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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로타이어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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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상세3. 원향4. 입증의 문제5. 월나라와의 연관성

1. 개요

오스트로네시아어족크라다이어족이 하나의 기원을 공유하고 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하는 거대어족 가설. 두 어족간의 비교언어학적 유사성은 20세기 중반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동력을 잃지 않고 꾸준히 연구되어오고 있는데, 이 둘을 묶는 상위어족으로 오스트로타이어족이 있다는 가설이 제시된 것이다.

2. 상세

미국 인류학자이자 언어학자인 폴 베네딕트(Paul K. Benedict)는 오스트릭어족 가설에 착안하여 1942년부터 오스트로네시아어족과 크라다이어족 간의 계통적 관계를 제안하였고, 1990년까지 수정 및 보완을 거듭하며 발전시켰다. 베네딕트의 가설은 언어학자들에게 비교 재구의 엄밀성 등 여러 문제로 비판을 받았지만, 오스트로네시아어족과 크라다이어족의 기초어휘가 유사함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는 아니리라 생각하는 언어학자들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 그 중 대표주자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분량이 많은 동원어 목록을 제시한 태국 출신 언어학자인 위라 오스타피랏(weera ostapirat).

중국 남부에는 21세기에 이르러서도 미기록되거나 덜 연구된 크라 어파 언어들이 있었는데 그런 언어들 가운데에는 크라다이어족의 주요 언어인 태국어, 라오어, 샨어 등이 1음절 어근으로 바뀐 것과 달리 좀더 보수적인 2음절 어근을 보유하고 있는 언어들도 있다. 이들 2음절 어근은 오스트로네시아 조어의 주요 특징가운데 하나로, 이들 크라 어족의 어근목록은 재구된 오스트로네시아조어 어근과 음상적으로 유사할 뿐아니라 일부 대응을 찾아낼 수 있기까지 하다.

오스트로타이 가설은 아직 압도적 다수설이라고 할 단계는 아니지만 최근에는 크라 어파 언어들의 성조와 오스트로네시아조어의 어근 말 자음 사이의 대응[1], 혹은 양 어족간 어근 간 모음대응이[2] 존재한다는 사실까지 주장된 바가 있는 등 주의깊게 살펴봐야할 부분들이 있다.

다른 거대어족 가설들과는 달리 오스트로타이가설은 연구가 진척될수록 점점 더 많은 공통점이 축적되어가거나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는 경향이 있어 이제는 단순한 소수설로 치부하기에는 어려운 단계에 왔다. 물론 계통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규모로 이뤄진 상호 차용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으나 현재의 단계에서 이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크라다이어족에서 문헌기록역사가 비교적 길고 가장 정치적으로 유력한 언어인 태국어는 크라다이어족 내에서도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편에 속하므로 비교적 원시적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언어와 방언의 기록 및 면밀한 비교연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추후 연구성과가 축적되고 회의적인 주장을 성공적으로 반박할 수 있게 되면 오스트로타이 가설 또한 데네예니세이어족에 이어 현대 역사비교언어학의 주요성과로 자리매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스트로타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라오인과 태국인의 조상은 대만으로 이주하기 전 오스트로네시아인의 직접조상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거나 아예 그 두 민족집단이 공통기원을 공유하는 것이라는 추측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추후 형질인류학이나 고고학적 연구결과로 언어학적 연구결과를 뒷받침하는 학제적 연구의 가능성도 남아있다.[3]

3. 원향

파일:austro-tai urheimat.png
오스트로타이어족 가설이 맞다면, 과연 오스트로타이조어에 해당하는 언어를 사용하던 민족들은 어디서 기원한 것이냐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

오스트로타이어족 가설의 지지자들은 크게 (1) 양쯔강 하류 가설과 (2) 타이완 가설을 미는 지지자로 양분되어있다.

양쯔강 하류 가설의 지지 근거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의 원향이 현재로서는 타이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5000-6000년전 오스트로네시아인의 기원을 더 거슬러올라가면 지금의 푸젠성광둥성일대로 소급될 수 있다는 점이 그 근거이며 두 번째 근거는 크라다이족역시 남동중국에서부터 서쪽으로 진출해왔으므로 이 두 가지 증거를 바탕으로 추론하면 오스트로타이어족의 원향 또한 남중국 일대 일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타이완 가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크라다이어족과의 유사성은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의 모든 분류군에서 발견되지 않으며 특히 말레이폴리네시아어파에서 발견된다는 점을 들어 오스트로타이어족의 원향을 타이완에 둔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크라다이어족이란 사실 오스트로네시아어족과 동등한 어족이 아니라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의 하위 어파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4. 입증의 문제

오스트로타이어족 가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오스트로네시아어족과 크라다이어족 사이에 공유되는 기초어휘의 수가 적다는 데에 있다. 기초어휘를 어느정도 공유하는 것도 맞고 일부 음운대응도 발견되지만 하나의 어족이라 보기에는 턱없이 적다는 것. 사실 아무런 계통적 연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주류가설인 한국어족과 일본어족 사이에도 적지만 일부 음운대응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가령 한국어의 [m]과 일본어의 [b]가 대응되는 예시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증거만 보고 한국어족과 일본어족이 같은 기원을 두고 있다고 주장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상황이다.

두 번째 난점은 크라다이어족의 구성언어들이 상당히 급진적인 역사적 변화를 거쳤다는 것이다. (1) 크라다이어족의 절대 다수 언어는 이음절 어근 중 두 번째 음절만 남겨두고 첫번째 음절은 탈락하는 경우가 많아 재구의 어려움을 야기한다.예컨대 영어의 mother[mʌ.ðɚ]가 시간이 흐르면서 첫번째 음절이 탈락하고 두번째 음절의 ther[ðɚ]만 남았다고 생각해보자. [ðɚ]를 보고 이것이 라틴어의 mater[ˈmäːt̪ɛr]와 동원어(cognate)임을 밝혀내는 것은 꽤나 어려운 작업이 될것이다. (2) 크라다이어족 가운데 태국어라오어등 화자수가 많고 기록역사가 비교적 오래된 언어들의 경우 중국제어의 영향으로 재어휘화(relexification)가 상당히 진행되어 수사(number)같은 기초어휘에서도 고유어 숫자가 사라지고 중국어의 영향이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이러한 재어휘화 역시 크라다이조어, 더 나아가 오스트로타이조어의 재구를 어렵게 만들며 오스트로타이어족 가설의 입증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이다.

마지막 난점은 상술한 것처럼 오스트로네시아어족 가운데 유독 말레이폴리네시아어파가 크라다이어족과 더 높은 유사성을 보인다는 점을 설명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별적 유사성이 두 어족 간의 계통적 연관관계를 반영하고 있다면 크라다이어족이란 타이완에서 중국 남부로 역이주한 뒤 중국어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말레이폴리네시아어의 별종에 불과하며 크라다이어족은 말레이폴리네시아어파의 하위 분류군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게 된다.

다만 이음절 어근의 문제와 재어휘화 문제는 크라어파(Kra languages) 언어들이 크라다이 어족의 다른 언어들 보다 보수적이므로 실마리를 잡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특히 보앙어(布央语)는 크라다이어족 가운데 이음절 어근을 보존하고 있는 몇 안되는 언어로 기초어휘 어근들이 오스트로네시아조어와 상당한 유사성을 보인다.

그리고 크라다이어족이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의 하위 분류군인지 자매 분류군인지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오스트로네시아제어와 크라다이제어의 근연관계를 전제하고 진행되는 논의이므로 오스트로타이가설의 별종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5. 월나라와의 연관성

한편 월나라의 존재 자체가 오스트로타이어족의 근거가 된다는 주장도 있다. 자세한 것은 월나라 문서 참고.

기록된 월어 관련 어휘 기록이나, 오어에 남아 있는 기저언어에 대한 분석에서는 크라다이어족의 요소가 눈에 띄게 많이 보인다. 하지만 몸에 문신을 했다는 점, 이를 검게 물들이는 풍습이 있다는 점, 머리를 짧게 깎는 풍습, 항해에 능한 점 등 오스트로네시아 어족의 문화적 특성들이 뚜렷한데다가[4], 오스트로네시아인들의 본향인 대만에 바로 접해 있다는 점 등의 비언어학적 기록은 월인이 오스트로네시아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월나라에 대한 의견 불일치가, 오스트로타이어족을 채택하면 두 의견이 모두 맞게 되면서 깔끔히 해결된다는 것이다.

2022년 최근 남중국~동남아시아 지역 유전체를 분석한 연구[5]에 따르면 오나라가 세워진 양쯔강 하류 지방의 사람들은 초나라로 대표되는 양쯔강 중류의 사람들과 구별되는 이들로서 크라다이어족과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오나라를 구성한 이들과 동계에 가깝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연구 결과만 본다면, 오스트로네시아어족과 크라다이어족이 같은 푸젠성-양쯔강 하류 유역의 집단에서 기원했다는 것이 밝혀짐으로서 오스트로타이어족 가설을 뒷받침하는 유전학계의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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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agart, Laurent. (2004). "The higher phylogeny of Austronesian and the position of Tai-Kadai". Oceanic Linguistics, 43(2), 411-444.[2] SMITH, Alexander D. "NEW EVIDENCE FOR AUSTRO-TAI AND OBSERVATIONS ON VOWEL CORRESPONDENCES." JSEALS (2022): 73.[3] 다만 이런 학제적 연구 특성상 어설프게 진행되는 경우 많은 오류로 이어지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4] 다만 이런 "오스트로네시아적 문화 특성"은 오스트로네시아족의 특징이 아니라 과거 보하이만황해, 대한해협동중국해를 아우르던 무역경로를 통해 전파된 문화요소라는 가설도 존재한다.[5] X huang et al. (2022) - Genomic Insights Into the Demographic History of the Southern Chinese, Front Ecol Evol, 10:853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