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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4 18:36:30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사멸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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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I: 철창3. II: 자유4. III: 자신5. IV: 속삭임6. V: 목적7. VI: 집중8. VII: 합류9. VIII: 비밀10. IX: 포용

1. 개요

이 지식 책은 가시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얻을 수 있다. 자세한 것은 가시(데스티니 시리즈) 참조.

2. I: 철창

I.I
육신과 정신은 철창에 불과하다. 구속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영원히 가치 없는 존재로 남을 뿐.

I.II
이 육신, 네 육신은 약하고 늙었다.

I.III
진화의 자격이 없었던 이전 세대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I.IV
앞선 자들이 조금이라도 비범했다면 네 육신도 지금의 것, 즉 그자들의 육신이 아니라 다르고 새로운 육신이 되었으리라.

I.V
새로운 것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차지하는 것이다.

I.VI
진화를 이루어 내려면 먼저 사멸해야 한다.

I.VII
육신과 정신의 철창에서 벗어나라.

"진화는 오직 자신의 사멸이 있어야만 이루어 낼 수 있다."
—슬픔의 책 제7권, 첫 번째 해석


이들 낱장과 힘겹게 해석해 낸 내용이야말로 불완전한 발견물을 해독하려던 우리의 노력이 낳은 결과물이다.

진화의 다채로운 이상과 관련된 군체 의식의 정확한 목적을 지금 우리는 파악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죽은 언어와 불가사의한 의식으로부터 계속해서 진실의 파편들을 밝혀내야 한다. 다소 음험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이러한 노력의 목적은 미지의 것을 이해하여 정작 미지의 분노가 닥쳐왔을 때 그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을 갖추기 위함이다.

—테벤 그레이가 개인적으로 번역한 군체 문서에 손으로 적어 놓은 기록

3. II: 자유

I.I
정신은 현실에 안주한다. 육신이 그렇게 만들었다.

I.II
가능성을 제한하는 건 익숙함 때문에 성장하지 못한 상상력이다.

I.III
편안한 삶은 삶이 아니다. 부패해 가는 찰나의 순간일 뿐이다.

I.IV
그저 교체되기 위해서만 태어나고 살아가는 자들은 영원을 보지 못하고 이곳에서 환영받지도 못한다.

I.V
환영받지 못하는 자들은 가치 없는 자들이고, 가치 없는 자들은 질병이다.

I.VI
네게서 부패를 정화하고 나면 정신은 죄악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자유를 얻으리라.

I.VII
육신을 파내는 것은 죄악이지만, 네 감옥이 신성한 것으로 추앙받는 것은 과연 누구의 법칙 때문일까?

"필멸의 육신은 철창에 갇힌 아름다운 정신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감옥이다."
—슬픔의 책 제7권, 두 번째 해석


우리 수색은 전설에서부터 시작됐다. 드레젠 요르. 수호자의 이름을 더럽힌, 모두가 싫어하는 골칫거리. 그의 행위를 상세히 파악하려고 아무리 노력해 봐도 우리의 요청은 묵살될 뿐이다. 선봉대는 전부 다 우리를 만나 주지 않는다.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오랫동안 전해 내려 온 내부의 칙령 같은 것이 있는 듯하다. 샤크스 경은 우리를 위협했다. 시련의 장 감독관으로서의 책무를 지키려는 듯했다. 누구도 그를 비난할 순 없다. 그 경쟁 행위는 수호자의 생존에 꼭 필요하다. 강제로 실력을 연마하게 할 뿐 아니라, 사기를 북돋우는 동시에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샤크스의 격리되고 철저히 통제되는 투기장을 제외하면, 수호자가 그렇게 마음 놓고 싸울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테벤 그레이가 개인적으로 번역한 군체 문서에 손으로 적어 놓은 기록

4. III: 자신

I.I
자유를 찾으려면, 먼저 가장 순수한 정체성의 진실에 의문을 가져야 한다.

I.II
따라서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네 존재의 핵심에는 누가 살고 있는가?

I.III
외로운 여행자여, 정직하게 숙고해야만 다가오는 폭풍을 견뎌낼 수 있다.

I.IV
그렇다면 보아라. 네 존재 전체를 명명백백히 바라봐라. 그리고 영광을 직시하라. 모든 의지의 힘, 필멸하는 심장의 모든 결점과 전설적인 영혼까지도.

I.V
살아간 삶의 조각들이 네 진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거짓말은 하지 마라. 꼭 해야 한다면 세계를 향해 거짓말을 하더라도, 자신에게는 결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I.VI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외면하고 다른 모습으로 보려 한다면, 구원의 결과에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 슬픔의 길을 따라가는 것일 뿐이다.

I.VII
모든 합의가 이루어지고, 자신이 진실의 지식과 함께 정화되면, 철창은 해체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정직한 모습을 깨달아라. 그러지 못하면 진정한 자신의 빛을 보며 전율해야 할 테니."
—슬픔의 책 제7권, 세 번째 해석


요르의 이야기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식 기록이 존재하긴 했지만 우리의 가시 영역 너머에 숨겨져 있었고, 이 전설의 실체는 오직 구전되었을 뿐이었다. 전설 속 드윈들러 계곡은 어떤 지도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한때 팔라몬이었던 불타버린 대지에도 따로 신성한 지역이라는 표시는 없었고, 요르를 쓰러뜨린 변절자도 그 운명의 대결 이후 오랫동안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르사와 나, 그리고 우리를 따르는 이들은 우리가 선택한 과업이 그렇게 험난하다는 사실에 의욕을 얻었다. 수호자가 타락할 수 있다는 사실, 우리가 받은 선물이 뒤틀릴 수 있다는 사실, 그것도 탐욕이나 욕정, 권력 때문이 아니라 하찮은 인간의 욕망을 넘어선 영향력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중차대한 걱정거리였다.

우리는 내면의 고결함 때문에 이렇게 영광스럽게도 세상에 돌아올 수 있었던 게 아닌가?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어떻게 우리 중 한 명이 그런 저주에 굴복할 수 있었단 말인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더 커다란 계획 속에 포함된 우리의 영웅적인 역할이고, 결국 우리의 맹목적인 고결함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징후인 걸까? 어쨌든 우리 자신이 영웅이라고, 도덕적으로 우월하고 정의로운 희망의 편에 함께 서있다고 상상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그렇다면 내가 물어야 하는 건 간단하다. 우리 모두는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테벤 그레이가 개인적으로 번역한 군체 문서에 손으로 적어 놓은 기록

5. IV: 속삭임

I.I
속삭임을 찾아라. 희미하지만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I.II
모든 뼈에 비밀스러운 진실의 소리가 담겨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속이 텅 빈 채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한 대부분의 뼈에는 낭비된 삶의 무게만이 실려 있을 뿐이다.

I.III
갈망하는 골수의 유해를 기꺼이 맞이하고, 그 속에서 사랑과 삶을 찾아라. 그러면 그 거짓말 속에서 네가 꿈꾸어 왔던 모든 것으로 통하는 좁다란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I.IV
하지만 속삭임은 그저 소리일 뿐, 바람과 마찬가지다. 그걸 듣는 사람이 모두 그 목적을 공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I.V
네 자신을 알라. 귀를 기울여라. 속삭임이 환영 인사를 할 때에도 두려워하지 마라. 기뻐하라.

I.VI
어휘를 절단하는 고통은 잘린 논리를 포용할 수 있는 이들에게는 은총이다.

I.VII
절단된 어휘는 관문이다. 증오스러운 구원의 첫 번째 음절.

"숨죽여 내뱉는 목소리의 길 위에서, 절단된 어휘가 네 사멸을 인도하리니."
—슬픔의 책 제7권, 네 번째 해석


우리는 저궤도에서 손상되지 않은 그 우주선을 발견했다. 그 우주선의 운항 궤도는 약 1,800km 아래쪽에 있는 주인의 마지막 안식처 좌표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었다.

그것에 접근하면서 우리는 기계 설비에 이상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항해 구동 장치의 희미한 신호에 감지기를 집중시키고 목표로 접근하는 사이, 우리 계기는 목 뒤에서 새어 나오는 듯한 낮은 웅웅 소리를 포착했다. 다른 때였다면 두 행성 사이의 진공 속에서 그대로 사라져 버렸을 소리였다.

계곡의 특정 좌표에 결박되어 있는 건 이 우주선에 탑재된 시스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은 아니었다. 사실 욕망과 관련된 일이었다. 그 우주선은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고통스럽게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선체는 껍질 같았다. 거칠고 삐죽삐죽하게 자란 모습이었다. 미지의 생물이 죽어가며 남긴 뼈로 뒤덮인 우주선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두려워하기보다는 흥미를 느꼈다.

우리가 다가가자 속삭임이 시작됐다. 희미하게, 숨 죽인 소리. 다음 순간 우리의 귀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테벤 그레이가 개인적으로 번역한 군체 문서에 손으로 적어 놓은 기록

6. V: 목적

I.I
수많은 속삭임, 거짓말과 악마의 떼가 네 결의에 도전한다.

I.II
속삭임의 말을 들어라. 하지만 그게 네 진실에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알아라.

I.III
앞으로의 여정은 곧은 길이 아니라, 가치 없는 자들을 버리기 위해 흔들리는 미로이다.

I.IV
구원은 너를 원하지 않는다. 진화는 너를 기다리지 않는다.

I.V
속삭임은 네 안내인이자 파멸의 원인이다. 그 말에 귀를 기울이되, 맹목적으로 따르지는 마라.

I.VI
맹목적인 추종은 자신을 희생하고 심연에 던져, 단 하나도 아닌 수많은 잃어버린 영혼 중 하나가 되고 마는 일이다.

I.VII
숨죽인 의도의 진실은 진창 속에 빠져, 어리석은 자들은 자신의 장대한 목적의 영광을 결코 알지 못한다.

"속삭임의 말에서 길을 잃지 말고, 그 목적에서 길을 잃어라."
—슬픔의 책 제7권, 다섯 번째 해석



우리가 걸었던 길은 우리에게도 처음이었다는 점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첫 번째 답을 찾아 요르의 버려진 우주선에 탑승했던 건 우리의 여정에 담긴 진실과 그에 따른 위험을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의 치기였다. 한참이 지난 후, 모든 조각이 짜맞춰진 후에야 우리는 생각의 가장자리를 갉아먹고 있던 기이한 백색 소음의 실체를 깨닫고 경악했다. 더는 속삭임이라 부르지 않지만, 그 시절 우주선에 접근하고 진입하던 그때, 완전히 일그러져서 어둠에 잠기지 않은 곳에서는 공포스러운 뼈처럼 일그러진 보강 뼈대를 아직 알아볼 수 있던 그때, 우리는 사이렌의 부름을 죽어가는 우주선의 망가진 시스템에서 방출되는 신호의 반향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우리는 어리석었다.

오르사는 그 우주선 안의 두꺼운 가죽에 휘갈겨 쓴 문자가 오래 전 요르의 것이었음을 알아냈다. 당시에는 해석하기는커녕 글의 출처도 파악하지 못했다. 우리는 고대의 악과 달을 금지된 지역으로 바꿔 놓은 고대의 전투에 관한 군체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바 있었지만, 그런 건 단순히 전해지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믿었다. 자연스러운 호기심을 억제하고 용감한 수호자들이 감당하지 못할 곳으로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한 으시시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비록 우리는 드레젠 요르와 그가 쓰러진 이야기가 뼈와 그림자에서 태어난 사악한 생물의 악몽 같은 이야기와 관련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었지만, 그러한 가정이 우리의 의문을 이끌지 않게 하려고 주의를 기울였다.


—테벤 그레이가 개인적으로 번역한 군체 문서에 손으로 적어 놓은 기록

7. VI: 집중

I.I
어휘가 그 의미를 네 정수에 새기고 나면, 잠재력에 대한 이해가 찾아온다.

I.II
상상하면 잠재력은 전파되어 퍼져 나간다.

I.III
그건 네 모든 것이 된다. 모든 것을 삼키고 네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약속하는 힘.

I.IV
네가 손에 넣기를 바라는 모든 것을 차지할 수 있다는 헛된 자신감을 허락하지 마라.

I.V
네 손이 미치지 않는 것에 집착하면 속삭임의 목적을 보지 못하게 되고—

I.VI
—네 끝은 끝일 뿐, 그 이상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I.VII
첫 번째 절단에서부터 마지막 포용까지 진실을 유지하라. 그러지 못하면 네가 얻을 수 있는 건 영원을 향해 내지르는 비명의 메아리뿐일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일은 모두 놓아 주어라. 아직 얻지 못한 보상의 약속에 얽매이면 결국 길을 잃고 돌아오지 못하리라."
—슬픔의 책 제7권, 여섯 번째 해석



계곡에 서서 해가 지는 모습을 보며, 오르사와 나는 조용히 교감했다. 그 순간의 평온함을 나는 기억한다. 평온함과 수용. 우리가 택한 길은 경솔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우리의 선조 한 명을 앗아간 금기의 비극을 다루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며 중요한 조사였다. 요르는 누구였을까? 최후의 시점에서가 아니라 그 이전, 광기에 휩싸이기 전의 그는 누구였을까? 그의 삶에 우리의 삶을 비춰 볼 수 있을까? 그 일의 교훈으로써 다른 누군가가 그와 같은 거친 몰락을 모면할 수 있을까? 이 길의 끝에서는 어떤 답도 기다리고 있지 않다는 걸 우린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릴 기다리는 건 슬픔뿐이었다. 흐려져 가는 빛과 높다랗게 자란 풀, 악당이 쓰러진 자리의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불타버린 원. 그곳에 서 있으려니 앞으로 찾아올 해답의 무게가 두렵지는 않았다. 앞으로의 여정에서 모든 일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 충분한 보상일 테니까.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우리는 새롭게 태어나고, 새로운 사실을 밝혀낼 때마다 빛 너머에 있는 미지의 세계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테벤 그레이가 개인적으로 번역한 군체 문서에 손으로 적어 놓은 기록

8. VII: 합류

I.I
속삭임이 커지면서 광기가 이성의 끝자락을 위협한다.

I.II
껍질이 벗겨지는 건 칼로 인한 게 아니라, 육신과 뼈의 결합 때문이다.

I.III
뼈는 언젠가 붙잡을 곳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한때 약했던 그곳을 꽉 붙들 것이다.

I.IV
결합을 강제하는 것은 집중을 포기하는 것이다.

I.V
육신이 자신을 기꺼이 바치도록 하라. 그래야만 다가오는 진화에 몸을 바칠 수 있으니.

I.VI
인내심을 가져라. 육신의 감옥이 사멸하고 정신이 풀려나고 있다. 이런 영광은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다.

I.VII
이제 당분간 평온함이란 없을 것이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결합해야만 네 길이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다."
—슬픔의 책 제7권, 일곱 번째 해석



얼마 후에 오르사가 해독가의 기록에서 발췌한 글귀와 함께 나를 찾아왔다.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요르의 우주선에서 발견한 문자를 해석하려고 노력해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조사를 더욱 발전시켰다. 우리 작업을 감추었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공연히 드러내지도 않았다. 우리는 여러 차례 꾸중을 듣고 경고를 받았었고, 그래서 모든 일을 가능한 한 비공개적으로 처리했다. 그 시점에 선봉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브라스크는 우리의 일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를 대체한 엑소는 매섭게 우리 말을 일축했다. 아마 샤크스 경과의 관계에 따른 부산물일 테지만, 그건 상관 없는 일이다.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많은 해독가들과 거래해 왔고, 오르사는 오래 전부터 그들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도 얼마간의 설득과 대폭적인 매수를 통해서만 그 고대 문구의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데 필요한 고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상인들에게서 확보한 서적과 기록물은 불완전했고, 대부분 학자의 추측에 의한 결과물이었다. 그래도 충분한 해석과 납득할 만한 이론이 구비되어 있어 우리 나름의 해독을 할 토대가 마련되었다.

머지않아 퍼즐의 각 조각이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아직 배워야 할 게 많긴 했지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요 사항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있었다. 요르는 달에 갔었다. 그의 타락이 거기에서 시작됐는지, 타락이 그를 이끌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리고 그가 새긴 문자는 거대한 "사멸"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진실은 우리만의 것이다.

—테벤 그레이가 개인적으로 번역한 군체 문서에 손으로 적어 놓은 기록

9. VIII: 비밀

I.I
속삭임은 네 말을 듣는다. 늘 그랬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I.II
그 조용한 말 속에서 알아낸 것들은, 철창이 구부러지기 시작하고 예전의 네가 망가지기 시작하면서 내지르는 비명에 담긴 비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I.III
속삭임은 듣는다. 속삭임은 배운다.

I.IV
날카로운 모든 고통이 치명적인 상태의 지도를 새긴다.

I.V
모든 사악한 울부짖음이 광활한 이해의 직물에 더해진다.

I.VI
네 고통 속에서 속삭임은 답을 찾는다. 네 가치를.

I.VII
육신이 사라지고 뼈만 남으면 비명을 지를 비밀도 남지 않는다.

"고통을 익혀라. 그러면 가능할 거라 상상하지도 못한 것들을 가르쳐 줄 것이다."
—슬픔의 책 제7권, 여덟 번째 해석


"사멸."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그게 위협이라고 생각했지만, 일은 계속되고 우린 점점 더 많은 문자를 해독하며 그것이 그 이상의 것, 약속이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요르가 새긴 글귀는 지침이었다. 신비하고 수수께끼 같았지만, 의도는 명확했다. 오래 전의 연구에서 "슬픔의 책"이라는 수수께끼의 고서가 언급되었다. 우리보다 앞선 오래전의 연구원들은 군체에게도 나름의 "성서"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리고 그 증거를 대참사 이전에 수집했다. 이 "책"들은 군체의 의식과 역사를 망라한 기록이라고 알려졌다. 왕실의 혈통과 다양한 의식 및 통과 의례를 다루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요르가 새긴 글귀가 군체의 전설 속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건 이 전설 속 "책"들을 이해하려는 목적에 부합했다. 그리하여 우리의 오만 혹은 학습된 결론에 따라 그에 대한 구분은 다른 이들에게 맡기려 한다. 우리는 우리의 해석을 모아 슬픔의 서재에 새로운 책을 추가하려고 한다. 그리고 제7권이라 부르겠다. 우리 여정의 다음 단계가 시작되는 날을 앞두고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돌이켜 보면, 우리가 옳은 일을 했다고 믿는다. 아니 그렇게 확신한다.

—테벤 그레이가 개인적으로 번역한 군체 문서에 손으로 적어 놓은 기록

10. IX: 포용

I.I
예전의 자신이 스러져 가면, 남는 건 고통뿐이다.

I.II
용서를 앞두고는 그 무엇도 버틸 수 없지만, 진화는 희생을 요구한다.

I.III
고통을 늘 함께하는 것이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고통이 네 전부가 된다.

I.IV
네 비명의 백색 소음이 속삭임을 사그라들게 하면, 혼자가 된 기분이 느껴질 것이다. 넌 혼자다.

I.V
이것은 영원인가 망각인가?

I.VI
넌 네 밖에서 너 자신을 볼 것이다. 그리고 잃어버린 희망의 끝자락에 있는 등불인 이 새로운 진화를 포용하기를 갈망하게 될 것이다.

I.VII
그러나 알게 되리라. 고통을 통해, 공포를 통해. 예전의 너는 없다는 사실을. 이제 남은 건 앞으로의 너와 그 뒤를 따르는 모든 고통뿐이다.

"다가오는 포용에 집착하지 마라. 사멸은 너만의 것이며, 평온이 박탈당한 고독한 여정이다."
—슬픔의 책 제7권, 아홉 번째 해석


옛 악몽에 관심이 있는 수호자라면 슬픔의 무기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신비주의에 가까운 뒤틀린 과학이 오염시키고 변형시킨 치명적인 도구라고 알려져 있다. 빛의 시해자 드레젠 요르의 저주받은 무기 '가시'도 그 일종이다. 하지만 이런 파괴의 도구는 헛소문에 불과했다. 요르가 사악한 악한이었음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의 역겨운 무기와 그것이 퍼뜨리는 질병의 전설은 과장된 것으로 보였다. 미지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는 또 하나의 유령 이야기일 뿐이라고 간주되었다. 하지만 고대 군체의 글귀를 해석하다 보니 이 전설이 진실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군체에게는 진화를 강제하는 의식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발견한 사실에서는 타락과 저하, 재생을 통한 변환이 존재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슬픔의 무기는 실존했다. 설상가상으로, 그건 더 큰 위협, 더 큰 악에게로 향하는 지침이었다.

그리고 이런 깨달음과 함께 요르의 진정한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우리의 결의는 새롭고 끔찍한 질문으로 강화되었다. 요르의 끔찍한 행위들이 모든 일의 끝이 아니었다면 어떨까? 그의 진화가 더 큰 의도의 부산물일 뿐이라면 어떨까?
그는 고대 군비 경쟁의 부작용일 뿐이고, 우리가 두려워하는 오랜 과거의 무기들이 사실은 우리가 감히 상상하지도 못할 파괴 행위에 이르는 지침의 기준점일 뿐이라면 어떨까? "슬픔"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닥쳐 오는 소멸이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일 뿐이라면 어떨까?

—테벤 그레이가 개인적으로 번역한 군체 문서에 손으로 적어 놓은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