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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28 14:24:06

치다

1. 개요2. 형식3. 의미
3.1. 치다2 [때리다]
3.1.1. 은어3.1.2. 관용구3.1.3. 복합어3.1.4. 피동 표현 '치이다'3.1.5. 외국어와 비교
3.2. 치다10 [여기다]3.3. 치다5 [두르다]3.4. 치다7 [불리다]3.5. 치다4 [뿌리다]

1. 개요

한국어의 동사.

2. 형식

모음 어간 / 'ㅣ' 어간 어미의 일반적인 규칙을 따른다. 자음 어미가 후행할 때에는 '치, 치, 치, , ' 등으로 어간의 형식이 변하지 않으나 '-어' 계통의 모음 어미가 후행할 경우에는 '쳐'(<치어), '쳤'으로 어간과 어미가 합쳐진다.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에서 보듯 현대 대한민국 표준어에서 /처/와 /쳐/는 발음이 합쳐져 구별되지 않기에 일반적으로는 ''로 통일하나, '치다'의 '-어' 결합형처럼 문법 형식으로부터 '치'를 분석해낼 수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쳐'라는 표기를 쓸 수 있다.[1] 때문에 현대 한국어에서 '쳐'라고 표기된 것은 대개 이 '치다'의 활용형인 경우가 많다.

치다2, 치다5는 15세기에 구개음화가 되지 않은 '티다'로 나타난다.

3. 의미

* 치다2: [(<도구>로) ~를 치다] 타격하다.
* 치다10:
* [<범위>에 치다]: 계산에 넣다. "너까지 인원에 쳐야 10명이다" 등의 용례가 있다.
* [<가치>(으)로 치다]: ~로 여기다. "만 원으로 치다", "최고로 치다" 등의 용례가 있다.
* [<기준>(으)로 치다]: 계산하다. "촌수로 치다"
* [<인용문>다고 치다]: 간주하다.
* 치다5: [(~에) <얇은 물건>를 치다] <얇은 물건>을 둘러 펼치다.
* 치다7: [~를 치다] 가축을 기르다. 여관에 손님을 들인다는 의미로도 쓴다.
* 치다4: [(<물건>에)[2] <가루, 액체>를 치다] <가루, 액체>를 뿌리다.
번호는 표준국어대사전을, 순서는 네이버 사전을 따랐다. 이 외에도 다른 의미로 쓰이는 '치다'를 포함해 11개가 표준어로 지정됐다.

3.1. 치다2 [때리다]

* [(<도구>로) ~를 치다] 타격하다.
이나 손에 든 물건으로 무언가를 타격하는 것을 의미한다. '치다' 형식의 여러 동음이의어 가운데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동사이다.[3] 과장하자면 이 단어를 모르고서는 한국어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빈번하게 쓰이는 기초 어휘이다.

'때리다'와 비교하자면 '때리다'는 좀 더 [공격]의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타격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래도 '치다'가 좀 더 기초 동사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게 때린 거냐? 친 거야"라고 [적극적으로 타격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문장이 발화되기도 한다. 아예 [타격\]에까지도 이르지 않고 [접근\]만 하는 경우에는 '대다', '닿다'의 영역이 된다.

3.1.1. 은어

'좀 (잘) 하다'를 '좀 치다'로 말하기도 한다. ex) 좀 치냐?, 좀 치네?

유래는 당구로 추정된다.

3.1.2. 관용구

기본 의미는 [(을 이용한) 타격]이지만 정말 여러 용법으로 쓰이는 기초 어휘여서 의미를 콕 찝어 말하기가 어렵다.

'' 부분의 목적어가 한정되어 쓰이는 관용구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를'은 대부분의 경우 생략되지만 특히 '-(를)'로 표시한 것은 '를'이 없는 상태로 더 자주 쓰이는 것들이다.

3.1.3. 복합어

'내치다', '들이치다', '올려치다' / '치오르다', '치밀다'처럼 '치다'의 어근이 결합한 복합어가 상당히 많다. 특히 '내치다'처럼 '치다'가 후행하는 경우는 '치다'가 [강세]의 역할을 하는 접미사처럼 해석된다. 이는 본래 '치다'의 [타격] 의미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13] '물리치다', '지나치다', '몰아치다'처럼 오늘날에는 '-치다'가 없는 형식이 거의 쓰이지 않거나 의미가 상당히 다른 동사들도 많다.

'장난치다', '도망치다' 등은 본래 "<명사> 치다" 류로 '손뼉 치다' 등과 별 차이가 없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전적으로는 한 단어로 인정되었다.

소매치기, 날치기는 이 의미의 '치다'가 쓰인 것으로 추측되지만 '소매치다', '날치다'와 같은 동사형은 쓰이지 않고 명사형으로만 쓰인다.

3.1.4. 피동 표현 '치이다'

피동 표현피동 접사 '-이-'가 붙은 '치이다'이다. 대개 "<탈것>이 <사람>을 치다"가 "<탈것>에 <사람>이 치이다" 식으로 수동태가 되어 쓰인다. 교통사고라는 한정된 상황에서만 자주 쓰이는 특이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오타쿠 계열에서는 최애 캐릭터/작품에 빠진 것을 교통사고에 비유하여(덕통사고) "<캐릭터/작품>에 치이다" 같은 표현을 쓰기도 한다.

3.1.5. 외국어와 비교

워낙 의미가 넓은 단어라 아주 비슷한 단어를 찾기는 어려우나, 기본 의미를 중심으로 했을 때 맞대응되는 단어는 있다. 일본어에서는 'うつ'(우츠)[14]와 유사하다고 여겨지며 '치다'와 비교하는 裵德姬(1995)[15], 權奇洙(2011)[16], 이우제(2017)[17] 등의 논문이 있다. 'キーボードをうつ'(키보드를 치다), '時計が十時をうつ'(시계가 10시를 치다), '刀をうつ'(칼을 치다), '鳥が羽をうつ'(새가 날개를 치다), 波がうつ(파도가 치다) 같은 것도 똑같이 'うつ'로 표현하는 것이 신통할 정도로 비슷하다. 그러나 '腰をうつ'(허리를 박다), '田をうつ'(밭을 일구다), '鉄砲をうつ'(총을 쏘다) 등은 한국어 '치다'로는 대응시킬 수 없는 うつ만의 용법이다. 이런 의미들도 한국어 '치다'처럼 [타격]과 관련이 있기는 하다는 공통점은 있다.

중국어로는 (dǎ)나 (pāi)가 '치다'에 해당된다. 拍电报(전보를 치다), 打刀(칼을 치다) 등 다양한 의미로 쓰이는 것은 '치다'와 마찬가지이다. 한국어 관념에서는 신기하게 "전화를 걸다"도 打电话 식으로 '치다' 계열을 쓰는데, 때문에 중국 조선어에선 이를 번역 차용해 "전화를 치다" 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3.2. 치다10 [여기다]

* [<범위>에 치다]: 계산에 넣다. "너까지 인원에 쳐야 10명이다" 등의 용례가 있다.
* [<가치>(으)로 치다]: ~로 여기다. "만 원으로 치다", "최고로 치다" 등의 용례가 있다.
* [<기준>(으)로 치다]: 계산하다. "촌수로 치다"
* [<인용문>다고 치다]: 간주하다.
[평가]의 의미를 지닌 동사이다. 한자어로 쓰면 "간주하다", "인정하다" 정도일 테지만, 구어에서 자주 쓰이는 탓인지 그런 한자어 단어들보다는 덜 엄밀한 뉘앙스를 준다. 예를 들어 "그렇다고 쳐"라고 하면 '진심으로 동의하진 않지만 일단 넘어가자' 식의 의미가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가는 단어이기에 '-어 주다'를 써서 '쳐 주다'라는 표현도 자주 쓴다. 대개 2번 '-로 치다' 구성에서 '쳐 주다'가 자주 쓰인다. 그런 기준에 미달된다는 의미로 '쳐 주지도 않는'이라는 말도 자주 쓰인다.

연결어미 '-'가 붙은 '치고'는 "<명사>-치고" 식으로 조사화되었다. "예상했던 것에 비해 의외로"라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지닌다("겨울 날씨치고 따뜻하다"). '-치고서'와 같은 강조형도 있다.

3.3. 치다5 [두르다]

* [(~에) <얇은 물건>를 치다] <얇은 물건>을 둘러 펼치다.
요즘 와서 목적어로 가장 자주 쓰이는 것은 커튼이다. '천막을 치다'도 그럭저럭 쓰이며, '담장을 치다'라는 말도 쓰인다. '붕대를 치다'는 사전에 실려있기는 하나 오늘날에는 '두르다', '매다', '감다'가 자주 쓰이고 '치다'는 잘 쓰이지 않는다.

인터넷 유행어 중 하나인 실드는 특이하게도 '실드 치다'로 이 '치다'를 쓴다. 대개 "<사람>한테 실드를 치다" 식의 구조로 쓰인다. 대인 관계에서 연애로 이어질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을 '철벽 치다'라고 표현한다.

피동 표현은 '쳐지다'이다. "커튼이 쳐진 방"과 같은 표현이 익숙하게 쓰인다.

앞서 언급한 커튼의 경우 커튼을 걷어달라고 할 때도 "커튼을 치다"를 쓰는 경우가 있어 동음반의어가 되는 것이 영 헷갈린다. 이에 대해서는 "담배 피우다"를 "담배 피다"로 잘못 쓰듯이 "커튼을 치우다"라고 해야 할 것을 "커튼을 치다"라고 하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 한편으로는 "가지를 치다" 같은 '치다2'가 커튼에도 쓰이는 것일 수 있다.

아래 '치다4'와 의미 구조가 유사한 편이다. 가루를 뿌리는 것도 어쨌든 엷게 흩뿌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장소>에 <대상>을 치다'라는 통사 구조도 비슷하다.

3.4. 치다7 [불리다]

수가 늘어나는 행위에 관련된 동사이다. '<짐승(양, 돼지 등)>을 치다', '가지를 치다', '새끼를 치다', '하숙을 치다' 등의 용례가 있다. '하숙을 치다'는 근래에 잘 쓰이지 않는 표현이다.

'가지를 치다'는 위 '치다2'에서 [제거]를 나타내는 의미와 동음반의어 관계에 있다. 여기서는 '가지가 많이 뻗어나가다'의 의미이다.

양치기의 '치다'는 이 의미의 '치다'이다.

3.5. 치다4 [뿌리다]

[(<물건>에)[18] <가루, 액체>를 치다] <가루, 액체>를 뿌리다.
대개 음식물에 소금, 설탕 등 가루나 액체로 된 양념을 뿌릴 때 쓰지만, '기계에 기름을 치다'와 같은 용법도 있다. 주로 을 맞추는 때에 양념들을 뿌리기에 '<양념>으로 간을 쳐서 <조리행위>하다' 식의 표현을 쓰기도 한다.

AOSRTS 게임에서 적의 체력을 깎아놓거나 너프를 걸어서 죽이기 쉽게 만들어주는 것을 '양념을 치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적을 죽이는 것"을 "먹다"로 비유하고 "먹기 쉽게 하는 행위"를 "양념을 치는 행위"로 비유한 것이다. 묘하게도 그렇게 해서 도와주는 상황보다는 "양념은 내가 쳤는데 정작 죽인 건 다른 사람" 같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버는' 것 같은 상황에서 자주 쓴다. '양념 다 쳐놨더니'의 용례

의태어로는 '팍팍'이 자주 쓰인다. MSG 팍팍 친 썰 '치덕치덕'은 어원적으로 이 '치다'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비슷한 범주를 목적어로 취하는 동사로는 '타다3'이 있다. "커피에 설탕을 타다" 식으로 쓰이는 '타다'이다.


[1] 가령 동일하게 '및다'로부터 파생되었어도 이미 부사로 문법화가 완료된 '미처'는 '처'로 적으나, 동사 '미치다'의 활용형인 경우 '(영향을) 미쳐'와 같이 '쳐'로 적는다.[2] 대개 음식물에 쓰인다.[3] 표준국어대사전의 어깨 번호는 빈도 순이 아니기 때문에 '치다1'을 차지하진 못했다. '치다1'은 위에서 보듯 '파도가 치다'처럼 자연 현상에서 자동사로 쓰이는 '치다'를 가리킨다.[4] 대한민국 표준어로는 <놀이> 전반에 쓸 수 있는 동사가 없다. 영어 'play'(플레이)나 일본어 'あそぶ'와 맞대응될 수 있는 것은 '놀다'일 테지만 '컴퓨터 게임을 놀다'는 영 이상하게 들린다. 특이하게도 같은 한국어여도 중국 조선어나 북한 문화어에서는 '게임을 놀다'가 별 문제 없이 쓰인다. 속어까지 보자면 '롤 한 판 때리다'처럼 의미가 넓어진 '때리다'가 종종 게임 전반에 쓰이곤 한다.[5] 투수나 수비수처럼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6] 사실 '박수'에 "치다"의 의미가 들어있어 겹말이기는 하나, '박수 치다'가 이미 사전에도 실려있을 정도로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7] 영어 'play'가 이 의미로도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유사하다.[8] 비슷한 범주의 목적어를 취하는 동사로는 '저지르다'가 있다.[9]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치다9'로 따로 분류되어있다.[10] '머리를 치다'를 '목을 치다'로 이해하는 촌극이 간혹 벌어지곤 한다.[11] 일본어의 切る(きる)도 "트럼프를 하다"라는 한정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거기서 나온 것이 切り札(きりふだ, 으뜸패)이다. 사전을 다룬 소설과 동명의 영화 "배를 엮다"에서 이 의미의 切る를 소개하는 장면이 있다. 한국어 '치다'는 그런 파생 어휘는 없다.[12]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치다1'로 따로 분류하고 있다.[13] 비슷한 강세 접미사로는 '-뜨리다'가 있는데 이 접미사는 기원이 '-치다'만큼 뚜렷하지는 않다. '치다'와 비슷하게 [타격\] 동사인 '때리다'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앞서 [접근\] 동사의 예로 소개한 '대다'도 '치다'와 비슷하게 접미사로도 쓰인다.[14] 한자 표기는 'つ, 撃つ, 討つ'를 사용한다. 일반적인 의미는 '打つ'로 자주 표기하며 '撃つ'은 "을 쏘다", "공격하다" 등의 의미일 때에만, '討つ'는 ""이나 "원수" 등을 목적어로 할 때에만 사용한다. 한국에도 '일기토'로 잘 알려져 있는 一騎討ち(잇키우치) 역시 이 うつ를 쓴 표현이다.[15] 裵德姬(1995), 「韓國語動詞「치다」と日本語動詞「うつ」の比較對照硏究」, 『인문과학연구』 4, 상명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409-426.[16] 權奇洙(2011), 『韓・日両国語の類義語の対照研究』, 인문사, 103-136.[17] 이우제(2017), 일본어 타격동사 「うつ」의 의미 확장에 관한 일고찰, 일어일문학연구, 102(1), 3-22. 여기서는 아래 '치다4', '치다5'도 이 '치다'와 의미가 연결되는 것으로 다루고 있다.[18] 대개 음식물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