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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Kilju[1]핀란드의 전통 양조주. 시판되는 술이 아닌 가정에서 개인이 담그는 밀주이다.
2. 상세
핀란드는 국민 모두가 불평할만큼 주류에 대한 규제가 매우 심한 편이다. 핀란드에서 일반 상점, 편의점은 도수 4.7% 이하의 주류만 판매하며, 그 이상은 '알코'(Alko)라는 국영 주류 상점에 가야 살 수 있다. 거기에 더해 21시가 넘어가면 가게에서 술을 살 수가 없고, 이 시간대에 술을 마시고 싶으면 펍에서 엄청난 주세를 내고 마셔야 한다. 킬유는 이러한 규제 때문에 생겨난 밀주라고 볼 수 있다.[2] 참고로 핀란드만큼은 아니지만 이웃국가인 스웨덴과 노르웨이도 높은 주세로 술이 비싼 편이라 비슷한 문화가 있다.[3]킬유는 설탕, 이스트와 물이라는 극도로 단순한 재료로 만들어지기에 재료비가 무척 저렴하다. 15~18%[4]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도수로 인해 취하기 위해 싼맛에 마시는 저급 술로 인식된다. 특히 그 정도가 심해 핀란드에선 한때 펑크 문화의 일종으로 취급되며 주류 구매에 제약이 있는 청소년이나 가난한 알콜중독자들을 대표하는 술로 인식될 정도.
단순히 설탕과 이스트로만 양조된 킬유는 굉장히 드라이한편이라 맛과 향미를 개선시키기 위해 각종 향료나 첨가제를 넣는 경우도 있다. 현지에서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부가 재료는 레몬즙, 주스, 건포도등이 있으며, 핀란드에선 대개 10대들이 처음 양조하는 경우가 흔해서 이것저것 실험적인 시도를 하다보니 개인 취향에 따라 정말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존재한다.
킬유의 역사를 알아보자면 이미 2차 세계대전 무렵의 군인들과 농촌 사람들이 만들어 마시고 있었다는 증언이 있으며 1990년대 핀란드에선 심각한 경제불황[5]과 높은 실업률을 겪으면서 알콜중독자들이 증가했고 자연스레 킬유의 인기도 높아졌다. 이 무렵에 킬유를 발효시키기까지 평균 몇주가 소요되던 기존의 효모에 비해 완전 발효까지 최대 사흘에서 일주일 밖에 걸리지않는 터보 효모라는 것이 등장하면서 빈곤층과 청소년들의 알코올 접근성이 대폭 낮아졌고 음주로 인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6] 한편 2010년대 이후엔 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고 대체재들이 생겨나다보니 예전만큼의 대중적인 술은 아니게 되었다. 그 시절을 보낸 중장년층들의 추억거리 내지 전통문화(?)로써 서서히 물러나고 있는 편.
본래 1932년부터 내려온 핀란드 법에 의해 설탕, 이스트, 물로만 킬유를 제조하는 것은 불법이었고, 때문에 이를 회피하기 위해 발효 과정에서 곡물이나 과일 등 다양한 재료들을 추가하는 일이 많았다.[7] 그러다가 2018년 3월 1일부로 주류법이 개정되면서 별도의 첨가물 없이도 킬유를 비롯한 개인의 양조가 합법화되었다. 하지만 킬유를 증류해 더 높은 도수의 증류주 폰띠까(Pontikka)를 만드는 일은 여전히 불법이다.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지만, 게임 My Summer Car에 주요 아이템으로 등장하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아예 직접 킬유를 만드는 사람들도 나타났을 정도.
3. 제조법
워낙 재료가 싸고 간단하며 1개월 정도의 발효 시간과 최소한의 위생만 신경쓴다면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전반적인 양조 과정은 벌꿀술이나 와인과도 비슷하지만 킬유는 설탕이 주재료가 된다. 킬유 양조를 하려는 이들을 위해 레시피를 적어보자면 아래와 같다.[8]필수 준비물: 설탕,[9] 이스트,[10] 물, 발효 용기,[11]
권장 준비물: 과일주스, 건포도, 꿀, 에어락,[12]
1. 끓여서 소독한 물을 35도 이하가 되도록 식혀두고[13], 청결하게 소독/세척된 용기를 미리 준비해둔다.
2. 준비해둔 용기에 일정 비율로 설탕을 넣어준다. 비율은 물 1리터당 설탕 200~300g으로 맞추도록 한다.[14] 이때 핀란드 정통 레시피를 따라 설탕만으로도 킬유를 만들 수 있겠지만 재료가 너무나 단순해서 알코올 생성이 부족하고 특유의 역하고 드라이한 맛에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꿀,[15] 과일 주스,[16] 썰은 건포도[17]와 같은 부가 재료를 선택해서 넣는 걸 강력히 권장한다. 물론 너무 많은 재료를 죄다 넣으면 이도 저도 아닌 괴악한 맛이 탄생하니 재료는 2~3종류 이상 조합하지 않도록 하자. 핀란드와 여러 해외 양조자들 사이에서 레몬 껍질이나 과일을 썰어넣는 경우도 많지만 위생 관리를 못하면 과일 조각이 수면 위로 떠서 벌레가 꼬이거나 곰팡이가 펴서 술을 망치게 될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
3. 식혀둔 물을 재료가 투입된 용기에 부어준다. 마지막 과정에 이스트 푼 물을 넣어야 하니 용기 끝까지 물을 채우지 말고 조금 여유공간을 남겨둔다. 그 다음 물을 붓고 설탕과 여러 재료들이 완전히 물에 녹을 때까지 잘혼합해준다. 이때 덜 녹아서 가라앉은 설탕 덩어리들이 전혀 보이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1리터당 1.5~2.5g의 이스트를 미지근한 물에 풀어서 10분정도 활성화 시킨 후에 용기에 부은 다음 가볍게 흔들어서 모든 재료들을 최종적으로 혼합시킨다.
4. 산소를 유입시켜야 발효가 빠르고 원활하게 진행되니 첫 날엔 뚜껑을 닫지 말고 하루쯤 방치해 둔다. 이제 직사광선의 영향이 적은 24도 이상의 실온에서 약 3~6주간 방치하여 발효가 진행되길 기다린다.[18] 발효가 되는동안 2~3일에 한번씩은 용기를 가볍게 흔들어 효모를 자극시켜주도록 하자. 만든 직후에는 효모로 인해 기포가 끓어오르고 술이 혼탁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술이 다소 맑아지며 효모들은 대부분 바닥으로 가라앉게 되는데 이 단계가 되면 완성이다. 발효가 거의 끝났다고 판단되면 효모 사체들[19]을 1~2회 걸러주고 다른 밀폐 용기로 옮겨담으면[20] 이제 여러분만의 수제 킬유를 즐길 준비가 끝난 것이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하루이틀 더 숙성시켜서 차게 마시면 최상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레시피대로 완성된 킬유는 재료와 발효 조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략 14~17도가 되며 알코올 냄새가 강하지만 향긋하고 은은한 단맛과 알싸한 탄산감을 가지고 있다.[21] 전반적인 맛은 와인이나 사케와도 비슷하며 양조주 아니랄까봐 숙취가 심할 수 있으니 과음은 자제하자.
[1] '킬주'가 아니라 '킬유'로 발음한다. 독일어나 핀란드어에선 J를 ㅈ가 아니라 ㅇ으로 발음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어의 'Kill You'와 발음이 같아서 관련 농담도 돌아다니는 편. 또한 함경북도 길주군과도 철자가 같다.[2]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핀란드는 춥고 밤이 긴 환경 탓에 이웃나라 러시아 못지않게 술고래와 알코올 중독자들이 많다. 행복도가 높기로 유명한 북유럽 선진국임에도 우울증 발병과 자살률이 높은데엔 술의 영향도 큰 편.[3] 노르웨이인들은 스웨덴에 가서 술을 사오고, 스웨덴인들은 덴마크로 가서 술을 사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북유럽에선 그나마 덴마크의 주류가 저렴하기 때문.[4] 발효만으로 가능한 도수의 한계점이고 그 이상은 증류를 해야 한다.[5] 소련의 붕괴와 일본의 버블경제가 꺼진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6] 진탕 마치고 사고를 치는 건 이야깃거리도 안되고 용돈벌이를 위해 친구나 지인들에게 자신이 만든 킬유를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다고.[7] 그러나 가정에서 몰래 만드는 걸 단속하는 일은 드물어서 안지키는 사람도 많다.[8] 그러나 이 방법은 설탕, 이스트, 물로만 만드는 정통적인 양조법이 아니며 한국인 기준으로 그나마 마실만하게 변형한 레시피임을 유념하자. 애초에 킬유는 만드는 사람 취향껏 제조하는 거라 100% 정답은 없다.[9] 갈색 설탕을 써도 되지만 술 색이 노래지고 풍미가 별로이기에 기피되며 흰 설탕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10] 술을 만들기엔 Lalvin EC-1118과도 같은 양조용 이스트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구하기 어렵다면 그냥 마트에 파는 저렴한 제빵용 효모를 써도 된다. 대신 좋은 효모에는 더 많은 영양가가 있기에 질좋고 맛있는 킬유가 만들어질 가능성을 높여준다. 이스트를 무작정 많이 넣는다고 술이 더 독해지는 건 아니며 냄새와 맛이 고약해질뿐이니 적량을 넣는 것이 중요하다.[11] 가스가 배출되고 외부 공기를 최대한 차단할 수 있다면 어떠한 형태라도 OK. 생수나 주스가 담겨있던 1.5리터 페트병을 활용해도 되고 넉넉한 사이즈의 담금주용 유리병도 좋다. 용기 크기는 최소 500ml 이상이여야 하고 중요한 것은 세척이 편리하고 자신이 소비할 수 있는 크기의 적당히 튼튼한 용기를 선택하자. 실패의 가능성이 있는 첫 시도에는 작은 용기로 시작하는 걸 권장한다. 여담으로 핀란드에선 대량으로 양조했을 때 맛이 더욱 좋다는 의견도 있고 애주가들은 큼지막한 30리터짜리 발효통를 쓰기도 한다.[12] 용기를 완전히 밀폐시켜버리면 용기가 단단히 팽창하여 나중에 개봉할 때 가스 압력에 의해 내용물이 마구 분출하거나 용기가 폭발할 수 있다! 뚜껑을 느슨하게 닫거나 에어락을 달아주자. 에어락을 구하기 어렵다면 뚜껑에 구멍을 만들고 얇은 고무 호스를 돼지 꼬리 형태로 구부려서 꽂아도 에어락 역할을 충실히 한다. 페트병 한정으로 풍선을 씌우는 이들도 있으나 안전성이 떨어지기에 그리 추천되는 방법은 아니다.[13] 물 온도가 너무 뜨거우면 효모가 사멸해버리고 15도 이하에선 제대로 활성되지 않는다. 핀란드에선 주로 섭씨 20도가 넘이가는 여름에 양조하지만 한국의 가정집에선 온돌 난방을 하기에 봄과 가을은 물론이고 집이 충분히 따뜻하다면 겨울에도 원활한 양조가 가능하다. 대신 기온이 낮은 경우 발효가 조금 더 소요될 수 있다.[14] 설탕의 양은 알코올 도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 1리터 기준으로 대략 설탕 17g이 1%의 알코올을 생산한다고 계산하면 된다. 17을 곱해서 자신의 원하는 목표 도수를 정할 수 있다. 이 계산법에 따르면 물 1리터당 설탕 200g은 알코올 12도, 300g은 알코올 18도가 된다. 킬유와 같은 양조주는 아무리 발효를 해도 18도를 넘기기 힘드니 굳이 설탕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15] 어디까지나 단맛을 내고 향미를 좋게 하기 위한 추가 재료로써 리터당 10~20g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많이 넣으면 그건 킬유가 아니라 벌꿀술이 되어 버린다.[16] 오렌지, 감귤, 파인애플, 사과 계열이 가장 좋으며 환타를 넣어도 된다. 다만 아무 주스나 막 넣어도 되는 건 아니며 포도, 토마토, 알로에처럼 색이 너무 진하고 탁하거나 맛이 이질적인 주스는 피하도록 한다.[17] 통으로 넣으면 단맛이 제대로 안우러난다. 시중에 유통되는 건포도는 들러붙는 걸 막기 위해 식용유가 코팅되어 있고 불순물이 묻어있으니 살짝 물에 불리고 헹군후 투입하는 게 좋다.[18] 냄새를 맡고 개미가 꼬일 수도 있으니 반드시 청결한 실내에 보관해야 한다. 첨언하자면 이산화탄소 냄새와 얼큰한 효모 냄새가 은근히 새어나오기에 집에 동거인이 있거나 남몰래 만들어 마실 계획이라면(...) 주의가 필요하다.[19] 약간은 먹어도 인체에 해롭진 않겠지만 텁텁하고 불쾌한 맛이 나며 위장이 불편해질 수 있다. 또한 발효가 덜 돼서 기포가 끓어오를때 마신다면 방귀가 나오고 복통에 시달릴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20] 완전히 발효되기 전에 기포가 미약하게 올라올 타이밍에 옮겨담는 것이 좋다. 기포가 아예 안올라올만큼 발효가 끝났는데도 며칠 더 방치하면 알코올이 증발해서 도수가 살짝 낮아진다.[21] 익숙지않다면 아세톤이나 향수를 마시는 듯한(...) 역한 느낌이 들 수도 있으나 그래도 소주보단 훨씬 나은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