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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5-01-30 10:21:03

하나 워드


1. 개요2. 상세3. 특징4. 기타

1. 개요

금성소프트웨어주식회사(현 LG디스플레이)에서 개발한 MS-DOS워드 프로세서 프로그램.

2. 상세


2.90G 버전의 실사용 영상

1988년에 첫 버전이 등장했다.[1] 삼보컴퓨터의 '보석글' 시리즈와 함께 1980년대 MS-DOS 환경의 대표적인 한글 워드 프로세서 프로그램이었다. 자매품으로는 '하나 스프레드시트'와 '하나 데이터베이스'가 있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워드+엑셀+액세스의 3종 세트로 오피스 패키지를 판매한 셈. 프레젠테이션까지 전산화하기에는 PC의 성능도, 프로젝터 같은 인프라의 보급도 충분치 않던 시절이라 파워포인트에 해당하는 도구는 없다. 파워포인트가 일반화되기 이전 프레젠테이션은 손으로 쓰고 그린 괘도를 쓰거나 좀 현대식인 경우에는 환등기와 슬라이드 필름, 혹은 오버헤드 프로젝터와 OHP 필름을 사용했다.

하나 워드프로세서는 OA(사무자동화)의 여명기였던 1980년대 후반~1990년대에 을 포함한 관공서에서 행정용으로 사용되었다. 이 제품은 정부에 행정전산망용으로 납품되었기 때문에 행망 표준 한글 코드인 KS C 5601-1987 완성형 한글 코드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상용 조합형(KSSM)을 지원했던 보석글 시리즈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2] 정부기관에서는 완성형을 사용했으므로 하나 워드를 밀었지만 민간에서는 멀리는 8비트 시대부터 사용해왔던 상용 조합형 코드의 경로의존성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 1990년대 초부터는 자체 조합형 한글 기능을 내장하고[3] 완성형, 조합형 코드 문서를 모두 다룰 수 있으며 WYSIWYG라는 획기적인 기능까지 제공했던 ᄒᆞᆫ글[4]이 순식간에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했으므로 하나 워드는 민수용으로는 그다지 널리 사용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하나 워드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아마도 1980년대 말~1990년대 중반에 공무원 신분이었거나 군 행정병이었던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어쨌거나 정부 행망 표준 제품이었으므로 MS-DOS 시절의 워드프로세서 자격증 실기시험은 관공서에서 쓰는 하나 워드프로세서와 민간의 사실상 표준인 ᄒᆞᆫ글(1.53D, 2.1 수검용)으로 실시되었을 정도로 나름의 위상을 가지고 있던 프로그램이다.

워낙 옛날 프로그램이고 버전업도 끊긴지 오래되어 현재의 컴퓨팅 환경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 MS-DOS용이라는 것부터가 64비트 윈도우 환경에서는 구동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라서 가상머신(VM)이나 에뮬레이터에 올려서 사용해야 한다. 문서 작성 기능만 가지고 본다고 하더라도 오늘날의 메모장 이하이며 프린터의 프로토콜도 달라져서 작성한 문서를 출력할 방법도 마땅치 않은 등 비슷한 시대의 다른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실사용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3. 특징

현재는 Microsoft Windows처럼 GUI가 주류인 시대가 되어 문자도 실제로는 화면에 '그리는' 처리를 하고 있지만 1980년대에 존재했던 거의 모든 PC는 일정한 크기의 문자만 화면에 뿌려줄 수 있는 '텍스트 모드'와 화면에 픽셀 단위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그래픽 모드'를 따로 두었다. 이런 설계를 취했던 이유는 1980년대 당시의 하드웨어 성능으로는 그래픽을 화면에 표시한다는 행위 자체가 많은 메모리와 CPU 자원을 사용하는, 소위 '비용이 높은' 행위였기 때문이다. 개발 환경이나 사무 환경에서는 적은 자원 사용으로 다량의 텍스트를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했고 따라서 문자만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별도의 모드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MDA처럼 아예 사무 환경에서 쓰라고 그래픽 표시 기능없이 문자만 표시할 수 있었던 그래픽(?) 카드도 존재했을 정도.

하나 워드는 이러한 텍스트 모드에서 작동하여 PC 사양이 낮아도 빠른 문서 처리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었으나 대신 WYSIWYG 기능이 없어 문서를 작성하는 시점에서는 인쇄될 문서의 모양이 시각적으로 전혀 가늠이 되지 않았다. 현재에도 통용되는 방식으로 말하자면 HTML 문서를 직접 작성하거나 나무위키의 RAW 편집으로 문서를 작성하는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문서를 작성했다고 보면 된다. TTF 같은 벡터 기반 폰트가 나오기 전이라 문자의 크기를 늘이고 줄이는 것조차도 프린터에서 기능적으로 제공하는 일정 비율(보통 2배 확대)로만 가능했으며 화면에 직접 표시되지 않고 글자의 위와 옆에다가 ↑↑ 하고 화살표를 붙이는 식으로 처리했다가 나중에 프린트할 때에야 글자가 지정한 대로 크게 나온다. 표나 선을 그릴때에는 전부 괘선문자[5]로 처리했다. 이러한 특징은 하나 워드 뿐만이 아니라 당시에 시장에 나와있었던 거의 모든 워드 프로세서의 공통적인 사양이었다.

표나 선을 괘선문자로 처리하는 것은 ᄒᆞᆫ글 1.x 버전도 마찬가지였지만[6] ᄒᆞᆫ글은 그래픽 모드에서 문자를 직접 그려서 표시하는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별도의 한글 카드나 에뮬레이터 없이도 한글 표시가 가능했고 확대 문자나 음영과 같은 속성도 직접 프린터로 출력해보지 않아도 화면에 그대로 표시되는 WYSIWIG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 워드가 텍스트 모드를 사용하여 속도가 빨랐다고는 하지만 ᄒᆞᆫ글도 최적화가 잘되어있다보니 딱히 속도가 느리지 않았다. 게다가 PC에 내장된 텍스트 모드는 ASCII 문자만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한글 카드나 한글 에뮬레이터는 그래픽 모드에서 텍스트 모드를 흉내내서 화면에 문자를 '그려주는' 형태로 동작했다. 결국 프로그램이 그래픽 모드에 직접 그려주냐(ᄒᆞᆫ글) 프로그램은 텍스트 모드로 처리하고 외부의 한글 카드나 한글 에뮬레이터가 그래픽 모드에서 그려주냐(하나 등 다른 워드 프로세서)의 차이인 것이고 초창기 한글 에뮬레이터(NKP.COM 등)나 한글 MS-DOS는 당시 보편적인 교육용 IBM PC XT 호환기종(8088@10MHz) 정도의 성능에서는 텍스트의 처리속도 저하가 영문 모드 대비 체감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일부 코드가 영문 소프트웨어랑 호환이 안되어 외국산 소프트웨어의 괘선 문자가 깨지는 효과는 덤. 여러모로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인터페이스도 기능도 세련된 ᄒᆞᆫ글 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숙련된 사용자는 DOS 환경은 메모리 확보 잘되고 속도 빠르고 호환성 좋은 영문 모드로 부팅하고 한글 문서를 작성할 때만 ᄒᆞᆫ글을 띄우는 식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렇다보니 똑같이 MS-DOS 때부터 PC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세대 중에서도 교육용 PC 사업 이후에 PC를 접한 세대를 기점으로 하나 워드나 보석글 같은 1980년대산 워드 프로세서보다는 ᄒᆞᆫ글로 사용경험이 압도적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다.

현대적인 UI/UX 관점에서는 불편하기 그지 없다 못해 최악에 가까운 물건인데, 당시에는 UI/UX에 대한 본격적인 접근이랄게 거의 없던 시절이었기도 하지만 마우스가 없이[7] 키보드가 유일한 입력도구임을 전제로 프로그램을 만들던 시절이라 단축키를 모조리 외우고 있어야 문서다운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 MS-DOS의 CLI 환경에서도 풀다운 메뉴 같은 접근 방법으로 보다 쉬운 인터페이스를 만들려는 시도는 있었고 ᄒᆞᆫ글도 2.0부터 풀다운 메뉴를 도입하여 단축키를 몰라도 문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UI를 개선했지만 하나 워드는 마지막까지 이 부분을 크게 개선하지 않았다. 단축키의 구성도 오늘날 보편적으로 수렴된 단축키 구성과 완전히 다르고 프로그램마다 독자적인 단축키를 쓰던 시절의 물건이라 도움말을 보지 않으면 짐작조차 어렵다.

이런 하나 워드가 정부기관에서 오랫동안 쓰인 이유 중 하나는 전용 확장자인 HWP를 썼기 때문인데, 이 확장자는 하나 워드가 아니면 정상적으로 읽을 수 없었다.[8] 공교롭게도 ᄒᆞᆫ글 문서의 확장자인 HWP와 동일하지만 양자간에는 호환성이 없고 그냥 우연히 두 프로그램의 머릿글자가 겹친 것 뿐이다. 기존에 업무를 위해 작성해온 하나 워드용 HWP 문서를 읽어들이려면 계속해서 하나 워드를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관공서에서는 어쩔 수 없이 상당기간 하나 워드를 사용했다. 이것은 군대 행정반도 마찬가지. 거기에 문서에 암호를 걸어서 보안이 필요한 문서를 보호할 수 있었다는 장점도 작용했다. 그러나 초창기 문서 포맷들이 대개 다 그렇듯 문서 전체를 암호 알고리즘을 사용해 암호화하는 것이 아닌 문서 파일 내에 문서를 열 수 있는 암호만을 따로 저장해서 단순비교한 후 프로그램이 문서를 열어주는 방식이었고 하나 워드의 경우에는 그 암호조차 파일 머릿부분에 아무 암호화 처리 없이 평문으로 저장되어 있어 파일 내용을 볼 수 있는 HEX 에디터만 있다면 간단하게 해독이 가능했다. 요즘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취약한 방식이지만 당시에는 문서에 암호를 지정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쓸모가 있었다.

결국 하나 워드는 ᄒᆞᆫ글의 등장과 급속한 성장으로 시장에서 의미있는 점유율을 확보하는데 실패했고 Windows 95의 등장으로 보편적인 OS 환경이 GUI로 넘어가면서 주 사용처였던 관공서와 군부대에서마저 서서히 퇴출되었다. 그 이전부터 윈도우 3.1이 보급되면서 GUI 환경이 PC에서 일반화되기 시작하자 LG 소프트웨어도 이에 발맞추어 GUI 기반의 WYSIWIG 워드프로세서인 '윈워드'(WinWord)를 하나 워드의 후속 제품으로 내놓았으나 결국 이것도 1990년대 후반부터 워드프로세서 시장이 Microsoft Word와 ᄒᆞᆫ글의 양강구도로 고착되자 경쟁에서 밀려 훈민정음(오피스), 일사천리 같은 다른 경쟁 제품들과 함께 시장에서 사라졌다.

4. 기타


[1] 버전에 따라서 프로그램 내의 저작권 표시에 (C)1987로 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버전마다 시작 연도가 1987과 1988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면 당시 제작사 내부에서도 확실한 첫 버전 릴리즈 일자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거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된다.[2] 지금이야 다들 유니코드를 사용하고 있으니 한글 코드에 따른 차이점이 별로 와닿지 않겠지만 1980년대 말 ~ 1990년대 초반 무렵에는 한글 인코딩 코드에 대한 논쟁이 공중파 뉴스를 탈 정도로 전산업계에서는 커다란 이슈였다. 상세한 내용은 조합형 완성형 논쟁 문서를 참고. 여담으로 조합형을 밀었던 삼보 역시 먹고는 살아야 하기에 완성형 버전 보석글을 따로 만들어 정부에 행망용으로 납품하기도 했다.[3] 당시 MS-DOS에서 한글을 쓰기 위해서는 별도의 한글 표시용 카드를 PC에 장착하거나 한글 에뮬레이터 프로그램을 램상주 시켜 사용해야 했다가 나중에는 완성형 한글을 OS에 포함시킨 한글 MS-DOS가 나왔다. 이러한 수고 없이 프로그램이 자체적으로 한글 표시 기능을 내장하고 있었다는 의미.[4] 1.0 버전은 1989년에 발매되었으나 본격적으로 시장에 퍼진 것은 1991년에 나온 1.5 버전부터이다. 마침 1989년부터 진행된 교육용 PC 사업으로 인한 PC 보급률 상승시기와도 맞물렸다.[5] ㅂ+한자 키를 입력하면 나오는 문자. 원래는 KS C 5601-1987 완성형 한글에 들어갔던 기능인데 현행 버전의 윈도우 한글 IME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입력 가능하다.[6] 이후 2.0 버전이 나오면서 자체적인 표, 선 그리기 기능이 들어갔다.[7] 1980년대에도 마우스 자체는 존재하고 있었지만 그래픽 등 특별한 용도로만 사용하는 도구여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입력도구가 아니었다.[8] 기타 문단에서 후술하겠지만 전혀 읽어올 수 없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