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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21 00:13:09

시에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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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배경3. 지역과 풍습
3.1. 라틴 외 외국에서
4. 관점5. 유사 개념6. 여담7. 고유명사8. 대중매체

1. 개요

시에스타(Siesta)는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지중해 연안 및 라틴아메리카, 필리핀 같은 열대 지방 국가에서 볼 수 있는 낮잠 시간, 또는 낮잠을 갖는 문화를 가리킨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대체로 라틴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문화다. 어원은 라틴어 'hora sexta'로 '여섯 번째 시간'이라는 뜻이다.[1]

2. 배경

주로 스페인 중부에서 시행된다. 이 지역의 여름은 지중해 특유의 미세먼지 하나 없는 툭 치면 깨져버릴 듯이 맑은 하늘을 자랑하며, 특히 정오 부근의 낮시간은 햇빛이 사람을 죽일 수있을 정도로 강력해진다. 물론 일본의 교토처럼 해양성 기후권의 내륙분지라면 산채로 쪄죽이는 듯한 무더위 때문에 여름에 일부러 밖에 나와있기도 힘들겠지만, 스페인 중부는 건조하고 청명한 공기 속에서 햇빛만 디립다 내리쬐기 때문에 야외에서 육체노동을 하다간 100% 일사병 당첨이다. 물론 물을 계속 마시면 조금 더 버틸 수야 있겠지만 안그래도 스페인 중부는 물이 부족한 곳이라 귀한 물을 땀으로 날려보내는 자체가 비효율이다. 게다가 열량과 전해질도 낭비되고 신장에도 과부하가 걸리는 문제는 어쩔 것인가?

그러니 괜히 밖에서 목숨걸고 물과 체력을 낭비하느니 집에 틀어박혀서 쉬면서 저녁에 열심히 일할 기운을 보충해두는 것이 더 낫다는 취지에서 시행되는 것이 시에스타이다. 스페인 중부는 습해서 후덥지근한 한국과는 달리 공기 자체는 건조하기 때문에 햇볕이 차단되는 그늘진 곳이나 건물 안에 가만히 있으면 에어컨이 없어도 버틸 만하다. 지중해 연안에서는 바닷바람이 솔솔 불어 낮잠을 부르기도 한다.

3. 지역과 풍습

포르투갈 남부 지방에서 처음 유래하여 스페인그리스를 거쳐서 남미 쪽에서는 멕시코, 아르헨티나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심지어 추운 지방인 파타고니아 같은 지역에서도 시행한다. 영국의 경우 본토에는 없지만 스페인과 맞닿은 지브롤터 한정으로 시에스타가 있다. 멕시코는 90년대 후반, 스페인은 2005년 12월부터 관공서 시에스타를 폐지했다.

시에스타 시간은 국가마다 다르며 보통 그리스는 14~16시 정도. 시에스타가 관습이 된 나라들은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테네 등의 대도시라면 몰라도 조금만 지방으로 나가면 아직도 가게마다 13~14시에서 16~17시 정도 사이에는 칼 같이 문 닫고 음식점도 커피, 와인 등의 음료수만 마실 수 있게 바텐더 한 명만 일하고 주방은 문 닫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주의해야 한다. 이 시간에는 상점이나 음식점 같은 곳 뿐 아니라 관공서까지도 문을 닫는다.

시에스타가 존재하는 나라에서 시에스타에 해당하는 시간대에 상대한테 전화를 거는 건 하지 말아야 할 짓이다. 마치 한밤중이나 새벽에 상대한테 전화걸면 안되는 것과 같다. 한밤중에 층간소음을 일으키면 안되듯이, 시에스타가 존재하는 나라에선 시에스타 시간대에도 층간소음이 문제가 되며 특히 그리스에선 가족간에도 시에스타 시간대에 소음문제로 경찰에 신고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스페인, 그리스 등 관습적으로 시에스타를 취하는 나라에서는 낮잠이 생활습관이 아닌 사람들은 그 시간에 가게 문 닫고 나와서 낮술이나 커피 홀짝거리면서 잡담을 하거나 게임, TV시청, 축구 같은 것으로 시간 때우고 그런다. 스페인의 이웃 국가인 포르투갈은 시에스타가 아예 없다. 대신 점심시간이 넉넉할 뿐이다. 그리고 스페인 모든 지역이 시에스타를 시행하지 않는다. 물론 이는 산업구조의 변화 및 생활상의 변화로 인한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실제로 들어가서 자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 어린애, 문자 그대로 낮잠만 자는 줄 아는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다.

3.1. 라틴 외 외국에서

실내 활동이 중심이 된 산업 사회는 이야기가 다르지만 과거 농업 사회에서는 오히려 일반적인 풍속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요즘도 이런 나라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농촌이나 건설 현장, 공장 등 육체를 많이 쓰는 직종에서는 점심 먹고 낮잠 한 숨 자는 게 일반화되어있다.

중동라마단 기간에는 일찍 퇴근하고 낮잠을 자는 게 일종의 풍습이다. 어차피 일을 더해봐야 효율도 낮고 배도 고프기 때문. 그리고 라마단 기간이 아니더라도 워낙 더워서 무려 2~3시간 동안 낮잠을 즐기기도 한다. 이슬람교에서는 하루 5번 아침, 낮, 오후, 일몰, 취침 전 다섯 번 예배를 올리는데 딱 오후 예배를 보고 그때쯤부터 낮잠시간을 가지는 루틴이 있어서 중동권에 가면 한낮 시간대에 상점이 잠시 비어있는 경우를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학교와 직장에서 점심시간도 짧은 편이거니와 낮잠 시간이 없다. 일단 미국인들은 얼른 빨리 열심히 일을 해서 칼퇴를 해서 집에서 가족들과 워라밸을 누리는 것을 미덕으로 삼기 때문에 그렇다. 미국의 직장에서는 조출야근을 많이 하는 것을 그만큼 무능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제 시간 내에 혼신의 힘을 다해 열심히 일을 해서 정시출근 및 정시퇴근을 하는 것을 독려하는 편이다. 물론 정시출근 및 정시퇴근을 미덕으로 삼는 미국조차 대기관과 대기업의 경우 침대를 포함 각종 편의시설들이 딸린 휴게실이 존재하며 이런 최상위권 직장에서 근무하는 미국 공무원들&미국 사무원들은 휴게실에서 낮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 이는 유럽도 마찬가지.

중국에서도 학교와 직장에서 점심에 쉬는 시간을 2시간 정도로 길게 주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집이 가까우면 집에서 한숨 자기도 하며, 아무리 악덕기업이라도 낮잠시간 보장은 기본이다. 물론 직장과 학교에 따라서 낮잠시간을 따로 두지 않는 경우도 있고, 사람에 따라 낮잠이 아니라 잡담으로 시간을 때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는 베트남도 마찬가지라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는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에서는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는 문화가 있다."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점심시간이 끝나면 1시간의 낮잠시간을 주기 때문에 그 시간에 낮잠을 자거나 잡담을 하기도 한다. 집이 가까우면 집에서 점심시간 및 낮잠시간을 때우기도 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로는 여유있는 가정이 아니라면 장마당 나가서 간단하게 벌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는 하지만 아무튼 그렇다.

한국군대에 비슷한 게 있다. 하절기 열사병 사고 방지를 위해 지휘관 판단에 따라 점심 식사 후 13시부터 14시까지 오침을 부여할 수 있다. 매년 6월 하순부터 8월 하순까지 있다.

민사고에는 설립자 현역 시절 '오수'와 '석수'라 해서 점심, 저녁을 먹고 1시간씩 낮잠을 자는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그 당시 민사고는 새벽 2시까지가 의무 야간 자율학습이었고, 주말이 2주에 한 번씩 돌아오던 시절이었다. 정규 일과상 기상 시간이 오전 6시로 만성 수면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했던 제도였다. 대신 학생들은 이 시간에 깨어 있으면 벌점을 받았고 당시 전교생 자습실로 쓰이던 충무관 3층 공강에서 자습시간에 졸다가 걸리면 설립자가 들쳐업고 내려와 충무관 바깥의 연못에 집어던지기도 했다는 카더라가 있다. 그래서 지금도 '민사고에 시에스타를 도입하려다 말았다' 등의 이야기가 돈다.

유치원 중에서도 점심 시간에 낮잠을 재우는 곳이 종종 있다. 짱구는 못말려에서도 이런 장면이 묘사된다.

4. 관점

점심 식사 후 잠깐 낮잠을 자주는 것은 실제로 혈압을 적정 수준으로 떨어뜨려주는 등 건강에 매우 좋다고 한다.

휴식시간이 2시간 늘어남에 따라 퇴근시간도 2시간 늦어지기 때문에 시행국 국민들 중에는 시에스타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특히 스페인에서는 시에스타를 프란시스코 프랑코독재와 연관시키는 여론이 있다. 그걸 떠나서 독재 시절을 겪은 국가[2]나 독재국가들이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는 이 시간에 사형 집행이 가장 많았다.

'남유럽, 남미 사람들은 게으르다'는 편견이 나오는 데 한몫 했다. 하지만 막상 노동시간 통계를 보면 시에스타를 실시하는 국가들의 노동시간이 시에스타를 실시하지 않은 국가들보다 노동시간이 긴 경우가 다수 있는걸 보면 시에스타를 한다고 해서 딱히 일을 덜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만큼 야근이 잦다는 얘기도 된다. 예를 들면, 스페인은 퇴근시간이 밤 8시로 다른 서구권 국가들보다 3시간 늦게 퇴근을 하고,[3] 그리스, 멕시코는 노동시간이 매우 긴 나라로 손꼽힌다.

12년 전에 PIGS유로존 위기 당시 일할 때 자기나 하니 경제가 위기라고 비판하던 독일기후변화 문제로 인해 2023년 폭염을 겪자 독일 연방공중보건의협회 같은 의료계 중심으로 독일판 시에스타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판이다.#[4]

이와 비슷한 경우로,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당시의 한국인들이 농사와 같은 육체 노동을 하다가 더운 낮에는 낮잠을 자면서 쉬는 것에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선 '조선인들은 저렇게 게을러서 가난하다' 와 같은 편견을 가지기도 했다. 한반도에 올 만한 외국인들은 열에 아홉 노동자를 이해 못 하는 상류층이었으니.

5. 유사 개념

긴 시간의 중간을 잘라 쉰다는 점에서는 한국의 초등학교에서 도입한 중간놀이시간과도 다소 유사하다. 중간놀이시간은 대개 아침과 점심의 사이인 2~3교시 경에 시행된다.

요식업계에서는 점심 영업 시간과 저녁 영업 시간을 나누어 중간 시간에 준비 혹은 휴식 시간을 갖는데 이를 한국에서는 보통 '브레이크 타임'이라고 부른다. 대개 오후 3~5시 쯤이다.

6. 여담

데굴데굴 세계여행에서 두 번 언급된다. 이탈리아 여행중에 식당에 들러 스파게티를 먹었는데, 간판의 가격만 보고 갔다가 바가지를 쓰고 나서 얼마 후에 시에스타 시간이라며 사장이 손님을 내보내며 언급하는 것이 첫번째고, 스페인편에서는 도착하고나서 호텔에서 숙박하는데 새벽 2시가 될 때까지 사방에서 떠들고는[5]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떠드는 통에 귀마개 한 아이들 뺀 일행 둘은 잠을 설쳐야 했다. 밤에 잠 못잔거 복수하겠다고 한명이 시에스타 시간에 떠들어주겠다고 하니 다른 일행이 스페인에선 전쟁도 시에스타 후에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데 그런 짓 했다간 칼빵 맞을 수도 있다고 말리기도 한다.

당시 멕시코는 경제가 막장을 달리고 있던 시기였던 탓에 공무원 봉급도 박봉이 되어 시에스타 시간에 따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시에스타 폐지에 반발하는 여론이 많았다고 한다.

파라과이에서는 자스자데레라는 신이 있는데, 시에스타의 지배자라고 부른다고 한다. 자세한 것은 해당 문서로.

7. 고유명사

8. 대중매체

뜻과는 무관하게 어감이 좋아서인지 창작물에서 종종 캐릭터 이름이나 제목으로 많이 쓰인다.


[1] 고대 로마에서는 낮과 밤을 각각 12시간으로 두고 12등분하여 시간을 셌다.(그래서 계절에 따라 1시간의 길이가 짧게는 45분, 길게는 75분까지 변동했다.) 따라서 낮의 여섯 번째 시간은 대략 정오 정도가 된다. 여담으로 동아시아에도 부정시법(不定時法)이라고 해서 계절에 따라 시간을 다르게 나누는 시간 제도가 존재했다. sext는 성무일도 중 제6시과로 보통 '정오'를 뜻한다.[2] 이는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3] 이 영향으로 스페인은 저녁 식사 시간도 늦은 편이다.[4] 당연히 이 과거 때문에 독일 국민들 여론은 2023년의 살인적 폭염에도 도입에 부정적이다. PIGS 국가들을 기만하는 꼴이 되니까. ###.[5] 12시에 들어가 따지니 초저녁에 벌써 자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