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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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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시작과 끝
2.1. 원인2.2. 종결
3. 사례4. 같이 보기

1. 개요

인플레이션 / Hyper-Inflation

인플레이션이 악화되어 더 이상 수습할 수 없는 상태일 때 사용하는 경제학 용어. 영어를 그대로 읽어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라고도 한다.

보통 초인플레이션은 '한 달 사이에 전 달 대비 물가가 50% 이상 상승'한 것을 말한다. 즉, 1년에 물가가 129.75배, 아니면 50일마다 물가가 2배로 뛸 때 초인플레이션이 일어났다고 한다. 느낌이 안 온다면 이 자료에 따른 1990년부터 2015년까지의 25년간 한국의 물가상승률을 다 합친 게 대략 100%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지난 25년 동안 물가 오를 게 50일만에 뛰는 셈이다.

쉽게 말해서 3,000원에 먹는 김밥을 초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내년엔 30만 원, 내후년엔 3,000만 원을 내고 먹어야 한다. 유머집 등에 소개되어 있는 “화장실에서 휴지가 없어 옆 칸에 있는 사람에게 돈을 줄 테니 휴지를 팔라고 하자 그 돈으로 닦으라고 했다”는 유머가 이 상황에서는 유머가 아니다. 실제로 인류 역사상 가장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일어났던 헝가리에서는 시중에 있는 모든 돈을 합쳐도 겨우 휴지 13조각밖에 살 수 없었다.

2. 시작과 끝

2.1. 원인

초인플레이션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화폐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다. 즉, 이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안심이 되지 않을 때 초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며 이는 곧 신용화폐의 붕괴를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그렇다면 화폐에 대한 신뢰는 언제 하락하는가? 첫째로 경제학적 지식이 전무한 정권이 생각 없이 돈만 찍으면 주로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1] 일례로 짐바브웨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2] 생각 없이 통화발행량을 늘렸다가 초인플레이션이 일어났다. 한국사에서도 흥선대원군이 '돈이 없으면 돈을 찍어내자'면서 당백전을 신나게 찍어냈다가 조선 경제가 초토화되었다. 원나라도 재정위기를 타파한답시고 교초를 남발하다가 결국 경제가 망가졌는데 반 종속 상태였던 고려 경제까지 같이 파탄내면서 왕조를 조선으로 교체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더 과거로 올라가면 한의 상국이었던 동탁오수전을 날림으로 발행해서 자기 재정에 충당했는데 그로부터 정확히 2년 후 동탁은 죽고 중국은 각지의 군웅들이 사병을 들고 중앙정부를 무시하며 서로를 공격하는 삼국시대를 열었다. 북한2009년 화폐개혁도 경제학적 지식이 사실상 전무했던 김정일-김정은 정권이 북한 인민들의 재산을 강탈하려고 생각 없이 정책을 폈다가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피박을 썼다.

사회적 합의가 없는 통화량 증가가 어떻게 화폐에 대한 신뢰를 망가뜨리는지 한 번 자세히 살펴보자. 예를 들어 바나나 100개가 있는 나라에 총 100원의 돈이 돌고 있다고 치자. 그러면 이 나라에서 1원은 바나나 1개의 가치가 있는 화폐가 된다.(이 나라에 다른 물자는 없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독재자가 갑자기 900원을 찍어내서 가진다면? 단숨에 바나나 1개의 가격이 10원으로 올라간다. 독재자는 바나나 90개분의 시뇨리지를 이득으로 얻었지만 국민들은 순식간에 재산이 10분의 1로 줄어드는 봉변을 당했다. 이 사건 이후 이 나라의 국민들은 독재자의 지배 하에서 앞으로도 이런 일이 얼마든지 더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예감하게 되었다. 이제 이 나라의 국민들은 더 이상 이 돈을 오래 보관할 생각을 버리게 된다. 그들은 바나나와 같은 실물재산을 보유하거나 물물교환에 의존하거나[3] , , 달러 등과 같이 국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안정된 자산 등을 대체통용화폐로 이용하게 되고 따라서 이 나라 돈의 가치는 더욱 더 떨어진다. 돈의 가치가 계속 떨어지니까 정부조차도 원하는 만큼의 예산을 갖추지 못하고 애초에 무작정 돈을 찍던 막장 노답 정부이므로 자연스럽게 돈을 더 찍는 악수를 두게 된다. 사람들은 앞으로도 더욱 더 돈의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이 나라 돈은 전혀 저축의 수단이 되지 못하고 생길 때마다 다른 물건으로 순식간에 교환된다. 이제는 정부가 돈을 찍어내는 속도를 뛰어넘는 더 빠른 속도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 이것이 바로 초인플레이션의 완성이다. 흔히 대한민국의 식료품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정부가 갑자기 돈을 많이 찍어내거나 식품 가격을 백 원, 천 원으로 강제로 만들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로 전쟁이나 국가 부도, 자연재해, 내란, 사회적 공황, 갑자기 닥친 식민지 청산, 독립 같은 “국가비상사태”가 일어나면 화폐의 발행 주체인 정부(그리고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상실되기 때문에 초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초인플레이션이 바로 이 케이스다. 안 그래도 제1차 세계 대전의 패전과 독일 제국의 붕괴로 혼란한 상황에 바이마르 공화국베르사유 조약에 명기된 1,320억 골트마르크[4]에 달하는 전쟁배상금을 갚을 수 없었는데 당연히 독일은 배상금을 못 냈고 프랑스벨기에루르 점령이라는 전쟁을 다시 시작하면서 독일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 이러니 물가가 치솟은 것이다. 한국에서는 8.15 광복 직후 조선총독부에서 일본인들과 일본 기업 퇴각 자금 마련을 위해 통화를 남발하거나 6.25 전쟁 전후로 북한남한에 대량으로 위조지폐를 뿌려 초인플레이션을 일으킨 적이 있다.[5] 그 밖에도 다수의 사례가 있다.[6]

전쟁 때는 적국의 경제를 망가뜨리기 위해 상대국의 지폐를 위조해 대량 살포하는 경우도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나치 독일은 서로 상대국에 위조지폐를 뿌리려고 시도했으며 일본 제국도 중국 경제를 파탄내기 위해 거액의 위조지폐를 살포하였다. 그런데 당시 중화민국 국민정부중일전쟁 전비 마련을 위해서 통화를 남발하여 스스로 초인플레이션을 일으켜 버리면서 일본이 준비했던 위폐들은 효과를 발하지 못했다. 당대의 중국에서는 10~15억 위안이 통용되고 있었고 일본이 항공모함 하나 찍을 돈인 8천 9백만 엔을[7] 들여 40억 위폐 위안을 만들었는데 국민정부에서 당시 통화량의 100배를 넘는 1890억 위안을 찍어서 뿌렸다. 당시 일본의 계획 입안자는 “중국은 실로 사람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나라다.”라는 말을 남겼다.

초인플레이션을 겪는 주민들에게는 고통이지만 초인플레이션은 경제학자들의 좋은 연구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2.2. 종결

초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정부의 지속적인 통화 발행은 통화 발행 외에는 정부의 재원 조달 수단이 없기 때문에 시도된 것이다.

민간에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통화 발행과 역시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예상한다.

화폐 수요(L)는 인플레이션 기대에 영향을 받아 감소하는데 이는 한층 더 높은 물가상승을 유발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경기침체와 (실질)세수감소를 막기 위해 통화량을 더 늘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은 지속된다.

이러한 초인플레이션은 사람들이 향후 오랜 기간 통화발행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정부 재정의 건전성과 신뢰성을 회복하는 것이 최최우선 과제다. 통화정책만으로는 초인플레이션을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초인플레이션 현상은 '재정개혁'으로 종식되었다. 새고전학파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지만 초인플레이션의 종식은 종종 재정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재정개혁으로 '희소광물 태환'(고금동서를 막론하고 가장 유명했던 금은본위제) 혹은 '신규 화폐단위의 총 발행량 고정(렌텐마르크의 기적)'이 있으며 둘의 공통점은 새로 나오는 돈이 '희소광물이 있어야만 통화가 증가한다/정부가 공인했기 때문에 무작정 찍혀나오지 않을 것이다'는 신뢰를 국민들에게 주어야 초인플레이션을 단숨에 잡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8]

정부가 신뢰성을 도저히 되찾을 수 없다면 믿을 수 있는 다른 나라의 돈을 공용 통화로 지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짐바브웨가 이런 방법으로 초인플레이션을 종식시켰으며 역사적으로도 흥선대원군당백전으로 터진 초인플레이션을 청전을 들여와서 일단 좀 완화시킨 바 있다. 물론 이것도 인플레이긴 마찬가지라 결국 폐지됐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경제학자 토마스 사전트는 저서 '초인플레이션의 종말'에서 오스트리아, 헝가리, 독일, 폴란드 등 역대 초인플레이션과 종식 사례를 연구했는데 이들 국가에서는 다음과 같은 공통된 특징이 나타났다.

3.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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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같이 보기


[1] '주로'라고 표현한 이유는 경제학적 지식이 뛰어나서 생각을 깊게 해서 돈을 찍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폭군이나 독재자들이 (백성들은 고통을 받든 말든) 본인의 이익을 위해 일부러 찍는 경우가 제일 많고 그게 아니더라도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인기영합주의적 성향이 있는 지도자가 돈은 자기가 쓰고 후임 정권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일으키기도 한다. 이는 인플레이션의 고통은 모두가 분담하지만 이득은 정권 혼자만 얻는데서 착안한 것인데 자세한 건 시뇨리지 항목을 참조하자.[2] 참고로 이쪽은 무려 경제학 석사 출신이었다고 한다(...). 석사 주제는 학사와 다르게 특정 분야만 파기 때문에 화폐 금융 쪽과 연관 없는 쪽을 연구했다면 정말 몰랐을 수도 있지만 알고 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왜냐면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국민들은 죽어나가지만 그 초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킨 정권이나 개인 입장에서는 이득도 분명 있기 때문.[3] 과거 브라질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났을 때 벌어진 현상으로, 베네수엘라나 짐바브웨 수준까진 아니었지만 워낙 빠르게 오르다 보니 브라질인들은 월급 타는 족족 미리 대체자산을 사 놓았고 그래도 남는 건 그냥 아낌없이 썼다.[4] 쉽게 말해서 으로 내놔라.[5] 그것도 자기들이 위조한 것도 아니고 조폐기계를 직접 돌려서 뿌렸다.[6] 전세계 모든 국가가 위조화폐 사범들에게 사형, 무기징역 등의 중형을 때리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1948년 중화민국국민당 정권이 국공내전에서 밀리면서 멸망해 가자 안 그래도 심각했던 중국 대륙의 인플레이션이 초인플레 수준으로 심각해지면서 국부천대의 한 원인이 되었다.[7] 쇼카쿠급 항공모함의 한 척당 건조 비용이 8천 500만 엔 정도였다.[8] 베네수엘라 페트로가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실패한 이유는 베네수엘라의 초인플레이션 원인이 '국내 경제가 빈약한 상황을 외부와 교역하여 완화해야 하는데 미국이 경제 봉쇄로 막아 놨기 때문에 백약이 무효'하기 때문이다. 자국 경제 자체가 미국 경제의 제재로 인해 봉쇄되어 말라죽어가는 와중에 암호화폐를 빙자한 석유태환 신권을 만들어내자 미국이 거의 곧바로 캐치해내 제재하면서(물론 원인 자체는 복합적이지만) 역시 회복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