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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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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도어 스터전의 동명의 단편소설과 이를 원작으로 한 TV 영화에 대한 내용은 킬도저!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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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illdozer"

1. 개요2. 사건의 전말3. 킬도저 제작4. 분노의 응징5. 결론과 교훈6. 이후7. 분석8. 유사 사례9. 매체10.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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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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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빈 히메이어와 킬도저
2004년 6월 4일 미국콜로라도주에서 용접사이자 자동차 머플러 수리사였던 마빈 히메이어[1]가 복수를 위해 개조한 불도저를 몰고 원한 있는 사람들의 건물들을 닥치는 대로 부순 사건이다. 이름과 실제가 다른 사건 중 하나로 '킬'도저라고 불리지만 범인인 마빈 본인을 제외하고는 사람은 아무도 죽거나 다치지 않았고, 건물들만 대량으로 파괴했다. 아마 동명의 작품이 이름을 붙이는 데 영향을 줬을지도 모른다.

2. 사건의 전말

1992년 마빈 히메이어는 자동차 수리점을 지으려는 친구에게 부동산을 임대할 계획으로 콜로라도주 그랜비시에 있는 0.8 헥타르 부지를 4만 2천 달러에 매입하였다. 마빈이 구입한 부지를 한때 친척이 보유했던 코디 도셰프(Cody Docheff)도 경매에 참여했다. 마빈은 이 경매에서 부지를 사지를 못한 것 때문에 코디가 자신에게 항의했다고 주장했는데, 경매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은 코디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1년 후 마음이 바뀌었는지 마빈은 자신이 산 부지에 자동차 머플러 수리점을 열었다. 마빈이 구입한 부지에는 전 주인이 매립한 콘크리트 트럭 통이 하수구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시 공무원은 마빈에게 하수도관을 연결하거나 정화조를 설치하라고 요구했으나 마빈은 거부하였다.

1997년 도셰프 일가는 콘크리트 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 부지를 매입했다. 그리고 마빈에게도 자동차 머플러 수리점 부지를 팔라고 제안했다. 이에 처음 25만 달러를 부른 마빈은 이후 37만 5천 달러, 100만 달러로 서서히 가격을 올렸고 결국 거래는 무산됐다. 이 부지가 가게로 들어오는 주 통로였기 때문에 콘크리트 공장이 들어서면 자신의 가게와 거처로 출입할 수 있는 길이 막혀버리는지라[2] 팔 생각이 없어진 듯했다. 도셰프 일가는 마빈의 수리점 맞은 편의 부지를 구입했는데, 마빈은 그 부지와 자신의 수리점을 교환하자고 제안했다. 도셰프 일가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으나 마빈이 다시 교환할 부지에 자신의 수리점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되었다.

2000년 콘크리트 공장을 지으려던 공장주 코디 도셰프는 시의회를 통해 마빈의 가게를 빙 두르는 형태로 콘크리트 공장 부지를 설정했다. 이렇게 되자 마빈은 환경오염을 이유로 반대하였고, 이를 우려한 마을 주민들도 마빈의 편을 들었다. 이에 코디는 청문회에서 먼지와 소음에 대한 대책을 약속했고 마을 주민들의 반대는 줄어들었다. 이에 마빈은 소송을 제기했으나, 2001년 1월 9일 시 공무원들은 만장일치로 코디의 콘크리트 공장 건설안을 통과시켰다. 6월 도셰프 일가의 조 도셰프(Joe Docheff)가 마빈에게 소송을 취하하면 무료로 하수도관을 연결시켜주겠다고 제안했으나 마빈은 거부했다. 오히려 마빈은 이웃집 하수도와 불법 연결을 하려다가 위생지구대에 신고당했다. 시는 그에게 지난 9년 동안 방치해온 하수도관 연결 문제를 해결하라며 요구하고 법 위반 혐의로 벌금 2500달러를 청구했지만, 마빈은 이 모든 것을 정부가 사유재산을 강탈하려는 행위라며 거부하였다.

3. 킬도저 제작

2002년 4월 소송이 기각되자, 절망한 마빈은 변호사에게 책임을 돌리며 환불을 요구했다. 그는 자신의 머플러 수리점을 폐업하고 부지를 쓰레기 처리업체에게 40만 달러에 매각했다. 그는 1만 6천 달러에 샀던 불도저가 팔리지 않자 이를 하느님의 계시라고 여기며 불도저를 개조하기 시작함으로써 거사를 실행할 준비에 들어갔다. 한편 마빈의 부지를 구입한 쓰레기 처리업체는 단 하루 만에 상하수도를 연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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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코마츠 D355A 불도저 사건 당시 킬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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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도저는 코마츠社의 D355A 불도저의 조종석, 엔진룸, 그리고 궤도 일부분 등에 장갑판을 설치하였고 몇 개의 총안구가 뚫린 형태였다. 장갑은 여러 장의 공구용 강철판 사이에 5000psi의 콘크리트[3]를 주입해 만들어진 사제 복합장갑으로, 최대 약 300mm 두께의 엄청난 떡장갑이었다. 조종석이 완전히 밀폐된 상황에서 외부 관측을 위해서 외부에 비디오 카메라 여러 개를 장착하고 이를 조종석의 모니터 2개에 연결했다. 카메라는 다시 8cm에 달하는 방탄 플라스틱[4]으로 보호되고 에어컨과 연결된 노즐로 바람을 불어내는 장치까지 달아서 카메라가 먼지에 덮이는 것을 막았다.

마지막으로 외부를 직접 관측하고 공격하기 위해 총안구 3개를 만들었고 각각 50구경 바렛 M82 대물저격총, FN FAL 소총과 Mini-14 소총을 장착한 뒤 각각 12.7mm(0.5인치) 두께 강철판으로 방호하였다. 링크최루탄에 대한 대응책으로 조종석에 양압장치까지 설치하여 화생방 방호능력도 갖추어 정말 사제 장갑차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수준이었다.

다만 일단 장갑을 붙이고 나면 별도의 문이 없어서 탑승한 후 내리기가 불가능한 구조였는데,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상황까지 몰린 마빈에게는 처음부터 내릴 생각이 없었기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마빈은 킬도저에 탑승한 후 사제 크레인을 사용하여 장갑 블럭을 불도저에 씌운 것 같다.

4. 분노의 응징

2004년 6월 4일, 마침내 마빈은 킬도저를 끌고 나와 무려 2시간 7분에 걸쳐 날뛰며 자신의 옛 가게와 갈등의 원인이 됐던 콘크리트 공장을 시작으로 시청, 경찰서, 지방 신문사,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소송을 패소 처리한 법원 판사의 집, 은행 등 원수지간인 사람들의 건물들을 닥치는 대로 밀어버리기 시작했다.

기적적으로 인명 피해는 전혀 없었지만, 막대한 재산 피해와 기물 파손은 막을 수 없었다. 이 사건으로 총 13채의 건물이 파손되었고 피해액은 700만 달러에 달했다. 또한 경찰에 의하면 가해자가 킬도저 내부에서 가스 탱크 등의 몇몇 위험한 걸 총으로 쏘기도 했고 부순 건물 중에는 심지어 아이들이 수업을 받기로 예정한 곳도 있었고, 이것은 인명 피해를 노리지 않았다고 보기 힘든 위험한 행위이며[5] 인명 피해가 생기지 않은 건 순전히 운이 좋아서였다고 한다.

킬도저를 막기 위해 콜로라도의 경찰과 SWAT팀이 출동했으나 일반 사격으로는 매우 두꺼운 떡장갑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카메라를 노린 저격조차도 약 8cm에 달하는 두터운 방탄 플라스틱을 뚫을 수 없었다. 한 경관이 불도저의 배기구에 섬광탄을 집어넣는 데 성공했으나 역시 아무 피해가 없었고, 부보안관 글렌 트레이너 주니어(Glenn Trainor Jr.)가 불도저에 용케 올라타 제압할 방법을 찾아보았으나 마빈도 이런 상황을 대비했는지 미리 차체 위에 기름을 뿌려 놓은지라 탑승 제압 시도는 포기하고 내려와야 했다. 심지어 보다 못한 한 중장비 기사가 나서서 킬도저보다 더 큰 스크레이퍼[6]를 몰고 나와 막아보려고 했으나[7] 킬도저의 힘을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밀려버렸다. 그러나 이로 인해 킬도저의 라디에이터가 망가지면서 킬도저는 엄청난 증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경찰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다른 중장비로 막아봤자 힘으로 밀려버릴 뿐이었으니 당시 콜로라도 주지사였던 빌 오웬스는 주방위군 육군AGM-114 헬파이어를 장착한 AH-64 아파치 공격헬기FGM-148 재블린으로 무장한 대전차병의 투입까지 준비했다. 하지만 킬도저의 파괴 행각보다도 미사일로 인한 부수 피해가 더 심할 것이라고 판단되어 정말로 투입하는 것은 보류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킬도저가 한 건물을 부수다 무너진 건물의 지하실에 궤도가 빠져 꼼짝도 못하게 되고 킬도저가 어떻게든 후진으로 나오려 하자 대기 중인 (위에서 킬도저를 막아섰지만 힘으로 밀려버렸던) 스크레이퍼 기사가 뒤를 막아버렸다. 그 다음엔 라디에이터 고장으로 킬도저의 엔진이 과열되면서 시동이 꺼지고 경찰이 점차 포위해 오기까지 하자 결국 궁지에 몰린 마빈은 내부에서 .357 매그넘 권총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8] 마빈이 숨을 거두고 나서 경찰이 기사를 불러 장갑을 토치로 절단하고 시신을 꺼냈는데 이 과정만 12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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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이후 현장을 수습하는 모습. 사진 출처

5. 결론과 교훈

웬만한 총기난사와는 스케일이 다른 사건이었으나 범인이 총기를 통한 인명살상보다는 기물 파괴에만 초점을 맞춘 덕에 범인의 자살을 제외한 추가적인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리고 공돌이가 마음만 먹으면 집에서 장갑차 정도는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자 동시에 '잃을 게 없는 사람 잘못 건드리면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범인은 가족도 없고 미혼인 상태였고 자살한 데다 그나마 있는 재산은 죄다 킬도저 제작에 퍼부어서 잃을 게 없는 몸이었기에 피해금액을 보상받을 길도 찾기 어려워졌다.[9] 그야말로 극단적인 복수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사건이 일어난 계기는 안하무인 시멘트 공장의 처사가 가장 큰 문제였지만 마빈 본인의 잘못도 없지는 않았다. 처음엔 25만 달러에 시멘트 공장에게 땅을 팔겠다고 보고했는데[10] 마빈 측에서 차후에 35만 달러로 올리다가 백만 달러까지 부르자 시멘트 공장이 그냥 귀를 막아버리고 진행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유념해야 할 점은 마빈이 알박기를 한 것은 당연히 아니라는 것이다.

마빈은 시멘트 공장이 들어서기 훨씬 전인 1992년에 해당 부지(땅)를 구매하여 한참 전부터 가게를 운영하였으니, 당연히 미리 도시 계획을 알고 급히 구매하여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는 알박기였을 리가 없다. 마빈의 킬도저 사건 전 유일한 잘못은 협상을 어설프게 해서 시멘트 공장 측에게 무시당한 것이다.[11] 또 마빈이 협상을 지혜롭지 못하게 한 건 사실이지만 애초부터 욕심을 부리려던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에 가격을 높게 부를 만한 이유는 은퇴 및 노후 자금을 위해서였다. 당시 마빈의 나이는 52세였던 데다 연로한 아버지까지 부양하며 힘겹게 살고 있었다.

그를 정말로 폭발하게 한 계기는 계약 결렬이 아닌 공장 부지 선정 문제였다. 그의 가게로 들어가는 길을 완전히 봉쇄하도록 부지 선정 허가를 내 준 시의회 측에 문제가 있다. 그가 애초에 불도저를 산 이유도 그의 가게로 들어가는 길을 새로 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길을 내게 해달라는 요청은 기각되었고 그 이후의 청원도 모조리 기각되었는데 이와 같은 시의회의 대응은 그를 완전히 막다른 길로 몰아넣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마빈은 분명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다. 일반적으로 정당한 테두리 내의 요구가 묵살되면 그 분노는 내부로 삭히면 화병이 되고 밖으로 발산시키면 압력솥이 터지는 것과 같이 폭주하는데 그는 폭주를 택했다.

시의회가 벌인 최대의 실수는 마빈의 협상에 대한 최소한의 노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마빈 역시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시민이자 시 당국에 법적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민원인이었는데, 시의회는 그런 점을 모조리 무시하고 힘 있는 시멘트 공장의 편에 섰다. 그리고 그 대가로 막대한 손해를 보고 피해보상도 제대로 못 받게 됐다. 문제의 발단인 그가 소유했던 공장 부지도 직전에 이미 쓰레기 처리 회사에게 매각했으니 부지를 팔아 손해를 매꿀 수도 없었다. 보험을 들어 뒀다면 역시 금전적 손해를 일부 메우겠지만, 그로 인한 법적 처리에 드는 비용과 시간 등을 손해 보게 된다.

거기에 불쌍한 사람을 괴롭힌 높으신 분들과 악덕기업이라는 소리까지 듣게 됐고 시멘트 공장 소유주가 주식회사라면 주가 등도 손실이 컸을 것이며 연루된 의원 등도 다음 선거를 기대하기 어려워졌으니 일단 복수는 성공하고 죽은 셈이다. 애초에 마빈은 적어도 자신과 비슷한 일반 시민들에게 피해를 줄 생각은 없었고,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대피시킨 점이 바로 그 증거다. 반면 시의회의 대응은 일방적으로 일반 시민이자 민원인에 불과한 사람을 그냥 짓밟았다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건 이후 많은 사람들은 시멘트 공장과 시의회 사이에 미심쩍은 거래(Shady Dealings)가 있었을 것이라고 의심했지만 경찰은 뇌물 수수를 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12] 댓글을 보면 알겠지만 미국에서 이에 대하여 말이 많은 모양인데 미국은 특히나 개인주의가 더 굳건한 나라인 만큼 공권력이 개인을 억압하는 경우에 대해 특히 더 민감하다.

6. 이후

킬도저 사건이 일어난 2004년 6월 4일 당시 제법 뉴스에 크게 나오면서 유명해졌으나 킬도저 사건 다음 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언론에 공표되면서 좀 묻힌 면이 있다. 때문에 킬도저 사건은 미국 사회에서 엄청 큰 이슈로 남진 않았고 아는 사람만 아는 사건이 되었다.

킬도저는 이후 분해되었으며(2005년 4월 19일 발표) 범인을 추종하는 무리가 킬도저 고철을 손에 넣어서 역설계할 것을 방지하고자 여러 군데로 분산 매각되었다.[13]

사건이 일어난 지 10년 후 당시 시장의 부인은 덴버 포스트의 기사 인터뷰를 통해 '왜 지난 일을 가지고 내 남편과 나를 힘들게 하냐. 그냥 옳지도 않고 이해도 안 된다'는 전형적인 피해자 코스프레를 보였다. 해당 기사에서는 당시 시장이 범인이 저급한 존재라서 무시했다고 언급한 추태를 보도했다.

7. 분석

일각에선 이 킬도저의 등장으로 범죄테러에 이러한 장갑차량이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으나 현실은 저러한 장갑차량은 비용부터 시작해 온갖 한계가 명확한 데 비해 정작 테러나 범죄에 중요한 '살상력'은 매우 떨어지는 물건인지라 개인이 제조해서 쓰기엔 무리가 많다. 물론 중남미의 마약 카르텔같이 돈이 많은 집단의 경우에는 이런 차량을 양산하기까지 하지만 애초에 마약 카르텔은 단순 범죄조직을 넘어 거의 군벌에 준하는 세력이기 때문에 별개로 쳐야 한다.

이렇게 상용차를 개조한 장갑차는 애초에 군용으로 설계된 제품이 아니니 장갑판을 비효율적으로 붙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무게 때문에 이를 장비할 차량의 엔진서스펜션에 극심한 부담이 가해진다. 마빈의 킬도저도 처음에는 엔진이 버텼으나 다른 중장비와 힘싸움을 하는 등 심한 부담이 가해지자 결국 라디에이터가 망가지고 마지막엔 엔진이 꺼졌다.

가격도 문제인데 마빈의 불도저와 가장 흡사한 기종인 'D9N'의 가격대가 약 8천만 원 선이다. 여기에 장갑판과 차량 내부에 설치할 CCTV 및 회로 설치비, 방탄 플라스틱과 총기류 등의 비용, 사제 크레인 제조비 등을 모두 고려해 보면 일개 개인이 만들어 굴려먹기엔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

거기다 '은닉성'도 큰 문제가 된다. 집에서 저런 걸 만들다 신고당하면 잡혀간다. 아무리 개인의 권리에 민감한 미국 정부라고 해도 자기 마당에서 버젓이 사제 장갑차를 만드는 데 아무런 조사도 안 할 리가 없다. 이 사건의 범인인 마빈 본인이 생전에 남겼던 기록 중에 '몇 번 내 가게에 들렀던 사람이 있었지만 아무도 내가 만들고 있는 걸 미심쩍어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계획이 사전에 안 들킨 건 도 한몫 했다. 어지간해선 이런 터무니없는 걸 만들면 누군가가 이상하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후술할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가게에 들렸던 사람 중 한 명이 방수포로 덮어 놓은 불도저를 보고 뭔지 궁금해 한 적이 있었는데, 마빈은 "냉각 시스템을 개조해서 불도저의 엔진 힘을 강하게 만들려고 한다."라고 둘러대었더니 이를 믿었다고 한다. 마빈이 나중에 이 경험을 두고 신이 내 복수를 도와주었다고 평가한 음성이 남아있다.

설령 마빈처럼 천운이 따라 제조까지는 어떻게 안 들키고 성공했다고 쳐도, 누가 봐도 수상해 보이는 저런 차량을 끌고 길거리에 나오는 순간 곧바로 주목을 끌어 신고 대상이 된다. 그렇게 신고를 당하면 처음엔 경찰이 대처할 수 있어도 도저히 경찰 선에서 대처가 안 되면 전차나, 대전차무기를 든 주방위군이나 연방군 등 군대가 올 가능성이 더 크다. 제 아무리 방탄판을 둘둘 두른 사제 장갑차라도 구식 전차들을 도태시킨 날탄 같은 관통력이 700~900㎜를 넘어가는 진짜 군용 무기를 버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마빈의 킬도저 역시 나오자마자 걸려서 경찰이 출동했고 경찰이 대전차무기를 쓰지 않은 이유도 인명피해 없이 집만 계속 박살내는 와중에 섣불리 대전차무기를 사용했다간 뒷감당이 어렵기 때문에 일부러 쓰지 않은 것이지, 킬도저를 막지 못해 피해가 더 심해졌거나 경찰관이나 시민을 쏴죽이는 등 테러의 조짐이 보였으면, 부 수적 피해고 나발이고 정말로 주방위군을 불러서 전차를 출동시키거나 대전차화기를 썼을 것이다.

대량의 폭약을 싣고 자폭용으로 쓰기엔 역으로 두꺼운 방탄판 때문에 제대로 폭발력을 주려면 내부에도 화약을 대량으로 채워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그럴 의도라면 차라리 1995년 오클라호마 폭탄 테러처럼 일반 트럭에 질소비료 등을 잔뜩 싣고 터뜨리는 편이 테러리스트 입장에선 은닉하기도 좋고 가성비도 좋다.

결과적으로 정말 '살상'에 주력했다면 오히려 평범한 민수용 트럭들을 이용해 사건을 저지르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2016년 니스 테러가 대표적인 예인데, 범인은 별다른 개조도 하지 않은 19톤짜리 트럭을 인파 속으로 돌진시켜서 사상자만 500여 명이 넘는 최악의 테러를 저질렀다. 킬도저 사건이 범인 본인이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 노력했음을 감안해도 인명피해가 전혀 없었으니, 대규모 테러를 획책하는 입장에선 그냥 트럭을 몰며 총을 쏘는 게 훨씬 더 투자 대비 효과가 좋다.

종합하자면 '킬도저 사건'은 결과적으로 최대한 합법적인 루트로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려는 소시민을 한계까지 몰아붙인 결과로 빚어진 참극에 가까운 사건이다. 마빈의 킬도저 역시 이렇게 완전히 몰린 상황에서 순순히 죽음을 택하거나 무고한 사람을 마구잡이로 죽이기보단, 자신의 억울함을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발악의 심정으로 일으킨 안타까운 복수극에 가까웠다. 실제로 이 사건 이후 시멘트 회사와 주 정부는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했고 사회적으로 어마어마한 비난에 휩쓸렸으니, 결과적으로 마빈의 복수는 매우 통쾌하게 성공했다.

시민이 직접 불도저를 개조해 복수극을 벌였다는 점에서 계속해서 회자되는 사건이다. 많은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알겠지만, 마빈이 당한 부당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의 행동을 옹호한다. 특히 미국이란 나라는 공권력보다 개인의 자유를 더욱 중시하는 데다 마빈이 한번 빠꾸 먹었다고 꼴 받아서 저질렀거나 무고한 사람을 공격하진 않았던 덕이 크다. 마빈은 최후의 최후까지 법적으로 해결하려 했음에도 모두 가로막히자 마지막으로 킬도저를 만들어서 원한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건물만 부순 것이기에 더더욱 그러한 면이 있다.

당시에도 건물만을 파괴했다는 점이 유쾌한 미치광이 엔지니어 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에 재밌어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총기난사 사건이 빈발하면서 무작위 사람을 살해하는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타겟을 좁혀 목표의 재산만을 파괴하고 부수적 인명피해를 차단했다는 점에서 갈수록 평가가 좋아지는 묘한 사건이 되었다.

8. 유사 사례

이와 비슷한 형태의 킬도저가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졌는데 '탱코Ⅱ'라 명명된 해당 탑승물은 2014년에 베네치아 분리주의 정부라는 반정부 단체가 만든 것으로 NATO 3등급 방탄 장갑과 방화 코팅이 적용되고 12.7mm 기관총이 탑재될 예정이었지만 완성되기 전에 이탈리아 경찰에게 발각되어 이걸 제작하던 24명을 체포하고 그대로 압수되었다. 완성되었다면 마피아의 자금을 바탕으로 800대를 양산해서 베네치아 지방 정부를 전복시킬 계획이었다고 한다.

이전 모델(?)인 '탱코Ⅰ'은 앞바퀴가 4개 달린 트레일러를 기반으로 삼아 개조한 장갑차로 1997년 5월 8일 베네치아 분리주의 정부가 어두운 틈을 타 민간 페리를 인질로 삼은 후에 옮겨질 예정이었지만 이탈리아 경찰에게 발각되어 7시간 만에 탑승자 전원을 체포했다. 이 모델은 제2차 세계 대전에 쓰인 기관총과 화염방사기를 탑재했지만 모두 더미였으며 이탈리아 경찰이 10년 동안 보관했다가 2006년에 경매로 5800유로에 전 베네치아 분리주의 정부 소속 제작자(?)가 구매했다고 한다. 관련 영상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의 저격을 피하기 위해 한 참전용사가 킬도저와 유사한 형태의 물건을 만들었다. # 기관총사수도 있었으며 기관총 사수가 대응사격으로 위험해지면 도저의 삽날을 들어올려 기관총 사수를 보호했다고.

현대 미국도 M9 ACE가 없는 지역은 캐터필러 D9를 마개조한 이런 녀석들을 운용하기도 한다.

9. 매체

10. 관련 문서


[1] 1951년 10월 28일 사우스다코타 주 캐슬우드 출생. 사건이 발생한 2004년 6월 4일 불도저 안에서 자살했다.[2] 이런 곳을 맹지(盲地)라 부른다. 당연히 출입이 불편하니 가게를 내거나 거주하거나 사업장을 차리기가 힘들고, 따라서 땅의 가치가 대폭 떨어지므로 부동산으로서 가치가 낮다. 국내에서도 이를 악용한 맹지 사기 사례가 많으니 투자 및 구매시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3] 약 35MPa의 초고강도 시멘트. 2024년 기준 30MPa 이상인 시멘트는 고층건물 및 해안가 구조물에 사용되는 고강도 시멘트로 분류되는데, 1995년 당시에는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고 고층빌딩을 만들 때 쓰는 고가의 초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한 셈. 복합장갑에 들어가는 세라믹과 유사한 역할을 했다.[4] 서프라이즈에서는 카메라가 방탄 플라스틱으로 보호된 것에 대해 뭔가 착오가 있었던 모양인지 전체가 방탄 플라스틱으로 보호되었다고 잘못 소개되었다.[5] 정말 터졌으면 대략 몇백 미터 반경에 부상자나 사망자가 생겼을 수도 있었다.[6] 대규모 토목공사를 할 때 노반을 굴삭, 적재, 운반, 사토를 하기 위해 토사용적재함을 단 중장비이다. 영상에 나온 건 캐터필러사의 자주식 스크레이퍼다.[7] 위의 영상 2분 19초부터 나온다.[8] 앞에서도 말했지만 마빈은 진즉에 모든 걸 잃었기 때문에 복수 이후의 삶을 살 생각이 없었기에 한 번 들어가면 나갈 수 없게 설계했다.[9] 후술할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마빈은 킬도저 제작 후 얼마 남지 않은 재산을 아버지에게 증여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버지는 킬도저 사건 직전에 사망하면서 재산을 마빈의 형제자매에게 상속했다. 결국 킬도저로 인한 보상을 마빈이나 마빈의 아버지에게 요구했어야 하는데 둘 다 죽어버렸으니 보상을 받을 길이 사실상 없어진 셈이다. 그렇다고 마빈과 거의 교류가 없었던 형제들에게 보상을 요구할 수도 없다. 연좌제가 시행되던 옛날도 아니고 상속포기선언을 하고 선을 그으면 피상속자에게 재산과 채무 모두 승계되지 않으므로 그에 대한 죄와 빚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10] 1992년 당시엔 4만 2천 달러에 구입했다.[11] 거래를 거꾸로 처음부터 백만 달러에서 시작해서 가격을 내려 줬으면 거래가 성사되었겠으나, 마빈이 중간에 팔 마음이 사라졌는지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올려버린 바람에 거래가 무산되었다. 그런데 쓰레기 처리 업체에 사유지를 40만 달러에 매각했으니, 통상적인 거래에서 매각가격이 일반가격보다 낮다는 사실은 그 땅의 가치가 최초 제시한 25만~35만 달러를 넘는다는 점을 시사하고, 매각 가격과 부른 가격의 차이가 2.5배 프리미엄밖에 안되므로 100만 달러는 마빈이 생각하기에 아주 허황된 가격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12] 후술할 Tread라는 드라마에서는 시의회를 장악하고 있던 톰슨 가문이 토호로 유명했기 때문에 시의회가 톰슨 가문의 비위를 맞춰 주려고 마빈을 무시했다고 보았다. 시멘트 공장 설립 이전부터 시의회, 그리고 시의회를 장악한 톰슨 가문은 이런저런 이유로 마빈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13] 킬도저의 부품을 구한 유튜버가 있긴 한데 그 부품이란 게 판때기 하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