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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15 21:04:54

충수염

급성 맹장염에서 넘어옴
<colbgcolor=#3c6,#272727><colcolor=#fff> 충수염
蟲垂炎 | Appendicitis
파일:충수염.png
충수의 위치와 충수염의 진행 과정.
이명 맹장염(통칭, 오기)
충수돌기염(蟲垂突起炎)
충양돌기염(蟲樣突起炎)
막창자꼬리염
꼬리염(-炎)
국제질병분류기호
(ICD-10)
K35-K38.
의학주제표목
(MeSH)
D001064
진료과 외과, 소화기내과
질병 원인 감염 또는 폐색 등으로 인한 충수의 염증
관련 증상 복통(맥버니점 부근의 압통 및 반발통 등), 오한, 발열
관련 질병 복막염

1. 개요2. 명칭3. 증상4. 원인5. 진단과 검사6. 치료와 예방
6.1. 수술6.2. 사전 절제
7. 경과와 합병증8. 대중매체9. 충수염과 관련된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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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충수염(, appendicitis[1])은 맹장의 끝 부분에 위치한 돌기 형태의 기관인 충수(蟲垂)에 생기는 염증이다.

급성 충수염은 일생 유병률이 상당히 높은, 흔한 질병이면서도 외과적 방법을 통해 처치하지 않을 경우 쉽게 파열, 복막염이 진행될 수 있어 전근대에는 매우 치명적인 질병이었다. 그러나 근대 이후 체계적인 충수 절제 수술이 보급되면서 어렵지 않게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2]

2. 명칭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 대중들에게는 주로 '맹장염'으로 알려져 있고 이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절대다수이긴 하나, 이는 오기이다. 맹장(盲腸, cecum)에 염증이 생기는 '맹장염(盲腸炎, cecitis)'은 별개의 질환으로 구별된다. 따라서 충수염은 맹장염과 다르다고 할 수 있고, 의학적으로는 권장될 수 없는 표현이다. 그러나 워낙 실제 맹장염(cecitis)의 빈도가 적은 반면 발생례가 훨씬 많은 충수염을 맹장염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의사들도 맹장염이라고 하면 알아 듣는다. 따라서 이 문서에도 맹장염과 충수염 단어가 혼재되어 있다.

3. 증상

충수염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우측 하복부(정확히는 맥버니점[3]이라고 한다)의 압통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으로, 누워서 오른쪽 아랫배를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반발통증이 느껴지거나, 오른 다리를 배에 붙이려고 할 때 통증이 심해진다면 충수염을 의심하여 병원을 방문할 수 있다.

특히 다른 복통들과는 다르게, 변을 보더라도 그 통증이 전혀 줄어들지 않고, 또한 아팠다 말았다 반복되는 통증[4]이 아닌 꾸준히 지속적으로 아픈 통증이며, 이 통증이 시간이 갈수록 오른쪽 배 아래에서 배 전체로 퍼지게 되는 특징이 있다. 피로가 빨리 찾아오고 식욕이 없으며 만사에 의욕이 저하되는 증상이 동반될 수도 있다.[5] 발열, 몸살오한 증세도 온다. 몸살과 오한 증상이 오는 이유는 혈액에 염증수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복부의 통증은 흡사 옆구리를 누군가 칼로 푹 찔러 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미묘한 통증에 민감한 사람의 경우 1~2주일 전부터 충수염의 조짐을 느끼고 있다가 진즉에 잘라내는 경우도 있다. 극초기의 경우 약한 통증이 맥버니 포인트 근처에서 미묘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으며[6] 이 때 빠르게 병원에 가면 치료 기간도 짧아지고 수술 전후의 고통도 적다.

충수염에 걸리면 걷지 못한다고들 하는데, 충수염으로 인한 통증과, 충수염의 예후는 의외로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의외로 검사를 해보니 충수가 제대로 틀어막혀 돌 같이 된 상태였다거나, 심지어 아예 터져서 난리가 난 상황임에도 별 통증이 없어서, 검사 전까지는 전혀 모르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당연하지만 이걸 계속 방치하면 충수가 터져 복막염 등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충수염인 것으로 판명났다면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한다.

4. 원인

파일:맹장과 충수.png
맹장과 충수의 모습.

충수는 막창자꼬리라고도 불리는데, 소장의 말단부에서 대장으로 이어지는 부분에 꼬리처럼 튀어나와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런 충수에 림프조직이 과형성 되거나[7], 대변덩이(fecalith)가 충수에 끼면서 폐쇄가 일어나게 된다. 폐쇄된 충수에 미생물들이 번식하게 되고, 염증이 생기면서 충수염으로 발전하게 된다.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게 되면, 충수가 팽창하게 되고 이로 인해 혈액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괴사하게 되는데, 괴사한 조직이 터지게 될 경우 복막염으로 발전하게 된다.

대중들 사이에 널리 퍼진, "수박씨나 머리카락 같은 것을 자주 혹은 잘못 삼키면 걸리기 쉽다"는 속설은 근거 없는 낭설이다. 확률이 낮기 때문.[8] 그러나 실제 그런 케이스가 전체 환자의 4퍼센트 정도는 되므로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수박씨, 머리카락, 작은 돌 등의 작은 이물질은 삼켜도 수일 내에 대변에 섞여 나오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소수의 경우가 걸려서 충수염에 걸리는데, 일어날 확률이 낮다는 정도로 말할 수 있다. 그런 것들을 한두 개 삼켜도 소화과정에서 대변 덩어리에 섞여버리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그쪽으로 끼어 들어가기가 꽤 어렵기 때문. 우연히 내장에서 소화물들이 똥이 될 때까지 그것들만 제대로 안 섞이고 따로 놀다가 충수까지 끼어들어가야 충수염이 되니 확률이 낮은 것이다. 그러나 실제 그런 환자도 있긴 있으므로 일부러 먹는 건 안 된다. 충수염의 95퍼센트, 즉 대다수는 대변이 끼거나 임파선 면역 활동 문제로 발생하는 거라 생활습관으로 예방이 안 된다. 그냥 운 없어서 걸리면 걸리는 것이다.

5. 진단과 검사

후술되는 이유 때문에 통증의 위치와 증상만 보고 확진하는 경우는 없으며, 초음파 검사를 거쳐야 확진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혈액검사를 하는 동안 CT검사를 진행하는데 CT에서 주로 밝혀진다. 다만 혈액검사만 받았다가 CT로 가는 경우 판독 후 염증수치를 보고 CT검사 받자고 한다. 실제 통증 부위, 강도 등은 사람마다 다르며, 위염 등 평소 앓던 질환이 있으면 더 헷갈린다. 심지어 증상은 완벽하게 충수염인데 들어가보니 충수돌기는 멀쩡한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충수염 의심증상으로 병원에 갔다가 단순 소화불량으로 귀가하는 경우도 많고, 1980년대까지는 오진인 경우도 많았다.[9] 현재도 아예 없진 않아 멀쩡한 사람이 맹장수술 받기도 한다.

특히 장간막 임파선염에 걸렸을 때 착각하기 쉽다. 통증이 오는 임파선이 맹장 바로 밑에 위치하는데다, 발열, 피로, 오한, 위장 기능 저하 등 충수염과 증상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 CT검사를 하지 않는 이상 의사들도 염증 부위가 맹장인지 임파선인지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힘들다. 임파선염의 경우 면역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질환으로 충수염과 달리 약물 치료만으로도 쉽게 낫는다. 이외에도 여성의 경우 난소 종양이나 좀 많이 아픈 생리통으로 헷갈릴 수 있다.

그리고 통증이 맥버니 점만 아픈 것이 아니라, 마치 체한 듯 배 전체가 골고루 아픈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며칠 전부터 배가 더부룩한 수준에서 시작하나 갈수록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하는데 조금 심하게 체한 것이려니 하고 납득 가능할 정도의 통증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갑자기 미친 듯한 복통에 시달린다. 심지어는 전혀 아프지도 않은데 맹장염인 경우도 있을 정도. 이게 한밤중이라면 119를 부를 정도의 지옥을 보게 된다. 통증이 심해지기 전 병원에 가더라도 장폐색으로 진단하고 간단하게 약과 진통제만 처방해주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는데 이걸 믿고 버티면 응급실 직행이다. 응급실에 가서 죽을 만큼 아프다고 호소해도 단순히 체한 거라고 링거액만 꽂아주는 정신 나간 상황도 발생한다[10] 따라서 복통이 느껴질 경우 바로 병원에 달려가고 가서도 '혹시 충수염은 아닌가요?'라고 꼭 물어보자. 충수염의 증상으로 보여진다면 이러저러 해서 충수염 같은데 진찰받고 싶다고 외과에 가서 의사에게 얘기한다면 의사가 배를 눌러보고 혈액검사와 CT 검사를 해보자고 할 것이다. 그러니 단순히 배 아프다고 하지 말고 증상이 충수염 같다고 생각되면 외과 가서 상세히 얘기하자.

6. 치료와 예방

일정기간 이상 방치 시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며 약물치료도 불가능하지만[11] 수술로 충수를 절제해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다. 충수 절제술은 모든 수술 중에서도 입문 수준에 해당될 정도로 간단한 축에 속한다.

하지만 이 병의 예방 방법은 충수를 미리 절제하는 것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6.1. 수술

약물치료로는 원인 해결이 되지 않으며, 최대한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 링크. 현대에는 이 정도의 복막염 또한 복강경 수술로 처치가 가능하지만... 최소 3주 이상은 입원할 각오를 해야한다. 또한 복막염까지 병이 커지면 한 마디로 소화기관 전체가 엉망으로 망가져버렸다는 것인데 이걸 회복하는 과정이 상당히 괴롭다.

수술은 간단히 말해서 충수를 잘라낸다. 맹장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이기에 흔히 맹장수술이라고도 말한다. 맹장은 충수가 붙어있는 대장의 일부분이고 배꼽과 골반뼈 사이[12]를 살짝 째고 손가락을 넣어서 대장을 밀어내주면 충수가 튀어나온다. 그러면 역으로 헤집고 들어가서 클립하고 자른 후에 구멍을 꿰매주고 피부를 꿰매면 된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2-3바늘 꿰맬 정도로만 째면 끄집어낼 수 있다. 전쟁 중이거나 기타 의료상황이 열악한 경우 국소마취만으로... 아니, 의사라면 자가수술 마저 가능할 정도다. 실제로 남극 탐사에 파견된 소련 의사 레오니드 로고조프가 의료진과 의료 장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가수술을 하기도 했다. 중간중간 몇 번씩이나 정신을 잃을 정도였지만 결국 성공했다고.[13] 이미지(기괴주의, 웬만하면 보지 말자.). 이 이야기는 2020년 4월 12일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소개되었다.

이후에는 복강경 수술을 주로 한다. 전신 마취 후, 배꼽을 뚫고 내시경 카메라를 들여보낸 뒤 맥버니점을 절개해서 (1~2바늘 정도) 수술도구를 넣고 잘라내기도 하고 요즘은 레이저를 사용해서 자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원래 복강경 수술의 경우 수술 절개부위가 적어서 회복기간이 빠르지만, 애초에 작게 자르는 충수염에서는 사실 큰 장점은 없다. 의사들의 복강경 훈련을 겸해서 시행한다고 보면 된다. 굳이 장점이라면 작게 자르더라도 복강경 쪽이 수술부위가 적은 건 사실이라 미용상 더 이득이라는 점과 2~3일 정도로 입원시간이 단축되었다는 점 정도다. 그런데 복강경 수술은 다만 절개부위가 적을 뿐이지 환자의 몸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예전 수술 방식과 똑같다고 한다. 그리고 복강경 수술이 조금 잘못돼서 염증이 새어나온 경우 고열이 생겨 1주일 이상 입원도 할 수 있다. 38도는 기본이고 수시로 찾아오는 오한 때문에 밤에 잘 수가 없다.

일부 병원에서는 배꼽으로 내시경 카메라와 수술도구를 전부 삽입하는 단일공 복강경 수술이 시행된다.

수술의 난이도가 쉽긴 해도 사실은 수술 중에서 쉬운 것인지라, 드물지만 괴상한 의료사고가 생기곤 하는 수술이다. 충수가 있는 위치가 해부학적으로 묘하게 헛갈리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근처에 비뇨기, 여성의 경우 자궁도 존재한다. 그리고 감염으로 인한 염증 부위를 절제하는 수술이며 심한 염증을 잡기 위해 약도 꽤 써야 하고, 주변 장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결국 해부/생리/면역/병리/약리학 전부가 꽤나 소소하지만 매우 밀접하게 엮여 있는 기초의학 전반을 제대로 요구하는 대표격 수술이다. 수술 이전에 현대 의사로서의 능력을 묻는 수술인 셈. 게다가 '일단은' 개복수술이기에 기술적인 의미의 수술 능력도 은근히 꼼꼼하게 적용된다. 써전(외과의사)은 타고난다는 말도 있지만, 최소한 현대 의사는 철저한 교육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를 보여주는 매우 간결하면서 강력한 예시인 셈. 수술의 기술적으로는 간단하나 그 수술에 기초의학적으로 요구되는 지식량을 따져보면 절대 만만하지 않다.

제약회사가 아스피린 만드는 수준으로 간단한 수술이고, 심지어 현대에는 복강경으로 구멍만 뚫긴 해도, 배를 째고 염증이 심한 내장 일부를 절제하는 개복 수술이기 때문인지 수술 당일날은 무통주사니 진통제니 동원해도 꽤 아프다.

가끔 충수돌기염과 관계 없는 전혀 다른 병으로 개복수술을 하다가 즉석에서 환자에게 미리 알리지 않은 채로 충수절제술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대개 이 때 충수절제술을 해주는 이유는 수술 후 유착[14]이 걱정되는 경우이다. 특히 원래도 유착이 심한 사람이거나, 수술 자체가 큰 수술인 경우 등등은 수술 후 조직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유착으로 인한 충수염이 발생할 확률이 훨씬 높아질 수 있다. 물론 원칙 상 충수절제술을 할 수도 있다고 미리 경고하고 수술을 해야겠지만, 수술 종류가 원래 충수와 무관하면 경우에 따라 미처 못할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 충수가 학문적으로야 무슨 면역작용과 관련 있을 거 같다고는 한다지만, 실제 실용적으로 보면 없어도 그만, 있어도 그만에 있으면 병이나 일으키는 기관이니 정말 없어도 상관이 없다! 그러니 사전 허락없이 뗐다고 해도 수술장 사정 상 불가피한 상황이었으면 오히려 수술을 잘 해준 것이니 그렇게 상심할 필요는 없다.

옛날에는 전신마취를 한다는 점을 악용. 어린아이가 충수절제수술을 하면 수술 후 포경수술까지 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15]

개복수술 과정에서 내부의 복수를 뺄 목적으로 튜브를 꽂은 채 봉합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회복기간 동안 소변을 볼 때 날카로운 것으로 전립선을 찌르는 듯한 통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있으며 의사들도 경험적으로 이런 사례를 인지는 하고 있으나 정확한 원인은 모르는 듯하다.[16] 튜브를 제거할 경우 이 증상은 바로 사라지니 걱정하지 말자.

6.2. 사전 절제

오지 여행 중에 터지면 대책없는 병 중 하나로, 고산 등반을 즐기는 사람이나 해외출장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별 탈이 없는데도 충수를 잘라내기도 한다.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어도 일단은 개복수술이다! 작정하면 의사가 자가수술도 하는 게 가능할 정도로 단순하지만, 정말 답이 없는 게 아니고서야, 오지에서 배를 째는 건 심히 곤란한 일이라서 이를 강행하는 것.

선박 업계 종사자들 역시 발병하면 답이 없다. 연안에서 조업하는 어선이나 하루 단위로 항구에 정박하는 선박은 그나마 괜찮지만, 대양을 횡단하는 선박에서 맹장염 환자가 발생하면 웬만큼 육지에 가깝지 않은 이상 헬기도 닿질 못하는 일이 생긴다. 배에 승선하기 전에 충수를 미리 잘라내고 가는 사람이 많다. 이 문제는 해군군함도 얄짤없어서, 세종대왕함에서도 수병 한 명이 급성 충수염을 호소한 적이 있으며, 이 병사는 일본해상자위대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육지로 이송되어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링크 잠수함도 예외는 아닌데, 소련 붕괴 직전에는 잠수함 한 대에서 승조원 한 명이 맹장염을 호소하였고 해당 잠수함은 긴급하게 부상, 서방 함대의 도움까지 받아 해당 병사의 수술을 진행했다고 한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던 어느 캐미컬 선박 기관사도 중국 앞바다에서 5일간 끙끙 앓다가 무사히 한국 땅을 밟고 구사일생 했더란다. 일반 복통과는 다른 쎄한 아픔이 있었지만 헬기를 띄울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왔다고. 압권인 건, 오전중에 울산에서 정밀검진 후에 다시 배로 가서 모든 짐 싸서 하선하고, 4시간 동안 고속버스를 타고 광주광역시의 본가[17]까지 왔다. 그리곤 집에서 집 밥도 잘 먹고, 다음 날 아침에 안경까지 새로 맞추고 병원에 가서 오후 4시에 수술을 받았다. 심지어 복막염으로 진행하지도 않았다. 수술 전 검사 때도 생각만큼 아파하질 않아서 오진인 줄 알았는데, 정밀검진 초음파 CD를 보고서야 증상 확인을 하고 수술 결정을 했다고.[18] 물론 이건 케바케고, 이 경우에는 충수염 자체가 급성이 아니었던 것도 있기에 절대로 섣불리 일반화하지 말 것. 여담으로, 이 환자의 충수돌기는 염증으로 퉁퉁 부어있었고 일부 부위는 아주 시꺼멓게 변해있었다.

의심이 간다거나 장염의 일종이라고 생각하여 무턱대고 소염제나 항생제를 복용하는 건 곤란하다. 통증을 가리게 되어 정확한 상태 판단에 어려움을 주게 된다.

과거 의학 기술 및 인프라가 발달하지 않은 시절에도 충수염을 '예방'하기 위해 이렇게 사전에 충수를 절제하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에는 과도한 수술을 지양하는 풍토가 자리잡아서 앞서 말한 오지나 선박 항해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잘 하지 않는 추세이다.

7. 경과와 합병증

수술로 충수를 절제하면 깔끔히 치료되는 질환이지만, 약물치료가 불가능한데다 자가 치유가 되는 질환이 아니므로 방치하면 반드시 사망한다. 실제로 수술이 개발되기 전까지 충수염의 치사율은 100%에 육박할 정도였다. 충수가 터져 오염물이 복강 내로 퍼지면 복막염으로 진행되고, 대장 천공이나 대장 조직 괴사로 이어질 수 있다.[19]

현대에야 신참 외과의사들의 입문 시험이 충수염이지만, 외과 수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엔 충수염을 치료하지 못해서 말 그대로 죽을 만큼 앓다가 사망한 사람들이 매우 많았던 터라 이런저런 역사서 및 소설에서 '급살'이란 병명이 많이 거론되는데, 멀쩡하던 사람이 급살을 맞고 죽었다는 식. 다양한 질환이 급살로 표현됐으나 가장 흔한 것이 충수염이었다. 충수염을 치료하지 않고(못하고) 놔두면 복막염이 되고, 거기까지 갔다면 지금도 장담 못 하는 상황인데 그 시절이라면 100%라고 해도 상관없을 확률로 사망.

옛 역사서에도 군주가 갑자기 죽어버리면 처리되는 병이긴 한데, 워낙 흔한 질병이다보니 신하가 왕을 살해하였을 때 핑계로 써먹은 병명이기도 하다.

충수염은 의외로 페니실린 발견 이후인 2차 세계 대전 시기까지만 해도 죽을 병이었는데 유태인, 포로 생존자들의 수기를 읽어보면 급성 충수염(맹장염)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죽은 주변 사람의 이야기가 간혹 나온다. 일단 수술을 하려면 개복을 해야 되고, 당시 전황으로 시궁창이었던 의료환경을 생각해 볼 때 치료할 수 있는 확률은 바닥이었을 것이다.

물론 의료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는 제때 수술을 받으면 쉽게 나을 수 있는 질환이다. 입원 기간은 별탈이 없다면 사나흘 정도. 수술 후 많이 걸어야 된다고 의사가 말해준다. 그래도 요즘은 무통제 처방이 많아서 통증은 비교적 문제가 안 된다.[20] 오히려 사람에 따라서는 수술 후 저혈압 때문에 더 고생하기도.

수술이 늦어져 충수가 터졌거나 수술 과정에서 염증이 새어나왔다면 수술 이후에도 고열에 시달릴 수 있고, 염증 치료 때문에 입원기간이 보다 길어질 수 있다. 배액관(카테터)를 복강에 삽입해 복강 내의 잔여물을 지속적으로 빼내기도 한다.

수술 후에는 방귀가 나올 때까지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어서 환자들이 괴로워하기도 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방귀가 나오는 시간이 달라서 6시간 만에 나온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때 뀌는 방귀는 되게 독하다...[21] 기다려도 가스가 나오지 않으면 좌약을 처방받아 강제로 가스를 빼내게 된다.

무통증 환자들에게 무서운 질병이기도 하다. 감각이 없기 때문에 충수염에 걸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하여 복막염으로 발전하여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충수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질병이기 때문에 미리 충수를 제거해 놓기도 한다.

응급실+수술+4일+5인실=의료보험 적용 시 약 70만 원 선의 비용이 든다.
2021년 12월 5일 기준 응급실+수술+4일+4인실=의료보험 적용 시 약 130만 원 선의 비용이 들었다.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사람에게, 친구로 추정되는 지인이 '맹장도 없고, 여친도 없고'라는 글이 있는 화환을 보낸 기사화가 되었다.

비뇨기과가 없는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합병증[22]인지, 수술 상의 사고였는지는 몰라도, 방광이 마비(!)된 사례가 있다고 한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소변을 배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강제적 방법으로 소변을 빼는 조치없이 수술한게 영 좋지 않았던 모양. 소변을 못 보니 당연하게도 퇴원까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을, 요도관을 꽂고 지내야 했는데, 병원 측에서 비뇨기에 이상이 생겼다는 생각도 못해서 퇴원 후에도 문제는 여전했고, 결국 비뇨기과 전문 종합병원에 입원해 마비된 방광을 치료해야만 했다고. 당연히 치료 기간 내내 유치도뇨관을 또 꽂아야 했다.

수술 후 한동안은 설사를 하게 될 수 있는데, 이는 장 기능이 한동안 정지되어 소화능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너무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 퇴원 이후 한두 끼 정도는 소화가 잘 되는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8. 대중매체

창작물에서 초일류 의사가 주인공인 경우 으레 급성충수염으로 자가수술을 성공시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블랙 잭이나 슈퍼닥터 K 등. 독자들에게는 흔히 터무니없다고 여겨질 수 있겠지만 위에도 써놓았다시피 실제로 이 자가수술은 1961년 남극기지에서 레오니드 로고조프 박사가 시술한 적이 있다(!).

상술했듯이 수술 후에는 방귀가 나올 때까지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는데, 전신마취를 하는 모든 수술의 공통점이긴 해도 해당 방귀 관련 이야기가 맹장수술을 한 장면에서 주로 클리셰로 나온다.

9. 충수염과 관련된 인물


[1] 의료 관련 종사자(특히 의사들)끼리는 Appendicitis를 줄여서 '아뻬', '압뻬'로 읽기도 한다.[2] 이 충수염 수술은 인류 평균 수명을 가장 단기간에 끌어올린 대표적인 수술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충수염 때문에 요절했었지만 위생관리와 항생제 치료를 동반한 이 질환의 수술에 성공하면서 인류 평균수명이 대폭 상승하였다.[3] McBurney Point. 오른쪽 장골(Rt. Ilium, 허리쪽에 만져지는 뼈, 골반뼈의 일부.)에서 배꼽까지를 가상으로 연결한 선에서 장골 쪽 1/3 지점, 배꼽쪽에서 2/3 지점이다.[4] 명치부터 아픈 증상 없이 배에 묵직한 느낌이 있다가 어느 순간 하복부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으면, 게실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5] 만성피로인 사람은 좀 더 피곤한가 하며 넘기기 쉽고 식욕이 반드시 줄어든다 할 수도 없으며 아래에 서술하였듯이 배 타고 고속버스 몇 시간 타고 집 근처 병원에서 수술 예약 잡는 등 의욕저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제발로 걸어오는 사람도 간간히 있는 듯.[6] 단순한 복통과는 달리 깊은 곳 내부의 근육이 당기는 듯한 굉장히 묘한 감각이 전해져 온다.[7] 60% 정도의 충수염이 이로 인해 발병하며, 주로 10대의 어린 환자들에게 보이는 원인.[8] 상식적으로 과거 1950년대부터 60년대까지는 바닥에 떨어진 음식도 대충 털고 주워먹는 사람들이 많았고 위생관념도 약했는데, 당연히 흙이나 돌가루, 머리카락도 같이 먹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그게 대다수가 충수염에 걸리는 행동이라면 당시 의료보험도 없고 병원도 적던 의료환경상 대부분이 죽었을 것이고, 한국은 진작에 멸망했을 것이다. 물론 정말 그렇게 죽은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소수였음을 추정할 수밖에 없다.[9] 이 오진 탓에 1980년대까지는 충수염이 자연치유 되었다는 얘기도 있었다.[10] 4일 간 복통에 시달리다 응급실에 실려갔는데 링거액만 놔주고 귀가조치된 사례도 있다. 버티다 도저히 안 될 정도로 통증이 심하자 병원 응급실로 다시 달려간 결과, 역시 충수염이었다고.[11] 그 치명적인 조차 약물치료가 어느정도는 먹힌다는 점에서 약물치료가 전혀 통하지 않는 충수염의 무시무시함이 돋보인다. 때문에 수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시절에는 충수염에 걸리면 그대로 시한부 신세가 되어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12] 위에 말한 맥버니점이 여기다.[13] 여담으로 서프라이즈에서 나온 정보에 의하면 처음에는 잘못하고 자르면 안 되는 정상적인 장을 잘라서 봉합하고 수술을 이어갔다고 한다.[14] 상처끼리 달라붙는 걸 생각하면 되는데, 뱃속이 좁다 보니 달라붙는 과정에서 일부 조직에 장력이 걸릴 수 있다. 뱃속 장기는 약하기 때문에 당겨지는 과정에서 소장 폐쇄, 일부 장기 허혈, 염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15] 포경수술을 안 하는 게 이상하게 여겨졌던 시절이었으니.. 이는 병원에서 '서비스' 형식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16] 집도의가 대학병원 센터장 직함을 단 전문가였음에도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봉합부위에 삽관이 되어있을 때 그런 증상이 종종 나타난다.'는 답변을 받은 사례가 있다.[17] 장거리 이동이 가능한 상태라면 간병해 줄 가족이 있는 곳에서 수술받는 게 현명한 선택이긴 하다. 다만, 너무 아파서 정신 못 차리겠다 싶을 땐 닥치고 응급실행.[18] 이게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로, 오랜 기간 손목터널 증후군 때문에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한 게 충수염의 진행을 억제하는 데에도 효과가 조금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주인을 괴롭힌 손목이 역으로 주인을 살린 셈. 의사도 저 행적을 듣고 신기해 했었다. 그만큼 스테로이드의 위력이 막강하다. 세포벽을 간단히 통과해 그대로 세포핵으로 직행하는 신호전달 물질이니 당연한 것이지만.. 약사가 된 사람들은 스테로이드의 작용 기전을 자동으로 상세하게 떠올릴 정도가 되어 스테로이드를 도저히 자기 몸에 쓰지를 못하기도 한다.[19] 원인이 충수염은 아니었지만 신해철이 장협착 수술+위밴드 제거수술 의료사고로 인한 장천공이 발생해서 복막염+심낭염으로 숨을 거두었고 이재용 부회장이 충수염으로 인해 대장조직 일부가 괴사하여 대장을 잘라내야 했다.[20] 다만 아직 아픈데도 무리하게 걸으면 정작 좀 걷지도 못하고 쓰러질 수도 있다. 약빨이 돌 때까지 무리하지 말고 가만히 누워있는 게 상책.[21] 사실 이건 충수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신마취를 하는 모든 수술의 공통점이다. 마취에서 소화기관이 가장 늦게 풀리는데, 소화기관이 마취에서 깨어난 것을 확인하지 않고 음식을 섭취하면 큰일나기 때문이다.[22] 일단은 감염성 염증이 강한 내장 조직을 절제하는 "개복" 수술이고, 그쪽 염증도 염증일뿐더러, 해부학적 위치도 묘하게 골 때리는 위치라, 은근히 이곳 저곳에 번져 문제가 커지기도 하는 게 충수염인지라, 다양한 골칫거리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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