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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8-02 21:50:49

독순술

구화에서 넘어옴
1. 개요2. 현실의 어려움3. 기타4. 매체

1. 개요

/ Lip reading

입술을 읽어서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내는 기술이란 뜻으로, 학술용어로는 독화법(讀話法, oral method)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청각장애인이 상대방의 입술의 움직임과 얼굴 표정을 전반적으로 분석하여 상대방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듣는 것을 말하며, 이와 함께 발성 연습을 통해 청각장애인 본인이 음성 언어를 말하는 법을 습득함으로써, 수화(手話)와는 대비되는 개념인 구화(口話)를 구사할 수 있다.

무협지 같은 서브컬처에서는 거리나 소음, 기타 환경 등으로 인해 상대방의 말소리를 듣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엿듣기 위한 법술의 일부라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들을 수 없는 거리의 말을 듣는다는 점에서는 전음입밀과는 비슷하기는 하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데, 독순술은 입모양으로 말을 읽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듣는 것이 아니다.'라면, 전음입밀의 경우는 내공을 통해 목소리를 전달하고 이를 듣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듣는 것이다'라는 차이가 있다.

서브컬처에서는 첩자들이나 스포츠 선수들이 상대방의 정보를 빼내기 위해 배우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각종 영화에서 유리창 너머로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알아내기 위해 독순술 전문가가 망원경으로 살펴 보고 대화를 훔쳐내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인공지능 HAL9000이 이 기술로 승무원들을 공격한 적이 있다.

무협지에서는 독순술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일상생활에서는 별다른 의미 해석 없이 섞어 쓰는 경우가 많은 편.

2. 현실의 어려움

기본 원리는 입 모양을 눈으로 읽어서 그 조합이 어떤 단어를 발음하고 있었던 것인지 유추한 다음, 가능한 단어 조합을 찾아 최대한 그 문맥에 맞는 문장으로 완성시키는 것. 무협지에서 일반적으로 독순술이라 하면 여기까지 묘사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여기에 덧붙여 얼굴 표정과 같은 부가적인 요소들을 더 조합해 해석의 정확도와 시간을 최적화하고 청각장애인 스스로가 직접 음성언어를 배우는 데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어의 경우, 입술을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구강 내부의 기관들로 주요 조음을 하다 보니 독순술이 대단히 어려운 편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영어는 상대적으로 입술을 더 많이 쓰기 때문에 독순술 해독력이 더 높은 편이다. [1] 실제로 연구 결과, 일본어 화자들은 영어 화자들에 비해 독순을 하는 비중이 낮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독순술 자체가 워낙 제한적인 단서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영어 기준으로도 30~45% 정도의 해독력만을 보인다고 한다.

한국어도 일본어보단 조금 덜하지만 비슷한 문제가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 영어 배울 때 입을 크게 벌려 발음하라는 조언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정말 극소수의 청각장애인은 독화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2] 청각장애인이 아니어도 익혀만 놓으면 소음이 심하더라도 상대방의 말을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정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며, 그렇기 때문에 보통 이 정도까지 연습하는 경우도 드물다. 극소수를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모어조차 장시간 읽는 것이 어렵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독화는 독자적으로 사용되기보다, 각종 기기/기법 등과 함께 쓰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딥러닝을 이용한 독순술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

3. 기타

축구, 야구, 배구 같은 스포츠 경기 시 중계화면에 입모양이 잡혀 무슨 말을 하는지 드러나는 것을 우려하여 선수와 코치들은 말을 해야 할 때 입을 가리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의 경우 최근까지 잔재가 남은 가장 유명한 종목이 바로 야구이다. 마운드 상에서 선수들과 코치진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 글러브로 입을 가리는 이유가 상대 팀에서 독순술 할 줄 아는 사람이 입술을 읽어서 작전을 훔칠 위험이 있기 때문으로, 실제로 야구선수나 감독 등 중엔 일정 수준 이상의 독순술을 할 줄 아는 사람이 꽤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수 출신의 해설위원 진출이 늘어난 시점부턴 중계화면에 잡힌 코치 및 선수들의 입모양을 읽어 해설해주는 해설위원들이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서브컬처에서도 반영률이 높아서, 클로저 이상용의 경우 주인공이 독순술을 할 줄 알고, ONE OUTS에서 토쿠치 토아가 이를 이용해 역트릭을 펼치기도 했다. 총성과 다이아몬드의 저격반 요원이 독순술로 범인의 말을 읽고 오니즈카를 도와줬다.

독순술을 이용해 재판의 중요한 법정 증거자료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스포츠 관련해서 가장 유명한 것이 카를로스 테베스와 관련된 출장거부 판독 증거이다.

2018 제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도보다리에서 보좌진을 대동하지 않았는데다가 카메라도 멀리 있어서 무슨 말을 나누는지 알 수 없게 되자 일부 언론사는 도보다리 대화의 내용을 알아내려고 독순술 전문가를 찾아다녔다. 다만 한국어 독순술의 판독률이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닌데다 문재인과 김정은 모두 원래 발음이 깔끔한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썩 성공적이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일부 단어는 확실히 인식되지만, 나머지는 문맥 정보를 통해서 유추하는 정도라고 한다.

몇몇 현실성(?)을 살린 무협물에서는 전음이라는 것이 이것이라는 설명을 하기도 한다. 확실히 소리는 전혀 나지 않는데 대화가 되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텔레파시 비슷한 것이라 여길만도 할 것이다.

독순술을 전혀 못하는 사람이라도 묘하게 '씨발' 등의 욕만은 캐치해내는 경우가 많다(…).[3] 모래반지 빵야빵야라든가, 메이저리그 시절 ㅆㅂㅆㅂ 거리면서 공을 던지던 박찬호라든가. 프로게이머들 중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입가에 떠오른 욕설이 화면에 잡혀 홍역을 치른 케이스가 많다. 베르트랑 : 진남이랑 진수가 가르쳐줬어요

Bad Lip Reading이라는 유튜브 채널은 독순술에 몬데그린을 적용시켜서 대사나 노래 가사를 마개조시킨다.

나는 귀머거리다의 작가 라일라도 수어 대신 구화를 가르친 부모님의 영향으로 구화를 사용하며 덕분에 특수학교 대신 일반학교를 나왔다. 하지만 ㅈ 발음을 캐치하지 못해 ㄷ 발음으로 발음한다고.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의 2003년 5월 11일 방송분에서 독순술이 언급되었다. 진실 혹은 거짓의 두 번째 이야기에서 미국 소녀가 어린 시절에 병을 앓아 청력을 잃었다. 본인은 엄마에게 수화를 가르쳐달라 했지만, 엄마는 독순술을 가르쳤다. 그리고 본인은 경찰이 되었고, CCTV 화면에 등장하는 두 남자의 입술로 대화를 파악했다. 그리하여 범죄자를 특정할 수 있었고, 최종적으로 검거했다.

김기영 감독의 데뷔작 '죽엄의 상자'는 사운드가 유실되었는데, 독순술을 이용해 대사를 복원하여 공연된 적이 있다.#

4. 매체



[1]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말을 하는 복화술의 경우 정반대로 일본어가 쉽고 영어가 어렵다.[2] 대표적으로 엘리자베스 2세의 남편 필립 마운트배튼경의 어머니인 바텐베르크의 앨리스가 모어 뿐 아니라 몇 개의 국어를 독화로만 할 수 있었다고 한다.[3] 이를 학술적으로 설명하면 자음인 ㅅ(ㅆ)와 ㅂ이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치조음, 양순음이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여지는 치조음과 양순음은 독화 난이도가 쉬운 편에 속하며, 반대로 입 안에서 조음되는 경구개음, 연구개음, 성문음은 독화 난이도가 높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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