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포의 분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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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00mm구경 2A70 저압포를 발사중인 BMP-3
Low-Pressure Gun
동급의 대포보다 장약을 적게 넣어서 약실과 포신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인 화포를 말한다. 정식 명칭은 저압력포다. 이런 포는 역사적으로 많이 등장했다.
2. 근대 이전
재질과 기술능력이 부족하면 정량의 장약을 넣었을 때 폭발한다. 그래서 소량의 화약을 넣어서 작동하는 대포의 수요가 있었다.대표적으로 카로네이드 포가 있다. 이는 구경을 늘리고 장약을 줄여서 무거운 포탄이 느리게 날아가도록 해서 파편량을 늘렸다. 이 외에도 종류가 다양한다. 총기에서는 장약을 적게 넣은 탄을 약장탄이라 한다.
3. 현대
현대적 저압포의 등장은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올라간다. 그 개발 과정에는 우여곡절이 있었다.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군의 대전차포인 17파운더를 영국제 전차에 장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런 시도 끝에 미국제로는 셔먼 파이어플라이, 아킬레스가 17파운더를 성공적으로 장착했다. 영국제 전차인 A30 챌린저는 똑같이 17파운더를 장착했지만 대두포탑으로 인한 불안정이나 잔고장 등 문제가 많았다.
종전 직전에 센추리온 전차에 성공적으로 17파운더를 장착하지만, 영국군이 입장에서는 순항전차로 써먹기에는 약간 느린데다가 양산을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최후의 순항전차라고 볼 수 있는 코멧 전차에 17파운더를 장착했다. 강력한 위력 때문에 반동, 공간적 제약 등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그래서 17파운더의 저압화 버전인 77mm HV 전차포를 새로 개발해서 장착했다. 이것이 최초의 대량생산된 저압포다.
한편, 독일은 소련의 전차가 점차 중장갑화됨에 따라 대전차포의 크기를 늘려야 했다. 하지만 인력으로 운용할 수 있는 무게의 한계에 달했던 PaK 38은 전면에서 T-34를 상대하는 데 무리가 따랐다. 뒤이어 등장한 PaK 40은 위력은 만족스러웠지만 1톤이 훌쩍 넘어가는 중량 때문에 운용 면에서 매우 불편했다. 따라서 1943년쯤 유효사거리 내에서 PaK 40과 관통력이 동등하면서도 가벼운 대전차포에 대한 공모가 시작되었다. 라인메탈-보르지히는 대전차고폭탄이 탄속과 거리에 관계 없이 관통력을 유지한다는 점에 착안해서81mm 박격포 포탄을 개조한 8cm 대전차고폭탄을 비교적 저속으로 발사하고, 포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만큼 부품을 소형화/경량화시킨 8 cm PAW 600을 개발한다. PAW 600의 중량은 PaK 38보다도 가벼운 640kg였기에 시험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하필이면 연합군에게 신나게 폭격을 두드려맞던 시기였기에 제대로 대량 생산을 하지 못한 채 종전을 맞고 만다. 250문이 생산되어 81문이 전선으로 인도되었지만 실전 기록은 없다. 종전 후 해당 포의 화약 추진 방식[1]은 M79와 M203 유탄발사기, GP-25 유탄발사기에 적용된다.
2차대전이 끝난 후에는 더 세련된 형태로 개선된다. 이번에는 주로 장갑차 화력 증강의 필요성 때문이었다.
장갑차의 화력 증강은 오랜 시간 고민되어 왔다. 모든 전장에 전차를 쓸 수 없으며 수량이나 용도면에서는 장갑차가 많고 널리 쓰이기 때문이다. 전장 상황에 따라서 장갑차 역시 전차를 상대해야 할 수도 있고, 화력 지원 할 일도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대전 이후 장갑차의 생존성은 크게 위협받는다. 왜냐하면 대전차포와 전차포의 위력이 눈부시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개전 초반의 37mm급 대전차포는 유탄발사기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해버렸고, 전쟁 말기에 이르면 전차가 128mm 함포와 122mm 야포를 전차포로 사용할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원래도 높지 않았던 장갑차의 생존력이 더 낮아진 것이다.
장갑차가 제한적으로나마 전차를 상대하려면 높은 화력을 갖추어야 한다. 전차와 조우하면 빠르게 선제공격해서 전투불능으로 만든 후 빠른 이탈한다. 이것이 기본적인 대응법이다.
고화력화된 장갑차는 위력정찰 부대, 공수부대, 등에서 많이 쓰인다. 어쨌든 차체가 가볍고 엔진의 힘도 낮은 장갑차에 전차포를 그대로 쓰기는 어렵다. 대신에 장갑차에 적합할 정도로 부피와 무게를 줄이고, 대신 화약을 줄여 압력을 낮춘 저압포를 채용하게 된다.
저압포 대신 대전차미사일, 무반동총 등의 대체물도 있긴 하다. 하지만 속사, 연사, 은폐엄폐 등에서 불리한 점이 많아 위력정찰이나 공수부대 등에서는 많이 쓰이지 않았다.
이후 보병전투차 등이 등장하지만 소련 외에는 의외로 저압포 채용 사례가 적다. 장갑차 뿐 아니라 구식 전차의 화포를 업그레이드 하거나, 공수전차에도 쓰였다.
러시아의 BMD, BMP 시리즈, 프랑스군의 파나르 EBR과 AML 등 장갑차 등이 대표적이다.
4. 특징
- 저압포의 장점
- 저압포의 단점
- 위력 저하와 줄어든 탄속, 사거리 문제가 있다. 잘 쓰던 전차포도 위력부족으로 퇴출되는 일이 많은데,[2] 그보다도 위력이 약하다면 현용 전차를 정면에서 상대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물론 대전차고폭탄이나 포발사 미사일을 쓰면 관통력은 확보할 수 있지만, 현재는 복합장갑, 반응장갑, 슬랫아머가 나와서 장갑차량의 화학에너지탄 방호력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정면 격파는 어렵다.
- 포탑 구성이 복잡해진다. BMP-3는 저압포 발사기구에 기관포 발사기구까지 전부 갖춰야 한다. 이는 무게와 부피 모두 증가시키며 비용도 높아지며 정비소요까지 커진다. 위력도 애매해서, 기관포 속사로도 저압포가 하는 일 대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 이럴 바에는 저압포를 빼고, 기관포 탄약을 더 넣는 편이 낫다. 저압포를 많이 쓰던 러시아에서도 저압포는 점점 덜 채용되는 추세다.
- 보급체계에 무리를 준다. 화학 에너지탄 계열은 대부분 호환이 된다지만 물리탄을 써야 하는 상황도 당연히 생기기 마련이니 운동 에너지탄(물리탄)도 마련해주어야 하는데, 저압포에 일반 주포용 물리탄을 장전하고 쏘면 포신이 파열되거나, 폐쇄기가 날아가서 포탑이 폭발하거나, 운이 좋아서 포탄이 발사되어도 포의 수명을 크게 깎아먹는다. 따라서 특별히 저압포 맞춤 탄약을 개발해야 한다. 물론 생산량이 적으니 가격이 비싸지는건 당연지사.
- 운동에너지형 탄종 사용이 제한된다. 앞서 말한 위력저하 문제 및 약실과 포신이 압력을 잘 버티지 못하는 문제로 인해 현용 주력 철갑탄인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을 사용하지 못한다. 따라서 오로지 대전차고폭탄과 일반 고폭탄만 사용해야 한다. 물론 저압포용 철갑탄이 있지만 이건 전차를 상대할 목적이 아니라 벙커같은 물건의 콘크리트를 관통할 목적으로 쓰는 것이라 대전차용으로 쓰기 어렵다. 저압포용 날탄이 있기는 한데 당연히 위력은 동급 구경의 일반포용 날탄보다 약하다. 다만 T-62, M48 패튼 같은 구식 2세대 전차의 전면 장갑은 관통할 수 있다. 그러니 측후면을 잡았을 때라면 몰라도 본격적인 대전차용으로 쓰기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5. 현황
현재는 단점이 명확하여 점점 채택 빈도가 낮아지고 있다.25~40mm의 중구경 기관포를 쓰는 방식이 더 대중적이다. 이들은 탄종도 많고 실전에서는 대구경 저압포보다 유리한 면이 많다. 탄속이 높아서 정확도가 높고, 부족한 파편량은 속사로 대응할 수 있다. 탱크는 ATGM으로 대응할 수 있는데, 저압포 역시 탱크에는 대응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저압포 사용 장갑차인 BMP-3 역시 대 탱크에는 ATGM를 쓴다. 차라리 25~40mm급의 중구경 기관포만 쓰는 편이 실용적인 선택일 수 있다.
물론 포구 속도가 낮아도 대구경 화포인지라 폭약이나 파편량이 많은 장점은 크다. 다만 점차 채용빈도가 낮아지는 경향은 부정하기 어렵다.
경량 플랫폼에 대구경 화포가 꼭 요구되면 저압포가 아니라 저반동포를 쓴다. 저압포와 달리, 저반동포는 더 강력한 주퇴복좌기로 반동을 줄이는 방식이라 날탄을 비롯한 기존 포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위력과 탄종 문제에서 자유롭다.
[1] 고압-저압 시스템(High–low system)으로, 고압 체임버에서 화약을 폭발시킨 뒤 속이 비어있는 저압 체임버로 흘려보내서 저압 체임버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탄체를 추진하는 방식이다.[2] 냉전기부터 현대까지 서방세계 전차포는 90mm > 105mm > 120mm 44구경장 > 120mm 55구경장 순으로 계속해서 개량되어 왔다. 동구권 역시 100mm > 115mm > 125mm 순으로 계속 구경을 늘리며 강화하고 있고 각각 130mm, 140mm, 152mm 등으로 업그레이드가 계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