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tvN)/명대사

어떤 사람들은 엄마가 되지 않는게 더 나은데 그게 하필이면 우리 엄마네.

얘는 도둑공주인데, 왕따야. 지금은 볼품없잖아? 꽃이 피면 진짜 공주님이야.

가난하게 컸어? 하도 잘 참아서.

여기 올 때 두 가지 결심했어요. 첫 번째는 화내지 않겠다. 두 번째는 엄마 욕 듣지 않겠다. 웃음이 헤프다고, 박복하다고, 남편 잡아먹는다고. 어렸을 땐 할머니 그런 말씀 때문에 커튼 뒤에서 많이 울었어요. 지금은 아니에요. 저한테 엄마 욕 다시 하시면, 곧바로 일어날 거에요.

오인경: 언니는 돈 많고 못된 부모가 좋겠어? 아니면 무능한데 착한 부모가 좋겠어?

오인주: 넌 꼭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더라? 무능한데 착한 게 어딨어? 무능한 거 자체가 나쁜 건데.

우리는 거지가 아니니까. 뭐 주는 사람들 있어, 우리가 없어 보여서. 먹을 것도 주고, 입던 옷도 주고. 그거 넙죽 받으면 나중에 꼭 그런 말 돌아와. 쟤네들 거지라고, 불쌍하다고. 내가 너까지 그런 소리 듣게 둘 거 같아?

가장 밑바닥에 있던 사람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아깝다, 일주일만 더 버티면 보여줄 수 있었는데.

그동안 고마웠어 인주야. 너는 참 친절했었지. 동생들이랑 샷시 잘 된 아파트에서 살길 바래.

진짜로 돈이 많으면 뭐 하고 싶냐고? 모르겠어.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라면, 그렇게 돈이 많으면. 절대 자살하지 않았을 거라는 거. 그렇다면, 자살이 아니라는 건가?

죽은 사람을 도둑년이라고 부르지 말아주세요. 화영 언니가 범죄자라면 신이사님 기분이야말로 뭣 같으시겠지만 자꾸 제 앞에서 도둑년, 도둑년 하시니까 어디 가서 저 보고 도둑년 친구라고 할 거 같은 느낌?

진화영: 경리한테 영수증하고 회계 장부는 뭐다?

오인주: 성경책이다.

진화영: 언제나 손 가까운 데 두고 펴보는 거야. 의심 갈 때마다. 뭐든 여기서 출발하는 거니까.

오인주: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

최도일: 어떤 사람인데요, 내가?

오인주: 돈 밖에 모르는 사람.

최도일: 그러니까 믿어도 돼요.

내가 인주 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했었나요? 게임 체인저, 인주 씨는 작은 태풍이에요. 지나가는 곳마다 공기의 흐름을 뒤집고 다녀요. 본인은 모르는 거 같지만. 하지만 혼자선 안돼요. 이 게임을 하려면 내가 필요할 거예요.

영혼이 뭘로 만들어져 있어? 나한테 영혼이란 게 있어서 효린이 엄마가 비싼 값에 사준 거면 난 너무 고마운데?

부자들은 자본으로 리스크를 걸지만, 가난한 사람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거.

세상에 공짜는 없어. 남한테 갚지 못할 신세를 지면, 나중에 뭘 내놔야 할지 모르는 거야.

난 이 집에서 언니들처럼 사는 것보다, 효린이네서 하녀처럼 살고 싶어.

도둑질이 뭔데. 주인 없는 검은 돈을 가지는 것도 도둑질이야?

우리한테 이 돈 있었으면, 나 그 미친 결혼 안 했을 거야. 넌 원하는 공부 했을 거고, 인혜는 그림 잘 그리고 잘 웃는 여고생이 됐겠지. 그리고 그 아이도 살아있었을 거야. 그 애 이름은 뭐였을까?

그때 가슴에 새겨졌어. 돈이 없으면 죽는다. 난 아버지가 도둑질을 해서라도 집에 돈을 가져왔으면 했어. 우리가 먹고, 우리가 살고, 우리가 죽지 않게. 사람은 가난하면 죽으니까.

난 가난한 건 괜찮아. 그 상태로 이렇게 살아왔잖아. 그런데 가난해서 도둑이 되는 건 싫어. 그건 지는 거잖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는 왜 술을 마실까. 왜 술 마시던 아빠 얼굴이 그렇게 슬펐을까. 왜 어떤 뉴스는 말하려고 할 때마다 목이 막혔고, 나의 인혜는 왜 그렇게 소중했을까. 내가 세상을 돌아다니며 그렇게 찾고 싶었던 뉴스는 바로 가난한 우리 가족의 얼굴이었다.

난 아이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너를 싫어했단다. 넌 어려서부터 아주 잘 웃는 아기였지. 난 그 점이 싫었어. 아기는 귀여우니까 같이 웃어주지만, 성인이 돼서 그렇게 웃으면 세상은 네 뺨을 때려.

그러면 너도 할 수 있겠어? 지구상에서 너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할 수 있겠어?

야, 돈을 내고 그런 소리를 해. 사랑은 돈으로 하는 거야. 돈이 없으면 이 정도 삼켜야지. 난 얼마든지 삼킬 수 있어! 그렇게 못하면 내가 우리 부모랑 뭐가 달라? 누가 먹을지도 모르는 망고 딴다고 자기 딸 아픈데 오지도 않는 사람들.

좋은 집에 살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져. 웬만한 일은 집에 오면 다 극복이 되니까.

자본주의는 심리 게임이거든? 있는 사람은 극복할 수 있지만, 없는 사람은 못하는 감정이 있어. '상실감'. 잃을 수 있어야지만 더 큰 돈을 만질 수 있어. 더 많이 리스크를 걸 수 있는 사람이 이기는 거니까. 난 말이야, 모든 걸 잃어도 이런 집만 있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박효린: 너네 집은 다 진짜야. 언니들도 진짜 진짜 널 사랑하는 거 같고. 너는 참 사랑을 당연하게 받더라? 나 같으면 훨씬 더 고마워했을 텐데.

오인혜: 사랑이란 거, 주면 꼭 받아야 되는 거야? 받기 싫으면 안 받아도 되는 거 아니야?

오인주: 우리 너무 가난했잖아. 이제 조금 행복하게 살아도 되잖아.

오인경: 우리 가난했던 게 뭐? 어떤 가난은 사람을 쓰러뜨리고 어떤 가난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어. 우리 다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잖아. 난 자랑스러운데?

바보야. 니가 다르게 사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어. 더 이상 가난하지 않는 거.

아마 난 다른 사랑이 받고 싶었나 봐. 그냥 동생이니까, 같이 컸으니까 사랑해 주는 거 말고. 내가 그림을 잘 그려서. 괜찮은 아이라서. 머릿결이 좋아서. 쓸모가 있어서 사랑해 주는 거.

돈 세탁을 하는 사람은 남의 돈을 지키기 위해 자기 목숨을 걸어요. 나한테 인주 씨는 남의 돈이에요, 남의 돈 700억. 내가 인주 씨를 얼마나 소중하게 지킬지, 못 믿겠어요?

내가요, 한 번 믿어볼게요. 친구를 믿는 것처럼은 아니고, 거래은행이나 현관 도어록을 믿는 것처럼.

난 당신한테 거짓말 안 해. 자기 집 머슴한테 일일이 거짓말하면서 사는 사람도 있어?

내가 멍청해 보이면, 사람들이 재밌어 해. 효린 아빠는 두 배로 똑똑해 보이고. 내가 사치를 좀 하잖아? 효린 아빠 성공이 실감 나죠. 공주가 능력 없는 남자랑 결혼할 리 없으니까. 자기 비하는 제일 고급 유머예요. 나는 이걸, 뉴욕의 연극학교에서 배웠어.

화영이를 계속 생각해요. 걔가 나한테 돈을 훔쳐서 달아난 건 사실이지만, 어떤 순간들에는 진짜 친구였을 거라고 믿어요.

인주 씨 최대 매력은요, 정말로 믿는다는 거예요.

부자는 다 가해자고 가난한 사람은 피해자야? 그거 가난한 사람들 자기중심적인 망상이야.

효린아. 무슨 일이 있어도, 아버지가 살인자라는 사실이, 네 인생을 지배하게 돼서는 안돼. 아무도 믿지 마. 너랑 나, 세상에 둘만 있는 것처럼.

굴욕이라는 건 삼킬 수만 있으면 몸에 좋은 거야. 잠깐 웅크리고 있다가 다시 일어나면 돼.

걔는 그 과정에 취했지. 전능한 느낌이 든 거예요. 돈은 사람을 조금 그렇게 만들어요.

나 때문이야. 내가 그 돈을 욕심내지만 않았어도. 난초를 받아오지만 않았어도.

방문을 닫으라고 하셨어요. 만약 그 장면을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 모습 그대로 방문을 닫고, 계속 살아가라고.

절대 압도당하지 마라. 이 장면이 무엇이든, 네 삶이 더 중요하다.

난 그런 사람 아니에요. 그 방문, 절대로 닫지 않아요. 내가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알아볼 거예요.

슬픈 게 아니라 아파, 언니. 너무너무.

이제부터 남은 일들은 언니가 책임질 거니까, 너는 여기 걸려 비틀거리지 말고 네 인생 살아.

나 이 기사 무조건 쓰고 싶어. 정란회. 푸른 난초의 비밀. 난초를 두고 죽거나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 저 사람들은 누굴까. 왜 죽을까.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 그리고 우리 할머니는 누가 죽인 걸까. 이 기사 쓰지 못하면 내가 죽을 것 같아.

난 언제 널 만질 수 있어?

난 진작부터 목숨 걸고 있었는데요. 목숨 걸고 달리고 있었다고요. 말을 타고. 아직도 믿고 있어요. 그 말이 펜스를 넘을 수 있을 거라고.

태풍 보도할 때 말이야, 어떻게 하는지 알아? 한가운데로 가야 돼. 되도록 바다 가까이, 파도가 잘 보이게. 거기서 버티다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알아? 내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어렸을 때부터 돈 쓰는 걸 좋아했어. 마음속으로 계속 돈을 세고 놀았어, 아주 큰돈은 무조건 먹을 걸로 바꾸지. 단팥빵 100개, 짜장면 100그릇. 그래야만 그 돈이 얼마나 큰지 가늠이 됐어. 오늘을 기억해야지. 내가 아직 가난했던 마지막 생일, 돈으로 사고 싶었던 모든 걸 샀던 날.

오인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Congratulations. You look like a real princess today. I was always curious, how much would shine when you bloom. 축하합니다. 당신은 오늘 정말 공주같아요. 언제나 궁금했어요, 당신이 꽃을 피우면 얼마나 빛날지.

내 옆에 딱 붙어 있어요. 내 등에 총을 겨누고. 그러면 인주 씨는 안전할 거예요. 아무도 믿지 않는 건 좋은 자세에요. 솔직히 인주 씨가 나 빼고 다 안 믿으면 좋겠지만. 끝까지 아무도 믿지 말아요.

니가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어, 인주야. 근데 저 최도일이란 남자, 너무 무서운 사람이거든? 무조건 도망쳐야 돼, 지금 당장.

오인주: 언니를 만나고 싶었어. 한 번만이라도.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진화영: 야, 나는 죽은 거야. 죽은 사람을 어떻게 만나. 넌 여기 부자 되러 온 거야. 그니까 정신 차려.

오인주: 그럼 같이 가. 언니랑 같이 가면 안 돼?

진화영: 안 돼. 너 혼자 가야 돼. 될 수 있으면 멀리. 무조건 멀리. 알았지?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았어. 왜 나였어, 언니? 왜 나한테 이렇게 큰돈을 줬어? 처음부터 나였어? 우리는 그래서 친구가 된 거야? 내가 어디까지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이 돈을 갖고 난 뭐가 되어야 해? 언니는 좋은 사람이야, 나쁜 사람이야?

원상아: 정말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바보 같아. 시체도 봤으면서.

오인주: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

원상아: 말했잖아. 난 비밀 연극을 좋아한다고. 지루한 세상에 나만의 인형놀이랄까. 이번 연극에선 네가 주인공이었어.

난 이 표정이 제일 좋아. 꼭 엄마 찾는 어린애 같아.

난 이 표정이 제일 좋아. 꼭 장난감 잃어버린 어린애 같아.

이건 어떻게든 니가 죽는 결말이야.

나 예술가야, 700억짜리 블록버스터 찍었다고 치지 뭐.

본부장님을 못 믿은 게 아니라, 언니를 너무너무 만나고 싶었어요.

가난한 집 아이는 알 거야. 든든한 부모 있는 아이가 제일 자유롭게 놀 수 있다는 거. 너한테 힘 있는 아버지가 있다면 어땠을까. 탁월한 젊은 기자로 벌써 이름을 날렸을 거야. 너한테 그런 아버지를 주고 싶었어, 너를 확실하게 들어 올려줄. ··· 그런 아버지는 누구에게나 필요해. 부모가 누구냐에 관계없이, 가장 밑에 있던 사람도,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세상. 그게 평등이고, 그게 정의다.

난 너 데리고 멀리 가고 싶었어. 다른 세상에서 네가 어떤 사람이 될까 궁금해서. 너 이제 갈 수 있어, 더 이상 죄책감 느끼지 않고.

(유격 훈련 받은 적 있습니까?) 아뇨. (체육 잘해요?) 아뇨. (어둡고 더러운 곳에서 오래 견딜 수 있습니까?) 그건 자신 있어요.

내가 경리 출신이라 계산 안 맞으면 짜증나거든?

방법을 생각해 보려고 했는데, 생각이 안 나서 그냥 왔어요.

인경아 나 아무것도 안 바랄게, 그냥 평화. 평화만 주라, 나한테.

이 얼굴이 보고 싶었어. 이게 너잖아, 진짜 네 모습. 오래 전 내 장난감 훔쳐가던 때부터 넌 날 죽이고 싶어했는데 사람들 앞에선 한 번도 안 보여줬지? 살인자의 얼굴.

세상에 나와서 알리고 싶었어. 네가 어떤 사람인지. (박재상 : 내가 어떤 사람인데?) 도둑놈.

다른 사람이야 죽든 말든 그냥 내 엄마가 되었어야지. 그 사람들보다 내가 더 중요하잖아.

뉴스로는 못해. 전쟁은 총으로 해야지.

난 엄마를 생각하면 언제나 슬펐어요. 엄마의 불행과 슬픔이 마음 깊이 느껴져서요. 하지만 이제는 그 마음을 끊고 싶어요. 그냥 내 삶을 살고 싶어요.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고 그렇게 살아보려고 해요. 예술가가 되어서요. 나를 찾지마세요, 엄마. 그래도 사랑해요.

최희재 선생님, 전 지난 20년 동안 무기가 필요하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그래서 나는 협박당하러 온 건가요, 회유당하러 온 건 가요?

난 후보님을 선거에서 떨어뜨리려는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려는 겁니다. ··· 기다려보시죠, 전 느리지만 확실하게 일을 하는 타입이에요.

니가 왜 나랑 결혼했는지 알아. 언제든지 너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 망설임 없이.

당신은 왜 나랑 결혼했어? 나는 당신을 위해 안 죽을 건데.

말했잖아 무슨 짓을 해서라도 널 지킬 거라고. 세상 가장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서라도.

우리 남편, 죽으려고 뛰어내린 거 아니야.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을 가장 낮은 곳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그게, 정란회야.

사람이 자유의지로 사는 줄 알잖아요. 사실은 돈의 지배를 받아요. 우리를 반으로 자르면 안에서 커다란 돈벌레가 나올걸요. 돈에 조종당하지 않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인경: 왜 나를 그렇게 싫어했어요?)

잘 참아서. 내가 꼭 못된 거 같잖아? 아침마다 희망에 차서 출근하는 거, 하루 종일 까일 거면서. 남의 아픔에 눈물 흘리는 거? 기자로서 무분별한 거야. 정의감? 기자가 독립투사냐? 그리고 행복해 보이는 거. 가난한 주제에.

이번엔 솔직히 너 잃어버리는 줄 알았어. 내가 안 놓쳤어야지, 다음엔 절대 안 놓칠게.

그러니까 왜 700억을 욕심냈어. 700억어치 행복만 생각했어? 고통이 얼마짜린지는 생각 안 하고?

인경아, 내가 이렇게 살아선 안될 것 같아. 소리 한번 못 내고 감옥에서 20년 썩을 순 없지. 여기서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어.

설마 썸타는 여자를 위해 700억을 날리는 남자는 없겠죠?

20억을 처음 보았을 때 돈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마트에서 주는 적립금 몇십 원에도 벌벌 떠는 사람이라 도저히 그 돈을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죄를 짓는 것 같았을 겁니다.

··· 그 돈을 본 순간 가난했던 제 삶이 보상을 받을 것 같은 느낌. 그 돈을 셀 때 살이 떨리던 기쁨과 욕심. 언니도 똑같이 느꼈을 겁니다. 그래서 저에게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같은 사람이라서.

판사님, 그 기쁨과 욕심에 대해 저를 처벌해 주십시오. 이제 저는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 돈 때문에 죽을 뻔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잃을 뻔했습니다. 그 돈이 제 삶의 보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압니다. 그리고 이제는 700억보다 제 자신이 더 소중합니다. 사건의 주범인 진화영은 죽었지만, 저는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므로 판사님, 살아남은 저를 처벌해 주시고 애초에 검은 돈을 만든 이들을 처벌해 주십시오.

제가 바로 그 진화영입니다.

언니가 죽으면서 그런 돈 남기면 내가 어떨 것 같았어? "언닌 죽었지만 20억은 잘 쓸게" 그럴 것 같았어? 난, 목숨도 걸 수 있었어. 언니가 왜 죽었는지 밝힐 수 있다면.

네가 그 아파트에 살았으면 했어.

넌 너밖에 몰라. 결정적인 순간에 희생을 못해. 지금도 스스로 죽어서 조직을 살려야 되는 순간에 넌 멀리 도망갈 생각부터 하고 있잖아. 진짜 이유를 말해줄까? 넌 절대 안 되는 이유. 넌, 미친년이잖아. 난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넌 손에 닿는 건 전부 부서뜨리는,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 진짜 미친년이야. 맞지?

고수임: 너 오인주 사랑하지? 그게 아니면 여기 올 이유가 없는데.

최도일: 내가 그 여자 사랑한다고 생각했으면, 네가 이러면 안 됐지.

원상아: 죽을 수 있다는 거, 알면서 너를 찾아 싱가포르까지 온 애야. 얼굴이 빨개져라 쫓아오지 않을까? 너를 구할지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품고. 그 희망을 부숴뜨리는 거, 얼마나 달콤하고 가슴 아플까? 나 오인주를 정말 좋아하나 봐!

진화영: 그렇게 쉽게 부서지는 애 아니거든. 잘 생각해 봐, 지금 네 인생 망한 거 다 오인주 때문이잖아.

'산 사람은 살아야지.' 난 그 말이 너무 싫었어. 산 사람도 죽어 있을 수 있다는 거 몰랐어? 사람이 꼭 다 살아야 하냐고.

사람이 살면서 폭탄 하나쯤은 있어야지.

소용없어, 하여튼 쟨 희망이 병이야.

너 혹시 떨려? 나랑 있으면 심박수도 느려지고 뇌에서 알파파 흐른다고 하지 않았어?

너 내가 합리적인 사람처럼 보이냐? 장기를 팔았으면 팔았지. 내 평생의 꿈을 팔아버릴 거 같냐고.

영혼은 어디에 살까. 나는 내 영혼이 살 집을 갖고 싶었다. 이 집이 나를 받아줬다고 느끼는 순간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 아마 이제부터 난 조금 다른 사람이 될 거 같다.

언니들 안녕? 오늘은 효린이 생일이야. 그래서 은행에 가서 700억을 인출했어. 가난한 우리 집에서 나는 참 많은 것을 받은 아이였는데. 늘 두려웠어. 내가 아무것도 돌려주지 못할까 봐. 언니들 사랑에 값하지 못하는 아이가 될까 봐. 언니들한테 받은 것들, 하나하나 떠올라. 그때의 기분. 기뻤던 것, 싫었던 것, 내가 잘못했던 것. 평생 잊지 못할 얼굴들. 그 얼굴들 그리고 싶어.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내가 다른 얼굴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돌아갈게.

참, 우리 다 돈은 똑같이 나눴는데, 공부하다 죽고 싶을 만큼 공부를 좋아했던 인경 언니, 돈 때문에 포기해야 했을 때, 너무 슬펐지? 하고 싶은 공부 실컷 하고, 멋진 기자가 되어 언젠가 만나자. 지구 어딘가에서.

근데 인주 언니, 언니는 더 많이 가졌으면 해. 언니는 나한테 모든 걸 줬고, 그리고 이건 원래 언니 돈이니까. 아파트 꼭 사. 가족 모두의 아파트 말고, 그냥 언니만의 아파트. 언젠가 언니 혼자만을 위해 먹고, 자고, 일하러 갈 수 있길. 내가 언제나, 언제나 바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