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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RUR-5 ASROC (Anti-Submarine ROCket)[1]RUR-5 아스록
미합중국 해군의 대잠 미사일이다.
원래 대잠전이란 것이 고달프기 그지 없어서, 일단 우리편이 어뢰맞기 전에 적 잠수함을 찾아야 하고, (어뢰를 맞든가 또는 운 좋게) 찾으면 쫓아내든가 때려 부수든가 해야 한다.
대략 제2차 세계 대전 즈음에는 소나로 액티브 핑 때려서 잠수함을 찾아내거나 레이더로 부상 중이던 잠수함을 발견하고 쫒아가면 잠수함이 잠수를 해서 도주하려 하는데, 이때 잠수함 머리 위로 쫓아가서 폭뢰를 퍼부어 주는 방식을 썼다. 이 방식은 적 잠수함이 한 척일 때는 유효했으나, 늑대 떼(울프 팩) 전술처럼 잠수함들이 몰려와서 수송선단이나 대잠능력이 없는 대형함을 돌림빵을 놓으려는 상황에선 무의미한 전술이었다. 운 좋게 잠수함 하나 잡았다고 해도 호위함들이 잠수함 하나 잡겠다고 몰려나와 있는 동안, 수송선단이 죄다 털리거나 전함, 항공모함처럼 주력함이 격침되면 말 그대로 대손해이기 때문.
결과적으로 구축함들은 굳이 호위대상의 근처를 떠나지 않더라도, 장거리에서 잠수함을 공격할 무기가 필요했는데, 이에 부응해서 나온 무기가 바로 투사(投射) 폭뢰, 폭뢰를 로켓 등에 탑재해서 잠수함이 있을법한 곳에 잔뜩 쏴 갈기는 방법이었다.
정확도야 안드로메다로 가겠지만, 잠수함은 특성상 격침되지 않았더라도 폭압으로 인해 손상되어 침수가 시작되기라도 하면 치명적인 손상을 입거나 침몰, 아니면 항복이라는 비참한 선택을 강요받는 경우까지 있었기에 잠수함에겐 위협적인 무기였다. 사실 심도를 얕게 설정하고 쏴버리면, 적 수상함에게도 지근거리 어뢰 연속 폭발을 경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수상함에게도 나쁘지 않은 화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폭뢰가 근본적으로 무유도무기라는 건 변하지가 않아서, 결국 정확도 면에서 한계에 봉착하게 되었다. 결국 각국의 해군들은 폭뢰보다 더 정확한 유도 어뢰를 발사체에 넣고 쏴올린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고, 이것이 바로 대잠 미사일이다. RUR-5 아스록은 최초의 대잠 미사일 중 하나였고, 곧이어 다른 서방국가 몇몇에서도 비슷한 물건들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2. 운용
몇년 뒤 나온 아이카라 같은 다른 대잠미사일과 달리, 아스록 자체는 말 그대로 대잠용 경어뢰를 무유도 로켓에 넣은 아주 심플한 물건이었다. 당연하게도 이런 걸 대함미사일처럼 고정 경사발사대에서 쏴올렸다간 아무리 내용물이 유도어뢰라고 해도 제대로 된 명중률을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에, 위와 같이 발사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발사기가 운용된다. 이 발사기는 MK-112 발사기로, 생김새 때문에 성냥갑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이 발사기 자체가 가진 조준 능력 덕분에, 1960년대의 핵 만능주의 트렌드에 힘입어 W44 10킬로 톤짜리 전술핵폭뢰를 유도 어뢰 대신 탄두부에 장착한 파생형도 운용 가능했다. 항모전단 방어를 위해, 소련의 공격원잠이나 전략원잠의 위치를 대충 잡으면, 냅다 핵폭뢰를 사출해 버리는 시스템. W44는 1989년까지 현역 체계였다. 사실 지금도 쓰면 효과는 죽이게 좋긴 하다만... 후폭풍으로 세계가 뒤집어진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면 잠수함 측에서도 즐겁게 핵으로 함대를 날려버리면, 잠수함 측이 이득이다. 잠수함 하나로 함대 하나 쓸어버리는 거니까... 아니, 이런 판이라면, 잠수함은 그냥 대기하고 있다가, 함대의 항주음만 듣고 무음-장거리로 어뢰를 세팅해서 쏘고, 슬금슬금 빠져나가면 함대만 작살난다. 그리고 나면 어차피 이미 사용된 핵무기. 양측의 무차별적인 핵무기사용과 핵보복으로 이어진다.
MK-112 발사기는 갑판 공간을 과다하게 사용하고 범용성이 부족해서[2] 아스록 자체의 구식화와 더불어 도태되어갔고,(Mk.29 런처와 비슷한 상황) 대신 미군은 Mk.41 VLS에서 운용 가능한 RUM-139 VL-ASROC으로 아스록을 대체했다.
냉전이 종식되면서 모든 운용국들은 더 이상 아스록을 운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따라서 거추장스러운 발사기를 필요로 하는 아스록은 모든 해군들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미군을 제외한 다른 나라 해군들은 차기 대잠미사일조차 도입하지 않으면서 VLS 아스록 자체도 미군만 운용하는 미사일이 되었으나 2007년 일본이 Mk.41에서 발사하는 07식 VL(Vertical Launch) ASROC을 만들어 아스록을 대체했고, 한국 해군 역시 2010년에 한국형 수직발사기(K-VLS)에서 발사하는 청상어 기반 대잠 미사일 홍상어를 개발, 실전배치하였다.
대한민국 해군은 위 청상어를 개발하기 전 기어링급 구축함을 운용하던 시절 일부 함정이 이 발사대를 탑재한 상태로 공여받았으나 실탄은 장전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1] 이렇게 아스록이 어떤 특별한 의미가 아니고 대잠로켓의 약자이다보니 아스록이라고 하면 미해군의 이것 말고도 유사한 다른 것들도 통칭하듯이 쓰인다.[2] 하푼과 RIM-24 타터를 장착할 수 있긴 했으나, 차지하는 공간을 생각하면 따로따로 운용하는게 더 나을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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