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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라틴어: Ordo Cartusiensis프랑스어: Ordre des Chartreux (또는 Ordre cartusien)
영어: Carthusian Order
홈페이지
쾰른 출신의 사제 성 브루노가 오직 고독과 침묵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고자 1084년 프랑스에서 설립한 봉쇄수도회. 성 브루노는 주교직을 제안받기도 했지만 카르투시오회를 창설하기 위해 포기했다. 엄격한 은수 수도생활을 하고자 성 브루노가 수도 장소로 택한 곳이 프랑스어로는 샤르트뢰즈(Chartreuse), 라틴어로는 카르투시아(Cartusia)[1]였다. '카르투시오'라는 명칭은 이 지명에서 유래했다.
트라피스트회, 까말돌리회와 더불어 가톨릭 내에서 가장 엄격한 봉쇄수도회 중 하나이긴 하지만 사실 서방 가톨릭에서는 동방정교회나 에티오피아 테와히도 정교회에 있는 은둔 수도자 전통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다. 카르투시안은 은수자가 아니며 사막 교부의 삶을 일부 재현한 반은수 수도회라고 보면 된다. 그래도 이들의 삶은 가톨릭 수도회 중 가장 폐쇄적이고 은둔지향적이다.
카르투시오회, 베네딕도회, 시토회, 트라피스트회, 까말돌리회[2] 등 정주수도원의 수도자들은 수도승(monk), 수녀승(nun)이라고 불린다. 탁발수도회의 수도자들이 수사(friar), 수녀(sister)라고 불리는 것과 대조적인데 장엄서원을 하며 정주수도원에서 생활하는 수도회들은 가톨릭에서 가장 엄격하고 폐쇄지향적이며 사도직이 따로 없다.
2. 상세
카르투시오회 수사(修士) | 카르투시오회 수녀(修女) |
수도회의 총본원은 그랑드 샤르트뢰즈(Grande Chartreuse) 수도원이다. 현대의 행정구역상으로는 프랑스 남동쪽 오베르뉴론알프 지방 그르노블(Grenoble)시 근처 생피에르 드 샤르트뢰즈(Saint-Pierre-de-Chartreuse) 코뮌에 있다. 전세계 12개국에 분원이 있고 수도자는 370여 명이라고 알려졌다.
카르투시오회 수도자들은 한 공동체 안에서 생활하는 은수자들이며 고독 속에서 하느님을 찾고 규칙서가 없고 단지 회헌이 있을 뿐이다. 다른 메이저급 수도회들이 중세 흑사병 등을 거치면서 규칙을 대체로 완화하여 조정한 데 반해 카르투시오의 회헌은 거의 천 년 동안 별로 바뀌지 않고 잘 존속되었다.
카르투시오회 수도자들에게 고독과 침묵은 하느님에게 이르는 지름길이다. 세상 속에서는 세상의 소리 때문에 하느님의 음성이 작게 들리기에 더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홀로 있어야 하고 그 '위대한 침묵' 속에 있을 때 비로소 내면의 소리도, 하느님의 음성도 잘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주일 식사 후와 월요일 오후 산책에 잠시 주어진 시간을 제외하고는 아예 말을 안 하는 외적인 침묵과 일체의 잡념을 멀리하는 내적인 침묵이 규율이다. 위대한 침묵이라는 영화 제목이 여기서 나왔다.
육식이 엄격히 금지된다. 머리는 스님처럼 짧게 깎고 하루 3번 미사와 기도를 위해 성당에 가는 것과 정해진 소임에 해당하는 노동을 하는 것, 정기적 일정으로 산책을 하는 것 이외에는 모든 시간을 독방에서 홀로 지내야 한다.[3] 텔레비전·신문·라디오 등을 보고 듣는 것은 물론, 전화와 편지도 원장의 특별한 허가 없이는 주고받지 못한다. 십계명의 "너희는 부모를 공경하여라"라는 말에 따라 가족과는 1년에 단 이틀이나마 만날 수 있으나 이때도 식사는 함께하지 못한다.
카르투시오회 수도자에는 두 부류가 있다. '봉쇄수사'는 정해진 공간에서 홀로 은수생활을 하고 '평수사'는 식사 제공, 청소, 농사 등 노동활동을 한다. 특히 봉쇄수사는 모두 수도원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양성한 수도 사제들로, 이처럼 외부기관에 전혀 위탁하지 않고 사제를 자체 양성하는 것은 전 교회를 통틀어 카르투시오 수도회만이 받은 명예로운 자격이다. 전자에 속한 이들은 큰 수도원 주변의 분원에 흩어져 생활하며 전례거행을 위해 하루에 3번 함께 모인다. 대화는 단지 일주일에 2번, 즉 주일 점심식사 후와 월요일 약 4시간 동안 지속되는 산책 중에 할 수 있다. 봉쇄수사들은 혼자서 미사를 봉헌한다.
후자, 즉 평수사들은 수도원을 따라서 있는 분원에서 생활하지만 수도원 주위에서 손노동을 하기 위해 매일 약 8시간 동안 분원을 떠난다. 이 때문에 이들이 전례 거행으로 보내는 시간은 봉쇄수사들보다 적다.
입회자는 둘 중 자신이 되고자 원하는 수도 형태를 선택해야 한다. 전자를 위한 양성과정은 후자의 양성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도중에 바꾸기는 불가능하다.
카르투시오회 수녀들도 수사들과 비슷한 생활을 하지만 그 생활이 여자들에게 너무 어렵다고 여겼기 때문에 덜 엄격하다. 고독에 있어서 덜하고 성무일도에 있어서도 분량이 덜하다. 그렇지만 이제는 수녀들도 수사들과 같은 방식으로 생활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카르투시오회는 고유한 수도회 전례를 보존하였다. 1570년 교황 비오 5세는 트리엔트 미사 양식을 발표하고 전 라틴 교회의 신자들에게 이를 따르도록 명령하되 역사가 2백 년 이상 된 고유의 전례 전통을 간직한 수도회나 지역 교회에게는 선택의 자유를 주었다. 카르투시오회에게도 선택의 자유가 있었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전통을 보존하는 길을 택했다. 1981년 카르투시오회는 자기네 고유 전례를 자체적으로 일부 개혁했지만 큰 틀은 바꾸지 않았다고 한다.
카르투시오회의 총본산인 그랑드 샤르트뢰즈 수도원에서 만드는 술도 유명하다.
카르투시오회는 자체적인 성무일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성모성무일도라고 한다, 성모신심이 매우 강한 것이 특징이다. 카르투시오회에 속한 모든 수사들은 수도명 뒤에 마리아를 붙인다.
2.1. 세계 수도원 목록
이상의 23개 수도원이 존재한다. 전세계 12개국에 수도원 23곳이 있는데 남자 수도원은 18곳, 수녀원은 5곳이며 이중 한국에 설립된 남녀 수도원 각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21곳은 모두 유럽과 미국에 있다. 본원은 프랑스에 있다
카르투시오회 수도자들은 각 개별 수도원이 아니라 수도회 자체와 서원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다른 나라의 수도원으로 전입, 전출될 수 있다.
3. 한국의 카르투시오회
한국의 남녀 카르투시오회 수도원은 아시아 유일의 남녀 카르투시오회 수도원이다. 카르투시오회가 아시아 선교의 물꼬가 되기를 바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희망에 따라, 1999년 10월 프랑스 그랑드 샤르트뢰즈 본원에서 한국으로 파견한 갈리쉐 신부와 미쉘 신부가 천주교 안동교구의 도움을 받아 2005년 경상북도 상주시 모동면 반계리에 남자 수도원을 세웠다. 현재는 수사 10명이 머무는데 이들 중 봉쇄수사는 5명(한국인 2명, 프랑스인, 스페인인, 크로아티아인 각 1명)이며 평수사는 5명(한국인 3명, 독일인 1명, 스페인인 1명)이다.수녀회도 2002년 5월 한국에 진출해 2010년 충청북도 보은군 산외면 대원리에 주님탄생예고 수녀원을 세웠다. 현재 프랑스 본원에서 수녀 4명이 파견되었고 한국인 수녀는 9명이 있다.
한국의 카르투시오회 수도원은 아직 규모가 작기 때문에 카르투시오회 수도원들 중 건물이 가장 초라하고 협소하다. 식사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거친 빵과 물이 기본이지만 아시아권에선 쌀이 주식이라는 점을 고려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쌀밥이 나온다. 수도자 본인 취향에 따라 빵과 맨밥 중 하나를 골라서 먹을 수 있는 방식이다.[4] 프랑스에 있는 카르투시오회 본원에서 샤르트뢰즈 리큐르를 팔아서 번 돈의 일부를 한국 수도원의 운영비로 지원해주고 있다.
아울러 한국 카르투시오회는 유일하게 수도복이 두 종류다. 카르투시오회 수도자들은 1년에 2번 하루가 꼬박 걸리는 장거리 외부 산책을 나서야 하는데 설립 초창기에 지역 주민들이 이들의 흰 수도복을 보고 '상복 같아 보여 지역의 분위기에 좋지 않다.'는 등 민원을 제기해서 갈리쉐 수도원장이 프랑스 본원에 색깔이 다른 수도복을 입을 수 있도록 청원했고 이에 본원이 위화감을 덜 주는 옅은 베이지색 외출용 수도복을 입을 수 있도록 허락했다. 이 결정은 카르투시오회 역사상 유일하다고 한다.
한국의 카르투시오회 수도원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KBS 1TV 다큐 인사이트에서 『세상 끝의 집–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이라는 제목으로 2019년 12월 19일, 25일, 26일 밤 10시 3부작으로 방영되었다.[5] 후에 재편집을 거쳐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라는 제목의 영화로 2020년 11월 19일에 개봉되기도 했다. 참고로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는 특성상 촬영 허가받기 상당히 힘들었는데 초대 안동교구장을 지낸 두봉 주교가 직접 수사들을 만나고 설득하여 동의를 얻어냈다고 한다.[6]
한편 다큐멘터리를 만든 김동일 감독이 영화판 버전 시사회 때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감독 본인과 촬영 담당 2명이 수도원에 한 번 갈 때마다 많게는 보름씩 머무는 일을 수개월간 하면서 찍었다고 한다. 수도회 측에서 필립 그로닝 감독의 위대한 침묵을 거론하며 그 영화는 우리들을 마치 세상과 단절된 이상한 사람들처럼 묘사해 싫었다면서 우리들은 평범하고 행복한 사람들이니 그렇게 다뤄 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에서는 수도자들이 숲으로 산책을 나가서 웃고 떠들거나 외국인 수도자들이 어설픈 한국어로 대화하며 공부하는 장면 등 위대한 침묵에서는 볼 수 없는 일상의 소박하고 친근한 모습을 볼 수 있다.[7]
워낙 폐쇄적이고 은둔적인 곳이다 보니 수도자들이 질병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수도자들이 병원에 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설 내부에 약들을 비치한 모습이 있으므로 기본적인 의료시설은 이용하는 것 같다.
2018년 6월 수사가 부제서품을 받았다. 출처
2022년 10월 25일 상주 봉쇄수도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50대 독일인 수도사제가 사망했다. #1 #2
2024년 1월 14일, 수사가 사제서품을 받았다. 출처
입회를 희망하는 성소자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꽤 많은 편이지만[8], 양성에 성공하여 정착한 한국인 수도승은 수도원이 설립된 이래로 20여년 동안 5~6명 정도 뿐이다. 즉, 3~4년에 한명을 양성에 성공할까 말까한 정도로, 굉장히 저조한 편인데, 안그래도 한국 가톨릭의 수도 성소자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추세인 데다가, 기껏 들어온다 해도 가톨릭수도회 중 가장 혹독하고 가혹한 카르투시오회의 카리스마를 완벽히 소화해내기란 매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활동수도회처럼 따로 수도회 신부나 수사를 만나 면담하는 성소모임이 지속적으로 있는 수도회는 아니며, 입회를 희망하는 자에게는 이메일이나 편지 등의 매체를 통해서 설문과 심리검사 등과, 자신의 생애에 대해서 A4용지 10매 정도의 방대한 분량으로 작성할 것을 요구받는다. 이후 성소가 있다고 판단되면 1달 정도의 성소 피정이 허락된다.
4. 출신 인물
5. 관련 문서
[1] 중세에는 이 지명의 라틴어식 표기가 통일되지 않아서 Cartusia, Catorissium 등 서로 다른 철자가 병용되었다.[2] 베네딕도회의 일부[3] 한국의 카르투시오 수도원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에서는 수사들과 수도원이 위치한 교구의 원로인 두봉 주교가 함께 토론하는 모습, 외국인 수사들이 한국어로 다른 수사와 대화하면서 한국어 수업을 하는 모습, 1년에 한 번 있는 부모님과의 접견을 하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4] 카르투시오회 헌장 7-2[10]에 의거하여 매주 금요일엔 아무 반찬도 없이 오직 빵(또는 쌀밥)과 물로만 식사를 한다.[5] 해당 다큐멘터리 전편은 KBS 다큐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6] 그래서인지 작중 중반에 두봉 주교가 직접 출연한다. 정확히는 주기적으로 수사들과 갖는 토론 시간에 참여했다,[7] '위대한 침묵'과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대한 비교글 산책 시간에 젊은 수사가 신나서 계속 옆에서 말을 걸자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한 외국인 노인 수사, 중간중간 카메라를 의식하며 웃음을 참는 수사들, 3부 맨 마지막 장면에 자신의 개인 기도실로 들어가며 카메라를 향해 살짝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모습 등 확실히 카르투시오 수도원을 무슨 다른 행성의 별세계 같은 신비롭지만 거리감 있는 분위기로 묘사한 위대한 침묵과 비교하면 상당히 일상적이고 우리 삶과 다르지 않은 모습들이 많이 나오는 점이 특징이다.[8] 아무래도 국내 유일의 남성 봉쇄 수도회라는 메리트 때문인 걸로 보인다.[9] 카르투시오회와 더불어 가톨릭에서 가장 혹독한 봉쇄수도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