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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12-10 22:03:55

은여우 춘하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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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sd 긴타로.png은여우파일:sd 하루.png
등장인물 신의 사자 등장 종교시설 설정 발매 현황 소설 애니메이션
은여우 춘하추동
ぎんぎつね 春夏秋冬
파일:은여우 소설판.jpg
장르 일상, 판타지, 치유
작가 나나오
원작 오치아이 사요리
출판사 파일:일본 국기.svg 점프 제이 북스
레이블 파일:일본 국기.svg 점프 제이 북스
발매일 파일:일본 국기.svg 2013년 11월 19일
파일:대한민국 국기.svg 미정
단행본 권수 파일:일본 국기.svg 1권 (2013. 11. 19. 完)
파일:대한민국 국기.svg 미정

1. 개요2. 특징3. 줄거리
3.1. 여름 밤, 사당의 목소리3.2. 가을 축제의 저녁3.3. 변덕쟁이 여우와 가을 하늘3.4. 성야의 늑대
4. 등장인물
4.1. 여름 밤, 사당의 목소리4.2. 가을 축제의 저녁4.3. 변덕쟁이 여우와 가을 하늘4.4. 성야의 늑대
5. 설정6.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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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일본의 일상 만화 은여우의 소설판 외전이다. 2013년 경 은여우의 애니메이션 방영 기념으로 출시 된 책으로 본 도서가 출시 되었을 당시 단행본은 10권까지 나온 상태다보니 책 내부에도 10권과 애니화 소식을 홍보하는 내용이 실려있다.

1권으로 완결 된 단편 이야기 4개를 수록한 소설로 중간마다 삽화가 존재한다. 하지만 본편과 다르게 국내에는 정발되지 않아 책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2. 특징

소설 단행본의 경우 책의 구성이 만화책 단행본과 거의 유사하게 나왔다. 반투명한 종이에 은여우의 로고가 새겨져 있는 첫 페이지를 시작으로 등장인물 소개 페이지의 경우 만화책에 있던 사진들을 거의 그대로 재사용 했다.

또한 맨 끝에 작가의 말이 담긴 보너스 만화까지 수록된 점도 동일하다.

스토리의 경우 전체적인 평가는 본편과 같은 일상 분위기를 헤치지 않은 원작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는 일종의 외전이라고 한다.

3. 줄거리

3.1. 여름 밤, 사당의 목소리

시작은 카미오 사토루, 코스기 나나미를 포함한 검도부원들이 여름 방학 도중 있던 합숙 날 오두막 집 안에서 서로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 된다. 당시는 합숙의 마지막 날이었고 매년 여름 방학마다 검도부의 연례 행사로 이어졌던 합숙이라고 설명된다.

담력 시험을 위해 친구들과 함께 산에 올라갔다가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이쪽으로 오라는 듯 유혹하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 목소리를 따라 갔다가 정신을 차리니 산길에서 벗어나고 바로 절벽 앞에서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는 무서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사토루는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지만 나나미는 무섭다며 소리를 지른다. 그러던 도중 타이스케는 슬슬 담력훈련을 시작하자며 오두막 뒷쪽 길을 통해 사당으로 쭉 올라가 쪽지를 두고오면 된다고 말하지만 코스기는 조금 전 들었던 괴담과 너무 겹쳐보여 겁에 질린다. 그러자 타이스케는 오두막의 주인에게 이 주변에 무서운 일이 있나 물어봤고 그렇게 듣게 된 이야기가 조금 전의 그 괴담이라고 답한다. 이에 나나미는 실제로 있던 일이었냐며 더더욱 불안에 휩쌓인다.

코스기는 작년 여름에 있던 합숙 때의 트라우마를 떠올리는데 그 당시에도 밤 속 산 길을 걷는 담력 훈련이 이어졌었다고 한다. 다만 그때는 자신과 함께 같은 조가 되었던 것이 지금은 졸업한 엄격했던 3학년 선배였기에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또 다시 밤의 산속으로 담력 훈련을 가야한다는 생각에 큰 걱정에 휩싸였고 번호 순서대로 출발하기로 하였다. 다만 나나미가 뽑은 번호는 13번 가장 마지막 순서였고 사토루와 같은 조가 되었다. 결국 1번 페어부터 출발을 시작했는데 3학년끼리 조를 짜고 들어갔던 1번 페어는 별 문제 없이 돌아왔지만 정말로 사당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반응한다.

그런 말을 들은 사토루는 선배들이 겁을 주려는 것이라 생각하고 별 이상 없이 넘겼지만 나나미는 전혀 그렇지 않았고 결국 12번 페어까지 전부 끝내고 마지막 13번 페어가 남았다. 마지막 조는 1~12번 페어가 두고왔던 종이를 전부 회수해 와야 했기 때문에 중도 포기가 불가능했고 결국 둘은 산속으로 들어간다.

둘은 산속을 걷기 시작했지만 나나미는 사소한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겁에 질렸지만 사토루는 슬슬 그런 나나미의 반응이 짜증났는지 별거 아니라고 말하며 넘어간다. 그러던 도중 사토루의 귓가에 "이쪽으로 와"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에 사토루는 잠시 멈춰 서고 나나미에게 무슨 소리가 들려오지 않냐고 묻는다.

그러자 나나미는 정말로 겁에 질린 채 장난치지 말라고 반응하며 아예 사토루에게 귀신을 볼 수 있다거나 하는건 아니냐고 묻기까지 한다. 사토루는 이에 사당을 생각해보고 어쩌면 그곳을 지키고 있는 신의 사자라 판단하여 사당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사당으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목소리는 점점 들려오고 심지어는 신의 사자의 목소리라고 판단 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안을 가지지 않은 나나미의 귓가에도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결국 뭔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미 사당에 도착한 뒤였고 사토루는 나나미에게 돌 밑에 끼워진 종이들을 회수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은 사당의 석상을 확인하는데 긴 시간 이끼가 끼고 여기저기 파손되어 원형을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석상은 분명히 원숭이의 모습을 하고있었다. 본래는 5개의 석상이 존재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1개만 남았다고 한다.

한편 나나미는 더이상 이런 곳에 오래 있기 싫다며 서둘러 종이를 회수하기 시작했지만 그 순간 바람이 불어오더니 회수하던 종이들이 전부 날아가 버린다. 손전등을 바닥에 비춘 채로 주변을 둘러보며 종이를 찾았지만 4번 종이만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도중 또 다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는데 목소리는 사당이 아닌 산 속에서 들려오기 시작한다.

신의 사자의 목소리로 추정 되는 목소리는 자신이 날아간 종이의 위치를 알려주겠다며 따라오라고 했고 이에 사토루는 별 의심 없이 목소리를 따라가기 시작한다. 그러자 나나미는 혼자 남기 싫어 그런 사토루를 따라가지만 아무리 걷기 시작해도 좀처럼 종이는 나오지 않았고 점점 사당에서 멀어지는 기분이 들어왔다.

사토루 역시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 까지 종이가 날아왔을 것인가 하고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문뜩 나나미도 그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안을 가지지 않은 인간은 보통 신의 사자의 모습이나 목소리를 인식할 수 없던 것을 생각했고, 더군다나 신의 사자라고 생각했지만 목소리만 들었을 뿐 한번도 모습을 본 적 없기 때문에 당장 목소리를 건네는 상대방의 정체가 신의 사자라고 확신하기에도 증거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사토루는 "신의 사자라면.... 모습을 보여 주십시오...."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지만[1] 상대방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나나미는 그냥 돌아가자고 말한다. 하지만 신의 사자로 추정 되던 그 목소리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사토루는 귀신이나 유령은 TV나 들려오는 이야기로 만들어진 허구의 존재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슬슬 지금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닫고 괴담은 진실이었던 것인가 하고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또한 사토루는 조금 전 보고 왔던 사당이 오랜 시간 방치되어 참배객도 존재하지 않을 법한 비주얼이었던 것이 떠올랐고 바위를 세우자마자 타이밍 좋게 종이가 날아갔던 것을 떠올리고 자신들을 방치한 인간들을 원망하는 신이나 신의 사자의 소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된다면 굉장히 위험했기 때문.

사토루는 어쩌면 상대방이 신의 사자가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을 확신했고 반대 방향으로 달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에 나나미는 깜짝 놀라 다시 달리기 시작했는데 그때 사토루의 귓가에는 점점 매달리는 듯한 슬픈 목소리로 가지 말라는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때 오른 발목이 무언가에 붙잡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사토루는 발목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작고 털이 난 손이었다. 그리고 그 손에 쭉 끌려 사토루는 몇 걸음 물러났다. 또한 밟고 있던 곳은 이끼 낀 바위였다. 나무나 풀 때문에 그대로 땅이 이어져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암반으로 되어있었다.

사토루는 급히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존재를 바라보았는데 보인 것은 한순간이었다. 어린아이 정도의 그림자가 날아들 듯 삼나무 줄기 뒤로 숨었다. 긴 소매가 움츠러드는 것을 잊은 듯 나무 그림자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낯을 가리는 아이가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행동 그대로였다. 도저히 사악한 무엇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사토루는 그제서야 상대방이 신의 사자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토루는 무릎에서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 다시 사토루의 귀에 그쪽으로 가지 말라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사토루를 따라오던 나나미는 그대로 달려가다가 균형을 잃고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그대로 골짜기 바닥으로 떨어지는 듯 했지만 발을 헛디딘 나나미의 몸은 바로 아래쪽에 막 튀어나온 둑에 멈춰 있었다. 손을 뻗으면 조금 전 까지 서있던 경사면에 닿을 정도의 낙차였다.

나나미는 지금 이 상황이 완전 괴담 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냐고 외쳤다. 사토루는 그때 문득 어째서 나나미에게도 목소리가 들렸는지 의문을 품었고 나무 뒤에 숨어있던 신의 사자에게 저 사당의 신의 사자냐고 물었다. 그러자 상대방은 자신들에 대해서 아냐고 되물었다. 사토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신사의 후계자이기 때문에 신의 사자를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신의 사자는 조금 전에는 무섭게 해서 미안했다고 사과하며 자신들은 계속 이 산에 들어가는 인간을 도와주라고 신이 그러라고 했는데 길을 안내하면 다들 왠지 무서워 한다고 답했다.

이에 사토루는 텐푸쿠지에서 있던 후우와 후쿠가 일으켰던 소동을 떠올리며 어찌보면 유령의 장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오해를 풀었던 사토루는 신의 사자에게 저기 떨어져 있는 친구를 구할 방법을 알려달라고 말한다. 이에 신의 사자는 기쁜 듯이 알겠다고 말하며 얼굴을 드러내는데 천진난만한 얼굴을 한 원숭이의 신의 사자였다. 물론 직후 다시 부끄럽다며 나무 뒤로 숨었다. 그리고 목소리를 통해 나나미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사토루는 나나미에게 빠져나오는 길을 알려줬지만 이미 괴담에서 들었던 일과 지금 일어난 일을 완전히 겹쳐 보고 패닉에 빠진 나나미는 멀쩡한 판단력을 상실하고 갑자기 뛰던 사토루가 차분하게 자신에게 안전한 곳을 찾았으니 그쪽으로 착지하라는 말을 듣고는 귀신에 홀렸다고 생각했다.[2] 결국 사토루가 직접 가겠다고 말했지만 이번에도 나나미는 사토루가 홀린 것 같다고 외치며 오지말라고 소리친다.

이에 사토루는 어이가 없어서 혼자 돌아갈까 싶었지만 원숭이의 신의 사자는 사토루의 옷을 잡아당기며 4번 종이가 떨어진 곳을 알려주었다. 사토루는 감사합니다 라며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가르쳐 준 곳, 둑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나나미는 점점 사토루가 다가오자 들었던 괴담의 내용 중 나뭇가지로 오른쪽 어깨를 툭툭 치면 정신을 차릴 수 있다는 부분이 떠올라 나뭇가지를 잡는다. 그러면서도 사토루가 귀신에게 당했다는걸 알게 되면 자신과 마코토에게 다가갈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고 용기를 내기 시작한다.[3]

이어서 나나미는 악령퇴산!이라고 외치며(...) 사토루의 어깨를 향해 나뭇가지를 휘두른다. 빗나가긴 했지만 코스기는 제대로 맞았다고 착각하고는 사토루에게 방금 전까지 홀렸었다고 외친다. 이에 사토루는 홀리지 않았다고 답한다. 그러자 나나미는 분명 홀린게 맞다며 사토루가 생기 없는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다며 악령의 표정 그 자체라고 주장한다.

그러자 사토루는 짜증내며 시간 없으니 적당히 하고 돌아가자고 말하며 나나미에게 4번이 적힌 종이를 보여준다. 그리고 귀신이 벼랑 끝 까지 사람을 유혹한다는 것은 거짓이었고 자신들은 제대로 찾아 온 것이니 이제 돌아가자고 말한다. 그리고 손전등으로 주변을 비춰보니 돌로 만들어진 계단이 있었고 어두워서 주변을 돌아볼 타이밍이 없기에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나나미도 제대로 구조되고 나나미는 내려가려던 순간 사토루는 나나미의 어깨를 잡고는 제대로 참배하고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나미는 사토루를 억지로 끌고 강제로 하산시켰고 오두막에 도착했다. 뒤늦게 도착한 나나미와 사토루를 본 타이스케는 둘 다 진흙 투성이라고 놀란다. 나나미는 검도부원들 앞에서 사토루가 홀렸었다며 자신들은 귀신을 봤다고 외치지만 사토루는 잘못 들었던 것이고 자신은 홀리지 않았다고 부정한다.

또한 타이스케 역시 오두막의 관리인이 그러길 이곳은 위험한 곳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큰 사고는 거의 난 적이 없었다고 답한다. 그리고 거기에 덧 붙여 사토루 역시 신사에서 귀신은 나오지 않는다고 답했다. 토리이 앞에서는 신역이고 청정한 곳이니 정말 악령 같은 것이 있다면 신사는 어떻게 보면 가장 안전한 장소이며 무서워하는게 잘못 된거이라고 말한다. 경내에 묘지가 있을 일도 없고, 있어도 조령사에서 조상을 모시는 법이라고. 그렇기에 설령 들려왔다고 해도 그 목소리를 무서워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자 나나미는 그럼 자신은 작년부터 지금까지 있을 수 없는 공포에 질려있었것이냐며 그런 건 출발 전에 말을 했어야 했다고 소리친다.
사토루는 그런 나나미를 무시하고 예전부터 이곳에 괴담으로 남아있던 들려오는 목소리는 산에 온 인간이 무사히 내려갈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고 있는 신의 사자의 목소리였다는 것을 생각한다. 그렇기에 인간에게 게시할 어떤 힘이 신의 사자에게 갖추어져 있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고 독백한다. 그리고 만일 신의 사자가 없었다면 자신들은 벼랑 끝에서 사고를 당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당은 이미 손질이 많이 안된 것 같았고, 겨우 산길만 남아 있을 뿐 저 사당에 참배하러 오는 인간은 분명 끊긴 지 오래지 않았을까 하고, 사토루는 하나만 남아있던 작은 원숭이 석상을 떠올리고 있었다. 다른 신의 사자들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사토루는 알 길이 없다. 분명 처음에는 산에 들어가는 인간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마주하는 신이었을 것이다. 그 심부름꾼으로 원숭이 석상도 나열되었다. 하지만 어느새 산일을 하는 사람도 줄어들어 버렸고 그래도 그 신사는 찾아온 인간을 도우려고 하고 있었다. 참배하는 사람이 없어진 후에도 단 한 기둥이 되어버리고 나서도, 사람이 자신을 잊어버리고나서도 계속.

그때 타이스케는 슬슬 불꽃 놀이를 시작해보자고 말한다. 부원들은 뒷편 산길에서 불꽃이 놓여있는 곳 까지 되돌아갔다. 비 냄새를 품은 바람은 멀어지고 대신 산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내려왔다. 어두운 야간에 가라앉은 산길은 더 이상 무서운 인상을 받지 못했다. 사토루는 제대로 참배하지 못한 것을 사과하고 나서 가슴속으로 감사 인사를 하며 내년에 또 오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중얼거리자 바로 근처에서 기쁜 웃음소리가 났다. 그 순간 누군가가 옆구리를 때리는 감각이 느껴졌고 나나미는 사토루에게 뭐가 웃기냐며 별 일 아니라고 말하더니 갑자기 달렸던 것에 대해서 따지기 시작한다. 비틀거리던 자세를 바로잡고 사토루는 지긋지긋한 얼굴로 코스기를 바라본다. 그러다가 문득 정색을 하며 나나미의 오른쪽 어깨에 무언가가 있다고 말한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사토루의 말에 나나미는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나나미가 사토루에게 했던 말을 주고받는 것을 하얀 옷 차림의 나무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신의 사자는 방긋 웃는 얼굴로 다시 산속으로 달려가며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3.2. 가을 축제의 저녁

이야기의 시점은 9월 중순이라고 언급되고 아직 후나바시 히와코키리시마 세시로가 학생회에 소속되어있을 시기이기에 33화[4]와 34화[5]의 사이로 확정되는 분위기다.

마코토와 친구들이 사에키 신사에서 벌이는 여우 축제를 위한 연극을 준비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처형인 무라카미 잔조의 공연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사토루가 본의 아니게 젊은 잔조의 역할을 맡게 되며 의외의 인물이 재등장한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저녁 식사를 마친 뒤 타츠오는 사토루와 마코토에게 연극에 대해서 얘기를 꺼낸다. 가을 여우 축제 때문에 우지코 분들과 모여 얘기를 나눴지만 매년 연극을 맡아줬던 연극 동아리였던 모리 씨와 슌야 군도 올해는 이미 대학 졸업을 했기 때문에 극을 부탁할 수가 없고 후배한테 말해볼까 제의해 준 것 같은데 본인은 사회인이고 일이 있는 신세가 되어서 후배 동아리 애들한테 부탁하는 것도 미안하다고 하다고 했다고 답한다.

그러자 작년에 있던 일을 모르는 사토루는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이에 마코토는 자신의 집은 매년 봄, 가을마다 지역 사람들이 올 수 있는 여우 축제라는 것을 진행하고 있으며 벼룩 시장 같은 것을 열게 된다고 말한다. 물론 쇼바이대사 수준의 규모는 아니라고.

결국 타츠오의 부탁은 그런 연극 인원을 마코토의 학교 친구들 중에서 해 줄 사람이 없는지 묻는 것이었고 마코토는 알았다며 내일 유미나 히와코를 비롯한 친구들에게 물어보겠다고 긍정적으로 답한다. 사토루는 일이 귀찮아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차마 기대에 부푼 타츠오의 얼굴을 보며 거절 할 수 없었기에 알았다고 대답했다.

다음날 학교에 간 마코토는 유미히와코를 만나서 연극 얘기를 했다. 유미는 바로 좋다고 대답했고 히와코도 좋지만 연극은 막상 해본적이 없다며 약간은 걱정에 휩싸인 대답을 했다. 이에 마코토는 자신 역시 초보라며 히와코를 안심 시키고 둘의 동의를 받아내는데 성공한다.

한편 사토루는 방과 후 검도부 동아리 실에서 키누가와 타이스케에게 말을 건네 연극 얘기를 꺼냈다. 타이스케는 연극 얘기를 듣자 자신은 전혀 경험이 없지만 왠지 재밌을 것 같다며 흔쾌히 참가하겠다고 답한다. 그러던 도중 나나미가 다가오더니 연극에서 마코토가 나오냐고 묻는다. 사토루는 짜증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찌푸리며 짧게 대답했다. 사토루는 이것 역시 예측은 되어있던 사태였고 당장의 인원 수도 부족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나미 역시 영입했다. 그리고 타이스케는 몇 명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사토루는 글쎄요 하고 대답했지만 타이스케는 그 순간 에토를 불러 세우며 연극에 좀 나오라고 권한다.

동시에 엄격한 선배인 에토의 이름을 부르자 사토루와 나나미 둘다 표정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한편 같은 시각 학생회 실에서는 히와코가 다른 학생회 멤버들에게 연극에 필요한 인원을 채우기 위해 얘기를 꺼낸 상황이었다. 그러자 연극 얘기를 듣자마자 키리시마 세시로는 히와코가 연극에서 주역 공주 역을 맡는 줄 알고 흥분하며 반드시 가겠다고 답한다. 히와코는 아무도 공주 역이라고 하지 않았다고 외치고 세시로의 반응을 보며 얘기를 꺼낸 것을 조금은 후회 했다.

세시로는 또 신사냐고 반응하며 그래도 지난번에[6] 그곳에 갔을 때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잠깐 머뭇거리다가 다른 학생회 멤버들에게 전부 연극을 도와주는 스태프로 참가하라고 명령한다. 미즈호는 자신도 해보고 싶다고 말하며 아무런 반발 없이 긍정했고 요타는 좀 당황했지만 이윽고 수긍했다. 유타카의 경우 세시로가 그를 부르며 꼭 참가하라고 말했고 이에 귀찮다는 듯이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하루 아침에 연극을 진행할 스태프들을 전부 갖추게 되었다. 다음 날, 그 당시에는 토요일이었고 다른 연극에 참가하는 학생들과 함께 연습이나 의논을 위해 사에키 신사에서 모이기로 했던 날 이었다. 마코토는 3학년 선배나 학생회 등 예상치 못한 멤버의 구성에 황급히 인사를 하고 고개를 숙였다.

또한 타이스케는 연극이라면 쓸 수 있을까 싶어서 연극부 부장도 끌고와봤다고 말했다. 연극부 부장은 3학년의 하기노라는 남학생 선배였고 각본이 아직 미완이라고 들었기에 한번 짜왔다고 말하며 다들 동그랗게 둘러 앉아 하기노가 써온 대본을 곰곰히 읽게 되었다. 연극의 내용은 다름이 아닌 사토루를 왕자 역할로 배정하고 악의 삼총사와 싸운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당황하고 나나미는 사토루가 주역인거냐며 반발한다. 그러자 하기노는 평소에도 왕자라고 불렸는데 상관없지 않냐고 답한다. 타이스케는 확실히 알기 쉬운 스토리라 아이들이나 노인들도 보기 좋을 것 같다고 답한다. 또한 하기노는 악의 삼총사는 검도부원들에게 부탁하겠다고 말하며 에토를 지목한다.

하기노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여러가지 소품 준비 시간이 없었는데 마침 중세 판타지 풍의 복장은 연극부 동아리실에 구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며 커다란 가방에서 왕자가 입을 옷을 꺼내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복장의 디자인은 어깨에 금수술이 달라붙은 재킷과 붉은 장식, 푸른 호박 팬츠에 흰 타이즈였고 사토루는 크게 당황했다.

나나미는 무대 복장을 보자마자 주역이 되고싶다는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세시로는 사토루가 왕자면 자신이 왕 역할을 하겠다고 외쳤다. 그러자 하기노는 그런 역할은 없다고 세시로를 무시한다. 동시에 사토루는 절대로 입지 않을 것이라며 애초에 신사에서 진행하는 공연인데 일본 설화나 신화가 아니면 이상할거라고 외친다.

하기노는 그 말 역시 맞다며 이전에 연극부에서 진행했던 공연 중에서 일본적인 스토리가 있었을 것이라며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렇게 고사기나 일본서기의 유명한 에피소드들 몇 개를 들어 보았지만 어느 것도 극에는 적합하지 않아 다들 시큰둥 했다. 방안도 나오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렀고, 타이스케는 오늘은 일단 해산하고 다음에 각자 생각해오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다. 결국 극의 진행은 무산되었고 그 날은 다들 그렇게 해산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평소 일과를 마친 타츠오는 앞치마를 벗고 거실로 TV를 보러 나왔다. TV에서 하고있던 것은 평소와 같은 처형인 무라카미 잔조였다. 거실에는 백지를 앞에 두고 팔짱을 끼고 있는 마코토와 마찬가지로 생각중인 얼굴로 굳어져 있는 사토루,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TV를 보고 있던 긴타로와 사토루의 옆에서 종이를 들여다보고 있는 하루가 있었다.

타츠오는 연극은 잘 되고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러나 마코토는 잘 진행되지 않았다고 답했고 사토루 역시 그래도 신사에서 하는 것인 만큼 일본적인 공연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타츠오는 딱히 상관없다고 대답해줬고 그러던 도중 마코토는 우연히 TV에서 나오는 잔조의 모습을 보고 연극의 주제로 처형인 무라카미 잔조를 해보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다. 타츠오도 사극이라면 신사 분위기에도 맞을 것 같고 칼 싸움 장면 역시 사토루를 비롯한 검도부원들이 있으니 잘 해결 될 것 같다고 답한다. 또한 스토리도 명쾌하고 폭 넓은 층에게 인기가 많으니 어떤 세대의 관객들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며 마코토의 의견에 찬성했다.

사토루는 처음에 잔조를 보고 의아했지만 이렇게 된다면 적어도 잔조와 이미지가 전혀 다른 자신은 아마 단역 정도를 맡게 될 수 있으니 주역을 맡게 되었던 초안보다는 부담이 덜 할 것이라 생각하여 자신 역시 찬성했다. 그러자 마코토는 잔조 역할은 사토루가 맡아달라고 답한다. 사토루의 만류에도 마코토와 타츠오는 잔조의 역할을 사토루에게 부탁했고 의상이라면 아는 업자에게 대여할 수 있다며 타츠오는 좋아했다. 스토리는 젊은 날의 잔조[7]를 다루는 연극으로 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던 도중 자다가 막 깨어난 긴타로는 연극에서 잔조 얘기가 나오자 잔조를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하루 역시 이런 아저씨보다 사토루가 훨씬 멋있다며 연극을 한다면 무조건 주역은 사토루가 해야한다고 말해버렸다. 사토루는 자신이 주역을 하려고 하지 않을 수록 결국 주역 자리를 맡게 된다는 현실에 어쩔 수 없이 수긍해버렸다.

마코토는 어젯밤 번뜩였던 아이디어를, 연극 부장 하기노에게 전했다. 검도부는 연습이 있기 때문에, 방과 후에 모여 있는 것은 그 외의 멤버가 되었고, 장소는 회장의 권한으로 학생회실이 제공되었다. 하기노는 좋은 아이디어라며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타이핑을 시작했고 학생회실의 프린터기를 통해서 종이 하나를 출력해 보여줬다. 그것은 젊은 잔조의 줄거리였고 아직 각본 형태는 아니지만 대사나 행동이 이해하기 쉽게 적혀있었다.

하기노는 이런 것은 보통 원작자의 허락이 있어야 하지만 자신들의 연극은 돈을 받는 무대가 아니니까 상관없다고 답했다. 그리고 동네의 처녀 역할은 마코토가 맡아주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마코토는 그것이 여주인공의 역할이냐고 물었다. 하기노는 역적에게 베이는 역할이라 초반만 나가고 그 후로는 역할이 없다고 답했다. 출연자와 대사가 적다는 것을 연극부 부장은 마이너스 포인트로 잡는 것 같지만 마코토가 느낀 느낌은 실제로 달랐다. 어려운 역할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내심 생각하던 중이어서 황급히 손을 들었다.

마코토는 손을 들었고 그 배역이 되었다. 다른 학생들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도중 세시로는 임금 역을 만들라고 하지 않았냐고 외친다. 끝까지 세시로의 의견은 묵살되었고 나머지 정해지지 않은 역할들은 지금은 오지못한 검도부원들 중에서 정하자고 말했다. 장편 연극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실전까지는 시간이 짧았고 연습시간은 1분 1초도 아까웠다. 그렇게 잔조안을 들고 간 검도장에서의 첫마디는 나나미의 반대 의견이었다. 자신들이 악역을 맡게 된 것에 대해서 불평하는 목소리였다.

시나리오를 본 에토는 간단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며 별다른 반발이 없었고 나나미는 백번 양보해서 악역은 할 수 있어도 사토루에게 베이는 역할은 할 수 없다고 외쳤다. 하지만 타이스케는 하기노에게 시나리오를 칭찬하며 아주 좋다고 답한다. 나나미는 사토루에게 지는 것인데 괜찮냐고 물었다. 그러자 타이스케는 가끔은 시원하게 베여서 지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또다시 사에키 신사에 모인 구성원들은 시나리오에 맞춰서 연습을 시작했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볼거리는 화려한 칼 싸움이었고
연극부에서 빌린 검에 대한 책과 잔조 DVD 등등 실제 잔조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기 위해 준비 된 여러가지 자료들을 참고했다. 긴타로와 하루는 지붕 위에서 그런 연극 연습을 진행 중인 모습을 지켜보았다. 중간에 여러가지 실수가 있었지만[8] 사토루는 점점 마음이 편치 않아졌다. 타인에게 주목받는 역할을 맡은 것이 심리적으로 큰 압박감을 준 듯 하다.

그때 마코토가 늦어서 죄송하다고 등장했고 타이스케와 함께 베이는 장면의 연습을 시작했다. 마코토는 일부러 쓰러지는 것 같은 느낌이라 연기하기 좀 힘들다고 답했다. 그런 모습을 본 나나미는 마코토와 연습하는 타이스케가 부러우면서도 자신은 연기라도 마코토를 베는 역할은 절대로 못한다고 독백한다. 그런 나나미를 본 하기노와 에토는 진지하게 하라며 나나미를 째려보았다. 그렇게 그날 저녁 연습을 마치고 다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사토루는 자신 말고도 다른 적합자는 있었을 것이라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마코토는 사토루의 잔조도 분명 멋있을 것이라며 그런 사토루를 응원한다. 그 후 방과후나 휴일 등 한정된 시간 안에 모이는 멤버로 연습을 거듭해 극은 그럭저럭 당일까지 마무리 됐다. 그리고 여우 축제 당일 사에키 신사에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었다.

각자 맡은 의상에 몸을 감싸고 사무실에서 무대 뒤편으로 이동했다. 이 무대에서는 지구 자원봉사자, 동오회 등에서 여러 가지 매물이 선보이고 있다. 연극은 마지막이라 이미 시간은 저녁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벼룩 시장을 둘러보던 사람들도 무대 앞에 모여들기 시작해 낮보다 더 붐빈다.

히와코와 유미는 마코토의 언니 역할을 맡았기에 마찬가지로 에도 시대의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였다. 그 모습을 본 세시로는 히와코에게 감탄했다. 잔조 차림에 허리춤에 깔을 꽂은 사토루의 모습을 뒤에서 본 타이스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잘 어울린다고 칭찬했다. 고개를 돌린 사토루는 눈섭을 치켜세우고 복잡한 표정으로 타이스케에게 주장도 마찬가지로 답했다. 알기 쉽게 악역을 표현하고 있는지, 지저분한 기모노 깃에 더불어, 정말 무늬가 나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왔다. 전혀 타이스케의 이미지는 아니지만 그 체격이 다양했다. 물론 그 이상으로 분위기가 어울려 버린 것은 바로 옆에 줄지어 서있던 에토였다.

나나미도 같은 옷을 입고 사토루에게 자신은 어떠냐고 물었다. 이에 사토루는 제일 빈상해보인다고 반응했다. 이것은 나나미의 잘못이 있다기보다는 좌우의 정렬이 나빴다. 모처럼 입은 기모노의 옷깃에 붙잡히려는 나나미를 사토루가 귀찮다는 듯이 막는다. 개연 시간이 다가오고, 늘어놓은 관객석은 턱없이 부족해서 서서 보는 관객이 뒤쪽에 꽤 있었다.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사토루가 나온다는 정보 때문에 같은 고등학교 여학생과 추억의 모임도 드문드문 보였다.

관객은 무대 앞만이 아니었다. 늘 관심 없는 듯 뒹굴며 경내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긴타로가 오늘 만큼은 아래 무대를 보려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꼬리가 차분하게 지붕 위를 쓸었고, 하루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하루는 긴타로에게 그렇게 사극이 좋냐고 물었고 긴타로는 그런 하루도 밑으로 내려가고 싶은거 아니냐고 묻는다. 하루는 잔조가 아니라 사토루가 멋있어서 보고 싶은 것이라고 외친다. 직후 원작과 같은 오프닝 곡이 흘러나오고 허리에 칼을 찬 사토루가 무대에 나타난다. 관중석에 박수가 울려퍼졌다. 아주머니들은 사토루가 무대에 나타나자 마자 사토루가 젊은 시절의 오카와 시게토를 조금 닮은 것 같다며 환호했다.

첫머리는 방문한 여인의 여관에서 잔조가 최근 항간에 나쁜 짓을 하고 있는 세명의 떠돌이 무사가 있는 것을 아는 장면이다. 그리고 여관 막내딸인 마코토가 등장했다. 천진난만하고 밝은 소녀지만 잔조와 친하게 지냈다는 것을 한 떠돌이 무사 중 한명이 알게되어 잔조의 거처를 말하라는 위협을 받다가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아 칼에 베이게 된다.

무대 한가운데에서 타이스케와 칼의 타이밍에 맞춰서 마코토는 와락 하고 쓰러졌다. 전방의 자리에 앉은 부인 중에는 무심코 입가를 손으로 가리는 모습도 보였다. 차례가 끝난 마코토가 힐끗 머리 위를 우러러보며 조그맣게 웃는 얼굴을 보여줬고 긴타로는 눈을 감았다.

큰 실수나 해프닝도 없이 스토리는 진행해 나갔다. 잔조는 동네 처녀의 억울한 죽음을 풀기 위해 떠돌이 무사들과의 결연을 떠나갔다. 마지막 볼거리다.

악역으로 분장한 타이스케와 에토, 그리고 나나미가 무대에 선다.

3대 1로 무대의 끝과 끝에서 마주보는 형태가 된다. 극 중 불온한 장면에 쓰이는 단골 곡들이 흘러나왔다. 사토루는 평소와 무게가 다른 소품인 일본도를 휘둘렀다.

나나미와 에토는 거의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이었지만 악인의 얼굴과 동떨어진 타이스케가 노려보고 있는 것은 위압감이 있었다.

이런 면금 너머에서만 볼 수 있는 듯한 표정에 사토루는 반사적으로 긴장했다. 잔조의 표정이 리얼리티를 더해 굳어졌다.

시나리오대로라면 잔조의 칼 앞에 악역들은 퍽 베어져 가는데, 현실에 부활동으로 죽도를 섞고 있는 사토루에게는 그런 장면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타이스케는 대사를 말한 뒤 칼을 뽑았다. 음악이 격렬한 것으로 바뀌었다. 그 사이에 낀 칼이 부딪히는 효과음에 맞춰 네 명이 뒤엉켜 칼 싸움을 벌였다. 타이스케가 사토루가 베는 타이밍에 맞춰 칼을 재빠르게 움직인다. 본래 무대 등에서 선보이는 칼 싸움 보다 몇 단계 빠르게 나와 상당히 박진감 있는 볼거리가 되었다.

타이스케와 에토를 쓰러뜨리고 그 돌려주는 칼로 나나미가 베인다. 동료 두 사람이 해치워 도망갈 태세가 된 마지막 한 사람을 잔조가 베고 끝이 났다. 마지막 나레이션으로 연극은 마무리 되었다. 그럴 예정이었던 연습까지는 틀림없이 그런 협의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나나미는 그런 사토루의 공격을 피하는 돌발 상황을 만들어냈다. 음향을 맡고 있는 유타카가 연극부 부장의 지시로 노래는 계속 틀었지만 검의 효과음과 맞출 수는 없게 되었다. 하기노가 무대 뒤에서 당황하고 있었다. 나나미는 마코토의 앞에서 이대로 베여 끝날 악역은 최악이라고 생각하며 이런 일을 벌인 것이었다. 시간을 벌여서 나나미는 어떻게든 멋지게 결정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정식적인 검도 연습이나 시합이 아니므로 아무리 사토루의 칼날이 실제로 나나미를 베고 있어도 나나미가 막는 연극을 하면 그것은 베인 것이 되지 않는 것이다.

사토루는 그런 나나미에게 연극을 망칠 생각이냐고 독백하였다. 사실은 하기 싫었을 연극, 그 주역이었지만 사토루는 어느새 빠져있었다. 이렇게까지 해서 연습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사토루는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적당히 하라고 외치며 자신도 모르게 대사에 없는 속마음이 입에서 튀어나와버렸다. 사토루의 칼과 나나미의 칼이 맞부딪쳤고 그때 관중석에서 요란한 소리가 낫다.

사토루는 자세를 바로잡고 무슨 일이냐고 고개를 돌렸다. 사토루의 눈앞에서는 칼을 든 채 나나미가 멍하니 있던 것이었다.

거기에 20년 후의 무라카미 잔조가 아닌, 진짜 무라카미 잔조 역의 오카와 시게토가 극중의 의상을 입고 칼을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공기를 떨게 하는 진짜 배우의 목소리가 무대 위에 울려퍼졌다. 그 등장만으로 갑자기 작은 무대가 본격적인 사극 장면처럼 뒤바뀐다. 무대에 있는 인간도, 움츠러든 캐스트도, 그리고 관객석도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조용해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관중석은 시게토의 등장으로 한층 더욱 뜨거워졌다.

연극의 책임자였던 타츠오 역시 당황하며 크게 놀랐다. 긴타로도 그 모습을 보자 지붕 위에서 일어났다. 오카와 시게토 본인은 이 신사에서 보았지만[9] 그때는 역할의 의상이나 메이크업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왼쪽 눈에 트레이드 마크 상처를 안고 잔조 그대로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사토루는 어느새 무대 위로 올라왔는지 시게토를 본 기억이 없었다. 사토루의 옆까지 걸어오자 오카와 시게토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어 작은 소리로 사토루에게 자신이 사토루의 움직임에 맞출 테니 마지막에는 둘 이서 함께 베라며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는다고 답했다.

사토루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오카와 시게토는 히죽 웃었다. 그리고 기합이 들어간 동작으로 날밑을 울리며 칼을 다시 잡았다. 사토루는 왜 이런 일에 라는 혼란을 안으면서도 그래도 연극은 완성시키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오카와 시게토가 거울처럼 달렸고 두근거리는 사토루의 가슴을 치는 것은 긴장도 불안도 아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 같이 만들어 온 것이 완성되려 한다는 기대였다. 사토루가 파고드는 것과 반대편으로 오카와 시게토는 발을 내딛는다. 좌우에서 힘차게 칼이 뽑히고 이번엔 연기가 아닌 숨을 삼키고 나나미는 검을 내려놓았다.

탁, 무대 위에 나나미가 쓰러지자 솟아오르는 박수로 멋지게 이야기는 막을 내렸다. 엔딩 음악이 끝날 때까지 박수는 멈추지 않았다. 타츠오는 손뼉을 치며 동시에 눈가의 감격의 눈물을 닦느라 바빴다. 그렇게 감탄하며 긴타로마저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하루는 그걸 귀찮다는 듯이 곁눈질로 보았다. 그리고 오카와 시게토 옆에 선 채 멍한 사토루를 보았다. 바로 그 주변에는 출연했던 멤버들이 와르르 나오기 시작했다.

여우축제 후에는 우지코들끼리 모여 점연을 한다. 직회라고 불러도 신사가 아니므로 요점은 수고를 위한 연회라고 한다. 경내에 내놓은 관중석의 위치를 바꾸어 접이식 테이블을 둘러싸도록 둔다. 설마 오카와 시게토를 부르다니, 대단하구나 하고 어르신 우지코가 말했다. 그 시선 끝에는 섞여 앉아 있는 오카와 시게토와 맥주병 마개를 여는 타카미 요시토모의 모습이 있었다. 요시토모는 자신이 부른 것이 아니라고 답했다.

오카와 시게토에게 이야기와 술을 건네자 오카와 시게토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시게토는 바로 얼마 전에 항상 마시러 가는 '긴타로'의 점장이 사에키 신사 축제에서 '잔조' 연극을 한다고 했다며 그것도 고등학생 아가씨들이라고 하니까. 이건 분명 아가씨들이 할 거라고 생각해 뛰어들어 놀라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한다.

오늘이라면 근처에서 촬영도 있었고, 의상 그대로 이곳까지 바래다 준다면 딱 좋을 것 같아서 라며 호쾌하게 웃는다. 그렇게 말하는 오카와 시게토는 당연히 이미 사복으로 갈아입고 돌아왔으며 비싸 보이는 셔츠의 옷깃을 편하게 하고 있었다.

담백하게 고하고 요시토모는 자신의 잔에도 맥주를 따른다. 타츠오는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요시토모에게 진작에 알려주지 그러냐고 따졌다. 이에 요시토모는 손님에 대해서 술술 떠는건 장사하는 사람으로써 실격이잖냐고 답한다. 물론 타츠오가 놀랄까 봐 말하지 않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타츠오는 놀랐다며 시게토가 자신 신사와도 연인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한다. 퍼뜩하고 떫은 목소리로 오카와 시게토는 웃었다. 오카와 시게토에게 사에키 신사는 배우 일을 시작했을 무렵에 방문한 추억의 신사였다.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 것은 올해 6월로, 그때 마코토와 알게되었다. 사인 종이를 든 손을 떨군 타츠오에게 시게토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리고 시게토는 마코토에게 이것도 사에키 신사의 이름을 딴 덕분일까 하고 묻는다. 긴타로라는 가게 이름의 이름을 지은 마코토는 요시토모에게 말을 걸어 아하하...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지도 않은 그 두 관계에는 확실히 요시토모가 말한 것과 같은 신사의 작용도 있을 것 같지만, 이런 것은 진짜 인연이었다고 한다.

그때 하기노가 찾아오고 마코토는 정말로 감사하다며 인사를 했다. 하기노는 자신이야말로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만약 졸업하게 되더라도 고등학교 연극부에서 매년 신사 출전을 시켜줘도 될지 묻는다. 물론 올해가 이런 서프라이즈 무대가 되어버린다면 내년부터는 허전해질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마코토는 그래도 좋다고 답했다.

그리고 시게토 역시 사토루에게 대단했다고 칭찬을 했다. 마코토는 테이블 너머로 사토루에게 말을 걸었다. 사토루는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애당초 나나미가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사토루는 나나미를 노려보았다. 사토루와 연극부 부장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고 나나미는 움찔했다. 사토루를 칭찬한 마코토를 나나미는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가슴속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나나미에게 시선이 마주친 마코토는 크게 눈을 뜨며 마지막에 그것은 애드립이었냐며 대단했다고 반응한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듯한 마코토의 얼굴을 보고 사토루는 어안이 벙벙해서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나미는 기쁜 눈물을 글썽였다. 역시 천사다..! 덜컥 의자에서 일어선 나나미의 어깨에 단단한 손이 얹힌다. 뒤돌아본 나나미는 싸늘하게 내려다보는 에토와 눈이 마주쳤다. 그렇게 에토를 비롯한 검도부원들은 먼저 돌아가고 시게토는 사토루에게 이참에 몸도 좋고 어때, 배우를 목표로 연예계에 입성해 보는 것은 어떠냐고 묻는다.

그러자 유미는 그런 사토루에게 연예인이 될거라면 지금 미리 싸인해달라고 외친다.

사토루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며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잘 못하겠어" 였지만 사토루는 살며시 주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혼자 했으면 결코 얻지 못했을 감정이었을 테고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토루의 마음을 깨달은 마코토는 빙긋 혼자 웃었다.

떠들썩한 이야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배전의 지붕에서는 긴타로가 드물게 만족스러운 얼굴로 오늘은 잔조의 공연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웃었다. 그러자 하루는 진짜 잔조보다 사토루의 잔조가 백배는 더 멋있었다고 외친다. 홱 외면한 하루는 그대로 지붕에서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 웃음소리 곳에 사토루가 있었다. 그 눈 동자가 부드럽게 가늘어지는 것을 하루는 보고있었다.

사토루는 정말 멋있었다. 사실은 연극 연습을 지켜보면서 하루는 조금 걱정하고 있었다. 친정에서 지내던 시절의 사토루를 떠올려 이런식으로 주역을 떠맡기고 사토루가 괜히 주변과 마음의 벽을 쌓아 버리는 것은 아닐까 조금은 위험하다 하고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토루가 연기한 잔조는 망설임 없는 칼날로 매우 생생했다. 배전 아래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사토루의 모습을 보며 하루는 안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루는 지금의 사토루를 보면 오토마츠가 좋아할 것 같다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멀리 떨어진 신사에 있는 오토마츠를 생각하며 하루는 미소를 지었다. 긴타로가 그런 하루의 등을 한번 두드리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9월 중순, 한가을 명월이 번화한 사에키 신사에 밝은 달빛을 드리워지며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3.3. 변덕쟁이 여우와 가을 하늘

이야기의 시점은 가을에 해당한다고 한다.[10]

마코토는 유미히와코와 함께 하교하며 잠시 슈퍼마켓을 들리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감귤을 찾고 있었다. 평소에는 마트보다 거리가 멀어서 자주 가지 않았지만 올해 수확한 첫 감귤을 사기 위해서 들렸다고 한다. 하지만 슈퍼나 마트에 배치된 것은 대부분 비닐 하우스에서 재배한 것이었다.

유미는 그런 마코토를 보며 감귤을 좋아했냐고 묻는다. 그러자 마코토는 아빠가 좋아해서 부탁한 것이라고 얼버무렸고 타츠오가 귤을 좋아한다고 착각한 히와코는 아저씨가 귤을 좋아했냐고 다시 되묻는다.

다만 예상대로 귤 심부름을 부탁한 것은 긴타로였고 어젯밤 회상을 통해 가을에 노지재배를 통해 올해 처음으로 수확한 감귤을 먹고 싶다고 말한 것이었다. 매년 이맘때 쯤이면 긴타로는 항상 노지재배 감귤을 요구했다고 한다.[11] 긴타로는 이 계절의 나무에서 딴 감귤이 맛있다고 말하고 마코토는 그런 긴타로에게 1년 내내 감귤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온실 재배를 해주는 농부들과 비닐 하우스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긴타로는 마코토의 꾸자림에 거북한 표정을 지으며 알고있다고 답한다.

그리고 긴타로는 마코토에게 무심한 표정으로 너는 부탁하기 쉽다고.라고 말한다. 이에 마코토는 어쩔 수 없다며 자신이 내일 사오겠다고 답한다. 이에 긴타로는 기분이 좋다는 듯이 꼬리를 한번 살랑 흔든다.

회상이 끝나고 결국 빈손으로 집에 돌아온 마코토는 배전에 앉아있는 긴타로하루에게 다녀왔다고 인사했지만 둘 다 대답 없이 마코토의 위를 주시했다. 어리둥절한 마코토를 하루가 험악한 얼굴로 노려보며 저건 뭐냐고 물었다. 마코토는 무슨 소리냐고 물으며 하루의 손 끝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았는데 하루가 주시한 곳은 토리이의 위 였고 그곳에는 여우 한마리가 앉아 있었다.

하지만 네 발 달린 여우의 모습으로 보였던 것은 순간의 착각이었는지 어느새 여우의 모습은 사라지고 토리이 위에 앉아 있는 것은 호리호리한 체형의 여성 신의 사자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12] 그리고 그 신의 사자는 다리를 꼬고 사에키 신사는 오랜만이라고 말한다.

마코토는 누구냐고 물으려고 했지만 그 순간 긴타로는 바로 그 신의 사자를 모미지라고 부르며 뭐 하러 온 거냐고 묻는다. 모미지라 불리는 그 신의 사자는 유쾌한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그저 인사하러 온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백년 만이냐고 묻는데 긴타로는 어이없다는 듯이 긁적이며 더 오래 되었다고 답한다.

이어서 모미지는 킨지로의 행방을 묻는다. 그러자 긴타로는 떠났다고 답하고 모미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털어놓고 옷소매를 살랑거리며 경내를 둘러보기 시작했다.[13] 그리고 모미지는 긴타로 옆에 있던 하루를 발견하고 그 꼬마가 지금의 짝이냐고 묻는다.

이에 하루는 소리치며 모미지에게 달려들려고 하지만 긴타로는 그런 하루를 잡는다. 긴타로는 무슨 소리냐고 묻고 모미지는 그렇다면 자신은 버려져버린 것이냐고 묻는다. 그러더니 기모노로 입가를 가리며 후후 하고 웃고는 이번에는 시선을 마코토에게 돌린다. 이내 모미지는 마코토를 주시하다가[14] 당신은 유코가 아니군요?라고 묻는다.

그러자 마코토가 대답하기도 전에 긴타로는 모미지에게 유코는 죽었다고 답한다. 그러자 모미지는 뭐야~라고 답하며 특별히 실망한 기색도 아니고 조그맣게 어깨를 으쓱하는 정도의 반응을 보인다. 그러자 마코토는 자신은 마코토이며 유코는 자신의 어머니라고 답한다. 그러자 모미지는 유코의 딸 이었냐며 자신은 보는 것 처럼 신의 사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마코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긴타로와 아는 사이냐고 묻는다. 이에 모미지는 긴타로와는 사랑하는 사이라고 답한다. 그 말을 들은 마코토와 하루는 깜짝 놀라며 당황하는데 긴타로는 미간을 집으며 여전히 그런 말을 하는거냐며 애초에 유코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모미지는 킨지로도 천리안을 가지고 있는데 별로 신기하지도 않지 않냐고 묻는다. 그리고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모처럼 사에키 신사에 돌아왔는데 조금 지내다가 가겠다고 선언한다. 그 말을 들은 하루는 무슨 소리냐며 마코토에게 정말로 같이 지내게 할 생각이냐고 외친다. 그러자 모미지는 그런 하루에게 너도 얹혀사는 입장이 아니냐고 묻는다. 그러자 하루는 말을 얼버무리며 자신은 다르다고 답한다. 그렇게 하루는 어안이 벙벙해졌고 모미지는 배전 앞으로 다가와서는 마코토에게 그러니 잘 부탁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모미지는 긴타로 옆에 앉아 옛날 이야기에 깊게 빠져들었고 점점 어둑어둑 해지며 저녁이 다가왔다. 마코토는 공양으로 바칠 감귤과 크림빵, 그리고 모미지를 생각해서 유부를 가져왔는데 모미지는 크림빵을 보자마자 이건 뭐냐며 그대로 봉지를 뜯고 한입 크게 집어먹는다. 이를 본 하루는 자신의 것이라며 비명을 지르지만 모미지는 자신 궁사나 참배객들도 공양으로 이런 건 올린적이 없었다며 신기해한다.

긴타로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감귤을 까기 시작했고 마코토는 결국 하루에게 줄 새로운 크림빵을 가지러 잠시 집에 들어갔다가 나온다. 마코토에게 크림빵을 받은 하루는 마코토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마코토가 바로 모미지를 쫓아내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며 원망한다. 이에 마코토는 그래도 긴타로의 옛 친구 같기도 해서 차마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고 답한다.[15]

그리고는 긴타로에게도 신의 사자 친구가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안심하면서도 생각해보면 긴타로는 스스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던 것을 떠올린다.

한편 모미지는 감귤을 다 먹은 긴타로를 보며 여전히 여우면서도 그런 신 과일을 좋아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긴타로는 냅두라고 답한다. 그러자 모미지는 긴타로에게 킨지로가 있었던 당시에도 누군가가 우연히 공물로 감귤을 바친 적 있지 않았냐며 그리운 미소를 띄우며 묻는다.

마코토는 저러고 있으니 마치 저 둘이 사에키 신사에서 짝을 이루는 두 신의 사자가 된 것 처럼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모미지와 친해지고 싶었지만 좀처럼 긴타로에게 바짝 붙어 대화를 이어나가는 모미지의 모습과 모미지와의 추억담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긴타로의 모습을 보며 차마 사이에 끼어들 생각이 들지 못했다.

그러던 순간 모미지는 긴타로에게 귀여운 남자애가 돌아왔다고 외친다. 하루는 바로 사토루에게 울며 달려가는데 사토루는 하루를 받아주고 곧바로 긴타로 옆에 있던 처음 보는 신의 사자를 보며 당황한다. 그 모습을 본 모미지는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신안을 가지고 있냐고 묻는다. 그러자 마코토는 사토루에게 그녀의 이름은 모미지고 긴타로의... 라고 얼버무리다가 약혼자라고 말한다.

이에 사토루는 당황하고 긴타로는 지친 듯한 표정으로 그만 좀 하라고 답한다. 그리고 긴타로는 모미지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했는데 모미지는 아직 킨지로가 이곳에 있던 시절에 잠시 들락날락 거렸던 녀석이라고 답한다. 그러자 모미지는 사토루에게 다가가며 이름을 묻는데 하루는 사토루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외치고 하루의 말을 들은 모미지는 사토루라고 하는거냐고 답한다.

그때 타츠오가 사토루도 도착한 것을 보고 같이 저녁을 먹자고 말하고 이에 마코토와 사토루는 집안으로 들어간다. 하루 역시 평소처럼 사토루를 따라서 집 안으로 들어가는데 이때 모미지도 그런 마코토와 사토루를 따라서 함께 집안으로 들어와 버린다. 하루는 왜 따라오는 것이냐고 소리치지만 모미지는 집 내부도 보고싶었다고 답한다.

그렇게 겨우 조용해졌다 싶었지만 배전에 누워있던 긴타로를 모미지가 끌어당기며 어차피 신안을 가진 마코토나 사토루는 보통 사람들 앞에서는 자신과 이야기 하지 않을 것이라며 집안을 안내해달라고 말한다. 그러자 긴타로는 안내가 필요할 만큼 넓지 않다고 외치고 긴타로의 실례되는 말에 마코토가 노려본다.

마코토, 사토루, 타츠오의 저녁 식사는 평소 신토 예절에 따른 대화가 오가지 않는 조용한 식탁이었고 타츠오가 차를 가지러 냉장고 문을 열자 모미지는 이건 뭐냐며 신기하다는 듯이 열린 냉장고 안쪽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리고 냉장고 내부를 보더니 음식이 잔뜩 있다며 보라고 외치고 긴타로는 냉장고 같은 곳 안에서 떠들지 말라고 외친다.

그리고 이어서 모미지는 밥솥과 전자레인지를 보며 신기하다는 듯이 시선을 떼지 않았고 마코토는 긴타로에게 어떻게 좀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긴타로는 어떻게 저런걸 백년 전에 알 수 있겠냐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자 타츠오는 사토루와 마코토에게 오늘은 평소보다 젓가락질 속도가 느렸는데 밥이 맛이 없었냐고 묻는다. 사토루와 마코토는 전혀 그렇지 않고 맛 있었다고 답하고 잠시 후 타츠오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마코토는 모미지를 겨우 주전자에서 떼어낸 채 거실로 데려와서 문을 닫고 자리를 잡고는 어느 이나리 신사의 신의 사자냐고 묻는다.

그러자 모미지는 또다시 미소를 지으며 여우에게는 방랑벽이 있어.라고 답한다. 그리고 무슨 의미냐고 되묻는 사토루에게 모미지는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이며 그래서 자신은 이곳 저곳을 해매고 있다고 답한다. 그리고 그렇게 거처를 정해두지 않은 신의 사자도 괜찮은건가 하는 사토루의 말에 모미지는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며 별거 아니라는 듯이 답한다. 하지만 신의 사자에게 있어서 신사는 자신의 출생이나 신분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나타낸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모미지의 말에 긴타로 역시 눈썹을 치켜들고 모미지를 주시했다.

모미지는 이어서 당분간 사에키 신사에서 지내려고 한다고 말한다. 다만 인간의 시간으로 따지면 며칠인지 몇 년이 될지 잘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자 긴타로는 조만간 돌아간다고 답하고 모미지는 그래도 이왕 온 거 아니냐고 반응한다. 이어서 긴타로는 그래서 왜 온 거냐고 다시 한번 묻는다. 그러나 모미지는 이번에도 진지하게 대답하지 않고 그저 긴타로를 보러 온 것이라고 답할 뿐이었다. 결국 긴타로는 포기하고 마코토에게 곧 잔조 재방송을 할 시간이니 TV 좀 켜달라고 말한다.

마코토는 모미지가 있는 지금 괜찮을까 싶냐고 묻지만 긴타로는 그냥 틀어달라고 한다. 하지만 모미지는 TV가 켜지는 것을 보고 그 네모난게 TV냐면서 엄청난 호기심을 갖는다. 그러자 모미지는 인간들이 작은 상자들을 향해 이야기 하는 모습은 자주 봤지만 인간의 집안에 이렇게 재미있는게 많을 줄은 몰랐다며 흥미로워 한다.

그러다가 모미지는 마코토를 시켜서 다른 채널을 바꿔보라고 말했고 잔조가 하던 채널에서 점점 다른 채널로 바뀌고 한 바퀴를 다 돌고 다시 잔조를 방영하던 채널로 돌아오자 이미 엔딩 주제곡이 흐르는 상황이었다. 이에 긴타로는 잔조가 다 끝나버렸잖냐며 소리친다. 마코토 역시 신의 사자는 리모컨을 혼자서 쓸 수 없는거냐며 지친 채 책상에 엎드렸다. 그러다가 타츠오 역시 긴타로님이 있는거냐며 왜 채널을 마구잡이로 돌리냐며 들어오지만 문득 잔조 할 시간이 지났다는걸 떠오르고 소리지른다.

그리고 그날 밤 마코토는 모미지가 걱정 돼서 슬쩍 잠에서 깨어나 긴타로가 있는 배전을 슬쩍 바라보았다. 긴타로는 평소처럼 배전의 계단에 앉아있었고 모미지는 여우 석상에 기대어 서 있었다.

마코토는 둘 사이에서 나누는 대화가 신경쓰였는지 잠시 귀를 귀울였다.

모미지는 마코토를 눈치 채고 긴타로가 저 아이와 친해보이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자 긴타로는 마코토가 멋대로 잠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러자 모미지는 재미없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하루도 그렇지만 긴타로도 너무 인간 상대에게 파고들지 않는 게 낫지 않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신의 사자고 평생 한 신사를 지켜볼 뿐인데 굳이 사람과 어울릴 의미도 없는 것 같다고 묻는다. 모미지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미소를 유지했지만 이윽고 입가의 미소에 사라지면서 어차피 곧 죽을거고.라고 말한다. 그렇게 말한 모미지의 말에 마코토는 작게 숨을 삼켰다.

다음날 마코토는 깊은 고민을 품은 얼굴로 생각을 하던 도중 교실 이동 도중에 사토루를 만나자 주어를 생략하고 뭘 하러 온 건지 묻는다. 이에 사토루는 의아해 하다가 곧 질문의 의도가 모미지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어서 마코토는 정말로 긴타로를 만나러 왔을 뿐인가 하고 묻는다. 어젯밤 모미지의 말을 듣자마자 마코토는 곧바로 방으로 돌아갔고 지금 생각하면 제대로 긴타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주지 못했다. 사토루는 씁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모미지의 이야기는 긴타로가 마코토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었다.

사토루는 그냥 변덕이 아닌가 하고 묻지만 마코토는 그런가 하면서도 그저 변덕스러워서 수백년만에 다시 돌아온 것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을 숨기고 사에키 신사로 찾아온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때 유미가 마코토를 부르며 창가 자리를 확보했다며 오라고 말한다. 마코토는 알았다며 사토루와 헤어지고 교실 안으로 들어간다. 유미는 그래서 감귤은 찾았냐고 물었고 마코토는 찾지 못했다고 답한다. 동시에 모미지의 사건 때문에 정신이 없던 상황이라 긴타로가 부탁했던 감귤은 전혀 떠오르지 못하고 있었다.

이어서 선택 과목인 일본사 B가 시작되었는데 이 과목은 선택과목이라 반이 다른 학생들도 한 교실로 모인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마코토의 바로 뒷 자리에 앉은 코스기 나나미는 마코토가 졸고 있는 모습을 보이자 귀엽긴 하지만 깨우는게 좋겠다고 생각하고[16] 점차 손을 다가가지만 마코토는 그 순간 시야에 하얀 꼬리가 들어왔고 동시에 정신이 맑아지며 졸음이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한번 보니 창 밖의 나무 가지 위에 모미지가 마코토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고 마코토는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섰다. 덤으로 마코토의 어깨를 잡을 수 있던 나나미의 계획은 물건너가고 선생님은 마코토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마코토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다시 자리에 착석하지만 모미지는 그쪽으로 가도 되냐며 그대로 열려있는 창문을 통해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앞쪽 자리에 앉은 사토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마코토였지만 사토루는 바로 표정을 정색하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다시 앞을 바라봤다. 마코토는 매정하다고 독백하고 모미지는 역시 마코토쪽에 말을 걸어도 마코토가 대답을 못하니 재미없다고 답한다.

모미지는 마코토의 동요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마코토의 옆 자리에 앉은 남학생의 책상에 엉덩이를 얹혔다. 그리고 학교는 생각보다 별반 다르지 않다며 사당 시절과 비슷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긴타로가 저런 곳에는 절대로 가지 않을것이라고 말했는데 그래서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고 말한다. 이에 마코토는 긴타로가 타츠오의 몸에 빙의 되어 한번 학부모 면담에 불려간 적 있던 사건을 떠올린다.[17] 그리고 마코토는 그토록 학교에 가기 싫어했던 이유가 짐작되어 쓴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돌렸다.

이어서 모미지는 사토루를 발견하며 이쪽을 보라고 손짓하거나 칠판에 글씨를 쓰고 있는 사람이 선생님이라는걸 알아채고는 서투른 글씨라며 디스한다(...) 수업이 끝나고 유미는 마코토가 엄청 피곤해 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렇게 피곤할 정도로 열심히 필기한거냐며 별일이라고 반응하는데 그런 유미를 본 모미지는 머리 색이 특이하다며 신기해 한다. 마코토는 이렇게 주변 모든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모미지가 어젯밤 긴타로와 나눈 대화와는 태도가 전혀 달라서 그것은 뭐였는지 의문을 갖는다.

그리고 최근 들어 긴타로 의외의 신의 사자를 만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어느 신의 사자도 인간에 대해 그런 냉랭한 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모미지는 어쩌면 인간을 싫어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마코토는 그 한마디에 참을 수 없이 불안해졌다. 그런데도 오늘은 자기가 다니는 학교에 놀러오곤 한다. 도무지 영문을 모르는 마코토는 마음 정리가 되지 않은 채 학교를 떠났다.

모미지는 하교하는 마코토에게 벌써 돌아가는 것이냐고 묻는다. 마코토는 모미지가 신사에서 왔다고 들었다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모미지는 눈을 가늘게 뜨고 턱에 손을 괴며 그보다 어디 갈 곳이 있다고 하지 않았냐고 묻는다. 마코토는 귤을 떠올리고 발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이윽고 눈살을 찌푸렸는데 귤을 사러간다는 내용의 대화는 모미지가 교실에 들어오기 전, 즉 수업이 시작되기 전 유미와 나눴던 대화였기 때문이다. 마코토는 모미지가 수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어디선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어왔다.

그때 모미지는 귤은 긴타로 때문에 사는 것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마코토는 맞다고 답하며 긴타로가 올해 첫 수확한 이 동네의 귤을 먹고싶어 해서 그랬다고 답한다. 마코토는 오늘은 상가의 과일 가게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물건 구색이나 양은 확실히 슈퍼가 이기고 있지만 상가의 작은 가게가 현지에서 수확한 것을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모미지는 관심이 없다는 듯 중얼거렸고, 과일가게에 도착했지만 역시 온실재배 감귤밖에 없었다. 사람 좋아보이는 가게 주인은 내일 쯤 나올텐데 하고 머리를 긁적거렸다.

마코토는 이렇게 멀리까지 왔는데 하고 가방을 어깨에 다시 걸치고 낙담하면서 상가를 떠났다. 같은 노선의 버스 정류장이 길을 건너는 곳에 있을 것이기에 마코토는 걸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걷기 시작한지 한참 되자 뒤에서 따라오던 모미지는 마코토에게 왜 신의 사자를 위해서 그렇게 까지 하는거야?라고 묻는다. 이에 마코토는 당황하며 뒤를 돌아보지만 모미지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버스가 다가오자 저걸 타고가는 것이냐며 평소처럼 현대 문물에 호기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마코토는 방금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인지 의문을 갖는다. 긴타로와 달리 허둥지둥 버스에 오른 모미지는[18] 정기권을 댄 마코토 뒤에서 "지폐잎~"이라고 익살스럽게 말하며 요금함 속에 어디서 주웠는지 모를 꽃잎을 펄럭이며 떨어뜨렸다. 마코토는 당황했지만 다행이 운전자는 눈치채지 못했다. 승차료를 회수할 때 이 여우님의 장난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버스에서 내리고 나란히 신사로 걸어가던 모미지는 내일이야말로 긴타로를 데리고 나갈거라고 말한다. 이에 마코토는 쓴웃음을 지으며 긴타로는 별로 나가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다. 마코토가 그렇게 말하자 모미지는 소리 높여 웃으며 하지만 그렇게 말하던 긴타로를 억지로 성내읍까지 데리고 나간적이 있다고 답한다. 그렇게 돌계단 앞에 섰고 토리이가 보였지만 마코토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마코토는 이전에 동네 마츠리 때 긴타로와 함께 외출했던 때를 떠올렸다. 긴타로는 불평을 하면서도 도중에 사라지거나 하지 않고 끝까지 마코토와의 데이트에 응해주었다. 그리고 마코토는 긴타로를 신사 밖의 세계로 데리고 나가는 것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앞서가던 모미지는 무슨 일이 있냐며 뒤를 돌아봤다. 모미지의 말에 마코토는 고개를 들었다. 저물어가는 하늘을 등지고 아름다운 신의 사자가 서있었다. 마치 시대가 한순간에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모미지의 새하얀 털 역시 노을 빛으로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고 마코토는 인간보다는 신의 사자가 같은 신의 사자를 더 이해한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모미지가 내뱉은 말은 그런것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사는 시간이 다른 인간과는 아무리 친해져도 그 짧은 시간 동안에만 관여할 뿐이라고. 마코토는 모미지를 향해 고개를 흔들며 어색하게 웃었다.

다음날 모미지는 학교에 나타나지 않고 평온한 하루가 되었다. 다만 마코토의 가슴 속은 계속 개운치 않았다. 수업 공책을 쓰다가 그만 손이 멈추며 긴타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해 한다.

마코토는 전에 긴타로에게 킨지로가 없어서 외로운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긴타로는 잊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것은 자신과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서 정신이 혼미했던 것이라고 마코토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지금 모미지가 사에키 신사에 있으면서 긴타로와 추억담을 나누고 있는 것을 보면 어쩌면 사실은 동료 신의 사자가 있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지만 자신이 긴타로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신의 사자들의 관계보다 훨씬 짧은 시간의 일이다. 그래서 분명 긴타로에게도 함께 신사에 있어 주는 신의 사자가 있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마코토는 생각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그렇게 되면 긴타로는 지금처럼 같이 어딘가에 가거나 해주지 않게 되는 것일까 하고 또다시 고민에 빠진다.

그러다가 그 날도 귤을 찾기 위해서 슈퍼가 있는 상가까지 방과 후에 가보기로 한다. 버스비 절약을 위해서 어제처럼 그쪽까지 걸어가기로 했는데 겨우 도착한 슈퍼에 이번에는 마코토가 찾던, 동네 농원의 지명이 들어간 감귤 바구니가 있었고 이에 마코토는 바로 감귤을 구입한다. 마코토는 그대로 감귤을 구매해 버스역으로 돌아갔고 바구니속 내용물 역시 짙은 빛으로 윤기나는 감귤의 모습이었다.

마코토는 긴타로가 좋아할 것이라며 기뻐했다. 그렇게 집까지 단숨에 달려간 마코토는 모미지의 말을 떠올리며 모미지는 신의 사자가 인간과 사이좋게 지낼 필요가 없다는 것을 긴타로에게 말했지만, 신의 사자는 야채가게에서 귤을 사오지 못하고 분명 긴타로가 귤을 좋아하는 것도 누군가가 인간이 바쳐준 계기가 된 것이라고 독백하며 기쁘게 계단을 올라갔다. 주홍빛 토리이 아래까지 도착한 마코토는 마지막 한 칸을 넘었다. 긴타로하고 자신이 부르는 소리보다 일찍 배전에서 긴타로가 마코토를 불렀고,

이미 귤을 구했다고 외쳤다. 마코토는 허를 찔린 기분이었고 발걸음을 멈췄는데 긴타로의 손에는 싱싱한 귤이 들려져 있었고 바로 옆 모미지의 손에도 똑같은 귤이 들려져 있었다. 모미지는 마코토에게 낮에 긴타로와 함께 쇼바이대사에 얼굴을 비추려고 다녀왔는데 그랬더니 우타마루 할아버지가 공양물을 나눠주셨다고 말한다. 어차피 다 먹을수 없거라고. 또한 큰 신사에는 우지코가 그 해에 수확한 것이나 가게의 것을 바쳐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긴타로는 기분이 좋은지 몇 개째 감귤을 까서 입안에 넣었고 마코토는 어설프게 미소를 지으며 잘 됐다고 말하면서 봉지를 뒤로 감추고 그대로 집으로 들어갔다. 마코토는 현관에 귤이 들어있는 봉지를 집어던지고 긴타로에게 바보라고 외치며 고뇌한다.

그리고 다음날 스스로 자만하고 있었던 것인가 하고. 마코토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을 고개를 숙이고 걸으며 자신에게 묻고있었다. 아침에는 긴타로에게 말도 걸지 않고 나오고 말았다. 학교에서는 유미나 히와코에게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걱정을 들을 만큼이었다. 상담할 수도 없고 마코토는 다시 숨을 토했다. 마코토는 네살, 철이 들기 전부터 긴타로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래서 매우 오랜 시간을 긴타로와 함께 보내고 온 마음이 있디. 긴타로가 부탁하기 쉬운이라며 불러주는 그런 상대방은 현재까지는 자신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내가 태어난 이례 지금까지의 시간은 신의 사자에게는 눈 깜빡일 정도의 짧은 시간에 지나기 않았다. 긴타로를 자신이 가장 이해하고 있다고 마코토는 생각했지만, 자신이 긴타로와 있었던 시간은 긴타로가 보낸 시간의 단 한순간일 뿐이다. 긴타로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도 좋다.

그렇게 생각한 마코토는 모미지가 좀 더 오래전부터 긴타로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며 독백하고 신의 사자니까, 같은 시간을 살지 않은 인간이 아무리 이해한다고 해도 그것은 신의 사자에게는 찰나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어서 곧 죽을거고라고 말했던 모미지의 말이 뇌리에 묻어있다.

그날 저녁 어둑어둑해진 돌계단을 올라가던 마코토는 신사의 입구에서 모미지가 토리이에 등을 맡긴 채 경내를 둘러보고 있던 것을 보게 된다. 주홍빛 토리이에 그 모습이 빛나는 돌계단을 올라온 마코토를 눈치챈 모미지는 뒤를 돌아보았고 두 눈을 환하게 가늘게 뜨며 마코토에게 어서오라고 인사했다.

긴타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걸 안 마코토는 긴타로는 어디 있냐고 묻는데 모미지는 본전에 들어가 주저앉아 있으려나~? 하고 의문문으로 답하고 이에 마코토는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지 못한다. 하지만 모미지는 그저 의미심상하게 미소짓고 있었고 마코토는 모미지와 대화하기 위해 이름을 부르지만 모미지는 사에키 신사는 참 좋은 곳이라며 계속 있고 싶어진다고 말한다.

그러자 마코토는 모미지의 말에 동요하고 신의 사자는 인도받듯이 신사에 찾아온다고, 신의 사자들의 이치를 몰랐지만 그래도 문득 생각해버렸다. 모미지는 사에키 신사의 신의 사자가 되기 위해 찾아온 것이 아닐까 라고. 그 상상은 쉽게 형태를 얻었다. 사에키 신사의 두 짝을 이루는 신의 사자로 긴타로와 모미지가 있다. 라고. 그것은 마코토가 모르는 사에키 신사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러면 긴타로는 외톨이인 신의 사자가 아니게 된다. 마코토는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모미지의 이름을 불렀다.

입을 다물고 있던 마코토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리고 모미지에게 사에키 신사의 신의 사자가 되고 싶은것인가하고 묻는다. 이에 모미지는 잠시 미소를 짓고는 망설임 없이 그렇다라고 답한다. 이어서 모미지는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이 신사는 아주 좋은 곳이라고 말하고 기분 좋은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있는 모미지에 마코토는 울먹이는 웃음 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마코토는 이 신사도 자기보다 모미지가 더 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장소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그래서 '우리 신사'라고 말하는 모미지의 앞에서 말하는 것이 스스로 우스울지도 모른다고 독백한다. 그래도 역시 마코토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이 사에키 신사를 이렇게 칭찬받으면 기쁘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자신도 눈 꼬리의 눈물을 닦고는 자신도 제대로 받아드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독백한다.

그리고 그날 밤 마코토는 실내복 위에 가디건을 걸치고 모미지가 어디서 쉬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배전 앞으로 나왔다. 하지만 그 순간 사토루가 무슨 일이냐고 물으며 마코토의 뒤에서 나타났고 마코토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마코토는 진정한 뒤 사토루에게 모미지가 했던 말에 대해서 그대로 말하며 이곳의 신의 사자가 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전한다. 사토루는 당황했다.

그때 긴타로가 찾아오며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었냐고 묻는다. 이에 마코토는 놀라며 수그라든 목소리로 모미지는 지금 어디 있냐고 묻는다. 그러자 긴타로는 잘 모르겠다며 본전 안에 있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마코토는 마음을 가다듬고 긴타로에게 만약 짝이 없어서 계속 외로운 상태였다면 자신은 모미지가 사에키 신사의 신의 사자가 되는 것에 대해서, 긴타로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은 반대하지 않을것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긴타로는 당황하며 귀를 긁적이고는 무슨 소리냐고 묻는다. 그리고 모미지는 다른 신사의 신의 사자라고 답한다. 마코토는 당황하며 말을 멈추었다. 모미지의 이야기로는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방랑하는 듯한 말투였다. 그렇다면 사에키 신사에서 정착해 지내는 곳으로 정해도 이상할 것 같지 않았다. 긴타로는 하아 하고 어이없는 한숨을 내쉬며 모미지의 정체를 밝혔다.

모미지의 정체는 후시미이나리신사신의 사자로, 명부호[19]다.

그러자 마코토는 소리를 지르며 경악했다. 후시미이나리는 이나리사의 총본궁이다. 일본 전역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나리 신사의 대본인 그런 오쇼 중의 오쇼의 신사라고 한다. 마코토의 옆에서 듣고 있던 사토루 역시 당황했다. 이어서 긴타로는 모미지에게 사에키 신사는 역부족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이 엉뚱한 실수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마코토는 혼란스러우면서도 지금까지의 모미지의 발언을 열심히 기억하려고 했다. 그리고 말을 더듬으며 사에키 신사의 신의 사자가 되고싶다고 했던 말도 하지 않았냐고 물어본다. 그러자 긴타로는 그러면 너가 망신 당했겠지라고 답한다. 마코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자신의 갈등이나 결의는 완전히 헛수고였다고.

그리고는 그렇다면 모미지는 정말로 긴타로를 만나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이번에는 긴타로가 아닌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며 그건 아니라고 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미지는 지붕 위에서 나타났고 그대로 바닥으로 착지했다. 동시에 자신이 만나러 온 것은 유코였다.고 답한다. 마코토는 어머니께 볼일이 있었던 것이냐고 물었고 모미지는 긍정한다. 또한 자신의 소매에서 무언가를 꺼냈는데 그것은 시험의 삼나무 가지였다. 마코토는 뭔지 모르는 눈치로 사토루를 돌아보았고 사토루는 마지못해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시험의 삼나무는 후시미이나리의 초오축제에서 참배자에게 수여되는 삼나무의 업적으로, 참배한 증거로 이나리산의 잔가지를 가져간 것이 시작인데, 신목에는 신령, 신위가 깃든다고 해서 예로부터 복을 가져간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사토루는 모미지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어서 설명했는데 다만 모미지가 가져온 그건 후시미 이나리에서 수여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진짜 시험의 삼나무라고 말한다.

이에 모미지 역시 긍정하며 신의 사자가 스스로 꺾어 온 소원을 담은 삼나무 가지라고 답한다. 이에 마코토는 그걸 왜 모미지가 엄마에게 가져다가 주려고 했는지 물었고 긴타로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모미지에게 봤던 것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모미지는 두 눈을 미안하듯이 감으며 두 눈에 들어와버렸어, 미안해.라고 말하며 사과한다.

강력한 신의 사자 중에서는 신사에 있으면서도 바깥 세상의 모든 과거, 현재, 미래를 알 수 있는 자가 있다. 무언가를 점치지도 않고 떠올리기만 해도 얽힌 정경이 떠오르는 것, 천리안이다. 한곳에 있으면 괜히 여러가지를 보게 된다, 모미지가 방랑벽이라고 한 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모미지는 그런 여우들 가운데에서도 으뜸이라 할 명부라는 이름을 얻으면서도 신사에 머물지 않고 각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여행 도중 사에키 신사에도 들렸다. 그래서 긴타로킨지로를 만났다. 후시미로 돌아간 뒤에도 모미지의 기억 속에도 사에키 신사에 대한 추억은 강하게 남아있었다.

문득 생각을 하니 현재의 사에키 신사의 풍경을 볼 수 있었던 그곳에 긴타로와 유코라는 무당의 모습이 있었다. 광경 자체는 망양했다. 단지 그 장소의 교환과 감정만 전해지는 모미지의 모습은 마치 꿈을 꾸는 것 처럼 느껴졌다. 긴타로를 향해 유코는 동경하듯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마침 넘긴 잡지라는 물건에서 커다란 토리이 사진이 실려있었다. 그것이 후시미 이나리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모미지는 놀랐다.

하지만 유코는 긴타로에게 자신은...이라고 말하며 희미하게 쓴 웃음을 지었다. 모미지는 우연히 천리안으로 보게 된 그곳에서의 대화의 전말까지 듣고 알게 되었다. 무당인 유코가 이야기하던 다른 사랑스러운 소원은, 후시미 이나리의 센본 토리이를 걸어보고 싶고 산 위의 오쿠샤까지 가보고 싶다. 시험의 삼나무를 사에키 신사에 가지고 가고 싶다. 라는 것이었지만 몸이 약했던 그녀에게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신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교토까지 갈 수 없는 긴타로에게는 그 소원을 들어줄 수 없다. 흠 하고 맞장구를 칠 뿐이다. 여러 신의 사자가 모여있는 이나리 대사라면 모미지 혼자 신사를 비운다고 해도 지장이 없다. 금방이라도 그래도 삼나무를 들고 뛰쳐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모미지는 그때 가는 것을 주저했다. 인간에게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 혼자 즐겁게 지낼 수 있으면 그것으로 상관없었다. 친하게 지내면 찾아오는 것은 답답한 이별뿐이었다. 그렇게 달을 올려다보며 모미지는 밤바람에 하얀 털을 물씬 풍겼다.

이어서 모미지는
"나는 항상 그래, 중요한 건 항상 늦어버려. 다음계절이 오면 다음 해로 미루고."
라고 말하면서 모미지는 어깨를 으쓱하며 진정으로 자조롭게 웃었다. 그런 이별을 더는 느끼고 싶지 않았기에 겁이 많았다. 아직 괜찮아, 좀 더 나중에 가도 되, 라고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 하려고 했다며 힘없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내일이든 모레든 변하지 않을 때든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보면 백년이 흐른다니까.라고 말한다. 또한 모미지는 사실 킨지로가 나갔다는 사실 역시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했고 그 말에 긴타로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분명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걸 보자마자 사에키 신사로 향했으면 행방이 묘연해지기 전에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답한다.[20]

주어진 생명의 시간에 변함이 없고, 조금이라도 미루다 보면 늦었다고 생각한 일은 쉽게 일어난다. 그런건 알고 있을 생각이었는데, 모미지는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나고 나서야 그것을 떠올린다. 모미지는 항상 후회만 했다. 그리고 그 삼나무 잎을 내려다보았다. 시들지 않은 삼나무는 언제부터 부러뜨리고 언제 기모노 속에 넣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계속 가지고 다니지만 그때는 늦어버린 뒤였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 없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좀 더 오래 함께 있을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하며 후회한다. 그렇게 말하자 마자 모미지는 고개를 들어 진정으로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 삼나무가 꺼림칙해서 유코의 딸에 대해 진심을 숨긴 채 대하고 있었다. 가볍게 말하고, 그래서 언젠가 올 이 일을 또 미루려고 했던 것이었다. 모미지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몇년이 지나고서 이걸 가져와 봤자 무슨 의미가 있었겠냐며 삼나무 가지를 던지려고 했다. 가지의 나뭇잎 일부는 흔들림과 동시에 떨어졌지만 가지 자체는 모미지가 땅으로 떨어뜨리기 직전에 마코토가 맨발로 달려와 겨우 모미지의 손을 잡으며 가지가 던져지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너무 늦지 않았다고 답하며 모미지의 호박색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어서 모미지에게 엄마를 위해서 시험의 삼나무를 잊지 않고 전해주려고 여기까지 온 것이잖냐며 그렇다면 전혀 늦은것이 아니라고 답한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삼나무 잎을 소중히 두손으로 잡은 마코토는 가지 역시 받아드리며 모미지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모미지에게 마코토는 미소를 지으며 그것도 후시미 이나리 여우님이 이곳 까지 와서 전해준 것이면 엄청 특별한 일이라고 외친다. 사토루 역시 뒤에서 '받으러 갈 것을 신의 사자가 가지고 왔으니까'라고 덧붙여 말했다.

이에 모미지는 어깨에 짐이 풀린 듯 안심한 미소를 지으며 처음으로 마코토와 사토루에게 무언가를 감추는 기색 없이 웃었다.

그리고 마코토는 우시미이나리신사에 반드시 가겠다고 외쳤다. 그 말에 모미지는 화끈한 표정이 되어 두 눈을 내리깔았다. 그렇구나, 아이는 올 수 있는 거야 하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천리안이 포착 되었던 유코는 세상을 떠났다. 모미지의 기억속에 스며들어 너무나도 짧은 목숨이었다.

모미지는 인간과 어울려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금방 죽어버리는 것을 몇 번이나 맛보았다. 알고 있어도 몇 번이나 낙담했다. 자신을 볼 수 있는 흔적들은 순식간에 늙어 자신을 남겨두고 떠나버렸다. 그렇다면 소중한 존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사람과, 신의 사자는 신의 사자와만 관련되어 있으면 이런 섭섭함을 반복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리는 사람의 생명이었지만 지금 마코토의 미소를 보니 모미지는 확실히 사라지지 않고 물러가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나먼 이나리 대사를 꿈꾸며 세상을 떠난 무당이 있었다. 그 생명이 낳은 아이는 건강하다. 그리고 늦지 않은 자신에게 웃음을 지어주었다. 이 모든것이 연결되어 있다. 하고 모미지는 눈을 감았다. 이어서 모미지는 꼭 오라고 말하고 촉촉해진 눈동자를 들키지 않으려고 익살스럽게 손가락을 세웠다.

그리고 "지금은 여러로모 편리한 놀이기구가 생기긴 했지. 옛날에는 바구니나 달구지였는데..."라고 말하며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웃었다. 흥, 하고 긴타로는 팔짱을 낀 채 웃었다. 그때 포기한 소원이 이런 식으로 이뤄질 줄은 몰랐다. 시험의 삼나무를 사토루와 함께 바라보고 있는 마코토를 보고 긴타로는 모미지에게 마음속으로만 감사를 표했다.

다음날 아침 사토루의 방에서 잠에서 깨어난 하루가 신사의 배전으로 돌아왔다. 사토루는 동아리 훈련 때문에 아침 일찍 등교했으니 집에 있을 것은 긴타로와 마코토 그리고 모미지라고 생각했던 하루였지만 어째서인지 모미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하루는 모미지는 어디 간 것이냐며 기척이 사라진 신사를 두리번 거렸다.

그러자 마코토는 빗자루로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가 아쉽다는 듯한 말투로 돌아갔다고 답한다. 하루는 놀라서 돌아섰지만 이윽고 이제서야 조용해 졌다며 타츠오가 사온 기간한정 크림빵이 있는데 있었으면 조금 나눠줄까 했었다며 돌아갔으니 자신이 다 먹어야 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긴타로는 그런 하루에게 그렇게 실망하지 않아도 다시 올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하루는 그런 암여우에게 실망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고 외치며 긴타로에게 혀를 내민다. 마코토는 긴타로에게 모미지가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백년 뒤가 아닐까 하고 묻는다. 이에 긴타로는 백년일수도 있고 이백년일수도 있고, 그런가 하면 해가 바뀌기 전에 불쑥 다시 얼굴을 내밀 수도 있다고 답한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웃으며 그래도 다시 올 것이라고 답한다.

그러자 마코토 역시 꼭 올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다 미소를 짓는 마코토에게 긴타로가 말하기 어려운 듯 입을 열었는데 다름이 아니라 부탁했던 첫 수확 감귤은 땡땡이 친거냐고 따진다. 그리고 마코토에게 손바닥을 내밀며 사오지 않았냐고 묻는다. 멍하니 있던 마코토는 웃음을 터뜨리며 몸을 구부리고 한바탕 웃었다. 그리고 되받아치듯 긴타로에게 손가락을 갖다대며 학교에서 돌아올 때까지 수고하라고 외쳤다.

그때 타츠오가 아직도 청소 하고 있었냐면서 학교 갈 시간이지 않냐고 묻는다. 그러자 마코토는 손목시계를 보고는 타츠오의 손에 들려있던 가방을 낚아채고 빗자루를 넘겨 준 뒤 다녀오겠다며 달려간다.

그 모습을 본 하루는 눈 깜짝할 사이에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자 긴타로는 모미지가 없어서 그렇게 심심하냐고 물었고 하루는 아니라고 부정하며 역으로 아쉬운 건 긴타로쪽이 아니냐며 예쁜 얼굴의 옛 친구에게 연애라는 말을 듣고, 긴타로 사실은 평범하지도 않거나했다며 놀리기 시작한다. 지긋지긋한 얼굴을 들어 긴타로는 하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시를 결심하고 다시 잠들기 위해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하루가 계속 긴타로와 모미지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지 않았냐며 캐묻자 긴타로는 "하여간 여자란..."이라고 독백하며 무시한다.

한편 버스와 같은 도착으로 정류장으로 달려간 마코토는 숨을 고르고 줄 끝에 줄을 섰다. 올라타려는 아주머니는 운전기사가 아는 사이였던 것 같았는지. 인사를 한 뒤 운전기사가 말을 걸었다. 대화의 내용은 어제 버스 요금함에 잎사귀가 들어있어서 신기했다고 말한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그건 어제 너구리가 둔갑해서 버스에 탄 거 아니냐고 답한다.

그때 마코토는 그 말을 듣고 조용히 킥킥대며 작은 소리로 여우님 짓 인것 같다고 말한다.

마지막에는 모미지가 가져온 후시미이나리 시험의 삼나무의 행방이 나오는데 그건 현재 사에키 신사 경내 구석에 심어져 있다고 한다. 가지뿐인 그 삼나무였지만 신의 사자가 꺾은 그것은 이윽고 뿌리를 내리고 삼나무의 어린 나무가 된다고, 몇 년 후가 될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래도 마코토는 사에키 신사에 가지를 뻗는 훌륭한 삼나무 신목이 떠올리며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3.4. 성야의 늑대

이야기의 시점은 단순히 12월이라고만 나왔고[21] 정확한 시점은 스포일러가 됨으로 후술한다.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의 저녁 테츠로는 홀로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를 걷고 있었다. 당연히 테츠로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었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고 그러던 도중 테츠로의 뒤에서 잠시 기다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테츠로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지만 처음 보는 여자가 테츠로의 옆을 지나가 앞에 있던 남자의 팔에 손을 얹었다. 여자가 떠나는 것을 테츠로는 멈춰선 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보이지 않자 다시 길모퉁이를 걷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자 전나무에서 쏟아지는 빛이 그 눈동자에 튀어올랐다. 테츠로는 흠 하고 코를 훌쩍거렸다.

이어서 테츠로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행복해라, 토코."라고 말하며 인파에 섞여서 사라진다.


그로부터 며칠 전 테츠로토코에게 항상 이 맘때가 되면 시끌벅적 해진다고 말하며 연례 행사처럼 무언가를 반복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이에 토코는 테츠로에게 크리스마스도 외운 것이냐고 묻는다. 하지만 이윽고 고개를 돌려 다시 노트북 앞에서 무언가를 적어내리며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12월중으로 써내야 하는 원고 때문에 토코는 며칠 째 계속 테츠로가 말을 걸어도 짧게 한두번 대답할 뿐, 자는 시간조차 아까워 하며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토코의 그런 태도에 테츠로는 방에 단 둘이 있어도 안 어울려 주고 방해하면 꾸중만 듣기 때문에 어느새 부터인가 토코의 일이 일단락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 전화 소리가 울리고 토코는 전화를 받는데 이때 전화를 걸었던 것은 다름 아닌 하야미라는 남자였다. 토코와는 아는 사이였고 토코는 전화를 받고는 그 날 5시에 하야미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게 되었다. 토코는 노트북의 내용을 저장하고 닫았으며 이어서 테츠로에게 잠시 나가게 되었다고 말한다.

테츠로는 입을 삐죽 내밀며 오늘은 집에 있기로 하지 않았냐고 묻지만 토코는 그럴 생각이었는데 약속이 생겨버렸다고 답하며 머리를 묶고 외출 준비를 하게 된다. 그리고 테츠로에게 나가기 싫으면 여기에 있어도 된다고 묻지만 테츠로는 집에 있고 싶은것이 아니라 토코와 함께 있고 싶은 것이었기 때문에 자신도 따라가겠다고 답한다.

토코는 괜찮겠냐고 물으며 오늘은 저녁 식사도 하고 올 것이라고 묻는다.[22] 그럼에도 테츠로는 따라가겠다고 답한다. 테츠로는 자신이 말을 걸어도 아주 조금 돌아볼 뿐이었던 중요한 원고도 전화 한 통으로 중단 된 것을 보고는 작게 혀를 찼다.

잠시 후 토코와 테츠로가 향한 곳은 출판사가 아닌 역 근처의 카페였고 토코가 들어오자 한 남성이 테이블에서 바로 일어섰다. 갑자기 불러서 죄송하다고 사과한 그 남성은 토코의 또래로 보이는 남성이었고 의자에 회색 코트와 목도리가 걸려 있었고 흰색 셔츠에 감색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짧게 자른 머리는 깔끔하고 단정했다.

하야미는 토코가 이전에 일하던 잡지사의 편집자다. 이번에는 그 잡지에서 소설가 츠무기 토코를 소개하게 되었다. 나이는 하야미가 두 살 위지만 토코가 2년 일찍 편집부에 배속 되어있었다. 토코는 일 할때도 존댓말이 아니라도 좋다고 했지만 하야미는 예의상 존댓말을 계속했다. 이번에는 취재 의뢰를 하는 작가가 되기 위해, 물론 어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공손히 고개를 숙인 하야미에게 토코도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입가에 손을 대고 웃으며 자신이 일했던 잡지사에서 실린다는게 부끄럽다고 답한다. 하야미는 토코와 대화를 이어나가던 도중 현재 토코가 집필중인 작품에 대해서 물었다. 토코는 내년 2월 쯤에는 나올 것 같다고 답하고 무슨 작품이냐고 묻자 자신의 뒤에 서 있던 테츠로를 잠시 바라보더니 입가에 손을 얹고 아직은 비밀이라고 답한다.

이어서 하야미는 잡지에 있을 소개 코너에 저자의 사진도 함께 올라오기 때문에 사진 촬영 일정이 있다고 말한다. 이에 토고는 하야미가 이전부터 카메라를 좋아했던 것을 떠올리며 잠시 대화가 그쪽 방향으로 흘러간다. 하야미는 지금도 조금씩이지만 사진과 관련 된 일을 하고 있고 본업을 카메라 쪽으로 삼았으면 어땠을까 하고 자주 생각하게 된다고 답한다. 더군다나 토코를 보고 있으니 자신도 자신이 하고싶은걸 하고 싶다고. 물론 지금의 잡지 만드는 일도 즐겁다고 답한다.

같은 업계에서 종사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가 점점 길어지자 테츠로는 슬슬 시시함을 느꼈고 테츠로는 토코의 이전 직장의 기억을 잠시 더듬었다. 토코에게 시비를 거는 남자도 몇 명 있었고 반대로 말하지 않아도 그녀를 좋아하고 있던 남자들도 몇 있었다. 하야미는 그런 남자들 중 한명이었을 것이라고 테츠로는 생각했다.

테츠로는 이제 토코에게 돌아가자고 말했지만 그와 동시에 하야미가 인터뷰와 촬영 날짜에 대해서 말을 시작하면서 목소리가 묻혔다. 테츠로는 그런 하야미에게 토코는 자신의 여자라고 면전에 대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목소리를 높혀 외쳐도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자리를 옮겨 저녁식사를 마치고 토코는 테츠로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탄 토코는 테츠로에게 많이 심심했냐고 묻는다. 테츠로는 토코에게 빨리 가자고 하지 않았냐며 소리치고 왜 항상 자신만 토코에게 맞춰서 참아줘야 하냐며 불공평하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토코는 알았다며 이번 일이 마무리 되면 둘이서 어디론가 외출 하자고 답한다.

테츠로는 기다리겠다고 조용히 말하고 잠시 토코의 중학생 시절을 떠올렸다. 토코는 가족이 없는 고아였기에 매년 크리스마스를 홀로 보냈지만 테츠로를 만난 뒤 함께 가족처럼 지내왔고 매년 크리스마스도 함께 보냈다. 토코는 아르바이트로 벌었던 돈을 이용해 싸고 작은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와 둘 이서 함께 나눠 먹었다.[23] 토코는 테츠로가 있어서 외롭지 않다며 좋아했고 테츠로 역시 그런 토코가 좋았다.

어른이 된 뒤로는 직장에 취직하면서 바쁘고 피곤해도 자신을 위해 웃어주지만 이전처럼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기에 테츠로는 토코가 건강해져서 예전처럼 다시 웃으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테츠로에게 있어서 크리스마스는 어떤 날인지 의미는 잘 모르지만 토코와 행복한 기억이 가득했던 날이었기에 토코에게 이번 크리스마스에 무언가를 해주기로 결심하기로 한다.

다음날 토코는 테츠로와 함께 출판사로 향했고 그곳에는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나 옛 상사도 아직 그대로 일 하고 있었기에 그들에게 한번씩 인사를 했다. 모두 토코를 반가워했고 테츠로는 이전에도 토코를 따라 출판사 건물에 들어온 적이 있었는지 알고있는 장소라고 독백한다. 토코는 미팅룸으로 들어갔고 테츠로에게 눈빛으로 그립냐고 묻는다. 이에 테츠로는 그닥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하야미와 함께 후배 한명이 이후 들어왔는데 후배는 토코에게 이전부터 토코는 줄곧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자주 주시하지 않았냐며 혹시 귀신 같은게 보이는 것이냐고 떨면서 묻는다. 이에 토코는 그렇지 않다고 당황하며 부정한다. 그 뒤 하야미의 지시를 받아 카메라로 사진을 찍게 된다. 처음 찍힌 사진을 본 하야미는 토코에게 혹시 긴장 했냐고 묻는다. 두번째 찍힌 사진은 토코가 얼굴의 표정을 풀고 자연스럽게 웃고 찍은 지라 자연스럽게 잘 나온 결과물이 되었다. 사진을 찍을 때 토코의 뒤에는 테츠로 역시 함께 찍혀 있었지만 역시나 사진속 테츠로의 모습은 없었다.

테츠로는 그것을 보며 여기가 토코가 살고 있는 세계인 것이다. 자신은 투명하게 버려지는 세계.라고 독백하며 실망한다. 그리고 사진이 어떠냐는 하야미의 질문에 토코는 좋다고 답하고 테츠로는 그런 토코의 대답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테츠로는 여전히 토코를 크리스마스에 즐겁게 해주기 위해 온갖 방법을 구상해 봤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토코는 예전과 다르게 어느새부터인가 크리스마스에는 케이크조차 없이 조용히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도 특별한 무언가를 준비하지 않으면 평소와 마찬가지로 그냥 넘어가는 하루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테츠로는 토코에게 무언가 갖고 싶은것이 있냐고 묻는다.

하지만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에 테츠로의 목소리는 묻혔고 토코가 알아듣지 못하자 테츠로는 물어보는 것을 포기한다. 그러던 도중 잡화점의 어느 쇼윈도 앞에 멈춰 선 토코는 천연석이 줄지어 있는 목걸이를 보며 귀엽다고 감탄한다. 이에 테츠로는 토코에게 그 목걸이가 갖고 싶은 것이냐고 묻는다. 그렇게 묻고 목걸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테츠로를 본 토코는 테츠로에게 크리스마스에 이어서 이번에는 산타 클로스에 대해서도 외운 것이냐며 웃는다. 그렇게 토코는 자리를 떠나 테츠로와 함께 집을 향했다.

테츠로는 토코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았지만 정작 그것을 손에 넣어서 어떻게 토코에게 전할 수 있는 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후로 며칠간 계속 토코가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일에 열중하고 있는 틈을 타서 몰래 아파트를 빠져나가 잡화점의 앞을 서성거리는 것을 반복했다. 토코가 일에 열중한 나머지 테츠로가 나가도 전혀 눈치를 못챘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에 대해서 테츠로는 그건 그거대로 섭섭하고 재미없다고 느꼈지만 반대로 편리하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타일렀다.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일주일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잡화점의 수많은 장신구들이 팔리고 다른 상품으로 재진열 되는 것이 반복되었다. 테츠로는 매번 잡화점의 앞을 서성거리며 목걸이가 누군가에게 팔려가지 않도록 감시하고 있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 목걸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게 내부에도 같은 목걸이는 없었다. 이미 누가 사간 것이었다. 테츠로는 어깨를 푹 숙였다. 뭔가 다른 생각을 하자 좀 더 토코가 좋아할 것, 자신도 토코에게 해줄 수 있는 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의기소침해져 테츠로는 토코가 있는 맨션으로 돌아갔다.


옛날에는 자기가 있는 것만으로 토코는 기뻐해주었다. 크리스마스 밤 계획을 생각하면서 테츠로는 점점 힘들어졌다. 처음에는 좋은 아이디어가 생길거라 생각하고 착수했는데 도무지 좋은 방안은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할수록 옛 기억이 방해가 됐다. 이렇게 고민하지 않아도 토코는 항상 좋아해줬는데, 하고 하루하루는 착실하게 지나갔다. 테츠로는 토코에게 물어 본 후 이브까지 닷새만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던 19일 오후, 하야미에게 아파트 입구에서 전화가 왔었고 토코는 입구에서 기다리던 하야미를 만나러 잠시 테츠로와 함께 나왔다. 하야미는 지난호의 잡지에 오려낸 페이지를 토코에게 전했다.[24] 그리고 지난번에 얘기했던 레스토랑에서 예약 취소분이 나와서 그런데 24일에 시간이 되냐고 묻는다. 하야미의 권유를 들은 테츠로는 그 날은 자신이 토코와 함께 있기로 한 날이라고 큰 소리 치지만 토코는 알았다며 흔쾌히 약속을 수락한다.

하야미를 보낸 뒤 테츠로는 그 날은 자신과 함께 있기로 한게 아니냐며 따지지만 토코는 그런 테츠로에게 테츠로와는 그 다음날에 함께 있어주겠다고 답한다. 토코는 테츠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채 화를 내는 테츠로에게 굳이 이브가 아니어도 되지 않냐며 케이크도 잘 사오겠다고 말한다.

테츠로는 하야미가 떠난 모퉁이를 노려다 보며 토코는 자신의 여자니 손대지 말라고 독백하지만 점점 힘이 떨어졌다. 하야미에 국한되지 않고 아무리 토코를 좋아한다고 접근하는 남자들이 그녀의 곁에 와도 신의 사자인 자신은 쫓아낼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때 자신이 항상 보러갔던 목걸이를 떠올리며 그것과 같다고 느낀다.

그리고 테츠로는 하야미를 향해 제발 토코를 빼앗아 가지 말라며 하야미는 인간이기에 다른 누군가가 있지만 자신은 신의 사자인지라 토코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처절하게 독백한다. 그리고는 토코에게 금방 돌아올테니 신경쓰지 말라고 외치고 그대로 뛰쳐나갔다.

아파트 근처 공원까지 달려간 테츠로는 주변의 놀이터에서 놀고있는 아이들과 부모들, 그리고 여학생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테츠로는 토코를 처음 만났을 무렵을 회상하며 산에서 만났을 때는 그냥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쓸쓸한 미소를 지었는데, 자신과 지내는 사이에 토코는 또래 소녀와 똑같이 굴탁하게 웃기 시작했다고 독백한다. 또한 토코가 언젠가 자신을 떠날 생각이라는 것을 테츠로는 알고 있다. 어떻게 토코는 그런 것을 쉽게 받아들이고 혼자 결정해 버릴 수 있을까, 하고 나무에 기대어 테츠로는 고개를 숙인다.

사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토코가 죽은 후에 자신이 살아갈 곳을 찾는다. 테츠로는 토코의 말이 분명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테츠로는 비굴하게 생각하고만다. 토코가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사는데, 자신이 사악한 악마가 된 것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테츠로는 자신의 목에 매달린 부적을 만졌다. 이를 주었을 때 토코의 말과 미소는 언제나 퇴색하지 않고 되살아났다. 테츠로는 계속 같이 있어달라고 하지 않았냐고 말하며 고개를 숙인다.

그날 밤 늦은 시간에 돌아온 테츠로는 침대에 앉은 채 노트북으로 작업에 열중하는 토코의 뒷 모습만 보고 있었다. 테츠로는 결국 크리스마스 이브 때 토코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테츠로는 자신의 태도와 처지에 대해서 스스로 돌아보고 적어도 토코를 곤란하게 만들지 말자며 사과해야 겠다고 생각하고는 토코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나 토코는 평소와 다른 엄청 피곤한 말투로 테츠로에게 지금은 힘들어서 좀 이따가 말하자고 답한다. 테츠로는 눈물을 흘리며 토코에게 있어서 항상 첫번째는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약속에 있어서는 하야미가 우선시 되었고 토코의 업무에게도 지게 되었다. 주변 친구들이 따뜻한 집에서 가족과 케이크를 나누는 가운데 토코는 혼자였다. 테츠로가 오고나서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는 가족이 생겼다. 이브 저녁에 싼 작은 케이크를 사와서 같이 먹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크리스마스 그 겨울날을 테츠로는 잘 모른다. 하지만 매년 이 계절이 오면 거리는 반짝반짝 빛나고 왠지 누구나 신나고 즐거웠고, 그래서 혼자였던 토코가 어떤 기분이었는지는 테츠로도 이해할 수 있었다. 테츠로가 토코에게 줄 수 있었던 것은 행복한 시간이다. 그런데, 토코는 그런 것들을 다 잊어버린 듯한 표정을 짓는다. 결국 테츠로는 의자에 앉은 토코의 등을 향해 소리치며 자신은 더이상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거 아니냐며 외치고 뛰쳐나간다.

그렇게 테츠로는 홀로 달려가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불이 꺼진 잡화점의 쇼윈도 앞을 지나 테츠로는 자신이 하던 일이 몹시 바보처럼 보였다. 또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24일 밤은 찾아와 버렸다. 계속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던 테츠로는 그래도 토코의 모습을 확인하러 근처까지 돌아와 있었다. 맞은편 빌딩 위에서 토코의 모습을 발견했다. 나들이 예쁜 원피스를 입고 아파트를 나간 토코의 뒤를 따라 테츠로는 슬며시 따라갔다.

형형색색이 작은 빛이 익숙한 가로수를 마법처럼 빛내고 있다. 동행하는 남녀도 가족 단위도 기다리는 얼굴도, 누구의 표정도 어딘가 평소와 달랐다. 토코의 얼굴도 그렇게 즐거워 보이지 않을까 싶어 테츠로는 뒷모습밖에 볼 수 없었다.

이어서 하야미가 도착하고 토코에게 인사를 한 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꽃다발을 꺼냈다. 테츠로는 토코와 하야미가 앉은 위치가 창가였기 때문에 가게 밖 가로등 뒤로 위치를 옮겨 둘을 지켜보았다. 새하얀 식탁보가 덮인 테이블에서 음식을 둘러싸고 토코와 하야미는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하야미는 이어서 토코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어느 상자를 건냈고, 토코는 상자를 열자 그 잡화점에서 봤던 토코가 예쁘다고 말했던, 테츠로가 며칠 연속으로 계속 지켜봐 왔던 그 목걸이를 보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본 테츠로는 뛰쳐나갔고 거리를 질주하기 시작했다.[25] 테츠로는 토코는 자신의 여자라며 그렇게 우겨대면서 속으로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 자기가 토코를 독차지해서는 안된다는 것. 그것은 토코의 행복이 되지 않는다. 다만 허세를 부리지 않으면 무서웠다. 같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몇 번이나 꼬박꼬박 토코로부터 듣고 있었다. 자신은 인간이고 테츠로는 신의 사자니까. 라고 토코만이 그럴 각오가 있고 자신은 언제나 그런 현실에서는 외면하고 도망치고 있었다. 전나무 불빛 속에 반복적으로 가게 안의 광경이 떠올랐다. 하야미가 단지 토코가 예쁘기 때문에 친하게 지내려는 남자가 아니라는 것. 토코를 슬프게 하거나 곤란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토코에게는 제대로 된 인간 애인이 필요한 것이다. 자신이 못한 일을 하야미는 다 해냈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에 토코를 기쁘게 하고 있었다. 자신은 기쁘게 하기는 커녕 싸워서 기분 나쁘게 했을 뿐이다.

또한 토코는 자신을 찾아 방을 뛰쳐나오지 않았다. 이제 어디든 가라, 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귀찮은 일을 처리할 수 있어서 분명 상쾌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가슴속이 참을 수 없이 차가워졌지만 어떤 생각이 들어도 테츠로에게 있어서 토코는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
"행복해라, 토코."
폼 잡고 내뱉은 말 뒤에는 참았던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테츠로는 반짝이는 거리를 달려갔다.

테츠로는 이대로 이 거리에서 나와서 먼 산이든 어디든 가보려고 했다. 하지만 막상 토코와 이것으로 헤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다리는 움직여 주지 않았다. 결국 아파트 옥상에서 테츠로는 코를 훌쩍이며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테츠로의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와 그를 불렀다.

테츠로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고 그 자리에는 비상계단 입구에서 토코가 서 있었다. 토코는 풀린 목도리를 다시 잡고 하야미는 어떻게 한거냐는 테츠로의 질문에 도중에 돌아왔다고 답한다.

어깨를 으쓱한 토코에게 테츠로는 상황도 잊고 살아났다. 토코를 비웃는 남자도 싫었지만 토코에게 무례한 말을 하는 남자도 테츠로는 용서할 수 없었다.

알고보니 토코는 자신이 너무 안절부절 못해서 하야미가 신경 써준 것 뿐이고 꽃도 선물도 전부 돌려주고 왔다고 답한다. 방해되는 짐이 될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하야미는 가게 앞에서 택시를 잡자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대금 이상을 토코에게 주고 문을 닫았다. 마치 지금 식사가 끝나고 헤어질 것처럼 웃는 얼굴로 가볍게 손을 들어 배웅해주었다.

늘 후배 행세를 하다가 보니 잊어버리기 쉬웠지만, 그러고보니 이 사람은 자신보다 두살이나 연상이었다고 토코는 택시 시트에 몸을 맡기고 이마를 눌렀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하야미가 자신에게 줬던 목걸이도 이전에 테츠로와 함께 잡화점에서 봤던 것이라는걸 떠올리며 그것 역시 거절했다고 답한다.

그리고 테츠로에게 케이크를 사왔다며 추우니까 함께 집에 돌아가서 먹자고 묻는다. 종이봉투를 들어 토코는 하얀 숨을 내쉬더니 빙그레 웃었다. 테츠로는 눈썹을 치켜세우고 머뭇거렸다. 종이봉투를 놓자 테츠로는 손을 뻗었다.

토코가 띄운 웃는 얼굴에 테츠로는 무심코 목에 건 부적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달려간다. 뻗은 토코의 팔이 테츠로의 목으로 넘어간다. 털 속에 볼을 묻고 토코는 테츠로를 쓰다듬었다.

잠시 후 토코와 테츠로는 집에 돌아왔다. 차가웠던 방도 난방을 켜자마자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원피스에서 넉넉한 실내복 스웨터로 갈아입고 토코는 주방에서 와인 잔을 하나 들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다른 사람들이 보면 완전 외로운 여자 같겠다며 재밌어 하듯 말한다. 토코의 옆에는 두 사람 몫의 와인잔과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이에 테츠로는 토코는 혼자가 아니라고 답한다. 테츠로는 그렇게 말하고 서 있는 토코를 올려다보았다. 돌아와 준 반가움은 있었지만 막상 토코가 돌아오자 자신 때문에 약속을 때려부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순순히 기뻐하지 않은 테츠로에게 토코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분명 그렇겠지 하고 답한다.

쓴 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토코는 한숨을 쉬며 자신도 테츠로와 헤어져야겠다. 라고 계속 생각해 왔는데 그래도 오늘 만큼은 좋다고 답한다. 중얼거리며 토코는 와인을 두 잔에 따랐다. 하나는 들고 내걸었다. 토코는 테츠로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하며 와인을 한 모금 마셨고 평소에 자신이 사용하던 가방을 끌어당겼다.

토코는 테츠로에게 선물이라며 붉은 리본으로 묶인 종이 뭉치를 건냈다. 토코는 책으로 만드는 건 늦었다고 들었다며 사과한다. 토코는 묶여있는 리본을 풀었다. 책자로 되어 있는 그것의 첫 번째 페이지에는 'Dear My Wolf'라는 제목의 글자가 들어있었다. 테츠로는 무슨 의미냐고 묻고 토코는 테츠로라고 써있다고 답한다.

이에 테츠로는 글자의 수를 세고 거짓말이라고 답한다. 토코는 사진으로는 테츠로를 남길 수 없지만 책으로는 테츠로를 잘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다. 테츠로는 아무리 많이 같이 사진을 찍어도 거기엔 아예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정말로 토코의 곁을 떠나게 되었을 때 분명 토코는 사진을 봐도 자신을 기억해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런 기분이 들어서 불안했다. 하지만 지금 손 안에 쭈뼛쭈뼛 얼굴을 들고 존재하고 있는 이 종이 뭉치에는 신의 사자인 자신의 모습이 적혀 있더고 한다. 테츠로는 믿을 수 없는 생각으로 토코의 얼굴을 돌아보며 자신의 이야기가 써 있는 것이냐고 물었다.

토코는 정말 힘들었다며 오늘까지 맞추려고 했다고 답한다. 토코가 필사적으로 써내려 했던 것은 이것 이었던 것으로 보였고, 테츠로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려 했다는 것을 알고 테츠로는 속삭이던 마음이 풀어졌다.[26] 페이지를 넘기면 다음 종이에도 그 다음 종이에도 많은 글자가 쓰여 있었다.

테츠로는 토코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한다.[27] 토코는 난처한 듯 했지만 조금은 읽어주기로 하였다. 그것은 토코가 테츠로에게 보낸 긴 편지 같은 소설이었다. 자서전이 되어야 할 이야기긴 하지만 독자에게는 훈훈한 판타지로만 읽힐 것이다. 토코는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테츠로에 대해 읽은 사람들이 좋아했으면 하는 바람에 쓰고 토코의 무릎 위에 머리를 맡기고 귀를 기울이고 있던 테츠로에게 책을 덮고 속삭이며 자신에게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달라고 말한다.

고개를 든 테츠로는 이내 시선을 낮추어 자신은 아무것도 줄 수 있는게 없다고 답한다. 신의 사자인 테츠로는 토코에게 목걸이는 커녕 꽃 하나도 선물해 줄 수 없다. 그러자 토코는 테츠로에게 눈을 내리게 할 수 있냐고 묻는다. 스웨터 위에 한 장 더 걸치고 토코는 베란다를 열었다. 후끈후끈 찬 공기가 볼에 닿는다. 밖으로 나오도록 테츠로에게 손짓했다. 토코는 테츠로에게 많이 눈을 내리게 할 수 있냐고 물었고 테츠로는 이내 알았다며 금새 쌓일 정도로 많은 눈을 내리게 하였다.

방의 불빛에 비추어 가루눈이 하얗게 빛나고는 바람에 춤을 춘다. 황홀한 풍경에 턱을 짚은 토코에게, 테츠로는 눈을 깜빡이며 토코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내리고 있는 눈을 바라보았다. 테츠로는 눈에 대해서 외로울 뿐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기억, 깊은 산속 오직 새햐안 세상에는 자신만 있었다. 동료는 아무도 없었다. 혼란스럽고 외롭고, 소리치며 방황하던 중에 토코와 만났다. 심술궂은 신님이 겨우 자신에게 주신 동료라고 생각했다. 테츠로가 내리는 눈 결정에 토코는 손을 뻗었다. 흩날리는 흰색이 거리의 빛에 서로 겹친다.

이어서 토코는 신의 사자를 볼 수 있는 인간들의 특권이라며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고 감탄한다. 테츠로는 그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자랑스러워 하며 웃었다. 그리고 토코가 보고싶어 한다면 매년 내릴 수 있게 하겠다고 답한다. 언젠가 헤어져도 매년 계속 잊지 말고 내리게 해준다고. 바람을 타고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리는 눈은 거리 안으로 퍼져나간다. 맑은 겨울 달 아래 둘 밖에 보이지 않은 눈이 흩날리는 것을 테츠로는 토코 옆에서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내리는 눈을 본 마코토는 신기하다는 듯이 창 밖을 바라보았다. 쌓이지 않고 내리기만 하는 눈에 신기함을 느낀 마코토는 아버지인 타츠오에게도 이 사실을 말했다. 케이크를 먹은 후 접시를 싱크대에 놓은 타츠오는 창 밖을 열었지만 어디 눈이 있냐고 물을 뿐이었다.

쌓이지 않은채, 깜빡거리며 반짝이는 눈, 하지만 자신은 볼 수 있고 아버지는 볼 수 없다는 걸 안 마코토는 잘못 본 것 같다며 웃어 넘겼다. 마코토는 이 눈의 정체를 들으러 긴타로에게 가볼까 생각했지만, 내일 하기로 하고 창문에 손을 뻗는다. 눈의 결정은 문득 마코토의 손 위에 내려앉았다. 차갑지 않았고 손바닥 안에서 물도 안 되고 사라진다.

마코토는 착한 눈이라고 말하며 마치 신의 사자같은 눈에 미소를 지으며 에피소드가 마무리 된다.



해당 에피소드의 이야기 시점은 본편(1권)이 시작되기 이전 시점, 작년 겨울로 보인다.[28] 테츠로가 토코의 집에서 뛰쳐나간 후 갈 곳을 전혀 생각해내지 못한다는 점[29], 토코가 계속해서 테츠로가 지낼 신사를 찾고 있다는 점[30], 또한 마지막에 등장한 사에키 마코토가 테츠로가 내리는 눈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반응을 보인 점과 카미오 사토루에 대한 묘사가 전혀 없다는 점.[31] 등을 통해 추측할 수 있다.

또한 토코는 8권에서 테츠로가 가출했을 때도 이전에도 혼자 가출하면 어디 높은 곳에 가서 혼자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마코토에게 말하기도 했는데 이때 말한 가출이 이 에피소드에 나온 사건을 의미하며 토코가 직접 건물 옥상까지 테츠로를 찾으러 갔기 때문에 아는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테츠로는 12권 마지막에[32] 사에키 신사를 떠나서 미츠미네 신사로 가기 때문에 토코와 함께 있는 겨울로 시간대가 맞으려면 작년 겨울이라는 설정 말고는 매끄럽게 정리할 수 없다.[33]

4. 등장인물

본편에 등장하는 인물들 일부가 그대로 등장하며 본 작품에서만 등장하는 캐릭터도 존재한다.

오리지널 캐릭터는 ★표시

4.1. 여름 밤, 사당의 목소리

4.2. 가을 축제의 저녁

4.3. 변덕쟁이 여우와 가을 하늘

4.4. 성야의 늑대

5. 설정

기본적인 설정은 은여우 본편과 동일하기에 특별히 변경점은 없다. 자세한 내용은 설정을 참고.

6. 기타


[1] 신의 사자는 사람의 속 마음을 읽을 수 있다.[2] 더군다나 사토루는 들려온 것은 귀신의 목소리가 아니었다고 말하면서 말을 더듬으며 원숭이가 했던 말이라고 대답하기도 하였다(...)[3] 물론 사토루를 같은 부원이자 친구 비슷한 것(...)이라 못 본 척 할 수 없다고 독백하기도 했다.[4] 학생회 멤버들의 비중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고 마코토와 인연이 맺어진 에피소드[5] 사토루의 생일이자 부모님의 기일, 작 중에서 9월 23일이라고 언급 되었다.[6] 나고시노하라에[7] 작중에서는 이를 영잔조라고 표기했다.[8] 사토루의 목소리 연기 톤이 너무 힘이 빠진다거나 액션 쪽에 미흡한 부분이 있어서 타이스케가 직접 하기노에게 권해 수정했다던가 등등[9] 2권 10화[10] 작 중 언급에 따르면 일단 9월은 끝났다고.[11] 멀리 있는 지역의 것도 아닌 이 지역의 감귤이다.[12] 이 연출은 1화에서 긴타로의 첫 등장씬과 일치한다. 처음에는 네 발 달린 여우의 모습처럼 그려졌지만 곧바로 지금과 같은 수인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13] 이때 모미지의 모습을 본 마코토의 묘사에 의하면 매끄럽고 가늘은 얼굴 모양을 하고있고 숨막히 듯 아름다운 모습의 흰 털을 지녔다고 한다.[14] 이때 모미지는 호박색 눈동자를 가졌다고 묘사 된다.[15] 긴타로가 신사 밖으로 나가는 일도 없었고 허물며 다른 누군가가 긴타로를 찾아온 일은 아예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고 독백한다.[16] 덤으로 깨운다는 명목으로 어깨를 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17] 4권 20화[18] 긴타로는 아예 버스에 타는걸 싫어한다.[19] 命婦狐[20]킨지로의 행방은 천리안을 가진 모미지조차 알 수 없는 듯 하다.[21] 정확히는 12월 크리스마스 이브를 앞둔 중순부터 크리스마스 이브까지[22] 8권에서 테츠로가 첫 등장했던 에피소드에서도 테츠로는 밖에서 토코가 자신을 무시하기 때문에 외식하는 것을 싫어한다.[23] 또한 평소에는 자신의 생일에도 케이크는 안 사고 넘겼다고 언급 된다.[24] 토코의 사진이 찍힌 페이지[25] 해당 장면은 본 에피소드의 도입부에 나온 그 장면이다.[26] 해당 에피소드 초반에 하야미와 카페에서 다음 집필 중인 작품에 대해서 묻자 토코는 테츠로 쪽을 잠시 바라보고 비밀이라고 답했는데 사실 테츠로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을 본인에게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한 복선이었다.[27] 이때 테츠로는 아직 글을 읽을 줄 모른다는게 밝혀진다.[28] 1권 기준 3~4월 쯤 되는 봄 부터 시작했다.[29] 8권 이후 시점이었으면 중간에 사에키 신사를 들리거나 독백으로 잠시 생각했을 것이다.[30] 이 일은 사에키 신사에서 테츠로를 받아준 뒤로 잠시 멈추게 되었다.[31] 본래 시간대에 의하면 마코토는 이때 테츠로의 눈을 처음 본 후 내년 가을이 되어서야 보게 된다. 또한 본편 시작 이전 시점인 만큼 사토루는 아직 사에키 신사에서 하숙하기 전이다.[32] 아직 겨울도 되지 않은 가을 시점이다.[33] 은여우 춘하추동의 경우 집필은 다른 작가가 맡았지만 원작자의 검수가 있었기 때문에 설정 충돌은 피해가고 있다.