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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Decentralization탈중앙화는 중앙 기관이 없는 상태에서 의사 활동을 결정하는 체제이다. 주로 금융 업계에서 자주 쓰인다. 탈중앙화를 처음으로 언급한 사람은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 2008년에 발행된 비트코인 백서 원본#에서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핵심 기능 중 하나로 탈중앙화를 언급했다. 정확히 말하면, 탈중앙화(Decentralization)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으며 그 개념을 풀어서 설명했다. 1페이지의 'What is needed is an electronic payment system based on cryptographic proof instead of trust, allowing any two willing parties to transact directly with each other without the need for a trusted third party'라는 부분으로, 해석하자면 '암호학 증명에 기반하여 신뢰있는 제 3자가 필요없이 서로 직접 거래하게 만들어주는 전자 화폐 시스템'이다.
2. 배경
비트코인 제네시스 블록 |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비트코인 제네시스 블록[1]에는 “더 타임스, 은행들의 두 번째 구제금융을 앞두고 있는 영국 재무장관” 이라는 숨겨진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이 메시지는 사토시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다음과 같은 배경을 가지고 있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등으로 전세계 경제는 대침체를 맞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많은 기업들이 파산했고, 기업들에 투자한 개미 투자자들도 엄청난 손해를 보았지만 은행과 정부는 이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토시는 이런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이에 정부, 은행이 독점하던 금융 시스템을 민간 중심으로 돌리며, 익명의 3자끼리지만 신뢰할 수 있도록 암호학을 기반으로 하여 신원을 노출하지 않고도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통화시스템인 비트코인을 탈중앙화라는 형태로 제안했으며 그의 철학을 비트코인 제네시스 블록에 담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나누어 보면, 사토시가 제시한 탈중앙화 철학은 크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측면으로 정리할 수 있다.
- 기술적 대체
전통적인 중앙화 기관 없이도 참가자들의 컴퓨터 네트워크가 합의 알고리즘과 암호학을 통해 원장 관리와 검증을 수행함으로써, 기존 중앙 관리자가 맡았던 역할을 기술적·구조적으로 대체했다.
- 개인화
기존에는 은행, 정부가 예금, 송금, 대출을 중개하는 권한을 독점했지만, 탈중앙화된 시스템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자금을 직접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 즉, 개인이 자신의 지갑을 소유하고, 지갑에 대한 접근 권한을 스스로 결정하며, 송금과 거래를 위해 굳이 은행이나 금융회사에 결제를 의뢰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제공한다.
- 독립성
탈중앙화 금융은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나 중앙기관의 정책 변화에 따른 통화가치 변동, 자본 통제, 외환 규제와 같은 문제로부터 독립되고자 하는 목표를 담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상황에서 국가나 은행의 부실 운용으로 인한 대중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로는 금융권력으로부터 독립한 개인 중심의 경제 생태계를 지향한다.
- 익명성
탈중앙화 철학은 익명성과 프라이버시 보호를 중요한 가치로 삼았다. 전통 금융 시스템에서 거래를 수행하려면 신원을 밝히고, KYC(Know Your Customer)나 AML(Anti-Money Laundering) 같은 각종 신원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면 비트코인은 주소와 주소 간의 거래만 있을 뿐,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요구하는 신원 정보가 없어도 거래를 수행할 수 있다. 즉, 익명성을 통해 사적 정보가 제3자에게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3. 방법
사토시는 백서를 통해 현재 화폐 거래 시스템의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첫 번째 문제점은 전 단락에서 상술했듯 제 3자, 즉 은행이 금융 거래과정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기존 금융 거래 과정에서 은행이 이 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이유는 사회적인 신뢰가 있으며, 같은 화폐로 두 번 지불하는 이른바 이중지불(double-spending)을 막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가령, A가 1,000원을 가지고 있는데 B와 C에게 동시에 1,000원을 보낸다고 가정해보자. 겉으로 보기에는 A → B, C로 돈이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실 은행이라는 주체 D를 거치므로, A → D(은행) → B, C 같은 형태로 송금될 것이다. 그런데 A는 1,000원밖에 없어서 B나 C 중 한 사람만 돈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동시에 B와 C에게 입금이 된다면 A가 가졌던 총액은 1,000원이기 때문에 모순이 발생한다. 은행에서는 이런 모순이 발생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송금 대기열(Queue)에 거래를 순차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을 이용하여 이중 지불 문제를 해결한다. 이론적으로 송금 요청이 완벽히 동시에 진행되었더라도, '대기열'에 순서를 부여받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B와 C중에 더 먼저 대기열에 들어온 쪽에 송금이 되고 반대 쪽의 거래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술했듯 사토시 나카모토는 은행을 신뢰가 없는 기관이라 판단하였으므로 그가 만든 금융 시스템은 은행을 비롯한 제 3자를 거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되었고, 여기서 이중지불 문제를 해결할 '합의' 방식을 채택했다.[2]
두 번째 문제점은 프라이버시다. 현재의 방식은 신뢰받는 제 3자에게 신원을 노출해야 하지만 이 때문에 개인정보 침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위의 A → D → B, C 과정에서 A와 B, C는 동시에 D(은행)에게 신원을 노출한다. 탈중앙화 방식에서는 제 3자에게 신원을 노출하는 대신, 공증 과정을 노출하여 자산이 어디로 옮겼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되[3]거래자의 신원은 누구에게도 노출되지 않는다. 지갑 주인이 이게 내 지갑이라고 먼저 공개하거나 그간의 행적, 본인이 얼마의 암호화폐를 언제 구매했다 등 간접적인 정보를 통해 사람들이 유추만 할 뿐,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게 누가 쓰는 지갑인지 절대로 알 수 없다.[4]
요약하자면 탈중앙화란 은행 등 기관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거래자와 거래자간의 투명한 거래를 표방하는 것이다. 즉, 탈중앙화된 사회에서 사용되는 화폐는 그 가치를 커뮤니티 구성원의 암묵적인 동의 하에 인정받아야 화폐로서 기능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다크 웹에서 암호화폐로 총기나 마약류를 거래하는 지하경제를 들 수 있다. 꼭 암호화폐가 아니더라도 특정 사회에서 기관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그 사회에서만 가치를 인정받는 화폐로 거래한다면 그것도 탈중앙화된 거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례로 볼 수 있는 것이 교회 아동부의 달란트 시스템이다.
4. 장점
- 익명 및 투명성
모든 거래 과정(트랜잭션)이 공개되고, 지갑에 얼마가 있는지 투명하게 볼 수 있긴 하지만 그 사람이 누군지는 자기가 나서서 밝히지 않는 이상 절대로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익명성이 높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 분산성
앞서 설명했듯 탈중앙화 거래 방식은 제 3자가 개입하지 않고, 제공자와 수령자간에 이루어지는 거래이다. 따라서 공격자가 단일 실패 지점을 목표로 삼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기존 은행 대비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 쉽게 말해서 은행을 털거나 은행에서 수령자의 통장으로 돈이 옮겨지는 과정을 비틀어서 자기 지갑으로 옮겨지게 하는 것보다 탈중앙화 방식의 비트코인 지갑을 터는 게 더 어렵다는 것이다.
- 속도와 비용
사토시 나카모토는 논문에서 탈중앙화의 장점으로 기존 금융 시스템보다 더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처리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일례로 신용카드 네트워크는 매입은행, 발급은행, 결제대행사, VAN 등 중개자가 너무 많아서 중개 수수료가 필연적으로 붙고 단말기 보급이 필요하다는 비용상의 단점이 있으며, 결제 과정과 대금 지급이 너무 느리다는 시간상의 단점이 있다. 대안으로 언급되는 간편 결제 서비스와 BNPL 등도 카드사의 망을 사용하고 결제 금액에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는 해외송금에도 이점을 가진다.
5. 단점
"공급자가 룰을 정하고, 공급자가 공급하고, 심지어 공급자는 갖고 시작을 해. 이만큼 중에서 이만큼을 갖고 시작을 해. 그건 탈중앙을 했는데 다른 중앙이 오는 거잖아요? 중앙은행이랑 정부를 못 믿어서 나왔는데 개별 인원이나 조직을 믿어야 하는 그런 상황에 빠지게 되니까 대단히 어렵죠. 뭔 놈의 탈중앙화가 그렇게 되냐, 그런 생각을 안 할수가 없고." # - 슈카월드
단점을 선 요약하자면 취지 자체는 납득이 가능하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현금을 벌기 위한 투자 자산으로 발전한 후, 탈중앙화라는 단어는 모순에 가까운 단어로 변질되었다.- 탈중앙화 철학의 소실
암호화폐가 처음으로 나왔을 때로 돌아가보면 아주아주 작은 커뮤니티 안에서만 거래를 진행했다. 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이자, 탈중앙화 모델이 현물 가치가 있는지 최초로 부각된 사건이 비트코인 피자데이[5]다. 이 거래는 비트코인 초창기 커뮤니티에서 내부자들끼리 거래한 것이기 때문에, 커뮤니티 내부에서의 거래에 해당된다. 이 사례를 봤을 때 탈중앙화는 정부와 기업의 개입이 없는 온라인 커뮤니티 내에서 자기들끼리 쓰는 화폐에 사용할 수 있는 개념으로, 이것이 사토시 나카모토가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선보이며 강조한 탈중앙화의 이상이다.[6]
그런데 최근 암호화폐 거래는 보통 탈중앙화와 전혀 관계 없는 중개 기업인 암호화폐 거래소, NFT 거래소, 거래소와 제휴한 은행[7]을 거친다. 탈중앙화의 이념이 애당초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 기업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그들에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며 자기들끼리 거래하겠다는 건데, 이미 내가 암호화폐를 거래하거나 송금하기 위해서 기업에 개인정보를 줘야 하므로 모순이다. 심지어 블랙록에서 현물 ETF를 출시하며 미국 증권위원회는 제도권 금융에 비트코인을 편입해버렸으며, 트럼프가 비트코인을 미국의 전략적 자산으로 비축하겠다며 수많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이렇게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첫 탄생은 탈중앙화 철학에 입각되었으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유입되고 투자 자산으로 변질되며 탈중앙화 철학은 소실되었다.
기능적으로 탈중앙화가 구현되었고 아직까지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기능적인 분산 원장(블록체인) 기반의 구조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고, 그 위에서 막대한 양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탈중앙화 시스템을 둘러싼 외부 - 즉, 제도권 금융, 기업, 심지어 국가 기관들의 개입이 점점 커지고 심지어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 때문에 암호화폐 시장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탈중앙화라는 이상은 일종의 '작동되는 기능', '명목적 가치'로만 남아버렸다.
- 기업의 개입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개인에 의해 만들어졌고, 익명은 아니지만 이더리움 역시 비탈릭 부테린이라는 개인에 의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최근의 암호화폐나 NFT는 다르다. 도대체 뭘 믿고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가짜 돈을 사야 하냐는 의문 하에 기업(법인)에서 사업을 주도하고, 또 사업체가 신뢰할 만한 회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판매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서 만들어진 클레이튼이나 위믹스 같은 암호화폐[8]가 대표적인 사례. 모든 기업들은 자기들이 만든 코인들이 진짜 탈중앙화라며 강조하지만, 애초에 기업에서 만들고 관리하며 기업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가지고 있는데 절대로 탈중앙화라고 볼 수 없으며, 앞 문단의 거래 방식을 보면 알 수 있듯 은행과 거래소가 거래 과정에서 껴있기 때문에 더더욱 탈중앙화라고 볼 수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탈중앙화 거래소(DEX)라는 게 나왔는데, 이런 거래소는 유저간 직접 거래를 지원한다. 다만 탈중앙화 거래소는 엄밀히 따지면 '거래소'가 아니라, 암호화폐-암호화폐의 '교환소' 개념에 가깝다. 예를 들어 나무위키 코인이 있다고 치자. 내가 가진 나무위키 코인을 현금화하고 싶다면 일반적인 업비트 같은 거래소에서는 나무위키 코인을 현금 매도하면 그만이지만, 탈중앙화 거래소 같은 경우는 상대의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가령 비트코인과 나무위키 코인을 교환하여 내가 받은 비트코인을 거래소에 옮겨서 팔아야 한다. 상당히 불편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거래 속도도 느리고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지 못한 데다가, 결정적으로 어차피 신상만 드러나지 않는 것이지 지갑 연결은 해야 하며 거래소에 교환할때마다 일정량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탈중앙화 거래소에서도 자기네들의 화폐라고 하며 암호화폐를 찍어서 파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의 탈중앙화는 다크웹에서 개인-개인이 접촉하여 진행되는 은밀한 거래만 남았다고 보면 된다.
- 다단계 투기상품으로의 변질
아주 작은 사회에서 사용되었던 시기의 비트코인을 좀 더 우리 일상 생활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교회 유년부에서 출석이라던지, 성경 퀴즈를 맞춘다던지, 다른 친구들을 데려오면 받을 수 있는 달란트를 생각하면 쉽다. 달란트는 원래 교회 행사에서 떡볶이를 사먹는다던지, 아이들이 가져온 장난감과 바꾼다던지 하는 소박한 일에 쓰이는 물건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열심히 모은 달란트를 교회 밖에서도 현금처럼 쓸 수 있을까 궁금했던 어떤 아이가 교회 근처 피자 가게에서 모아놓은 달란트로 피자 2판을 구매했다. 그리고 이 일화가 지역 언론에 뜨게 되면서 달란트의 발행 방식, 달란트에 담긴 아나키즘적 철학, 달란트 기록부가 뜬금없이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고 교회 사람들이 달란트를 구하려고 안달이 나게 되었다. 교회에서 준비해놓은 달란트가 부족해지자 이 교회에서는 원래는 출석해서 대충 쉬운 성경 퀴즈만 풀면 마구 뿌리던 달란트를 이상한 수학 문제를 풀어야 주기 시작했고, 수학 문제는 이걸 어떻게 풀라는 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나오기 시작하며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는 전문 계산기까지 교회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계속 높아지자 달란트를 가진 사람들이 달란트를 경매 형식으로 팔기 시작했다. 경매가 시작되며 달란트는 인기에 힘입어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고, 원래는 출석으로 받을 수 있던 달란트를 현금으로 구매한 교인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교인들의 가진 현금이 고갈되어 더 이상 달란트의 가치가 오르지 않자 교회 안에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걸 교회 내부에서만이 아니라 상가, 학교, 도시, 지구 등 외부에도 팔아서 달란트의 현금 가치를 높이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현금보다 달란트가 이런저런 이유로 우월하기 때문에 너의 쓸모없는 현금으로 나의 쓸모있는 달란트를 가져가라"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선동은 성공해서 달란트는 세계 곳곳에 퍼졌고, 국가, 세계 규모의 경매장이 만들어져서 가치는 올랐지만 달란트를 쓸 수 있는 곳은 아직까지도 극히 적으며 시세가 왔다갔다하는 투기 상품으로서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시 암호화폐 이야기로 돌아와서, 우리는 현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가장 사회적으로 성공한 '달란트'인 비트코인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가상 자산은 정부와 은행이 관리하는 사회적 통용화폐인 현금을 대체할 수 없는 보조 자산에 불과하다. 모두가 비트코인을 가지고 싶어하지만, 비트코인의 사회적인 사용처가 많고 진짜 유용해서 가지고 싶어한다기보다 단순히 현금으로 바꿀 경우 비싸기 때문에 가지고 싶어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작은 사회 속에서 가치를 올리자니 매수를 해줄 인원이 없다보니 가치를 올릴 수 없다. 그래서 이런 암호화폐 시장은 가치 상승을 위해 계속 사람들을 끌여들여야 하는 모순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탈중앙화같은 그럴듯한 이념을 꺼내들어 사람들을 유입시키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통용화폐의 아성을 무너트리기에는 앵무새처럼 외치는 탈중앙화 말고 다른 매력적인 요소가 필요하며, 설사 그런 요소가 있다고 쳐도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달러 집권을 무너트려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중앙화를 아직까지 외치고 있는 세력들의 현실적인 목적은 사실 탈중앙화를 정말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탈중앙화같은 잘 모르고 보면 그럴듯한 키워드를 꺼내들어서 가상자산의 현금 가치를 올린 다음에 달러나 원화 등 통용화폐로 바꾸기 위함이다.
- 화폐의 가치를 유지할 수 없는 방식
암호화폐 회사들은 '우리가 만드는 새로운 경제 모델이 가치가 오르기 전에 빠르게 구매해라.'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을 반박하자면 화폐는 가치가 항상 일정하거나 일정한 수준을 유지해야 화폐로서 성립한다. 따라서 화폐의 미래 가치를 판단하여 투자한다는 게 존재하지 않아야 정상이다. 가령, 우리 사회에서는 돌멩이를 화폐로 사용하는데 100개의 돌멩이를 1개의 고기로 교환할 수 있다고 치자. 어느 날 갑자기 돌멩이가 가치가 엄청나게 올라서 1개의 돌멩이만 있어도 1개의 고기로 교환할 수 있게 된다면 돌멩이는 건강한 화폐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 10달러로 피자 한 판을 사먹을 수 있는데 어느 날 부터 500달러가 있어야 사먹을 수 있다면 달러가 돈의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화폐는 안정성이 필수고, 이런 이유 때문에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같은 물가 변동현상을 경계하는 것이며 정부 차원에서 시장 개입은 최소화하되 화폐 가치는 꾸준히 관리하는 '중앙화'가 기본 이념이 된 것이다.
그런데 결국 암호화폐들은 시세 변동 현상을 통제하지 못했고, 현금에 밀려 사용처도 늘리지 못했으며 거래의 불편함도 해소하지 못했다. 그래서 기존 보유자들은 이렇게 화폐로서 쓸모가 없어진 암호화폐들을 다른 방면에서 쓸모가 있게 만들어야 했다. 바로 그게 투자 자산, 소위 디지털 금으로서의 가치다. 사람들은 모두 금을 가지고 싶어한다. 그 이유는 비싸서이다. 그런데 이 비싼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가진데다가, 희귀하고 실용성[9]까지 겸비했기 때문이다. 핵전쟁 등으로 미국이 멸망하면 금이 실질적 통용화폐의 지위를 차지한다는 시각도 있을 정도로 금의 가격 안정성은 대단히 높다.
암호화폐의 대표인 비트코인의 공급은 이미 한정된 물량과 채굴이라는 방식으로 통제하고 있다. 그럼 수요만 늘리면 되는데, 비트코인은 금처럼 아름다움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움'으로 수요를 늘릴 수 없다. 또한, 현금이 꽉 잡고 있는 시장에서 느리고, 비싸고, 불편하고, 수수료를 많이 잡아먹는 비트코인의 사용처, 즉 실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화폐 수요를 늘리는 방향 역시 성립할 수 없다. 그래서 기존 보유자들은 유명인이나 유명 기업의 참여, 억지 이슈화, 시세 조작을 이용한 극단적인 포모 현상 유발, 루나 사태에서 볼 수 있었던 말도 안되는 이윤으로 매수와 홀딩을 유도하는 스테이킹 예금 형태, 그리고 탈중앙화, 블록체인 등 어려운 단어 사용으로 뭔가 대단하고, 핫하고, 신비로운 것처럼 포장하여 자산 가치를 올리는 방식을 형성했다. 이게 현재 비트코인이 마주한 현실이다.
- 맥시멀리스트들의 주장과는 반대되는 투자 자산화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맥시)들은 '1BTC = 1BTC'라고 주장한다, 1달러가 그냥 1달러이듯, 비트코인이 달러를 몰아내고 전 세계적인 기축 통화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비트코인은 투자 상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수익을 얻기 위해서 매도하는 사람들을 가짜라고 비난한다. 이런 흐름의 중심에 있는 게 바로 MicroStrategy인데, 실제로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지금까지 비트코인을 매도한 적이 거의 없다.
맥시들은 '비트코인을 매수해라, 그리고 팔지 마라'라고 하지만, 누군가가 매수한다는 건 누군가는 매도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미래에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은 화폐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 염연한 투자자산이다. 국가별 통용화폐가 다 살아있고 달러가 전 세계 기축통화인 현실 세상에, 아무런 논리가 없이 '미국은 아무튼 망할 거고, 은행은 아무튼 믿을 수 없으며, 달러는 쓰레기가 된다. 탈중앙화된 비트코인이야말로 진정한 미래의 화폐다'라고 우겨봤자 사람들은 그냥 비싼 투자 자산으로 본다는 것이다. 탈중앙화라는 개념을 진심으로 믿는 사람들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작은 사회에서 쓰이는 화폐보다는 사실상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야 시세를 유지할 수 있는 투자 자산으로 변질된 마당에 별로 설득력이 없는 얘기고 현금 끌어들여서 자산 뻥튀기하려고 하는구나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 똑같은 독점 구조
탈중앙화와 암호화폐 예찬론자들은 세계의 부는 일부 부자들에 의해 독점되고 그 부로 인해 세계가 움직인다고 지적한다. 많은 통계에서도 볼 수 있듯 이들이 지적하는 건 사실이며, 부의 양극화 또한 지속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모든 암호화폐 역시 일부 홀더들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 어찌보면 통용화폐가 아니라는 특성상 더욱 심각한 문제다.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가 어느날 갑자기 개인 재산인 200조를 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국가 당 몇천억 씩 뿌리겠다고 발표한다고 치자. 그런다고 해서 인플레이션이 오거나[10] 달러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비트코인의 최대 홀더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갑자기 암호화폐 시장에 참여해서 그가 보유한 100만 비트코인[11]을 전액 시장가에 매도한다면 어떻게 될까? 시장 자체가 파괴된다. 괜히 사토시 지갑이 움직이는 순간 비트코인 둠스데이가 온다고 하는게 아니다.[12][13] 오히려 사토시 같이 5% 정도만 가지고 있는 건 양반이고 많은 코인은 30, 40%씩 독점하고 있는 고래들에 의해서 시장이 좌지우지된다. 따라서, 전 세계의 부가 독점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구조는 암호화폐 시장이 더 심하다고 할 수 있다.
- 법적 안전 장치의 부재
아직까지 대부분의 국가에서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예금보험공사가, 미국은 FDIC가 예금자 보호라는 법적화폐 보호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반면 암호화폐는 이러한 장치가 마련되어있지 않아서 FTX 파산과 2022년 LUNA 대폭락 같은 사건으로 수 많은 피해자가 양산되었음에도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다.
[1] 최초로 만들어진 블록[2] 이것은 암호화폐의 기능과 관련된 문제기 때문에 탈중앙화를 다루는 이 문서에서는 서술하지 않는다.[3] 이렇게 투명하게 공개된 내역을 트랜잭션이라고 한다.[4] 가령 김남국 가상화폐 보유 논란에서 김남국의 지갑이 네티즌에 의해 추적되었다. 익명성이 보장된 탈중앙화인데 어떻게 알았는지 생각할 수 있는데, 스스로 지갑을 언제 만들었고, 얼마만큼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시간 빌게이츠들이 일일이 지갑을 대조하며 간접 유추가 가능하게 되었다. 아무 말도 안 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즉, 본인이 입단속을 포함한 보안만 철저히 한다면 신원은 노출될 일이 없다.[5] 커뮤니티에서 10,000 비트코인으로 파파존스 피자 2판을 간접거래한 사건.[6] 사실 철학적으로 보면 완전한 탈중앙화 거래는 아니다. 이 사건은 3개의 주체를 가지고 있다.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구매하라고 송금한 사람 A - 비트코인을 받고 신용카드(달러)로 피자를 대리 결제해준 사람 B - 피자를 만들고 배달해준 피자집 주인 C 인데, B는 C에게 '신용카드'로 결제했으므로 결제 과정에 은행이 끼어있기 때문. 물론 은행은 이게 비트코인을 받고 대리로 결제하는 것인지는 몰랐을 것이다. 만약 피자집 주인 C가 비트코인 커뮤니티 멤버여서 A가 C에게 비트코인을 직접 준 다음에 피자를 받았으면 A, C가 피자 2판 = 비트코인 10,000개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자기들의 커뮤니티에서 인정한 진정한 탈중앙화 거래가 된다. 이 거래 전에는 그냥 비트코인은 채굴이나 송금(현물성 대가가 없는)이 정상적으로 되는지, 그게 블록체인에 기록이 남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에만 쓰였다.[7] 당연하지만 아직까지 은행에 넣은 현금-암호화폐의 직접 거래나 출입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탈중앙화와는 전혀 관계 없는 중개 기업인 암호화폐 거래소, NFT 거래소, 거래소와 제휴한 은행과 현금(원화,달러 등)입출금 제휴를 맺어서 간접적으로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가령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제휴되어있고 케이뱅크에 넣은 현금이 거래소에 들어가면 그걸로 코인을 구매하는 거래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8] 물론 익명의 개인이 발행한 암호화폐 중에서 사기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른바 스캠코인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름난 기업이 만든 암호화폐라고 해서 꼭 믿을만하지는 않다. 클레이튼과 위믹스가 50토막이 나는 동안 그들은 자기 회사를 믿고 암호화폐를 구매한 투자자들에게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았다.[9] 금 문서에 가면 알겠지만 금은 정말 많은 곳에 사용된다. 부식이 안 된다는 특성과 변형이 쉽다는 특성 때문이다. 특히 현대 전자기기의 필수품인 반도체의 핵심원료이기도 하다. 대체가 불가능한 실용적인 자원이라는 뜻이다.[10] 물론 시장규모가 아주 작은 나라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몇천억 가지고 생태계가 무너지진 않는다. 대한민국의 코로나 소상공인 지원금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총합 12조 정도의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11] 2023년 6월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약 1940만개 정도가 채굴되었다. 사토시는 이 중 5% 가량을 혼자서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12] 고래가 현금으로 던지면 다른 사람들이 코인을 더 많이 가질 수 있으니까 오히려 좋은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건 그 고래가 코인이 현금보다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현금은 쓸 데가 많지만, 코인은 화폐로서의 기능을 거의 하지 못하는 비싼 투자자산이다. 가치를 떠받들어주는 사람, 즉 매수자가 있어야 코인판이 굴러간다. 그럼 이 고래의 매도물량을 받아 줄 사람은 보통 코인이 화폐보다 좋다고 선동당한 개미 투자자들이다. 그래서 코인 시장은 매수물량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코인의 우수성을 홍보하며 이런 개미들을 끌어와야 하는 것이다.[13] 이는 주식 시장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며 실제로 최근 주식 시장도 투기판으로 바뀌어가는 게 현실이다. 그렇지만 주식은 명목상 배당금이나 경영참여 같은 기능을 제공하긴 한다. 그리고 주식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거래소(KRX)를 이용해 거래하며, 대주주의 경우 매도한다면 매도공시를 통해 신원이 공개된다. 원래는 기업 자율에 맡겼으나, 최근에는 이게 법제화되었다. 최소한의 안전 장치가 있는 것. 물론 다시 강조하지만, 개미들을 꼬셔야 하는 건 주식이나 코인이나 거기서 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