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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UN의 여(女)권 확대 캠페인이며 '여권 확대를 위하여 여성뿐 아니라 남성 역시 여권 확대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때 여기에 참여하는 남성들을 일컫는 신조어가 바로 이하의 용례다. 'he for she'라는 문구를 직역하자면, '여자를 위한 남자' 또는 '그녀를 위한 그' 라는 의미다.로고는 여성과 남성 상징의 측면을 결합하여 양성평등을 달성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여성과 남성의 결합을 나타낸다.
2. 상세
페미니스트인 엠마 왓슨이 이 캠페인의 홍보대사로 위촉되어 유명해졌는데 해당 연설에 대한 비판도 몇몇 제기됐다. 예를 들어서 엠마는 '세상에 단 한나라도 여성이 남성과 동등히 존중받는 권리를 보장받는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페미니스트의 범주 속에 남성이 포함될 수 있는가의 문제는 미결의 논제이기 때문에 선뜻 이들을 일컬을 만한 표현을 찾지 못하던 와중에[1] "he for she" 라는 쌈빡하게 직관적인 표현이 공감대를 얻으면서 널리 퍼졌다. 여성 이슈가 흔히 여성들에게만 관심을 끌고 남성들에게는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한다고 여겨지고 있지만[2] 점점 더 많은 남성들이 페미니즘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여성들과 함께할 의향을 적극 피력하고 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톰 히들스턴의 사진으로 널리 알려진 this is what a feminist looks like 캠페인이 대표적.
2.1. '남성 페미니스트'에 대한 페미니스트 진영의 찬반 의견
페미니즘 내부에서는 이들을 페미니스트로 인정하고 동지로 받아줄 것인지에 대해 격론이 벌어졌다.논쟁의 규모는 비록 TERF를 비롯한 트랜스포비아 논란까지 가지는 않아 보이지만, 앞으로 지속적으로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남성 페미니스트는 존재할 수 없다"는 어느 남성 페미니스트의 발언#출처
UN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여성권 운동의 성공에는 반드시 남성들의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남성들을 여성운동의 일원으로 참여시키는 데에 상당한 거부감을 보인다. 그래서 상기 연설에 대해서도 "엠마 왓슨, 유감이지만 네가 틀렸어" 라는 블로그 포스트를 올리는 해외 페미니스트들도 종종 나타나곤 한다. (소위 "래디컬" 하다고 통하는) 급진적 페미니즘 계통 성향의 운동가들이 이런 사례가 많다.
한국에서도 한때 여성운동계에서 큰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2002년에는 남성으로서 여성 운동에 참여하던 사회 운동가인 김규항이 여성권익단체 일다와 정면충돌하여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도 있었다. 중립적인 관점에서 사건을 되짚어보는 포스트 와중에 해당 이슈를 보도하느라 중간에 끼었던 한겨레 역시 덤으로 욕을 먹기도 했다(…).
아래에서 보듯이 양쪽 모두 페미니즘의 가치에 기초하여 나름의 근거와 추론을 갖고 주장하는 만큼 이 문제에 대해 쉽사리 결론을 도출하기는 어려운 일일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대체적으로 "가능하다" 는 쪽이 지분을 상당히 더 많이 가져가는 편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게,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자칫하면 페미니즘에 우호적이던 남성까지도 적으로 만들어 버리므로 괜한 충돌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1. 긍정론
"소수 인종이 아니어도 인종 평등을 지지할 수 있죠. 여성이 아니어도 여성 인권을 지지할 수 있는 거구요. 동성애자가 아니더라도, 동성애자의 권리를 지지할 수 있는 거예요."
- 앤드류 스콧
- 앤드류 스콧
"1997년에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베이징에서 여성의 권리에 대한 연설을 했습니다... (중략) ...슬프게도 청중들의 30% 정도만이 남성이었습니다. 우리가 만일 세계 인구의 절반만을 초대한다면, 세계 인구의 절반만이 이런 대화에 참여하길 원한다면, 어떻게 세상이 바뀔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남성들에게 정식으로 초대합니다. 성 평등은 당신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중략)
...남성과 여성은 똑같이 자신이 세심하다고 느낄 자유가 있고, 강하다고 느낄 자유가 있습니다. 성은 이분법적인 것이 아니고, 연속적인 스펙트럼으로서 이해되어야만 합니다."
- 엠마 왓슨
...남성과 여성은 똑같이 자신이 세심하다고 느낄 자유가 있고, 강하다고 느낄 자유가 있습니다. 성은 이분법적인 것이 아니고, 연속적인 스펙트럼으로서 이해되어야만 합니다."
- 엠마 왓슨
He for she를 찬동하는 입장에서는 적절한 재교육을 통하여 젠더 감수성을 갖추게 된 남성들에게 적극적으로 연대의 손길을 내민다. 이들의 목표는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이상과 가치를 남성들에게 확산시키고 그들을 자신들의 대열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이쪽에서는 페미니즘의 요체를 태도, 이해, 신념, 세계관, 가치관의 문제라고 본다. 즉, 남성들이 새로운 태도와 이해를 갖게 되었다면, 그들 역시 페미니스트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 뿐만 아니라 이들은 가부장제와 남성 우월주의가 결과적으로는 남성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음을 주장한다. 남성들 중에도 스스로가 섬세하고 여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지배적이라기보다는 복종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가부장제적 환경에서는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본성을 부정당하게 된다. 설혹 이것을 드러내면 '남자가 되어 가지고'와 같은 냉소와 비웃음이 돌아온다. 때문에 사회는 이들에게 마초적 남성이라는 과중한 책임을 부여하는 불행의 근원이 된다.[4] 페미니즘은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이러한 남성들에게까지 도움이 될 수 있기에, 페미니스트 중에는 이들과 연대해야 한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
한편 20세기 중엽의 유명한 페미니스트 베티 프리댄(B. Friedan)은 자신이 저서 여성의 신비를 출판했을 때 남성들은 너도나도 구입하여 아내에게 일독을 권유하며 직업을 찾아보라고 격려한 반면 여성들은 그녀와 그 자녀들을 모욕하고 내쫓고 심지어 전미로부터 숱한 협박 편지들을 보내 왔다고 밝혔다. 이런 경험은 그녀가 여성인권단체 NOW(National Organization for Women)를 창설하던 때에도 끊임없이 "남성을 적대하는 건 여성운동에 유해하기만 할 뿐"이라고 주장하는 배경 중 하나가 되었다.[5]
대부분의 평등주의 운동은 핍박받는 자들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경우는 거의 없고, '기득권자 출신이지만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고 핍박받는 자들의 편에 선'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여 성공시킨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페미니즘 운동이 남성을 배척하기보다는 포용해야 성공하리라 보기도 한다.
남성이 페미니즘 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남성이 페미니즘 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남성이 페미니즘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경청의 자세로 임해야 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여성이 아닌 같은 남성(특히 자신과 권력이 동등하거나 높은)에게 내야 한다.
이 주제를 더 자세히 다루는 책으로서 《남성 페미니스트》 가 있다.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다면 해당 문서도 함께 읽어보자.
2.1.2. 부정론
"남자가 여자에 대해 하는 말은 하나도 신뢰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남자는 문제의 당사자인 동시에 판단자이기 때문이다."
- 풀랭 드 라 바르(Poulain de la Barre)
- 풀랭 드 라 바르(Poulain de la Barre)
이쪽 입장에서는 he for she는 불가능하거나 내지는 페미니즘의 추구하는 가치에 양립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대신 이들은 대안적 아이디어로서 she with she를 제안한다. 이들이 해야 할 일은 여성들이 남성의 지원이나 도움 없이 주체적인 힘으로 성평등을 이루어내는 일이며, 남성의 간섭과 개입은 페미니즘 운동의 본질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보기에, 남성은 태생적으로 여성을 이해하는 데 실패한다.[7] 이쪽에서는 페미니즘의 요체를 여성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감에 있어서 유년기부터 지속적으로 겪어 온 역경의 경험의 누적, 그리고 여성 간에 형성되는 유대감을 통한 극복에 있다고 본다. 즉, 남성들이 아무리 페미니즘에 관심을 표명하고 그들을 위해 싸워 줄지라도, 그들은 원론적으로 절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다.[8]
이것은 기본적인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되는데, 가능하다는 부류가 남자와 여자를 같은 사람으로 보고 같은 사람이므로 똑같이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리버럴 페미니즘)하는 반면 이들은 남성을 여성과는 다른 적대적인 존재로서 투쟁을 통해 권리를 쟁취해내야 할 대상으로 보기 때문(래디컬 페미니즘)이다. 이들은 he for she를 긍정하는 것이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가치에 양립되지 않는다고 본다. 즉 여성들만의 힘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낼 수 없다는 암묵적인 패배주의가 박혀 있다는 것이며, "백마 탄 기사" 로서의 소위 "합리적인" 남성 운동가를 모집하지 않으면 페미니즘 운동이 성공하지 못할 것처럼 말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한다.
여성에게 접근하거나 인터넷상에서 지지 받을 목적으로 페미니스트 행세를 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것도 남성 페미니스트라는 존재에 대해 회의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요소이다. 심지어 관련 활동 참여나 기사료 등으로 연명하는 생계형 페미니스트도 존재한다. 또한 부채 의식을 가진 기성 세대의 여성에 대한 마초적인 비호도 페미니즘과는 거리가 있다. 이들은 딸뻘인 '젊은 여성'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페미니스트 행세를 하지 정작 가부장제의 부조리를 겪은 자신의 아내한테는 행동거지가 딱히 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위선적이라고 할 수 있다.
[1] 단 위키백과에는 페미니즘에 호의적인 남성의 태도가 pro-feminism이라는 단어로서 등재되었다. 유사 용어로서 effeminist라는 단어도 있으나 이는 페미니즘의 영향을 받아서 그간 자신이 문화적으로 내면화했던 일체의 남성성(공격성, 주도성 등)을 버리기 위해 애쓰는 남성을 의미하므로, 약간의 의미상의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남성성/들 문서도 함께 참고.[2] 당장 흔한 대학교의 성폭력 예방 강연 같은 것만 보더라도 학생들의 강연에 임하는 태도에서 생각보다 큰 차이를 보인다.[3] 19세기 미국의 여권운동가이자 무신론자. 사도 바울 등의 가르침을 거론하며 페미니즘을 틀어막는 종교인들에게 "설령 성경이라 할지라도 인권에 반하는 내용이 있다면 그것은 단지 죽은 사상일 뿐이다" 라고 일갈하여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4] 관련된 용어로는 gender role box의 하나인 맨박스("act like a man" box)가 있다. '남자다움'을 모아둔 박스란 뜻.[5] 실제로 "NOW" 라는 단체명도 풀어 쓴 것을 주의 깊게 보면 "여성과 연대하는 남성들도 우리 단체에 가입 가능합니다!" 의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볼 수 있다.[6] 엄밀히 말하면 보부아르가 he for she라는 개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기보다는, 여성들이 남성에 대한 나이브한 현실안주적 태도를 버리고 주체적으로 뭔가를 쟁취해내야 한다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보부아르의 역사인식 자체가 "지금까지의 여권 개선은 여성들의 성취가 아닌 그저 남성의 시혜" 라는 관점을 따르므로, he for she 역시 여성이 자기타자화하는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부정적으로 보았을 수 있다.[7] TERF인가 아닌가에 따라서 부연설명이 붙기도 하고 안 붙기도 한다. TERF가 아닐 경우 이 뒤에 "굳이 페미니즘에 합류하고 싶은 남성이 있다면, 우선 '짜르고' 와라"는 부연이 붙는다. 트랜스여성마저 배척하는 사람들은 그들조차도 여성을 이해할 수 없다고 본다. "자궁 없는 자 말하지 말라"는 말이 이러한 관점을 대표한다.[8] 이는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이 페미니즘 운동의 최종 목적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페미니즘 운동에 남성의 협력 제안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거부해야 할지에 대해 발생하는 의견 차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