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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7-14 03:29:04

양산박

梁山泊 (Liáng shān pō)

1. 개요2. 지형3. 수호전에서4. 여담5. 창작물에서

1. 개요

수호전》의 주요 배경이 되는 습지대. 현재 중국산둥성 지닝시 량산현에 위치하고 있다.

2. 지형

파일:20240301_1578.jpg
현대의 양산박 일대 (량산현 시내)

산둥성을 비롯해 북중국 일대가 과거보다 건조해진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수호전의 배경이 되는 송나라(북송) 시대까지는 황하회하, 양자강 등 하북~하남 일대 모두가 수많은 호수습지로 이루어진 광활한 습지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다만 호수가 된 것은 송나라 시대일 가능성이 높으며, 춘추전국시대전한시대에는 거야택이라 불리는 늪지대였다고 한다. 이 거야택을 근거지로 팽월진승·오광의 난이 터지기 전까지 도적질을 하기도 했다.

양산박은 이러한 습지대의 일부로, 수호전에 따르면 그 인근은 무려 "8백리 수향(水鄕)"이라고 불리울 정도였다고 하였으나 지금은 수백 년 동안 거의 모두 농경지로 개간되었다. 그나마 서북쪽으로는 황하가 흐르고 동북쪽으로는 동평호라는 큰 호수가 있으며, 양산박 언덕 바로 옆으로도 하천과 여러 개울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흐르고 있어 개간 이전의 모습을 되짚어볼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하북의 황진지대일 뿐이다.[1]

사실 산동성 일대는 진한시대부터 악명 높은 도적들의 세거지로 예컨데 양한교체기 당시엔 어느 여인이 자기 아들이 억울하게 죽었다고 해적단을 결성하여 관리를 잡아다 죽이기까지 한 적이 있다.# 심지어 이 해적단은 중국에서 처음으로 해적이라는 이름이 쓰인 사례이다.# 이후 후한 말 삼국시대부터 송나라 말까지 끊임없이 이 지역에서 해적, 도적들이 들끓었으니 양산박으로 대표되는 산동수적들의 역사는 의외로 역사가 유구한 편인 것이다.

3. 수호전에서

《수호전》의 묘사에 따르면 대규모 병력이 기동하기 힘든 큰 습지대 가운데 갑툭튀한 험준한 산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도둑이 자리잡기 딱 좋은 지형. 각지에 도적들이 출몰하던 북송 말기에 양산박에도 도둑떼가 없을리 없어, 소설의 초반부부터 왕륜이라는 자를 두목으로 하는 도적떼가 할거하고 있었다. 그러나 악명에 비하면 별로 강하진 않았는지, 무리를 지어 다니는 객상들은 노리지 못하고 홀몸으로 다니는 사람들이나 공격하는 정도.[2]

이 때까지는 그저 좀도둑떼 정도에 불과했던 양산박 패거리이지만, 조개오용을 중심으로 한 양산박 인근 촌락의 호걸들이 채태사의 생일선물을 털어먹고 양산박으로 도피해오면서 일이 점점 커지게 된다. 이들이 수호전의 주요인물답게 왕륜이 차려준 잔치자리에서 임충을 부추겨 왕륜을 참살하고[3], 양산박의 새 주인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수호전의 무대가 본격 개막하게 된 것이다.

이후 제주부의 관군의 토벌을 두 차례에 걸쳐 격파하고, 호걸 네트워크의 핵심인물인 송강시진의 추천으로 각지의 호걸들이 몰려들면서 양산박은 점차 세력을 키우게 된다. 그러다 송강마저도 모함[4]을 입어 양산박에 합류하면서 본격 양산박 전성시대가 열린다. 축가장 등 마음에 안드는 자기들 비슷한 주변 깡패들을 몰살시키거나 합병하고, 고구의 조카인 절도사 고렴을 잡아죽였으며, 이에 격노한 중앙정부에서 보낸[5] 호연작의 군대마저 격파하며 호연작을 등용하고 위명을 떨친다.

양산박의 거침없는 성장은 우두머리 조개가 증두시에 시비걸러 갔다가 화살에 맞아 죽으면서 잠시 꺾이는가 싶었으나, 호걸들 사이에서 인망이 높은 송강이 그 뒤를 이어 3대 두목으로 취임하고, 그 여세를 몰아 당시 하북의 최대 도시였던 대명부[6]를 함락시키면서 오히려 양산박의 세력은 정점에 오른다.

김성탄의 70회본[7] 이후로는 중앙정부의 토벌을 누차 격파한 끝에 호걸들이 영예롭게 송조에 귀순, 관군의 지위를 얻게 되면서 양산박은 깡그리 버려진다. 목책이며 관문까지 전부 헐어버렸다고 하니 그야말로 초토화. 물론 다시는 도적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일종의 충성맹세인 셈이었다. 이후로는 한참 등장하지 않았다가, 방랍 토벌 후 살아남은 호걸들이 간신들의 음모로 암살당할 때, 호걸들의 죽음을 더욱 장렬하게 장식하는 배경으로 쓰이는 것이 양산박의 마지막 등장.

진침의 《수호후전》에서 다시 나온다. 도입부에서 완소칠이 어부들을 데리고 회포를 풀다가 장 간판과 충돌하는 장면이 있고, 한참 지나서 간신들을 처단한 음마천의 양산박 호걸들이 등운산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호연옥(호연작의 아들)과 서성(서녕의 아들)이 들르게 된다. 당시 이 곳에서는 양산박의 하급 부하로 있다가 초무를 받을 당시 고향으로 돌아갔던 강충이 과거 주귀가 했던 것처럼 주점을 차리고 있었고, 양곡현에서 무송을 도왔던 운가(鄆哥)가 그의 부하로 일하고 있었다. 운가는 뒤에 운성현에서 증세웅, 곽경을 처단한 뒤에 같이 가담해서 섬라국[8]까지 가게 된다.

4. 여담

일본에서는 이것이 '잘난 인간들이 모이는 아지트'라는 의미로 변해서 술집 등의 이름으로 자주 쓰인다. 반대로 한국은 그럴싸해 보이는 한자어인 관계로 중화요리집 등의 간판인 경우가 많다.

이문열 평역 수호지 마지막 권에 이문열의 양산박 기행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한줄로 요약하면 직접 가봤더니 별거 없더라. 양산박의 특징이라 할만한 주변 습지대가 싸그리 말라버린 지금으로서는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양산박(梁山泊)의 한자가 경상남도 양산시의 양산과 똑같다.

5. 창작물에서

수호전을 소재로 한 게임인 코에이수호전 천도 108성에서는 원작의 설정 그대로 사방이 물로 둘러싸여서 군선을 만들지 않고 닥돌하면 본거지까지 올라가다가 병사들이 물에 떠내려가는 메시지를 신나게 볼 수 있다. 물론 군선을 병사 수만큼 장비하고 가면 그렇지는 않지만. 어쨌든 방어하기는 대단히 용이한 요새지만 이 게임 특성상 방어전을 치를 일은 거의 없다시피 한 데다가 습지가 많고 물이 요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심시티번화한 요새로 만들기에는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양산박으로 플레이해도 요새를 버리고 방랑하여 하남부나 남풍부, 청계처럼 탁 트여서 시설을 많이 지을 수 있는 요새로 옮기는 유저들도 많은 듯하다.

자이언트 로보 THE ANIMATION에 등장하는 조직으로 국제경찰기구의 총본산이다. 모티브는 위의 수호전의 양산박. 모든 인원들이 엑스퍼트로 이뤄진 초인들의 집단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다들 전국시대의 복장과 무기를 사용한다.[9]

신 중화일미에 나오는 뒷요리계는 양산박에 본거지를 잡고 양산박 호걸들의 후신을 자칭하며 선대의 별호를 지위나 특성에 맞춰 그대로 사용한다. 이 만화에서 수호전의 내용은 소설이 아니라 실제 역사인 것으로 나온다.

유희왕 ARC-V에 나오는 스탠다드 차원에 있는 듀얼 학원 양산박 학원이라고 불리며, 프로로 입단할 때까지 외출은 완전 금지에 가족의 면회를 허용하지 않는 등 학생들을 가혹하게 가르친다고 한다. 다만 엄하게 가르치는 것보다는 듀얼 방식 자체가 엄청 큰 문제다. 듀얼 도중에 상대에게 중국 무술로 가장한 무차별한 폭력을 휘두르며 상대를 인정사정 없이 두들겨 팬다. 한마디로 이기기 위해서라면 진짜 비겁한 수를 쓰는 것과 일방적인 폭력을 쓰는 것에 망설임이 없는 집단이다. 작중에서도 양산박 듀얼 방식에 엄청난 비난을 받는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학 희망자가 많은데 그 이유는 업계에서는 LDS에 뒤를 위은 2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추가로 왜인지 이곳 출신들은 하나같이 어둠이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한다.... 대체 어떻게 가르치길래 여러가지로 문제점이 많은 학원이다. 113화에 카치도키 이사오의 과거 회상을 본다면 거의 시티(유희왕)의 듀얼 스쿨 버전이다. 유우야에게 패배한 이후 양산박 학원에서 무투파 듀얼을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뜨렸다는 온갖 비난을 받고 힘든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고 한다. 이때의 묘사만 보면 내쫓지만 않고 내부에서 없는 사람으로 대하는 등, 거의 기수열외 취급. 양산박 학원에서는 파문이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엄연히 양산박 학원의 자업자득이다. 그저 이기기 위해서 상대를 폭력적으로 구타하는 짓이다. 상식적으로 당연히 범죄 행위인 셈. 수호전의 양산박이 모티브인데 수호전과 관련된 덱를 쓰지 않고, 천&지를 사용한다.

크루세이더 킹즈 2에서 옥룡(Jade Dragon) 이후 중국 관련 컨텐츠가 등장하면서 양산박과 수호전 호걸들이 용병단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용병단의 명칭은 《Outlaws of the Marsh》, 즉 '습지의 무법자들'로 영어권에서 수호전의 번역판 제목으로 자주 사용되는 명칭이기도 하지만 '집단' 으로써의 양산박 호걸들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명칭이기도 하다. 왠 용병단인지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독립적인 무장 집단' 이라는 정체성을 크킹 2의 시스템 내에서 표현하기에는 그럭저럭 잘 어울린다고 할 수도 있겠고, 마침 크킹 2가 다루는 시대 배경중에 북송 후기가 포함되어 있으니 뜬금없는 등장은 아니긴 하다. 그렇다고 역사 고증의 영역이라 볼 수는 없고, 그냥 수호전을 아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재미 요소 정도라고 보면 될 것이다.
어쨌거나 용병단 양산박(습지의 무법자들)의 문화권은 당연히 한족, 종교는 도교이며 용병단장은 Song Jiang the timely rain(급시우 송강)이다. 게다가 수호전의 등장인물들을 반영하여 휘하 가신이 용병단으로써는 대단히 많은 편인 무려 40명에 이르는데, 대표적인 인물로 Lu Junyi the Jade Unicorn(옥기린 노준의), Wu Yong the Wizard(지다성 오용), Guan Sheng the Big Halberd(대도 관승), Wu Song the Pilgrim(행자 무송)등을 꼽을 수 있다. 크킹의 별명(칭호) 시스템을 이용하여 각 인물의 별호까지 깨알같이 구현해 둔 것. 그리고 병종 구성은 경보병 40%, 중보병 40%, 창병 20%의 전형적인 보병 용병단인데, 습지에 웅거하던 양산박의 특성을 구현하여 선박을 주지 않은 점이 좀 아쉽다. 다만 크킹 2의 병력 시스템상 선박은 100명 이상의 병력을 싣고 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갤리선등의 대형 선박이므로 강이나 습지(늪)를 돌아다니는 작은 배 정도로는 선박 보유 용병단으로 인정해 줄 수 없다고 하면 할 수 없기는 하다. 그리고 용병단의 위치는 안서도호부가 위치한 안서인데, 물론 산동성의 양산박이 안서로 이사간 것은 아니다. 그저 크킹의 맵상 중국 본토 자체는 나오지 않고, 서역이나 그보다 더 서쪽 지역의 영토를 다스리는 플레이어를 비롯한 군주(영주)들은 중국 황제의 대리인인 안서도호부의 절도사를 통해 중국 내부와 교류하기 때문에, 중국 내부에 있는 것들의 위치는 모두 안서로 표시되는 것 뿐이다.
[1] 사실 황하가 실어다 나른 토사의 역할도 한몫 한다. 태산을 비롯한 산둥성 일대는 역사시대 이전 아주아주 옛날에는 큰 섬이었다.[2] 산적들 중에서 약체에 속하는 이충, 주통의 도화산 세력도 무리를 지어 다니는 객상들을 공격하여 성공한 사례가 있다.[3] 임충 역시 쪼잔하고 자신을 다룰 만한 역량이 부족한 왕륜에게 실망하고 있었다.[4] 관리의 몸이면서도 도적떼와 내통한 것은 사실이니 모함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5] 송조 때에는 군권이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어, 지방군의 전력은 유명무실한 수준이었다. 이는 각지의 절도사들에게 군권을 나눠준 나머지 절도사 출신들에 의해 유린당한 당나라의 사례를 경계했기 때문.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송나라 시절에는 지방 군벌세력이 난립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지만 대신 중국사에서 군사력이 약하기로는 1, 2위를 다툴 수준까지 약한 왕조가 되어 버렸다. 수호전에서 천강지살 108호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신분이 군인이라는 것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6] "북경" 대명부로 흔히 쓰이지만 현재의 북경과는 다르다.현재의 북경은 당시 요나라의 영토였다.[7] 수호전 문서 참조.[8] 일반적으로 태국을 가리키지만 섬나라라는 설정, 작품을 쓴 시대의 상황을 봤을 때 대만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9] 자이언트 로보 OVA는 이마가와 야스히로 감독이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작품의 캐릭터들을 총집합시킨 올스타전이란 면이 있는데, 요코야마 미츠테루는 수호전, 삼국지, 항우와 유방, 사기 등의 역사 만화도 많이 그렸다. 그래서 수호전의 양산박이 국제경찰기구의 총 본산이고, 구대천왕 중에는 한신 원수와 대종이 있으며, 바벨 2세가 빅파이어, 빅파이어단에 제갈 공명이 있는 것으로, 전국시대의 복장과 무기는 원전의 것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