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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21 14:22:19

판타지를 여행하는 현대인을 위한 안내서/기계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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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적용 예

가나다 순서로 작성, 선결 기술이 필요한 항목은 선결기술의 하위항목으로 작성할 것. ex)태엽은 스프링 기술이 필요.

1.1. 나침반

나침반이 발명된 시기가 중국 대이니 만큼 좀 정밀한 것을 만들려면 애 좀 먹겠지만 자석만 찾을 수 있다면 원리는 간단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순한 나침반은 주변에 있는 철, 특히 도검류나 에 쉽게 반응해서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걸 방지하려면 나침반 주위에 일정 거리로 자성이 동일한 철을 동그랗게 둘러야 한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므로 시행착오가 상당할 것이다.

참고로 신빙성은 글쎄다 수준이긴 해도 신화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헌원 지남거 설화에서 나온 방법을 쓸 수도 있는데, 아예 자석으로 만든 게 아니라 자이로스코프 같은 것으로 만들었단 설도 있다. 하지만 직접 만들려면 자석으로 만드는 것보다 이게 더 머리 아플 것이다.

1.2. 망원경

해당 세계에 유리가 존재한다면 이를 갈아서 초보적인 수준의 렌즈를 만들고, 렌즈를 이용해 망원경현미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현미경의 경우 당대에 실용성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망원경이라면 항해와 군사적인 측면에서 발군의 효과를 얻을 것이다. 더 고대로 내려갔다면 별을 관측하는 것은 종교적으로 큰 의미가 있으므로, 종교 지도자들의 비호를 받을 수도 있다. 굳이 망원경까지 가는 것이 아니더라도 노안에 대처하기 위한 원시용 안경정도로도 수요는 많을 것이다.

의외일 수도 있지만, 유리 발명품은 이미 6000년 전부터 있었고, 투명한 유리는 기원전 2000년 전에 발명된 것으로 추정된다. 렌즈 확대 원리도 이미 2000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 기원전 1세기 고대 로마에서는 대롱불기 기법 발명으로 유리병을 만들기도 하였다. 문제는 가격이 더럽게 비싸다는 것과 잘 가공 해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만일 유리 렌즈를 만들 수 없다면 대신에 오목거울을 이용해서 반사 망원경을 만드는 대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포물면 거울을 사용한 반사 망원경이 가장 쉬운데, 이건 포물선 자를 만들어서(원과 삼각형을 써서 작도할 수 있다.) 거푸집에 대고 돌린 다음 적당한 금속(녹는 점이 낮은 황동을 추천한다.)을 부어 마주 보는 금속덩어리를 만들고 나서 맞대고 잘 갈아준 다음 고운 수은-은 아말감 가루를 입혀주고 오븐에서 구워 수은을 날려보내면 완성된다.

그런데 망원경으로 보이는 상은 왜곡되었다며 믿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은 현실에서 갈릴레이의 발견이 무시된 주된 이유였다. 사실 당대의 열등한 유리가공 기술로는 실제로 비추는 상이 좀 많이 찌그러지긴 했다. 그래도 본인이 죽고 나서 200년 쯤 뒤에는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이러면 뭔 소용이야

만약 마법사들 사이에 시야 줌인/줌아웃 마법이 존재한다면 좀 위상은 깎이겠으나, 어쨌든 방향과 원거리 정찰은 많은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니, 마법사에 의해 밀려날 걱정은 하지 말고 생산하자. 안경을 만들고자 한다면, 실제 역사에서는 안경이 발명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안경다리와 코받침이 만들어졌지만 당신은 안경다리와 코받침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으니 한꺼번에 발명하도록 하자

1.3. 현미경

유리 제조가 가능한 문명이고 구리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정밀한 금속가공이 가능하다면 현미경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뢰벤후크가 만든 현미경 제작법은 당대에는 제일 정밀했을뿐만 아니라 제작법도 꽤 간단하다.

가늘고 긴 유리봉 끝을 불에 달궈 녹인 다음, 끝을 길게 당겨 작은 물방울처럼 만들어 떼어내고, 물방울처럼 된 유리를 다시 녹여 둥글게 녹여내면 렌즈 완성. 이 유리알의 크기가 작을 수록 배율이 커지며, 뢰벤후크는 최대 270배의 배율의 렌즈를 제조하는데 성공했다.

저 렌즈를 작은 구멍이 뚫린 놋쇠/구리/청동 등 금속판 두개 사이에 끼우면 뢰벤후크의 현미경과 얼추 비슷한 물건이 완성된다. 금속판의 크기는 현대 현미경의 슬라이드 정도 크기면 된다. 손잡이와 시료를 놓을 수 있는 침, 초점을 조절하는 나사를 붙이면 뢰벤후크의 현미경과 거의 같은 물건이 된다. 하지만 나사와 바늘을 제작할 수 있는 수준의 문명이 아니면 손잡이와 초점 조절은 어려울 것이다. 단 이 현미경은 관찰하려면 꽤나 요령이 필요했다. 초점을 맞춰야했고 밝은 빛이 필요했고 눈을 바짝 붙여야 겨우 관찰 가능했다.

1.4. 물레방아풍차

물레방아 자체는 상당히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것이지만 자주 사용되었다. 방앗간으로 사용하면 분식을 보급시켜 음식 문화에 상당한 변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으며, 다른 기계와 조합하여 방직 공장을 만들면 생산력을 크게 증진시킬 수 있다. 제철에서도 물레방아는 빼놓을 수 없는데, 물레방아에 연결한 기계식 망치질과 풀무를 통한 과급장치를 사용해 고품질의 철을 대량으로 뽑을 수 있다. 풍차도 물레방아와 마찬가지로 생산력을 증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물레방아는 외륜과 톱니바퀴를 이용한 방아 장치만 만들면 되기 때문에 의외로 만들기 쉬운 편이다.

물레방아가 보급되기 이전에는 곡식을 빻는 것을 전적으로 인력에 의존했기 때문에, 분식은 상류층이 아니면 쉽게 먹기 힘든 음식이었다. 다만 물레방아를 설치할 만한 곳이 많지 않은 지역에 물레방아를 퍼뜨렸다가, 분식에 미친 높으신 분들이 방앗간 운영한다고 논에 물 대는 용수로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농민의 주적이 되는 수가 있으니 주의하자. 사실 방앗간은 중세 유럽에서는 농민들에게 믿을 수 없는 인간들이 사는 곳으로 인식되었고, 제분업자들도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곡식을 빼돌리기로 유명했기에 천민 취급을 받았고, 영주의 물레방아 독점과 강제권의 특혜를 받고 있었기에 원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이미 기존에 물레방아와 톱니바퀴 장치가 있다면, 톱니바퀴 구조의 개량을 시도해볼 수 있다. 쉬운 방법으로는 톱니바퀴의 잇수 조합비를 들 수 있다. 대기어와 소기어 이빨 수의 공약수가 1밖에 없는 조합을 '서로소(hunting teeth) 조합비'라고 하는데, 피니언의 어느 이빨이 기어의 어떤 이빨과 물린 후, 다시 같은 이빨을 만나기 전에 기어의 다른 모든 이빨하고 한 번씩 물리게 되기 때문에 모든 이빨이 고루 마모되는 경향이 있어서 수명이 길어진다. 현대적인 고경도 합금 기어에서는 안 맞아도 별로 문제는 없지만, 옛날식으로 나무나 어설픈 금속을 사용하는 경우라면 이 부분도 수명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좀 어려운 방법으로는, 기어의 치형에 따라 톱니의 마모와 효율이 달라지는 부분을 파고드는 방법을 들 수 있다. 과거부터 톱니바퀴 구조와 설계에 대해 무수한 연구가 있었고 다양한 형태가 등장했지만, 대표적으로 사이클로이드 기어와 인벌류트 기어, 그 중에서도 인벌류트가 주류라고 할 수 있다. 인벌류트 기어가 제조가 쉽기도 하고.

풍차나 물레방아의 축의 마찰 문제는 고전적으로는 기름 등의 윤활제를 이용하여 해결할 것이다. 베어링 구조는 만들기 어렵겠지만, 가능하다면 여러 기계 분야에서 크게 활약할 수 있으므로 연구해볼 만하다(ex. 마차바퀴).

낙차가 충분히 크고 가공 기술이 충분한 경우에는 펠톤 수차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 물이 떨어지는 곳에 노즐을 설치하고, 물받이통을 대략 아래 사진과 같은 모양으로 만들면 물레방아의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사진에 나오는 터빈은 금속으로 만들었으나 물레방아에 쓰는 정도라면 목재로 만들어도 무방하거나 오히려 더 나을 것이다.

파일:pelton-turbine.jpg

다만 물레방앗간을 개설하는 것은 영주의 권한이기에 만약 신분이 영주가 아니라면 제분 기술이라도 배워 영주하고 계약을 맺어야 한다. 번거롭기는 해도 많은 이득과 함께 특권을 가질 수 있었으나 위의 언급대로 농민들에게 경멸의 대상이었던 물레방앗간의 주인인 제분업자는 자신의 영역 안에 하급 재판권을 지니고 있었지만 마을 공동체와는 고립되어 있기에 전적으로 영주에게 의지해야만 한다.

만약 또 다른 용도로 쓰고 싶다면 발전기로 만들어 보는 것도 된다. 발전기의 원리 자체는 교과서에서도 보여주니까, 일단 전기를 만들 수는 있다. 겨울에 원시적인 전기히터라도 만들어서 바치면 다음연구를 위한 시간과 예산을 따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단, 전선의 품질도 믿을 수 없으므로 높으신 분의 주 거처를 향한 장거리 송전같은 건 시도하지 말 것.

제철용, 제지용, 제재소용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1.5. 압력솥 내지 오토클레이브

파일:pressurecook.gif 파일:steam digester.jpg

기본적인 원리와 구조는 간단하다. 뚜껑과 솥이 빈틈 없이 결합되도록 만들고 뚜껑을 꽉 눌러줄 구조와, 내부 압력이 일정 이상이 되면 증기가 빠져 나오게 할 구조를 만들면 된다.

현대의 압력솥은 일반적으로 고무 패킹을 쓰고 손잡이에 고정용 구조를 만들지만, 일단 드니 페펭의 다이죄스터를 참조해보자. 페펭의 것은 고무 패킹은 없었던 대신, 뚜껑 위에 와인 압착기의 것에서 본뜬 압력 나사를 만들었다. 또 뚜껑에 구멍을 뚫고 시소의 구조와 비슷한 구조로 끝에 추를 메달아서, 솥 내의 압력이 과하게 강해지면 추를 밀어내고 증기가 빠지게 만들었다. 증기의 압력이 추를 밀어올리는 것을 본 동시대 과학자들이 증기 기관의 영감을 얻었다는 후일담도 있다.

용도는 사용하기 나름이다. 화학이나 의학 문서에서 나오는 것과 관련지어 기구를 소독하거나 화학품을 가압 가열을 하는데 쓸 수도 있고, 요리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것으로 마케팅을 해서 신기한 요리 기구로 팔아도 된다. 어차피 압력솥이나 오토클레이브나 용도가 다른거지 원리는 똑같고(...).

1.6. 연마재

보석이나 금속의 표면을 매끈매끈하게 하려면 연마재는 필수다. 보통 연마재는 경도가 높은 물질을 쓰는데, 연마재를 결합제로 뭉쳐서 일정한 모양으로 성형하여 숫돌로서 사용하거나, 헝겊이나 종이에 아교 같은 접착제를 사용하여 사포로 만드는 방법, 아니면 연마재 분말을 기름과 혼합하여 사용하거나 그냥 분말 그대로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조선 시대에는 석류석 가루를 화강암 위에 깔고 이나 수정을 연마했는데 무척이나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위에서 설명한 다른 방법을 적용해도 기술자의 수고로움이 대폭 줄어든다.

경도가 높은 물질을 연마하거나 아니면 연마 속도를 빠르게 하고 싶다면 연마재를 다른 것으로 바꾸면 된다. 만약 모스 경도계를 알고 있다면 어떤 물질이 더 연마재로 적합한 지 알 수 있다.

자연산 연마재로는 보통 수정, 황옥(토파즈), 석류석, 강옥(루비, 사파이어), 금강석 등을 사용했는데, 수정이야 지구상에서 찾아보기 쉬운 물질이지만 황옥 이상은 희소하다(그래서 보석으로 사용했다.). 그런 자연산 연마재를 구할 수 없는 곳이라면 인공 연마재를 만들어야 한다.

인공 연마재를 만드는 일은 무척이나 어려운데, 그나마 만들기 쉬운 인공연마재가 알루미나(산화알루미늄. 모스 경도가 9에 가깝다.)다.

일단 보크사이트, 장석, 고령토 등을 수산화 나트륨에 녹이면 알루미나만 수화되여 용해되고, 다른 불순물은 용해되지 않는다. 이 용액을 걸러서 불순물과 수산화 이온을 제거하고 거른 용액을 냉각시켜 과포화 상태를 만들면 수화된 알루미나(2Al(OH)4-(aq) → Al2O3·3H2O(s) + 2OH-(aq))가 침전한다. 이 침전물을 1200℃에서 가열하면 수화된 물은 제거되고, 순수한 산화 알루미늄(Al2O3)을 얻을 수 있다.

이왕 산화 알루미늄을 만들었으니 알루미늄을 만들자고 욕심이 생길지 모른다. 그러나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 절대왕정 시대 이후의 나폴레옹 시대에도 알루미늄은 황제의 식기로 쓰일 정도로 엄청나게 귀한 금속이었다. 알루미늄 문서를 보면 잘 나와있지만, 알루미늄의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된 건 전기분해법이 개발되고 나서다. 알루미나를 가열해봤자 2100 도에 달하는 온도에서도 녹아서 사파이어가 될지언정 알루미늄이 되지는 않는다.이건 이거대로 이득이다 용이 있으면 잡아 보자 하여간 시도해보겠다면 생산업 파트를 참조할 것.

1.7. 열기구

처음엔 사람을 태울 정도로 대단한 녀석이 아니라 띄우기만 하면 된다. 하늘이 절대로 범접할 수 없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면 호기심을 가진 기술자나 부자들이 모일 것이다. 그럼 그들을 통해 자금과 인력을 모으고 갈아넣자. 근대적인 추진/조종장치를 갖춘 비행선은 도저히 무리겠지만, 어찌어찌해서 사람을 태우고 날아오를 수 있는 열기구까지만 만들어내도 반은 성공이다.

열기구 자체는 재료만 있으면 기술적으로 어렵지는 않은 물건이다. 다만 효용성이 조금 문제이다.

이 열기구의 군사적 가치를 증명해 보일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것이다. 보불전쟁 당시 독일군에 완전포위된 파리에서 내무장관 강베타가 기구를 타고 탈출해 파리 구원군을 조직했던 유명한 일화처럼 전령과 편지를 싣고 날아갈 수만 있다면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제자리에서 이착륙만 가능한 수준이라 해도 하늘 위에서 적군의 움직임을 관측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군사적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 다만, 천둥번개와 날씨변동 및 착륙에 대비해서 피뢰침 같은 것을 함께 만드는 편이 좋다.

사람 띄우는 것도 대중의 반대에 부딪칠 수 있다. 프랑스에서 처음 열기구를 띄울 때는 이카로스처럼 천벌받을 거라면서 아무도 타려 하지 않아서 사형수를 띄우려 했고, 사형수들조차 차라리 그냥 죽을란다 하며 거절하는 바람에 양과 소 같은 가축을 띄웠다고 한다. 우주선에 태운 최초의 생물이 개나 원숭이였던 걸 보면 미지에 대한 공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 하다. 게다가 종교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성직자들이 '피조물인 인간이 건방지게 신의 영역에 가려고 한다.'라고 들고 일어나면 종교재판에 끌려갈 위험이 아주 높다. 실제로 아프간을 장악한 종교 꼴통 탈레반들의 리즈시절에는, 애들이 장난감으로 하늘에 연을 띄우자 알라의 하늘을 더럽힌다는 이유로 애들 부모를 갈궜던 병맛나는 일도 있었다. 중세시대도 아니고 2차 대전 이후의 현대에서!

아, 그리고, 만약 마법사들 사이에 비행 마법이 존재한다면 열기구 개발은 최소한 군용으로는 당장 집어 치워라. 사실 판타지에서 비행 마법이 없는 작품이 더 찾기 어려울 정도이긴하다. 빗자루를 타건, 드래곤을 타건, 부유 마법을 쓰건, 날개 달린 수인족이건 판타지 세계에서는 하늘은 이미 인간에게 정복된 장소. 심지어 하늘을 나는 배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런 세계에서는 원시적인 열기구로 할 수 있는 군사적 활동은 비공하는 마법사가 훨씬 능수능란하게 잘 해낼 수 있다. 열기구가 마법사에 비해 가지는 이점은 "아무나 올라갈 수 있다" 뿐인데, 열기구 자체의 특성상 함대를 띄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한두 대 띄워서 정찰용으로만 쓸 수밖에 없다. 그럴 거면 마법사가 귀족급 인력인 세계관이라고 쳐도 마법사 한두 명 고용하는 게 싸게 먹힌다. 그런 세계관에서 하늘은 뒷동네 아저씨도 올라갈 수 있는 곳 정도밖에 안 되는 곳이다. 게다가 마법사가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다면 열기구 폭침은 일도 아닐 것이다. 다만 대량의 마법 능력이 없는 짐승, 화물이나 사람을 부유 마법이 필요없이 방향 조절 마법만으로 마력을 아껴 대량으로 수송할 수 있는 민수용 수송 체계라고 약을 팔면 마력이나 마석 등 마법 자원이 귀한 세계에서는 여전히 쓸모가 있을 것이다.

1.7.1. 항공기

당신이 우주항공공학유체역학을 전공했고 켈리 존슨처럼 항공기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풍부한 사람이라면, 간단한 글라이더(활공기) 제작 시도를 해 볼 수도 있다. 인류의 첫 "부유"는 열기구였지만, 이미 열기구가 등장했던 시기 이전부터 인류는 하늘을 "비행"하는 것을 넘보고 있었고, 이는 글라이더의 제작 및 비행으로도 이뤄지게 된다. 놀랍게도 글라이더의 최초 비행은 열기구의 최초 비행과 몇 년 차이가 안 난다! 기록상 겨우 66년. 글라이더에 (만약 가능하다면)지속적인 추력을 제공해줄 수 있는 적당한 무게의 엔진을 달면 동력비행기가 만들어진다. 축하한다. 당신은 플라이어 1호를 발명했다.

하지만 당신은 적절한 엔진을 찾지 못하는 시대에 떨어졌고, 기본적으로 동력항공기의 제작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하라. 대신 간단한 활공기 정도라면 충분히 만들어 띄울 수 있다. 극초기형 항공기부터 2차 세계 대전 초반부의 항공기까지, 목재는 항공기를 조립하는 데 사용된 최초의 재료 중 하나였다. 단단하지만 가벼운 대나무나 가문비나무, 자작나무로 날개보 프레임 구조를 만들고, 질긴 직조 천으로 프레임을 덮고, 활공에 적합한 지 대략적인 계산을 시도하라. 현대엔 풍동장치의 발달로 모형만 만든다면 어느 무게의 활공기가 몇 미터 높이에서 활강했을 때 몇 미터 날아가는 지 계산이 다 되지만, 여기에 그런 것이 어디 있겠는가? 손으로 계산하라. 굳이 콕핏 구조가 있는 기체보다 훨씬 더 간단한 구조인 행글라이더를 만드는 게 좋을 것이다.

처음 하늘을 활공했다면 자연스럽게 항공기술은 발전할 것이다. 라이트 형제의 최초의 비행에서 F-22의 초도비행까지 인류는 단 94년의 세월밖에 지내지 않았다. 어쩌면 그 세계의 마법과 합쳐져서 현대 항공기보다 훨씬 더 가볍고 날렵한 비행물체가 새로 연구될 지도 모른다. 글라이더를 만들었다면 당신은 그 세계 최고의 공학자로써 이름을 날리며, 어쩌면 국가 기밀로 취급될 정도의 거물이 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비행 마법이 있는 세계관에 떨어졌다면, 그냥 포기하는 게 편할 수도.아니면 그냥 화물 수송기 사업 정도를 하던지, 시속 100km/h의 벽을 넘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시작부터 그러진 못할 것도 뻔하니.[1]

1.8. 인쇄술

단순히 판화 수준으로도 충분하다. 만약 해당 지역에 종교가 있다면 더욱 좋다. 종교의 가호 아래 경전을 널리 펴는 작업도 할 수 있으며, 좀 더 나아가 알파벳 조합으로 인쇄를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다면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게 성공해서 종교의 비호를 받기 시작했다면, 오히려 종교의 이름을 앞세워서 더 빠르게 퍼뜨릴 수도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당시에 퍼져있는 신화나 우화 같은 것들을 엮어서 팔아도 재미는 쏠쏠할 것이다. 실제로 소설 등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은 방각본의 인기는 높았다.

유럽에서도 목판인쇄 기술이 있었음에도 사용되지 않았던 기간이 꽤 있었는데, 본인이 그런 세상에 떨어졌다면 금속 활자와 인쇄기를 이용하는 활판 인쇄기술을 발명해내는 것도 좋다. 동·서양의 인쇄기술을 비교했을 때 결정적인 차이점 중 하나가 바로 인쇄기 사용 유무이다. 인쇄기는 책을 대량으로 찍어 보급하려고 한다면 필수적일 것이다. 초기 인쇄기는 포도 압착기를 개조하여 만든 것이니 참고하도록 하자.

금속활자를 사용하는 인쇄기가 말은 쉬워보이지만 사실 결합해야하는 기술이 꽤 많고, 문화적 환경의 뒷받침도 필요한 물건이라 그런 부분을 알아둬야한다.

사실 문화적 환경의 뒷받침이 매우 중요한데, 한자처럼 글자가 수만 종류고 하나하나 뜻이 있는 식의 문자라면 국가가 각잡고 개발시도하는 것이 아니라면 절대 못 만든다. 이런 경우는 장사해먹고 살려면 목판 인쇄술에서 만족하는 수 밖에 없다. 사실 로마자를 쓰던 구덴베르크쪽도 정작 구텐베르크 본인은 인쇄기 개발하다가 빚더미에 앉아 파산하고 돈은 한푼도 못 번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술적은 측면에선 일단 잘 번지지 않는 잉크의 개발이 필요하다. 판화나 인쇄에 적합한 잉크는 펜이나 붓으로 쓰는 잉크와 전혀 다르게 매우 퍽퍽하다.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만들 당시 인쇄용 유성잉크도 개발했는데, 잉크는 예상외로 상당히 쉽다. 구텐베르크는 아마인유를 끓여서 그을음과 목탄가루를 섞어 만들었다. 하지만 아마인유를 구할 수 없는 곳이라면 다른 기름을 찾아봐야할 것이다. 참고로 아마인유는 건성유인데, 다른 건성유로는 마실유(대마씨), 동유(기름오동나무씨), 들기름이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책에서 들기름냄새가 나요!

금속활자 부분은 상당히 어려운 장벽일 수 있는데, 당장에 고려의 금속활자부터가 야금기술이 열악했기 때문에 유물이나 인쇄본을 봐도 글자가 삐뚤삐둘하고 알아보기 힘들다. 일단 고려의 금속활자는 밀랍으로 자형을 만들고, 점토로 거푸집을 만들고 거푸집을 구워서 밀랍을 빼내고, 밀랍이 빠진 자리에 청동을 부어 만들었다. 조선의 방식은 모래에 나무활자를 꾹 찍어서 거푸집을 만들고, 거기에 녹인 청동을 부어 만들었다. 구텐베르크의 방식은 철로 주형을 만든 다음 녹은 납과 주석의 합금을 부어 만들었다.

그리고 금속활자에 맞게 글씨체도 보기 좋게 개량해야한다. 필기체는 당대에 많이 쓰는 필기구에 적합한 형태가 되어 있어서, 일정한 공간 내에 일정한 굵기로 획이 그어져야하는 인쇄에는 적절하지 않은 형태일 수 있다. 당장에 그 유명한 고딕체[2]가 그런 이유로 개발된 서체다.

또한 구텐베르크보다 한 발 앞서서 연판(鉛版)도 만드는 것이 좋다. 활자를 맞춘 판에, 물에 적신 두꺼운 종이를 찍어서 글자 형태를 따낸 다음 그 위에 녹인 납을 뿌려 하나의 인쇄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활자판을 해체했는데 다시 인쇄해야할 일이 생길 경우 활자를 다시 맞출 필요 없이 연판으로 다시 찍으면 되며, 연판이 닳는다해도 종이로 만든 주형틀이 남아 있다면 또 연판을 다시 녹여서 똑같은 판을 다시 만들 수 있다. 활자판을 사용하지 않으니 활자의 수명도 늘어난다. 이 연판 기술의 아이디어는 1700년 즈음에 발명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구텐베르크의 직계 상속자들이 만들었다는 정황 증거도 있다.

어째서인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등한시 되었다는 낭설이 돌기도 하지만,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발명으로부터~마르틴 루터의 108개조 반박 사건 사이의 겨우 50여년 만에, 발명 이전까지 온 유럽에 '있던' 책보다 더 많은 수의 책이 발행되게 만들었을 정도[3]로 거대한 파급을 일으켰다. 종교 개혁이 인쇄술 덕에 널리 퍼졌다는 설명 때문에 '개신교가 인쇄술 때문에 퍼졌으니 가톨릭은 당연히 인쇄술을 싫어 했겠지' 라는 연상으로 착각한 것에서 나온 낭설인듯.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종교개혁보다 50년 정도 빠르며, 가톨릭은 인쇄술을 적극 활용했다. 구텐베르크 항목에 보면 알겠지만 쫄딱 망했던 구텐베르크가 그나마 회생할 수 있던 것은 당시 마인츠 주교가 그의 인쇄술에 대한 공로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구텐베르크 이후부터 마르틴 루터 이전까지 불과 60여년 사이 이미 가톨릭에서 독일어 번역본 성경을 18종이나 내놨으며, 성경 외에도 똑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행정 서식을 찍기에도 매우 좋았기 때문에 오히려 그쪽에서 더 많은 수요가 있었다. 문제는 그 행정 서식 문서 중 한 종류가 종교 개혁의 주요 떡밥 중 하나인 면죄부였다는 것(...).

마법으로 책을 복제할 수 있는 세계라면 수지타산을 잘 계산한 다음에 도전하자. 마법으로 책을 복제하지도 못한 현실 세계에서도 구텐베르크가 쫄딱 망한걸 보면, 가능한 판타지 세계에선 수지타산이 안 맞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다만 링컨의 일화에서 나오듯이 책은 19세기에도 비싼 물건이였다. 마법으로 책을 복제나 복사할 수 있어도 결국 중세 판타지라는 한계상 책은 여전히 고가일 가능성이 높으니 가능성은 있는 산업이다.

사실 인쇄술에서 가장 중요한것 중 하나가 종이다. 유럽의 경우 12세기에 가서야 종이가 전파되었다. 수력 제지 공장이 13세기에 등장하고 인쇄술이 개발된 뒤에도 책은 과거보단 싸졌지만 여전히 고가를 유지했다.[예] 사실 구텐베르크 이전에는 책은 아예 시장 거래되지 않았다라고 해야 맞다. 도서관이나 수도원 등에 필사 요청을 해서 주문제작하던지 책을 빌려서 직접 필사해 만드는게 보통이었다. 구텐베르크 이후에도 책을 구하려면 보통 인쇄소에 제작 의뢰를 해야 했으며, 주문이 충분히 쌓인 다음에야 조판과 인쇄를 시작했기 때문에, 운이 좋다면야 재고가 마침 있어서 돈만 내면 샀겠지만 운이 없다면 의뢰 하고도 몇달 몇주는 기다려야 했다. 이 몇달 몇주도 필사의 시대에 비해서는 훨씬 줄어든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책을 가득 쌓아놓고 파는 서점은 180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 인쇄소도 길드를 조직했기 때문에, 근대적 서점 사업을 하려고 해도 길드에게 소송 당해서 폐업 당할 가능성이 더 컸다. 한국만해도 1990년대에도 중고책이 꽤 가치 있게 거래되었고, 2000년대까지도 교과서를 물려주고는 했다. 책을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시대는 정말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

종이 생산량으로 보면 더 와닿는데, 1820년 영국의 종이 생산량은 12000톤 정도로 추산되는데, 2019년 한국의 종이 생산량은 약 1130만톤이다. 결국 인쇄술을 써먹을려면 종이나 그와 맞먹는 기록매체를 확보해야한다. 만일 종이가 아직 유입되지 않았거나 물량이 적다면 종이를 직접 만들어서 인쇄술과 함께 책을 복사하는 마법 같은건 애들 장난으로 뭉개버릴수 있을것이다. 화학 파트에 종이 제작법도 있으니 참조할 것. 종이가 아무리 비싸고 부족해도 동물 가죽으로 만들어야 하는 양피지보단 가격에서 항상 우위에 있다.

1.9. 스프링

중세말~산혁초기 시대까지의 철사를 만드는 법

바퀴 달린 물건에 판스프링을 달아주면 내구도가 압도적으로 올라간다. 기술이 조금 되는 곳이라면 코일스프링을 통해 온갖 물건에 완충장치를 달아줄 수 있다. 고무 타이어가 나오기 전 나무바퀴가 경량화되는 데에는 스프링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스프링을 만드는 법은 철사를 만드는 법에서 딱 두세 단계만 더하면 된다. 일단 위 영상을 보며 철사 뽑는 법을 알아 두자.
  1. 연질 금속(구리, 청동, 황동, 연철 등)을 단조[5]하여 최대한 길고 얇은 형상으로 만든다.
  2. 강한 금속(강철 등)으로 철사를 통과 시킬 구멍을 뚫은 판을 만든다.
  3. 판의 구멍에 달군 연질 금속을 통과 시켜 철사로 뽑는다.

참 쉽죠?

사실 공정의 원리는 둘째치고 저 뽑는 과정이 무지막지 힘과 노동력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또 금속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을 정도로 야금학이 발전하지 않았다면, 스프링과 철사는 구리나 청동으로만 만들어야해서 내구력이나 강도가 제한적일 수 있다. 실제로 근세 시대 유럽에서의 스프링은 주로 구리, 청동, 황동 등으로 만들어졌다.

하여간 스프링을 만들려면 저기서 딱 네 단계만 더 추가하면 된다.
  1. 뽑은 철사를 달군채로 막대에 스프링 형태로 감는다.(코일링)
  2. 스프링을 막대에서 빼서 식한다.
  3. 스프링을 달궜다가 식힌다.(템퍼링)
  4. 스프링을 달군 사철에 넣고 휘저어서 강화 연마하고 다시 식힌다.(쇼트피닝)
  5. 쇼트피닝까지만 해도 되지만, 다시 달궜다가 식히는 과정을 거쳐도 좋다.(2차 템퍼링)

현대에도, 금속 공학이 발전해서 더 정교하게 처리 가능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기본적인 공정 자체는 똑같다.

1.9.1. 태엽

스프링이 개발되었다면 이제 태엽을 만들어 보자. 장롱 만큼 큰 줄추시계를 탁상시계 사이즈로 줄일 수 있고, 본인이 손재주만 있다면 가라쿠리 같은 움직이는 인형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걸 잘만 만들어 낸다면 부자나 귀족들이 침을 흘리고 달려들 것이니, 당신은 레전드 장인이 되고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스프링이 아직 개발이 안 되었더라면 고래 수염과 같이 탄성이 큰 천연소재를 사용하는 것도 나름대로 대안이 될 수 있다. 대신 날씨에 민감하고 수시로 망가지므로 즉시 수리할 준비는 필수다.

1.10. 자전거

자전거는 상당히 혁신적이다! 다만 만드는 데 예상 외로 높은 주조 기술이 필요하며 구조도 나름대로 복잡하다. 그러니 대나무로 자전거를 만드는 방법을 익혀두는 것도 좋다. 그런데 체인 제조나 브레이크 철선의 고강도강 제조 기술, 브레이크와 타이어에 들어가는 고무는 어쩌지?

그냥 바퀴에 페달이 달린 목제 자전거 정도를 만드는 것이 좋을 것이다. 못 정도는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원시적인 자전거를 중세 시대에 보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지만. 중세시대의 개판인 도로에서 이런 자전거가 얼마나 버텨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고. 콘크리트를 개발해 도로부터 만드는 게 급선무일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무의미하지는 않은것이, 사람이 다리힘으로 바퀴를 굴릴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수많은 장점이 생긴다.

1.11. 잠수복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생전에 목제 잠수종과 기름 먹인 가죽으로 만든 방수복 등을 결합시킨 잠수복을 설계해 두었는데, 현대의 전문가들이 설계도를 분석해보고 실물을 복원해보니 약간의 구조적 문제점만 개량한다면 충분히 사용 가능한 물건임이 입증되었다. 물론 만들 재주가 없으면 안되겠지만.

일단 잠수복은 산소를 공급할 펌프와 같이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잠수복을 입고 작업을 할 수 있다. 펌프는 아주 간단하게 만들면 풀무와 비슷하며, 긴 호스를 만들 능력이 있다면 외장형으로 해서 따로 인부를 고용해서 펌프질을 하면 되므로 운용 자체는 어렵지 않다. 다만 현대의 잠수부처럼 호스의 제약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려면 고압을 견디는 용기로 만들어지는 산소통과 소형의 펌프 겸 조절기가 필요하므로 일단 만들기 쉬운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특히 압력 조절이 필수인데, 심해에서의 압력 차이는 어마어마하게 높기 때문에 압력조절을 위에서 해주지 않으면 산소관을 통해 잠수부가 육편이 되어 끔살당할 수 있다.

1.12. 재봉틀

재봉틀의 구조는 의외로 간단하다. 구멍이 있는 바늘에 꿰인 윗실이 천을 관통하면 밑에 있는 아랫실과 교차되면서 바늘이 다시 위로 돌아왔을 때 바느질이 완성된다. 이런 동작이 반복되는 것이 바로 재봉틀의 기본원리다. 일단 만들어 놓으면 없어서 못 팔 것이다. 우선 방적기와 방직기로 인해 실과 천의 공급이 원활해야 재봉틀도 팔리니 저것들을 먼저 만드는 것이 좋다. 능력이 된다면 다양한 종류의 노루발을 만들어 다양한 재봉법을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문제점이라면 재봉틀로 돈을 버는 건 그리 쉽지 만은 않다는 점이다. 왜냐면 구조가 워낙 간단하여 고장이 잘 안 나고, 고장이 난다고 해도 쉽사리 수리할 수 있다. 재봉틀 문서에 나와있듯이, 하나 만들면 100년 넘게 쓰는 것도 가능하니... 거기다 간단한 만큼 눈썰미가 괜찮은 사람이 뜯어보고 카피품을 만들어낼 확률도 미칠 듯이 높으니 이것만으로 돈을 버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1.13. 조면기

당신이 간 곳에 목화가 존재한다면 목화에서 목화씨를 빼내는 조면기는 매우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

목화 문서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목화에서 목화씨를 빼내는 일은 난이도가 높았고, 그 탓에 목화를 대량으로 키워 제품을 만들려면 어마어마한 노동력을 요구했으며, 목화에서 나오는 면직물은 비쌀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조면기를 사용하면 그 노동력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다.

기본적인 조면기는 12세기에도 나와 있었지만, 엘리 휘트니가 1794년에 발명한 조면기는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하면서도 효율은 이전의 조면기의 50배가 넘어갔다. 이런 것 하나만 있으면 떼돈을 벌 수 있을거다.

조면기의 구조는 톱날 모양의 이를 가진 원통과, 목화씨보다 약간 작은 홈이 나 있는 구조인데, 원통을 회전시키면 원통의 둘레에 박혀 있는 톱날 모양의 뾰족한 철사끝이 홈 위에 있는 목화의 섬유만을 홈을 통해서 밖으로 뽑아내고, 씨는 홈 위에 남는 구조로 되어 있다.

다만, 구조가 간단하다는 말은 복제하기도 쉽다는 의미니 내부구조는 잘 숨겨두자. 실제로 개발자인 엘리 휘트니도 발명해 놓고도 특허권을 제대로 사용 못해 별로 돈은 못 벌었다.

그리고 목화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조면기의 개발이 노동착취에 한 몫 더 하게 만든다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솜을 만드는 노동력을 줄여주는 기계가 노동착취에 한 몫 더 한다는 게 황당할 수도 있지만, '솜 생산량이 증가한다=솜을 천으로 바꿔야 하는 노동력이 늘어난다.'라는 연계가 되기 때문에 수요가 없다면 몰라도 의복은 산업혁명 이전까지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던 물건 중 하나기 때문에, 그 수요가 폭발하는 날에는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거리가 들어오는 수가 있다.

천 짜는 부분도 기계화 해서 노동력을 줄이려고 한다면, 이제 그 복잡한 기계가 고장이 날 경우 기계 속에 들어가 실시간으로 고칠 수 있는 작은 아이들을 당신이 부려먹어야 할 것이다. 즉, 밭에서 노예들이 채찍질당하고 공장에서 아이들이 밤새도록 착취당하는 사회가 되는 것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그러지 않는다면 당신의 경쟁자가 될 후발 주자들에게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것이다.

1.14. 지게

조선시대에 있던 그, 굵은 나뭇가지를 A 자 모양으로 엮어 새끼줄을 단 물건이면 충분하다. 한국인들 입장에서야 조선시대에 가난한 서민들이 쓰던 물건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세계적으로 보면 매우 드문 발명이었다. 현대에 군장에서도 쓰이는 가방의 단단한 프레임 자체가 조선을 방문한 서양인들이 지게를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물건이다. 대부분의 세계에서는 머리에 지는 동이, 이마에 끈을 묶어 지는 바구니, 프레임이 없는 배낭 등은 많이 만들었는데 이상할 정도로 등에 프레임이 닿는 배낭은 안 만들었다.

하여간 숙련된 짐꾼이면 프레임이 있는 배낭으로 100kg 이 넘는 물건을 어렵지 않게 나를 수 있다. 말과 낙타도 피로하지 않게 나를 수 있는 무게가 200kg 이하인걸 생각해보면, 사람이 이렇게 물건을 나를 수 있다는건 엄청난 효용을 가진다. 더군다나 말, 낙타, 소 등 짐승은 산비탈 같은 곳은 쉽게 못 다니는걸 생각하면 더욱 상당한 효용을 보일 것이다. 군대에 도입하면 군인 하나마다 20kg~30kg 이 넘는 군장을 피로하지 않게 가지고 다니며 행군 할 수 있다.

1.15. 철조망

철조망은 방범용으로 최적인 물건으로, 어느 정도의 철강 기술만 있다면 만들기도 간편하다. 당장 조금 강한 철사를 만들어 짧은 철사를 꼬아서 삐죽하게 튀어나오게 한 후 원시적인 열처리를 하면 된다.

만들기는 간편해도 효과는 확실하다. 과거에는 백병전이 대세였기 때문에 철조망으로 진지를 구축하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망했어요. 당장 투석기나 대포를 동원하지 않으면 철조망 제거에 애를 먹게 된다. 현대전에서조차 철조망을 제대로 깔면 전차가 진입을 못할 정도이니 적군을 막고 진지를 구축하는 것에 있어서 훌륭한 도구가 될 것이다. 여기에 똥같은걸 묻히면? 의학 부분을 보고 오면 묻히고 싶어질 것이다.

다만, 철조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철사를 대량생산할 시설은 있어야 한다. 애초에 소모량이 많고 수시로 보수해야 하며, 대량으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능력이 없는데 철조망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가시나무나 철질려 같은 대체수단을 쓰자.

사실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기사들이 날뛰는 중세시대 전쟁터라면 철조망의 효율이 그렇게 좋진 못 할 수도 있다. 애초에 철조망을 만들 정도로 좋은 양질의 철은 중세시대 레벨이면 매우 귀한편에 속하며, 그 귀한 철로 만든 철조망도 한번 휘어지고 끊어지면 그냥 소모되어 버리고 끝난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중세 시대에는 작고 튼튼하고 길가에 뿌려뒀다 사용이 끝나면 다시 주워서 재활용하기도 편한 마름쇠가 적군의 진입을 방해하는 수단으로 유행했었다.

1.16.

톱은 도끼에 비해서 벌목할 때 필요한 근력도 적고(약한 사람이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도끼보단 쉽다.), 벌목도 더 빠르게 할 수 있다. 또한 가구를 만들기 위해 목재를 가공 할 때도 도끼 따위보다 훨씬 쉽고 능률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혁신적인 공구이다. 만드는 법도 매우 간단하다. 경도가 높은 강철로 만든 얇은 판의 한쪽을 톱니 모양으로 만든 뒤 날카롭게 갈면 된다. 참 쉽죠? 물론 말이 쉽다는 거지 막상 해보면 엄청 어렵다. 일정한 크기의 톱니모양을 내는 것부터가 어려우니, 당시의 손재주 좋은 기술자들의 손을 빌려보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톱날을 만들 때 조금씩 좌우로 어긋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날어김' 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톱질할 때 톱밥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않아 톱이 목재에 박히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1.17. 탈곡기

곡물를 추수하면 이삭에서 알곡을 떼내야 하는데, 전근대에는 고대 이집트 시절부터 18세기까지도 도리깨로 쳐서 탈곡을 했다. 이 과정은 어마어마한 노동력이 소모되었기 때문에 추수하고서도 탈곡을 못해서, 추수한 곡물을 단으로 묶은 다음 노적가리로 길바닥 등에 쌓아둬야 했다. 당연히 이렇게 방치된 곡물은 동물이나 새들이 먹기도 했고 상하기도 쉬웠다.

이런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간단한 발명품으로 훌테가 있다. 영어로는 heckle 이라고 한다. 그냥 쇠로 만든 빗 같은걸 적당한 높이로 고정대에 고정 시키면 된다. 빗모양으로 쇠 만들기조차 어렵다면 나무토막에 쇠못을 빽빽하게 박아서 빗처럼 만들어도 된다. 그리고 곡식의 낱알이 있는 머리를 이 빗으로 쓸게 하면 끝. 너무 간단해서 고대에서부터 썼어도 이상하지 않아 보이는데 18세기 발명품이다. 조선시대에 훌테가 들어왔을 때는 아녀자도 다섯명분의 탈곡을 할 수 있다고 좋아했다.

근대 시대의 발명품이지만, 족답식 탈곡기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우선 철이든 나무든 원통을 만든다. 그 다음 못을 박아 V자형으로 휘게 하든 V자형으로 만든 두꺼운 철사든 원통의 표면에 한 줄씩 어긋나게 박는다(급치). 그 다음 원통의 양 옆에 톱니바퀴를 달고 톱니나 체인으로 연결해 페달로 회전하게 만들면 이게 족답식 탈곡기다. 회전통이 돌아가게 하면서 회전통 위에 이삭을 접근시키면 알곡이 급치에 걸려 이삭과 분리된다. 더 편하게 하자면 회전통의 동력을 인력 대신 수차와 풍차로 하게 만들면 된다. 놀라운 사실이지만 21세기 지구에서 아직도 개발도상국의 농촌에서는 고대처럼 도리깨를 쓰는 곳, 심지어 그보다도 더 원시적으로 가축이 곡식단 위를 이리저리 걸어다니며 탈곡이 되게 하는 방식을 쓰는 곳이 상당히 있으며, 이 족답식 탈곡기에 대한 보급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1.17.1. 도정기

곡물을 탈곡했다면 이제 껍질을 벗겨야하는데, 예전에는 절구로 찧어서 도정을 하였는데, 현대 도정기의 원리를 적용하면 더욱 효율적으로 도정을 할 수 있다. 구조는 간단하다. 두 개의 롤러를 회전하게 만든 뒤 그 틈에 도정할 곡물을 넣으면 된다.

문제점은 어떻게도 해도 낟알마다 크기가 다 같을 순 없으니 껍질이 벗겨지지 않은 것도 많이 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최대한 도정이 많이 되도록 롤러와 롤러의 위치를 적절히 조정해야 하고, 롤러도 거친 표면을 가진 숫돌을 깎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곡물을 도정하면서 생기는 영양소의 손실도 고려해야 한다. 만약 그 도정 과정에서 떨어지는게 비타민 같은 필수 영양소이고, 사람들이 곡물 위주에 반찬을 적게 먹는 문화권이라면 십중팔구는 각기병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

2. 관련 문서



[1] 이런 세계관의 대표적인 예로 현대의 1~2차 세계 대전 시대가 모티브이지만, 비행 마도구만 있으면 몸만 가지고도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어 비행기 따윈 코빼기도 찾아볼 수 없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유녀전기 시리즈가 있다.[2] 서구에서 산세리프라고 부르는 서체 말고, 블랙 레터라고도 부르는 필기체를 모방한 활자체를 말한다.[3] 인쇄술 이전까지 유럽에 있던 책은 10만권으로 추산되는데, 인쇄술 발명 이후 50년간 1500만권의 책이 발행된 것으로 추산된다. 1년 평균 30만권으로, 4달마다 10만권, 즉 인쇄술 개발 이전의 책의 수 만큼의 책이 발행된 것이다.[예] 1628년 영국 기준 성경 1권은 183파운드 금화로, 일반인 농부는 몇 세대에 걸쳐 돈을 모아야 살만한 가격이었다. 1604년 발간된 돈키호테 종이 코덱스 1권의 정가는 290.5 마라베디 은화였다.[5] 쇠를 두드려서 얇게 핌. 녹여서 굳히는 주조로는 표면장력 때문에 길고 가는 형상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