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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20 17:01:32

본격 추리 소설

본격 미스터리에서 넘어옴
1. 개요2. 특징3. 주요 흐름
3.1. 본격파3.2. 신본격3.3. 현대 본격
4. 비판5. 관련 문서

1. 개요

本格推理小説. 일본의 추리 소설을 대표하는 장르이다. 일본에서 본격파 추리 소설(本格派推理小説), 영미권에서는 오늘날 puzzler, puzzle story, classical whodunit 등으로 불리고 있다.[1] 국내에서는 장르 마니아들 사이에서 '좁은 의미에서의 추리 소설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서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2]

본격이란 일본에서는 추리 소설의 하위 장르를 가르키는 용어로 본래의 격식(本来の格式)이라는 뜻으로 추리 소설이 퀴즈북같은 퍼즐러(수수께끼 풀이)를 중요시했던 추리 소설 장르의 초기 고전의 본래의 격식을 따르는 소설을 본격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정의했다. 에도가와 란포요코미조 세이시가 활동하던 고전 시대는 본격파(本格派). 1987년부터 시작된 새로운 수수께끼 풀이를 중시하는 추리소설의 경향을 신본격, 1990년대 중반 이후는 현대 본격이라고 칭한다.
사건이 있고, 범인이 있으며, 범인에 의한 트릭이 있고, 이를 명탐정 캐릭터가 등장해 해결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소설을 가리킨다. "추리를 통해 사건을 풀어나가는 내용" 특성상 주인공이 탐정이거나 사법관계자인 경우가 많지만, 추리력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트러블메이커, 페이크 주인공이 되는 경우도 있다. 독자가 이런 '부실한' 주인공에게 애착을 갖거나 몰입하게 되면 그것대로 인기를 끌기도 한다.

본격 추리 소설이 중요시하는 추리 소설로서의 요소가 뭔지는 녹스의 10계반 다인의 20칙 문서를 보면 알 수 있다. 사건이라는 문제편이 제기되고 작가는 독자와의 두뇌 게임에서 작품 내에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단서를 교묘히 제공하고, 독자는 그 단서만을 취득해서 논리적으로 정리 조합할 수 있다면 해결편에서는 범인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해를 했는지 트릭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이 공정한 페어 플레이였다면 본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반칙이다. 그래서 고전 본격 미스터리는 초능력이라든가 시간여행이라든가 유령이라든가 외계인이라든가 하는 비과학적인 허무맹랑한 요소를 배제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부터는 이런 비과학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논리적인 고찰이 가능하도록 본격파의 퍼즐 미스터리를 융합한 작품들이 생겨났다. 비과학적인 요소가 도입된 추리 소설을 일본에서는 본격과 대비해서 주로 '변격(変格)'이라고 부르는데[3] 오늘날에는 본격 추리 소설과 융합된 변격 추리물이 잇따라 나오고 성공함에 따라 추리 소설의 주류가 바뀌었고 특수설정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장르명도 탄생했다.[4]

2. 특징

장르적 특성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트릭의 의외성논리성, 그리고 탐정 캐릭터의 개성에 있다. 추리소설을 독자와 작가 사이의 두뇌놀이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플롯상의 대표적인 특징은 주인공 및 주변 인물(독자) VS 범인&진상(작가)라는 대결구도이다.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는 독자는 주인공 및 주변 인물의 시점에서 진행한다. 이 때, 명석한 탐정의 생각(추리)이 소설 중간에 누설되면 클라이맥스에 다다르기도 전에 사건의 진상이 누설되므로 탐정과 동행하는 일반인 탐정의 시점, 혹은 탐정의 생각이 상세히 드러나지 않는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소설이 서술된다. 여기서 일반인 시점(특히 일반인 탐정)의 경우, 독자가 작품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생각을 따라가게 되므로 더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주인공이나 주변인물들에게 불상사가 생기면 증폭된다.

다만 독자는 해당 작품과 작중 사건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으므로, 범인과 주변 상황[5](작가)이 남긴 단서들을 찾아야 한다. 당연히 주인공 일행은 이 단서들을 토대로 사건을 해결하지만, 그때쯤이면 소설이 끝나버린다. 독자 입장에서는 사건이 해결됐으니 해피 엔딩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한편으론 작품을 읽으면서 "내가 봤을 땐…."이라며 자기 나름대로 예상, 즉 추리를 하게 된다. 따라서 독자는 작품이 끝나는, 즉 사건이 해결되기 전에 자기 나름대로 해결해 보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된다. 바로 이 시점에서 독자와 작가가 대결하게 되는 것이다.

작품을 처음 읽어서 아무런 정보가 없는 독자와 달리, 작가는 모든 상황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유리한 입장이며 이를 이용해 독자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하지만 독자가 직접 작품에 개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6] 작가는 작중 인물들의 입을 빌어 몇 가지 단서들을 던져주되 이 단서가 사건에 도움이 될 지, 아니면 아무 관련이 없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독자가 스스로 판단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독자는 어느 단서가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지를 판단하며, 가짜 단서에 '낚이면' 실패하지만 진정한 단서를 잡았을 경우 소설이 끝나기 전에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 즉, 작가를 이긴 것이다! 하지만 증거가 우르르 쏟아지는 일은 거의 없으며, 소설이 될 만한 분량이라면 여러 사건들이 뭉쳐 있기 때문에 결말 직전보다 일찍 사건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마치 5판 3선승제처럼, 어느 부분에서는 작가가 이겼다가 독자가 이길 수도 있는 셈이다.

작가가 던져주는 단서들은 발견된 순간에 가치가 판명되는 경우가 드물다. 물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다" 정도의 예상을 할 순 있겠지만, 몇몇 경우는 사건의 결말에 가서야(혹은 결말에서만) 진가를 드러내기도 한다.[7] 그래서 작가는 해당 시점에서 발견된 단서들을 모두 설명하지 않고 일부러 뭉뚱그리며 탐정역의 캐릭터가 아닌 이상 대부분 그냥 지나치게 된다. 단순히 답을 가리는 게 아니라 알아챌 듯 하면서도 못 알아채게끔 조절하는 것이며, 독자는 나중에 가서야 이를 깨닫고 충격과 공포, 감탄, 감동 등등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추리소설의 질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겠다. 독자에게 불리한, 즉 독자가 추측을 "전혀" 할 수 없는 전개가 되면 실패한 소설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은 작중 인물들만이 아니라 독자도 추리할 기회를 주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로 추측하기 "너무 쉬운" 소설도 실패한 추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로 하여금 추리를 해야 할 필요성을 없애버리기 때문이다.

유의해야 할 점은 이러한 특성들은 특히나 본격 추리물에서 독자의 흥미를 진하게 유발하게 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에 불과하지, 이 자체가 추리 소설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교묘한 서술 트릭이나 뛰어난 심리묘사로 인해 호평을 받는 작품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꼭 특정 프레임에 들어맞지 않는다 하여 해당 작가와 작품의 질이 미리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유념하자.

3. 주요 흐름

일본 미스터리 시장은 역사적으로 보면 몇 개의 분기가 존재한다.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는 에도가와 란포요코미조 세이시가 활약한 본격 미스터리의 시기였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마쓰모토 세이초모리무라 세이이치로 대표되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전성기가 있었고, 1980년대에 접어들면 그동안 숨을 죽이던 본격 미스터리가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 일본 미스터리는 사회파, 본격, 경찰소설, 라이트 노벨 등 다양한 서브 장르가 혼재된 복잡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본격 미스터리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의 작품들을 신본격 미스터리라고 부른다. 쇠락하는 고전 스타일 미스터리가 이처럼 강렬하게 부활한 예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3.1. 본격파

소위 본격파(本格派)라 불리는 이들 작품들의 공통된 특징은 난해한 불가능 범죄가 발생하고, 초인적인 두뇌를 가진 명탐정이 등장하며, 이 명탐정이 범인의 트릭을 간파하여 사건을 해결한다는, 어찌보면 추리소설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담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런 형식적 특징은 상술했듯 19세기 말~20세기 초 초창기 탐정소설과도 일치하는 부분으로, 본격파가 고전적 미스터리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본격(本格)이라는 호칭을 최초로 사용한 인물은 고가 사부로(甲賀三郎)[8]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고가 사부로가 작가로 데뷔한 시기 일본의 탐정소설계는 괴기나 환상소설의 영향이 점차 짙어졌는데, 고가는 이런 상황에 불만을 품고 "순수하게 수수께끼를 푸는 재미"에 집중한 작품은 '본격'으로 부르고, 그 외의 작품을 '변격 탐정소설(変格探偵小説)'로 부르자고 제창했다. "본격만이 탐정 소설이고 변격은 쇼트 스토리로 부르자. 탐정소설에 문학성은 필요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9] 동시대의 히라바야시 하쓰노스케(平林初之輔)는 여기서 더 나아가 "에도가와 란포요코미조 세이시 같은 작가들의 작품은 변태적 심리에 흥미가 있고 이상한 세계를 구성하고 있으므로 (탐정소설로서) 불건전하다"고 '불건전파'라고 칭했다.

오늘날 본격파로 분류되는 에도가와 란포나 요코미조 세이시지만, 당대에 고가 사부로나 히라바야시 하쓰노스케 등은 이들조차 본격으로 여기지 않고 비판적으로 봤다. 사실 란포나 요코미조의 작품은 이들이 주장하는 순수한 본격 치고는 괴기나 환상 소설로서의 요소가 짙은 것이 사실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애초 란포는 스스로를 본격과 변격 사이의 중립적인 성향이라고 봤다. 그러나 변격/문학파의 대표적 작가인 기기 다카타로와 논쟁하던 고가가 사망하자, 란포가 말하길 '극단적인 문학파'인 기기와의 논쟁에 본의 아니게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본격파의 대표적 작가로 분류된 것이다. 요코미조의 경우도 보다 본격에 집중한 작품을 집필하기 시작한 것은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를 쓰면서부터고 이는 고가 사후이다.

3.2. 신본격

"나에게 있어 추리소설이란 단지 지적인 놀이의 하나일 뿐이야. 소설이라는 형식을 사용한 독자 대 명탐정, 독자 대 작가의 자극적인 논리 게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그러므로 한때 일본을 풍미했던 '사회파' 식의 리얼리즘은 이젠 고리타분해. 원룸 아파트에서 아가씨가 살해된다. 형사는 발이 닳도록 용의자를 추적한다, 드디어 형사는 아가씨의 회사 상사를 체포한다, 이런 식의 이야기는 좀 그만두었으면 좋겠어. 뇌물과 정계의 내막과 현대사회의 왜곡이 낳은 비극 따위는 이제 보기도 싫어. 시대착오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역시 미스터리에 걸맞은 것은 명탐정, 대저택, 괴이한 사람들, 피비린내 나는 참극, 불가능 범죄의 실현, 깜짝 놀랄 트릭..., 이런 가공의 이야기가 좋아. 요컨대 그 세계 속에서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거지. 단, 지적으로 말씀이야."
십각관의 살인》 中[10]
패전의 수렁을 극복하고 고도성장을 준비하는 동안 본격파 추리소설은 조금씩 빛이 바래갔다. 우선 써먹을 만한 트릭은 다 써먹어서 신선한 아이디어가 고갈되었고(이 아이디어의 고갈 문제는 1990년대에 등장한 특수설정 같은 현대본격에 가서야 해결된다.), 이 즈음 등장했던 것이 1958년 《점과 선》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대두한 마쓰모토 세이초를 위시한 '리얼리즘을 중시하는 사회파'였다.

본격파는 당시 '기습 좌담회 사건'[11]등을 통해 문학파/사회파와의 관계가 험악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대중적 인기에서 앞서 있었으므로 별 문제가 없었으나[12], 사회파의 유행으로 인해 대중적으로건 문단에서건 입지가 극단적으로 좁아지면서, 50년대~70년대 당시 본격파는 사실상 멸종 수순을 밟고 있었다. 아유카와 데쓰야는 훗날 《[[십각관의 살인]》 후기에서 "본격파를 쓰는 사람은 나와 다카기 아키미쓰, 쓰치야 다카오 셋 밖에 남지 않았고, 우리들이 은퇴하면 본격을 쓰는 작가는 없어질 거다"라고 절망했다고 소회할 정도였다.

본격 부활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어릴 적 본격 미스터리를 읽고 자란 새로운 작가들이 등장한 것이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겠지만, 당시 사회파 작품들이 자기복제의 늪에 빠져 시대를 관통할 추진력을 잃어버린 것도 본격이 다시 주목받는 중요한 이유가 됐다. 사회파 미스터리는 영화, 드라마 등과 결합하며 그 인기를 증폭시켰는데, 이후 지나친 상업성으로 치달려서 1970년대 후반에는 쇠퇴하기 시작했다. 도저히 미스터리 장르라고 볼 수 없는 엉성한 범죄소설과 뻔한 구조로 짜인 선정적인 풍속소설이 범람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980년대부터는 버블 경제 호황으로 일본 사회의 분위기는 흥청망청 미래는 낙관적이고 일본 대단해! 장미빛으로 찬란해 보여서, 일본의 추악하고 더러운 어두운 그늘을 파헤치는 사회파 장르는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사회파의 기세에 밀려 한동안 절필 중이었던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가 1968년 《팔묘촌》이 만화화가 된 것이 계기로 70년대 중반을 거쳐 영화화를 통해 엄청나게 흥행하는 리바이벌 붐이 발생한다. 전설의 미스터리 잡지 「환영성(幻影城 1975~1979)」도 빼놓을 수 없다. 동인지 성격이 강해 상업적으로 성공한 잡지는 아니었지만 아와사카 쓰마오, 구리모토 가오루, 다나카 요시키, 렌조 미키히코 같은 작가들이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2시간 드라마’도 새로운 본격의 유행에 큰 역할을 했다. 2시간 드라마 형식의 TV 아사히의 <토요 와이드 극장>은 니시무라 교타로, 아카가와 지로, 우치다 야스오 등의 작품을 각색해 방영했는데, 대중에게 미스터리 장르를 소개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 수수께끼에 충실한 미스터리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활발해지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마침내 작가 한 명이 등장했다.

이러한 일본 추리 소설의 역사적 흐름은 시마다 소지의 등장으로 바뀌었다. 시마다는 사회파 추리 소설이 한창 유행이던 일본 추리 소설 문단에 《점성술 살인사건》(1980)으로 등단하며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켰고, 이것은 일본 추리 소설계에 하나의 분기를 만들어 낸다. 이후 시마다의 추천을 통해 등단한 아야츠지 유키토의 작품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신본격'이라는 용어가 구체화되기 시작했으며, 아야츠지의 두 번째 작품인 《수차관의 살인》(1988)의 노벨즈판 띠지에서 최초로 '신본격'이란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신본격'은 코단샤의 선전 문구라서 다른 출판사에서는 가사이 기요시가 제안한 '제3의 물결(第三の波)'이라는 말도 쓰였으나 지금은 '신본격'으로 굳어졌다. '신본격'이라고 하면 기존 본격 미스터리와 차별되는 요소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딱히 본격 미스터리의 전통에서 특별히 벗어나는 경향을 뜻하는 말은 아니다. 새로운(新) 젊은 작가들에 의해 씌여진 본격(本格) 미스터리라는 정도의 의미다.

'고전 미스터리의 틀을 이어받으면서 새롭게 궁리한 환상적이고 매력적인 트릭 그리고 해결을 위한 고도의 논리'라는 시마다 소지가 주창한 새로운 본격 추리 소설은 당시 젊은 작가들에게 강렬한 영향을 미쳤으며, 기존 본격 미스터리 장르의 원로 작가들에게도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었다.

이 당시 신본격파 신인들의 등단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작가 시마다 소지와 편집자 우야마 히데오미(宇山日出臣)의 손을 거쳐 등단한, 주로 대학가 미스터리 클럽 출신의 아야츠지 유키토, 노리즈키 린타로, 아비코 다케마루, 우타노 쇼고[13]고단샤 계열이며, 다른 하나는 작가 아유카와 데쓰야와 편집자 도가와 야스노부(戸川安宣)의 손을 거쳐 등단하거나 장편 출간을 이룰 수 있었던 아리스가와 아리스, 오리하라 이치, 기타무라 가오루[14] 도쿄소겐샤 계열이다. 보통 이들이 후에 신본격 1세대로 불리며 다양한 활동을 계속 전개해 나갔다. 참고로 우야마와 도가와는 이러한 공로를 사 2004년 본격 미스터리 대상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 영미권은 영화와 텔레비젼의 영향으로 소설은 스릴러물이 주류였고, 수수께끼 풀이(퍼즐러)물 같은 고전 본격 장르는 전멸했다. 캐릭터는 장기의 말 취급으로 인간이 그려져 있지 않다, 트릭은 억지에 가까워서 리얼리티가 없다는 등, 이제 와서 그런 퍼즐러 장르로 되돌아가는 것은 발전이 아니라 퇴화라며 핀잔을 주는 평론가도 있었지만, 이들의 작품이 책이 잘 팔리고 인기를 끌자 어느새 비판의 목소리는 흐지부지 사그러 들었다. 그리고 이런 인기는 만화계에도 퍼져 《소년탐정 김전일》(1992~ )와 《명탐정 코난》(1994~ )이라는 걸출한 본격 추리 만화를 창출해냈다.

당시 추리 소설 문단에서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등장으로 그 동안 문학계에서 하급 취급을 받았던 추리소설 장르가 《죄와 벌》처럼 중후한 문학으로 인정받고 있는 도중에, 느닷없이 문학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두뇌싸움 추리 종이책 게임북 같은 것이 나와서 유행하는 것을 보고 무척이나 불편해했다. 비평가들은 연신 신본격을 표방한 신인 작가들을 두들겨 팼는데, 심하게는 신본격 작가들을 향해 길바닥에 나자빠져 죽으라는 식의 폭언까지 있었다.[15] 그 두들겨 맞은 당사자 작가들의 경험담이 많이 남아있다. 신본격 1세대 작가들이 유독 선배 작가들의 지원을 받아 데뷔한 케이스가 많은 것도, 이들 신본격 신인 작가들에 대한 기성 추리소설 문단으로부터의 공격을 막아줄 방패가 필요했기 때문. 이 점에서 특히 아유카와 데쓰야가 잡지에 기고문을 싣어 공개적으로 항의하는 등 신본격 신인 작가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이런 논쟁은 판타지 소설, SF 소설, 라이트 노벨, 게임 등 거의 모든 장르 소설에 걸려있다. 소설이라는 게, 문예라는 게 인간과 인문학적 고찰 아래에서 정의되는가, 독자에게 주는 재미 아래에서 정의되는가 하는 생각의 차이가 있다. 대개 전자를 중시하는 사람은 후자를 '배울 것이 없는 요깃거리도 안 되는 책'이라 비난하고, 후자를 중시하는 사람은 전자를 '독선적이고 콧대만 높은 고매한 철학자 양반들의 헛소리'라 비난한다.

3.3. 현대 본격

이후 19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본격 미스터리의 새로운 르네상스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난다. 미스터리 장르에 ‘인식’이라는 문제를 들이민 교고쿠 나츠히코, 이공계 미스터리 작가 모리 히로시, 장르 자체를 모방해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낸 세이료인 류스이 등이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모두 고단샤 메피스토상을 통해 등단했다.) 이때부터 신본격 미스터리는 장르 외연이 확장되면서 만화, 드라마, 게임, 라이트 노벨 등과 활발하게 섞이기 시작한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아야츠지 유키토는 교고쿠 나츠히코의 데뷔작 《우부메의 여름》(1994)을 신본격의 종언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좁은 의미의 신본격 미스터리는 이 시기에 마무리됐고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았다고 볼 수 있다.

신본격에 대한 흐름은 생각만큼 오래가지는 않았다. 교고쿠, 모리, 니시자와 야스히코, 마야 유타카 등 변칙적인 본격 추리소설들이 등장하고 신본격 제2세대라 불리고, 노리즈키 린타로가 1995년 제시한 '후기 퀸 문제'가 추리소설 문단에서 크게 주목받으면서 본격 추리 소설에 대한 안티테제적인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제3세대라고 불리는 작가도 데뷔했지만, 몇 세대 몇 세대라고 부르면서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해졌고 출판사의 선전 문구에서 시작한 '신본격'이라는 조어는 역사적인 용어로 변해버렸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증명하듯, 신본격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짊어지고 등단한 아야츠지 유키토는, 2007년 출간된 《십각관의 살인》 신장개정판 후기를 통해 1996년 모리 히로시가 메피스토상을 받고 데뷔한 시점부터 이미 ‘신’본격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교고쿠나 모리 등의 변칙적인 본격 소설 등을 전부 포함해서 그냥 ‘현대 본격’으로 퉁치는 걸로 충분하다는 것이 그의 의견. 이후 2017년 고단샤와의 신본격 3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도 이와 같은 의견을 재차 밝혔다. 이에 대해 엔도 도시아키(円堂都司昭)[16] 역시 2000년에 설립된 '본격 미스터리 작가 클럽'의 설립 선언에서 아야츠지 이래의 본격의 발전을 역사적인 문맥에서 논하는 것을 근거로 '신'이라는 수식어는 떨어졌다는 점에 동의했다.

1985년에 데뷔한 히가시노 게이고는 계속 본격 미스터리를 써 오다 《명탐정의 규칙》에서 부터 본격에 대해 자아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1998년작 《비밀》에서 어머니와 딸의 영혼이 바뀐다는 설정으로 영화화된 작품이 큰 히트를 해서 인기 작가가 되었고 이후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같은 본격물 뿐만 아니라 《백야행》 같은 사회파 작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같은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설정의 작품까지 추리적인 요소가 들어갔다면 틀에 얽매이지 않고 스펙트럼이 넒은 다양한 작품을 의욕적으로 발표하게 된다.

1995년에 데뷔한 니시자와 야스히코는 다중인격, 초능력, 시간여행, 순간이동, 전생 등 본래라면 터부시한 요소를 집어넣어서 변격 추리 소설과 본격 추리 소설을 융합한 작품을 써서 본격 미스터리 상을 받았다. 이 작품들은 나중에 등장하는 특수설정 미스터리의 초석을 깔았다고 평가받는다.

한편 교토대학 추리소설 연구회 소속으로 아야츠지 유키토, 노리즈키 린타로, 시마다 소지의 추천을 받고 1991년에 프로 작가 데뷔를 한 신본격 제2세대로 분류되는 마야 유타카는 훗날 《애꾸눈 소녀》(2010)로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안티 미스터리로 더 유명하다. '하느님 시리즈(神様シリーズ)'(2005, 2014)에서는 탐정이 신(神)이라는 전개를 펼친다. 귀족 탐정은 귀족이라는 이유로 추리는 몽땅 하인들에게 떠 넘기고 추리를 아예 안 하고 해결만 하는 파격적인 탐정을 등장시키기도 하였다.

2000년대에 메피스토상 수상 작가인 마이조 오타로, 사토 유야, 니시오 이신, 기타야마 다케쿠니 등이 등장하면서 신본격이란 딱딱한 틀은 완전히 부서지고 라이트 노벨과의 경계마저 사라진다. 본격 미스터리 요소를 가미한 청춘 미스터리와 같은 라이트 문예도 등장한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요네자와 호노부, 호러와 미스터리 장르를 결합시킨 미쓰다 신조, 유머 미스터리 히가시가와 도쿠야, 엘러리 퀸의 후예를 자처한 라이트노벨 출신 아오사키 유고, 마도이 반 등의 작가 등이 주목받았다.

특히, 2017년 《시인장의 살인》으로 데뷔한 이마무라 마사히로겐자키 히루코 시리즈는 본격파 클로즈드 서클 밀실 트릭 퍼즐과 오컬트적인 요소가 섞인, 본격과 변격이 융합한 이른바 특수설정 미스터리다. 이 작품은 변격 미스터리임에도 불구하고 본격 미스터리 대상의 대상과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를 차지함으로써 변격은 본격과 결코 융화될 수 없는 별개의 장르가 아니라 논리적이기만 할 경우 변격도 얼마든지 본격 미스터리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당당히 입증했다. 시인장의 살인 이전에도 본격과 융합된 논리적인 변격 미스터리는 꽤 있었지만 시인장의 살인의 히트로 인해 특수설정 미스터리는 당당하게 하나의 서브 장르로 자리잡고 오늘날에는 변격뿐만 아니라 본격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서브 장르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신본격이 줄곧 비판 받아온 "인간이 그려져 있지 않다" " 리얼리티가 없다"는 지적을 반성해서, 등장인물이 입체적으로 그려지고 성격도 훨씬 리얼한 인간다운 고뇌도 하는 작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캐릭터를 너무 부각해서 라이트 노벨이나 아니메, 망가에서 나올 법한 캐릭터가 주조연으로 등장해서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미스터리 팬들에게는 반감을 사기도 했지만[17] 다른 독자들에게는 더 많은 인기를 끌게 되기도 하였다.

한편, 영국의 인기 작가 앤서니 호로위츠가 2016년부터 발행한 《맥파이 살인 사건》과 후속작 시리즈는 고전 탐정 소설 황금시대를 재현했다는 호평을 받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영화 쪽에서는 라이언 존슨 감독이 직접 각본도 쓴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 역시 훌륭한 고전 본격 추리물 스타일이다. 그리고, 2017년부터는 케네스 브래너 감독에 의해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이 시리즈로 영화화가 되는 등, 서양에서 고전 본격 미스터리가 완전히 절명한 것은 아니다.

4. 비판

장르 초기부터 논리에만 치중한 나머지 지극히 비현실적인 트릭과 트릭을 위한 장치로서만 기능하는 등장인물 묘사, 영미권 등 해외에서는 전멸하다시피한 장르의 잘라파고스적 부활일 뿐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시되어 왔다.[18] 장르 자체가 오랜 기간 동안 발달해 오면서 트릭의 독창성, 새로움에 대한 기준은 점점 올라갈 수밖에 없었고, 창의성의 반대급부로 트릭의 현실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생겨나게 되어 다 읽고 '저게 말이 돼?'라고 되묻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게 된다. 특히 서술 트릭의 경우 일반적인 트릭에 비해서도 태생적으로 종류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어 오마주표절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례가 나타난다. 추리소설을 논리 게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일부 마니아층을 제외한 일반적 독자층에 어필하지 못함이 지적되기도 한다.

장르 구분의 문제로서는 애초에 '본격 추리' 장르를 따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편의적일 뿐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 위에서도 서술되었듯이 과거 '본격'을 정의했었던 요소들만으로는 그 한계가 뚜렷하며, 이름은 '현대 본격'으로 달아놓고 온갖 다양한 시도 및 사회파와의 융합이 등장하는 시점에서 '본격'이라는 타이틀이 무슨 의미를 가지냐는 것.

5. 관련 문서



[1] 다만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본격 미스터리 작가 클럽 설립 준비 문서에서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는 견해를 보였다.[2] 반 다인의 20칙 문서의 여담이나 추리 소설 문서의 명칭 항목을 참조.[3] 다만 비과학적인 요소가 없더라도 일반적인 추리 소설과는 굉장히 이질적이거나 본격 추리 소설이 아닌 작품도 변격 추리 소설이라고 불린다.[4] 이런 비과학적인 오컬트 요소라고 해도 작중 확실한 법칙에 의하고 제대로 전제로써 지식이 주어진다면 본격 추리 소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밀실인 방에 어떤 사람이 살해되었다고 했을 때 사실은 벽을 통과할 수 있는 초능력으로 살해한 것이라고 한다면 추리 소설로써는 빵점이겠지만 처음부터 그런 식으로 사람을 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추리 과정에서 이 요소 역시 고려했다면 이는 매우 논리적인 추리 소설, 즉 본격 추리 소설로써 성립한다.[5] CSI 시리즈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범인이 남긴 증거 외에 목격자도 포함된다.[6] 추리 게임은 바로 이 부분들을 해결한 것이다. 비록 스토리가 존재하지만, 플레이어가 단서들을 찾아서 사건을 해결해 가야 진행되기 때문이다.[7] 가장 좋은 사례로, 제프리 디버의 《돌 원숭이》를 추천한다.[8] 1893년~1945년. 1923년에 《진주탑의 비밀》로 데뷔한 추리소설가로 '하세쿠라 사건'으로 유명하다. 요코미조 세이시, 에도가와 란포 등과 함께 당대를 대표하던 작가 중 한 명이다.[9] 이때 코가와 가장 격렬하게 대립했던 사람이 '추리소설'이란 용어를 최초로 만든 기기 다카타로다.[10] 《십각관의 살인》은 후술할 《점성술 살인사건》의 뒤를 이어 본격파의 재부흥을 이끈 작품으로, 작중에서 나오는 위 대사는 신본격의 탄생이 가지는 의의를 잘 보여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11] 1950년에 잡지 신청년의 주최로 문학파 작가들이 술자리에서 본격파를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이게 좌담회 속기란 형식으로 출판되자 분노한 본격파가 반발한 사건이다. 이 때 본격파에 욕설을 날린 인물이 우로부치 겐의 할아버지인 오쓰보 스나오. 이에 에도가와 란포는 본인이 편집장으로 있던 잡지 보석에 온건하게 반론의 글을 올렸다. 하지만 당시 그 자리에 참석했던 유일한 본격파 지지 작가에게 당시의 상황을 들은 란포는 몹시 분노했다는 글을 남겼다.[12] 기습 좌담회 사건 때 문학파가 본격파에 원색적인 비난을 한 이유 중 하나도 이것이었다. 그래서 화가 난 본격파 작가들이 신청년을 보이콧하는 바람에 그렇잖아도 판매부수가 하락세던 신청년에 쐐기를 박게 되면서 1950년에 폐간하게 된다.[13] 앞의 세 사람은 모두 교토 대학 추리소설 연구회 출신이다. 우타노는 도쿄농업대학 만화연구회 출신.[14] 이쪽은 완전 생짜 신인까지는 아니고, 신인상에서 가작 등을 타면서 단편 몇편을 발표하거나 한두 권 출간한 것까지는 좋은데 본격적인 전업작가로서 장편 출간이 힘들었던 신인들도 포함이다. 대표적인게 미야베 미유키오리하라 이치같은 경우.[15] 이 때문에 아유카와 데쓰야가 잡지를 통해 "평론가라면 이성을 갖춘 비판을 해라"고 항의하기도 했다.[16] 문예평론가이자 탐정소설연구회의 회원. 2008년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과 본격 미스터리 대상 평론 부문 수상자.[17] 또한 페미니즘 성향의 여성 미스터리 팬들도 이러한 작품들을 싫어하는 것을 트위터 등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다.[18] 실제로 영미권 추리 소설계에서 본격 추리 소설 계통 작품은 거의 사라진 지 오래다. 꾸준한 신규 유입이 있는 애거사 크리스티아서 코난 도일 같은 작가가 아닌 고전 추리 작가들은 인기가 사그라들어 절판되는 추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