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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24 20:15:20

교향곡 제2번(푸르트벵글러)

정식 명칭: 교향곡 제2번 e단조(Symphonie Nr.2 e-moll/Symphony No.2 in e minor)
작곡자인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함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1948년 10월 18일 실황[1]
다니엘 바렌보임,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2001년 12월 13일 실황[2]

1. 개요2. 작곡3. 초연과 음반 취입4. 곡의 특징5. 구성
5.1. 1악장5.2. 2악장5.3. 3악장5.4. 4악장
5.4.1. 서주5.4.2. 제시부5.4.3. 발전부5.4.4. 재현부5.4.5. 코다
6. 기타

1. 개요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작곡한 2번째 교향곡.

2. 작곡

푸르트벵글러가 1943년 전작인 교향곡 1번의 초연을 위해 리허설을 한 번 해보고는 실망하여 초연을 포기했을 무렵[3] "이 교향곡은 근본부터 많은 곳을 뜯어고쳐야 하고, 새 작품 교향곡 2번을 시작하는 것이 더 낫고 성공 가망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빠르면 이 직후부터 교향곡 2번을 구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단 교향곡 2번을 악보에 써내려나가기 시작한 것은 1944년이었는데, 나치에 의해 요주의 인물로 분류되어 게슈타포의 감시에 시달려야 했던 푸르트벵글러는 1945년 1월 28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연 연주회를 끝으로 동년 2월 스위스로 망명했고[4], 1945년 10월 18일, 망명 직후 무렵부터 입원해 있던 레만 호숫가의 클라란에 있는 병원에서 전곡을 완성했다. 곡 완성 후에 푸르트벵글러는 친구에게 이 곡은 '내 영혼의 유서'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3. 초연과 음반 취입

1948년 2월 22일 베를린[5]에서 작곡자의 지휘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의해 처음으로 연주되어 성공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후 푸르트벵글러는 대략 1951년 무렵 이 곡을 소폭 개정했으며, 같은 해에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스튜디오에서 이 개정판을 녹음해서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음반으로 내기도 했다.

이 곡의 녹음 과정에는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당시 푸르트벵글러와의 계약이 만료된 상황이던 DG는 푸르트벵글러가 영국 회사인 EMI와 독점 계약을 맺은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고, 이에 푸르트벵글러는 "내가 만든 교향곡 2번을 녹음하면, 슈베르트교향곡 9번슈만교향곡 4번을 녹음하겠다."고 말하며 DG와 계약을 연장했다고 한다.

실제로 푸르트벵글러 2번과 슈베르트 9번은 계약 직후인 1951년 12월 녹음되었으나, 슈만 4번은 시간이 부족해서 녹음하지 못했고, 대체용으로 얼마 전에 같이 연주한 하이든의 교향곡 88번을 급하게 찾아서 리허설도 없이 녹음했다고 한다.[6] 다만 후에 푸르트벵글러 자신은 자신의 교향곡 2번의 스튜디오 녹음 속 연주는 별로라고 생각했다고 전해진다.

1952년에는 비스바덴 출판사에서 개정판이 출판되었고,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연주가 개정판을 채택하고 있다. 애당초 이 곡 자체가 연주가 거의 안되는 것이 현실이지만.[7]

4. 곡의 특징

곡의 형식적인 면에서는 안톤 브루크너의 영향이 강하고, 감정이 풍부하고 스케일이 큰 주제에서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여러 면에서 후기 낭만주의의 극한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곡은 1시간 20분에 달하는 장대한 길이를 가지고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4악장제의 고전적인 교향곡 양식을 보여주고 있고, 작곡 양식과 곡의 구성도 작곡 시기를 감안하면 굉장히 보수적이다 못해 수구적인 편이다. 형식적으로는 전작인 피아노 협주곡과 비교하면 상당히 간결해진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에 쓴 작품인 교향곡 1번이 여러 면에서 서투른 시험작에 가까운 작품이었던 것과 달리, 교향곡 2번을 작곡할 시에는 대위법과 화성, 관현악법 등 악식론 면에서 크게 신경을 쓴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연주 난이도는 굉장히 높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효율적으로 악기를 사용한 관현악법에서는 오랜 지휘 생활과 명성으로 쌓아온 연륜이 느껴진다.

상술했듯 대중적인 인지도는 매우 떨어지지만, 해외의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교향곡 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라는 의견까지 나오는 등 재평가가 활발한 편이다.

5. 구성

오케스트라의 편성은 3관 편성을 기반으로 했으며, 플루트 3(제3플루트는 피콜로도 겸함[8]), 오보에 2, 잉글리시 호른, 클라리넷 3[9], 바순 2, 콘트라바순, 호른 4, 트럼펫 3, 트롬본 3, 튜바, 팀파니, 큰북, 심벌즈, 탐탐, 현5부로 구성되어 있다.

5.1. 1악장

Assai moderato - e단조, 6/4박자, 변형된 소나타 형식

기본적으로는 '제시부-발전부-재현부-코다'로 구성된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발전부가 두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고, 발전부와 재현부의 경계가 매우 모호하단 것이 이색적이다.

5.2. 2악장

Andante semplice(Tranquilo) - C장조, 4/4박자, ABABA 형식

이 교향곡 내에서 가장 짧은 악장이며, 다른 악장들에 비하면 쉬어가는 파트인 듯한 인상이 크나, 계속 듣다 보면 크나큰 아름다움이 우러나오는 악장이다.

현의 피치카토를 반주삼아 클라리넷으로 한가로운 악상(A1)이 흐른 뒤, 이 악상을 오보에가 반복한 뒤, 플루트를 중심으로 한 목관군에게서 1악장 도입부의 하행 동기를 모티브로 한 서정적인 악상(A2)가 흐른다. 그 후 A1과 A2가 바이올린군 중심으로 반복된 뒤에는 클라리넷으로 셋잇단음표를 중심으로 한 침울한 악상(B)이 새로 등장하고 이 주제가 다른 목관과 현 파트에 의해 전개되어가다가 작은 클라이맥스를 맞이하고 조용한 구간을 거치게 된다.

그 후에는 A1 동기가 B 동기와 대위법적으로 결합되어 잠깐 전개되고, 이후 A2 동기도 B 동기에서 따온 셋잇단음표 음형과 조합되어 전개풍으로 나아간 뒤, A1 동기가 두터운 음향으로 재현되며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가다가 곧이어 A2 동기가 팀파니의 트레몰로와 함께 등장하며 압도적인 클라이맥스를 맞이하게 된다.

그 후에는 현으로 B 동기가 목관의 단편적인 동기와 함께 쓸쓸하게 나오다가 침잠하는 듯한 첼로 솔로가 나오면서 일단락되고, A1은 생략된 후 A2가 클라리넷을 시작으로 여러 악기들에 의해 부드럽게 연주되며 이 악장은 끝이 난다. 이후 휴식 없이 아타카로 바로 3악장으로 이어진다.

5.3. 3악장

Un poco moderato - a단조, 2/2박자, 3부 형식

16분이나 되는 장대한 스케르초 악장이며, 곡의 형식적 짜임새와 선율 착상이 비교적 단순한 편이라 이 거대한 교향곡 내에서 제일 이해하기 쉬운 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교향곡 사상 가장 위대한 스케르초 악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뛰어난 악장이며, 이와 동시에 교향곡 역사상 최대의 스케르초 악장 중 하나이기도 하다[13]. 마디수는 정확히 824마디다.(제1주부 466마디 + 트리오 189마디 + 제2주부 126마디 + 코다 43마디)

짤막하게 주부의 주제가 암시되는 서주격인 부분이 나온 뒤, 저음현의 반복 음형에 맞춰 비올라가 용맹한 주부 주제(A1)를 제시하고 바이올린과 목관이 이어서 전개하다가 트롬본의 리드미컬한 음형(A2)이 나오고 이를 트럼펫이 화려하게 이어받아 첫 번째 클라이맥스를 맞이하게 된다. 이후 긴 단독 섹션을 거치게 되는데, 여기서는 앞에 나온 동기들이 전개풍으로 처리되는 것 외에도 새로운 동기들이 나오게 되고, 서주가 약간 변형된 파트가 나온 후에 이전 파트가 더욱 화려해진 상태로 전개되어 A2 동기에 의하 장대한 클라이맥스를 맞이하고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스타일의 격렬한 후악절이 나온 뒤 보다 차분해진 상태로 주부를 마친다.

트리오에서는 플루트의 저음으로 목가적인 주제(B1)가 나온 뒤, 클라리넷, 이어서 첼로로 제시되는 펼침화음적 주제(B2)[14]가 비교적 길게 전개되어 가다가, B1이 현 파트에 의해 목가적 분위기를 증폭시키며 감동적으로 연주되고 B2이 장엄한 분위기로 이를 이어받은 후 B2의 제시 파트 중반에 짤막하게 나온 하행 악구가 슬프게 전개되어 가다가 찬연한 클라이맥스를 맞이하고 끊기는 듯한 목관의 두터운 셋잇단음형(B3)이 이어지고, 앞에서 나온 하행 악구가 오보에군과 첼로에 의해 나오면서 트리오를 마친다.

주부의 A1와 트리오의 B3이 결합된 경과구가 지나간 후에 앞에서 나온 주부의 후반부가 찬란한 음형으로 전개되어 가다가 심벌즈의 단타와 함께 클라이맥스를 맞이하고, 3악장에 나온 여러 동기들이 다양한 악기들로 꺼져갈 듯이 회상되어 가다가,[15] 느닷없는 밝은 투티로 스케르초는 끝난다.

5.4. 4악장

Langsam - Moderato andante - e단조-E장조, 5/4박자-4/4박자, 확장된 소나타 형식

이 악장만은 파트별로 문단이 분할되어 있는데, 이는 이 악장이 마디 수만 정확히 711마디에[16] 연주 시간이 30분에 달하는 거대한 악장이기 때문이다.

1악장보다는 확실히 고전적인 소나타 형식을 고수하고 있으며, 악상의 스케일과 표현력도 길이만큼이나 방대하기 그지없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이 악장에는 팀파니가 총 13개의 음을 연주하는데, 이는 구스타프 말러교향곡 7번 5악장에서 팀파니가 연주해야 하는 음의 수와 같다. 따라서 이 교향곡 연주에는 페달 팀파니를 쓸 수밖에 없다.

5.4.1. 서주

콘트라베이스가 낮은 E음을 페달음처럼 연주하는 가운데 바순이 1악장 A1 동기의 변형을 침울하게 연주하고, 그것을 클라리넷이 모방하다가 전체 금관이 조용하게 숙명적인 느낌의 코랄을 연주하고, 바이올린이 이와는 대조적인 분위기의 편안한 선율을 연주한다.[17] 이후 서주의 바순의 음형과 코랄 동기가 대위적으로 결합되고 목관으로 A1동기가 암시되나, 이는 저현의 부산한 움직임으로 시작되어 금관의 팡파르로 이어지는 음산하고 투쟁적인 경과구로 이어지고, 이후 한 마디의 전체 휴지가 있다. 총 61마디.

5.4.2. 제시부

3개의 주제와 코데타로 구성되어 있다. 제1주제는 장엄하고 제2주제는 성급하며, 제3주제는 투쟁적이다. 총 225마디.

5.4.3. 발전부

서주와 3개의 파트로 구성되었다. 총 160마디.

5.4.4. 재현부

제1주제와 제3주제는 재현되나, 제2주제는 생략되었다.[19] 총 99마디.

제1주제의 A1 동기가 차분하게 등장하고, 제시부에서 거대하게 나오던 금관의 팡파르도 금관의 거의 배제된 모습으로 차분하게 나온다. A2 동기도 이전보다 숙연하게 나오고 A1 동기가 다시 등장하며, 이후 제2주제는 생략되고 제3주제로 넘어가게 된다. 제3주제는 도입부의 B1 동기를 암시하는 부분이 생략된 것을 제외하면 제시부와는 순음악적으로 크게 차이가 없다. 마지막에 현과 목관의 빠른 움직임 속에서 4대의 호른이 B3 동기를 '앞으로' 나아가듯 취주하는 부분이 매우 감동적이다.

5.4.5. 코다

관악기에 의한 피날레의 A1 동기로 시작했다가 점차 속도가 빨라지며 광적인 프레스토 부분으로 들어간다. 피날레의 B1 동기가 제1바이올린으로 즐겁게 등장하고 피날레 서주 초반의 코랄 동기도 모습을 드러내며 분위기가 고조되어 가다가 1마디 가량의 전체 휴지를 맞이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조성이 E장조로 바뀌고 피콜로까지 가세한 상태로 트럼펫이 피날레의 A1 동기를 압도적으로 연주하고, 이어서 A1 동기가 조용히 등장했다가 트롬본의 저음이 등장하며 이 교향곡의 끝을 알린다. 안톤 브루크너교향곡 7번의 종결부를 확대시킨 듯한 거대한 E장조의 총주가 찬연하게 울려퍼지고 트럼펫의 부산한 팡파르가 울려퍼지며, 심벌즈의 단타와 팀파니의 저음의 트레몰로가 이를 일단락한 뒤 E장조의 으뜸화음이 3번 연주되며 이 거대한 교향곡은 막을 내린다.[20] 총 166마디.

6. 기타

네메 예르비[23], 에스토니아 국립 교향악단, 2024년 5월 10일 공연


[1] 초판 녹음이며, 썸네일의 사진은 푸르트벵글러 2번의 초연 모습을 찍은 것이라고 한다.[2] 개정판 녹음이며, 푸르트벵글러 2번의 미국 초연 실황 녹음이다. 오케스트라 악보와 같이 듣기[3] 결국 교향곡 1번은 사후에도 한동안 연주되지 않다가 1991년에야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연주되었다.[4] 사실 한시라도 늦었더라면 푸르트벵글러는 게슈타포에게 체포될 예정이었다고 한다.[5] 정확히는 구 동베를린 구역에 있는 오페레타 극장 '제독궁전(Admiralspalast)'. 참고로 이 건물은 2차 대전 당시 손상을 거의 입지 않았다.[6] 이때 녹음하지 못한 슈만 교향곡 4번은 1953년 5월 추가로 녹음되었고, 그 슈만 4번 녹음은 오늘날에도 전설적인 명녹음으로 칭송받고 있다.[7] 실제로 미국에서는 상술한 것처럼 2001년에 들어와서야 겨우 공개 연주가 성사되었으며, 유럽에서는 하술할 것처럼 2024년에야 공개 연주가 재개되었고, 당연히 국내에서는 아예 연주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하루빨리 한국에서도 푸르트벵글러 2번이 공개 연주되길...[8] 피날레 코다 중반부에서만 아주 잠깐 나온다.[9] 3악장 코다에는 베이스 클라리넷이 짤막하게 나온다.[10] 고전적 의미의 재현부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이나, 재현부라고 하기에는 주제의 전개가 굉장히 많아 제2발전부로 분류하는 게 더 적합하다.[11] 명목상으로는 재현부이지만, 실질적으로 재현부라 보기에는 힘들다. 재현되는 동기가 A1 동기 하나밖에 없기 때문.[12] 이 부분은 확실히 코다다. 코다 전 마디에서 이 파트는 겹세로줄로 구분되었기 때문.[13] 실제로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중에서도 이 악장보다 마디수가 많은 악장은 (8번 2부는 논외라 쳐도) 교향곡 3번 1악장(875마디) 하나밖에 없다.[14] B1이 음형의 폭을 넓혀서 변형된 거다.[15] 주부의 A1(플루트)-트리오의 B3(베이스 클라리넷)-트리오의 B1~B2(현 파트)[16] 참고로 구스타프 말러교향곡 2번 5악장의 마디 수가 정확히 765마디다.[17] 이는 제1주제 A1동기의 암시이다.[18] 이때 제1바이올린의 대위구는 3악장 트리오의 B3 동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19] 다만 초판에서는 제2주제도 재현된다.[20] 여담으로 초판본에서는 E장조 섹션 직전 부분이 개정판과 약간 다르다. 전반적으로는 초판본이 개정판보다 다소 장황한 인상을 준다.[21] 1954년 9월 19일, 20일 이 곡 뒤에 베토벤교향곡 1번을 연주하는 식의 연주회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열었다. 19일자 연주회는 녹음까지 되었지만, 푸르트벵글러가 연주가 마음에 안 든다고 연주 녹음의 파기를 지시했기 때문에 이 연주회에서 연주된 푸르트벵글러 2번의 녹음은 유실되었다.[22] 다만 이는 레브레히트가 열성적인 말러리안 평론가라는 것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23] Neeme Järvi, 1937~, 에스토니아 출신 지휘자. 아들들인 파보 예르비와 크리스티안 예르비도 지휘자다.[24] 곡 도입부 바순의 프레이징부터 뚝뚝 끊어지고, 일부 부분은 아예 악보와 음이 완전히 다르며, 심지어 3악장 주부 일부는 아예 악기 타이밍이 꼬이기도 한다. 4악장을 단축 없이 23분이라는 빠른 속도로 완주한 것도 특이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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