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근대 이후의 소설의 진행방법 중에서 사건을 연결하고 구성하는 작법론.2. 설명
소설의 구성 단계는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나누어 사건의 흐름과 서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서사적 틀이다. 이 단계들은 독자가 이야기의 진행, 갈등, 그리고 해결 과정을 명확히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가장 고전적인 서사 구조는 3막 구조(발단, 전개, 결말)로,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기원하여 현대까지 이어져 온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구조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이야기의 복잡성과 갈등 요소가 심화되면서, 3막 구조는 발전을 거쳐 새로운 단계인 위기와 절정을 추가로 포함하며 5막 구조로 확장되었다. 이는 특히 이야기의 긴장감을 극대화하고 반전과 극적 재미를 강화하기 위한 변화였다.
5막 구조는 고대 로마의 극작술에서 비롯되었으며, 특히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통해 체계적이고 널리 정착된 서사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구조는 3막 구조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로 이야기를 세분화하여 더욱 세밀하고 극적인 서사 진행을 가능하게 한다.
각각의 단계는 사건과 갈등을 전개하고 고조시키며, 절정을 거쳐 결말에 이르는 과정에서 논리적이고 감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한국 문학계에서는 20세기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 문학과 극작술이 도입되면서 5막 구조가 창작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초기에는 서구의 구조를 그대로 차용한 작품이 많았으나, 점차 한국 전통 서사 구조인 판소리나 고전소설의 기-승-전-결 방식과 결합되며 독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현대 한국 문학은 개별 작가들의 독창성과 장르적 특수성을 반영한 다양한 변용된 서사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5막 구조는 소설, 드라마, 영화 등 국내 창작계에서 주요한 서사 틀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서구적 서사 방식과 한국 고유의 정서와 문화적 맥락이 조화를 이루는 작품들이 꾸준히 창작되고 있다.
3. 5막 구조
구조 | 핵심 | 5막 구조 |
발단 | 사건의 암시 | 인물과 배경을 소개하고, 그 과정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
전개 | 사건의 발생 | 사건이 본격적으로 진행하면서 복잡하게 얽히며 갈등이 발전한다. |
위기 | 사건의 반전 | 사건의 반전으로 새로운 사태가 발생하고, 갈등이 한층 심화된다. |
절정 | 사건의 전환 | 사건의 전환점으로 해결책이 나타나고, 갈등은 최고조에 이른다. |
결말 | 사건의 결과 | 이야기의 마무리로, 모든 갈등이 해소된다. |
3.1. 도입(導入, Prologue)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독자에게 강렬하거나 인상적인 장면을 제시하는 제0 단계다. 가령 스릴러 작품에서는 누군가가 살해당하는 장면이 등장하거나,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제1편에서는 마법사들이 몰살당하는 장면이 도입부로 등장한다. 이렇게 도입 단계에서는 이야기 전체의 분위기를 암시하거나 중요한 사건의 단적인 면을 미리 보여주는 방식이 많다. 또한,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 중 한 대목을 미리 제시하는 기법(예: 회상, 예시적 서술)이나, 주인공의 독백, 시처럼 상징적이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요소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도입 단계는 필수적인 단계는 아니다. 작가의 기호와 서사적 의도에 따라 이야기의 발단 단계 전에 선행적으로 삽입되며, 생략되는 경우도 많다. 프롤로그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발단과는 구별되며, 주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거나 이야기 전체의 방향성을 은연중에 암시하는 보조적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5막 구조라는 서사 체계에서 도입 단계는 공식적인 일부로 간주되지 않는다. 5막 구조는 고전 극작술에서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라는 구조로 정립된 것으로, 여기에서 도입 단계는 포함되지 않고, 작가의 선택에 따라 추가되는 별개의 구성 요소에 불과하다.
3.2. 발단(發端, Exposition)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어떤 인물들과 배경이 있는지 소개하는 단계다. 그 과정에서 앞으로 펼쳐질 사건에 대해 암시된다.1. 인물
이야기에서 활동하는 인물들이다. 그 중 주인공은 반드시 초목표를 지닌다. 초목표(Super-Task)는 이야기 속 주인공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로, 서사의 방향성을 결정짓는다. 발단 단계에서는 주인공이 이루고자 하는 소망이 있다. 초목표는 이후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동기가 되며 독자의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가 제안한 초목표 개념은 연극뿐 아니라 서사 구조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초목표는 단순히 행동의 이유가 아니라 이야기를 관통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며, 이를 통해 독자는 주인공이 어떤 여정을 걸어갈지 예상하고 몰입하게 된다. 등장 인물에는 총 세 가지 유형이 있다.
- 주동 인물: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인물들이다. 주인공과 그의 파트너다.
- 반동 인물: 주인공에 대적하는 주요 방해꾼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인물'만이 아니라 환경, 사회, 이념, 동물 등 주인공을 대적할 수 있는 요소는 다양하기에 이 문단에서는 반동 인물을 '대립자'라고 서술한다.
- 주변 인물: 엑스트라를 의미한다.
2. 배경
이야기의 시간적, 공간적, 장르적 배경은 발단 단계에서 독자에게 소개된다. 배경은 이야기의 분위기와 톤을 설정하며 이후 서사의 전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간적 배경은 이야기의 시대적 맥락이나 구체적인 시간을 의미하며, 과거(조선 시대), 현재(현대 사회), 미래(디스토피아적 미래) 등으로 나뉜다. 공간적 배경은 사건이 벌어지는 물리적 무대로서 이야기의 환경적 맥락과 분위기를 조성한다. 예를 들어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호그와트는 독특한 색채를 부여하는 공간적 배경이다. 장르적 배경은 판타지나 SF처럼 특정 장르의 규칙과 개연성을 제시하여 독자가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3. 사건의 실마리와 사건에 대한 용어
앞으로 어떤 사건이 이야기에서 발생할지 예측하게 도와주는 서사적 암시를 의미한다. 주로 주인공의 직업과 중심 문제의 발생으로 사건의 실마리가 그려진다.
사실 여기서 '사건'에 대한 용어가 조금 헛갈리게 작용하는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의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다섯 가지 단계는 서구권의 플롯 구조 이론을 수입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사건'에 대한 용어가 곤란하게 해석되었다.
서구권의 '원래'의 플롯 구조에서는 '발단(Exposition/Set up) 단계'에서 'Inciting incident'가 제시되고, 이를 바탕으로 '전개(Rising action/Complication/Development) 단계'에서 여러 'Event'가 벌어진다. 이때 'Inciting incident'는 뉴스의 '사건사고'와 같은 '사건'으로도 해석이 가능하고, 'Event' 또한 '사건'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데 막상 들여올 때 다른 용어를 차용해서 둘 사이에 차이를 둔 게 아니라, 'Inciting incident'는 그저 '사건의 실마리'라고 하고, 'Event'는 사건이라고 정했다. 그래서 현재에 이르러 국내의 일부 작법서에서는 "발단 단계(혹은 초기 단계)에서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전개 단계에서는 발단 단계의 사건이 발전해서 수많은 사건으로 번진다."라고 혼용해서 잘못되게 일컫기도 한다.
하지만 'Inciting incident'와 'Event'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며, 정작 이 둘에 대해 제대로 알아두지 않고 그저 '사건'이라는 단어 하나로 뭉뚱그리는,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에게, 이를 테면 문학 강사라든가, 사건에 대해 물어보면 애매하게 대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소한 영어로 해외 플롯 구조에 대한 논문을 검색 한번 해보면 되는 걸 안 해서 본인들도 잘 모르기 때문. 만약 둘이 같은 개념이라면 'Inciting incident'와 'Event'로 용어가 다를 리도 없고, 만약 추리 소설을 쓰겠다고 발단 단계에서 살인 범죄[1]라도 일으키면, 전개 단계에서 무조건 대학살극 같은 참사가 일어나는 것 외엔 다른 구성을 찾을 수 없게 된다. 발전된 살인이 학살극이나 무지성 연쇄살인 밖에 더 있겠는가. 그럼 추리나 스릴러가 아니라 그냥 잔학 고어물 밖에 되지 않는다.
'Event'에 대해서는 아래 '전개 단계'에서 상세하게 다룰 테지만, 서사상 일어나는 변화의 지점이다. 이 변화는 갈등으로부터 표출된 등장인물의 행동으로 일어난다. 즉, 상황을 바꿀 만큼 결정적인 행동들이 갈등에 의거해 일어나면, 이를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Inciting incident'는 주인공에게 핵심이 되는 문제를 안겨주는 아주 중대한 '사고'가 일어난 상황이다. 뉴스의 사건사고 같은 '사건'으로도 해석해도 상관 없지만, Event와 헛갈릴 수도 있다.
- 주인공의 직업: 이야기의 장르와 사건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주인공이 학자라면 이야기 내내 주인공은 대부분의 사건을 '추리'로서 벌일 것이고, 주인공이 전투요원이라면 대부분의 사건을 액션으로 벌일 것이다.
- 중대한 문제의 발생: 발단 단계에서는 주인공이 반드시 해결을 결심하게 만드는 어떤 심각한 사태가 발생한다. 이를 초기 갈등, 중심 갈등, 발단 사건(Inciting incident), 중대한 문제의 발생 등등 여러 호칭으로 부르며, 이야기의 첫 번째 변곡점으로써, 주인공이 앞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트리거 역할을 한다. 물론 반드시 '발생'시켜야만 하는 건 아니다. 소설 노인의 전쟁에서는 주인공이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죽은 아내를 그리워 하며 초목표를 다시 되새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소설 마션에서는 주인공이 이미 화성에 고립된 상황부터 보여준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때 '주 대립자'를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메인 대립자가 발단 단계에서 주인공에게 중심 문제가 생기면, 전개 단계에서는 주인공이 중심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주로 메인 대립자와 부딪히며 갈등을 빚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스토리의 집필이 전개 단계에서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발단 단계에서부터 메인 대립자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아서일 확률이 크다. 보통 발단 단계에서는 주인공이 중심 문제를 일으키면서 반동 인물이 등장하거나, 반대로 주인공에게 반동 인물이 등장하며 중심 문제를 일으킨다. 주인공이 자신이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점차 위기에 빠지며 깨달음과 반성을 하는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이 중심 문제를 일으켜서 반동 인물이 등장한다. 참고로 이때 '위기'란 대립자가 방해한다는 위기적 상황일 뿐이지, 플롯의 위기 단계를 일컫는 게 아니다. 반대로 주인공이 영웅이 되거나 남에게 교훈을 주는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에게 반동 인물이 나타나 중심 문제를 일으킨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의 설명을 달리 말하자면, 반동 인물이 단순한 암시를 넘어서 확실히 드러나기 전까지는 이야기가 발단 단계에 머무른다고도 할 수 있다.
4. 윤곽 그리기
발단 단계가 주동 인물들과 배경을 소개하는 단계라고, 일부 초보 작가들은 너무 열심히 발단 단계에 공을 들이는데, 사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발단 단계는 이야기의 전체적인 맥락, 즉 윤곽을 그려 독자에게 어떤 문제와 세계관인지 기반만 다져주는 단계다. 그래서 발단 단계를 통해 '따로' 이야기의 정보를 '소개'하는 것이다.
실질적인 구체적이고, 깊고, 자세한 소개는 전개 단계부터 진행된다. 이때의 소개는 발단 단계에서처럼 따로 장면을 내서 정보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사건을 벌이고 겪으면서 그 이유를 표출하거나 상황을 감상할 때 곁들여서 나타나게 된다.
즉 발단 단계가 독자들에게 세계에 대한 설명을 흥미롭게 윤곽을 그려내는 단계라면, 전개 단계는 독자들에게 세계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와 박진감 넘치는 갈등을 흥미롭게 그려내는 단계다.
3.3. 전개(展開, Complication/Development/Rising action)
사건이 본격적으로 발생하면서 복잡하게 얽히고, 갈등이 점차 세게 발전하는 단계다.1. 갈등이란?
갈등은 양자 간에 형성된 대립적인 관계이자, 그에 대한 분위기를 의미하며, 포괄적으로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상황까지 의미한다. 간단하게 인물 간의 '적대감'을 갈등이라고 보면 된다.
2. 사건이란?
사건이란 한 인물이 주도적으로 일으킨 '상황'이다. 그래서 사건은 여러 행동과 반응으로 구성되는데, 그렇다고 아무 행동과 반응을 일컬어 사건이라고 하지 않는다.
사건은 갈등의 물리적 발현이다. 인물 간의 대립적인 관계가 실질적인 행동으로 전환된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사건은 갈등의 구체화요, 따라서 갈등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으며, 새로운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즉, 사건은 갈등으로 인해 인물들이 벌이게 된 여러 일과 행동이다.
사건은 서사상 변화를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이때 변화란 기존의 갈등을 확대하거나, 새로운 갈등을 창출한다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다시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게 한다. 즉 한 인물이 사건을 벌이면, 이에 적대감을 품은 다른 등장인물이 이를 방해하는 사건을 벌이는 식으로 사건이 사건을 일으키게 된다.
3. 사건의 주체와 비트
이야기 내에서 인물들이 벌이는 일과 행동에 대해 상세하게는 '사건(Event)'과 '비트(Beats)'로 나눌 수 있다. 등장인물이 주도적으로 벌이는 상황, 혹은 그런 상황에 대한 개요가 '사건'이라면, '비트'는 실질적으로 소설을 집필할 때, 다시 말해 사건을 상세하게 풀어 쓸 때 사건 내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무수한 행동(Action)과 반응(Re-action)이다.
사건은 목적을 가진 일련의 행동들과, 이를 조미료처럼 풍부하게 만드는 또 다른 여러 행동, 이를 테면 반응 같은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모두를 '비트'라고 한다. 등장인물 A가 만약 사건으로 '악당의 본거지에 침입했다'라고 해보자. 이를 위해 A는 차를 몰아 도착하고, 차에서 내리고, 경비를 살피고, 혹은 경비원을 제압하고, 마침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행동까지, 수많은 일련의 비트를 수행한다. 하지만 그뿐일까? 그 과정 중에 악당의 부하들 또한 각자 행동하고 반응하는 비트를 보인다. 건물의 경비를 지키고, 동료에게 무전하고, 가끔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거나, 주변을 정찰하고, 제압당할 때 발버둥을 치는 둥. 하지만 이 상황을 이끌고, 주도하며, 중심이 되는 주체자는 A이기 때문에 'A가 악당의 본거지에 침입했다'라는 사건으로 정의된 것이다.
이번에는 '그래서 A가 악당을 무찔렀다.'라는 사건이 있다고 해보자. A가 악당을 무찌르는 과정 중에 악당이 A에게 반격하거나, 악당의 부하들이 호출되는 둥의 수많은 적대적 비트(Re-action)가 있겠지만, 이 상황을 이끌고, 주도하고, 무찌른다는 결과를 내는 주체자는 A이기 때문에 'A가 악당을 무찔렀다'라는 사건으로 수렴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만약 '살인마가 길목에서 나타났다.'라는 사건이 있다고 해보자. 이를 위해 살인마는 먼저 인기척을 내서 공포감을 조장하고, 모습을 천천히 드러내며 주인공 앞에 섰다가, 결정적으로 자신이 살인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피가 묻은 칼을 내보이는 일련의 비트를 수행한다. 하지만 그 과정 중에 주인공도 걷는 발을 멈추고, 누구인지 의심하고, 호흡이 가빠지고, 다른 친구를 불러 누군가가 있다고 알리다가, 살인마라는 것을 확정한 순간 비명을 지르는 둥의 수많은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이 상황을 주도하고 주인공에게 적대감(갈등)을 일으키는 주체자는 살인마이기 때문에 '살인마가 길목에서 나타났다'라고 사건이 정의된 것이다.
4. 사건과 비트의 차이
사건이란 등장인물이 주도적으로 벌이는 상황이고, 비트는 사건을 이루는 무수한 행동과 반응을 일컫는다. 하지만 하나의 행동이라도 강렬하면, 다시 말해 비트로 보일 만큼 단적인 행동이라도 경우에 따라선 사건이 될 수 있다. 가령 "아버지가 결국 아내 앞에서 아들을 총으로 쐈다."라고 해보자. 한 문장이지만, 단순한 행동일 뿐이지만, 앞뒤 상황(사건)을 고려하지 않고도, 누가 봐도 하나의 '사건'이지 않은가.
사건과 비트의 차이는 빼버려도 이야기가 진행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따지면 된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일련의 사건은 그 이야기 내에서 하나라도 사라지면 인과 관계가 무너지게 된다. 이야기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
반면 사건을 집필할 때 실질적으로 드러내는 수많은 비트는 생략하거나 최소화가 가능하다. 다시 말해, 비트를 생략하거나 최소화하면 이야기의 풍부함이 그만큼 사라지거나 밋밋해지지만, 그렇다고 이야기의 흐름이 해쳐지는 건 전혀 아니다. 만약 "주인공이 악당과 싸워 무찔렀다."라는 사건을 집필할 때 주인공과 악당이 서로 주고 받는 하나하나의 행위(비트)들을 뭉뚱그린다거나, 대충 끄적인다고 해도 다음 사건으로 넘어갈 때 문제가 전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성의 없어 보일 뿐이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결국 아내 앞에서 아들을 총으로 쐈다."라는 한 문장을 보자. 이는 단적인 행동이지만 아주 강렬한 갈등을 일으키기에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로 인해 얌전했던 아내가 경찰에 남편을 신고하거나, 집에서 도망치는 둥의 또 다른 사건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아버지가 아들을 총으로 쐈다"는 행위를 뺀다면,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아내가 경찰에 남편을 신고했다/혹은 아내가 집에서 도망쳤다"라는 사건은 존재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아버지가 아들을 총으로 쐈다'는 행위는 따지고 보면 하나의 단순한 행동이지만, 갈등을 발생시켜 새로운 사건을 일으키기에 비트가 아니라 사건이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집필할 때는 최소한, 아들이 총에 맞고 쓰러지고, 아내가 비명을 질렀다의 반응(비트) 정도까지는 써야 하지만.
이렇듯 하나의 행동이라도 또 다른 사건을 일으킬 만큼 강력하거나 중요하다면, 단순히 비트가 아니라 하나의 주도적인 상황, 즉 사건이 될 수 있다. 반면, 싸움 장면에서의 주먹 한 방, 대화 중의 짧은 침묵 등의 행동들은 아무리 인상적이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지 못한다면 '비트'에 불과하게 된다.
다시 말해, 갈등에 의거해서 나타나며, 다른 갈등을 일으킬 만한 강력한 상황이라면 물 한 잔 마시는 행동도 사건이 될 수 있고, 누군가를 한 대 치거나 화나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행동조차 사건이 될 수 있다. 그뿐일까? 때론 누군가가 등장하는 간단한 상황도 하나의 사건이 될 수 있다. 만약 목적지로 향하는 길목에서, 웬 살인마가 모습을 드러낸다면, 그것만으로도 주인공은 그 길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즉, 살인마의 등장으로 인해 주인공이 현재 길을 포기하고 다른 길로 도망친다는 사건을 일으키니, 살인마의 등장 자체로도 사건이 되는 것이다.
4. 사건의 응용
사건이 기본적으로는 수많은 행동과 반응이라는 비트로 구성되었다는 것은 사건을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는 여유를 마련해준다. 특히 '여정'을 해야 하는 주인공을 집필할 때 편리하다. 구태여 대놓고 '주인공이 목적지로 이동한다'라고 따로 장면을 내지 않아도, 발단 단계가 아니고서야 긴장감이 없으니 되도록 그런 식으로 장면을 내서도 안 되지만, 주인공이 목적지로 이동하게 만들 수 있다.
만약 '악당이 나타나 주인공을 포위한다.'라는 사건이 있다고 해보자. 이때 다음과 같이 대략적으로 집필할 수 있다: 저 멀리서 자동차 소리가 들린다. 이곳은 아무도 오지 않은 외딴 길. 역시 따라 붙은 것일까? 주인공은 어깨를 움츠리며 마저 숲으로 들어갔다. 이 숲을 통과하면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그런데 차가 급하게 멈추는 소리가 들리더니, 뒤를 돌아보자 악당들이 내려 숲에 진입하고 있었다. 주인공은 서둘러 산을 올랐다. 하지만 능선 위에 다다를 때쯤 악당이 호루라기를 불었다. 주인공을 발견했다는 신호일까? 주인공은 황급히 바위 아래로 몸을 숨겼다. 호흡을 가다듬고 주변을 둘러보니, 악당들이 포위해 있었다.
이 예시를 보면 악당이 나타나 주인공을 포위했다는, 악당이 주체자인 사건이 벌어진 것뿐이지만, 이 사건 속에서 악당에 대한 '반응'으로 주인공은 목적지를 향해 더욱 박차를 가하며 이동하고 있었다.
5. 스토리 아웃라인
전개 단계의 기본적인 도식(구조화)은 다음과 같다:
- 발단 단계: 중심 문제가 소개되고, 주인공은 이를 해결하겠다는 초목표를 결심한다.
- 전개 단계: (사건1)주인공이 초목표를 위해 나선다. → (사건2)그런데 대립자가 주인공을 방해한다. → (사건3)주인공은 초목표를 위해 대립자의 방해를 처리한다. → (사건4)그런데 새로운 대립자 혹은 기존의 대립자가 다시 방해한다. → (사건5)주인공은 초목표를 위해 다시 대립자의 방해를 처리...(반복)... → 그리고 전개 단계의 마지막은 대립자가 끝까지 방해하는 사건으로 마무리된다. 이는 이야기가 위기 단계로 진입하도록 강하게 압박(Push)한다.
이야기의 전반적이고 가장 중요한 '주체'는 주인공이기 때문에, 즉 극을 이끌어가는 최초이자 최후의 요소는 주인공이기에, 주인공이 먼저 사건을 벌이는 것으로 전개 단계가 시작된다. 그로 인해 주인공과 대립하는 존재는 주인공을 방해하는 사건을 벌이며, 그러면 주인공은 자신의 초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방해를 처리하는 사건을 벌이는 식으로, 이야기는 엎치락뒤치락하며 진행된다. 갈등으로 인해 서로 합을 주고 받듯이 사건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6. 아웃라인의 예시
- (중심 문제) 재산 분배 문제 → (사건1) 주인공의 유언장 위조 시도 → (사건2) 동생이 주인공을 의심해서 위조 감별을 요청 → (사건3) 주인공이 동생의 낌새를 느끼고 재산을 갈취 → (사건4) 동생은 형을 검찰에 고발 → ...
- (중심 문제)진실을 알고 복수를 결심 → (사건1) 주인공이 적대 세력의 본거지를 습격 → (사건2) 악당이 부하들을 보내 공격을 시작 → (사건3) 주인공이 악당의 부하들을 일망타진함 → (사건4) 악당이 도망 → (사건5) 주인공이 악당을 추격 → ...
- (중심 문제)왕위 계승 문제 → (사건1) 주인공이 세력을 위해 군대를 모집 → (사건2) 형이 동생에게 암살자를 파견해서 암살자가 동생의 거처를 습격. → (사건3) 동생이 암살자를 전투 끝에 무찌름 → (사건4) 형이 동생의 동태를 살핌 → (사건5) 동생이 반격 → ...
- (중심 문제)어촌 마을과 대기업 건설 사업자 간의 이권 문제 → (사건1) 대기업이 마을의 어장 일부를 매입해 리조트 건설 계획을 발표 → (사건2) 생계를 위협받은 마을 주민들이 집단 시위를 벌이고, 시위의 하이라이트로 시위 대표자가 자살을 시도 → (사건3) 대기업이 시위를 못하도록 마을 이장에게 뒷거래 → (사건4) 시위대 편에 서 있던 기자가 대기업과 이장 간의 뒷거래를 언론에 폭로 → (사건5) 화가 난 주민들이 공사 현장을 무단으로 점거 → (사건6) 대기업이 용병을 고용해서...
- (중심 문제) 외딴 오두막에서 파티를 벌이는데 살인자가 나타남 → (사건1) 주인공이 친구들을 데리고 패닉룸으로 대피하고 상황을 살핌(살피면서 공황이 온 친구들을 주인공이 달램) → (사건2) 정전이 되며 패닉룸이 열림 → (사건3) 주인공은 친구들과 함께 전력을 복구하기 위해 지하실로 진입 → (사건4) 살인마가 나타나 친구들을 살해 → (사건5) 주인공이 남은 친구들을 데리고 셔틀 버스를 타고 도망 → (사건6) 도시로 통하는 다리가 폭발 → (사건7) 주인공은 살인자를 피해 숲에서 숨음 → ...
- (중심 문제) 소방관 주인공의 가족이 사는 아파트에 화재 → (사건1) 주인공이 화재 현장에 도착해서, 팀을 꾸리고 아파트에 진입한다. → (사건2) 화재 연기와 열기로 천장이 갑자기 무너져 통로가 완전히 막혀 버린다. → (사건3) 주인공은 열기를 헤쳐 나가며 승강기 통로를 통해 이동한다. → (사건4) 승강기 통로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 (사건5) 주인공은 구사일생으로 다른 복도로 빠져나온다. → ...
- (중심 문제) 헬기가 화산 분화구에 추락한다. → (사건1) 주인공은 추락 현장 주변을 탐색하며 생존 물품을 찾고 구조 신호를 보낸다. → (사건2) 분화구에서 유독가스가 분출되어 아래쪽 공기가 오염된다. → (사건3) 주인공은 신선한 공기를 찾아 절벽 아래로 대피한다. → (사건4) 화산 활동이 격해지며 뜨거운 열기가 올라온다. → (사건5) 주인공은 열기를 피해 더 높이 절벽을 오른다. → (사건6) 그런데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가파른 수직 절벽 구간에 도달한다. → ...
7. 장면의 구성
하나의 소설은 여러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면 안에는 하나의 사건 혹은 여러 사건을 넣을 수 있고, 반대로 하나의 사건을 여러 장면으로 쪼개 넣을 수 있다. 다만 아무렇게나 한 장면 안에 사건들을 우겨 넣거나, 다시 아무렇게나 한 사건을 여러 장면으로 분절내라는 건 아니다. 중요도를 따져야 한다.
작가가 집필하면서 느끼기에, 혹은 플롯상 중요하다면 하나의 사건을 둘 이상의 장면으로 쪼개서라도 그 중요한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집필해야 하니 여러 장면으로 나눌 수 있다. 혹은 흐름이 빨라야 한다면 한 장면 안에 여러 사건을 넣을 수 있다.
8. 장면의 생략
전개 단계는 수많은 사건의 집합체이며, 긴장감과 갈등이 지속적으로 치솟아야 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주인공을 시작으로 적대자와 여러 사건을 얽히는 식으로 이야기(전개 단계)가 진행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도식(Plot outline)에 어긋나는, 혹은 긴장감을 저해하는 장면은 아예 삭제(생략)가 가능하다. 영화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를 보자.
- (발단) 간달프로부터 반지를 가지고 샤이어를 떠나 일단 여관에서 만나자는 임무를 받는다.
- (전개) 반지를 가지고 샤이어를 나선다. → 반지 원령이 나타난다. → 나무 밑에 숨어 겨우 흑기사(반지의 원령)을 따돌린다. → 그런데 밤이 되자마자 흑기사가 숲을 포위한다. → 그래서 흑기사를 피해 도망쳐 배를 타고 도망친다. → 악천우가 쏟아진다. → 그래서 얼른 목적지(여관)에 도착한다. → 그런데 간달프가 없다. → 그래서 여관에서 자리를 잡고 기다린다. → 그런데 실수로 반지를 낀다. → 스트라이더(아라곤)가 사람들의 이목으로부터 구한다. → 반지의 원령이 여관에 쳐들어와...
3.4. 위기(危機, Crisis/Climax)
위기 단계는 이야기의 반전으로 새로운 사태가 발생하고, 갈등이 한층 심화되는 과정이다. 이 단계는 극적인 전환을 가져오며, 주인공의 상황을 또 다른 국면으로 이끈다. 이야기의 반전이란 지금까지 진행되오던 상황이 전혀 다른 국면으로 뒤집힌 흐름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동료라고 믿었던 파트너가 배신해서 주인공을 함정에 빠트리는 클리셰가 있다.1. 새로운 사태
새로운 사태란 두 번째 변곡점으로 더 강력한 문제의 발생을 의미한다. 전개 단계 내내 주인공이 갈등을 벌였으니, 이제 온전히 초목표를 달성하는 줄 알았는데, 아예 초목표의 달성을 실패시키는, 한층 더 강력한 문제가 일어난 것이다. 이를 '사태'라고 한다. 그래서 주인공은 이 새로운 사태에도 맞서서 사건을 벌이지만, 전개 단계와 마찬가지로 결국 대립자의 방해로 패배를 맛보며 단계가 마무리된다. 이는 절정 단계로 밀어 붙이는 또 다른 압력으로 작용한다.
위기 단계에서 발생한 새로운 사태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전개 단계의 사건이 주인공을 초목표 달성의 실패로 몰아넣는 단초였다면, 위기 단계의 사건은 이를 넘어서, 이 실패를 해결하는 것조차 다시 실패시키는 쪽으로 몰아넣는 중대한 상황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이 위기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격렬하게 맞서지만, 전개 단계와 달리, 거듭되는 갈등 끝에 맞이한 마무리는 결국 대립자를 처리한 상황이 아니라, 다시 대립자로부터 방해를 받는 모습으로 패배를 당하게 된다.
2. 갈등의 심화
위기 단계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새로운 사태가 일어나서 → 주인공이 맞선다. → 사태를 저지른 대립자가 나서서 주인공을 방해한다. → ...(반복)... → 더욱 강력한 대립자가 주인공을 방해한다(패배한다). → 그리하여 주인공은 좌절하며, 동시에 해결의 실마리를 얻게 된다.
가령 마블 영화 어벤져스 1편을 보자. 전개 단계의 마지막으로 로키가 헐크에게 최면을 걸었다. 그리고 위기 단계에선 그로 인해 헐크가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고, 수많은 어벤져스 멤버가 맞서 싸우지만 결국 그들은 모두 쓰러지고 만다.
3. 위기 단계의 특징
- 새로운 국면: 이야기의 두 번째 변곡점인 새로운 사태가 나타난다.
- 주인공의 더욱 심화된 갈등: 전개 단계가 여러 대립자를 거치며 여러 갈등을 벌이는 단계라면, 위기 단계는 주로 하나의 대립자(새로운 사태)에 집중하는 갈등을 벌인다.
- 위기 단계의 마무리: 대립자의 방해를 극복하지 못하는 좌절의 장면으로 끝난다. 하지만 절정 단계와의 연결성을 위해, 주인공이 해결의 실마리를 어렴풋이 발견한다.
3.5. 절정(絕頂, Climax/Falling Action)
절정 단계는 이야기가 최고조에 이르는 클라이맥스로, 결말로 이어지는 분기점이다. 이 단계에서 주인공은 모든 갈등을 해소할 해결책을 깨달더니, 다시 사건을 벌이다. 그리고 이 사건 덕분에 최후의 선택을 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최후의 사건)한다. 이렇듯 절정 단계는 이야기에 극적인 완결성과 감정적 고조를 부여하며,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중요한 부분이다.1. 해결책
위기 단계의 마무리로 좌절한 주인공은 곧이어 절정 단계의 시작으로 진정한 대립자를 타파할 해결책을 깨달는다. 해결책은 보통 지금까지 겪는 사건, 사태, 갈등 등을 통해 형성된다. 해결책은 주인공에게 다시 일어설 원동력을 제공한다.
가령 마블 영화 어벤져스 1편을 보자. 위기 단계에서 로키의 이간질에 헐크는 난동을 부리고, 결국 모두 쓰러지는 장면으로 위기 단계가 마무리된다.
하지만 곧이어 절정 단계가 시작된다. 이제까지 화합하지 못했던 어벤져스 멤버들이 갑자기 일어서더니 다 함께 뉴욕으로 모인다. 힘을 합해야 승리한다는 해결책을 깨달고 이를 원동력 삼아 일어선(모인) 것이다.
영화 그래비티의 위기 단계에서 주인공은 탈출 포트를 통해 목숨을 부지했지만 연료가 없는 상황을 맞이하고 이를 극복할 수 없어 좌절한다. 하지만 곧이어 절정 단계가 시작된다. 주인공은 꿈을 통해 비상 연료를 쓸 수 있는 방법을 깨달는다. 해결책을 깨달은 것이다.
2. 최후의 갈등
해결책을 통해 일어난 주인공은 온 힘을 짜내 대결을 벌인다. 진정한 대립자에 정면으로 맞붙는 것이다. 하지만 사건을 벌일 수록 주인공은 다시 궁지에 몰린다. 모든 수(해결책)가 다 떨어져 더 이상 대립자의 반격(방해)에 맞설 수 없는 것이다.
마블 영화 어벤져스 1편의 절정 단계에서 뉴욕에 다시 모인 어벤져스 멤버들은 치타우리 군대에 맞서 싸우지만, 결국 포탈이 열리고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처지에 몰린다.
영화 그래비티에서는 주인공이 비상 연료를 점화시켜 지구에 진입하는 데 성공하지만, 물에 빠져 익사의 위험에 처한다.
3. 최후의 선택
패배에 몰린 주인공은 이제까지 경험한 모든 정보와 깨달음을 토대로, 지금까지의 일어난 모든 상황(사건, 사태, 갈등 등)을 아예 모두 해결할 최후의 선택을 한다. 그리고 이 최후의 선택을 구체적으로 실행한다. 즉 최후의 사건을 벌인다.
마블 영화 어벤져스 1편의 절정 단계에서 열심히 싸웠지만 결국 포탈까지 열려서 동료들과 함께 궁지에 처한 아이언맨은 자신이 희생하기로 선택하고 핵 미사일을 조종해 함께 포탈로 들어간다. 그리고 핵 미사일을 우주에서 터트리며, 무사히 포탈을 통해 지구로 귀환하는 데에 성공한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주인공은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물 밖으로 나오는 데에 성공한다.
물론 이 최후의 선택(과 최후의 사건)은 주인공만 하지 않는다. 흔히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전쟁 장르에서 주인공이 수세에 몰릴 때 잊고 있던 아군 세력이 나타나 주인공을 도와주는 상황이 바로 주인공 외의 다른 인물이 벌인 최후의 선택과 사건이다. 그리고 보통 주인공은 이 아군 세력의 도움으로 자신의 최후의 선택을 실행한다.
절정 단계 설계 시 유념할 점
1) 도식화
- 절정 단계의 흐름을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이 해결책을 극적으로 깨달는다. → 그래서 주인공은 이를 원동력 삼고 다시 일어나 대립자에게 모든 것을 건 반격(전투)을 벌인다. → 그러니 이 진정한 대립자도 주인공에게 맞서 온 힘을 다해 반격해서 주인공은 결국 대립자의 반격을 이기지 못하게 된다. 궁지에 몰린 것이다. → 하지만 곧이어 주인공은 최후의 선택을 결심한다. 그리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한다.
2) 감정적 고조
- 절정 단계는 독자에게 가장 강렬한 감정을 전달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긴장감과 몰입도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 예: 주인공이 모든 것을 걸고 싸우며 한계에 도달하는 모습
3) 주제와 일관성 유지
- 주인공의 행동과 선택은 이야기의 주제와 부합해야 한다. 선한 이야기는 선한 방식으로, 인간의 어두운 면을 탐구하는 이야기는 추악한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
- 예: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주인공이 자신을 희생하거나 선한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 반대로 인간 본성을 비판하려면 주인공이 타인을 희생시키거나 비윤리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은 모든 문제, 즉 최후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결국 타인을 희생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의 행동이 선하거나 악한 선택이 되더라도, 이는 이야기의 주제와 부합해야 한다.
- 절충적 접근에서는: 주인공의 행동이 선과 악 사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 이야기는 "과연 이것이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다.
- 예: 희망적인 이야기라면 선한 행동으로 마무리되고, 어두운 이야기는 윤리적 딜레마를 남길 수 있다.
4) 개연성과 논리적 완결성:
- 반드시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논리적으로 도출되어야 한다. 지나치게 우연적이거나 갑작스러운 선택은 이야기를 설득력 없게 만들며, 흔히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 예: 주인공이 이전에 겪었던 사건이나 갈등에서 얻은 단서나 교훈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발견하는 방식이 가장 좋다.
3.6. 결말(結末, Conclusion/Resolution/Denouement)
결말은 이야기의 최종 결과로, 주인공이 절정 단계에서 실행한 최후의 선택에 의해 정말 모든 것(사태, 갈등)이 해결되는지를 보여주고 주인공의 운명을 결정짓는 단계다. 또한 이 단계는 초목표 달성 여부와 함께, 이야기 전체를 마무리하며 독자에게 여운을 남기는 역할을 한다.1. 결말의 역할
1) 갈등과 사태의 해소:
- 결말은 이야기 속에서 제기된 사태(문제)와 모든 갈등이 해결되었는지를 보여준다.
- 그리하여 주인공이 초목표를 달성했는지(문제 해결), 또는 실패했는지를 명확히 드러낸다.
- 주인공이 최후의 행동으로 인해 최종적인 결과가 결정된다.
- 이는 단순히 초목표 달성 여부뿐만 아니라,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 변화, 세계의 상태 등 다양한 측면에서 나타날 수 있다.
- 결말은 독자가 이야기의 결과를 납득할 수 있도록 논리적이고 개연성 있게 설계되어야 한다.
- 주제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독자에게 감정적 여운을 남긴다.
2. 결말의 유형
결말은 갈등 해소와 주인공의 성취 여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뉜다
1) 해피 엔딩
- 문제와 모든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으로, 주인공이 초목표를 달성하며 긍정적인 결과를 맞이한다.
- 예: 사랑하는 사람과 재회하거나, 악당을 물리치고 평화를 되찾는 이야기.
- 결국 문제의 해결을 실패하는 것으로 초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 예: 대립자나 사태가 다시 일어나고, 결국 구하려던 세계가 멸망을 맞이한 경우.
- 주인공이 초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성공은 했지만, 주변의 인간 관계가 망가진 경우다.
- 예: 악당을 무찔렀지만, 연인이 주인공의 무서운 면모 때문에 떠난 경우,
- 이야기의 결과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독자의 상상에 맡겨지는 형태.
- 예: 주인공이 초목표를 달성했지만, 이에 따른 인간 관계에 대한 소식은 물론, 주인공의 삶조차 언급 없이 끝나는 경우.
3. 결말 설계 시 유념할 점
1) 논리적 완결성
- 결말은 이야기 내에서 제기된 모든 떡밥과 사건을 논리적으로 회수해야 한다.
- 애매한 부분이나 설명되지 않은 요소가 남아 있다면 독자는 불만족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 "결말이 주인공의 욕망과 관계가 있었는가? 얼마나 효과적이었는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애매한 부분은 없었나? 작품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를 잘 표현했는가?
- 결말은 작품 전체에서 나타내고자 했던 주제를 명확히 드러내야 한다.
- 예: 희망을 주제로 한 작품이라면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작품이라면 복잡한 딜레마를 남길 수 있다.
- 인기 있는 작품일수록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므로, 결말에서 전달되는 메시지가 사회적 맥락에서 어떻게 해석될지를 고려해야 한다.
- 이는 작품 외적인 면에서 더욱 중요한데, 인기 있는 작품일수록 사회에 끼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악한 수단을 썼는데 행복해졌다'처럼 사회를 직접적으로 건드릴 만한 이야기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 예: 영화 《시계 태엽 오렌지》나 《조커(2019)》처럼 모방범죄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야기라면 더 신중한 설계가 필요하다.
4. 영미권과의 비교
한국의 플롯 단계는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로 나뉘며, 이는 영미권의 Exposition, Inciting Incident, Rising Action, Climax, Falling Action, Conclusion과 유사하다. 각 단계는 다음과 같이 대응된다.- Exposition: 발단
- Inciting Incident: 발단 사건
- Rising Action: 전개
- Climax: 절정
- Falling Action: 전환
- Conclusion: 결말
1. 단계별 비교
1) Exposition (발단 단계)
- 한국과 영미권 모두 이야기의 시작으로, 인물과 배경을 소개하며 독자를 서사의 세계로 이끈다.
- 한국에서는 사건의 실마리를 발단 단계에 포함하며, 이는 앞으로 일어날 사건의 암시나 복선으로 처리한다.
- 영미권에서는 Inciting Incident를 Exposition과 Rising Action을 연결하는 분기점으로 여기지만, 때론 Exposition의 가장 처음이나 가장 마지막을 장식하는 발단 사건으로 여긴다.
- 한국과 영미권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본격적으로 사건을 벌이는 단계다.
- 한국에서는 위기 단계를 별도로 설정하여 갈등이 고조하는 과정을 강조한다.
- 영미권에서는 위기 단계를 Rising Action의 일부로 포함시키며 별도로 분리하지 않는다.
- 이야기에서 갈등이 극(좌절)에 달하며 주인공이 해결책을 얻는 단계다.
- 한국과 영미권 모두 Climax에서 이야기가 극적인 전환점을 맞이하며 결말로 이어진다.
- 영미권에서는 Climax 이후 결말로 향하는 해결의 과정을 Falling Action으로 구분하여 정리한다.
- 한국에서는 절정 단계에 Falling Action을 포함한다.
- 양쪽 모두 이야기의 마무리 단계로, 모든 갈등과 사태가 해결되었는지 보여주고 주인공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2. 3막 구조와의 차이
영미권의 3막 구조와 한국 플롯 구조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 1막 (Exposition + Inciting Incident)
- 한국과 영미권에서는 1막에서 인물과 배경을 소개하고 사건의 실마리(Inciting Incident)를 통해 이야기를 설명한다.
- 2막 (Rising Action + Climax)
- 영미권에서는 2막이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전개 단계(Rising Action)와 최고조(Climax)를 포함한다.
- 한국에서는 전개와 위기 단계를 통해 갈등을 점진적으로 심화킨다.
- 3막 (Falling Action + Conclusion)
- 영미권에서는 Climax 이후 Falling Action을 통해 Conclusion으로 향한다.
- 한국에서는 절정 단계와 결말 단계를 포함한다.
5. 플롯의 연결 방식
플롯은 이야기의 전개를 이끄는 구조로, 주역이나 대립자가 바뀌거나 초목표와 갈등의 성격이 달라질 때 서로 다른 플롯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메인 플롯과 서브 플롯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배열하느냐에 따라 플롯의 종류가 달라진다.플롯을 설계할 때는 캐릭터와 사건 간의 연결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여러 서브플롯이 얽힌 복합구성에서는 캐릭터들의 행적과 관계 변화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하면 캐릭터 붕괴가 발생할 수 있다. 모든 캐릭터는 가상의 배우처럼 자신의 배역에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이 역할에 만족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독자도 만족할 것이다.
1) 단일구성
한 가지 주제와 한 명의 주인공이 하나의 중심 갈등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으로 단순하고 직선적인 서사다. 대립자와 엎치락뒤치락하며 여러 사건을 벌일 수 있지만, 내용이 짧은 만큼 내적 갈등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소설 운수 좋은 날이 대표적이다.
2) 복합구성
주인공 외에도 여러 주연급 캐릭터가 각자의 초목표를 일으키기 위해 복잡한 갈등 관계를 형성하고, 그만큼 다양하게 여러 사건을 일으키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다. 장편 소설이나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며, 각 캐릭터의 서사가 얽히고설킨다.
예를 들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권선징악이라는 대주제를 공유하면서도 각 히어로가 독립된 이야기를 가진 솔로 무비와 팀업 무비로 구성된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발단~결말의 5막 구조를 팀업 무비로 나누어 전개하며, 솔로 무비들은 각 히어로의 개별 서사를 구축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같은 복합구성은 권선징악이라는 대주제만 동일하고 각 편마다 다른 주역과 적의 갈등을 다루는 복합플롯이다. 케빈 파이기가 초를 잡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인피니티 사가를 구성하는 영화들은 많지만, 큰 틀에서 보면 어벤져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에 해당하는 팀업 무비이고 나머지 영화는 주조역 히어로 개개인의 내러티브를 만드는 솔로 무비 형태다. 어벤져스(영화) 이전까지의 솔로 무비들을 통해 소개된 히어로들끼리 어벤져스라는 명칭 하에 동맹을 맺는 것이 발단이 되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해결하면서 히어로들의 팀워크가 공고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되다가, 히어로들 간의 자중지란이 벌어지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발발하면서 위기를 맞이하고, 상황이 악화될 대로 악화되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라는 절정[2]최악의 사태를 맞이한다는 점에서도 "절정"이라고 볼 수 있다.]-다시 말해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지만, 결국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여러 과정을 거쳐 굿 엔딩으로 결말을 내는 흐름.
그리고 인피니트 사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엔드게임은 이후 사가를 진행하기 위한 새로운 발단이 된다. 승리의 비결을 얻기 위해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났더니 그 시점의 로키가 탈주하면서 새로운 드라마의 발단으로 작용한다던가.]
3) 피카레스크식 구성
한 명의 주인공이 여러 에피소드에서 각각 다른 사건을 벌이거나 겪고, 다른 대립자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수사물이나 의학 드라마에서 자주 사용되며, 각 에피소드마다 독립적인 사건과 갈등이 있다. 한국과 달리 서구권과 일본의 소설책은 여러 권의 시리즈로 큰 흐름만 이어지고 내적으로는 갈등이 시작되고 완결되는 구조다. 대표적으로는 해리 포터 시리즈가 있다. 고전 대서사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형식으로, 각 에피소드마다 다른 강적과 대결하거나 새로운 시련을 통과해야 한다.
이러한 에피소드들을 액자식 구성 등의 방법으로 어떻게 나열하고 배열하느냐에 따라, 여기서 갈등(사건)이 달라지는 지점을 기준으로 서브플롯을 구분한다. 분량이 짧다면 하나의 에피소드로 소설의 전 영역을 커버할 수도 있으며, 이 경우에는 갈등 곡선이 단 하나의 봉우리(절정부)만을 그린다. 요즘 소설은 다중 에피소드 방식이 대세이므로 대부분의 경우 갈등 곡선은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상승하는 산맥 모양을 그린다.
국내 드라마나 웹소설, 웹툰에서는 복합구성과 피카레스크를 융합시킨 변형 복합플롯을 사용하기도 한다. 기존 복합플롯에서 주역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느라 주인공과 다소 떨어져 있는 반면, 한국식 복합플롯에선 주인공이 다른 주역의 스토리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전체 갈등을 이끌어 나간다.
4) 옴니버스식 구성
각 에피소드마다 주제와 주인공이 다르며, 세계관이나 배경만 공유하는 방식이다. 개그물이나 호러물에서 자주 사용되며, 에피소드 간 연결성이 약한 독립적인 이야기들로 이루어진다.
5) 액자식 구성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과거 이야기를 삽입하거나, 여러 에피소드를 중심 이야기의 발단~결말에 대응하도록 배열한다. 각 에피소드도 발단~결말 구조를 따르며 독립적으로 완결성을 가진다.
6. 글쓰기 조언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에피소드의 나열과 배열은 캐릭터들의 행적과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으면 캐릭터 붕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본문에서 언급한 '사건-캐릭터 네트워크'를 참고하며 복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이 복잡하고 귀찮게 느껴진다면, 한 가지 원칙만 기억하자. 소설은 치밀하게 계획된 연극 무대와 같으며, 모든 캐릭터는 배우처럼 각자 맡은 역할이 있다.작가는 대본 작가처럼 캐릭터(배우)를 설득해야 한다. 대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배우가 출연을 거부하듯, 소설 속 주인공과 캐릭터들도 자신의 배역에 납득해야 한다. "당신의 소설 속 캐스팅된 모든 가상의 배우가 자기 배역에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그렇다"는 대답이 나온다면, 독자들도 그 이야기에 만족할 것이다.
초보 작가들에게는 에필로그와 시놉시스를 먼저 작성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이는 주제를 잡기 위해서인데, 여기서 말하는 에필로그는 5막 구조에서 결말부에 해당한다. 즉, 플롯을 작성할 때의 순서는 프롤로그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에필로그를 먼저 작성해 이야기의 결말과 주제를 정하고, 클라이맥스를 통해 주인공의 최종 성장 순간을 설계한 뒤, 프롤로그에서 주인공의 시작 상태를 설정한다. 마지막으로 시작 상태에서 최종 성장까지의 여정을 설계하면 된다.에필로그, 클라이맥스, 프롤로그를 요약한 것이 바로 시놉시스다. 시놉시스와 영화의 티저 예고편은 전혀 다른 것이다. 티저 예고편은 도입부와 클라이맥스만 보여주고 결말은 숨기지만, 시놉시스는 모든 스포일러를 포함해 결말까지 명확히 서술해야 한다. 주제가 목적지라면 시놉시스는 여행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용어를 풀어서 설명하자면, 소설의 목적지를 정하고(에필로그), 주인공의 최종 성장을 정하고(클라이맥스), 주인공의 시작 상태를 정하고(프롤로그), 그리고 시작 상태에서 최종 성장까지의 여정을 정하라는 것이다. 반대로 하면 결말을 찾지 못해 방황하게 된다. 픽사의 "스토리텔링을 위한 22가지 법칙" 중 7번에서도 이를 강조하며, 결말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소설 작법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논리적 완결성과 독자의 납득이다. 결말이 주인공의 욕망과 관계가 있었는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애매한 부분은 없었는지 점검해야 한다. 작품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를 잘 표현했는지도 중요하다. 특히 인기 있는 작품일수록 사회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악한 수단으로 행복해지는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영화 《조커(2019)》처럼 모방범죄까지 우려되는 전개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결국 소설은 치밀하게 계획된 연극 무대와 같다. 작가는 모든 캐릭터와 사건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독자가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소설작법에 번역된 '픽사의 스토리텔링을 위한 22가지 법칙들'의 7번을 참고할 것.
[1] 살인사건이라고도 해도 되지만, 용어상 혼동할 수 있기 때문에.[2] 정확히 말하면 닥터 스트레인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블랙 팬서 같은 히어로들이 합류하면서 대단원에 가까워지는 분위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도 절정이라고 볼 수 있고, 소설의 구성단계라는 관점에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