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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지정학(地政學, Geopolitics)은 국제관계학과 정치지리학(Political geography)의 한 갈래로, 주권을 가진 각 국가 세력의 지리적 분포가 국제 정치, 경제, 안보 등에 미치는 영향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연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2. 특징과 가치
지정학은 국가의 접경에서 민족과 종교, 문화의 상호작용이 일어난다는 특징이나 인접국 간의 갈등이나 무력 충돌이 전쟁으로 번지는 등 친해질 수 없다는 상식에서 시작했다. 한국만 하더라도 일본과 중국은 인접해 있지만 친밀한 관계라고 할 수 없으며, 유럽의 경우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인접한 국가는 긴 역사 기간동안 작은 국지전에서 큰 전쟁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충돌과 갈등이 있어 왔다.나치 독일은 독일 국민들을 선동・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독일의 지정학적 위치를 강조하였으며 레벤스라움과 같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하여 지정학 연구를 지원했는데, 이는 제2차 세계 대전 전후(戰後) 지정학이 위험한 연구로 인식되어 지리학계에서 지정학이 일시적으로 축출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러나 냉전 시기 세계 각지에서 강대국들의 대리전이 발발하면서 지정학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었고, 냉전이 종식된 이후 탈냉전 시기를 거쳐 신냉전 시대로 접어들면서 국제정치학과 함께 대국관계를 해석하는 핵심적인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미국은 남과 북으로 멕시코와 캐나다, 단 두 국가만 존재하고, 개중 캐나다는 파이브 아이즈의 일원으로 사실상의 운명 공동체이다. 게다가 미국은 '양 대양 사이의 국가'라고도 불리는데, 동으로 유럽까지 이어진 대서양과 서로 아시아로 나아갈 수 있는 태평양은 거대한 자연 방벽이자 불가침의 무역로로 기능한다. 때문에 미국은 강력한 대양 패권만 유지한다면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은 14개국과 접경하고 있어 본토에 대한 위협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미국은 드넓은 대평야와 곳곳에 골고루 퍼져 있는 강[1] 덕분에 국토의 균형 발전이 가능하다. 단례로 각 주마다 세계적인 대도시가 하나씩은 존재한다. 서부 텍사스유의 매장량이 매년 줄어들던 2000년대에 셰일가스 개발[2]로 미국 경제에 활기가 돈 것은 물론, 세계 최대의 에너지 자원 수입국을 에너지 자원 수출국으로 탈바꿈시키기도 했다.
반면 중국은 러시아의 연해주에 막혀 동해안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타국의 해상 영토를 지나지 않고 대양으로 진출할 수 없다. 또한 그나마 있는 연안도 세계 4위의 경제력을 지닌 강대국 일본과 주일미군에 의해 봉쇄되어 지정학적으로 매우 불리한 위치에 있다. 또한 중국은 국토의 40% 가량에 해당하는 동부 연안에 인구의 절대 다수가 몰려있고, 남서부의 히말라야산맥 아래 고산지대나 사하라 사막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서부 사막 지대는 적극적으로 개발하기 힘든 곳들이다. 거주와 산업 발전에 있어 물의 부재는 매우 큰 장애요소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 티베트, 내몽골 등은 대표적인 고산의 사막지대로, 중국이 세계 1위의 셰일가스 매장량을 지니고 있음에도 생산량이 전무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사막에 그 매장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셰일가스를 개발하려면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한데 사막에서 물을 쉽게 공급할 수 있을 리 없기 때문.
이러한 지정학적인 요인들은 경제규모나 인구, 영토, 군사비 지출 같은 통계 지표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기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며 결과적으로 패권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다만 지정학 자체는 그리 좋은 시선을 받지 못하는데, 그 특성상 '전쟁을 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3. 지정학적 요소
3.1. 돌출지와 땅거스러미
자세한 내용은 돌출지 문서 참고하십시오.자세한 내용은 땅거스러미 문서 참고하십시오.
3.2. 월경지
자세한 내용은 월경지 문서 참고하십시오.3.3. 회랑
자세한 내용은 회랑(지정학) 문서 참고하십시오.3.4. 조임목
자세한 내용은 조임목 문서 참고하십시오.4. 대한민국과 지정학
자세한 내용은 한반도 문서 참고하십시오.대한민국은 서·북 방면으로는 상임이사국이자 핵보유국이며 각기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세계 2위로 꼽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접해 있고, 동·남 방면으로는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해상 강국이자 세계 4위의 경제대국 일본을 마주보고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이 속한 한반도 북부에는 최빈국이지만 비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군사력만큼은 무시하기 어려운 북한이 자리하여,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군사적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은 경제력과 군사력 모두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최상위권 지역강국인데도 불구하고 지정학적으로는 자국보다 더 강력한 국가들에 둘러싸인 완충지대의 일부로 분류된다. 림랜드 이론에서도 한반도는 림랜드 영역에 들어가며 상당히 중요한 곳으로 분류된다.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한반도는 흔히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각축장으로 표현된다. 대륙 세력이란 곧 중국을 의미하며, 시대별 구체적인 목록과 영향은 다음과 같다. 이들 대륙 세륙은 모두 한반도를 두고 현지 세력 혹은 해양 세력과 다툼을 벌여 왔다.
- 전한: 고조선-한 전쟁과 한사군.
- 삼국시대(중국)의 위(삼국시대): 관구검의 고구려 침공
- 후연: 광개토대왕 참조
- 수나라: 고구려-수 전쟁
- 당나라: 고구려-당 전쟁과 삼국통일전쟁, 나당전쟁.
- 요나라: 여요전쟁
- 금나라: 고려의 여진 정벌
- 원나라: 여몽전쟁과 이어진 원 간섭기. 여몽연합군의 일본 원정도 해당된다.
- 명나라: 요동정벌. 이후 조명관계는 우호적으로 돌아섰으나, 조선은 대륙 세력인 명나라의 영향권에 포함되었으며 해양 세력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일본 막부가 여기에 도전했을 때도 공동전선을 펼쳤다.
- 청나라: 병자호란과 이어진 조청관계.
- 중화민국: 중일전쟁. 전후 처리에서 대륙 세력인 중화민국은 해양 세력인 일본 제국의 영향권에 들어갔던 한반도를 독립시켜 친중 영향권에 포함시키려 했다. 물론 중화민국 정부가 국부천대로 대만으로 쫓겨나고 나서는 공염불이 되었지만.
- 중화인민공화국: 한반도에 공산 중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대륙 세력의 패권을 공고히 하고자, 북한을 앞세워 해양 세력인 미국과 그 영향력 아래에 있는 한국을 침략하였다.
반대로 해양 세력은 1945년 이전까지는 일본, 이후로는 미국을 의미한다. 충돌 빈도는 훨씬 적었으나 다음 네 가지 사건들이 특기할 만 하다.
- 삼국통일전쟁: 신라-당나라와 고구려-백제-왜가 연합하여 벌인 국제전이었다. 물론 나당동맹에서 패권국이었던 당나라의 지분에 비하면 반대편에서 아직 약소국이던 왜의 지분은 미약하긴 했다.
- 임진왜란: 조선을 두고 명나라와 도요토미 히데요시 막부가 맞붙었다.
- 일제강점기: 해양 세력이 한반도를 완전히 장악한 유일한 사례이다.
- 한국 전쟁: 미국을 위시한 국제연합 대 중국, 소련 등의 대륙 세력.
세계사적으로는 독일과 러시아 사이에 끼인 폴란드의 지정학과도 비교할 수 있다. 일본을 독일, 중국을 러시아, 미국을 영·프, 만주를 우크라이나나 벨라루스에 비교하고, '대륙 세력'을 동방 세력으로, '해양 세력'을 서방 세력으로 치환한다.
-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이 동유럽을 통일하고 모스크바를 위협했던 것은 고구려나 발해가 만주를 지배하고 중원대륙과 몇 차례 총력전을 벌였던 것에 비교할 수 있으며, 네 차례의 폴란드 분할과 항전의 근현대사는 조선과 일제강점기를 떠올리게 하며, 특히 20세기 내내 나치 독일과 소비에트 연방으로 주인이 바뀌며 고토의 일부를 영구 상실한 것 역시 한반도계 국가의 분단된 상황과 만주에의 영향력 상실에 대입해볼 수 있다.
- 서방세계의 일원이며 강경한 친미 스탠스를 고수하면서도 독일 중심으로 돌아가는 EU의 의사 결정체제를 반대하고 서구적 가치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태도를 유지하는 것 역시, 친미국가지만 일본을 위시한 지역 공조에 부정적이고 권위주의 문화의 잔재가 남아 있는 한국의 상황과 유사하다.
- 규모는 비교가 안 되지만, 각각 독일과 일본의 지배 하에서 기존의 경제 집단인 유대인과 화교에 대한 탄압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적지 않은 폴란드인들이 유대인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나치 독일에 부역한 것, 그리고 조선 내에서 화교에 반발한 폭동이나 학살이 이루어진 것도 유사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섬나라는 대륙에서의 패권 출현을 억제하는 정책이 핵심으로, 영국의 '위대한 고립'이 대표적인 예이며, 일본도 일본 제국 시절 쓴맛을 본 이후에는 직접적인 팽창 야욕을 포기하고 중국의 영향력 약화와 포위에 집중한다. 반면 폴란드의 예에서 일본에 대응되는 독일은 육상 패권을 중시하고 강자에 대한 견제보다 동맹관계를 통한 힘의 우위를 추구해온 전형적인 대륙 국가이다.
- 강자에 대한 견제: 상대적 약자와 연대하여 상대적 강자를 제압하는 것. 영국이 나폴레옹 제국 시절엔 프랑스를, 신성 동맹 시절엔 러시아를, 독일 제국과 나치 독일 시절엔 독일을, 냉전에서는 소련을 각각 적대했던 것을 떠올려 보면 된다. 국가간의 신의보다는 세력균형을 더 중시하는 입장이다.
- 동맹관계를 통한 힘의 우위: 주적을 설정하고 제압해가며 스스로 우세한 지위를 추구하는 것. 독일 제국이 그레이트 게임을 벌이던 양강 영국이나 러시아를 견제하는 대신, 주적 프랑스를 무너트리고 프랑스보다 더 강대국들과 연합해서라도 프랑스 견제에 올인했던 비스마르크 체제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나치 독일도 주위의 약소국들과 공동 전선을 펼치는 대신 약소국들을 침공해 합병하고 거머쥔 패권으로 주적인 프랑스나 소련과 직접 전면전을 벌였다.
한편, 역사적으로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 중 하나가 반도의 패권을 완전히 장악했을 때는 보통 패권을 상실한 국가를 향해 공세가 벌어졌다. 대륙 세력이 한반도 전역을 장악했던 원 간섭기에는 여몽연합군의 일본 원정이 벌어졌으며, 해양 세력이 한반도 전역을 장악했던 일제강점기에는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이 벌어졌다. 사실 한반도 자체로는 뽑아먹을 자원도 텅스텐이나 일부 광물, 그리고 일본의 노동자들에게 공급할 저가의 쌀을 제외하면 먹거리가 많지는 않아서 손익으로만 따지면 적자가 났으면 났지, 일본 내지 입장에선 결코 이익일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병탄을 한 이유는 실질적으로는 대륙으로 향하는 관문인 만주 장악을 위해 한반도를 거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컸을 것이다. 1910년 경술국치가 예정보다 빨리 기정사실화된 배경에는 만주철도 이권의 중립화를 둘러싼 미일러 간의 암투가 촉매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양 세력이 힘의 균형을 이루던 시기에는 대체로 한반도 내에서 전쟁이 벌어졌으며, 삼국통일전쟁을 포함하여, 일본이 전국시대를 거치며 강성해져 명나라를 정벌하겠답시고 대륙 세력의 영향권이던 조선을 길로 삼으려 했던 임진왜란, 중화인민공화국이 한반도에서 자본주의 국가를 몰아내려고 해양 세력의 영향권이던 한국을 적대하며 참전한 한국 전쟁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때문에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은 모두 한반도 내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 일본: 한반도를 잃어도 거대한 대양이 자연방벽 역할을 하는 미국과는 달리 일본은 한반도 내에서의 영향력 상실이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다. 만약 한반도가 대륙세력에 붙어버리면, 일본은 남북으로 대륙세력에게 포위되는 형세가 되어버린다. 일본은 한반도를 통해서 몽골제국의 침공을 받은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한반도를 일본의 목에 겨누어진 비수로 비유하고는 한다.
- 미국: 일본보다는 중요도가 낮지만 상술했듯 한반도를 잃으면 곧 일본이 위협받게 되고, 곧 대륙 세력의 북태평양 진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태평양과 대서양이라는 양대 방벽으로 보호받으며 자국의 해군력을 자유로이 운용할 수 있던 미국에게 거대한 태평양 방어 소요를 가져오며, 그 결과 유럽과 중동 해역의 해상장악력이 약화되면 중국과의 전면전이 아니더라도 큰 피해가 된다. 제해권을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가상적국을 육상 위협에 골몰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점에서 교두보인 한반도는 놓기 아까운 전력이다. 그런데, 옛날 책들을 보면 한반도의 상륙 교두보로서의 가치를 언급하기도 하지만, 현재는 중국이 너무 강해지면서 한반도는 상륙 교두보로서의 가치는 거의 사라지고, 일본을 보호하는 완충지대로서의 가치만 남았다. 너무 강력해진 중국과의 본토 지상전은 자살행위이다. 2011년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만약 미래의 어느 국방장관이 대통령에게 미국 지상군을 아시아나 중동이나 아프리카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맥아더가 말했듯이, 그의 머리를 조사해보아야 한다" 라고 말했었다.Defense secretary warns against fighting more ground wars "절대로 아시아의 내륙전쟁에는 연루되지 말라"는 미국의 격언이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온다. 그래서 중국에 대항하여 2010년대 초기에 공해전(AirSea Battle) 교리가 나왔었다. 지금은 다영역 작전으로 대체되었다. 애초에 중국은 핵보유국이고, 자국 영토나 수도까지 침탈당할 정도이면 핵무기를 사용한다.
역외균형에 따르면 미군을 보내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정도로 전세계에서 미국의 안보와 번영에 관한 사활적 이익이 걸린 지역은 일부에 불과하다. 첫 번째로 사활적 이익이 걸린 지역은 서반구 그 자체다. 이 지역에서 미국의 지배적 위치는 어떤 이웃 국가도 미국 본토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할 수 없도록 만든다. 이처럼 운이 좋은 상황은 다른 어떤 주요 강대국도 누려본 적이 없는 호사이다.
하지만 고립주의자와는 달리 역외균형론자는 멀리 떨어진 세 지역인 유럽, 동북아시아, 페르시아만 지역이 미국에 중요하다고 믿는다. 유럽과 아시아는 산업강국과 잠재적 군사강국이 밀집한 핵심지역이어서 아주 중요하다.
...
유럽과 동북아시아 지역의 동맹국들이 독자적으로 소련을 봉쇄하지 못했기에 미국은 유럽과 동북아시아 "역내"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동맹을 구축했고, 상당한 규모의 병력을 두 지역에 주둔시켰다. 동북아시아에서 세력균형을 유지하고 소련이 일본을 더 위협하지 못하게 하려고 한국전에 참전했다.
미국 외교의 대전략, 327~332p, 스티븐 월트
하지만 고립주의자와는 달리 역외균형론자는 멀리 떨어진 세 지역인 유럽, 동북아시아, 페르시아만 지역이 미국에 중요하다고 믿는다. 유럽과 아시아는 산업강국과 잠재적 군사강국이 밀집한 핵심지역이어서 아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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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동북아시아 지역의 동맹국들이 독자적으로 소련을 봉쇄하지 못했기에 미국은 유럽과 동북아시아 "역내"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동맹을 구축했고, 상당한 규모의 병력을 두 지역에 주둔시켰다. 동북아시아에서 세력균형을 유지하고 소련이 일본을 더 위협하지 못하게 하려고 한국전에 참전했다.
미국 외교의 대전략, 327~332p, 스티븐 월트
남한은 극동 지역의 지정학적 추축이다. 남한이 미국과 맺고 있는 밀접한 관계는 미군이 일본에 대규모로 주둔하지 않고서도 일본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 주며, 따라서 일본이 독립적인 군사 강국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통일 혹은 중국 영향권으로의 편입 등으로 말미암아 남한의 지위가 변화하면, 극동에서 미국의 지위 역시 크게 변화할 것이고 일본의 지위도 마찬가지로 크게 변화할 것이다. 부연하자면 남한의 증대된 경제력으로 인해 남한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공간'이 되었고, 남한에 대한 통제는 더욱 값진 것이 되었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거대한 체스판, 72p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거대한 체스판, 72p
얼마나 큰 중국의 영향권을 인정할 것인가? 세계적 차원에서 중국을 성공적으로 포섭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미국은 어디까지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재부상하는 이 천자의 나라에 현재 중국의 정치적 반경 바깥에 있는 지역을 어느 정도까지 양도해야 하는가?
이러한 맥락에서 남한의 미군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그것이 없이는 미 · 일의 방위 협력이 현재와 같은 형태로 지속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일본이 군사적으로 지금보다 더 자립적이 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통일을 향한 어떠한 운동도 미군의 계속적인 남한 주둔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통일 한국은 영구히 미국의 군사적 보호를 받으려 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중국이 자신의 결정적인 무게를 한반도 통일 쪽에 실어 주는 대신 강력하게 요구할 대가이기도 하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거대한 체스판, 80p
이러한 맥락에서 남한의 미군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그것이 없이는 미 · 일의 방위 협력이 현재와 같은 형태로 지속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일본이 군사적으로 지금보다 더 자립적이 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통일을 향한 어떠한 운동도 미군의 계속적인 남한 주둔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통일 한국은 영구히 미국의 군사적 보호를 받으려 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중국이 자신의 결정적인 무게를 한반도 통일 쪽에 실어 주는 대신 강력하게 요구할 대가이기도 하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거대한 체스판, 80p
미국 방어범위에 대한민국을 포함하는 것은 몇 가지 이유에 의해 그 어려움을 감내할 만하다. 첫째,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제국가이다. 대한민국은 반패권연합에 주요한 기여를 할 것인 반면, 중국의 친패권 연합으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중립화시키는 것은 크나큰 손실일 것이다. 둘째, 대한민국은 일본의 방어를 위해서 중요하다. 만약 중국이 대한민국을 작전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면, 이 상황은 일본의 방어를 매우 난해하게 만들 것이다.
엘브리지 콜비, 거부전략, 286P
엘브리지 콜비, 거부전략, 286P
미국 입장에서는, 이렇게 중요한 한반도에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미군을 영구주둔시킬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해방후 한국인들은 유엔 위임하의 신탁통치안에도 격렬한 민족주의적 반대를 표출했었는데, 미국의 패권을 위해 주한미군을 영구주둔시키겠다고 한다면, 당연히 강력한 민족주의적 반발을 직면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민족주의적 반발은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나서, 딘 러스크가 38선을 인위적으로 분단시켜서 만들어진 북한 정권의 침공을 한국인들이 경험하게 되고, 한국인들이 자발적으로 주한미군의 영구적 주둔을 갈구하게 되면서 해결되었다. 만약에 남북통일이나 대한민국의 핵무장이 이뤄져서 한국인들이 북한의 위협을 느끼지 않게 된다면, 주한미군의 영구주둔은 위태로워질수 있다.
- 중국: 멀리 갈 것 없이 마오쩌둥이 휘하 참모들의 반대와 리스크를 감수하고 한국 전쟁 참전을 밀어붙인 이유가 이것이다. 중국사를 보면 한반도가 중원대륙 국가의 영향권에서 벗어났을 때는 거의 반드시 본토에 대한 안보 위협이 가중되었으며, 그 가장 최근의 사례가 마오쩌둥 자신이 두 눈 뜨고 지켜본 일제강점기 조선이었다.
이는 한반도 국가가 마주한 지정학적인 도전인 동시에 자산이기도 하다.
우선 한반도를 둘러싼 이해가 첨예하고 어떤 국가도 한반도의 운명을 위해 자국의 이권을 자청해서 포기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중립노선이 불가능하다. 통일 논의의 근본적인 딜레마도 결국 중국이 "한국이나 미국의 불확실한 약속을 믿고 이미 확보한 대륙 세력의 전초기지 '북한'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륙이나 해양 세력 중 어느 하나의 등을 타고 반대편을 제압하기 전까지는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대리전을 막을 수 없다. 때문에 우파 진영에서는 '해양 세력의 등에 타서 대륙 세력을 제압하여 힘의 우위로 한반도 평화를 확보하는 것'을 추구하고, 좌파 진영에서는 '대륙 세력에게 자기네 전초기지를 포기하는 대신 더 강력한 해양 세력의 전초기지도 철수하고 좀 더 쓸만한 완충지대를 만드는 데 합의하도록 설득하자'는 방향성을 띤다.
반면 경제 대국들의 각축장이다 보니 무역을 통해 경제 성장을 도모하기가 용이하고, 미중러일 모두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입지이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패권국에 편승이 가능하다. 북한의 경우 냉전기 내내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면서 이익을 챙긴 데 이어, 지금도 중국에 별다른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북한의 핵개발을 실질적으로 묵인받고 있다. 한국 역시 주한미군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안보 태세를 유지하며, 일본보다 국력에서 열세인데도 불구하고 한미일관계에서 꽤나 대등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사실 제국주의 시대까지만 해도 유럽 열강은 일본이나 중국 쪽 같은 주변국에서나 관심이 있었지 한반도에는 관심이 없었다. 서양 열강들은 군사적이나 전략적으로 중요하던가 아니면 자신들이 필요하고 수익성이 있는 설탕을 만들기 위한 사탕수수나 향신료를 대거 재배할 수 있는 기후와 토지 조건을 갖춘 플랜테이션 가능한 열대지역을 식민지로 원했으며 부동항을 원했던 러시아조차 유럽 러시아 일대의 항구를 중시했지 인구도 희박한 태평양 지역에서 시베리아를 건너야 중앙까지 물자가 오는 동해쪽 부동항은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졌다. 그러므로 한반도는 앞에서 언급했던 엄청나게 중요성을 가졌던 해협, 협곡에 비하면 가치가 사실상 없는거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조선은 대항해시대 서양 입장에서는 별 볼일이 없었고, 일본이나 중국에 더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 중국에 비해 서양 문물을 매우 늦게 접하게 되었으며 이는 조선의 근대화가 늦춰지는 요인이 된다. 심지어 서양 문물을 접한 계기도 서양인이 직접 온 것이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으로 간 사신 등에 의해서였다. 조선시대에 온 서양인들이 대체로 선교사거나 벨테브레, 하멜 같이 조난당한 사람이라는 것을 봐도 분명한 부분이다.
21세기 현재는 한국의 이웃국가인 중국과 일본이 강대국이자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플레이어로서 부상하였으며, 한국의 국력 또한 패권 도전자만큼은 아니어도 중국과 일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지역 강국 수준까지 성장하였다.
5. 지정학적 특이점
Americans are very lucky people. They are bordered to the North and South by weak neighbors and to the East and West by fish.
미국인은 매우 운이 좋다. 북쪽과 남쪽에 약한 이웃이 있고 동쪽과 서쪽에 물고기가 있다.
책 《세기의 다툼》 제4장 중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미국에 관한 농담
미국은 해양국가와 대륙국가의 성격을 모두 가진 희귀한 경우로, 그것도 각각의 장점만을 가졌다. 해양국가로서는 거대한 폭을 가진 대서양과 태평양으로 아시아 동해안과 유럽 서해안과 격리되었으며, 대륙국가로서는 거대한 세계 3위의 인구와 극소수 희귀 광물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자원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세계 3위의 영토를 가지면서도 이웃한 캐나다와 멕시코는 사실상 미국에 종속된 국가로서 견제역할조차 할 수 없다.[3] 미국은 비유하자면 최고의 스타팅 포인트를 가진 현실판 사기맵이다.미국인은 매우 운이 좋다. 북쪽과 남쪽에 약한 이웃이 있고 동쪽과 서쪽에 물고기가 있다.
책 《세기의 다툼》 제4장 중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미국에 관한 농담
전형적인 대륙국가인 중국은 러시아, 인도, 일본, 대만, 한국 등에 의해 견제당하고 있고, 일본과 영국은 해양국가이나 대륙으로부터 쉽게 선박 이동이 가능한 거리 정도만 떨어져 있어서 항상 대륙의 정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이 두 국가가 항상 본대륙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에 대해 방관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혹은 크게 개입하지 않는 전략을 구사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미국은 이 두 국가를 양 날개로 삼아 대륙으로 통하는 관문으로 두고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미국입장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적으로 본다면, 일본과 영국은 각각 태평양과 대서양의 관문이자 방파제 역할을 하게하고, 본대륙에는 각각 대한민국과 유럽대륙(특히 독일)으로 치부한다. 특이하게도 한국의 현 위치는 독일보다는 폴란드에 가깝다. 미국이 전략적으로 적국을 압박할 위치에 있으며, 이에 따라 항상 두 강대국의 최전선 역할로서 어느 국가든 압박이나 영향력을 행사하려 든다. 입지상 산업력은 대서양에서는 독일, 태평양에서는 일본이며, 외교적으로의 해양관문 역할 방파제 역할은 대서양에서는 영국, 태평양에서는 일본이다. 대서양에서의 실질적인 전선은 폴란드를 위시한 비셰그라드 4국이며 독일이 이끄는 유럽 연합의 잠재적 지원을 상정한다면, 태평양에서는 대한민국 혹은 대만[4]을 그 입지로 둔다.[5] 또한, 영국과 러시아의 거리에 비해 일본은 중국 본토에서 너무 가까운 관계로, 지정학적으로는 호주가 영국과 같은 배후 기지의 역할을 나누어 수행하는 편이다.
6. 관련 문서
7. 참고 자료
[1] 생각보다 꽤나 중요한 요소로, 강이 아예 발달하지 않거나 골고루 퍼져 있지 않으면 자원 사용의 한계로 인해 거주지와 산업 발달에 제한이 생기기 때문이다. 일례로 시드니·캔버라를 중심으로 한 동남쪽 일대만 도시와 산업이 발달한 호주나, 나일강 유역에만 도시가 발달한 이집트를 생각해보자.[2] 이러한 미국의 새로운 사업 확보는 매년 미국이 꾸준한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중(重)제조업 → IT산업 → 신자원 개발 + 우주산업[3] 멕시코는 지역강국 중 중위권에 속하고, 캐나다는 아예 최상위권 지역강국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는 않는 수준이나 미국의 존재 때문에 지역강국으로 거론되지도 못한다.[4] 다만 대만은 양안관계상 미국과의 직접적인 동맹은 아니다. 물론 전쟁이 난다면 미국이 포기할 수 없는 위치지만.[5] 물론 평지인 독일, 폴란드와 달리 한국이나 대만은 바다 혹은 험준하고 좁은 육지를 끼고 있어서 방어하는데 부담은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