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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天下)는 '하늘 아래'이다.인간이 발 딛고 사는 땅이 하늘 아래 있기 때문에, '세상', 특히 '온 세상'을 뜻하는 다른 말로 쓰인다. 세계와도 비슷하다.
하늘 아래 땅 위에 있는 곳을 천하라고 한다. 당연하지만 지구에 사는 인간은 중력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비행물체 등을 이용해 하늘을 떠다니며 생활하지 않는 이상 스스로 하늘에 떠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
2. 용법
천하는 중국인들이 중국 전국(全國)을 이르는 말로도 쓴다. 오히려 근세 이전에는 천하라는 말이 전국이라는 말보다 훨씬 많이 쓰였다. 사실 중국에는 여러 분열기도 많았고, 그때 '전국'이라고 하면 중국 세계의 각 지역을 차지한 국가를 지칭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중원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국가를 통틀어 말하려면 천하라는 말을 쓰는 식이다. 삼국지연의나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보면 천하통일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전근대 일본에서도 68개 율령국으로 구성된 일본 열도를 칭할 때 사용하였다. 때문에 분열기인 센고쿠 시대 당시 일본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을 지닌 다이묘를 천하인이라고 칭하였다.
고려사를 편찬하던 세종대왕은 정도전이 고려국사를 편찬하던 중 사용한 제후국식 표현이 외왕내제를 시행한 고려의 역사를 인멸한 것과 다름없다 판단하여 대사천하에서 천하(天下)만 빼고 대사를 그대로 썼다. 원래 제후국은 유경내라고 써야 하는데 세종은 고려의 역사를 존중하여 대사를 그대로 쓰도록 명한 것이다. 이는 세종이 고려의 온건 개혁파 이색의 후계자들로 부터 역사 교육을 받은 영향이다. 출처-맨 밑 문단 참조
3. 관련 표현
- 천자(天子)가 내리는 사면령은 대사천하(大赦天下)라고 한다. 천자는 천하의 지배자이니 그가 내리는 사면령은 온누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1] 고려는 자국 임금의 사면령을 대사천하라고 했는데, 이는 고려가 외왕내제의 국가였기 때문이다.
- 갑신정변에서 3일 동안 개화파가 정권을 잡은 걸 삼일천하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천하 앞에 기간을 붙여서 잠깐 동안의 권력을 표현하기도 한다. 어떠한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세력의 이름을 앞에 붙이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아케치 미츠히데의 혼노지의 변 이후의 잠시간의 득세를 삼일천하라고 했는데, 이를 확장해 나폴레옹의 엘바 섬 탈출 후의 100일 간을 백일천하라고 했다.
- 일상 구어에서 "천하의 ○○" 식의 표현을 쓰곤 한다. 세간에서 좀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대상으로 "천하의 ○○가 일개 ○○한테 이렇게 지다니" 식으로 쓴다.
- '천하에 대한 관점'을 가리켜 "천하관"이라고 한다. 현대 한국어에서는 "천하"와 "세계"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일반 개념으로서는 "세계관"이라는 말로 대체되고 천하관 자체는 주로 전통적인 동양식 세계관을 가리킬 때 쓰인다.
4. 서양의 경우
유라시아 반대편 서구권에도 천하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 고대 그리스어 '오이쿠메네(οἰκουμένη)'[2]가 있다. '거주하다'를 뜻하는 '오이케오(οἰκέω)'를 어원으로 하는 이 단어는 본래 고대 그리스인들이 오랑캐(바르바로이)와 구분되는 '문명인'인 자신들이 사는 '거주 구역', 곧 '그리스어권'을 일컫는 말이었고, 때로는 그냥 '온 세계'을 의미하기도 하는 복합적인 뉘앙스의 단어였다. 즉 이 단어는 화이론(華夷論)적인 천하 개념과 유사하게 '문명 세계' 혹은 '세계'라는 상반된 두 의미를 모두 담고 있는 단어였다,그런데 그리스 서쪽 이탈리아반도에서 발흥한 로마 제국이 그리스는 물론 지중해 세계 전체를 자신들의 영토로 삼으면서 이 단어는 로마인들에게도 라틴어 '오에쿠메네(Oecumene)'로 변형, 수입됨과 동시에 '로마 제국'이라는 의미가 추가되었다. 그래서 제정 초기에 저술된 루가 복음서 2장 1절에서는 '오이쿠메네/오에쿠메네'를 '로마 제국'의 동의어로 사용하고[3], 흔히 '보편' 공의회 내지는 '세계' 공의회라 번역되는 '오이쿠메니케스 시노도이(Οικουμενικές Σύνοδοι)'/'오에쿠메니쿰 콘킬리움(Oecumenicum concilium)' 또한 당대에는 '로마 제국' 공의회로서 제국 내 기독교 교회의 교리를 정립하는 공의회였다.
즉, '오이쿠메네/오에쿠메네' 또는 '로마 제국'은 곧 '로마인들의 세계'임과 동시에 380년 테오도시우스 1세의 테살로니카 칙령 이후에는 제국의 국교가 된 기독교의 '기독교 세계'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476년 로마 제국이 서방 영토를 상실하고 동방 영토만 남았음에도 고대 말~중세 초까지는 제국에서 이탈한 서방 영토의 식자층도 다소 세력이 쪼그라들었을지언정 그래도 아직은 건재하던 (동)로마 황제를 자타공인 '기독교 세계'의 정치적 최고 보호자로 인정했고, (동)로마를 신성한 공화국(Sancta Res Publica)라고도 칭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공의회를 받아들이고 '보편' 교회를 믿는 것 자체가 '로마 제국'의 교회를 받아들이고 (동)로마를 '로마 제국'이자 '기독교 세계'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했고, 이를 인정하기 싫다면 '세계' 공의회에서 단죄된 아리우스파 같은 타 종파로 갈아타야 했다. 많은 게르만 국가들이 기독교 입교 초기에 로마 제국에서 이단으로 단죄된 아리우스파를 택한 이유도, 흔히 단순화되는 것처럼 게르만족이 정밀한 신학적 개념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미개(...)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일단 로마 제국을 '기독교 세계'로 인정하고 나면, 종교뿐만 아닌 정치ㆍ경제ㆍ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그 종주국으로서 로마 제국의 간섭이 종교의 이름으로 정당화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대신 최대 경쟁 교파인 아리우스파를 택한 것이다.
그러나 (동)로마 제국이 '기독교 세계'의 지배자로서 호령한 마지막 시절인 이라클리오스 왕조부터는 달라진다. 이 이후로도 로마 제국은 자국을 여전히 '오이쿠메네/오에쿠메네', 즉 '기독교 세계'로 보면서 제국 바깥의 국가들을 위계상 자국의 아래로 깔아보는 시선을 내내 견지했지만, 게르만 국가들이 할거한 서방 영토가 제국에서 이탈한 지는 이미 수백 년이나 지나고 잃어버린 서방 영토를 수복하려던 제국의 시도도 실패해 제국의 영토였던 옛 시절을 과거의 역사로 완전히 밀어내고, 오히려 (동)로마가 이슬람 제국, 랑고바르드족, 슬라브족 등에게 영토를 대거 상실하고 역으로 자기 명줄만 간수하는데 급급해지자 서유럽인들 사이에선 "'로마 제국 서방 영토'의 통치권(Imperium)'은 (동)로마 황제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인식이 퍼지게 되었다. 같은 맥락에서 로마 주교는 랑고바르드 왕국의 로마 포위, 그리고 라벤나 총독부를 통한 (동)로마 황제의 정치적 간섭에 벗어나기 위해 프랑크 왕국을 정치적 파트너로 택했고, 프랑크 왕 카롤루스를 (동)로마와 별개로 '로마 제국 서방 영토'의 통치권을 계승한 임페라토르(Imperator)로 대관하니, 이것이 바로 신성 로마 제국의 기원이었다.[4] 중화권의 '천하' 개념이 동아시아권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것처럼, 이 로마와 기독교식 '천하' 개념은 이후의 유럽인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 제후는 유경내(宥境內)라고 한다. 사(赦)는 천자의 용어이니 유(宥)로 대체한 것이고, 제후는 천자에게 지역을 분봉받으니 자기 경역 내(境內)에서만 사면령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2] 현대 그리스어로는 '이쿠메니[i.kuˈme.ni\]'[3] "Ἐγένετο δὲ ἐν ταῖς ἡμέραις ἐκείναις ἐξῆλθεν δόγμα παρὰ Καίσαρος Αὐγούστου ἀπογράφεσθαι πᾶσαν τὴν οἰκουμένην."
[발췌자 번역: 그 무렵에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는 온 제국에 칙령을 내려 호적등록을 하게 했다.][4] 다만 일반적으로 '신성 로마 제국'으로서 정식 시작은 962년 동프랑크 국왕 오토 1세가 교황 요한 12세에 의해 '로마 황제'로 대관식을 치렀을 때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