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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했다간 나중엔 지역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Q. 윌슨(James Q. Wilson)과 조지 L. 켈링(George L. Kelling)이 1982년 3월에 월간 아틀란틱[1]에 공동 발표한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s)'이라는 글에 처음으로 소개된 사회 무질서에 관한 이론이다. '깨진 유리창'에 대해 저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만일 한 건물의 유리창이 깨어진 채로 방치되어있다면 다른 유리창들도 곧 깨어질 것이라는 데 대해 사회심리학자들과 경찰관들은 동의하곤 한다. 이런 경향은 잘사는 동네에서건 못사는 동네에서건 마찬가지이다. (중략) 한 장의 방치된 깨진 유리창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신호이며, 따라서 유리창을 더 깨는 것에 대해 아무런 부담이 없다."
2. 역사
2.1. 실험의 시작
윌슨과 켈링은 그들의 아틀란틱 기고문에서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교수[2]의 1969년의 현장 연구를 소개한다. 필립 짐바르도는 두 대의 중고차를 구매하여 한 대는 뉴욕주의 브롱스(서민 거주지)에, 다른 한 대는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의 스탠포드 대학 인근 지역(한국식으로 강남)에 주차했다. 둘 다 보닛을 살짝 열어둔 채로 두었다.[3] 브롱스에 놓아둔 차는 10분 만에 배터리와 라디에이터가 털렸고 24시간 이내에 거의 모든 것이 사라졌다. 한편 팰로앨토에 둔 차는 5일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연구자가 차를 치우려고 하자 주민들은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했다. 아틀란틱에서 이야기하기로는 팰로앨토에 두었던 아무 일도 없었던 차의 유리창을 연구자가 망치로 깨기 시작하니까 그제서야 지나가던 사람들이 함께 차를 부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한국에서는 이 연구가 '동일한 지역에 보존 상태가 동일한 두 대의 자동차를 보닛을 열어 놓은 채로 1주일간 방치해 두되 한 대는 보닛만 열어 놓고, 다른 한 대는 고의적으로 창문을 조금 깬 상태로 놓았는데, 약간의 차이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주일 후, 두 자동차에는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는 식으로 소개되곤 하는데 이는 짐바르도의 원래 연구가 와전된 것이다.
2.2. 뉴욕에서의 활용
1980년대 뉴욕에서는 연간 60만 건 이상의 중범죄 사건이 일어났는데 당시 여행객들 사이에서 뉴욕 지하철은 절대 타지 말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고 실제로 경찰이 매일 지하철 순찰을 돌 정도로 뉴욕의 치안은 말 그대로 막장 그 자체였다.[4] 럿거스 대학교의 범죄심리학 박사였던 조지 L. 켈링 교수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원용해서 뉴욕시의 지하철 흉악 범죄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당시 뉴욕 지하철에 도배되어 있던 그래피티(낙서)를 철저하게 지우는 것을 제안했다. 그래피티가 방치되어 있는 상태는 창문이 깨져 있는 건물과 같은 상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교통국의 데이비드 건(David Gunn) 국장은 켈링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치안 회복을 목표로 지하철 치안 붕괴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래피티를 철저하게 청소하는 방침을 내세웠다. 범죄를 줄이기 위해 그래피티를 지운다는 놀랄 만한 제안에 대해서 교통국의 직원들은 우선 범죄 단속부터 해야 한다고 반발했다.그러나 건 국장은 그래피티 지우기가 범죄 억제에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는 일단 해 봐야 아는 것 아니냐며 그래피티 지우기를 철저하게 하는 방침을 단행했다. 1984년에 지하철 차량 기지에 교통국의 직원이 투입되어 무려 6000대에 달하는 차량의 그래피티를 지우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래피티가 얼마나 많았던지, 지하철 낙서 지우기 프로젝트를 개시한 지 5년이나 지난 뒤에야 모든 그래피티 지우기가 완료되었다.[5] 그러자 그때까지 계속해서 증가하던 지하철에서의 흉악 범죄 발생률이 그래피티 지우기를 시행하고 나서부터 완만하게 되었고, 2년 후부터는 중범죄 건수가 감소하기 시작하였으며 1994년에는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뉴욕의 지하철 중범죄 사건은 75%나 줄어들었다.
1994년 뉴욕 시장에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은 지하철에서 성과를 올린 범죄 억제 대책을 뉴욕 경찰에 도입했다. 낙서를 지우고, 보행자의 신호 무시나 빈 캔을 아무데나 버리기 등 경범죄의 단속을 철저하게 계속한 것이다. 그 결과로 범죄 발생 건수가 급격히 감소했고, 마침내 범죄 도시의 오명을 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3. 심리
길을 가다가 쓰레기를 버리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심리상황에 잘 맞는다. 예컨대 카페가 밀집한 골목 같은 곳에 먹다 남은 테이크아웃 커피 컵들이 몇 개 늘어놓여 있으면 지나가는 행인들이 하나 둘씩 그 곁에다 비슷한 커피 컵들을 버리고 갈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다.주변이 깨끗하게 정돈되고 쓰레기가 버려져도 바로 청소하는 공간이면 지나가는 사람들도 무의식적으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게 되지만 쓰레기통이 있어도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방치하면 사람들이 하나 둘 이곳은 쓰레기를 버려도 되는 곳이라고 생각하여 너도 나도 쓰레기를 버리게 되어 그곳이 오염된다는 것이다. 공유지의 비극에서 공유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유리창이 깨져 있거나 기타 손상된 부분이 방치되어 있으면 이는 현재 적극적으로 관리되지 않는 쉬운 먹잇감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셈이므로[6] 작은 일부터 시작해서 낙서나 쓰레기 투기 같은 일이 일어나도 관리되지 않는 물건이라는 확신을 보여주면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된다.
당장 문제가 드러나지 않아도(= 보닛만 연 상태) 한 번 임계점을 돌파하기 시작하면(= 유리가 깨진 상태) 그 이후에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 고철덩어리)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문제가 드러난 초기에 그 원인을 해결하고 꾸준하게 관리하라는 원리를 말한다. 계속 문제를 방치하면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한국 속담 중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이에 해당한다. 불편한 진실의 재조명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1977년 7월 13일 뉴욕에 갑작스러운 정전 사태가 일어나자 암흑을 틈타 여기저기서 약탈과 방화와 폭력 같은 범죄들이 판을 치는 폭동이 일어났는데 이때 경찰에 체포된 상당수의 사람들은 범죄 경력이 없는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정전으로 인해 공권력이 마비되고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씩 범죄를 저지르자 그런 분위기와 군중심리에 물들어 평범한 시민들도 범죄에 가담했던 것이다.
4. 반론
깨진 유리창 이론에 대한 대부분의 반박은 경범죄 단속과 중범죄 예방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존재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 설명하는 문제의식 자체는 인정하지만 과연 신호위반과 무단투기를 단속하는 것이 살인과 강도를 예방하는 것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 이론의 가장 커다란 사례인 1990년 전후의 뉴욕에서 대대적인 경찰병력 증강과 경범죄의 엄정단속이 있었고, 뒤이어 살인, 강간 등의 중범죄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이것은 당시 미국 전체의 범죄율 하락 경향의 국지적인 모습일 뿐이란 해석도 있다.[7] 심지어 당시 미국에선 경찰인력이 감소한 도시조차 범죄율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었다. 미국의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의 주장에 따르면 이것은 1970년대의 낙태 합법화 덕분에 할렘가의 신생아 수가 장기적으로 유의미하게 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자세한 것은 책 '괴짜경제학(Freakonomics)'를 읽어보자.[8] 단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의 임기 중 줄인 범죄율은 가장 큰 폭의 범죄 감소율로 기네스에 등재되어있다. 물론 변인 통제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꼭 깨진 유리창 이론이 이러한 높은 범죄 감소율에 영향을 주었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스티븐 레빗은 뉴욕이 가장 큰 폭으로 범죄가 감소한 원인으로 당시 제일 처음으로 낙태를 합법화 시켰던 3개의 주들 중에서 하나가 바로 뉴욕이였고, 그로 인해 다른 주에 비해 비교적 빠른 범죄 감소율을 보여주었다고 설명한다.자유주의적인 입장에서는 범죄예방을 빌미로 사소한 일탈조차 허용하지 않는 통제만능주의를 지향한다는 이유로 이 이론을 공격하기도 한다. 실제로도 깨진 유리창 이론을 권위주의나 독재정권을 정당화하는 용도로까지 사용하는 나라들이 많은데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싱가포르다.(태형 문서 참조) 이 이론을 정리한 윌슨은 그 스승인 에드워드 밴필드와 더불어 정치권, 미국 경찰계와도 연관이 깊고, 말년에 가선 누가 봐도 실패한게 뻔한 마약과의 전쟁을 어거지로 미는 등 학문적 중립성과 거리가 먼 인물들이었다. 윌슨이 저술한 행정학 교과서는 지구 온난화 같은 기본적인 과학적 지식에 대해서도 틀린 사실을 밀어 붙이며 '여전히 과학계에서 논란이 있다'는 식으로 퉁치고 넘어가는 등 정치성에 기반한 오류와 편견으로 악명이 높다. 깨진 유리창 이론 자체 연구 과정에서도 막상 참고한 짐바르도가 경제적 불평등, 인종차별 같은 사회적 외적 팩터 또한 중요시한건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문화, 인종, 사회 계급간의 다른 도시 생활문화 양상이나 인식 같은 요소는 하나도 고려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 강력한 비판을 받아왔다. 2020년대 작금에 들어선 전반적으로 미국 경찰의 군사화, 경찰의 폭력문제, 마약과의 전쟁 등 전반적으로 엄벌주의와 무관용정책에 기반한 현대 미국 범죄 사법 정책 자체가 전체적으로 실패로 끝나면서 그런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엄벌주의적 사회학이론들 또한 심각한 비판을 받고 있다.
5. 좋은 의미로 불리는 펭귄 효과
좋은 의미로 사용될 경우에는 펭귄 효과로 불린다. 펭귄들은 아이를 낳게 되면 부모 펭귄이 생선을 사냥하러 물에 무리지어 뛰어드는데 펭귄들은 물에 있는 포식자가 무서워서 머뭇거린다. 그 때, 첫번째로 뛰어드는 펭귄은 물에 서식하는 포식자에게 공격을 먼저 당하기 때문에 첫번째로 뛰어드는 용기있는 펭귄을 보면 다른 펭귄들이 안심하고 그 펭귄처럼 물에 무리지어 뛰어든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9] 다만 실제로 펭귄이 행동은 내쉬 균형에 의하여 머뭇거리는 것이 일반적이며, 딴 강한 펭귄에 힘에 따라 강제로 약한 펭귄이 밀쳐져서 뛰어들게 되는 등 인간이 생각하는 것처럼 마냥 아름다운 개념은 아니다. 단, 펭귄이 여럿일 때는 한꺼번에 달려들기도 하는데, 천적이 딴 펭귄을 잡아먹고 배불러질 확률이 높아져 그냥 뛰어드는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뛰어들다가 중간에 멈추는 페이크를 보이는 등, 인간이 보기좋게 포장했을뿐 펭귄들도 자신의 이득을 위해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은 똑같다.이와 같이 한 사람이 길에서 다친 사람에게 다가가 응급조치를 해주면 주변인들이 달려들어 그 사람을 구하기 위해 할수 있는대로 힘을 다하거나, 떨어진 물건을 주워주면 주변인들도 덩달아 주워주는 것처럼 좋은 의미로는 펭귄 효과라고 불린다.
6. 관련 문서
[1] #[2]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으로 유명한 바로 그 교수다.[3] 창문은 깨어놓지 않았다.[4] 그 뉴욕이 범죄의 온상이라니 조금 의외겠지만 예전엔 정말 그랬다. 심지어 세계 대공황 때도 그랬다. 배트맨이 활동하는 도시 고담이 바로 그 당시의 뉴욕을 모티브로 했다는 설도 있을 정도다.[5] 당시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이 사용되지 않은 차량은 검붉은 빨간색으로 도색했는데 이 챠랑들을 본 뉴욕 지하철 동호회 사람들은 이 차량들을 빨간새(Redbird)로 불렀다.[6] 주인 없이 잠금이 풀려있는 자전거가 나란히 있어도 잘 관리된 새 것은 지금이라도 근처에서 주인이 돌아올 것 같지만 안장에 먼지자국이 있는 물건은 내가 타고가도 뭐라 할 사람이 없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원인 셈이다. 전자는 모험과 투쟁을 해서 획득할지도 모르지만 후자는 그럴 일이 없을 테니.[7] 1970년대만 해도 갱이나 매춘부, 마약쟁이 등이 뉴욕을 점령하고 있던 때였고, (이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택시 드라이버) 경찰이 하도 탄압하고 하다보니 그전보다는 언젠가부터 줄어든 것뿐이다. 고전 펑크(Punk) 록에 관심이 있다면 좀 더 쉽게 알 수 있다.[8] 책에 나온 내용을 하나 인용하자면, 당시에도 그렇고 현재도 미국에서 꽤나 위험한 곳들 중 한 곳인 애틀랜타에서도 범죄율이 90년대 들어서 급감하기 시작했다.[9] 영미권에서는 그런 펭귄의 용기와 솔선수범을 보고 경의를 담아 퍼스트 펭귄으로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