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시 현상의 대표적인 그림 '회전하는 (것처럼 보이는) 뱀' (키타오카 아키요시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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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錯視 / Optical illusion시각 자극을 인지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다른 정보에 영향을 받아 원래의 사물에 대해 시각적인 착각이 발생하는 현상, 즉 사물이나 특정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1] 이러한 착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 시각적 착시: 사물의 형상을 받아들이면서 착각이 일어나는 현상.
- 물리적 착시: 명암, 기울기, 색상, 움직임 등 특정한 자극을 과도하게 수용하면서 발생하는 현상.
- 인지적 착시: 눈으로 받아들인 자극(주로 공간)을 뇌가 무의식적으로 추론하여 받아들이는 현상.
이러한 착시는 의복 제작 등 실생활에서도 중요하게 사용된다. 특히 색상 부분이 대표적. 웨딩드레스나 승복 등을 제작할 때 순백색은 오히려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아주 옅은 황색이나 회색을 사용한다고 한다. 수술복이 청록색인 것도, 빨간색인 피를 계속 본 상태에서 의사 및 간호사의 흔한 하얀색 가운을 보면 빨간색의 보색인 청록색 잔상이 떠올라 수술 등 중요한 작업에서 시야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다.
피하거나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가리거나 색깔을 따는 방법을 제외하면 일반인은 사실상 없다. 애초에 인간은 로봇이 아닌 생명체다. 그렇다보니 절대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주관적으로 해석하게 된다.
1.1. 물리적 착시
상술했듯이 명암, 기울기, 색상, 잔상 등 특정한 시각 자극이 눈에 과도하게 수용되는, 즉 '눈이 혹사당하는' 상황 때문에 발생한다. 몇몇 반복되는 이미지는 시각 정보 인지 과정의 초기 단계에서 생리학적인 불균형을 가져오게 되어 이러한 착시를 유발한다.쉬운 예로 격자 착시에서 잔상 효과에 의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점이 보이는 것과 같은 착시를 말한다. 이 외에도 같은 밝기의 회색을 배경에 따라 더 어둡거나 또는 더 밝은 것으로 인식하는 것도 물리적 착시의 일종이다.
격자 착시의 예시
흰색 선이 교차하는 곳이 회색으로 보인다.[2]
헤르만 에빙하우스가 고안한 격자 착시와 마흐 밴드는 명암에 의한 물리적 착시의 가장 좋은 예로 꼽힌다. 인간의 눈에 있는 간상세포는 망막에 넓게 분포하여 빛의 세기에 따라 반응하는 수용야(receptive field)를 이룬다. 하나의 간상세포가 자극에 반응하면 인접한 다른 간상세포에도 신호를 직접 전달하여 반응을 억제시키는 측방억제(Lateral inhibition)가 일어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명암 대비가 뚜렷한 시각 자극들을 동시에 받으면, 그 경계면에서 자극의 수용이 억제되어 착시가 발생한다. 격자 착시의 경우 교차점의 흰색 자극이 억제되어 검은 점이 나타나며, 마흐 밴드의 경우 경계면에서 실제보다 밝거나 어두운 얇은 선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1.2. 인지적 착시
19세기의 생리학자 겸 심리학자인 헤르만 폰 헬름홀츠(Hermann Ludwig Ferdinand von Helmholtz, 1821 ~ 1894)가 처음 제기한 현상으로, "무의식적 추론"에 의한 인지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 예시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애매모호한 이미지
애매모호한 이미지에 의한 착시는 두 가지 이상의 전혀 다른 이미지로 인식될 수 있는 이미지에 의한 착시이다. 오리-토끼 착시, 루빈의 병(얼굴-꽃병 착시)과 같은 전경-배경 착시가 유명하다.
- 왜곡
카페 벽 착시나 뮐러-라이어 착시((Müller-Lyer illusion)나 빌헬름 분트(Wilhelm Wundt)가 제안한 착시와 같이 주변의 정보로 인해 사실과 다르게 인식한다.
- 패러독스(일명 '불가능 도형')
펜로즈 삼각형이나 펜로즈의 계단과 같이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스허르는 패러독스 착시를 이용한 판화 작품들로 유명하다.
- 환각
실재하지 않은 것을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것을 말한다.
게슈탈트 심리학(혹은 형태주의 심리학)은 인간의 인지가 전체적인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역설하였다. 이는 개인이 현재 자신의 욕구를 바탕으로 게슈탈트를 형성 및 지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개인이 전경으로 떠올렸던 게슈탈트를 해소하면 그 전경은 배경으로 물러나고 다른 형상이 전경으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게슈탈트가 형성되는 식으로, (중립적인 의미에서) '보고 싶어하는 것을 본다'고 말할 수 있다.[3]
2. 예시
2.1. 사진
많이 보면 어지러울 수 있으니 조금만 보자.- 카페 벽 착시로 불리는 것으로, 가로선들은 휘어진 곡선처럼 보여도 사실 전부 평행한 직선이다.
- X자를 그리고 있는 자주색은 모두 같은 색으로,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자주색이 딱히 더 진한 것이 아니다.
- 2프레임을 이용한 방향 착시. 좌측이나 우측 끄트머리를 보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계속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좌로 돌았다가 우로 돌았다가 한다. 하지만 가운데를 보면 좌우로 까딱거리고 있을 뿐임을 알 수 있다.
- 위와 비슷한 유형. 원래는 오른쪽을 향해 전력질주하는 것이 맞지만 배경에 집중하다 보면 뒤로 달리는 것으로도 보인다. 선풍기 날개가 어느 순간부터 반대로 도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같은 원리다.
- 에셔의 <폭포>를 고퀄로 바꾼 버전.
- 슈팅게임 '자낙'의 박스타이틀 그림. 적기들이 얼굴과 손처럼 보이게 배치되어 있다.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눌러보면 멈춰있는 JPG 파일이다.
- "역원근법"을 이용한 패트릭 휴즈의 작품들 중 하나. 키보드 같이 오목볼록한 보드에 그렸다. 멀리 보이는 것 같은 바다가 사실은 튀어나온 부분이고, 가까이 있는 것 같은 건물들이 들어간 부분이다. 중앙 건물의 모서리 처럼 보이는 것을 기준으로 사각뿔 2개가 붙어 있는(그러니까 초콜렛 같은) 모양이다. 비슷한 경우로, 수학교과서에 자주 나오는 입체도형을 입체적 시각으로 보면 도형의 뒤편에 있는 꼭짓점이 앞으로 튀어나온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애니멀 콜렉티브의 앨범 Merriweather Post Pavilion 의 커버에 있는 착시 현상. 일본의 교수 키타오카 아키요시가 만든 착시 현상을 이용해 제작된 커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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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리엄 호가스(William Hogarth, 1697 ~ 1764)가 친구 조슈아 커비의 팸플릿에 실어준 "잘못된 관점에 대한 해학(Satire on False Perspective)". 사실 그 시기까지 원근법을 배워야 했던 예술가들은 실질적인 이해보다 그 원근법을 이루는 수학적 연구를 더 중시해야 했는데, 새로운 선원근법이 도입되면서 이 괴리감이 메워지자 이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5] 그래서 잠깐 생각해보면 '뭔가 이상한데?' → '아, 이런 게 원근법이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착시를 일으키는 부분들을 많이 집어넣은 것이다.
해당 그림에 있는 오류로는 왼쪽 나무보다 앞에 있는 교회, 가운데 나무 위에 있는 새, 강 건너 언덕에 있는 사람에게 담뱃불을 붙여주는 남자, 역시 언덕의 나무보다 뒤에 있는 간판, 엇갈린 낚싯대, 총의 연기, 멀어질수록 커지는 소 떼 등이 있다. 모든 오류 목록은 위키백과(영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후술할 작가 산드로 델 프레테(Sandro del Prete)의 작품. 간판에 '장밋빛 인생'이라고 쓰여 있어서 그에 걸맞은 장미 한 송이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확대해보면 연인이 껴안고 키스하는 그림임을 알 수 있다. 프레테는 이렇게 주변의 평범한 사물 속에 무언가가 숨어 있는 작품을 많이 남겼다.
- 기울어 져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기울어 져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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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면에 중앙의 갈색, 뒷면에 중앙의 주황색이 달라 보이지만 사실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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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화가
- 베브 두리틀(Bev Doolittle, 1947년 2월 10일 ~)
동식물 착시 화가. 주로 아메리카 원주민을 테마로 삼아서인지 원주민 외에도 곰, 여우, 말 등 귀여운 그림들이 많다. 작품 갤러리
그녀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인 "숲에도 눈이 있다(Forest has Eyes)". 자세히 찾아보면 13개의 얼굴이 있다.
대지는 나의 어머니(Earth is my Mother).
- 도날드 L. '러스티' 러스트 (Donald L. 'Rusty' Rust, 1932 ~)
동물 착시 화가. 그 외에도 어릿광대나 핀업 걸을 주제로 삼은 작품들도 많이 남겼다. 작품 갤러리
-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 1527 ~ 1593)
착시 초상화 화가. 초상화가 모두 동식물 등 자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위에서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뜻한다. 더 많은 그림을 보려면 해당 문서로.
- 짐 워런(Jim Warren, 1949년 11월 24일 ~)
풍경화를 많이 그리는 화가. 주로 동물과 풍경이 어우러지는 그림을 많이 그렸으며 착시가 아닌 작품들도 많이 있다. 작품 갤러리
자세히 보면 돌고래가 총 7마리 있다.
-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 1898 ~ 1972)
세계 최고의 착시예술가. 에스허르 본인이 수학에 관심이 많았기에 작품에서 테셀레이션을 주로 사용하여 기하학적인 면이 크다보니, 이 목록 위아래에 있는 현대 착시예술가들에 비하면 많이 딱딱하고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그런 만큼 여러 수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진중권이 쓴 "미학 오디세이" 시리즈의 1권은 이 사람을 다루고 있다.
- 옥타비오 오캄포(Octavio Ocampo, 1943년 2월 28일 ~)
멕시코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 아르침볼도와 비슷하게 물체들을 끌어모아서 초상화를 그린다. 작품 갤러리(아카이브) 작품 갤러리 2(일부)
- 오스카 루터스버드(Oscar Reuterswärd, 1915 ~ 2002)
스웨덴의 착시 도형 화가. 우표처럼 시리즈가 많다. 작품 갤러리(경매 사이트)
- 롭 곤살베스(Rob Gonsalves, 1959 ~ 2017)
캐나다의 착시 풍경 화가. 대부분의 작품이 차원이동 수준이다. 작품 갤러리
가운데를 볼펜 같은 걸로 가리고 보면 차이가 확실히 느껴진다. 어느 순간에 경계선을 넘어 다른 그림으로 넘어가는 게 포인트.
- 산드로 델 프레테(Sandro del Prete, 1937 ~)
스위스의 착시 화가. 무난한 것들이 많다.
- 스티븐 마이클 가드너(Steven Michael Gardner)
동물 착시 화가. 착시가 아닌 것들도 많다. 위의 베브 두리틀과 더불어 가장 귀여운 착시 그림을 그리는 화가. 작품 갤러리
- 빅토르 바자렐리(Victor Vassarely)[6]
착시 화가.
2.3. 도형
흔히 심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빌헬름 분트(Wilhelm Wundt)의 분트 착시(Wundt illusion) 예시뮐러-라이어 착시(Muller_Lyer illusion)
\[그래픽예시\]뮐러-라이어 착시 \(같은 길이의 수평선들\) |
Nintendo Switch 로고. 양쪽 크기가 똑같아 보이지만 사실 왼쪽이 좀 더 크다. |
2.3.1. 소실점
원근법에서 소실점 착시을 사용하는 투시원근법\[그래픽예시\] 소실점 착시 (같은 넓이에 위치한 연장된 수직선들) |
2.4. 기타
- 프란체스코 보로미니가 만든 로마 스파다 궁전 마법의 복도. 실제 길이는 8미터이나 착시효과를 통해 약 30미터 길이로 보이도록 만들었다.
- 렌티큘러 기법도 착시의 일종이다.
- 인천광역시 중구 영종도에 '폰조 착시'로 인해 바다 건너편의 물류터미널 건물이 크게 보이는 형상이 나타난다. 영상
- 보도블록으로도 착시 현상을 구현할 수 있다.예시1(눈아픔 주의) 예시2(눈아픔 주의)[7]
- 화장도 착시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특히나 눈 주변 화장은 눈을 커보이게, 립스틱은 입술을 두꺼워 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 펀하우스: 착시현상을 이용한 어트랙션.
3. 착시를 이용한 게임
4. 참고할 만한 사이트
5. 관련 문서
- 도깨비도로
- 드레스 색깔 논란
- 렌티큘러
- 서울 지하철 2호선 - 문 위에 2호선 노선을 보여주는 스크린이 있는데, 이는 격자착시를 유발한다.
- 애너모포시스
- 옵아트
- 으후루꾸꾸루후으
- 음란마귀
- 위장
- 캠릿브지 대학의 연결구과
- 자크 킹
[1] 정확히는 눈이 아닌 뇌의 착각이다.[2] 못 믿겠으면 그림판에 복붙하고 흰 선을 색칠하거나 검은 선을 하얗게 칠하자. 다른 색으로 칠하면 회색이 아닌 다른 색으로 보인다.[3] 따라서 몇몇 자잘한 강의나 오리엔테이션에서 유명한 착시 그림을 보여주고 '둘 다 볼 수 있는 사람이 하나밖에 못 보는 사람보다 더욱 뛰어나다 카더라'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아무리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틀린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마다 느낀 것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상 가치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4] 사실 차량들의 크기가 원근법을 감안해도 비슷비슷하다는 점에서 전혀 착시가 아님을 알 수 있지만, 도로에만 집중하면 정말로 요금소 부분이 튀어오른 것처럼 보인다. 물론 차량을 크게 만들면 가능하다. 하지만 역으로 원근법을 이용한 착시는 존재한다.[5] 덧붙여 호가스는 착시 전문 화가는 아니었기에, 거지의 오페라를 상연하는 모습 등 일반적인 초상화와 인물화 등을 많이 남겼다.[6] 이태리식 이름 같지만, 헝가리계 프랑스인이다.[7] 해당 배색이 착시를 발생시키는 원리는 화강암 무늬, CADPAT, MARPAT 같은 픽셀(디지털) 위장 무늬의 원리와 유사한데,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무늬를 보면 뇌가 자연스럽게 보정하면서 흐리게 인식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