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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5-02-04 12:51:55

유니콘 밈

1. 개요2. 실제로 유니콘이 없는 이유3. 코뿔소와의 관련성4.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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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지구상에 별 이상한 동물이 다 있는데, 상대적으로 평범하게 생긴 유니콘이 왜 없냐는 식의 드립이다. 비교하자면 이렇다.


기린, 오리너구리, 물곰, 바비루사, 하루살이 등의 설명을 이름 없이 나열하여 "다음 중 현실에 없는 동물을 고르시오"라고 퀴즈를 내는 인터넷 밈도 있다.

2. 실제로 유니콘이 없는 이유

일단 생물 분류에서 말이 속한 기제목에 들어가는 동물 폭 자체가 아주 좁다. 그나마도 이 가운데서 코뿔소은 바로 그 뒤의 아목-과 단계에서 갈라지며, 말과는 말속 1속이고 말속 전체의 종이 현존 8종, 멸종한 종을 몽땅 들고 와도 20종을 넘길까 말까 한 정도로 상당히 적다. 게다가 말속 내에서 당나귀얼룩말로 종이 갈라지지만, 말-당나귀-얼룩말 사이에서는 서로 교잡해 다음 세대를 낳을 수 있을 정도로(단 다음 세대는 유전적 능력을 상실한다) 유전적 차이가 크지 않다. 이는 우리가 아는 말의 형태에서 이라는 '다양성'이 생겨날 만한 유전자 풀 자체가 적음을 뜻한다. 오히려 인간이 역사시대 동안 접한, 보편적으로 '말'이라고 부르는 외형을 갖춘 종 자체가 몽골야생말, 가축화된 말, 지금은 멸종한 타르판 세 종에 불과함을 고려하면, 유니콘처럼 특수한 종이 있기를 바라는 것 이전에 한 종의 '말'이 더 있기를 원하는 것 자체가 현재의 상황에 비해 과분한 바람일 수도 있다.[1]

또한 기제목 생물들은 소화 기관 특성상 여러 개의 를 갖고 반추를 하는 생물을 포함하는 우제목 생물들보다 소화 효율이 좋지 못하고 그래서 우제목 생물들과 달리 뿔을 생성할 영양분을 몸에 충분히 공급하지 못한다. 뿔은 케라틴 재질이든, 칼슘 재질이든 영양학적으로 많은 유지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기제목의 신체 구조로는 뿔을 유지하기 위해 거대한 소화기관과 그걸 떠받치는 거대한 덩치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현생 기제목 생물들만이 아니라 멸종한 기제목 생물들도 뿔을 가진 생물들은 어김없이 코뿔소와 같은 몸의 형태나 거대한 크기를 지니게 되었다. 실제로 가장 말에 가까운 동물인 브론토테리움 쪽의 동물들도 생김새가 코뿔소를 닮아 있었다.

설령 뿔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뿔의 필요성 또한 적었을 것이다. 뿔이라는 것은 결국 야생에서는 같은 종 사이에 먹이와 짝짓기를 이유로 경쟁하거나 천적을 몰아내기 위한 무기로 이용될 것이다. 그런데 말은 무리 생활을 하는 초식동물로, 지나치게 공격적인 무기는 오히려 집단 생활을 저해한다.[2] 뿐만 아니라 본래 말은 야생 상태에서 강수량이 풍부하지 않은 지역에서 서식하여 기후의 변동에 따라 먹이가 한 곳에서 안정적으로 수급되지 않으므로 이동 생활이 필수적이라, 애초에 동일 종 무리 간의 목숨을 건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이주를 택하는 선택지가 더 현명한 것이 될 수 있다.

물론 코끼리하마, 사슴순록, 등 뿔이나 그에 대응시켜 볼 만한 싸움용 신체 부위를 지닌 사례가 드물지 않음에 미루어 보면 꼭 무리 생활을 하는, 또 곧잘 이주하곤 하는 초식동물이라고 해서 돌출된 싸움용의 신체 부위가 필요하지 않다는 설명은 여전히 부족하다. 그러나 말에 대해 생각할 때는 세 가지 점이 더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로 말은 그 체급 자체로 천적이 드문, 육상 포유류 중에서는 상위권이라도 보아도 좋을 크기의 대형종이다. 야생의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집요하게 살상무기를 발달시켜 온, 또 절대 야생동물 사이에서 체급이 작지 않은 종들이 문자 그대로 인위적으로 떼로 모이는 인류의 전장에서조차 말 그 자체의 충격력을 이용하는 전법이 생명을 다하게 된 것은 기관총화망이 이전의 화기보다 압도적 위력을 발휘하게 된 19세기 후반 이후, 전쟁에서 사실상 완전히 밀려나는 것은 내연기관이 군사 기술의 핵심으로 떠오른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나 가능해진 일일 정도였다. 때문에 말에게는 복잡한 수단을 이용할 필요가 없이, 그 덩치 자체가 압도적이고 강력한 무기이다. 말은 진화 과정에서 특히 이 덩치를 키우는 데 많은 투자를 한 개체가 살아남는 방향을 따라갔으며, 이 점에서 사슴, 순록과 같이 별도의 뿔을 발달시킬 필요가 없었다.

둘째로 그런 큰 덩치에도 말에게는 몹시 빠른 달리기 속도가 강점[3]이라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말은 사실 기이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속도에 모든 것을 투자한 동물이며, 더 빠르다는 치타가 우습게 보일 정도로 그 속도를 야생의 싸움에서도 잘 이용한다. 반면 다리가 부러진 말은 전문적인 수의학적 관리를 받는 지금도 차라리 안락사를 택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지일 정도로 생존 자체가 어렵다. 그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삐끗해 넘어져 다리가 부러지면 생존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인데, 그럼에도 자연 선택에서는 빠른 주행 속도에 모든 것을 건 말이 살아남았다.[4] 곧 싸움에 필요한 뿔이라는 존재의 필요성을 피해가는, 아예 싸움 자체를 피하는(그러나 유사시에는 그 또한 강력한 무기가 되는) 빠른 속도의 말이라는 종의 생존 방식을 고려하면 뿔은 더더욱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 점에서 속도가 비교적 느린 대신 육탄전에 결정적인 싸움용의 신체 부위를 유전하게 된 코끼리와 하마, 코뿔소, 소 등의 종과 말은 진화의 방향이 달랐다고 할 수 있다.[5]

셋째로 천적의 유형이 흔히 사바나 지역의 생물로 비교되는 대형 초식동물과는 달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야생말이 터를 잡았던 북아메리카[6] 및 북유라시아 초원 지대에 서식하는 가장 큰 천적은 늑대이고, 호랑이과 같은 천적의 서식범위도 겹치기는 하나 이들은 초원보다는 삼림 지대를 선호한다.[7] 특히 곰은 속도로 따돌릴 수 있는 종이기 때문에 대결할 필요성이 적다. 그러므로 사바나와 비교하면, 이곳에는 니치로 보아 사자와 비견할 만한 덩치와 사냥 방식, 서식지를 보이는 포식자가 없다. 결국 가장 큰 경쟁 상대는 그보다 한 체급 아래의 늑대인데, 말과 늑대의 체급 및 늑대의 사냥 방식을 고려하면 같은 높이나 아래에서 위로 공격하기 용이한 뿔보다는 체급을 이용해 위에서 아래로 찍어누르는 식의 대응이 훨씬 더 효율적임을 짐작할 수 있다.

설사 말 형태를 유지하고 뿔을 만들 수 있게 진화한다 쳐도, 상상화처럼 정면을 향해 길게 돋아난 뿔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포식자들은 보통 사냥감의 측면이나 후방에서 덮쳐오는데 유니콘의 뿔은 이러한 포식자를 상대하기에 유용한 형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릭스 같은 동물의 뿔을 보면 그러한 포식자들을 상대하기 쉽도록 뒤를 향해 굽어져 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8] 또한 결국 머리 정면 방향으로 뿔이 있다면 머리를 이용해 뿔로 들이받거나 머리를 휘둘러 물리력을 행사하는 전법을 쓰게 될 것인데, 코끼리나 코뿔소, 소가 그렇듯 이런 전법을 쓰는 동물은 대체로 목이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당연히 두개골 및 그 내부와 목뼈는 충격력에 매우 약한 구조이기 때문에 충격을 받아줄 구조가 필요하므로 그렇다. 그런 이유로 계통적으로 말과 유사한 종들도 뿔이 달린 것들은 아래에서도 보듯 대체로 말보다는 코뿔소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생물의 진화란 것이 '대체로 그러하다'라는 것이지, 목적이나 방향성 자체가 없기 때문에 유니콘 형태의 동물은 결코 있을 수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뿔 같은 것은 생존에 큰 도움이 안 되더라도 성 선택에서의 경쟁 대상이 될 수 있어, 수컷 공작의 장식깃도 생존엔 오히려 방해가 되지만 성 선택에 유리하여 지금까지 유지가 되었다. 바비루사처럼 뿔이 생존에 도움이 되긴커녕 필연적으로 생존을 방해하게 되는 극단적인 예도 있을 정도이다. 즉, 유니콘같은 뿔이 최소한 성 선택에라도 쓰일 수는 있을 것이기에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일견 무책임해 보이는 "어쩌다 보니 그냥 없어요"가 오히려 자연 선택의 원리에는 가장 걸맞은 답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3. 코뿔소와의 관련성

파일:코뿔소 두둥.jpg
누군가가 유니콘은 왜 없는거냐고 말하면 코뿔소가 유니콘이라고 받아치는 드립도 있다. 코뿔소는 말과 같은 기제목이면서 뿔이 달린 동물이기에 그렇다.

파일:83d893c998652a571c76a3d408c7541f.jpg
고생물까지 끌고 와서 뿔이 있고 말에 가까운 엠볼로테리움 등의 메가케롭스류를 가져오기도 한다. 생긴 건 코뿔소와 다를 바 없다.
파일:external/s-media-cache-ak0.pinimg.com/3d117ed0a0e4e281d244d56dfde57156.jpg파일:new_Elasmotherium_.jpg
2021년 이전까지의 복원도2021년 이후 복원도
'빙하시대의 유니콘'이라는 별명이 있는 엘라스모테리움을 가져오기도 한다. 코뿔소처럼 생긴 기제목 동물도 아니고 그냥 코뿔소의 일종이지만, 이마에 매우 긴 뿔이 있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2021년 분석 결과 뭉툭한 덩어리 뿔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졌다.

일설에 전설 속 유니콘이 코뿔소의 목격담이 잘못 전해져 만들어진 동물이란 설도 있다.

4. 관련 문서



[1] 현재의 말이 속한 말속, 조금 더 정확한 용어를 쓰면 말의 여러 조상 중에서도 에쿠스(Equus)속은 기원전 400~500 수십만 년 전쯤 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사헬란트로푸스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생존한 연대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 그 이후 분화한 인류의 조상들 사이에서 '뿔 달린 인간'과 같은 변화는커녕 외관상 그보다 더 단순한 '현생 인류에게 없는 신체 부위'조차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을 고려하면, '뿔 달린 말'이 없는 것이 일단 특이한 일부터 아니다.[2] 사슴, 순록의 경우 뿔을 이용한 싸움으로 한 쪽이 머리가 뜯길 정도로 뿔이 엉킨 채 풀리지 않아 죽은 한 마리뿐만 아니라 승리한 쪽도 곤란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수사슴은 정기적으로 뿔이 빠지도록 진화했다. 소의 경우에도 머리를 쓰기에 따라 아예 불가능한 정도까지는 아니기는 하나 후술하는 포식자에 대한 대처 문제까지 더해져 뿔이 나는 방향 자체가 같은 종의 개체끼리의 대결에서는 비효율적이도록 진화했다. 때문에 소들끼리의 싸움이라고 하면 뿔이 아닌 머리끼리 부딪히는 장면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으며, 오히려 현생 종에 빠짐없이 뿔이 있는 소의 모습으로도 정면 방향으로 하나의 곧은 뿔이 나 있는 외뿔소의 존재는 상상의 영역에 속한다.[3] 애당초 경마라는 것이 이 강점을 인간이 활용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다.[4] 이 과정에서 나타난 진화의 양상이 발가락의 퇴화와 갈래 없는 굽으로의 통일이다. 잔부상의 위험성이 큰 발가락을 남기는 것보다 아예 통각이 없고 달릴 때 무게를 받쳐주는 데 유리한 통굽이 있는 개체 쪽이 잘 살아남게 된 것이다.[5] 이상의 두 가지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말'로 분류되는 종의 수가 적은 이유와도 상통한다. 말은 대형종에 속하는 동물이므로 같은 에너지로 생태를 유지할 수 있는 개체 수가 적고, 자연히 진화의 다양성 또한 떨어진다. 동시에 그 생존 방식은 특수하면서도 대부분의 상황에서 굉장히 효율적이기 때문에, 생존 조건에 따라 다양한 유전자 풀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빠른 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하나의 방향성을 잘 갖춘 말이라는 단일 속의 소수 종이 살아남고 개체군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6] 에쿠스속이 기원한 지역으로 추정되나, 빙하기가 끝날 무렵 기후의 변화와 인류의 유입 등으로 인해 멸종했다.[7] 현재 살아남지는 못했으나 한동안 마찬가지로 말과 서식 영역이 겹쳤을 스밀로돈의 생태 또한 이와 비슷했을 것으로 추정된다.[8] 파일:A1A35423d333.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