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1970년대 말기에 나타나 1980~1990년대까지 일본 애니계의 최주력이었던 거대로봇물의 하위 장르이다. 슈퍼로봇물과 비교해 보면 로봇의 초월성, 영웅성보다는 전투의 사실성과 핍진성을 중시한 장르이다. 다른 말로 리얼계라고도 한다.대표적으로 건담 시리즈와 마크로스 시리즈가 이쪽의 양대산맥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 두 작품이 리얼계의 명성을 드높이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
슈퍼로봇과 리얼로봇의 비교와 우열 논쟁은 한때 오덕 사이트에서 건담 이상으로 싱싱했던 최고의 떡밥이었다.
2. 시작과 기동전사 건담
리얼로봇물의 효시인 기동전사 건담은 기존의 로봇 애니메이션들과 모든 방면에서 상이한 지향점을 가진 작품이었다. 우선 당대 모든 거대로봇물이 가지고 있었던 문제인 거대로봇에 대한 당위성을 미노프스키 입자 등의 과학적 설정을 도입함으로써 효과적으로 해결하였으며, 로봇이 아닌 인물 중심의 파격적인 전개 방식을 차용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건담은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의 사상적 배경 아래 전쟁의 참혹함과 사람 간의 갈등에 대한 묘사를 최대한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장치로서 로봇을 이용하였다. 즉, 철완 아톰으로 대표되는 인간적인 로봇의 묘사를 폐기하고 철저히 미래 과학의 산물이라는 측면에서 로봇을 바라본 것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어린아이가 아닌 성인들도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였으며, 이에 힘입어 건담은 폭발적인 흥행과 함께 우주전함 야마토에 이은 제2차 애니메이션 붐을 선도할 정도의 인기를 구가했다. 이후 전쟁이라는 상황 속의 인간 드라마와 병기로서의 로봇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우후죽순 제작되었으며 이런 흐름 속에 나온 작품들이 80년대 후반부터 리얼로봇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3. 흐름과 변천
그 후에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를 위시한 초시공 시리즈나 선라이즈의 프로듀서 야마우라 에이지의 작품 등 수많은 리얼로봇물이 등장했지만, 건담이 만들어낸 새로운 흐름을 완전히 정착시킨 작품은 1981년에 방영된 태양의 엄니 다그람으로 여겨진다. 다그람은 인간형 병기의 등장 외에는 현대와 별 차이 없어 보이는 세상에서 현용 전투 헬기의 콕핏을 그대로 박아놓은 듯한 형태의 인간형 병기들이 싸우는 모습과 현대사 속에서 사그러든 혁명을 은유하는 듯한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었다. 반다이의 성공을 본 후 프라모델 시장에 뛰어들어 이런 다그람의 세계를 프라모델화한 완구 회사 타카라는 엄청난 수익을 올렸고, 이후로도 계속해서 프라모델 판매가 가능한 로봇 애니메이션의 스폰에 달려들게 된다.다그람의 뒤를 이은 건 1982년 등장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였다. 현용 병기 형태에서 변신하며 공중전과 시가전을 치르는 배트로이드와 전차가 걸어다니는 것 같은 데스트로이드들이 가득한 군인들의 전장, 그리고 연애 드라마를 보는 듯한 사랑 이야기의 성공적인 조합은 오타쿠 사회에 일대 파장을 일으켰다. 그리고 1983년엔 장갑기병 보톰즈가 등장한다. 땅딸막한 스타일에 그야말로 몰개성한 무기라는 느낌이 가득한 보톰즈 속 A.T들은 궁극의 리얼로봇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준으로까지 발전했고, 프라모델 역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건담의 아버지 토미노 요시유키가 다시 감독한 전투메카 자붕글이나 성전사 단바인 같은 작품들이 합류하면서 리얼로봇물은 당대 애니계의 주류로 부상한다.
하지만 1984년에 이르면 벌써부터 리얼로봇 붐은 식기 시작한다. 리얼로봇물을 지탱한 돈줄은 건프라로 대표되는 프라모델이다. 프라모델이 팔려야 리얼로봇물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건담으로 프라모델에 빠져든 세대는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흥미를 잃어갔고, 반다이도 타카라도 건담이나 다그람 시절과는 영 다른 매출액을 맞닥뜨려야 했다. 업계의 선두 주자들이 그러하니 이 시기 경쟁에서 밀리던 기존의 완구회사들은 그대로 몰락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전체 로봇 애니메이션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새로운 어린 수요층이 가지고 놀기에 프라모델은 다소 난도가 높은 물건이었으며 그런 물건의 광고용인 리얼로봇물 역시 어린 수요층에게는 거리가 있는 작품이었다. 거기다 닌텐도는 프라모델에게 너무나도 강력한 적이었다.
1985년, 이런 위기 상황 속에 기동전사 Z건담이 '꿈이여 다시 한 번!' 하듯이 등장했다. 하지만 Z건담은 어느 정도 인기를 얻는 데는 성공했어도 기댓값보다는 영 모자란 성과를 올렸고, Z건담을 이은 기동전사 건담 ZZ는 그보다 훨씬 부진했다. 다그람으로 붐을 일으켰던 타카하시 료스케가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를 들고 왔지만 조기종결로 맺음하고 말았다.
1987년 기갑전기 드라고나를 마지막으로 완전히 물러나면서, 기동전사 건담으로 시작한 리얼로봇 붐의 시대[1]는 끝이 난다. 이후 1988년에 기동경찰 패트레이버가 유우키 마사미에 의해 코믹스로 연재되기 시작하고, 애니메이션으로 출시되었으며, 일상 로봇물이라는 참신한 설정과 유려한 메카닉 디자인, 현실적인 등장 인물들의 매력에 힘입어 크게 성공하였다. 그러나 타카라가 로봇 프라모델 시장에서 물러나면서 이제 리얼로봇이라 불리는 종류의 로봇 애니메이션에 돈을 댈 스폰서는 반다이만이 남게 되었다. 썩어도 준치라고 1989년까지 건담 시리즈가 명맥을 잇고 프라모델과는 상관 없이 만들 수 있는 OVA에서 약간씩 나오긴 했지만, 한 시대는 저렇게 저물어 갔다.
90년대 중후반에 리얼로봇물의 요소를 많이 차용한 슈퍼로봇물인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등장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의 패러다임이 통째로 뒤집히면서 리얼로봇의 두 축이었던 건담 시리즈와 마크로스 시리즈조차 모두 몰락의 위기에 처하게 될 정도[2]로 리얼로봇물물이 시들어졌다.
에반게리온의 등장도 등장이지만, 버블경제가 꺼지면서 한동안 일본 애니메이션 자체가 박살난것도 크다. 또한, 회생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어떻게든 밥이라도 벌어먹기 위해 겨우겨우 모에풍 그림체로 제작을 이어나가는 상황이었기에 로봇물 전체가 시들어진 상황이다.
4. 리얼로봇물 시대의 슈퍼로봇물
리얼로봇물의 발전으로 인해 마징가Z 이후의 슈퍼로봇물이라고 불린 작품들은 어린이용 작품이라고 까이게 되었으며 결국 이런 만화들은 그 당시에 자취를 감춰버리게 되었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1979년까지 로봇물을 지탱하는 스폰서는 뭐니뭐니 해도 완구회사였다. 그런데 1980년 반다이가 건담 프라모델을 들고 나오고 거기에 타카라까지 로봇 프라모델을 들고 나오자, 가격 문제와 이런 저런 점들 때문에 로봇 완구들이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거기다 건담의 열풍을 받게 되면서 애니메이션 업계 안에선 슈퍼로봇물을 만든다 해도 기존의 단순한 구조의 로봇물보다는 좀 더 복잡한 내용의 작품을 시도하게 되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완구 구매층과 애니메이션 팬층의 괴리를 불러오게 되었다.
거기다 1983년에는 닌텐도의 패미컴까지 시장에 등장했고, 값비싼 로봇 완구는 패미컴과 로봇 프라모델 양쪽에서 치이는 신세가 되고 만다.
결국 1984년에는 일본 완구 업계 3위를 차지하고 있던 회사인 타카토쿠토이스가 파산하고 타카토쿠토이스가 스폰서를 하던 로봇 애니메이션들도 모두 파행에 이르게 되었으며, 한때 모회사인 반다이를 능가하던 수익을 올리던 완구 회사 포피도 모회사에게 합병되기에 이르렀다.
이른바 슈퍼로봇 스타일의 로봇 애니메이션들이 줄어든 건 그런 작품들이 어린이용이라면서 외면받아서 그런 게 아니라, 로봇 완구와 프라모델과 패미컴이 얽힌 시장 경쟁과 슈퍼로봇 스타일의 로봇을 팔아야 하는 완구 회사와 건담 이후의 영향을 받은 애니메이션 회사간의 불일치 등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생겼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타카라의 완구를 팔아먹는 애니메이션인 트랜스포머가 단순한 대립구도 등으로 완구 수요층이 되는 어린이들에게 지속적으로 먹혀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마신영웅전 와타루로 시작한 SD로봇 계열 역시 완구 수요층과 스폰서의 요구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슈퍼로봇물이라 분류될 만한 스타일의 로봇 애니메이션이 다시금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게 되었다.
다만 슈퍼로봇물 역시 리얼로봇물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기도 하였다. 디테일을 늘려서 현실적으로 보이게 하거나 인간관계 및 배경을 더 현실화하는 등으로 핍진성을 보충하는 식이다.
5. 리얼로봇물의 정의?
리얼로봇물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꽤나 오래된 떡밥이나, 아주 편의적으로 분류해 버리자면 군대 분위기에 병기 냄새 좀 넣고 좀 그럴듯해 보이는 설정[3]을 덧붙여 놓은 게 리얼로봇물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상품과의 연계 면으로 보자면, 전차나 비행기 냄새 풍기는 로봇 프라모델을 팔아먹기 좋은 로봇물이 리얼로봇물이라고 할 수도 있다.저런 편의적 분류가 차라리 나은 건 애당초 리얼로봇물이란 장르가 어떤 엄밀한 방법론을 통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란 점에다, 궁극적으로 리얼로봇물에서 리얼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점 때문이다.
문학, 예술적 사조로서 '리얼리즘'을 뜻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명확하다. 사전적 의미로 '진짜'라는 의미를 지니기도 하지만 왜 전쟁에 인간형 거대 로봇이 쓰이는 게 리얼하느냐는 비판이 필수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 현실의 리얼로봇물을 볼 때 어렵다. 결국 리얼로봇물의 리얼은 'realistic'의 의미 즉, '진짜는 아닌데 진짜같은'이라는 단어의 뜻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앞선 문단에서 밝히듯 리얼로봇은 정말로 현실에 존재할 수 있도록 검증과 연구 뜻에 나온 근현대 과학물이 아니라 완전히 허구, 판타지스러운 2족보행거대로봇의 이야기를 현실의 일상사 혹은 등장인물들의 삶을 그리는 군상극에까지 끌어들임으로서 현실감을 만들어낸 작품들을 아울러 일컬으면서 시작된 것이다. 완전한 현실을 구현하고자 하는 리얼리즘과는 첫 단추부터 노선을 달리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리얼을 논하는 과정에서 '거대로봇물이 어찌하여 리얼이냐'라고 따지고 묻는 것은 허구의 표상이 실재하듯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괴리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 기동전함 나데시코에서도 극중에서 다룬 적이 있다.
기동전사 건담은 주역 로봇인 건담이 눈 반짝이고 무적 이미지가 있어서 엄밀하게 리얼로봇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라는 주장이 있는 한편, 마크로스가 리얼로봇물의 정점이라지만 '소녀시대가 휴전선에서 노래하고 춤 췄더니 북한이 붕괴했어요' 같은 게 리얼이냐고 말하는 의견 또한 가능한 판이고, 이만한 리얼로봇물은 없다는 장갑기병 보톰즈도 스토리는 그냥 영웅 신화나 마찬가지고 주인공은 이능생존체라는 희대의 사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결국 리얼로봇이라 분류되는 작품들조차 보면, 로봇이 리얼로봇이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스토리로는 리얼함이 나오는 '리얼로봇물'이거나[4], 리얼한 분위기의 로봇이 나오면서도 스토리는 리얼이라 말하기 애매한 '리얼로봇물'이거나 하는 상황. 결국 이렇게 무엇이 리얼인가를 따지기 애매해지니, 그래도 가장 공통되는 점만 끌어모아 '군대 분위기에 병기 냄새 좀 넣고 좀 그럴듯해 보이는 설정 덧붙여 놓아서 프라모델 팔아먹기 좋은 게 리얼로봇물' 같은 정의가 등장하고 이게 제일 나아 보이는 상황이 나오게 된다.
이는 리얼로봇물이 원래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거대로봇이란 전제를 기본으로 놓고 이를 좀 더 리얼하게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한계를 갖기 때문이다. 핵심은 거대로봇이란 아이디어지, 현실성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비현실적인 슈퍼히어로물도 어벤져스처럼 정부기관들과 각종 설정을 넣고, 현실의 장소를 배경으로 넣어 최대한의 현실감, 즉 핍진성을 주기 위해 각종 과학적 원리들로 "진짜 같이" 보이게 하는 등의 작품이 있지만, 이 모든 것은 슈퍼히어로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추구하면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그냥 엘리트 특수요원이 나오는 액션물, 첩보물이 될 뿐이며, 거대로봇물 역시 현실성을 추구하면 그 자체가 부정되는 한계를 갖는다.
또한 배경은 현실적인데 실제로는 현실성과 쉽게 충돌하는 것은 과학 vs 마법과 마과학과 비슷하다. 특이한 건 둘 다 리얼로봇물과 비슷한 구조임에도 사람들의 반감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는 픽션에서의 보행병기 변명 문서에서 알 수 있듯이 리얼로봇물에 푹 빠진 사람들이 현실적인 전장과 비현실적인 로봇에 설득력이 있다는 억지를 부려 밀덕과 충돌을 빚었기 때문이지 사람들이 비과학적 설정이라고 무작정 거품 무는 건 아니기 때문. 이것도 리얼과 마찬가지로 과학이라는 학문이 무엇인지 그 핵심은 잘 모르는 대중의 오해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 vs 마법과 마과학 설정 역시 현대 문명을 완전히 무시하는 양판소같은 곳에서는 자주 비판에 오르내리나 잘 쓰인 스페이스 오페라들의 예만 봐도 알 수 있듯 해당 설정들이 나왔다고 까이는 수준은 아니다.
한국 내 팬 집단에서 벌어진 리얼로봇과 슈퍼로봇 관련한 언쟁은 거의 보면 슈퍼로봇대전으로 인해 벌어진 것들이며, 거기서 작품 자체를 접하지 않은 채 슈퍼로봇물보다 리얼로봇물이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로 인한 때가 많다. 이런 경우 90% 이상은 설정논란으로 이어지며 보통 슈퍼로봇대전에서의 포지션과 기체 능력치가 리얼과 슈퍼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특히 윙키 시절을 겪어본 올드비들이 더 집착하는 설정이다. 그때만 해도 리얼과 슈퍼의 게임내 위치가 확고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슈퍼로봇대전의 주인공 기체 설정이라는 시스템이 리얼로봇과 슈퍼로봇이라는 구분을 게임내에서 정착시켰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것이 확고한 구분법은 아니라는 것. 그래서 리얼도 슈퍼도 아닌
그런 상황을 보며 '리얼로봇물에서 리얼이 사실적이라고 인식하면서 거기에 집착하는 건 리얼로봇물이라 분류되는 작품들 자체에 왜곡이 될 뿐이고, 리얼이란 말이 슈퍼보다 우위에 있는 것도 아니다'란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
적어도 슈퍼로봇이니 리얼로봇이니 따지는 게 그 작품이나 로봇의 우열을 따지는 것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건 분명하다.
슈퍼로봇대전 플레이어들끼리는 정신기에 혼이 있으면 리얼로봇이고 열혈까지밖에 없으면 슈퍼로봇이란 농담도 하지만, 하란 반죠는 혼을 배우고 건담 파일럿인데 열혈까지밖에 못 배우는 가로드 란 같은 경우도 있으므로 이것도 정확하지는 않다.[5]
결국 거대로봇물로서 리얼로봇이란 것도 슈퍼로봇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장르는 아니며, 오히려 슈퍼로봇물의 하위 장르이자 일종의 콘셉트라 할수 있다.[6]
5.1. 리얼로봇물의 특징
리얼로봇의 리얼이 애매하다 해도, 어찌 되었든 기동전사 건담 이래 등장한 리얼로봇물들을 보면 어떤 경향성 혹은 관습이 있고, 그것을 귀납적으로 대강 모아보면 다음과 같다. 뭉뚱그려 간단히 말해버리면 '밀덕스럽다' 라고 말해버릴 수도 있긴 하다.- 전차나 전투기, 혹은 어떤 도구처럼 취급되는 대량생산된 보행 로봇이 등장한다.
- 작중에 나오는 로봇은 로봇이라 불리지 않고 어떤 병기 분류명으로 불린다. 선라이즈제 리얼로봇들은 건담 시리즈 제외하면 모든 로봇형 이족보행병기의 분류명을 다르게 만들었고, 사실 건담도 같은 세계관이어서 이어져내려오는 명칭일 뿐 다르게 쓰는 경우도 많다.
- MS, 에바, LBX, AS, AT, KMF, 버추어로이드, 파프너, 밸리앤서, 메탈아머, 카타프락토스, 발키리, 모터헤드, 오라 배틀러, HM, OF, WAP, VT, AC, 아스널, AWGS, 마장기, 전술 보행전투기, 퍼스널 트루퍼, 예거, 워커머신, 타이탄 등등.
- 물론 슈퍼계도 이런 거 많다. 간멘, 데우스 마키나, 마키나, 아르마,
MF등등. 그리고 주인공 기체는 원오프지만 적 쪽엔 기계수, 원반수, 메카부스트 등의 분류명이 있는 경우가 매우 많다. - 주인공 기체도 양산되거나, 혹은 양산을 목적으로 한다. 개성을 주기 위해서는 도색을 다르게 하거나 옵션을 더 추가해서 사병용과 장교용으로 분류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장교 전용 기체가 등장하기도 한다. 기동전사 건담의 경우 같은 자쿠라도 양산형은 사병용, "~전용"이라고 씌어져있는 자쿠는 해당 장교 전용기이다. 또한 사자비와 시난주 같은 원 오프형 기체 역시 기동전사 건담의 세계에서는 장교전용 기체.
- 연구소 한군데서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슈퍼로봇들과 달리 인간형 병기들의 싸움에는 군대, 혹은 준군사조직, 정치조직, 무기상들이 얽혀 있으며 전쟁이 배경이 되는 경우가 많다.
- 인간형 병기가 등장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한편 작품의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 작품만의 독특한 설정이 붙어 있다.
- 주인공은 군인이거나 전직 군인, 의용군, PMC, 하다못해 자경단같은 "무장조직"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설령 시작 시점에서는 민간인이었고 우연히 전쟁에 휘말린 것이더라도 강제징용이나 소년병 등으로 무장조직에 연관된다.
- 작중 세계에서 인간형 병기를 타는 건 주인공이나 몇몇 인물들만이 하는 일이 아니다. 말 그대로 '개나소나 다 타고 다닌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 작중에 나오는 인물들은 현용 무기와 비슷한 무기를 사용한다.
- 단순한 선과 악의 대립을 통한 인물상이 나오는 게 아니라 다크 히어로나 스파이같은 입체적이고 복잡한 인물상이 펼쳐지며, 싸울 때도 서로가 처한 입장에 따라 열심히 논쟁과 말싸움에 열을 올린다.
- 시트콤 식의 옴니버스 에피소드 나열이 아니라 미니시리즈 드라마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스토리가 펼쳐진다.
- 전쟁의 참상을 자주 표현하며, "호쾌하고 멋지게 때려부순다"보다는 "이 지옥같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분투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필살기를 쓸 때 XXX!라고 외치면 슈퍼로봇이고 이 XXX로! 라고 외치면 리얼로봇이다[7]역시 G건담은 슈퍼로봇물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거의 드라마적인 요소에서 많이 따오는 것이라 소위 말하는 슈퍼로봇물도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는 설정들이다. 캐릭터 설정에 이미지는 저러한데 슈퍼로봇인 작품이 바로 초수기신 단쿠가다. 이 후로도 세월이 점점 지나면서는 이런 경향이 거의 없어져서 구분이 도저히 불가능하다. 예를 들면 강철의 라인배럴은 일부 설정[8]이 리얼로봇스러우며 배경설정도 따져보면 ∀건담과 비슷한 케이스임에도 이걸 리얼로봇 취급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가장 많이 나누는 것은 세계나 드라마성보다는 보통은 메카닉의 디자인상으로 나누는 것이 많다.
보통 리얼로봇의 디자인 특징을 보면
- 기존 로봇이 강조되는 부분이 압도적인 무력, 물리적인 힘이라면, 리얼로봇이라 불리는 작품들에서 로봇이 강조되는 부분은 범용성, 유연성, 기동성(그냥 최고 속도 말고)등이 있다. 크기가 작은 이유도 코스트 문제도 있지만 대체로 이런 이유.
- 이 기준이면 짐은 리얼로봇, 건담은 슈퍼로봇이 된다. 아무리 건덕들이라도 퍼건이 슈퍼로봇이라는 말을 부정할 수 없는 이유(...).
- 위 이유 때문에 내장형 무장(메카닉 그 자체에 장착된 무기들. 미사일, 레이저 등이 있다.)보다 외장형(라이플, 바주카 등) 무장의 사용이 더 많다.
- 그러나 생각해보면 로봇이 손에 총을 들고 쏘는 것보다는 그냥 자체에 무장을 내장해서 쏘는 편이 개발 난이도나 정비, 운용 코스트 등의 면에서 더 현실적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쪽 창작물은 아니지만 리얼로봇물에 매우 가까운 배틀테크인데 몸통에 미사일과 기관포 등을 내장하고 갈겨대는 연출을 보인다. 물론 이렇게 디자인이 된 이유는 초기의 일부 작품들이 소형 강화복을 컨셉으로 잡은 것도 한 몫한다.[9] 다만 이걸 "로봇물"이라는 애니메이션 프랜차이즈로 봤을 때 제작진 외의 당시 스폰서나 방송국 사람들에겐 말그대로 마징가와 같은 슈퍼스런 "거대"로봇의 이미지가 더 강하고 대중들에게도 쉽게 먹힐 거란 판단하에 소형강화복의 컨셉과 중형 강화복의 컨셉이 짬뽕된 결과물이다.[10]
- 내장형 무장이 많다고 한들 대부분은 실탄형이다. 빔이나 레이저를 쓴다고 해도 에너지의 한계가 있으며, 다 떨어지고 나면 반드시 보급이 필요한 설정디자인들이 대부분이다.
- 정해진 필살기나 특수기로 싸우는 대신 무기만을 들고 싸우는 경우가 많다.
- 디자인의 모티브 자체가 탱크나 자동차[11], 헬기[12] 등을 중심으로 디자인된다. 다시말해 애초 슈퍼로봇은 사람을 로봇처럼 디자인하는 반면 리얼로봇은 탈 것을 사람처럼 디자인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일반 인체비율과 비교하면 어색한 부분이 있다.
- 기술적인 면에서 현실에서도 쓰이는 것들이 많이 들어간다. 동력원을 배터리로 한다든지, 핵엔진을 탑재한다든지. 조금 더 하드하게 들어가면 내부의 구동계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보여주기도 한다. 즉, 어떻게든 사실성을 갖추기 위해 과학적으로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이려고 한다.
물론 이런 특징들은 편의적으로 뽑아놓은 것이고 꼭 들어맞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런 공통점들을 살펴보면, 주인공이 타는 로봇의 영웅성이 리얼로봇물이냐 아니냐의 요소를 가르는 게 아님은 잘 볼 수 있다.
하지만 막상 각잡고 분류해보고 나면 왠지 허무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
초창기의 리얼 로봇들은 '인간과는 다른 로봇 다운 움직임'으로 보다 리얼한(?) 로봇을 연출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로봇이 쓰러졌을 때. 여타 애니메이션의 로봇들은 사람이 일어나듯 손과 발로 땅을 짚고 일어서는 반면, 리얼 로봇들은 가슴이나 등, 팔다리의 부스터나 스레스터 등을 이용하여 슈와아앙(…)하고 일어나는 식. 최근에는 리얼 로봇물 역시 이런 연출을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지라 특징으로서는 애매해진 편이다.
실제로 여러가지 분류를 집어넣어보면, 겟타나 마징가 같이 누가봐도 슈퍼로봇의 원조다 싶은 놈들에게서는 리얼계의 흔적이 보이고, 건담이나 마크로스 같이 이것이야말로 리얼로봇의 원조다 싶은 놈들은 슈퍼로봇의 흔적이 있다. 당연한 것이 애초에 이놈은 리얼로봇이고 이놈은 슈퍼로봇이다라는 개념을 나누고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기동전사 건담은 뭘 어떻게 봐도 슈퍼로봇처럼 보인다[13]. 거기다 가이낙스 계열의 톱을 노려라! 시리즈, 신세기 에반게리온 시리즈, 천원돌파 그렌라간 같은 작품들은 겉으로는 전형적인 슈퍼로봇으로 보이지만 파고 들어갈 요소들이 한도 끝도 없이 나오는 리얼로봇물 이상의 디테일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어 두 장르의 엄밀한 구분이란 것은 큰 의미가 없다시피 하다.
다른 장르를 이용한 비교를 하자면 슈퍼로봇물은 슈퍼히어로물 중 슈퍼맨, 토르이고, 리얼로봇물은 배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 같은 스타일이다. 둘 다 따져보면 슈퍼히어로물에 가깝고, 배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좀 더 리얼한 분위기가 나기는 하지만 현실성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같은 슈퍼히어로물이라고 해도 슈퍼맨보다는 배트맨이 훨씬 더 리얼하지만, 배트맨도 활약을 잘 따져보면 인간이라 도무지 불러줄 수 없는 일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것은 결국 이들 모두가 슈퍼히어로물이란 장르의 법칙 내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6. 진짜 리얼 로봇?
군용으로는 리얼 로봇이라 할만한 물건들이 여럿 등장하고 있다. 이들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 경우, 그것은 진정한 리얼로봇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 쓰이는 로봇들이니 이 이상 리얼한 로봇은 있을 수가 없으니까. 그러나 리얼로봇 팬이라면 이런 것에는 실망할지도 모른다. 거대한 2족보행병기가 아니라, 캐터필러로 느리게 움직이는 폭탄제거용 로봇이라든가 정찰용의 UAV 같은 것들이었기 때문.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그러니 너무 집착하지 말자. 현재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제작한 4족보행로봇을 기반으로 정찰로봇을 개발하여 군사 활동에 투입을 한 상황이기에,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강화복 등장이 멀지 않았으니까. 기다리다 보면 리얼로봇이 세상에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고 건담이나 암 슬레이브를 연상하면 곤란하지만. 이부분은 로봇보행병기 문서 참조.[14]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진정한 리얼로봇물은 차라리 터미네이터나 두번째 변종 같은 물건일 것이다. 이들은 미래 배경의 SF로서 인간과 구별하기 어렵게 하기 위해서 인간과 같은 크기와 모양을 하고 있다는 설정으로 충분히 이유를 설명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로봇이므로 인간보다는 훨씬 더 강력하며 전쟁터에서 잘만 싸운다. 일본산 거대로봇 만화라는 장르 내에서 머물 수밖에 없는 리얼로봇물이란 단어의 한계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한 발 더 나아가면 이것들도 역시 왜 로봇을 갖고 하필 싸우는 데 쓰는 것만 리얼하느냐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애초에 거대로봇물이 적과 싸우는 이야기였고 리얼로봇물이 여기에서 탄생한 장르인 이상 어쩔 수 없는 노릇. 이런 장르에서 로봇은 보통 인간이 탑승하는 거대병기로 지칭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로봇이란 무인기계를 의미하는 것이고 21세기의 현대 사회에서 고성능 인공지능과 로봇 청소기, 자율주행차량 등이 등장하고 있는 판국에 단어 자체의 의미만 보자면 현실적으로 인간과 비슷한 로봇이 나올 경우의 사회상에 대해서 고찰하거나 하는 아이, 로봇 같은 게 진정한 리얼로봇물이라고 해야할 지도 모를 일이다.
[1] 다만 용자 시리즈 중에서 용자경찰 제이데커의 주역메카인 제이데커는 무장 하나 때문에 리얼로봇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2] 물론 2000년대에 와서 기동전사 건담 SEED와 마크로스 프론티어로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10여년 가까이 침체기를 겪어야 했다.[3] 혹은 소위 말하는 슈퍼로봇물보다 상대적으로 현실적으로 보이는 느낌이나 분위기.[4] 로봇만 슈퍼로봇이고 스토리는 리얼인 경우는 심지어 세카이계로 빠지기도 한다. 지어스라던가, 최종병기 그녀(만화)라던가...[5] 다만 가로드 란의 경우 제3차 슈퍼로봇대전 Z 천옥편에서 혼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6] 이렇듯 슈퍼로봇과 리얼로봇을 구별하는 기준이 애매해서인지, 슈퍼전대 시리즈, 건담 시리즈를 비롯한 거대로봇물의 디자인과 일러스트를 담당했던 야나기 조, Kou, 와시오 나오히로가 집필한 거대로봇 일러스트 작법서인 로봇 그리기에서는 히어로계 로봇과 밀리터리계 로봇이란 명칭으로 구분하고 있다.[7] 실제로 슈퍼로봇대전 DD에서 아무로 레이가 마징가 Z에 타는 이벤트가 있는데, 로켓 펀치나 브레스트 파이어 등에 대응하는 전용대사가 충분히 있는데도 절대로 무기명을 외쳐주지 않는다. 핀 판넬은 그렇게 잘 말해주면서(...)[8] 메카를 타는데 자격이 필요하며 이를 타려는 사람의 자의로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은 슈퍼로봇에 가깝다.[9] 중형급 이상이 되면 무장을 내장하는 경우가 더 많다.[10] 이 과도기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대표적인 디자인의 메카닉이 바로 G파이터다.[11] 아머드 트루퍼가 대표적인 예.[12] 컴뱃 아머가 대표적인 예.[13] 건담을 슈퍼로봇으로 분류할 요소는 차고 넘친다. 오프닝, 아버지가 만든 기체를 아들이 타는 구조, 파일럿의 연령, 기체에 달려있는 무기들, 핵미사일 자르기, 합체 변형 구조, 성장물적 구성, 숨겨진 과거를 가진 라이벌의 존재 등 끝도 없이 이어진다.[14] 건담이나 다른 리얼로봇물에 나오는 두다리로 움직이는 로봇보행병기를 현실에서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문제점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소개한 항목에 들어가면 더욱 더 자세한 설명을 볼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