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근현대사/20세기 전반

라틴아메리카/근현대사
19세기		20세기 전반		20세기 후반		21세기 전반		한계와 비판

1. 개요2. 미국의 영향력 확대

2.1. 미국-스페인 전쟁

3. 브라질, 커피 제국의 산업화4. 멕시코, 멕시코 혁명과 제도혁명당

4.1. 좌파 미술의 발전

5. 콜롬비아, 불안한 내정과 커피 경제6. 아르헨티나, 민주주의 발전의 중단7. 기타 국가

7.1. 페루7.2. 칠레7.3. 베네수엘라

1. 개요

라틴아메리카 근현대사의 20세기 전반을 다룬다.

2. 미국의 영향력 확대

19세기 초반 미멕전쟁으로 멕시코를 간단히 찍어누르고 19세기 후반 미국-스페인 전쟁으로 카리브 해까지 안마당으로 만드는데 성공한 미국은 중미 지역 지배력 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아직 20세기 초반 당시는 영국 자본이 남미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칠레 등에 영향력이 강하던 시점이어서, 미국이 섣불리 남미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눈치를 봐야하는 시점이었다. 물론 2차대전 이후에 미국이 영국을 대체하는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면서 이런 판도가 깨지지만 카우디요들이 영국 자본을 거부하던 중미에서는 일찍이 영국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2.1. 미국-스페인 전쟁

미국의 라틴아메리카 팽창은 19세기를 마감하기 직전 본격적으로 재개된다. 상대는 그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식민지를 간당간당하게 유지하던 스페인. 스페인의 지배를 받던 쿠바에서는 1895년 반란이 일어났다. 스페인 정부는 반란 당시 미국이 쿠바에 개입하고 있다는 점과, 당시 스페인이 미국과 전쟁을 해서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는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스페인 본토 여론은 반란에 대하여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여론이 빗발쳤고, 이 때문에 미국 측에서 요구하는 것처럼 쿠바를 미국에 순순히 매각했다가는 내각의 총사퇴나 쿠데타 등을 피할 수 없어보였다. 스페인 총리 안토니오 카노바스 델카스티요(Antonio Cánovas del Castillo)는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해 '최후의 1인까지, 최후의 1페세타까지' 다 쏟아부어서라도 쿠바를 수호할 것을 약속했다.

미국과 스페인은 1898년 1월 25일 메인호 침몰 사건을 계기로 4월 21일 미국-스페인 전쟁에 돌입했다. 스페인 정부가 이미 두려워하고 예상했던 대로 쿠바를 두고 벌어진 전쟁은 오래가지 못했다. 1898년 12월 파리 조약의 결과 스페인은 항복하고 미국은 카리브해에서 쿠바와 푸에르토리코를, 태평양에서는 필리핀과 괌을 획득했다. 이걸로 스페인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발을 뺐다.[1] 20세기 팍스 아메리카나를 예고하는 서막이었다. 쿠바는 4년간 미군정을 거친 뒤 1902년 5월 20일 독립하였고 이후 미국 자본들이 연이어 쿠바로 진출했다.

3. 브라질, 커피 제국의 산업화

자세한 내용은 브라질 제1공화국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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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내용은 바르가스 시대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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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9년 브라질은 제정이 붕괴하고 공화정이 들어섰다. 이 시대를 가리켜 브라질 제1공화국(1889~1930) 또는 구 공화국(República Velha)이라고 칭한다. 1공화국은 명목상 연방제의 대의민주주의 체제였으나, 초기 5년간(1889~1894) 정치 전반을 특징지은 것은 제정을 몰아낸 군부를 중심으로 한 '검의 정치'였고, 검의 정치 이후로는 상파울루와 미나스제라이스의 대지주들이 각각 창당한 상파울루 공화당(PRP)과 미나스제라이스 공화당(PRM)을 중심으로 하는 후견주의적 과두정이었다. 이것은 당시 브라질의 경제가 커피를 중심으로 하는 농업경제이며 토지소유 구조가 라틴아메리카에서도 가장 극심한 편중을 보였기 때문이다. 커피 재배지가 몰린 두 주의 대지주들은 커피를 매개로 세계 시장과 긴밀히 통합되어 있었으며, 활발한 커피 수출로 재산을 불려 경제적으로 가장 강력한 집단으로 올라섰다.[2] 캄푸스 살리스 대통령 재임기(1898~1902)에 PRP와 PRM 양당이 서로 교대로 집권하기로 합의하여 양당의 과두정이 정착되었다. 하지만 이것을 두고 상파울루와 미나스제라이스가 정치공간을 독점했다고 오해해서는 안되며 그보다는 두 주가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했다고 보는 것이 좋다. 이것은 브라질의 국토가 광대하고 각 주를 통치하는 연방정부의 행정력이 허약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치는 각각의 주에서 반독립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전국정당은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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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 주와 리우데자네이루 주의 커피 재배 확장. 초록색과 연두색이 1881~1930년 사이 확장된 곳이다.

19세기 중후반 제2차 산업 혁명은 브라질 커피 산업을 호황의 절정으로 이끌었다. 미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부르주아와 노동자가 급성장하여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또한 이들의 경제력이 커피를 대규모로 소비할만큼 늘면서 더욱 막대한 커피 수요가 창출되었기 때문이다. 1891년 커피는 브라질 수출의 63%를 기여했고 1901~1910년에는 51%를 기여했다. 커피 산업의 성장은 철도 등 각종 사회적 인프라의 부설을 촉진했고, 인프라의 부설은 다시 커피 재배의 확산에 기여했다. 브라질의 철도 길이는 1860년 223km에서 1885년 6,930km로 30배 넘게 증가했다. 상파울루 주 동부 고원지대와 항구도시 산투스 사이에 주요 노선이 부설되면서 상파울루 주 중부와 북서부로 커피 재배가 빠르게 확산되었다.

브라질의 커피 산업이 성장하면서 커피 시장에 대한 지배력도 더욱 증가했다. 1823~1830년 브라질의 커피 수출량은 연평균 21,490톤으로 기존 최대 수출국인 아이티를 이미 앞섰고[3] 얼마 안가 세계 최대 커피 수출국으로 등장했다. 1881~1885년 브라질의 커피 수출량은 연평균 322,440톤으로 세계 수출량의 최소 55.1%를 기여했고, 1926~1930년은 연평균 867,804톤으로 60.1%를 기여했다. 따라서 세계의 커피 생산량과 수출량은 브라질의 작황에 좌우되고, 다른 커피 생산국들은 브라질의 풍흉에 일희일비하게 된다. 커피 산업은 나아가 세계 각지에서 이민자들을 끌어들여 도시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1884~1890년 20만 1천명이 상파울루 주로 이민했고, 1891~1900년에는 추가로 73만 3천명이 이민했다. 상파울루 주의 주도 상파울루의 인구는 1850년대 3만명에서 1890년 7만명, 1900년 24만 명, 1930년대 100만명으로 증가했다. 이들 이민자들은 1888년 노예제 전면 폐지에 따른 커피 산업의 노동력 공급 감소 우려를 해소한 것을 넘어 증산에 크게 기여했다. 1934년 상파울루 주 인구의 14.5%를 차지하는 이민자들이 같은 해 상파울루 주 커피 생산의 최소 40%를 담당했다.

1공화국 체제는 1930년까지 유지되었다. 1929년 초 와싱톤 루이스 정권이 끝나면서 과두정 내부에 분열이 생겼다. 루이스는 원래 상파울루 주와 미나스제라이스 주에서 교대로 대통령 후보를 추전하기로 한 약속을 깨고, 자기의 최측근인 같은 상파울루 주 출신의 줄리우 프레스치스로 후계자로 정했다. 이에 미나스제라이스 주는 신진 세력인 히우그란지두술 주와 자유동맹(Aliança Liberal)을 맺어 상파울루 주에 대항했다. 1929년 중반 자유동맹은 1930년 대선의 대통령 후보로 히우그란지두술 주지사 제툴리우 바르가스를, 부통령 후보로 파라이바 주지사 주앙 페소아[4]를 지명했다. 1930년 대선은 상파울루 공화당 후보 줄리우 프레스치스가 승리하였지만 이미 과두정은 붕괴 일보 직전이었다. 1930년 7월 26일 주앙 페소아가 암살당한 사건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와 정치적으로 이용되었고[5], 여기에 일부 정치군인들이 바르가스에 협력하였다.

또한 과두정 체제 외부에서도 기존 체제에 반발하는 신흥 산업 엘리트들과 중산층이 점점 형성되었다. 1907년 조사 당시 15만 명에 불과했던 제조업 종사자가 1920년 27만 5천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브라질 전체 인구가 35% 증가한데 반해 제조업 종사자의 숫자는 80% 넘게 증가한 것이다. 이로써 기존 과두정에 불만을 품고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노동자 집단이 작게나마 형성되었다. 과두정의 분열과 정치군인의 협력, 사회의 반정부 분위기에 힘입은 바르가스는 1930년 10월 3일 미나스제라이스 주와 히우그란지두술 주를 시작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쿠데타는 10월 24일 군 최고지휘관들이 공화국 대통령을 해임하고, 이들 최고지휘관들이 조직한 평의회가 군중의 시위와 반란군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사임하면서 결국 승리했다. 이로서 바르가스는 1공화국 체제를 종식했다. 그의 집권은 1945년까지 이어졌으며 이 시대를 가리켜 바르가스 시대라고 부른다. 바르가스의 집권을 계기로 엘리트의 교체가 이루어졌으며 기존의 대지주들은 두 번 다시 예전의 권력을 되찾지 못했다.[6]

바르가스는 쿠데타 직후 광대한 국토와 허약한 행정력으로 인해 지역주의가 강했던 브라질의 강력한 중앙집권을 도모하고 산업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바르가스 이전 정부는 자유방임주의에 충실하게 세계 시장의 변화에 민간이 알아서 적응하기를 기대했으며 단기적 공황 뒤에는 다시 호황이 찾아온다고 믿었다. 하지만 과잉생산과 대공황으로 인해 커피의 수요와 가격이 급감하고, 대공황의 기약없는 장기화로 인해 언제 커피 수요와 가격이 다시 상승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커피 생산에만 기대는 것은 경제적 자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그 나름대로 자구책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제 정부는 기존 경제 부문을 통제하고 정부 주도 산업화 정책을 추진해 새로운 경제 부문을 개척하고 경제를 다각화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는 구원투수가 되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게 되었던 것이다. 바르가스는 1937년 10월 1일에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11월 10일 국회를 해산시키며 동시에 사전에 작성해 놓았던 신헌법을 공포하였다. 이로써 유사 파시즘 성격을 가진 신국가 체제, 이른바 이스타두 노부(Estado Novo)가 수립되었다. 경제적으로는 1931년 5월 커피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커피를 모조리 수매한 후 전부 폐기하고[7], 외화가 고갈되자 1931년 10월 대외채무 불이행을 선언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또한 섬유산업 보호목적으로 생산과잉 상태의 산업분야 기계수입을 금지하고 노동조합법을 도입하고 정부 개입 하에 산업시설을 확충했다.

훗날 페트로브라스가 되는 국영석유회사의 설립도 1930년대에 추진되었다. 석유는 2차대전이 벌어지기 전까지 국제수지에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고 1930년대 이전 브라질에서 발견된 유전도 경제성이 떨어졌으므로 정부 내에서도 국가 주도 석유정책에 대한 의견차가 분분했다. 1938~1943년 국가석유위원회(Conselho Nacional do Petróleo)의 장을 역임한 공병 전문가 줄리우 카에타누 오르타 바르보자(Júlio Caetano Horta Barbosa) 소장은 정부의 석유 독점을 옹호하는 경제적 민족주의자로 임기 중 거대한 국영정유소의 건설을 시도했지만 민간 부문과 이해가 엇갈려 제동이 걸렸고 그 자신도 1943년 중반 위원장에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그의 시도는 주도권을 선점하려던 외국 회사들의 시도를 차단하는데 성공했고, 또한 그와 비슷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던 다른 인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바로 이들이 1953년 10월 페트로브라스를 창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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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국영 제강회사 CSN의 건설현장

1930년대 전반기의 공업성장은 1920년대에 마련된 기존 생산시설을 활용한 것이었고, 1930년대 후반에는 시설 확장을 수반했다. 1940년대부터는 소비재 공급을 넘어 중간재와 자본재 생산을 위한 공장들이 건설되었다. 1941년 국영 제강회사 CSN(Companhia Siderúrgica Nacional), 1942년 광업회사 발리(Vale)와 국영자동차공장 FNM(Fábrica Nacional de Motores), 1945년 상프란시스쿠 수력발전회사 CHESF(Companhia Hidrelétrica do São Francisco), 기타 항공기 공장 등 각종 국영회사들이 건설되었다. 비슷한 시기 새로운 유형의 산업역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국립산업훈련서비스(SENAI), 국립상업훈련서비스(SENAC) 등 각종 기술교육기관을 대거 설립하고 고등교육기관을 확충했다. 1920년부터 1940년대까지 수력발전 능력은 3배, 제조업 종사자는 3배 이상[8], 산업체 수는 4배 이상 늘었다. 특히 시멘트, 선철(Pig iron), 철판(Sheet iron), 강철(Steel)과 같은 기간산업 분야가 큰 성장을 이루어 1929~1939년 사이 생산량이 각각 625%, 385%, 285%, 238% 증가했고 동기간 면화섬유(Cotton textiles)의 생산량도 거의 2배 증가했다. 제조업의 성장은 농업의 성장보다 더 빨랐다. 농업 생산과 제조업 생산의 가치를 비교할 때, 1920년의 비율은 79:21이었으나 1940년 57:43으로 변동했다.

제조업이 성장하면서 기업별, 지역별로 집중화가 일어났다. 1938년 당시 12명을 넘게 고용한 공장은 10%에 불과했고, 1941년 조사에 따르면 공장의 평균 고용인력은 21명이었다. 1944년이 되자 전체 공장 4만 4천개 중 생산액이 10만 크루제이루(약 5천 달러)를 넘는 상위 7천개 공장이 평균 75명을 고용하고 나머지 3만 7천개는 평균 11명만 고용하게 되었다. 지역적으로는 제조업 종사자의 39%와 제조업 GNI의 40%가 상파울루 주에, 종사자의 16%와 GNI의 28%가 리우데자네이루 시[9]에 분포하여 경제 중심지인 남해안에 극심한 편중을 보였으며 히우그란지두술 주, 미나스제라이스 주, 페르남부쿠 주, 리우데자네이루 주에 종사자의 31%와 GNI의 23%, 기타 나머지 주에 종사자의 14%와 GNI의 9%가 분포했다.

비록 바르가스가 공업화를 시작하기는 했으나 그의 시대가 끝날 때도 브라질의 경제는 여전히 농업 중심의 가난한 국가였다. 1948년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의 1인당 GNI는 100달러 남짓으로, 남미에서 투톱으로 잘 살았던 아르헨티나(1947년 400달러)의 1/4에 불과했다.[10] 당시 농업과 임업이 고용의 67.5%를 기여한데 반해 제조업은 10.0%, 광업은 2.8%, 서비스업[11]은 19.7%만 기여했다. 또한 제조업은 국내 수요만 충족할 뿐 해외 수출은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농업과 제조업의 GNI 기여는 둘 다 30%로 비슷했지만 수출 기여는 농업이 90%를 넘는 반면 제조업은 7%(1946)에 불과했다.[12] 수출의 대부분은 언제나 커피였다. GNI 기여, 고용 기여, 수출 기여 등 어떠한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2차대전 이전 브라질은 농업, 특히 커피 중심 국가였다.

경공업에 해당하는 식품 및 담배, 섬유, 피혁 및 의류, 목재, 도자기가 제조업 GNI의 71.7%, 고용의 69.3%를 기여했고 그 중에서도 식품 및 담배(GNI의 40.3%, 고용의 19.6%), 섬유, 피혁 및 의류(GNI의 24.9%, 고용의 38.3%)가 가장 큰 기여를 했다. 고용의 1/3 정도는 수공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self-employed artisans)이거나 작업장, 수리가게 같은 극소 규모 사업체(very small establishments)로, 고도로 산업화된 국가에서는 보통 제조업 종사자로 간주하지 않는 유형이었다. 이렇듯 제조업체들은 국외 시장이나 브라질 전역의 시장을 노리기에는 너무 영세했으므로 자연히 인근 지역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소규모 공장 위주로 이루어졌고, 그 기술력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간단하게 가공하거나 수입된 부자재를 소비재로 조립하여 인근의 지역 시장에 공급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예를 들어 2차대전 직전 공업 중심지인 상파울루 주는 원자재의 10%만 다른 주에서 구입했고, 공업제품 판매액의 20% 미만을 다른 주에서 거두었다. 즉 아직까지 브라질의 경제적 통합은 요원한 일이었다.

교육 분야는 1930년 교육보건부(Ministério da Educação e Saúde Pública)[13]가 설치되면서 교육에 보다 중앙집권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 이전에는 각 주가 개별적으로 교육제도를 정비하고 유지했다. 1920년 브라질의 문해율은 35.1%에 불과했다.(15세 이상 기준) 학교 교육제도가 확대되면서 5~19세 사이 아동의 취학률이 점점 증가했다. 해당 연령대 아동의 초중등학교 취학률은 1920년 9% 정도에서 1940년 21% 정도로 증가했다. 1950년 통계에 따르면 문해율은 50%까지 늘었지만 여전히 높았다. [14]

1937년 브라질은 국명을 "브라질 합중 공화국"에서 "브라질 합중국"으로 변경했다.[15] 대외적으로 바르가스는 직전 체제의 친미노선을 계승하여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연합국 진영에 가담했다. 국내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여론이 힘을 얻자 바르가스는 1945년 선거 실시를 약속하고 자신도 브라질 노동당을 창당했지만 1945년 10월 군사쿠데타로 축출되었다. 이후 제헌의회가 구성되어 1946년에 새로운 브라질 헌법이 통과됨에 따라 브라질 제4공화국이 선포된다.[16]

4. 멕시코, 멕시코 혁명과 제도혁명당

자세한 내용은 멕시코 혁명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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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피리오 디아스는 멕시코의 현대화를 위한 여러 개혁정책을 추진했지만 그 과정에서 멕시코 국민들의 전반적인 반발을 샀다. 기존의 멕시코 농촌은 마을 주민들이 토지를 공동소유하고 공동경작하던 방식이라 생산성이 매우 낮기는 했다. 문제는 당시 포르피리오 디아스가 기존의 공동경작되던 토지의 소유 구조를 미국의 농업 회사들이나, 아니면 정부와 인맥이 닿아있던 대지주들에게 헐값으로 파는 방식으로 재편했다는 점이었다. 한 편 미국 기업들은 멕시코의 광산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멕시코인 노동자가 미국인보다 낮은 급여를 받는 것에 항의하여 파업하자 군대를 보내 이를 진압하였다.

일련의 토지 집중화 과정에서 가장 격렬하게 저항한 것은 스페인 지배 시절 사실상 반독립 상태에 있던 멕시코 북부 원주민들이었다. 포르피리오 디아스 정부는 멕시코 북부 치와와 주, 소노라 주, 시날로아 주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을 일부러 들볶아서 반란을 조장한 후에, 원주민들이 봉기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이들을 잔혹하게 진압하고[17] 이후 원주민들로부터 강탈한 땅을 친지들이나 미국계 부동산 회사들에게 나누어주고, 원주민들이 쫓겨난 땅은 중국인 쿨리들을 데려와 개발하였다. 멕시코 북쪽 끝 치와와에 거주하던 야키족(Yaqui)은 인구 3만여 명 가운데 절반이 멕시코 남부 유카탄 반도로 강제 추방당했다.

멕시코 혁명은 사실상 두 가지 성격의 혁명이었다. 첫번째는 북부의 판초 비야와 남부의 에밀리아노 사파타와 같은 민중 게릴라 지도자들이 이끌었던 혁명으로서 그 목적은 지방자치를 기반으로 한 사회정의였다. 두번째 혁명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지식인들, 농장주, 그리고 상인들이 이끌었던 것으로 그들은 강력한 중앙집권정부를 축으로 근대적이고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멕시코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했다.

농민운동의 지휘자든 중산층의 지도자든 그들은 포르피리오 디아스라는 한 개인의 장기 집권에 의해서 자신들의 희망이 얼마나 오랫동안 좌절되었는지 절감하고 있었다. 디아스는 1877년에서 1911년까지 대통령으로서 멕시코를 통치했다. 베니토 후아레스 밑에서 프랑스의 간섭에 맞서 싸웠던 이 용감한 게릴라 전사는 라틴 아메리카의 자유라는 깃발 아래 대통령직에 올랐다. 하지만 포르피리오적 개념에서 볼 때 그가 내건 “질서와 진보”라는 구호 속에는 민주주의나 사회정의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것은 단순히 엘리트층만을 우대하고 비민주적 수단을 정당화하면서 경제를 급성장시키는 것만을 의미했다.

라틴아메리카의 역사 / 카를로스 푸엔테스

1910년 선거에서 일부 야당들은 포르피리오 디아스의 재선에는 동의했으나, 일부 정당은 부통령만큼은 자유 선거로 선출하라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1909년 창당한 반재선파 국민당(Partido Nacional Antirreeleccionista, PNA)은 1910년 4월 프란시스코 마데로와 프란시스코 바스케스 고메스(Francisco Vázquez Gómez)를 각각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로 내세웠다. 이에 포르피리오 디아스는 마데로가 선거 유세 중 선동을 했다는 트집을 잡아 6월에 그를 투옥했다. 결국 1910년 9월 27일 포르피리오 디아스가 대통령에 재선되었다는 발표가 나왔다. 마데로는 10월 5일 탈출하여 선거결과 무효와 재선거 실시, 임시 대통령 선출 등을 요구했고, 11월 20일에는 모든 주민들의 무장 투쟁을 요구하는 산루이스포토시 계획(Plan de San Luis Potosí)을 선언하였다. 그의 봉기를 시작으로 멕시코 각지에서 포르피리오 디아스에 반대하는 세력이 봉기하면서 멕시코 혁명이 시작되었다. 혁명 과정에서 첫 빠따로 희생되었던 것은 중국계 멕시코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었고, 혁명 와중에 상당수의 미국인, 영국인들이 멕시코를 탈출하였으며 미국 기업 상당수가 멕시코에서 철수하였다. 혁명전쟁은 1911년 5월 25일 포르피리오 디아스의 사임을 이끌어내어 당초의 목적을 달성했다.

판초 비야와 에밀리아노 사파타가 멕시코 시티 입성 후 찍은 기념사진.[18]

그러나 마데로의 신정부는 기존 대농장 소유제(latifundismo)를 해체하고 토지를 분배하라는 등의 사회개혁 요구들을 수용하지 못했고, 디아스 정권과 이익을 공유하던 구 엘리트를 청산하는 문제를 등한시했다. 그 결과 마데로는 멕시코의 상황을 안정시키는데 실패하고, 1913년 2월 22일 디아스 정권에 봉직했던 군인들의 반란으로 살해되었다. 마데로의 뒤를 이어 빅토리아노 우에르타(1913~1914)가 집권하자, 혁명 세력들이 재결집해 2차 혁명전쟁을 일으켰다. 2차 혁명전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혁명 세력의 이념 갈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명목상 혁명 세력의 최고 수반(Primer jefe)으로 서열이 가장 높았던 베누스티아노 카란사(1917~1920)는 토지개혁에 미온적인데 반해, 판초 비야와 에밀리아노 사파타를 중심으로 한 빈농 세력은 토지개혁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또다른 혁명 세력 지도자인 알바로 오브레곤은 당초 둘 사이를 중재하고자 했으나 입장 차만 확인하면서 실패하자 카란사와 협력했다.

혁명 세력은 1914년 7월 우에르타의 사임을 끌어내어 다시 한번 승리했고, 혁명 세력 내의 이념 갈등은 명목상의 적이 사라지자 단순한 견제를 넘어서 포화를 주고받는 이념전쟁으로 가시화되었다. 카란사와 오브레곤은 1915년 4월 기병을 중심으로 한 비야의 주력군을 참호전으로 격멸했고 사파타도 1919년 4월 10일에 사살했다. 비야와 사파타의 세력이 찌꺼기만 남자 이번에는 사회 개혁에 미온적인 카란사와 사회 개혁에 공감하던 오브레곤 사이에 권력 투쟁이 벌어졌다. 오브레곤을 추종하는 장교들은 대지주의 사유재산에 개입하고 노동자의 권리보호를 주장하는 진보적인 내용을 담은 1917년 헌법을 제정했다. 1920년 4월 오브레곤은 카란사에 대한 반란을 일으키고 비야와 사파타의 잔존 세력과 협력하여 카란사를 축출, 1920년 6월에 집권하여 혁명의 최종 승자가 된다. 판초 비야는 두둑한 보상을 받고 은퇴했으나 1923년 7월 20일 암살을 당했다.[19]

오브레곤(1920~1924)과 그의 후임 플루타르코 엘리아스 카예스(1924~1928)는 가톨릭 교회의 토지 소유 제한 및 정교분리 정책을 시행했고, 가톨릭교도들이 개혁정책에 반발하여 일으킨 크리스테로 전쟁(1926~1929)을 진압했다. 오브레곤은 1928년 대통령에 다시 선출되었으나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가톨릭교도에 암살되었다. 카예스는 오브레곤 암살로 인한 극심한 정치적 위기를 해소할 필요성을 느꼈고, 1929년 그때까지 살아남은 혁명 지도자들과 장교들을 모아 국가혁명당(Partido Nacional Revolucionario, PNR)을 창당했다. PNR은 1938년 멕시코 혁명당(Partido de la Revolución Mexicana, PRM)으로 개명하고, PRM은 1946년 제도혁명당(Partido Revolucionario Institucional, PRI)으로 개명했다. PRI는 1929년부터 2000년까지 장기 집권했다.

카예스는 임기가 끝난 후에도 자신의 부하들을 바지사장 대통령으로 앉히면서 정계에 개입했으나 라사로 카르데나스 대통령(1934~1940)에게 패배하여 미국으로 망명해야 했다. 카르데나스는 토지개혁을 수행하여 대농장 소유제를 해체하고 그 소유지를 소작농 공동체에게 제공하는 에히도(ejido)를 정착시키고, 의무교육을 확대하는 사회개혁을 충실히 수행했다. 또한 석유를 국유화하는 사회개혁을 충실히 수행하여 전 국민의 고른 지지를 받고 정국을 안정화시켰지만, 당대에는 이것이 경제성장으로 나타나진 않았다. 에히도는 토지에 대해 용익물권(usufruct)만 인정될 뿐 소유권(ownership)은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그 성격은 대한민국과 일본과 같은 자영농 육성책보단 오히려 소련의 집단농장과 같은 집산화에 가까웠다. 그래서 정부의 대규모 관개시스템 건설과 같은 막대한 물적지원에도 불구하고 에히도의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였다. 즉 혁명 후 토지개혁은 근본적으로 정치적 성과였지 경제적 성과라고 보긴 힘들었다.

카르데나스 최고의 업적으로 꼽히는 석유 국유화는 경제논리에 비추어보면 정치논리에 사로잡혀서 초래한 정책적 오류였다. 영국은 멕시코와 단교했고, 미국도 경제제재에 가담했다. 이들 국적의 석유 메이저들은 이미 1920년대부터 멕시코보다 베네수엘라 개발에 집중하고 있던 판에 카르데나스가 석유를 국유화하자 멕시코산 석유 수출과 자국산 석유산업 부품 유입을 봉쇄하고 석유 산업에 대한 차관 공여를 방해하는 식으로 보복에 나섰다. 때문에 멕시코의 석유산업은 1921년 세계 원유 생산량의 1/4을 차지하던 위치에서 1940년대에 이르면 겨우 자급이나 하는 수준에 머물렀다.[20] 본격적인 경제성장은 1946년 집권한 미겔 알레만 발데스(1946~1952) 대통령의 적극적인 정부주도-수입대체 공업화 정책이 추진된 후에야 이루어졌다. 또한 제도혁명당의 장기집권은 자연스레 제도혁명당 자체의 권력 독점과 부패로 이어졌다.

임기 말년 카르데나스는 제도혁명당이 극좌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당내 우파 인사인 마누엘 아빌라 카마초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dedazo)"하였다. 이로써 당내의 좌우파 지도자가 번갈아 대통령에 출마하고 당선되는 "대통령 진자(presidential pendulum)"의 전통이 수립되었다. 따라서 멕시코 근현대사에서 1940년은 또 하나의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다. 집권 정당인 제도혁명당이 기존의 혁명성을 탈각하고 방향을 선회한 해, 즉 '보수화'되기 시작한 해이기 때문이다. 이제 제도혁명당은 사회혁명이 아니라 조국근대화의 기수를 자임하기 시작했다.

카마초(1940~1946) 대통령은 개혁을 대부분 종식하고 보수주의 세력과 화해를 추구했다. 토지개혁은 완화되었다. 노동운동은 다시금 통제가 가해졌고, PRI와 긴밀한 연계를 가진 최대 노동조합인 멕시코노동자총연맹(Confederación de Trabajadores de México, CTM)의 지도자도 강경 성향의 비센테 롬바르도 톨레다노(Vicente Lombardo Toledano)에서 보수 성향의 피델 벨라스케스 산체스(Fidel Velázquez Sánchez)로 교체되었다.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이 놓인 것도 카마초 행정부의 일로, 1942년 설립된 멕시코사회보장청(Instituto Mexicano del Seguro Social, IMSS)은 2025년 지금까지 노동자 복지혜택 중 근간을 이루는 제도로 남아있다. 하지만 적어도 설립 초기에는 경제활동인구 중 소수만 그 혜택을 보았다.

1939년 2차대전이 발발하자 멕시코는 중립을 지켰으나 멕시코 유조선 2척이 독일 잠수함대에 격침되자 1942년 5월 22일 독일에 선전포고했다. 9월 16일 카마초는 생존한 전 대통령들, 즉 데라우에르타(1920), 카예스(1924~1928), 포르테스 힐(1928~1930), 오르티스 루비오(1930~1932), 로드리게스(1932~1934), 카르데나스(1934~1940)와 대통령궁에서 회합하여 이 전쟁에서 서로 연대할 것을 공개적으로 표현했다. 연합국의 승리를 위해 멕시코는 원자재와 일손이 달리던 미국에 자국산 원자재와 노동력을 보냈으며, 멕시코의 군수산업과 유정을 독일의 작전에서 보호하기 위한 국가안보 계획을 수립했다. 태평양 전선에는 제201전투기대대를 파병하여 미국의 필리핀 탈환전을 도왔다. 그밖에 개별적으로 미군에 입대하여 싸운 멕시코인도 35만 명에 달했다.

4.1. 좌파 미술의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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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텍과 잉카, 마야의 벽화 문화는 스페인 식민지 시대 이후 기독교 교리를 원주민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라틴어로 된 성경을 읽을 줄 모르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기독교 교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림이 효과적이었다. 라틴아메리카 각국이 독립한 이후인 20세기 초반에도 메스티소와 물라토들의 문맹률은 여전히 높았다. 1920년 멕시코 대통령에 취임한 알바로 오브레곤 장군은 국민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화가들을 포섭하여 1923년부로 "멕시코 혁명을 지지하는 화가, 조각가, 판화가 동맹"을 만들었다. 과거 가톨릭 선교사들이 벽화를 통해 원주민들을 선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좌파 지식인들 역시 벽화를 통해 민중들에게 좌파 사상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오로스코의 벽화 <아메리카 문명>의 일부[21]

가장 위대하고 합리적이며 가장 순수하고 강한 그림의 형태는 벽화다. 벽화는 개인 소유가 될 수 없고 소수 특권층을 위해 감추어질 수 없으므로, 가장 평등한 형태의 그림이다.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Jose Clemente Orozco)

대표적인 멕시코의 화가였던 디에고 리베라는 당시 멕시코 교육부 장관에서 멕시코의 역사를 통째로 그림으로 표현할 것을 요청받게 된다. 이에 리베라는 1930~1936년 멕시코 국립궁전 2층 계단 벽에 멕시코의 역사를 주제로 여러 그림을 그렸다. 당시는 민족주의의 시대로 그의 작품들의 주제는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과도한 민족주의 성향을 비판받을 수 있겠지만, 그의 벽화가 기존 문맹 메스티소들을 일군의 멕시코 국민으로 교육시키는데 효율적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디에고 리베라는 한편으로는 과격한 민족주의 운동가였으나 한 편으로는 사회주의 운동가이기도 했다. 레프 트로츠키가 멕시코로 망명을 결정한 이유에는 중에는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 부부의 존재도 있었다. 반골 기질이 강했던 리베라는 1933년 미국 뉴욕의 록펠러 센터에서 그에게 정치성을 배제한 그림을 그려달라 요청하자 일부러 노동운동을 소재로 한 <십자가의 남자>라는 작품을 그리면서 작품 내 블라디미르 레닌,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레프 트로츠키를 대놓고 그려넣었다. 록펠러 센터 측은 레닌의 얼굴을 익명의 인물로 대체하라고 요구하였지만 리베라는 이를 무시하고 록펠러재단 측은 해당 벽화의 제작을 중단시켰다.

문제의 벽화. 리베라는 1년을 투자하여 3분의 2정도 완성된 작품을 록펠러 재단의 요청에 따라 미련없이 폐기해버린 후 멕시코시티의 국립예술원에 같은 벽화를 다시 그렸다.

록펠러 재단의 요청을 무시하고 임의로 그림을 그린 이유에 대해 리베라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나한테 이 작업을 맡긴 사람은 (정치성을 배제한 그림을 그려달라 요청할 때부터) 이미 내 성향을 알고 있었다. (...) 개인적인 의견으로나 역사적 사실로 볼 때,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가장 뛰어난 지도자는 레닌이다. 나는 그 벽화에서 노동자들의 문제를 다루고 싶었으며, 노동자들의 진정한 지도자인 레닌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할 수는 없었다.

좌파 이데올로기를 교육하고 홍보하는 리베라와 오로스코의 벽화는 후술되는 쿠바 혁명 이후 체 게바라를 아이콘으로 삼아 좌파 혁명을 홍보하는 용도로 라틴아메리카 각지에서 모방되었다. 디에고 리베라의 반골 기질은 록펠러 재단에게만 향한 것이 아니라 같은 사회주의 운동가 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1925년 멕시코 공산당을 탈당했다가 1954년에 복당한 바 있는 그는 소련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회화를 모방하기를 거부하였다.

5. 콜롬비아, 불안한 내정과 커피 경제

1880년 이후 야당이 된 자유당은 보수당의 1863년 헌법의 개정과 중앙집권 강화 시도에 반발하였다. 여기에 마누엘 안토니오 산클레멘테 대통령(1898~1900)의 지병으로 인한 지도력 공백까지 겹치면서 양당의 대립은 3년간의 천일전쟁으로 이어졌고, 보수당 정부가 승리한 이 전쟁으로 10~18만의 사망자가 발생, 국토 전역은 초토화되었다. 천일전쟁이 끝난 이듬해 1903년에는 파나마가 분리독립했다. 태평양과 대서양의 미 함대 간의 상호 연계와 전력 재배치가 용이하도록 둘 사이를 잇는 운하를 건설할 최적지를 찾던 미국은 당시 콜롬비아령이었던 파나마를 건설지로 선택했다. 미국은 콜롬비아와 협상하여 1903년 1월 22일에 헤이-에란 조약(Hay–Herrán Treaty)을 맺고 현찰로 1,000만 달러를 주고 추가로 매년 25만 달러를 주기로 했다. 본 조약은 미 의회서는 통과되었으나 콜롬비아 상원에서는 미국이 내건 조건이 너무 보잘것없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당시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파나마의 독립을 획책하였고, 지원을 받은 파나마 반군이 11월 3일 독립을 선언하자 6일에 독립을 승인하고 콜롬비아 연해에 함대를 파견해 군사적으로 압박하였다. 미국은 바로 이듬해부터 파나마 운하를 착공하여 1914년에 완공했다. 이미 천일전쟁으로 초토화된 콜롬비아는 변변한 대응 한번 못했다.

라파엘 레예스 대통령(1904~1909)은 권위주의적인 통치를 하여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안을 후원하고 1905년 중앙은행(Banco Central)을 비롯해 고속도로와 철도, 근대적 사관학교와 의회 건물을 건설했다. 외교적으로는 베네수엘라와 외교관계를 재개했고, 콜롬비아의 개발에는 미국 시장 개척과 미국계 자본 유치 등 미국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현실주의적인 인식 하에 미국에 다시 접근하였다. 따라서 1909년 1월 9일 미국, 파나마와 조약을 체결하여 파나마로부터 50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독립을 승인했다.[22] 파나마의 독립을 승인한 것을 빌미로 반대파들의 공격을 받은 레예스는 같은 해 6월 9일 유럽으로 망명했다. 만성적인 내전과 전임 레예스의 권위주의적 행보에 진절머리가 난 라몬 곤살레스 발렌시아 임시 대통령(1909~1910)은 1910년에 지방의회에서 선출한 대표자들로 구성된 제헌국회(Asamblea Constituyente)를 소집해 1886년 제정된 헌법을 개정했다.

새로운 헌법은 대통령을 수장으로 한 행정부의 권한을 축소하고 입법부의 권한을 확대했다. 대통령의 임기는 기존 6년에서 4년으로 줄이고 중임은 1회 허용하나 연임은 금지한다. 부통령을 폐지하고 의회에서 선출한 대표자가 그 자리를 대체한다.[23] 대선과 지선(지방정부의 장과 지방의회 의원)은 직선제로 한다. 현역 군인의 정치 참여는 일체 금지한다. 비례대표제로 공기업의 임원을 선출하며, 임원의 최소 1/3은 야당 몫이어야 한다. 대법원의 판사는 의회가 지명한다. 개헌의 내용을 상당히 진보적이었지만, 선거권자의 자격은 지적 수준과 재산 보유 여부에 의해 제한되었다. 선거권자는 21세 이상의 남성으로서 글을 읽고 쓸 수 있고 연간 300페소의 수입을 올리거나 또는 1,000페소에 상당하는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으로 하였다. 결과적으로 모든 여성과 대부분의 남성들은 아직도 투표를 할 수 없었다.[24]

콜롬비아의 경제는 19세기 말에 커피 농업이 발전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되었다.[25] 원래 콜롬비아는 부실한 교통망과 자연적 장해물로 인해 각 지역마다 생산양식과 생산 수출하는 토산물(금, 담배, 퀴닌, 카카오, 면화 등)이 서로 달랐고, 각지의 토산물 생산은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한 계획이나 필수적인 투자 없이 국제 가격의 단기적 변화에 따른 이득을 취하는 방향으로 조직되었다. [26] 커피 또한 1808년 아시엔다에서 상업적인 생산을 시작했지만 19세기 중반까지 안데스 산맥의 일부인 오리엔탈 산맥(Cordillera Oriental)[27]의 산탄데르주, 노르테데산탄데르주, 쿤디나마르카주의 토산물로 소량 생산하는데 그쳤고 수출도 1860년 8%만 기여하여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빈번한 내전으로 인해 기존의 생산체계와 도로망이 큰 타격을 입어 다른 토산물의 생산이 줄고, 정부가 경제개발과 산업화의 일환으로 커피 중심의 수출장려정책을 추진하면서 커피는 서서히 중요한 작물로 자리잡게 된다. 1874년과 1882년 무주지에 5년간 생산활동을 할 경우 경작자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또한 농민과 지주들의 토지소유권을 정비했는데 1850년 이전 소유권을 인정받은 토지는 약 20km²에 불과했으나, 1853년부터 1930년까지 총 26,817.52km²에 달하는 토지의 소유권이 인정되었다. [28] 이에 따라 19세기 말 북서부 안티오키아주가 새로운 커피 재배지로 개척되었고, 커피의 수출 기여는 1880년대 말 12%까지 증가했다.

20세기 초에 커피 붐이 닥치고 커피 재배가 밀림을 제외한 나머지 국토 전역으로 확장되면서 각지의 수출품이 점차 커피로 일원화하게 된다. 콜롬비아의 커피 생산량은 1881~1885년 6,470톤에서 1926~1930년 161,100톤으로, 수출량은 1881~1885년 5,912톤에서 1926~1930년 161,758톤으로 증가했다. 1926~1930년 콜롬비아는 커피의 생산과 수출 모두 세계 2위로, 당시 세계 커피 생산량의 8.1%, 수출량의 11.2%를 기여했다. (1881~1885년과 1926~1930년 생산량과 수출량은 모두 5개년 평균치.) 생산량과 수출량 모두 급증하면서 수출 기여도도 1905년 39.2%에서 1924년 79.8%, 1929년 60.6%로 증가했다. 더욱이 기존 커피 생산지인 오리엔탈 산맥 지역은 아시엔다 위주로 구성된 반면 신규 생산지인 서부 지역은 가족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소농 위주였으므로 사회적으로 소농의 입지가 강화되는 효과도 가져왔다. 곧 서부 지역은 오리엔탈 산맥을 제치고 콜롬비아 최대의 커피 생산지로 떠올랐다.[29] 1927년 이들 소농들에 의해 콜롬비아 커피생산자협회(FNC)가 창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커피는 콜롬비아를 그 근본부터 변모하게 만들었다. 정부는 커피 수출을 위해 도로와 철도를 정비하기 시작했고, 커피 수출로 얻은 재원으로 다시 근대적 인프라를 도입하고 본격적인 산업 발전을 도모하게 되었다. 커피 재배 확산을 통해 불모지였던 서부가 대대적으로 개발되어 새로운 경제중심지로 떠오르고[30] 각지는 커피 운송을 목적으로 건설된 도로 및 철도를 통해 그간의 지역적 고립에서 벗어나 타 지역과 원활하게 교류하게 되었다. 즉 커피 덕분에 콜롬비아의 국내 시장경제가 활성화되었다. 이로써 19세기까지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후진적이고 가난했던 국가의 경제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커피 다음으로 중요한 작물은 바나나였다. 1887년 카리브해 해변의 산타마르타 항구에서 약 50km 떨어진 리오프리오(Rio Frío)를 시작으로 바나나의 상업적 재배가 이루어졌고, 1891년 3월 21일 증기선 1척이 바나나 5,113송이를 싣고 출항하면서 최초의 바나나 수출이 이루어졌다. 곧 리오프리오 지역을 시작으로 카리브해 연안주에 바나나 플랜테이션이 속속 생기기 시작했고 바나나 수출량은 1892년 17.2만 송이에서 1899년 48.5만 송이로 증가했다. 1890년대 말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가 콜롬비아로 진출하면서 생산과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커피와 달리 유통기한이 짧은 바나나의 특성상, 바나나 회사는 일정에 맞게 생산물을 신속히 수송, 선적, 운송, 판매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했는데, 이런 시스템을 갖춘 회사는 당시로서는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밖에 없었다.[31]

유나이티드 프루터 컴퍼니가 소유한 콜롬비아 카리브해 연안주의 플랜테이션은 1902년 1,299에이커에서 1928년 29,818에이커로 증가했다. 1903~1911년 카리브해 연안주의 바나나 수출량은 연평균 28.9% 증가했고, 대공황이 발발한 1929년에는 1,033만 송이를 수출하여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전체에서 온두라스, 자메이카에 이어 3번째로 많았다. 콜롬비아의 수출에서 바나나의 기여는 1924년 5.2%, 1929년 7.0%에 달했다. 바나나 플랜테이션은 이촌향도로 대규모의 산업예비군이 형성된 도시와 함께 진정한 의미의 노동운동이 등장한 최초의 장소이기도 하다. 1928년 12월에는 콜롬비아 북부에 있는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 소유 바나나 플랜테이션의 파업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학살되는 이른바 바나나 학살 사건이 벌어졌다.[32]

비농업 분야는 1920년대부터 석유 산업이 급성장했다. 콜롬비아 석유산업은 1905년 레예스 정부가 산탄데스 주 서부 바랑카베르메하와 노르테데산탄데르 주 카타툼보 강 유역에 각각 양허를 내어주면서(둘 다 양허권자의 이름을 따서 전자는 데 마레스 양허(Concesión de Mares, 후자는 바르코 양허(Concesión Barco)라고 한다) 시작되었다. 이 가운데 1919년 미국의 석유회사 스탠더드오일오브뉴저지[33]가 현지 자회사인 트로피컬오일컴퍼니(Tropical Oil Company)를 통해 데 마레스 양허를 구입하여 바랑카베르메하에 정유소를 짓고 2년 뒤 석유 생산을 시작했다. 원유는 1927년 수출의 8%, 1929년 수출의 19%를 기여하면서 바나나와 금을 제치고 커피에 이어 2번째로 중요한 상품이 되었다. 원유 수출은 콜롬비아의 대공황 회복기에 가파른 증산을 보여 1933~1938년 연평균 10%씩 성장하여 1940년 수출량은 2,240만 배럴에 달했다.

이렇듯 커피와 바나나 농업, 석유 산업이 활발하게 성장한 반면에 전통적인 수출품의 비중은 줄었다. 이는 커피와 바나나, 석유의 수출 증가로 기존 수출품의 생산량과 수출량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었을 뿐만 아니라, 부분적으로 콜롬비아의 산업화로 인한 국내산 원자재 수요 증가로 인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면화는 19세기 내내 외국에 수출하기 위해 생산했으나 1910년대 국내의 섬유산업이 발전하면서 수요자가 바뀌었다. 1917년이 되자 외국에 면화를 수출하는 것보다 바랑키야주의 공장에 공급하는 것에서 더 높은 가격대가 형성되었다. 이에 따라 면화 농업은 수출보다 국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생산을 하게 되었고, 1920년대 섬유산업에서 발생한 면화 수요의 80%를 국내산으로 충족하게 되었다. 1930년대 섬유산업의 폭발적 성장으로 급증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1930년대 중반 면화 생산도 대폭 증가했고 1940년대까지 2배로 증가했다.

경제성장은 1929년 대공황으로 정체되었다. 주요 수출품인 커피의 국제 가격이 절반 이하로 폭락하고 외국인 투자도 급락했다. 보수당은 경제난으로 인기를 크게 잃었고 1930년 엔리케 올라야 에레라(Enrique Olaya Herrera, 1930~1934)의 자유당에 정권을 넘겼다. 자유당 정부는 1931년 10월 대외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다. 그러나 콜롬비아는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중에서는 피해를 적게 입은 편으로, 1929~1931년 사이 GDP 하락은 누적 합계 -2%에 불과했다. 올라야 에레라의 후임 알폰소 로페스 푸마레호(Alfonso López Pumarejo, 1934~1938, 1942~1945)는 1936년 실 점유 여부를 토지소유권의 법적근거로 확립했다. 이 조치로 보고타 서쪽 쿤디나마르카주의 커피 경작지를 무단으로 점거한 수천여 농가가 소유권을 인정받았다.[34]

자유당 행정부는 교육과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8시간 노동제 도입과 노조 조직 허용 등 사회 개혁에 노력했다. 1930년부터 1950년까지 도로 총연장이 5,750km에서 20,600km로 늘었다. 도로 건설은 콜롬비아 각지를 보다 긴밀히 연결하여 국내 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 발전량도 주로 수력발전을 수단으로 하여 1935~1955년 연평균 9.9% 성장했다. 특히 제조업 부문이 급격히 성장하여 1930년부터 1953년까지 콜롬비아의 제조업 실질 GDP는 페소 기준으로 연평균 6% 성장했다.(1926~1929년 1.1%) 1930~1934년은 페소화 평가절화, 미국산 공산품의 수입 급감, 보호무역이 산업화를 촉진했다. 원래 콜롬비아는 미국에 원자재를 수출하고 공산품을 수입했으나 1929년 대공황 이후 미국의 산업생산이 급감하면서 미국산 공산품 수입도 줄었다. 또한 1934년 콜롬비아 페소와 미국 달러의 실질환율이 1929년에 비해 69.2% 하락하면서 미국산 공산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었다. 정부는 보호무역 정책으로 국내 기업들을 외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보호하였다. 1935~1953년의 산업화는 규모의 경제, 경험 기반 학습(learning-by-doing), 집적경제(Agglomeration Economies), 기술혁신을 위한 인센티브 등 시장주도산업화(market-led)였다.

1930~1953년 제조업은 주로 경공업 위주로 성장하는 가운데 특히 섬유산업이 급격한 신장세를 보였다. 섬유산업은 1930년대 제조업 GDP의 과반을 기여했고 2차대전 당시는 2/3를 기여했다. 1930~1953년 섬유산업 실질 GDP는 페소 기준으로 연평균 10.3% 성장했다. 그 결과 수입에서 섬유제품의 비중이 1930년 30%에서 1953년 8%로 줄었다. 이러한 성공은 1930년대 섬유 생산에 기술혁신과 규모의 경제가 일어났기에 가능했고, 부분적으로는 1920년대 이전에 이미 상당한 규모의 섬유산업이 존재했으며 산업의 수요를 맞추기 위한 면화 농업의 규모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제조업이 발전하면서 콜롬비아의 경제에서 제조업의 기여도도 증가했다. 1925년과 1953년 사이 농업의 GDP 기여도가 59%에서 37%로 줄어든 반면 제조업은 11%에서 21%로 증가했다. 또한 제조업의 발전은 특정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전개되었다. 1945년 제조업은 안티오키아주, 쿤디나마르카주, 아틀란티코주, 바예데카우카주, 칼다스주에 집중 분포했다. 1941년부터 1945년까지 설립된 사업체의 58%가 안티오키아주, 쿤디나마르카주, 산탄데르주, 바예데카우카주에 분포했다. 이 4개 주는 콜롬비아에서 가장 긴 도로망을 가진 주들이기도 했다.

6. 아르헨티나, 민주주의 발전의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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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지하철 개통식에 참석한 빅토리아노 데라플라사(Victorino de la Plaza) 부통령(지팡이를 짚고 있는 신사). 부에노스아이레스 지하철은 남반구 최초의 지하철로 당시 아르헨티나 번영의 상징이다.

1910년 집권한 로케 사엔스 페냐(Roque Sáenz Peña, 1910~1914)는 PAN 출신이었다. 사엔스 페냐는 PAN의 진보 파벌에 속한 사람으로 다소 낭만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PAN이 장기적으로 정권을 유지하려면, 참정권의 확대를 요구하는 대중의 요구를 PAN이 직접 만족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1912년 2월 10일 18세 이상 남성의 보통, 비밀, 의무선거를 보장하는 사엔스 페냐법(Ley Sáenz Peña)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지주들의 간섭을 받지 않는 민주적 자유선거가 가능하게 되었다. 사엔스 페냐의 의도와 달리, 1916년 UCR의 이리고옌이 최초의 민주적 자유선거를 통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그러나 의회는 여전히 PAN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으므로 이리고옌 1기 행정부가 제출한 농지개혁안와 세제개혁안을 비롯한 대부분의 법안이 거부되었다. 이리고옌은 1차대전 당시 중립을 고수하고 영국에 물자를 판매하여 막대한 외화를 획득했다. 1917년 독일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으로 아르헨티나와 독일 사이에 위기가 발생했으나, 이는 독일 대사를 추방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1913년 아르헨티나의 1인당 소득은 프랑스, 독일과 비슷했고 이탈리아, 스페인 등 후발 자본주의 국가들을 크게 앞질렀다. 같은 해 말에는 세계의 화폐용 금(monetary gold) 중 3.7%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당시 도시근로자나 농촌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서유럽 노동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정치는 UCR이 정치적으로 보수주의 세력과 타협하고 다수의 사회개혁안을 통과시켜 비교적 안정적으로 굴러갔다. 1921년 노동법을 제정하여 노동자의 파업권이 이정되었고, 최저임금과 단체협약을 시행했다. 이듬해는 국영 석유회사인 YPF를 설립하였다. 그러나 UCR의 타협적인 태도에 급진적인 세력이 반발하면서 각지에서 소요를 일으키기도 했다. 1919년 1월 부에노스아이레스와 1920년 파타고니아에서 공산주의자와 아나키스트가 일으킨 반란은 각각 141~700명, 300~1,500명의 사망자를 내고 진압되었다. 유럽발 이민이 이어지고 소요로 사회가 불안정해지면서 극우주의자들도 세력을 강화했다. 아르헨티나 애국 연합은 파타고니아 반란과 라 포레스탈(La Forestal) 회사 노동자 파업을 진압하는데 참여하여 다수의 사망자를 냈다. UCR은 1922년 마르셀로 토르쿠아토 데알베아르(Marcelo Torcuato de Alvear, 1922~1928) 대통령을 배출하여 집권을 연장했다. 그의 취임식 연설은 아르헨티나 최초로 라디오 방송으로 중계되었다. 그의 집권기 아르헨티나는 1차 대전 종전으로 유럽 농산물 시장이 재개장하는 등 유리한 대외환경을 바탕으로 호황을 맞았다. 매디슨 프로젝트에 따르면 1929년 아르헨티나의 1인당 GNP는 4,367달러(1990년 달러 기준)로 세계 10위를 자랑했다.

1928년부터 곡물의 과잉생산으로 국제 밀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고 1929년 대공황으로 경제위기를 맞이하면서 아르헨티나 경제의 취약점이 드러났다. 대공황 이후 각국 정부가 보호무역을 추진하면서 아르헨티나의 수출품인 농산물과 축산물의 판로가 막힌 것이다. 경제위기는 정치위기로 번졌고 1930년 호세 펠릭스 우리부루(José Félix Uriburu, 1930~1932)의 군사 쿠데타로 이리고옌 2기 행정부가 무너졌다. 우리부루의 쿠데타는 1976년까지 이어질 연새적인 군사 쿠데타의 신호탄이었다. 1929년 12월에 다른 국가들보다 일찍 금본위제도를 포기한 덕분에 과잉생산과 대공황으로 인한 피해는 다른 주요국에 비하면 의외로 작았고[35], 대공황 이전 1인당 GNP와 수출은 각각 1935년과 1937년에 회복했지만 한번 무너진 민주주의는 회복하기 어려웠다. 우리부루는 2년간 무정부주의자와 극좌 단체들을 강력히 탄압했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1920년대 초 아르헨티나에 이주하여 폭력 혁명을 선동하며 날뛰던 유명 무정부주의자 세베리노 디 조반니(Severido Di Giovanni)도 그의 치세에 붙잡혀 1931년 2월 1일에 총살되었다.

1932년 집권한 아구스틴 페드로 후스토(Agustín Pedro Justo, 1932~1938)는 축산업자의 후원을 받는 입장으로, 축산물의 최대 판로인 영국과의 관계를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 대공황에 대응하는 블록경제화의 일환으로 영국이 아르헨티나산 쇠고기의 수입을 제한하자,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에 반발하여 런던에 협상단을 파견했다. 1933년 5월 1일 체결한 로카-런시만 무역협정(Roca–Runciman Treaty)에 따라 아르헨티나는 영국 육류시장에서 1932년 수출 물량과 동일한 양의 쿼터를 보장받는 댓가로 350개 품목에서 대영국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가 외환통제를 시행하는 기간에는 영국 투자자가 이윤의 자유로운 송금을 가능하게 하고, 대영 채무상환에 필요한 금액을 뺀 후 남은 파운드화를 영국 제품 구매에 사용하기로 했다. 또한 파운드화 계정동결 해제로 아르헨티나는 대내외 채무구조조정이 가능케 되었고, 평가절하와 농업에 대한 신용확대도 가능해졌다. 미국도 1936년과 1938년에 극심한 한파로 피해를 입자 아르헨티나에서 옥수수를 수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대공황을 순조롭게 넘기고 수출이 대공황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채무상환도 차질이 없게 되었다.

1939년 2차대전이 발발했을 때 아르헨티나는 중립을 선포했지만 국내적으로는 외교노선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졌고 대외적으로는 미국이 추축국들과 단교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1943년 6월 4일 소장파 정치군인의 모임인 연합장교단(Grupo de Oficiales Unidos)이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했다. 연합장교단의 에델미로 훌리안 파렐(Edelmiro Julián Farrell, 1944~1946) 정권은 기존 중립 정책을 파기하고 1945년 3월 27일 독일에 선전포고를 했는데, 시기를 감안하면 이는 요식행위나 다름없었다. 아르헨티나의 경제는 2차대전이 끝나자마자 취약점이 드러났다. 농업에 의존하는 아르헨티나 경제는 대공황을 겪은 직후 수입대체산업화를 추진하고 2차대전 당시 선진 공업국들이 전쟁에 총력을 기울이는 사이 공업을 발전시켰는데, 2차대전이 끝나고 선진 공업국들이 국제무역에 복귀하자 경쟁에서 밀릴 판이었다.

7. 기타 국가

7.1. 페루

1908년 집권한 시민당 소속 아우구스토 레기아(1908~1912, 1919~1930) 집권기는 설탕과 면화 생산이 확대되고 브라질 및 볼리비아와 국경 문제가 해결되었다. 레기아 집권기에 페루 경제와 해외 자본 간의 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계 자본과 원조가 적극적으로 도입되면서 원래 페루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영국계 자본의 영향력을 잠식했다. 1919년 2번째로 집권한 레기아 2기 행정부는 미국계 은행의 대출을 받아 대규모 공공사업을 추진했다. 미국계 국제석유회사(International Petroleum Company, IPC)는 라브레아-파리냐스(La Brea-Pariñas) 유전지대의 채굴권을 획득하여 석유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정유소를 건설했다. 1920년 제정된 신헌법에서 레기아는 국가 근대화 발전을 위한 신조국(Nueva Patria)의 건설을 주창했다. 신헌법은 제58조를 통해 원주민 공동체의 공유지를 매매나 수용으로부터 보호하는 등 더 진보적이었으나 실행에 이르지는 않았다.

1924년 멕시코시티에 망명 중이던 지식인 빅토르 라울 아야 데라토레(Víctor Raúl Haya de la Torre)가 향후 페루 정치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주혁명인민동맹(Alianza Popular Revolucionaria Americana, APRA)을 창당했다. 아야 데라토레는 1926년 12월 런던에서 발행되는 Labour Monthly에 "APRA란 무엇인가?(What is the APRA?)"라는 논설문을 게재하여 "최대강령(maximum program)"이라고 알려질 5대 강령을 제시했다. 이 강령들은 향후 스페인어로 번역되어 각종 출판물을 통해 폭넓게 유포되었다.##

1. 미제국주의에 반대하는 행동(action against Yankee imperialism)
2. 라틴아메리카의 정치적 통일(the political unity of Latin America)
3. 토지와 산업의 국유화(the nationalization of land and industry)
4. 파나마 운하의 국제화(the internationalization of the Panama Canal)
5. 모든 피압박 인민과 계급의 유대(solidarity with all peoples and all oppressed classes)

이상의 강령에서 볼 수 있듯이 APRA는 라틴아메리카를 단결하고 미제국주의를 반대하며, 계획경제 도입과 외국자본 국유화를 통해 페루 민중에 대한 착취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입장은 지식인, 원주민, 소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아야 데라토레보다 더 급진적이고 좌경적인 호세 카를로스 마리아테기가 1928년 페루 공산당을 창당했다. 마리아테기는 국내 봉건지주가 외국자본과 결탁하고 1차산품 수출 위주로 국내산업이 편성되면서, 사회주의 혁명의 전제조건인 근대적 자본주의가 기초할 국내 공업자본의 형성마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보았으며, 원주민 농민을 사회주의 혁명의 주체로 세우는 인디헤니스모를 주창했다.#

1929년 대공황은 1차산품에 의존하던 페루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했고 사회불안이 높아졌다. 같은 해 리마 조약으로 칠레가 지배하던 타크나가 반환되었으나, 아리카는 여전히 칠레의 지배 하에 놓였기 때문에 민족주의자들은 레기아 행정부가 아리카를 팔아넘겼다고 비난했다. 결국 1930년 루이스 미겔 산체스 세로(1931~1933) 중령이 쿠데타를 일으켜 레기아를 축출하고 1931년 대선에서 승리하여 집권했다. APRA 후보로 출마했던 아야 데라토레는 선거부정을 주장하면서 정권을 비난했고, 1932년 7월 북부의 항구도시 트루히요에서 봉기했다. 이때 APRA가 트루히요에 주둔한 군부대의 병영을 점거하고 포로들을 살해하자, 산체스는 트루히요를 폭격하고 탈환 과정에서 다수의 민간인과 APRA 당원들을 살해했다. APRA는 보복으로 1933년 리마에서 산체스를 암살했다. 이렇게 피로 피를 씻는 보복의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APRA와 군부 사이에 뿌리깊은 증오의 골이 생겼다. 산체스의 뒤를 이은 오스카르 베나비데스(1914~1915, 1933~1939)는 2차 임기에서 콜롬비아와 국경분쟁을 해결하고, 대공황에 대처하는데 노력하며,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하고 APRA를 가차없이 탄압했다.

1939년 2차대전이 발발하자 페루는 미국에 자국의 공항과 항만시설 사용을 허가하고 석유, 면화, 광물을 판매하기로 했다. 1942년에는 추축국과 단교하고, 1945년에는 선전포고까지 했다. 2차대전이 진행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도 무르익었다. APRA는 다시 합법화되고, 1945년 대선에서는 자유주의적인 호세 루이스 부스타만테 이 리베로(1945~1948)가 당선되었다. 1948년 10월 3일 APRA가 리마 근교의 카야오(Callao)에서 봉기를 일으키자, 페루 육군 소장으로 내무부 장관을 맡고 있던 마누엘 오드리아는 정부가 APRA 문제에 너무 물러터졌다는 이유로 동월 27일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했다.

7.2. 칠레

호세 마누엘 발마세다(1886~1891) 정권이 예산안에 관한 월권 문제로 타도된 1891년부터 신헌법이 제정되는 1925년까지의 기간을 가리켜 의회 공화국 시대라고 한다. 의회 공화국 시대는 입법부가 행정부를 타도하면서 시작했다. 그러므로 입법부에 해당하는 의회의 권력은 자연스럽게 매우 강력해져 행정부를 실질적으로 예속하였다. 당시 의회를 주도한 세력들의 출신은 대농장을 소유하여 농업에 종사하는 전통적인 대지주들, 은행가들, 광산업으로 성장한 신흥 광산주들이었다. 의회는 민주주의를 보장하면서 군대에 대한 문민통제, 시민자유를 확립했고, 참정권 및 국민의 정치 참여를 확대했다. 이들 국회의원들은 그들의 출신 성분과 지지층의 이익 때문에 사회정의에 따른 개혁을 요구하는 세력들과 대립했지만, 그러면서도 이들 신흥 정치세력의 정계 진출을 점진적으로 허용하기도 했다.

의회가 강력해진 반면에, 대통령은 1833년 제정된 헌법이 명목상 유지되었음에도 그 권력과 위상이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당시 대통령은 의회 내 다수파의 동의에 따라 통치하고, 다수파 중에서 장관을 지명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어느 장관이든 탄핵되면 다른 각료들도 전원 퇴임하도록 했다. 그런데 당시 의회는 의원의 소속이 매우 유동적이었으므로 이러한 정치행태는 극도의 불안정을 유발했다. 의회 내 새로운 다수파의 결성이 매우 빈번한 상황에서, 일단 다수파가 새로 성립되어 탄핵이 이루어지면 바로 내각의 물갈이가 이루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회 공화국 시대 대통령은 평균 15회 정도의 새로운 내각을 갖게 되었다. 예를 들어 헤르만 리에스코 에라수리스(Germán Riesco Errázuriz, 1901~1906) 대통령은 5년의 임기 중 조각(組閣)만 17번 했고, 그의 내각을 거쳐 간 장관은 73명이나 되었다.

북부 영토에서 산출하는 초석의 수출은 국고의 대부분을 담당하면서 경제와 재정의 안정과 근대적인 인프라의 도입을 뒷받침하였다. 그러나 초석을 수출하여 얻은 이득은 한편으로 정치인과 지지자들이 정치적 이득과 경제적 이익을 서로 교환하는 후견주의적 관행을 낳고, 극심한 부패와 낭비의 근원으로 변질되기도 하였다. 특히 독일 제국의 프리츠 하버가 질소고정법을 고안하여 인공 질소비료를 대량 생산하자, 강력한 대체재가 등장한 초석은 더 이상 안정적인 수입원이 될 수 없었다. 초석 가격의 불안정성은 후술할 신흥 정치세력의 등장과 함께 장기적으로 의회의 헤게모니가 붕괴된 원인 중 하나가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공업자와 도시 노동자를 지지층으로 하는 민주당(Partido Demócrata, 1887년 창당)과 도시 중산층 및 지역 엘리트를 지지층으로 하는 칠레 급진당(1863년 창당)의 세력이 강성해졌다. 두 당은 20세기 초부터 의회 내의 비중을 확대했다. 1912년 루이스 에밀리오 레카바렌(Luis Emilio Recabarren) 등 민주당 내 좌파 세력이 분당하여 사회주의노동자당(Partido Obrero Socialista)을 창당했고, 사회주의노동자당은 1922년 칠레 공산당으로 개칭했다. 1920년 대선에서 신흥 중산층과 노동계급은 개혁적 성향의 자유당(Partido Liberal) 후보 아르투로 알레산드리(1920~1924, 1925, 1932~1938)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정치적 불안은 더 심각해져 1924년 9월 쿠데타로 알레산드리가 퇴진했다가 이듬해 1월 역쿠데타로 재집권했다. 알레산드리는 1925년 8월 칠레 중앙은행을 설치하여 통화를 안정시켜 자금 회전을 쉽게 하고, 동년 9월 18일 신헌법을 공포했다. 신헌법은 대통령의 권한을 확대하고, 직접 선거에 중임을 허용하면서 임기를 6년으로 연장하였다. 또 국가와 교회의 분리, 완전한 종교의 자유, 초등 교육의 의무를 선언하며 의원의 입각을 금지하였다. 이로써 의회 공화국 체제가 종식되고 다시 한번 대통령 우위의 체제가 확립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체제에서 가장 먼저 이익을 본 쪽은 알레산드리도, 자유당도 아닌 권력의 공백을 빠르게 잠식한 카를로스 이바녜스 델캄포(1927~1931, 1952~1958) 중령이었다.

이바녜스는 알레산드리를 내쫓은 쿠데타를 일으킨 군사정권을 상대로 역쿠데타를 일으키고 알레산드리의 귀국을 종용한 사람이었다. 알레산드리는 귀국 직후인 1925년 1월 25일 그를 전쟁부 장관[36]에 임명하여 환심을 사려고 했으나 곧 불화를 빚고 10월 1일 사임했다. 3대 정당(보수당, 자유당, 급진당)은 1925년 대선 후보를 자유민주당(Partido Liberal Democrático) 에밀리아노 피게로아 라라인(Emiliano Figueroa Larraín, 1925~1927)으로 단일화했고, 피게로아는 큰 표차로 이겼다. 그러나 피게로아 행정부에서도 이바녜스는 내무부 장관을 역임하며 실세로 군림했고, 1927년에는 피게로아에게 사임을 강요하고 대통령이 되는데 성공했다. 이바녜스는 군부의 지원 하에 반정부 세력들을 추방하거나 투옥했고, 미국의 원조와 투자를 받으면서 대규모 공공사업을 시행하고 공공지출을 확대하는 포퓰리즘적인 경제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1929년 대공황이 발생하자 추석과 구리 수출 그리고 대규모 차입에 의존하던 이바녜스 정권의 경제정책도 지속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칠레는 1929년 338백만 달러를 차입했으나 1932년에는 23백만 달러만 차입했다. 각국이 보호무역 정책을 펼치거나 블록경제를 추진하면서 칠레의 무역은 거의 정지상태에 이르렀다. 칠레의 무역부문은 1929년 수출 279백만 달러 수입 197백만 달러에서 1932년 수출 35백만 달러 수입 26백만 달러로 감소했고 특히 수출은 실질 가치로 계산하면 1/6로 감소했다. 동기간 대비 누적 경제성장률은 -33%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이었고, 특히 경제를 지탱하던 광업 부문의 1932년 생산은 1929년 대비 26.3%에 불과했다.

이바녜스는 경제난을 타개할 목적으로 의회에게 권한을 위임받아 관세를 인상하고, 1931년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외환 통제를 도입했다. 또한 적극적인 예산정책을 펼쳐 1931년 예산적자가 정부지출 대비 31%에 달했다. 이미 사양산업이 된 초석 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1931년 미국의 구겐하임(Guggenheim) 가문과 각각 지분의 반을 부담하여 칠레 초석회사(Compañía de Salitres de Chile, COSACH)를 설립했다. 그러나 과도한 생산비와 시장의 과다공급 문제로 COSACH는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그 길로 이바녜스 정권도 무너졌다. 이바녜스가 사임한 1931년 7월 26일부터 1932년까지 칠레는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 심지어 3개월만에 붕괴되었지만 1932년 6월 4일 칠레 최초의 사회주의 정권인 칠레 사회주의 공화국(República Socialista de Chile)이 선포되는 일도 있었다. 1932년 12월 23일 알레산드리가 재집권하면서 혼란이 가라앉았다.

알레산드리 3기 행정부는 좌파와 급진파의 도움으로 재집권했지만, 온건 인사들로 내각을 구성하고 보수 세력과 화해를 시도하면서 쓸데없는 마찰을 피하고, 지방의 소요사태를 강경하게 진압하여 질서를 확립하고자 했다. 1934년 랑킬(Ranquil)에서는 현지 마푸체족과 연합한 공산당과 사회당이 반란을 일으켰다가 477명이 사망했고, 1938년 수도 산티아고에서는 극우 파시스트들이 노동자 보험회사 건물을 점거했다가 60명이 사망하였다. 정부는 소요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1933년 6개월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지원자를 받아 친정부 준군사조직인 공화국 민병대(Milicia Republicana)를 조직했다. 병력이 5만~8만 명에 달하는 이 조직은 소요사태가 가라앉은 1936년 7월에 해체되었다. 그 사이 사회개혁도 이루어져 1934년 지방선거에서 여성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고, 1937년에는 최저임금법과 연금법을 제정하였다.

알레산드리는 초유의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이바녜스와 마찬가지로 정부 주도의 경제정책으로 경제를 회복하고자 했다. 재무부 장관을 맡은 실용주의적 자유주의자인 구스타보 로스 산타 마리아(Gustavo Ross Santa María)가 경제정책을 주도했다. 대공황으로 공산품 수입이 감소하자, 국내 시장의 수요를 해소하기 위한 수입대체산업화(ISI)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바녜스 재임기에 도입한 관세를 더욱 확장하고 체계화했다. 외환 통제 또한 강화되어 국제외환위원회(Comisión de Cambios Internacionales)를 설립하여 외환을 관리하고 민간의 외환 거래를 대폭 제한했으며, 식량·연료·원자재·부채 상환 등 우선순위에 따라 수입업자와 기업에 외환을 배분했다. 수입 쿼터제 및 허가제를 본격적으로 정비한 것도 알레산드리 3기 행정부의 일이다.

한편 가망이 없는 COSACH는 1933년 1월 해체했고, 이듬해 초석과 요오드의 수출 및 판매를 담당할 합작회사인 칠레초석및요오드판매회사(Corporación de Ventas de Salitre y Yodo de Chile, COVENSA)를 설립하여 중간 유통 구조 없이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했다. 예산적자는 점점 해소되어 1937년부터 균형 예산을 편성하였다. 그리고 농업과 공업 시설을 개선하는 공공사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여 실업자를 1932년 262,000명에서 1937년 16,000명으로 줄였다. 광공업 부문의 생산은 1934년에 대공황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1930년대 내내 생산이 팽창했다. 세부 부문은 섬유산업이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고, 비금속광업과 화학, 기계, 차량 산업도 확장을 거듭했다. 이처럼 대공황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경제 전반에 정부의 영향력이 강화되었고, 제조업 부문의 상당한 성장을 기록했다.

1938년 공산당과 사회당, 급진당은 인민전선(Frente Popular)을 결성하여 대선에 참여했다. 인민전선 후보인 급진당 출신의 페드로 아기레 세르다(Pedro Aguirre Cerda, 1938~1941)가 대선에 승리하여 1952년까지 급진주의 시대가 이어졌다. 급진주의 시대 정부는 보조금과 직접투자를 통한 수입대체산업화를 추진하고, 국영석유회사(ENAP), 전기회사(ENDESA), 태평양철강회사(CAP), 국영설탕산업(IANSA) 등 공기업을 설립했다. 특히 아기레 행정부는 "통치란 곧 교육이다"(Gobernar es educar)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초등교육제도를 정비하고 교원을 대폭 충원하며, 기술학교에서 기술자를 양성하면서 장기적으로 산업화와 근대화를 위한 전문가를 양성하려고 했다. 그가 1939년 생산개발공사(Corporación de Fomento de la Producció, CORFO)를 설립한 목적도 주로 소비재와 중간재를 생산하는 제조업을 발전시켜 수입을 대체하여 무역적자를 완화하는데에 있었다.

공산당은 1939년 독소불가침조약의 영향으로 인민전선에서 이탈했다. 그러나 1941년 독일의 소련 침공이 발발하자 인민연합을 구성하던 다른 세력과 민주연합(Alianza Democrática)을 결성했다. 이 와중에 아기레가 지병으로 사임하고 후안 안토니오 리오스(Juan Antonio Ríos, 1942~1946)가 선출되었다. 리오스 행정부는 한국전쟁까지 이어진 구리 수요 증가로 상당한 이익을 보았으나 공산당, 사회당, 급진당, 우파 등 다양한 세력의 합의를 도출하거나 소요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특히 인민연합의 분열이 극심하여 1945년 총선에서 우파에 패배하는 원인이 되었다. 조기 레임덕에 빠지고 중병까지 겹친 리오스는 1946년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946년 대선에서는 역으로 우파가 분열하여 급진당의 가브리엘 곤살레스 비델라(Gabriel Gonzalez Videla, 1946~1952)가 당선되었다. 하지만 공산당이 세력을 크게 호대하고, 조직적으로 광산과 기업의 파업과 도시와 농촌 지역에서의 시위를 주도하며 물류를 마비 직전으로 몰아넣자, 곤살레스는 1948년 공산당을 불법화하고 소련 및 동구권과 단교했다. 1952년 대선에서 의회의 결선 투표를 통해 75세의 이바녜스 델캄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14년간의 급진주의 시대가 끝났다.

7.3. 베네수엘라

1899년 집권한 시프리아노 카스트로(1899~1908) 정부의 임기는 외국과의 분쟁을 해결하는데 집중되었다. 베네수엘라의 내란으로 베네수엘라에 소재한 외국인 자산이 큰 피해를 입자 유럽 국가들은 자국민의 보호와 즉각적인 배상을 요구했다. 카스트로가 요구를 거부하자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은 1902년 함대를 파견하여 베네수엘라의 항구들을 봉쇄했다. 미국이 사태를 중재하여 1903년 2월 13일 양측은 워싱턴 의정서(Washington Protocols)를 체결했다. 이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자국의 2대 항구인 라과이라와 푸에르토카베요(Puerto Cabello)의 관세 수입 30%를 채권국에 양도하기로 했다. 같은 해 2월 19일 봉쇄가 해제되었다. 1908년 12월 19일 유럽으로 병을 치료하러 떠난 카스트로의 부재를 틈타 같은 타치라 주 출신이자 전 부통령이었던 후안 비센테 고메스(1908~1913, 1922~1929, 1931~1935)가 베네수엘라의 정권을 장악했다. 그는 군인 출신은 아니었으나 군부와 협력했고, 경제 엘리트들을 등용하고 외국 석유회사의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고메스는 친미파이자 강경한 반공주의자로서 공산주의자와 노동조합을 탄압했다. 또한 군사학교를 세우고 외국인 장교를 초청하여 전문적인 장교와 해군, 공군을 양성하면서 군대를 현대적으로 재편성했으며, 이 군대로 베네수엘라 각지에 창궐하던 카우디요들을 제압하고 지방에 대한 정부의 지배력을 키웠다. 그러면서 석유산업에서 거액을 착복하였고 1935년 전립선염으로 죽을 때는 베네수엘라 최고의 부자가 되어 있었다. 고메스를 승계한 엘레아사르 로페스 콘트레라스(1935~1941)는 외국 석유회사의 노동자 파업을 진압하고 국유화를 포기하여 기본적인 노선은 승계했고, 그러면서도 외국 석유회사의 개발 조건을 채굴권에서 소득세로 변경했다.

고메스 사후 10년이 지난 1945년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쿠데타가 일어나 민주행동당(AD)이 집권했으나 1948년 다시 쿠데타가 일어나 이후 10년간 군사정권이 이어졌다. 군사정권기 집권한 마르코스 페레스 히메네스(1952~1958)도 고메스와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개발독재를 했지만 군사정권의 분열과 시민의 반독재운동에 힘입은 1958년 1월 23일 쿠데타로 종지부를 찍었다. 같은 해 10월 민주행동당, 사회기독당(COPEI), 민주공화연맹(URD) 3개 정당의 대표들은 공정한 선거절차를 지키고 의석수에 따라 각료를 배분해 연립정부를 구성한다는 내용의 푼토피호 협정을 체결했다. 푼토피호 협정은 기존 군사정권을 기성 정당의 과두정으로 대체시켰을 뿐이라는 비판을 받긴 하지만, 어쨌건 간에 기존 베네수엘라 정치의 혼란을 종식하고 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20년 이전 베네수엘라는 순수한 농업국가로 커피, 카카오, 생우(生牛)와 같은 1차산업에 크게 의존했다. 당시 베네수엘라는 남미에서도 가난한 편이었는데 아르헨티나, 칠레, 우루과이 같은 남미 부국은 물론 볼리비아, 페루, 콜롬비아보다도 1인당 GDP가 낮았다. 1920년 북서부 마라카이보 일대 석유 산업이 본격적인 개발된 후 베네수엘라는 세계적인 산유국의 반열에 올랐다. 1926년부터는 석유가 커피를 제치고 최대 수출품이 되었다. 1937년 베네수엘라의 일평균 석유 생산량은 세계 석유 생산의 9.2%에 해당하는 51만 2,247배럴로 이는 미국(62%), 소련(9.45%)의 뒤를 잇는 세계 3위였다. 산유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국민소득도 획기적으로 늘었다. 베네수엘라는 곧 라틴아메리카 국가에서 1인당 GDP가 가장 높은 국가가 되었으며 유럽과 라틴아메리카로부터 수많은 이민자들을 끌어들일 정도로 호황을 유지했다.

1922년 개정된 법은 채굴권자에게 탐사권과 채굴권을 부여하고 소유권은 국가에 귀속하되, 대신 채굴 가능한 토지 면적을 늘리고 개발 기간도 연장시켰다. 석유산업으로 얻은 재정은 보수적으로 운용되었지만 석유산업으로 발생한 이익 자체가 워낙 막대해서 채무를 모두 해결할 뿐만 아니라 도로와 공항 등 각종 인프라를 건설하고도 남을 정도였으며 1929년 대공황이 닥쳤을 때도 그 동안 벌어놓은 석유 판매고로 위기를 무난히 넘겼다. 석유가 경제의 중심이 되면서 기존 농업으로 수익을 얻던 전통적인 지주 계급은 몰락했다.

[1] 카노바스 총리는 다행히도 1897년 8월 8일에 암살을 당해서 아메리카 대륙과 태평양에서 스페인의 영향력이 아작나는 꼴은 안 보고 갔다.[2] 미나스제라이스는 낙농업 위주로 알려져 있으며 그래서 1공화국의 정치를 따로 "커피와 우유의 정치(Política do café com leite)"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미나스제라이스도 커피 위주 경제였다. 다만 브라질 낙농업의 중심지인 것은 맞다.[3] 18세기 말 아이티(당시 프랑스령 생도맹그)는 세계 커피 생산량의 60%를 기여하는 독보적인 커피 생산국이었지만 아이티 혁명과 그 직후 플랜테이션 해체의 여파로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아이티는 1789년 7,628만 6,530파운드(34,603톤)를 생산했는데 1822년 3,719.8만 파운드(16,873톤), 1826년 3,200만 파운드(14,515톤)만 생산했다. [4] 풀 네임: 주앙 페소아 카바우칸치 지아우부케르키(João Pessoa Cavalcanti de Albuquerque)[5] 후일 정치와는 아무런 관련없는 단순 살인사건임이 증명되었다.[6] 비록 바르가스에 의해 기존 엘리트의 집권이 추하게 끝나기는 했으나, 기실 바르가스 시대의 발전은 이들의 공로를 감안하지 않고 설명할 수 없다. 바르가스는 각종 선전매체를 통해 1930년을 브라질 역사의 전환점으로 홍보했다. 이들 매체는 구 엘리트들은 낡고 분열된 기존 브라질의 상징으로 묘사하고, 국민통합과 파벌적 대립이 없는 질서를 창출한 것이 1930년 쿠데타이며, 1930년 이후 형성된 이스타두 노부가 혁명의 목적을 실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르가스 시대 정치질서의 실상은 구 엘리트를 바르가스 개인으로 대체한 것일 뿐이었고 제대로 된 정당정치는 요원한 것이었다. 바르가스 시대 말기에 가서야 바르가스 반대파에 의해 정당정치가 본격화되었다. 산업화 또한 1930년 이전 커피 수출을 통한 자본 축적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7] 커피 수매 후 폐기 정책은 1944년까지 13년간 이어졌다. 이 정책으로 세계 소비량의 3년분에 해당하는 7,820만 자루(60kg백 기준)가 폐기되었다.[8] 1948년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150만 명이 제조업에 종사했다.[9] 원문은 연방직할구(Federal District)이다. 1960년 브라질리아 천도 이전 리우데자네이루 시는 행정구역상 연방직할구로 간주되었다. 천도 후에는 브라질리아와 그 인근지역을 묶어서 연방직할구로 간주한다.[10] 다른 하나는 베네수엘라.[11] 교통, 통신, 상업, 금융, 공공행정, 교육, 국방, 전문직, 기타 서비스[12] 이것도 2차 대전을 계기로 늘어난 것으로, 전쟁 직전 1938년에는 1% 미만이었다.[13] 현 교육부(Ministério da Educação).[14] 1950년 아르헨티나는 87.5%, 칠레는 80.1%, 콜롬비아는 52.5%, 베네수엘라는 52.2%, 브라질은 49.4%, 페루는 47.5%, 멕시코는 46.8%였다.[15] 1967년 브라질 연방 공화국으로 다시 국명을 변경하여 오늘에 이른다.[16] 2공화국과 3공화국은 바르가스 시대를 가리킨다.[17] 원주민들의 사기를 꺾을 목적으로 치와와 원주민 부족 지도자들을 사슬에 묶어서 태평양 앞바다에 던져버렸다.[18] 독수리 의자에 앉은 사람이 비야, 모자를 잡은 사람이 사파타이다. 멕시코 혁명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 중 하나로, 두 혁명가의 표정이 다르며 관련 일화가 있는데, 멕시코 시티에 입성한 뒤 비야는 이 자리에 앉아 본 후 사파타에게 앉아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사파타는 "나는 이 자리를 원한 게 아니라 토지를 얻기 위해 싸웠다. 우리는 모든 야심을 없애기 위해 그 의자를 불태워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19] 오브레곤의 부하인 플루타르코 엘리아스 카예스가 개입했다는 의심이 있으나 증거는 없다.[20] 멕시코의 석유산업 쇠퇴는 197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다. 그래서 멕시코의 석유산업 국유화는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의 자원국유화를 촉진하기보단 오히려 위축시켰다. 소 뒷걸음치다 쥐잡은 격으로, 카르데나스가 석유산업을 조져놨기 때문에 1970년대 중반까지 자원의 저주를 겪지 않을 수 있었다고 보기도 한다. 또한 카르데나스의 경제적 업적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며, 예를 들어 교육제도를 개선하고 고등 공업교육기관들을 설립하여 경제발전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고 국영 금융기구를 설립하여 광공업 부문의 확장에 기여한 것이 있다.[21] 앵글로아메리카와 라틴아메리카를 비교대조한 그림이다.[22] 다만 1921년 미국이 추가로 2,500만 달러를 지불하긴 했다.[23] 부통령은 1991년 제정된 현행 헌법으로 다시 복원되었다.[24] 여성의 참정권은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상당히 늦은 1954년이 되어서야 인정되었다.[25] 파나마 할양 건은 의외로 경제에 별다른 악영향이 없었다. 파나마와 콜롬비아 본토를 가로막은 다리엔 갭 때문에 사실상 해외 주나 다름없었고 통신도 교통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장 파나마 독립선언 소식을 입수한게 11월 6일인데 이때 미국은 이미 파나마 독립을 승인한 후였다. 파나마 운하 통관료에 콜롬비아 경제가 크게 의존했다면 모를까, 착공 전에 분리독립했으니 의존할 건덕지 자체도 없었다.[26] 경제학자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José Antonio Ocampo)는 당시 수출 모델을 가리켜 "생산-투기(Producción-especulación)"라고 이름붙였다.[27] 콜롬비아의 안데스 산맥은 옥시덴탈, 센트랄, 오리엔탈 이 3개의 하위산맥으로 나뉘는데 오리엔탈 산맥은 가장 동쪽에 있다.[28] 지주 소유 부동산 842개의 면적이 총합 15,424.31km², 농민 소유 부동산 2,476개의 면적이 총합 11,447.21km²였다.[29] 1874년 커피의 87.6%가 산탄데르주에서 생산되었으나 1932년 60.8%가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었다.[30] 안티오키아 주는 1843년부터 1912년까지 인구가 5.7배 증가했다.[31] 1890년대에도 물론 바나나 수출 자체는 가능했지만 부적절한 운송시설 때문에 수출 선박에 제때 선적하는 것이 인해 힘들었고 그래서 수출량과 품질을 보장하는게 힘들었다.[32] 당시 노동운동가들의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다. 하청회사로 고용하는 관행을 중지하라, 노동자를 의무적, 집단적으로 보험에 가입시켜라, 근무 중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에 보상하라, 위생적인 기숙사에 살게 하고 주 6일제를 시행하라, 월 100페소 미만을 받는 노동자의 일일 임금을 인상하라, 주급제를 시행하라, 관리사무소를 폐쇄하라, 급여를 쿠폰이 아니라 돈으로 지급하라, 의료서비스를 향상하라. 바나나 학살 사건은 콜롬비아의 대문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에도 언급된다.[33] 나중에 에소(Esso)로 이름을 바꿨다가 1972년 엑손(Exxon)으로 개명했다. 엑손은 1966년 모빌(Mobil)로 사명을 변경한 스탠더드오일오브뉴욕(Standard Oil of New York)을 1999년 인수하여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인 엑손모빌로 거듭났다.[34] 조금 먼 훗날의 이야기지만, 1961년 콜롬비아 농지개혁공사(INCORA)를 설립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1970년대 중순까지 INCORA는 13만 5천여 개의 토지소유권을 인정했다.[35]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의 실업률은 대공황 당시 10%를 넘긴 적이 없었다.[36] Ministro de Guerra. 현 국방부 장관(Ministro de Defensa Nac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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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근현대사/20세기 전반

1. 개요

2. 미국의 영향력 확대

2.1. 미국-스페인 전쟁

3. 브라질, 커피 제국의 산업화

4. 멕시코, 멕시코 혁명과 제도혁명당

4.1. 좌파 미술의 발전

5. 콜롬비아, 불안한 내정과 커피 경제

6. 아르헨티나, 민주주의 발전의 중단

7. 기타 국가

7.1. 페루

7.2. 칠레

7.3. 베네수엘라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