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포팅(porting; 이식; 移植)은 소프트웨어를 다른 플랫폼(CPU 및 운영체제)에서도 동작할 수 있도록 변환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윈도즈용 한컴오피스 한글을 맥이나 리눅스에서도 쓸 수 있게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것을 포팅이라고 부른다. 원뜻은 항구(Port)를 뜻하며 다른 선착장(Platform)으로 짐을 옮긴다고 해서 포팅(Porting)이라는 표현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처음부터 여러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크로스 플랫폼과는 다르다. 쉽게 말해 오픈오피스는 처음부터 PC, 매킨토시 등에서 돌아가게 만든 크로스 플랫폼이지만 Microsoft Office는 윈도우용으로만 나왔다가 이후 맥 버젼도 개발해 출시하고 있는 이식 케이스.
2. 게임 업계
한 기종으로 나온 게임을 다른 기종으로 다시 만드는 것을 말하는데 게임 소비자들은 포팅(Porting)이라는 단어보다 '이식(移植)'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1980년대 아케이드 시스템과 가정용 콘솔의 성능 격차는 매우 커서 개발용 워크스테이션과 보급형 휴대전화만큼의 차이가 났기 때문에 다운이식조차도 제한적이었다. 1983년 타이토의 아케이드 게임 엘리베이터 액션, 1985년 캡콤의 아케이드 게임 마계촌이 그나마 1980년대 초반 이식작의 대표적인 사례.[1] 당대 가정용 콘솔은 색상 표현, 스프라이트 제한, 롬 및 메모리 제한 등 다양한 이유로 대부분의 아케이드 게임 로직과 런타임 경험을 구현할 수 없었다. 그나마 시도하더라도 여러 이유로[2] 코드 재사용성이 아예 없어서 새로운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개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그 결과물도 대체로 나빴다.[3] 이러한 격차가 그나마 가시권 안으로 좁혀지기 시작한 것은 1989년 PC 엔진의 등장 이후이다.
한편 80년대 홈 콘솔 및 퍼스널 컴퓨터[4]를 타겟으로 개발된 게임들은 콘솔-PC간에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이식되었다. 퍼스널 컴퓨터들은 세부적인 그래픽 및 사운드 하드웨어가 다르더라도 대체로 모토로라 68000 칩을 썼기에 어느 정도 이식성이 있었고, 베이식이나 간신히 돌아가는 8비트 콘솔의 스펙에 비하면 80년대 중반 이후의 퍼스널 컴퓨터는 사양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콘솔 게임을 상향이식하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퍼스널 컴퓨터용으로 개발된 게임을 홈 콘솔로 이식하는 경우는 결과물의 반응이 좋은 경우가 많지 않았다. 1989년 Amiga용으로 개발된 명작 파퓰러스가 대표적인 예로, SNES로 이식되면서 쿼티 키보드+마우스 커맨드를 게임 컨트롤러에 우겨넣으려다 커맨드가 너무 복잡해졌다.
1990년대 초반 SNES와 메가드라이브가 주도하는 16비트 콘솔 시대가 열리면서 그나마 몇 년 묵은 80년대 말 아케이드 게임들은 괜찮은 이식을 기대해 볼 만하게 되었다. 물론 아케이드 기판의 성능도 동반상승하면서 동시대 작품에 대한 이식은 여전히 요원했지만, 모탈 컴뱃처럼 동시발매를 노리고 성공한 사례도 있는 등 이전의 10년에 비하면 천지개벽. 그럼에도 이식을 염두에 두지 않은 대부분의 대전 격투 게임 들은 당시 가정용 게임기로 이식하기엔 큰 무리가 가서 여전히 아케이드 와의 큰 성능 격차를 실감하게 했다. 대신 아케이드판에 없는 기능[5]을 추가해 준다거나 하는 서비스는 있었다.
1990년대 초중반의 이식작으로서 콘솔 성능 격차를 극명히 보여주는 대표작 중 하나로 둠이 있다. 둠은 닌텐도 SNES, 세가 32X 등 당대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머신으로 이식된 3D 게임이다. 물론 둠 아케이드 머신같은 건 존재하지 않지만 스펙상 90년대 시중의 고급 아케이드 머신이 둠을 돌리는 건 사양상 딱히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홈 콘솔들은 PSX, 세가 새턴의 시대까지도 둠을 풀 스펙으로 소화해내지 못했으니 90년대 초반으로서 아케이드는 여전히 아득한 천상계의 사양이었다.
그래도 2D에 한해서 1994년 세가 새턴, PSX를 위시한 소위 32비트 게임기 첫 세대부터는 발색, 스프라이트 동시 표현 등 시각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아케이드 게임을 이식받을만한 사양이 만들어졌다. 물론 이 때부터는 아케이드 시장도 3D로 넘어가면서 여전히 동시대 최고사양과의 격차는 말할 수 없이 크게 벌어져 있었긴 하지만, 아케이드 머신에 준하는 수준의 게임에 대한 가정 수요가 있음을 확인한 상당수의 게임 제작사들이 이식 및 동시발매를 처음부터 고려하기 시작한 시기이므로 이전에 비하면 다시 한 번 상전벽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1994년 런칭한 남코의 철권 시리즈는 오락실 기판과 플레이스테이션이 사실상 엇비슷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기에 아케이드의 게임성에 더해 각종 추가요소로 서비스를 듬뿍 집어넣어 이식판을 출시했다.
90년대 말 PSX가 슬슬 도태될 기미가 보이고 다음 세대인 드림캐스트가 출시되었는데, 다시금 아케이드의 초고성능 3D 기판 을 따라잡으면서 거의 차이가 없는 이식이 가능해졌다[6]. 이는 사실 아케이드 시장 자체의 파이도 줄어들고 기판의 성능이 이전에 비해 더디게 올라가면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발전한 가정용 하드의 성능이 따라잡게 된 것도 크다. 드림캐스트는 실패했으나, 후발주자인 PS2와 Xbox가 폭발적으로 보급된 시기와 아케이드의 쇠락이 겹치면서 아케이드-홈 콘솔간 이식 문제도 같이 사라지게 된다.
2000년대부터 아케이드 시장이 크게 축소되면서 아케이드 독점 신작 게임이 홈 콘솔로 흘러내려오는 사례는 거의 사라졌다. 2010년대부터는 구세대 콘솔 게임을 현세대로 이식하거나, 16~32비트 초창기 PC 작품 중 여전히 시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일부 작품들을 64비트 환경으로 이식하는 경우가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 아무래도 눈에 보이는 부분에서 차이를 줘야 팔리니까 그래픽과 사운드 개선 작업이 동반되는데, 이러한 유사성으로 음악 산업에서 쓰이던 리마스터라는 용어가 게임 업계의 마케팅 용어로 수입되어 널리 쓰이게 된다. 용어의 이름만 빌려온 것일 뿐 기술적인 용어로서 수입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리마스터 딱지가 붙은 작품들의 개선점은 천차만별이다. 소스를 분실했거나 스파게티 코드여서 아예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작성하고 그래픽을 전부 고증해서 재구성하는 경우도 있고, 음원의 음질과 폴리곤 숫자, 텍스처 해상도를 펌핑해 용량을 10배로 불려놓는 경우도 있고, 특전 요소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이외에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 요소가 공통점보다 더 많다. 그래도 일단 공통적인 취지는 원작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리프레시 한다는 것.
리메이크는 이식, 리마스터 둘 모두와 별개의 의미로 쓰인다. 이식과 리마스터는 원작 고증 및 호환에 대한 기대치가 어느 정도 있는 반면 리메이크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 물론 이 역시 기술적으로 모호한 마케팅 용어이므로 기존 애셋을 재활용하는지 여부로 리마스터와 리메이크의 선을 그을 수는 없다. 추가 컨텐츠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으며, 정말 밑바닥부터 새로 개발해서 원래 있던 버그가 싹 사라질 수도 있고 그 정도로 밑바닥까지 내려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추가 엔딩이나 스토리 변경과 같은 부분 역시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리마스터와 리메이크의 선을 긋자면 시각적으로 완전히 밑바닥부터 다시 만들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이 될 것이다.
포켓몬스터 피카츄(1998) → 포켓몬스터 레츠고! 피카츄·이브이(2018), 바이오하자드 2(1998) → 바이오하자드 RE:2(2019), 파이널 판타지 7(1997) →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2020)와 같은 사례를 보면 리메이크라는 단어의 기술적 모호성이 확연하게 다가오게 된다. 셋 모두 그냥 신작이기도 하고, 리메이크이기도 하고, 둘 다 맞다거나 둘 다 아니라거나 사람마다 작품마다 말하기 나름이 되는데, 일반적으로 이정도로 아예 다른 게임이 되어야 리메이크라는 표현이 대중적으로 통용된다고 간주하면 편리할 것이다. 다만 개발자들은 이런 경우의 상당수를 리메이크와는 또 다른 프로젝트로 본다. 작품마다 정말로 구작의 부활이 주관심사인지, 신작의 판매촉진을 위해 구작의 향수를 빌리려는 것인지는 첫 회의 들어가 보면 딱 다른데다 이 방향성에 따라 업무 방향과 재량권이 크게 달라진다고. 참고로 세가 사미 홀딩스에서 발표한 결산 자료에서는 리마스터, 리메이크, 리부트를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리마스터: 과거 작품을 HD영상화
리메이크: 과거의 게임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요소를 대폭 추가
리부트: IP의 세계관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게임으로 바꾸어 제작
- 세가 사미 홀딩스 2021년 3월기 결산 프리젠테이션 중(#)
리메이크: 과거의 게임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요소를 대폭 추가
리부트: IP의 세계관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게임으로 바꾸어 제작
- 세가 사미 홀딩스 2021년 3월기 결산 프리젠테이션 중(#)
다른 기종으로의 이식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2000년대 이전까지의 게임기들은 하드웨어에 완전히 맞춰서 동작하는 게임 출력용 전자회로에 가까웠다. 당시의 개발자들은 새로운 게임기가 출시되면 게임기의 작동 구조와 전자적 회로도까지 파악하고 있어야만 했다. 오늘날처럼 하향이식 한다고 윈도우나 맥에서 개발툴 열어서 그냥 화질이랑 해상도, 이펙트들 좀 만져주고 수정해서 넣으면 되는 게 아니라 기본 언어 및 구조부터 다르니 거의 프로그래밍을 처음부터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래픽 리소스도 처음부터 다시 손봐야 하고 음악도 기계의 음원에 맞춰 다시 프로그래밍 해야 했다. 당장 그래픽 출력의 기본요소인 스프라이트만 해도 과거 게임기들은 단일 스프라이트를 뿌려주는 게 아니라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져 압축된 스프라이트 데이터를 버퍼에 올리고 이를 합성해서 출력하는 방식이었고, 게임 내의 각종 사소한 오브젝트들마저 해상도와 색상, 동시표현 갯수 제한 등이 정말 엄격하게 정해져 있었다. 용량과 성능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7].
물론 옛날 기기의 게임을 이식하는 HD 리마스터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어서 ZOE 아누비스처럼 이식 결과물이 엉망이라 다른 회사에 맡겨 처음부터 다시 작업 한 경우도 있다. 그나마 게임이 이미 완성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기획으로 골머리를 앓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은 장점이다. 게다가 옛날 게임은 대부분 해상도가 4:3 비율에 맞춰 제작되었기 때문에 많이 쓰이는 16:9 비율로 옮기는 데에서도 원작에 없던 문제를 겪는다.
일반적으로 이식 작업은 시간 및 자금 문제로 외주를 맡긴다. 시간 문제인 경우에는 대개 일만 맡기고 결과물에 대한 대부분의 권리를 그대로 받아오는 경우가 많고, 다른 개별적인 케이스로는 외주 제작사가 일부 자금 및 기술지원을 받는 형식으로 사실상 공동투자를 하고 수익을 공유하거나 하여 리스크 헷징을 하기도 한다. 시대마다 언더독 플랫폼들은 출시작 확보를 위해 해당 플랫폼에 별 관심이 없는 게임 제작사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딱히 시장성 판단도 서지 않고 생소한 플랫폼에 기존 직원들을 배분하기 애매해 자기들 파이를 떼고 남은 자금을 외주로 던지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이식 외주가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프로토타입처럼 이식만 전문적으로 하는 게임 회사도 있다. 그렇다고 원제작사가 이식 작업을 전담하는 경우가 드문 것은 아니다.
에로게의 경우 콘솔 게임의 엄격한 심의 때문에 PC판을 콘솔판으로 이식할 경우에는 에로씬이 삭제되어 전연령판으로 변경된다.
90년대 초중반 3D혁명의 기폭제 중 하나였던 둠, 둠 2는 그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당대에 최소사양을 충족하는 기기는 물론 이에 미달하는 일부 기종에까지 당대에 보급되어 있던 거의 모든 콘솔에 공식적으로 이식된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더해 해당 작품의 리드 프로그래머인 샌디 피터슨이 1997년 둠 엔진을 오픈 소스로 풀어버리는 자비를 선보이면서 팬들이 온갖 기상천외한 전자제품에 둠을 이식하는 유행이 번졌던 적이 있다. 소스를 깔쌈하게 C로 썼기 때문에 당대 기준으로 가독성이 매우 좋고 유지보수에 친화적이어서 프로그래밍에 조예가 깊은 많은 팬들이 사설 이식을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었다.
포켓몬스터 시리즈 중 1세대의 한글패치에서는 한글입력이 가능한데, 이는 금은 한글판의 IME를 백포팅해서 가능한 것이다.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2017)는 Wii U와 Nintendo Switch의 동시 발매지만(2017년 3월 3일) 처음에는 Wii U로 개발중이었지만 게임 개발 도중에 닌텐도 스위치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개발되어 개발 도중 Wii U판 소스를 스위치로 이식하였다. 물론 Wii U판의 개발완료가 끝나고 나서 스위치로 이식된 것이 아니라 위유판과 스위치판이 동시개발된 기간도 꽤 길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크로스 플랫폼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스팀 시장이 활발해진 2010년대 후반 이후 일본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PC 이식을 하거나 크로스 플랫폼으로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일본 게임들의 전반적인 불편함이 있다. 기본 조작 시스템이 게임패드나 조이스틱을 기본으로 하다보니 PC 이식되면 키마 조작은 매우 불편하다. 그래서 키마 유저에게는 불만이 많다.
2.1. 참고 문서
[1] 그래도 이 두 작품은 굉장히 잘 이식되어 홈 콘솔 및 80년대 퍼스널 컴퓨터 게임 중에서도 명작으로 꼽힌다.[2] 컴파일러 성능이 많이 나빴던 시대이고, 기계 성능을 조금이라도 더 뽑아내기 위해 고급 인력들이 머리를 맞대 만든 어셈블리 라이브러리로 게임을 짰다.[3] 1987년 캡콤의 아케이드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2편이 아니다)는 아타리 ST, 코모도어 64, Amiga 등 8비트 퍼스널 컴퓨터로 이식되었는데, 특히 격투 게임인지라 아케이드 머신과의 성능 격차를 말로 다 하기 어렵다.[4] IBM PC가 지구를 정복하기 이전으로, 기종마다 아키텍처가 다른 경우도 많다.[5] 예를들어 아랑전설 2에서 사천왕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거나[6] 애초에 당시 범용 고성능 기판은 드림캐스트와 동일 사양의(램만 좀 많은) NAOMI이었다.[7] 동 세대 게임기라도 성능 면에서의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뉘어져 있어서 이런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이식은 발이식이 되는 경우가 잦았다. 특히 하드웨어 특성이 일반적인 기기와 동떨어진 성향의 기기일수록 이식이 어려운 것으로 유명했는데 대표 케이스는 버텍스 처리를 CPU에서 하고, 현대 관점에서 보면 완전히 비효율적인 렌더링 방식을 유닛 수와 대역폭으로 밀어붙인 GPU를 탑재한 PS2. 당장 후속 기기인 PS3로의 이식도 어렵다는 평이 많았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