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MEMORIES(メモリーズ)옴니버스 형식으로 세 편의 이야기를 담은 STUDIO4℃에서 제작된 극장용 일본 애니메이션. 1995년 말에 개봉했다. 오토모 카츠히로가 제작 총지휘를 맡았고, 이 때문에 AKIRA 이후 긴 공백을 깨고 오토모 카츠히로가 애니메이션 판에 돌아왔다며 개봉 당시 화제를 불렀다.
한국에선 1997년 7월 29일 애니 엑스포라는 행사에서 자막으로 유료 상영했다. 일단 전연령 관람가로 상영했기에 온가족이 모두 와서 보았는데 최취병기가 가장 인기를 많이 차지했다고. 2012년 12월 13일에 CGV 구로에서 약 1주일간 무비꼴라쥬 행사로 단관개봉했다.
오토모 카츠히로 감독은 뛰어난 영상 표현력을 가졌으나 아방가르드 연출을 좋아하고 난해한 작품이 많아서 취향이 갈리기도 하는데 이 작품은 그의 작품 중에서도 상당히 이해하기 편한 축에 속한다.
트레일러
2. 에피소드
2.1. 그녀의 추억
EPISODE. 1 MAGNETIC ROSE 彼女の思い出감독 모리모토 코지. 설정 및 각본 곤 사토시. 캐릭터 디자인 및 작화감독 이노우에 토시유키. 음악 칸노 요코.
메모리즈의 제일 처음에 등장하는 에피소드. 오토모 카츠히로의 단편 만화가 원작으로 고철 수집을 하며 떠돌던 우주선 코로나가 어느날 구조 신호를 포착해 신호의 위치를 찾다 거대한 구조물을 발견하고 거기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러 뮤직비디오에서 음악과 연계된 연출을 잘 보여준 모리모토 코지답게 여러 오페라 곡들과 연계된 멋드러진 연출이 가득한 한편 인간의 애정과 집착이 만들어내는 허무함을 담고 있는 에피소드. 에피소드 내내 오페라(푸치니의 나비부인)가 끊어지지 않고 흘러나온다.
작품 속 로코코 스타일의 분위기와 몽환적인 호러 로맨스의 스토리를 비롯하여 전반적으로 잔혹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느낌이 존재한다. 정확히는, 만약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마녀가 동일인물이면 어떻게 될지라고 봐도 될 듯 싶다.
원화 스태프로는 오키우라 히로유키, 아라이 코이치, 하마스 히데키, 키무라 타카히로, 안도 마사히로(安藤真裕), 요시다 토오루, 무라키 야스시, 토쿠라 노리모토, 모리타 히로유키, 나카야마 카츠이치, 에구치 히사시, 사사키 마모루, 토마루 타츠야, 후쿠시마 아츠코 등이 참여했다.
곤 사토시는 설정과 각본으로만 크레딧 되었으나 조난선의 작화도 했다고 한다. #
2.1.1. 등장인물
- 하인즈 - 성우: 이소베 츠토무 / 마크 스윈트
미국인으로, 폐우주선을 채집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아이와 아내, 안락한 가정을 가진 가장으로서 딸을 몹시 사랑했으나 딸이 사고로 죽자 그 트라우마로 힘든 상태이다. 책임감이 강하고 강직한 품성을 지니고 있으며, 에바의 유혹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 에바 - 성우: 타카시마 가라 / 로라 포스트
오래전 죽은 오페라 가수로 폐우주선의 주인이다. 오페라 가수로 높은 명예를 지니고 있었고, 애인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던 즈음 애인이 사망하는 비운을 겪는다.
2.1.2. 줄거리
서기 2090년대 코로나라는 우주선이 보이저 2호를 폭파한 뒤 떠난다.[1] 이 우주선과 우주비행사들은 우주를 떠도는 고철위성과 우주선들을 뜯어내 돈이 될만한 건 파는 소위 우주 고물상들이었다. 귀환하던 도중 4명의 우주청소부, 하인츠(ハインツ Heintz), 아오시마(青島), 미겔(ミゲル Miguel), 이바노프(イワノフ Иванов)는 SOS 구조신호를 받게 되는데 신호는 특이하게도 어느 소프라노가 푸치니의 나비부인을 독창하는 내용이 담겨져있었다. 우주청소부들은 구조를 위해 신호가 발신하는 곳으로 떠나게 된다. 도착한 곳은 고철들을 모아 거대한 장미형태로 만든 인공행성. 구조를 위해 안으로 진입했지만 사람은 없고, 야외 풍경을 묘사한 홀로그램 사진, 겉만 그럴 듯하게 만들어진 식사테이블과 천사모양의 안내 로봇이 몇 기 있을 뿐. 수색도중 토스카 노래가 흘러나오는 분장실에서 인공행성의 주인이 80년 전 사망한 유명 오페라 가수 '에바 프리델(エヴァ・フリーデル Eva Friedel)'이란 것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 후부터 수색에 들어간 미겔과 하인츠에게 괴기스러운 일이 생겨나는데...사실 이 인공행성은 세이렌처럼 그동안 많은 우주 비행사들을 희생시켜온 곳이었다. 오페라 가수로서 수명이 다한 에바는 자신의 약혼자였던 카를로가 배신하고 떠나갈까 두려운 나머지 그를 살해하고 인공행성에 틀어박혀 줄곧 사랑을 속삭이던 추억과 가상현실 속에만 머물러 살다가 여생을 마치고 아예 시스템과 동기화되어 망령처럼 떠돌게 됐다. 이 가상현실 시스템은, 인공행성에 들어온 사람들의 마음까지 스캔하여 가상현실 화상으로 투영해 보여주며[2] 정신을 파고들었다.
자세하게 묘사되어있진 않지만, 하인츠는 우주에 나오기 불과 며칠~몇개월 전에 딸을 잃었다.[3] 전부터 아빠인 하인츠를 잘 따르던 딸 에밀리(エミリィ Emily)는 우주복 타입의 아동복을 선물받고 같이 우주에 나갈 수 있다고 기뻐했는데, 하인츠가 풍향계를 고치러 갔을 때 지붕 위로 따라올라가다가 실족사 하였다. 하인츠는 내내 후회하고 괴로워했고, 그 역시 장미행성의 가상현실 시스템에 영영 갇힐 뻔한다. 그러나 자신이 떨어뜨린 가족사진을 보고 아픈 현실을 깨닫고 에바의 손을 뿌리치게 되지만...
짧은 단편에 모든 내용을 담으려다보니 하인츠 캐릭터에 대한 묘사와 대립구도를 제대로 담지 못했지만[4], 작중에서 하인츠는 에바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인물이다. 에바는 좋았던 추억에서만 살고자 하며 현실에서 등을 돌린 반면, 하인츠는 아프고 괴롭지만 현실을 살며 추억을 도피처로 삼지 않았다.
2.2. 최취병기(最臭兵器)
EPISODE. 2 STINK BOMB감독 오카무라 텐사이. 각본 오토모 카츠히로.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은 카와사키 히로츠구. 메카닉 작화감독 나카 모리후미. 음악 미야케 준.
메모리즈의 두 번째 에피소드로, 우연히 생물재해에 휘말린 고문관 기질의 연구원이 만들어 내는 희대의 블랙 코미디. 제목부터 최종병기(最終兵器)[5]의 말장난. 뭔가 안 어울려서 더욱 화끈한 맛이 나는 액션 장면들과 파국으로 흐르면 흐를수록 사람 배꼽을 흔드는 개그가 어우러진 이야기.
오토모 카츠히로는 원래 미궁 이야기 때 같이 일한 카와지리 요시아키에게 이 이야기의 감독을 의뢰할 생각이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카와지리의 제자인 오카무라 텐사이가 대신 감독을 맡았다. 오토모 카츠히로는 오카무라 텐사이의 연출을 보고 "이놈은 극장판이 아니라 TV판 연출을 한다.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 라고 하면서 자르려고 했는데 카와지리가 내가 도와주면서 할 테니까 제발 써보라고 했다고 한다. 카와지리가 연출, 작화 등을 다방면으로 도와줘서 완성했다고 한다.
원화 스태프로는 카와지리 요시아키, 히시누마 요시히토, 미하라 미치오, 코이케 타케시, 마츠모토 노리오, 타카하시 신야, 카와모토 토시히로, 무라키 야스시, 하시모토 타카시, 오키우라 히로유키, 미노와 유타카, 후지타 시게루, 후타무라 히데키 등이 참여했다.
주인공인 다나카 노부오(田中信男)의 성우는 호리 히데유키.
2.2.1. 등장인물
- 다나카 노부오 - 성우: 호리 히데유키 / 스테판 푸
제약회사의 말단 연구원. 심한 독감에 걸려 고생하다 주위 연구원의 권유로 소장 책상에 있는 샘플 약을 복용한 후 일본 열도를 뒤흔드는 사건의 주인공이 된다.
- 나라사키 코이치 - 성우: 하자마 미치오
제약회사의 신약 개발 국장. 다나카에게 연구소 직원들의 참변을 전해 듣고 그에게 샘플 약을 도쿄로 극비리에 가져올 것을 명한다.
- 본부장 - 성우: 오오츠카 치카오
긴급사태 대책 본부장. 나라사키로부터 사태를 보고받고 대책본부의 본부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2.2.2. 줄거리
니시비시 제약회사라는 대기업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다나카 노부오(田中信男)는 좀처럼 낫지 않는 독감으로 고생한다.[6] 그는 서류 보고 하기 위해 연구소장 오마에다(大前田)의 사무실 안에 들어갔지만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무실 안에 들어가 살펴보다가 우연히 책상 위에 올려진 한 파란색 병에 담겨진 붉은 캡슐약을 발견한다. 다나카는 동료들이 말한 신형 해열제 시약이 붉은색 캡슐이니까 그걸 먹으라는 말을 생각난다. 그러나 사실 동료들이 말한 시약은 붉은 케이스에 든 파란색 캡슐. 바로 옆에 있는 걸 헷갈린 노부오가 정반대의 푸른 병에 든 붉은 캡슐을 집어먹는다. 먹고 왠지 모르게 졸려서 회의실에 앉아 잠들었는데 그 사이 오마에다 소장이 혼비백산한 상태로 연구원들에게 "누가 내 소장실로 들어와 멋대로 캡슐약을 먹었나"며 소동을 부린다. 노부오 이름을 듣고 그를 찾으러 가는데 "그가 먹은 건 해열제 아닌가요?"라는 연구원 말에 "누가 해열제라고 했어!"라고 나간 오마에다 소장. 그리고, 그 뒤에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해 다들 "이 냄새는 뭐지?"라고 이상해한다....
한편 노부오는 잠이 깨서 일어나 보니 하루가 지난 다음이었다. 그동안 누구도 자길 깨우지 않은 게 이상해 나가보니 자신을 제외한 연구소의 모든 직원들과 실험용 쥐들이 떼죽음당해 있었다. 충격에 빠진 노부오는 구급차와 경찰을 부르고 소장실로 가 죽은 소장과 꺼진 방균경보 스위치를 발견하고 누르자, 경고음과 안내 방송이 나오고 방호벽들이 복도를 차단하였고 대형 스크린이 켜지면서 여러 기업고위간부들의 다급한 목소리와 행동들이 비추어진 후 한 안경 쓴 중년남자가 대형 스크린에 나타나 연구소장을 부르지만 화면에 나타난 노부오를 보고 '자네는 누군가?' 라고 말한 후 소장을 부르라며 호통을 친다. 그러나 CCTV 영상으로 노부오를 제외한 쓰러진 시체들을 보고 당황한 나머지 노부오에게 상황보고를 들으려고 했지만 자다가 깨어난 노부오는 자기도 어떻게 된 일인지를 잘 모른다고 하자, 이미 죽은 소장을 깨우라며 노부오에게 명령한다. 하지만 노부오는 모두 다 깨어나지 않는다고 말하자, 남성은 한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고민에 빠지지만 노부오가 구급차와 경찰에 연락했다고 하자, 남성은 놀라더니 노부오에게 멍청이라고 호통친 뒤, 잠깐 기다리며 자리에서 일어나지만 누군가로부터 보고를 받은 후 노부오에게 자신은 니라사키 쿄이치(韮崎キョウイチ) 신약 개발 국장이라며 다나카 자신이 복용한 약과 서류를 챙겨 도쿄의 본사로 가져오라고 한다.
노부오는 서둘러 서류가방에 시약과 서류를 챙기고 연구소에서 빠져 나와보니 새와 같은 동물들과 차량에 탄 사람들도 죽어있었으나 식물들은 겨울임에도 해바라기, 벚꽃들이 만개한 모습이 펄쳐젔다.[7] 한편 원인불명의 독가스 사태로 연구소가 위치한 고후 지역이 원인불명 독가스 사태로 인해 난장판이 되었고 고후시를 통하는 도로(츄오자동차도 中央自動車道)마다 피난민들이 매우자 일본 정부와 자위대, 주일미군은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니시비시 제약회사 이사와 니라사키 쿄이치를 부른다. 한편 방송국 헬기들은 고후 시내 상공에서 꽃들은 전부 만개하였지만 정작 사람과 동물들은 전부 죽은 걸 보고 경악하던 중 야마나시 문화회관(山梨文化会館) 건물 옥상에서 야마나시 현 깃발을 휘날리는 다나카를 발견, 타고 있던 기자(리포터 レポーター)는 보도국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구조를 강행, 다나카에게 가보지만 촬영기사와 함께 호흡곤란으로 끔살한다.
이처럼 방독면도 노부오의 몸에서 나는 가스에 전혀 효과가 없다. 방독면을 쓰고 무려 지상 300미터 하늘 위로 가야지 겨우 견딜 지경이지만 이마저도 눈물이 마구 나면서 오래 견디기 힘들 지경. 다른 방송국 헬리콥터가 이렇게 멀리서 취재하는데도 헬리콥터에 탄 기자와 조종사 모두 냄새 때문에 못 견디겠다고 보도할 정도였다.
이때 방위청 통합막료회의장에서 자위대의 수뇌진[8]들은 사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려고 카마다(鎌田) 니시비시 제약회사 이사를 추궁한다. 이사에 따르면 본래 평화유지군을 위해 대생화학전용 병기를 개발하는 도중 다나카가 일하던 연구소 소장 오마에다가 우연히 초강력 화학물질을 만들었다고 진술하고 통합막료의장과 자위대 간부(장교)들은 독가스의 진원지가 이동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는다. 통합막료의장은 이 독가스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중화제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하자 이사와 니라사키는 생존 연구원인 다나카가 도쿄로 이동중이라고 답변한다.
그러자, 막료장이 어이없어하며 "현장에 생존자가 있다고? 그게 말이 된다고 보나?"라는 말을 하자, 그말에 제약회사 두 간부는 입을 벌리며 경악을 금치못한다. 즉효 100% 생물을 죽이는 독가스 현장에 다나카 홀로 살아있는게 말이 안되는 것. 그렇다면 바로 다나카가 시약을 먹었다는 걸 알 조사해본 결과, 그가 감기몸살에 걸려 여러 약을 이미 먹은 상태에서 새로 먹은 시약이 합쳐지면서 전혀 예상못한 독가스가 나와버리는 생체무기가 되어버림을 알게 된다. 이 보고에 자위대 수뇌진들이 그럼 노부오를 죽이면 끝이 아니냐고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주일미군 대표로 온 흑인 대령이 결사반대한다. 이 연구에 미국도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개발도 같이 했는데 일본 홀로 멋대로 하면 안 된다는 것. 하지만 막료의장은 이대로 가면 일본이 무너진다고 그 주일 미군 사령관을 무시하듯이 명령을 내려 황급히 도쿄와 그 근교에 있는 사람들을 소개령을 내리고 육상자위대 UH-1H, OH-6D 헬기에 태운 노부오의 혈육(할머니 ばっちゃん)[9]을 이용하여 방심한 틈을 타 저격하여 간단하게 제거하려고 하였지만 실패한다. 저격수도 눈물을 흘리면서 도저히 눈을 뜰 수 없기에 사격으로 죽이는 건 무리였고 조종사도 눈물을 퍼부으며 "더는 무립니다! 이대로 있다간 우리도 추락하여 다 죽습니다...그러니 철수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그 자리에서 물러났고 거기 탄 자위대 간부(장교)도 눈물을 퍼부으며 "젠장!"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노부오는 배달용 혼다 커브 오토바이를 타며 이상하게 여기는데 곧 미사일이 수두룩하게 투하된다. 바로 자위대가 엄청나게 출동해 F-15J, F-4EJ 改, 90식 전차, 74식 전차, 87식 자주고사기관포, 88식 지대함 미사일, 81식 단거리 지대공유도탄, 89식 장갑전투차, 87식 정찰경계차, AH-1S, 75식 130mm 자주 다연장 로켓탄 발사기, 75식 자주 풍향 • 풍속 측정장치, 73식 소형트럭, 토요타 73식 중형트럭, 타카츠키급 호위함, 아사기리급 호위함, S-62, SH-60 등 자위대의 육해공 장비를 총동원해 미사일과 포탄을 마구 퍼붓기 시작한다.
당연히 다나카는 비명을 지르지만, 독가스를 뿜는 몸에서 감정이나 섭취하는 음식물에 따라 성질이 변화하는 점(독가스에서 발생한 정체불명의 재밍현상과 비슷한 초능력) 때문에 실패하였다. 수많은 미사일은 엉뚱한 곳으로 빗나가 그가 지나온 거리를 불바다로 만들 뿐이었다. 오히려 자위대 90식 전차부대는 이 현상으로 인해 조종도 불가능해 들이박으며 서로 주포를 쏴대 싸그리 팀킬당하고, 미사일과 로켓탄도 멋대로 날아가 아군을 날려버리면서 자위대 부대가 차례로 전멸당하기에 이른다. 나중에는 경악한 자위대 통합막료의장(한국으로 치자면 합동참모의장)[10]에게 자위대 대부분 장비를 잃었다는 보고가 올라온다. 그리고 동경에서는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차도 버리고 앞다퉈 마구 달아나면서 도시 교통에서 치안도 엉망이 되어버린 상태였다. 갈수록 노부오의 몸에서 나는 독가스로 인한 재밍현상(초능력)은 심해져서 하늘 높이 뜬 자위대 전투기조차 고장나버리기 시작한다. 이젠 막료장에게 일본 총리가 유엔군에 국제 물품 및 군사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연락까지 할 지경이었다.
막료의장은 착잡한 얼굴로 총리에게 받은 전화를 끊고 그 자리에 있던 쿄이치 국장이나 회장에게 "자네들도 대피하라"고 한다. "그럼 막료의장님은요?"라는 말에 "내가 명색이 자위대 최종명령권자인데 달아날 수 없다"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데 여태껏 말없이 보기만 하던 주일미군 대령이 그럼 우리가 나설 차례라고 비웃듯이 말하기 시작한다. 바로 미군 측은 미 해병대원 넷을 NASA에서 개발한 신형 우주복[11]을 입혀, 귀한 연구 자료로 가치가 있어 그를 생포하기로 했다. 이때, 자위대가 노부오를 코보도케 터널(小仏トンネル)로 유인시켜 한쪽 입구를 폭약으로 봉쇄시켰지만, 독가스에서 발생한 자기장 폭풍 때문에 생포하는 것에 애를 많이 먹이면서 노부오를 산 채로 얼려버릴 예정이었는데, 난데없이 주일미군(미 해군) CH-53 헬리콥터가 나타나 미군 몇명이 멋대로 터널 안으로 들어간다. 거기 있던 자위대 지휘관은 놈을 함부로 자극하지 말라고 반발하지만 다른 미군이 가져온 명령서를 보곤 분통터지듯이 그 서류를 내던지며 "좋아! 들어가서 죽든지 마음대로 해라! 대신 네놈들 장례식을 내가 꼭 보고만다!"라고 소리친다.
그리고 노부오 앞에 나타난 미군들, 놀란 노부오 몸에서 엄청난 가스가 나오고 한참 뒤에 이들이 노부오를 생포하는데 성공한다. 바깥에서 구경하던 자위대 지휘관은 "좋아, 그럼 저 스컹크놈을 어서 잡아와라!"라고 명령한다. 방위청 내에서 성공을 각축하며 신형 우주복을 입은 5명을 환영하였다. 헌데 이상한 게 1명만 나타나서 서류가방을 쿄이치 국장에게 건내준다. 아, 고맙다고 말하려는데 갑자기 우주복 헬멧에 얼굴이 드러난 건 다름 아닌 노부오였다! 충격과 공포 속에 그 자리에 있던 쿄이치 국장이나 회장이나 자위대 막료의장이나 주일미군 장교도 입벌어진 채로 굳어버리고 몇몇 자위대 간부들은 걸음아 날 살려라 그 자리에서 달아난다. 그리고, 노부오가 우주복을 벗으면서 그 자리는 독가스 투성이가 되고 누군지 모를 목소리로 "으, 냄새!"라고 소리가 나면서 끝난다.
2.3. 대포 도시
EPISODE. 3 CANNON FODDER 大砲の街메모리즈의 마지막 에피소드. 감독 및 각본 오토모 카츠히로. 캐릭터 디자인 및 작화감독 오하라 히데카즈. 음악 나가시마 히로유키.
항시 전쟁 상태에 있으면서 대포를 이용한 포격이 일상화되어 있고, 모든 집에 대포가 달려있고 남자고 여자고 하는 일은 전부 대포와 관련되어 있으며 어린이들이 받는 교육, 과학과 수학 등등도 모두 대포를 위해서 배우고, 방송에선 항상 프로파간다 방송과 대포라는 이름이 들어간 프로그램[12]만 나오고, 정작 누구와 싸우는지는 모를 도시. 그런 곳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의 하루를 그려낸 이야기.
그녀의 추억보다도 분위기나 색채가 어두우며, 작품 전반에 걸쳐 전체주의에 대한 노골적인 냉소와 풍자를 보여준다. 세계관의 특징만 빼놓고 보면 엄마에게 투정부리는 아이(少年), 잔소리를 하는 엄마(母親), 무공해와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시민운동, 수업시간에 따분해 하는 학생들, 직장에서 실수를 저질러 상사에게 혼나는 아빠(父親), 쉬는 시간에 잡담하는 아줌마들 등등 친숙하게 볼 수 있는 현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이것이 특유의 세계관과 맞물리며 분위기를 더욱 기묘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다수의 상징적인 표현들과 디젤펑크 세계관의 독특한 그림체등으로 인해 세 작품 중 가장 실험성이 강한 에피소드로, 특히 거의 완전한 롱테이크 기법을 연출했다는 점도 특징인데 시점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원화 애니메이터로는 아라이 코이치, 이노우에 토시유키, 하마스 히데키, 토쿠라 노리모토, 에구치 히사시 등이 참여. 적은 수의 실력파 애니메이터가 많이 그리는 방식이다.
2.3.1. 등장인물
- 소년 - 성우: 하야시 유우
아침잠이 많아 항상 엄마에게 꾸중을 듣는 소년. 미래에 포격부대에서 근무하고 싶어 한다.
- 소년의 아버지 - 성우: 키튼 야마다
17번 포격부대에서 포탄을 장전하는 업무를 맡고 있으나, 의욕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으며 자신의 업무를 충실히 행하지 못해 직장에서 상사의 질타를 받는다.
2.3.2. 줄거리
매일 대포를 쏘며 저녁에는 전과를 선전하는 방송이 나오지만[13], 사실 이 도시는 누구와도 싸우고 있지 않았다. 그저 대포를 바깥의 텅 빈 황무지에 쏘고 있을 뿐이었고, 전과도 적의 존재도 모두 거짓이었다. 전쟁과 대포는 이 도시의 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구실일 뿐이었던 것. 현장에서 일하는 어른들도 이미 알고 있지만 그저 무기력하게 순응하고 있다.
이는 극중에서 나오는 거포 발사장면에서도 유추할 수 있는데 일단 적과 싸우는 전쟁 상황이라면서 장전시간이 느긋할 정도로 오래 걸린다. 게다가 포격수도 장전이 끝나자마자 다른 구획에서 발사하는 게 아닌, 장전을 다 마친 후 바로 장군 정도 되어 보이는 고급 장교인 사격수가 훈장을 주렁주렁 단 채 흉갑과 피켈하우베까지 착용해 깔끔하게 꾸미고 나타나 느긋하게 나온 뒤에 발사한다. 대포의 발사과정이 의례화되어있는 수준인 셈이다. 결정적으로 정말 전쟁중이라면 도시에 피해가 조금이라도 있어야하는데 그러한 묘사는 아예 없다. 게다가 장전수들이 바깥에 나와서 포탑 위 높은 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데, 황야 저 너머에 도시에서 쏜 것으로 보이는 포탄 구덩이만 있고, 파괴시켰다는 적의 이동 도시로 추정되는 잔해는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무식하게 찍어 누르는 독재 체제는 아니고, 체제 자체를 흔들 시도 정도가 아니면 어느 정도의 반정부 시위도 좀 봐주거나[14], 시민들에 대한 공교육도
해당 애니메이션에 나우틸루스 폼필리우스의 노래 "하나의 사슬에 매여 우리는 하나"(Скованные одной цепью)[15]를 삽입한 매드 무비. 만약 러시아권 웹에서 이 애니메이션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이 영상을 통해 접했을 가능성이 높다.
3. 여담
[1] 레코드 기계를 발견하지만 Cargo에 여유가 없어서 회수하지 않는다.[2] 미겔이 에바와 같이 있던 남자 사진을 보고 푸념하고 돌아서자, 사진의 남자는 미겔로 바뀌어 있다.[3] 동료들이 아직 딸의 사망소식을 알지 못한 걸 미루어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4] 제작진이 인터뷰 중에 직접 언급하며 아쉬움을 표했다.[5] 일본어로 읽으면 "さいしゅうへいき"(사이슈 - 헤 - 끼).[6] 그의 근무지는 야마나시현에 있는 연구소이다.[7] 당사자 몸에서 뿜는 독가스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8] 자위대는 전범국가인 일본에서 준군사조직이 될 수밖에 없어서 장군이나 제독은 없다. 작중에서 "육장(육상막료장)", "해장(해상막료장)", "공장(항공막료장)"이 등장한다.[9] 그때 TV 뉴스를 통해 그의 행적을 알게 된다. 그리고 헬기로 통해 도쿄에 올라 가지 말라고 방송을 한다.[10] 작중에서 '본부장'(本部長)이라 칭한다.[11] 그의 말에 의하면 노부오의 독가스에서 발생한 재밍 현상에 견딜 수 있고 박격포에 맞아도 끄덕없다고 한다.[12] 시트콤조차 '대포가족'이다.[13] 각 포반이 발사한 포탄의 수나, 적의 이동 도시를 파괴시켰다는 뉴스가 나온다.[14] 중간에 거리에서 시위하며 전단지를 돌리는 시위대가 나오는데, 반전운동 같은 게 아니라 화약을 인체에 무해한 무공해 화약으로 바꾸자는 시위이다. 딱히 정부가 경찰이나 헌병 등을 동원해 탄압하지 않고 그냥 냅둔다.[15] 소련 시절인 1984년 작사, 1986년 작곡한 노래로 소련 후기 체제에 대한 풍자와 냉소가 들어간 명곡이다. 한국어 가사. 실제 영상과 놀라울 정도로 맞아 떨어지는 내용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