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등장인물인 제모 남작의 평가.2.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2.1. 긍정적인 평가
외적으로 큰 임팩트가 없다는 점에서 슈퍼 히어로 영화의 빌런 포지션보다 테러리스트를 연상시키는 현실적인 면모가 강한 인물이다.[1] 특수 코스튬[2]이나 전용 장비도 없다 보니 대중들에게 빌런으로서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걱정도 있었다.그러나 상영 시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보여준 지적인 능력과 절제된 대사, 군인답게 절도 있는 동작, 한 치의 낭비도 없는 등장 덕분에 오히려 차별화되는 매력을 어필했으며, 누구의 도움도 없이 단독으로 어벤져스를 분열시킬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현한 점에서 더욱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다른 빌런들에 비교해 액션 씬이 적고 화려함이 부족했다고 해도, 권력도 초능력도 없이 오직 평범한 인간 본연의 능력만으로 슈퍼 빌런들을 능가하는 새로운 빌런 캐릭터였다. 비현실적으로 강력한 전투력이나 권력으로 단순히 찍어누르는 슈퍼 빌런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외모와 능력의 현실적인 테러리스트의 모습에서 오히려 슈퍼 빌런보다도 더 현실적인 공포를 느꼈다는 호평도 나왔다.
외모나 능력도 현실적이지만 진행하는 복수의 성격도 현실적인 편. 보통 복수물의 캐릭터들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폭주하거나 하다못해 외면적으로나마 절제를 유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강한데, 이 인물은 정말 복수하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끝까지 이성과 절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마지막까지 사정을 듣기 전까지는 복수가 아닌 뭔가 다른 것을 노리고 있는건가 의심하는 관객들도 있었다. 여타 작품의 복수귀 빌런들은 불타는 복수심으로 인해 비현실적인 힘이나 비현실적인 사상을 가지고 물불 안 가리고 미쳐 날뛰며 나아가 자신의 복수를 위하여 다른 이들이 죽어나가도 전혀 눈 하나 꿈쩍 않고 오히려 방관자들도 죽어 마땅하다고 하거나 대의를 위해 하찮은 목숨 정도는 희생시킬 수 있다며 정신승리로 광역 어그로를 끌어대는 경우가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제모의 경우에는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며 차분하고 계획적으로 복수를 진행하여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고 영화 후반부에 블랙 팬서에게 "당신의 아버지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는데 나의 복수극으로 인해 그렇게 된 것이 유감이다"고 밝힌 뒤, 복수를 이룬 후 자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죄하는 제모가 굉장히 씁쓸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벤져스에 대한 복수심으로 아무 죄 없는 정신과 의사나 UN 관계자들이 자신의 복수극에 희생된 것에 대한 죄책감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이 부분은 극 초반 카르포프를 심문할 때 말하는 대사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아이러니한 것은 어벤져스라는 이름 자체가 "만일 로키에게서 지구를 지키지 못한다면 원수라도 갚겠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인데, 어벤져스는 지구를 매번 지켜냈기에 딱히 할 복수가 없었고 정작 복수자여야 할 그들이 복수를 당했다는 것이다. 그 앙갚음의 원인이 지구에 해를 끼치려는 악당이 아니라 다름아닌 그들이 지키려 했으나 일부 놓치고 만 인명이라는 게 한층 더 아이러니의 극치. 개봉 전에는 빌런 자체에 대한 안 좋은 평이 들려와서 '시빌 워는 히어로들간의 싸움인 만큼 빌런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약할 것'이라는 분위기였지만, 개봉 후 많은 팬들의 반응은 완전히 반전되어 시빌 워 등장 캐릭터 중 같은 뉴 페이스인 블랙 팬서와 함께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캐릭터가 되었다. 실제로 선행 시사회 당시 국내의 영화 커뮤니티 익스트림 무비 관계자는 "기존의 마블 악당들보다 더 지능적이면서 흥미로운 캐릭터로 나왔습니다. 원작 코믹북 팬이 기대하는 그런 전형적 악당은 아니에요. 아마 그래서 불평이 나온 듯 해요."라고 정확하게 평가한 바 있다.
더불어 울트론과는 다른 방향으로 클리셰 분쇄기스러운 면모를 보여주는 빌런으로 섬뜩한 반전을 선보였다. 작품 진행에 따라 마지막에 여타 히어로물들처럼 갈등을 해결하고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가 협력해서 슈퍼 솔져들과 제모를 제압하는 것으로 예상하게 되는 관객들은, 정작 그 슈퍼 솔져들을 전부 다 제모 본인의 손으로 직접 동결상태에서 처형한 것을 보고 작품 속 히어로들과 함께 어안이 벙벙해지다, 그가 초반부부터 그토록 집착했던 1991년 12월 16일의 진의를 깨닫고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된다. 트레일러에서 캡틴, 윈터 솔져 VS 아이언맨의 대결장면이 없었다면 더욱 더 충격적이었을 부분.[3]
전작에 이어서 이번 작품에서도 결국 최대의 적은 강대한 힘을 가진 악당이 아니라 어떤 신념에 붙들린 망령이 되어버린 일반인(슈퍼 파워가 없는)들이다. 결국 어벤져스에 분열을 일으킨 것은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제모였고 그들을 무용지물로 만든 것은 로스 장군이었다. 지능형 악당으로 복수의 광기를 보여준 제모지만 이 캐릭터의 최대의 매력은 절제되고 억눌려서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는 광기와 본인의 행동으로 인해서 벌어지는 뒤의 사태들이 본격적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장면에서 폭파 테러로 사람을 죽였고 수많은 영화에서 영웅들 사이에 내분을 일으켰지만 제모는 그 모든 것을 담담하게 저질렀고 마지막 자살하려는 순간까지도 광기의 폭발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차별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루소 형제 감독의 말에 따르면 후반부 충격적인 전개는 데이비드 핀처의 Se7en의 악역 존 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실제로 가해자가 된 피해자, 냉정한 복수귀 속성에 최후의 순간 충격적인 진실을 드러내서 주인공을 폭주시켜 목적을 달성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2.2. 부정적인 평가와 반론
제모의 놀라운 계획 in 솔직한 예고편.[4]시빌 워 개봉 초기에는 영화의 평이 워낙 좋아서 그런지 빌런에 대해 거의 호평일색이었지만 시빌 워의 열기가 좀 식은 이후엔 제모에 대한 호불호가 좀 갈리게 된 편이다. 작중에서 모든 상황이 놀라울 정도로 제모의 의도에 딱 맞게 흘러간터라 DC 확장 유니버스 렉스 루터의 계략처럼 데우스 엑스 마키나급 전개라며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작중에서 소코비아 협정 때문에 어벤져스에서 내부 분열이 발생하고 몇몇은 범죄자가 되는 등 변수가 많은 상황인데도 딱 제모가 의도했던 인물인 캡틴, 아이언맨, 윈터 솔져만 제모 앞에 도착한터라 "제모가 예언자도 아니고, 아이언맨, 캡틴, 윈터 솔져만 체포되지 않을 거라고 다 예상했다는 게 말이 되냐?"라며 작위적이라고 까이기도 한다. 다만 작중에서의 상황으로 따져보면 소코비아 협정을 지지하는 갑부인 아이언맨은 애초에 체포될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고, 버키는 윈터 솔져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점, 캡틴 아메리카는 버키의 절친이자 리더라는 점에서 반드시 시베리아 기지로 가야하는 인원으로 분류되고 보호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 셋이 모일 것이라는 기대를 아주 할 수 없는 것도 아니므로 까일 정도로 과도하게 작위적인 연출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애초에 제모의 최종 목적은 아이언맨에게 영상을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으므로 다른 누가 함께오든 상관 없었을 수도 있다.
제모가 아이언맨의 행동과 윈터 솔져의 행동을 유도한 사실은 작중에서도 나온다. 윈터 솔져야 말할 것도 없이 세뇌라는 치트키가 있고, 윈터 솔져를 유인하면 캡틴 아메리카 역시 자동적으로 유도될 것은 당연한 바, 그리고 아이언맨은 자신이 죽인 심리학자 시체 발견에 관해서 일부러 타이밍을 조절해서 아이언맨의 행동이 경솔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캡틴에게 사과하게 만들었다. 만약 캡틴 아메리카 측이 져서 전원 수용되더라도, 토니가 움직여서 영상을 보게하면 토니가 사적제재를 윈터 솔져에게 가할 것은 당연한 바, 아이언맨이라는 영웅, 그리고 어벤져스의 몰락은 시작된다. 캡틴 아메리카 측이 이긴다면? 역시 좋다. 아이언맨은 그 책임감으로 확실하게 시베리아로 쫒아올 테니.
다른 의견으로는 애초에 제모의 목적은 토니 스타크를 시베리아로 불러내서 문제의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었으므로, 작위적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 있다. 즉, 캡틴, 토니, 버키만 시베리아에 온 건 딱히 그가 의도한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일어난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제모의 계획의 요지는 토니를 포함한[5] 다수의 어벤져스 멤버들을 시베리아로 불러내어 문제의 영상을 보여줘서 내부 분열을 노리는 것이었다. 여기서 설령 버키가 오지 않았더라도 이런 영상을 본 토니는 당연히 버키를 찾아내서 죽이려 들 것이고, 이는 그를 막으려는 캡틴과의 대립으로 이어지게 되므로 제모의 계략에는 전혀 차질이 없다. 그리고 당장 영화를 본 시청자들도 토니에게 공감한다 아니다로 편이 갈렸던 것처럼, 캡틴이나 버키가 아니더라도 다른 어벤져스 멤버들끼리 토니를 말리려 하거나 하면서 편이 갈려 시빌 워를 찍었을수도 있다. 만일 토니가 다른 이들의 설득에 의해서든 스스로 좀 냉정하게 생각해서든 화를 가라앉혔다면 계획은 실패지만, 그렇더라도 최소한 '가족을 죽인 원수'라는 반목의 씨앗을 남겼을지도 모르고 말이다.[6]
또한 제모가 어벤져스와 대적하게 된 동기인 가족들의 죽음의 원흉은 어벤져스가 아닌 울트론, 인피니티 사가가 종결된 지금은 타노스임이 확실해지면서 엉뚱하게 어벤져스에게 화풀이 한다며 동기가 이상하다는 비판도 많은 편이다.[7] 다만 가족을 죽인 직접적인 원흉인 울트론이[8] 이미 제거되었기에 가족을 잃었다는 상실감과 분노에 미쳐 이성을 잃은 나머지 원한의 대상을 어벤져스에게 돌려 극단적인 적개심을 품게 되었다고 본다면 아주 이상한 전개는 아니다.[9] 복수심에 비뚤어져 사리분별이 안된거라고 본다면[10] 제모의 동기의 타당성을 떠나서, 갑자기 생겨난 뚱딴지같은 동기는 확실히 아니란 것. 애초에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난데없이 정체모를 로봇들이 나타나서 갑자기 어벤져스와 싸우다 나라가 통째로 날라간 상황이니 제대로 된 상황판단도 힘들 것이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보여지듯 그 전부터 소코비아의 어벤져스에 대한 여론이 꽤 부정적이었던 것도 한 몫 한 듯.
제모 자체가 소코비아 암살부대(즉, 소코비아의 복잡한 정치 상황과 맞물려서 권력층의 필요에 따라 정치적으로 더러운 임무도 수행했을 게 확실한) 소속이었단 것 때문에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화신이란 평도 있다. 결국 인과응보 아니냐는 것. 다만 애초에 헬무트 제모는 악당이고 작품 세계관 내에서 그 행보로 비판받을 수 있겠지만 작품 바깥에서 보는 악당 캐리커쳐의 평가로서는 다소 논점이 엇나간 평가이다. 제모가 딱히 미화된 점도 없고 복수귀로서 도를 엇나간 짓을 하다가 결국 블랙팬서에게 복수나 자살이 아닌 법의 심판을 받으라고 비판받으며 생포되기도 했고.
한편으로 아무리 특수부대 지휘관 출신이란 배경이 있다 해도 이런 대대적인 공작을 벌일 만한 물질적・기술적 기반이 어디서 났느냐는 의문점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팔콘과 윈터 솔져에서 제모 본인이 남작 작위를 지닌 상당한 재력가임이 밝혀지며 설명되었다.
종합하면 사건 진행이 제모의 계산대로 완벽하게 흘러간 감은 없지 않아 있지만 이는 개연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의 영화적 허용이며, 헬무트 제모 또한 작품 외적으로 과도한 보정을 받은 인물이 아니라 철저한 사전 조사와 적재적소 개입, 즉 특수부대 출신이란 그의 출신 성분과 경력에서 나오는 능력들의 극단적 활용으로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을 이뤄냈다고 볼 수 있다.
2.3. 원작과의 비교
코스튬과 집안 내력 등 외적 요소를 제외하고 캐릭터성 면에서는 원작과 그렇게까지 다른 캐릭터가 아니다. 원작에서도 2대 제모 남작은 순수한 빌런이 아니라 안티히어로 적인 삐뚤어진 정의감도 제법 섞여있는 캐릭터이며, 하이드라의 중요 인물이 아니라 어벤져스에 대립하는 마스터즈 오브 이블의 수장이자 썬더볼츠의 초대 창립자로 훨씬 유명한 인물이다. 하이드라와의 관계는 21세기 와서야 코믹스에서 하이드라의 새 리더가 됐다 정도고 이전에도 하이드라에 들락날락하기는 했지만 굳이 따지자면 소속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손을 잡은 동맹 정도였다.[11] 유독 캡틴 아메리카를 적대하며(지휘관 위치여서 그런듯 보인다) 독일식 이름에 독일어에 익숙하고 캡틴의 녹안끼 있는 벽안을 결함으로 취급하는 등 원작의 잔재가 미묘하게 남아있는 편.[12] 원작에서 MCU로 넘어와 하이드라로 넣어질 법한 빌런은 헬무트 제모가 아니라 나치였던 초대 제모 남작인데 이 초대 제모 남작인 아버지 하인리히 제모가 캡틴 아메리카와 교전 중 돌무더기에 깔려 죽고 거기에 복수심을 가지고 캡틴 아메리카와 대립을 시작한게 2대 제모 남작 헬무트 제모이다. 결국 영화에서도 아내와 아이 그리고 아버지[13]가 파괴된 소코비아의 낙하 잔해에 깔려 사망하고 결국 원작과 동일하게 복수를 계획하게 된다. 원작과 다른 점이라면 가족이 정말로 무고한 인물이었다는 점. 결국 악연의 원인이 달라지고 하이드라나 나치와의 연관성을 삭제한 것을 제외하면 빌런으로서의 동기와 시발점은 원작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더불어 과학자적인 면모는 많이 제거됐지만 중간 직접 제작한 EMP도 나오고 원작에서 헬무트 제모는 로키처럼 능력란에 기만의 달인(Master of Deception)이 기재된 이들 중 하나인데 다소 희화적인 코믹스에 비해서 영화에서 이 부분을 엄청나게 밀어준 것. 게다가 전개상 지략가적인 면모탓에 부각은 안 되지만 사실 소코비아 특수부대 출신이라 원작처럼 전투실력도 출중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작중에서 나오는 초인적인 힘을 지닌 히어로들에게는 밀릴 것이 뻔하니 직접 전투를 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총을 준비하고 있던 전직 하이드라 병사를 기습해서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다. 더불어 지휘관이었을테니 리더십도 갖추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헬무트 제모라는 캐릭터를 MCU의 현황과 복수에 초점을 맞춰 현실적으로 재해석했을 뿐이지 그 기원은 크게 변함이 없는 셈이다. 오히려 캡틴 아메리카와 마찬가지로, 유치하고 구닥다리처럼 느껴질 수 있는 원작 캐릭터를 현대적이고 현실성 있는 인물로 잘 반영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2.4. 의문점 및 해석
제모가 왜 슈퍼 솔져 5인을 이용해서 어벤져스를 공격하지 않았냐는 의문도 있지만, 사실 어벤져스의 막강한 전력 앞에선 슈퍼 솔져 5인도 그다지 큰 위협이 되기는 힘들다. 당장 전편들만 봐도 어벤져스는 그들보다 훨씬 막강하고 위험한 적들[14]을 막아낸 전적이 있으며, 슈퍼 솔져 레벨을 한참 상회하는 멤버들도 다수 있을 뿐더러 물량과 머릿수도 압도적이다.[15] 당시 대부분의 멤버들이 갇혀있는 상태이긴 했지만, 단지 협정 때문에 정부의 감시 하에 있을 뿐, 5인의 슈퍼 솔져가 세상에 풀려나와 날뛰는 상황이 벌어지면 UN측에서 히어로들을 먼저 불렀을 것이다. 사실 어벤져스는 둘째치고 당장 시베리아에 온 4인[16]을 제압하는 것부터가 큰 걸림돌이다. 물론 버키의 말대로 5인의 슈퍼 솔져들은 전원이 하이드라에게 조종당하던 시절의 버키 이상으로 악랄하고, 그들 중 한 명은 대련에서 버키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전투력도 일반적인 슈퍼 솔져는 상회하는 수준으로 보인다.문제는 전투력으로만 따지면 버키는 그 자리에 있었던 4인방의 히어로들 중 최약체이고, 이들이 버키를 상회한다곤 해도 싸움도 성립하지 않을 정도로 압도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캡틴만 해도 종합적인 전투력은 버키를 능가하며[17], 온갖 하이테크 기술이 접목된 강철 슈트를 장착한 아이언맨은 결국 패배하긴 했으나 위의 두 슈퍼 솔져와 거뜬히 싸웠고 거의 이길 뻔하기도 했으며, 아이언맨의 기술력을 상회하는 비브라늄 슈트를 장착한 블랙 팬서는 통상적인 슈퍼 솔져를 확실히 능가하는 강자다. 게다가 이들이 모인 곳은 하이드라 비밀 기지이자 방공호. 즉 주변의 피해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라서 히어로 측이 힘을 자제해야 할 이유도 없기에, 만전의 상태로 전면 대결, 아니 기습을 걸어도 승산은 그다지 없어보인다. 게다가 영화 초반에 냉동에서 풀려난 버키가 병사들의 부축을 받는 모습을 보여줬듯이, 아무리 강력한 슈퍼 솔져라도 수십 년 간의 장기 동면에서 막 해동된 상태라면 전력을 다하기 힘들다.
애초에 하이드라도 슈퍼 솔져들이 반란을 일으키자 개고생한 것을 보면, 슈퍼 솔져 5명을 깨운다고 해도 제모가 혼자서 그들을 조종하는데 반드시 성공할 것이란 보장도 없다. 아무리 제모가 지능적이고 치밀하다고 해도, 결국 개인에 불과한지라 그가 혼자서 동원할 수 있는 전력에는 한계가 있으며, 어지간한 전력으로는 어벤져스와 겨루는 것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면 전투로 어벤져스의 전력을 깬다'는 식의 작전은 그다지 현명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외부의 공격은 회복할 수 있으나 내부 분열에 의한 몰락은 막을 수 없다."는 제모의 논리대로 어벤져스가 제모를 막기 위해서 다시 화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내부를 분열시키는 편이 어벤져스를 몰락시키는 데 훨씬 합리적인 결정이며, 실제로 제모의 계략대로 아이언맨과 캡틴, 버키를 싸우게 만들자 어벤져스는 말 그대로 와해되고 말았으며, 제모의 계략은 성공하였다. 게다가 오히려 슈퍼 솔져 5명과 어벤져스가 싸워서 제모의 계략을 막고, 어벤져스가 다시 화합해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결말은 전형적인 오락영화의 결말이다. 시빌 워가 호평받는 이유 중 하나가 여태껏 마블이 보여준 오락영화식 결말 클리셰를 깨부쉈다는 점인 것을 감안하면 영화 외적으로도 좋은 전략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첫 등장 당시부터 '하이드라는 잿더미가 되어 마땅하니 너 하나쯤이야 죽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다.'라고 얘기했듯이[18] 제모는 하이드라를 증오하며, 하이드라 요원에게서 버키의 세뇌 코드가 적힌 공책을 빼앗을 때도 하이드라의 전력을 이용해서 일을 계획하는 자신의 행동을 좋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 제모가 하이드라의 유산인 5인의 윈터 솔져들을 이용해서 어벤져스를 쳐부수는 것은 자신의 신념을 완전히 져버리는 행위란 소리.
그리고 제일 중요한 점은 이 작품에서 제모가 초인 그 자체를 혐오한다는 점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복수의 원인이 초인의 창조물이 일으킨 사고에 휘말린 것과, 제대로된 뒷처리없이 떠나간 초인들의 태도에 있기 때문이다.[19] 이는 클라이막스에서 제모의 대사로 확인가능한데, 슈퍼 솔져 5명을 이미 살해한 상황에서 말한 "너희 같은 놈들이 더 늘어나길 원할 거라 생각했나?"[20]만 봐도 어벤져스, 슈퍼 솔져의 선악 구분 없이 초인을 묶어서 너희들(you)이라고 부르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처절하게 초인을 적으로 상정한 일반인으로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했기 때문에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가장 인간적인 부분을 건드릴 수 있었고, 지금까지 등장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빌런들 중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평범한 인간임에도 성공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기에 가능했던 복수라고 할 수 있다.[21]
3. 팔콘과 윈터 솔져
전체적으로 이번 작에서 보여주는 제모는 시빌워에서 보여주었던 뛰어난 책사, 요원으로써의 능력 외에도 캐릭터가 가진 반전 매력[22]들을 많이 보여주는 조력자이자 안티히어로였다고 할 수 있다.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까지만 했어도 적대관계일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는데, 작중 내내 제모는 적이었던 둘을 각각 이름인 샘, 제임스로 부르고 오히려 협조적으로 구는 등 나름의 반전도 보여줬다.[23]제모가 직접적으로 샘과 버키의 심기를 거스른 일이라고는 슈퍼솔저 세럼을 개발한 윌프레드 네이글을 정보를 뽑자마자 살해한 것과 난민 아이들로부터 얻은 정보를 최대한 숨기다가 시간이 다 되어서야 둘에게 실토한 것인데, 전자의 경우는 네이글이 제모가 경계해 마지않은 슈퍼솔저들이 활개치게 방조하고 죄의식 없이 세럼을 만든 것을 자찬하는 사악한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모습을 보이자 세럼의 유통을 막기 위해 충동적으로 살해한 것이고 탈출하면서 샘에게 앞으로 즉흥적으로 누군가를 죽일 일은 없을 거라고 약속까지 한다.
후자의 경우는 직접적으로 샘과 버키를 멕이려 한다기보다는 자신의 이용가치가 떨어져 둘이 자신을 버릴 일을 막기 위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수동적인 자구책이라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도주로 확보의 경우 외에는 주인공들을 배신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목적을 착실히 수행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물론 말없이 도망가기 일쑤라 시청자들은 '얘는 언제쯤 다시 배신할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무엇보다 팔콘과 스티브 로저스, 윈터 솔져 세 사람에 대한 평가가 좋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가장 특징적이다. 가족을 죽였다는 복수심에 초인 자체를 혐오하게 되었고 이는 아직까진 바뀌지 않았으나, 위 세 사람의 경우엔 그 능력이 타당한 사람에게 있는 것이고 어느정도 조언도 해줄 만큼 성장했다는 의미라고도 볼 수 있다.[24] 물론 그러면서도 여전히 팔콘과 윈터 솔져를 경계하기 때문에, 향후에 빌런으로써(내지는 또 한번 조력자 혹은 안티 히어로로써) 재등장할 여지도 남겨놓았다. 또한 팬들 사이에서도 인기와 평이 매우 좋아 SNS 등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밈 창조에 공헌하는 등 여러가지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4화를 통해 원작에서 나온 보라복면 제모남작의 모습과 짧지만 인상깊은 전투씬을 보여줌으로써 원작 팬들의 기대 또한 충족시켜주었다.
[1] 원작에서는 현대편에서의 캡틴의 숙적으로 나오며 천재 과학자이면서 초대 제모 남작인 아버지를 맛이 가게 한 캡틴에게 복수한다는 세부적인 설정과 전용 코스튬과 무기도 갖춘 빌런이지만 영화판에는 원작 능력과는 별개로 그냥 에이지 오브 울트론때 가족이 죽어서 복수하려는 시민A처럼 보이기 때문에 빌런으로서의 외적요소가 심심해 보인다는 것.[2] 후에 팔콘과 윈터 솔져에서 가면과 코스튬을 갖춘 채 재등장한다.[3] 어쩌면 이 장면을 예고편에 추가하지 않았던게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예고편을 보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 그랬을 것 같지만, 사실상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영화에서 이 장면을 처음 보고서도 예고편에서 이 장면이 나오는걸 봤기에 놀라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4] 물론 솔직한 예고편 제작자 특성상 웃기려고 억지로 꼬투리 잡은 것도 몇개 있긴하다. 특히 시빌 워의 경우에는 돈옵저에 대한 비판으로 DC 팬층에 의한 심한 까임을 받은 역풍으로 더 깐 경향이 있다.[5]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아이언맨은 애초에 가장 변수가 적은 인물인 한편 이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기도 하므로, 제모 대령의 입장에서도 시베리아 비밀 기지로 끌어들이기 가장 쉬운 동시에 반드시 끌어들여야만 하는 상대다.[6] 애초에 제모는 '죽은 가족의 복수'가 동기이자 목적이었다. 그런 그의 입장에선 토니도 자신처럼 '죽은 가족의 복수'를 위해 움직이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을 것이다.[7] 하지만 당시 제모 뿐만 아니라 어벤져스 역시도 환영 속에서 본 것을 토대로 뭔가가 배후에 있다고 추측한 토르를 제외하면 그 원흉이 타노스 라는 것을 알 방법이 없었다.토르 역시도 뭔가가 있다 정도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다. 아니 타노스라는 존재 자체도 모르는 상황인지라 당연히 표면적 전쟁 당사자인 어벤져스와 울트론에게 집중이 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제모를 복수귀로 만든건 그 전쟁의 와중에 자기 가족이 휘말려 몰살 당한 것에 있고 이유가 뭐였든 그 상황을 만든 어벤져스는 전쟁이 끝나자 마자 희생자에 대한 아무 말이나 사후 행동도 없이 복귀해 버렸다는 것이다. 물론 어벤져스라는 팀은 일종의 전투부대 성격이 강한지라 전투가 주업이기 때문에 전투가 끝난 이후에는 당장 할 수 있는게 없긴 하다. 물론 슈퍼 히어로인 만큼 초인적인 능력을 써서 구조 작업을 도울수도 있겠지만 울트론이라는 세계구급 강적을 상대로 큰 전투를 치른 상황이라 상당히 지쳤을테니 힘이 됐을지도 의문이다. 차라리 거기 있느니 일단 본부로 돌아가서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전달 받아 개인 재산을 기부하거나 쉴드에게 보고한 뒤 쉴드 차원에서 구호 작전을 펼치거나 스타크가 직접 구호 재단을 설립해 움직이는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더 나은 것이다. 물론 말그대로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렇다는거고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슬픔을 보듬어주는 행위를 하지 않은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실제로 어벤져스가 소코비아로 가서 추모를 했다는 묘사도 없으니 더더욱 그러하며 실제로 소코비아 건은 어벤져스의 약점이 되어 초인규제법이 생성되는데 영향을 준다.[8] 더 정확히는 타노스지만 이때는 타노스가 영화 다 끝나고 나오는 쿠키 영상에서나 모습을 보이던 상황이라 영화속 인물들이 알 수가 없다.[9] 제모와 어벤져스와의 관계는 어떻게 보면 피해자 유족과 구조대원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좀 씁쓸하지만 '왜 우리 가족이 죽어갈 때 가만히 있고 구하지 않았냐. 그게 네가 하는 일 아니냐?'라는 식으로 구조대원을 비난하는 피해자 유족은 그리 드문게 아니다. 실제로 토니가 초인규제법에 동의하게 된 것도 이런 유족을 직접 만나고 양심에 걸리게 된 것이 크다.[10] 애초에 울트론이 탄생하게 된 계기를 제공한 사람이 토니니 어벤져스가 원흉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토니가 울트론을 만들었다는 건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며, 모든 일이 끝난 후 제모가 자살 시도를 하기전에 블랙팬서에게 모든 걸 털어놓을때도 울트론의 원인에 대한 발언은 없었던 걸 보면 제모가 이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은 없다.[11] 아마 시빌 워 전까지 국내에서 헬무트 제모가 하이드라 리더마냥 알려진 것은 과거에 레드스컬과 하이드라 내 위치로 투닥거린 것과 최근 코믹스 내용이나 애니메이션 등지에서 하이드라로 나왔기 때문인듯 보인다. 혹은 마블이나 DC 코믹스의 정보 유입이 다소 부족했던 초창기 팬덤에서 초대 제모 남작의 행적까지 2대의 행적으로 넣어서 착각했을 가능성도 있고.[12] 원작의 헬무트 제모는 나치였던 아버지의 사상에 영향을 더러 받았었다.[13] 작중 아내와 아이 쪽이 더 부각되지만 아버지도 엄연히 사망했다.[14] 치타우리, 로키, 울트론 등[15] 본인의 입으로도 말한 내용이다. "나보다 더한 자"들도 노력했으나 실패한 것이라고.[16] 스티브, 버키, 토니, 그리고 뒤따라온 트찰라. 물론 트찰라는 버키에게 복수하기 위해 온 것이긴 하지만, 와서 얼추 상황 파악을 했고, 만약에 5인의 슈퍼 솔져들이 깨어나는 시나리오로 흘러갔으면 함께 싸워줬을 가능성이 높다.[17] 둘이 1대1로 붙었을 때도 캡틴 쪽이 일방적으로 자제하면서 이런저런 패널티를 떠안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결국 캡틴이 버키를 제압해내는데 성공했다.[18] 원문: Hydra deserves it's place on the ash heap. So your death would not bother me.[19] 차라리 어벤져스들이 남아서 뒷처리라도 해줬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다못해 멤버 가운데 단 한 명이라도. 더더군다나 울트론을 만든 장본인이자 이 사태에 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토니 스타크만이라도 남아서 생존자 수색이나 사망자 수습, 복구 작업, 희생자 추모 및 유족들을 위로라도 해주었다면 헬무트 제모가 분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어벤져스도 결코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으며 그들의 무책임함이 결국 제모를 빌런으로 만든 셈.물론 그렇다고 수습하면 벌처가 만들어지지만 자세한 건 넘어가자[20] 원문: Did you really think I wanted more of you?[21] 제모 자신도 자기보다 강한 이들도 실패했다고 말한다. 즉, 애당초 힘으로 안 되니 그들의 약한 고리를 찾아 찌르고(소코비아 협정, 세뇌당해 악행을 저지른 버키, 분열된 어벤저스) 공멸을 유도했던 것이다.[22] 시빌워에서 초인 앞에서도 두려워 하지 않던 복수귀의 모습보단 마드리푸어 클럽에서 보여줬던 찌질해 보일 정도로 수줍은 춤사위와 주인공들의 티키타카에 조심스레 끼거나 농담도 하는 등 의외로 인간적인 면모도 많이 보인다. 무엇보다 진짜 남작이었다는 것을 보여주어 금수저로써의 매력도 보여주었다.[23] 특이한 점으로는 버키를 본명으로 부르는 유일한 사람이다. 버키는 2차 세계대전 시절 내내 "반즈 병장" 혹은 "버키" 라고만 불렸으며 스티브 역시 버키를 "네 본명은 제임스 뷰캐넌 반즈야" 라고 할때 외에는 전부 버키 혹은 벅 이라고 불렀다. 와칸다 내에서는 버키를 아예 "화이트 울프" 라고 부른다. 사실상 버키의 본명을 꾸준히 불러준 유일한 사람이다.[24] 슈퍼 솔저와 초인의 위험성을 설파하는 자신에게 "넌 틀렸어. 슈퍼 솔저 혈청은 스티브를 타락시키지 못했다고."라고 반박한 버키에게 그렇지만 스티브 로저스같은 사람도 더 없었다는 말은 단순히 그가 초인이라서 싫어한 것이 아닌, 초인이 되고 싶어하는 위험한 사람이 초인이 되었거나 되는 것이 싫다는 것에 가깝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버키 역시 슈퍼솔져지만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기도 했다. 스티브와 버키는 제모가 인정한 유이한 슈퍼솔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