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ger Balm
タイガーバーム
호랑이 연고 | 소포장 버전 | 유사품 |
1. 개요
싱가포르의 제약 회사 하우파 코퍼레이션(虎豹行/호표항/후퍄오항/Haw Par Corporation Limited)에서[1] 생산 및 판매하는 타이거밤(Tiger Balm)혹은 통칭 호랑이 연고라고 불리는 연고다.이 연고의 제조사인 하우파 코퍼레이션의 이름은 호랑이(虎), 표범(豹)에서 와서 한국식 독음으로 호표항이라고도 하는데 호랑이나 표범이 들어간 건 당연히 아니다. 그게 아니라 이 회사 설립자인 아우분하우/후원후(胡文虎/호문호/ Au Boon How)와 아우분파/후원퍄오(胡文豹/ 호문표/Au Boon Par) 형제의 이름을 각각으로 따서 지은 것이다. 하우파(虎豹)는 이 호표의 민남어식 독음이다.
안티푸라민, 멘소래담과 더불어 가장 널리 쓰이는 소염 연고 중 하나다. 유칼립투스, 박하(멘솔), 장뇌, 정향, 계피 등을 주성분으로 한 식물성 소염 진통 성분을 파라핀으로 굳힌 것이다.
무좀, 타박상, 근육통, 벌레 물린 데에 좋고, 코감기나 비염으로 인한 코막힘[2]에까지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두통에도 사용할 수 있는데, 이마 부분에 바르면 통증이 어느정도 완화된다. 일부 두피의 혈액순환이 두통의 원인인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호랑이 연고가 혈액순환을 돕기 때문에 두통이 완화되는 현상. 당연하지만 모든 두통에 효과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대략 1960년대부터 들여와 널리 사용되고 있고, 가정 상비약으로 있는 경우도 있다. 효과는 사람마다 편차가 있을 수 있으나 멘소래담보다 더 뛰어나면서 화끈거림이 적다.
대한민국에서 정식 유통은 생각외로 늦어서 2011년 태전약품이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아 수입한 것이 최초다. # 그마저도 한동안 판매가 중단되었다가 2018년에 케이엔유가 올리브영을 통해 의약외품으로 다시 들여왔고 지금은 쿠팡으로도 판매되고 있다.
1980년대 구주제약이 만금고라는 브랜드로 유사상품을 판매한 적이 있다. 라이센스 생산인지 미투 상품인지는 불명. https://youtu.be/mo2cNmScLWg
연고는 위 사진과 같이 흰색과 붉은색 두 가지가 기본인데, 둘의 성분표시를 비교해보면 알겠지만 성분의 비율이 다르고 따라서 용도가 다르다. 흰색은 유칼립투스 오일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고, 붉은색은 계피가 함유되어 있다. 통상적으로는 붉은색이 더 강하다는 듯하며 근육통, 관절염 등에 좋다고 한다. 흰색은 벌레 물린 데, 코막힘 등 외에 아로마테라피 기능도 겸하는 용도라 그렇다.
그 외에도 파스나 로션, 크림 등등 여러 제품이 있다.
2. 역사
대한민국에 비유하면 동화약품의 시그니처인 활명수처럼 100년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연고다.19세기 말 청나라 시절 중의사 아우추킨(胡子欽/호자흠/ Aw Chu Kin)[3]이 만든 연고에서 기원한다. 이 사람은 현재 푸젠성 출신의 객가 사람으로 출생년도는 미상이며 청에서 미얀마로 이주하여 1908년 버마 랑군[4]에서 별세했다.
청나라 남방 사람이던 아우추킨은 영국령 인도 제국의 일원이던 버마, 지금의 미얀마로 이주했다. 이 지역은 모기 등 사람을 물고 각종 병을 옮기는 해충이 많고 습한 기후인 버마에서 상처가 잘 안 아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연고를 바르면 금방 아물자 큰 인기를 얻으며 만금유(萬金油) 라는 이름으로 성공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두 아들이 가게를 물려받게 되는데, 이 형제의 이름 아우분하우(胡文虎/호문호/후원후/ Aw Boon Haw), 아우분파(胡文豹/호문표/후원퍄오/ Aw Boon Par)에서 한 글자씩 따서 차린 회사가 하우파(虎豹行/호표항, Haw Par Hang)이다. 여기서 하우파는 두 사람의 한자인 호표를 호키엔어 식으로 읽은 것이다. 워낙 인기가 좋았기 때문에 나중에 똑같이 영국의 통치를 받던 홍콩에 아예 타이거밤(Tiger Balm)이란 이름의 회사를 차려 이 이름으로 외국에서도 유명해졌다.
저 두 아들은 본인들의 연고지 태국은 물론 1950년대까지 동남아시아 화교 사회에서 큰 손으로 유명했는데 어느 정도냐면 싱가포르와 홍콩에 타이거밤 가든이라는 중국풍+태국풍 공원을 만들고 거리 이름도 붙어있을 정도이다. 이 공원은 후씨 형제가 중국계 태국인이라서 태국 색채가 강하다.
홍콩 타이거밤 가든의 경우는 1990년대만 해도 홍콩 관광 패키지에서 꼭 가던 곳이며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2의 페이롱 스테이지와 죠죠의 기묘한 모험 3부에 해당 배경이 차용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2010년 벌어진 코즈웨이베이 재개발로 철거되어 볼 수 없다. 현재 그 자리는 고급 아파트가 들어섰고 한켠에 전시관에서 후씨 일가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아울러 홍콩과 말레이시아 그리고 싱가포르 등의 언론 사업에도 관여했다. 싱가포르의 중국어 신문 성주일보(星洲日報/싱저우르바오)[5], 홍콩 제2의 영자신문[6]스탠더드를 발간했다.
3. 매체
- 메이플스토리: 여기서 모티브를 딴 아이템이 있었는데 2022년 말 저작권 이슈 때문에 만능 연고로 이름이 바뀌었다.
- 화이트채플: 주인공 챈들러 경위가 틈만 나면 양쪽 관자놀이에 문질러 대는 연고도 이것이다.
4. 기타
- 옛날 한국 약장수들이 호랑이기름 또는 뼛가루가 들어있는 연고라고 홍보하던 약인데, 당연히 오일과 연고 모두 진짜 호랑이는 뼛조각이나 털오라기 하나조차 절대 안 들어간다. 애초 호랑이는 여러 나라가 보호종으로 지정되어있을 정도로 수가 적어 잡기가 불가능해 쓸 수도 없다. 창업주의 이름인 후원후(胡文虎)에 범 호(虎)자가 포함되어 있어서 상표를 이렇게 만들었을 뿐이라 자세히 설명하자면 호랑이표 연고다. 미주에선 하도 오해를 많이 받았는지 호랑이 연고를 사면 포장 안에 호랑이는 안 들어간다고 적혀있는 이름의 어원을 설명해주는 종이가 동봉되어있다. 다른 연고처럼 석유에서 추출한 바셀린에 여러 한약재를 섞어서 쓴다.
- 홍콩과 마카오에서 모기에 물리면 한국에서 공수해 온 마데카솔이나 후시딘은 택도 없이 안 가라앉는데 이거 바르면 귀신같이 싹 가라앉으며 동남아시아 하면 떠오르는 지독한 풍토병인 무좀 역시 한국 피부과 개인병원 같은 곳에서 처방받은 약보다 더 잘 듣는다. 무좀은 애초 홍콩발(香港脚)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홍콩에서 흔해서 초창기 장화 형태의 무거운 전투화를 신고 다녀야 하는 영국 해군 장병 여럿을 괴롭게 만들었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로 무좀 환자가 기후 특성 상 흔하다.
- 싱가포르-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각 국가나 대만, 홍콩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여행객들이 자주 사오는 기념품이기도 하다. 맨 위에서 세번째 사진의 초록박스는 유사품인 것 같다. 홍콩에서는 한국돈으로 1~3천원에 구매할 수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파는 유사 제품으로는 '야몽'으로 불리는 태국의 그린밤이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차이나타운 일대나 동네 로컬 쇼핑센터에서 묶음 단위로 된 걸 5천에 구할 수 있다. 일반 약국에서도 두개에 1500원에 정도에 살 수 있다. 말레이시아도 마찬가지로 로컬 쇼핑센터나 쿠알라룸푸르, 조호르바루, 페낭, 쿠칭 등의 차이나타운에서 손쉽게 구매 가능하다. 전술했듯 모기 물린 데나 무좀에 아주 효과가 좋다.
- 일본에서는 요코하마 차이나타운 일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bach ho hoat lac cao라고 하는 베트남산 유사품(맨 위의 초록색 제품)을 먹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박스에 베트남어로 먹지 말라고 적혀있다.
- 골든스타밤(Golden Star Balm)이라는 베트남산 유사품도 있는데, Escape from Tarkov에 나와서 유명해졌다.
- 학교 선생님들이 가끔 언급하기도 하는데, 국부에 바르면 수련회나 수학여행에서 치약보다 훨씬 더 강렬한 효과를 선사한다고 한다. 물론 실제 시전했다간 상해죄로 쇠고랑 찰 수 있고 상대편에게 치명적 장애를 입힐 수 있으니 절대로 따라하면 안 된다.
- 중국의 바둑기사 탕웨이싱 九단이 대국장에 호랑이 연고를 가져와서 시시때때로 발라대가지고 대국하는 사람 여럿 빡치게 하는 비매너 플레이의 수단이다. 위에 나온 성분을 보면 이유를 알 것이다. 자극적인 냄새를 풍기기 딱 좋은 재료들이 저렇게 모였으니 냄새가 강하다. 맨소래담 냄새와 동급이다.
- 동계올림픽 때 스켈레톤 종목으로 유명한 윤성빈 선수도 자주 애용한다고 한다. 냄새가 심해서 다른 선수들(특히 서양 쪽 선수들)이 싫어한다고 한다. 윤성빈 선수 본인은 발랐을 때 후끈거리는 그 느낌이 좋다고. 그러나 윤성빈 선수가 올림픽과 월드컵에서 연이어 좋은 성적을 거두자, 오히려 따라 바르는 선수도 생겼다고 한다.
- 오마이걸 유아는 춤춘 뒤 근육통을 해결한다고 호랑이크림을 전신에 바른 바람에, 너무 춥다고 엉엉울면서 샤워부스로 들어갔다는 흑역사가 있다.#. 멘톨, 장뇌 성분이 저온에 반응하는 통각 수용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7]
- 해군사관후보생 훈련을 진행하는 해군 장교교육대대에서 10주 훈련기간 내내 맨소래담과 파스, 그리고 이 연고 냄새가 진동을 한다. 특히 초창기 점호시간은 매우 심하다. 몸을 움직여본 적 없는 대학생들이 졸업하자마자 강도높은 훈련을 소화해야 해서 몸에 무리가 가고 부상도 많이 입는 탓에 그렇다.
- 2019년 FDA에서 호랑이 연고 제조사에게 경고문을 발송한 적이 있어서 시정 조치를 한 적이 있다. 링크 참조# 경고 내용을 요약해보면,
- 이유 없이 성분표에 적혀있는 양보다 함량 미달인 제품이 왜 생산되고 이것이 이미 유통되었는지 여부를 설명하지 않음.
- 호랑이 연고에 들어가는 각종 성분 및 제조 과정이 보건 기준에 적합하다는 연구 결과를 제출했으나, 이걸 신뢰하기엔 증거가 불충분함.
- 제조 설비가 제조 과정을 자세하게 기록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경우 원인을 찾기 어려움.
- 제조 설비 중 의약품을 생산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설비가 있어 이물질이 유입 될 수 있음.
- 성분 중 어린이에게 오남용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이 있는데, 어린이의 손이 닫지 않는곳에 보관하라는 경고 문구가 없음.[8]
이후 이 문제를 해결했는지에 대해서 FDA에서 올라온 것은 없지만, 해당 경고문에서 "15일 이내 시정 완료 또는 시정 예정이라는 자세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고, 만약 이러지 않는다면 미국 내 판매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했으나 2024년 시점에서도 아마존에서 호랑이 연고를 팔고 있는걸 보면 시정이 완료되었다고 볼 수 있다.
[1] 영어권인 싱가포르가 기반인 회사이니까 공식 명칭은 영어 명칭인 하우파 코퍼레이션이다.[2] 멘솔 성분이 피부가 차가움을 느끼게 하여 혈관이 수축되어 코가 뚫리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자세한 원리는 멘솔 문서 참조.[3] 다만 본명은 호탄흠(胡誕欽)이라고 한다.[4] 현 미얀마 양곤을 랑군이라 불렀다.[5] 연합조보(聯合朝報/롄허자오바오)와 함께 단 둘뿐인 싱가포르의 중국어 신문이다. 한자를 읽을 줄 아는 노인들이나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중국 대륙인 이주민들이 주 고객이다.[6] 제1의 영자신문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이다.[7] 일본 예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 바 있다.[8] 호랑이 연고 말고도 의약품 중 이 문구가 없는 약을 찾는게 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