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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8:24:31

전쟁발전론

1. 개요2. 전쟁발전론에 대한 논쟁
2.1. 부정
2.1.1. 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2.1.2. 기술의 연구비용도 당연히 수확체감한다2.1.3. 전쟁 중에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것은 단순히 행정적 졸속 처리 때문이다2.1.4. 전쟁 관련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다른 분야에서 손해를 본다2.1.5. 전쟁 관련 기술이 과학 기술에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2.1.6. 전쟁이 없어도 등장할 수 있었다2.1.7. 기술 발전과 전혀 무관한 전쟁도 있다
2.2. 긍정
2.2.1. 전쟁 활동은 권력자들이 큰 관심을 갖는 시장을 형성한다2.2.2. 리스크를 감당할 모험적 투자를 가능케 한다2.2.3. 전쟁은 경쟁심을 부추긴다2.2.4. 파괴는 창조의 어머니이다2.2.5. 전쟁으로 인해 개발 및 발전된 것들이 많다2.2.6. 전쟁의 파괴는 그렇게 크지 않다2.2.7. 전쟁으로 적의 기술을 빼앗아올 수 있다
3. 창작물에서4. 여담5. 참고 자료

1. 개요

전쟁과 불화가 인류 문명을 발전시킨다는 사상이며, 의외로 고대부터 근세기까지 이어진 유서 깊은 이데올로기이다. 촉진주의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현대에는 평시에 문명의 발달이 더 크다는 것이 정론이 되었다. 핵전쟁으로 인한 상호확증파괴가 가능해지는 등 전쟁의 파괴력이 막대해졌고[1] 반대로 평시에는 자본주의 경제의 팽창으로 창출할 수 있는 가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2] 그러나 과거 전근대 시기에는 전쟁으로 사회가 (주로 기술적인 면에서)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2. 전쟁발전론에 대한 논쟁

2.1. 부정

2.1.1. 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

전쟁은 과학기술 분야에도 큰 인명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과학자 헨리 모즐리갈리폴리 전투에서 전사한 바 있다. 이런식으로 과학자과 예비 과학자들이 전쟁에서 죽어나가는 일이 반복될 경우 인류 문명의 발전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특히 기관총이라는 대량살상무기가 등장한 이후의 전투들에서는 기관총에 의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가장 극단적인 예시로는 솜 전투 당시 단 하루만에 영국 육군에서만 58,000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는 보병사단 4개에 해당한다.또한 우금치 전투에서도 조선 관군의 기관총에 의해 동학군이 막대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듯 전쟁을 통해서 손실될 수밖에 없는 사람의 목숨은 그 자체로 다른 것과 바꿀 수 없는 거대한 손해이다. 죽은 사람은 돌아올 수 없으며, 전쟁으로 아무리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다 한들 사망자는 이를 향유할 수가 없다. 때문에 설령 전쟁을 통해 기술이 발전하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정상적인 국가라면 이를 추구하기는 어렵다.

2.1.2. 기술의 연구비용도 당연히 수확체감한다

특정시점에서 미래기술이라 여겨지는 것은 아예 불가능해서 그런 경우도 분명히 있지만, 적지 않은 경우는 당 시점으로서는 사전 기반연구가 충분치 않아 들이는 비용에 비해 성과를 내기가 힘든 것, 즉 가성비가 떨어지는 측면도 상당히 크다. 소위 전쟁기의 기술발전이라는 것은, 그러한 비용효율상의 비효율에도 불구하고 전쟁이라는 죽느냐 사느냐의 상황에 직면하여, 가성비를 무시하고, 상대보다 기술 우위에 서기 위해 평상시라면 비용 효율 때문에 하지 않을 투자를 무리하게 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평상시라면 나오지 않을 기술이 등장하는 것은 맞지만, 평상시에는 그 투자로 소소해보이지만 더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술들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평화시가 기술발전이 더 뒤진다는 것은 언어도단의 이야기인 것이다.

일례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은 불리해진 전황을 뒤집기 위해 세계 최초로 제트전투기를 개발하였다. 하지만, 제트엔진이라는 기술 자체도 전쟁 상황이 아닌 전간기부터 연구되기 시작했으며, 전쟁 수행을 위해 무리하게 일찍 탑재된 독일의 제트엔진은 수명이 굉장히 짧고 불안정하며 연료와 희귀금속은 엄청나게 들이키는 쓰레기였다. 하지만 이나마도 로켓전투기 따위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었기에, 그야말로 전쟁이었기에 오히려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던 결함품들이라 표현해도 부족하지 않다. 그리고 이 제트전투기가 날아다니던 전쟁이 끝나고 찾아온 평화기에, 고작 5~6년이란 기간 만에 비교 불가능할 수준으로 제트엔진 기술은 엄청나게 개선되었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부분은 재원의 문제인데, 전시는 적자국채등의 남발로 평시보다 더 많은 재원을 조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재원 중에 평시보다 더 많은 액수가 기술개발에 투입되는 것도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적자국채는 전쟁 끝나면 그냥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패전하면, 빚은 빚대로 남고 배상금이나 영토 상실 등 다른 손실을 추가로 감당해야 하며, 승전을 했더라도 빚은 갚아야 하는데, 전시라서 이 또한 재정상의 비용효율을 감안하지 않고 무작정 끌어다 쓴 채무이기 때문에, 장기적 재원조달능력을 크게 손상시키는 것 = 전쟁종료후의 기술개발 재원을 결국 전쟁중에 끌어다 쓴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쟁시기의 기술발전만을 들어 전쟁이 기술을 발전시킨다고 하는 것은 거시적 시각을 몰각하고 특정상황만 보는 단견에 지나지 않는다.

2.1.3. 전쟁 중에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것은 단순히 행정적 졸속 처리 때문이다

전쟁을 통해 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국가의 모든 역량을 군사 기술 개발에 쏟지 않으면 멸망이 기다리기 때문에 평소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절차들을 빠르게 통과해 신속처리하기 때문이다. 평시 같았으면 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많은 절차가 있고, 각 절차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을 하겠지만, 전시에는 그럴 여유가 없어 안건이 빠르게 처리되기 때문에 기술 개발이 빨라진다는 것.

그러나 복잡하며 답답한 것만 같은 절차는 괜히 생겨난 게 아니다.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산이 올바르게 집행되는지도 판단하고, 사업의 방향이 현실성이 있는지도 검토하게 된다. 급하다고 이런 걸 생략해버리면 쓸 필요가 없는 곳이 돈을 소모하거나, 돈은 잔뜩 들였는데 결과는 전혀 얻어내지 못하는 일도 발생한다. 건축에서 빨리빨리만 추구해서는 부실공사를 일으키기 쉬운 것과 같다.

2.1.4. 전쟁 관련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다른 분야에서 손해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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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하고 있는 국가들은 적을 효율적으로 굴복시키기 위해 전쟁과 관련된 연구에 큰 지원을 할 것이므로 근시안적으로 전쟁을 겪은 문명은 극히 일부 분야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문명에 비해 진보할 수 있으나, 이조차도 근시안적인 효과일 뿐이며 인력 손실, 생존자들의 정신적 피해, 손실된 자원 복구 등 여러 장애물에 부딪혀 장기적으로는 기술 발전에도 장애가 될 것이다.

전쟁으로 인한 기술 발전은 철저하게 군사 기술에만 집중된 것으로 나머지 문화, 사회, 일반 기술은 모두 쇠퇴하므로 전쟁으로 인해 인류 자체가 진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드 마이어의 문명에 이를 비유하면 이는 한마디로 문화, 사회에 쓰일 기술 포인트를 전투에 때려박아놓는 것과 같다. 전쟁의 승리를 위해 몇몇 공학, 과학은 첨단화되고 발전하는 것이 사실이나,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그 이상의 기술적, 후생적 후퇴를 낳게 된다. 당장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죽고 살아있었으면 노벨상이 확실한 사람이 죽는 등, 더 좋은 부분에 쓰일 수 있었던 돈과 자원이 무기 제작을 위해 낭비된 것이다.

국가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자원이 전쟁 수행에 소모됨에 따라 국가의 발전 총량은 줄어든다. 즉슨 이러한 국소적 분야의 급속한 발전은 복지, 경제, 유흥 등 전쟁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 수많은 다른 기술들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이로 인해 장기적 관점에서 인류의 기술 발전 속도는 더뎌질 것임은 명백하다.

전쟁 관련 기술에 매진함으로써 국가적 부진을 겪은 국가로는 소련이 대표적이다. 소련은 평화시에도 국방 분야에 필요한 과학을 중점적으로 국가주도로 발전시켰지만 결국 이 죽음의 행진 끝에 남은건 껍데기만 남은 국가 경제와 가속패달을 밟지 못하는 과학 발전 속도, 그리고 외국으로 대규모로 유출되어버린 기술 인력들 뿐이었다.

소련은 차라리 나은 편이고, 국력이 감당 못할 수준으로 전쟁질을 벌여대던 일본이나 이탈리아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총력전에 대비해 재정을 확충하고 생산력과 효율을 개선하고 기술을 개발해야 할 시기에 인력과 재원을 갈아넣으며 소득 없는 전쟁만 이어나가다보니 정작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본라운드에 들어서자 수준 이하의 조직과 장비, 전략전술로 연명하다가 결국 패전을 맞이해버린 것이다.

2.1.5. 전쟁 관련 기술이 과학 기술에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방면의 발전된 공학과학에서 좋은 무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좋은 무기를 만드는 데에 꼭 발전된 공학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3] 때문에 당장에 전투에 유리한 우수한 무기를 만드는 데 들이는 노력이 공학 기술의 발달로 직결된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전쟁을 위해 개발된 기술은 민간에 바로바로 퍼지지 못하도록 제한된 경우가 많다. 일부 기술은 전쟁에 중요한 기술이라고 군대에서 독점하고 민간 사용을 불허하거나 제한을 두는 경우가 있다. 역설계나 분석될 것에 대비하는 등의 이유로 아예 민간 사용할 엄두를 못하게 하는 것. 그렇다면 전쟁으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게 사실이라 할지라도 군 바깥에서 이를 체감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대표적인 예로 인공위성을 민간에서 사용할 때는 몇 단계 낮은 수준으로 정보가 제공하거나 멀쩡한 첨단위성 냅두고 수십년 된 구닥다리를 감지덕지하며 사용하게 된다. 미국의 첨단 위성의 능력, 위성궤도에서 지표면의 모래알이 2개인지 3개인지 간단히 알 수 있는 것과 자신의 핸드폰GPS와 지도 앱의 수준을 비교하면 알기 쉽다. 우주 망원경도 이러한 상황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미군국토안보부가 보유한 감시, 정찰 위성의 기술 중 찌꺼기나 다름없는 것들 정도나 NASA에게 거지 적선하듯 던져줘 만들어진 것이 현재의 우주망원경의 수준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전쟁을 위한 연구가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킨다 해도 일반인이 체감하기는 어렵고, 반면 민간에서의 기술 개발은 속도는 더 더딜지라도 연구되는 즉시 일반에 배포되므로 그 성과를 바로 느낄 수 있다.

2.1.6. 전쟁이 없어도 등장할 수 있었다

인터넷, 컴퓨터 등 일부 기술전쟁에서 나왔으니 이는 전쟁의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러한 기술이 평화로운 시기에는 전혀 발명되지 않았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전쟁이 없더라도 언젠간 나오게 되어 있다.

아래에서는 전쟁으로 나온 기술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반대로 평시에 출현한 기술도 많다. 오히려 인류 기술의 근간을 이루는 것들은 전쟁에서 탄생한 것보다 그렇지 않은 것들이 월등히 많다. 당장 증기기관전신, 전화등 전쟁에 필수적이었던 발명도 평시에 등장했으며 전쟁발전론자들이 가장 많이 거론하는 1차, 2차 세계대전에서 등장한 유명 항공기들도 평시에 발명된[4] 항공기들을 기반으로 한 것이 많다. 심지어 최근에는 로켓마저 스페이스X블루 오리진 같은 기업들이 국방부에 크게 기대지 않고도 빠르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사실상 전쟁발전론이 주장하던 모든 분야가 전쟁이 아니라도 시장의 필요와 관심만 있다면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드론과 스마트폰 등 민간에서 발전된 기술이 군으로 역으로 들어가는 일도 점점 빈번해지고 있다. 또다른 예로 근대 전쟁에서 매우 요긴하게 쓰이는 다이너마이트 같은 것도 전시에 개발된 것이 아니라 평시에 광산 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기업이 초장기 연구개발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도 최근에는 옛 일이 되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주식회사가 만들어져도 기본적으로는 생산수단을 빨리 마련해서 제품을 출시하고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하기 전에 매출이나 수익이 나와줘야 하는 것이 상식이었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수십년이 걸릴지도 모를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단위 기간 별로 연구개발 진척 수준을 평가해서 다음 스테이지의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이 일반화 되어있다.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해도 연구 목표 달성이 순조롭다면 기업이 보유한 지적재산과 연구능력의 가치가 기업의 주식가치에 반영되어 투자자들은 실질적으로 자산 증가 효과를 볼 수 있고 이는 다음 단계의 투자도 순조롭게 받을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투자와 자산가치 평가 방식의 변화는 핵융합 발전이나 배양육 같은 터무니없는 기술적 난이도와 언제 끝날지 짐작도 안 되는 초장기 개발기간으로 유명한 분야에 이르기까지 민간 분야의 진출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이 되어주고 있다.

선진국 간의 전쟁이라고 해도 길어야 10년인데 그 시간 다 쏟어넣어도 결과물이 나오기는 힘들고 수혜자는 군대보다는 민간 분야에 집중되는 이런 기술들은 국가간 총력전이 벌어지면 바로 갈아엎어질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다. 또한 현대에 들어갈수록 전쟁과 무관한 민간에서 발명된 것들이 군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멀티콥터 드론, 스마트폰 등이 있으며, 현대전은 민간의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2.1.7. 기술 발전과 전혀 무관한 전쟁도 있다

아래에서 보듯 몇몇 전쟁들은 기술 발전을 일으키곤 하지만, 어떤 전쟁들은 그렇지 못하다. 한편 전쟁의 피해는 그 어떤 전쟁이든 매우 크다. 피해는 언제나 발생하지만 기술 발전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는 것이다.

가령 제2차 세계 대전에서는 여러 과학기술이 개발 및 연구되었으나 2차대전의 절반 가까운 사상자를 낸 태평천국의 난몽골 제국의 침략 과정에서는 전혀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전쟁에 수반하는 광범위한 약탈, 파괴는 문명의 퇴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바다민족으로, 이 시기의 전쟁으로 지중해 청동기 문명들이 모조리 멸망하고 포스트 아포칼립스세기말 무법천지가 되어버렸다.[5] 또한 개요에서 이미 밝힌 바와 같이 현대에 핵전쟁이 발발한다면 아래에 서술된 전쟁의 이득보다도 훨씬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또한 후방이라는 게 없는 내전은 후술할 전쟁의 이득을 전혀 발생시키지 못하고, 정치적 분열로 인해 사회적 인프라를 극단적으로 파괴하는 등 지리멸렬하게 국력을 소진시킨다. 내전의 폐해는 자동소총의 대량 보급, 시가전의 발달 등으로 현대에 더욱 커졌다.

2.2. 긍정

2.2.1. 전쟁 활동은 권력자들이 큰 관심을 갖는 시장을 형성한다

과거에는 전쟁 활동도 일종의 시장을 형성하고 돈이 흐르게 만들었다. 권력자들이 권력을 지키기 위해, 또는 다른 권력자의 재화를 약탈하기 위해 승리할 수 있도록 병기를 개발하고 물자와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의 그 모든 활동은 돈을 필요로 하고, 더 나은 기술이 들어올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권력자들은 일단 자신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에 성공하면 그 다음으로는 전쟁을 대비하거나 수행하는 것에 관심을 쏟았다.

인류의 많은 기술들은 전쟁을 수행 및 대비하고자 하는 권력자들의 수요에 따라 전파되어 왔다. 기술은 개발 자체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시장이 있어야만 개발된 기술이 빛을 발하고 널리 퍼지며 후속 기술이 발명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인류사에서, 전쟁은 가장 중요한 사업 기회 중의 하나였다. 중세시대의 유럽에서 대규모 건축술이 발전한 배경에는 요새을 쌓고자 하는 권력자들의 관심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며, 강철의 제조기술이 급속도로 전 세계에 퍼진 이유도 강철 무기의 위력을 접한 권력자들이 강철 제조 기술을 재빨리 확보하여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주철의 대량주조기술은 대포를 만들기 위해, 화약화포를 작동시키기 위해 보급되었다. 화약을 개발하면서 화학도 같이 발전했으며, 지질학의 발전도 화약의 원료인 유황을 찾아서 채취하다보니 발전이 되었다. 그리고 점차 그 기술들이 널리 퍼지면 권력자의 손아귀에서 퍼져나가 군사 분야가 아닌 민간에서 사용되기 시작한다. 강철이 그랬고, 화약이 그랬다.

특히나 자본주의가 발달하기 이전 사회에서는 거대 자본의 소지자가 정치적 권력자뿐일 때가 많았는데,[6] 이들은 전문 경영자가 아니기 때문에 엄밀한 경제적 분석을 거치지 않고 그저 개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투자를 결정할 때가 많았다.[7] 군사 분야란 의학과 함께 권력자의 목숨 그 자체에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히 집중 투자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8]

2.2.2. 리스크를 감당할 모험적 투자를 가능케 한다

먼저 예산의 중요성이 있다. 과학자들과 기술자는 지금 당장 시장이 없을 경우 기술을 개발해서 얻는 부가가치가 얼마던지 간에 기술을 개발하는 기간 동안은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다. 선견지명을 가진 기업이나 투자자가 투자를 할 수는 있지만 그들 역시 연구의 리스크를 알기에 투자의 양은 제한되어있다. 전쟁상황에서는 이런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가의 예산 규모는 각각의 기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예컨대 제트 엔진전투기를 만들기 위해 2차 대전 중에 개발되었다. 또한 본래 적 도시를 타격하기 위한 무기로 만들어졌던 로켓은, 냉전 시대가 도래하고 예산이 쏟아지자 기어코 인간을 에 보내는 공을 세웠다. 이후 NASA1990년대화성에 가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지만 냉전이 끝난 지금 아직까지도 인간이 화성에 가는 일은 요원하기만 하다. 컴퓨터암호해독포탄 탄도 계산을 위해 개발되었으며, 인터넷은 핵전하 통신망 유지를 위해 개발되었다. 원자력 발전은 오로지 핵무기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인류 최고의 공학자들을 갈아넣고 지구상에서 가장 희귀한 원소[9]들을 달라는 대로 대령해 줄 수 있었던 예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때 졸속 처리되는 행정의 용이성만이 전쟁기술 발전의 원동력인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에 기술 개발은 초기비용이 든다. 연구원의 인건비가 아니더라도, 실험 비용, 장비 구매비용 등은 아무리 그 기술을 개발하면 얻는 경제적 효용이 막대하더라도, 그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들어가는 투자비용이 현재 기업의 현금+신용한도를 초월하면 그 기술은 개발할 수 없다. 단순하게 말하면 기술이 개발되어 그 열매를 따 먹기도 전에 기업이 먼저 도산해버린다. 또한 전쟁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예산집중을 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시라면 오랜 시간이 흘러 경제규모가 성장하고 제반기술이 차츰 개발되어 해당 기술을 개발하는 투자비용이 이성적인 수준으로 감소했을 때에야 개발에 들어갔을 기술이, 전쟁 상황에서는 단숨에 튀어나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많은 경우 사람들은 기술이 실제로 등장하고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게 되기 전에는 그 기술의 효용성을 깨닫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이 장기적이거나 매우 독특하고 모험적인 기술 개발에 주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예산이 집중되어 기술이 개발된 이후에는 그 기술을 가지고 투자자들을 설득해서 제조기반을 세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그 기술의 시장성이 훨씬 높아진다.

2.2.3. 전쟁은 경쟁심을 부추긴다

경쟁이 언제나 사회적 순기능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경쟁이 서로에 대한 양성 피드백을 가져온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전쟁은 특히나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적 차원에서 온 힘을 다해 경쟁에 몰두하게 된다.

사회 발전에 경쟁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물론 그렇다고 전쟁을 일으킬 순 없으므로 전쟁 외의 경쟁을 도입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사회 변혁을 일으킨 것 역시 경쟁에 의해 이윤을 추구하는 성질 때문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일례로 오늘날에는 미국-중국 무역 전쟁에서도 보듯 무역을 통해 상대를 압박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2.4. 파괴는 창조의 어머니이다

전쟁은 인간이 만든 물질적 소산은 물론, 체제나 관념까지 파괴한다. 인간은 이를 채워넣기 위해 새로운 것을 찾게 되며 그것이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결국 전쟁은 연루된 인간 사회 자체를 리셋하게 되는 셈이다. 흔히 말하는 창조적 파괴의 거대화가 전쟁으로 인한 파괴인 것. 이러한 구 체제와 관념을 완전히 파괴하고 새로운 체재와 관념을 바탕으로 재시작한다면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 전쟁으로 몇백년 동안 생활 속에서조차 남아있던 신분제가 완전히 파괴된 게 예시. 다만 이런 발전은 전쟁으로 인한 정신적 상처와 패배감 극복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게 없이 내부로부터의 중상 같은 정신승리에만 빠져있으면 요원한 일.

2.2.5. 전쟁으로 인해 개발 및 발전된 것들이 많다

전쟁이 기술 발전에 일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역사적 사실은 분명히 존재한다. 단적인 예로 제2차 세계 대전이 시작될 때에는 구식 복엽기가 날아다녔지만, 고작 5년 후에는 제트엔진이 개발되어서 실전배치를 앞두고 있었다. 그것 외에도 전자레인지, 반도체 다이오드, 드론, 컴퓨터, 인터넷, GPS 등등 군사 기술로 시작된 수많은 발명품들이 존재한다. 괜히 전쟁이 없었다면 20세기 과학은 없었다는 얘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2.2.6. 전쟁의 파괴는 그렇게 크지 않다

전쟁의 손실이 큰 것은 사실이나 대다수의 경우에 전쟁은 기술의 쇠퇴까지 일으키지는 않는다.

특히나 현재와는 달리 과거의 전쟁은 보통 전문화된 계층간의 제한전인 경우가 많았고, 기술 수준이 총력전이 가능할 정도의 규모에 도달하지 않아 전쟁을 통해 희생되는 인력의 규모가 사회 전체에 비교해 보았을 때 비교적 적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전쟁에 이기기 위한 경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 추구를 위한 경쟁과도 비슷한 양상을 띄어 전쟁으로 촉발된 기술 발전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2.2.7. 전쟁으로 적의 기술을 빼앗아올 수 있다

기술이 열악한 측에서 전쟁을 통해서 상대의 우수한 기술력을 빼앗아올 수 있다. 평시라면 남 좋은 일 할 것도 아니고 쉽사리 잘 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10]

일례로 서유럽십자군 전쟁을 통해 중동으로부터 용광로, 풀무, 그리고 다마스쿠스 강 기술 등을 발견하였으며 이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한 결과 플레이트 아머 등의 철기 제련 기술이 일신되었다. 또한 동로마 제국이 멸망하자 동로마 제국의 기술력이 서유럽에 유입되었고 이것이 결국에 르네상스를 촉진했다는 의견이 많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미소 양국이 나치 독일로켓 기술을 얻고자 베르너 폰 브라운을 꼬드긴 것 역시 이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이 부분은 기존의 기술력이 이전된 것이지 문명 전체의 발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기술의 강제적(?) 교류로 인해 더욱 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다. 기술이 어지간히 편중되게 발전되지 않는 한 기술이 발전한 곳이 군사적으로도 우수한 무기를 갖출 확률이 높고, 이에 따라 전쟁에서 승리할 확률도 더 높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근대 시기에는 기술이 군사적 화력에 직결되지는 않는 편이었지만[11][12] 과학기술이 연계되어 발전하기 시작한 근대 이후에는 기술적으로 뒤처진 곳이 군사적으로는 월등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아울러 전쟁 문서의 강대국의 전쟁이 줄어든 까닭 문단에서도 보듯 현대에는 이러한 식으로 적의 기술을 빼앗아오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 정보화 사회의 기술은 무형의 자산으로, 군사력으로 장악하기 이전에 빠르게 후퇴시킬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3. 창작물에서

전술했듯 꽤나 유서깊은 사상이기에 냉전기21세기에도 각종 창작물에서 '나름의 고차원적인 대의에 입각한 목표가 있지만 다소 인명경시적인 면모가 있는 빌런들'의 가치관으로 자주 보이는 사상이다.

4. 여담

문명 시리즈 같은 문명 경영 게임에서는 대체로 전쟁을 하면 사회 발전이 느려진다. 시리즈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생산력은 한정되어있는데 전쟁을 하면 그 생산력을 전투 유닛 생산에 쏟아야 하고, 그러면 과학 발전에 덜 투자할 수밖에 없게 된다.[15] 전쟁의 결과로 얻는 전리품[16]이 있지만 전쟁으로 인한 손해를 극복할 만큼은 아니다. 몇몇 전쟁 특화 문명은 전쟁시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보너스를 부여받곤 한다.

5. 참고 자료

[navertv(29607226)]
[다큐] 영상의 세기 PREMIUM 제02부 - 전쟁 과학자들의 죄와 용기[17][18]


[1] 핵전쟁으로 인류가 절멸한다, 현대 문명이 사라진다 등의 이야기는 과장이라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지만 기술 발전은 상당히 지체될 것이 분명하다.[2] 그리고 이것을 전쟁으로 빼앗아오는 것도 어려워졌다. 전쟁 문서의 강대국의 전쟁이 줄어든 까닭 문단에서는 오늘날 강대국 사이에 전쟁이 줄어든 이유로 이 이유를 소개하고 있다.[3] 가령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체코슬로바키아군은 유럽에서도 상당히 현대화된 강군으로 평가받았으나 그렇다 해서 체코슬로바키아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국가와 비슷한 급의 적어도 비빌 만한 정도의 군 규모, 공학, 과학 기술, 산업 발전 수준을 가진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4] 여객기, 우편배달기, 항공레이스 등.[5] 고대 그리스암흑시대 역시 이 영향이다.[6] 중진국들은 지금도 그럴 때가 많다. 때문에 국가 권력자가 자국 기업을 제도적/재정적으로 밀어주는 정경유착으로 경제 개발을 추진하곤 하는데 그것이 바로 개발독재이다.[7] 그렇기 때문에 투자를 받으려면 무언가 신기한 를 벌여서 관심을 끌 필요도 있었다. 과학 분야 역시 근대 과학 초창기에는 여러 신기한 화학 실험들을 선보여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식으로 이루어졌고, 프리스틀리가 그러한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한 대표적 인물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심도 있는 학문으로 발전하기 어려웠는데, 당연하지만 학문 그 자체는 문외한에게 썩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10년 뒤에 태어난 라부아지에는 국가 기관에서 연구를 진행하였고 이 방식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프리스틀리가 이런 식으로 연구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에 대해서는 "공기의 발명"이라는 책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8] 여담으로 이런 식으로 군사 분야에 투자하는 지도자는 역사적으로 대체로 중간은 가는 평가를 받는다. 어쨌거나 기본적인 국방력을 갖추는 것이 그렇지 못한 것보다는 무조건 낫기 때문이다. 자기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역사 속에는 국가 안보를 뒷전으로 하고 본인의 향락에만 집중한 이들도 많다.[9] 방사능 물질 자체는 희귀하지 않지만, 그를 제어하는 데에 들어가는 원소들은 아주 다양한 종류가 실험되었고, 이들 중에는 아주 대규모의 정제를 통해야만 얻을 수 있는 원소도 포함된다.[10] 이는 국가간 기술 교류가 활발해진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로, 안보와 핵심적으로 연결되는 기술은 동맹국끼리도 잘 공유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오늘날에도 미국의 우방은 많고 기술 이전도 제법 활발히 이루어지지만 그래도 미국의 기술력은 제1세계 다른 국가들보다 한 수 위로 여겨진다.[11] 위에서 든 서유럽중동의 경우 (중세 암흑시대 관점처럼 전면적으로 열악한 것은 아니었다곤 해도) 서유럽이 중동에 비해 분명 기술적으로 열악한 면이 있던 것이 사실이나, 군사적 측면에서는 비등비등하거나 오히려 서유럽이 약간 더 우세했다.[12] SF 소설 중에서 이런 식으로 특정 기술만 월등히 발전한 문명들을 비교한 예로는 가지 않은 길이 유명하다.[13] '탈다림'이라는 명칭부터가 "벼려진 자"(단련된 자)라는 의미이다.[14] 이를 안 카락스아르타니스에게 탈다림은 뭔가를 발명하는 기쁨을 모르는 도둑이라고 경멸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탈다림이 마개조한 병기들이 아몬과 싸울 때 크게 도움이 됐다.[15] 플레이어들은 이 두 가지 상충되는 게임 방식을 '내정' / '전쟁' 으로 종종 언급한다. 내정 위주 플레이를 한다는 것은 주로 전쟁은 잘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된다.[16] 자원과 땅외에도 문명 시리즈에서 특정 행동을 하면 특정 연구가 단축되는데 전쟁을 통해서는 대부분 전쟁쪽으로 단축되어서 전쟁을 통한 연구 단축만으로는 내정에 직접적인 영향이 적은 편이다.[17] 20세기, 영상 매체의 탄생 이후 기록된 대표적인 과학자들을 통해서 과학과 인류의 번영, 그리고 과학은 어떻게 전쟁의 양상을 급변 시켰고, 전쟁 또한 과학을 어떻게 진보 시켰는지에 대해 다룬 다큐[18] 2016년 8월 13일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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