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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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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유로화 출범시의 논란3. 유로화 사용의 결과
3.1. 초기의 성공3.2. 유로화의 위기3.3. 유럽중앙은행 운영상의 어려움
4. 유로화 문제의 해결방법
4.1. 내부적 평가절하4.2. 재정통합4.3. 유로존 해체
5. 이후6. 관련 문서

1. 개요

유럽연합의 단일 화폐인 유로2000년대를 전후하여 사용되기 시작하여,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통한 정치적 통합과 병행하는 경제적 통합의 상징이 되었다. 유로화의 통용에 대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으나, 단기적으로 유럽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보이면서 한동안 유로는 유럽 통합의 상징으로 회자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의 경제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으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대침체가 촉발되며 세계 경제가 말 그대로 초토화가 되었다.
파일:유로화 사태 영향.jpg
2010년대 초반 유로화 사태가 가장 심각할 때의 상황.[1]

2. 유로화 출범시의 논란

2.1. 최적통화지역 이론

통화연맹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판단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가 최적통화지역 이론이다. 통화연맹의 성립에 따라 각국은 생산요소나 상품의 교역에 따른 환율 불안이 해소되면서 화폐적 효율성 이득을 얻게 된다.

반면 독자적인 통화정책이 불가능해지면서 경제 안정화 손실이 발생한다. 한 나라가 통화연맹에 참여하여 얻는 이득이 손실보다 더 높으면 통화연맹 가입이 경제적으로 정당화된다. 이러한 이득과 손실은 그 나라가 통화연맹국과 경제적으로 얼마나 통합되어 있는지와 관련이 있다. 화폐적 효율성 이득은 역내국 간 생산요소나 교역이 활발할수록 그 이득이 커진다. 경제 안정화 손실은 외부적 충격이 역내국 간에 미치는 효과와 그에 따른 정책이 비슷할수록 줄어든다. 그리고 최적통화지역의 성공가능성이나 경제통합 정도와 관해 8가지 조건이 있다.

정량적으로 제시된 이론이 아니므로 8가지 조건 중 어떤 조건들이 얼마나 충족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 없다는 것은 약점이지만, 대략적인 평가기준으로서는 별 무리가 없다. 그리고 위의 조건들로 판단할때 유럽통화연맹의 성공여부는 회의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럽통화연맹은 순수하게 경제적 이유때문이라기 보다는 유럽 통합이라는 정치적 의지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었고, 따라서 정치인들은 유럽의 상황을 최적통화지역 이론에 끼워맞추려고 했다.

가장 많은 논쟁을 낳은 것은 미국의 경제학자 및 정치학자 배리 줄리안 아이켄그린(Barry Julian Eichengreen, 1952 ~)과 같은 몇몇 경제학자들의 견해였는데, 이들은 통화연맹이 회원국의 무역통합과 경기변동의 균형을 이끌어냄으로써 통화연맹이 최적통화지역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최적통화지역이어야 통화연맹이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통화연맹을 시작하면 이들 국가들이 스스로 최적통화지역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베리 아이켄그린 본인은 이런 견해를 나이키 접근법이라고 자칭했는데,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수렴기준 따위는 그냥 장식에 불과하고, Just Do It(그냥 해버려), 그냥 합치기만 하면 알아서 최적통화지역이 된다는 극단적인 견해를 내포하고 있다.

다만, 이런 견해에 동의한다고 해도 단일통화에 반드시 찬성할 이유는 없다. 예컨대 단일통화의 도입이 그 지역을 최적통화지역으로 만들어 주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면 비용과 편익을 상량하여 단일통화 도입에 반대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폴 크루그먼[5]은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한 바 있다.

2.2. 마스트리히트 조약

그 상당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동 조약의 경제학적 핵심은 수렴조건이라 불리는 다음 4가지 유로화 가맹조건으로 추려진다.
저 중 재정수렴조건의 경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본질적으로 별개인데 저기에서 왜 재정수렴조건이 나오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사실 완전한 경제통합 차원에서 본다면 재정정책은 아예 하나의 유럽 중앙정부가 맡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그럴 경우 이미 통화정책이 발이 묶인 마당에 가맹국에게 남은 마지막 카드라 할 수 있는 재정정책이 사라지므로 국가 간 개별적 대응이 어렵다.

그러나 그렇다고 재정정책을 완전히 방임하면 국가 간 재정에 차이가 생기고 이는 경제통합을 저해하며, 재정적자가 타국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참고기사(링크 삭제됨)

금융경제의 수렴 중 인플레이션 수렴조건 역시 정책목표 유사성의 측면에서 나타낸 것이다. 아울러 유로화는 사실상 고정환율제인데 물가 불안이 심하면 그만큼 해당국 입장에서는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쓸 유인이 크고 이는 변동환율제로의 이탈 유인이 된다.[6]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포기할 경우 그 손실을 줄이는 것은 최적통화지역의 특성상 중요한 문제다. 가령 유럽 전체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면, 유럽중앙은행이 유로화 발행을 줄이면 그만이고, 이에 대해서는 각국의 동의를 따내기 쉽다. 그러나 그리스같은 한 나라만 인플레이션을 겪는다면 다른 나라가 디플레 부담을 지겠다고 하지 않는 한 유럽중앙은행이 유로화 발행을 줄이지 않는다. 이 경우 그리스는 유로권에서 통화정책을 쓰지 못해 손해를 보게 된다. 이 경우 그리스같은 나라는 유로권을 탈퇴할 수 있고, 따라서 통화권이 붕괴할 수 있다. 즉, 그리스 입장에서는 독자적 통화정책이라는 선택지가 실질적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독자적 통화정책이라는 선택지가 유로권 탈퇴라는 선택지로 변할 뿐이다. 그리고 후자가 다른 나라 입장에서는 보다 민폐다. 환율 변동이 다른 경제변수보다 더 불안한 점을 감안하면 그런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만 해도 충분히 환율이 바뀔 수 있다.

고정환율제 하에서는 변동환율제와 달리 환율변동이 그리 잦지는 않으나 변동이 일어나기만 하면 그 충격은 훨씬 크다.[7] 따라서 결혼을 하기 이전에 동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로 완전한 고정환율제라 할 수 있는 유로화 통합 이전에 그 과도기로서 통화정책에 대해 사전공조를 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8] 유럽에서도 이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유로화 출범 이전까지만 해도 EU의 전신인 구 EC지역에서는 독일 마르크화를 중심으로 장기간 고정환율[9]을 실시한 전적이 있다.

그런데 1993년 독일 통일 이후 동독에 대한 이전지출 등으로 실물경기가 팽창했다. 아울러 물가가 폭등하니 독일이 정책공조를 하지 않고 멋대로 금리를 높이는 긴축통화정책을 펼쳤다. 그런데 당시 미국은 금리를 인하시키고 있어 독일로 돈이 빨려들어갔다. 당시 다른 유럽국가들은 독일처럼 이러한 현상을 겪지 않았음에도, 결국 억지로 독일을 따라 이자율을 올렸다가 각국의 경기만 쓸데없이 냉각시켜 고생했다.[10] 또, 독일이 통일 과정에서 동독인에게 마르크화를 찍어다 퍼주었는데 물론 독일 국내 경제나 정치적 측면에서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독일인들 사정일테고 독일 통일과 마찬가지로 소중하다고 할 수 있는 유럽 통합의 정치적 대의를 지향하며 마르크화 연동으로 인해 독일의 외국 투자 흡수로 고통받는 유럽인들 입장에선 또 이야기가 다르다. 일본 입장에서 아베노믹스가 필요하다고 해서 한국 입장에서 그렇게 하라고 곧이 곧대로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인 것과 같다.[11][12]

그러나 인플레이션 수렴조건에 경제구조가 다르면 정책도 다르게 나와야 한다. 비대칭적 충격을 인플레이션 수렴조건이 완화시킨다고 주장하려면 애초에 경제구조가 유사해야 한다. 예컨대 경제변동은 개별국가에게 있어 단기의 문제이다. 자연실업률을 시현하는 인플레이션 수준이 각구간에 상이하다면 정책상의 인플레이션 수렴은 비대칭충격을 완화시키기보단 증폭시킨다. 결국 이 둘을 별도로 보는 것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정책변수/외생변수가 아니라 내생변수다.

하지만 저것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령 통화와 관련된 명목변수만을 산정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참고기사 가령, 노동이나 자본의 이동성 등에 관한 조건이 들어가 있지 않은 점이 지적되었다.

실제 현황을 살펴보면 유럽 내 무역 정도는 미국 내 지역간 무역정도보다는 낮으나 EU-미국간 무역보다는 훨씬 컸다. 산업의 경우 남부와 북부 간 노동집약도나 숙련노동 등의 비중 격차가 크다. 또, 언어와 문화간 장벽 때문에 노동 이동 제약이 심하다. 아울러 유럽 노동시장 규제는 비교적 빡세다. 다만, 금융이나 자본의 이동은 상당한 수준으로 자유화가 되었다고 한다.

크루그먼의 국제경제학에 따르면 1997년 기준으로 11개 EU국가가 수렴기준을 충족시켰거나 1998년 5월까지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어 EU창립국가가 되었다.[13]

금리 수렴조건의 경우, 예컨대 이탈리아 금리가 독일금리에 수렴하려면 채권시장 참여자들이 이탈리아가 유로화에 가입허가를 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형성해야 한다. 즉 금리수렴은 미래의 가입허가를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미래의 가입허가가 현재의 금리수렴을 가능하게 한다. 결론적으로, 이는 해당국의 채권시장이나 화폐 등에 관한 신뢰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재정 수렴조건은, 가장 충족이 어렵다. 참고기사 하지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었고, 상당수 국가들이 어찌어찌 저 수치를 달성했고 가입 이후에도 한동안 저것을 유지했다. 문제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터지니 재정적자가 뻥튀기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리스 같은 나라의 사기 역시 들통났고.[14]

환율 수렴조건의 경우 '과연 그것이 필요한지'가 문제된다. 단일통화라는 역내의 완전한 고정환율제도를 도입하면서 그 전단계로 일반적 고정환율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는가? EU 도입 이전의 고정환율제가 그렇게 빡센 것은 아니고 비교적 국가 간 경제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자주적인 통화정책이 가능하도록 한 바 있다. 즉, 유로화 전면도입이 가져올 부작용을 줄여가는 단계적 절차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일통화의 경우 (1) 기존의 고정환율제에 비해 보다 덜 위험하고, 환전비용도 아낄 수 있다. (2) 기존의 고정환율제에서는 사실상 독일이 보스를 맡았지만, 독일이 보스를 하는 체제는 1993년 독일의 인플레이션에 따라 회의가 일었다. 따라서 독일 대신 비교적 타국의 입김이 미치기 쉬운 유럽 중앙은행에 대한 필요성이 커진 점에서 유럽의 지지를 받게 되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수렴기준 이외에도 두 가지 조항을 규정했다.
이는 독일의 요구조건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위기가 시작되자 이들 조건들은 의미를 잃었다.

2.3. 비판

한마디로 단일통화를 도입하려는 지역이 고도로 통합되어 있다면 단일통화의 도입은 환전비용의 절감, 역내 교역의 촉진등으로 장기 성장을 가속시킬수 있다. 그러나 그 권역이 그렇게 고도로 연계되어 있지 못하다면, 특정 지역은 경기과열이 되고 특정 지역은 경기불황이 되었을때 통화정책으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회원국 정부들의 독자적 통화정책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은 딜레마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과열지역을 생각하면 이자율을 높여야겠고, 불황지역을 보면 이자율을 낮춰야 겠고..[16] 그러니 핵심은 유럽이 유로화란 단일통화를 도입할만큼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가라는 것이 된다. 과열지역과 불황지역이 혼재할때 불황지역에서 과열지역으로 노동력이 고임금을 쫓아 자유롭게 이동한다면 유럽중앙은행의 딜레마는 해소된다.

밀턴 프리드먼미국 경제 및 정치학자들이 시종일관 유로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이유가 바로 유럽의 노동력 이동 수준이 단일통화에 걸맞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반대로 유럽 경제 및 정치학자들은 비록 노동의 이동이 활발하지 못하고 장애가 있지만 그리 문제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유럽국가들이 상호간 상품교역비중이 매우 높다는 이유였다. 상품의 교역은 상품시장의 통합을 의미하므로 가격이 하나로 균등화되는 경향이 있다.[17]

그런데 교역상품은 수출국의 노동과 자본이 함유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고, 이는 결국 상품교역을 노동과 자본의 교역으로 치환한다. 그러면 노동이 교역되지 않더라도 사실상 노동력 시장이 국가간에 통합된 것으로 볼 수 있고 임금 역시 국가간에 균등화된다. 이것이 헥셔-올린 모형상의 요소가격균등화 정리이다.

즉, 불황 지역 노동자가 과열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더라도 그들의 임금이 상승할 것이며, 과열지역은 반대의 경향이 나타나 조정기제가 완전히 작동할거란 주장이었다. 이것은 이론적으로 흠잡을데 없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측 학자들은 비웃었다. 헥셔-올린 모형하의 요소가격균등화는 경제환경이 이질적인 국가간의 무역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유럽의 노동시장이 통합되진 않았어도 통합된것과 유사한 효과를 가진다며 제시한 이론이 고작 유럽은 서로 이질적인 경제라는 것이었으니 비웃을만 했다. 더구나 유로존 내에서 조차 무역은 보다 잘사는 나라끼리, 보다 못사는 나라끼리의 무역이 훨씬 비중이 컸다. 요소가격균등화를 내세우려면 유로존내의 잘사는 국가와 못사는 국가간 무역비중이 더 커야 하는 것임에도. 거기에 더해 그 상품무역 비중 역시 유럽의 롤모델로 제시되었던 미국[18]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위기는 이러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고, 미국측 경제학자들은 공짜로 남의 대륙 하나를 통째로 동원해서 실증적 데이터를 획득하고 승리까지 맛보는 횡재를 누렸다. 물론 위기의 와중에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임금이 올라가고 독일의 임금이 내려가는 조정기제는 작동하지 않았다.

3. 유로화 사용의 결과

3.1. 초기의 성공

유로화 사용 초기에는 엄청난 위력을 보이는 듯했다. 특히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남유럽 국가들에서 경기가 큰 폭으로 좋아지고 국민들의 생활이 윤택해졌다. 또한 2008년의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은 아이슬란드[19]가 큰 타격을 입은 반면 유로존에 가입한 국가들은 금융 면에서 그다지 견고한 구조를 갖추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 없이 거뜬히 지나갈 수 있었다. 겉보기에는 유로화가 완전히 자리를 잡은 듯이 보였다.

그러나 이는 사실 유로존 가입조건 중 금리 수렴조건에 있던 빈틈이 일으킨 현상에 지나지 않았다. 이 모든 현상의 근원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국채/회사채를 발행해야 했던 국가나 그 기업들이 유로존에 가입한 후 신용이 튼튼한 것으로 오해[20]받아서 독일에 준하는 매우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경제적으로 당연한 일로서 금리 하락에 따라 이들 국가들의 대외채무 규모는 크게 늘어났다.

외부로부터의 자본유입은 단일통화(고정환율) 상황에서 바로 통화량 증가로 연결되어 국내 경기가 크게 활성화되었고, 그 결과 주식, 채권, 부동산의 거품이 심해지면서 재화가격 및 생산요소가격이 앙등했다. 생산비용이 상승했지만 동시에 버블의 여파로 자본조달비용이 감소했기 때문에 산업부문 전반에서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가격상승으로 실질환율이 하락하여 수출부문에 압박이 가해진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자국통화가 없기에 명목환율을 조정해서 경상수지를 개선하기는 불가능했고, 재정긴축을 통해 금리수준을 더욱 낮추어 자본유출을 유도하고 그에 따라 시중통화량이 줄어들어 궁극적으로 버블을 해소함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단 이 방법은 경기후퇴를 가져올 수 있었고 정책당국은 예전처럼 시간이 해결해주겠지라는 자세를 견지했다. 그러나 유로존은 불균형을 균형으로 맞추어주는 메카니즘 자체를 결여한 시스템이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불균형은 증폭되었다. 이것이 이탈리아, 그리스,[21] 아일랜드 등의 국가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겉보기에는 경제가 잘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경제 전체가 곪을 대로 곪아터지고 있었던 것이다.

경제학자들, 특히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이런 문제를 지적했지만 유럽의 정치인들은 이런 현상을 '경제환경이 수렴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무시하거나 오히려 찬사를 보내기에 급급했다. 실제로 경상수지는 수렴이 아니라 발산하였다. 흑자국의 흑자는 늘었고 적자국의 적자도 늘었다.

남유럽 국가들이 호황을 누리는 동안 독일의 경제는 심각하게 악화되었다. 이는 독일이 마르크화를 과대평가한 교환비율로 유로와 교환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유로화 출범 이전부터도 통일 후유증이 복지부문을 압박하여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통일 당시 구 동독은 경제적으로 구 서독의 1/6 정도로 막대한 재정투입이 필요했다. 게다가 구 동독지역 실업률은 구 서독지역보다 배 이상 높았고 이것이 관대한 실업연금 등 구 서독 사회보장제도의 특성들과 결합하면서 연방정부가 더 참기 어려운 수준으로 재정적 압력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유로존에 가입하기 전에는 구동독 문제는 해결국면이었다. 유로존 가입 이후에 경제가 심하게 악화된 것이지, 계속 경제가 심각했는데 대책없이 유로존을 결성하고 불리한 환율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결국 2003년 사민당 총리인 게르하르트 슈뢰더의 경제개혁 하에 해고 제한의 일부 완화, 실업수당의 기간에 따른 조정, 공공기관이 제안하는 일자리 및 직업훈련을 거부하는 경우 실업수당 중단 등이 이루어졌고 노동조합들에게 임금인상 요구를 당분간 자제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결과 독일은 유로존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게 되었다.[22] 재정적으로는 다소간 효과가 있었다. 물론 이건 독일의 주장이다.

미국과 남유럽의 경우에는, 경상수지흑자로 인한 막대한 통화절상 압력을 같은 통화를 쓰는 남유럽에 떠넘겨서 남유럽의 제조업 기반만 박살낸 대가로 독일이 산술적으로 불가능한 무한한 호황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았다. 예를들어 드라크마를 쓰던 당시 그리스의 선박제조 경쟁력은 전세계 수위권이었는데 기술력은 높고 가격은 저렴해서였다. 하지만 유로화를 쓰게된 이후부터 독일이 지나치게 수출을 많이해 올라버린 유로화의 화폐가치가 그리스에도 반영되어 그리스 선박의 가격경쟁력을 상실했고 조선업 기반은 무너져버렸다.

독일의 가격경쟁력 향상이 과연 생산성의 상승이나 투입요소 비용의 절감 때문인지 혹은 환율 측면에 결정적으로 기인하는지는 논쟁거리다. 물론 어느쪽이건 독일의 순수출 증가에 유로 덕을 아예 보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상 없다. 즉 독일이 유로 대신 자국의 마르크화를 계속 유지했다면 그 통화가치는 현실의 유로화 가치보다 높았으리라는데 이견이 없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국가들이 자국통화를 유지했다면 지금의 유로화 가치보다 낮았을 것임도 누적경상수지측면에서 보면 분명해 보인다. 이를 달리 말하면 유로화는 작건 크건간에 경상수지측면에서 남유럽으로부터 독일로의 혜택 이전을 가져왔다는 것이다.[23]

그러나 이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의 남유럽이 경제위기를 맞은 상황에서의 이야기이며, 남유럽이 호황을 누리고 독일의 경제가 심각하게 악화된 상황에서는 그 반대였다. 남유럽 쪽에서도 수출은 잘 되지 않았지만 대규모의 차입으로 통화를 유로권 안으로 들여옴으로써 유로화의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었다. 수출이 안 되는 영향과 차입의 영향 중 어느쪽이 컸는가를 비교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남유럽이 수출 부진으로 경제가 침체되었는지 아니면 대규모의 차입금으로 호황을 누렸는지를 보면 된다. 결과는 물론 스페인과 아일랜드의 부동산 버블같은 남유럽의 대호황[24]과 유로화의 가치 상승이었다. 이런 남유럽의 대규모 차입을 종합수지균형의 항등관계, 즉 대외지급불능 상태가 오면 자본이 알아서 빠져나가고 환율도 폭등하므로 그만큼 경상수지가 조정되는 것으로 해석해서 경상수지 이전은 반대급부로 자본수지의 역이전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경우도 있지만,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대외지급 불능 사태가 오면 당연히 자금이 빠져나가고 환율이 폭등하겠지만, 반대로 경상수지가 악화된다고 대규모의 자금이 유입될 리는 없고, 경상수지 악화의 영향을 메꾸기 위해서 억지로 차입한 것이라면 그것으로 호황을 누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3.2. 유로화의 위기

유로존 문제는 2009년 말부터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하는데, 그 선봉장은 역시 그리스였다. 그리스의 신임 총리인 파판드레우가 지금까지 그리스가 사기를 쳐 왔음을 자백한 것. 이전 정부에서는 그리스의 연간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6% 대라고 했지만, 실제 재정적자는 최소 그 두 배는 된다고 밝힌 것이다. 또 이런 사기가 단기간에 그친게 아니라 그리스가 유로존에 가입할때부터 누적적자규모를 허위로 계산한 것부터 시작된다는 것도 확실해졌다. 사실 누구나 알고 있던 사기였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수준의 규모는 시장을 경악시켰고, 그리스 뿐만 아니라 포르투갈아일랜드의 재정상의 문제에 채권자들이 주목하게 만듦으로써 이들 국가의 채권 금리가 급상승했다.[25] 결국 그리스는 파산 직전으로 몰리게 되어 유로존 회원국들과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 이는 포르투갈과 아일랜드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리스는 특히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리스 정부는 의료, 연금, 기타 보조금의 방만한 지출과 만연한 부패, 불투명한 조세 행정 등에 제대로 손을 대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이전지출 지급축소, 지하경제 등등 이름만 들어도 굵직한 문제들이 2~3년내에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그보다도 위기 앞에 정파 및 이해집단간 분쟁이 외려 격화되는 등 내부의 지리멸렬이 외부의 환멸과 불신을 불러왔다. 따라서 채권국과 그리스 사이의 구제금융과 구조조정을 둘러싼 갈등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의 문제가 표면에 드러난 가운데 더 심각한 문제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세 나라를 합쳐 봐야 유로존 전체 GDP의 6.1% 이므로 이들은 구제하거나 유로존에서 축출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스페인은 단독으로 유로존 GDP의 11.5% 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16.8% 나 된다. 이들은 구제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고 이들을 유로존에서 축출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치밀하게 준비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 당장 축출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사실 스페인의 정부부채는 2012년 초 현재 GDP 대비 67%로 유로존 평균 78%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100%를 웃도는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물론이거니와 86%인 프랑스, 심지어 82%인 독일보다도 낮은 수준이다.[26] 결과는 재정위기로 나타났지만 그 기원은 (진짜 재정위기인 그리스 외에는) 대개 금융위기인 것이다. 스페인이 다른 위기국가들과 달리 재정상 문제가 별로 없었지만[27] 대외채무가 연간 GDP 수준 내외로 부풀어 올랐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다시 말해 핵심은 대외채무의 비중이지 정부부채의 비중이 아니다. GDP 대비 정부부채비중이 극단적으로 높더라도 그중 해외조달분이 없다면 대외지급불능을 우려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반대로 정부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부채가 전혀 없더라도 기업과 은행 등 민간부채의 해외조달분이 단독으로 GDP에 육박한다면 당연히 대외지급불능을 우려할 상황이 된다.

왜 대외채무가 급증했는가? 유로 출범으로 금리수렴[28]이 발생했기 때문이고(경제적 유인에 반응하는 것은 죄가 아니라 경제적 합리성이다.) 그 금리수렴은 앞서 언급한대로 유로 시스템하에서 독일에게 경상수지를 이전해줄 자본계정상의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왜 대외채무를 감축할 수 없는가? 유로 출범으로 경제환경에 맞추어 수지조정을 해줄 각국의 환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유로 전환 이전 자국통화를 사용하면 형사처벌까지 된다. 유럽 합중국이 되면 문제를 회피할 수 있다 카더라

결국 유로화라는 존재 그 자체가 미흡한 통합을 유지하는 유럽연합내에서 국제적 불균형을 초래하는 통화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2013년 2분기를 살펴보면 '지표'상으로는 상당히 안정된 것처럼 보인다. 아직도 많은 내부 문제와 갈등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래도 심각한 위기는 넘겼다는 게 중론.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유로화의 해체와 같은 최악의 상태로 가진 않을 것 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이 것으로 인하여 다시 유럽이 비상할지 아니면 단순한 수명 연장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일단 독일과 같은 서북유럽은 확실히 성장세에 돌아섰고, 남유럽도 그리스를 제외하면 점점 나아지고 있다.

3.3. 유럽중앙은행 운영상의 어려움

독일인들에게 있어서 이상적인 중앙은행은 정치인들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물가안정을 추구하는 독립적인 기관이다.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은 세계적 추세이지만, 중앙은행이 경제안정의 두 축인 소득안정과 물가안정 가운데 오로지 물가안정만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은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에 전쟁배상금을 발권력으로 해결하려다 초인플레이션을 일으켰던 역사적 경험 때문이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미국의 연준처럼 중앙은행이 소득안정 역시 뒷받침해야 한다는 점을 당연하게 여긴다.

유럽중앙은행이 출범할 때, 일단은 독일의 견해를 따라서 유럽중앙은행은 각국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독립된 것으로 설정되었다. 만약 단일한 유럽합중국이 존재하는 상황이었다면 그 단일 정부에 대해 유럽중앙은행에 정치적 독립성을 주는 것을 정당화함에는 큰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주권국가들이 있고 어느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중앙은행을 윽박지를수 없는 상황에서도 그러한 독립이 유익한가는 의문이며, 소득안정은 개별 국가들의 몫이라고 하면서 물가안정만 목표로 잡은 것은 순전히 독일의 특유한 역사적 경험을 유로존 전체에 무리하게 투영한데 불과했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등이 문제를 노출했을 때, 독일은 유럽중앙은행이 통화 안정을 포기하고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려고 하는 것에 잇달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유럽중앙은행의 운영 방식을 놓고 이어진 프랑스와 독일의 불협화음은 양국간 중앙은행 관념의 차이라기 보다는 유럽중앙은행이 확대된 분데스방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한 프랑스의 영향력 견제의 측면이 더 많아 보인다. 독일은 자신의 경험을 투영한 초기 설정에 집착했고 프랑스는 이것을 독일이 유럽중앙은행을 쥐고 흔드는 것으로 보았다. 결과적으로 유럽중앙은행은 통화 안정을 지키는 것과 문제가 있는 나라들을 적극적으로 구제하는 것 어느 한쪽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4. 유로화 문제의 해결방법

4.1. 내부적 평가절하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쟁력을 잃은 나라들의 경쟁력을 회복시켜야만 한다. 즉, 명목환율을 조정해서 타국통화로 환산된 재화가격을 떨어뜨리고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시장적/정책적 메카니즘(변동환율제/고정환율제하의 평가절하)이 유로존에는 없고, 바로 이 점이 진정한 문제이다.

명목환율을 조정하는 대신 디플레이션을 유도해 실질환율[29]을 조정(내부적 평가절하)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먼델 플레밍 모형에 따르면 단일통화체제에서 긴축재정을 하면 물가가 경직적인 단기에는 통화시장도 고정환율 유지를 위해 위축된다. 따라서 긴축재정은 단기적 출혈을 유발한다.[30] 또 자산가격(환율, 이자율 등)은 재화/용역 가격보다 매우 신축적이므로 내부적 평가절하는 단기(3~5년)에 변동환율제의 조정폭에 필적할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보면 충분한 수지조정효과도 보장되지 않는데 디플레이션을 통한 경제적 고통을 자초하는 것은 감수하기 어렵다. 아울러 통화론자 접근법에 따르면 긴축재정은 화폐수요를 위축시켜 경상적자를 유발한다.

덧붙여, 내부적 평가절하를 말하면서 노조의 영향력과 임금인하의 중요성이 계속 언급될 이유는 없다. 예를들어 재정긴축은 그 자체로 구매의 감소로서 가격을 떨어뜨리며, 통화긴축은 화폐가치의 상승 즉 가격하락을 가져온다. 이때 임금을 매개로 물가를 하락시키는 것도 아니고, 이 과정에서 임금이 오르건 내리건 물가가 하락하고 실질환율은 올라간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시말해 여기에서 노조가 할 수 있는 것이란 거의 없다.

그리고 임금이 오르면/내리면 물가도 오른다/내린다고 법칙화시키는 사람들은 단순히 노동수요함수에 로그를 씌워서 동어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거시적으로 재화시장과 화폐시장, 심지어 노동공급도 고려치 않는 오류에 빠진 것이며, 미시적으로는 재화가격이 요소가격(임금)을 결정하는 것이지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리카르도 이래의 경제학적 명제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나아가 무작정 임금을 내리는게 생산성 확보수단도 아니다. 아프리카가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갖춘게 아닌건 자본장비율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한계생산성에 걸맞은 실질임금이 효율적인것은 누구나 알지만, 각 사업장마다 한계생산성 증가율, 생산되는 특정 재화의 기대되는 가격상승률, 기대인플레이션까지 산출하여 임금 가이드라인을 정한다는 것도 불가능한 소리다. 한마디로 경제학적으로 임금인하는 언제나 처방으로 들이밀기 조심스러운 소리이고 그럼에도 이것을 만병통치약처럼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은 결코 경제학적 배경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31]

내부적 평가절하가 곤란하다면 이와 병행해 독일등 중북부유럽이 내부적 평가절상을 할 수도 있다. 남유럽 국가들이 디플레이션을 좀 약하게 경험하는 대신 독일을 위시한 북유럽 국가들이 인플레이션 타겟을 다소 높이는 것이다. 물론 독일은 그럴리가 없다.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에서 보듯 고정환율유지의 부담을 적자국과 공유하지 않는 것이 독일의 전통이다. 단, 그 선택이 악의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독일은 금환본위제하에서 미국에 대해 쌓이는 흑자에 대해 환율을 고정시키는 부담을 벗어 던졌다. 그 결과는 종국적으로 브레튼우즈 체제의 해체였고 변동환율제였다. 기실 독일이 지금 해야하는 선택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 문제는 독일이 완전한 고정환율제도인 유로는 그대로 놔두면서 그로인한 문제에는 부담을 지기 싫어한다는 이상한 이율배반적 자세를 유지함에 있다. 유로 해체의 부작용이 두려워서 유로의 존치를 바란다면 남들이 빚잔치(이 빚잔치가 유로화 자체의 모순임은 이미 언급했다)를 벌였건 뭐건 어차피 그것이 유로 시스템의 문제인 만큼 그 뒷처리에서 빠질수는 없는 것이고, 그런 부담이 정 싫고 서로 얽히는게 싫으면 유로 깨고 나가던가 둘중 하나인 것이다. 일단 독일 내부의 분위기는 유로를 깨자는 쪽이 갈수록 우세해지는 상황이었다가 상황이 고착화되면서 흐지부지 수그러졌다.

4.2. 재정통합

단일통화에 걸맞은 단일재정도 해법이기는 하다. 재정연방체제 하에서 구제금융은 불경기 지역으로의 이전지출로서 유럽의 공동 예산과정 속에 스며들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통합이 상당히 진전되어야 하고 유럽각국의 주권은 결국은 미국의 주정부 수준까지 제약되어 유럽연방으로 이어져야 것이다.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가능한 일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유로존의 해체는 정치적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으므로 순수하게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유럽 정치인들이, 정작 유로존 유지를 위한 정치적 통합에는 소극적이란 사실은 꽤 역설적이다. 용꼬리 보단 닭머리가 좋다는 건 전세계 공통. 그리고 얼마 후 좀 큰 닭도망가버렸다

하지만 성공할 경우 독일과 북유럽, 중앙유럽 국가들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강제로라도 돈을 내야 하고 대신 남유럽의 개혁과 전반적인 체질 개선도 통합국가 차원에서 강제할 수 있기 때문에 유로존을 해체할 생각이 아니라면 최상의 방안일 수도 있다. 장기간에 걸친 희생 및 개혁이 필요하기에 남유럽이나 북유럽이나 좋게 보지 않는 게 문제지만.

4.3. 유로존 해체

사실 그리스만이 문제가 아니라 독일, 네덜란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유로존 국가들이 적자를 보면서 국가부채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에 독일이 탈퇴하던가, 우리가 탈퇴하던가 해야 한다는 주장이 프랑스 등에서는 거의 대세가 되어가는 상황이다. 이러니 다른 국가 입장에선 유로화 도입으로 경제에 손해가 막심하다는 불만이 있을수밖에 없고 영국같이 "독일이 유로화가지고 환율사기 치는거네, 이거 독일만 이득보는 장사 아냐?" 라고 유로화 안쓰고 아예 유럽연합을 나가겠다고 하는 국가도 나오고 있다.그리고 진짜 나갔다

특히 그리스 같은 나라들이 1순위. 그리스 입장에서는 자주적인 통화정책이 가능해지므로 통화증발(增發)을 통해 경기도 진작시키고 수출을 증가시켜 경제를 회복시키는데 써먹을 수 있다. 그러나 환율이 상승하면 그만큼 그리스의 부채부담도 급증하므로 양날의 검이다.

사실상 궁극적 위기해결 방안이다. 그러나 다들 당장의 급한 불만 끄면서 '임기 중에 유로를 끝장낸 인간'이라는 평가만은 면하려 드는 터라 해체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그리스나 PIGS 소속 국가들 중에 일부가 퇴출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물론 이러한 구조조정 없이 현재처럼 땜질만으로 오랜 세월 지내다보면 혹 진짜로 유로존최적통화지역으로 변할 수도 있긴 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고, 그때 치러야 할 비용은, 유로를 해체하건 유지하건 지금보다도 더 커져 있을 것이다.

UBS의 이코노미스트[32]인 스테판 데오(Stephane Deo)에 따르면 유로 해체는 독일 등에게 첫해에만 GDP의 20~25%, 추후 매년 그 절반수준의 비용을 초래한다고 하며, 그리스등 문제가 심한 국가에는 GDP의 40~50%와 추후 매년 그 1/3 수준의 비용을 치르게 할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GDP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소리는 아니고 자국 금융권구제에 필요한 공적 자금 조성 규모를 주로 지칭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상당히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금융권 손실을 국가파산, 은행파산, 법인파산 등 괜히 항목만 늘려서 나열하고 있으며, 유로 도입에 의한 교역증대효과와는 매치되지 않는 큰 규모로 유로 해체로 인한 무역붕괴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독일 등이 위기국가들에게 구제금융을 주면서 사실상 자국 대출기관들을 구제해온 부분에 대해 상계한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고, 유로가 존속하건 해체하건 금융권의 부실규모가 그렇게 극적으로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

사실 이 무시무시한 전망은 상당히 귀여운 결론으로 끝맺고 있는데, 유로를 유지하면서 구제금융을 할때는 위의 비용이 약 1/6 정도로 줄어들기 때문에 독일은 구제금융에 나설 것이란다. 아무리 봐도 전망이 아니라 희망사항을 독일에게 애원하는 느낌. 여하간 통상 금융구제에 평균적으로 소요되는 GDP의 10%선[33]은 어쩔수 없을 것이고 해체 초기에 시장의 반응이 매우 과민하여 신용경색 국면이 올수도 있다. 이렇듯 심각한 경제적 부작용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적어도 남유럽 국가들은 환율을 조정해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고 북유럽 국가들은 남유럽 국가들을 떠받쳐야 할 부담에서 해방된다.

일부에서는 남유럽 국가들로 인해 유로존 전체의 신용이 떨어지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에 독일 등도 유로화 가치하락에 의한 이익보다 손해가 많다고 한다. 그런 손실을 감내하면서도 독일은 유로를 지키려고 노력한다는 얘기. 그런데 경제적 불확실성의 증대는 유로존 외부에 대한 유로화가치의 하락과 신용경색에 따른 실질통화량 감소라는 두가지 효과를 갖는다. 유로화가치하락은 유로존 모든 회원국이 얻는 동일한 편익이지만, 실질잔고감소라는 비용을 치르고 있는 나라중에는 독일이 없다. 물론 앞으로 그리스나 포르투갈 등에 물린 악성 채무로 인해 독일 등에 신용경색이 올수도 있지만, 2012년 6월 독일국채는 안전자산 선호의 결과 마이너스 명목금리로 발행되었다.

5. 이후

2010년대 중반이 넘어가며 유로화 위기는 진정되며 사그라들었지만, 여전히 그리스의 막대한 채무 문제가 남아 있고, 남유럽 PIGS 국가들이 아직은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또한 앞으로 또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그 해결 여부와 방법에 따라 유로화의 향방과 유럽연합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이후 그리스 경제위기 사태는 어느정도 일단락 되었고 유럽 난민 사태, 대봉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경제 위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정치적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인해 유로화 사태는 유럽연합 시민들의 기억에서 거의 잊혀졌다. 오히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겪은 온갖 문제들로 인해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유럽연합 지지율은 크게 상승하였다.

6. 관련 문서



[1] 지도에서 프랑스 영토인 코르시카가 이탈리아와 함께 색칠되어 있다.[2] 생산요소가 유동적일수록 그만큼 해당 시장이 안정화된다.[3] 가격이나 임금 등 가격변수가 유동적이면 그만큼 산출량 변화는 줄어든다.[4] 무역이 활발할수록 환율의 안정성 이득이 커진다. 아울러 외생적(外生的, 밖에서 생기거나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충격 양상도 비슷해지기 때문에 나라 간 정책목표도 비슷해진다.[5] 일반 거시에서 크루그먼은 약팔이로 통하지만 전공인 국제무역과 국제금융에서는 상당한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6] 국제금융 전문가인 크루그먼은 3자택일 문제를 제시했고 후술할 세가지 목표의 동시 달성은 불가능하고 반드시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1) 고정환율, (2) 자본이동자유화, (3) 자주적인 통화정책[7] 단, 이에 대해서는 최적통화권역 논의는 단일통화로 어떤 국가들을 묶을 것인가에 관한 것이지 단일통화권역이 주어진 가운데 그것을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고안된 것이 아니므로 논점이 빗나갔다는 식의 반론이 있을 수 있다.[8] 물론 경제구조를 유사하게 유지하는 것도 요구되지만 이건 당장 어찌하기 곤란하므로 유로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책변수라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보다 나은 선택이 된다.[9] 완전한 고정환율제는 아니고 일정 제한을 걸어두고 마르크화에 각국 화폐를 연동시켜서 통화를 통제했다.[10] 이 과정에서 나온 대표적인 사건이 조지 소로스의 파운드화 공매도이다. 영국병이라고 대표되는 허약한 영국 경제로 파운드화가 평가절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소로스가 대규모로 파운드를 공매도하고 이 과정에서 영국정부가 마르크와 연동되어 있는 파운드의 환율방어를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한 사태. 자세한 내용은 조지 소로스 문서 참고.[11] 크루그먼의 국제경제학에서는 1993년 8월까지 유럽국가들의 환율은 대체로 +-2.25%선에서 변했지만, 1993년 8월에는 +-15%선에서 변했다고 했다.[12] 해당 연간의 독일 CPI 상승률 추이는 재통일 원년인 90년에 2.70%, 91년 4.04%, 92년 5.07%, 93년 4.48%, 94년 2.69%었다고 한다. 그러나 참고기사 여기 나온 지표에 따른다면 독일은 이 시점 전후로 대체로 0~2%대 수준의 CPI지수를 기록한 나라다. 1996년 이후의 불황기만 반영한 것은 아니다. 80년대 중후반의 서독 시절에도 인플레율은 대체로 이보다 낮았다.[13] 오스트리아, 벨기에, 핀란드,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이다. 이 중 벨기에, 이탈리아, 핀란드는 실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음에도 전술한 이유로 가입되었다.[14] 그리스의 경우는 통화스왑을 이용하여 사기를 쳤다. 골드만삭스 항목을 참조.[15] 국공채의 자본화를 금지한 것으로 우리 식으로 말하면 3년만기 국공채를 한국은행이 직매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대신 국채를 상업은행들에게 일단 소화시킨뒤 그 물량을 한은이 공개시장조작으로 매입한다면? 직매입과 동일한 효과인 이 조치는 직접적인가 간접적인가? 이것을 직접적 지원으로 규정한다고 해도 우회할 방법은 무수히 많다.[16] 미국 시카고 대학교의 경제학자 로버트 에머슨 루카스 주니어(Robert Emerson Lucas Jr, 1937~) 등의 몇몇 새고전학파 학자들은 정부는 어차피 통화정책과 같은 도구를 적절하게 사용할 가능성이 별로 없으니 단일통화를 도입해 각국의 통화정책수단을 제거하더라도 별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소방수가 무능하다고 물로 불을 끌수있다는 사실이 도전받지는 않는다.[17] 관세, 물류등 거래비용과 기타 이론적 문제로 일물일가의 법칙의 수준에는 못미친다. 하지만 그러한 균등화의 경향만은 분명 존재한다.[18] 미국은 유럽과 총생산이 비슷하고 주의 자치도 누리며, 경우에 따라 주정부와 연방정부간 재정 연계도 잘 이루어진다. 교역도 잘 통합되어있고[19] 한때 미래가 보이지 않을 듯하던 아이슬란드는 2012년부터 회복추세에 와있다. 긴축 대신 되려 은행을 그냥 망하게 해버리고 국유화, 자산동결, 가계부채 탕감, 그리고 통화가치 초평가절하로 이루어낸 것인데 애초에 이는 아이슬란드의 인구가 극히 적었다는 특수한 상황에서 가능했던 것이며 비교적 규모가 큰 남유럽 국가에서는 어림도 없다. 또한 긴축이든 뭐든 구조조정 없이 디플레이션만으로 이것을 달성하려는 것은 경제적 자살행위다.[20] 그 오해는 채무자들의 변제 능력 자체보다는 독일의 암묵적 지급 보장이 존재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채권자가 독일의 금융기관이 아닌 한 그것은 말 그대로 오해였다.[21] 특히 그리스는 이탈리아나 스페인처럼 제대로 먹고 살 수 있는 산업도 없다시피 했다.[22] 적어도 스페인이나 프랑스, 이탈리아같은 옆동네들의 고실업에 비하면 독일의 실업률은 유럽에서 굉장히 양호한 편이다.[23] 위기 이전 유로화 가치가 달러나 엔, 스위스 프랑 대비 상승했으니 독일이 유로화의 혜택을 본게 없다는 반론은 기준 설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비교는 각국이 독자적 통화를 유지했을때의 통화가치 추세와 유로의 가치 추세간에 이뤄져야 한다. 또한 이는 유로 역외 순수출이건 역내에 대한 것이건 차이가 없다. 역외에 대해서는 변동환율이지만 희석효과로 자국의 경제사정이 통화가치에 완전히 반영되지는 않으며 역내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24] 다만 포르투갈과 그리스의 경우 동시기 대호황이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25] 즉, 이들 국가의 신용도가 낮아져서 이들 국가가 발행한 채권의 가격이 떨어졌다는 의미. 채권의 표면 금리와 혼동하지 말자. 설명자료[26] 2012년 1월 Eurostat 자료 역시 비슷하며, 2010년 기준이지만 기존 정부부채중 지방정부의 발행비중을 스페인 21.0%(독일은 35.8%)로 적시함. 스페인의 문제는 정부부채가 아니라 기업과 금융권의 민간부채로 2010년 기준 GDP의 161.5%로 상당히 껄끄러운 수준.[27] 특히 스페인 재정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건전했다. 정부부채 비율은 유로재정위기를 겪은 그 어느 국가보다 일본이 훨씬 심각하다. 일본/경제 참조.[28] 말 그대로 금리가 한군데로 모인다(수렴)는 뜻인데, 실제로 제 각각이었던 유럽 각국의 금리가 2001년 후반부터는 거의 같아졌다. 중요한 건 높은 금리쪽 혹은 평균 금리쪽으로 수렴한게 아니라 낮은 금리쪽으로 각국의 금리가 수렴했다는 것. 유로 출범 전에는 거의 독일의 두배에 달하던 스페인, 이태리의 금리는 절반으로 떨어졌다.[29] 실질환율은 명목환율에 해외물가수준/국내물가수준을 곱한 것이이므로, 디플레이션은 명목환율이 고정된 가운데에서도 실질환율을 상승시켜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게 한다.[30] 다른 나라의 경우 그리스와 상품을 경쟁하는 나라야 경쟁국이 망하니 좋겠지만, 그리스에 물건을 팔아먹는 나라라면 손해를 본다.[31] 이것은 정책수단으로서의 임금통제를 말하고 있는 것이지 내생변수로서의 임금의 하락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사족이지만 실제로 유로존 위기 진앙지에 해당되는 국가에서는 임금이 내려갔다. OECD stats의 평균임금 통계를 보면 그리스는 정점(09년-23,581유로) 대비 20~30%가 빠졌고(13년-18,495유로) 아일랜드는 6% 정도(50,000→47,000유로), 스페인도 10%(28,500→26,700유로),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은 09년에 비해서는 임금하락이 크게 없는데 이 두 나라는 2000년이나 2013년이나 임금 차이가 거의 없어서다. 당연하지만 이건 명목임금이다. 그동안 명목임금이 깎이는 것과는 별개로 물가가 상승했다는 것을 감안하면...[32] 여기서 이코노미스트는 경제학자라기 보다는 금융권의 시각에서 경제를 조망해 보는 증권사의 한 직책 정도이다.[33] 스페인 금융권에 대한 유로존의 구제금융이 이 기준에 따랐다. 10%보다는 다소 작고, 공짜는 아니며 소요만큼 스페인 정부의 부채가 된다. 물론 꽤 부족한 느낌. 그런데 EFSF 지원은 변제우선순위가 높지 않은 대신 담보를 잡기 때문에 좀 느린 반면, ESM은 담보를 잡지 않는 대신 우선순위가 IMF 다음이다! 스페인 정부는 급한만큼 ESM을 더 선호하는 모습이었는데 그 결과 자신들의 변제순위가 하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채권시장이 일시 얼어붙는 기현상을 연출했다. 결국은 양쪽 자금을 다 쓴다는듯. 즉 자금지원도 만능은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