으로 질책할 처지가 아니다.[195] 이를 볼 때 소비에슈는 나비에가 재혼을 했든 말든 안하무인으로 구는 라스타에게 질려 처음 계획대로 글로리엠을 낳고 일 년이 지나면 라스타와도 이혼할 생각인 듯 하다.[196] 그러나 라스타는 나비에를 보고 황후의 태도를 배워오기는 커녕 되려 축하 선물이랍시고 장식용 보검을 줘서 나비에와 나비에의 뱃속 아이는 물론 서대제국 황실까지 대놓고 모욕하고, 편지 사건을 거론해 하인리마저 대놓고 모욕하는 등 심각한 수준의 외교 문제를 저지른다.[197] '요정의 눈물'이라는 보석으로 짝을 잃은 요정이 슬퍼하며 스스로 영원한 잠에 빠지기 위해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러나 이 보석에는 나비에와의 추억 역시 담겨 있는데 본인의 생일 선물로 나비에에게서 가장 아끼는 말을 받아간 것에 열받은 나비에가 다음 생일에 이 보석을 달라고 했고 이를 '첫 아기가 생기면 주겠다'고 거절했다. 사적인 선물이랍시고 타국의 황후이자 전 부인에게 추억이 담긴 물건을 보낸 것. 나비에에 대한 집착과 미련이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난 장면이기도 하다.[198] 안은 라스타와 너무 똑같은 외모와 라스타의 반응으로 인해 사실상 라스타가 낳은 첫째 자식임이 기정사실화 되었다. 심지어 안과 글로리엠의 외모가 너무 똑같다보니 "공주와 황후의 첫째 아이가 같은 아버지를 둔 게 아니냐?"는 소문까지 퍼지게 된다. 이는 코샤르가 추방된 일로 라스타를 증오하던 파르앙 후작이 자신의 일파와 함께 귀족들을 부추겨 소문을 퍼트린 것이였다.[199] 정황상 글로리엠이 정말로 자신의 친딸이 맞는지 검사하는 것에만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소비에슈에게 라스타의 명예 따위는 아예 상관없기 때문.[200] 작중 언급에 따르면 아무리 정부를 두는 것이 당연시된다고 해도 친자검사를 받는 일은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하물며 황제가 직접 친자검사를 받는 것은 더더욱 수치스러운 일이 될 것이 뻔하다. 그래서 소비에슈는 글로리엠의 친부를 의심하는 와중에도 친자검사를 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뜻밖에도 알렌이 자연스럽게 친자검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준 것.[201] 사실 소비에슈는 라스타의 친부가 나타난 시점부터 글로리엠의 안위와 미래를 위해 라스타의 친부를 은밀히 처리할 생각이였다. 하지만 뜻밖에도 라스타가 직접 친부를 궁에 부른 바람에 소비에슈로서는 수고를 덜은 셈이 된 것.[202] 이 때 나비에를 부를 때 "황후"라고 호칭한다. 정황상 나비에의 직위를 호칭한 것이 아닌 나비에를 아직도 자신의 아내인 마냥 불렀을 가능성이 높다.[203] 매우 정신나간 망언. 엄연히 제국인 국가를 '왕국 따위'라고 비하한 것이다. 정황상 서왕국의 약세에도 이를 무시하며 서왕국을 깔보고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204] 공교롭게도 라스타도 서왕국 왕비 시절의 나비에를 "왕비 따위"라고 매우 중대한 모욕을 가했다.[205] 이 때 속으로 이스쿠아 자작부부를 트로비 공작부부, 코샤르와 비교하는 매우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인다. 아들인 코샤르가 가문의 후계자이자 차기 가주 신분임에도 변방으로 내쫓는 벌을 내렸던 트로비 공작부부와 '황후의 부모' 역할에 심취해 가짜 딸인 라스타를 두둔하며 친딸인 에벨리를 알아보지 못한 것은 물론 상습적으로 모욕하고 악랄하게 괴롭혀댔던 이스쿠아 자작부부는 애초에 비교될 수가 없을 뿐더러 비교된다는 자체가 트로비 공작부부에겐 매우 중대한 모욕이다.[206] 말이 안 되는 개소리다. 후계자의 혈통은 아버지의 혈통 뿐만이 아닌 어머니의 혈통 역시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원칙적으로는 아버지가 황제 신분이지만, 어머니가 노예 신분인 글로리엠은 황족 취급은 커녕, 사실상 계승권이 없는 사생아 신세에 불과하다. 설령 정식으로 황족으로 인정받는다고 한들 모친의 신분 때문에 정통성에서 매우 불리하며, 간신히 황위에 올랐다고 한들 글로리엠은 평생 정통성에 대한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야한다. 당장 영조의 사례를 보자.[207] 나비에가 하인리에게 '요정의 눈물'을 양도한 것은 소비에슈에 대한 복수 차원이였다. 라스타가 자신이 준 '홍염의 별'이라는 반지를 잃어버렸음을 알고서 나비에가 소유한 '사막의 꽃'이라는 반지를 라스타에게 주려고 하는 매우 어처구니없는 만행을 저질렀기 때문.[208] 평소의 소비에슈였다면 동대제국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릴테앙 대공을 되찾아왔겠지만, 만약 글로리엠이 자신의 친딸이 아니라면, 릴테앙 대공의 아들 셰를이 유력한 황위 계승권자가 될테니 오히려 릴테앙 대공이 동대제국에 없는 게 훨씬 낫다고 판단한 것.[209] 아무리 릴테앙 대공과 아들 셰를의 계승서열 문제라는 이유라지만 지금 소비에슈는 사실상 릴테앙 대공을 방치한 것이다. 거기다가 하인리는 자기 정적들을 매우 잔인한 방식으로 처리할 정도로 답이 없는 매우 전형적인 폭군이다. 상식적으로는 릴테앙 대공이 아무리 껄끄러운 존재라 해도 정상적인 군주라면 자국에서 어떻게든 처리해야지 타국에서 사적 제재를 가하는 걸 방관할 리가 없다. 릴테앙 대공은 어쨌든 동대제국의 황족이고, 자국의 황족이 타국에서 위해를 당했는데 이를 방관한다는 건 곧 자국의 위엄이 땅에 내팽개쳐지는 일이나 다름없기 때문. 이 사건에서 소비에슈는 엄연히 호구 짓을 한 거나 다름없다.[210] 현실에서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절로 보낸 사람과 그 나라 통치자가 아무리 사이가 나쁘다고 한들 사절이 타국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본국에서 가만있을 수 없는 것은 상식이며, 만약 가만있는다면 그 통치자는 개념없는 자라고 두고두고 욕을 먹는다. 세상은 넓고 별의별 일은 많으니 본국 통치자가 진짜로 가서 죽으라는 의도로 적국에 사절을 보내는 일이 없던 건 아니지만, 그럴지언정 정말 죽으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항의서한이라도 보냈다. 때로는 너희 나라와는 전쟁밖에 없다는 의도로 적국의 사절을 죽여버리거나 일부러 적국에 전쟁을 걸 의도로 가서 죽으라는 사절을 보내기도 했는데, 이 경우도 뒤집어 생각해보면 사절을 해한다면 전쟁도 불사할 만 하다는 것을 양쪽 모두 알고 있다는 의미다.[211] 본인이 나비에에게 선물한 '요정의 눈물'이라면 몰라도 자신의 욕심 때문에 일방적으로 이혼당한 나비에는 더이상 소비에슈의 아내가 아니다.[212] 의외로 하인리는 이 편지를 받고 기분 나빠하면서도 소비에슈가 자신이 원하던 걸(마법사 군대, 마법 아카데미, 수많은 인재, 드넓은 바다와 항구, 지리적인 이점, 결정적으로 아내) 많이 갖고 있다며 순순히 인정한다.[213] 즉, 소비에슈는 자신의 핏줄도 아닌 글로리엠을 후계자로 삼으려 한 것은 물론, 이를 위해 모든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비에와의 이혼을 감행한, 매우 어마어마한 뻘짓을 저지른 셈. 또한 글로리엠이 황실의 핏줄이 아니라고 밝혀짐에 따라 랑드레 자작과 코샤르에게 씌어진 유일한 황제의 핏줄을 해하려 했다는 죄도 성립되지 않게 되었다. 라스타를 낙태시키려고 했던 코샤르의 악행은 소비에슈와 나비에의 공식적인 이혼 사유였으니, 정황상 나비에와의 이혼 역시 정당한 사유로 인한 이혼이 아니라 소비에슈의 일방적인 주장과 악행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다.[214] 그토록 어여쁘게 여겼던 글로리엠을 한순간에 내치는 게 소비에슈의 입장에서도 마음이 좋지 않을게 뻔하다. 게다가 카를 후작에 의하면 사람들은 소비에슈가 뻐꾸기 공주나 다름없는 글로리엠을 계속 데리고 있으면 바보 같다 여길테지만, 막상 진짜로 글로리엠을 내쳐버리면 소비에슈가 매정하고 박정하다 여길거라고 한다. 한때 나비에도 라스타를 권력으로 누르면 자신이 악역이 되지만, 그렇다고 라스타를 내버려두면 바보 취급을 받는 걸 두고 고민한 적이 있었다.[215] 어찌됐든 라스타는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대신관 앞에서 서약을 한 황후이니 폐위시키려면 절차가 필요하지만, 글로리엠은 절차에 따라 공주가 된 게 아니라 그저 황제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주가 된 것이다. 그러니 황제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소비에슈의 말 한마디로 공주 자리에서 폐위당할 수 있는 것.[216] 정작 나비에에게는 "라스타의 아이는 황실의 아이이고, 내 아이는 곧 네 아이다"라는 무논리를 지껄이며 라스타의 아이를 양자로 들일 것을 강요했었다. 본인이 한 말을 본인이 안 지키는 셈.[217] 예전엔 나비에가 그 역할을 해주었으나 소비에슈 본인의 욕심 때문에 내쳐버렸고, 카를 후작은 충직한 비서이자 신하였지만 아픔을 나눌 친구는 아니었다. 결국 이 모든 상황을 초래한건 소비에슈의 잘못 때문이다.[218] 차용증은 그나마 소비에슈 자신의 개인 재산을 쏟아 무마할 수 있으나, 항구를 외국인에게 준다는 건 전혀 다른 매우 심각한 문제다. 그렇다고 순순히 주지 않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서 항구를 주지 않으려면 애초에 라스타가 황후가 될 수 없는 사람이었단 걸 증명해서 서류를 무효로 만들거나, 에르기 공작이 바람둥이로 악명높은 것 등을 사유로 항구를 주는걸 거부해야 한다. 하지만 대놓고 돈은 그렇다 쳐도 항구만은 받아야겠다고 요구한 에르기가 이에 순순히 넘어가 줄 리도 없다.[219] 월대륙 연합에 중재를 요청한다는 것 자체가 모든 나라가 라스타와 관련된 이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이기 때문. 당연히 동대제국 황실의 위엄은 바닥에 떨어질테고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나비에 황후를 버리고 데려온 황후가 저렇다'라고 비웃을게 뻔하다.[220] 사실 소비에슈의 계획을 생각하면 이 말 자체는 맞다. 얌전히 자리만 지켰다면 라스타는 황녀 글로리엠의 생모로서 편하게 살 수 있었기 때문. 그러나 라스타가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급기야 외국의 공작에게 무단으로 자국의 영토를 넘기는 매국죄까지 저지른 건 소비에슈가 본인의 욕망을 앞세워 기본 교육조차 시키지 않아 라스타를 백치미 상태로 만든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였고, 이로 인해 라스타는 겉으로는 도와주는 척 호의를 베푸는 에르기의 유혹에 넘어가게 된 것이였다. 소비에슈의 자기중심적인 태도와 편협된 사고방식이 불러온 대참사.[221] 물론 에르기도 황후를 유혹해 이득을 취하려 했다는 게 밝혀지면 사람들이 좋지 않게 보겠지만, 에르기는 원래부터 그런 이미지인 반면에 동대제국 황실은 그런 이미지가 아니니 결국 손해는 동대제국 황실이 더 받게 되기 때문.[222] 친자 확인 사건으로 인해 글로리엠이 알렌의 딸이라고 판명난 이상 알렌의 아버지인 로테슈 역시 황실 기만죄로 처벌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223] 이런 소비에슈의 제안에 결국 로테슈는 그 '두 명'인 르베티와 아내를 살리기 위해 알렌과 함께 모든 죄를 뒤집어쓴다.[224] 문제는 이 지적이 엄연히 사실이라는 것. 소비에슈는 이 때까지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라스타를 내버려두기만 하다가 글로리엠이 자신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된 그제서야 라스타를 단죄하기 위해 행동한다. 라스타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온갖 피해를 보는건 무시했으면서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온 뒤에서야 라스타를 내치기로 마음 먹은 것.[225] 다만 이런 상황이라면 "현명하지 못하다" 같은 수준이 아니라, "여자에게 빠져 나라를 말아먹은 무능한 암군"정도의 비난을 들었어야 정상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진작에 귀족들과 국민들에 의해 반란이 일어나서, 황제 지위에서 폐위되고 처형당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동대제국이 얼마나 막장인지가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난 장면이기도 하다.[226] 참고로 현재 이스쿠아 자작부부는 에벨리를 해치려 한 정황이 이미 확실하고 서대제국에서도 엄중한 처벌을 부탁했기에 처벌을 절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227] 이미 라스타는 항구를 외국인에게 양도하려 한 매국죄를 비롯해 나비에의 어음 횡령과 르베티의 인신매매, 트로비 공작부부의 살인 교사 등, 많은 죄를 저질렀기에 소비에슈로서는 얼마든지 라스타를 황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었기 때문.[228] 게다가 혼인 무효 소송을 하는 동안에는 재혼을 할 수 없으니, 황후 소생 후계자를 원하는 소비에슈에게는 좋지 않을 일이다. 더군다나 황족 및 왕족은 이 혼인 무효 제도를 악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에, 신전에서 웬만해서는 혼인 무효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한다. 역사상 왕의 혼인이 무효로 처리된 경우는 딱 한 번뿐이었고, 이후로는 한번도 결혼 자체를 무효로 해주지 않았다고.[229] 글로리엠은 아직 갓난아기이기에 라스타가 처벌을 받더라도 관련 없이 빠져나갈 길이 많았다. 그러나 라스타가 스스로 자신이 도망 노예란 걸 터트려 소비에슈를 끌어들인다면, 오히려 글로리엠이 죄와 관계 없이 졸지에 공주에서 노예 신분이 돼 버리는 잔인한 일이 발생한다.[230] 이 말 자체는 맞으나 라스타가 지적했듯이 어떠한 근거도 없이 나비에의 불임을 처음 언급한 이는 소비에슈 본인이다.[231] 소비에슈가 라스타를 결코 사랑한 게 아니라, 단순한 애완동물로 취급하고 있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대사.[232] 엄밀히 따지자면 소비에슈가 나비에를 배신하고 이혼을 감행한 것이다. 도리어 소비에슈 본인이 나비에를 버린 것임에도 '나비에가 자신을 버렸다'는 뉘앙스로 말하는 것.[233] 니안의 이혼 사건에서도 드러나듯이 투아니아 공작은 아내인 니안을 사랑하기는 커녕, 오히려 라스타가 퍼트린 소문만을 믿고 니안을 의심해 무려 재산분할 재판까지 벌이며 니안과 매우 일방적으로 이혼했다.[234] 이를 볼 때 소비에슈 본인은 나비에에게 못할 짓을 많이 했다는 걸 제대로 알고 있는 듯 하다. 이후 라스타와의 대화에서 나비에와 이혼한 것만큼은 전부 자신의 탓이라고 인정하는 걸 보면 확실하다.[235] 사실 라스타가 그간 저지른 악행과는 별개로 이 말만큼은 매우 정확하다. 애초에 정부 소생 사생아에 불과한 라스타의 아이를 적자로 만들겠답시고 일개 정부에 불과했던 라스타를 황후 자리에 올린 것도, 라스타를 황후 자리에 올리기 위해 죄없는 나비에를 강제로 내친 것도, 황후가 된 라스타가 온갖 악행을 일삼는데도 불구하고 사실상 방관한 것도 전부[236] 당연히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소비에슈는 라스타가 정부였을 때부터 그녀가 도망 노예였다는 사실을 숨긴채 신분 세탁을 주도했고, 그런 라스타가 임신한 아이를 적자로 만들기 위해 죄없는 나비에를 내치고 라스타를 황후로 만든데다, 황후가 된 라스타가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데도 말리긴커녕 사실상 방관하는 등, 동대제국의 국격을 붕괴시키고 국민들을 기만한 장본인이다. 이렇게 그간 소비에슈가 저지른 짓들은 하나같이 폐위되고도 남는 짓인데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벌을 받기는 커녕 아예 비난조차도 받지 않는다는 건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다. 만약 현실에서 군주가 이딴 개막장짓을 저지른다면, 이미 진작에 "여자에게 빠져 온갖 폭정을 저질러 나라를 망친 최악의 폭군"으로 낙인찍혀, 국민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을 것이며 똑같이 분노한 귀족들에 의해 반란이 일어나 폐위되어 처형되고도 남을 것이다. 소비에슈의 자기중심적인 사고관과 오만한 성격이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사.[237] 글로리엠 공주를 데리고 외국으로 도피해 사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고 한다.[238] 아버지인 알렌과 어머니인 라스타 모두 중죄인이니 글로리엠도 오빠인 안처럼 노예가 되어야 한다.[239] 하지만, 소비에슈의 본거지에서 터트린 것이기에, 소비에슈에게는 데미지는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240] 애초에 라스타의 범죄를 이용하기 위해 라스타의 친부를 납치해 감옥에 가둔 사람이 소비에슈인 걸 생각하면, 기존 목적대로 라스타를 확실히 폐위시키기 위해 재판에 끌고온 듯 하다.[241] 랑드레 자작과 코샤르의 추방은 라스타가 임신한 황실의 아기를 해치려 한 혐의 때문이니, 글로리엠이 황제의 친딸이 아니라고 만천하에 밝혀짐에 따라 추방될 이유도 사라진 것.[242] 소비에슈 역시 니안을 모욕하는 헛소문을 퍼트려 니안이 남편에게 억울한 이혼을 당하게 만든 라스타의 행동을 묵인하고, 그에 대한 복수를 하려 한 랑드레 자작에게 황족 시해 미수죄라는 억울한 혐의를 씌워 재판마저 무시한채 멋대로 사형시키려고 했던 걸 생각하면 가당치도 않은 위로다. 그나마 라스타는 온갖 모욕을 받으며 황후 자리에서 폐위되고 자살하면서 저지른 악행에 대한 죗값을 받기라도 했지, 만악의 근원이자 라스타보다 더한 악행을 저질렀던 소비에슈는 비난은 커녕, 아예 벌조차도 받지 않았으니 랑드레 자작이 더 혐오할 만하다.[243] 항구 건을 월대륙 연합 법정에 제소해야하는 소비에슈 입장에선 월대륙 연합 소속 기사단의 단장인 랑드레 자작과 트러블을 만들 수는 없었다. 이 일을 얘기해주던 트로비 공작부인도 통쾌하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릴 정도. 나비에 역시 소비에슈의 자존심상 얼마나 화가 났을지 눈에 선히 보인다고 생각했다.[244] 어린 시절 소비에슈와 나비에는 둘만 아는 이름을 지은 다음 몰래 둘이서만 빠져나갈 때 그 이름을 썼다고 한다. '리드뢰 경'은 그때 소비에슈가 사용한 가명이라고.[245] 폐위된 라스타가 유폐될 탑으로 가기 전 잠시 남궁에 감금되자 불길하다고 여겨 그녀가 사용하던 가구들조차 모조리 치워버린 탓에 방 전체가 황량하게 텅 비어 있었다.[246] 기뻐하면서 턱을 치켜올리고 이제 본인의 방이라고 말하며 방을 둘러보면서 기지개를 펴며 "이게 바로 권력의 향기..."라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소비에슈는 그런 나비에를 보며 어이없어하면서도 웃었고, 나비에 역시 따라 웃었다.[247] 그 책상은 소비에슈가 북왕국에서 구해 온 나무로 일 년 내내 다듬어 선물한 책상이였다.[248] 나비에의 시녀 로라를 가둔 것, 라스타와 비교된다고 말한 것, 한 번이라도 그냥 넘어가달라는 말을 한 것, 나비에의 이름으로 라스타에게 선물로 보낸 것.[249] 아이러니하게도 탑에 유폐된 라스타는 공포에 질려 소비에슈만을 찾고, 결국 자살하는 순간에마저도 자신은 소비에슈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250] 글로리엠은 대외적으로는 라스타와는 다른 탑에 감금된 것으로 알려져있다고 한다.[251] 라스타가 타락하여 정부 시절은 물론 황후가 되어서도 스스로 온갖 악행들을 저지른 건 사실이지만, 라스타가 타락하게 된 원흉은 로테슈 자작에게 사기를 쳐 딸을 노예로 전락시키고, 딸이 동대제국의 황후가 되자 황후의 친부 행세를 하며 돈을 갈취해대던 라스타의 친부, 라스타의 신분을 못마땅해하며 라스타와 알렌의 사이를 방해하고, 라스타가 을 출산하자 안이 죽었다고 거짓말한 것은 물론 안 대신 아기의 시체를 라스타에게 안겨주어 라스타에게 트라우마를 심었고, 라스타가 도망 노예임을 폭로한 후 안을 빌미로 지속적으로 협박하며 돈을 뜯어낸 로테슈 자작, 로테슈 자작의 만행으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긴 라스타를 외면하고, 함께 도주하는 제안을 거부하여 라스타를 버려놓고서, 라스타가 소비에슈의 정부가 되자 되려 라스타에게 집착했고, 동대제국의 황후 자리에 올라서도 여전히 집착했으며, 안을 준황자로 대우해달라는 매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것도 모자라 안의 존재를 드러내기까지 한 알렌, 아버지와 오빠보다 정도가 덜했지만 싫다는 이유로 라스타를 정서적으로 학대하며 인간취급을 안한 르베티, 라스타를 총애하며 라스타가 임신하자 라스타의 아이를 적자로 만들기 위해 황후로 삼았으나, 아이에게만 신경을 쓰며 점점 라스타를 냉대한 소비에슈, 결정적으로 처음부터 라스타를 이용하며 그녀의 악행을 부추긴 에르기의 영향이 미쳤음을 따져보면 상당히 의미심장한 평가다.[252] 다만 소비에슈 입장에서는 작은 가능성이라도 국토가 넘어갈수 있다는 점과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연합 쪽에 좋게 보여야 하는 등, 일이 복잡해지는 게 싫을 뿐이었다.[253] 사실 에르기가 라스타를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악녀로 타락시키는데 그 누구보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장본인이라는 걸 생각하면 소비에슈의 말도 결코 틀리지 않다. 이후 밝혀진 과거사에 의하면 에르기는 자신의 어머니의 인생을 망친 알레이시아와 입장이 똑같은 라스타를 처음부터 경멸했으며, 그녀를 동대제국 황실과 소비에슈를 망가뜨릴 목적으로 이용 대상으로 삼아 철저히 농락했다. 하지만 라스타는 에르기에게 있어 알레이시아와 연관되긴 커녕, 말 그대로 아무런 연관도 없는 생판 남남이였다.[254] 알레이시아가 자살했단 소문도 돌았지만, 그녀의 부모가 자살로 위장해 딸을 바다에 버렸단 소문도 돌았다고 한다. 외전에서 드러난 바에 의하면 알레이시아의 부모가 딸을 자살로 위장해 바다에 버렸단 소문은 어느 정도 와전되긴 했지만 사실이였다.[255] 멀리 갈 것도 없이 르베티가 라스타의 사주로 노예로 팔려갈 뻔했었고, 다른 사람도 아닌 소비에슈가 그렇게 팔려갈 뻔했던 르베티를 구출한 전적이 있다.[256] 사실 상시천의 부천주가 아기인 글로리엠을 유괴해 자신의 딸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이를 숨기기 위해 일부러 피묻은 아기옷을 근처에 둬 글로리엠이 죽은 걸로 위장했다. 이전에 글로리엠을 위한답시고 상시천을 해결해주던 코샤르를 내치는 바람에, 상시천이 다시 동대제국으로 돌아오면서 친딸이 유괴당해 영영 이별하게 된게 참으로 아이러니하다.[257] 사실 나비에는 죽지 않았고, 글로리엠은 상시천이 피묻은 아기 옷을 두어서 죽은 걸로 위장했을 뿐 살아 있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소비에슈는 둘이 죽었다고 생각한 것.[258] 황태자 시절 복숭아 나무에 탐스러운 복숭아가 열리자 이를 나비에에게 따다주기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갔다고 한다. 황태자가 복숭아를 따기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갔다면 우스운 일이지만, 황태자비 시절의 나비에는 축제를 앞둘때마다 체중 조절을 위해 철저히 음식을 제한받았다. 소비에슈는 그때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몰래 음식을 챙겨주었는데 나무에 올라간 건 그게 처음이였다고 한다. 전 날 둘이서 낭만소설을 읽었을 때 소비에슈는 그게 낭만적이라 생각해 나무에 올라갔다고. 그 결과 소비에슈는 나무에서 떨어졌고, 나비에는 그가 떨어뜨린 복숭아에 맞아 머리에 혹이 났다.[259] 정황상 랑트 남작으로 추정된다.[260] 선대 황후가 소비에슈에게 어렸을 때부터 철저히 익히게 한 습관이라고 한다.[261] 소비에슈가 나비에와 같이 지내온 시간이 적어도 10년은 넘는데, 이를 '구름속에 살았다'며 허송세월 취급한 것. 그 외에도 소비에슈의 일기장을 보면 라스타를 천사같은 가여운 사람, 자신은 그런 천사같은 라스타를 구해준 백마탄 왕자, 나비에는 그런 라스타를 괴롭히는 악녀로 취급했다.[262] 마법사 군대는 동대제국이 최강대국이 될 수 있게 만들었고, 동대제국 황제의 힘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263] 제국인 국가를 왕국으로 호칭한 것은 매우 무례한 발언으로, 외교 문제에 해당하는 일이다.[264] 소비에슈가 황태자이던시절, 나비에가 인상을 찡그리면 소비에슈는 눈을 펴주었고, 나비에는 더 짜증이 나서 돌아서거나, 간지러워서 웃음을 터트리느라 짜증을 잊었다고 한다.[265] 카를 후작의 언급으론 황태자 인격의 소비에슈가 서대제국을 '졸부국'이라고 부르고, 하인리 황제를 '가출 상습범'이라고 비하했으나, 원래의 소비에슈는 그보다 좀 더 하인리 황제를 낮춰보았다고 한다. 지금이 또래간의 기싸움이라면, 당시에는 정말로 몇 단계 아래 사람을 보는 것처럼 낮춰보았다고.[266] 라스타를 데려왔을 당시 나비에가 라스타에 대해 물은 것에 대해 냉담하게 군 것, 로라에게 가혹한 벌을 내린 일, 로라에게 가혹한 벌을 내린 일에 대해 나비에와 말다툼을 벌이다 고분고분하게 굴면 안 되냐는 말을 한 것.[267] 과거, 나비에는 낭만소설을 읽고, 소비에슈에게 소설대로 해줄 수 있냐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소비에슈는 복숭아 나무 위로 올라가 복숭아를 땄으나, 복숭아가 나비에 위로 떨어지는 바람에 나비에는 머리에 혹이 났고, 소비에슈는 나무에서 떨어져 기절했다고. 후에 소비에슈는 사과를 한답시고 나비에를 찾아가 복숭아를 내밀었으나, 분노한 나비에는 베개로 소비에슈를 때렸고, 놀란 소비에슈가 도망가자 추격하다가 첫 키스를 했다.[268] 동대제국 황제가 서대제국 황후의 면전에서 '네 정부가 되겠다'는 요구를 했다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만약 이 일이 알려졌을 경우 나비에는 '전 남편을 유혹했다'는 오해를 사 서대제국 사람들에게 비난을 들으며 손가락질을 받았을 것이다. 말 그대로 나비에의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조차도 않은 발언인 것. 하물며 나비에는 소비에슈가 라스타를 정부로 들인 후 저지른 만행, 라스타와 크리스타가 저지른 악행 및 만행들로 인해 정부에 대한 기억이 트라우마 수준이기에 민폐 그 자체다. 심지어 바로 직전 나비에가 '난 지금의 남편을 사랑하고 있고 남편과 잘 살고 있으니, 너도 다른 사람과 잘 살라'고 단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잘 살고 싶다'는 핑계를 내세우기까지 한 것이다. 소비에슈의 무책임적인 태도와 극한의 이기주의적인 사고관이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사.[269] 문제점은 소비에슈는 동대제국의 황제 신분이라는 본인의 위치를 아예 완전히 망각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말 자체가 서대제국 입장에선 매우 중대한 모욕이였기에 국가 간의 문제에 해당했으며, 그걸 동대제국 황제 신분으로 대놓고 지껄였으니 동대제국이 서대제국을 능멸한 행위였다. 당연히 서대제국은 그 보복으로 동대제국에 전쟁을 선포하고도 남았다. 만약, 현실에서 군주가 이딴 개막장짓을 저질렀다면, 해당 국가는 그 보복으로 전쟁을 일으켜 폐위하고 처형시켰을 것이며, 아예 속국화시키거나 나라를 멸망시켰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국가들도 그 나라를 편 들었을 것이다. 가장 문제점은 동대제국은 나라 망신 정도가 아니라, 국가 자체의 위신이 뿌리채로 붕괴될 뻔 했다는 것이다. 이 작자가 진짜로 동대제국의 황제라는 사람이 맞긴 한 건지 믿기지가 않을 정도.[270] 소비에슈가 마력 감소 현상을 조사하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던 나비에가 시녀들을 시켜서 낸 소문이였다.[271] 후에 릴테앙 대공을 탈출시킨 사람이 초국적 기사단의 제 4기사단장 에인젤임이 밝혀진다. 하인리로서는 의도치 않게 정답을 맞춘 셈.[272] 상당히 미친 짓인데, 이미 나비에는 공적인 일 외에는 대부분 거부하고 있던 상황이였다. 상대가 계속 거부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계속 질척거린다는 자체도 문제지만, 서대제국 황후인 나비에에게 이런 짓을 한 것이다. 즉, 소비에슈의 행동은 외교문제에 해당될 수도 있는 일이다.[273] 소비에슈가 나비에를 "자신의 소유물"로 취급하고 있음이 단적으로 드러난 대사.[274] 아예 적반하장을 넘어선 수준의 망언이다. 나비에와의 관계가 돌이킬수조차도 없을 정도로 파탄난 건 오로지 소비에슈의 책임이다. 그런데 그걸 인지하기는 커녕, 오히려 하인리가 나비에와 만난지 얼마 안 되어 결혼했다는 핑계를 들어 하인리와의 사랑이 영원하지 못할 것이라는 망언을 내뱉은 것. 즉,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하인리의 탓을 하는 것이다. 하인리가 나비에의 외모보다는, 그녀의 태도나 내적인 부분에 반해 나비에를 사랑하게 된 것을 따져보면 매우 어처구니없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더욱이 소비에슈의 만행 때문에 하인리가 나비에에게 계속 대쉬하고 사랑고백을 함에도, 나비에가 한동안 영원한 사랑을 믿지 못했던 것을 따져보면, 소비에슈는 저따위 말을 내뱉을 자격조차 없다. 당연히 나비에는 소비에슈의 적반하장을 넘어선 매우 뻔뻔하기 짝이 없는 태도에 속으로 "네가 그런 말을 할 처지냐?"고 매우 기가 막혀했다. 아예 한 명의 인간으로서 실격인 소비에슈의 극한의 이기주의적인 사고관과 자기중심적인 태도, 뻔뻔한 태도, 후안무치함, 추악한 본성, 악마같은 성격을 상징하는 대사.[275]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역대급 망언은 나비에와 하인리의 사이에 대한 이간질을 넘어서, 명백하게 하인리를 모욕한 행위라는 것이다. 소비에슈는 서대제국에 올 때 대외적으로 '요양을 하겠다'는 명분으로 온 것이기에, 서대제국에서 신세를 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동대제국 황제 신분으로 서대제국의 황제인 하인리를 모욕한 것. 이는 외교적 무례에 해당했으며, 자칫하면 동대제국과 서대제국 간의 외교문제로 번질 수 있었다.[276] 아기의 아버지는 명백히 하인리가 맞고, 더욱이 나비에가 임신 중인 아이는 서대제국의 차기 황제가 될 것이 유력한 아기이자, 2세대만에 간신히 생긴 정통 황실 후계자다. 즉, 명백한 헛소리. 게다가 외교적인 문제로 번질 수 있는 발언이기도 하다.[277] 상식적으로 릴테앙 대공에게 가한 하인리의 행동은 타국의 황족에게 고문 수준의 상해를 가한 것이니 그 나라의 황제인 소비에슈가 비난하는 게 당연하다.[278] 전부 동대제국 사람들이 쓴 편지로, 서대제국 수도를 돌아다닐 때, 여행자, 용병, 사업차 온 사람들, 일 때문에 온 사람들에게 받은 것이였다. 이와 함께 '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받은거니, 마음 아플때마다 읽어보라'는 내용의 편지도 포함되어있었다. 소비에슈가 나비에의 동대제국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이용한 것이 드러난 부분.[279] 마력 감소 현상에 대해 알려주면 항구 사건에 대해 동대제국 편을 들어주겠다는 4기사단장의 제안과 그래서 거절했고, 잘했다고 해달라며 가산점 줄 수 있냐는 소감, 자신이 쓴 일기를 봤는데 에르기 공작이라는 자가 자신과 어마어마한 원수였냐며 왜 이렇게 자신에게 공격적이냐는 것.[280] 이렇게 함으로서 "에르기 공작은 라스타 황후가 노예 출신임을 알고서 항구를 받아냈으니, 항구 양도 서류도 무효다"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라고 한다.[281] 나라를 안정시키고 황실의 무궁한 번영을 위해 빨리 다음 황후를 맞이해야한다는 것, 당장 황후를 맞이할 수 없다면 황위계승권 순위가 가장 높은 셰를을 궁전에 데려와 교육해야한다는 것.[282] 당시 라스타가 재판에서 사람들 앞에서 소비에슈가 "고자"라는 말을 했고, 황후 자리는 비어있는데다, 가장 계승 순위가 높은 릴테앙 대공은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니 당연히 사람들은 후계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283] 자신의 혈육을 황제의 혈육으로 조작하려한 죄는 매우 무겁기에, 가문 전체가 처벌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고 한다.[284] 공주로 태어났으나, 노예의 자식이 되어 죽었고, 영광스러운 이름을 가졌으나 너무 짧게 살다 갔다고 기록되었다.[285] 소비에슈가 정신을 잃었을 때, 카를 후작이 아주 이상한 시선을 보냈다는 것.[286] 사실 소비에슈도 셰를을 보내줄 마음 따위는 없었고 집에 다녀오라고 허락한 것도 빈말에 불과했다. 비단 소비에슈뿐만이 아니라 황실의 비서진들과 관리들마저 셰를을 빨리 궁전으로 불러오길 원했다. 그 이유는 야심만만한 릴테앙 대공 부부가 우유부단한 셰를을 휘어잡고 마음대로 휘두를 것을 우려해서, 하루라도 빨리 셰를이 그러한 부모님에게 교육받지 않기를 원했기 때문이였다.[287] 애초에 셰를은 황제 자리에 관심이 없었는데 그 이유는 어릴 때부터 황제 자리에 야심이 없는 아버지 릴테앙 대공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총명하기로 이름 높았던 소비에슈도 황제로 즉위한지 몇 년 지나지도 않아 벌써 사건사고가 터졌으니, 자신이 황제 자리에 앉는다면 똑같이 머리도 같이 터질 게 분명할 거라고 생각해 더욱 황제 자리를 꺼리게 된다. 셰를의 속마음에 의하면 지금은 소비에슈도 좀 미친 것 같아보이는데 자신도 저 꼴이 나고 싶지 않으니, 관심없는 황제 자리에 올라 머리를 싸매느니 평생 사치스럽게 지내도 될 막대한 재산과 황족이란 명예를 가지고 그냥 즐겁게 놀고 싶다고.[288] 계승권을 영구적으로 포기하는건 셰를 본인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기에 안 받아들이고 뭐고 할 게 아니지만, 셰를은 나이가 어리니 소비에슈 측에서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보라'고 돌려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셰를이 다시 청하면 그 때는 정말로 심각하게 받아들일 사안이라고.[289] 셰를이 황위계승권을 영구히 포기한 일에 대해 "황궁에서 셰를을 협박해 포기하게 한 거다", "아직 셰를은 아이라서 이런 결정을 할 수 없다", "보호자가 없는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니 무효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290] 릴테앙 대공도 대공비도 자기 아들을 황제로 만들기 위해 안달이 나 있다고 한다. 당연히 릴테앙 대공 부부에게는 셰를이 스스로 황제 자리를 영구히 포기한 일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인 것.[291] 황제의 대리인은 그 대단한 위치나 권력 때문에 보통 후계자나 가까운 황족이 맡는다고 한다.[292] 나비에의 언급에 의하면 '후사가 없어 계승서열이 꼬일 경우 계승권을 가진 다른 나라의 왕족이나 귀족들이 황위를 차지할 수도 있다'고 한다.[293] '행복하게 잘 살란 말은 못 하겠어. 하지만 무탈하게 좋은 황제가 되기를'[294] 즉, 소비에슈는 이혼한 순간부터 이미 본인 스스로 나비에를 되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그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은채 계속 나비에에게 집착했다는 뜻이다. 소비에슈의 "나비에에 대한 집착과 미련"이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면.[295] 정작 소비에슈도 신년제 때 외국 귀빈들과 동대제국 귀족들이 다 보는 앞에서 같이 춤을 추던 나비에를 내팽개치고, 라스타를 안고 가면서 나비에를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전락시켰다.[296] 정작 소비에슈는 라스타를 정부로 들인 이후 그녀를 편애하며 나비에에게 상처를 주면서 아버지처럼 자신의 아내를 마음고생시키는 것도 모자라, 라스타의 아이를 적자로 만들겠답시고 나비에와 강제로 이혼함으로서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아버지보다 더한 만행을 저질렀다.[297] 현실에서도 남자들 중에 바람을 펴서 자신과 가족들에게 상처를 준 아버지를 혐오해 바람피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사람들도 결국 똑같이 바람을 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피는 못 속인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다' 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실제 역사의 앨버트 공처럼 잘못된 대물림을 끊어내는 사례도 얼마든지 많기에 소비에슈의 행동을 마냥 합리화 할 수 없다.[298]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에슈는 라스타가 임신했을 때 이를 나비에가 기뻐해주기를 바라는 매우 어처구니없는 착각을 했고, 라스타의 아이는 황실의 아이이기도 하니 나비에의 아이이기도 하다는 매우 어이없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도 모자라, 라스타의 아이를 나비에의 양자로 들이라고 강요하기까지 했다.[299] 클로디아 대공비의 사정과 에인젤이 에르기에게 제안한 거래에 대해, 사정이 있어 꼭 치유 마법사가 필요한데 도와줄 수 없냐는 부탁이였다. 힘든 일이기에 원치 않으면 도와주지 않다고 쓰여있었다고.[300] 마법을 이용한 빛으로 밤을 낮처럼 밝힌다고 한다. 이 덕분에 동대제국 수도의 명물이 되었다고.[301] 릴테앙 대공의 차남 레일은 부모와 형의 안 좋은 점을 전부 물려받아, 머리는 나쁘고 우유부단하며 줏대도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권력욕은 어마어마해서 자신이 동대제국의 차기 황제가 되는 게 당연하다고 믿으며, 벌써부터 자신이 '차기 황태자'가 된 마냥 안하무인으로 굴어댄다고 한다. 하인이 조금만 실수를 해도 끌고가서 죽여버리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아랫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는 건 기본에, 심지어 번화가에 놀러갔을 때 자신과 부딪힌 사람의 어깨를 자르라고 떼를 쓴 사건은 이미 유명하다고 한다.[302] 소비에슈는 정신이 심란해질 때면 내내 연무장에서 검을 휘두른 탓에 몸이 더 건강해졌다고 한다. 그런 소비에슈를 수감생활로 인해 건강이 악화된 릴테앙 대공이 몸싸움으로 이긴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303] 카이사 암살 미수 사건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황제인 소비에슈가 엄연히 건재한 상황에서, 자신들의 아들인 레일이 벌써부터 황태자가 된 것마냥 설치는 것부터가 반역에 준하는 죄다.[304] 셰를과 레일은 소비에슈의 사촌으로 현재까지 나온 동대제국의 황족들 중 소비에슈에게 있어 가장 가까운 인척인 반면에, 카이사와 라르스는 나비에한테 물려받은 모계 혈통으로는 동대제국 황족이 맞긴 하지만 촌수조차 자세히 나오지 않을만큼 먼 방계이다.[305] 당연히 황제로서의 자질은 커녕 인성부터 평판까지 전부 엉망이고, 소비에슈에게 찍혀 황족으로서의 입지마저 불안정한 레일은 황녀의 남편감으로서 아예 자격미달이다.[306] 릴테앙 대공의 이 발언은 동대제국의 황제인 소비에슈가 멀쩡히 살아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아들을 황제라고 참칭하는 것과 다름없다.[307] 나비에와 하인리도 릴테앙 대공이 저지른 각종 만행들 때문에 그를 거의 혐오하고 있다. 게다가 릴테앙 대공이 동대제국의 황위를 차지한답시고 라르스를 본인의 아들과 정략결혼시킬려는 불순한 목적으로, 계속 라르스에게 접근하고 있고 이를 위해 카이사를 암살하려고까지 했으니 릴테앙 대공을 더욱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308] 군주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기군망상죄였으며, 잘못하면 사형당할 수도 있는 일이였다.[309] 매우 의미심장하게도 림웰 영지 근처의 사냥터는 소비에슈가 라스타와 처음 만난 장소였다. 세월이 흘러 라스타를 처음 만난 장소에서 소비에슈 본인이 라스타처럼 덫에 걸린 모습으로 라스타의 딸인 모테와 재회하게 된 것.[310] 애초에 릴테앙 대공은 수없이 저지른 황족모독죄와 카이사 암살 미수는 말할 것도 없고, 노골적으로 자기 아들을 황제로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처형당할 명분은 차고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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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다만, 어린 나이에 정략혼을 한 황족은 성인이 될 때까지 동침하지 않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