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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6:28:52

맹꽁이 서당/에피소드/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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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꽁이 서당
에피소드
조선편 1권 · 2권 · 3권 · 4권 · 5권 · 6권 · 7권 · 8권 · 9권 · 10권
고려편/기타 11권 · 12권 · 13권 · 14권 · 15권 · 기타
등장인물


1. 흘러간 세월2. 바보 칠성이3. 대결4. 볼기 맞은 암행어사?5. 호랑이 소동6. 얼음골 소동7. 금강산 유람8. 덩굴째 굴러온 손님9. 영웅 안용복10. 정승 김우항11. 화가 최북이 놀던 곳12. 놀당13. 세월아 가지마라14. 훈장님의 어부지리

1. 흘러간 세월

어느 날 훈장님이 과거를 회상하고 있었다. 훈장님도 어릴 적에는 공부를 지겨워하다가 어느 날 아버지가 서당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물어보자 명심보감이라 대답했는데, 아버지가 어디 한 번 외워 보라고 하자 주저주저하다 간신히 못 왼다고 하자, 아버지가 집안 서까래가 떨어지고 당시 어린애였던 훈장님까지 혼절해 의원을 불러야 할 정도로 "예끼놈!(네 이놈!)"이라고 호통을 쳤다.

이 에피소드는 2권의 '훈장 노릇 정말 힘드오' 에피소드(그래봐야 여기선 한 컷)와 더불어 맹꽁이 서당 전체를 통틀어 훈장님의 과거가 직접적으로 나오는 둘뿐인 에피소드다. 보아하니 훈장님도 학동들처럼 어릴 때는 놀기 좋아했지만 아버지와 스승의 꾸짖음으로 공부해서 출세한 모양.

그 날 이후 정신차려 공부해 과거급제도 했지만 급제했을 당시에는 이미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효도 못 다한 것이 평생의 한이로다"라며 눈물 흘리고 있는 와중에 학동들이 와서 구경하고 있었다. 한 학동은 훈장님이 소싯적 좋아했던 처녀를 떠올리고 운 거라고 말했다가 당연히 담뱃대로 맞았고 다른 학동은 "훈장님이 엄마 생각 하신다"고 했다가 맞았다. 어머니 또는 모친이라 부르라면서 말이다.

훈장님은 그 와중에 장쇠가 오지 않았음을 알아차렸는데, 갑자기 어떤 괴이하게 생긴 인물이 장쇠를 포박해서 끌고 와서 "맹꽁이를 한 마리 잡아왔으니 좀 보시오."라는 얘기를 했다. 자기는 도를 닦는 사람인데 이 녀석(장쇠)이 자꾸 축지법, 은신술, 분신술, 격벽투시 등을 가르쳐 달라 해서 도저히 도를 닦을 수가 없다고 했다.

훈장님이 왜 그런 걸 기를 쓰고 배우려 하냐니까 도인 왈, "아직 모르쇼? 축지법은 종아리 맞을 때 멀리 뛰기 위함이요... 은신술은 글공부 중에 슬그머니 없어지기 위해서고... 격벽투시는 책을 덮고도 책 속의 글을 볼 수 있으니 시험 때 훔쳐보자는 심보가 아니겠소."

당연히 열받은 훈장님이 "이 녀석, 그게 선비가 할 짓이냐? 한다는 짓이 꼭 맞을 짓이니."라며 장쇠를 잡으려 하자, 장쇠가 "걸음아 날 살려다오. 이래서 은신술, 축지법을 꼭 배워야 한다니까."라며 도망가다 서당으로 뛰어드는 바람에 학동들 모두 죄다 나가떨어지며 제정신을 잃었다. 그 와중에 한 학동 왈, 맹꽁이 서당은 조용한 날이 하루도 없다니까.

도인은 그 광경을 보고 기가 차서 돌아갔고 훈장님은 장쇠를 서당 천장에 매달아 놓고 공부 시켰는데, 본인이 위에서 조는 학생을 감시하겠다고 헛소리를 지껄이고 수업이 시작하자마자 장쇠가 졸음에 빠져 "얘들아, 오늘도 공부 빼먹고 석청이나 먹으러 가자."고 잠꼬대하자 훈장님이 장쇠를 한 대 때리고 다시 앉게 한 다음 선대왕 얘기를 했다.

2. 바보 칠성이

학동들이 또 수업을 빼먹고 산에서 노는 와중에, 훈장님은 지나가던 나무꾼 '바보 칠성이'[1]를 불러 '산에서 보면 냉큼 돌아오라 일러라'고 한다. 칠성이는 산으로 가면서 '난 다시 태어나도 훈장질은 못할거야. 저렇게 고생해서야 쉬이 늙고 화병날걸...'이라고 훈장님 팔자를 한탄하던 중, '봄은 청춘이요 가을은 노년이로다. 이렇게 좋은 날 서당에서 글공부 하는 건 따분한 일이지.'라며 농땡이 피우는 학동들을 조우한다.

칠성이는 '도련님들 급제해서 정승, 판서되어야 할 거 아니오?'라고 타이르나 학동들은 '급제가 하늘의 별따긴데 급제를 하래?'라 우기고, 칠성이는 '하늘 천(天), 별 성(星), 얻을 득(得)이오?'라는 드립을 친다... 그러면서도 '자, 어서 공부하러 갑시다. 착하쥬, 도련님들은...'이라며 타이르자 학동들이 적반하장격으로 몰매를 주려고 하고, 칠성이는 '양반이 주먹질 하면 못 써유. 그런 건 삼가요.'라고 마지막까지 만류하려 하지만, 학동들이 '맞기 싫으면 썩 가!'라고 계속해서 적반하장격으로 나온다.

결국 칠성이는 지게를 내려놓고 여유롭게 웃으며 '좋아유, 그럼 한 번 맞아볼까유? 안 그래도 근질근질해서 좀 맞아야겠어유. 이럴 땐 맞아야 시원하거든유.'라고 유인한다. 결국 학동들이 '바보한텐 매가 약이다'라며 단체로 덤볐다가 오히려 전원 역관광당하여 맥을 못 추고 꽁꽁 묶였다.

그 다음 지게에 지여진 채로 내려가서 강제로 서당으로 오게 되었다. 칠성이는 그 와중에도 '허약들 하시군요. 곱게 서당으로 가서 글이나 읽으세요.'라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서당에 도착해서는 '훈장님, 오늘은 땔감 대신 나라의 기둥이 될 재목을 가져왔어요.[2] 훈장님 드릴랍니다.'라며 힘든 기색 하나 없이 훈장님을 마주했다. 사실 칠성이는 은둔 고수에게 택견을 전수받은, 바보 행세로 세상에 숨어사는 이인이었던 것. 훈장님은 '아무에게도 제 얘기는 말아 주세요. 세상에 드러나고 싶지 않아요.'라는 칠성이의 푸념을 뒤로 하고 이런 인재가 신분이 천해서 무과를 볼 수 없다는 점에 한탄해한다.

훈장님은 감탄한 다음 회초리가 여러 개 부러지도록 학동들에게 종아리를 때린 다음 선대왕 공부를 가르쳤다.

3. 대결

학동들이 서당을 땡땡이치고 청석골 서당 학동들과 대결을 하기로 했는데 마침 청석골 쪽에 장쇠만한 덩치를 가진 놈은 장가 가서 상투를 틀었다.

처음 대결 주제는 돌 팔매(돌 던지기)였다. 맹꽁이 서당 학동들이 청석골 서당 학동들에게 대결 주제를 고르라고 하자 청석골 서당 학동들은 바로 돌 던지기를 골랐고, 매우 자신있어 보이는 깨막이라는 학동이 선수로 나가게 된다. 반면 맹꽁이 서당 학동들은 자신없어하며 자기는 요즘 연습부족 이라며 "너나 나가" 이러면서 싸우다가 장쇠의 명령으로 뱁새라는 학동이 나가게 된다.

이렇게 학동들이 돌 던지기를 준비하고 있을 때, 맹꽁이 서당과 청석골 서당의 훈장은 땡땡이 치러 나간 학동들을 찾으러 떠난다가 둘이 서로 만나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같이 학동들을 찾아 나서게 된다 이때 훈장들은 우연히 학동들이 대결하던 곳 앞을 지나게 되어, 학동들이 대결하려고 던진 돌에 맞을 뻔 했다. 청석골 학동이 던진 돌에 이어 맹꽁이 서당 학동도 돌을 던져 돌 2개가 훈장들 앞으로 날라가자 훈장들은 기겁한다. 그러자 돌을 살펴보며 돌에 "맹" 자와 "청" 자가 써있는 걸 보고 ( 아마도 학동들이 쓴 것이다.) 맹꽁이 서당과 청석골 서당에서 인재가 나온다는 뜻으로 해석해 이것을 소문내지 말자고 소문내면 부정타서 될 일도 안 된다고 하며 다시 학동들을 찾으러 나선다.

학동들은 돌 팔매는 비겼다고 하며 다음 대결을 준비한다. 장쇠가 이번에는 씨름 하자고 당당하게 청석골 학동들 앞에서 제안하자, 청석골 학동들도 동의해 씨름을 하기로 했다. 씨름을 하기 전 각자 밥 먹고 힘 쓰려는데 청석골 서당 쪽은 장가간 놈 색시가 삶은 닭, 생선전, 부침개, 까지 해줘서 푸짐한 반면 그러라고 싸 준 음식이 아닐텐데 맹꽁이 서당 쪽은 장쇠가 장가 가기 전이라 맨밥에 푸성귀뿐이었고 청석골 서당 학동 한 명은 먹던 뼈다귀까지 집어던지며 놀렸다.

그 뒤 씨름에서 완전히 밀리자[3] 머리를 써서 쥐뿔도 없는 주제에 시 짓기 대결을 제안, 청석골 학동들을 지레 겁먹고 360계 줄행랑을 치게 만들었다. 사실 맹꽁이 서당 학동들도 어차피 못 먹는 감 찔러나보자는 식으로 그렇게 들이댄 건데 넘어간 것.

마침 그때 청석골 훈장이 이들을 발견해 청석골 서당 학동들은 혼났고, 승리해 돌아가던 맹꽁이 서당 학동들도 훈장님에게 발견되었을 때 청석골 서당 학동들과 시 짓기 승부를 해서 이겼다고 하자 훈장님은 비록 땡땡이 치긴 했으나 아주 좋은 대결을 했다면서 칭찬했다.

여기서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한 명이 훈장님에게 "우리도 자신 없었는데 알아서 튀지 뭡니까."라고 말하자 훈장님이 크게 화를 내며 "시끄럽다. 선대왕편을 공부할 테니 조용히 해."라고 소리쳤더니 학동들은 태연히 "우린 조용한 걸요. 떠드는 사람은 훈장님이십니다."라고 말하니까 훈장님은 자기 담뱃대만 동강내고 그냥 수업했다.

4. 볼기 맞은 암행어사?

어느 날 한 명이 용꿈 꿨다고 자랑했고, 다들 서당을 또 땡땡이치고 엉터리 과거를 치른 끝에 뽑은 암행어사로 어사 놀이하다가 진짜 관아(!)에 출두해 버리는 바람에 부임한 지 3일밖에 안 되는 사또가 놀라서 버선발로 튀어나왔다.

다행히 사또가 자칭 어진 분이라 곤장을 1인당 한 대씩만 맞는 선에서 해결되었지만, 사실 이거 관직 사칭 죄로 만화가 끝날 수도 있었다. 오죽하면 이때 관아 형방 曰 "이놈아! 죽고 싶어서 함부로 그런 장난을 쳐?" 물론 아직 어린애들이었고 자신들도 모르고 한 짓이라는 걸 참작해서 사형은 면했더라도 최소한 처벌은 받았을 것이다.

당장 현대에도 공무원임을 함부로 사칭하면 큰 벌을 받을 수 있는데, 더욱이 조선시대엔 관직을 임금의 뜻으로 여기곤 했다. 즉 관직을 사칭한다는 건 곧 임금을 직접적으로 모욕한다는 의미며, 하물며 임금이 직접 파견하는 왕실 비밀 요원을 사칭한 셈.

하긴 그냥 넘어갔으면 신임 지방관으로서의 위엄을 잃었을 수도 있었으니. 한 명은 용꿈 꿔서 덕본 게 이거냐고 따졌더니 그 용꿈 꾼 애는 "죽을 걸 살았잖아"라 답했다. 어떤 의미에선 진짜 덕보긴 했다.

이 에피소드에서 과거놀이에서 급제한 학동이 암행어사 놀이를 할 때부터 갑자기 장쇠가 보이지 않는다.

개정판 기준으로 해당 편에서는 어질지만 사납기로 유명한 사또가 나오며, 산적을 잡아왔는데 산적 두목놈이 뇌물을 써서 벌을 곤장 1대로 줄이자 심리전을 써서 곤장 1대로 그 산적 두목을 죽이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조선 정조 때 수원부사를 지냈던 조심태의 일화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내용은 현륭원(사도세자의 묘로, 현재 융릉)의 관리자들이 민가에 행패를 부리면서 시작된다. 참고로 윤승운의 다른 저서인 <우리겨레 위인이야기>에 따르면 민가에 들어서서 닭이나 가축들을 잡아먹고 여성들을 희롱하며 평민들을 패대고 죽이는 걸 기본으로 저지른단다.

조심태는 득달같이 잡아오라고 시킨 다음 잡아오자 사형이라고 말했는데... 하지만 적반하장으로 현릉원 관인은 웃으면서 "현릉원 관인은 국법이 안 통하는 거 모르쇼?"라며 농락했다. 그러자 조심태가 기가 막혀 "이놈 곧 죽을 놈이 말이 많구나!"라고 말하는데 현릉원 관인은 반성하지 않고 또 다시 "누가 죽는지 한번 봅시다"라며 또 농락했다.

결국 그 다음 날 관리자들이 왕에게 호소하여 이 사달이 벌어진 것. 어명이 내려지며 곤장 한 대로 해결하라는 임금의 말에 조심태는 화가 나서 나졸이랑 짜고 페이크로 때리는 척 하면서 안 때리는 것을 반복하여 방심할 때 필살 일격을 쳐서 죽였다. 이것이야말로 왕의 명을 따르면서 제대로 벌하는 법이다.

이를 본 평민들은 기뻐서 환호성을 질렀고 관리인들은 와싹 얼어버려 민간인들에게 그동안 저지른 행패를 배상하고 더 이상 행패를 부리지 못했다고 한다.

5. 호랑이 소동

오늘도 여전히 아이들이 공부하기 싫어 늦게 오는구나 하고 훈장님이 기다렸는데, 아이들이 헐레벌떡 달러와 서당에 오던 중 학동 하나가 호랑이에게 물려갔다고 말했다.

엄청 놀란 훈장님은 나무꾼까지 가세한 구출대까지 조직해 잡혀간 아이를 구하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학동들은 오히려 놀라면서 그럴 필요 없다는 등 이해하기 힘든 반응을 보여 훈장님은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냐고 꾸짖으며 나무꾼과 함께 아이를 구하러 간다.

그리고 마침내 호랑이와 잡혀간 아이를 발견하고 얼른 잡으려는 찰나 갑자기 한 학동이 "얼른 도망가라! 나무꾼이 쫒아온다!"라고 소리를 지른다. 이때 훈장님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냐고 경악하는데, 이 과정에서 아이는 물론 호랑이가 두발로 도망치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머지 않아 호랑이와 아이는 나무꾼에게 잡히고, 나무꾼은 기가 막혀 하며 호랑이의 정체를 알리는데, 알고 보니 장쇠가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쓰고 호랑이 행세를 해서 아이가 호랑이에게 잡혀간 것처럼 꾸미고 글공부를 땡땡이 치려 했는데 나무꾼까지 오게 해서 일이 커져 버리고 작전도 자연히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

더 기가 차는 건 학동들이 벌 받으면서 꾸중을 듣고 있을 때 청석골 서당의 한 학동 녀석이 오더니, 자기들도 호랑이 가죽으로 덕 보기 위해 빌려달라고 얘기했다는 것. 물론 그 자리에서 노한 훈장님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건 안 봐도 비디오. 이놈들도 알 만하네!

선대왕 공부는 다름 아닌 숙종과 장희빈, 인현왕후의 이야기. 장희빈이 숙종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숙종에게 인현왕후가 내가 아이를 낳았다고 질투한다고 모함해서 궁에서 쫓아냈다. 그 후 그녀는 기고만장하게 지냈으나, 얼마 후 숙종은 진상을 알아차렸고 결국 장희빈을 내쫓고 다시 인현왕후를 궁으로 맞이하였다. 하지만 쫓겨난 장희빈은 반성은커녕 원망과 저주를 일삼았고 이걸 알게 된 숙종은 그녀에게 사약을 내려 죽였다. 헌데 인현왕후는 여기서 마냥 착하게(나쁘게 말하면 호구처럼) 묘사되었다. 억울하게 쫓겨났는데도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순순히 쫓겨나서 조용히 지냈다.

6. 얼음골 소동

하도 푹푹 찌는 어느날 다른 학동들은 미리 얼음골에 가있고 학동 한 명만 서당에 와서 훈장님을 모셔간다. 훈장님이 학동에게 서안과 책을 메고 가도록 시키고, 이후 학동을 따라 가는데 엄청나게 깊은 산 속으로 계속 들어가느라 고생하고, 중간에는 멧돼지떼가 지나가는 모습도 본다. 학동 왈, 지금 아랫말 봉구네 감자밭에 점심밥 먹으러 가는 길이라고. 훈장님이 어떻게 이런 곳에서 노냐고 묻자 학동은 마음 먹고 놀 때는 100리(40km) 밖에서 논다고 하여 기겁한다.

얼음골에 도착하자 훈장님은 정말로 한여름에 얼음이 얼어있는 모습에 감탄하다가 얼음에 미끄러지고, 다시 일어났다가 이번엔 고드름에 머리를 찧어서 앞뒤로 혹이 달린다. 그런데 깊숙히 들어가도 학동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는데, 편지를 남겨서 시원할 때 좀 놀자면서 서안과 책을 버려야 나타나겠다고 했다.[4]

훈장님은 "덥다고 놀고, 춥다고 놀고, 또 시원하다고 놀다니."라고 어이없어 했고 어쨌거나 서안과 책은 10리 밖에다 버리고 얼음골에서 시원하게 피서를 즐긴다.

7. 금강산 유람

맹꽁이 서당에서 보기 드문 장편 에피소드로[5] 4권에서 언급된 금강산에 가는 장면이 나오며 '화가 최북이 놀던 곳'까지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특이한 점은, 이번 에피소드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공자와 맹자가 "고얀지고... 공자, 맹자를 합쳐 맹꽁이라 부르다니..."라며 훈장님을 꾸짖는 장면부터 시작한다.[6]

학동들이 다들 서당에 도착해서 금강산으로 떠나기 전 장쇠를 기다리는데, 장쇠가 하도 안 오자 발 빠른 학동이 짐을 맡기고 가다가 바로 돌아오는데, 봇짐 속에 든 찰떡을 누가 먹을까봐 돌아왔다고 한다. 다른 학동들은 홀딱 꺼내 먹어줄 걸 하고 아쉬워했다. 그리고 그 학동이 돌아와서 말하기를 장쇠 놈은 꼭두새벽부터 먼저 금강산으로 떠나버렸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주무시던 훈장님을 깨우러 그 학동이 자기도 모르게 짐을 맡기고 들어갔는데 그 사이 다른 학동들이 집단으로 몸싸움을 벌여 그 짐에 들어있던 찰떡을 몽땅 먹어치웠다.[7] 이후 훈장님을 깨우고 난 뒤 다시 밖으로 나왔는데 학동들이 멍투성이가 된 걸 보고 의아해하다가 모든 사실을 안 그 학동은 "난 몰라. 맛도 보기 전에 인쥐가 다 물어갔구나"라고 말하면서 봇짐을 패대기치고 대성통곡했다.

어쨌거나 금강산 유람을 하러가던 중에 마당쇠가 자기도 금강산 유람하러 가겠다고 솥까지 지고 따라왔다. 당연히 상전에게 허락도 안 맡았지만, 상전은 늘 "마당쇠 놈을 안 보면 살 찔 것 같다"고 해서 괜찮다나... 훈장님은 마당쇠를 떨구려고 뛰었지만 정작 마당쇠는 앞질러가고 있었다. 거기다 가는 길에는 아예 개울을 따라 솥을 나룻배처럼 주걱을 노 삼아 타고 가다가 솥이 뒤집혀서 빠졌다. 다행히 얕아서 살았지만.

8. 덩굴째 굴러온 손님

금강산으로 향하는 길에 한 주막에 머물렀을 때 주인이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다"고 했다가 학동들이 우리가 호박이냐며 기분 나빠서 안 묵는다니까 주인이 사정사정해서 겨우 묵게 했다.

그러나 사실 학동들은 전혀 호박이 아니었으니, 한 놈이 다리 주물러달라고 한 걸 시작으로, 식사 때는 난장판이었고[8][9], 깽판을 치고 놀아서 보다 못한 주인이 얌전히 있으라 하자 최대한 얌전히 노는 게 이 정도라는 뻔뻔한 대답을 했다.

심지어 구들장까지 무너뜨렸고, 방 없으니 밖에서 자든 말든 맘대로 하라는 주인의 말에 정말로 침구를 땅바닥에 꺼내 놓고 야외취침을 하질 않나, 속이 출출하다고 마음대로 닭장을 털어서 씨암탉[10]을 5마리나 잡아먹어버리기까지 했다. 주막주인은 "난 몰라! 저런 극성도사들 때문에 주막에 망조가 드는구나...!"라고 한탄하며 울었다.

이때 훈장님은 술에 취해 세상 모르고 코 골면서 선대왕 얘기를 잠꼬대로 하고 있었다.

이번 역사 얘기는 어느 고을의 사또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느 날 그의 앞으로 중이 찾아와서 자신이 파는 종이를 잃어버렸으니 좀 찾아달라고 애원했으나 자기 물건을 간수하지 못한 탓으로 돌리며 쫓아내 버렸다. 며칠 후 사또는 술 마시고 놀고 오다가 한 장승을 보고 사또 앞에서 머릴 숙이지 않는다고 벌을 내릴 것이라며 가져 왔고, 포졸들에게 그 장승을 지키라고 했으나 어이없어한 부하들은 당연히 장승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니 안 지켰고, 이를 눈치 챈 사또는 하인을 시켜 몰래 장승을 숨기게 했다.

다음 날 장승이 없어지자 부하들은 기겁하며 장승을 찾았지만 당연히 못 찾았고, 이에 사또가 부하들에게 처벌을 면하려면 사흘 내로 종이를 구해오라고 시켰다. 하지만 작은 고을이여서 종이가 적었는데 다들 어디선가 구해 오긴 했다. 그 종이를 며칠 전 그 중에게 보여주었고, 모두 자신의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종이를 판 사람을 잡아왔고, 그 사람은 자신이 길에서 훔쳤다고 자백해서 종이 도둑을 잡아 냈다.[11]

이야기가 끝나자 주막 주인은 훈장님을 깨워 주막이 망조가 들었다고 울었다. 훈장님이 놀라 물어보니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12] 별 수 없이 저 많은 재산 피해를 혼자 물어주며 떠난다.

9. 영웅 안용복

금강산 유람 때 잠시 쉬어가면서 점심을 먹을 때, 마당쇠가 학동들에게 밥을 퍼주고 자긴 남은 밥을 주걱째로 혼자 모두 긁어 먹었다. 이때 학동들이 너 혼자 다 먹느냐고 화내자 어차피 자기 혼자 먹으려고 콧물을 떨어뜨렸다고 한다.

그렇게 남은 밥을 혼자 다 먹어서 금방 터질 것처럼 부풀어오르자, 막상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 자기 배가 '이 미련한 놈아'라고 욕했다. 그래서 좀 쉬었다 가자니까 학동들은 오히려 더 빨리 가려고 훈장님까지 들고 뛰었다.

역사 내용은 안용복의 이야기. 이때는 일본이 독도 대신 울릉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던 때였다. 거기서 안용복은 울릉도에 멋대로 오는 일본 어부들을 제압하고 대마도 도주에게 가서 따졌다. 대마도 도주는 이에 사형으로 대응하려 했으나 마침 도쿠가와 막부에서 보낸 관리가 사형을 멈추라고 명한 뒤 "안 그래도 막부에서 조선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여러 사신을 보내며 서로간의 합의를 계획하는 중인데, 어찌 이리 심각한 외교적 결례를 보이려는 것이오?!"라고 꾸짖으며 만류하여 목숨을 건진다. 관리는 이후 "정말 미안하오. 어떻게든 간에 막부에 이번 사항을 건의해서 울릉도와 해역이 조선의 영토라는 걸 명시하도록 하겠소."라고 하여 합의를 보았다.

그러나 나라에서는 오히려 백성이 함부로 남의 나라와 영토 문제를 다툰다는 이유로 2년간 옥살이를 시켰다. 풀려난 후에도 계속 침입해오는 일본인들로부터 울릉도를 지키지만, 대마도 도주가 두 번이나 혼난 것에 앙심을 품고 안용복을 죽이라고 하여 나라에 체포되어 이번에는 관직 사칭죄로 사형을 받을 위기에 처했으나, 다행히 그의 업적을 알아주는 몇몇 뜻있는 사람들 덕분에 사형 대신 귀양 보내졌고, 거기서 가족을 그리워하며 일생을 마쳤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한다. 오죽하면 이 이야기를 들은 학동들도 화가 났는지 영웅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기만 잘난 줄 아는 못난 벼슬아치들이 문제라고 깠다.

한편 뒤늦게 재합류한 마당쇠는 과식 때문에 배탈이 나서 그 때문에 폭풍설사를 해서 바지에 똥칠하고 바지를 빠느라 뒤쳐진 채 오면서 윗옷을 걸쳐 하의실종 상황을 막았다. 그 와중에 설사한 바지는 빨아서 가져와서 [13] 학동들이 그냥 버리지 그걸 빠냐고 어이없어 했다.

마침내 금강산 입구에 도착하자 주막에서 머물고 내일 올라가기로 하는데, 먼저 금강산으로 멋대로 떠났던 장쇠가 개골산 주막에서 훈장님과 학동들이 도착하자 "어서 옵쇼!" 하고 맞았다가 곧바로 손들고 벌섰다. 다른 학동들은 훈장님이 "(손) 번쩍 들어-" 하면서 장쇠를 혼내는 걸 보고 "싸지, 싸. 여기 와서야 만나다니..."라고 통쾌해했다.

10. 정승 김우항

거기서도 학동들은 온갖 깽판을 치며 놀고 서까래를 하나 떨구었다. 거기다 마당쇠를 혼내주겠다고 신발을 치우고 방에서 조용히 있다가 엉뚱하게 주막집 주인을 다굴쳤다. 이때 학동들 모두 진심으로 당황해하는데 "아니, 잠깐만! 저 사람 누구야?", "주, 주막집 주인 아저씨 아냐?"라고 당황하고 "죄송합니다. 마당쇠 녀석인 줄 알았어요."라고 사과 후 마당쇠가 따지는 주인에게 "전 그저 말썽 피우는 걸 보다못해 말리던 중이었습니다."라고 해명하는데도... 오히려 마당쇠가 장난을 부추겼다고 속여서 주인이 학동들에게 속아 애먼 마당쇠를 혼냈다가 진실을 알고 화가 난 마당쇠를 달래기 위해 닭 한 마리를 삶아주었는데, 소금 뚝배기를 찾아보니 없어서 새로 퍼줬더니 그 사이 학동들이 닭을 슬쩍해서 다 먹었고 소금 뚝배기도 학동 쪽에 있었다.

그래놓고 훈장님에게는 삶아진 닭이 날아갔다는 핑계를 대자[14] 열받은 마당쇠는 학동들이 훔쳐먹었다고 날뛰고 학동들과 떨어져서 자겠다고 했고, 마지막에는 두고두고 과거 낙방하라고 욀 거라고 얘기했다.

역사 내용은 김우항이라는 사람의 이야기. 여기서 그는 벼슬도 못하고 가난한 처지에 어느 추운 날 길을 가다가 부사인 사촌의 집에서 돈을 좀 꾸고다 머물렀는데, 그는 성질이 패악하고 오만해서 김우항을 대놓고 아니꼽게 보는 것도 모자라 식사 때가 되자 자기는 진수성찬을 먹고 김우항에게는 달랑 보리밥에 된장찌개 한 그릇만 줬다. 이런 차별대우에 제대로 화가 난 김우항은 밥상을 내던졌다가 얻어맞고 쫓겨났다.

김우항은 집에 돌아와서는 악착같이 공부해 급제하여 간신히 신세가 폈는데, 우연찮게 임금과 대면한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고, 그 말을 들은 임금은 어떤 봉투를 주며 밖에서 풀어보도록 했는데 그것은 자신을 평안도 암행어사에 제수하는 글이었다. 그는 다시 부사가 있는 고을로 가 출두를 했고 탐관오리였던 그 부사는 패망하고 말았다는 이야기.

이후 휘릉을 지키는 별검으로 재직할 때 능 안의 나무를 베던 총각을 잡았으나 그가 70살 노모와 누이동생을 먹여살리느라 어쩔 수 없었음을 알고 돈을 주며 풀어주고, 나이가 50살의 홀아비인 권도온 참봉과 그 총각의 누이동생의 혼인을 주선한다.

20년 뒤 김우항은 감사가 되었는데, 어떤 노인이 찾아와서 맞았는데 뜻밖에도 권 참봉이었다. 권 참봉은 혼인을 한 뒤 얻은 자식들이 모두 진사가 되고 손자까지 보며 복된 가정을 꾸리고 있었고, 그 다음엔 그 총각을 다시 만나게 되는데 총각도 어느새 결혼하고 중년이 되었다. 나무꾼 남매의 어머니는 90살이 되도록 살아계시며 그 날 이후 "김별검이 정승되게 하소서"라고 만날 외고 있었다고 한다. 그 정성 덕분인지 김우항은 후일 우의정에 올랐다는 이야기.

11. 화가 최북이 놀던 곳

다음날 새벽, 닭(?)[15]이 우는 소리를 듣고 훈장님과 마당쇠가 일어나 일찍 금강산에 오르려고 학동들을 깨우는데 주인이 학동들은 진작에 금강산에 올라갔다고 한다.

훈장님과 마당쇠는 밥을 먹으면서 학동들 뒷담화를 하는데, 마당쇠가 공자는 제자가 천 명이나 되는데 매우 혹독해서 종아리도 마구 때리고 글공부를 닦달해 오죽하면 안자는 하도 안 자서 별명이 안자가 되었다고 했다가 훈장님에게 혼났다. 훈장은 "그런 말은 하지도 말아라. 오히려 공자의 제자들이 얼마나 공부벌레였는데... 안자는 본명이 안영이고 자는 선생을 뜻하는 말이야. 32살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을 때 공자께서 얼마나 슬퍼했는데..."라고 하지만 마당쇠가 끝까지 "아이그, 그게 다 잠을 못 자서 그런 거 아닙니까?"하자 담뱃대로 때리려다 마당쇠가 피해 담뱃대만 부러졌다.

훈장님과 마당쇠는 뒤늦게 산에 올라 기괴하게 생긴 스님에게[16] 점심식사 대접도 받으며 입담도 실컷 듣고[17] 구룡연에 갔을 때 훈장님이 최북이 이런데서 죽어야 한다며 풍덩했다는 이야기를 하고는 구룡폭포에 취해 시 한 수 지으려다 훈장님이 이끼에 미끄러져 물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나 마당쇠가 가까스로 건졌는데, 이 와중에 "최북이 풍덩으로 유명해서 따라한 거잖아요"라고 드립을 쳤다. 최칠칠이라는 이름도 나오는데, 칠칠(七七)은 최북의 자로 이름의 북(北)자를 파자한 것이다.

이때 학동들이 여느 때처럼 웃으면서 빨리 가자면서 갑자기 나타나는데 어딜 가는지 물으니까 하는 말이 구룡연에 어떤 사람이 빠져 죽었대서 보러 가는 거랜다. 도대체가 인성이... 다른 놈들은 어디 갔냐니까 어떤 놈은 금강산이 진짜 1만 2천봉인지 세어보러 갔고, 양반자식 주제에 스님이 되겠다고 절에 머리 깎으러 간 놈도 있다고 한다. 물론 가는 곳마다 쫓겨나서 쉽지 않을 거라고...[18]

열받은 훈장님은 학동들 모두를 소집했고, 마지막엔 주막 마당에서 단체로 무릎 꿇고 손들기로 벌 받았다.
마당쇠: 낄낄낄! 금강산만 볼 만한 줄 알았는데... 여기도 참 볼 만하구나!
훈장님: 더 번쩍 올렷-. 제멋대로 행동하다니 어디서 배운 버릇이얏? 아무튼 손들고서 선대왕 공부를 하도록 하자.
학동 1: 아이고 팔 떨어진다.
학동 2: 천하 명승지에 와서 이건 정말 너무하시다.
학동 3: 마당쇠놈, 두고보자.
주막 주인: 아이고 시원해라. 3년 묵은 체중이 쑥 내려가네.

12. 놀당

추운 겨울철 학동 3명만 서당에 와서는 쥐가 얼어죽을 날씨라고 하는데 이유인즉슨 얼어터진 물 항아리 속에 진짜 쥐가 있었다는 것. 그래서 보여드리려고 직접 갖고 왔다. 물론 경악한 훈장님은 더럽게 그걸 갖고 왔냐면서 당장 갖다 버리라고 소리친다. 학동들은 글이 참 날씨를 잘 안다고 하는데, 글과 추위는 상극이라 추우면 추울수록 글공부가 안 된다고 한다.

그랬더니 훈장님이 혼내려고 하자 애초에 3명은 땡땡이 친다는 걸 알리려고 온 거라서 바로 튀어버렸다. 훈장님은 얼음골 때에 이어 "여름엔 덥다고 놀고, 봄, 가을엔 시원하다고 놀고, 이젠 겨울이 되니까 추워서 놀아?"라고 불평했다.

그 사이 학동들은 나무를 베어 산속에 놀당(노는 집)을 짓고 있었다.[19] 이를 목격한 마당쇠가 훈장님께 고자질했고, 놀당이 완성되어 환호하는 사이 훈장님이 들어가서 대기하고 있었다.[20] 학동들은 도망치려고 했지만 문은 마당쇠가 막아 놓아서 종아리가 무사하지 못했다. 마지막엔 마당쇠도 나무 안 하고 문 지키며 시간 때우다 첨지에게 혼났다.

13. 세월아 가지마라

마당쇠가 훈장님을 두고 늙은 고목나무 같다고 놀렸고, 이 말을 들은 학동들은 훈장님을 모욕한 마당쇠를 혼내준다는 명목으로 또 땡땡이를 쳤다. 그래도 진짜 마당쇠를 혼내러 가긴 갔는데, 오히려 마당쇠에게 설득되어 (마당쇠가 학동들에게 노래를 부르는데 그거에 설득되어 버린 것 같다.) 어차피 죽으면 무슨 소용이냐며 글공부를 때려치려고 한다.

열받은 훈장님이 마당쇠에게 정말로 동네에서 쫓아내버린다니까 결국 겁먹은 마당쇠가 학동들을 다시 설득하러 갔지만 헛수고였고, 아예 자기가 대신 글공부하겠다며 엉터리로 글을 읽다 쫓겨났다.

그러다가 학동들이 자진해서 글공부를 하러 들어오는데 자기들만 글공부를 안 하면 어차피 거지밖에 더 되겠냐는 것. 훈장님은 머리 굴려서 생각해낸 게 그거냐고 비꼬았지만 정말로 때려칠까봐 더는 안 혼낸 다음 선대왕 공부를 했다.

14. 훈장님의 어부지리

길동이가 서당 가기 전에 뒷간에서 볼일 보면서도 책을 들고 공부하고 있는데 길동이와 함께 서당에 가려고 찾아온 친구 둘이 왜 공부하냐고 따지니까 길동이 할아버지가 눈에 불을 켠 채 감시하고 있었다.

길동이 할아버지는 평소에도 다른 학동들을 고깝게 보는데다 얼마 전에는 학동들 중 몇몇의 할아버지와 다툰 뒤인지라 애들 면전에서 길동이에게 사귀지 말라고 하면서 너희는 초시는커녕 제사 때 지방도 못 쓸 놈들이지만 길동이는 정승, 판서가 될 거라며 큰 소리를 쳐대서 길동이가 학동들 사이에서 단단히 찍히게 만들었다. 오죽하면 손자가 다른 애들은 착한 아이들이라 항변하는데도.....

이후 학동들이 서당 오는 길에 땡땡이치고 단체로 모여서 앞으로도 더욱 공부 안 하고 놀자고 했을 때 아까 길동이를 찾아온 학동 한 명이 나서서 길동이가 몰래 도둑 공부를 해왔다는 걸 밝혔다.

길동이 할아버지가 한 말까지 그대로 전해서 모든 학동들은 방방 뛰고, 길동이에게 언제부터 도둑 공부했냐고 물으니까 반 년쯤 됐다고 답한다. 이에 장쇠는 새로운 방법을 쓰자 하는데, 그건 다름 아닌 다 같이 공부하는 것. 장쇠가 가장 먼저 폭탄 발언을 던지고 서당으로 달려가자 다른 학동들도 모조리 길동이에 뒤질 수 없다면서 앞다투어 스스로 공부하러 서당으로 뛰어들어갔다(!).[21]

그 사이 훈장님은 또 땡땡이치는 학동들을 기다리며 불평하다 갑자기 땅이 흔들리길래 처음엔 지동(地動)인 줄 알았다가 나중엔 홍경래의 난으로 착각하고 마지막엔 멧돼지가 뛰어들어온 줄로 착각하는데, 사실은 학동들이 뛰어와서 그런 거였다. 갑자기 학동들이 나타나서 공부하기로 작심(作心)했다니까, "작심삼일이구나"라고 때리려고 했지만 장쇠는 매를 막으면서 작심평생(作心平生)이라고 한다.

훈장님은 이유는 모르지만 모두 공부에 집중해서 흐뭇해했고, 마당쇠가 찾아와 글공부를 방해하자 학동들이 평소처럼 좋아할 줄 알았더니 오히려 학동들에게 몰매를 맞고서 왜 맞았는지 모르겠다며 도망갔고 훈장님은 마당쇠가 맞은 것에 고소해한다.


[1] 생긴 건 마당쇠랑 똑같다.[2] 훈장님은 진짜로 나무 가져온 줄 알고 감흥 없이 ‘수고했다. 어서 장에 갖다 팔아라.’라고 말하다가 학동들을 잡아온 걸 보고 기뻐했다.[3] 학동들 중 단 한 명도 못 이겼다. 심지어 힘 센 장쇠조차 그 상투 튼 덩치 큰 학동에게 발렸는데, 이건 사기가 떨어진 문제 때문에 그런 듯하다.[4] 사실 학동들은 바위 뒤에 숨어있었다.[5] 다른 장편으로는 6권의 "찾아온 옛날 제자" 편이 있다.[6] 뭐 1권에서 장쇠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서당 이름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긴 한다만... 훈장님은 "그런 거 아니올시다"라며 울상을 지었다.[7] 한 놈은 "난 흙 묻은 걸 겨우 한 개 먹었다"라며 탄식했다.[8] 한 학동: 야야얏! 언놈이 내 손을 깨무냐! 다른 학동: 어, 이건 고기가 아닌가?[9] 훈장님이 "예의 범절도 몰랏?"이라고 꾸중하자 "생존경쟁이 문제지 예의범절이 문제인가요?"라는 학동들은 덤.[10] 씨암탉은 병아리를 번식시키기 위해 키우는 암탉을 말하는데, 그걸 잡아먹었으니...[11] 이 이야기는 '장승재판'이라 하며 보통 '이지광'이란 인물이 청주 부사를 지내던 시절의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이야기 링크[12] 구들장이 아주 꺼져버리고, 이부자리에는 흙이 묻고, 씨암탉들 중 5마리가 학동들에게 잡아먹혔다.[13] 작중 배경인 조선시대에 세제 같은 게 있을 리 없고(...) 잿물을 급조했을 것 같지도 않으니 즉 그냥 물로 헹궈왔단 소리.[14] 이 궤변을 들은 훈장님의 반응도 압권인데 "삶은 닭이 날아가다니 덜 삶았나?"[15] 어제 주인이 마당쇠 주려고 닭을 잡았기 때문에 주인이 대신 울었다...[16] 마당쇠는 스님에게 들릴 정도로 뒷담화를 했다가 스님에게 맞았다.[17] 이때 그 고승이 "이 곳에 온 지 올해로 100년이 다 되는군요. 소승 나이가 올해 107살입니다."라 하자 훈장과 마당쇠 모두 놀란다. 훈장님이 "그러고보니 스님께서는 여기에 오신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고 물어보자 스님이 "소승이 7살 때 여기에 왔으니... 거의 100년이 되었지요."라고 하였고 훈장이 놀라워하며 "아니, 그럼... 스님 연세가 100세가 넘으셨습니까?"라 하자 스님은 "맞습니다. 올해로 107살이지요."라고 한다.[18] 실제로 율곡 이이신사임당이 세상을 떠나자 충격 받아 절로 들어가 버린 적도 있으며 유정대사도 원래 양반 출신이기는 하다.[19] 보면 아주 재주가 있는지 집을 꽤 잘 지었다.[20] 어떻게 들어왔는진 모르겠지만, 훈장님은 고자질한 마당쇠에 계획을 따라 놀당에 들어온 것 같다. 학동들이 놀당이 완공되자 그 앞에서 환호하고 있는 컷 뒤에 보면 놀당 뒤에 마당쇠의 눈과 머리 부분이 살짝 보이는 걸 보면 학동들이 한눈 팔 때 들어간 것 같다. 먼저 들어온 훈장님이 학동들을 보고 하는 말이, "종아리나 걷어".[21] 이 과정에서 길동이 몰래 공부한 걸 밝힌 학동이 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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