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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4:07:33

마라 파피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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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와 마라 파피야스
언어별 명칭
데바나가리 문자 मार पापीयस्
라틴 문자 Māra-pāpīyas
한자 魔羅

1. 개요2. 위치3. 싯다르타와의 일화4. 인도의 신과 마라5. 마라와 음경6. 호칭에 대해7. 창작물
7.1. 문서가 있는 마라 파피야스

[clearfix]

1. 개요

불경에 나오는 마신. 마라, 천자마(天子魔, 줄여서 천마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마왕, 파순, 제육천마왕, 타화자재천왕, 마군(魔軍), 마구니(魔仇尼)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불린다. 숫타니파타에는 나무치로 나오는데, 한역하면 불령해탈(不令解脫) 즉 '해탈하지 못하게 막는' 존재라는 뜻이다.

여러모로 기독교광야의 유혹사탄과 비슷한 내용을 보여주는 불교 버전 악마.[1] 위키백과에 따르면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카마데바, 그리고 조로아스터교의 악신 앙그라 마이뉴와 동일시된다고 한다.

자는 마라 파피야스를 음차하기 위해 만들어진 글자이다.

2. 위치

불교에서 말하기를, 욕계의 최상위에 있는 타화자재천의 주인이자 온마(蘊魔)[2]·사마(死魔)·번뇌마(煩惱魔)와 함께 사마(四魔)에 든다고 한다. 제육천은 타화자재천이라고도 불리며 이곳의 왕이기 때문에 타화자재천왕이라고도 불린다. 마라 파피야스는 천만년 전에 신통을 얻어 제육천의 주인이 되었으며, '욕계' 중생의 뜨거운 번뇌를 빨아먹는 낙으로 지금까지 욕계의 주인으로 군림한다고 한다.[3]

의외로 마라 파피야스는 제석천보다도 위계가 높다. 마라 파피야스가 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타화자재천(육욕천 중 6번째 하늘이자 최상층)이 제석천이 기거하는 도리천(육욕천 중 2번째 하늘)보다 위계가 더 높기 때문이다.[4] 이는 '도가 높으면 마가 성하다'라는 도고마성의 뜻을 생각케 한다고 할 수가 있다.

욕계 최상층의 왕이기 때문에 사실상 욕계의 왕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욕계는 식욕(食欲)·수면욕(睡眠欲)·음욕(淫欲)이 있는 세계로서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의 중생계 위의 인간계가 있고 그 위의 천상계가 포함된 육도로 천상계는 육욕천이라 하여 사왕천(사천왕이 기거하는 곳), 도리천(제석천이 기거하는 곳), 시분천(혹은 야마천이라고도 불린다), 도솔천, 낙변화천, 마지막으로 타화자재천이 있다.[5] 이 타화자재천의 왕인 만큼 엄청난 힘과 권력을 가지고 있다. 욕계는 평범한 인간들이 윤회전생하는 바로 그 틀이기 때문에, 마라는 말이 마왕이지 하찮은 인간들이 보기에는 천국을 다스리는 천신이며, 방금 전에 서술한 것처럼 욕계(慾界)을 다스리는 왕이기에 사실상 물질우주의 지배자나 다름이 없는 존재다. 영지주의데미우르고스와 비슷한 존재인듯.

몇몇 불경에서 마라는 타화자재천의 왕이면서 마천이라고 하는 곳에 기거하며, 욕계의 왕이자 욕계의 지배자인 것과 동시에 마천의 왕이자 지배자라고 한다. 마천이라고 함은, 육욕천의 마지막에 해당되는 타화자재천으로부터 256만 유순 위에 있는 달리 마라파순천(魔羅波旬天)이라고 일컬어지는 욕계와 색계의 사이에 위치한 하늘로, 실질적으로 욕계의 마지막 하늘이자 마지막 장소라고 한다. 참고로 이 하늘에 있는 천인들의 평균 신장은 32유순이고, 옷의 길이는 64유순이며, 무게는 64분의 1량이고, 이곳에 사는 중생들의 평균 수명은 3만 2천 세이고, 이곳의 하루는 인간 세계의 3200년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마천을 포함하여 육욕천이라고 하지 않고 칠욕천 혹은 욕계 7천이라고도 한다.

마라는 늘 옳은 법을 파괴하려고 하며 수행자들의 수행을 방해하려고 하는데[6] 그 까닭은 수행자가 수행을 통해 힘과 올바른 법을 얻으면 자신의 궁전과 권속을 없애버리기 때문에 (혹은 자신의 궁전이 흔들리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또 다른 이유로는 수행자들의 수행이 자신의 존립기반을 위협하는 심각한 도전이기 때문이고, 파피야스 스스로 욕망의 노예가 되어 거기서 해탈할 줄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며, 마왕 파순이 기거하는 타화자재천의 특징 때문이라고도 한다. 타화자재천에서는 타인의 열락을 그대로 빨아 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이들이 음욕의 즐거움과 번뇌의 고통에 빠질수록 파피야스도 더 많은 쾌락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3. 싯다르타와의 일화

예수가 광야에서 기도하던 도중에 사탄의 유혹을 받았다는 일화처럼, 싯다르타전기라고 할 수 있는 《불설보요경》, 《방광대장엄경》에는 보리수 밑에서 싯다르타가 수행할 때 마라가 깨달음을 방해하려 하는 일화가 나오는데 실제 마왕이자 제육천마왕이자 마신이라는 위치에 있는 것에 비하면 치사하고 졸렬하며 정신적으로 약하고 옹졸한 찌질이처럼 나온다. 불경에서는 싯다르타가 처음 왕자의 신분을 버리고 막 출가했을 때, 그리고 나이란자나 강가에서 고행하고 있을 때에 마라 파피야스가 그 앞에 나타나서 싯다르타를 유혹했다고 한다.
그때 마왕 파피야스가 고타마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은밀하고 부드러운 말로 유혹했다.
"당신의 몸은 이미 쇠진해 죽음이 가까웠소. 세간에 생명만큼 소중한 것은 없소. 살아 있어야만 수행도 온전히 할 수 있으리. 당신은 이제 살아날 가망이 천에 하나도 안 되오. 보리도를 얻기는 불가능한데, 차라리 브라만과 같이 불을 섬기고 제사를 지내면 손쉽게 공덕을 쌓아 생명을 얻고 큰 과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오."
그러자 고타마가 대답했다.
"파피야스여, 탐욕과 진에와 치암의 권속이여. 어둠의 아들아, 그대는 세속의 욕망으로 유혹해 나의 수행을 부수려 하지만 나의 서원은 결코 허물어뜨리지 못하리라. 내 이미 죽음의 고통을 삶과 같이 보아, 죽음의 두려움을 깨뜨린 지 오래이니라. 비록 모든 중생계가 다 멸해 없어져도 나의 서원은 멸하지 않으리. 바람이 강물을 말리게 하듯이 고행을 계속해 살과 피와 모든 진액을 마르게 하리라. 육신을 조복받을 수록 안정되는 나의 마음과 정신의 청정함을 보라. 온 육신이 꺼지고 껍질만 남아 기력이 쇠했을 때, 나는 신명을 바쳐서 더욱 정진해 결단코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가리라. 나의 서원은 신념으로 뭉쳐 있고 지혜로써 장엄되어 결코 그대가 깨뜨릴 수 없으리라.
나는 차라리 싸워 죽을지언정 패장이 되어 욕된 삶은 살지 않으리라. 명장은 두려움 없이 모든 원적을 깨뜨리나니, 내 이제 목숨을 걸고 너의 군세와 맞서 싸워 기필코 항복받으리라. 너의 군세 중 제일은 탐욕이요, 2번째는 원망이고, 3번째는 굶주림과 춥고 더움이며, 4번째는 애착이고, 5번째는 권태와 수면이며, 두려움과 공포는 그 6번째 군세이다. 7번째 군세는 의심이요, 8번째는 진에와 분노, 9번째는 시기와 질투이고, 어리석고 무지함이 그 10번째이며, 11번째는 교만과 허영이고, 12번째는 비난과 질시이다. 파피야스여, 내 이제 너희 군세들을 보매 묘한 지혜의 군사로써 쳐부수어 남김없이 항복받으리라."
불본행집경

고행 및 현인들과의 문답으로 계속해서 사색을 해 나아가던 싯다르타는 결국 보리수 밑에서 대오각성 일보직전에 이르렀고, 이 때 미간에서 광휘가 일어나 온 천계를 뒤엎어 마라가 거하는 타화재천에까지 이르러서 마라의 궁전이 박살나기 직전에 달하자, 여기에 화가 난 마라가 틈틈이 싯다르타의 수행을 방해했다. 이 마라 일당[7]이 싯다르타를 어떻게 곤경에 빠뜨렸고 거기에 어떻게 싯다르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대해서는 불경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색(色)을 이용한 유혹과 무력을 이용한 협박, 약속된 권좌를 보장하는 회유 및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는 조롱은 대다수 경전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을 때 마라가 이를 방해하려 하자, 마라의 아들 사르타바하(Sārthavāha)는 마라가 이길 수 없을 거라면서 싯다르타에게 예를 갖출 것을 건의하지만(참조),[8] 자기가 최고라는 망상에 빠져 있던 마라는 그 말을 듣지 않고 싯다르타를 방해할 것을 결심한다.

맨 처음에 마라는 색기가 있고 미녀인 세 딸들[9]을 시켜 싯다르타를 유혹하게 했다. 아버지의 분부대로 세 딸들은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서로 장난치며 싯다르타에게 아양을 떨다가 옷을 하나씩 벗으며 알몸이 되어 "남자는 즐길 때가 있는 법이니, 지금 안 즐기면 언제 즐기겠어요?"라고 유혹했다.

하지만 싯다르타는 유혹에 넘어가긴커녕 "뱃속에 똥밖에 들어있지 않은 것들에겐 관심없다."라며 독설을 날리곤 이들을 무시했다. 이 모습에 오히려 마라의 세 딸들은 싯다르타의 모습에 존경심을 품고 꽃을 바쳐 용서를 구한 다음, 오히려 자기 아버지한테 가서 싯다르타에 대한 찬양을 늘어놓아 마라가 뒷골을 잡게 만들었다. 다른 일화에선 유혹하던 중 늙은 할머니처럼 변해버리자 싯다르타가 "너희는 착한 과보로서 하늘 몸을 받았다. 그러나 덧없는 늙음이 덮쳐왔구나. 너희의 모양은 고운데 그 마음은 단정치 못하구나. 죽으면 악도에 떨어지리라. 이제 와서 후회한들 어찌하랴?"라고 설교했다고 한다. 자매들이 울면서 뉘우치자 싯다르타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그들을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려주었고, 세 자매는 완전히 싯다르타의 불심에 반해 그의 제자가 되었다고도 한다.

그 다음엔 마라가 자신이 가진 18억의 군대를 총동원하여 싯다르타를 협박하였으나, 오히려 싯다르타가 해탈에 이르기 위해서 해야 하는 십바라밀행을 검과 방패삼아 의연한 태도를 보이자 그 군대가 역으로 와해되었다. 이에 마라 본인이 그의 옛 종자로 위장해서 "왕국이 망하고, 아쇼다라 비가 겁탈당했다"고 거짓으로 전하여 그의 '인연'을 이용해 흔들려 했으나 역시 실패했다고 한다. 어떤 경전에서는 마라가 회유책으로 "그래, 네가 인간계에서는 그나마 우월한 자다. 그런데 그런 너도 경지에 이른 자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깨우치고 또 욕망을 억누르고자 고행 속에서 몇 년을 굴러도 열반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너도 이렇게까지 해서 안 된 거 보면 열반의 경지라는 것은 결국 말뿐이다!"라는 식으로 꼬드겼으나 역시 논파되었다고 전한다.

결국 딸들을 통한 미인계도 안 먹히고, 군사를 통한 협박과 깨달음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꼬드김에도 넘어가지 않자, 마라 본인이 직접 본체를 드러내서 "공덕을 그만두어 부처의 자리를 포기하면 너는 틀림없이 전륜성왕의 자리에 올라 천하를 정복하고 온갖 세상의 부귀영화와 쾌락을 누릴 것이며, 오히려 전륜성왕의 덕으로 중생을 구제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싯다르타가 평소 주장하고 다닌 '중생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으로 꾀었다. 단 일반적으로 퍼진 일화들에서 이 부분을 잘 읽어보면 '깨달음을 포기하면 내가 다 해준다'가 아니라 '깨달음을 포기하면 네가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나온다. 즉 어찌 보면 사기인 셈이다. 그런데 싯다르타가 출가하기 이전엔 일국의 왕자란 점을 생각해 보면 왕의 자리를 물려받아 치세만 잘 하면 적어도 자기 나라의 중생들은 제대로 먹고 재울 수 있었을 테니 어찌보면 아예 못할 말을 한 건 아니기도 하다.

그러나 최후의 회유마저 먹히지 않자 마라는 "지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겠으면 나의 마왕의 자리와 권능도 줄 테니 깨달음을 포기해라"라고까지 제안했지만[10], 싯다르타는 "내가 왕자로 있으면서 웬만한 쾌락은 다 누려봤고[11] 전생에서도 다 누려봤지만 부질없는 짓이더라. 그러니 관두고 너의 그 권능으로도 번뇌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니깐 필요없다."라고 대답하고는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지금 천왕을 할 수 있는 것이 전생의 공덕 덕분인데, 자꾸 이러면 다음 생에 좆되는 수가 있다"고 타일렀다.

화가 난 마라가 "나와는 달리 초라한 네가 무슨 깨달은 자냐? 그리고 네가 무슨 공덕이 있고 그걸 누가 증명할 거냐?"고 힐난하자 싯다르타는 재차 "넌 전생의 공덕으로 지금 그 자리에 있을 뿐, 내 공덕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라고 답한다. 이에 마라가 "내가 공덕이 있는 건 너도 인정했고[12] 나의 부하들도 인정했다. 그럼 네가 전생에 쌓았다는 공덕이 부처에 이를 만큼이라는 것은 어떻게 증명할 건데?" 하고 비꼬자, 싯다르타는 "여기 이 땅이 증명할 것이다."라고 하며 한 손으로 땅을 짚었다. 그러자 천지가 진동하고 꽃잎이 휘날렸으며, 땅의 신들이 나와서 그에 대해 증언을 하였다고 한다. 마라는 결국 포기하고 사라져 버렸다고도 하고 천지의 진동에 놀라 기절해 버렸다고도 한다. 여기서 유래한 불교의 수인(手印)이 바로 '항마촉지인'이다.[13]

그러나 근성있게도 마라의 유혹은 멈추지 않았다. 싯다르타가 해탈해 참된 진리를 가지게 되어 붓다가 되었을 때, '내가 하는 말을 과연 중생들이 알아들을까' 싶어서 7일 정도 보리수 밑에서 생각하고 있었다. 범천의 경우는 중생들을 고통 속에 내버려둘 거냐고 열심히 설득하고, 마라는 옆에서 당신이 하는 말 알아들을 만큼 현명한 놈들이 아니니까 어서 열반의 경지에 올라라[14]고 설득했지만, 결국 중생을 구하는 법의 바퀴를 굴리겠다고 다짐해서 이번에도 설득이 먹히지 않았다. 힌두교 신화에선 이때 비슈누 신이 3차례나 강림하여 싯다르타에게 중생을 깨우쳐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고 한다.

마라 파피야스는 주로 거대한 코끼리 상왕(象王)으로 변하기도 하고, 큰 의 왕으로도 변한다. 때로는 어린 소녀나 젊은 처녀로 변하기도 하고, 유부녀나 노파로 변신하여 수행자를 유혹한다.

4. 인도의 신과 마라

이렇듯 불교에서는 마의 근원이자 마왕인 마라 파피야스지만, 사실 인도 신화에는 1:1로 매치되는 신격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예 불교의 창작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베다 시절, 즉 불교가 성립하기 이전인 브라만교 시대 때부터 고행자를 방해하는 신령에 대한 믿음은 뿌리 깊었다. 왜냐하면 인도 신화의 세계관에서 고행을 쌓은 리시(Rishi)[15]인드라를 위시한 신들조차도 박살낼 만큼 강력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 인식은 불교 이후의 힌두교 시대에도 변함이 없었다.

인도 신화의 일화들을 보면 신들은 리시가 힘을 얻는 것을 두려워해 수행을 방해하고자 끝내주는 미녀로 유명한 압사라스를 보내어 성적으로 유혹하기도 하는데, 이런 모습은 보리수에서 수행 중인 석가모니를 유혹하던 마라의 행태와 일맥상통한다. 불경에서 마라 파피야스를 두고 인도 신화의 마족이라고 할 수 있는 아수라도, 락샤사(나찰)도 아니라 범천(브라흐마)이나 제석천(인드라) 같은 천인, 즉 데바 신족의 일원이라고 칭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 따른 것이다.

불교에서는 데바 신들 또한 욕망에서 해탈하지는 못한 존재이기 때문에 욕망의 지배자인 마라는 데바 신들조차 어찌할 수 없는 존재로 보았다.

불교에서 말하는 마라는 열반의 경지에 들고자 하는 모든 중생들의 마음 속에서 존재하는 번뇌, 욕심, 회의 등의 열반의 경지를 막고자 하는 모든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마라가 거하는 곳이 신들의 왕인 제석천의 궁전보다 높은 곳에 위치하는 것도, 신들도 다만 수행이 부족한 중생으로 보는 불교적인 시각에서는 결국 신들도 욕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클 조던의 저서 <신 백과사전>[16]에서는 힌두교의 사랑과 애욕의 신 카마데바의 별명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애욕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부분이 있다. 다만 카마는 다르마(Dharma)(종교), 아르타(Artha)(부귀영화), 모크샤(Moksha)(해탈)와 더불어 힌두교에서 말하는 인생의 4대신이긴 하지만, 불교의 마라만큼 강력한 존재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른 신들의 부탁으로 명상 중이던 시바한테 사랑의 꽃화살을 쏘았다가 시바가 쏜 불빛에 타버렸다가 다시 태어난다. 다만 불교에서도 시바와 마라는 그 위상에 엄청난 차이가 있어서 카마가 시바에게 소멸당한 일로 비교하기엔 좀 뭣하다.

5. 마라와 음경

이러한 설화로 인해 불교에서는 수도자들을 방해하는 것, 특히 성욕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하며, 음경의 은어로도 쓰인다. 또한 이게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알려져서 일본에서는 음경, 특히 대물의 완곡한 표현으로 사용되고는 한다. 야겜이나 상업지 등에서 양갓집 규수가 "남성분의 마구니"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만화 《더 화이팅》에서 마쿠노우치 잇포의 별명인 '빅 마라'의 마라가 바로 이것이다. 여신전생 시리즈에 등장하는 마라 또한 적나라한 음경의 형상을 하고 있다.

욕계를 포함한 욕망의 세계의 가장 위에 있는 타화자재천을 '제육천'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마라는 '제육천마왕'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역사상의 인물 중 '제육천마왕'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인물로는 오다 노부나가가 있는데, 이는 오다 노부나가와 당대의 일본 불교계 사이의 극심한 정치적 대립 관계로 인해 생긴 별명이다. 요약하자면 "오다 노부나가는 X같은 새끼다."수준의 욕설. 하지만 오히려 오다 노부나가는 이 별명이 마음에 든다고 그렇게 부르라 대꾸했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다만 노부나가가 먼저 자칭하여 당시 일본 사회에 민폐를 끼치던 불교계에 대한 경고를 하려고 했다는 해석도 있다.

6. 호칭에 대해

마라 파피야스는 다양한 호칭으로 불리고 있는데, 우선 산스크리트어 이름을 해석하면 이렇다. 산스크리트어로 '마라'는 '죽이는 자(殺者), 악한 자(惡者)'라는 뜻이며, '파피야스'는 '이 이상 없을 사악'이라는 뜻이다. 그야말로 이름부터 악의 화신.

이 악의 화신이 중국을 비롯한 한자문화권으로 유입되면서 그 이름을 한자로 번역하는 과정을 거치며 호칭이 다양해진 것이다.
||<table width=100%><table bordercolor=#000000,#383b40><table bgcolor=#ffffff,#2d2f34><rowbgcolor=#000000><rowcolor=#ffffff> 원어 || 호칭 || 해설 ||
마라 (魔) 단순히 '마'라고 하면 마라 파피야스를 가리킨다. 애초에 ''라는 한자는 중국에서 मार(마라)를 음차하기 위해 남북조시대에서 당나라시대 사이에 새롭게 만들어 낸 글자기도 하다.
마왕(魔王) 역시 단순히 '마왕'이라고 하면 마라 파피야스를 가리킨다.
마라(魔羅) 산스크리트어 '마라'의 한자 가차 표기.
천자마(天子魔) 마 중 으뜸이기에 붙은 호칭.
천마(天魔) 천자마의 줄임말. 천(天)이 된 이유는 불경에서 마라를 두고 천인(天人)의 일족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파피야스 파순(波旬) 산스크리트어 '파피야스'를 음차한 표기.
파비야(波卑夜)
그 외 타화자재천왕
(他化自在天王)
타화자재천은 욕계의 가장 위에 있는 하늘로, 마라 파피야스는 이곳의 지배자이기에 이렇게도 불린다.
제육천마왕
(第六天魔王)
마라가 지배하는 타화자재천이 욕계의 6번째 하늘이므로 제육천마왕이라고 불린다.

즉, 널리 알려진 마(魔), 마왕(魔王), 천마(天魔) 같은 호칭들은 전부 이 마라 파피야스에게서 유래된 것이다. 덧붙여 인도 신화에 나오는 애욕의 신 카마와 동일시되어 카마 마라라고 불리기도 한다. 욕계가 곧 산스크리트어로 ‘카마로카’, ‘카마다투’다.

여담이지만 한국에서는 뒤의 파피야스라는 부분을 잘못 읽고 파파야스나 아예 파파이스라고 읽어버리는 경우가 자주 있다.

7. 창작물

7.1. 문서가 있는 마라 파피야스



[1] 둘이 상당히 유사한 모습을 보이다 보니 실은 같은 존재라는 식으로 묘사되는 창작물도 있다.[2] 불교에서 말하는 번뇌를 만드는 5가지 인식작용을 오온(五蘊)이라고 한다. 이것을 형상화한 마귀를 온마(蘊魔)·오온마(五蘊魔)·오음마(五陰魔) 등으로 부른다. 엄밀히 말하면 오온은 인간을 이루는 구성요소이다. 불교에서는 인간을 명(정신)과 색(물질)이 합쳐진 개체로 보는데, 명은 다시 4개의 의식작용(수, 상, 행, 식)으로 나뉘어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의 오온을 이룬다.[3] 마귀(魔鬼), 악마(惡魔)의 마()가 마라 파피야스의 번역으로 만들어진 한자이다. 산스크리트어 마ː라 파:피ː야스(मार पापीयस्)의 마ː라(मार)는 죽이는 이(殺者), 못된 이(惡者)라는 뜻이고, 파:피ː야스(पापीयस्)는 더 없을 사악(邪惡)이라는 뜻이다.[4] 대자재천(시바)이 있는 색계보다는 낮지만, 인도 신화에서부터 시바와 인드라(제석천)는 급이 다르니 논외로 한다.[5] 자세한 설명은 육도윤회문서 참조.[6] 혹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수행이 무르익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해 보았다는 말도 있다. 그러면서, 천마는 인간의 지혜, 선정의 힘이 6가지 욕망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수가 있는지 시험을 하며, 그렇기에 수행자의 성취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시켜 주는 것은 물론, 본인이 알지 못한 부분을 콕 집어 알아챌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하는 역할도 한다고 한다.[7] 마라 자신과 딸들 및 모든 부하[8] 경전에 따라선 당시 마라의 수하들이 두 패로 갈렸는데, 마라의 아들과 하얀 악마들은 싯다르타를 이길 수 없다며 예를 갖출 것을 주장했고, 검은 악마들은 싯다르타를 방해할 것을 주장했는데 이 중 마라는 검은 악마들의 편을 들었다고 전해진다.[9] 따나(Tanha: 탐욕. 집착), 아라띠(Arati: 성냄. 악심)와, 라가(Raga: 욕망)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10] 당연히 할 생각은 없었고 모두 흉계였다.[11] 이는 싯다르타의 아버지인 슈도다나가 아들이 출가할까 봐 일부러 쾌락에 젖게 만들었기 때문. 하지만 싯다르타는 기어이 출가한다.[12] 현대의 시각으로 보면 마왕이라면 '마'에서 나오는 악한 이미지에 더 신경쓰는 반면 그 당시 인도에서는 '왕'에 더 신경을 썼다. 현생에 악행을 저지르는 폭군이나 선행을 베푸는 성군으로 사는 것은 내 다음 생에 대가를 치를 업보이고, 왕으로 태어난 것 자체는 전생에 공덕이 많았던 증거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었다. 즉 마라가 현세에서 마왕이긴 해도 한 세계를 지배하는 존재가 된 것은 곧 지난 생에 쌓은 공덕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는 뜻이 된다. 자현 비구는 이런 인식을 최고급 로펌을 소유하고 있는 사회 상류층 인사를 대하는 인식과 같다고 설명했다.[13] 어떤 수인인지 궁금하다면 석굴암 본존불을 보도록 하자. 본존불이 취하고 있는 자세가 바로 항마촉지인이다.[14] 싯다르타가 나중에 입멸한 것을 언급하는 것처럼 그냥 빨리 죽으라는 게 절대 아니고, '너와 나 사이에 괜히 다른 애들 집어넣지 말고 네 갈 길이나 가라'라는 뜻으로 한 말로, 어느 정도 부탁이나 애원에 가까운 투였다.[15] 성선(聖仙), 현자(賢者)로 한역된다.[16] 국내에는 강창헌 역본이 출간되어 있다.[스포일러] 주인공이 바로 본 작품의 현시점의 마라 파피야스이다. 그래서 영능력이 개방되지 않았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