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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곤 성역 회전 Battle of Dagon Starzone · ダゴン星域会戦 | ||
날짜 | ||
우주력 640년, 제국력 331년 표준력 7월 14~22일 | ||
장소 | ||
자유행성동맹령 다곤 성역 | ||
교전 당사자 | 은하제국 골덴바움 왕조 | 자유행성동맹 |
지휘관 | 헤르베르트 고틀리프 폰 잉골슈타트 파센하임† 하젠클라버† 알렌슈타인 카우프만 부로 슈미틀린 | 비로라이넨 링 파오 유수프 토패롤 안드라슈 네이스미스 워드 휴 외르스테드 올레빈스키 문가이 |
병력 | 은하제국군 원정함대 함정 52,600척, 장병 440만 8000명 | 자유행성동맹군 함정 불명, 장병 250만여 명[1] |
피해 규모 | 함정 불명, 장병 403만 9800명 전사[2] | 함정 불명, 장병 16만 명 전사[3] |
결과 | ||
자유행성동맹의 승리 |
[clearfix]
은하영웅전설 외전 <황금의 날개>의 에피소드 | ||||
(시작) | → | 다곤 성역 회전 | → | 라인하르트 폰 뮈젤 1차 암살미수사건 |
1. 개요
은하영웅전설의 전투. 은하제국과 자유행성동맹 사이 벌어진 전투이자, 160년간 지속될 기나긴 제국-동맹 전쟁의 시작을 알린 전투이다. 은하제국군 원정함대가 포위되어 섬멸당한 까닭에 '다곤의 섬멸전' 또는 '다곤 섬멸전'라고도 불린다.
은하제국 입장에서는 유례가 없는 대참패로서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에서 마침내 다곤 성역 회전에 버금가는 참패가 나오기는 하는데 그 때도 동원된 병력이 함선 2만척, 장병 200만명이며 전체의 90% 손실이라서 다곤 성역 회전보다 숫적, 비율적으로 못하다. 반면 동맹 입장에서는 최대의 대첩으로 브루스 애쉬비를 포함한 730년 마피아는 파이어저드 성역 회전을 기점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제2차 티아마트 성역 회전까지 7년간 맹활약하였는데 이에 버금가는 영웅인 양 웬리가 등판하기 전에는 다곤 성역 회전을 이끈 링 파오와 유수프 토패롤 두 사람밖에 없었다고 할 정도였다. 단 한번의 대승으로 얻은 명성이 다년간 싸우며 얻은 명성에 비견될 정도로 동맹에게는 다곤 성역 회전의 대승의 의미가 컸다.
이름의 유래는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다곤이지만 은하제국군이 악몽 수준으로 끔찍하게 갈린 걸 보면 크툴루 신화의 다곤에서 따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
2. 배경
희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타락한 은하연방에서 새로운 사회를 약속하며 개혁을 부르짖은 루돌프 폰 골덴바움은 자신을 향한 민중의 절대적인 지지를 이용하여 본인의 손으로 뒤바꾼 민주국가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만다. 의회가 장악당하고 루돌프의 독재 정권이 세워지더니 곧 제국을 선포하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루돌프의 독재권력을 비판해오던 공화파 인사들은 경악하며 연방을 지키는데 최후까지 노력했으나 루돌프의 지지자들 손에 모조리 끌어내려져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고 만다.황제 루돌프 시대에 들어 공화파는 철저하게 탄압당한 끝에 저항의지가 꺾여나갔으나, '대제' 루돌프 폰 골덴바움이 고령으로 사망하자 다시 희망을 되찾고 대대적인 봉기를 일으킨다. 공화주의자들의 기세는 한때 그 제국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강력했으나, 태세를 정비한 제국의 반격이 시작되자 결국 참패하고 진압당하고 만다. 공화주의자들에게 이 정도 여력이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제국은 참혹하리만치 악랄하게 공화주의자들을 색출하고 탄압의 강도를 올렸다. 우선 체포된 봉기의 주동자와 찬동자, 사건에 연루된 협조자들까지 모조리 처형시켰는데, 그 수가 무려 5억 명에 달했다. 또한 이들의 가족과 친족들은 반역자의 일족이라는 이유로 연좌제를 적용하여 모조리 농노로 강등, 변방 행성 각지에 강제노동수용소를 지어 죽을 때까지 가두기에 이른다.
이런 폭거 속에서도 공화주의자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제국의 눈을 피해 공화주의의 열망을 전파하고 다녔고, 제국은 이에 대응하여 공화주의 자체를 은하제국 체제에 반하는 반역 행위로 규정하여 체포된 공화주의자들은 예외 없이 극형에 처하는 등 강경 탄압을 일삼았다.
은하제국에서 공화주의자로 체포된 이들은 처형대로, 그 가족들은[5] 변방 성계에 위치한 강제노동수용소로 수감되어 죽는 그 날까지 가혹한 환경 속에서 고통받아야 했다. 수용소는 생존에 적합한 환경에 위치해있지도 않는데다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물자조차 보장되지 않았고, 하루하루 죽음과 가까이하며 목숨을 걸며 살아가던 이들 중에는 생존을 위해 탈출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제국군은 수용소 수감자들이 변방에서 죽든 말든 신경쓰지 않았어도, 이들이 수용소를 탈출하는 것은 철저하게 막아세우고 있었다. 오늘을 사는데 필요한 물자도 없는 형편에 제국군의 경계망을 뚫고 수용소를 탈출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 어떻게 죽든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수많은 사람들이 탈출을 시도했지만,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확률을 이겨내고 성공한 극소수의 사람들이 없지는 않았으나, 모든 인류 사회와 온 우주를 지배하고 있는 은하제국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고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6]
그런데 어느 날, 변방에 유배되었던 알레 하이네센이라는 한 청년의 주도로 약 40만 명의 사람들이 유배지를 이탈. 제국의 손길이 닿지 않는 새로운 세상을 찾아 약 1만 광년의 긴 여정을 감행하였다. 이 여정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고 무리의 지도자 알레 하이네센을 포함하여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하이네센의 동지였던 젊은 청년 응웬 킴 호아가 고령의 지도자가 되기까지 여정을 거듭하였다. 결국 훗날 바라트 성계라고 이름이 붙어질 곳에서 인류가 정착할 완벽한 조건을 가진 행성을 발견, 성공적으로 정착하여 자유행성동맹을 건국하게 되었다. 초대 시민은 약 16만 명.
피땀어린 노력 끝에 2백년만에 부활한 민주공화주의의 불꽃을 꺼트리지 않도록 동맹 시민들은 열성적으로 인근 성계를 개척하고 인구를 늘리며 국력을 신장시켰다. 골덴바움 왕조는 아직 1만 광년이나 떨어진 미지의 행성에 '불손한 공화주의자'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몰랐으나 자유행성동맹은 언젠가 제국과 마주할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고 그 때를 대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동맹의 아버지들의 예측대로 우주력 640년, 제국력 331년 2월. 은하제국과 자유행성동맹의 접경 성역에서 각 군의 변경지역 순찰 함대가 마주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건국 직후부터 이런 사건을 예견하고 대비해오던 동맹군과 달리 은하제국군은 상상하지도 못한 외계함대의 출현에 크게 당황하고 말았고, 눈 앞으로 다가오는 적군에게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한 채 참패. 모든 함선이 격침되어버리고 만다.[7]
그런데 제국 함대의 함선 하나가 격침되기 직전에 본토를 향해 필사적으로 교신을 시도한 끝에 정체불명의 함대와 전투를 벌여 패배했다는 사실을 전달하였다. 은하제국은 변경 지역에서 발생한 이변을 통해 자국령 밖에 또다른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과거 수백년간의 모든 기록들을 재검토한 끝에 약 200여 년 전에 탈출한 수십만명의 공화주의자들의 기록을 발견. 사건 당시에는 이들의 흔적이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아 제국령 외부 어딘가에서 모두 사망했을 것이라 판단했으나, 면밀한 재조사 끝에 이 탈주자들이 어딘가 정착하여 자신들만의 국가를 건설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3. 제국의 토벌준비
은하제국은 전신인 은하연방, 그보다 더 전인 지구통일정부 시절부터 범죄자 소탕과 항로 안전 등의 이유로 상당 규모의 우주함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함대의 규모는 독재정으로 변모한 연방 말기 루돌프 정권 시절부터 제국이 건국되며 점점 거대해져갔다. 또한 그동안 반란과 난동 등을 진압하며 장교부터 병사할것없이 상당한 경험을 쌓을수도 있었기에 평범하게만 싸워도 어지간한 반란군 정도는 가볍게 제압할 수 있을 정도였다.당시 제국 군무상서 팔켄호른 원수는 공공연히 이 반란군 무리와의 전투를 '대규모 수렵'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당시 제국의 막강한 군사력에 대한 합당한 자신감의 발로로서 지극히 합리적인 말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었다.[8][9] 문제는 제국군의 자신감이 너무 과도한 탓에, 군사적 합리성보다 정치적 논리가 우선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은하제국 제20대 황제, 프리드리히 3세에게는 4명의 아들이 있었다. 장남 '구스타프'를 황태자로 서임하여 그를 자신의 후계자로 공표하였으나 구스타프는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하지도 못할 정도로 매우 병약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는 선천적인 신체적 문제였고, 황제는 이를 알면서도 서열에 따라 구스타프를 억지로 황태자 자리에 올려놨다. 그런데 황실 근위대 열병식에 참석했던 황태자가 빈혈로 실신하여 급히 이송된 사건을 계기로 황제는 자신의 장남이 후계자로써 부적합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 시기는 루돌프 대제의 악법 열악유전자 배제법이 남아있던 때이기도 하다. 제국의 황태자가 자기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처지라는 사실은, 제국에서 천대받는 병자 따위가 황제가 되어 제국의 권위를 실추시킬 수도 있는 심각한 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새로운 황태자 후보는 장남을 제외한 세 아들들. 먼저 차남 막시밀리안 요제프는 문과 무를 모두 겸비하고 있으며 인품도 온화하여 새로운 제국의 지배자가 될 자격이 있었다. 그런데 모친이 하급 귀족 출신의 후궁이라 문벌귀족들의 지지를 받지 못해 자기 세력이 취약하다는 심각한 흠결이 있었고, 요제프 본인도 일찍부터 정치에 관심을 두거나 황태자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일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있었다.
다음 순서는 삼남 헤르베르트. 문무겸비의 차남 요제프에 비하면 모자란 점이 많았지만, 요제프가 너무 뛰어난 탓에 비교되어보여서 그렇지 헤르베르트의 능력 자체는 평범한 수준에 속했다. 문제는 성격적 결함. 매사에 신중하지 않고, 자기 기분에 도취되는 일이 많았고, 겸손하지 못하고 오만한 기질이 매우 강했다. 어릴 때부터 성격 문제의 싹을 보였는데다 황족으로 우대받으며 성장했기 때문에 성격적 문제는 더욱 악화되기만 했다.
헤르베르트가 살면서 겪은 고난이라고는 사냥에 나섰다가 목표를 놓인 일과 형 막시밀리안 요제프의 시녀인 지클린데에게 추파를 날렸다가 퇴짜를 맞은 것. 특히 자신의 시녀도 아닌 친형의 시녀에게 치근덕거린 것은 황족으로써의 품위를 지키지 않았다 정도가 아니라, 기본적인 예의범절조차 모르고 있다는 꾸중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한심한 행동을 벌인 셈이다. 더구나 이래놓고 반성은 커녕 자신이 황위에 오르면 건방진 시녀에게 벌을 주겠다는 말을 늘어놓았으니, 헤르베르트는 확실히 황제로써의 자격이 부족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10][11]
마지막으로 막내 리하르트. 여기는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헤르베르트라는 인간에서 '능력이 조금 빠져있는' 인물상이었다. 다만 리하르트가 자신의 형보다 결코 모자라지 않다고 자신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야심. 헤르베르트와 리하르트는 이전부터 서로가 가진 황위에 대한 야심을 알아차리고 상대를 피를 나눈 친형제가 아닌, 절대권력으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성가신 존재라고 여기고 있었다. 각자 자신이 황위에 오른다면 자기 형제를 주제 파악을 못하고 날뛴 댓가를 뼈져리게 치르게 해주겠다고 다짐하고 있을 정도.
장남과 차남이 황태자가 될 수 없는 이상, 황제에게 선택지라고는 헤르베르트와 리하르트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황제는 서열에 따라 삼남 헤르베르트를 차기 황태자로 낙점, 본격적인 책봉 절차에 앞서 제국 사회에 자신의 결정을 은유적으로 공표하기 위해서 그리고 차기 황태자에게 걸맞은 공을 세워주기 위한 적당한 명분을 찾았다. 아무리 형들에게 물려주기 힘들더라도 입증되지 않은 왕자에게 덜컥 물려준다고 하기엔 민망한 상황에서 때마침 대규모 반란군에 대한 보고서가 올라오고 토벌군 편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자 황제는 삼남 헤르베르트를 토벌군 사령관으로 임명하였다.
원래대로면 제위계승에서 배제되어 실제 권력과 거리를 두어야 할 헤르베르트가 황제의 총애를 받으며 군권을 부여받았다. 제국 정부과 군부는 은연 중에 전해지는 황제의 '의중'을 빠르게 받들어, '거대한 수렵'이라 불리던 토벌군은 머지않아 '분열된 인류 사회를 다시 하나로 통합시킬,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규모의 원정군'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붙게 된다.
3.1. 제국 내의 이견
그런데 황제의 의중이 명확하게 표명된 시점에서 감히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그것도 황제의 의중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고 받드는 중신 중에서 높아지기 시작했다. 황제의 이복동생이자 제국군 상급대장인 슈테판 폰 바르트바펠(Stephan von Bartbaffel) 후작을 필두로 하는 '반대파'가 황제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다. 바르트바펠 후작은 황제가 참석한 어전회의에서 3가지 이유를 들어 가열찬 비판을 가했다."이번 원정에는 세 가지 불리한 점이 있습니다.
첫째, 시간에서 불리합니다. 준비기간이 지나치게 부족합니다.
그러나 필승을 기하려면 조사와 정보 분석에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이는 적에게 방어를 준비할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이 피하기 어려운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신지?
둘째, 지리조건에서 불리합니다.
아군은 1만 광년을 원정해야 할진대, 대군의 보급만을 생각하더라도 이 원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적은 분명 정밀한 성도,星圖,를 지녀 지리에도 밝을 터인데, 반면 아군은 이정표도 없는 적지에서 싸워야만 하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 인적자원에서 불리합니다.
이처럼 중대하고도 어려운 원정의 지휘를 숙련된 장수에게 맡기지 않고, 전쟁과 카드놀이조차 구분하지 못하며 세상 무서운 줄도 모르는 교만한 자에게 던져주다니, 이 무슨 망령된 짓이란 말입니까.
공사,公私,의 차이를 모르고, 국운,國運,과 가운,家運,을 동일시하며, 나아가 국가와 민중을 해하는 일이 없도록 본관은 절실히 희망하는 바입니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외전 1권 <황금의 날개>, 김완, 이타카(2011), p.24
첫째, 시간에서 불리합니다. 준비기간이 지나치게 부족합니다.
그러나 필승을 기하려면 조사와 정보 분석에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이는 적에게 방어를 준비할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이 피하기 어려운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신지?
둘째, 지리조건에서 불리합니다.
아군은 1만 광년을 원정해야 할진대, 대군의 보급만을 생각하더라도 이 원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적은 분명 정밀한 성도,星圖,를 지녀 지리에도 밝을 터인데, 반면 아군은 이정표도 없는 적지에서 싸워야만 하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 인적자원에서 불리합니다.
이처럼 중대하고도 어려운 원정의 지휘를 숙련된 장수에게 맡기지 않고, 전쟁과 카드놀이조차 구분하지 못하며 세상 무서운 줄도 모르는 교만한 자에게 던져주다니, 이 무슨 망령된 짓이란 말입니까.
공사,公私,의 차이를 모르고, 국운,國運,과 가운,家運,을 동일시하며, 나아가 국가와 민중을 해하는 일이 없도록 본관은 절실히 희망하는 바입니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외전 1권 <황금의 날개>, 김완, 이타카(2011), p.24
후작의 발언을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대규모 원정군 편성에 앞서 상대에 대한 면밀한 정보 조사, 즉 적의 규모, 장비와 함대 수준, 지형, 상대의 인적자원 현황 등을 조사해야 한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은하제국은 상대가 인간인지조차 알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정확히는 자신들의 상대가 200여년 전의 탈출한 공화주의자 집단의 후손이라고 추측하는 정도. 그나마 확신이 있는 정보마저 추측이었으니 나머지가 정보가 얼마나 불확실했을지는 말할 것도 없다. 즉, 당시 제국은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 정도가 아니라 아예 준비 자체를 안 하고 있었다. 당연히 출전 전부터 진작에 끝내야 했을 절차를, 이제와서 조사를 한다 해도 이미 적이 대비할 시간을 충분히 벌어주는 꼴이 된다.
두 번째, 상대 세력의 수도나 다른 주요 도시부터 교전 중 상대가 전략적으로 활용할 법한 군사적 요충지나 소행성 지대 등의 정보가 부족하다. 애초에 동맹의 세력권이 강성해질 수 있었던 것은 제국의 영향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이는 간략한 지리적 정보 역시 부족하다는 뜻으로 가뜩이나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가지고 시작하는 적에게 한 수를 더 내주고 시작하는 꼴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대담하게도 면전에 있는 제국의 황자를 대놓고 비판하는 내용이다. 헤르베르트 대공은 실전 경험이 전무하면서 쾌락과 나태에 절어 있던 작자였다. 이를 알고 있던 당시 황제도 그나마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유능한 참모진을 붙여주려 했으나, 그마저도 헤르베르트 독단으로 자신의 사교계 친구들을 참모진으로 갈아버리는 만행을 벌였기 때문에 군 내에서도 이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던 것.
한 마디 한 마디가 회의장에 있는 모두를 전율케 했다. 아무리 황족이라고 해도 황제 본인이 굳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심지어 황태자를 교체하는 중대한 사안을 핵심으로 하는 것에 정면으로 도전해 강경하게 반대의사를 입에 올리고 있는 모습은 황족이라고 해도 감히 할 수 없는 위험한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원정 계획의 기저에 황제의 정치적 의도가 깊게 깔려있음을 대놓고 지적하는 것은 사실상 자신의 목숨을 건 직언이나 다름없었다.
헤르베르트 대공은 부황과 여러 중신들이 참석한 회의장에서 자신을 가열차게 비판하는 후작의 모습에 분노를 터트렸다. 대공은 후작의 발언을 문제삼으로 목소리를 높였으나 뒤이어 바르트바펠 후작의 날카로운 일침이 이어지자 말문이 막혀 뭐라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만다.
"숙부님께서는 저를 가리켜 교만하다 하셨습니까? 부당한 말씀을 하신다면 아무리 일족의 장로,長老,라 하여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장로라 불리기에 지나치게 젊은 숙부는 나이 차이가 열 살도 되지 않는 조카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헤르베르트 대공, 경이 두 형님을 추월하여 제위에 오르기를 바란다면 이번 원정을 지휘할 생각은 접어두시오. 경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 분명하니. 진정으로 제위를 바란다면 최소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그 정도 판단력은 갖추어야 하지 않겠소이까. 시정잡배라면 폐해는 기껏해야 가족과 지인에만 미칠 터이나, 황제라면 수백 항성세계에 영향이 미치는 법이외다. 함부로 무훈을 자랑하기 전에 무력을 남용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배워야 하지 않겠소."
황제는 자신의 이복동생의 발언 한 마디 한 마디에 불쾌감이 누적되고 있었다. 그러나 황제는 신하의 직언을 수용할 줄 아는 도량은 있었고 한 차례 노기를 억누르고 적대적인 반란세력에 대한 후작의 해결방안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후작은 반란세력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황이고 애초에 최소 1세기 넘게 방치되었던 만큼 선제적인 군사적 침공보다는 제국의 세력권과 반란 세력의 세력권이 마주하는 경계지점에 대규모 군사거점을 두어 혹여나 있을 반란군의 공세를 막아내며 정보를 수집하는 등의 사전 준비를 마쳐야 한다고 진언하였다.장로라 불리기에 지나치게 젊은 숙부는 나이 차이가 열 살도 되지 않는 조카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헤르베르트 대공, 경이 두 형님을 추월하여 제위에 오르기를 바란다면 이번 원정을 지휘할 생각은 접어두시오. 경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 분명하니. 진정으로 제위를 바란다면 최소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그 정도 판단력은 갖추어야 하지 않겠소이까. 시정잡배라면 폐해는 기껏해야 가족과 지인에만 미칠 터이나, 황제라면 수백 항성세계에 영향이 미치는 법이외다. 함부로 무훈을 자랑하기 전에 무력을 남용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배워야 하지 않겠소."
황제의 심기를 거스르긴 했으나 후작의 주장에 그릇된 부분은 없었다. 황제 본인이 후작이 발언을 끝내고서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중신들은 한번 위험수위에 다다랐던 상황이 다행스럽게도 조용하게 마무리 될 것이라 여기고 안심하였다. 그러나 자신이 모욕당했다며 분개한 헤르베르트 대공이 재차 목소리를 높이면서 상황이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대공은 후작이 제국령과 반란군의 세력권을 나누어 말한 부분을 문제삼으며 은하제국이 온 우주의 유일한 정치체제이며 황제 폐하는 전 인류의 통치자라는 진리를 부정하는 것이냐며 후작을 규탄했는데, 핵심과 상관없는 사소한 표현을 문제 삼는 모습에 바르트바펠 후작이 이를 한심하게 여기며 한마디 던진 것이 파멸의 단초가 되고 만다.
"타인의 의견에 꼬투리를 잡는 것이 황제의 자격이라 배우셨소? 골덴바움 가문의 장래가 기대되는구려."
황제 프리드리히 3세는 한 차례 후작의 강경한 비판을 묵인해주었다. 그러나 대공과의 언쟁 과정에서 후작은 건드려서는 안되는 금기를 범해버렸고, 황제는 후작의 발언을 듣자마자 격노하여 이후 이 회의에서 모든 발언을 금지한다며 후작의 입을 막아버렸다. 황제의 말 마디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분노의 감정을 감지한 중신들은 은연 중에 후작의 운명이 결정되었음을 직감했고, 후작과 같은 운명이 되지 않기 위해 그 누구도 자신의 의견을 입에 올리지 않고 황제의 뜻을 따르기로 결정했다.바르트바펠 후작은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고 있었다. 어전 회의가 종료되자 후작은 본인이 가지고 있던 제국 군인의 직위를 반납하고 황궁에서 퇴거하였다. 그러나 황제는 여기에 족하지 않고 어명을 통해 바르트바펠 후작가문의 작위를 박탈하여 남작가문으로 강등시키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영지의 대략 8할 이상을 몰수하였다. 심지어 후작 본인은 추방령을 내려 수도 오딘에 대한 출입도 금지시켜버렸다. 바르트바펠 '남작'은 얼마 남지않은 본인의 영지로 돌아와 자택에 칩거하며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다시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약 3년 뒤 병으로 사망했다.
3.2. 제국 원정군 편성과 출발
바르트바펠 후작의 주장에는 그릇된 점이 없었다.[12] 그러나 이 문제는 황제에게 있어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었고 황제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나라를 위해 충언을 거듭하던 이복동생을 스스로의 손으로 몰락시키고 말았다. 일반인도 아니고 황제와 형제지간인 사람조차 이렇게 비참하게 숙청되자 제국의 유능한 신하들은 그저 황제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인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다만 황제는 자기 손으로 내친 이복동생의 말처럼 아들 헤르베르트를 멋 모르는 '교만한 자'라고 보지는 않았지만, 군사적인 경험이나 재능이 없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었다.[13] 어차피 차기 황태자로써 화려한 '경력'을 달아주는 정치적인 목적이 중요했던 만큼 황제는 총사령관은 헤르베르트 대공이었으나 실질적인 지휘는 경험많은 노련한 제독들과 참모들이 담당하도록 함대 지휘부 인사를 마쳐두었다.
그런데 헤르베르트 대공이 부황의 간섭이 너무 심하다며 이 인사 결정에 크게 반발하였다. 그의 능력을 감안하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그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약간의 이해의 여지가 있는데 바로 전에 숙부에게서 면박을 들었는데 이 자리가 어전회의였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교만하다는 소리까지 들어 체면이 깎였는데 이 상황에서 체면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인선으로 이기는 것이다. 물론 제국군을 총괄하는건 황제인 아버지니까 아버지의 인선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아버지가 시키는대로만 한다면 아무리 이겨봐야 두고두고 '프리드리히 3세덕에 이겼지 헤르베르트는 뭘 했나?' 라는 의문에 시달릴 수 있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원정군에서 자신의 인사권을 나름대로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아무튼 약간의 혼란 끝에 황제가 한 발 물러나 지휘관의 절반 가량을 대공이 임명하도록 조치했는데, 헤르베르트 대공은 바르트바펠 후작의 우려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는 듯이 자신에게 부여된 인사권을 마구 휘둘러댔다. 결과적으로 헤르베르트 본인은 제국군 원수가 되어 함대 총사령관이 되었고, 대공이 자신의 사적 유흥에 어울리던 친구들에게 군인 직위를 아낌없이 하사한 덕분에 태어나서 제복을 처음으로 입어보는 20대의 장성 4명과 영관급 장교 8명이 사령부에 배속되었다.
지휘 경험은 커녕 군대에 발도 딛어본 적 없는데다가 단지 대공과 사적 유흥을 즐기는 것만 할 줄 아는 이들은 대공 본인과 함께 원정함대에 배속된 제국군 장병들에게는 그저 살아 숨쉬는 재앙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다행스럽게도 황제가 직접 임명한 나머지 인사들은 흠 잡을 곳이 없었다.고틀리프 폰 잉골슈타트 중장, 하젠클레버 중장, 파센하임 중장 등 유능하고 실전 경험이 풍부한 제독들이 배치되어 이들은 총사령관과 그 참모진이라며 자리에 앉아있는 장식품들 대신 사실상 함대를 총지휘하게 되었다. 원정함대는 함정 5만 2600척, 장병은 총 440만 8000명이었다.
사령관 헤르베르트 대공은 숱한 우려와 달리 출정 직후 한동안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긴장감을 적절하게 유지했다. 그런데 전장으로 향하는 몇 달이 넘어가는 긴 여정이 계속되자 긴장감을 송두리째 잃어버렸고 어느 순간부터는 군복을 갖춰 입는 것조차 거부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사령부 절반이 자신의 연회장 친구들이다보니 사령부가 음주와 도박의 유흥으로 뒤덮이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14]
게다가 헤르베르트 대공은 원정 함대가 이동하는 동안 흔하게 일어나는 각종 사고 때마다 처음에는 기함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하나하나 보고를 받아 시간을 낭비하더니, 나중에는 자신이 직접 시찰해야 겠다며 화려하게 장식된 전용 셔틀을 통해 사고현장을 방문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일들은 대부분 사령관이 짤막하게 보고만 받고 끝낼 사소한 것에 불과했으나 대공이 일일이 시찰해야겠다며 나서는 통에[15] 지휘석의 장식품들 대신 원정함대를 총괄하고 있던 진짜 참모진들의 심정은 매번 울화로 들끓어야만 했다. 참모진들은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마음에도 없는[16] 갖가지 말을 지어내 대공을 설득해 함대를 다시 움직여야만 했다.
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령부가 기능을 잃어버린 셈이나 제독들은 이런 몰골을 그냥 무시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는 바르트바펠 후작이 작위와 재산을 잃고 비참하게 내쫓긴 탓도 있었으나 경험도 능력도 의지도 없는 대공과 측근들이 권한을 앞세워 전투지휘에 간섭하기라도 하면 더 큰 문제가 되어버린다는 이유도 있었다. 실전 군인들이 작전을 총괄하고 대공은 그저 사령관이랍시고 자리에 앉아만 있다가 공적을 받아가면 그만,[17] 더구나 은하제국은 이미 3세기에 걸쳐 인류사회에 군림해왔기에 비관적인 자도 제국군이 패배할 것이라는 생각은 결코 하지 않았다.
4. 동맹의 준비
변경 성역에서 제국 함대와 충돌하였다는 소식은 동맹정부에게도 신속하게 보고되었다. 자유행성동맹의 존재를 알아차린 은하제국군이 어떤 방식으로든 군사행동을 펼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고 승리하면 다행이지만, 패배하면 선조들이 백여 년에 걸쳐 지켜낸 민주공화주의의 불씨가 꺼질 것이었다.은하제국과의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던 바, 건국 직후부터 군사력 증강에 최선을 다했으나 기초적인 국력 차가 너무 심각했다. 국력은 물론 방위를 위한 군사력도 크게 모자란 상황에서 대대적인 침공이 예고되었고 동맹정부는 국가적인 총비상이 걸렸다. 다행스럽게도 이 시기 동맹의 정치가들은 선조들이 수호해온 민주공화주의를 지켜내야한다는 사명감을 잊어버리지 않았고 능력은 물론 인품도 훌륭한 자유행성동맹 최고평의회 의장 마누엘 후안 파트리시오는 정적이었으나 국가를 위해 입각했던 자유행성동맹 최고평의회 국방위원장 코넬 영블러드의 보고를 받아 즉각 대응에 나선다.
파트리시오 의장은 자유행성동맹군 통합작전본부장 겸 후방근무본부장을 역임하고 있던 비로라이넨 대장의 추천을 받아 유능한 링 파오 중장과 유수프 토패롤 중장을 방어 작전을 총지휘할 사령관과 이를 보좌할 참모장에 임명하였다. 다만 이 두 장군은 능력에는 트집잡을 여지 하나 없는 유능한 인물들이었으나 인격과 성격 면에서 문제가 많았다. 참모장 유수프 토패롤 중장은 상관이건 부하건 간에 문제가 있다면 독설을 퍼붓는 것을 주저하지 않아 평판이 몹시 좋지 않았고, 사령관 링 파오 중장은 문자 그대로 난봉꾼으로 여자를 수시로 갈아치우며 잠자리를 함께하며 엄청난 구설수를 만들고 다녔다.[18]
이에 사령관 인사를 재고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고 심지어 국방위원장 코넬 영블러드가 직접 찾아와 재고를 요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파트리시오 의장은 링 파오의 행동이 결코 칭찬받을 일은 아니나 모두 범죄의 여지가 없는 것이 아니었냐고 되물었고 영블러드는 그건 맞지만 동맹 시민들의 군부와 정부에 대한 신뢰 문제라며 재고를 요청했다.[19]
파트리시오 의장은 링 파오 중장을 학교의 여자 기숙사 사감으로 임명하려는 것이 아니라[20] 제국군에 맞서 조국의 운명을 지킬 사령관으로 임명하는 것이라며 개인 사생활과는 별개로 지휘관으로써의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들어 인사 명령을 번복하지 않았다.[21]
인사 명령을 하달받은 토패롤은, 신분을 망각하고 어디론가 사라진 링 파오를 찾아 하이네센 폴리스 외곽의 저급 호텔 겸 매춘굴 '가우디'를 찾아간다. 아니나다를까 링 파오는 매춘부 둘을 끼고 자신의 생리적 욕구를 충족하고 있었고, 토패롤은 방문을 개방하고 들어가 자신이 참모장으로써 '사령관' 링 파오를 보좌하게 되었다는 군인 인생 최악의 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전달한다.
"오늘 내 군 경력을 통틀어 가장 끔찍한 명령을 받았지, 어떤 명령인지 듣고 싶나?"
"그거 꼭 들어보고 싶은걸."
"자네와 함대를 짜라더군. 자네가 사령관이고, 내가 참모장이라는 거지. 어때, 끔찍한 이야기 아닌가?"
"흐음......."
링 파오는 자못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진짜 나 같아도 사양하고 싶은 명령인걸. 나랑 같이 싸우라니......."
국방위원회의 빗발치는 항의는 한 번 잦아들었으나, 이제 다른 장소에서 문제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군 내부의 유능한 인재를 사령관과 참모장으로 임명한 것은 좋았으나, 각자의 성격이 너무 모난 것이 원인. 자기 내키는 대로 사는 링 파오는 그렇다고 쳐도 이런 인물을 사령관으로 보좌하게 된 유수프 토패롤의 스트레스 지수는 연일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토패롤의 독설 농도는 날이 갈수록 지독해졌고 링 파오는 웃으면서 넘겨들어도 다른 참모나 휘하 장교들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이번에는 국방위원회로 하소연이 집중되었고 국방위원장 코넬 영블러드는 우선 국방위원을 파견하여 토패롤 참모장을 다독이도록 조치했다."그거 꼭 들어보고 싶은걸."
"자네와 함대를 짜라더군. 자네가 사령관이고, 내가 참모장이라는 거지. 어때, 끔찍한 이야기 아닌가?"
"흐음......."
링 파오는 자못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진짜 나 같아도 사양하고 싶은 명령인걸. 나랑 같이 싸우라니......."
허나 문제의 원인이 그대로인데 달라지는 것이 있을리 없었다. 아니나다를까 토패롤은 국방위원들도 경악할 독설을 연달아 내뱉어 이 광경에 국방위원들이 혀를 내두르며 쓸쓸히 복귀해야만 했다. 그래도 조국의 운명이 걸린 숭고한 책무를 맡았다는 위로에 토패롤은 자기 혼자 짊어지기에는 너무 불공평한 처사가 아니냐면서 다른 놈들이 같이 들어줘야하는게 아니냐며 빈정거렸다. 이들은 참모장이 국가의 운명이 걸린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미 파트리시오에게 설득된 영블러드는 초연한 태도로 사령관과 참모장을 신임하였고 국방위원들은 의장과는 정적 관계에,[22] 링 파오의 사령관 임명에 있어 앞장서서 반대하던 당사자가 의장을 한번 만나고 돌아오더니 태도가 정반대로 돌아서 있는 모습에 의장이 위원장을 세뇌라도 한 것이냐며 경악한다.
국방위원들은 조국의 운명이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상황에서도 이런 사령관과 참모장을 그냥 둘 수 없다며 자진하여 이번에는 사령관 링 파오 중장을 찾아간다. 이들은 진정으로 국가의 위기를 걱정하며 사령관의 의지를 북돋아주기 위해 찾아간 것이나 문제는 링 파오는 식사 중. 성격이 개차반스럽기로는 유수프 토패롤 못지 않고, 여기에 식사 시간을 방해받았다고 불쾌해진 링 파오는 민주주의는 못 먹지만 디저트는 먹을 수 있지 않느냐며 국방위원들을 놀렸다. 이에 분노한 위원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게 된다.[23]
이런저런 사건들을 거치며 자유행성동맹 통합작전본부는 링 파오 중장을 사령관으로, 유수프 토패롤 중장을 참모장으로 임명하고, 각기 경험있고 유능한 네이스미스 워드, 안드라슈, 외르스테드, 올레빈스키, 문가이 제독을 휘하 지휘관으로 배속시켜 약 250만 명의 대군을 편성했다.[24] 병력 수는 제국군의 절반으로 압도적인 열세이나 자국령 내에서 방어전을 펼치는 만큼 상황이 그렇게 절망스럽지는 않았다.[25]
동맹군은 방어전에 유리한, 여러 장애물들로 미궁처럼 엮인 다곤 성역을 전장으로 설정하여 출격한다.
5. 전투의 시작
우주력 640년, 제국력 332년[26] 7월 8일. 동맹군의 유인작전에 걸려든 제국군은 다곤 성역으로 진입한다.전방 지역에서 초계활동을 펼치고 있던 동맹군의 구축함 야노슈가 제국 원정군을 포착하였고 동맹군은 정찰 활동을 거듭하며 7월 10일 즈음에는 제국 함대의 규모를 어느 정도 파악하였다.
7월 14일, 양측의 선발 분함대 사이에서 교전이 벌어진다. 약 3000만 km의 거리에서 포격을 몇 차례 주고받다가 동맹군이 철수했고 전투 규모도 작고 거리도 떨어져 있어 양측 모두 손실은 없었다.
실질적으로 제국 함대를 총지휘하던 고틀리프 폰 잉골슈타트 중장은 궁정 사교실로 둔갑한 총사령부를 떠나 전함 괴팅겐 제2함교에 집무실을 설치하여 본격적인 지휘 활동에 들어갔다. 정보수집 및 분석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 동맹군의 의도에 말려들어 진입한 다곤 성역은 불안정한 항성과 대량의 전자파, 삼중의 소행성대가 항성을 에워싼 험준한 지형이었고 적군에 비해 정보가 극히 부족하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잉골슈타트 중장은 아군을 집중배치하되 선제공격에는 나서지 말고 들어오는 적군의 공격을 막아내어 반격하는 것을 반복하여 적군의 전력을 소모시키고 정보를 수집한 다음 결전에 나서는 기본 전략을 수립하였다.
7월 16일, 첫 전투가 벌어졌고 제국군이 승리하였다. 동맹군 올레빈스키 제독이 지휘하는 함대가 전면에서 전투를 벌이던 중 제국군이 펼친 종심진에 걸려들어 협공을 당했다. 외르스테드 함대와 워드 함대가 신속하게 지원에 나서 전멸은 면했으나 병력의 3할을 상실하였고 적군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게 된 사령관 링 파오 중장은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교전을 피하라는 지시를 하달한다.
5.1. 제국군의 오판과 동맹군의 오판
16일의 전투는 소규모로 벌어져 전쟁에서 전술적인 영향력 하나 없는 작은 교전이었다. 그러나 이 부질없는 제국군의 승리는 다곤 성역 회전의 승패를 결정한 가장 거대한 전략적 복선으로 작용했다.은하제국군 원정함대 총사령관 헤르베르트 원수는 승리에 기뻐하며 장병들을 치하하고 승전 이후 직위와 명예를 약속하며 당일 장병들의 식사에 포도주를 배급하도록 명했다. 잉골슈타트 중장은 의미 없는 승리에 도취되는 것이 아닌가를 걱정했으나 총사령관이 이를 장병들의 사기 진작에 이용하며 병사들의 사기가 크게 오르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놓았다. 또한 지리적으로 어두운 적의 영역에서 싸우는 만큼 당분간 신중하게 적의 행동에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했으나 상황은 잉골슈타트의 생각을 깨부수고 급변하기 시작한다.
"적은 두려워할 존재가 못 된다. 망설일 이유가 어디 있으랴. 전군은 즉시 공세에 나서라. 폐하의 적을 족멸,族滅,하여 제국의 변경을 안녕케 하리라."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외전 1권 <황금의 날개>, 김완, 이타카(2011), p.35
과거 바르트바펠 후작이 지적한 적이 있던 문제이기도 했으나, 사실은 후작의 생각 이상으로 헤르베르트 대공의 성격적 결함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한 번 감정에 도취되기 시작하면 제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계속 문제가 없을 때에는 평정심을 잃고 과하게 낙관하고 반대로 한 번 문제가 심해지면 극심한 절망감에 빠져 의지를 잃어버리기에 이른다.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외전 1권 <황금의 날개>, 김완, 이타카(2011), p.35
헤르베르트 대공은 16일에 있었던 작은 승리에 기뻐하더니, 이 전투는 반드시 승리할 수 밖에 없다고 확신하고 나아가 자신이 이번 일로 황태자 자리를 완전하게 손에 넣었다고 자신하였다. 뒤이어 황태자 자리에서 내쫒긴 큰형 구스타프는 몸이 약해 오래 살지 못할 테니 남은 생을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보살펴줄 것이며, 작은형 막시밀리안 요제프는 자신의 '분수'를 파악하고 조용히 살고 있으니 적당히 작위와 영지를 하사하여 삶을 보장해주고,[27] 동생 리하르트는 감히 자신이 가져갈 제위를 탐하려 했으니 가만 두지 않겠다며 오딘으로 개선해 황위를 물려받고 난 뒤의 화려한 미래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튿날인 17일, 끓어오르는 흥분에 이성을 잃은 헤르베르트 대공은 모든 함대를 진격시키라는 명령을 하달한다.
총사령관이 이성을 잃고 있던 사이, 잉골슈타트 중장은 다곤 성역의 복잡한 지형 정보를 보고받으며 아군의 상황이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따라서 손쉬운 승리를 거둘 가능성도 낮다고 보고 만일을 위해 퇴로를 확보한 상황에서 동맹군을 전면전으로 끌여들여 단번에 괴멸시킬 작전을 설계하고 있었다. 만약 전황이 불리해지거나 동맹군이 지형적 유리함을 끼고 방어전에 집중한다면 도리가 없으니 철수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자아도취에 미쳐 극도로 흥분한 총사령관의 즉흥적인 공격 명령에 잉골슈타트 중장이 세운 계획은 모조리 수포로 돌아갔고 명령에 따라 마구잡이로 전진한 제국 함대는 다곤 성역 각지에 분산되어 고립되고 만다.
"적은 대체 어디 있나?"
이 심각한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더더욱 심각했다.
"지금은 그보다도 우리는 대체 어디 있느냐는 질문에 해답을 내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 제국군 슈미틀린 제독과 오퍼레이터의 대화
지형 정보 하나 없는 상황에서 병력을 마구 분산시켜 사방에 고립된 제국군은 필히 전멸당했어야 했다. 그러나 예상과 상식을 뒤엎는 제국군의 맹렬한 진격에 동맹군 사령부가 혼란에 빠지며 전황은 예상 밖의 또다른 예상 밖으로 흘러갔다.이 심각한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더더욱 심각했다.
"지금은 그보다도 우리는 대체 어디 있느냐는 질문에 해답을 내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 제국군 슈미틀린 제독과 오퍼레이터의 대화
동맹군의 링 파오 중장과 유수프 토패롤 중장은 이제까지의 제국함대의 '상식적인' 움직임을 당연하게 여겼다. 정기적인 보급도 불가능하고 지리적인 정보 하나 없는 제국군이 취할수 있는 당연한 행동을 염두에 두고 이에 맞춰 작전을 세워두었는데 느닷없이 제국군이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을 취하자 동맹군 사령부는 제국군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지니고 있다고 오판하였고 작전 전체가 어그러졌다고 판단한 링 파오 중장은 고심 끝에 외르스테드 제독에게 제국군 본대에 대한 공격을 지시를 하달한다.
7월 18일 정오, 동맹군 외르스테드 제독의 공격은 맹렬했다. 잉골슈타트를 위시한 제국군 지휘부는 헤르베르트 대공이 겁이라도 먹고 도주해버리면 전선이 그대로 붕괴될 수도 있다는 불길함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러나 헤르베르트 대공은 겁을 먹기는 커녕 되려 기함을 전진시키도록 명하며 총사령관의 용기에 자극받은 각 함대는 반격을 개시하여 동맹군이 압도당하기 시작한다.
이에 동맹군 안드라슈 제독이 우회하여 제국함대의 우익을 화려하게 날려버리기 시작했으나 전면전을 벌이기에는 병력 차가 압도적 열세였던 동맹군은 자칫 돌파당해 섬멸당할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헤르베르트 대공의 즉흥적인 명령으로 공세를 개시한 터라, 제국군 지휘부는 동맹군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동맹군이 숫자가 적어 진영의 두께가 얇다는 점도 몰랐고 동맹군 안드라슈 제독의 거센 공세에 동맹군이 포격섬멸전을 시작했다고 오판해버려 헤르베르트 대공을 설득하여 공세를 중단하고 일시 후퇴하며 동맹군은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동맹군은 상황이 예측을 벗어난데다가 패배 위기에까지 몰리자 사령관은 물론 참모장까지 불안함에 빠지고 만다. 사령부와 통신을 취하던 안드라슈 제독은 이런 분위기에 분개하여 독설까지 퍼붓는다.
"귀관들은 당장 예편원을 쓰시오! 본관은 유서를 품에 넣고 있소."
유수프 토패롤은 원래 성격대로면 더 큰 독설로 되받아치고도 남을 인물이었으나 불안감에 고심이 깊어져 그저 침묵만을 지켰고 이 모습을 본 부관 알드리치 소령은 이제 모든게 다 끝났을지도 모르겠다며 각오하기도 했다.허나 링 파오와 유수프 토패롤은 패배감에 무력해진 것이 아니라 상황 타개를 위해 적군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거의 하루 동안 고심을 거듭한 링 파오와 유수프 토패롤은 서서히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제국군의 지휘관이 전투 경험이 없으며, 무의미하게 병력을 분산시킨 것이란 결론에 도달하였다.
"이제야 알았어. 저놈들은 병신이야."
유수프 토페롤의 대답은 간결하기 그지없었다. 단 한마디, 그는 이렇게 말했다.
"동감."
링 파오와 유수프 토패롤의 대화/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외전 1권 <황금의 날개>, 김완, 이타카(2011), p.43
유수프 토페롤의 대답은 간결하기 그지없었다. 단 한마디, 그는 이렇게 말했다.
"동감."
링 파오와 유수프 토패롤의 대화/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외전 1권 <황금의 날개>, 김완, 이타카(2011), p.43
5.2. 동맹군의 공세
제국군의 사령부가 어떤 이유에서든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링 파오는 작전을 새로 수립한다. 링 파오가 전 병력을 제국군 사령부가 위치한 G16 지역에 집중시키라는 지시를 하달하자 각 지역에 분산된 제국군이 분진합격,分進合擊, 전술[28]을 꺼내들면 오히려 역공을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시하였으나 링 파오는 역공의 위험성을 알지만 그럼에도 작전 수행을 지시한다. 정상적이라면 역공을 당하겠지만 제국군 지휘관이 정상이 아닌 것이 밝혀졌기 때문에 충분히 성공률이 높은 작전이 되어 버린 것이다.[29][30]제국군 잉골슈타트 중장은 문가이 제독의 우려대로 동맹군이 총사령부를 노리고 공세를 개시하면 분진합격 전술로 응전할 생각이었다. 이에 따라 다수의 연락선을 두어 제국군 전체를 유기적으로 제어하려 했으나 헤르베르트 대공의 생각없는 명령으로 아군 함대가 너무 심각하게 분산되어 있었고 잉골슈타트의 필사적인 제어에도 제국 함대는 반응이 한 박자씩 느려져 앞서 내려온 지시에 따라 움직이면 이미 상황이 바뀌어 있었고 이를 보고하여 새로운 지시가 내려올 때는 이미 상황이 또 다르게 바뀌어버리며 대응력을 상실하고 만다.
7월 19일 16시, 아군이 유리해졌다고 판단한 링 파오는 예비병력까지 모두 동원하여 전면적인 공세를 개시하였다. 잉골슈타트도 이에 대응하여 후방에 대기중인 카우프만 제독의 예비병력을 동원하려 했으나 헤르베르트 대공의 즉흥적인 지시에 대응하기 위해서 예비병력을 뺄 수는 없었고, 부로 제독이 지휘하는 제국군 함대가 동맹군의 좌측면에 말려드는 바람에 동맹군의 진격속도가 둔화되며 카우프만 함대를 대기시키게 된다.
전투는 다음날까지 계속되었고 제국군에서 최초로 장성급 전사자가 나왔다. 제국군 파센하임 중장은 분산 고립된 상황에 정보까지 차단되어 아군 알렌슈타인 함대를 적으로, 동맹군 외르스테드 함대를 아군으로 착각했고 동맹군 외르스테드 함대가 공격을 개시하자 두 함대를 모두 적으로 판단한 파센하임 중장의 오판 끝에 함대는 큰 피해를 입고 파센하임 중장도 전사하고 만다.
안 그래도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던 헤르베르트 대공은 크게 격노하여 잉골슈타트 중장을 호출하여 모욕적으로 매도하더니 계급장을 잡아 뜯어버려 바닥에 내팽겨치고 짓밟아 버렸다. 잉골슈타트 중장은 큰 충격을 받았고 이 여파로 제국군 지휘부 전체가 마비되어 버린다.[31] 제국군을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이들이 이렇게 되자 이후 제국군은 통일된 전략이 결여된 상태로 패배를 거듭하기만 한다.
헤르베르트 대공은 모든 병력을 재집결시키라고 명했으나 지리적으로 어두운 상황에서 사방에 분산된 제국군은 명령을 수행할 능력이 없었고 또 급히 명령을 내린다고 통신망을 마구 사용한 탓에 명령 내용이 동맹군측에 모두 흘러들어가 동맹군 사령부는 제국군의 상태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계기까지 제공해주고 만다.
7월 20일, 22시 40분. 동맹군 사령관 링 파오는 제국함대가 집결하는 시기에 맞춰 포위공격을 감행했고 제국군은 동맹군의 포위망에 갇히게 된다.
5.3. 다곤의 포위섬멸전
7월 21일 0시 45분, 네이스미스 워드의 함대가 42만 7천7백 문의 함포 중에서 30만 문이 넘는 함포를 발사, 가동률 75%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기록하며[32] 제국군의 좌익을 날려버렸다.네이스미스 워드 함대의 맹렬한 공격에 제국군이 대열을 유지하지 못하고 밀려나자 이번에는 안드라슈 함대의 맹공이 개시되었다. 안드라슈 제독이 내린 명령은 오직 돌진[33] 단 하나. 제국군은 계속되는 공격에 평정을 상실하며 측면이 붕괴되었고 제국군 하젠클레버 중장이 여기에 휘말려 전사한다.
포위섬멸당하는 제국군 |
너무 밀집해 있었던 까닭에 함선 하나가 피격당해 폭발하자 옆에 붙은 다른 함선이 여기에 휘말려 같이 몰살되는 비극까지 벌어졌다. 제국 함대는 전의를 상실한 총사령관과 함께 포위망에 갇혀 서서히 녹아내렸다.
7월 22일 4시 30분, 은하제국 원정함대는 완벽하게 괴멸되었다. 헤르베르트 대공은 황족을 이대로 죽게 둘 수 없다는 참모진의 사력을 다한 노력 끝에 섬멸당하기 직전 필사적으로 포위망을 뚫고 전장에서 도망쳐 살아남았다.[35]
동맹군 사령부는 기적적인 대승에 대한 보고를 하이네센에 "샴페인을 20만 박스쯤 준비하라."라며 축약하여 올렸고 하이네센에서 전장의 소식만을 기다리던 최고평의회 의장 마누엘 후안 파트리시오는 국방위원장 코넬 영블러드와 함께 3차원 체스를 두다가 보고를 받아들었는데, 내용을 묻는 영블러드의 강렬한 눈빛을 받아가며 한 글자 한 글자 읽고 담담하게 승전보를 전해주었다.[36]
다만 이 상황에서도 동맹 측에서 단 한 사람, 유수프 토패롤만은 웃지 못했는데 전투가 끝나고 해야 할 전사자 및 부상자 확인 등의 서류업무들이 쏟아져나올 때 사령관인 링 파오는 흑발 간호사와 단둘이 틀어박혀 자기 취미생활에 몰두하고 있었기에 자기가 그 일들을 다 떠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빌어먹을, 어째서 나 혼자 이런 고생을 해야 한단 말인가?! 이놈이고 저놈이고 전부 나만 의지하고 앉았어! 가끔은 스스로 나서 남을 편하게 해 주겠다는 생각을 좀 해보란 말이다!"라고 울부짖었다.
6. 전투결과
제국군 피해 | 생환병력 32만 8200명 (생존률 8.3%) |
전사 - 파센하임 중장(아군 오사) | |
전사 - 하젠클레버 중장 | |
동맹군 피해 | 생환병력 234만 (생존률 93.6%) |
제독 전사자 없음 |
7. 전후 처리
7.1. 은하제국
아군 손실비율 91.7%. 병력의 9할 이상을 상실하고 주요 지휘관 2명이 전사한 채[37] 은하제국 반란토벌함대는 처참한 모습으로 실의에 빠진 최고사령관과 함께 본토로 복귀하였다. 대외적으로는 전황이 불리하여 자진 철수하였다고 발표했으나, 누가 보아도 참패 후 겨우 도망쳐 온 몰골. 본인의 무능함으로 이 참극을 불러일으킨데다가 최후에는 부하 장병들의 목숨을 방패삼아, 홀로 살아돌아온 원정군 사령관 헤르베르트 대공은 황족이라는 이유로 패전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있었다.헤르베르트 대신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 것은 무능한 사령관을 대신하여 함대을 지휘한 고틀리프 폰 잉골슈타트 중장. 잉골슈타트 제독은 헤르베르트 대공에게 지휘권을 박탈당하기 전까지 전황을 문제없이 이끌어왔고, 참패의 책임은 잉골슈타트를 배제하고 멋대로 공격명령을 하달한 헤르베르트에게 있었으나 제국정부는 잉골슈타트를 희생양으로 삼아 여러 누명을 씌워 군사재판에 회부하였다.
잉골슈타트 중장에게 씌어진 혐의는 잘못된 지휘로 패배를 초래한 죄,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함대에 분배될 군수물자를 횡령한 죄, 반란군과 내통하여 아군의 정보 능력을 교란한 죄였다. 그렇게 잉골슈타트 중장은 반역죄를 뒤집어 쓰고 비밀 군사재판에 회부되어, 갖은 치욕을 당하며 개정 이전부터 결정되어 있는 자신의 판결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 촌극의 절정은 다름 아닌 피고의 변호인. 이 의미없는 재판이 그래도 법적 형식을 따르고 있었던지라 잉골슈타트 제독에게도 변호인이 배정되었으나, 잉골슈타트의 변호인으로 지명받은 제도방위사령부 참사관 오스발트 폰 뮌처 중장은 약 10여 년에 걸쳐 피고와 사이가 매우 나쁜 인물이었다.[38] 말이 변호인이지 사실상 재판장의 또 다른 검사로써 피고를 규탄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인 것.
그런데 뮌처 중장은 상부의 기대를 그대로 깨부수고 마치 잉골슈타트에 대한 악감정이 단 한 차례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열성적으로 피고를 옹호하고 나서며 재판의 양상이 모두의 예상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검찰은 말했습니다. 피고에게는 제국군을 철수시키지 않았던 모든 책임이 있다고. 그러나 피고는 총사령관이 아닌 일개 참모에 불과했습니다. 검찰은 말했습니다. 피고는 승리를 위한 작전을 세우지 않았다고. 그러나 피고는 참모장이 아닌 일개 참모에 불과했습니다. 검찰은 말했습니다. 피고는 보급물자를 횡령해 아군을 해했다고. 그러나 피고는 경리감이 아닌 일개 참모에 불과했습니다. 검찰은 말했습니다. 피고는 아군의 통신을 교란했으며 이로 인해 전황이 아군에게 불리해졌다고. 그러나 피고는 통신감이 아닌 일개 참모에 불과했습니다. 일개 참모! 고작해야 일개 참모가 원정군의 총지휘, 작전, 보급, 통신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걸쳐 최고도의 권한을 가질 수가 있습니까? 만약 그럴 수 있었다면 그것은 한 개인에게 권한을 집중한 조직 그 자체의 죄일 것입니다. 조직의 죄가 아니라면 한 개인의 무법발호를 방임한 각 분야 책임자의 죄일 것입니다. 피고의 죄를 책망하려면 동시에 그들의 죄도 물어야 할 것입니다. 피고의 변호인인 본관, 제국군 중장 오스발트 폰 뮌처는 군과 법정의 참된 위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피고의 무죄 방면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피고는 명백히 그의 것이 아닌 죄로 인하여 부당한 재판을 받고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 오스발트 폰 뮌처 중장의 최종변론/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외전 1권 <황금의 날개>, 김완, 이타카(2011), p.55~56[39]
뮌처의 주장은 그릇된 점이 없었다. 그곳이 정상적인 재판정이었다면 잉골슈타트는 당연히 무죄 판결을 받고 박탈당한 명예를 되찾았을 것이다. 허나 뮌처가 서 있는 이 법정은 신성불가침의 황족 대신 패전 책임을 뒤집어 쓰게된 희생양을 처단하는 자리였다. 재판부는 변호인 뮌처의 주장을 묵살하고 피고 잉골슈타트에 대한 사형을 선고한다. 뮌처는 아무리 정치적인 사유가 있다고 해도 최소한 종신형 정도로 판결되어야 한다는 도를 넘는 발언까지 망설이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해도 판결이 뒤집어지지는 않았다.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40] 잉골슈타트 중장은 허울 뿐인 재판이 끝나고 사형장으로 인도되는 순간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사형집행 당일 입회인으로 참석한 뭔처에게 작게 고개를 숙였을 뿐이다.- 오스발트 폰 뮌처 중장의 최종변론/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외전 1권 <황금의 날개>, 김완, 이타카(2011), p.55~56[39]
잉골슈타트의 사형 집행은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역사적 참패의 책임은 모두 죽은 잉골슈타트에게 돌아갔고 그 누구도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상부의 의중을 대놓고 거스른 뮌처 중장은 가혹한 처벌을 당하게 된다. 제도방위사령부 참사관직에서 변경 지역의 경비관구 사령관으로 사실상 보복성 좌천을 당한 것이다. 심지어 이후에는 즉각 퇴역하고 현지에서 예비역으로 거주하라는 지시까지 떨어져 부당하게 좌천당한 것도 모자라 유배형에 처해지고 만다.[41]
잉골슈타트가 억울하게 반역자로 내몰려 사법살인을 당하는 동안 진짜 책임자 헤르베르트 대공은 법적 책임은 피했으나, 프리드리히 3세의 진노를 산 탓에 약속되었던 황태자 자리도 박탈당한 채 별궁 유폐를 명령받고 정신과 의사의 치료를 받게 되었다. 헤르베르트 본인도 다곤 전투의 대참패에서 겨우 달아났을 때부터 황제의 권위와 제국군의 명예를 모조리 짓밟은 패배자로 전락했다는 걸 파악했기에, 출전 당시의 의기양양한 모습 따윈 온데간데 없이 멘붕한 채로 제국으로 돌아왔고 이후 별궁에 유폐되는 순간까지도 변명조차 하지 못했다. 이후 원작에 그 어떤 설명도 없으나 별궁에서 갇힌 채로 죽은 것으로 파악된다.[42]
더불어 새로운 황태자를 위해 무리한 원정을 추진한 황제 프리드리히 3세는 '패군제'라는 역사에 명예롭지 못한 칭호를 갖게 되었다. 황제는 권위를 잃었으며 실의에 빠져 후계를 제대로 정리하지도 못한 채 의심병에 걸려 신경쇠약 속에 비참하게 죽게 된다.
현 황태자 구스타프의 건강이 워낙 나빠 도저히 황위를 이을 수 없자, 프리드리히 3세의 이복형 막시밀리안이 일시적으로 황위에 오르는 등, 제국의 내정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모략과 암살, 테러가 횡행하며 급기야 황실 근위대가 현 황제를 폐위하고 새로운 황제를 옹립하려다 발각당하는 사건까지 벌어져 근위대의 반란을 대비하여 황궁 북원에 용기병여단이, 서원에는 보병여단이 창설되어 서로를 견제하기에 이른다.[43] 후대 사람들은 이 혼란의 시대를 '검붉은 6년'이라 불렀다.
프리드리히 3세의 숙부 막시밀리안 요제프 1세 다음에는 황태자 구스타프가 제위에 올랐지만, 그마저 헤르베르트 대공의 부하에게 독살당하고 말았다. 다만 구스타프 황제는 극심한 고통 속에 죽어가면서도 제국을 위해, 유능하고 선량한 동생 막시밀리안 요제프를 불러 차기 황위를 맡기며 나라를 부탁하고 사망했다.
유능한 막시밀리안 요제프가 황제 막시밀리안 요제프 2세로 즉위했으나, 이전 시대의 혼란은 간단히 진압되지 않았다. 북원 용기병여단과 서원 보병여단 등의 권력다툼으로 무차별적으로 창설된 황궁 내부의 사병대를 황제가 전격적으로 폐지하자, 일부 불온분자들이 제위계승의 패배자들과 결탁해 황제의 암살을 기도하는 사건이 연달아 벌어진 것. 막시밀리안 요제프의 황후 지클린데가 친히 무장하여 황제를 경호했으나, 황제가 독을 먹고 쓰러져 두 눈의 시력을 잃는 일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황후와 황제는 총애하는 사법상서 뮌처 등의 보좌로 제국을 개혁, 나라를 빠르게 안정시켜나갔다.[44]
7.2. 자유행성동맹
은하제국 함대를 섬멸한 링 파오와 유수프 토패롤 콤비는 일약 자유행성동맹 최고의 전쟁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과거 루돌프 폰 골덴바움이 군인 시절 우주해적을 소탕한 공로로 민중의 지지를 얻어 은하연방의 민주공화정을 무너뜨린 사례를 남긴 탓에, 두 사람은 동맹군에서 경원시되었다. 알드리치가 두 사람을 돕기 위해 노력했으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두 사람은 40세에 원수로 승진했지만 승진 1년 뒤에 퇴역하였고, 정계에 진출할 생각도 없었으므로 1년간 연금생활을 누리다가 교육이나 상이용사 방면의 명예직을 얻어 지냈으나 말년은 그다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다만 이 한번의 전투의 임펙트는 커서 이 한번의 전투로 얻은 명성이 브루스 애쉬비에 비견된다고 한다. 브루스 애쉬비가 730년 마피아의 리더로서 우주력 738년에 파이어저드 성역 회전에서 처음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낸 이래 우주력 745년에 제2차 티아마트 회전에서 전사하기까지 그 7년간 활약했는데 근데 그 7년간의 활약이 다곤 성역 회전이라는 한 번의 전투에 맞먹는다는 것이다.
훗날 730년 마피아의 수장 브루스 애쉬비 대장은 두 사람의 사례를 들면서 큰소리를 쳤는데 이걸 정계진출 선언으로 간주한 동맹 권력자들의 경계심을 사는 결과를 낳았다. 결과적으로는 애쉬비가 제2차 티아마트 회전에서 전사하면서 동맹군의 영웅으로 남았지만.[45]
자유행성동맹은 이 전투를 계기로 전 인류사회에 자신들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민주공화제를 지속시키는 것은 물론, 강대한 제국에 비해 미약한 힘만으로 당장의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에서 향후 인류 사회를 양분하는 거대 세력으로 자라나는 기반을 갖게 되었다. 만약 제국이 조금이라도 상식적인 판단을 했더라면 국력 차이로 패배, 이기더라도 동맹 쪽이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전투로 제국이 큰 피해를 복구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쏟아야했고, 동맹은 국력을 기를 귀중한 시간을 벌수 있었다. 특히 제국 체제에서 억눌려 살던 공화주의자들을 포함한 불만세력들이 동맹측에 주기적으로 망명해오면서 동맹의 국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이에 제국에서 핍박받던 공화주의자들과 권력투쟁에서 패배한 왕족 및 귀족들이 일제히 동맹으로 망명하기 시작했고, 동맹은 이 망명자를 대거 받아들이면서 국력을 확장했다.[46] 그러나 이런 망명자들 중에선 반 민주공화주의 성향인 사람이 적지 않았으며,[47] 이후부터 이어지는 제국과의 무수한 전쟁을 치르면서 동맹은 점점 변질되고 피폐해지게 된다.
군사적으로도 다곤 성역 회전이 워낙 완벽한 승리로 기억되어 제국이 쳐들어와도 이때처럼 하면 된다는 풍조가 만연해지기 시작했다. 해당 전투 이후 30여년 뒤 벌어진 제국의 리벤지 매치에서 동맹은 제국이 사전에 항복요구를 3번이나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대비를 안 해놓고 있다가 준비하고 달려든 제국군에게 멸망 직전까지 몰렸으며, 은영전 본편 기준 첫 전투인 아스타테 성역 회전에서는 처참하게 대패를 당하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8. 아스타테 회전과의 비교
자유행성동맹군의 질이 많이 떨어진 말기에 이르러선 저 포위섬멸전을 제국군의 2배 병력으로 아스타테 회전에 그대로 복붙하려다,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의 전술에 병력의 2/3가 박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아스타테 회전에서 동맹군 함대사령관들은 수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라인하르트의 2만 척에 비하여 동맹군은 3개 함대 4만 척이다. 3개 함대가 뭉쳐서 동시에 공격한다면 라인하르트로써도 완승을 거두기는 힘들었을 텐데 알아서 병력을 분산한 걸로도 모자라,[48] 실제론 포위망이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그저 당시와 마찬가지로 제국군이 동맹군에 포위당한 것에 쫄아서 자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49] 그러니 제4함대가 두드려 맞고 있을 때에도 나머지 2개 함대의 사령관들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각개격파당했다. 더구나 그때 양 웬리는 단순히 숫자로 밀어붙이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작전을 입안했는데 이마저 기각당했다. 루빈스키도 어째 동맹군은 달라진 게 없다고 혀를 찼을 정도다.
특히나 다곤 성역 회전은 기본적으로 제국이 동맹령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을 때 처음으로 진행된 대규모 군사작전이었다. 기본적으로 정보적인 면에서 동맹 측이 여러모로 유리했던 것이다. 따라서 상대가 지역에 대한 정보를 모르고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세 방위 포위를 하는 전술이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스타테 성역 회전의 경우 150년 세월이 지났고 당시에는 수차례의 전투로 인해 동맹령에 대한 정보가 많이 누적되어 있는 상태였고 특히나 페잔을 통해 입수된 동맹의 자체적인 정보도 일부는 얻을 수 있는 상태였다.[50] 즉, 정보력의 차이는 거의 없는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의 병력 분산은 하등의 도움이 되질 않는다. 특히나, 기본적으로 라인하르트의 제국함대의 경우 3개의 함대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초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했지만 동맹의 함대들은 이러한 초계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후방에 등장한 함대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파악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나 했다.
다곤 성역 회전에서 동맹군이 제국군을 포위했을 때 동맹군의 병력이 적어 포위망이 얇아 돌파당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동맹군은 제국군이 돌파 시도를 못하게끔 병력을 운용했다고 위에 나오는데, 아스타테 회전에서 동맹군 제독들은 포위를 시도하면서 이미 포위망이 완성된 것처럼 마음을 놓고는 제국군이 예상지점에서 벗어나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데도 처음에 세운 계획표대로만 움직여 제4, 6함대는 측후방을 공격받아 일방적으로 패했다.
다곤 성역 회전은 지리적 이점을 이용한 전투이다. 비록 막판에 제국군 수뇌부가 멍청이라는 것을 간파한 링 파오와 유수프 토패롤이 병력을 분산해 포위섬멸진을 형성해 제국군을 궤멸시키긴 했지만 이마저도 다곤 성계의 지리적 이점이 없었다면 어려운 일, 헤르베르트를 대신해 제국군을 이끌다시피한 잉골슈타트가 다곤 성계에서의 전투에서 이길 확률이 낮다고 본것은 어디까지나 다곤 성계의 지리적 상황이지 동맹군의 규모도 동맹군의 수뇌부도 아니다. 즉 다곤 성역 회전에서 동맹군과 그들을 이끌었던 링 파오가 승리할 수 있던 1등 공신은 다곤 성계의 지리적 이점이지 병력을 분산한 포위섬멸진이 아니다. 포위섬멸진은 단지 그 승리를 굳히는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51]
[1] 사실 말도 안 되는 숫자이다. 작가 본인이 아무 생각 없이 숫자를 집어넣은 설정오류로 봐야 할 듯. 16만 명이 하이네센에 도착하여 자유행성동맹을 건국한 것이 불과 113년 전이다. 아무리 다산장려를 했더라도 마지막 세대는 유소년이고, 성인은 노인과 여자까지 다 합해봐야 1,000~2,000만 수준일텐데, 그 중 250만 명을 군대에 갈아넣으면 군사력에 몰빵한 현대의 어느 나라보다 더 심한 수준이라 경제가 망해버린다. 국가존망의 상황에서의 총동원 개념으로 볼 수도 없다. 은영전의 전투는 우주전쟁이라서 실제의 해, 공군처럼 장비 운용 필수인원 비율이 높아 대부분 현역일 수밖에 없고, 육군 예비군에게 소총 지급하는 것과 같을 수가 없는 것.[2] 총병력의 91% 이상이다. 전사자 수로 추정하면 함선 피해는 거진 4만척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3] 전사자로 추정하면 함선은 약 1500여척 남짓이 격침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2차 티아마트 회전 기준으로는 2천척 정도 된다.[4] '제국군 몰살' 정도로만 짤막하게 언급된다.[5] 가족들은 관련 여부와 상관 없이 연좌제가 적용된다. 기존의 직위는 박탈, 재산은 몰수 당하여 일가족 전체가 변방 수용소로 직행.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어지간한 범법행위는 권력의 힘으로 무마하거나 아예 은폐해버리는 문벌귀족들조차 공화주의와 연관되었을 때는 가문 전체가 몰락해버리는 일까지 있었으니, 일반 신민들은 본인과 주변 인물 모두가 하루아침에 세상에서 사라져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6] 맨 몸인 상태에서 수용소를 벗어나고, 행성을 빠져나가는 것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어떻게 우주선을 구해서 행성을 빠져나왔다고 해도 제국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결국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모를 미탐사 지역을 떠돌다가 제국의 변방 개척 활동이나 장거리 정찰 함대에게 발각되어 최후를 맞게 되고, 그게 아니라면 사르갓소 지대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물자 부족으로 아사하는 최후를 맞게된다.[7] 함대라고 하지만 사실 제국령 변경의, 그것도 인간이 거주하지 않는다고 여겨진 지역의 순찰 함대인 만큼 당연히 무력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반면 동맹은 늘상 제국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속에서 살아왔기에 제국보다는 강한 무력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8] 다곤 회전에서의 제국군 지휘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정치적인 이유로 원수 계급을 부여받은 '황족' 헤르베르트 대공 이외에는 최선임 장성의 계급이 '중장'에 불과하다. 제국군의 판단으로는 기존에 존재하는 원수, 상급대장, 대장 계급의 최고위급 장성들이 나설 필요도 없는 전투라고 여겼을 가능성이 있다.[9] 혹은 대장 이상 계급의 장성이 출진할 경우 헤르베르트와 지휘권 문제를 두고 잡음이 생기거나, 헤르베르트에게 쏠려야하는 공적과 관심이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이 이유던 간에 제국군이 동맹군을 매우 얕잡아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10] 시녀 항목 참조. 실제 유럽 문화권의 궁중 시녀는 하류층 출신이 아니라 대다수가 고위 귀족 가문의 여식들이었다. 중세 유럽 귀족 문화를 추종하던 골덴바움 왕조의 궁중 문화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11] 그런 면에서 헤르베르트의 행동은. 황족으로써의 품위에 지키지 않는 것이고, 형제 사이의 예절에 어긋나는 것이고, 시녀의 명예를 훼손하여 귀족 사회의 반발을 부를 수도 있는 어리석은 행위에 해당한다. 심지어 퇴짜를 맞았다는 이유로 시녀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것은 '고귀한 신분'의 남성이 감히 생각해서는 안되는 한심스러운 수준의 행각이다.[12] 120여년 뒤 후작의 주장대로 은하제국은 이제르론 요새를 건설하여 동맹군의 공세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장소에서 마음대로 공세를 펼칠 수 있었다.[13] 생각해보면 바르트바펠이 그렇게 면전에서 대놓고 교만한 자라고 할 정도라면, 그것도 무려 황제 앞에서 그랬다면 정말로 헤르베르트에게 문제가 없는게 아니다![14] 대공은 심심하고 지루하다며 할 일을 찾다가 장병들의 활동을 보고받는 것에 잠시 흥미를 갖더니 이내 싫증을 내고 자기 친구들이 들여온 '수상한' 입체영상 등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이들은 그래도 나름 중책을 짊어졌다는 책임감은 있었는지 원정함대에 여자를 거느리지는 않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함대 사령부는 이러다가 나중에는 반반한 외모의 병사를 찾는게 아니냐는 푸념까지 하고 있을 지경이었다.[15] 다른 누구도 아니고 대공은 제위계승이 결정된 차기 황태자. 대공을 맞이하기 위해 장병들은 예우를 한 치도 어기지 않도록 매번 심혈을 기울여 의전에 신경써야했다.[16] 대규모 원정함대를 관리하는 것보다 대공에게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것이 더 힘들었다고 한다.[17] 공식적으로 공훈은 대공이 독점하겠으나 당연히 실질적으로 작전을 총괄한 제독들의 공도 챙겨주고 포상도 해준다. 더구나 대공이 황위에 오르면 가장 먼저 은혜를 입을 수 있으니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이 상책인 셈.[18] 애인 있는 여자는 물론이고, 심지어 결혼한 여자까지 끌어들여 잠자리를 가진 일로 잦은 분란을 일으키고 다녔다. 개인적인 싸움에서 끝나지 않고 소송까지 발전한 사건도 다수. 특히 링 파오가 미르푸르카스 행성 통신기지의 사령관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기지에 근무하는 14명의 여군 중 무려 12명과 하룻밤을 보낸 동맹군 역사에 남을 전설적인 일화까지 만들어냈다. 물론 여자를 강제로 범하거나 협박한 것은 아니고 여자측도 자발적으로 즐긴 것이라 법적 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그 중에는 유부녀도 있었기에 가정적으로 말이 많았다.[19] 링 파오가 여자와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 모두는 상호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형법상 범죄로 간주할 일은 단 1건도 없었다. 문제는 도덕성. 미르푸르카스 행성 사건에서도 12명의 여군 중 3명이 유부녀였다. 여자한테야 범죄가 아니라지만 연인이나 남편을 상대로는 심각한 수준의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것이다. 대외적 평판에서 유수프 토패롤은 성격 나쁜 원칙주의자 정도의 평가를 받고 있다면 링 파오는 여자라면 분간없이 건들이고 다니는 인간 쓰레기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었다.[20] 진짜 사감으로 임명하면 재밌지 않겠냐며 농담을 던지려 했지만 앞에 있는 영블러드 국방위원장은 정말 심각하게 인사 명령 재고를 요청하고 있어서 이 농담은 속으로 삼켰다(...). 진짜 사감으로 임명하면 매일 밤 기숙사에서 신음소리가 들렸겠지[21] 후대에 양 웬리를 비롯한 많은 명장들이 나온 것은 물론 국민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이 시기와 다르게 평의회의장 로얄 샌포드는 민주주의의 수호가 아닌 자신들의 지위와 안위만을 생각하다가 최악의 선택을 하였고 결국 자유행성동맹 멸망의 하나의 원인으로 이어진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도 볼 수 있다.[22] 정적관계인데 왜 한 내각에 있는가 싶겠지만 두 사람이 선거에서 붙었을 때 승리한 파트리시오가 패배한 영블러드에게 입각을 요청했다. 애초에 자유행성동맹은 내각책임제 국가로 묘사되는 만큼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23]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자리에 있는 사람들치고는 행실이 형편없는 수준이지만 사실 저 두 사람이 가장 압박감을 느끼고 있을 위치인 만큼 국방위원들이 식사 자리까지 나타난 건 과한 처사이긴 했다. 파트리시오 의장이나 영블러드 위원장이 구태여 나서지 않고 있던 것도 이미 큰 일을 맡긴 만큼 이제 이들을 신뢰하고 도와주기로만 했기 때문이다. 가장 압박을 느끼고 있을 사령관이나 참모장이 고작 농담이나 독설 정도로 스트레스를 풀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으니 이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반색했을 수도 있다. 이는 제1차 라그나로크 작전 때와 대비되는 장면으로 그 때는 여러 이들이 픽픽 쓰러져나갔다.[24] 이들 역시 사령관과 참모장의 인선을 두고 명령 거부까지 생각할 수준의 심한 거부함을 느꼈다. 허나 명령은 명령. 더구나 링 파오나 유수프 토패롤 모두 군인으로써 능력이 누구보다도 뛰어나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었다.[25] 적을 최후의 한 명까지 격멸시킬 필요는 없다.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적군에게 타격을 주어 철수시키기만 해도 성공한 것이기 때문이다.[26] 외전 1권 황금의 날개 9페이지와 본편 4권 120페이지에는 다곤 성역 회전이 벌어진 해가 제국력 331년으로 적혀 있지만, 30페이지에서는 제국력 332년으로 적혀 있다. 우주력 310년이 제국력 원년임을 생각해보면 제국력 331년이 옳다고 생각된다.[27] 이 와중에 요제프의 시녀 지클린데는 차기 황제를 무시한 죄를 중하게 묻겠다며 이를 갈았다.[28] 분산하여 진격하다가 재집결하여 공격하는 방식. 여러 방향에서 전진하여 적을 포위 격멸하기 위한 기동형태.[29] 무엇보다 병력이 열세인 사정 속에서 동맹군은 우직하게 정공법으로 싸우면 필패인지라 상대의 묘수를 찌르는 한 방이 필요했다. 사실 이 묘수란 것도 이미 제국군에서 가능성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제국군 사정이 사정인지라 예측했는데 막지 못한 묘수가 되었다.[30] 물론 운이 좋긴 했지만 운이 전부였던 건 아니고 애시당초 다곤 성계 자체가 원래 그런 곳이었다.[31] 황족이자 최고사령관이 중장을 면전에서 모욕했다. 상급자가 하급자를 다른 하급자 앞에서 매도하는 행위는 당사자의 권위를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로 조직 운영에 있어 정말 치명적인 상처를 가하는 것. 심지어 잉골슈타트 중장은 전투가 한창인 상황에서 호출되어 이렇게 됐으니 제대로 된 지휘가 가능할 리가 없다.[32] 수천 척의 함대가 동시에 발포하기 위해서는 아군 피해를 막기 위해 안전이 확보된 완벽한 대형을 갖추고 사령부의 지시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하달되어야 한다. 네이스미스 워드 제독이 유능하기도 했지만 헤르베르트가 지휘하는 제국군이 너무 엉망이다보니 동맹군이 대형을 갖추고 있어도 대응하지 못해 가능했던 일.[33] 이 당시 안드라슈가 내린 명령이 "제1명령, 돌진하라! 제2명령, 돌진하라. 제3명령, 오로지 돌진하라!"였다. 덕분에 이전에는 신중한 지장으로 알려졌던 안드라슈는 이 뒤론 닥돌하는 맹장으로 이름을 떨쳐(?) 후대에 전해지게 되었다.[34] 또한 제국군은 구 형태로 밀집된 만큼 반대로 한 방향을 향해 공세를 퍼붓기에는 조건이 좋다.[35] OVA에서는 전개가 조금 바뀌어서 기함조차 남김없이 격파당했다고 나레이션이 언급한다.[36] 동진의 명재상 사안의 일화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사안은 바둑을 두다가 비수대전의 승전보를 듣고 아무 일 없듯이 "우리 애송이들(사안의 아들 사염과 조카 사현 등)이 적을 물리쳤다는구려"라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리고 나중에 바둑 둔 손님이 가자마자 미치도록 좋아하며 날뛰다가 다리가 삐었음에도 그걸 모르고 여전히 기뻐했다는 나중 일화도 있다.[37] 사실 병력의 91%를 상실한 상황에서 겨우 제독 두 명이 죽었을 리는 없다. 제2차 티아마트 회전에서도 장성이 60명이 죽은걸 감안하면 여기서도 수십에서 백 단위의 장성급 피해자들이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38] 이들은 서로를 꼴도 보기 싫은 놈이라고 여기고 있었다.[39] 참고로 여기서 뮌처는 총사령관, 즉 헤르베르트 황자의 책임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 재판이 그의 책임을 잉골슈타트에게 뒤집어 씌우기 위해서임을 감안하면 진짜 대차게 규탄한 셈.[40] 이미 패전했을 때부터 자기 운명이 글러먹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자결하려다가 부하들에게 총을 빼앗기자 쓴웃음을 지으며 "모든 책임을 질 죄인으로 잠깐 살아야한다는 거군?"이란 투로 자기 운명을 정확히 예측할 정도였다. 애초에 자신과 사이가 나쁜 걸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오스발트 폰 뮌처를 변호인으로 붙여준 시점에서 말 다한 셈.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마지막까지 자신을 옹호하고 자신의 무고를 증명하며 진짜 원흉은 처벌할 생각은 하지 않고 애꿎은 희생양을 만들어, 패전을 수습할 생각만 하는 상부를 대차게 규탄한 뮌처에게 얼마나 감동했는지 사형집행 당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오로지 뮌처에게만 고개를 숙이며 고마움을 표했다.[41] 다만 이 일로 뭔처는 지대한 명성은 물론 '탄핵자'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고, 이 덕분에 수 년 뒤 '청안제' 막시밀리안 요제프 2세 시대 들어 황제의 직접 명령으로 유배에서 해제되는 것은 물론 사법상서직에 임명되어 중앙 정계에 복귀할 수 있었다.[42] 다만 그래도 황위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했는지 구스타프의 독살범이 헤르베르트의 부하라는 말이 있다.[43] 상황이 안 좋을 때에는 각 부대의 포병대가 상대방의 사령부를 조준하며 대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북원 용기병여단과 서원 보병여단의 포구는 항상 근위대의 사령부를 향해 있었다.[44] 그의 가장 대표적인 업적이 열악유전자 배제법의 완전한 사문화인데 법안 자체는 개국군주인 루돌프가 만든 것이라 없앨 수 없었기에 열악유전자 배제법은 그의 재위기에도 폐지되지 않고 남아있었으나 대신 루돌프 사후부터 사문화되어가던 상황에서(루돌프 시기에는 학살이 자행되었으나 그의 사후에는 배제나 차별로 다소 완화되었다) 아예 실행 자체를 완전히 막아버려 완전한 사문화를 이뤄냈다. 다만 결국 열악유전자 배제법과 관련된 우생학 자체를 완전히 막을 순 없어서 막시밀리안 요제프 2세 사후에도 제국에는 우생학이 남아있게 된다.[45] 그리고 브루스 애쉬비는 딱히 정계진출의 욕망은 없었고 730년 마피아도 정치권력을 위해 모인 집단은 아니었다.[46] 근본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며 건국한 나라라서 '오는 자는 막지 않는다'는 정신으로 망명자들을 받는데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았다.[47] 정확히 제국 내의 정치싸움에서 밀려난 패배자들이 동맹으로 망명하곤 했다. 문제는 이런 사람이 제국에서는 황족, 귀족 신분이었다는 것.[48] 사실 정확히 말하면 알아서 병력을 분산한 것은 아니고 병력이 합쳐지기 전에 먼저 라인하르트가 빈틈을 노려 각개격파를 위해 기습을 건 것이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상대의 각개격파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실책이다. 물론 림 파오와 유수프 트패롤도 제국군이 분진합격전술을 사용할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기는 했지만 그건 그들이 그 가능성을 무시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제국군에게 얻어맞을 것을 각오하고 상대방의 전략전술을 분석해서 그들이 분진합격전술을 사용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도출해냈기 때문이며 이를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49] 애시당초 당시 제국군은 쫄아서 자멸한 것이 아니라 아예 지휘부 자체가 붕괴했기 때문에(물론 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무능한 헤르베르트 대공 탓이었다) 포위당했고 이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고 우왕좌왕하다가 자멸한 것이었다.[50] 페잔은 양측의 균형을 중시했기 때문에 한쪽에 너무 유리하거나 위험한 정보를 주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51] 더 정확히는 넓게 퍼진 제국군을 동맹군이 사방팔방에서 각개격파하면서 한군데로 밀어내었고 그 결과 포위섬멸진이 완성된 것인데 제국군이 넓게 퍼졌던 것과 동맹군이 포위할 때 제국군이 힘없이 밀려나갔던 이유가 바로 이 다곤 성역의 지리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사실 원래 다곤 성역의 지리 자체가 험난한 탓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제국군은 다곤 성역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던 게 가장 큰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