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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8-21 00:47:03

피가 모자라

1. 개요2. 상세3. 이후4. 관련 문서

1. 개요


대한민국에서 역재생 논란 관련으로 가장 유명한 도시전설.

서태지와 아이들 3집 수록곡 "교실 이데아"를 역재생하면 "피가 모자라"라는 가사가 들린다는 주장이 이 소동의 요지다.

2. 상세

아 피가 모자라
배고파
피가 고파
아 피를 안 주면 재미없을걸
1994년 인기 댄스그룹 서태지와 아이들3집 '발해를 꿈꾸며'로 활동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됐을 무렵 학생들 사이에서 3집 앨범 수록곡 '교실 이데아'와 2집 앨범 수록곡 '하여가'를 역재생하면 사탄의 메세지가 나온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내용인즉, 교실 이데아의 후렴구 부분에 크래쉬의 보컬인 안흥찬이 특유의 그로울링 창법으로 녹음한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졸이며 젊은 날을 헤맬까, 왜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부분을 역방향으로 재생하였을 경우 '피가 모자라 배고파 피가고파 아 피를 안 주면 재미없을 걸'로 들린다는 것. 이 소문은 점점 퍼져서 뉴스신문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은 사탄 숭배자 같은 주제로 특집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 소문은 정식 기사화되어 뉴스에 나왔고 KBS2 추적 60분에서도 이를 방송했다. KBS2 연예가중계에서는 더 나아가서 하여가의 마지막 부분 가사 '하지만 난 기다려 내가 다시 돌아올 날까지 이곳에서' 를 역재생하면 '내 속에 있는 사탄을 영원히 사랑해요'라고 들린다며 다루기도 하였다.

모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이에 질투심이 발동한 설운도가 "털이 모자라."라는 말을 백마스킹했다며 개그 소재로 삼기도 했다. 1995년 서태지와 아이들 4집 발표 후 다시 백마스킹 주장이 있었으나 공론화되지는 않았다.

처음 서태지는 이러한 소문이 있다는 소리를 듣자 "드디어 한국 사람들도 백워드 마스킹에 관심을 가져주는구나" 하고 그냥 가볍게 즐겼다가 점점 소문이 괴상한 방향으로 터무니없이 커지자 무척 화를 냈고 본인이 직접 나와서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방송까지 진행했다.[1] 서태지 입장에서 이 분노는 이후에도 한동안 사그라들지 않았는지 이후 앨범에서는 오히려 역재생 기법을 활용하거나[2] 심지어 솔로앨범 Live Wire 뮤직비디오 첫 장면에는 그 당시 실린 신문기사를 찢어 버리는 연출이 있었다.

원리는 몬데그린. 호기심 천국스펀지 165회에서 실험한 적이 있었는데 어떤 음원이든지 거꾸로 재생하면 전혀 다른 소리가 될 수밖에 없다. 스펀지를 역재생하면 'ㅅㅡㅍㅓㄴㅈㅣ' → 'ㅣㅈㄴㅓㅍㅡㅅ'...대략 '이즈너프스' 정도로 들리게 된다. 물론 연속적 발음을 이렇게 불연속 단위인 음소로 나타내는 건 다소 거친 접근이지만 이렇게 이해해도 큰 문제는 없다.

교실 이데아의 '왜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구절에서 '바라고만 있[바라고마니ㅆ]'(뒤에 을까가 이어진다) 부분을 거꾸로 음소 단위로 나열하면 'ㅆㅣㄴㅏㅁㅗㄱㅏㄹㅏㅂ' 즉 씨나모가랍이다. '피가 모자라'와 비교해서 우연히 모음의 배치가 같은데다가 '모', '라'는 거의 발음이 동일해 몬데그린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가사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다이나믹 로동처럼 듣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의 문제였다. 사실 아무 생각 없이 듣게 된다면 아무런 내용도 아니지만 듣는 사람들의 문제는 "이 부분에서 피가 모자라"라는 가사가 나오겠지라고 인식하고 들으니 그 부분이 진짜 그렇게 들린다.

그 당시는 MP3로 노래를 듣는다는 것은 아예 상상조차도 못 하던 시절이었고 카세트 테이프가 주된 음악매체였기 때문에 백워드 재생이 쉽지 않았다. 당시 일반인이 백워드를 듣는 방법은 테잎을 분해해서 감겨 있던 자기 테이프를 전부 풀고 원래 감긴 방향의 반대로 뒤집어 다시 감은 뒤 테잎을 조립하거나 머리를 잘 써서 뒤집어 플레이하는 것이었다.[3] 그리고 무엇보다도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Windows 95가 나오기 이전이었다.[4] 다만, 오토 리버스 데크로는 쉽게 백워드 재생을 할 수 있고[5] 당시 기준으로 오토리버스 데크는 꽤 흔했다. 그리고 당시는 막 하이텔 등의 PC통신이 활성화된 시점이라 PC통신을 하던 매니아층들 위주로 이런 소문이 퍼져나갔을 가능성도 높다.

더군다나 이때는 도스로 이야기 5.3을 쓰던 시절이었다. 만약에 이 괴담이 Windows 95 출시 이후에 나왔다면 지금처럼 크게 부풀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괴담 때문에 윈도우 95 출시 이후의 녹음기에서 역재생 기능이 추가되었다는 농담도 있었다.

일부에서는 이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사회에서 신드롬적인 인기를 얻는 가수가 분단과 통일 문제, 교육 문제 등 진지한 주제를 가지고 노래한 앨범을 들고 나오자 이걸 민중가요스러운 노래를 유명가수가 부른다면서 매우 불안해진 보수 기득권층과 일부 개신교회가 손을 잡고 서태지 3집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가지게 해서 서태지와 아이들 3집을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받게끔 하고 서태지와 아이들을 묻어 버리게 하기 위한 일종의 음모였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실제로 일부 개신교 교회에서 서태지가 사탄이라고 꾸준히 주장하기도 했다. 이 작자들은 심지어 1집(난 알아요) 활동 당시 서태지가 하고 나왔던 평화 기호 목걸이[6]도 사탄의 목걸이라고 거짓 주장한 놈들이다.[7]

그러나 그 밖의 증거는 전혀 없으니 이 설은 그저 음모론에서 끝날 뿐이었다. 다만 사회적 공신력을 가져야 할 언론이 정보를 제대로 알리기보다는 선정적인 태도로 일관하여 공포를 부추기고 가수 개인에게 심각한 가해를 입혔다고 하는 점에서 당시 언론의 선정적인 태도와 무책임한 보도는 마땅히 비판받아 마땅하다. 무엇보다 거꾸로 돌릴 때만 알아들을 수 있게 집어넣은 가사가 제대로 돌릴 때도 그 의미가 듣는 이에게 인식된다는 근거가 전혀 없으며, 그것 하나만으로도 뉴스로의 가치는 없다.

지금 같으면 인터넷에서 실컷 조롱이나 당하고 끝났을 도시전설이지만 저 시절은 "유언비어 유포죄"가 현역이던 시절이었던 게 문제였다. 그러나 6월 항쟁 이후로 언론의 자유가 생기면서 6월 항쟁 이전까지만 해도 전 언론인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전두환도 끈이 떨어져서 백담사로 유배갔었고, 또한 1991년 분신정국과 1992년 대선을 통해 조선일보와 KBS, 중앙일보를 비롯한 상당수 언론에서 노골적으로 김영삼을 밀어주면서 언론의 힘을 입증시켰던 차였는데, 이처럼 주요 언론사에서 언론의 자유를 자신들의 이권을 늘리는데 이용했었다. 또한 이름을 알려야 장사가되는 연예인의 직업 특성상 언론 초창기부터 연예인은 언론인들의 밥 취급이었고, 그래서 암만 돈이 많다고 해봐야 연줄이 없는 연예인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힘들었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내용이 입소문을 타고, 언론을 타고, 교회 네트워크를 타고 온 사방에 퍼져 버리니... 이 때문에 이 당시는 소위 "노주현 사망설", "고두심 사망설" 같은 희한한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몇 달이나 돌아다니기도 했고 심지어 서태지 본인도 이 피가 모자라 사건 외에 "서태지 임신설" 같은 황당한 소문의 피해자이기도 했다.[8]

한편 그 당시에는 한국 개신교의 다수를 차지하던 장로교의 칼뱅주의가 청교도주의와 이상하게 결합해서 문화적으로 매우 보수적인 견지를 차지했었다. 거기에다가 미국 우파교회발 음모론도 종종 받아먹었기도 했는데,[9] 따라서 사탄을 운운하며 대중문화 가요가 이렇게 문제가 많다는 인식이 있었고[10] 아직도 뉴라이트신사도 운동 성향이 있는 교회 수련회에서도 강의 시간에 이런 영상을 틀어주곤 한다. 피가 모자라 같은 경우는 요즘들어서는 자신들도 별다른 근거가 없다는 걸 인정해서 잘 언급하지 않지만 아직도 이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 너에게,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슬픈아픔, 필승을 역재생하면 사탄의 메시지가 들린다는 주장을 한다. 심지어 백마스킹 실증 동영상까지 인터넷에 올라왔다.

동영상에서는 필승의 경우엔 백마스킹이 의도적이었음을 고백하는 메시지가 숨어 있다고 하며 난 알아요의 경우엔 곡 전체에서 사탄의 메시지가 나타나고 이 메시지를 직접 부른 다음 역재생하면 난 알아요의 가사가 명확이 나온다고 주장한다. 동영상 제작자에 의하면 한 두 단어는 우연히 들릴 수 있지만 문장이 들린다면 의도적 백마스킹이라는 것이다. 난 알아요 백마스킹은 2011년 MBC 라이프 채널 프로그램 히스토리 후 에서 다루기도 하였다.

응답하라 1994의 한 에피소드에서 윤진이가 당시 좋아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뉴스로 등장한다. 이에 성동일이 흉내내며 피가 모자라를 반복하다가 삼천포의 제지로 양쪽의 깊은 빡침을 막아내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삼천포가 이거 들어보려고 진짜로 테이프를 뒤집는 작업을 하다가 들켜서 윤진이에게 목이 졸린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3.5집 수록곡 중에도 '피가 모자라'라는 노래가 있다.

이후 시간이 흘러 어언 2007년, 서태지는 15주년 기념 앨범의 07 교실이데아 리믹스의 마지막 부분에서 "피가 모자라" 백마스킹을 직접 음원에 삽입했다.# 이에 대중들은 "서태지가 대놓고 썩은 언론들과 부패한 기독교계를 엿먹이는 것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피가 모자라면 수혈을 해주면 될거 아냐

3. 이후

백마스킹 논란은 서태지에게서 끝나지 않았다.

에픽하이의 5집 수록곡 Be를 역재생하면 기독교적 메시지가 들린다는 것이었다. 에픽하이측이 의도적 백마스킹을 부인하면서 끝났다.
2010년 손담비미쳤어를 역재생하면 음란한 메시지가 들린다는 교회 강연 영상이 논란이 되었다. 언론에서도 보도하였으며 미쳤어 작사, 작곡자인 용감한 형제는 의도적 백마스킹을 부인하였다. 네티즌들도 억지라며 강력히 반발하였다. 영상에 나온 강연자는 이전에도 서태지의 의도적 백마스킹설을 주장하여 많은 비난을 받았으며 개신교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티아라의 경우 롤리폴리의 첫부분 '어디까지 왔나. 또 어디 숨었나. 맘에 들어왔나. 나나나나나. I like you' 를 역재생하면 '아무도 모르게 나 너무너무 즐거워. 나는 너를 죽이러' 라고 명확히 들려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티아라 논란은 2014년 엠넷 프로그램 음담패설 가요괴담편에 소개되기도 하였다.해당 방송

서태지의 6촌 형인 신해철의 노래 중에도 비슷한 괴소문이 있었다. 날아라 병아리를 역재생하면 '병아리 내가 죽였다.'라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다. 신해철 본인은 라디오에서 이 이야기를 하면서 가볍게 웃어넘겼다.

이외에 논란이 있었던 노래는 다음과 같다.

위기탈출 넘버원에서는 기흉에 대해 다룬 에피소드에서 엄마 몰래 밴드하는 고등학생들이 자작곡이라고 부른 노래 제목이 피가 모자라였다. 가사는 서태지의 노래와는 아무 상관없이 내게 찾아온 빈혈, 내게 필요한 수혈, 네가 해줘야 될 헌혈이 전부다.[11]

4. 관련 문서


[1] 상술한 추적 60분에 나와서 "내가 그걸 의도하고 노랠 만들었다면 언어학자를 했겠죠"라고 웃으면서 말하는데 서태지 특유의 말 속에 뼈가 있는 화법이라 실제 영상을 보면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2] 이 기법이 단순 Back-word-masking을 넘어서서 사운드 자체를 하나의 예술적 경지까지 끌어올린 게 서태지 7집 마지막 트랙 "Zero"다.[3] 근데 이게 말로는 쉬운데 테이프를 다 푸는 것은 실제로 해보면 매우 매우 지루하고 잠깐의 실수로도 순식간에 얇은 테이프가 흐트러져서 엉망이 되기 일쑤다. 단순히 뒤집는 것은 몇 번 시행착오를 거쳐야 해서 좀 귀찮다. 이거 시도하다가 테이프 날린 아이들이 부지기수였다. 덕분에 테이프 하나 날리는 거 각오하고 백워드로 듣겠다고 나선 많은 아이들이 크나큰 마음의 (그리고 지갑에) 상처를 입었다. 백워드를 들으려는 음원을 별도의 공테이프에 복사하는 방법으로 원본 테이프를 날리는 참극은 막을 수 있긴 했지만 그래도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던 것은 마찬가지다.[4] Windows 95에 있는 기본 응용 프로그램인 녹음기에는 녹음한 음원을 역재생하는 기능이 있다.[5] 헤드 고정 나사를 약간 풀어 반대 방향 헤드가 테이프 기록면에 닿도록 하면 된다. 오토리버스 데크든 단방향 데크든 고급 기종은 헤드 고정 나사가 트랙 위치에 맞게 헤드 위치를 정렬시키는 역할을 하는데(나사가 풀려도 헤드가 흔들리지 않게 나사 아래 스프링이 들어가 있다.) 간단히 십자드라이버로 나사를 돌려 맞추면된다. 다만 기종에 따라서는 반대편 트랙이 전혀 안 나오도록 헤드를 움직이기가 어렵다.[6] 둥근 원 안에 비둘기 발자국을 형상화한 세 갈래 표지가 있는 것. 히피 문화나 반전 관련 매체에서 한번쯤은 봤을 것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3집 '발해를 꿈꾸며' 뮤직비디오 말미에도 화면을 꽉 채우며 "平和"라는 글씨와 함께 나온다.[7] 피스 마크를 사탄의 상징이라고 주장한 이유는 이걸 고안한 사람이 무신론자인 버트런드 러셀이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반핵 평화 단체에서 고안한 것이다. 다만 문서에도 나오듯이, 현지에서도 일부 기독교인들이 황당하게 트집을 잡긴 했다. 그게 버트런드 러셀이 고안한 사탄의 상징이라는 주장으로 변형되었을 것으로 보인다.[8] 서태지가 누굴 임신시켰다는 소리가 아니라 서태지 본인이 사실은 남장여자였고 중간에 활동 휴식기를 갖는 것은 실은 누군가의 애를 낳아줘서라는 황당한 소리였다. 서태지 본인이 매우 곱상한 꽃미남인 데다 당시에는 앨범 활동을 종료하고 휴식기를 갖는단 개념 자체가 없이 방송국 PD가 부르면 재깍재깍 5분대기조로 뛰어와야 했던 시절이라 이런 헛소문도 그럴듯하게 돌아다녔다. 서태지 임신설은 MBC에서 진행한 4집 컴백쇼 생방송 당시 막간 다큐멘터리에서도 그 존재가 짤막하게 언급되었다.[9] 물론 1960~70년대에 걸쳐 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비틀즈히피 문화, 뉴에이지, 록 음악 등이 한창 유행했을때 영미권 우파 기독교권에서는 이걸 사탄의 음악 운운하면서 깠던것이 많았는데, 당시때에도 영미권이나 유럽권에서도 세대갈등이 심했는데, 이것이 한국에도 영향을 끼친 셈이다.[10] 대표적으로 이 시절에 사탄은 마침내 대중문화를 선택했습니다 같은 불쏘시개 개신교 책자가 출판되면서 이 사건을 들먹였다. 심지어 1980년대에는 구충제 광고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는데 기생충 빌런들이 죄다 헤비메탈 복장을 하고 있다(...). 이런 광고가 버젓이 TV를 타전 시대였다.[11] 밴드 멤버들이 꾸민 모습은 실존하는 밴드 키스 혹은 만화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를 패러디한 듯하다. 포스터는 대놓고 퀸의 패러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