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접적"이란 적과 접촉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군사용어이다. 관련된 세부 개념어 및 현장용어에 따라서는 "접촉"과 서로 바꾸어 쓰기도 하는데, 의미상 특별한 차이는 없다. 영어에서는 주로 "contact"에 대응하지만 맥락에 따라서는 종종 "engagement"과 통용될 때도 있다.[1]
2. 개념
언젠가는 싸우는 순간 적과 실제 마주해야 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보이는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쟁이나 전투에 임하는 모든 순간 눈 앞에 적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며, 상황과 의도에 따라서 적과 마주해야 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고 오히려 피하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필요할 때 적과 접촉하거나 그러한 상태를 끊어내는 것으로서 '접적'을 얼마나 잘하냐는 것은 정예도와 숙련도를 판가름하는 기본기로 여겨진다.- 접적 지역(Contact Area)
작전 간에 적의 정보 수집 시도나 기습 등 공세를 차단하고 또한 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전투를 준비하기 위하여서는 일정한 병력 및 부대를 적 부대에 인접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접적 지역"이라고 하며, 전체 작전 지역 중 아측 영역의 전방에 해당하는 공간이다. 물론 꼭 이 지역에서만 교전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데, 특수부대 적지종심부대(적종팀)나 공수부대 따위를 운용하여 전선을 침투해서 후방 종심에 위치한 지휘소나 전투지원부대 등을 타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접적 지역에 배치된 부대들이나 그 상급부대가 보유한 기동부대[2] 및 정찰감시자산은 적정을 파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침투를 파악하고 저지하는 데에도 쓰인다. - 접적 전진(Advance To Contact)
주로 공세 시에 공격개시선을 넘어서 적을 향하는 기동을 가리킨다.[3] "접적 행군"이라고도 하는데, 적과의 교전을 의도하므로 단독군장이나 기동군장과 같이 당장의 전투에 꼭 필요한 물자만을 휴대한 채, 그러나 그러한 물자의 휴행 중량은 오히려 늘어난 채 수행된다. 이러한 상태에서 적에게 들키지 않고 전개를 마치거나 전개 도중 급작스럽게 적과 조우하더라도 신속하게 전투 대형으로 전환하고 교전에서 우위를 점하든 빠르게 접적을 끊고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은 해당 병력의 전술 능력이 우수한지 여부를 가리는 관건이 된다.
다만 꼭 공세 작전에만 실시되는 것은 아닌데, 방어전에서도 국지적으로는 반격을 위하여 공세를 실시할 수 있고, 이 경우 이미 접적 상태에서 적에게 관측되고 있고 화력을 주고 받느라 기동이 제한되는 방어선의 방어 병력이 아니라 아직 접적하지 않아 적의 방해를 받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예비대가 역공세 담당 부대로서 투입되기 때문이다.[4] - 접적 보고(Contact Report)
접촉한 적 즉 발견한 적에 대한 정보를 전파하는 것을 말한다. 병력이 직접 눈으로 보거나 소리를 듣거나 하여 알아낸 사실을 물론이고 광학관측장비나 레이더 장비, 감청 장비 따위로 수집한 정보들도 해당한다. 특수부대 중에서도 수색대나 정찰대 등 정규작전에 부속된 특수작전을 전담하는 부대들은 이러한 최초 접적 보고를 위하여 존재한다. 처음부터 교전회피 원칙에 따라서 발각당하지 않고 침투하여 정보를 수집하기도 하지만, 조우전, 적의 차단작전 및 추격과 그에 따르는 손실을 각오하고 강행침투를 하든가 아예 대놓고 병력과 화력을 투입하는 위력정찰을 하기도 한다. - 접적 이탈(Break Contact)[5]
이미 적과 접촉한 상태에서 적의 교전 지속 시도를 차단하여 현재의 전투를 종료하고 그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다. "접적 차단"이라고도 하며, 혹은 이탈을 결정하고서 수행하는 전술 및 기술을 접적 차단이라고도 부른다. 영어로는 통상 "Break Contact"에 상응한다.
"교전회피" 및 "Avoid Engagement"과 혼동되기도 하는데, 이들 개념은 은폐와 기도비닉 유지, 우회와 잠복 등 처음부터 적과의 접촉 발생 자체를 피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예컨대 수색대가 이미 접적 상태에서 차후 임무 수행을 지속하되 접촉 및 교전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은 '교전회피'의 범주에 들어가는 태도이지만, 일단 이미 적과의 교전이나 피탐지 상태에 있는 수색대가 이를 벗어나 접적이 일어나지 않게끔 하는 일련의 시도들은 '접적 이탈' 및 '접적 차단'에 해당하는 행동이다.
이것을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서 해당 병력 및 부대가 얼마나 우수한지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중요한 전술이다. 접적 이탈을 결심해야 하는 순간은 적군의 전투력이 아군보다 우위에 있을 때이니만큼 적은 전과 확대를 통하여 아군의 피해를 확대하고자 하며, 아군은 교전을 지속해도 소모되는 데다가 후퇴를 결심하여도 그 수행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큰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교전보다는 후퇴 상황에서 피해가 더 크다고 설명되어 온 것도 이러한 접적 이탈의 어려움에서 비롯한 것이다. 접적 이탈에 성공한 아군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고 건제를 유지한 채 전력을 온존했다는 사실 그 자체로 적의 후속 행동을 제한하며, 직전의 접촉에서 얻은 정보를 상위부대에 보고할 수도 있고, 병력과 자산을 증원받거나 더 유리한 시점과 장소를 골라 재공격을 시도하거나 방어 태세를 굳힐 수 있다. 방어작전 간에도 적 전력이 너무 강해서 현 위치를 사수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지연전으로 전환할 때 접적 차단이 잘 되어야 패주하지 않고 축차진지로 원활하게 철수하여 방어전을 지속할 수 있다.[6] - 접촉 상실(Contact Lost)·접촉 유지(Maintain Contact)
접적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2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하나는 접촉을 지속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다. 접촉을 지속할 경우 계속해서 적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교전을 통하여 적 부대를 파괴하여 의도를 달성하고 전과를 확대할 수 있으나, 반대로 접촉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군 접촉부대도 적 화력에 오래 노출되어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며 아측 정보도 노출된다. 그렇다고 계속 접적을 회피·거부할 경우 적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어 불확실성이 커지고 아군이 의도한 작전적 목표를 달성할 수 없어 적군이 의도한 바를 이룰 수 있도록 방치하게 된다. 따라서 끊임없이 접촉과 이탈을 반복함으로써 적의 기도를 저지하고 아측 목표를 달성하고자 접촉 상실과 유지를 오가게 된다. - 비접적전(Noncontact Warfare)
순항 미사일이나 탄도 미사일 등 장거리 타격수단으로써 원거리에서 적을 타격하는 간접 전투를 가리킨다. 이는 보병과 기갑, 항공(공격헬기, 무장헬기) 등 전투부대는 물론이고 포병이나 방공포병 등 전투부대의 후방에서 간접 사격을 가하는 전투지원부대도 탄약 및 투사체의 발사자가 적측 전투부대의 돌파나 침투 및 전투지원부대의 대포병 사격에 노출되므로 접적 상태에서의 직접 전투를 수행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과는 달리, 이들 장거리 타격 자산은 명백히 전선과 떨어진 후방에서 운용되므로 적 병력에 직접 접촉하지 않기에 그렇게 정의하는 것이다.[7]
3. 창작물
전술적 묘사를 간략화하는 많은 창작물에서는 설령 밀리터리물이라도 접적 전술들도 제대로 묘사되지 않은 경우가 많으나, 전쟁사와 군사학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파고드는 작품에서는 상세히 묘사되기도 한다.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여러 실제 전술이나 상황, 전훈을 정확히 반영하기로 유명한데, 접적 전술 또한 그 중의 하나이다. 대표적인 상황들을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 1화
모의전술훈련 장면에서 이지중대는 접적이 이루어지지 않아 적이 어디있는지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중대장 허버트 소블은 적이 매복 후 기습해오기 좋은 위치인데도 수색 분견대를 운용하여 접적 후 첩보수집을 시도하기는커녕 중대 전체를 전술 대형도 제대로 취하지 않고 기동시키다가 그대로 중대 전멸 판정을 받는다. - 2화
노르망디 상륙 작전 개시 직후를 묘사하는 해당화에서는 특히 독일군 포대 무력화 작전에서 접적 전진부터 이탈까지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신중하게 은엄폐를 유지하고서 아군은 적군을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으나 적군은 아군을 포착하기 어려운 지점까지 기동한 다음 각 병력이 위치로 전개하고서 교전을 개시한다. 화력조가 먼저 접촉하고 적의 시선을 끄는 사이 적과 아직 접촉하지 않은 돌격조가 수류탄을 투척하며 기습적으로 돌입하여 적 방어선 특화점의 기관총좌를 제압하고, 대포 무력화가 완료되자 소총수들이 엄호하는 동안 가장 느린 기관총반부터 먼저 철수시키고 다른 소총수들도 순차적으로 후퇴함으로써 별 피해 없이 안전하게 전장을 이탈한다. - 3화
적의 저항이 예상되던 카랑탕 시가지 초입부터 적 기관총의 사격으로써 접적이 이루어지고 격렬한 시가전 끝에 미 공수부대가 도시를 점령한다. 이후 독일군이 강력히 반격해오면서 카랑탕 근교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지만 미 기갑부대가 증원되면서 독일군은 전투를 포기하고는 접적을 끊고 후퇴한다. 말미에는 앨버트 블라이스 이등병이 정찰 중 목에 총을 맞고 실려나가는데, 이는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최초 접적을 수행하는 수색병력이 노출되는 위험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 4화
뉘에넌으로 진입하던 미영연합군은 선도하던 이지중대로부터 적 기갑부대가 매복하고 있음을 전달받지만, 주력인 영국 기갑부대 측에서 이러한 접적 보고를 무시하고 시가지로 진입했다가 기습을 허용하면서 다수의 전차와 병력을 잃고서 후퇴하는 신세가 된다. - 5화
교차로에서 야간전투를 벌이게 된 이지중대는 적보다 병력도 화력도 열세하고 위치마저 불리했지만, 야간전의 한계로 전투가 오래 이어지지 않은 데다가 양군 서로 소탕전도 철수 시도도 하지 않은 채 소강상태에서 아침을 맞게 된다. 그 과정에서 미군과 독일군 모두 접적 상실 상태가 되었지만, 현장에서 지휘하던 리처드 윈터스는 적이 다시 아군 위치를 파악하기 전에 먼저 돌격하기로 결정하고, 연막을 살포한 다음 자신이 직접 선도하여 적을 향해 돌격한다. 이때 한 번에 몰살당할 가능성을 우려해 연막 차장을 펼치고 자신 홀로 먼저 앞서고 나머지 병력이 후속하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전투태세가 전혀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습당한 독일군은 철저하게 파괴된다. - 6~7화
바스토뉴 공방전 당시를 묘사하고 있는데, 겨울 숲 속이다 보니 서로 시야가 나쁘고 포위 당한 미 공수부대는 병력마저 부족하여 병력 밀도가 낮다보니 애매한 접적 상태에서 돌연히 적과 조우하는 상황이 여럿 발생한다. 개중에 전투 정찰을 하던 이지중대 병력이 매복 공격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는데, 신병 존 줄리안이 전사하지만 잠시간의 대치 후에 시신을 포기하고 접적 이탈함으로써 그 이상의 피해를 막는다. - 8화
상부에서 정보 수집 명목으로 야간 정찰 및 포로 확보를 지시하는데, 첫 침투에서 강 건너편 독일군 전초로 쓰이던 건물에 은밀히 접적하여 기습적으로 제압하고 초병들을 포로로 잡는 것은 성공하지만, 유진 잭슨이 긴장한 나머지 자기가 던진 수류탄이 터지기도 전에 돌입하였다가 파편상을 입고 죽고 만다. 이후 포로를 데리고 철퇴하는 과정에서 독일군이 반격해오자 강 건너편에 미리 배치해둔 기관총이 엄호 및 차단사격을 실시함으로써 접적 이탈은 순조롭게 마무리된다. 그러나 이렇게 잡아 온 초병들한테 유용한 정보가 있을 리는 없었고, 다만 "작전 성공"에 고무된 상부에서 재시도를 명령해오자 무의미한 희생이라 여긴 윈터스 선에서 실제 실시하지 않고서 실패한 것으로 보고한다. 독일군이 해당 전초가 적과 너무 근접하여 접적 상태를 조절하기 어렵고 기습을 허용하기 쉽다는 것을 깨닫고는 전초를 뒤로 물리고 건물을 폭파하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대체역사물 조선에는 쿠데타가 필요해요에서는 주인공 덕에 당대 기술로도 재현 가능한 현대 군사학적 지식들이 대한제국군에 도입되었다. 원 역사의 러일전쟁에 대응하는 작중의 극동 전쟁 시점에서 타국군이 여전히 끽해야 대대 단위에서 최소 규모 전술행동을 할 때 소중대급(정규군)이나 분소대급(강습보병)에서도 능동적으로 지휘 판단 및 결심을 내리고 소부대 전술을 자유로이 구사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접적 단계에서의 체계적인 통제와 숙달된 반응을 활용하여 우위를 점하는 모습이 여럿 묘사된다. 특히 이러한 분야에 낯설어하고 잘 인지하지 못했던 작중의 일본군은 한국군의 접적 시도나 접적 차단 후 철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 첩보를 제대로 얻지 못하여 기습을 허용하거나 전과 확대에 실패하는 등 작전 차원에서 끌려다닐 뿐만 아니라 여단이나 사단이 통째로 궤멸되어 전쟁 계획 자체가 어그러지는 등 전략적 실패로까지 이어져 종국에는 전쟁에서 사실상 패배한다.
[1] "engagement"는 엄밀하게는 실제 물리적 충돌을 수반하는 "교전"에 해당하는 용어로서 "contact" 및 "접적", "접촉" 등과는 의미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2] 예컨대 대한민국 육군의 경우 특공대와 기동대의 "제한적 특수전 임무"가 바로 이러한 적의 침투 작전을 막는 것이다.[3] 이때 병력이 의도한 위치와 시점에 완전히 전개되기 전에 적과 접촉하여 벌어지는 전투는 "조우전(Meeting Engagement)"이라고 한다.[4] 이러한 반격부대가 어떻게 실제 적 공세부대를 파괴하는지에 대해서는 돌격 문서를 참고할 것.[5] 해당 링크에서는 영어 군사용어를 "Contact Report"로 나와있는데, 이는 등재 과정에서의 오류로 보인다. 의미상 이탈과는 전혀 관련이 없거니와 그보다 훨씬 알맞은 의미인 "접적 보고(Contact Report)"라는 표제어도 등재되어 있기 때문이다.[6] 통상 철수 병력을 여러 분견대로 분할하여 단계적으로 후퇴하는데, 이때 먼저 퇴각하는 병력이 방해받지 않도록 적과의 접촉 상태를 유지하는 병력을 "잔류 접촉 분견대(Detachment Left In Contact)"라고 한다.[7] 이들 장거리 타격 자산은 전선이 심각하게 붕괴되어 이들이 위치한 최후방까지 적군이 진출하지 않은 이상 적 군대와의 접촉 및 군사작전이 아니라 적 정보기관 소속의 공작원이나 특작부서 전술요원의 파괴공작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