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電報. 편지나 소포 대신에 간략하게 문서를 전달하는 통신수단을 말한다. 영어로는 Telegram이라고 한다. 같은 철자를 쓰는 메신저가 있다.사진의 전보 내용은 1956년 8월 14일 KORLILON에서 보낸, 이승만 대통령의 3선 취임을 축하하는 친서인 전보이다.
전보송달지를 작성하면 우체국 간에 전화나 전신기를 통해 연락을 했고 수신한 우체국에서 전보지를 작성해서 받을 사람에게 보내거나 받을 사람이 우체국으로 와서 수령했다. 모스 부호가 있던 시절부터 사용된 유서 깊은 통신수단으로, 영국과 미국에서 1840년대에 설치되었고, 한국에서는 이미 조선말인 1885년에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전화 같은 것이 아직 발명되지 않았고 간단한 전기선 정도만 가설되어 있던 시대에는 유용했고, 이후로도 1970~80년대에 전화가 전국적으로 보급되기 이전까지 유용했던 통신수단이었다. 특히 주로 긴급한 연락을 위해 사용했는데, 편지를 띄우면 많은 내용을 정확히 적을 수 있지만 인편, 마편 등으로 전달하느라 시간이 아무리 빨라도 같은 동네가 아닌 이상 짧게는 하루, 길게는 몇 년(!)이 걸리는 경우도 허다했는데 전보는 전신주만 가설되어 있으면 몇 시간에서 하루 정도면 속보 배달이 가능했던 것.[1] 다만 원시적인 전기통신수단의 응용이다 보니 긴 메시지는 전하기 힘들어서 최대한 짧은 내용으로 주고받았다.
한국에서는 각 우체국에서 전보 접수를 받았었고[2] kt에서 전보를 받았다가 2024년 2월부로 완전히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1965년 기준 시외전보는 기본 10자에 50원을 받았다. 삼양식품에서 라면 처음 만들 때 한 봉지가 10원이었으니, 어마어마하게 비싼 셈. 그마저도 기본 10자라, 한 글자라도 추가되면 추가 요금을 내야했다. 과거 문자가 30자까지 기본요금, 이후 MMS로 전환된 것과 같은 맥락. 그래서 당시에도 말 줄여 쓰는 데 어마어마한 내공을 가졌다고 한다. 훗날 통신체의 시발점인 셈.
- 승진하심을 축하드립니다. → 축승진
- 쾌유하시길 기원합니다. → 기쾌유
- 할아버지께서 위독하십니다. → 조부위독[3]
- 할머니께서 위독하십니다. 급히 내려오시길 기다리겠습니다. → 조모위독급래고대(출처: 최명희, 혼불)
-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으니 빨리 집으로 오너라. → 부친사망급래
- 너희 집에 가려고 지금 서울로 올라간다. → 모친상경
- 용돈이 다 떨어졌어요. 천 원만 보내 주세요. → 사전대금천원송금요망
- 점득 군을 보호하고 있으니 창경원 파출소로 시급히 오시기 바랍니다. → 점득보호중창경원파출소로급래(출처: 손춘익, 어린 떠돌이)
- 어머니가 위독합니다. 몽실이를 보고 싶다고 합니다. 속히 오시기 바랍니다. → 어머니위독몽실이보고싶다고함속래 → 모친위독견몽실망속래(10자 이내로 줄임)(출처: 권정생, 몽실 언니)[4]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줄여 쓰는 것조차 창의력이 필요하고, 주로 한자를 써서 줄이는 거라서 한자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힘든 일이다 보니 당시 통신공사(현 kt)에서는 예문을 여러 가지 만들어 놓고 그 중 하나를 골라 쓸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축전 조전 기타 등 대분류를 만들어놓고, 결혼 승진 부친상 모친상 등 예문을 하위 분류로 해서 기호로 표시하는 방법으로, 이를테면 "가갸" 하면 가)분류: 축전 , 갸)번 예문 "고희를 축하하오며 만수무강을 빕니다." 하는 식이었다. 이용자는 전화번호부에서 예문을 찾고, 전보 접수 번호에 전화를 걸어 전화기에 대고 수신자 주소와 이름, 기호를 불러주면 그 내용대로 인쇄해서 우편으로 보내는 방식이었다.
19세기-20세기 초중반이 배경인 창작물 중에서도 종종 등장하고는 한다. 특히 추리 소설에서 셜록 홈즈가 자주 이용한다.[5]
주로 병이나 장례 관련 문제, 또는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사용했다. 특히 한국이나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는 관혼상제와 관계가 깊었던 연락 체계이다.
아직도 쓰이는 단어 속에 전보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일러스트/만화/동인계에서 주로 쓰는 축전이란 단어는 "축하 전보"의 줄임말이지만 지금은 축하용 그림이란 의미로 쓰고 있다. 전봇대도 전기를 보내는 기둥이라는 의미로 알려져 있지만 전보를 전달하기 위해 세운 기둥이라는 뜻이다.
2. 현대의 입지
2.1. 민간
1980년대 이후로는 유선전화기가 가정용으로 널리 보급되어 쓰임새가 줄어들었고, 200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1인 1 핸드폰 시대로 바뀌었기 때문에 전보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아졌지만 연하장처럼 일부에서 썼다. KT 기준 전보 요금은 인터넷으로 신청할 경우 기본료 770원 + 배달료 1650원이었고 여기에 기본형으로 1화면 당 150자를 제공하며 글자를 추가할 경우 1화면 당 100원 씩 추가 부과했다. 또한 기본 카드 외에 다른 카드를 구입할 경우 추가 요금이 들었다. 일반 우편과 비교해도 상당히 비싸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현대에는 사실상 공적인 초대장이나 연하장, 또는 각종 선물 배달과 같은 형태로 사용했기 때문에 무리는 아니었다. 물론 이쯤 되면 이름만 전보지 인터넷 우편을 종이 편지로 출력해서 전해 주는거나 다를게 없다. 해외에서 내국인 앞으로 택배가 도착했는데 개인통관고유부호 또는 수취인의 연락처가 기입되어 있지 않은 경우 해당 주소로 전보를 보내 담당자에게 회신을 요청하기도 한다.(페덱스 등.)국제전보는 KT에서 2018년 4월 8일자로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2023년 12월 15일부로 국내전보 서비스도 종료 예정이었지만, 종료 소식에 이용객이 소폭 반등하고 연말 연시에 전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최종적으로는 2024년 2월에 종료되었다.기사 비슷한 서비스로 우체국 맞춤형 편지 서비스와 e그린우편 서비스가 있으니 이용할 사람은 참고하면 된다.
다른 국가에서도 본래는 우체국이나 통신 회사에서 전보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통신 매체의 발달로 전보 사용이 줄어서 폐지되거나 관계 없는 업체에 매각된 경우도 있다. 예로 미국은 웨스턴 유니온에서 2006년까지 전보를 제공했으나 이후에 다른 곳으로 매각되었다.
2.2. 정치·외교
전용 회선을 쓰는 정치·외교 분야에서는 아직도 많이 쓰인다. 뉴스에서 대통령이나 장관, 정치인이 "축전"을 보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바로 이 축하 전보를 말한다. 정치인들이나 그 정치인의 비서, 보좌관 등은 전보 사용이 필수이다. 대통령실(구 청와대), 국회,[6] 행정각부, 대법원, 헌법재판소에는 전보 담당 부서가 따로 있을 정도이다. 국내외의 높으신 분들과 하루에 수만 건 단위로 전보 교류를 한다. 대통령·국무총리·각부장관이나 시·도지사, 시·군·구청장이 소속 공무원들에게 축전 비슷한 형식으로 전보를 보내기도 한다.외국 정치인에 대한 '축전' 보내기, 주요 외국 정치인 사망에 따른 '조전', 정상회담 '초청장'과 같이 상기한 의전 용도 외에도, 기타 외교, 통상 협상에 대한 사전조율 같은 실무 자료도 팩스, 메일이나 우편보다는 대부분 전보 단위로 수발한다. 다른 서면 통신 수단에는 매우 공적인 일에 쓰기에는 하나씩 결함이 있기 때문. 전보의 비용 문제도 앞서 언급한 것과 비슷하게, 현대의 외교 업무에선 중요한 단점이 아니다.[7]
정치, 외교 분야에서 아직도 전보가 쓰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우편물은 만국우편연합에 등록된 우편체계를 통해 수발해야 한다. 국가의 사무를 만국우편연합에 위임하는 것이 되고, 게다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1분 1초가 중요한 국가간 외교에선 큰 단점이다. 이 1분 1초가 늦어질 경우, 개전 후 선전포고 전달이 늦어지거나, 종전을 위한 강화 조약 체결 여부의 전달이 늦어지는 등으로 인해 수많은 목숨이 생사를 오갈 수 있다.
- 사람이 직접 전달하는것은 매우 번거롭고, 역시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아무나 갈 수도 없고 매번 격을 맞춘 사람이 가야 한다. 게다가 외교관계가 없는 국가 간에는 아예 직접 전달 자체가 불가능하다.
- 외교관이라면, 개인적으로 친하지 않은 관계 간에도 직책과 지위상 호의를 표해야 하거나,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 간에도 업무상 항의를 표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개인적인 감정을 완전히 배제해야한다. 한미관계의 외교관 가운데에는 개인적으로나 국가간으로나 친밀한 사람이 많지만, 이를테면 한미 FTA의 협상 등에서는 적대적인 의사표시를 할 일이 있다.
- 팩스도 각국의 전화번호 체계가 차이나서 문서 내용이 변조되거나, 엉뚱한 사람이 받거나 하는 에러가 나기도 한다.
- 인터넷은 보안 강도를 신경 써야 하고 해킹의 우려가 도사린다. 지자체, 경찰, 법원 등 하위 조직에서도 보안 문제로 인터넷 대신 인트라넷이라는 폐쇄망을 사용하는데 각국 지도자나 고위 공직자 사이에 인터넷을 쓸리가 없다. 또한 북한, 투르크메니스탄 같은 나라들은 시스템 자체가 폐쇄적이고 전 세계와 접속차단이 된 경우가 많다. 각국 정상들이 '인터넷'을 쓰는 경우는 국민들과 소통하기 위함이거나, 다른 사람들도 다같이 보라고 '공개 축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
- 전화선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도청의 위협 때문. 물론 예로부터 털리려면 잘만 털렸지만, 그래도 괜히 쓰는 것보다는 전보를 쓰는 것이 낫다.
이러다 보니 전보만한 수단이 없다. 그래서 정치인과 고위공무원들은 국제적 감각을 갖추기 위해 전보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필수다.
[1] 수신측 전보국에서 전보용지를 들고 수신자에게 배달해주기까지의 시간. 당연히 제대로 된 군사시설에서는 몇 분만에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혁명이었다.[2] 위의 전보 사진에도 ROK Ministry of Communication(대한민국 체신부)이라고 적혀 있다. 단, 사진을 보면, 비단 우체국, 전신전화국(본 문서 상단의 유튜브 영상 참조)뿐만 아니라 철도역에서도 공중전보를 취급했었다.[3]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학도병으로 한참 복무하고 있을 때 이 전보를 받고 고향인 부산에 내려갔다가 손명순 여사와 만나 결혼했다는 일화가 있다. 다만 중매혼인 것과는 별개로 손명순 여사와는 실제로 사이가 아주 좋아서 평생 애처가로 살았다.[4] 어렸던 몽실이는 맨 끝에 붙은 "속래"라는 말의 뜻을 알아듣지 못했다.[5] 셜록 홈즈를 현대물로 어레인지한 드라마 셜록에서 전보의 자리를 대신한 것은 당연히 문자메시지이다.[6] 국회사무처 안에 있는 관리국에서 국내전보 발송과 전체 전보 수신, 국제국에서 국제 전보 발송을 담당한다.[7] 과거에는 외교 분야에서도 비용 및 암호·복호화 부담으로 자국 외교공관과의 송수신에서는 특유의 약어를 썼다고 한다. 요즘에는 암호·복호화의 전산화 등으로 여유를 찾아 정상적으로 쓴다고 한다.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