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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21 20:45:37

보헤미아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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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candal in Bohemia

1. 개요2. 배경 및 논란3. 2차 창작

1. 개요

To Sherlock Holmes she is always the woman.
셜록 홈즈에게 있어 그녀는 언제나 여자였다.
셜록 홈즈 시리즈 최초의 단편이자 홈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만든 히트작이다. 셜록 홈즈의 시각적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삽화가, 시드니 파젯이 최초로 삽화를 맡은 단편이기도 하다.

셜록 홈즈의 모험에 수록된 첫 작품이고 장편을 포함하면 3번째 작품이다.[1]1891년 7월에 스트랜드 매거진에서 최초 발행되었는데, 스트랜드 매거진의 제1호가 1891년 1월에 나온 걸 고려하면 6개월 만에 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괜히 편집자들이 거금을 지급해서 도일을 설득한 것이 아니다.

여자를 얕잡아보던 홈즈의 사고방식을 싹 바꿔 놓은, 그 유명한 아이린 애들러가 등장하는 작품. 다만 아이린 애들러의 실제 등장 분량은 많지 않다. 서술자가 아이린을 직접 본 것은 단 한 번인데, 그것도 먼 발치에서 지켜본 정도이다.
==# 줄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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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8년 3월 20일, 결혼 생활(전작 네 개의 서명에서 만났던 메리 모스턴과 결혼했다.)을 즐기면서 개업의로 일하고 있던 존 왓슨은 오랜만에 셜록 홈즈베이커 가 221B번지의 하숙집을 방문한다.[2] 그리고 네 사람의 서명 이후 오랜만에 만나 반가워서인지 홈즈는 왓슨의 몸무게가 7.5 파운드 늘어났다는 예리한 관찰[3]부터 시작해서 추리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를 꺼낸다. 그 유명한 "자네는 지금 올라오면서 밟은 계단의 개수를 기억하나?"라며 관찰력을 언급하는 부분이 이 대목.[4]

한편으로 홈즈는 아래에 언급할 의뢰인이 보낸 편지지만으로 의뢰인이 보헤미아 출신임을 밝혀낸다. 편지에는 서명이나 주소가 전혀 없었지만, 편지지에 있는 이니셜이 독일어 약자이고 보헤미아의 독일어를 사용하는 지역의 이니셜임을 찾아내고, 편지의 문장이 독일인의 어법과 유사함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그 날 저녁, 보헤미아의 폰 크람 백작이라는 사람이 복면을 쓰고 홈즈를 방문한다. 의뢰인은 자신의 군주가 관련된 미묘한 외교적 문제 때문에 찾아온 것이며, 주인이 자신의 신원이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에 복면을 쓰는 결례를 범했고 폰 크람 백작이란 이름도 사실은 가명이라고 고백한다. 그러나 홈즈는 그 자리에서 의뢰인이 사실은 보헤미아 대공 '빌헬름 고츠라이흐 지기스문트 폰 오름슈타인' 본인이란 사실을 한 눈에 꿰뚫어보았다. 대공은 결국 복면을 바닥에 집어던지며 비밀과 권위를 포기하면서 의뢰를 한다.

그의 요청은 자신이 5년 전 왕세자 시절 바르샤바에서 아이린 애들러라는 가수와 사귀던 시절 함께 찍었던 사진을 회수해달라는 것이다. 그는 스칸디나비아 왕국의 둘째 공주 '클로틸드 로트만 폰 작센마이닝겐'과 혼인을 앞두고 있는데, 아이린이 결혼이 공식적으로 발표될 날 그 사진을 신부 측에 보내겠다고 협박을 해 왔다고 한다. 스칸디나비아 왕실은 가풍이 매우 엄격하고 클로틸드 공주 또한 예민한 성정이라, 대공의 과거 행실이 바르지 못했음이 밝혀지면[5] 당장에 파혼 크리에다 외교적 문제까지 비화될 것이라고. 홈즈도 이 얘기를 듣고 경솔하게 구셨다고 한 소리 한다. 대공은 백지 수표(여차하면 왕국의 일부를 떼어주려고까지 했다!)를 걸면서까지 사진의 회수를 부탁한다.

이에 홈즈는 술취한 마부로 변장하고 아이린 애들러의 주변을 수색한다. 이 때 어처구니없게도 결혼식을 올리고 있던 아이린과 그녀의 남편이자 변호사인 갓프리 노턴에게 이끌려 결혼식의 증인[6]으로 참석하게 된다.[7]

이러한 사건을 겪은 후 홈즈는 사진의 위치를 찾아내기 위해 왓슨과 함께 한바탕 연극을 꾸민다. 이번에는 목사로 변장한 다음, 여러 사람을 고용해 길거리에서 벌어진 싸움에서 아이린을 보호하려다가 부상을 입고 쓰러진 것으로 위장하여 아이린의 집에서 간호를 받는 식으로 그녀의 집에 들어가고, 그 틈에 왓슨이 아이린의 집에 폭죽을 던져 넣고는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게 해서 화재가 일어난 것 같은 상황을 꾸민다.[8] 만약 위기가 닥친다면 아이린은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인 사진을 확인하려 할 거라고 생각해서였는데 홈즈의 생각대로 아이린은 무의식 중에 숨겨두었던 곳에서 사진을 꺼냈고 이를 통해 사진의 위치를 알아내는데는 성공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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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실 아이린도 셜록 홈즈를 의심하고 있던 중이라[9] 역으로 남장을 하고 홈즈를 미행한다. 즉 베이커 가에 도착해서 홈즈의 정체를 알게 되자, 대담하게 그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얼른 집으로 돌아와 남편과 함께 피신한다. 그리고 바로 두 시간 후에 홈즈가 대공을 대동하고 아이린의 집에 찾아왔다.

아이린은 홈즈가 찾아올 때를 대비해서 자신의 집에 홈즈에게 보내는 편지와 대공에게 보내는 한 장의 사진을 남겼다. 편지에는 자신은 한때 대공을 원망했지만 이제 더 나은 남자(=지금의 남편)와 사랑에 빠졌으므로 보헤미아 대공에게 더 이상 관심이 없으며, 대공과 함께 찍은 사진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만 남겨놓을 것이라는 말을 남겨놓고 남편 갓프리 노턴과 함께 신혼여행을 떠난다. 물론 편지 말미에 아이린 애들러가 아닌 "아이린 노턴"이라고 서명하여 그 쪽에서도 만날 일 없을 거라고 못을 박았다. 이에 대공 본인도 안심을 하게 되었다.

그녀의 지성에 감탄한 홈즈는 보헤미아 대공이 주려는 값비싼 반지 대신에 아이린이 남기고 간 그녀의 사진을 받는다.[10] 그리고 여자들을 얕보는 말도 이전보다는 적게 하게 되며, 아이린 애들러만은 "그 여자(The woman)"라는 특별한 호칭으로 부르게 된다.[11]

2. 배경 및 논란

이 에피소드가 인기를 끌면서 실제 모델이 누군지를 추측하는 일이 잦았다. 역사에서 보헤미아 왕국을 통치했던 가문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합스부르크 가문으로 오스트리아 황제가 보헤미아 국왕을 겸임하였으므로, 의뢰인의 가문인 '오름슈타인 왕조'는 도일이 창작한 가상의 왕조이다. 또한 대공의 약혼녀의 출신국이라는 설정인 '스칸디나비아 왕국'도 실존했던 국가가 아닌, 가상의 왕국이다.[12] 다만 이 스칸디나비아 왕국의 통치 가문으로 설정된 '작센마이닝겐 왕조'는 실존했던 독일 제국의 구성국 중 하나인 '작센마이닝겐 공국'에서 따 온 것이다.[13]

이후 '마지막 인사'에서 본 사건의 의뢰인인 보헤미아 국왕이 고인이라고 언급된다. 마지막 인사는 제1차 세계 대전 발발 직전, 즉 1914년 8월의 일이니, 보헤미아 국왕의 사망은 그 이전일 것이다.

초반에 허드슨 부인 대신 뜬금없이 터너 부인이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허드슨 부인의 위치에 있는 캐릭터로 단순히 코난 도일의 실수일 가능성이 큰데 셜로키언들은 둘이 동일인물이라는 설, 허드슨 부인이 이후부터 등장하기 시작하므로 그 전의 하숙집 주인이라는 설, 홈즈의 다섯가지 은신처 중 한 군데의 주인이라는 설 등등을 내놓았다.

초반에 아이린의 편지에 대해 대공의 주장에 홈즈가 조목조목 반박하는 장면이 일품인데, '주석 달린 셜록 홈즈'에서는 이런 홈즈의 가벼운 대처에 대해 "이런 모습은 후기의 단편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턴'에서 비슷한 공갈협박을 참지 못하던 홈즈의 모습과 맞지 않는다."라고, 즉 캐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공이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중요한 사안을 흐리다가 홈즈가 끝끝내 캐물어서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라는 반박이 있지만, 오히려 이 반박이 내용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정확히는 대공이 편지에 대해서 걱정을 줄줄이 늘어놓자 모두 별 문제가 아니라고 간단히 논파하다가,[14] 같이 찍은 사진 이야기가 나오자 "어이쿠 그건 빼도 박도 못하겠네"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전후 맥락을 봐도 대공이 사진에 대해 젊은 날의 과오였다고 인정하다 홈즈가 놀리자 발끈하는 장면은 있지만,[15] 말을 돌리는 성격이라거나 실제로 말을 돌렸다는 대목은 없다. 대공이 거짓말을 한 건 홈즈를 찾아왔을 때 부탁을 받고 왔다며 신분을 속인 일 하나밖에 없다.

셜록 홈즈의 귀환의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턴"에서 초반에 교활한 협박꾼 밀버턴에게 말려들다못해 홧김에 덤벼들려다가 실패하는 대목과는 확실히 태도가 다르다. 작가 특유의 설정구멍일 수도 있지만 상술했듯이 한 나라의 왕족을 놀리는 것만 봐도 높으신 분들이라 일부러 가볍게 대응했을 수도 있고, 정확히는 각 에피소드의 범인이 너무나 다른 탓에 관련된 묘사도 달라졌다고 봐야 한다.[16][17]

3. 2차 창작

셜록 홈즈(그라나다 TV)의 첫 번째 에피소드이다. 마지막에 아이린이 공작과 찍은 사진을 바닷속에 던져버리는 오리지널 장면이 나오는데 꽤 인상적.

셜로키언인 베어링굴드가 쓴 셜록 홈즈 가상 전기 '베이커가의 셜록 홈즈'에서는 홈즈가 사실 보헤미아 국왕과 초면이 아니었고, 그가 아직 '플로리젤 왕자' 였을 때 함께 사건에 휘말린 적이 있었지만 왓슨에게는 숨겼다고 묘사된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자살 클럽의 설정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소설 '자살 클럽'은 상류층 젊은이들을 꾀어 자살하게 하고 그 유산을 빼앗는 '자살 클럽'의 음모를 보헤미아 왕자 플로리젤과 경호원 제랄딘 대령 두 사람이 막아내는 내용인데, 베어링굴드는 이 플로리젤 왕자가 바로 빌헬름 폰 오름슈타인이고 그를 도와준 탐정이 셜록 홈즈였다고 2차 창작을 한 것이다.

셜록(BBC) 시즌 2 1화는 이 에피소드를 각색한 것인데 제목이 '벨그라비아(Belgravia) 스캔들'로 바뀌었다. 벨그라비아는 런던의 대표적 부촌 중 하나로, 바로 옆이 버킹엄 궁전이다.

글송이 판 셜록 홈즈의 모험에서는 '보헤미아 왕실의 위기'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대역전재판 시리즈에서는 미래 과학과 망령의 귀환에서 이 에피소드와 관련된 인물로 보헤미아의 어린 왕자가 등장한다.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만국박람회를 관람하러 왔다고 한다. 위에 나온 긴 이름이 그대로 출력되어 주인공 나루호도가 잘 외우지 못하는 것이 개그 포인트가 된다. 다른 에피소드에서 홈즈는 이 사건을 "독일 왕국 스캔들"로 언급하지만 그건 홈즈가 잘못 기억한 것이고, 본 작품에서도 해당 사건의 배경은 보헤미아 왕국이 맞다.


[1] 최초는 주홍색 연구, 2번째는 네 개의 서명.[2] 이 때 왓슨의 독백에서 홈즈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데, 홈즈는 모든 종류의 사회를 거부하고 할 일 없으면 담배를 피우면서 오래된 책을 보고 있곤 한다고.[3] 왓슨은 7파운드라고 정정했다.[4] 요컨대 추리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평소에 주변 사물에 주의를 기울이고 관찰하는 버릇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5] 요즘이야 유럽 왕실에서 왕족들이 자유 연애를 하다가 평민(물론 보통은 신분이 평민일 뿐 나름대로 사회적 위치가 한 끗발 하는 사람들이고, 진짜 서민과 연애결혼하는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드물다)과 결혼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지만, 작중 배경은 19세기다. 장차 일국의 군주가 될 왕세자가 한낱 오페라 가수 '따위'와 연애를 했었고(당시 가수의 지위는 현재보다 훨씬 낮았다.), 사진이라는 증거까지 떡하니 남아 있다면 작은 스캔들이 아니다. 현대 사회로 비유하면, "모 재벌집 젊은 오너가 다른 재벌집 딸과 약혼을 했는데 알고 보니 도련님 시절에 앞에서는 얌전을 떨다가 뒤로는 유흥업소를 들락거리고 화류계 여성과 교제했으며 뭘 잘 했다고 낯뜨거운 사진까지 당당하게 찍어 놨더라" 하는 수준, 정치외교적인 파급력은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아직도 왕족이나 귀족, 상류층의 성적인 보수성은 서구에서도 생각보다 굉장히 강하다.[6] 그 당시 풍습으로는 결혼식을 올릴 때에는 당사자 두 사람, 주례를 맡을 성직자, 그리고 증인이 될 사람이 필요했다. 보통은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이 모두 결혼의 증인이 되는 식이지만, 증인이 한 명만 있어도 결혼을 성립시키기 위한 형식적 요건은 갖춰졌다. 자전거 타는 사람 사건에서도 증인 역할의 한 패가 있었다. 작중에서도 급히 결혼을 하느라 증인이 없어서 곤란해하던 차에 홈즈가 그 역할을 맡게 된 것.[7] 나중에 대공은 아이린의 결혼을 전해듣고, 아이린이 그 남자를 사랑할 리가 없다며 부정하다가 이내 상심하는 모습을 보인다.[8] 사람은 불이나면 소중한 걸 챙긴다고 하는데, 예를 들어 미혼 여자들은 보석함, 기혼 여자들은 아기를 챙긴다.[9] 과거 대공이 사진을 찾기 위해 도둑을 고용했던 적도 있고 또, 아이린 애들러의 지인이 만약 대공이 사진을 찾기 위해 누군가를 고용한다면 영국 최고의 탐정인 홈즈를 선택할 거라고 조언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린도 나름 조심하던 중이었는데, 불이 났을 때 자기도 모르게 사진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던 자신을 깨닫고 '혹시?'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10] 신랑의 정체편을 보면 금제 코담뱃갑을 별도의 선물로 받았다는 언급이 나온다.[11] 세상에 차고 넘치는 평범한 여자들과는 달리 특별한 '바로 그' 여자라는 뜻으로(영어에서 일반 인칭 명사에 정관사를 붙이면 이를 높여서 부르는 것이기도 하다.), 홈즈가 자기 나름의 경의를 표하고자 한 것이다. 다만 한국어로는 '그 여자'라고 하면 그다지 경애하는 느낌이 아니며, '그 여성분'처럼 공경의 뉘앙스를 담은 단어로 번역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12] 책이 출간할 당시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는 노르웨이가 스웨덴으로 병합되어 설립된 스웨덴-노르웨이 왕국이 있었다.[13] 참고로 이 작센마이닝겐 공국을 다스렸던 가문은 베틴 가문이다.[14] 원문을 보면, 대공은 자신의 서명이 있고 전용 편지지를 썼으며 왕실 인장으로 봉했고 자신의 사진도 있다고 걱정을 늘어놓고, 홈즈는 하나하나 "흐흥! 위조입니다. (Pooh-pooh! Forgery.)" "훔쳤겠죠. (Stolen.)" "짝퉁입니다. (Imitated.)" "샀겠죠. (Bought.)"라고 매번 한 단어로 칼같이 대답한다. 즉 어지간한 증거는 상대가 폭로해오더라도 그냥 조작이라고 무시해버리면 그만이라고 받아넘기다가,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자 그건 발뺌할 수 없겠다고 받아들이는 것.[15] 대공이 사람을 써서 되찾으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는 말에 "그렇게 간단한 걸요?"라고 웃으며 말하자 대공이 "나한테는 심각한 문제다."라고 꾸짖듯이 말하고 홈즈도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16] 밀버턴은 결국 홈즈가 나서기도 전에 과거의 피해자가 발벗고 나서서 쏜 총에 맞아 죽었지만, 아이린은 어디까지나 본인을 지키기 위해서였다.[17] 시대상을 감안해서 볼 경우, 셜록 홈즈는 전통적 신사답게 행동하는 인물인데,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시대상에서는 남자가 강한 입장이고 여자가 약한 입장이므로 신사라면 여자를 보호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당장 연애 관련 추문이 드러나면 남자보다 여자쪽이 훨씬 더 큰 타격을 받는 시대였던 것. 게다가 의뢰인인 오름슈타인 대공은 한 나라의 군주라는 압도적인 강자의 입장에 있는 인물이기도 하고, 또 금전을 목적으로 협박하기 위해 남의 비밀을 수집하는 전문적인 갈취꾼인 밀버턴에 비해 아이린의 경우는 자신도 관련된 과거사를 폭로하려 든 것이라는 차이도 있다. 결국 홈즈가 밀버턴 사건에 대해서는 '연약한 여성들을 협박하고 갈취하다가 파멸로 몰아넣기까지 하는 저 더러운 놈은 혼쭐을 내줘야 한다'고 격분하면서도 아이린 애들러 사건에 대해서는 의로인이 한 나라의 국왕 폐하인데 고작 다른 왕실 여성과 파혼 당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으니 다른 태도를 취하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변호할 여지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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