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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7-30 04:02:58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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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상세3. 내용4. 동물 목록5. 기타6. 연표7. 외부 링크8. 관련 문서

1. 개요

유명한 개념예술가 호안 폰트쿠베르타(Joan Fontcuberta)가 기획한 전시회를 책으로 펴낸 것이자 원제는 《Fauna》(1989).

2. 상세

이 책에 등장하는 사진은 물론 페터 아마이젠하우펜이라는 사람까지 모든 것이 폰쿠베르타와 그의 동료인 포르미게라의 순수 창작물이다. 즉 진짜 과학연구의 결과가 아니라 그걸 흉내낸 개념예술(conceptual art) 작품이다. '아마이젠하우펜'과 '포르미게라'의 의미는 모두 '개미언덕'이다. 게다가 아마이젠하우펜 박사의 조수 이름은 '한스 폰 쿠베르트'로, 폰트쿠베르타 본인의 이름을 이용한 말장난이었다.

이 전시회는 정말 정교하게 기획되어 있어서, 사진은 물론 동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 아마이젠하우펜 박사의 노트 독일어 원문과 영어 번역본, 엑스레이 사진과 해부도, 실제 동물들의 시신을 짜깁기하여 만든 박제, 그리고 동물의 울음소리 테이프[1]까지 전시되었다. 거기에 아마이젠하우펜 박사의 삶에 대해 여러 사람들과 인터뷰한 영상까지 상영되었다. 덕분에 1989년 바르셀로나 자연과학박물관에서의 전시회에서는 관람객 중 20~30대의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30%가 '이 동물들이 실제로 존재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전위예술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존재가 불문명한 동물을 연구하는 것으로서, 과학유사과학(pseudoscience)의 경계에서 왔다갔다 하는 분야를 신비동물학(cryptozoology)[2]이라고 하는데, 이 전시회는 이러한 신비동물학의 개념을 예술에 끌어들이고 거기에 현대 과학의 연구방법론[3]을 버무려 매우 하드한 SF 작품을 만든 것이다. 이 전시회는 전례 없는 인기를 기록하여 그 유명한 뉴욕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에서도 전시되기에 이르렀고, 그 내용이 책으로 정리되어 출판된 것이 《Fauna Secreta》[4]이다.

이상한 동물들에 대한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이 믿을 수밖에 없는 형식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속았다. 전시회에 쓰였던 엑스선 사진[5], 그럴듯한 학명, 그리고 보고서가 첨부되어 함께 전시되었다. 거기에 확실한 낚시를 위해 오리너구리 등의 실존하는 생물 자료를 끼워넣기까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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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una Secreta》의 일본어판, 《비밀의 동물지(秘密の動物誌)》의 표지
문제는 이 책이 1993년 대한민국에 출판되었는데 이 책은 정식으로 정발된 책이 아니라 해적판이었으며 현대과학사에서 아동용 과학 도서 《Fauna Secreta》의 일역판인 《秘密の動物誌》(비밀의 동물지)를 중역하면서 SF가 아니라 진짜 과학책으로 장르를 바꿔 놓은 것이었다. 번역가이현모인데 정작 본인도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한 관련학과 전공자임에도 이 사단을 낸 것이다.

그래서 그 당시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당시 어린이들은 아직까지도 이 책의 내용을 사실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각 학교 도서관에 남아 있는 이 책으로 인해 (잘 모르고) 낚이는 사람은 가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당시 초등학생 독후감 필수도서 목록에 들어있기도 했고, 각 서점 어린이 과학서적 베스트셀러 분야에 진열되어 있는 등 당당한 과학 서적 취급을 받았다. 저 책의 내용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월간지에 실리기도 했다. 책과 과학을 좋아하던 어린이들의 정말 상당수가 이 책에 낚였다. 거기에 소재 자체도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소재인 것도 한몫했다. 이 때 범람하던 미스터리 학습만화 중에는 이 책에 나온 소재를 그대로 만화화 한 것도 있다.

출판된 책의 제일 뒷편 표지 안쪽에는 실제로 이 동물 울음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는 전화번호까지 적혀 있었다. 그 번호로 전화해 보면 "다리 달린 뱀이 내는 소리! 크르륵! 토! 크르륵! 토! 크르륵! 토! 크르륵! 토! 다리 달린 뱀이 내는 소리!"라는 말과 마치 가래 끓다 뱉는 듯 한 섬뜩한 소리가 나온 뒤 자동으로 끊겼다.

2024년 4월 이은북에서 "비밀의 동물 기록"이라는 이름으로 30년만에 정식으로 출판되었다.

3. 내용

독일의 동물학자인 페터 아마이젠하우펜 박사와 조수 한스 폰 쿠베르트(Hans von Kubert)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특이한 동물들을 찾아다니고 연구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많은 신비로운 동물들을 발견했고 이들에 대해 상세한 기록을 남겼다는 설정이다.

1990년대 후반에 재판이 발행되면서 표지가 바뀐 동물들이 조금씩 추가되었지만 이전 판에선 사진과 함께 조사기록도 수록되었다. 재판 본에 추가된 동물들은 사진만 수록되었다. 제3권과 제4권은 갑자기 내용이 뭔가 바뀌더니 나비, 들소, 도도 등 실존하거나 멸종된 동물들에 대한 얘기가 되었다. 등장인물도 조수인 한스는 동일하나 공동 저자는 아마이젠하우펜 박사에서 헤르베르트 벤트 박사로 교체되었다.

엄밀히 아마이젠하우펜 박사가 직접 쓴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박사는 1955년 스코틀랜드 북부를 홀로 여행하던 중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차는 발견되었지만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나중에는 그의 저택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거기에 보관된 그의 연구자료들의 상당수가 소실되었으나, 시간이 한참 지난 후인 1980년대 들어서서 스페인의 사진작가인 호안 폰트쿠베르타(Joan Fontcuberta)가 스코틀랜드에서 화재에서 살아남은 기록들을 우연히 찾은 후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폰트쿠베르타는 글, 사진 작가인 페레 포르미게라(Pere Formiguera)와 공동으로 이들을 정리했고 1987년에 이 책이 출간됐다는 것이 기본적인 골자이다.

4. 동물 목록

대략 다음과 같은 동물들을 어린이들의 수준에 부합하도록 설명한다.
파일:흡혈토끼(아님).jpg
체코 보헤미아에 살며 흡혈귀처럼 날카로운 이 두 쌍이 위아래로 나있다. 페로스무스로 명명. 척색동물 고유의 신경계를 가지며 후각기관의 일부가 퇴화했다. 소나무나 참나무 밑둥치 근처에 굴을 파고 10~30마리가 공동생활을 하는데 잡히자마자 놀라서 죽고 박사가 실험실에서 한 개체를 해부했다. 생긴 것과 다르게 실제로는 곤충을 먹으며 흡혈을 하는 경우는 매우 제한된 상황에서만 이루어지는데, 늙어서 죽은 개체를 가족들이 시체에서 피를 먹은 다음에 땅에 파묻는다.

5. 기타

6. 연표

연대는 다음과 같다. 출처는 1권 부록으로 딸린 '피터 박사와 조수 한스의 세계여행지도' 파트에서 발췌. 세계지도에 번호를 매겨놓고 하단에 번호 설명이 붙은 식으로 되어 있다.

1. 1930년 6월 6일 이탈리아 남쪽 시칠리아 섬에서 불을 뿜는 도마뱀을 관찰하다.

2. 1931년 9월 17일 독일에서 한스가 오리너구리 사진을 얻다.

3. 1932년 3월 18일 모로코 투브칼 산에서 피터 박사의 사촌이 날아다니는 사자뼈를 가져오다.

4. 1937년 6월 23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모노 호수에서 토끼 다리를 가진 오리를 잡다.

5. 1938년 1월 11일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세와 강 하구에서 춤추는 외다리 조개를 잡다.

6. 1938년 5월 5일 미국 애리조나 주 소노라 사막에서 아르마딜로를 잡다.

7. 1938년 8월 15일 스페인 피레네 산맥 기슭에서 머리가 붙은 두마리 짐승을 관찰하다.

8. 1939년 4월 23일 일본 홋카이도에서 바다의 신을 관찰하다.

9. 1940년 5월 3일 체코슬로바키아 보헤미아 지방에서 드라큘라 토끼를 잡다.

10. 1940년 9월 12일 시베리아에서 대머리여우를 잡다.

11. 1941년 4월 30일 인도 타밀나두 주에서 다리가 달린 뱀을 잡다.

12. 1942년 7월 5일 남아메리카 에쿠아도르 령[11]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거북이등을 가진 새를 잡다.

13. 1942년 12월 6일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에서 찍은 뱀꼬리를 가진 큰쥐 사진을 얻다.

14. 1943년 11월 3일 아프리카 남쪽 마다가스카르 섬에서 껍질을 버리고 자살한 연체동물을 관찰하다.

15. 1944년 3월 11일 브라질 아마존 밀림에서 하늘에서 내려온 신 아즈란을 관찰하다.

16. 날짜는 알 수 없지만 아프리카 우간다 무바라라 지역에서 말을 하는 반인반수를 만나다.

7. 외부 링크

단순히 허구이지만 오히려 책의 내용이나 기획 의도는 의의가 매우 깊고 매우 흥미로우니 한번쯤은 참고할만 하다.

SF 작가 이산화가 해당 도서에 대한 칼럼을 썼다. 비행류도 언급한다.

8. 관련 문서


[1] 실제 동물의 울음소리를 활용한 것이 아니라 제작진들이 동물 울음소리를 흉내내서 녹음한 것이라고 한다.[2] 가상생물학과는 다른 개념이므로 주의.[3] 실험, 관찰, 기록, 해부[4] 또는 《Fauna》[5] 물론 해부학적으로 전혀 안 맞기 때문에 티가 팍팍 난다.[6] 공교롭게도 실제로 뱀의 조상은 다리가 달려있었다. 하지만 다리 달린 뱀과 달리 이쪽은 정상적으로 다리가 4개이다.[7] 한스의 삼촌이란 설정을 붙여서 등장시켰다.[8] 솔리테어의 발견자[9] 두권의 내용이 동일하다. 재출간인듯[10] 풍선장어와 비슷하게 변한다.[11] '에콰도르'가 맞는 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