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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영화)/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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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 논란 문단을 아래와 같은 꼴로 정리한다.
10. 논란
10.1. 인터뷰 이전 원폭 장면 논란
10.1.1. 비판
10.1.2. 옹호
10.2. 각본가 인터뷰 논란
10.2.1. 비판
10.2.2. 옹호





이터널스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터널스의 주제, 이터널의 큰 그림을 보고 원폭 장면을 보라는 것이다. 그러면 원폭의 목적과 원폭의 큰 그림도 봐야 할 것이다. 반대로, 이터널스가 원폭의 전후 맥락을 훌륭하게 표현하기보다는, 그저 극을 간단하게 전개하기 위한 자극적인 씬으로 소비한 만큼, 이터널스의 앞뒤 사정 역시 봐 줄 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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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히로시마 원폭 장면 논란
2.1. 비판2.2. 옹호2.3. 각본가 인터뷰 이후
2.3.1. 비판
2.3.1.1. 제노사이드 발언 문제2.3.1.2. 말실수라 볼 수 없다2.3.1.3. 원폭이 떨어지기까지 사정
2.3.2. 옹호
2.4. 기타

1. 개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4의 8번째 작품이자 4번째 영화인 이터널스(영화)의 논란이 되는 내용을 정리한 문서.

2. 히로시마 원폭 장면 논란

이터널스 중 한 명인 파스토스히로시마 원폭 이후 수만 명을 살상한 과학 기술을 자신이 건네줬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는 설정으로 나온다는 것에 대해 한국 관객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리뷰, ##

2.1. 비판

"원폭 투하 현장은 못 봤습니다. 도쿄 대공습 사진은 봤지만 똑같았겠죠.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다면 그런 짓을 한 일본군을 비난해야 마땅합니다. 전혀 미안하지 않습니다. 진주만 공습때 많은 친구들을 잃었어요.(중략) 저는 사과하지 않습니다. 사과해야 하는 건 저 사람이죠. 이런 말이 있습니다. '진주만을 잊지 말라'."
해롤드 애그뉴. 원폭 개발자이자 히로시마 상공에 있었고, 버섯구름을 찍은 당사자. 원폭 피해자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원폭 생존자의 질문에.(#)
"(원폭)피해자에게 사과할 생각은 없다. 전쟁의 와중에 지도자는 여러 가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검증하는 것은 역사가의 몫이다."
버락 오바마. 16년 5월 히로시마 방문을 하며 NHK 인터뷰에서 (#)
일본의 주된 피해자 코스프레 방법이 '원폭 자체의 비극성' 이라는 보편적 당위성을 내세워 원폭을 두 방이나 얻어맞은 것이 자업자득이었다는 2차대전기 일본의 행적 자체에 대한 비판을 사전 봉쇄시키는 것이기에, 일본의 만행에 대해 민감한 한국인으로서는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 한국인 관객들은 '할리우드가 나치 독일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면서 같은 전범국인 일본의 과거 행적에 대해서는 너그럽게 다루는 이중 잣대를 내세우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한다. 만약 작중에서 '드레스덴 폭격의 참상에 파스토스가 죄책감을 느꼈다면 서구권에서 이를 단순하게 바라봤을 것이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서구권에서는 나치 독일의 부역자를 어느 정도 중립적이거나 온정적으로 바라보는 시도 자체에 대해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다. 당장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조조 래빗의 경우 영화의 전반적인 톤이 비교적 밝은 편이고, 히틀러 유겐트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 덕분에 영화의 주제와 상관 없이 공개 당시 역사적 비극을 희화화했다거나 하필 나치 소년을 주인공으로 다루어서 나치 미화를 일으킨다는 일부 영미권 평론가들의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반면, 서구권에서 2차 대전기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은 상대적으로 나치에 대한 시각과 차이가 나는데, 한국인들에게 전범기라는 분류로 묶여서 인식되고 있는 하켄크로이츠욱일기의 경우 서구권에서 상당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한국인들 입장에서 불쾌한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에 일제의 직접적인 피해국인 한국 입장에서는 그 부분에 지속적인 불만이 생겨있는 상황이었고, 그런 과정에서 원폭 논란이 불거지면서 일부 한국 커뮤니티에서는 이터널스 불매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YTN 보도) 해당 장면 때문에 전후 배경에 대해 잘 모르는 외국 관객들은 일본에 대해 동정적인 감정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비판이다.

그리고 서구권, 특히 미국쪽 관객 중에서도 해당 장면에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일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원폭은 일본의 공습과 만행에 대한 정당한 보복이었고, 승리의 역사인데 그것에 대해 동정적으로 바라볼 여지를 줄 이유가 있느냐는 것. 그리고 그와 함께 나오는 주장 중 하나는 살상 무기를 건네줬다고 죄책감을 느끼는 캐릭터가 "왜 소수자성이란 소수자성은 다 몰아준 '흑인 남성 게이 히어로'인 파스토스냐"는 것이다. 이들은 파스토스가 미국으로 끌려간 흑인 노예선에 탄 아프리카 흑인들도 아니고 히로시마 원폭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끼는 게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도 이를 디즈니 특유의 모순된 PC 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들고 있다. 미국 전쟁의 역사에서 흑인이 배제되었음에도 그 전쟁의 역사를 소수자인 흑인에 대입했는데, 더군다나 그에게 성소수자성을 부여하면서 그 자체로 PC한 캐릭터가 되었기 때문에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 자체를 어렵게 만든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1]

또한 실제로 히로시마 원폭 당시 흑인들은 미국에서 기본적으로 인간적인 대우 자체를 받지 못했는데,[2] 죄책감을 느끼는 캐릭터가 적어도 백인 남성 캐릭터였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장 당시 맨해튼 계획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은 백인이었고, 때문에 고증에 부합하게 하더라도 유럽계 백인 과학자가 이터널이었다는 식의 묘사가 더 들어맞을 것이다.

밑에 민간인과 강제이주한 조선인을 들어, 원폭 피해를 강조하려고 하는데,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일본 제국주의에 있다. 이런 사정 무시하고 '파스토스의 입장'을 강조해도 마찬가지. 이런 논리는 애초에 굳이 넣을 필요 없는 장면에 파스토스를 끼워넣으면서 캐릭터를 욕먹이는 결과만 낳는다.

2.2. 옹호

If I had foreseen Hiroshima and Nagasaki, I would have torn up my formula in 1905.
내가 만약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일을 예견했었다면, 1905년에 쓴 공식을 찢어버렸을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맨해튼 계획을 실시하도록 편지를 보낸 것에 후회하며.
이 장면은 이터널스의 과학자이자 인류 문명의 선지자인 파스토스가 인간이 평화로운 일에 쓰며 번창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과학 기술을 전파해줬지만, 인간은 결국 이를 악용하여 한번에 수천~수만 명을 죽이는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어내는 짓을 저질렀으니 이에 대한 '죄책감'과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끼는 장면이다.[3] 즉 인류의 과학 발전이 낳은 최악의 사례가 원자폭탄이며, 단지 문명 도시가 원자폭탄을 맞은 유일한 사례가 일본이라는 게 역사적 사실이라서 히로시마가 등장한 것 뿐이다.

다시말해 해당 장면은 파스토스가 지식인이자 기술자로서 죄책감을 느끼는 장면이지 '희생당한' 일본인들에 대한 슬픔을 느끼는 것도, 태평양 전쟁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뒤바꾼 것도 아니다.[4] 해당 장면이 일본을 옹호하거나 미화한다고 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관객들이 대부분이다.#익스트림무비의 반응 이처럼 '원자폭탄을 개발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과학자'라는 소재는 맨해튼 계획에 참여한 오펜하이머나 아인슈타인의 발언을 통해 알려진 유명한 구도다.[5] 현실에서 파스토스와 비슷한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물리학자들이 상단의 아인슈타인처럼 실제로 히로시마 폭격에 대해 후회하고 아예 핵물리학에 기여한 것 자체에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아주 많은데, 파스토스가 히로시마 폭격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후회하는 것이 일제 미화라면 실제로 이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후회한 핵물리학자들도 일제를 미화하는 것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물론 인간이 과학 기술을 다른 인간을 죽이는 데에 사용한 사례는 아주 많지만, 피어오르는 버섯구름으로 대표되는 핵병기의 대량살상의 이미지는 과학 기술의 어두운 면을 가장 임팩트 있고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다양한 매체에서 사용되고는 한다.[6] 관객이 장소와 현장의 모습만 봐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의 인류 역사적 사건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생각해 보자. 애시당초에 제2차 세계 대전과 원자폭탄의 개발은 현대 철학사에서 '근대철학의 종말'을 상징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합리적 이성과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라고 믿었던 근대적 희망이 붕괴되어 버렸다는 시각에서 원자폭탄과 '가스실 대량 학살' 등이 사상사적으로 상당히 상징적인 장면이므로 그 부분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

더군다나, 원폭 희생자들 중에 대수는 민간인이었다. 특히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에는 조선인들도 굉장히 많은 수가 희생되었으며,[7] 아무리 원폭 투하 과정에서 또 다른 가해자라 할 만한 일본 전범의 옹호자들이 원폭의 비극성 뒤에 숨어서 묻어가는 게 분노를 유발한다고 한들, 이들에 대한 분노 때문에 만 단위를 찍는 일본 내 조선인 원폭 피해자들로부터 눈을 돌리는 건 옳지 못한 일이다. 일본이 무조건적으로 피해자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것은 확실하게 문제가 있지만, 이 사건은 분명한 비극이며 비극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결코 정당한 평가라고 볼 수 없다. 거기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으로 희생된 사람들은 대부분 일본의 전쟁 지도층이 아닌 민간인들이었고 원자폭탄이라는 신무기의 실험 목적 또한 존재했던 만큼 한국 사람 개개인이 일본이 당해도 쌌다는 생각을 가질 수는 있어도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와 그 이후 그런 기술을 만든 파스토스의 죄책감과 분노를 묘사하는 것이 미화라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점이 들 수 있다.

물론 영화가 일제를 다룬 방식이 지나치게 단편적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은 아즈텍 장면도 공유한다. 영화는 '무고한 원주민 vs 사악한 유럽인'의 구도로 해당 씬을 연출했으나, 아즈텍의 멸망은 '원주민 vs 유럽인'이 아니라 '아즈텍 진영의 원주민 vs '반아즈텍 원주민과 유럽인'의 구도였으며, 이는 아즈텍이나 반 아즈텍 중미 원주민들이나 똑같이 인육 문화가 있긴 했으나 아즈텍 제국이 타 국가를 지배하에 놓았기 때문에 반항한 것이었다[8]. 물론 아즈텍이 멸망한 뒤 콘키스타도르가 반 아즈텍이고 아즈텍이고 가리지 않고 식민지로 삼아 노예로 부렸기 때문에 미래에서 보는 입장에서는 "사악한 유럽인"의 포지션을 취할 수 있고, 압도적인 총포 기술을 이용해 학살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멸망 당시에는 이를 고려할 수 없어야 정상이며, 그렇다고 전근대의 학살에 실망과 분열을 경험하기에 전근대 인류의 인류에 대한 학살이 이것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9] 결국 이후의 노예제도에 대한 실망이라면 몰라도, 이 일 자체를 굳이 "인간에 대한 실망"으로 꼽기엔 맥락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원폭씬도 이러한 면에서 보아야 한다. 즉, 본작은 일제를 콕 집어서 미화한 게 아니라,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을 탈맥락화하고 비극성만을 연출해버린 것이다. 설령 원폭 장면을 혹평하더라도 제작진들의 실력 부족 문제이지[10] 윤리적 논란으로 보기엔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2.3. 각본가 인터뷰 이후

2021년 11월 14일, Screen Rant에서 각본가인 카즈 피르포와 라이언 피르포 형제[11]인터뷰[12]가 공개되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논란이 되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작중 원폭 장면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 장면은 첫 각본 드래프트때부터 들어간 씬이었고, 클로이 자오 감독이 끝까지 포함시켜야 한다고 하며 넣은 씬이다.[13] 아마도 우리가 디즈니 영화에서 처음으로 이런 인종 말살(genocide)에 대해 언급하고 다룬 영화일 것이다. 히로시마 폭격은 그런 맥락에서 넣었고 만약 캘리포니아의 한 공립학교에 간다면 반 전체가 호불호로 완전 갈릴 것이다. 반은 폭격을 찬성할 것이고 반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것으로 말할 것이다.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 폭격을 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린 것인지..

일본계 미국인의 한 사람이고 가족은 일본에 사는 사람으로서 이것은 내 삶과 개인적인 역사에 있어서 큰 사건이다. 인간 비극을 무조건 피해서는 안될 것이다. 사람들이 이에 대해 생각하고 논의하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비극을 폄하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인종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우리가 행한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각본가 카즈 피르포 인터뷰 내용
우리는 인류에게 있어서 큰 실패를 자행한 순간들을 가져오려 했다. 영원 불멸의 이터널스들이 돌아다보면서 '인류가 갈데까지 갔다. 우리는 더이상 이들을 도울 수 없다'를 깨닫는 순간들을 가져오려 했다. 인류에게 있어서는 크나큰 패러다임 쉬프트이다. 이터널스들의 시각을 통해 이제 인류가 더이상 통제가 된다거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지점에 다다렀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각본가 라이언 피르포 인터뷰 내용

해당 인터뷰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어떤 사람들은 이 비극을 옹호 하려고 하지만, 일본계 미국인으로서 히로시마 원폭 투하는 자신에게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고, 관객들에게 이것이 비극이며 다시는 되풀이 되면 안된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 인터뷰 이후 국내 커뮤니티들에서는 일본인 각본가가 전쟁의 가해자가 피해자로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커뮤니티들도 있는 반면[14] 각각의 커뮤니티들의 성향에 따라 평가가 갈리는 중이다.

반딧불의 묘의 예와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게, 오히려 제국주의의 대한 조롱이란 해석이 있을 수도 있는 장면이 인터뷰 한 번에 뒤집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사례라 하겠다.

2.3.1. 비판

2.3.1.1. 제노사이드 발언 문제
1946년에 폴란드 법학자 라파엘 렘킨Raphael Lemkin이 제노사이드라는 용어를 만들고, 그것을 “민족 집단, 종교 집단, 또는 인종 집단을 절멸시키기 위한 공모”라고 정의했다. 더 최근인 1994년에는 존경받는 철학자 스티븐 캐츠Steven Katz가 제노사이드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는지와 관계없이 어떤 국민, 민족, 인종, 종교, 정치, 사회, 젠더, 경제 집단을 몰살하려는 의도를 실행에 옮기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팻맨과 리틀보이의 투하는 제노사이드의 행위가 아니었으며,[15] 트루먼과 나머지 사람들의 차이는 행위의 맥락과 동기에 있다. 골든하겐이 쓴 책의 부제 ‘제노사이드, 말살, 그리고 인류에 대한 계속 되는 공격’에 그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 있다.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 폴 포트가 표적 집단에 대한 제노사이드 행위를 감행할 때 그들의 목적은 한 집단의 전멸이었다. 그러한 살인은 최후의 한 사람이 사라질 때(또는 누군가 가해자를 멈추거나, 가해자가 패배할 때) 비로소 멈춘다. 트루먼이 원자폭탄을 투하한 목적은 전쟁을 끝내는 것이지 일본인을 말살하는 것이 아니었다. 만일 만살이 목적이었다면 왜 미국이 전후에 일본과 독일(서독)을 재건하기 위한 마셜 플랜을 주도했을까? 두 나라는 전후 20년 만에 세계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했다. 이것은 말살 프로그램의 정반대처럼 보인다.
마이클 셔머, <도덕의 궤적> 김명주 옮김, 바다출판사, 2018, P.112~113
일단 인종 말살이라는 단어 선택부터 잘못됐다. 인터뷰 중 “제노사이드를 다룬 디즈니 영화로는 처음입니다.(We are the first Disney movie I know that talks about genocide.)"라는 말을 하여 마치 원폭이 제노사이드라는 듯 해당 장면을 삽입한 의도를 은근히 드러냈다. 하지만 원폭은 제노사이드로 분류되지 않는다. 제노사이드는 단순히 사람이 많이 죽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집단을 말살하려는 의도에 있다. 그런데 트루먼이 원자폭탄을 투하한 것은 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위해서였지, 일본인이라는 집단을 말살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만약 정말로 제노사이드를 기획했다면 포츠담 선언으로 항복을 권할 이유도 없었고, 원자폭탄을 떨어트릴 이유도 없었다. 그냥 커티스 르메이가 그토록 원하던 도쿄 대공습 수준의 폭격을 일본 전국토에 뿌려서 석기시대로 만들어버리는 쪽이 편하다. 상상할 것도 없이 미국은 원폭을 맞고도 일제가 계속 뻐겼다면 진짜 일본을 갈아버릴 작전도 세워뒀다. 그리고 일본 군부는 자기 국민들을 사지로 내몰 작전을 세우기도 했다. 즉, 자기 스스로 자기 민족을 제노사이드 시킬뻔 했다.

오히려 제노사이드 사례라면, 진주만 공습으로 태평양 전쟁의 서막을 열며 난징 대학살, 충칭 대공습 같은 여러 전쟁 범죄를 저지른 2차대전 시절의 일본이 더 확실하며, 끔찍하기로는 나치당홀로코스트로 인해 죽임당한 600만명의 유대인, 700만명의 소련인들의 사례가 휠씬 끔찍하다.[16]

정치적인 세계에서 용어 하나는 정당성을 바꾼다. 같은 사건을 두고 난징 대학살이냐 난징 사건이냐로 표현하느냐가 문제이듯 제노사이드는 그 의미상 한 세력이 다른 세력을 멸절시키기 위한 의도로 하는 공모 및 행위이다. 실제로 원폭 자체의 보편적 비극에 숨어서 피해자 행세를 하는 것이 일본의 주된 피해자 코스프레 전략이다. 그런데 각본가는 '작품에서 제노사이드를 묘사했다'고 하고 있으며, 뒤이어 본인이 일본계임을 언급한 정황 상 그가 주장한 제노사이드는 원폭 장면을 두고 한 발언이 된다. 이 각본가의 논리라면 미국이 제노사이드의 가해자고 일본이 피해자라고 발언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각본가 본인이 일본계라는 출생성분을 강조하면서 원폭이라는 보편적인 비극만 강조하며 일본이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피해자 코스프레로 인식되는 상황이니만큼 각본가의 역사의식이나 무식함을 차치해도 논란에 기름 뿌리기를 자처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2.3.1.2. 말실수라 볼 수 없다
제노사이드라는 각본가의 말을 말실수라 여기는 의견이 있지만, 밝힐 필요가 없는 “일본계”라는 정체성 강조, 심지어 인터뷰에 따르면 일본계라서 (원폭이)스스로에게 중요한 사건이라고 했다. 만일 스스로 이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면 그가 일본계라는 것만으로 의심받는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겠으나, 굳이 밝힐 필요가 없는 출생 성분을 밝히다 못해 이를 원폭과 묶어서 스스로 중요하다고 했다. 스스로 밝힌 '입장'이 중요하지 않다면, 이터널스의 파스토스의 입장도 역시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더 나아가 미국 공교육을 예시로 들면서 히로시마 원폭이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 더 많은 사람을 살린 것인지 논쟁이 된다고 했다. 제노사이드 발언, 일본계 강조, 그리고 히로시마 원폭이 논란이 된다는 발언까지 맥락적으로 의도는 명확하다. 당시 미국이 원폭을 투하한 것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고, 일본은 그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정도를 말실수에 불과하다고 치면, 일본제국의 강경파의 1억 옥쇄도 말실수로 평할 수 있다.

영화 본편의 묘사 자체는 파스토스의 후회와 분노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수도 있고, 실제로 본편과 인터뷰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닌 각본가가 자신이 일본계이며 자신의 삶과 역사에서 큰 사건이라고 강조한 이상 그 장면 연출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인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단순히 인류애적인 관점으로만 바라보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다양성을 부르짖으면서 사건의 다양성은 보지 않는 것이 이 영화와 그 인터뷰의 수준이다. 파스토스의 캐릭터성을 봐야 한다는 것은 오히려 파스토스 캐릭터만으로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의 정치성을 부정하려 드는 것이다.

실수라고 보기 힘들다. 헐리우드에는 예전부터 많은 일본계 작가들이 활동했는데 이들은 지나칠 정도로 본인들 문화권의 내용을 내용 전개에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삽입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문화권의 이민 2,3세대 작가들도 본인들의 배경이 되는 문화권의 요소를 작품에 아예 안 넣는 건 아니지만 이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로 느껴질 정도로 심하다. 일본계 작가들의 전적을 봤을 때 진심으로 저렇게 생각하는거지 단순히 단어 한 두개 잘못 사용한 수준의 실수라고 보기는 힘들다.
2.3.1.3. 원폭이 떨어지기까지 사정
이터널스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터널스의 주제, 이터널의 큰 그림을 보고 원폭 장면을 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주장대로라면, 실제 역사에서 원폭이 투하된 목적과 이에 대한 당시 정세와 큰 그림 또한 봐야 할 것이다.

각본가는 “히로시마 폭격은 그런 맥락에서 넣었고 만약 캘리포니아의 한 공립학교에 간다면 반 전체가 호불호로 완전 갈릴 것이다. 반은 폭격을 찬성할 것이고 반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것으로 말할 것이다.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폭격을 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린 것인지”(인터뷰 내용 중)라고 말했다.

공교육에서의 토론을 가정하여 더 많은 사람을 살릴 방법이 없었느냐는 식으로 이 문제가 마치 ‘논쟁’이 필요했던 주제인 듯 말했지만, 실제 전쟁이 일어나던 당시의 상황을 보면 별로 논쟁할 것도 없다. 일제의 진주만 공격으로 태평양 전쟁이 일어난 후 계속해서 전쟁이 이어졌고, 미국은 전쟁을 계속 이어가려는 일제를 상대하면서 전쟁을 끝내야 했다. 그 상황에서 '원폭 투하를 안 했으면 더 적은 사상자가 나올 수 있었다'는 주장은 당시 끝없이 전쟁을 지속하려는 광기에 빠진 일본 제국 상황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Kaz의 발언이 주목받으면서 상대적으로 Ryan의 발언은 거론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그의 인터뷰도 문제가 상당히 많다. '인류에게 있어서 큰 실패를 자행한 순간'이나 '인류가 갈데까지 갔다'는 언급들 역시 정황상 원폭을 두고 인류의 실패이자 인류가 갈데까지 갔다고 주장한 것인데, 당연하게도 진짜 실패하고 갈 데까지 간 세력은 원폭을 떨군 미국이 아니라 인간성을 버리고 각종 학살과 인체실험을 자행한 일제이다.

서술한 듯이, 일본 제국은 수많은 전쟁 범죄를 일으켰으며 따지자면 원폭으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일제의 전범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몇십배, 크게는 백배로 달한다. 일본 제국이 일으킨 주요 사건은 다음과 같다.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참변이 일어났으며, 해당 사건들로 인한 피해자 수는 원폭 투하의 피해자 수를 아득히 넘는 정도이다.

오히려 원폭을 투하하기로 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더 많은 일본인을 살린 결정이었다.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항목에서도 설명되어있지만, 원폭 투하 직전까지 일제의 군부는 카미가제인간 어뢰, 인간 기뢰니 하는 기행을 벌이며 1억 옥쇄 같은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일억옥쇄(一億玉砕)라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는데, ‘전멸’을 ‘옥쇄’로 칭하여 일본의 1억 인구가 항복하지 말고 모두가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는 주장이 돌 정도로 미쳐 돌아가는 상태였다. 또한 궁성사건(宮城事件)이라는 것이 있는데, 1945년 8월 14일에 일본 항복에 반발하여, 젊은 장교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게 당시 일본의 군부였다.(#) 그러니까 원폭을 맞고도 저런 세력이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트루먼의 보좌관들이 미국이 일본 본토 침공을 감행할 경우 25만에서 100만 명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추산한 것은 이러한 냉혹한 사실에 기초한 결론이었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일본인 전사자와 미국인 전사자의 비율이 22대 1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최소 550만명의 일본인이 죽는다는 뜻이었다. 냉정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에 비하면 두 개의 원자폭탄으로 인한 사망자-약 20만 명에서 30만명(히로시마에서 9만~16만 6,000명, 나가사키에서 6만~8만명)-는 작은 희생이었다.
마이클 셔머, <도덕의 궤적>, 김명주 옮김, 바다출판사, 2018, P.114
한참 후 겁 없는 한 간부 후보생이 손을 들고 르메이에게 물었다. “일본 폭격을 결심하는 과정에서 윤리적 차원을 얼마나 고려하셨습니까?” 르메이는 예의 퉁명스러움으로 이렇게 답했다, “일본을 폭격하는 문제로 골치를 썩지는 않았습니다. 전쟁을 종결하는 게 내 관심사였죠. 그 임무를 완수하면서 사람이 몇 명이나 죽어 나갈지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전쟁에서 졌다면 전범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을 겁니다. 다행히 우리가 이겼죠. 우리가 원자 폭탄을 투하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많은 사람이 죽은 것을 모두가 슬퍼합니다. 묘하죠. 저도 그 일이 비도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본의 각급 산업 도시를 소이탄으 로 공격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일언반구 언급이 없습니다. 도쿄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그 첫 번째 폭격으로 원자 폭탄 피폭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 일은 괜찮은가 봐요. 학생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겠습니다. 맞습니다. 모든 군인은 수행하는 임무의 어떤 도덕적 측면을 고려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전쟁은 모두 비도덕적입니다. 그 문제가 학생을 괴롭힌다면 훌륭한 군인이 될 수 없을 겁니다.”
리처드 로즈, 수소 폭탄 만들기 20세기를 지배한 암흑의 태양 사이언스 클래식 28, 사이언스북스, 2016.pp.19-20.
도조 히데키를 비롯해 일본 군부는 하나같이 군국주의와 보신주의 등에 찌들어 책임을 회피하려 했고, 그 수단으로 옥쇄를 부르짖으며 더 큰 피해를 방기할 뿐이었다. 전쟁은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며, 상대가 극단적인 선택을 각오하고 있을 때 더더욱 그렇다. 원폭 대신 다른 방법이 있었고, 심지어 그게 사람이 덜 죽었을 것이라는 주장은, 참호 속에서 총 쏘는 군인에게 상대편의 팔만 살짝 맞춰서 전투력만 무력화하면 되었을 거라는 수준의 말에 불과하다. 히어로 영화였다면 이 지점에서 전쟁을 끝낼 영웅이 나타났겠지만 역사와 현실은 히어로 영화가 아니다.

따라서 만약 투하가 없었다면 군부의 폭주가 더 심했을 것이 확실하며, 그에 따르는 결과는 도쿄 대공습보다 더 심한 수준의 폭격과 함께 원폭에 의한 사상자 이상의 사상자가 연합군과 일본 측에서 나왔을 것이다. 심지어 이 몰락 작전으로도 일본이 항복했을지 확실치 않다. 이는 실제로 당시 일본 군부가 나가사키에 두번째 핵폭탄이 떨어졌어도 계속 싸우려 했다는 사실만 봐도 그러하다. 그런데도 어찌어찌 화평파로 기울었던 이유는 소련이 남하하고 있었기 때문이며, 당시 소련과 스탈린의 추축국에 대한 격렬한 증오를 생각해보면 소련의 일본 본토 침공과 이에 따른 지배는 미군만 참전한다는 가정 하에 몰락 작전이 실행되었을 경우에 비해서도 더 큰 규모의 파괴가 발생했을 공산이 굉장히 크다.

때문에 "미국이 대를 위한 소를 희생한 것이 옳은가"와 같은 이야기는 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애초부터 선택권은 미국이 아니라 일본에 있었고, 더 많은 피해를 내기로 결정한 건 일본이기 때문이다. 전쟁 역시 결국 싸움이기 때문에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양측의 합의하거나, 아니면 한쪽이 완전 전멸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은 최대한 합의점을 찾아보려 했고, 이 합의점 대부분은 또 다른 가해자인 독일에 비해서든 객관적인 시각에서든 굉장히 관대했다.[17] 그걸 걷어찬 것은 일본이었으며, 결국 원폭이란 일본이 소(하잘것 없는 자존심)를 위해 대(지켜야 했을, 그리고 정상적인 국가였다면 당연히 지켰을 민간인들)를 희생하고도 결국 둘 다 지키지 못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선택지가 있었던 것은 국가의 명운과 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저울질 해야만 했던 트루먼을 비롯한 미국 고위직들이 아니라, 이터널스를 만드는 제작진들이다. 원폭 대신 다른 장면을 넣거나, 좀 더 균형 잡히게 넣거나, 아니면 인터뷰를 거절하거나 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하다못해 기술적 비극의 상징으로 원폭을 넣을 거면 덜 자극적이게, 핵실험 장면을 넣는 것도 가능했다. 이 경우 파스토스의 슬픔 같은 건 약간 덜 효과적일 수 있었지만, 장면 역시 덜 정치적으로 된다.

논란 이전 여러 커뮤니티의 반응처럼 파스토스 장면을 영화상의 내러티브적으로 해석하던 리뷰 유튜버들 역시 각본가의 인터뷰가 이슈가 된 뒤에는 더이상 옹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두클립은 논란 이전 이터널스 리뷰에서 해당 장면은 일제에 대한 옹호보다는 파스토스의 감정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고 평가했었지만, 인터뷰 논란 이후에는 더이상 그런 관점으로는 볼 수 없다며, 앞으로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경우 더 신중하겠다고 해명했다. ##

2.3.2. 옹호

제노사이드의 사전적 정의로 볼 때 일본을 향한 원폭을 제노사이드로 정의할 수는 없다. 이 부분은 각본가의 인터뷰에 대해 옹호하는 측에서도 동의하는 부분이며, 따라서 옹호 측에서는 이를 각본가의 단어 선택 실수로 보고, 각본가가 좀 더 보편적인 인류애적 관점을 언급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각본가의 인터뷰를 옹호하는 주장의 경우, 제노사이드라는 말실수가 아닌 각본가의 전체 발언의 맥락을 보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담론을 제시한다고 보는 측면이다. 원폭으로 하여금 더 많은 피해를 입는 것을 막았다 할지라도 원폭에 희생당한 민간인들의 희생이 비극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각본가의 인터뷰는 각본가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 그것이 제작진 전체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도 들 수 있다. 각본가 한 명의 개인 발언이 담긴 인터뷰 하나로 영화의 주제 의식에 대한 평가절하까지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자는 주장으로, 카즈 피르포는 본 작품의 각본을 맡은 4명의 각본가 중 한 명일 뿐이고. 마블 영화는 한명의 각본가가 아닌 여러 각본가와 기획자가 만들어나가는 공동 창작물이다. 카즈 피르포 본인이 개인적으로 해당 장면에 그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겠지만 감독을 비롯한 다른 각본가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혹은 그 생각에 동의하는지는 불명이다.

문제의 인터뷰로 인해 해당 장면을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나, 인터뷰를 떼 놓고 장면 자체로 놓고 보면 기술을 전파해준 외계인 파스토스의 후회와 분노가 주된 포인트이며, 정당한 반격이자 폭격일지라도 그 과정에서 희생된 민간인들의 죽음이 비극이 아니라고 볼 수도 없는 일이다. 이는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를 막기 위해서 비전을 죽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가자 "우리는 생명을 저울질하지 않아"라고 이야기한 스티브 로저스의 대사와도 일맥상통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캡틴은 전 우주의 인구 절반이 학살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비전 한 명을 죽이기보다는 타노스에 저항하는 것을 택했다.

과학기술 발전으로 만들어진 가장 파괴적인 수단인 원폭이라는 무기에 민간인이 희생된 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소수(여기서는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민간인들)를 희생시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며 파스토스의 반응을 통해 기술 발전이 이로운 방향으로 이루어졌는가 하는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에서 각본가의 무지함에 더해 표현의 수준이 낮고 얕은 것은 맞으나, 소수의 희생이라는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캡틴의 대사처럼 기존 마블 작품에서도 제기되던 담론이며, MCU는 냉정한 역사의 현실이 아닌 영웅들이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 영화 속 세상이기 때문에 이런 점을 더욱 강하게 언급할 수 있는 것이다.

각본가가 일본계 운운하며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서 이 장면에 대한 색안경이 씌워지기 전까지 해당 장면은 단지 호불호의 영역에 지나지 않았다. 개봉 전 우려와 달리 영화 내에서 일본의 ㅇ자도 등장하지 않았고 단 한명의 일본인도 등장하지 않고 그저 폐허가 된 히로시마라는 지명만 등장했었기 때문에 위의 원폭 논란 옹호 문단에서 언급하듯이 대체로 주제의식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써 원폭이 사용되었다고 인지되었기 때문. 때문에 인터뷰 논란이 일기 전 영화 커뮤니티나 각종 리뷰 유튜버들 역시 해당 장면이 불편할 수는 있지만 장면 자체의 감정선은 일제에 대한 미화나 옹호보다는 파스토스의 분노와 주제의식 표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평이 우세했다. 색안경이 씌워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2.4. 기타

각본가는 "아마도 우리가 디즈니 영화에서 처음으로 이런 인종 말살(genocide)에 대해 언급하고 다룬 영화일 것이다."라고 주장했으나 원폭을 다루었든 제노사이드를 다루었든, 어느 쪽이든 디즈니 영화 최초가 아니다. 당장 MCU 내에서 원자폭탄 투하는 어벤져스에서 한번 핵폭탄이 뉴욕에 떨어질 뻔한걸 아이언맨이 저지하는 장면으로 나왔으며, 인종 학살의 경우, 로난은 잔다르를 행성째 없애버리려 했으며 드랙스의 행성을 몰살시켰다. 타노스는 여러 행성을 돌아다니며 인구의 절반을 학살하였고 니다벨리르의 난쟁이들을 에이트리 하나만 남겨두는 인종말살을 자행했으며, 어벤져스 덕분에 되돌아오긴 했지만 핑거 스냅으로 우주 전체의 생명 절반을 몰살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작품의 중심 축이 프로젝트 인사이트 대립이다.

현실의 제노사이드를 다룬 영화라면 디즈니의 반反 나치 극장용 단편 선전 애니메이션인 총통 각하의 낯짝이 있으며, 실사영화라면 서치라이트 픽처스조조 래빗[18]이 있다.[19]

설령 디즈니의 다른 작품들을 접하지 않았다 한들 MCU라는 커다란 프랜차이즈 작품의 스토리를 집필하면서 이전 작품들에서 어떤 사건이 있었고 묘사를 했는지조차 몰랐거나 무시하고 발언했다는 부분도 분명 지적해야 할 사항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팬들은 마블 스튜디오 측에서 아예 공개적으로 제작진들의 입단속을 강하게 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이터널스 이전에도 팬들이 알아서 개연성이나 의도 등을 맞춰가며 상상하다가 제작진의 괜한 입방정으로 분위기가 싸해지거나 말도 안되는 망언[20]으로 논란을 불러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

[1] 당장 디즈니의 인어공주 실사 영화의 논란만 봐도 주인공 인어공주를 흑인으로 캐스팅하면서 원작 팬들과 PC주의자들 사이에 논쟁이 일어났는데, 시대고증 오류나 원작파괴에 대한 비판을 하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원천봉쇄식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이다.[2] 실제로 1940년대는 흑인 대이동터스키기 매독 생체실험 사건이 한창 진행되던 시간대다. 자세한 사항은 미국 흑인 민권 운동 항목 참조.[3] 파스토스는 인류의 수호자로서 7000년 간 인간을 지켜보아 왔으며 전쟁과 살인, 그리고 학살 등의 사건들을 보았는데, 그의 입장에서는 인간들이 답없이 서로 싸우기만 하고 서로를 대량으로 죽이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보며 자신의 기술로 인해 한 번 분쟁이 일어날 때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어버린 것에 대하여 화내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4] 일부 인터넷 매체 등에서는 '일제의 패망에 책임을 느꼈다'는 식으로 보도했지만 파스토스가 원자폭탄 투하 현장을 보고 후회하는 장면이 나왔을 뿐이다.[5] 이외에도 원폭을 승인한 트루먼 대통령은 승인을 후회했다.[6] 참고로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보다 재래무기를 이용한 미국과 영국의 드레스덴 폭격이나 고성능 소이탄을 이용한 미국 중폭격기의 도쿄 대공습이 더 많은 사상자를 냈다. 그럼에도 우리는 원자폭탄을 보면서 더 강하게 대량 살상의 이미지를 연상하게 된다. 대공습은 어찌됐든 하늘을 뒤덮은 수많은 아군이 수많은 적 민간인을 살상하는 구도이므로 이전 역사의 살상에 대한 이미지에서 크게 떨어져 있지 않지만 원자폭탄은 단 한 기의 폭격기에서 단 한 사람의 폭격수가 떨궈 수많은 민간인이 살상당하는, 이전에는 볼 수 없던 모습이기 때문.[7] 히로시마에서 7만 명, 나가사키에서 3만 명의 조선인이 원폭 피해를 받았으며 현재 생존자는 2,000여 명으로 추산된다.[8] 간단한 예시로 몽골제국 휘하의 고려나 베트남, 혹은 대청제국을 상대로 조선이 꾸준히 저항했던 것과 비슷하다.[9] 대표적인 예시로 중국 백기(전국시대)45만명 포로 대학살이 있으며, 마찬가지로 조조가 벌인 서주대학살도 있고, 십자군 전쟁 당시에 동로마인들이 서유럽의 십자군에게 학살당한 일도 있다. 학살/목록 참조.[10] 참고로 옆동네 블록버스터 히어로 영화인 원더우먼에서는 최종보스와의 싸움 후에 독일 제국군 병사 하나하나가 앳된 젊은이들이라는 걸 시각적으로 연출하여 전쟁의 비극성을 강조했지만, 그렇다고 독일 제국을 미화하지는 않았다.[11] 이중 카즈 피르포의 풀네임은 매튜 카즈오 피르포(Matthew Kazuo Firpo). 미들네임으로도 알 수 있지만 일본계 미국인이다.[12] 번역 번역2[13] 클로이 자오 감독은 중국계 미국인이다. 중국은 난징대학살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전쟁범죄의 피해당사국들 중 하나다.[14]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뷰 공개 전까지 이런 사이트들 대다수는 "파스토스가 반성하는 것은 순수히 인간 간의 동족학살이란 부분이지, 딱히 일본이라서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옹호하는 여론이 대다수였다. 이걸 정반대로 돌아서게 만든 게 피르포 형제의 인터뷰다.[15] 나무위키 내의 임의적인 볼드체 처리. 책 본문은 볼드체 처리가 되어있지 않음.[16] 홀로코스트 계획 자체가 한 인종을 통째로 말살시키려는 미친 짓이었다. 즉, 제노사이드의 사례에 가장 부합한다.[17] 각본가가 그토록 주장하던 '보다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던 수단'은 당연하게도 미국이 원폭을 투하하기 전에 일본이 포츠담 선언을 수용하는 것이었다. 물론 일제의 대응은 묵살이었고. 자세한 것은 포츠담 선언 항목 참조.[18] 다만 개봉 직전에 모회사인 20세기 폭스가 디즈니에 인수되었다. 마침 조조 래빗은 똑같이 MCU의 작품을 맡은 감독의 작품이다.[19] 백번 양보해서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을 다룬 디즈니 작품이라면 확실히 최초일 지 모르나, 디즈니가 굳이 그걸 다뤄줄 이유가 있을까?[20] 블랙 팬서의 각본가들 중 한명인 조 로버트 콜은 개국공신급 작품인 아이언맨1편이 요즘에 나왔으면 그냥 묻혔을 거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고, 더 마블스의 감독인 니아 다코스타는 핑거 스냅의 원인을 모두를 위해 비전을 희생시키지 않은 캡틴 아메리카의 탓으로 돌리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주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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