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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bgcolor=#000,#C0C0C0><colcolor=#C0C0C0,#000> 피를 마시는 새의 등장인물 지멘 | |
| 본명 | 지멘 |
| 이명 | 황제 사냥꾼 |
| 성별 | 남성 |
| 종족 | 레콘 |
1. 개요
소설 《피를 마시는 새》의 등장인물. 레콘 남성. 호숫가에 서서 소설 피를 마시는 새의 첫 장면을 장식하는 인물이다. 작중에서는 황제 사냥꾼으로도 불린다.오디오북의 성우는 홍후백.
2. 특징
레콘 중에서는 드문 검은 깃털을 지닌 거대한 레콘으로, 레콘 중에서도 평균보다 반 미터는 큰 덩치라고 묘사된다. 일반적인 레콘의 신장이 3m 정도이므로, 지멘과 일반 레콘의 키 차이는 평균적인 성인 남성과 2m 이상의 거한 사이의 격차와 맞먹는다는 것. 그 외에는 부리에 하얀 실금 같은 흉터가 잔뜩 있다는 외모 묘사가 있다.무기는 대호의 머리 형상을 띤 거대한 망치. 레콘이 봐도 꽤나 커다란 망치[1]라서 인간 입장에서는 망치라기보다는 공성추라 부르는 게 어울릴 정도다. 무기 특성상 너무 둔한 데다 찌르는 공격이 불가능해 초근접 상황에서는 불리하기 때문에, 지멘은 부리와 발을 사용하는 기예를 높은 수준으로 익혔다. 근접 격투 상황에서는 망치를 언제든 휘두를 수 있는 위치에 둔 다음 격투전을 벌이는 방식. 큰 덩치를 이용해 적보다 높은 위치에서 내리쪼는 부리의 힘은 파괴적이다. 무게를 실은 발차기도 강력한지 실제로 발차기로 준람에게 꽤 깊은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뭄토를 상대로 한쪽 팔을 못 쓰는 상태에서도 다른 한쪽 팔만으로 머리를 터뜨려 버릴 기세로 쥐어짤 정도로 완력도 대단하다.
본래 신부 탐색자였던 레콘으로, 왕년에 신부를 여럿 거느렸을 정도로 싸움에 능숙한 베테랑이다. 첫 등장부터 즈라더와 일기토를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하며, 작중 최강의 금군으로 불렸던 즈라더를 상대로 큰 피해를 입지도 않고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피를 마시는 새》의 시작을 여는 인물로, 전작의 주역 레콘이었던 티나한의 다소 전형적인 레콘스러움에 익숙했던 독자들에게 차분하고 무뚝뚝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실과 동행하면서 철의 대화로 인한 제약 때문에 아실에게 직접 말을 걸지 못하고 혼잣말처럼 꾸며내는 장면들이 많아 항상 과묵하고 진중한 것으로 보이기 쉽지만, 사실 아실과 관계된 것이 아니라면 대화도 곧잘 하고 나름 유머 감각도 있는 편이다. 또한 작중에선 특이하게도 상당히 인간처럼 행동한다는 묘사가 많이 등장한다. 타이모를 따라다니던 시기에도 아실에게서 마치 인간 남자처럼 행동한다는 평가를 들었고, 엘시에게 "자꾸 귀찮게 굴면 네 가족 죽인다."라는 식의 협박을 하며 '마치 인간처럼 말한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황제 살해라는 숙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황제 사냥꾼으로 불리고 있다. 이 숙원으로 인해 같은 목적을 가진 인간 소녀 아실과 함께 반황제 활동을 하며 제국군을 피해 제국 각지를 방랑한다.
3. 작중 행적
4. 평가
《피를 마시는 새》의 첫 장면을 여는 초반부의 주인공 격 인물이자, 홀로 고립되어 살아가던 구세대 레콘이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종족 특유의 한계를 넘어 한층 성숙한 인물로 거듭나는 과정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외형과 무력 면에서 지멘은 전통적인 구세대 레콘의 정점에 서 있다. 거대한 체구에서 나오는 괴력과 수많은 전투 경험에서 비롯된 압도적인 무력은[2] 모범적인 구세대 레콘의 기풍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토록 완벽한 강자인 지멘의 삶을 실제로 움직인 원동력은 역설적이게도 타이모에 대한 구애와 상실, 아실과의 기묘한 인연 등 타인과의 유대였다.
겉으로는 전형적인 강자이면서 내면은 인간적인 인연에 흔들리는 이러한 이중적인 면모는, 아실이 내세운 분리주의 및 '가짜 레콘' 개념과 맞물려 깊은 아이러니를 만들어낸다. 아실은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싸우는 레콘을 '진짜 레콘'이라 존중하고 타인의 욕망과 증오를 위해 싸우는 레콘을 '가짜 레콘'이라 혐오하며, 지멘이 치천제의 정신억압 때문에 황제 살해를 숙원으로 삼은 가짜 레콘일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의 숙원을 빼앗으려 했다. 그러나 아실의 기준을 그대로 대입하면 지멘은 이미 완벽한 가짜 레콘이었다. 그는 치천제의 정신억압 때문이 아니라, 지난 6년 동안 타이모를 위한 복수심과 아실의 증오를 삶의 원동력으로 삼아 살아온 가장 모범적인 가짜 레콘이었기 때문이다.
지멘의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레콘다움을 잃고 타락한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더 높은 경지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분기점이 초반부의 나나본에서의 도하(渡河) 에피소드다. 니어엘 헨로의 회돌이 전술 앞에서 드러나듯, 자신이 한 번 포기한 길로는 절대 되돌아가지 않는 레콘 특유의 자존심과 공수증은 지상 최강의 전사에게조차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이 된다. 꼼짝도 못 하던 이 상황에서 지멘을 이끈 것은 연약한 인간 소녀인 아실의 밧줄이었다. 타인의 의지를 통해 구원받은 이 경험은 레콘 지멘에게 잊을 수 없는 일이 되었고, 이후 나루터에서 뭄토를 용서함으로써 과거의 자신에 대한 납병을 선언한 뒤 나룻배에 오름으로써 '스스로 완결된 존재인 구세대 레콘으로서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의식을 치렀다. 레콘에게 바위나 성벽은 힘으로 부술 수 있기에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지만, 어떤 파괴력으로도 부술 수 없으면서 깃털 사이로 스며들어 무거운 몸을 가라앉히는 '물'은 자신의 완결된 자아를 흐트려뜨리는 죽음의 상징이다.[3] 그런데 망치로 때려 부숴서 해결할 수 없고,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으며, 혼자만의 굳건한 세계에 스며들어 마음을 흔든다는 점에서 '타인과의 관계'는 물과 정확히 같은 성질을 지닌다. 전작 《눈물을 마시는 새》의 티나한이 동료 비형 스라블을 살리기 위해 물에 손을 담갔을 때 비로소 공수증을 이겨냈듯, 오직 자기 자신만으로 완전하고자 하는 '진짜 레콘'은 물을 만나면 그대로 가라앉아 죽지만, 타인을 받아들이기 위해 홀로 완전했던 예전의 자신을 한 번 내려놓은(가짜 레콘이 되기를 감수한) 자만이 물이라는 죽음의 공포를 건널 수 있다는 역설이 지멘의 도하를 통해 완성된다.
나룻배를 타고 강이라는 죽음의 문턱을 건넌 뒤, 지멘에게는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다. 아실을 납치했던 뭄토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염려를 느끼거나, 자신을 죽이러 온 준람에게 "자네가 살아있어서 이렇게 싸울 수도 있고 옛이야기를 할 수도 있잖나?"라고 말하며 아무도 죽이고 싶어 하지 않게 된 것은, 그에게 '살아있음'이란 나 혼자 바위처럼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다른 이들과 부딪히고 이야기를 나누며 어울리는 것이 되었으며, 진짜 죽음이란 그저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의 죽음이란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같은 '가짜 레콘'이라도 지멘과 뭄토의 결정적 차이가 드러난다. 뭄토는 자신의 나약함 때문에 주관을 잃고 타인에게 휩쓸리다가 결국 용에게 흡수되어 '무엇이든 될 수 있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전락했으나, 지멘은 혼자만의 고립된 껍질을 깨고 나옴으로써 다른 이들의 삶을 긍정하고 포용하는 더 넓고 강인한 인물로 성장했다.
후반부 지멘이 정신억압으로 평온해진 아실의 상태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녀의 '증오'를 되찾기 위해 다시 망치를 든 이유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치천제가 만들어내는 일방적인 평화와 상냥함 속에서는 누구도 서로를 해치지 않지만, 동시에 누구도 타인과 부딪히며 자신의 한계를 깨뜨리지 못한 채 제자리에 멈춰 있게 된다. 반면 나나본의 밤에 무기력한 지멘을 물어뜯으며 끌고 나아갔던 아실의 증오는, 겁에 질려 주저앉아 있던 옛 지멘을 끝내고 새로운 지멘을 탄생시킨 생명력 그 자체였다. "사람들이 자신과 대등한 존재를 정말 자신과 똑같이 받아들이려면 서로를 증오해야 할 것 같아."라는 지멘의 통찰은, 서로의 비겁한 한계를 찌르고 부수며 끊임없이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게 만드는 치열한 부딪힘만이 상대를 나와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하게 만든다는 주제의식을 대변한다.
나아가 '사람의 신을 상대하는 세 레콘' 중 길잡이로서 최후의 순간 치천제를 살리는 선택을 내린 것 또한 이러한 자기극복의 연장선에 있다. 만약 지멘이 치천제를 죽였다면 그는 '황제 살해'라는 과거의 숙원과 치천제가 설계한 각본 안에 갇힌 채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레콘이라는 종족을 묶어두던 오랜 관습과 한계를 모두 넘어선 지멘은,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숙원마저 스스로 내려놓음으로써 치천제의 각본까지 뛰어넘은 진정한 자유인으로 서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