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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의
反獨占法 / Antitrust Laws특정 기업의 시장 독점을 규제하는 법률. 인수합병(M&A) 등 시장 독점을 강화하는 행위나 가격 담합 등 다른 기업의 시장진입을 방해하거나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각종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법을 말한다.
2. 역사
1890년 미국에서 동종업체의 기업연합(카르텔)이나 기업합동(트러스트)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셔먼법(Sherman Act)'[1]이 근대적인 반독점법의 효시다. 1914년 반독점 행위에 대해 민사적 손해배상을 인정한 크레이튼법과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부터 미국 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는 연방무역위원회법이 잇따라 발효되었다.2020년대 기준 반독점 정책을 시행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80여 개국에 달한다.
3. 미국
미국은 기업들이 담합하거나 기타 제휴 등을 통해 해당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행사하거나 경쟁을 저하시키는 경우 반독점법을 적용해 규제하고 있다. 반독점법이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로는 스탠다드 오일, 노던 시큐리티스, AT&T, NBC가 있다.반독점법의 본격적인 시행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기반한다. 위에서 언급했듯 기존에도 미국엔 셔먼 법이 있었지만, 이 법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고 심지어는 노사갈등중 노동자를 탄압하는 근거로 사용되기도 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본격적으로 셔먼법의 취지대로 활용하여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과 금융왕 존 피어폰트 모건의 노던 시큐리티스를 해체시켰다. 수십년 뒤 AT&T도 반독점법 적용을 받아 지역별로 분사되었다. 현재 미국의 많은 유명 통신회사들은 이때 분사된 AT&T 지역별 지사들을 모태로 두고 있다.[2]
반독점법 제정 이후 거대 기업집단들은 제재를 피하기 위해 지주회사를 통한 경제적 지배만 행하는 콘체른(Konzern)이나 비관련 기업 집단으로 운영하는 컨글로머릿트(Conglomerate) 등의 방안을 강구하였다. 대표적으로 빌 게이츠가 CEO로 일하던 당시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체제에 웹브라우저를 끼워파는 방식으로 넷스케이프를 몰락시킨 뒤 백악관과 극적으로 합의하여 반독점법을 피한 적이 있다.[3] 또한 반독점법을 피하기 위해 경쟁사를 부도가 날 위기에서 구해주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을 구원해 준 것이 좋은 예이다. AMD가 망하기 직전일 때도 AMD가 망하면 인텔이 반독점법의 표적이 될 것이냐도 상당히 거론된 떡밥이었다.[4]
실제로 미국의 자유주의는 타국의 자유주의 요소를 추월하는, 정말 국가는 필수적인 서비스만을 해야 할 수준의 자유주의를 보여준다. 그러나 미국은 독점에 관해서는 그 엄격한 EU보다도 경계한다. 미국에서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혁신을 촉진하고 소비자에게 선택권과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는 것이 자유 시장 경제의 핵심 원칙이며, 독점은 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인민을 위해 경제를 통제하지는 않으나, 경제가 인민을 통제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미국의 성향을 보여주는 법이다.
대신 기업 간 담합 또는 협정이 공공의 이익에 반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경쟁을 저해하지 않을 경우 반독점법의 적용을 면제시켜 주는 '반독점면제(Anti-trust Immunity, ATI)'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ATI 승인을 받을 경우 다른 경쟁업체의 독점에 따른 법적 제소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지만 웬만하면 다 갈려나간다. 처음에 ATI는 항공사 코드셰어를 위해 도입되었기 때문에 미국 항공법에 그 근거 규정이 있고 반독점법에는 ATI에 대한 규정이 없었다. 그러나 1990년대 빌 클린턴 정부에서 처음으로 웹브라우저 분야에 대해 항공법에 있는 ATI 규정을 준용하여 넷스케이프에 ATI 인증을 내준 이후, 이 항공법에 있는 ATI가 외부 업종에까지 전면적으로 확대 적용된 것이다. ATI 승인을 통해 반독점 규제를 빠져나간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아마존닷컴이다.
또한 오해하면 안 되는게, 미국 반독점법 하에서 "독점"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불법의 여부는 독점을 만들기 위해 혹은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하는 행위에 달려있다. 의외지만 독점 시장이 소비자에게 득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OTT 시장이 대표적인 예시라고 볼 수 있다.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시절엔 소비자들은 넷플릭스만 구독하면 거의 모든 영화를 볼 수 있었으나, 이후 생겨난 여러 스트리밍 회사들이 각자 독점적으로 영화를 유치하기 시작해 일종의 과점 시장이 되어버리고 적자에 시달리던 넷플릭스가 구독료를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스트리밍 회사들의 가격도 올라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최근의 이 법을 적용받은 대표적 사례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21세기 폭스 M&A로, 반독점법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15개국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자세한 것은 21세기 폭스 인수전 항목을 참고.
그리고 미래에 이 법을 적용받을 지도 모르는 사례로 구글[5]과 애플[6]을 들 수 있다. 그리고 2024년 3월 미국 정부는 기어코 애플에까지 반독점법 소송을 제기하며 4대 빅테크(애플, 아마존, 알파벳, 메타) 기업 모두에게 소송을 걸게 되었다. 참고로 MS는 앞서 반독점법으로 분할될 위기에서 간신히 기사회생한 뒤 반독점법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는 중이다.# 미 법무부의 Apple 반독점법 제소 항목 참조.
2024년 3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무스타파 슐레이만을 비롯한 Inflection AI의 핵심 인력 대다수를 영입함과 동시에 라이센스 비용으로 6억 달러 이상을 지급하는 등, 사실상 미국의 현행 반독점법을 회피하기 위한 인수를 진행했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와 더불어 OpenAI를 대상으로는 지분 49%를 인수한 반면 이사회에도 의결권 없는 참관인으로만 사측 인물을 임명하는 등의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기업 인수라는 행위 없이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도 관련법 개선을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미국시간 2024년 8월 5일 구글이 반독점법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에 구글은 항소하였으나 다른 빅테크 기업들의 소송에도 영향이 갈 가능성이 생겼다.#
2024년 9월 3일 미국 정부가 NVIDIA에 대한 반독점 수사를 시작했으며 이로써 테슬라를 제외한 매그니피센트 7 기업 전원이 반독점법과 연관되게 되었다. #
2024년 10월 9일 미국 법무부는 구글의 분할을 검토하고 있으며 만일 구글이 분할될 경우 안드로이드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 또는 구글 크롬을 강제로 매각시킬 예정이다. #
4. 대한민국
한국은 공정거래법이라 불릴 만큼 반독점 관련 규제가 그리 강하지는 않다. 약하다는 건 아니지만, 한국 공정거래법에는 기업 강제분할권 같은 정책은 없다.이는 전통적으로 박정희 정권 당시 개발독재를 위해 일부 대기업을 밀어주던 풍조의 잔재다. 박정희는 삼성에게서 한국비료를 빼앗았을 때처럼 기업이 말을 듣지 않을 때는 철저하게 공격하고 조련했지만, 대개는 아직 산업화와 도시화가 미진하던 시절 소수의 엘리트 계층에게 힘을 몰아주어 산업 성장을 시도하고 그로 유발되는 낙수 효과를 기대했다. 그래서 일부 대기업이 문어발 경영 및 과점, 독점 체제를 구축해도 넘어가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것이 지금까지 내려져 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선 반독점법의 위세가 그리 강하지 않다. 재벌의 전횡에도 그냥 내버려 두다가 분식회계나 부도에 이르러서 국가 경제에 타격을 입힐 정도가 되면 그제야 부실한 계열사를 찢어놓는 수순에 그친다. 즉, 시장방임적 경제이면서도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행위가 발생하는 즉시 정부의 강력한 제재가 가능한 미국과 반대로 정부주도적 경제이면서도 정부가 부실한 힘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7]
5. 관련 문서
[1] 셔먼 반독점법(Sherman Antitrust Act)이라고도 한다. 1890년 법안을 발의한 존 셔먼 상원의원의 이름을 따 붙였다. 셔먼 의원은 남북전쟁의 명장인 윌리엄 테쿰세 셔먼의 동생이다.[2] 유명한 스피커 브랜드 알텍랜싱과 JBL도 AT&T가 반독점 제재로 분할되는 과정에서 탄생한 기업이다. AT&T 산하의 통신장비 제조사이던 웨스턴 일렉트릭이 반독점법에 의해 음향기기 사업을 중단하면서 그곳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독립하여 설립했다.[3] 해당 사건 이후에는 특정 분야 편중 대신 비디오게임, 소셜,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의 분야에서 독과점 위치에 오르지 않을 만큼만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사업을 전방위적으로 확장하였으며, 경영권 개입 없는 지분투자에 잉여현금흐름 상당수를 사용하게 된다.[4] 재밌게도 AMD 라이젠 시리즈의 출시 이후 인텔은 꾸준한 삽질로 인해 완전히 몰락하여 다우 존스 산업평균지수에서도 퇴출당했을 정도로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다만 현재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시장을 견제하기 위해 망해가는 인텔에 보조금을 퍼주면서까지 억지로 명줄을 붙잡고 있기 때문에 라이젠이 아니였다면 정말로 회사가 사라졌을뻔한 AMD와는 다르다고 볼수도 있겠다.[5] 구글에 제기된 소송은 이전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당했던 것과 판박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Windows에 Internet Explorer를 끼워파는 것을 문제 삼은 것처럼 미국 법무부는 구글이 검색엔진을 끼워팔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플의 Safari에 기본 검색엔진으로 구글을 탑재하기 위해 애플에 지급하는 돈의 액수까지 추정해서 언론에 공개할 정도였다.[6] 애플에 제기된 소송은 애플이 구축한 폐쇄적인 생태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미국 정부는 담장 속 정원(Walled Garden)이라는 수사를 들어 애플이 미국의 스마트폰 시장을 불법적으로 독점하고 있으며 경쟁사의 제품을 iPhone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없도록 의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7] 이렇게 된 것은 역시 앞서 말한 박정희 정권의 잔재 탓이다. 박정희는 황제나 다름없었으므로 휘하 정부 기구나 재벌이나 대통령의 말을 들어야 했는데, 그가 재벌을 밀어주던 때에는 어차피 재벌이 강해봐야 박정희의 아래라 유한양행처럼 껀덕지 잡을 게 없는 기업 빼면 다 꿇어야 했기 때문에 정부가 약해도 그 정부를 지배하는 대통령의 권위 덕에 강한 재벌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죽고 나서는 그 독재적 권위가 한순간에 공중분해가 되어버려 재벌에게는 억제기가 사라졌으나 정부는 곧바로 다시 전두환이 정권을 잡는 바람에 군사 정권 아래에 찌그러져 있던 상태를 그대로 유지했고, 이것이 끝내 민주화 이후로도 고쳐지지 않은 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